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우주를 건축하고 낭만을 이야기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터스텔라'를 개봉 첫 주말 아이맥스로 보았다. '인터스텔라'는 그의 작품답게 원초적으로 머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복잡한 설계가 밑바탕에 깔려있고 그 위에는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낭만과 감동이 자리 잡고 있는, 딱 크리스토퍼 놀란 다운 작품이었다. '인터스텔라'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Gravity, 2013)' 이후 사실상 처음 선보이는 본격 우주 체험 영화라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 밖에는 없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보고 배우는 것에 그치던 우주라는 공간과 세계를 체험하는 것으로 끌어 들이는 데에 성공한 '그래비티' 이후엔 그 어떤 영화도 (최소한 단 기간 내에는) 우주를 다시 배경으로 하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그래비티'를 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일 거다 라고 밝히기도 했던 놀란은, '그래비티'와는 또 다른 의미로 체험하는 우주를 그리는 동시에 또 한 번 설계자 다운 면모를 발휘해 다층적이다 못해 다 차원적인 구조를 구현해 냈고, 여기에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드라마까지 담아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터스텔라' 역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뭐랄까 놀란의 영화관에 있어서 좀 더 명확해 지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구체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일단 내가 이 작품을 인상적으로 보았던 본격적인 이유를 하기에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가 항상 대단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도록 만들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에 근본적인 원인은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에 기본이 되는 치밀한 설계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가 주로 만드는 설계도는 무언가 학구적인 의욕을 한 껏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은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플래시백 형태로 구성한 '메멘토'도 그랬고, 꿈 속의 꿈이라는 다층 구조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낸 '인셉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100% 완벽하게 분석해 내겠어!'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었던 것처럼, 이번 '인터스텔라' 역시 우주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공간을 배경으로, 역시 익숙하게 들어 왔지만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블랙홀, 웜홀, 4차원, 5차원 이라는 개념과 현상들을 시각적으로 수긍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렇듯 학구적으로 파고든 설계 탓에 자주 그가 만든 세계는 논리적 오류나 설정의 오류라는 많은 의견들과 부딪히게 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가 그의 동생과 함께 쓴 시나리오가 과학적, 논리적 오류가 있는 가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왜 이런 방식을 매번 택하고 있는 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걸 '인터스텔라'를 통해 또 한 번 강하게 느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이렇게 영화를 복잡하고 설명하듯 만드는 것일까.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간단하게 정리하면 두 가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하나는 그 세밀한 설계 자체가 갖는 중요성, 그러니까 '인터스텔라'로 비유하자면 5차원이라는 개념을 관객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영화화하기 위해 이를 논리적으로 뒷 받침할 만한 만반의 준비와 설계를 건축하듯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더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구조와 설계 자체를 중심에 둔 다는 얘기다. 사실 대다수가 이 의견에 손을 들어줄 텐데,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사실 이렇게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인셉션'을 보고나서 부터인데, '인셉션'이 개봉하고 나서 흡사 논문에 가까운 영화 글들이 수를 놓았을 정도로 구조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코브'라는 캐릭터의 트라우마에 관한 아주 강력한 드라마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놀란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아내를 잃은 남편이거나 가족을 잃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의 분석은 이미 여럿 있어 왔는데, 여기에 더 힘을 보태서 이런 설정들이 어쩌면 그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설계한 구조적 배경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그가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인터스텔라'를 보며 또 한 번 강하게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결국, 기억을 이야기할 때도, 꿈 속의 꿈을 이야기할 때도, 코스츔을 입은 외로운 영웅을 이야기할 때도, 그리고 우주 속 웜홀 뒷편의 5차원을 이야기할 때도 결국 한 인간의 드라마를, 더 나아가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그런 측면이 놀란의 모든 영화에 드러나고 있다고 봤을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다크나이트'의 경우 이 가운데 가장 감정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편이고, 이 작품 '인터스텔라'는 가장 직접적으로 감정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셉션'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구조의 황홀함에 압도되어 만족감을 얻기에 벅찼었지만 두 번째 관람을 하고 나니 너무도 명백한 코브의 슬픈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셉션'은 놀란 영화의 큰 두 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설계와 감정, 혹은 설계와 낭만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인터스텔라'는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 후자에 더 큰 비중, 아니 비중이 크다기 보다 더 노골적인 표현이 담긴 작품이었다.



(다음 단락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노골적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데에는 역시 '사랑'이라는 개념의 표현 방식 때문이 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른 작품은 물론이고 감정적이라고 느꼈던 '인셉션'에서도 그 표현 방식은 직접적이지는 않은 편이었는데 '인터스텔라'에서의 후반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서는, 오히려 한편으론 이런 우주 영웅 가족영화에 대명사로 불리우는 '아마겟돈'보다도 더 강력한 세기로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정서가 자리잡고 있었다.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서 영화의 중반부까지 우주와 웜홀에 대한 방정식을 풀 듯 논리의 파도를 따라오던 관객 입장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의 해답은 사랑, 사랑이야!'라는 영화의 후반부가 맥이 빠질 수 밖에는 없는 노릇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론 '인터스텔라'의 방식이 조금 직접적이었을 뿐 놀란의 영화는 항상 이런 드라마를 바탕에, 아니 중심에 놓았었기에 크게 이질적인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 사랑이었어!'라는 식의 전개는 이 5차원이라는 개념을 재료로 하기엔 너무 1차원적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게 마련인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마치 찰리 카우프만이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을 통해 본인의 메세지를 정말 끝까지 밀어 붙였던 것처럼, 본인이 항상 두 손에 쥐고 있던 설계와 감정의 개념을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개념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아니었나싶다. 이 작품에서 후반부 사랑의 개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인간의 사랑이야말로 차원을 넘어서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이 존재한다 라는 식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가설을 꺼내놓는데, 바로 사랑이라는 개념이 아직 인간이 알아 낸 과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인간이 발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혹시 설명할 수 없는 과학적 개념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즉, 사랑이라는 것이 감정의 산물이 아니라 일종의 과학적 산물 혹은 미래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설명이 가능한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러한 접근은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접근이었는데, 처음엔 이 같은 영화의 태도가 '와, 정말 대단한데!'라고만 느껴졌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 작품의 기반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 (Contact, 1997)'가 던진 화두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히 경험한 것'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메시지로 채용했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즉, 아빠가 똑같이 딸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은 맞지만 그 이유가 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영화가 바라보든 태도는 이전 다른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인터스텔라'가 왜 흥미로운 작품인지를 또 한 번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콘택트'와 근본적으로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콘택트'는 이 광할한 우주에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공간 낭비인가 라는 말처럼 외계 생명체에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지만, '인터스텔라'는 그 중심이 외계 생명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 혹은 인간의 진화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스포일러 끝!)



