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An Inconvenient Truth, 2006)
 
9/11 테러와 관련하여 부시 행정부에 관한 섬뜩한 음모를 조소와 재치를 곁들여
대중에게 알렸던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 (Fahrenheit 911)'과
좀 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유를 들어 역시 9/11에 관련한 음모와 숨겨진 비밀들을
조목조목 밝혀냈던 '루스 체인지 (Loose Change)'같은
다큐멘터리들은 영화와는 또 다른, 그리고 뉴스와는 또 다른 전달력과 흡입력을 갖고 있다.
 
영화는 너무 감성적이고 뉴스는 너무 현실적이라 그 주제에 관해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뉴스에 가깝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두 작품들을
미뤄본다면 오히려 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화씨 911에 경우는 정말 영화스러웠다)
 
얼마전 환경문제에 관한 좋은 다큐멘터리 한 작품이 또 소개가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분을 수상하기도 한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은 잘 알려졌다시피,
현대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행동때문에 하나 뿐인 자연, 더 나아가 지구 행성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넘어서(보통은 여기까지지만;;),
이제 여기서 더 이대로 나아간다면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이 죽기 전에
더 큰 재앙을 맞닥들일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무분별한 환경 파괴 때문에, 수많은 자연재해가, 아니 인재가
자연스러운 그래프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빈도가 많아졌으며,
뉴올리언즈에 닥쳤던 카트리나 처럼 엄청난 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옛날 영화들이 21세기를 예측한것 가운데, 현재 들어맞고 있는건
매일 뉴스에서 터져나오는 기상변화와 자연재해 밖에는 없는것 같다)
 
<불편한 진실>에서 경고하는 메시지가 가장 섬뜩하고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데,
대부분의 환경 보호에 관한 이야기들이,
'우리가 지금처럼 환경을 파괴하다간 우리 먼 후손들이 피폐한 환경속에서 살게 된다'라던지,
'이대로 가다간 몇 백년, 몇 천년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등등,
먼 훗날 닥쳐올 재앙을 지금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에서 말하는 주된 메시지는 이것과는 다르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생을 마감하기 이전인,
불과 짧게는 20년, 길게는 4~50년 사이에도 이러한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미룰 수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이며,
옵션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하는 강한 메시지이다.
 
다큐멘터리 속 엘 고어의 강의 속 내용을 보자면,
실제로 많은 빙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녹아들어 이로 인해 수많은 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 빙하가 녹으며 생기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던
지역에서는 심각한 물수급 문제를 겪고 있다.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위의 사진들처럼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장소로 둔갑해버린 곳이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늘어나고 있으며, 지형 변화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재해들이 추가로 발생하는
결과마저 일어나고 있다.
 
엘 고어가 전하는 메시지가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런 환경파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대한 변화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자연파괴에 대한 수치들을 보여주고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가면서,
미국이 앞장서야, 아니 가장 지키지 못하고 있는 미국부터 지켜나가야
환경 파괴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든 앞서간다고 생각하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스스로 우월하다고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이 가장 뒤쳐져 있다는 신랄한 고발은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며, 엘 고어의 강연은 이런 부분을 의도적으로
건드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 단순히 불편한 진실을 고발하고 경고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는 '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늦지 않았다'라는 희망적인 내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과는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고 하겠다.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과, 칼 세이건의 말들을 인용하며,
이 지구를 지켜야만 할 당위성과, 구체적인 방법들을 열거하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메시지는 엔딩 크래딧과 함께 텍스트로 계속 되어진다.
 
환경에 관한 문제와 심각성은 예전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될 수 밖에는 없을 문제일 것이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이 '희망의 현실'이 되도록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행동하라고(action) 이야기하고 있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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