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작품 중 하나인 봉준호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설국열차 (Snowpiercer)'의 새로운 캐릭터별 스틸컷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캐릭터 스틸은 예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았던 여권에 포함된 컷들인데, 이렇게 웹상으로도 함께 공개가 되었네요.


저도 신청했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중 ㅠㅠ

저도 얼른 여권이랑 티켓 수령하고 공식카페에도 가입하고 싶어요!

주변을 확인해본 결과 받으신 분들과 못 받으신 분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걸 보니, 양이 많아 순차적으로 발송이되고  있는 듯 합니다.


아... 스틸컷 들을 보니 영화가 어떨지 더욱 더 기대되네요!












이런 캐스팅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니, 더 나아가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 어려운 일인 것 같 아요.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실감할 수 있을 듯.



얼른 도착해라! 설국열차 탑승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장고 :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울분을 통해내는 타란티노식 서부극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언제나 유머와 수다, 그리고 반골 기질이 돋보이는데 그의 신작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역시 그랬다. '장고'라는 이름에서 부터 전통적인 서부 극의 이미지가 짙게 풍기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서부 극은 배경으로만 차용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냥 또 다른 타란티노의 영화다. 오히려 타란티노는 '장고'라는 서부 극을 통해 서부 극과 미국 영화의 전통적인 요소 더 나아가 미국 역사에서 묵과되어 왔던 흑인 노예 (인종 차별)에 대한 부분을 대놓고 뒤집는 작품을 만들었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얼핏 보면 전통적인 서부 극의 주인공이 노예 출신의 흑인이라는 것 정도로 뒤집기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장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장고 (제이미 폭스)가 흑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시선과 차별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그가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 그를 바라보는 백인들의 모습은, 아니 흑인들까지 포함하여 그를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씁쓸한 농담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장고가 본인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불합리함을 평소 느껴왔다는 것, 그래서 자유 인이 되었을 때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시선을 받고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에서도 느껴지는 일반적인 측면이었다.


'장고'가 흥미롭고 인상적인 건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장고 때문이 아니라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단 그가 백인이기는 하지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었다. 흔히 들 이런 뒤집는 영화 라거나 아니면 어두운 역사를 재평가하는 영화들을 보면, 그 가운데도 깨어 있는 이가 있었다라는 식의 면죄부 적인 설정이 등장하곤 하는데 타란티노의 영화엔 당연히 그런 자비로움은 없다.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사실 장고를 저렇게 도와야 할 만한 이유가 크게 없어 보이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오직 슐츠 만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도 된다. 즉, 그가 장고를 돕게 되는 과정들을 인정이나 도움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것의 연결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일 것이다. 슐츠가 처음 장고를 만나게 된 것도 현상금을 얻기 위한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이후 그와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것도 장고의 능력을 본 뒤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나중에 목숨까지 버려가며 장고의 아내를 구하려고 한 것도 쉽게 말해 배알이 꼬여서 였기 때문이다.


타란티노가 '장고'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슐츠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 영화 전반에 깔린 그 근본 없는 자존심에 대한 비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칼빈 캔디와 슐츠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다. 이미 벌어질 일은 다 벌어졌고 다 종료되었으나, 캔디와 슐츠는 각각의 이유로 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캔디는 돈을 벌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무언가 자신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 시켜야만 성이 찼을 터이고 (그것이 고작 악수하는 것이라도), 그 악수 정도 그냥 해주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이 말도 안되는 캔디가 계속 마음에 안 들었던 슐츠 역시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될 캔디를 결국 죽여야 했던 것이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가끔 흥분되는 건 바로 이런 지점이다. 참지 않고 화끈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설사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이래서 매력적이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한 편으로 '장고'는 전작 '바스터즈'와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전 편에서도 그냥 뒤집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 만의 과한 방식으로 해소 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역시 후반부의 총격씬은 '킬 빌'의 총기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피와 살점이 낭 자하는 과함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땐 보여지는 측면의 재미나 영상미 적인 측면을 주목했었는데, '장고'에서부터는 더욱 확연히 다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재미나 영상미가 포인트라기 보다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혹은 포효처럼 보였다. 타란티노는 자신이 뭔가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진지하게 풀어내기 보다는 유머와 조소를 섞은 뒤에 마지막에 가서는 피와 살육으로 피해자 혹은 고통 받던 이들의 울분을 토해내는 듯 했다. 그래서 '장고'의 마지막 총격전은 잔인한 장면이 많았음에도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었다.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았던 것을 해소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이 글에서 미처 다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타란티노 영화 답게 깨알 같은 재미 들도 여전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바스터즈' 만큼이나 혹은 더 크리스토프 왈츠가 매력적이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1. 타란티노 영화 답게 사운드트랙도 정말 좋습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OST를 질렀는데 역시나 만족. 뭔가 비장하면서도 신나게 출근하고 싶은 날엔 장고 OST를 BGM으로 사용하곤 하죠 ㅋ


2. 디카프리오는 워낙에 매력적인 크리스토프 왈츠에 비해 좀 가려지기는 했지만, 이런 조연으로서의 매력도 보여준 것 같아 신선하더군요. 진짜 더 나이 먹으면 잭 니콜슨 처럼 될 것 같아요 (이건 칭찬)


3. 캔디의 일당 가운데 복면을 한 유일한 여자 멤버가 있는데, 조이 벨이더군요. 눈빛만 봐도 이제는 알아볼 정도 ㅎ 아, 그리고 조나 힐도 나와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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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gur ros - Valtari Film Experiment (blu-ray review)

짧은 필름으로 담아낸 시규어 로스


처음 이 타이틀이 정식 수입 발매된다고 했을 때 오랜 음악 팬이자 수집가로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라이브나 뮤직비디오 컬렉션 블루레이의 소개도 흔치 않은 시기에, 다른 뮤지션도 아닌 시규어 로스 (Sigur Rós)의 블루레이가, 그것도 라이브 타이틀도 아닌 단편 필름 형식의 영상이 국내에 소개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반가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초기부터 비욕 (Björk)에 흠뻑 빠져 그녀의 다양한 뮤직비디오 DVD 타이틀들을 수집하기 위해 쉽지 않은 해외 주문에 많은 시행착오도 겪는 등 어렵게 좋아하는 뮤지션의 영상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 시규어 로스의 블루레이 정식 수입이 더 남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비욕의 이야기를 서두에 꺼낸 것은 단순히 개인적 경험 때문 만은 아니다. 시규어 로스와 비욕은 같은 아이슬랜드 출신의 뮤지션이자 음악적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고, 더 나아가 뮤직비디오 측면에서도 일찍이 뮤비를 예술의 단계로 승화시킨 유니크하고 희소성 높은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매번 신비스러운 음악만큼이나 감각적인 뮤직비디오와 아트웍을 선보였던 시규어 로스답게, 2012년 발매한 앨범 'Valtari'의 음악들을 또 다른 새로운 비쥬얼 프로젝트인 'Valtari Film Experiment'로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인디 영상 감독, 사진작가, 행위예술가, 설치 예술가, 비쥬얼 아티스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동일한 제작비를 가지고 자신 만의 색깔을 시규어 로스의 음악에 녹여냈는데, 각 아티스트들과 출연자들 가운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도 있어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Valtari Film Experiment'는 그 이름 값에만 기대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아무래도 이 타이틀을 처음 받아보고 나면 대부분은 '헤드윅'의 감독이자 배우로 유명한 존 카메론 미첼의 이름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의 이름들은 잘 모르겠는데.. 하고 시작해도 이 타이틀은 충분하다. 적어도 그렇게 하나씩 보기 시작한 단편들은 시규어 로스의 몽환적인 음악과 더불어 완전히 보고 듣는 이를 빠져들게 만든다.


이 짧은 필름들이 인상적인 데에는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이를 영상으로 표현해 낸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궁합을 들 수 있겠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 이전에 관련한 영상이나 이미지를 보지 않았더라도 - 머리 속으로 이미지나 영상을 떠올려 보게 되는 힘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내제된 힘을 더 표면적으로 끌어낸 것이 바로 이 단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만큼 'Valtari Film Experiment'에 수록된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아티스트들의 영상은, 음악이 먼저였는지 영상이 먼저였는지 분간하기 힘들 만큼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엘르 페닝, 샤이아 라보프, 존 호크스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디까지나 그들 주연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출연하는 시규어 로스의 단편 필름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번에 16편의 단편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바이지만,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정말 심연을 경험하게 하는 훌륭한 매개체인 듯 하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이미 접해본 이들은 아마 그들의 앨범을 통해 이런 심연을 경험해 보았을 텐데, 이를 극대화 시켜주는 영상이 곁들여진 이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면 아마 더 깊은 심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사실 이 타이틀의 출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리 블루레이라 하더라도 화질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었는데, 기존 DVD로 출시되었던 유사한 성격의 타이틀들만 해도 화질이나 음질 측면에서는 아쉬운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블루레이로 출시된 'Valtari Film Experiment'는 작품 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저절로 '아, 이런 영상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HD 고화질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연출을 맡은 각 아티스트의 특성에 맞게 영상의 성격도 정해져 있는데, 디테일과 클로즈 업에 상당한 중점을 둔 작품의 경우 화질 측면에서도 블루레이의 장점을 100% 활용하고 있으며, 엘르 페닝과 존 호크스가 출연한 단편 필름 역시 뿌연 듯 하지만 블루레이의 고화질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질감을 표현해 낸다.