어쨋든 '인터스텔라'는 놀란의 다른 작품들처럼 하나 하나 따져보면 '왜 그런한가?'에 대해 소품이나 배경, 인물, 대사 등 모두 이유를 찾고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영화일테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런 것들을 다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더 강력하게 드러난 낭만적인 가족 드라마이기도 했다. 뒤돌아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은 다들 순수하리만큼 낭만적인 인물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였던 것 같다. 마치 더 이상 막는 것이 불가능한 디지털의 시대에 끝까지 필름 촬영을 우선하고 3D를 배제해 온 그 처럼 말이다.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5차원이라는 걸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건 '그래비티'의 우주를 경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체험이었어요. 오히려 이 부분은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오면 서플먼트를 통해 좀 더 구조적인 뒷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 한스 짐머의 음악이 참 좋았어요. '다크나이트' 이후 가장 인상적인 그의 작품인듯. 김혜리 기자의 말만 따라 정말로 놀란 작품만 특별히 더 신경 써주는 것 같은 느낌이 ㅎㅎ


3. 본문에도 전반적으로 뉘앙스를 밝혔지만 개인적으로 놀란은 '5차원은 이렇게 표현하면 되겠다!'라는 것을 생각했던 것 만큼, 극 중 쿠퍼가 비디오를 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을 먼저 떠올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극의 구성상 중간 정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마치 마지막 대사를 하려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까 싶었던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처럼 감정적으론 이 장면을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싶은.


4. 그냥 다른 얘긴데, 만약 이 영화를 그대로 번역해서 '별과 별 사이'로 개봉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네요. 감독이 전한 의도는 분명 '별과 별 사이' 일텐데 이를 그대로 번역하면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되어버리는 묘한 영어 제목 번역의 현실. 꼭 이 작품 만의 얘기가 아니라 가끔 미국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제목들을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지 궁금해지더군요. 우리는 아무래도 영어 그대로를 제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보니 오히려 번역하게 되면 느낌이 애매해지는 경우도 발생하다보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Legendary Pictures 에 있습니다.





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 An Unexpected Journey, IMAX HFR 3D, 2012)

피터 잭슨의 다르지만 같은 삼부작의 시작



J.R.R.톨킨의 반지 삼부작을 훌륭히 영화화 하는 데에 성공했던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보다 앞선 이야기를 다룬 '호빗 (The Hobbit)'을 차기 작으로 선택했을 때는 당연히 반지의 제왕의 팬으로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수준을 또 한 번 격상 시킨 멋진 작품이었기에, 피터 잭슨이 다시 한 번 중간계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에는 당연히 우려보다는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원작을 읽어본 입장에서 '호빗'은 분명 '반지의 제왕'보다는 좀 덜 재미 있을 것이라고 (이건 명확한 상대 비교다) 예상을 하고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을 하였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에는 못 미치는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을텐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이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를 너무도 닮아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시리즈의 제목은 '호빗'이지만 아직은 호빗인 '빌보 배긴스'보다는 드워프인 '소린'이 더 주인공스럽다)



이건 원작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즉 피터 잭슨의 문제 만은 아니라 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톨킨의 두 작품은 같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조금 다른 시기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로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이야기 측면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피터 잭슨 역시 자신이 이미 만들어 놓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방식을 그대로 '호빗'에도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호빗'에 나오는 각각이 캐릭터는 그대로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겹쳐 놓아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뭐 몇 몇은 동일 인물이니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 줄거리의 구성 역시 '반지원정대'의 구성을 그대로 취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같은 원작 자와 같은 세계관, 비슷한 설정의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 아니라, 이미 영화화 된 '반지원정대'의 구성과 카메라 앵글, 음악, 캐릭터 활용 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얘기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회색의 간달프는 확실히 아직 빌보가 힘을 얻기 전이라 그런지 더 큰 비중을 드러낸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간달프라는 캐릭터의 위치는 이 중간계의 세계관에서 정말 흥미로운 일들을 발생 시키는 듯 하다.)



조금 심하게 얘기하자면 '호빗'과 '반지의 제왕'은 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유사성이 발견되다는 얘기다. 이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원작이 같은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피터 잭슨의 영화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호빗'은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다음 장면과 다음 시퀀스를 예상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앞으로 나올 두 작품의 줄거리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호빗'은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다. 169분의 긴 러닝 타임이었지만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이 영화에게 내가 걸고 있던 기대가 앞서 말한 새로운 것에 대한 것도 있는 반면, '반지의 제왕'을 보며 느꼈던 판타지 영화의 쾌감을 다시 한 번 보고자 하는 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 더 명확하게 얘기하자면 피터 잭슨이 영화화 하는 완전히 새로운 중간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원작의 관계가 그러하듯 새로움의 즐거움이 아닌 반가움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점이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소린은 정말 상남자다. 그는 간달프와 한 화면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절대 드워프로 믿기 어려울 정도의 미모와 비율을 가졌다!!)


