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영화의 고전, 스팅! (The Sting)
여성에게 하는 이른바 '작업' 말고 크게 한 탕 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사기치는 '작업' 영화를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아니 반드시 최상위에 놓여야 하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조지 로이 힐의 1973년작 '스팅 (The Sting)'이다. 1969년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와 함께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라는 걸작을 만들어냈던 조지 로이 힐은 이 두 배우와 함께 다시 한번 '스팅'을 통해 뭉치게 되는데, '내일을 향해 쏴라'와는 또 다른 색깔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근래 보았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나 우리 영화 '범죄의 재구성'같은 범죄/사기/반전 영화들의 가장 직접적인 원류는 바로 '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2012년에 다시 보게 된 '스팅'은 최근의 범죄 작업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극적인 장치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쫄깃함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역시 장르의 형님다운 모습이었다 (실제로 1978년 국내 개봉 시에도 전체관람가로 상영되었을 정도). 개인적으로도 어설프고 무리하게 관람가를 낮춰 영화 자체를 건조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성인 등급으로 만들어서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스팅'은 분명 전체관람가이지만 그런 류는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할 수 있겠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치 없이도 각본의 짜임새 만으로 범죄 영화를 어떻게 요리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이기 때문이다.
'스팅'은 장르 영화로서도 주목 받는 작품이지만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콤비를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작품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조지 로이 힐까지 포함하여 트리오라 해야 맞을 것이다). 물론 근 10년 동안 가장 뜨거운 배우인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의 콤비도 너무나 멋지지만, 뉴먼과 레드포드의 우아하고 재치 넘치는 앙상블을 보고 있노라면, 왜 '배우'라는 직업이 아름다운지를 너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한창 젊었을 때의 레드포드를 보면 자연스럽게 브래드 피트를 떠올리게 되는데 (물론 반대가 맞는 얘기겠지만) 남성으로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날 것의 느낌이 물씬 흘러 넘치는 모습으로 '후커' 역을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로버트 레드포드도 폴 뉴먼의 포스에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미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범접할 수 없는 남자의 눈빛을 보여주었던 폴 뉴먼은, 이 작품에서는 그 특유의 여유로움과 재치, 외로움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자연스럽게'라는 표현을 썼을 테지만 폴 뉴먼의 경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가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냥 한 번 씨익 미소 지었을 뿐인데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설레게 만드는 그의 마스크는 헨리 곤도프라는 캐릭터를 관객에게 구구 절절한 설명 없이도 이해시키는 엄청난 매력인 동시에 영화적으로도 여러 줄의 훌륭한 각본에 상응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너무 두 손 두 발 다든 칭찬 일색 같지만,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그 정도.
'스팅'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메인 테마 곡인 'The Entertainer'일 것이다. 영화도 유명하지만 영화보다도 더 유명한 메인 테마 그 곡일 정도로, 그 청량하고 통통 튀는 피아노 선율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그 유쾌한 멜로디처럼 한 시대와 장르를 능수 능란하게 연주해 낸 영화가 '스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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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Quality
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전반적으로 유니버설의 놀라운 기술로 복원된 화질답게 연식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아무래도 필름의 보관된 상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인지 장면마다 화질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특히 첫 장면만 보고는 타이틀 전체의 화질을 오해할 정도로 – 하필이면 첫 장면이라서 – 첫 장면의 화질은 본편 가운데는 가장 좋지 않은 화질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우수한 수준의 디지털 복원된 화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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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차에 따라 원본 필름 상태가 좋지 못한 장면에서는 그레인 현상이 여럿 발견되거나 외곽선이 조금 날카롭지 못한 부분들이 있지만, 상태가 좋은 장면에서는 종종 최신작과 비교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의 디테일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참고로 '스팅' 블루레이는 유니버설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된 콜렉터스 에디션 - 디지북 타이틀 가운데 하나로서 영상과 사운드의 복원에 상당한 공을 들인 작품 중 하나이며, 편차를 드러내는 화질의 경우도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DTS-HD의 사운드 역시 복원을 통해 더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복원 과정 속에서 이전에는 다른 잡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던 작은 소리들을 살려낸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 아닐까 싶은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영화의 사운드가 너무 주인공과 인물들의 대사에만 집중 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생활 소음들과 효과음들이 더해져 전체적으로 풍부한 사운드를 완성해 냈다. 메인 테마 곡 '엔터테이너'의 멜로디 역시 아주 선명하게 전달된다.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The Art of The Sting'이 수록되었는데 'The Perfect Script'
'Making a Masterpiece' 그리고 'The Legacy'로 나뉘어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으며,
약 56분 분량으로 100%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만 아쉽게도 4:3화면비의 SD화질로 수록되었다.
이 부가영상에서는 처음 이 작품이 조지 로이 힐에게 넘어오게 된 그 이전에 얘기서부터,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이 영화의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인 음악에 관한 자세한 뒷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다. 후에 두 배우가 스스로 우리는 콤비가 아니라 조지까지 트리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을 정도로 호흡이 좋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이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엔터테이너'를 비롯해 '스팅'의 포인트 중 하나인 영화 음악의 경우 처음에는 영화 속 시대와 맞지 않는 음악이라 어울리지 않는 다는 의견이 많아 모험적인 시도였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모두가 확인했다시피 조지 로이 힐의 선택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앞서 소개한 제작관련 영상과 극장용 예고편 외에는 '스팅'에 관한 내용이 아닌, 유니버설 100주년을 기념하여 복원 등에 관한 내용이 부가영상으로 수록되었다. 이와 관련된 부가영상은 모두 HD화질로 제공되며 물론 한국어 자막이 지원된다. '100 Years of Universal: Restoring the Classics'에서는 고전의 복원 작업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데, 단순히 잡티를 제거하는 수준이 아니라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미완으로 완성할 수 밖에는 없었던 미세한 오류들을 보정하는 수준까지 복원작업에서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되어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100 Years of Universal: The 70's'에서는 이 작품 '스팅'을 비롯해 1970년대 헐리우드를 주름 잡았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 조지 루카스의 '청춘낙서' 등 당시 유니버설의 명작들을 함께 했던 감독, 배우, 제작자 들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100 Years of Universal: The Lot'에서는 당시 영화인들에게는 꿈의 공장으로 불리었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와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총평] 조지 로이 힐과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트리오가 함께 한 작업 영화의 고전 '스팅'은 1973년 작이지만 지금 보아도 전혀 손색 없는 장르 영화의 매력을 담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근래의 동일한 장르 영화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한 번 되돌아보게 할 정도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또한 새삼스럽지만 과연 앞으로도 폴 뉴먼 같은 배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의 빈자리를 추억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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