LPCM 스테레오 사운드 역시 멀티 채널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공간감을 들려준다. 이 단편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단편 영상이기는 하지만 스테레오 채널의 사운드가 더 적절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규어 로스의 음악 자체가 워낙 기존에 설계되어 있는 공간 자체를 무시하고 음악 속의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는 성격을 갖고 있기에 멀티 채널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는다.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짧은 메이킹 영상 세 가지가 수록되었으며 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총평]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각각 만들어 낸 단편 필름을 담은 'Valtari Film Experiment'는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닌 보는 이로 하여금 예술적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시규어 로스의 팬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호기심에 접해 본 이들도 그냥 잠시 시간 내어 한 편 정도만 보려고 했다가, 어느 새 5~6편을 훌쩍 넘겨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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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 (Jiseul, 2012)

제주 4.3에 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오멸 감독의 신작이자 최근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를 보았다. '지슬'은 이미 개봉 전부터, 선댄스에서 주목을 받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다. 제주 4.3에 관한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최근, 그 가운 데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인 동시에 영화적으로도 기대가 되는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국내 독립 영화들은 단순히 메시지가 강한 것 만이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상업 영화와 비교하여 전혀 손색이 없는 (투자 비용에 대비하자면 말할 것도 없고) 완성도와 미 적으로 풍부한 만족감을 주고 있는데, 그런 연장선에서 또 하나의 잘 빠진 작품이 바로 '지슬'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멸 감독의 '지슬'은 그러한 기대를 그대로 충족 시켜주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지슬'은 많은 이들이 아직 잘 알 지조차 못하는 우리의 역사에 대한 환기는 물론, 미 적으로도 아름다운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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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멸 감독의 '지슬'은 아슬아슬한 영화다. 그 아슬아슬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한 편으론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제주 4.3을 인지하고 있는 관객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슬'은 제주 4.3을 다루면서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을 교차하여 사용하고 있다. 마을에서 군인들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은 직접적인 방법에 가깝지만, 이 사건을 일찌감치 피해 동굴로 피난 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동안 거리를 두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거리 두기는 관객에게 두 가지 다른 측면으로 받아 들여지게 되는데, 하나는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제주 4.3에 관한 충격적이고 아픈 역사를 좀 더 순차적으로 전달하는 순기능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본말이 전도되어 오해로 시작할 수 있다는 역기능일 것이다. '지슬'은 바로 이 두 가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종일관 교차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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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슬'은 굉장히 영리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적인 구조를 120% 활용하여 오히려 제한적인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웨스 앤더슨이 떠올랐던 건 바로 캐릭터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은 특유의 제주 사투리가 더해져서 마치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캐릭터들과 같은 귀여움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이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움'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이 귀여움을 4.3의 무게를 흐리지 않을 정도로 잘 다루고 있는 듯 했다. 즉, 본말이 전도 될 정도의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사건의 무게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직접적인 행위가 벌어지는 군인들의 이야기와의 균형이나 이어짐도 자연스러운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이 거리가 좁혀져 마을 사람들이 군인들과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에도 전혀 다른 두 이야기나 정서가 만나는 듯한 이질감은 없었다.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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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으나 집으로 돌아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해보니 우려되는 부분이 좀 있었다. 그것은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군인들에 대한 묘사였는데, 바로 군인 가운데 서도 이 사건에 대해 부당함을 느끼고 결국 배신 혹은 반역을 일으키게 되는 인물들의 묘사 부분이었다. '지슬'이 이들을 묘사하는 방식을 보면 몇몇 군인들은 인간성을 상실한 듯 보일 정도로 짐승 혹은 악마처럼 묘사되지만, 몇몇 군인들은 깨어 있어서 또 다른 피해자로 묘사된 다던지 혹은 러닝 타임 내내 관찰자 혹은 관조자로 남아있다가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깨어나는 인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 점이 조금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 하겠다.


이 지점은 양날의 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골똘히 생각해보면 아직은 시기상조 혹은 위험한 묘사가 아니었나 싶다. 즉, 아직은 군인들도 피해자였다 거나 혹은 아픈 시대의 산물이다 라고 표현해 버리기에는 제주 4.3의 상처가 너무 깊고 사회적 인식이나 위로도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극 중에 등장한 대사처럼 '군인들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네'라는 말은 자칫하면 이 사건을 처음 받아들이는 사람일 수록 오해하기 쉬운 말이라는 얘기다. 정말로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잔혹하게 목숨을 잃어간 사건의 참혹함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도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은 이러한 균형적 혹은 냉정한 시선이 위험하게 느껴졌다. 홀로코스트는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되고 영화화 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근래에 와서 당시의 독일인의 시점에서 묘사한 작품이라 거나 그 가운데서 또 다른 의미의 고통과 상처를 받았던 이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성숙한 시간이 흘렀지만, 제주 4.3의 상처와 이를 대한민국 사회가 인지하고 있는 정도를 떠올려본다면 확실히 그 정도 성숙의 시점이 가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더군다나 아직 까지도 이 역사에 대한 명확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가해자의 입장을 살피기엔 아직 상처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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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험함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슬'은 충분히 의미 있고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본말이 전도될 정도로 비껴가지는 않았고, 제주 4.3의 역사를 환기 시키는 데에는 이미 충분히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은 4.3에 관한 영화가 나올 것이다. 그래야만 하고.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제주와 4.3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1. 본문에도 썼지만 보는 중간 중간 웨스 앤더슨이 떠올랐어요. 전혀 쌩뚱 맞게도 말이죠.


2. 이 작품의 발단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故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도 꼭 보고 싶네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0913


3. 제주 4.3에 관한 또 다른 작품인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비념'도 곧 개봉합니다. '지슬'을 인상 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 작품도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70917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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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에이브람스의 최초의 IMAX 3D 영화이자 전작 '스타트렉'의 속편인 '스타트렉 다크니스' (국내 제목 확정)의 메인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기존 TV시리즈와 극장판 '스타트렉'의 팬이 아니었음에도, J.J의 '스타트렉'은 영화적 재미는 물론 기존 TV시리즈까지 다시 보게 끔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더 두근거리는 속편이 나올 것 만 같습니다!


전편에 등장했던 배우들에 이어 이번 작품에는 무려 배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하고 있어서 더더욱 기대가!!! 올해 여름 국내 개봉 예정이라는데, 기다림이 쉽지는 않겠네요 ㅠ


긴 말 할 것 없이 예고편을 보시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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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 Q
3월 30일 오후 3시 EVA BLUE DAY 개최!



국내 개봉 예정인 '에반게리온 : Q'와 관련하여 전해드릴 두 번째 소식은 'EVA BLUE DAY' 입니다.
기존에 일본에서도 비슷한 이벤트가 있었었는데, 개봉 이전에 팬들을 일정 장소에 모이게 해 그 곳에서만 공개하는 특별 영상을 보여주는 형태이며, 이번 EVA BLUE DAY에서는 여기에 포스터까지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존 예고편 등을 통해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특별영상 (10분 분량)이 이 자리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며, 아마도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국내 개봉일도 이 날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khara. All rights reserved



신지와 카오루가 등장하고 있는 포스터가 탐나시는 분들은 (과연 탐나지 않는 이가 있을까 ㅠㅠ), 집에 있는 파란색 아이템을 뭐라도 가지고 3월 30일 (토) 오후 3시에 코엑스 메가박스로 오시면 최초 공개 영상과 함께 포스터도 득템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khara. All rights reserved


저도 포스터 득템하러 파란색 아이템 들고 코엑스 가야겠네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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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khara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존댓말로 인사 드리는 이유는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한 가지 소식을 전하고자 입니다. 아마도 평소 제 블로그 글을 읽어주시던 독자 분들은 대부분 좋아하시는 작품일텐데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바로 '에반게리온 : Q' 국내 개봉과 관련한 소식입니다.


이미 기본적인 개봉 소식은 접하셨을텐데요, '에바 Q'와 관련하여 제가 부족하지만 명예홍보위원단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v



http://evangelion-q.co.kr/pop01.html


뭐 저야 에바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이니까 홍보위원단으로 선정되지 않아도 열심히 했겠지만 (훗..) 이렇게 공식적으로 홛동하게 되었으니 좀 더 기존의 리뷰 방식이 아닌 정보 형태의 소개나 미리 접할 수 있는 소식들도 제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이미 국내 개봉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지난 12월에 일본에 가서 '에반게리온 : Q'를 보고 왔었는데요, 그 동안 에바 Q에 대해 더 많은 분들과 얘기하고 싶어 근질근질 했었는데 이제 슬슬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기대가 됩니다.




일본 현지에서 본 에반게리온 : Q (스포일러 없음)

http://www.realfolkblues.co.kr/1731



앞으로 제 블로그를 통해 곧 개봉할 '에반게리온 : Q' 관련한 소식은 물론, 기존 에바 시리즈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들까지 조금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국내 개봉에 맞춰 진행되는 공식 이벤트들과 시사회 초대 같은 이벤트들도 소개해 드리거나 직접 진행도 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어제도 2박 3일 일정으로 도쿄에 다녀왔었는데, 에바 관련한 아이템들을 또 여럿 질렀습니다.... 이건 나중에 별도로 소개할께요 ㅎ


마지막으로 기존에 제가 썼던 에바 관련 글들 소개하면 마칩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각 글의 제목을 클릭하면 본문으로 연결됩니다~)


에반게리온 해독 _ 에바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

2010 일본여행 #3 _ 진짜 에반게리온을 만나다

에반게리온 : 파 - 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내 책상위의 AT필드 (에반게리온 초호기 피규어 오픈케이스)

에반게리온:파 (破) _ 전율의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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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007 스카이폴 : 블루레이 리뷰 (Skyfall, blu-ray review)
50주년을 맞는 시리즈의 완벽한 대답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이전의 본드들 보다 더 좋아하는 이로서, 필자는 그의 세 번째 007 영화 '스카이폴 (Skyfall, 2012)'은 단연 기대 작이었다. 거기다가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본드 역할로 거론되기도 했던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 벤 위쇼와 랄프 파인즈, 알버트 피니까지 출연하는 출연진 역시 한층 기대를 더하게 했다. 이처럼 내가 '스카이폴'을 대하는 방식은 50주년을 맞는 007 시리즈의 팬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감독과 배우들로 인해 거는 기대가 큰 작품, 더 나아가자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영화로서 기대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스카이폴'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제작진이 이토록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007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에 완전히 설득 당했다는 것이었다. 예전 007 영화들을 거의 다 보기는 했지만 특별히 애착을 갖고 찾아보는 시리즈는 아니었는데, '스카이폴'에 가득 담긴 시리즈에 대한 자부심은 관심이 비교적 덜했던 전작들마저 돌아보게 만들었을 정도로, 시리즈의 50주년을 맞는 작품으로서 '스카이폴'은 정말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 본 리뷰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메뉴 화면과 스페셜 피쳐의 자료 사진들은 블루레이에서 직접 켭쳐가 되지 않는 관계로 카메라로 촬영하여 편집하였기에 화질 저하가 있습니다. 이 점 여러분들께 미리 양해 구합니다.)






많은 007 시리즈의 골수 팬들이 마치 제이슨 본처럼 변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에 적잖이 불만을 갖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같은 액션 스타일의 변화는 스토리의 맥락 상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오히려 더 장점으로 느껴졌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007을 연기한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는 처음으로 살인면허를 받고 007 요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유롭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본드와는 다르게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오히려 어울리는 바였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이미지인 여성 편력 혹은 카사노바 같은 이미지 역시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 이 때의 본드는 베스퍼 린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와의 이별로 인해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작품에서 본드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이후 제임스 본드가 요원으로서 활동하고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왜 한 번도 깊은 관계로는 발전하지 않는 지가 설명된다는 뜻이다.





