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덤 오브 헤븐’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스펙터클을 이어갈 작품이라는 기대와, 스펙터클의 장인으로 불리는 볼프강 페터슨의 ‘트로이’의 실패에 의한 반사적인 기대, 그리고 굳이 이런 외부적인 요소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다. 특히나 흥행과 작품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글래디에이터’에 이은 서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이러한 기대는 한층 더했다. 두말 하면 잔소리이지만, 이미 우리는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리들리 스콧이 만들어낸 웅장한 스펙터클과 철저한 고증으로 만들어낸 영상을 통해 ‘역시, 헐리웃을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답다’라는 찬사를 주저없이 내뱉지 않았던가 말이다. 물론 이후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스펙터클에 있어서는 절대 ‘글래디에이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거대한 제작비와 그 이름에 걸맞게 스크린을 압도하는 스펙터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논란에 여지가 되었던 건 바로 내용, 바로 리들리 스콧의 선택에 있었다.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헐리웃에서, 또한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리들리 스콧에게서 이런 주조로 이야기하는 영화가 나올 줄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전작인 ‘블랙호크다운’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미국식 제국주의 사고방식을 유감없이 선보이지 않았던가(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래딧 바로 전에 소말리아 인들은 1000명이상 사망했다는 짤막한 자막 뒤에, 10명 넘게 사망한 미군들의 이름을 천천히 나열했던 마무리는, 극중 내내 조금은 불편했던 기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확실한 압권이었다). 하지만 ‘킹덤 오브 헤븐’에서의 그의 선택은 너무도 달랐다.



중립적 자세. 더 나아가 일부 장면 장면에서 어렵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로 십자군이 아닌 살라딘을 옹호하는 듯 한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살라딘’을 우상인 듯 바라보는 ‘실비아’의 모습이라던가, ‘기’라는 인물을 통해 십자군은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그려지는데 반해, ‘살라딘’은 적에게도 예를 갖추며 대범하면서도 리더 쉽 강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영화의 마지막 함락된 예루살렘 성지에서 떨어진 십자군의 상징물을 친히 거두어 책상위에 가지런히 올려두는 시퀀스에서 이러한 성향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중립적인 가치관은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절대 흥행할 수 없는 코드 였을 터. 특히나 헐리웃 블록버스터 하면 대규모의 아군과 적군이 정면으로 부딪혀 통쾌하게 승리를 거두거나, 마지막에는 극한까지 치닺는 대결 뒤에 승리를 거두는 시퀀스를 생각하기 마련이고 기대 했을 테지만, ‘킹덤 오브 헤븐’에는 이 같은 시퀀스 대신, ‘타협’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의 중반에 ‘살라딘’의 대군과 십자군의 대군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리들리 스콧은 어찌 보면 허무하게 타협을 선택한다. 왕인 볼드윈 4세와 살라딘은 각각 대군을 뒤로하고 대화로서 타협하고 의미 없는 전투를 피한다. 영화의 마지막에도 발리안과 살라딘은 협상을 통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발리안은 백성들을 모두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고, 살라딘은 예루살렘 성지를 다시 차지하게 된 것 말이다. 타협과 중립적 가치관이 이전 헐리웃 영화들에서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이 주목받는 블록버스터에서 과감하게 시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 내에는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결말과 논조를 불쾌해 하고 있고, ‘내 생각과 다르면 모두 적’이라는 잘못된 흑백논리를 주입식으로 강요했던 대다수의 헐리웃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도, 이러한 결말에 허무함을 느끼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같은 생각에 근거는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들을 뒤집게 되면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관적이거나 편파적, 이기적일지라도 이와 같은 리들리 스콧의 선택은 매우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 초에도 훌륭한 스펙의 DVD타이틀이 많이 출시되었지만, 엄청난 화질과 사운드를 선보였던 ‘아이, 로봇’이나 궁극의 화질을 선보였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이후에,  ‘레퍼런스’라는 수식어를 붙여줄만한 이렇다 할 확실한 타이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DTS트랙이 돋보이는 타이틀도 있었고, 화질이 매우 뚜렷한 타이틀, 서플먼트가 매우 충실한 타이틀 등은 있었지만, 이 모두가 만족할만한 진정한 ‘레퍼런스’급 타이틀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킹덤 오브 헤븐’은 감히 레퍼런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완벽한 화질과 사운드, 풍부한 서플먼트를 수록하고 있다. 20세기 폭스의 DVD타이틀은 다른 건 몰라도 화질과 사운드의 스펙에서는 타 회사를 압도하는 면모를 이미 여러 번 보여줬었고, 리들리 스콧의 전작 ‘글래디에이터’에서도 함께 했었던 유명한 DVD프로듀서 ‘찰스 드 로지리카’가 만든 DVD는 이번에도 의심할 여지없는 레퍼런스급 DVD를 완성해 냈다.