그러니까 이 '다르지만 같다'라는 점은 묘하게 장점과 단점이 모두 된다는 얘기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후 이야기할 48프레임이라는 기술적인 측면과 더불어 가장 크게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나 한 사람 안에서만 봐도 두 가지 측면이 이렇게 장단점으로 확연히 구분되는데, 관객 개개인이 느끼는 호불호야 당연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좀 더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과 그것을 영화화하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새로운 전달 법과 구현 방법으로 '호빗'을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가 더 컸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호빗'에 있어서 영화 팬들 사이에서 더 큰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점이 바로 HFR, 즉 48프레임의 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실제로도 이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될 수 밖에는 없지 않나 싶다. 제목에 있는 것처럼 나는 이 영화를 아이맥스 3D HFR로 보았는데, 아이맥스와 3D는 기존에 이미 익숙한 것이니 재쳐 두고 48프레임만 두고 보자면 확실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극도의 사실적인 표현, 화면의 부드러움이 고도화되어 기존의 영화 화면과는 다른 HD카메라로 일상을 찍은 영상 같은 느낌을 주는 영상은 1차적으로는 일단 이질감을 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 48프레임 화면을 들어 '서프라이즈' 같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될 정도의 이질감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48프레임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것이 단순히 처음이라서 겪는 이질감인지 이 포맷 자체에 대한 거부감 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는 아날로그의 필름 영상도 물론 좋아하지만, 가급적이면 더 선명하고 명확한 디지털 화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디지털로 상영하는 관에서 감상을 주로 해오곤 했는데, 그건 아이맥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즉, 아이맥스로 촬영된 영화라면 가급적 최고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이맥스 포맷으로 관람을 해왔다는 얘기다. 다시 48프레임으로 돌아와서, 이번 '호빗'을 보고 든 생각은 과연 48프레임이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과 아이맥스의 경우와 같은 관계로 읽을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이 너무도 부드럽고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영화 같지 않고 진짜 같은 영상이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졌지만, 그것이 과연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가? 라는 질문에 있어서 단순히 그 동안 좋아했던 영화의 방식과 다른 방식이어서 만의 문제일까?라는 재 질문을 던져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해서 이야기하자면 48프레임으로 제작된 호빗은, 내가 '영화'라는 이름으로 보던 영상의 특징은 상당히 사라진 측면이 있었다. 그것이 기술적 측면으로 보았을 때 다운 그레이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라 할지라도 말이다. 각자의 호불호를 떠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 신기술의 활용에 대해 드는 느낌이라면, 적어도 지금 구현된 형태가 완성형이라면 앞으로 시간이 흐르더라도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48프레임이라는 기술의 사용이나 구현 기술에 있어서 아직 완성형은 아니라고 보았을 때, 당장 '호빗'의 속편 들에서는 지금보다는 좀 더 이 기술을 (혁신적이더라도) 자연스럽게 영화라는 장르에 안착 시키는 발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활용에서는 CG가 사용된 장면들에 있어서 실사와의 결합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더 도드라지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들도 앞으로는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되기에, 기술적 측면에서는 속편이 더 기다려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골룸의 등장은 그 자체로 반가움이었다. 골룸의 연기력은 그 어떤 배우보다도 훌륭하기 때문)



결론적으로 피터 잭슨의 '호빗 : 뜻밖의 여정'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팬으로서 반가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드는 작품이었다. 반가움의 측면이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직접적이었던 경우는 반감이 커지는 경향이 있었으며, 조금은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남기기도 했다. 48프레임이라는 새로운 영상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는 없는 점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만 놓고 보면 48프레임의 활용이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피터 잭슨과 제작진이 속편 들을 통해 이 새로움을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녹여 내리라 한 번 더 기대해 본다. 



1. 문제가 되었던 국내 아이맥스 HFR 3D 상영관의 싱크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더군요. 상암 CGV에서 보았는데 전혀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2. 2회차 관람은 HFR 3D Atmos 관으로 할 작정입니다.


3. 예전에 원작 소설을 읽었었는데 당시는 잘 집중하고 읽지 못했는데, 이제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구요. 어렴풋한 기억만 떠올려보아도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네요.