아델의 동명 타이틀 곡 'Skyfall'과 함께 시작되는 타이틀 시퀀스는 이번에도 역시 매력적이다. 이번에는 본드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인데, 영화 전체를 암시하는 장면들과 현재 본드 혹은 007영화가 처한 상황 모두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새롭게 시작한 007시리즈는 단순히 유행하는 본 스타일의 액션이 가미된 본드라던가, 이미 익숙한 본드와는 전혀 다른 투박하기 만한 모습이 아니라, 둘 다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변화 혹은 캐릭터였기에, 오히려 그렇다면 진정한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의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새로운 007 시리즈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세 번째 작품 '스카이폴'에서는 이제는 준비를 마친 제임스 본드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기대한 것과는 달랐다. 여기서 잊고 있었던 점이라면 바로 이 작품이 007시리즈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었다는 것이었다.






앞선 두 작품과는 다르게 '스카이폴'에서는 이미 노쇠하여 퇴물 취급을 받은 007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적이나 다름 없는 이를 등장시킨다. 즉, '스카이폴'의 갈등 구조는 세계를 위협하는 범죄 조직이나 악당이 아니라 좁게는 제임스 본드와 M으로 대변되는 MI-6의 위기, 넓게는 바로 스파이 장르로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 자체에 대한 위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카이폴'의 또 다른 테마는 부활 (Resurrection) 이다. 이 부활이라는 테마는 꽤 직접적으로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는데 (실바 : 넌 취미가 뭐지? 본드 : 부활), 결국 부활은 하되 어떤 모습과 메시지를 갖고 부활하는가가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부활을 설파하는 과정에는 앞서 이야기한 위기, 새로운 시대를 맞은 21세기 007 시리즈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영화 자체의 의지가 아주 강하게 담겨 있다.





그 부활의 테마 중 첫 번째로 주목해 볼 것은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다.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란 곧 미완성 혹은 결핍의 해소, 완성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유명한 '건 베럴' 장면이 아직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아직 미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폴'은 그런 본드의 결핍을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중요시 되는 요소는 역시 가족이라는 테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거의 언급된 기억조차 없는, 본드가 고아라는 사실을 '스카이폴'은 여러 번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으며, 주디 덴치가 연기한 M을 Mother로 부르는 것 역시 유난히 두드러진다.






그리고 본드의 과거가 남아있는 곳에서 만난 킨케이드 (알버트 피니)는 마치 그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본드가 부모의 무덤과 과거가 남아있는 이 저택을 마지막 장소 삼아 실바와 대결을 펼치고 그 장소를 자신의 손으로 부숴버리는 것 역시, 과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진정한 부활로 거듭난다는 맥락에서 의미 깊은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007 시리즈의 오랜 조력자인 Q의 새로운 합류와 머니 페니의 등장은, 비로소 모든 것을 극복해 낸 제임스 본드에게 주어진 완벽한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이렇게 본드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 동안 미완성의 불안함을 보여주었던 제임스 본드의 완벽한 부활로 마무리 된다.




상하이 고층 빌딩 위에서 벌어지는 이 놀라운 격투 장면은, 로저 디킨스의 환상적인 촬영으로 완성되었다. 건물 외벽으로 비춰지는 대형 광고 조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장면은, 2012년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


캐릭터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영화였지만, 그 보다 '스카이폴'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직접적이고 또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007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자부심과 부활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앞서 이 영화가 대면하게 된 위기에는 이른바 한 물 간 시리즈, 시대에 뒤쳐진 냉전의 그림자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스파이 물로서의 007 영화에 대한 위기가 있다고 했는데, 샘 멘데스를 대표로 한 '스카이폴'의 제작진은 시리즈의 5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이 점에 대해 강력하게 말하고자 하는 듯 했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스파이들의 활약상이 중심이 되던 007 시리즈는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존의 이유 역시 위협받게 되었다. 이후 북한이라는 새로운 주 적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또 다른 위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이 007이라는 시리즈가 정확히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의지를 이토록 강하게 표명한 적은 적어도 없었다.






하지만 '스카이폴'은 바로 새 시대를 맞는 007은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007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그 어떤 코멘트보다도 강렬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 글로벌 한 볼거리를 자랑하던 시리즈는, 영화의 주요 배경을 영국 런던, 더 나아가 MI-6의 본부로까지 가져왔다. 이는 곧 문제의 해결 방법을 외부에서 찾거나 외부의 공격, 영향으로 인한 방어기재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로 인한 위기, 혹은 스스로가 해결 방법을 찾는 것만이 진정한 위기 해결 방법임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MI-6의 심장부를 공격 당하고 그 수장인 M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더 강건하고 뚜렷해 진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M의 입을 통해 그리고 본드의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Q는 이야기한다. 예전 같은 신무기는 없다고. 뭐 볼펜 폭탄이라도 주는 줄 알았냐고. 그리고는 본드를 인식하는 권총 한 자루와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송신기 하나를 전달한다. 이후 실바 일당과 마지막 일전을 치 룰 때도 마찬가지다. 본드가 실바를 유인하게 위해 선택한 자동차는 다름 아닌 애스턴 마틴 DB5이며, 저택을 기점으로 일전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신무기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아날로그하고 제한된 상황에서의 전략들(전구 플러그에 못들을 장착해 전원 스위치를 켜면 사방으로 못들이 스파크와 함께 튕겨 나가는 트랩처럼)로 이뤄져 있으며, 무장 헬기와 맞서는 본드의 무기 역시 오래된 사냥용 장총이다.


이는 단순히 이전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아니라 '스카이폴'이 영화 내내 담고 있는 강력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 권총을 쥐고 사격 연습을 할 때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던 본드는, 오래된 사냥용 장총을 쥐고는 단 번에 멀리 있는 과녁을 명중한다. 이것 역시 다른 새로운 옷, 새로운 경향에 007 시리즈를 맞춰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007은 나름의 해왔던 익숙한 방식으로 앞으로도 살아남겠다는 또 다른 의지의 표현으로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실바라는 캐릭터도 다른 악역들과는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역할이었다. 실바는 본드를 잡아온 자신의 거처에서 본드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우간다 선거를 조작하는 것, 또 어떤 무엇을 공격하는 것 등등 여기서 클릭 한 번이면 모두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하고자 하면 모든 것을 쉽게 이룰 수 있는 실바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M이다. 이는 007 시리즈에 대한 위기와 극복에 대한 질문이자 답으로 볼 수 있는데, 007 영화가 새 시대에 맞게 본 스타일의 액션도 할 수 있고, 또 다른 스타일리쉬한 트랜드에도 맞춰갈 수 있고 앞서갈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 길은 007 영화가 가야 할 길은 아니라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문자답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새 시대를 맞는 007의 대답은 결국 새 시대에도 007 영화는 가장 007 다움을 오히려 더 강조하고 고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얼핏 오만이나 자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혹은 실제로 자만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나는 이러한 이들의 자신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니 영화의 자부심에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다. 실제로 제이슨 본 스타일의 트랜디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스카이폴'의 고전적인 방식과 느린 호흡, 드라마 중심의 전개에 많은 실망을 하기도 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새 시대의 관객들과는 소통하지 못하는 시리즈가 될는지 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영화의 방식을 무조건 지지하는 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쉬지 않고 관객에게 말하는 듯 했다. 우리는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인데,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을 멀리서 찾지 않고 스스로에게서 찾았다고. 아니 그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만든 이 시리즈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 자부심으로 007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거라고 말이다.






영화가 말하고 자는 주장이 너무 직접적이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좀 더 은근한 방법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자부심 넘치는 방식은 '스카이폴'은 물론 007 시리즈 전체에 대한 매력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에게 간절히 호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편으론 도도해 보일 정도로 자부심 넘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더 좋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라는 엔딩 크래딧의 문구를 비로서 깨닫게 되었다. 그 어떤 시리즈도 갖지 못한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답이었다는 것을!


Blu-ray : Menu


※ 캡쳐가 되지 않아 카메라로 촬영하였습니다. 화질이 저하된 부분에 대해 양해구합니다.




Blu-ray : Video


'스카이폴' 블루레이 화질은 완벽한 작품만큼이나 만족스럽다. 샘 멘더스의 깊이 있는 연출로 그려낸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표현해 내는 색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특히 잿빛 혹은 빛 바랜 브라운 계열의 색깔 같이 잘못하면 힘 없이 표현될 수 있는 색깔들마저도 디테일 덕에 중후한 멋을 내고 있다.







단순히 콘트라스트가 강해서 강렬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아니라 각각의 색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이미지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경우라 하겠는데, 특히 벽과 바닥, 책상과 수트 등 각각의 질감이 모두 만져질 만큼 뛰어난 표현력을 보여준다. 한 동안 블루레이 화질을 얘기하면서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역할을 맡은 로렌스 피쉬번의 피부를 예로 들곤 했는데, 이제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얼굴도 그 좋은 예로 추가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노쇠한 역할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거칠고 피로감이 느껴지는 얼굴과 수염이 듬성듬성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체감되는 블루레이 화질의 디테일이 놀랍다.







'스카이폴'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시리즈를 멋지게 담아낸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영상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물론 블루레이 화질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술적인 포맷의 평가가 있을 수 밖에는 없겠지만 촬영 시 얼마나 조명을 효과적으로 다루었는가가 기본일 수 밖에는 없다는 걸 '스카이폴' 블루레이 화질을 보며 새삼 깨닫게 되었다. '스카이폴'을 유심히 보면 특히 이 빛을 다루는 면에 있어서 상당히 섬세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블루레이에서도 각 장면의 광량에 따라 빛의 질감과 영상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었던 것 같다. 바꿔 얘기하자면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러한 원본의 노력을 손실 없이 잘 담아내고 있다 하겠다.


실바의 본부 격이라 할 수 있는 섬에서 벌어지는 장면들, 마카오의 붉은 조명 아래 펼쳐지는 장면들, 마지막 어두운 밤에 아스라히 피어 오르는 불빛으로 비춰지는 실내에서의 인물들 표현까지, 레퍼런스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Blu-ray : Sound


DTS-HD M.A 5.1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 급이다. 본드 영화의 전형적인 빠른 리듬의 액션 시퀀스가 담긴 오프닝에서 이미 다양한 사운드적 체감을 할 수 있는데, 자동차 추격 장면이나 오토바이로 갈아 탄 뒤 좁은 실내를 빠른 속도로 달릴 때, 나아가 기차 위에서 벌이는 액션 장면까지 액션 영화에서 만끽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데에 있어 다양한 효과음은 물론 토마스 뉴먼의 음악까지 곁들여져 아델의 메인 타이틀곡과 함께하는 타이틀이 시작되기 전까지 쉴 틈을 주지 않고 달린다.






