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새 시대를 맞는 007의 강렬한 대답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이전의 본드들 보다 더 좋아하는 이로서 그의 세 번째 007 영화 '스카이폴 (Skyfall, 2012)'은 단연 기대작이었다. 거기다가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본드 역할로 거론되기도 했던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 벤 위쇼와 랄프 파인즈, 알버트 피니까지 출연하는 출연진 역시 한층 기대를 더하게 했다. 이처럼 내가 '스카이폴'을 대하는 방식은 50주년을 맞는 007 시리즈의 팬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감독과 배우들로 인해 거는 기대가 큰 작품, 더 나아가자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영화로서 기대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며 처음 든 생각은 제작진이 이토록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007시리즈 브랜드의 매력에 완전히 설득 당했다는 것이었다. 예전 007 영화들을 거의 다 보기는 했지만 특별히 애착을 갖고 찾아보는 시리즈는 아니었는데, '스카이폴'에 가득 담긴 시리즈에 대한 자부심이 관심이 비교적 덜했던 전작들마저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아..시리즈의 50주년을 맞는 작품으로서 '스카이폴'은 정말 완벽에 가깝다.



ⓒ  Metro-Goldwyn-Mayer (MGM). All rights reserved


많은 007 시리즈의 골수 팬들이 마치 제이슨 본처럼 변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에 적잖이 불만을 갖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같은 액션 스타일의 변화는 스토리의 맥락 상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오히려 더 장점으로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007을 연기한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는 처음으로 살인면허를 받고 007요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유롭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본드와는 다르게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오히려 어울리는 바였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이미지인 여성 편력 혹은 카사노바 같은 이미지 역시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 이 때의 본드는 베스퍼 린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와의 이별로 인해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작품에서 본드가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이후 제임스 본드가 요원으로서 활동하고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왜 한 번도 깊은 관계로는 발전하지 않는 지가 설명된다는 얘기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새롭게 시작한 007시리즈는 단순히 유행하는 본 스타일의 액션이 가미된 본드라던가, 이미 익숙한 본드와는 전혀 다른 투박하기만한 모습이 아니라, 둘 다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변화 혹은 캐릭터였기에, 오히려 그렇다면 진정한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의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새로운 007 시리즈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세 번째 작품 '스카이폴'에서는 이제는 준비를 마친 제임스 본드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여기서 잊고 있었던 점이라면 바로 이 작품이 007시리즈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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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작품과는 다르게 '스카이폴'은 이미 노쇠하여 퇴물 취급을 받은 007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적이나 다름 없는 이를 등장시킨다. 즉, '스카이폴'의 갈등 구조는 세계를 위협하는 범죄 조직이나 악당이 아니라 좁게는 제임스 본드와 M으로 대변되는 MI-6의 위기, 넓게는 바로 스파이 장르로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 자체에 대한 위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카이폴'의 또 다른 테마는 부활 (Resurrection)이다. 이 부활이라는 테마는 꽤 직접적으로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는데, 결국 부활은 하되 어떤 모습과 메세지를 갖고 부활하는가가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부활을 설파하는 과정에는 앞서 이야기한 위기, 새로운 시대를 맞은 21세기 007 시리즈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영화의 의지가 아주 강하게 담겨 있다.


그 부활의 테마 중 첫 번째로 주목해 볼 것은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다.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란 곧 미완성 혹은 결핍의 해소, 완성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유명한 '건 베럴' 장면이 아직도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아직 미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카이폴'은 그런 본드의 결핍을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중요시 되는 요소는 역시 가족이라는 테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거의 언급된 기억조차 없는, 본드가 고아라는 사실을 '스카이폴'은 여러 번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으며, 주디 덴치가 연기한 M을 Mother로 부르는 것 역시 유난히 두드러진다. 그리고 본드의 과거가 남아있는 곳에서 만난 킨케이드 (알버트 피니)는 마치 그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본드가 부모의 무덤과 과거가 남아있는 이 저택을 마지막 장소 삼아 실바와 대결을 펼치고 그 장소를 자신의 손으로 부숴버리는 것 역시, 과거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진정한 부활로 거듭난다는 맥락에서 의미 깊은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007 시리즈의 오랜 조력자인 Q의 새로운 합류와 머니페니의 등장은, 비로소 모든 것을 극복해 낸 제임스 본드에게 주어진 완벽한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이렇게 본드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 동안 미완성의 불안함을 보여주었던 제임스 본드의 완벽한 부활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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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제임스 본드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영화였지만, 그 보다 '스카이폴'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직접적이고 또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007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자부심과 부활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앞서 이 영화가 대면하게 된 위기에는 이른바 한물 간 시리즈, 시대에 뒤쳐진 냉전의 그림자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스파이물로서의 007 영화에 대한 위기가 있다고 했는데, 샘 멘데스를 대표로 한 '스카이폴'의 제작진은 시리즈의 5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이 점에 대해 강력하게 말하고자 하는 듯 했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스파이들의 활약상이 중심이 되던 007 시리즈는 냉전 시대가 종식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존의 이유 역시 위협받게 되었다. 이후 북한이라는 새로운 주적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또 다른 위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이 007이라는 시리즈가 정확히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의지를 이토록 강하게 표명한 적은 적어도 없었다.


하지만 '스카이폴'은 바로 새 시대를 맞는 007은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007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그 어떤 코멘트보다도 강렬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 글로벌한 볼거리를 자랑하던 시리즈는, 영화의 주요 배경을 영국 런던, 더 나아가 MI-6의 본부로까지 가져왔다. 이는 곧 문제의 해결 방법을 외부에서 찾거나 외부의 공격, 영향으로 인한 방어기재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로 인한 위기, 혹은 스스로가 해결 방법을 찾는 것만이 진정한 위기 해결 방법임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다. MI-6의 심장부를 공격 당하고 그 수장인 M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더 강건하고 뚜렷해 진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M의 입을 통해 그리고 본드의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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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Q는 이야기한다. 예전 같은 신무기는 없다고. 뭐 볼펜 폭탄이라도 줄 줄 알았냐고. 그리고는 본드를 인식하는 권총 한 자루와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송신기 하나를 전달한다. 이후 실바 일당과 마지막 일전을 치룰 때도 마찬가지다. 본드가 실바를 유인하게 위해 선택한 자동차는 다름 아닌 애스턴 마틴 DB5이며, 저택을 기점으로 일전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신무기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아날로그하고 제한된 상황에서의 전략들(전구 플러그에 못들을 장착해 전원 스위치를 켜면 사방으로 못들이 스파크와 함께 튕겨 나가는 트랩처럼)로 이뤄져있으며, 무장 헬기와 맞서는 본드의 무기 역시 오래된 사냥용 장총이다. 이는 단순히 이전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아니라 '스카이폴'이 영화 내내 담고 있는 강력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실바라는 캐릭터도 다른 악역들과는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역할이었다. 실바는 본드를 잡아온 자신의 거처에서 본드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우간다 선거를 조작하는 것, 또 어떤 무엇을 공격하는 것 등등 여기서 클릭 한 번이면 모두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하고자 하면 모든 것을 쉽게 이룰 수 있는 실바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M이다. 이는 007 시리즈에 대한 위기와 극복에 대한 질문이자 답으로 볼 수 있는데, 007 영화가 새 시대에 맞게 본 스타일의 액션도 할 수 있고, 또 다른 스타일리쉬한 트랜드에도 맞춰갈 수 있고 앞서갈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 길은 007 영화가 가야할 길은 아니라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문자답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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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를 맞는 007의 대답은 결국 새 시대에도 007 영화는 가장 007다움을 오히려 더 강조하고 고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얼핏 오만이나 자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혹은 실제로 자만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나는 이러한 이들의 자신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니 영화의 자부심에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다. 실제로 제이슨 본 스타일의 트랜디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스카이폴'의 고전적인 방식과 느린 호흡, 드라마 중심의 전개에 많은 실망을 하기도 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새 시대의 관객들과는 소통하지 못하는 시리즈가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영화의 방식을 무조건 지지하는 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쉬지 않고 관객에게 말하는 듯 했다. 우리는 50주년을 맞은 007 시리즈인데,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을 멀리서 찾지 않고 스스로에게서 찾았다고. 아니 그보다도 우리는 우리가 만든 이 시리즈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 자부심으로 007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거라고. 말이다.