4. 어쨋든 중간계는 매력적인 곳이에요. 남은 두 작품을 통해 피터 잭슨이 다시 한 번 이를 입증 시켜주길 기대해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New Line Cinema 에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에이리언 (Alien, 1979)'의 프리퀄로 먼저 알려진 작품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실 개인적인 기대의 포인트도 여기에 머물러 있었다. 프리퀄 이란 형태는 기존 작품들의 장점들을 그대로 계승해 최대한 신작이 갖는 벽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 전개 등 여러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계점도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도 성립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이것은 부수적인 기능의 수행일 뿐, 독립적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고 오히려 1979년 작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프로메테우스'의 파편과도 같은 작품으로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의 압도적인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압도적인 인트로. 태초의 지구로 예상되는 무인지경의 자연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엔지니어'로 불리는 이는 어떤 액체를 마시고는 분열되어 폭포 아래로 떨어지고, 분열된 이 자의 DNA는 물 속에서 다른 것들과 함께 결합되어 간다.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이 글 후반부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어떤 설이 정설인지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는 듯 하다. 만약 이 인트로가 100% 영화를 규정 짓는 장면이라 반드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만 이 인트로의 중요성은 영화를 곱씹어보면 볼 수록 느끼게 된다), 100%는 아님을 바로 이어지는 데이빗 (마이클 패스밴더)의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에 홀로 깨어 농구도 하고 다른 사람의 꿈(과거)도 훔쳐보고 영화도 보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모티브가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데이빗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를 보고 극 중 로렌스의 대사와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개인적으로도 고전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여러번 보았던 작품인지라 '프로메테우스'에서 인용되는 순간, 데이빗의 존재와 맞물려 바로 영화의 모티브를 연결해 볼 수 있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피터 오툴이 연기한 로렌스는 영국인과 아랍인 사이에 모두 속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철저히 홀로 존재했던 외로운 존재였으며, 그렇기에 한 쪽이 아닌 양쪽의 부담을 심리적으로 모두 감당해야만 했던 안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로렌스는 양쪽을 모두 아우를 만큼의 믿음을 갖고 있었던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로렌스의 중간자적인 캐릭터는 '프로메테우스'에 와서 조물주(엔지니어)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로봇 데이빗으로 투영되었으며, 로렌스가 그러하였듯 데이빗의 시작과 결말도 이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꼭 데이빗의 이야기로 치환하지 않더라도 '프로메테우스'는 여러가지 가치들의 관계를 통해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아, 그리고 인용한 장면이 다름 아닌 '믿음'에 관한 장면이었다는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처음 데이빗이 로렌스를 보고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장면은 일회성이 아닐까 했는데, 결국 데이빗은 끝까지 로렌스의 헤어스타일을 고집한다. 다시말해 데이빗은 물론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단단히 결심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터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말하고자 하는 믿음은 죽음에 관한 (Mortal) 것과 연결된다. 죽음을 앞두고 영원을 누리기 위해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웨이랜드 사의 회장 피어 웨이랜드, 죽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데이빗 그리고 불멸의 존재로 인간들에게 그려지는 엔지니어들까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멸의 존재로 예상되었던 엔지니어들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가 처음 가졌던 질문이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것이었다면, 엔지니어들 역시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시점에서 이 방향성 역시 변화를 겪게 된다. 창조주로 생각했었던 엔지니어들이 신과 같은 존재라기 보다는 진보한 또 하나의 존재(유한한)라는 점과 그들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 역시 인간들이 기대한 '무엇'이기 보다는 그들의 필요에 의한 다른 무엇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정답을 내놓기 보다는 이 질문을 던지게 된 배경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모든 캐릭터와 관계들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앞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통해 믿음의 메시지를 던졌던 '프로메테우스'는 결국, 각기 다른 것을 믿었던 이들의 믿음이 생기고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 전 각 문명들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를 보고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쇼'와 '찰리' 박사, 그리고 이들이 생명을 주었다면 죽음마저 앗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피터 웨이랜드와 이런 웨이랜드의 생각을 믿지 못하는 비커스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 만이 갖고 있는 믿음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보게 된다. 아마 '프로메테우스'가 좀 더 명확한 하나의 답을 주고자 했던 영화였다면 처음 가졌던 믿음을 그대로 끌고 갔거나 아니면 그 믿음이 철저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으로 마무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겪고 난 다음 새로운 믿음이 생겨나는 과정까지 열어두었다. 즉, 이 영화는 워쇼스키의 '매트릭스' 처럼 하나의 가설을 두고 다양한 논리와 철학으로 설득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만이 답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작품이라는 얘기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직간접적으로 하나의 정답만이 의미 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답을 찾으려는 것 자체, 혹은 인물들 각각이 선택한 그들 만의 답이 모두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닌 모두가 답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이야기한다. 쇼나 찰리가 꿈꾸던 창조주의 모습은 아니지만 엔지니어로 불리는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했거나 그렇지 않고 우연에 의해 창조했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인트로 장면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도록 연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추후에 알려진 오프닝의 확장된 장면을 포함하더라도 그렇다), 엔지니어들의 우주선에서 발견된 수 많은 괴생물체들의 존재가 가둬두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인지, 양육하기 위함이라면 정확히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영화는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만약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창조한 것이라면 이 모든 일들이 끝나고 지구로 귀한하지 않고 그들의 행성으로 답을 얻기 위해 떠나는 쇼의 여정이 더욱 의미있을 것이고, 우연에 의한 창조였다면 이 우연이 가져오게 된 결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따져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영화가 '에이리언'의 프리퀄로서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가 명확한 '에이리언'의 프리퀄이었다면 에이리언의 탄생과 존재에 대한 더 확실한 모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그 좋은 예)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프리퀄 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연에 근거한 탄생론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트로 장면으로 미뤄봤을 때 처음에 이 검은 물체는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함께 산화해 버렸으니까), 쇼의 몸에 잉태되어 진화한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엔지니어와 만나게 되었을 땐 엔지니어를 숙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잉태와 숙주라는 개념은 '에이리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 이 장면이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조금 정리를 해보자면 '프로메테우스'에 존재하는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우는 수많은 단서들은 여타 다른 영화들에서 단서가 활용되는 것들과는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단서를 활용하는 보통의 방법은 단순히 늘어놓기 위함이 아니라 언젠가는 (혹여 이번 영화에서가 아닐지라도) 반드시 풀기 위한 복선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프로메테우스'의 수많은 단서들은 반드시 풀기 위함이 아니라 푸는 과정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왜 엔지니어는 인간을 창조했는가? 데이빗의 정확한 의도는 무엇일까? 엔지니어는 인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한 것일까? 왜 엔지니어는 이 곳에 군사기지 같은 곳을 만들어 놓고는 우주선 안에 엄청난 수의 '무언가 (이것이 나중에 모습으로 진화할지 몰랐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를 담고 어디로 향하려고 했던 것인가? 등의 질문은 물론, 처음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같은 우주선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는 점으로 미뤄 각 우주선 마다 이 정도의 괴생물체가 존재할 것은 물론 또 다른 엔지니어 생존자가 숙면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도 남겨두었을 정도로, 해결되지 않은 일들과 질문들이 이 영화엔 가득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작품이라고 봤을 때, 위의 늘어놓은 질문들은 어쩌면 여러 번의 기회일런지도 모르겠다. 정답이 필요한 질문이었다면 여러 개의 질문과 의문을 던질 필요조차 없었겠지만 이 영화와 같은 경우라면, 더 많은 기회를 통해 과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핵심인 영화이기 때문에 의문점들, 아니 한 가지로만 해결되지 않는 미완의 것들을 일부러 여럿 남겨둔 셈이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이 모호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확함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1. 아이맥스 3D 감상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3D는 둘째 치더라도 이 영화에 아이맥스라는 포맷은 정말 필수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인트로의 그 광활한 아이슬랜드의 풍광은 아이맥스의 대화면으로 볼 때 그 위엄이 제대로 느껴지더군요. 이러한 압도적 위엄이 있어야 이 영화의 초반 분위기가 성립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거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덧없음을 인트로는 말없이 얘기하고 있죠), 아이맥스 3D의 관람을 강추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이 스케일은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구요.


2. 속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이해한대로 라면 속편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네요. 속편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구요. 이미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던지고자 한 질문에 충실한 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3. 아무리 생각해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인용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자 대단한 시도였다고 생각되네요. 그 인용 하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물론이요, 데이빗이라는 캐릭터에게 이전 '에이리언' 시리즈의 비숍에게는 없는 '공감대'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페스벤더의 연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4. 일단 한 번 쏟아내지 않으면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깊은 인상을 안긴 작품이었습니다. 한 번 쏟아내고나니 그나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지만, 한 번 더 보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쏟아내고픈 욕구가 발동하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타이타닉 (Titanic, IMAX 3D, 2012)

3D로 다시 본 타이타닉 그리고 1998년의 추억



최근 아이맥스 3D로 재개봉한 제임스 카메론의 대표작 '타이타닉 (Titanic, 2012)'를 보았다. 최근 본 영화 '건축학개론'도 그랬지만 이 영화 '타이타닉'은 나로 하여금 90년대를 다시금 추억하게 만들었는데, 한 편으론 '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났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은 사실 지금처럼 영화를 열심히 보지는 않던 어린 시절에 본 영화라 복잡한 의미나 생각보다는, 훨씬 간결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이었는데 3D나 아이맥스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추억 속의 대작을 극장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보게 된 '타이타닉'은 이미 DVD를 통해 여러 차례 보았을 정도로 익숙한 영화였으나, 또 다시 빠져들도록 만드는 매력을 여전히 갖고 있는 작품이었으며, 10년이 넘는 세월이 만들어낸 또 다른 감정과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는 두근대는 경험이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보고 또 봐도, 탄성이 마음 속으로가 아니라 입밖으로 터져나올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디카프리오의 저 미모!!)


