The Da Vinci Code, 2006
 
어쨋거나 저쨋거나 요 근래 내가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바로 이 영화 다빈치 코드이다.
이미 엄청난 전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소설책으로도 읽어본 뒤였고,
그게 아니더라도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였기 때문이다.
 
난 개인적으로는 댄 브라운이 쓴 책 '다빈치 코드'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만큼
열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심심하다고 느꼈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기독교와 관련된 미스테리와 각종 설들은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로
다른 다큐멘터리나 서적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은 뒤였기 때문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매우 흥미롭고 잘 짜여진 픽션이지만, 이전에 없던 설을
처음 주장한 것도 아니고 예수와 기독교에 관한 기존에 사실여부가 확인 되지 않은,
혹은 아니라고 판명되었어도 그 판단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설들의 핵심을 골라
아주 잘 만들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에서도 성배와 템플 기사단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가.
(뭐 댄 브라운의 작품을 결코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요즘 영화 개봉을 맞아
너무도 과대한 관심을 받는 것 같아 개인적인 관심도에 표명을...--;)
 
소설 다빈치 코드에 주된 내용은 가히 누구라도 흥미를 유발시킬만한 이야기이다.
그저 신적인 존재로만 알았던 예수가 흔히 '창녀'로 알고 있는 막달레나 마리아와의
사이에서 자손을 나아 그 자손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자손과 비밀을 유지하는 비밀 단체가 존재한다는 얘기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만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영화화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물론 앞서는 것은 걱정이었다. 이 걱정이 더 커지게 된 것은
론 하워드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과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었다.
론 하워드의 전작들은 대부분 재미있게 보았으나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미스테리 스릴러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였고, 톰 행크스는 랭던 역으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데 론 하워드와의 파트너쉽으로 인해 선택된듯한 느낌이
짙었기 때문이다.

먼저 론 하워드가 만들어낸 영화 다빈치 코드는 개봉 하루 전과 당일 오전
해외사이트에서 쏟아지던 비평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되었다.
원작에 충실했던 것이 오히려 론 하워드에겐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랭던 역에는 조금만 더 젊었으면 데니스 퀘이드가 적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물론 아직도 이 꿈은 여전하다 ㅋ), 살을 뺀 톰 행크스가 연기한 랭던도
우려했던 만큼 걱정스런 상태는 아니였으며 독자들에 상상을 깨어버릴만한
정도도 아니였던 것 같다.
 
소피 역의 오드리 토투 역시 개인적으로는 좋아해 마지 않는
레이첼 와이즈(역시 좀 젊었을때)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드리 토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장에서 옆에 앉은 2명의 여자들이
오드리 토두가 대사만 하면 짜증을 내는 것이였다. 발음이 안좋다, 왜저러냐며...
소피의 영어 발음이 안좋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소피는 프랑스인이란 말이다...)
아멜리아에 귀여운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 영화상으론 다행이었을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소피 역의 캐스팅도 이만하면 만족스러운듯.
 
역시 이 영화에 화려함은 조연에 화려함에서 나온다.
예고편 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던 사일레스 역의 폴 베타니는
이제 내가 남에게 이 배우를 설명할 때 '기사 윌리엄 나온 배우 있잖아'가 아니라
'그 다빈치 코드에서 망토두르고 무서운 사람있잖아'하고 설명하게 만들었다.
비단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얘기할때 사일레스 역의
폴 베타니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티빙 역의 이안 멕켈런 옹은 역시나 간달프의 인상이 너무 짙었던 것 같다.
그 멋진 목소리만 들으면 아직도 간달프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연기 고수인 멕켈런 경인 만큼 티빙 역할엔 적역이었다고 생각된다.
(굳이 다른 배우를 생각해본다면 빌보 배긴스를 맡았던 이안 홀름 정도 ㅋ)
 
사실 아링가로사 주교 역할에 알프레드 몰리나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가장 적격인 캐스팅이라고 생각되었다. 왠지 그 풍모와 진한 눈섶과 적절히 나온
배는 아링가로사 주교와 딱 들어맞을 거라고 여겨졌기 때문.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아링가로사라는 어감과 알프레드 몰리나의 캐릭터가
딱 들어맞는 듯한 억지적인 요소도 작용했고 ;

파슈 반장 역할의 장 르노는 어쩌면 국내에서는 간달프=이안 맥켈런보다도
훨씬 강한 레옹=장 르노의 공식을 갖고 있는 배우일텐데,
뭐 그럭저럭 괜찮은 연기를 펼쳤다. 사실 아링가로사나 파슈 등의 캐릭터가
주목 받기에는 2시간 반에 러닝 타임도 좀 짧았다.
 
개인적으로 주조연들 사이에서 눈에 띤 배우는 바로 스위스 은행에
고위 직위(정확한 직위를 모르겠다 --)캐릭터를 연기한 위르겐 프로그노브였다.
특전 유보트에서 열연했던 그의 얼굴은 출연만으로 일단 반가웠고,
그래도 제법 비중있는 캐릭터라 반가움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역시나 영화와 가장 가깝게 와닿아있다.
어떤 영화음악을 듣다 보면 영화 음악이 너무 좋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영화와는 별개로 너무 좋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적이 있는데, 한스 짐머의 음악은
딱 영화음악이 좋은 정도에, 다시 말해 영화음악의 최상의 미덕을 실천하는
정도를 들려준다. 극적인 요소와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그의 스코어는
이번 다빈치 코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아마도 재미없다는 평이 속출했던 것은 소설책과 마찬가지로
결말 부분에 늘어짐이 이유가 아닐까 한다. 티빙이 잡혀가는 시점에서
대부분의 영화는 끝이 나지만, 다빈치 코드는 여기에서 한 걸음, 아니
두 세 걸음은 더 나아가 이야기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에필로그를 관객에게 다 보여줄것이냐 미완으로 남겨 상상하게 만들것인가 하는것은
모두 장단점이 있을 터인데, 개인적으로 다빈치 코드의 경우는 전자에 편이
더 나았다고 생각되지만, 흥행이 목적인 블록버스터에서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 타임은
지루함을 유발해 혹평을 양산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X맨으로 의심되는 한기총에 활약덕에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둔 다빈치 코드는,
상영금지는 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실화가 아닌 픽션이라던지 하는 문구가
삽입되지 않은 연유로 기독교 교리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러려니'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긴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뭐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같은 여부를 알아서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긴 하지만서도.
 
 
책을 다 보았기 때문에 매번 배신과 미스테리가 밝혀질때마다
짜릿함과 충격은 매우 덜했지만, 그래도 지루하고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고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 타임 동한 집중하고 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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