영화가 말하고자는 주장이 너무 직접적이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좀 더 은근한 방법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자부심 넘치는 방식은 '스카이폴'은 물론 007 시리즈 전체에 대한 매력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에게 간절히 호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편으론 도도해 보일 정도로 자부심 넘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더 좋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라는 엔딩 크래딧의 문구를 비로서 깨닫게 되었다. 그 어떤 시리즈도 갖지 못한 역사와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답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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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는 007 시리즈의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냥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이 더 좋았을 뿐인데 '스카이폴'이 저를 완전히 007 시리즈의 팬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그 동안 흘려 보았던 예전 007 영화들을 너무 다시 보고 싶게끔 말이에요.


2. 아델의 주제곡이 흐르는 오프닝은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크리스 코넬의 곡과 함께한 '카지노 로얄' 오프닝 보다도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오프닝 만으로도 울컥하는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었어요. 아델은 마치 007 테마곡을 부르기 위해 태어난 가수인 것만 같더군요. 이미 곡을 접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환상적인 오프닝이 더해지니 이건 뭐 말로 다 감동을 표현할 길이 없더군요.


3. 샘 멘데스의 기용은 정말 완벽한 선택이었네요. 언젠간 크리스토퍼 놀란이 007을 연출할 날이 올 것 같지만, 그래도 샘 멘스의 '스카이폴'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Metro-Goldwyn-Mayer (MGM) 에 있습니다.


 







조셉 고든 레빗 : 연대기 (Joseph Gordon-Levitt : Chronicle)


여기 한 남자 배우가 있다. 최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화제작 '인셉션'을 통해 '500일의 썸머'에 이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된 그는 바로 조셉 고든 레빗 (Joseph Gordon-Levitt)이다. 조셉 고든 레빗의 필모그래피가 흥미롭기는 했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헐리웃의 대표 배우로 성장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물론 그는 아직까지는 마이너한 감성과 분위기를 갖고 있는 배우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론 분명 헐리웃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배우라는 점에서 더 늦기 전의 그의 짧지 않은 연대기를 살펴볼 필요가 생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흥미로운 필모그래피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었지만, 예상보다 더 흥미롭고 결코 짧지 않은 커리어는 알면 알 수록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에게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그렇다. 조셉 고든 레빗은 바로 외계인 가족이었던 것이다)

 
처음 성인이 된 조셉 고든 레빗을 본 사람들은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3rd Rock from the Sun)'에 나왔던 그 아이구나!'라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그렇다, 조셉 고든 레빗은 아역 연기자 출신으로 우리가 흔히 알만한 작품에도 여럿 출연했었다. 앞서 언급한 TV시리즈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을 비롯하여 1994년 작으로 우리에게는 대니 글로버 주연의 야구영화로 기억되는 '외야의 천사들 (Angels in the Outfield, 1994)'에도 출연하였으며, 브래드 피드 주연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1992)'에서는 주인공 노먼이 아역으로 출연하였으며, 데미 무어와 알렉 볼드윈이 주연한 1996년작 '주어러 (The Juror, 1996)'에서는 데미 무어의 아들로 출연하기도 했었다. 이 밖에도 수많은 TV시리즈와 작은 영화들에서 아역 연기자로 크고 작은 역할들을 연기했었는데, 의외로 배우들이 좋은 작품들이 제법 있었다는 점이 조금은 놀랄 만한 점이었다.



(이 작품에는 히스 레저와 조셉 고든 레빗 외에 어린 데이빗 크럼홀츠도 출연했었다. 데이빗 크럼홀츠는 미드 '넘버스'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한데, 이런 풋풋한 모습을 보니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꼭 챙겨봐야할 또 한 가지 이유가 생긴 기분이다. 더 재밌는건 '넘버스'의 에피소드에 조셉 고든 레빗이 출연한 적도 있다는 사실!)

그러다가 아역의 티를 살짝 벗은 19살의 조셉 고든 레빗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 바로 헐리웃 청춘 영화의 산실로 불리는 (점점 불려지는)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이었다. 이 작품은 초기 소수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가 히스 레저가 주목을 끌었을 때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었는데, 사실 이 작품을 조셉 고든 레빗 때문에 다시 꺼내들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작품을 통해 주목 받은 것은 물론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즈 였겠지만, 여기엔 분명히 조셉 고든 레빗도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했었다. 한가지 아쉬운 건 점점 영화 팬들 사이에서 (적어도 히스 레저와 조셉 고든 레빗의 팬들 사이에서는) 그 중요도가 커져가는 이 작품이 국내에서는 DVD로도 출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미에서는 블루레이로까지 발매가 되었었는데 어쨋든 이 작품을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브릭' 이전에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비중있는 출연이라면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보물성 (Treasure Planet, 2002)'에서 주인공의 목소리 더빙을 맡았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브릭'은 성인 배우로서 조셉 고든 레빗을 다시 재조명해준 작품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를 이름과 함께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21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브릭 (Brick, 2005)' 이었다. 고등학생과 교내를 배경으로 누아르 장르를 써내려간 이 기발한 작품은 한 편으론 참 유치하고 단순해 보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느와르와 장르 영화의 특성을 전혀 다른 배경에 완전히 대입시킨 작품으로서 평단에 큰 주목을 받았었다. '브릭'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그 였다. '브릭'에서 처음 조셉 고든 레빗을 보았을 때는 사실 히스 레저를 보는 줄 알았었다. 아직까지도 그를 떠올리면 '아, 첨에 히스 레저 닮은 배우로 생각했던' 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을 정도로, '브릭'에 등장한 그의 모습은 마치 좀 더 골격이 작고 여린 히스 레저 같아 보였었다.



(적어도 나에겐 히스 레저를 연상시키는 배우로 출발했던 조셉 고든 레빗에게, 이제 더이상 히스 레저의 그림자는 없다)

그런데 구글링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나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저렇게 둘이 붙여 놓고 보면 꼭 닮았다고만은 할 수 없을텐데, '브릭'을 보고 들었던 인상은 분명 '히스 레저'였다. 이미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통해 함께 연기했었고, 만약 히스 레저가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어떤 작품에서든 다시금 만날 수도 있었을 이 두 배우가 또 한번 함께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은 팬으로서 역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톰과 썸머는 이미 2001년 '매닉 (Manic)'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났었다)

 
 
'브릭'의 성공 이후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밟겠구나 싶었었으나 의외로 그의 모습을 한 동안 (적어도 국내 극장가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브릭' 이후 2005년부터 2008년 까지 제법 많은 영화에 주연, 조연을 맡았었지만 이렇다할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다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더 구체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게 금새 수면 위로 떠오를 줄 알았던 그를 기다리기가 점점 지루해질 때 쯤, 조셉 고든 레빗은 전혀 의외의 영화와 캐릭터로 우리 곁에 다가왔는데 바로 이병헌이 출연해 더 큰 관심을 끌었던 헐리웃 블럭버스터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가 그것이었다 (실제 북미 개봉 시점을 보면 '(500)일의 썸머'가 같은 해 다른 달로 조금 더 개봉이 빠르지만, 국내 개봉 시점으로 보면 '지.아이.조'가 앞서 있었다). 당시 썼던 '지.아이.조' 리뷰에 조셉 관련 부분을 끄집어 내보자면,

'사실 출연 사실을 알고 그나마 기대했던 건 조셉 고든-레빗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마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이온 플럭스>에 출연했을까 했던 것 처럼). 그가 맡은 렉스 캐릭터 역시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모양이지만, 왠지 이런 영화와 그 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이 평가는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과연 왜 이 영화에 출연했을까는 아직까지 좀 의문인데....음....의문이다.