이번에 '타이타닉'을 극장에서 대화면으로 다시 보며 새삼 느낀 바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이고 위대한 부분은 타이타닉 호의 엄청난 스케일이나 재난을 현실적으로 그린 부분이 아니라, 주인공 '잭 도슨'이라는 캐릭터를 관객들이 사랑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관객들이 잭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잭이 로즈를 구해준 댓가로 부자들이 참석하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고 시계 아래 계단에서 로즈를 기다리던 그 때. 계단 위 로즈를 발견하고 지긋이 위로 로즈를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마스크는 모든 관객을 로즈와 같은 느낌을 받도록 만들었다. 즉, 이 순간 자기도 모르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극중 '잭'에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허름한 주인공이 그럴싸한 옷으로 치장하고 나타나는 수 많은 장면들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는 '타이타닉'의 이 장면을 가장 최고로 꼽고 싶다. 그리고 이번 재관람에서도 역시 (뻔히 다 알면서!!) 바로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또 한 번 탄성을 내뱉을 수 밖에는 없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1998년 개봉 당시 극장 내에서는 디카프리오가 처음 양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섰을 때 여기저기서 '우아~'하는 소리가 객석에서 터져나왔으며, 위에서 언급한 바로 저 장면에서 역시 정말 날개를 단 디카프리오를 보고는 '멋있다~' '하트 뿅뿅'의 탄성들이 터져나왔다. 물론 이 장면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배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는 했지만, 바로 이 순간 관객들은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잭'에게 완전히 빠져들게 되어 이후 잭이 겪게 되는 러브 스토리와 대재난의 과정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로즈, 이리와서 3D 체험 한 번 해볼래요?)


3D 아이맥스로 본 소감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3D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들에 비해서 입체 효과가 두드러지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으나 억지스러운 효과 (일부러 입체 효과를 내려고 굳이 만들어낸 장면들 같은)는 찾아볼 수 없었다. 3D에 대한 기대치가 높거나 화끈한 입체효과를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는데, 개인적으로는 1997년 작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수준의 적절한 효과였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건 '타이타닉'의 가장 대표 명장면 중 하나인 두 주인공의 '두 팔벌려 타이타닉 자세(?)' 장면인데, 이 장면을 3D로 보고 있노라니 제임스 카메론이 이 장면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3D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 다름이 아니라 잭은 로즈에게 눈을 감으라고 하고는 로즈를 위에 올라가도록 하고는 눈 앞에 펼쳐진 대양을 한 눈에 들어오도록 체험을 시켜주는데, 이것이 바로 3D입체 체험이 아니었나 싶다 ㅋ (로즈도 '날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체험 소감을 밝히지 않았는가!). 워낙에 이런 기술 쪽에 관심이 많은 제임스 카메론이다보니 이렇게까지 연결지어 생각되는게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3D도 좋지만 아이맥스라는 포맷이 '타이타닉'을 즐기는데에 좀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워낙에 스케일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인지 아이맥스라는 포맷을 만나니 확실히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역시 여러 번이나 보았던 장면임에도 '와~'하는 탄성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아이맥스라는 대화면의 영향이 컸다.




(1998년 당시 서울극장에서 본 '타이타닉' 영화 입장권. 잘 보관한 탓에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


'타이타닉'을 처음 극장에서 본 건 1998년이었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 여름 방학 기간 중이 아니었나 싶은데,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종로의 서울 극장에 가서 긴 줄을 서서 티켓을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지금처럼 멀티 플렉스도 없고(혹은 많지 않고) 영화를 보려면 거의 무조건 종로(서울극장, 스카라, 대한극장, 피카디리)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개봉관 하면 제일 먼저 서울극장을 떠올리곤 했던 때라 '타이타닉' 역시 이 곳에서 보게 되었다. 얼핏 기억으로는 당시 '타이타닉'부터 극장 요금 상승을 적응하는가 마는가를 가지고 애국심까지 들먹일 정도의 티켓 가격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어쨋든 그 만큼 화제작이었고, 음...화제작이었다.


당시 반 친구들과 '타이타닉'을 보고 나와서 한 참 동안이나 여운에 빠져 살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제곡인 'My Heart Will Go On'은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세뇌되다시피 했었으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인상은 남자인 나로서도 무척이나 강한 인상을 남겼으니 여자 아이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는 말 다했다. 당시에는 워낙에 레오의 팬덤이 대단했고 아이돌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무거운 케이트 윈슬렛 때문에 우리 오빠가 그리 되었다 ㅠ'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었다 ㅋ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본래 다시 보게 되는 영화는 아예 다른 포인트로 감상을 하게 되거나, 놓쳤던 장면들을 새롭게 만나는 재미가 주를 이루게 되는데, '타이타닉'의 경우 10년 넘는 세월이 흐르기도 했지만 (그 중간에 DVD로 본 걸 감안하면 5년 정도?)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처음 보는 것과 동일한 감상을 할 수 있었다. 다 아는 내용은 물론 장면 하나하나도 다 기억할 만큼 익숙한 작품임에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푹 빠져서 울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이야 말로 '타이타닉'이라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나 싶다. 아... 오늘은 하루 종일 타이타닉 OST를 들으며 대양의 심장이 어디쯤 있을까 모험을 계획해 봐야겠다.



1. 예전 극장 자막까지는 기억이 100% 안나지만, DVD로 봤을 때의 자막과는 아이맥스 번역이 조금 달라졌더군요. 침몰 직전까지 연주하던 악사들의 마지막 대사는 '오늘 밤 자네들과 연주하게 되어 영광이었네'라는 번역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늘 밤 자네들과의 연주 즐거웠네'로 번역되었고, 마지막 빌 팩스톤의 대사에서도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는 걸 잊었다'라는 식의 대사가 아주 인상적이었었는데, 이번 아이맥스에서는 없더군요. 몇 군데 비슷한 사례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2. 예전엔 몰랐었는데 극중 로즈를 수발들던 여 하인이 나중에 침몰 될 때 추락해 죽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3. 회사에 아직 '타이타닉'을 제대로 안 본 분이 있더군요!! 어찌나 부럽던지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쿵푸팬더 2 (Kung Fu Panda 2)