전체적으로 '스카이폴'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공간감이 돋보였는데, 특히 타이틀 시퀀스에서는 아델의 풍부한 목소리가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후 장면들에서도 날카롭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풍부하고 넓은 영역으로 분포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 부로 가면 헬기가 등장하거나 대규모 폭발과 총격 음이 등장하는데, 우퍼 스피커의 울림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스케일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대규모 폭발 장면에서도 뭉개지는 것 없이 작은 소리들도 귀를 기울이면 들릴 정도로 섬세한 측면도 만족스러웠다.






샘 멘데스의 '스카이폴'은 다른 007 영화에 비해 드라마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액션이 결코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특히 007 영화라는 점에서 좀 더 스케일 있는 액션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에서 화끈한 사운드를 즐길 만한 장면들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 캡쳐가 되지 않아 카메라로 촬영하였습니다. 화질이 저하된 부분에 대해 양해구합니다.


1 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스카이폴' 블루레이는 그리 적지 않은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두 개의 음성해설이 가장 반갑다. 감독인 샘 멘데스가 참여한 트랙 하나와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 마이클 G.윌슨, 프로덕션 디자이너 데니스 가스너가 참여한 트랙 하나 이렇게 총 2개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특히 샘 멘데스의 음성해설은 '스카이폴'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알토란 같은 정보들과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본인 스스로도 음성해설에서 어디까지 영화의 비밀 혹은 정보를 공개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예상되었던 이야기들은 물론이고 예상하지 못했거나 50주년을 맞는 007 영화를 연출하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점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다.






'Shooting Bond : 제작과정'에서는 다양한 주제들로 나누어 영화의 제작과정과 캐릭터, 전통, 음악, 로케이션 등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다른 본드 영화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듯 하다가 전혀 다른 마무리를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와 내놓을 때 마다 화제를 만들어내는 타이틀 시퀀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감독과 다니엘 크레이그, 각본가, 제작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시리즈의 50주년을 맞는 작품으로서 '스카이폴'이 갖는 의미와 담으려 했던 메시지 등을 들려주고, 이번 작품에서 특히 중요한 캐릭터인 주디 덴치가 연기한 'M'에 대한 소개와 뒷이야기도 수록되었다.






이 밖에 이번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007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자동차인 애스턴 마틴 DB5와 새롭게 등장한 Q와 머니페니 그리고 본드걸과 악당들에 대한 소개도 각각 나뉘어 수록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스케일과 분위기를 더 하고 있는 로케이션 촬영지에 대한 소개와 토마스 뉴먼의 영화 음악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드 영화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서 깊은 로열 앨버트홀 에서 열렸던 '007 스카이폴 프리미어' 현장 스케치와 짧은 사운드트랙 홍보 영상 (Soundtrack Promotional Spot)', 그리고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007 시리즈의 50주년 기념 작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세 번째 007 영화 '스카이폴'은 샘 멘더스의 손을 통해 007 제임스 본드라는 브랜드가 갖는 의미와 50주년을 맞는 현재 시점의 위치에 대해 깊은 성찰과 고민 그리고 자존심이 느껴졌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더불어 블루레이의 화질과 사운드는 레퍼런스 급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어, 이 타이틀을 소장해야 할 이유를 더 확고하게 해주고 있다.


50주년을 맞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는 007 시리즈. 다음 작품에서는 드디어 전통의 건 배럴 장면으로 시작하는 007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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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터 오랫동안 흠뻑 빠져 있는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늑대아이'. 워낙에 빠져 있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된 OST에도 참여하여 해설지도 쓰게 되었고, 곧 발매 예정인 블루레이에도 이렇게 저렇게 참여를 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원래도 가득하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곱절로 깊어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바로 그 애정이 이러한 지름의 산물을 당도케 했다.





요새 아마존 재팬은 정말 빠르더라. 주문한지 이틀 만에 도착. 여유 있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빠르게 도착해서 오히려 당황. 2000년대 초기 처럼 7~800원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1100원대의 요즘 환율만 되어도 행복한 수준. 위의 아이템은 아트북 형태의 책인데, 크기도 상당하고 내용도 많은 편이다. 사실 이 아트북을 사게 된 것은 내가 디자인 학도라서 구매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팬심으로 사기는 했지만 혹시 실제 모티브로 삼은 장소들에 대한 자료들이 있을까 해서 선뜻 구매했는데, 이와 관련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아래에 나올 예정인 아이템도 마찬가지).

아트북 답게 기본적인 내용은 색감이나 조도, 컬러 등 디자인 적인 측면에 대한 요소이지만, 꼭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 입장이 아니더라도 구매하기에는 충분하다. 팬심은 모든 것을 극복하니까.







보고만 있어도 훈훈해 지는 아트웍들. 일본어를 몰라도 상관 없다. 물론 읽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정보가.










미술이나 애니메이션이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아트북은 200%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아이템일 듯 하고, 그렇지 않고 단순히 나처럼 '늑대아이'가 좋아서 구매하는 이들에게도 소장용으로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추가적인 이미지가 더 있다기 보다 하기보다는 본편에 등장하는 장면들에 대한 디자인적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이것도 일종의 화보집? 아트북? 인데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장면 장면을 해설하고 있다. 즉, 영화를 안보고 보게 되면 100% 스포일러.






사실 둘 중에 하나만 구입해도 무방할 것 같기는 한데, 팬이라면! -_-v





하나 역을 연기한 미야자키 아오이를 비롯해 연기자들의 인터뷰도 담겨 있고.






저 시골에서 지금도 살고 있는 듯한 포스를 풍기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의 모습과 인터뷰도 수록되었음.





그리고 국내에 곧 출시예정이기는 하지만 소장용으로 질러버린 일본판 블루레이.





초회판에는 저렇게 작은 책자와 함께 필름컷이 추가로 수록되었다.







내게 들어 있는 필름컷은 넓은 마루를 배경으로 한 어린 유키가 나온 장면.








여기에 일본반 OST와 국내에 발매된 OST까지 더하니 뭔가 풍성한 느낌인데, 곧 국내에 출시될 블루레이까지 더해지면 더 완벽한 늑대아이 콜렉션이 될 듯!


참고로 국내 출시될 블루레이를 위해 낼 모레 도쿄에 갑니다 --V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Nobody's Daughter Haewon, 2012)

솔직할 수록 슬픈 홍상수 영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 느낀 바를 글로 옮기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진다. 개인적인 역량 때문인 탓이 크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더 이상 설명하거나 글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요 근래 몸집은 더 작아지고 이야기는 더 시공간을 오가는 방식으로 촬영된 작품들은 그나마 그 형식에 대해서라도 조금 글로 옮겨볼 여지가 있었는데, 이 작품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그런 형식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보다는 더 감정적인 영화이기에 글로 표현할 여지가 현저히 제한적인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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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영화를 보며 느낀 단순한 점이라면, 이전 그의 작품 속 인물들도 그러했지만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다른 영화 속 인물들 보다, 더 나아가 현실 속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솔직하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들을 꼽아보자면 대부분이 '정말 예뻐' '정말 맛있겠다' '정말 좋아' 등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들이다. 그것도 '정말'이라는 표현이 더해진 강렬하고 극대화된 표현들이다. 글쎄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혹은 아직도 홍상수 영화 속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들을 보고 단순히 '찌질하다'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나는 예전 영화들에서도 그렇고 특히 최근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들에게서 이러한 '찌질함'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순수에 가까운 솔직함을 엿볼 수 있었는데,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저렇듯 자신의 감정을 과장하듯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들의 표현이 과장하듯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평소 현실에서 그리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속으로는 저렇듯 극대화된 감정을 느끼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서툴거나 자신을 숨기는 데에 더 익숙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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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요 근래 홍상수 영화를 보며 이런 인물들의 솔직함에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현실 속에는 간혹 판타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인물들의 감정 표현은, 그 어떤 액션 영화의 클래이맥스보다도 통쾌하고 시원한 감정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이전 영화들의 인물들이 비교적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감정은 동일하나 그 감정으로 서로 상처받고 아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슬픔도 더 깊게 느껴졌다.


관객은 여전히 제 3자일 수 밖에는 없겠지만 홍상수 영화는 그 제 3자를 그들의 방식에 맞춰 이해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더 극중 인물의 심리를 (설령 그것이 제 3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방식이라도) 이기적이리만큼 더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들어 홍상수 영화에는 꼭 홍상수 자신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질문과 대답들이 등장하는데 (왜 영화를 만드세요? 같은), 이 작품 역시 영화 감독인 성준(이선균)이 술집에서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하던 중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이런 대화 시퀀스에서 느껴지는 것은 홍상수 감독의 일종의 짜증이랄까. 앞서 한 이야기로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왜 자신을 이해 못하는지 그들의 방식으로 설득하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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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이 영화는 이미 제목에서부터 뭔가 쓸쓸함과 슬픔이 묻어나는 영화였다. 아마 다른 감독의 영화였다면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어느덧 솔직함이 무기가 된 홍상수 영화에서 이러한 제목은, 결국 해원은 진짜 해원이 되지 못하겠구나 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다. 다른 홍상수 영화처럼 중간 중간 키득이게 되는 장면들도 있었고, 같은 장소와 시간을 홍상수 식으로 활용하는 장면들에 깊은 인상을 받기도 했지만, 잘은 모르지만 이 영화는 솔직할 수록 더 슬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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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중 유준상과 예지원 커플은 '하하하'의 연속으로 느껴져서 묘한 느낌이.