(500일의 썸머에서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는, 젊었을 때의 더스틴 호프만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아마도 수십년 뒤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그런 클래식함이 더 깊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드디어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드디어'라는 수식어를 최근 개봉한 '인셉션' 대신 '(500)일의 썸머'에서 사용한 이유는, 이 작품에서 이미 그의 연기가 많이 자리를 잡고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조이 데샤넬이 영화 속 '썸머' 그 자체였듯이, 조셉 고든 레빗 역시 '톰' 그 자체였다. 이 영화 속 '톰 핸슨'이라는 캐릭터는 비슷한 다른 배우가 맡았더라도 괜찮은 작품이 되었겠지만, 다른 여배우가 맡았더라면 조이 데샤넬 특유의 뉘앙스는 살릴 수 없었을 것처럼, 톰 역시 조셉 고든 레빗 만의 사소한 디테일들이 모여 지금의 '톰 핸슨'을 만들어 냈다. 두 배우 모두 연기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평소의 모습이 은연 중에 잘 드러난 작품이기도 했는데, 확실히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조셉 고든 레빗을 '그냥'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라 '매우' 좋아하는 배우로 꼽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SNL이 맞다)

 
'(500)일의 썸머'이후 조이 데샤넬의 팬을 자처하게 되면서 그녀의 관련 소식을 찾다가 자연스레 조셉 고든 레빗에 관한 소식들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친구 알면 알 수록 마음에 든달까. 그의 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히 무비 스타 혹은 셀러브리티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커리어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깊게 받을 수 있었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어느 자리, 어떤 상황에서 담긴 사진들을 보아도 모두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있었으며,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들이 더욱 그를 특별하고 개성있는 배우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가끔은 이런 느낌도??)

그의 다양한 활동들 가운데는 직접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있고 단편을 연출하는 것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모두 아우를 만한 그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라면 'hitRECord'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의 트위터를 알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고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여러가지 결과물들을 보고나서야, 그의 아티스트적인 역량과 자부심 혹은 욕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조셉 고든 레빗을 남들과는 다른 배우로 만들어 주는 (연기 외에) 핵심적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방문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hitRECord.org'를 방문해보라!





(그리고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 '인셉션' 속 '아서'로 분한 그)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Inception, 2010)'에서 아서 역할로 분한 그의 모습은 기존 과는 또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코스츔을 입은 듯 곱게 빗어 넘긴 올백 헤어스타일과 좁은 어깨를 그대로 드러낸 타이트한 양복 차림의 그는, 고풍스러운 취향을 갖고 있는 아서와 맞아 떨어지며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였다. 특히 시크한 듯 찡그리는 그 표정이나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귀여움마저 드는 표정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토비 맥과이어가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서 하차하기로 한다는 소식 이후,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이 새롭게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새로운 피터 파커로 조셉 고든 레빗이 오르내리기도 했었는데, 처음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으나 '인셉션'에 등장하는 무중력 액션 시퀀스를 보니 새로운 스파이더 맨으로서 (역시 아직까지는 어색함이 더 크지만)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 역할은 다른 배우로 내정이 된 상태).

어쨋든 '인셉션'은 '(500)일의 썸머'와 맞물려 서로 다른 매력의 조셉 고든 레빗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인셉션'을 보는 내내 '아서'로서가 아니라 썸머에게 휘둘리던 불쌍한 '톰'으로 느껴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혹시 자네, 아직도 썸머를 그리워 하는 것은 아니겠지...)


'인셉션' 후 조셉 고든 레빗은 또 다른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로 우리 곁을 찾아올 예정이다. 북미 기준으로 2011년 1월 공개를 목표로 작업중인 'Hesher'라는 작품인데, 위의 스틸컷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또 다른 조셉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에는 그 외에 나탈리 포트만과 레인 윌슨 등이 출연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개봉할 수 있을런지는 확실히 미지수다. 

참고로 조셉 고든 레빗은 현재 'Live with It'이라는 조나단 레바인 감독의 작품에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안나 캔드릭, 세스 로건 등과 함께 캐스팅 된 상태이며, '쥬라기 공원' '스파이더 맨' '우주전쟁'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데이비드 콥 (David Koepp)이 연출을 맡은 'Premium Rush'라는 작품에도 캐스팅이 된 상태다. 




(훗, 내 커리어는 이제 시작일 뿐. '인셉션'은 거들 뿐)


조셉 고든 레빗의 커리어를 살펴보니 결코 짧지만은 않은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커리어와 필모그래피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좀 좋은데' 에서 시작된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확실히 '야, 이거 잘못하면 또 하나의 팬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는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갖게 된 떠오르는 배우로서 굳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배우로서 작품 활동 외에 아티스트로서 자신 만의 퍼포먼스 영역을 넓혀가는 점이나, 이 청년이 갖고 있는 자세나 가치관에 동요되었다고나 할까. 알면 알 수록 더 끌리는 배우가 바로 조셉 고든 레빗이 아닐까 싶다. 이제 그는 내가 가장 주목하는 젊은 배우 중 하나다.


2011.12.15 추가 업데이트

지난 번 조셉 고든 레빗의 연대기 마지막에 출연 예정작이라고 거론 했었던 작품 가운데는
'Live with It'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 작품이 바로 '50/50'이었다.


세스 로건, 안나 캔드릭 등과 함께 출연한 이 작품에서 JGL은 암환자인 '아담' 역할을 맡고 있는데, 기존에 그가 갖고 있는 평범한 듯한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역시 그 안에서 자신 만의 색깔을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라 캐릭터와 상당한 싱크로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특히 이 작품이 추구하는 바가 삶과 죽음을 극적으로 그리기 보다는 그저 일상의 한 조각으로 거리를 두고 그리려고 한 점이라는 걸 봤을 때,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배우의 건조한 듯 하고 평범한 듯 하지만 진실이 담긴 눈망울은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평범한 일상과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를 보다보니, 저절로 썸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러한 경향은 한동안 계속 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다음 출연 예정작은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다. 존 블레이크 역할로 출연할 예정인 JGL의 모습은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하게 한다. 과연 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마무리하는 이 작품에서, 또 어떤 연기와 캐릭터를 만들어낼까!



2012.10.26 추가 업데이트

업데이트를 깜빡하고 놓쳤는데 2012년 그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빼먹을 뻔했다. 예전 글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이 영화는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블레이크'를 중심으로 보자면 '블레이크 라이즈'라고 해도 좋을 만큼 블레이크의 비중이 의미상으로 중요한 작품이었다.



'인셉션'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에 다시 한 번 등장한 JGL은, 영화 개봉 전 모든 이가 '로빈'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찰 '블레이크' 역할을 맡았는데,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만큼은 아니지만 대단원을 마무리 하는 이 작품에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다시 한 번 애정을 갖게 되는 캐릭터인 동시에 거울로 삼게 되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기존 그가 연기한 작품들을 보면 그 특유의 좁은 어깨 때문인지 조금은 연약한 이미지가 없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블레이크는 정의라는 것을 대변해 줄 곧은 인물로서 결코 연약하지 않은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로빈'이라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한 껏 안고 시작한 캐릭터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블레이크'로서도 충분히 독립 가능한 연기를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2012년 10월에 국내에서 만나보게 된 '루퍼 (Looper, 2012)'. 영화와 별개로 조토끼의 팬으로서 이 작품이 흥미로웠던 것은 작품 내내 살짝 못 알아볼 정도의 분장을 한 채 등장한다는 사실 때문인데, 영화를 처음 볼 때만 해도 '저러다가 어떤 이유로 인해 다시 제 얼굴을 찾지 않을까?' 했는데, 끝까지 긴가민가한 얼굴로 연기를 펼친 작품이었다. 그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미래에서 온 자신을 연기한 브루스 윌리스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분장이 아니더라도 그 자연스러움을 살릴 수 있었을 정도로 브루스 윌리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그의 노력이 엿보였던 작품이었다. 얼굴이 아주 다른게 아니라 미묘하게 (긴가민가 수준) 다른 경우라 어떤 면에서는 익숙한 그가 보였다가도, 다른 장면에서는 낯선 그를 보게 되기도 했는데, 조셉 고든 레빗의 팬이라면 영화의 재미와는 별개로, 다른 얼굴로 연기하는 JGL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하다.