포의 근원을 찾는 두 번째 이야기



헐리웃에서 만든 작품답지 않게 동양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패러디 수준이 아닌 오마주로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전연령이 즐길 수 있는 재미까지 담고 있던 작품이 바로 '쿵푸팬더'였다. 전편에 대한 만족감이야 개봉 당시 리뷰와 블루레이 리뷰 등을 통해 이미 얘기했으니, 이 글에서는 바로 최근 개봉한 속편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려고 한다. 영화 '쿵푸팬더 2' 역시 이런 생략이 가능한 작품이었는데, 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설정을 전편에서 끝마쳤기 때문에 속편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에 휩쓸린 포의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속편들이 전편만 못한 이유는, 전편에서 비중있게 그리는 캐릭터 설정과 히어로물의 경우 (쿵푸팬더는 어쨋든 운명론에 근거한 히어로물의 범주로 볼 수 있겠다) 평범한 주인공이 히어로가 되는 과정에서 얻는 재미와 감동을 속편에서는 다시 만나볼 수 없는 태생적 이유 때문일텐데, '쿵푸팬더 2'는 이러한 단점을 1편에서 암시했던 포의 출생의 비밀, 팬더인 포의 근원을 찾는 이야기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사실 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이 '비밀'이라고 하기 부끄러울만큼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그 자체보다는 그 배경을 둘러싼 이야기와 사건들을 통해 포가 한 걸음 또 성장하는 계기를 그려내고 있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전편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통해 교훈을 주려 했다면, 속편은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통해 또 다른 교훈을 주려고 하고 있다. 전편에는 '타이렁'이 있었다면 속편에는 공작새인 '셴'이 등장하는데, 이 '셴'이라는 캐릭터 역시 '타이렁'과 마찬가지로 본디부터 악당이었다기 보다는 부모에게 상처를 받고 내몰려 반대에 서게 된 캐릭터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러한 점이 이 '쿵푸팬더' 시리즈가 갖는 특별한 (어쩌면 가장 특별한) 점이 아닌가 싶다.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차원이 아니라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운명론과 결부하여 깊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글이 아닌 별도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다뤄볼 예정이다.


그 결과가 허무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쿵푸팬더 2'는 포의 근원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정이다. 전편이 '용의 전사'로서 각성하게 되는 과정이었다면, 속편은 이미 용의 전사로 활약하게 된 포가 자신의 부모와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동시에 '마음의 평화'를 통해 쿵푸의 고수로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 모두 포의 근원과 관련된 것으로서 결국 하나의 여정으로 볼 수 있을텐데, 영화가 선택한 이 여정의 방법론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만약 단순히 포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것으로 국한시켰더라면 굉장히 심심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며, 이 영화가 상당히 힘을 주어 얘기하고자 했던 '쿵푸'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두 가지 이야기의 적절한 접점을 찾은 것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쿵푸팬더 2'의 이야기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 시리즈가 애초에 몇부작으로 기획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시리즈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2편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지루하지 않게 오락적 요소와 맞물려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3D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편에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쿵푸팬더'는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조명(Lighting)에 굉장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애니메이션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사영화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텐데, 그 가운데서도 '쿵푸팬더'는 매우 세심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조명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연광을 논하는 것이 우습지만, '쿵푸팬더 2'에서는 이 작품 속 자연광의 사용이 실사 영화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조명에 있어서 기술적인 우월함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다양한 밝기의 배경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실내와 실외, 자연광과 인공 조명, 불빛과 반사광 등 다양한 조명의 활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작품의 장점은 추후 블루레이를 통해 좀 더 확연히 표현되지 않을까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아이맥스 3D의 볼거리도 충분한 편이다. 최근 들어 3D포맷으로 개봉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반대로 3D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하고 있기도 한데, 이는 4D 상영이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과 3D가 별로 연관이 없지만, 억지로 포맷에 끼워맞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쿵푸팬더 2' 아이맥스 3D는 포맷과 작품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미 입체 영화의 신기함에는 제법 익숙해진터라 더 이상 입체만을 강조하는 3D영화는 의미가 없지만, 아직까지 입체 효과에 신기함을 갖고 있는 관객들이라 하더라도 '쿵푸팬더 2'는 나쁘지 않은 3D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굳이 입체임을 억지로 뽐내지 않으려는 작품들의 단점이라하면 3D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포의 회상장면의 경우 일부러 2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좀 더 대비되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회상 장면의 경우 일반적인 본편이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고 보았을 때 별도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두어, 관객들로 하여금 더 이상 본편을 애니메이션에 국한되어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대비는 '쿵푸팬더 2'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멀리하는 터라, 이 영화의 감독이 한국계 여성인 여인영 감독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싶었다. 왜냐하면 작품을 보는 내내 오히려 전편보다 더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장면과 설정들이 나오는 걸 보고는 '어떤 서양 감독인지 중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을 만큼, 어설픈 설정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계 감독이 아닐까? 라는 예상마저 했을 정도였는데, 중국이 만든 화약이라는 점을 스토리에 깊게 녹여낸 점이나 예전 '황비홍'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사자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퀀스, 그리고 중국의 곳곳을 표현해 낸 디테일은 단순히 설화나 전설에 기대어 만든 것이 아니라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만들어 진 것임을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아,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도 이런 세계적 블록버스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사실 앞서 여러가지 이유들을 다 재쳐두더라도 '쿵푸팬더 2'는 가족오락 영화로서 러닝타임을 신나게 즐기기에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각각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일이겠지만, 포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이다. 울고, 웃고 즐겼으니 이 정도면 대만족!



1. '쿵푸팬더 2'는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모두 디자인하였는데, 그 때문인지 다른 영화들보다 끝까지 크래딧을 즐기는 관객들이 더 많더군요. 굳이 쿠키 장면이 없더라도 관객을 끝까지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었나 싶네요.


2. 평소에도 엔딩 크래딧에 관심이 많아 주의깊게 보는 편이지만, 이번 크래딧에서는 놀라운 이름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더군요. 일단은 몽키의 목소리 역할을 맡은 성룡을 다른 캐스팅과는 다르게 'and'로 표기한 것이 이채로웠고, 캐스팅 가운데서는 장 끌로드 반담과 빅터 가버의 이름까지 만나볼 수 있어 놀라웠습니다. 그래도 가장 놀라웠던 이름이라면 길예르모 델 토로가 아니었나 싶네요. 참고로 델 토로는 'executive producer'와 'creative consultant'를 맡고 있는데,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야 말로 그의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족영화라 그의 컨설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네요 ㅎ


3. 본문에 있는 것처럼 '쿵푸팬더' 시리즈가 담고 있는 운명론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별도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이것이 이 시리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흥미로운 부분이거든요!