2.3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날카롭고 뚜렷함에 있어 최고 수준의 영상을 보여준다. 특히 SF영화였던 ‘아이, 로봇’의 경우와는 다르게 서사를 배경으로 로케이션이 많은 작품이고, 어두운 장면이나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이 주를 이뤘던(물론 나중에 디지털 보정 작업을 거친다)영상임을 감안하면 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대규모의 전투 씬 에서도 영상이 전체적으로 뭉개지지 않고 섬세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표현되는 화질은 정말 놀랍다. 화질 표현에 있어 모래 먼지가 만연하고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난잡하게 뒤엉키는 영상은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닌데, 이러한 악조건 아닌 악조건에서도 레퍼러스급 화질을 소화하는 진정한 레퍼런스급 화질이 아닐 수 없다. 클로즈업 상황에서 화질의 우수함을 뽐내는 것은 어찌 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 같이 대규모의 전투 씬이 등장하는 영화 속에서 배경의 디테일로 화질의 우수함을 입증하는 타이틀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디지털 색 보정 작업을 통해 탁월하고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는 디테일을 선보인다.



화질과 마찬가지로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 급이다. 흔히들 사운드가 크고 웅장하기만 하면 좋다는 느낌을 쉽게 갖게 되지만, 사실 진정한 사운드의 질을 나타내는 것은 섬세한 디테일이다.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서사극의 웅장함은 더하고 숨어있는 디테일까지 모조리 표현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운드의 성능을 몸으로 체험하는 데에 있어 ‘제다이’의 광선 검 효과음과 ‘나즈굴’의 괴성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은 말발굽 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킹덤 오브 헤븐’은 영화가 영화인만큼 말발굽 소리가 자주 등장하는데, 말발굽 특유의 무게감과 동시에 대규모의 장면에서는 공간감마저 연출해내고 있다. 특히 대규모 공성전에서 사운드는 빛을 발하는데, 투척기로 쏘아 올리는 돌덩이가 날아갈 때, 화살이 발사되었을 때 서라운드 채널의 활용도라던가, 성문이 부숴 질 듯 두드릴 때, 부서지면서 거대한 벽돌이 우르르 쏟아져 내릴 때의 우퍼 스피커의 사용은, 절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에 능력에 새삼 놀라게 한다. 너무나 당연시 되어 종종 빼먹는 부분 중 하나지만, 센터스피커를 통한 대사 전달 역시 뚜렷하다. 단순 사운드의 강력함이나 채널 활용도의 우수함을 넘어서서 총체적인 사운드 구성에 매우 충실한 면면을 수록하고 있다.



DVD를 구매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서플먼트 일 것이다. 서플먼트를 통해서 영화와 관련된 몰랐던 지식들도 얻게 되고, 스크린 밖의 에피소드들도 전해들을 수 있으며 감독과 배우들의 활약상은 물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스텝들의 뛰어난, 그야말로 대단한 능력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킹덤 오브 헤븐’의 서플먼트 역시 이 같은 점에 매우 충실하고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접근이 쉽도록 설계되었다. 그 첫 번째로는 메뉴의 한글화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20세기폭스를 비롯한 몇몇 제작사에서 진행해가고 한글 메뉴는 기존에 영어로만 되어 있어 정확히 자신이 보고 싶었던 내용들을 선택할 수 없었던 점을 완벽하게 보안하고 있다. 특히 ‘킹덤 오브 헤븐’의 서플먼트에서는 기존 다른 타이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터렉티브 프로덕션 그리드’라는 형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단순 메뉴의 한글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과 ‘감독’ ‘스텝’ ‘배우’로 세분화 하여 좀 더 편리한 구조를 구현해내고 있다. 총 1시간이 넘는 메이킹 영상은 1.85:1의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고 있어 더더욱 반갑다. 그 내용도 굉장히 알차고 구성상으로 우수하게 갖춰져 있어서 메이킹 영상 자체만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매번 서플먼트를 감상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준비 작업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능력과 노력이 수반되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다.