현재 조셉 고든 레빗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 (Lincoln, 2012)'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함께 연기를 마쳤으며,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과 '다빈치 코드'의 후속작 '천사와 악마'를 연출했던 데이빗 코엡 감독의 신작 '프리미엄 러쉬 (Premium Rush, 2012)'에도 출연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감독, 주연, 각본까지 맡은 영화 '돈 존스 어딕션 (Don Jon's Addiction, 2013)'까지 내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그 외에도 줄리안 무어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하고 있어 더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를 넘어서서 이제는 감독과 각본에 까지 영역을 넓힌 JGL의 활약을 앞으로도 계속 기대해본다!


'연대기' 시리즈는 주인공의 작품이나 앨범이 추가될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조셉 고든 레빗 출연작 리뷰

* 브릭 (Brick, 2005) _ 누아르 장르의 진화 (http://www.realfolkblues.co.kr/449)
*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_ 예고편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 (http://www.realfolkblues.co.kr/1054)
*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 2009) _ 내게도 썸머가 있었다 (http://www.realfolkblues.co.kr/1189)
* 인셉션 (Inception, 2010) _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스스로 발전하는 세계 (http://www.realfolkblues.co.kr/1330)
* 인셉션 _ 블루레이 리뷰 (http://www.realfolkblues.co.kr/1419)
* 50/50 (,2012) _ 보이지 않던 반대편의 50%에 대해 (http://www.realfolkblues.co.kr/1571)
*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_ 놀란의 배트맨, 이렇게 마무리되다
(http://realfolkblues.co.kr/1669)
* 루퍼 (Looper, 2012) _ 흥미로운 장르영화 그리고 설마의 가능성 (http://realfolkblues.co.kr/1702)




자료참고 / imdb.com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와 원저작자에 있습니다.






조지 해리슨 (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 2011)

물질 세상 속 영적인 존재가 되다



비틀즈의 멤버이자 기타리스트로서, 솔로 뮤지션이자 에릭 크랩튼과의 유명한 삼각관계의 주인공으로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비 샹카의 영향으로 인도 음악과 시타르 연주자로서. 이 정도가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조지 해리슨의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피상적으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항상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욕구가 존재했었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비틀즈 보다는 존 레논을 좋아하는 편인데, 조지 해리슨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갈 수록 마치 비틀즈 - 존 레논이 그러했던 것처럼 더 큰 궁금증과 더 큰 만족을 얻게 되던 차에 바로 이 영화 '조지 해리슨 (George Harrison: Living in the Material World)'을 만나게 되었다. 거기다가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사람이 다름 아닌 마틴 스콜세지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스콜세지라면 누군가를 담아내는 표현에 있어서 객관적이면서도 일반적으로는 놓치기 쉽지만 그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반드시 이야기해야할 '정수'를포착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 믿음은 이번에도 옳았다.



ⓒ Grove Stree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208분이라는 러닝 타임 답게 이 작품은 조지 해리슨이라는 인물을 시작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까지 차근차근 담아낸다. 비틀즈 결성 전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와 밴드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비틀즈라는 전설적인 밴드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이후 비틀즈 활동 시절의 몇몇 일화들과 이후 그들의 관계가 소원해 지고 해체에 이르는 과정 역시 기존에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좀 더 조지 해리슨 중심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부분은 비틀즈 활동 이후 솔로 뮤지션이자 영적인 존재가 되고자 했던 조지 해리슨에 대한 이야기였다. 라비 샹카를 알게 된 이후 그에게 깊은 영감을 받은 조지 해리슨은 직접 시타르 연주를 사사 받은 것은 물론, 그의 음악을 더 큰 세계 음악 시장에 알리는 데에 적극적이었고 또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자선 콘서트였던 '더 콘서트 포 방글라데시 (1971년 8월 1일)'를 개최하며 단순한 뮤지션이 아닌 더 가치 있는 일들을 '행동'으로 옮겼다.




ⓒ Grove Stree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작품에 담긴 그의 삶을 다시 한 번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영화 속에 담긴 그의 삶을 보고 느낀 바가 더 중요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마치 이태석 신부님의 다큐 '울지마 톤즈'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마음의 울림을 얻게 되었다. 아마도 마틴 스콜세지가 반해 그의 삶을 더 많은 이들에게 영화로 소개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것 역시 같은 울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조지 해리슨의 삶 그러니까 그가 살면서 마음 먹었었고 행동으로 그리고 끝까지 삶 자체로 증명한 것들, 그리고 그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삶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글로만 보자면, 아니 더 자세한 설명으로 들어도 '영적인 존재'라는 것은 직관적이라기 보다는 모호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놀랍지만 마틴 스콜세지는 이 작품을 통해 그리고 본질적으로 조지 해리슨은 자신의 삶을 통해 '영적인 존재', '영적인 삶'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지언정 적어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만들었다가 아니다).



ⓒ Grove Stree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보통 영화의 리뷰 글을 쓸 때는 내가 느낀 바에 대해서 늘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작품의 경우는 글로 표현할 길 없는 내 감상보다는 더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보았으면 하는 소개와 바램의 글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혹시 '조지 해리슨' 이라는 비틀즈 멤버로서의 인물과 208분이라는 쉽게 다가서기 힘든 시간 때문에 이 작품을 멀리한 이들이 있다면, 결코 이런 이유 때문에 놓쳐버릴 작품이 아니라는 점을 전하고 싶다. 이 작품은 비틀즈 멤버로서의 조지 해리슨도 물론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조지 해리슨의 삶에 대해 깊게 조명하고 있으며, 208분이라는 러닝 타임 역시 부담으로 느껴지기 보다 그의 삶을 담아내기에는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작품이었다.


다시 글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지금까지는 비틀즈 보다 존 레논을 좋아했었는데 앞으로는 조지 해리슨을 더 동경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도 삶도.



ⓒ Grove Stree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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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_ 블루레이 리뷰 (Prometheus _ Blu-ray Review)

프로메테우스,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올해 가장 출시를 기다렸던 블루레이 타이틀인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를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가 기대되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질과 사운드 등 AV측면 외에 본편으로는 미처 다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그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타이틀들이 보여준 완성도가 그 첫 번째 이유였다. 즉, 영화를 보는 재미 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이 더 기대되었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출시를 고대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게 된 블루레이는 역시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글은 영화 본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블루레이 자체, 더 나아가 부가영상을 소개하는 내용이므로, 영화에 대한 글은 기존 개봉 당시 작성했던 글로 간단하게 대체하고자 한다.



프로메테우스 _ 근원에 대한 선문답

http://www.realfolkblues.co.kr/1652



 

Blu-ray : Video Quality


이번 글은 포인트가 부가영상에 있으므로 화질 평가 역시 말로 하기 보다는 직접 원본 크기의 스크린 샷들을 추가하는 것 정도로!





 

Blu-ray : Special Features


1번째 디스크에는 감독 겸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 트랙과 각본가 존 스파이츠, 각본가 겸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가 참여한 또 하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개봉 당시에도 많은 팬들이 빨리 DVD/BD 가 출시되어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을 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 부가영상이었는데, 다행히(?)도 음성해설 두 트랙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어 이 수많은 뒷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 장인답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팬은 물론 '프로메테우스'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음성해설은 물론 두 각본가가 참여한 음성해설도 반드시 즐겨보길 권한다.




(엔지니어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 다음 살펴볼 부가영상은 '삭제 & 또 다른 장면'인데 블루레이 출시전 부터 관심을 모았던 삭제/확장 장면인 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여럿 수록되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첫 장면, 엔지니어가 도착하는 장면인데 본편에는 혼자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삭제 장면에서는 여러 명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에게 의식을 위해 그 물건(?)을 전달해 주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지만, 불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제일 먼저 삭제 되었다고 한다. 




