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IMAX DMR)
 
요 근래 가장 기대해왔던 영화, 결론적으로 기대한 것 이상에 결과물과 감흥을 전해준 영화.
 
흔히들 액션 영화 홍보 문구들을 보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라던지,
'주체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등등의 비슷한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러한 홍보문구들은 너무 빈번해져서 확 와닿지 않는것이 요즘 현실.
 
아마도 이러한 문구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작품은
적어도 최근에는 이 작품 '300'밖에는 없을 것 같다.



아시다시피 영화 '300'은 '씬 시티'로 잘 알려진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이다.
'새벽의 저주'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알린 잭 스나이더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프랭크 밀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던 씬 시티와 같이 대부분 그린스크린이나 블루스크린을
통해 촬영된 영화이기도 하다.
 
'300'을 정의하는 표현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액션, 스타일, 스케일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액션요소부터 살펴보자면 이 영화는 요 근래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인상깊은 액션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촬영이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고, 배경을 나중에 컴퓨터로
입히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그 기술적인 싱크로율은 이제 더 이상 어색한 정도를
논할 단계는 넘어섰으며, 시대상으로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특성상,
시대적인 분위기를 살려내면서도 요즘 감각에 맞는, 아니 감각을 앞서가는
초감각적인 액션과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액션이 경우, 다른 장면들도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클로즈업 장면들이 많으며,
슬로우모션 또한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300'의 액션은 R등급을 받았을 만큼 매우 잔인한 수준인데,
목이 잘리고, 잘린 목의 단면을 리얼하게 굳이 또 보여주기도 하며,
긴 창으로 쑥쑥 찔러대기도 하지만, 이러한 영화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만 아니라면,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서 매우 잔인하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그저 영상의 미학으로 먼저 느껴지게 된다.
(결코 폭력성에 익숙해져 무뎌진 결과가 아니다!)



씬 시티를 처음 보았을 때, 이전에는 없었던 스타일에 정말 놀라고 감탄했었는데,
이 영화 역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하겠다.
대놓고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완전히 '남자'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왕과 왕비 사이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에 대한 묘사들도 계속 깔려있긴 하지만,
이것은 어디나 스타일의 난무하는 러닝타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도구일뿐,
진정한 남자들과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프랭크 밀러의 전작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특유의 스타일을
여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300명으로 엄청난 대군을 상대하며 피비린내가 나다 못해, 썩어 문드러지고,
시체들이 넘쳐나다 못해, 시체들로 높은 벽을 쌓아내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 흐르던 독백은 매우 간결하다.
 
'시작이 좋았다'
 
실컷 피흘리고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첫 날 마치고 나서도
한다는 말이, 첫날부터 시작이 괜찮았다 라는 것이다.
 
이런 쿨한 스타일이 어디있는가 ;;



이 영화는 또한 스케일로 말하는 영화이다.
반지의 제왕이 엄청나게 히트한 이후로 왠만한 스케일에는 관객들이 놀라거나
겁내거나 하는 일이 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인데,
이 영화 역시 그 동안 없었던 스케일은 아니지만(숫자적으로),
분위기와 연출력, 스토리상의 이유로 동일한 스케일일지라도 훨씬 배가 되게 느껴지게 된다.
 
반지의 제왕에서나 볼 법한 기괴한 크기와 생김새의 동물들과
기괴한 가면을 쓴 페르시아의 정예부대 '이모탈',
그리고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왕 크레르크세스의 신비스럽고도 소름돋는 모습까지.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자꾸말하지만)반지의 제왕에서 본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는 바로 스케일이었다.
 
비슷할 수 밖에는 없는 전투적인 요소들을
촬영기법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스케일로 더 멋지게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모탈이나 크레르크세스의 쉽게 말해 '뽀대'에 대해서 말했지만,
이들보다 더 멋진 것은 별 치장은 하지 않았지만, 아니 치장은 커녕 우리가 예전 로마시대나
그리스 시대를 다룬 영화들에서 그대로 보았던 것 처럼, 망토와 팬티 차림 뿐이지만,
그 어느 기괴한 부대들보다도 멋져보였던 이유는, 스파르타 군사들의 멋진 근육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위해 주연배우들이 촬영 몇 개월 전부터 이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니을 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갑빠'일 정도로 배우들의 노력과 후보정으로 만들어진 근육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정말 그 자체만으로도 볼 만 하다.
 
그래서인지 상대편 전사들에 비해 스파르타군은 이렇다할 갑옷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한 번도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전투는, BC 480년 7월 제3차 페르시아전쟁 때 테살리아 지방의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일어난 전투로서,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패의 분수령이 되었고 이후 동서양 역사를
뒤바꿔 놓았으며 동서양의 구분에 대한 개념 또한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게 된 시초가 되기도한
중요한 전투였다.

실제로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소수의 정예부대가 대군을 맞아 싸웠고,
레오니다스 왕을 비롯한 모든 병사가 전사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영화가 사실과는 다른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 속 스파르타의 모습을 보면, 전 그리스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정의롭고, 강력하며 선한 존재로 그려지고, 페르시아는 폭군의 악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페르시아나 스파르타가 어느 쪽이 선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강인한 스파르타 군대에 비해 페르시아 군대는 오합지졸이며,
일부는 인간이 아닌듯한 괴물의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같은 모습은 분명히 현재 이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리 달가운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독재와 폭군이며 악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크레르크세스 황제는 실제로는
폭군이 아니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백인들은 영웅이고 유색인종들은 미개인과 악당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인종 차별에 골 깊은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잭 스나이더가 정치적인 감독도 아닐 뿐더러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의도를 가진 작품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삼을 정도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에
'이 영화는 100% 실화입니다'라는 문구가 없다면
허구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도 사실여부에 민감하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



여하튼 이러나저러나 이 영화 '300'은 정말 최고다!
특히 앞서 말한 스케일을 120% 느끼기 위해 반드시 'IMAX'포맷으로 즐겨야 한다.
특별히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위해 클로즈업이 많고 와이드한 컷이 많은 영화이고,
IMAX DMR로 만들어진 영화임으로, 반드시 최고의 포맷으로 즐겨봐야 한다.
 
액션과 스타일만으로 여운이 남는 영화는 매우 극히 드문데,
 
이 영화 300은 시종일관 액션과 전투만 했지만,
 
여운이 남는다.
 
잔상이 남는다.
 
그 만큼 인상적인 21세기의 초감각 액션영화!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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