이 밖에 케이블 TV용으로 제작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영화와 실제 역사와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실존했던 인물들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영화 속 캐릭터와 실존 인물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영화 속 사실(fact)과 허구(Fiction)에 관한 이야기 등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성된 영화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부가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킹덤 오브 헤븐’의 독특한 틴 케이스 이다. 틴 케이스라 하면 이전에 출시되었던 ‘혹성탈출’이나 ‘8 마일’ 같은 경우를 떠올리게 되는데,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전에 선보였던 틴 케이스보다 훨씬 세련되고 소장가치 높은 모습을 선보인다. 기존 틴 케이스가 일반 케이스보다 크기가 크고 두꺼워서 렉에 보관하기가 어려웠던 것과는 달리, 슬림 하다는 느낌이 저절로 들도록 얇고 크기도 일반 케이스와 동일한 높이와 두께로 제작되었다. 디스크도 양면을 사용하여 보관하였던 것과는 달리 한쪽 면에 겹쳐서 보관하게 되는 형식도 이채롭다. 무엇보다도 ‘디럭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소장가치 높은 케이스로 손색이 없다.

‘킹덤 오브 헤븐 Deluxe Edition’은 오랜만에 만나보는 진정한 의미에 레퍼런스 타이틀이다. 홈시어터를 즐기는 재미는 바로 이러한 레퍼런스 타이틀을 감상할 때 비로소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05.10.14

글 / ashitaka





캐리비안의 해적_망자의 함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an's Chest, 2006)
 
사실 이런류의 코믹 어드벤처물을 그닥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1편 '블랙펄의 저주'는 조니 뎁이라는 배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다.
1편에 엄청난 성공(전체관람가의 압박)에 더불어 2편을 관람한 결과 최소 3편까지는
제작이 정해진듯한데, 월트에서 애니메이션외에 영화 시리즈로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리겐 된건
참으로 오랜만이지 싶다.
 
2편은 말그대로 1편에 줄거리에 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으로
1편을 본 사람이라해도 1편과 2편사이에 텀이 느껴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1편에서 캐릭터 소개에 시간을 제법 할애했다면 2편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에 관한 설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편에 비해 2편은 좀 더 코믹스럽고 유쾌한 영화가 된 듯 하다.
해골로 변하던 제프리 러쉬의 얼굴보다 낙지인지 오징어인지가 연상되는 데비 존스의
모습은 더 흉악스럽기는 하나, 이 이외에 설정들은 훨씬 유쾌할 따름이다.
특히 액션 장면마다 등장했던 소품과 장소를 이용한 액션이나, 액션을 주고 받는
인물들간에 몸동작에 재미를 더한 장면들에서는 흡사 성룡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CG를 이용한 엄청난 제작비와 스케일을 자랑하는 장면들만 뺀다면,
성룡에 아기자기한 액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 개봉시에 조니 뎁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찍었던 영화중에는 자신의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며,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영화를 한 편 찍고
싶었다'는 몹시도 자상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2편에서는 더욱 코믹한 설정과 분장등으로
(눈알 분장? 은 자토이치에서 보았던 분장이후 가장 코믹한 설정이였다 ㅋ)또 한번
잭 스페로우의 오묘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팬들이라면 좀 더 진지한 영화와
캐릭터로 만나보길 기대하는 팬들도 많을 듯 싶다. (최근 그가 찍은 영화들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잭 스페로우 아니면 윌리 웡카 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럴듯;;)
 
사실 올랜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는 상당한 비중을 맡고 있지만,
크게 돋보이지는 않는다. 두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줬던 것을 감안한다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사실상 그만큼 캐리비안의...시리즈는 잭 스페로우 3부작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조니 뎁이 같는 비중이 크다 하겠다).

분명 여름을 노린 블럭버스터이나 1편을 보지 못했다면 조금 스토리상에
지루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액션과 코믹 등은 올 여름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할만한 코드를 지닌 영화인듯 하다.
또한 한스 짐머의 스코어는 역시나 멋졌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리우스 윌스키가
촬영한 구도와 장면들 가운데, 몇몇 장면은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되었다.
 
3편을 대놓고 암시한터라 엔딩에 아쉬움은 없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3편을 기다리지는 않겠지만, 개봉한다면 반드시 볼 영화인듯.
 
p.s /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엔딩 크래딧후 추가 장면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
해적들에게 쫓겨 섬으로 도망간 강아지가 결국 추장이 된다는 얘기 ㅋ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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