(본래 엔지니어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 다음은 추후 깨어난 엔지니어가 웨이랜드와 데이빗 일행을 만나는 장면에서 엔지니어가 데이빗과 고대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엔지니어가 말을 하면 할 수록 결국 인간과 동일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엔지니어의 말을 줄이는 것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좀 더 신(God)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엔지니어의 대화 장면을 대부분 삭제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최종 버전이 더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 장면은 좀 더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장면이기에, 이렇게 삭제장면으로라도 만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웨이랜드의 어리석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쇼와 데이빗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제목이 될 뻔 했던 '천국 (Paradise)'이라는 단어가 포함되고 제외됨에 따라 얼마나 의미 상에 차이가 있는지 (확장과 축소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피터 웨이랜드 파일'에서는 영화 개봉 전 프로모션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던 영상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첫 번째 '고요한 눈 - 엘리자베스 쇼'에서는 쇼 박사가 웨이랜드에게 보낸 셀프 카메라 형식의 메시지 영상으로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하는 쇼의 욕구와 영생을 얻고자 하는 웨이랜드의 욕구가 서로의 필요로 인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쇼가 어떻게 웨이랜드의 이 프로젝트의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스랄까.





'생일 축하해 데이빗'은 미리 프로모션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영상이었는데 (이후 TED 영상과 마찬가지로), 로봇인 데이빗 캐릭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라 하겠다. 쉽게 얘기하면 데이빗 모델에 대한 홍보 영상이라 하겠는데, 감정까지 갖춘 모델이라는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웨이랜드가 자신의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는 영상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TED 강연 형태로 진행되어 더욱 흥미롭기도 하고 현실성도 갖춘 영상이다. 이 영상을 통해 웨이랜드의 욕망의 근원에는 어떤 에너지가 있는지, 그의 비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분노한 신들 : 프로메테우스 제작과정 (The Furious Gods: Making Prometheu)'에 대부분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일단 실로 오랜만에 양적으로 만족스러운 부가영상 수록이라는 점에서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정도. 실제로 보통 같으면 모든 부가영상을 다 보고 하나씩 모두 소개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모두 소개하는 것 자체가 좀 벅찰 정도로 양적으로 풍부하며, 일일이 소개하는 것 보다는 보는 이들을 위해 남겨두면 더 좋을 부분들이 많아서 절반 정도만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제작과정을 보는 동안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좀 더 심층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들은 디스크 메뉴의 '웨이랜드 기업 특별 자료실'을 통해 별도로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함을 준다.





첫 번째  '낙원 정복 : 스토리 창조'에서는 에이리언 프리퀄에서 시작한 이 작품이 어떻게 그 이상을 담고 있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전했는지 초반 스토리 구상 과정을 소개한다. 에이리언 프리퀄로 시작되긴 하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4부작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리들리 스콧이 직접 하지 않은 이야기들 - 작품들 - 을 포함하여)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그렇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태초의 이야기로 풀어가보자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고, 단순하게는 에이리언은 누가 만들었는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은 누가 만들었고 그렇다면 그 인간을 만든 조물주는 또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이야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 '에이리언 프리퀄'로 명명 되었던 영화의 제목은 '에이리언 엔지니어', '파라다이스' 등을 거쳐 결국 '프로메테우스'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은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신화의 내용과 조물주를 찾아가는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피라미드 아래 : LV-223'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디자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LV-223에서 만나게 되는 괴물들의 경우 이미 무섭고 특이한 이미지의 괴물들은 거의 다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러니까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를 만들려고 특별히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디자인을 비롯해 여러가지 흥미로운 영상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힘을 주게 된 흥미로운 부분은 H.R.기거에 대한 기거레스크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에이리언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H.R.기거가 창조한 특유의 컨셉 아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를 제작하면서 H.R.기거에게도 역시 도움을 청했는데,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기거 풍을 배제하려고 컨셉을 잡았으나 조금씩 기거 풍을 도입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전체적인 컨셉을 기거 풍으로 가기로 결정, 이전까지 작업한 결과물들에 기거 풍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오른 쪽의 이 분이 바로 그 유명한 H.R.기거)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히 (이걸 단순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거 풍의 디자인인 것 같지만, 이에 앞서 엄청난 아이디어와 양의 결과물들이 있었던 탓에, '프로메테우스'와도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역시 바로 그 유명한, 컨셉 아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성배로 불리우는 스페이스 자키와 그 조종석에 대한 이야기와 세트 디자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만약 에이리언이나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아이템(피규어나 스테츄 등)을 단 하나만 구입할 수 있다면 바로 H.R.기거가 만든 이 스페이스 자키의 조종석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 팬들에게 역시 이 디자인과 구조물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농담삼아 (진담인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내가 집에 가져갈 거라고 말하는 리들리 스콧의 말에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올 정도였다. 이 엄청난 구조물이 마당 안 잔디밭에 있다고 생각해보니....




('저 뒤에 저건 촬영 끝나면 내가 가져갈 꺼에요 ㅎㅎ')


참고로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특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컨셉 아트들에 대한 내용을 갤러리 형식으로 보기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실제로 엄청난 양의 컨셉 아트 작업물들을 만들었던 영화답게 이 작업물들을 최대한 부가영상에 녹여 공유하려는 시도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엔지니어'의 경우, 본래 영화의 시나리오상 중심에 엔지니어가 있었을 정도로 비중있는 캐릭터답게 그에 관한 뒷이야기들도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과 같은 고대 조각상들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신비로움과 함께 디자인적으로 자연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엔지니어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에 모두들 반대했으나 리들리 스콧은 끝까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이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신은 자신의 모습을 닮도록 인간을 창조했다'라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영화의 핵심이 바로 조물주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 의문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엔지니어의 이미지는 리들리 스콧이 끝까지 주장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 명단 : 캐스팅과 의상'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배우들의 인터뷰와 캐릭터 그리고 각 캐릭터 별로 의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그 첫 번째로 여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를 만나볼 수 있다. 누미 라파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최근 스웨덴 원작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주인공 '리스베트'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인데, '밀레니엄' 1편에 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리들리 스콧은 육체적 연기와 감정적인 연기를 모두 필요로 하는 엘리자베스 쇼 역할에 적역이라고 생각해 바로 점찍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미는 스타급의 여배우를 원했던 스튜디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배우였고, 그녀의 캐스팅에 제작사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들리 스콧의 강력한 주장과 더불어 거의 영화 속 장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카메라 테스트 들을 통해 누미 라파스는 스스로를 입증해 결국 엘리자베스 쇼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다. 부가영상에는 누미 라파스가 받은 카메라 테스트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가영상에 수록된 카메라 테스트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월스키가 촬영하였으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을 최대한 표현한 공간 활용 덕에, 일반적인 테스트 영상의 퀄리티는 가볍게 상회한다.





할러웨이 역 캐스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주로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던 뉴욕 출신 배우 로건 마샬-그린을 최종 캐스팅하였고, 결과적으로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건 시나리오의 비중 탓일듯) 큰 무리 없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역할의 마이클 패스빈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리들리 스콧이 그에게 준 디렉션이라고는 '당신은 근본적으로 하인이고, 엄청난 지식을 가졌음에도 하인 노릇을 한다는 모순을 연기해라'라는 것 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리들리 스콧은 패스빈더에게 '천재 아니야?'라고 까지).





그리고 제법 많은 수의 관객들이 '도대체 어디에 출연한거지?'라고 궁금해하기도 했던 가이 피어스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웨이랜드 역을 연기하기 위해 5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분장을 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노역인 웨이랜드의 캐스팅을 더 나이 많은 노역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는데, 웨이랜드라는 캐릭터가 노인이기는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젋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 피어스 : 저도 출연했다고요 ㅎㅎ)