4. 3편도 기대가 되네요. 대충 예상도 되구요. 과연 용의 전사 포의 운명은 어찌될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reamWorks Animation 에 있습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교훈적이기까지한 드림웍스의 성공작


드림웍스는 한동안 픽사의 성공을 부럽게 바라봐야만 했었다. '슈렉'이후 주춤했던 그들에겐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던 '쿵푸 팬더'가 있었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자, 이제는 픽사와 동등하게 겨뤄볼 수 있겠다'라고 미뤄보기는 어려웠던 것이, 그 이후 내놓았던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경우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경우였기 때문이다. 픽사의 가장 강한 점은 역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드림웍스는 본인들도 스토리텔링으로 바로 경쟁하기 보다는 기술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었다. 그것이 앞선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3D 포맷으로 제작한 경우였는데, 이 작품은 굳이 스토리텔링의 부족함을 꺼내지 않아도 3D효과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 드림웍스의 신작은 사실 스튜디오에게 몹시도 중요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한동안은 픽사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걸 확고히 하는 작품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한동안 픽사에게 모조리 다 빼았겨 버렸던 명성을 이제야 찾아오게 되는 자랑스런 작품이 될 것인가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명 후자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도 뻔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데에 성공한 동시에, 3D라는 측면에서는 최근 보았던 영상혁명 '아바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어쩌면 더 나은) 영상으로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흔히들 스토리텔링하면 구구절절을 떠올릴지 모르겠는데, 그것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가 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필요 없는 이야기는 거의 다 쳐낸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만약 이 작품이 실사 영화이고 주인공 '히컵'이 상처 입은 용 '투슬리스'를 타고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시퀀스 같은 것은 없는 그리고 더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요하는 작품이었다면, 아마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는 없는 구조였을 것이다. 영화를 볼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보고나서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는 너무나도 생략된 이야기들이 많다. 버크 섬에 사는 바이킹과 용들과의 대립 관계에 대해서도 아주 짧은 내레이션이 있을 뿐이고, 초반에 히컵이 선망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아스트리드' 같은 경우도 전혀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무엇보다 투슬리스와 히컵이 친해지게 되는 과정의 경우 '너무 쉽게' 이루어진 느낌을 줄 정도로 간결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드래곤 길들이기'는 치밀한 짜임새를 요구하는 작품도 아니고, 환상적인 비행 장면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략이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히컵과 투슬리스가 친해지는 과정의 간결한 묘사같은 경우는, 의미상으로도 구구절절 논리적으로 풀어낸 것보다는 '그간 오해했었다' (최근 국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오해'와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다) 라는 의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적절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리도 간결하고 쉽게 해결해볼 수 있었던 걸, 누구도 그럴려고 해보지 않았던 것 뿐이다.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이번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래곤 길들이기'를 통해 인상 깊었던 정서는 바로 '장애'와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투슬리스는 꼬리 날개에 상처를 입고 혼자 날기 어려운 용이었다. 그를 투슬리스를 히컵이 알아보고 직접 꼬리 날개를 만들어주면서 이 둘의 마음은 통하게 된다. 처음에 이 둘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은 '히컵이 조종하지 않으면 날지 못하는 투슬리스' 정도로 그려지지만 갈 수록 이 둘의 관계는 그것 이상으로 발전한다. 투슬리스는 자신이 날기 위해 - 그러니까 필요에 의해 - 히컵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히컵 역시 단순한 동정으로 투슬리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말 따지고보면 극중 히컵의 시선이나 대사에서는 거의 단 한번도 투슬리스를 동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이것조차 동정어린 시선이라고 볼지 모르지만, 히컵 같이 어린 소년에게는 아직 그런 복잡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이건 분명 어른들이 사용하는 '동정'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투슬리스의 장애는 영화의 마지막 다소 충격적인 히컵의 장애로 대구를 이룬다. 아버지에게도 인정 받고 마을을 구하는 동시에 드래곤들과 함께 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뤄낸 히컵은 안타깝게도 다리 한 쪽을 잃고야 만다. 이런 설정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전체관람가인 이런 애니메이션에서는 굳이 택하지 않았던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같았으면 모든 것을 해결한 히컵에게 영화 속에 등장했던 것과 같은 이상적인 그림이 펼쳐지며, 버크 섬의 바이킹들은 드래곤들과 함께 잘 살았더래요~ 로 마무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영화는 굳이 히컵에게 장애의 요소를 부여했다. 

그리고 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바이킹으로 나오는 캐릭터를 보면 팔과 다리가 하나씩 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극중 인물들들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보는 이들 역시 꼭 애니메이션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불편함을 별로 장애로 느끼지 못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마지막 히컵이 다리 하나를 잃게 되었을 때, 이를 두고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주변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이걸 단순히 바이킹 특유의 대범하고 쿨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런 건 어른들도 물론이지만 아이들에게 특히 교훈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편견을 갖지 않게 하는, 그러니까 투슬리스의 꼬리 날개처럼 누군가가 반드시 도와주어야 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그것 외에 묘사들처럼 장애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혹은 조금 불편할 뿐이지 많이 다르거나 틀린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는 것을 은연 중에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무엇보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싼 아이맥스 3D 티켓값을 할 정도로 환상적인 영상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몬스터 vs 에이리언'에서는 이렇다할 인상적인 3D 영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드림웍스로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3D기술 및 영상의 수준을 확실히 업그레이드 해냈다. 투슬리스와 히컵이 하늘을 자유롭게 - 여기선 정말 자유가 느껴진다! - 그리고 구름 속을 빠른 속도로, 그리고 황홀한 각도로 비행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3D에 최적화된 영상이라는 점은 여러가지 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일단 장면 속 속도나 질감 그리고 공간감 (크기)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투슬리스를 타고 구름 속을 빠른 속도로 날 때면 마치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지고, 크기 역시 커다란 캐릭터의 경우 그냥 '와, 크구나' 정도가 아니라 '와! 진짜 무지막지하게 크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이런 크기의 입체감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3D 영상은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3D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관객이 손을 절로 뻗도록 만드는 약간의 인위적인 효과와, 이것보다는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을 넘어서지 않는 한도 내에서 효과를 주는 경우. '드래곤 길들이기'는 경우의 중간 정도, 그러니까 아주 적절한 3D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별것 아닌것 같은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입체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 한편, 3D 효과를 한 껏 낼 수 있는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너무 과도한 입체 효과는 주지 않으면서도 (이 정도를 말로 표현하긴 좀 어려운데, 직접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진정 3D를 보고 있구나'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폴라 익스프레스'부터 '아바타' 까지 거의 한편도 빼놓지 않고 본 3D영화들 가운데, 3D효과 측면에서는 최고로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사실 처음에 예고편이나 포스터 등이 공개되었을 때는 이 정도의 작품일 줄은 몰랐었는데, 시사회와 먼저 보신 분들의 쏟아지는 호평을 듣고서 '과연?'하는 물음과 기대가 들었던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는 결국, 많은 호평들 속에 내 밥 숟가락 하나 기꺼이 얹어놓고 싶은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1. 전날 왕십리 CGV 아이맥스관 영사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제가 보는 날도 못보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정상화되어서 문제 없이 볼 수 있게 되었네요.