2. 홍상수 영화는 언제부턴가 가보고 싶은 영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서촌과 남한산성이 자연스럽게 가고 싶어지더군요. 조만간 남한산성 한 번 가야겠네요 (좋은 날 말이죠 ㅎ)


3. 정은채는 참 매력적이더군요. 이국적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다 안될 정도로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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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Oz: The Great and Powerful, 2013)

마법같은 '영화'로의 초대



너무도 익숙한 '오즈의 마법사'를 가지고,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오즈에 오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샘 레이미의 '오즈 :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하지만 기존 '오즈의 마법사'나 이와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를 전혀 무시해도 될 만큼 스토리나 캐릭터에 치중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디즈니 영화 답게 마냥 행복하고 순진하기만 한 어린이용 영화라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봐도 무방하다). 처음 포스터와 스틸컷만 보고는 왜 샘 레이미가 이 영화, 이 시나리오에 끌렸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디즈니라는 스튜디오가 그랬고 전체관람가의 너무 착하기만한 영화가 그랬다. 하지만 극중 오즈(제임스 프랭코)가 켄터키를 떠나 오즈에 도착하기 전까지 풀스크린의 흑백으로 펼쳐지는 영화 장면을 보고선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비로소 수긍할 수 있었다. 샘 레이미는 마치 마틴 스콜세지가 '휴고'를 통해 그러했듯, 이 작품 '오즈 : 그레이드 앤드 파워풀'을 통해 '영화'라는 것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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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굳이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를 꺼내들지 않더라도 몹시 단순한 편이다. 주인공 오즈가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 그 주변의 캐릭터들과 선과 악으로 나뉘어진 캐릭터들의 묘사도 디즈니 영화의 전형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펼쳐지는 오색 찬란한 오즈의 모습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놀라운 장관을 만나게 되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CG수준은 이전 작품들 보다 좀 못해서 마치 예전 영화들에서 배경을 그림으로 활용했던 것에서 느꼈던 이질감과 같은, 블루스크린을 통해 표현된 배경과 인물들 간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혹시 일부러??).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샘 레이미 감독보다도 미셸 윌리엄스, 제임스 프랭코, 레이첼 와이즈, 밀라 쿠니스 등의 화려한 출연진 때문이었는데,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배우들의 매력 측면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특히 밀라 쿠니스의 팬들이라면 실망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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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어보자면 샘 레이미의 '오즈'는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작품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 영화가 종반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이르기 전까지 가장 매력적인 장면이 오즈가 켄터키에서 마술하던 흑백 시절이었을까. 하지만 그래서인지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가서 바로 그 흑백 장면에서 보여주었던 매력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영화 속 오즈가 그러했듯 이 가짜 아닌 가짜 마술이 갖는 매력 즉, 영화라는 것에 대한 매력에 대한 표현이 그것이었다. 오즈에 도착한 이후 시골의 마법사이던 오즈의 모습은 마치 한 명의 영화 감독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스스로도 만족이나 자신감을 갖지 못해 영화를 만드는 일을 포기하려고까지 마음 먹은 영화 감독. 어쩌면 이 영화는 영화 팬들은 물론 아직까지 빛을 발하지 못한 수 많은 영화 감독들에게 '너는 이미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 감독이야'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극 중 오즈의 모습은 분명 그렇게 보였다. 결국 이렇다할 개봉기회조차 얻지 못하던 영화 감독 오즈는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조력자들과 함께 자신 만의 영화를 완성해 내고, 영화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비로소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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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영화 감독 오즈에 대한 이야기로 빠졌지만, 서두에 말했듯이 이 영화는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마법 같은 경험에 대한 샘 레이미의 환기이다. 클라이맥스에서 오즈가 펼치는 마법은 은유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지칭하고 있다. 즉,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마법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 샘 레이미는 다시 한 번 '오즈의 마법사'라는 판타지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 '오즈'의 이야기는, 영화가 끝난 뒤 제법 매력적인 이야기로 느껴졌다. 물론 그렇게보아도 아쉬운 점이 여럿 발견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했던 그 메시지와 방식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1. 본문에도 있지만 레이첼 와이즈와 밀라 쿠니스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아쉬운 점이 특히 많은 영화였네요. 디즈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말이죠. 전 미셸 윌리엄스의 광팬인데 물론 이 측면에서 봐도 아쉽기는 했어요.


2. 마지막은 미셸 윌리엄스의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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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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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스페셜 포스
특수부대의 생존 드라마


다이앤 크루거, 디몬 하운수 주연의 프랑스 영화 '스페셜 포스'는 제목에서 특수부대를 다룬 B급 비디오용 액션 영화가 떠오르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제법 볼만한 액션영화이자 생존 드라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특수부대 스페셜 포스가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납치된 여기자 (다이앤 크루거)를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특수작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저 그런 특수부대 중심의 밀리터리 액션 영화일 줄로만 알았는데 영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법 많은 분량을 도주와 생존이라는 테마에 할애하고 있다. 물론 특수부대와 탈레반, 납치와 구조 그리고 도주와 생존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 모두를 하나의 영화에서 적절히 배치하여 지루할 틈 없이 볼 만한 영화적 짜임새를 보여준다.






'스페셜 포스'의 이야기는 2005년 있었던 실제 프랑스 여기자의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는데, 감독은 이를 영화화 하면서 특수부대의 활약상에 중심을 두었다기 보다는 위험을 무릎 쓰고 희생을 마다 않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 거리는 특수부대가 벌이는 화려한 총격전과 티지키스탄과 히말라야에 이르는 로케이션 촬영으로 얻어낸 멋진 풍광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총격전의 연출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어 만족감을 준다. 특수부대라는 설정 상의 우위는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과도하거나 루즈한 연출 없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후반부의 도주와 생존의 드라마까지 바로 이어지는 편이다.






스테판 리보자드 감독은 더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영화의 실제 배경인 중동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그로 인해 실제로 납치 등의 위험에서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은 모험적인 촬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모험적인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얻어진 영상은 이 영화에, 같은 이야기의 다른 영화에는 없는 장점을 가져왔다. 실제로 많은 장면에서 감독은 이 아름답고 광활하면서도 고립된 느낌을 주는 풍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앵글로 담아내고 있어, 더욱 돋보이는 영상미를 자랑한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최신작에 걸 맞는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밀리터리 액션을 다룬 작품답게 디테일 한 체크 포인트가 많아 화질을 확인해보기에도 용이한 편이다. 티지키스탄과 히말라야 등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얻은 멋진 풍광은 블루레이의 화질로 먼 곳까지 선명하게 표현되며, 도주가 계속될 수록 점점 피로해지고 고통을 겪는 인물들의 얼굴 역시 우수한 질감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








먼지와 바람, 그리고 모레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입자로 표현되어야 할 장면들이 많은 관계로 블루레이로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헐리웃 영화가 아니라 프랑스 영화이고 국내에서는 특히 거의 주목 받지 못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과 음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첫 번째로 접하는 매체가 블루레이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첫 번째 감상에 부족하지 않은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하겠다.







Blu-ray : Sound


DTS-HD MA 5.1 사운드는 좀 더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스페셜 포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고, 탈레반과의 추격전이 주된 테마 이다 보니 다양한 총기가 등장하는 총격전을 만나볼 수 있어 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초반에는 대형 수송기나 전투기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 스케일 있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으며 추후 총격 신에서는 소음기가 장착된 총기서부터 기관총과 권총에 이르기까지, 각 총기마다 다른 격발음과 구경마다 달라지는 타격음을 즐겨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은 단촐 하게 수록되었는데 '삭제 장면'과 'Marius'가 그것이다. 'Marius'는 극 중 특수부대원 중 한 명이던 마리우스 역할을 맡은 알랭 알리본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다른 인물도 아닌 그의 이름을 딴 영상이 수록되었는가 하니, 그가 배우가 아니라 실제 외인부대에서 신병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극중에서도 자신의 본업 그대로 신병을 교육시키는 장면을 연기하기도 했는데, 실제 그의 인터뷰와 교육 과정을 통해 스페셜 포스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훈련과정을 거치게 되는 지를 알려준다.






삭제 장면은 적지 않는 분량이 수록되었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고 영어 자막만이 지원된다는 점이다.





[총평] 다이앤 크루거 주연의 '스페셜 포스'는 제목과 포스터에서 오는 미지근한 기대감에 비하자면, 제법 볼 만한 밀리터리 액션 영화이자 구출과 생존의 드라마를 다룬 작품이었다. 소수인원의 스페셜 포스가 힘겨운 구조 작전 중에 펼치는 다양한 기술과 전략을 보는 쏠쏠한 재미는 물론, 중동 올 로케로 담아낸 광활한 풍광이라는 또 다른 볼거리도 제공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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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2013)

누구나 신세계로의 구원을 꿈꾼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라는 배우의 출연 만으로 두근거리게 만드는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를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오로지 배우들의 이름과 분위기에 끌려 보게 된 영화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박훈정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와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썼던 이더라. 조직 폭력, 거대한 범죄 조직내 세력 다툼, 그리고 경찰과의 관계에 스파이라는 설정까지. '신세계'는 얼핏 봐도 '무간도'나 '대부' 시리즈를 직간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영화들이 갖는 방향성 혹은 평가는 둘 중 하나일텐데, 결국 그 틀 안에서 그다지 새로울 것 없이 반복하는 영화이거나 그 틀을 벗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간 영화이거나 라고 보았을 때, 이 영화 '신세계'는 그 두 가지 경우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더 말하자면 그 틀 안에 있지만 새로울 것 없는 반복이 매력적이었고 조금의 나아감도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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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신세계'가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는 바로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무게감이다. 그 무게감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오는데, 어쩌면 뻔한 조직 폭력과 관련된 이야기들에 다시 한 번 집중할 수 있는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물론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따지고보면 '신세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그 이야기보다도 더 전형적이다. 전형적이라는 것은 익숙한 것은 물론 더 이상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얘기도 되는데, 그럼에도 조직에 심어진 경찰, 그 경찰을 관리하고 조종하는 또 다른 경찰, 그리고 범죄 조직 내의 인물까지 모두, 새롭지는 않지만 매력적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엔딩을 제외하면 사실 거의 기존 비슷한 내용을 다루었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사건 자체를 보기 보다는, '신세계'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가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결국 누구나 현실에서 신세계를 꿈꾼다는 보편적인 명제와 그런 꿈을 꿀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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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크게 공감되었던 것은 그저 현실에 불만이 있어서 신세계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굴레에 빠져버려서 탈출이라는 선택조차 사실상 할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에 놓인 이들이 신세계를 꿈꾼다는 점이었다. 즉, 이들이 꿈꾸는 결과로서의 신세계보다 그들이 현재 처해진 현실(굴레)에 더 공감되었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이자성(이정재)이 놓인 현실은 정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굴레 그 자체다. 그리고 강과장(최민식)과 경찰은 바로 이 점을 볼모로 이자성을 철저히 이용한다. 그 의도가 어떤 것이었던 간에 이자성의 입장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정말로 답답함 그 자체일 것이다. 다른 인물들도 사실 마찬가지다. 강과장 역시 조직 내에서 이런 명령을 할 수 밖에는 없는 위치와 상황에 놓인 인물이고, 강과장으로 부터 제안 아닌 제안을 받게 된 정청(황정민)의 현실이나, 역시 유사한 제안을 받게 되는 이중구(박성웅)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자신이 이미 벌여놓은 일들 때문에, 누군가는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던 시절의 선택 때문에 이러한 진퇴양난의 현실에 놓이게 되는데,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요 인물들을 이렇듯 궁지에 몰아넣고 그들 각자가 신세계로 향하는 방식 혹은 선택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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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신세계'가 조금 더 흥미로웠던 점은 이 영화가 취한 마지막 때문이었다. 영화는 결국 신세계를 꿈꾸던 여러 인물들 가운데 이자성에게만 신세계를 허락하는 듯 보이는데,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다른 모든 이들에게는 자유를 허락했으나 이자성에게만 그렇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자성은 자신이 결국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는 모든 이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방식으로 골드문의 보스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처음에는 이 엔딩에 대해 무척이나 통쾌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신세계'를 단적으로 요약하자면 여러 나쁜 이들이 결국 단 한 명의 선한 이를 나쁜 이로 만들어버리는 비극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론 심판의 측면에서 차라리 통쾌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국 신세계로 가지 못한 것은 이자성 뿐인 것만 같았다. 즉, 나쁜 이들은 모두 속죄 받기를 내심 원했으나 그 기회를 갖을 수 없던 이들이었다면, 이자성은 기회를 갖을 자격조차 없던 이들을 구원하는 동시에 본인 스스로는 영원히 구원 받을 수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되어버린 듯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드문 회장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는 이자성의 모습에서는 단순한 씁쓸함이 아니라, 더 큰 한숨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초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요!'라며 몇 번이나 애를 쓰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에필로그 속 6년 전 이야기를 통해 이자성이 벌써 예전에 스스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거나 혹은 그 만의 신세계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일말의 동정심도 허락하지 않으려 한 영화의 건조함이 오히려 더 아픈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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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간도'의 뜻이 '무간지옥(無間地獄)'에서 왔듯이, 이 영화 '신세계' 역시 무간지옥에 갇혀 버린 이들의 이야기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신세계 (新世界)'라는 제목은 이 영화에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1. 요 근래 본 영화들 가운데 연기력 측면만 보면 가장 볼거리가 화려한 작품이었어요.