주요 캐릭터들의 헤어와 의상 테스트 장면의 경우 각 배우들의 음성해설과 함께 수록되었는데, 헤어와 의상이 캐릭터 설정과 구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스텝들이 아닌 배우 스스로가 자신이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데에 각 의상들과 헤어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해주다보니 더 설득력이 있는 인터뷰였다. 데이빗의 경우 젊은 시절 데이빗 보위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극중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피터 오툴을 롤모델로 삼는 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헤어와 의상 테스트 영상이 흥미로운 도 다른 이유는 누미 라파스나 샤를리스 테론, 마이클 패스빈더 등 배우들이 모두 이 테스트를 단순한 테스트로서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캐릭터에 동화된 것처럼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메라 테스트 장면들이 테스트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대단한 집중력과 몰입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소개할 부가영상은 '녹색이 없는 세상: 파인우드 스튜디오, 2011년'인데 이 CG로 도배되다시피 했을 것만 같은 이 SF영화가 사실은 거의 대부분을 그린 스크린 없이 촬영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 최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SF영화들은 그린 스크린을 통한 CG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프로메테우스'는 보통 같으면 CG로 처리했을 배경이나 공간을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하여 촬영되었다 (미니어처도 아니고!). 이 엄청난 세트는 007세트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 및 촬영이 되었는데, 리들리 스콧이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 것은 1985년 작 '리젠드' 이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세트들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스페이스 자키와 조종석이 있는 공간 (저거노트)이었는데, 무려 74일에 걸쳐 이 세트를 만드는 과정을 저속촬영 시퀀스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의 이야기처럼 '프로메테우스'는 무엇보다 스케일이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이러한 대형 세트 제작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장면들이 CG가 아닌 실제 제작된 세트에서 촬영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에 대고 '여기에 이런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세계를 실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배우와 스텝들은 촬영장에만 오면 실제 LV-223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깊은 몰입으로 연결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더 나아가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크리쳐들마저 CG가 아닌 실제 조작이 가능한 모형으로 만들어 배우들과 리얼 타임으로 함께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배우들은 눈 앞에 어떤 것을 가정하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에 반응만 하면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리언'을 촬영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몇 장면은 더 실감나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배우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놀라게 하는 방식까지 보여주기도.




 

마지막으로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는 DVD 시절부터 레퍼런스 부가영상을 만들어 왔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Charles de Lauzirika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많은 DVD/BD 타이틀들을 수준급의 부가영상을 통해 레퍼런스로 탄생시켜 왔는데, 지금까지도 레퍼런스 DVD로 꼽히는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 DVD의 부가영상도 그의 작품이고, '블레이드 러너' 역시 그의 솜씨며 '에일리언 Quadrilogy' 등도 그의 손 끝에서 완벽해진 타이틀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외에도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의 부가영상을 감독하기도 했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의 DVD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대할 때면 자연스럽게 Lauzirika의 메이킹 다큐를 기대하게 되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또 다른 브랜드로 신뢰를 얻은지 오래다.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역시 한 번에 모두 소개하기 벅차고, 한 편으로 다 소개해 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감을 훨씬 상회하는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도 살 만 하다. 이런 콘텐츠를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소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일 것이다.

 

 

(아~ 행복해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2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루퍼 (Looper, 2012)

흥미로운 장르 영화 그리고 설마의 가능성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루퍼 (Looper, 20120)'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에 팬이라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된 영화였는데, 만약 감독이 라이언 존슨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브릭 (Brick, 2005)'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더 기대를 했을 것이다. 루퍼는 예고편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공존하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시간 여행'에 포인트가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소재로 장르 영화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감독의 전작이 '브릭'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 '아~'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브릭'이야말로 장르 영화를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매력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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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활용하고 있지만 '루퍼'를 SF영화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SF액션은 더더욱). 또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과 같이 구조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재구성한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와도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즉, 몇몇 장면은 시간 여행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의 관계 활용 같이) 이런 류의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내지만, 논리적으로 파고들자면 이 영화의 시간 여행은 어렵지 않게 모순이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쨋든 깨알 같이 분석하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소재를 던져준 것이 실수였다면 실수겠지만, '루퍼'에서 시간 여행은 극 중 젊은 '조' 조셉 고든 레빗이 나이가 들어 늙은 '조' 브루스 윌리스로 변한다는 설정을 반박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영화 속 시간 여행은 그저 소재와 배경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감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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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를 보면서 든 생각은, 감독인 라이언 존슨은 시간 여행이 가미된 서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주인공 조가 미래에서 온 타켓을 제거하는 곳인 캔사스 농지의 풍경도 그렇고, 다른 루퍼들의 총기도 마찬가지지만 조가 사용하는 장총도 서부 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추격하는 시퀀스는 물론 후반부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갈대밭 속 집 한 채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모자의 분위기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모자'에 대한 내용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그런데 '루퍼'가 조금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런 클래식한 장르적 특성을 머금은 동시에 후반부에 가면 전혀 다른 류의 장르를 껴안음과 동시에 감성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사실 후반부의 급격한 전개는 한 편으론 컬트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이질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이 두 가지의 장르가 크게 어긋나지 않게 결합된 것은 영화가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감성적인 면들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의 조와 미래의 조가 모두 감성적인 측면에서 영화 속 사건을 접근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관객이 어렵지 않게 장르 영화에 녹아들 수 있는 이유였다고 생각되는데, 반대로 이렇게 감성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거였다면 좀 더 두 주인공 (본래는 하나인)의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면, 관객으로 하여금 어떤 '조'의 입장에 서야 할지, 아니면 둘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받아들이고 이들의 마지막 결정에 대해 더 깊게 궁금증을 갖고 빠져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아래 단락은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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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맨 앞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면에 대해서 일일이 따지고 들 필요는 없지만, 극장을 나오며 '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아직 아무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영화의 마지막 미래에서 온 조가 어린 레인메이커를 죽이려고 할 때, 젊은 조는 잠시 멈춰 생각한 뒤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겨 미래의 조가 어린 레인메이커를 해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 이후 쓰러진 현재의 조를 어루만지는 여자(레인메이커의 엄마)의 손길에서, 그리고 그 손길을 몹시 비중있게 담고 있는 연출에서 '설마?'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보자면 현재의 조가 미래에서 온 조에게 어린 레인메이커의 엄마가 살해되고 이 상처와 분노를 갖고 크게 되는 아이가 결국 분노를 가득 담은 레인메이커가 되겠다 싶어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겼다고 보는게 맞을 텐데, 1차적으로 이 연상 (혹은 회상) 장면의 디테일에서 의문을 갖게 되었고, 2차적으로는 바로 그 문제의 손길 때문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한 예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엄마가 총을 맞은 뒤 분노한 채로 도망치는 레인메이커의 이미지가 기차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처럼 매우 상세했기 때문에 설마 이것이 '그럴 것이다' 라는 예상이 아니라 '그랬었지'하는 기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 초반 현재의 조는 어릴 때 엄마가 머리를 이렇게 만져주곤 했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죽은 조를 어루만지는 레인메이커의 엄마의 손길이 바로 이것과 같았고 그 다음 장면에 바로 레인메이커의 옆 머리 부분을 비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언가가 더 있고 영화가 끝났다면 모를 텐데 바로 이 장면에서 영화가 그냥 아무런 소리 없이 정적으로 마무리 되어 버린 것이 더더욱 '어? 설마?'하는 기대와 의문을 갖게 했다. 즉, 조가 레인메이커라는 (이상한) 소린데, 물론 이렇게 되려면 몇 가지 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발생하지만, 이 영화 자체가 이 부분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구조이기에 '그렇다면?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예 논리적으로 완벽한 빈틈 없는 영화였다면 바로 답이 나왔을 텐데, 영화 자체가 느슨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보니 이런 생각도 (그 손길은 도대체 마지막에 왜 넣은 것이야 ㅠ)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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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존슨의 '루퍼'는 결과적으로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논리가 무너져도 매력을 잃지 않을 정도의 장르적 매력을 담고 있는 작품이랄까.



1. 개인적으로 조셉 고든 레빗의 분장은 없어도 상관없었다는 쪽이에요. 미래의 조인 브루스 윌리스를 염두에 둔 것 같기는 한데, 저는 이런 분장 없이도 유대감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조토끼의 연기력을 믿으니까요.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런 측면에서 분장이 별로 도움이 안되었다는 얘기도...


2. 폴 다노는 또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군요. '리틀 미스 선샤인'에 이어 '데어 윌 비 블러드'에 나올 땐 더 많은 영화에 주연급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말이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MG Entertainment 에 있습니다.


 







2012년 앞으로 남은 기대작들은?



2011년 좋았던 영화를 꼽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고, 상반기 베스트 영화라며 몇 편을 꼽았던 것도 정말 별로 안된 것 같은데 벌써 10월하고도 10일. 이제 2012년도 3달 정도 밖에는 남질 않았군요. 그러다보니 그렇다면 과연 올해 남은 개봉예정작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들은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나마 현재 개봉이 확정된 영화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작품들을 꼽아보았습니다. 물론 이 밖에도 여러 작품들이 개봉할 예정이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작품들도 있는 터라 더 많은 영화들이 추가되겠지만, 일단 아래 일곱 작품들은 극장에서 꼭 볼 작정입니다.