2. 

3D안경은 또 바뀌었던데 그간 써봤던 안경들 가운데서 착용감 측면에서는 가장 좋더군요. 영화 보는 내내 단 한번도 흘러내림에 신경쓰지 않고 볼 수 있었으니까요.

3. 또 블루레이를 기다려야할 작품이 생겼군요. 아, 과연 그전에 3DTV를 장만할 수 있을까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은하철도 999 리턴즈 - Episode 1 : 신비소녀 쥬라 (IMAX)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터라 TV용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국내에서 개봉하게
되는 흔치 않은 경우라던가,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역시 흔치 않은 기회들은
여러 악조건들을 감안하고서라도 꼭 챙겨보려고 애쓰는 편입니다(하지만 이런 노력도 최근에는 조금
무뎌져서, 예전에 '어린이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이누야샤 극장판 - 홍련의 봉래도>를 본 것이
이런 류의 애니를 극장에서 관람한 가장 최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이런 제게 최근 가장 관심있게 들려온 소식은 바로 '은하철도 999' 관련한 소식이었습니다.
그냥 극장판을 개봉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맥스 포맷으로 63빌딩 아이맥스 관에서만 특별 개봉한다는
소식이었죠. '은하철도 999'는 최근 EBS에서 방영하며(현재는 종영했죠) 다시금 관심을 끌기도 했었는데,
전부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보면서 새삼, 참 어린이들이 즐기기에는 너무 어려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새삼스럽지만 너무 앞서간 작품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여튼 이런 은하철도 999가 아이맥스 포맷으로 새롭게 선보인다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극장들과는 달리 예매 시스템도 편리하게 지원되지 않고(좌석제가 아니죠),
크리스마스라는 날의 특수성을 미리 고려하지 못했음에도 과감하게 63빌딩으로 수년만에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일단 영화 외적인 얘기를 조금 드리자면, 크리스마스라는 대형 이벤트 데이이기는 했지만 정말 그리도 사람들이
많을 줄을 왜 미처 생각 못했을까요. 63빌딩을 가득채운 엄청난 인파들 때문에 예매를 하고나서도,
'그냥 환불하고 어서 이 빌딩에서 탈출할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정신이 없는 분위기였는데,
63빌딩 아이맥스관의 특성상 좌석제 보다는 그냥 입장하는 방식을 택한 듯도 보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극장 분위기보다는 놀이동산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것도 그랬고, 엄청난 인파들과 섞여 자리에 앉아 '관람'이 아니라 '체험'하는 듯한 분위기도 그랬고,
전체적으로 놀이동산에서 대형화면과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관람하는 특수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러닝타임이 약 40분 남짓 인것도(가격은 대인 8,000원 이었습니다) 그러했구요.

이런 화기애매(?)한 분위기에서 관람한 <은하철도 999 리턴즈>는 일단 초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화질 자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상영 전에 볼 수
있었던 아이맥스 트레일러와 비교하여도 별로 좋은 화질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작품은 '은하철도 999'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인물과 기본 설정만 빌려왔을 뿐
완벽하게 원작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 듯 보였습니다. 좀 더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은하철도 999의 아이맥스 버전'이
아니라 '아이맥스 영화의 은하철도 999 버전'이랄까요. 999보다는 아이맥스가 위주가 된 이야기 구조와 영상들로
이루어진 작품이었습니다. 3D로 제작된 <폴라 익스프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맥스 포맷을 위한 장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999 열차가 관객들 눈 속으로 빠져들듯 지나가는 장면이라던가, 눈 바로 옆을 스치는 앵글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많았죠),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 인물들을 멀리서 이동 카메라로 바라보는 듯한 장면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은하철도 999보다는 아이맥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얘기한데에는 이런 영상적인 측면 외에 스토리에 관한
이유도 있었는데, '지구의 온난화'와 '공룡의 멸종' '갈릴레오 위성' 등 상당히 교육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었습니다.
마치 교육용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철이와 메텔의 설명을 통해 공룡들이 지구에서 어떻게 멸종했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지 친절한 설명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공룡을 등장시키다보니
영상 측면에서도 아이맥스의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구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원작인 <은하철도 999>는 어린이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상당히 심오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 작품인데, <은하철도 999 리턴즈>는 갑자기 너무 아동스러워진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너무 쌩뚱맞은
희망의 메시지라던가, 아무 설명없이 급하게 시작되고 급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했구요
(그래서 마지막에 '자, 다 같이 안드로메다로 출발!'했을 때 왠지 어울린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네요 ㅎ).

아이맥스의 초대형 화면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흥미로웠으나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게임 중간에 삽입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인물들의 움직임이 게임 속 캐릭터 처럼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요 배역들의 우리말 더빙이 어색하다보니 999스럽지 않아 어색했던 것도 있구요
(참고로 이 작품은 100% 우리말 더빙판만 상영하고 있습니다).
메텔의 목소리는 스컬리 역할로 유명한 서혜정님이 맡았는데 뭐 그럭저럭 이었다고 생각되나, 철이와 차장의 목소리는
끝내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익숙한 두 캐릭터의 목소리가 없다보니 더더욱 은하철도 999 스럽지 않았던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은하철도 999>를 생각하고 오신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메텔과 철이, 차장, 은하철도 999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익숙한 목소리도 없고, 이야기의 분위기도 사뭇 틀리니까요.
하지만 63빌딩 아이맥스 관 대형 스크린의 웅장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종의 '체험'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그리 나쁜
선택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관람보다는 '체험'이 위주가 된 애니메이션인듯 싶습니다.


1. 하록 선정과 에메랄다스가 우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

2. 엔딩 크래딧을 보니 영어 더빙 캐스트가 나오던데, 미국에서 상영하는 버전에 우리말 더빙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3. 이럴바에야 처음 999호를 타고 출발하는 장면에서 김국환의 주제곡이 신나게 울려펴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명곡을 아이맥스 대화면을 통해 들었다면 초 감동이었을텐데 말이죠;;;

4.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쥬라' 캐릭터를 보니, 왜 이렇게 '록맨'이 생각나던지요
    (쥬라의 아빠는 정말 록맨 같더라구요 ㅎ)

5. 원제를 찾아보니 '은하철도 999 별하늘은 타임머신 에피소드 1 : 태양계 공룡 멸종편' 이군요 ;;;

6. 현재로서는 1월 19일까지 상영 스케쥴이 잡혀 있네요.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