2. 어디서보니까 본래 3부작으로 기획되었단 이야기가 있던데 (미공개 영상으로 공개된 마동석,류승범이 등장하는 에필로그도 그렇고), 전 이 한 편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지만 기대는 되네요. 그런데 3부작으로 가게 되면 너무 '무간도'처럼 가게 될 것 같기도하고;


3. 확실히 이런 캐릭터를 국내에서 황정민 만큼 맛깔나게 소화해내는 배우는 없는 듯. 역시 양면성으로 꼽자면 황정민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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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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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조디악 (十二生肖 12, Chinese Zodiac Heads, 2012)

여전하면서도 애잔한 용형호제 3



개봉하면 무조건 보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팬심으로만 이야기하자면 단연 성룡 영화를 꼽을 수 있겠다. 즉, 반대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영화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아도 무조건 보게 되는 영화라는 얘긴데, 최근 성룡 영화가 (아쉽지만) 그래왔다는 점에서 이 작품 '차이니즈 조디악'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차이니즈 조디악'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개봉한 이 작품은 '용형호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텐데, '용형호제' 시절에 보여주던 스펙터클과 아기자기한 액션 구성, 코미디까지 여전하다면 다른 한 편으로는 점점 약해져가는 성룡을 영화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기도 한 애잔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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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성룡 영화의 팬들이라면 다들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겠지만 '차이니즈 조디악'은 최대한 그 예전의 느낌, '용형호제' 시리즈로서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플롯과 배경 역시 거의 동일한데, 대 부분은 바로 그 동일함 혹은 그리움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일 터이니 이러한 점에 아쉬움은 없는 편이다. 그런데 '차이니즈 조디악'이 '용형호제'와 크게 달라진 점들이 있는데 바로 성룡 이라는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의 변화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예전에 '취권'같이 술먹고 싸우는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보고 배울 텐데 말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런 인터뷰 말고도 성룡은 전 세계의 형님으로 불릴 만큼 자선사업과 기부 등 좋은 일에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고 있다. 즉, 배우로서의 마인드 자체도 이러한 마인드를 기반으로 조금씩 변화해 왔다는 얘기다. 그런 마인드의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차이니즈 조디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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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으면 대형 범죄조직 등에 맞서서 유물을 얻기 위해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그리는 것에만 매진했을 테지만, 현재의 성룡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런 전 세계의 유물들이 암거래 시장, 경매 시장의 영향 때문에 본국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예전 '용형호제' 시리즈와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후반부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성룡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 다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적어도 '차이니즈 조디악'은 이러한 메시지와 재미의 측면을 분리하고 있어서 차라리 괜찮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만약 메시지가 전반부 부터 강렬한 작품이었다면 아마 예전의 '용형호제'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너무 무거운 작품이 되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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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차이니즈 조디악'으로 느껴지는 성룡의 변화라면, 세간에서 얘기하는 '늙었다' '이젠 성룡도...' 등등의 평가가 아닌 본인 스스로가 어느 정도 '성룡 영화'를 계속 한 편 한 편 이어간다는 것에 쉽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는 듯한 점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기존처럼 NG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이 장면들이 지나가고 난 뒤 삽입곡의 내레이션 형태로 성룡의 음성이 들려온다. 액션, 스턴트 장면들을 촬영할 때 마다 두렵다. 체력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성룡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힘을 낸다. 라는 식의 내레이션이 두 번에 나뉘어 흐르는데, 이 장면에서 팬으로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룡 영화'라는 장르를 이어가기 위한 고통이 그대로 묻어나는 동시에, 스스로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팬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함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애잔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더 찡했던 다른 이유, 다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등장한 그의 실제 부인의 출연 장면이었다. 정말 잠깐 출연하지만 마치 이 장면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 성룡의 인생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찡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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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고 예전 홍콩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썰렁한 유머나 과도한 몸짓, 캐릭터 등도 여전했지만 그래도 '성룡 영화'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성룡 영화'로 만나뵙길 바라며.



1. 일반 관객들에게 추천하기는 애매하지만 성룡 형님의 팬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일 것 같네요.

2. 유승준의 출연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더 안습인건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가 선글라스를 벗기 전까지 아무도 몰라봤다는 거죠. 여튼 이 작품에서는 카리스마도 없이 완전히 코믹 캐릭터로 등장하는 터라 더 아쉽더군요.

3. 서기도 깜짝 까메오로 등장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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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Stoker, 2012)

불안함으로 가득 찬 공간의 영화



박찬욱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스토커 (Stoker, 2012)'를 보았다.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니콜 키드먼, 매튜 구드 같은 좋은 배우들 혹은 재료를 가지고 박찬욱 감독이 어떤 요리를 해낼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평소 자신이 잘 하는 요리를 해낼지가 가장 기대되는 점이었는데, 헐리웃에서의 첫 작품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우울함과 우아함, 그리고 기괴함까지 엿보이는 미장센과 이미지, 분위기는 누가봐도 박찬욱 영화라는 점을 알 수 밖에 없게끔 하고 있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영화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연출해 내는 이안 감독 같은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색깔과 스타일을 견고히 하고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감독들이 더 많은데, 박찬욱의 '스토커'는 그런 점에서 자신의 색깔이 분명해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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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는 내러티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미지가, 분위기가 앞서는 영화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극중 인디아의 심리 변화나 갈등을 많은 관객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매튜 구드가 연기한 찰리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디아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에 대해 이런 반응과 갈등을 겪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까지 볼 수 있을 텐데, 이 심리를 박찬욱은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인디아의 입장에 조금 만 더 빠져들고자 하면 더 복잡하고 슬픈 이야기가 성립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디아의 심리에 100%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인디아의 집 내부 공간이 주는 분위기, 인물들 간의 대화나 시선이 교차될 때 흐르는 긴장감은 그 자체로도 '불안함'을 만들어 내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영화 내내 흐르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안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커'에서 어떤 사건이 직접적으로 일어나거나 밝혀질 때 보다는 오히려 그 이전에 무언가 불안한 그 상태를 묘사하는 것들이 더 매력적이고 집중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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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트워스 밀러의 각본이 히치콕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상당히 고전적인 우아함과 동시에 영화적인 구도와 장치들로 채워져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각 캐릭터들을 어떤 공간에 넣어두고 그 공간과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이미지로 녹여버리는 부분이었는데, 류성희 미술감독도 함께 참여했나 하고 생각될 정도로 기존 박찬욱 영화에서 보여주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한 폭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배우들의 연기와 외모는 탁월한 캐스팅과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찰리 역을 연기한 매튜 구드의 매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왓치맨'에서 오지맨디아스 역할을 맡아 강한 인상을 주었던 그는, 불안함과 그 분위기 자체가 핵심인 이 영화에서 바로 그 표정과 실루엣 만으로 우아함과 동시에 공포스러움을 탁월하게 표현해 낸다. 개인적으로 '스토커'하면 앞으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은 바로 매튜 구드의 그 미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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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토커'는 여백을 다루는 솜씨가 능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공간과 인물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바로 그 공간과 인물, 인물과 인물 사이에 발생한 여백을 두고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해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리듬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는 데에 또 다른 공로자는 바로 영화 음악을 맡은 클린트 만셀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 박찬욱 감독이 헐리웃에 진출했다고 했을 때 가장 반가웠던 스텝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을 맡은 클린트 만셀이었는데, 역시 그 기대에 맞게 불안하고 우울하면서도 우아하고 슬픈 음악으로 영화 전체를 표현해 내고 있었다. 또 하나 '스토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편집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비교적 많은 장면에서 교차 편집을 통해 인디아의 심리를 복합적으로 표현해 내려 했으며, 직접적인 표현 없이도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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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이야기 자체가 주는 강렬함까지 더해졌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박찬욱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자신의 방법으로 거침 없이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벌써부터 그의 헐리웃 두 번째 작품은 어떤 작품일지, 또 누구와 함께 하게 될 지 기대된다.
아마도 많은 헐리웃 영화 관계자들이 이 영화를 통해 박찬욱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1. 각본가가 배우로 너무 알려져 있다보니 각본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화제가 논의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 전 이에 대해 특별한 의견은 없어요. 박찬욱 감독이 선택했고, 표현했고, 그 결과물을 본 거니까요.