순서는 개봉역순이며 중간에 개인 성향에 따라 혐짤도 포함되었으니 미리 마음에 준비를 해주세요.

(참고로 이 것 때문에 일부러 이 작품만 순서를 바꿨습니다 --;;)

(아, 그리고 이 글은 기존 영화 글과는 달리 100% 소개 형식의 글이라 평소와 다르게 경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1.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10월 26일 개봉예정

감독 - 샘 맨데스

주연 -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랄프 파인즈, 주디 덴치, 알버트 피니, 벤 위쇼 등


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세 번째 007영화 '스카이폴' 입니다. 기존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를 리뷰하면서도 했던 얘기지만 저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기존 본드들 보다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그가 만드는 007 영화에는 편차는 조금 있었지만 대부분 만족스러웠으며, 이번 작품 역시 큰 고민없이 아이맥스로 감상할 예정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 말고도 기대하게 하는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고 있네요.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차세대 제임스 본드의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하비에르 바르뎀과 '볼드모트' 랄프 파인즈, 알버트 피니와 벤 위쇼까지. 벤 위쇼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스크린에서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스카이폴'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선보일지 기대가 되네요.






MB의 추억 (Remembrance of MB, 2012)

10월 18일 개봉예정

감독 - 김재환


두 번째 작품은 앞서 소개한 '스카이폴' 보다도 한 주 먼저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MB의 추억' 입니다. '트루맛쇼'를 통해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던 김재환 감독의 작품으로서, 이명박 정권 말기에 그의 재임기간을 되짚어보며 정산하는 코미디 물이라고 하네요.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그냥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을 정산한 것 뿐인데 장르가 코미디가 되었다는 것 정도? 요근래는 TV에서도 얼굴 보기가 힘든 대통령인데, 이렇게나마 극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그와 함께한 5년 간을 추억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좋은 추억은 아니겠죠.






몬스터 호텔 (Hotel Transylvania, 2012)

11월 22일 개봉예정

감독 - 겐디 타르타코브스키

주연 - (목소리 연기) 아담 샌들러, 셀레나 고메즈, 앤디 샘버그, 스티브 부세미 등


음, 일단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도 좋아하는 입장에서 기대작에 꼽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뚜껑을 열어봐야 좀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작품일 것 같습니다. 국내 개봉 제목을 보면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를 연상시키니는 하지만, 픽사와는 전혀 무관한 소니픽쳐스의 작품이며 작화나 분위기로 봐서는 오히려 팀 버튼의 애니메이션에 더 가까운 작품일지도 모르겠네요. 기대반 우려반의 작품이랄까요?






남영동 1985 (National Security, 2012)

11월 개봉예정

감독 - 정지영

주연 - 박원상, 이경영, 명계남, 김의성 외


다음 기대작은 '부러진 화살'을 연출했던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 1985'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군부독재 시절 남영동 치안본부를 배경으로한 어두운 과거를 담고 있는 작품인데, 얼마 전 세상을 떠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김근태 님의 실화를 바탕으로한 작품이네요. 혹자들은 이 영화를 내용만 가지고 단순히 선거철에 맞춘 기획 영화라고도 폄하하는데, 영화에 완성도야 보고 나서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에 근거한 이런 영화에 영향을 받는 후보라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부러진 화살'보다 10배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11월 개봉예정

감독 - 이안

주연 -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아딜 후세인 외


다음 기대작은 이안 감독의 신작 '라이프 오브 파이' 입니다. 이 작품은 얀 마텔의 유명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라 기획 초기부터 많은 기대를 갖게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원작 소설(파이 이야기)을 읽었던 터라 (다 읽지는 못했다는 것이 함정;;) 소설 속에서 상상으로만 그렸던 세계를 이안 감독이 어떻게 영상화 했을지 궁금증이 앞서더군요.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Rurouni Kenshin, 2012)

11월 개봉예정

감독 - 오오토모 케이시

주연 - 사토 타케루, 아오이 유우, 타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외


다음 작품은 개봉 안할까봐 겸사겸사 일본에 한 번 가볼까? 까지 생각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기대하고 있는 문제작(!) '바람의 검심' 입니다. 애니메이션과 코믹스 '바람의 검심'의 왕팬으로서 사실 영화화는 극구 말리고 싶었고, 관련 소식을 전할 때 마다 '제발 그만해!' '하지마!'를 외쳤던 작품인데, 어쨋든 나와버렸으니 두 눈으로 확인하긴 해야할 것 같아서요. 무슨 짓을 해도 원작의 켄신 근처까지 가기도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혹시??'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는 묘한 작품이랄까요. 어쨋든 개봉 한다니 천만 다행입니다. 실망을 하더라도 직접 보고 해야죠.





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

12월 개봉예정

감독 - 피터 잭슨

주연 - 마틴 프리먼, 이안 맥켈런, 리처드 아미티지, 케이트 블란쳇 외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는 누가 뭐래도 피터 잭슨의 '호빗 : 뜻밖의 여정'이 될 예정입니다. '반지의 제왕'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그러니까 프로도 배긴스의 삼촌이었던 빌보 배긴스가 주인공인 이야기로, 빌보가 절대 반지를 얻게 되는 과정 그러니까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에게 들려줬던 그 무용담을 담은 이야기로 보면 되겠네요. '반지의 제왕'을 보고나서 원작 소설을 완독하고는 자연스럽게 '호빗'도 소설로 먼저 읽어보았었는데, '반지의 제왕'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덜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중간계를 스크린에서 만난다는 것 만으로도 벅찬 작품이네요. '반지의 제왕'의 여러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일텐데, 그 가운데서도 역시 '골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아니, 사랑이란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순전히 미셸 윌리엄스의 팬이라서 관심이 갔던 영화. 알고 보니 '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2006)'를 연출했던 사라 폴리의 작품이었다. 최근 본 작품 가운데 역시 미셸 윌리엄스가 출연했었던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과 연관지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는데, '우리도 사랑일까'는 좀 더 여성의 심리에 서서 '사랑'이라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오만가지 감정을 섬세한 손길로 다루고 있다. '우리도 사랑일까'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한 영화를 다 보고 난 소감은 뭐라 정리되지 않는 답답함과 미묘함이었는데, 그 가운데 저 제목과도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아니, 사랑이란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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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는 여주인공 마고 (미셸 윌리엄스)가 결혼한 상대인 루 (세스 로건)와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인 대니얼 (루크 커비)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사라 폴리는 이 현재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을 묘사하면서 다른 영화들에서 흔히 보여주는 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 현재의 남편인 루와의 관계는 권태가 살짝 느껴지기는 하지만 둘은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더 나아가 루는 결코 나쁜 남자라 보기 어렵다. 새롭게 다가온 대니얼과의 관계 역시 첫 눈에 반하는 사랑과도 같은 연결 고리로 시작되지만, 번쩍 하고 불타오르기 보다는 다칠까봐 조심스러워하는걸 더 비중있게 묘사한다. 앞서 이 영화가 마고를 중심으로 그녀의 감정에 충실한 영화라고 했던 것처럼, 마고의 갈등은 남편인 루가 나쁜 사람이라 떠나고 싶어서도 아니고, 대니얼이 단순히 더 끌리기 때문도 아니다. 마고는 루냐 대니얼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더 깊은 지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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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을 묘사함에 있어서 결코 밝은 면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사라 폴리는 확실히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름다운 지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어웨이 프롬 허'도 결국은 사랑 그 이상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두 노년의 부부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마고가 루와 그리고 대니얼과 만들어내는 사랑의 감정과 순간들은, 그 어느 불타 오르는 사랑 영화보다도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 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바로 이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이 결국 알고 보면 사랑을 모두 떠나보낸 순간이었음을 모두 가능하도록 만든 연출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미셸 윌리엄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미셸 윌리엄스는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갈수록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하나인데, 이 작품에서는 사랑스러움을 한껏 표현하다가도 또 그 묘한 표정으로 초월한 듯한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쉽게 말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기만 놓고 보자면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보다 이 작품의 연기가 훨씬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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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해야할지 그 반대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판단이 각자 다르 듯,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믿음도 결국 사랑을 하고 있는 그 본인 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판단을 하든지 사랑이라는 것은 항상 그대로 일 것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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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너무 좋았어요. 아마도 토론토 어딘가 인 것 같은데 혹시라도 그 곳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올해의 명장면 후보.