2.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를 보았을 때도 그랬는데, '스토커' 역시 보는 순간 박찬욱 영화라는게 너무 확실해서 반갑더라구요. 과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역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3. 아, 미처 정정훈 촬영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이 영화는 박찬욱의 헐리웃 데뷔인 동시에 정정훈의 데뷔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촬영이었던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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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나라 (かぞくのくに Our Homeland, 2012)

내 가족이 살고 있는 나라



양영희 감독의 신작 '가족의 나라 (かぞくのくに Our Homeland, 2012)'를 보았다. 일본의 유수 영화제들을 비롯해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및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더 주목받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던 '디어 평양 (2006)'과 '굿바이, 평양 (2009)' 두 작품의 다큐멘터리 이후 극영화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녀가 만드는 극영화는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충만한 작품이었다. 그렇게 보게 된 '가족의 나라'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놓여 있었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또 한 번 다루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도 보편성을 갖고 있는 한 가족에 관한 영화였다. 아, 정말 '가족의 나라'라는 제목은 생각하면 할 수록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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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조국 북한에서 치료를 위해 일본 집으로 돌아온 오빠. 감시자와 함께 돌아온 그로 인해 이 가족은 잠시나마 기쁨과 변화를 겪는다. 정말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서로 많을 듯 하지만, 의외로 이 가족은 서로 말이 많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는 북의 명령으로 인해 계획되었던 일정보다 빨리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미처 서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 조차 없었던 이 가족은, 처절하면서도 고요하게 이 또 한 번의 이별을 맞이한다. 그러고는 막이 내린다. 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이 남았는지는 결국 보는 이의 몫으로 남는다.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는 감독이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북송과 남북, 북한과 일본을 둘러싼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영화는 아니다. 바로 이 지점이 감독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 영화를 하고 싶었던 점이 아닐까 싶었다. 다큐멘터리, 특히 그녀가 선보였던 두 작품은 완전히 본인이 하고 싶었던, 개인적이면서도 역사를 관통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 '가족의 나라'는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는 동시에 감독 스스로가 과거 혹은 현실에서는 하지 못했고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극 영화를 통해 표현해 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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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라는 것도 장르의 일종으로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감독을 통해 일정 부분 연출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양영희 감독은 다큐를 만들 때 절대 인물들에게 디렉션을 준다거나 어떠한 의도를 담지 말자라는 원칙으로 전작들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감독의 원칙은 극 영화인 '가족의 나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데, 영화로 표현된 장면들과 이 장면들이 만들어진 그 뒷 이야기를 듣고나서도 쉽사리 믿기 어려운 방식으로 이 영화의 대부분은 (다른 의미로) 만들어졌다. 배우들에게 역시 어떠한 디렉션을 주기 보다는 그저 본인이 직접 겪었던 것에 근거해서 이럴 때 이 인물은 이런 심정이었다 라는 정도만 알려주는 것에 그쳤으며, 캐릭터에 더 깊게 동화되고자 한 배우들의 노력 탓에, 그리고 어쩌면 다큐멘터리를 찍는 방식처럼 컷을 나누지 않고 긴 호흡으로 촬영한 방식 속에서 이 영화는 극 영화인 동시에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용하기 힘든 지점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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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나라'는 일부러 감정을 극적으로 유도하지도 않고 실제로 그럴 수 있는 부분들 조차 절제하는 듯 하다보니,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감정적으로 흔들리기 보다는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게 되지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시작되는 순간, 그 동안 참고 있는 줄도 몰랐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영화가 보편성을 갖는다는 점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일부러 평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어쩌면 특별한 실제의 일화를 있는 그대로 그렸으나 그 안에서 보편적인 감정들을 이끌어 냈고, 그 감정들을 러닝 타임 내내 조심스럽게 유지시키는 것은 물론 영화가 끝난 뒤까지 오랜 여운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고나니 자연스럽게 이 영화가 놓인 특수한 상황과 이야기에도 관심을 넘어선 몰입을 하게 되는데, 그 동안 이러한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을 다룬 작품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었기에 오히려, 이야기의 표면적인 이슈 측면이 아닌 그 내면에 있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더 본질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즉, 북송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저 북한과 일본 정부 간의 정치적 이슈로 발생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또 다른 조국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남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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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입장은 그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공동책임을 느끼고 해결을 노력해야만 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이들의 이야기의 관심을 갖고 말고의 차원이 아니라 아예 그 존재조차 모르고 안다해도 부정하기 바쁜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는 더 특별할 수 밖에는 없다.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우선 알기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 일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북한과 일본 사이 뿐만 아니라 이런 비슷한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가족들이 다른 곳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 자체를 그저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북송된 이들의 문제에 있어서 대한민국이라는 존재는 제 3자가 아니라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고, 관심을 갖고자 하는 마음 조차 열려있지 않은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아주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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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가족의 나라'가 여러 나라의 영화제에 초대받고 호평을 받은 이유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 때문 만이 아니라,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 있어서도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완벽'이라는 표현 보다는 '놀랍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하다. 재일 교포 2세에 대한 이야기나 북송된 사람들에 대해 이전에는 알지 조차 못했던 일본 배우들과 우리 배우 양익준이 연기한 극 중 인물들은, 메소드 연기를 펼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놀라운 장면과 이야기를 완성해 낸다.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익숙한 양익준을 제외한 배우들은 재일 교포 출신의 일반인이거나 배우인줄로만 알았었다 (반대의 경우로 양익준을 이전에 몰랐더라면 똑같은 오해를 했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일찍 올해의 영화를 만났다.



1. 이 날 상영은 기자 시사보다도 앞선 특별 상영이었는데 양영희 감독님과 양익준 배우의 GV까지 만나볼 수 있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하나 버릴 것 없이 유익했던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어요.


2. 극 중 등장하는 '하얀 그네'라는 곡 입니다. 영화를 보고 들으니 참...



3. 3월 7일 개봉예정입니다. 전 개봉하면 꼭 한 번 더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양영희 감독님과도 직접 뵙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더 많은 관객들이 '가족의 나라'를 보게 되기를 바라면서요.


4. 마지막은 GV에 참여한 양영희 감독과 양익준 배우 사진 몇 장.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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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 블루레이

영화의 완성도에 걸맞는 소장가치 높은 블루레이



정말 꼭 내가 참여해서가 아니라 이번 열번 째 DP시리즈인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는 정말로 기대하고 기다린 타이틀이었다. 영화 자체도 그 해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았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는데, 그에 걸맞는 완성도로 출시된 블루레이가 일단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제작 초기 단계부터 소식을 듣고 조금씩 참여했던 터라 더 기다림이 길게 느껴졌는데, 드디어 이렇게 내 손에 쥐게 되니 감격 ㅠ





이번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에 대한 전반적인 자세한 리뷰는 기존 DP에 올린 리뷰로 확인 가능하니, 오늘은 패키지 사진과 콜릭터스 가이드북에만 좀 더 집중을.







사실 예전 DVD시절에도 'Collector's' 뭐시기 라는 타이틀을 단 것들이 여럿 있었는데, LLM에서 제작하는 Collector's Guide Book이야 말로 그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는 완성도의 책자라 할 수 있겠다. 진짜 이 소장 가치 높은 책자에 내 글이 수록될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인지 모른다.





가장 첫 번째는 영화 '말아톤'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의 글 '영화의 신성을 믿는 선지자이자 단 한 명의 교황'이 수록되었다.





그 다음에 내가 쓴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나를 느끼다'가 수록되었다. 디지털의 시대에 이렇게 인쇄물로 내가 쓴 글을 보는 것은 묘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그 밖에 내가 가끔 질투를 느끼곤 하는 홍준호 님의 글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와 성격의 글들이 수록되어 영화를 보는 것 만큼이나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영화에 대해 쓴 세 사람의 주제나 성격이 다 달라 각각의 시선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과, 음악이나 효과 등 기술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어 오프라인 스페셜 피쳐를 만나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밖에 브래드 피트, 제시카 차스테인, 숀 펜 등 출연 배우들의 간단한 소개와 이미지컷,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DP회원들이 보내준 각자의 또 다른 '트리 오브 라이프'가 담긴 사진들도 수록되어 DP10 타이틀 만의 소장가치를 더하고 있다.





지난 홍상수 감독의 작품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와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에 이어 네 번째로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에 글이 실리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길, 그리고 계속되더라도 그 애정이 식지 않기를 스스로 바래본다.


다음 제 글이 실릴 작품은 '러브 레터'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그리고 아직 공개할 수 없는 ** 입니다.



1,2. 홍상수 감독 작품 '북촌방향' '옥희의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647)

3. 이윤기 감독 작품 '멋진 하루' (http://www.realfolkblues.co.kr/1705)

4. 테렌스 맬릭 감독 작품 '트리 오브 라이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라스트 스탠드 (The Last Stand, 2013)

김지운의 괜찮은 헐리웃 데뷔작



최근 국내 유명 감독들의 헐리웃 데뷔 소식들이 활발한데,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 가운데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보게 되었다. 사실 다른 두 감독에 비해 김지운 감독을 덜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주연으로 한 액션 영화라기에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사뭇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아놀드만 알고 간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이거 배우들의 면면이 한 마디로 대단하더라. 라이온스게이트 제작에, 포레스트 휘태커, 로드리고 산토로, 제이미 알렉산더, 피터 스토메이어,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오픈 유어 아이즈), 루이즈 구즈만까지, 이 정도면 일단 준비 측면에 있어서는 부족할 것 없는 상차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냥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 작품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제법 규모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괜찮은 헐리웃 데뷔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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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라스트 스탠드'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헐리웃에 진출한 한국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점이었는데, 배경도 인물들도 헐리웃을 통해 표현되었지만 딱 보는 순간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장면이나 설정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첫 시퀀스 역시 그러했고, 특히 인물들을 스크린에 배치할 때 센터에 두고 펼쳐지도록 두는 카메라 앵글은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에서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던 구도라 익숙함이 느껴졌다 (참고로 대부분의 스텝들이 외국 스텝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촬영 감독만은 김지운 감독과 '달콤한 인생' '인류멸망보고서'를 함께한 김지용 감독이 맡고 있다).


'라스트 스탠드'에서 한국 영화의 느낌이 난다는 것은 대부분은 반갑고 기분 좋은 (기존 헐리웃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색깔이 느껴져서) 일이었지만, 간혹 그 점이 단점으로 느껴지는 점도 있었다. 조니 녹스빌이 연기한 '루이스 딩컴' 캐릭터의 활용이 그러한데, 전형적인 개그 캐릭터로서 전체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심각하지 않도록 하는 양념 같은 캐릭터로 어색함과 적절함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몇몇 장면은 장면 전체를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한국 오락영화에서 흔히 소비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본래 의도했던대로 전반적으로 시원시원한 액션영화인 이 영화를 너무 무겁지 않도록 하는 재미를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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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스탠드'의 줄거리는 간단한 편이다. 그리고 이야기 자체도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너무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한가롭다 못해 지루한 시골 마을이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FBI와 거대 범죄조직의 탈주범이 연관된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아 두 가지가 하나의 이야기로 만나게 되면서 숨겨왔던 주인공의 본색이 드러나게 되는. 사실 이렇게 단순한 줄거리라고 보았을 때 초반에는 이 각각의 이야기에 조금은 과한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두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이런 각각의 비중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부담이 되기도 해서 인데, 바로 슈퍼카 ZR1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 그러했다. ZR1의 놀라운 능력에 대한 부분이 제법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잘못하면 이 능력 자체가 주인공이 되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었는데, 사실 그렇게 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그 균형을 비교적 잘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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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스탠드'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동차 추격과 액션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거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비중있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김지운 감독이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것을 헐리웃이라는 배경을 통해 이제야 시도해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만큼 이 자동차 액션은 매력적이었다. 후반부 옥수수 밭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액션 장면은 단순히 속도와 추격의 재미 뿐만 아니라, 마치 무협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긴장감과 구도 (자동차를 의인화에 가깝게 활용하는)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시퀀스 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극장에서 볼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였고, 해외 팬들에게도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이 시퀀스 만큼은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 시퀀스 외에도 ZR1을 이용한 액션 장면들이 몇몇 있었는데, 이 역시도 무협 영화를 떠올릴 수 있을 만한 합과 구도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자동차를 가지고 이러한 액션을 만들어 낸 것이 여러 모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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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스탠드'가 좋았던 점은 별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때문이기도 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라는 점에서 볼 때 더더욱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작품인 듯 했다. 마치 '익스펜더블'의 아놀드 솔로 버전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예상했던 순간에 '짜잔'하고 아놀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시시하다라기 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강했다. 이 영화에는 그런 순간 의외성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기대하던 바가 어떻게 표현되는 냐가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지점을 비껴가지 않고 그대로 돌파한 점이 좋았다. 그래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면과 설정들도 좀 있지만 '라스트 스탠드'에서 그런 현실성을 잡기 보다는 이런 시원함을 선택한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 Di Bonaventur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감독이지만 헐리웃에는 이제 데뷔작을 내놓다시피 한 신인으로서,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는 괜찮은 배우들과 함께한 제법 괜찮은 작품이었다. 다시 말해, 김지운 감독이 앞으로 헐리웃에서 차기작을 선보이고 그 작품이 좋은 평가를 얻을 경우 전작인 '라스트 스탠드'를 일컬어 '그래, 헐리웃 데뷔작인 '라스트 스탠드'도 나쁘지 않았었지'하는 연장선에 놓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 다시 말하지만 배우들이 생각보다 좋아서 놀랬어요. 개인적으로는 포레스트 휘태커 보다도 피터 스톨메이어의 출연이 더 반갑더군요. 그의 활용이 생각보다는 한정적이어서 아쉽긴 했지만요.


2. 북미에서 기대보다는 못한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헐리웃 첫 작품으로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i Bonaventura Pictures 있습니다.


 




여의도 IFC M PUB

맥주 한 잔 공연 하나



지난 수요일 CJ E&M 소셜리포터즈로서 초대되어 여의도 IFC에 위치한 M PUB을 다녀왔다. M PUB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여의도 IFC 내의 M PUB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PUB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편한 분위기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덩달아 공연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M PUB만의 매력일텐데, 여의도 IFC의 M PUB은 매주 수요일 공연이 진행되는 터라 방문한 날도 공연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M PUB'이라는 커다란 표시판이 먼저 눈길을 끈다. 마치 브로드웨이 공연장의 작품명을 소개하는 광고판 같은 모습으로 공연과 함께하는 M PUB의 컨셉을 한 번에 소개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입구에는 바 형태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통로를 지나면 넓은 공간에 여러 테이블과 공연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잘 몰랐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보다는 훨씬 넓은 공간이었다. 연인, 친구끼리 2~4명씩 온 손님들도 많았으나, 평일 저녁이라 회사를 마치고 동료들끼리 여럿 회식 겸으로 방문한 이들도 많아보였다.






M PUB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메뉴판. 실제로 먹고 싶은 메뉴가 여럿이라 무얼 먹을지 한참을 골라야했다;;







전체적으로 공연이 곁들여지거나 공연이 없을 때는 뮤직비디오 등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같이 간 일행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기도 하고.







어떤 맥주를 마실까 하다가 파울라이너 생맥주를 시켰는데, 역시나 시원한 맛이!! '캬~~'. 진짜 맛있는 맥주는 거품 맛이 일품인데 역시나 좋더라. 하루 종일 일하며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조금은 씻겨 나가는 듯한 목넘김!





먹고 싶은 많은 메뉴 가운데 어렵게 고른 메뉴는 역시 치킨. 로스트 치킨은 커다란 그릇에 통 치킨과 감자, 각종 야채들이 한 가득 담겨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절로 침이 고이는 빛깔과 양! 워낙에 치킨을 좋아하는 터라 골랐던 메뉴였는데 역시나 치킨은 옳았다.





평소 감자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로스트 치킨에 함께 나온 감자들은 평소에 배는 먹은 듯 했다. 감자 자체가 좀 지루하게 느껴지면 함께 마늘이나 야채들과 곁들이면 좋더라. 어째 이 사진은 감자가 더 맛있게 나온 것도 같고 ㅎ







저렇게 통으로 나온 치킨을 잘라서 보기 좋게 그릇에 담아 나름 데코레이션까지 해서 먹으니 더 그럴싸. 저 통 치킨 안에는 삶은 달걀도 하나 숨겨져 있더라 ㅎㅎ






그리고 공연시간이 되어 등장한 오늘의 밴드 '무드 살롱 (Mood Salon)'. 처음 밴드명만 듣고는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가 아닐까 했는데, 재즈적인 측면도 물론 있었지만 그 보다는 오히려 브라스 사운드 중심의 흥겹고 펑키, 스카까지 즐거운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였다. 사실 이 날의 발견이라면 로스트 치킨보다는 무드 살롱이 아닐까 싶은! (졸지에 치킨과 비교 대상에 놓인 무드 살롱에게 사과의 말씀을;;;)






사실 이렇게 공연과 식사가 겸하는 곳의 경우 솔직히 공연 자체를 기대하게 되지는 않는 편인데, 이 날 무드 살롱의 공연은 그 좋은 치킨과 맥주를 잠시나마 멈추고 공연에 집중하게 될 만큼 즐거운 공연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연주와 노래 모두 좋았는데, 특히 브라스를 중심으로 한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고 멤버들이 그냥 겉치레가 아니라 실제로 즐겁게 즐기면서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 표정에서 그대로 보여서 보고 듣는 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보컬 곡들도 물론 좋았지만 연주곡인 '한강블루스'가 특히 좋았다. 마치 영화 '브로큰 플라워'에서 들었던 것만 같은 묘한 쓸쓸함에 한국적, 아니 서울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곡이어서 가장 귀를 즐겁게 했던 것 같다. 사실 공연에 100%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M PUB을 나오면서는 '서울의 아가씨'의 몇 소절을 나도 모르게 계속 중얼거렸을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멜로디 라인이 아니었나 싶다. 무드 살롱에 음악에 절로 빠져서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미 자라섬 무대에도 섰었고 다른 무대 동영상들도 찾아보니 역시나 그 즐거운 에너지를 만나볼 수 있어, 한참을 보고 또 보기도 ;;;



무드 살롱 - 서울의 아가씨





무드 살롱의 공연이 만족스러워 다른 M PUB 무대에 섰던 밴드들을 찾아보니, 인디에서는 제법 이름 있고 알려진 밴드들도 여럿 무대에 섰더라. 뭐랄까, 직접 홍대 클럽 무대를 찾기 힘들거나 어려워 하는 이들이라면, 좀 더 밴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M PUB 무대가 아닐까 싶다.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더불어 멋진 밴드의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건, 확실히 손님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다. 다음에도 M PUB에 들르게 된다면 꼭 공연이 있는 날에 맞춰 가 볼 계획!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2012)

한 줄기 빛나는 치유의 영화



데이비드 O. 러셀의 전작 '파이터'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그의 다음 작품을 그 이름만으로 선택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아카데미 등 여러 시상식의 노미네이트 혹은 수상 등 때문도 있겠지만, 역시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라는 나에게는 아직 뜨거운 두 배우 때문이었다. 브래들리 쿠퍼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제니퍼 가너 주연의 TV시리즈 '앨리어스'를 통해서 였는데, 그 당시만 해도 그저 평범하게 생긴 남자 친구 역의 배우 정도로만 기억에 남았던 그가 이렇게 성장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에 출연했을 때만 해도 좀 의외의 캐스팅이다 싶었었는데, '행 오버' 이후로 이제는 헐리웃을 대표하는 어엿한 배우 중 하나로 부각한 것 같아 왠지 뿌듯한 느낌마저 든다. 제니퍼 로렌스야 '윈터스 본'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준 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를 통해 역시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어 앞으로가 기대되던 배우였기에, 이 둘의 주연이라는 점만으로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었다.



ⓒ The Weinstei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로맨스 인듯 보이지만 사실은 대놓고 상처와 치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즉, 팻과 티파니의 이루어지지 않을 듯, 이루어질 듯 한 관계는 로맨스 영화로서도 훌륭한 긴장감을 주지만 이 둘의 관계는 결국 서로를 향해 있다기 보다는 각자의 상처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치유의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팻은 그 상대에게 폭력을 가해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도 충동을 참지 못하는 일종의 비정상인으로 묘사된다.



ⓒ The Weinstei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보통 같으면 팻이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사회에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더 직접적으로 얘기해 정상인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렸었을 텐데 이 영화의 전개과정은 좀 다르다. 처음에는 팻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여주지만, 그 이후에는 그의 아버지, 친구, 주변 인물들 역시 한 두 가지씩 이상한 (비정상적이라고들 얘기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인가 팻이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뎌지게 되는데, 결국 데이비드 O.러셀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비정상이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인물이 이런 조건들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것'을 문제나 비정상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상처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 The Weinstei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전반적으로 감싸고 있는 이 시선은 이 영화를 겉으로는 쿨해보이지만 속으로는 따듯하다 못해 뜨거운 영화로 만들어냈다. 실제로 팻과 티파니는 물론 팻의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들 거칠 것 없고 모난 듯 보이지만 이 모습과 방식을 일부러 둥글게 다듬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를 인정하고 치유해가는 점이 무엇보다 인상깊게 다가왔고 뭉클하게 느껴졌다. 감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치유의 이야기 가운데 팻과 티파니의 로맨스를 녹여 놓았는데, 자칫하면 뻔할 수 있는 너무 익숙한 선택이 될 수 있었지만 결국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에 데이비드 O.러셀은 전작 '파이터'를 통해 집중했었던 가족의 이야기도 또 한 번 그려내고 있는데, 팻의 부모님의 대한 묘사가 두 주인공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다 이해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남편과 아들을 따듯하게 바라보는 어머니 캐릭터도 인상적이었고,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쉽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 (로버드 드 니로)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사실 처음 극 중 아버지 역할로 등장하는 로버트 드 니로를 보았을 때 주변 캐릭터로 그냥 소비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웬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 울컥하게 만든 건 오롯이 로버트 드 니로라는 대 배우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 The Weinstein Company. All rights reserved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너도나도 힐링을 외치는 시대에 쿨하게 자신 만의 방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치유하는 한 줄기 빛나는 작품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씨익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으로 증명된다.



1. 제니퍼 로렌스는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이전까지 그냥 괜찮다 싶은 배우였다면 이 작품을 통해 팬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2. 영화 음악이 참 좋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웨스트사이드스토리'도 슬쩍 등장하고. OST를 질러야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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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he Weinstein Company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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