2. 대니얼 역할을 맡은 루크 커비는 Dashboard Confessional의 Chris Carrabba를 너무 닮아서 (스타일도 비슷하고), 보는 내내 크리스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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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Woody Allen, a Documentary, 2012)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우디 앨런



예전에는 팬까지는 아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좋아진 감독들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감독이라면 국내에는 홍상수 감독이요, 국외에서는 우디 앨런 감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디 앨런의 예전 영화들은 몇몇 보아왔지만 사실 그의 많은 작품 수에 비하면 극히 적은 작품만을 보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우디 앨런 영화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낀 것은 어쩌면 2005년 작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부터 인 것 같다 (덜 우디 앨런스러운 영화부터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함정). 여튼 그 전까지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의 영화들은,  그 이후 '스쿠프'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환상의 그대'를 지나 '미드나잇 파리'에 이르면서,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시기적인 타이밍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거의 제대로 못 본 상태에서 이미 팬이 되어버린 경우라, 그의 전작들과 그의 과거에 대해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작품 '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만나면서 좀 더 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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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우디 앨런의 처음부터 현재까지를 정말로 다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스타일의 다큐멘터리의 경우 어느 한 시기나 사건에 고정되거나, 혹은 시작은 모두 다루지만 현재까지는 다루지 않고 있어서 조금은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정말로 현재 시점, 그러니까 '미드나잇 파리'를 마치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투 롬 위드 러브 (To Rome with Love, 2012)'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감이 더 느껴졌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이 현실감 혹은 동시간대를 느낄 수 있도록 늦지 않게 국내 개봉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 몰랐던 그의 초창기 활동들 즉, 영화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스탠딩 코미디언과 코미디 작가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비교적 자세히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가 본명인 앨런 스튜어트 코닉스버그 대신 어떻게 '우디 앨런'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는지 (알고 보면 별 것 없지만;), 작은 지역 신문에 코미디를 기고하던 이가 어떻게 더 큰 무대로 나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들을, 당시의 우디 앨런을 기억하는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당시의 귀한 자료들을 보니 지금은 세월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미국인들만 웃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인지 분간은 안되어 덜 웃긴 개그들도 있었지만, 지금봐도 우스운 장면들이 많았을 정도로 영화 감독이 아닌 코미디언으로서의 우디 앨런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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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가 왜 영화 판에 뛰어들었고 더 나아가 왜 영화 감독이 되려 했는지부터, 그렇게 시작한 영화 감독으로서의 활동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심층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우디 앨런이 쿨한 사람이어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 그런가 그의 대한 이야기들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들로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런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지나치는 것들이 그 인물에 대한 단점이나 약점 등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디 앨런에게 커리어의 끝을 예상했을 정도의 스캔들이었던 양녀 '순이'와의 결혼에 대해서도 감정적인 측면보다 사실을 전달하는 측면에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다른 이유는, 제 3자들로 인해 소개되는 우디 앨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소개하는 자신의 다큐멘터리라는 점이다. 우디 앨런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과거들, 그리고 자신을 다큐멘터리로 소개함에 있어서 코멘트가 필요한 적제적소에 등장해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이렇듯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개봉 제목처럼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알려주는 동시에 제법 '잘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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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고나면 누구나 그의 전작들이 너무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극장을 나와 집으로 오자마자 집에 DVD랙을 뒤져서 그의 전작들의 소장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미처 소장하지 못한 작품들의 DVD를 구매하기 위해 여러 쇼핑몰을 전전하기에 이르렀다. 1935년 생으로 올해 80이 다되어가는 이 감독은, 노장이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아직도 정력적으로 작품들을 매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작품들은 심지어 더 좋아지고 더 젊음과 노련함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그의 팬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우디 앨런은 과거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신작 '투 롬 위드 러브'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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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의 전작 가운데서 현재 가장 보고 싶은건 '애니홀'과 '젤리그', '슬리퍼' 그리고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에요. 그 가운데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일 것 같네요 ㅎㅎ


2. '미드나잇 파리'도 꼭 국내에 블루레이로 출시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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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2 (Taken 2, 2012)

아빠와 운전면허 만점과외하기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이후 이 스타일의 액션을 가장 대중적으로 잘 활용한 영화였던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의 속편을 보았다. 전편도 그랬지만 속편 역시 특별한 기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리암 니슨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악당들을 처리하는 것에서 쾌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뿐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속편이라는 것이 이 영화에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본래 '테이큰' 같은 영화에 복잡한 이야기가 있을리 없고 단순하면 할 수록 깔끔하게 떨어지는 영화라고 봤을 때, 바로 이 점을 그대로 반복해야 하나 아니면 그 장점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나 하는 딜레마에 스스로 빠져버린 영화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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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에 따라 조금씩 견해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테이큰 2'는 새로운 것과 잘하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영화였다. 리암 니슨이 연기한 '아빠'가 (캐릭터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 보다 아빠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터) 또 한 번 가족을 납치 당하는 위기에 놓여 전직 요원답게 훌훌 정리해버리는 것은 맞지만, 전작의 이야기가 이어져 복수라는 것에 대상이 되었다는 점과 그 스스로도 납치를 당한 상황에 놓인다는 점이 조금은 새롭게 시도한 점이라고 해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테이큰'이 보여준 영화의 구조 자체가 단순히 배경과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반복 가능한 (반복한다고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 뿐더러, 새롭게 시도해보려 한 것들의 완성도가 워낙에 떨어지다보니 (그런데 우스운건 이 새로운 이야기가 완성도와 복잡함을 갖을 수록 영화는 이 영화는 산으로 갈 확률이 높아지는 영화라는 점이다), 결국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아쉬운 작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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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글의 제목으로 쓴 것처럼 '아빠와 함께하는 운전면허 만점과외하기' 혹은 '아빠와 함께하는 실전도로연수!'가 오히려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되어버렸다. 확실히 감독은 이 점을 염두해둔 듯 하다. 운전면허라는 거대한 삶의 시험을 배경에 깔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과 에피소드 중 하나로 이스탄불에서 벌어지는 납치극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 (반정도만 농담이다). 딸과의 관계에 있어서 운전면허 시험 연습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했던 영화는, 이후 이스탄불의 극한 상황에 부녀를 몰아놓고 그야말로 돈주고도 하기 힘든 극한의 도로주행연수를 겪게 한다. 악당들을 피해 이스탄불의 좁은 골목을 차로 도망칠 때도 아빠는 딸에게 운전연습을 정확히 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여기서 좌회선!' '더 밟아!' '직진해!' 등 그 어떤 어조보다도 강한 어조로 도로연수를 진행한다. 이 에피소드(?)가 다 끝나고 나서 영화는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홀연히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돌아와 만점짜리 운전실력을 갖게 된 딸의 모습을 비춘다. 예전 키에누 리브스의 '콘스탄틴'을 보고나서 우스게 소리로 '이건 금연홍보영화야' 했던 것처럼, '테이큰 2' 역시 운전면허 시험에 대한 거대한 에피소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콘스탄틴'의 경우는 우스게 소리였고, '테이큰 2'는 그것 만은 아닌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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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이 험난한 납치극을 빙자한 도로연수 과정 속에서 철저히 소외 당하는 엄마 캐릭터가 안쓰럽게까지 느껴졌다. 더군다나 그녀가 누구던가. '엑스맨'의 진 그레이, 팜케 얀센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철저히 버려지는 (진짜 버려짐) 모습이었는데, 후반부에 리암 니슨이 또 다시 '여기 잠깐만 있어, 곧 다시 올게'라고 말할 때는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오기까지 했다. 아... 그녀는 무슨 죄인가 (더군다나 현재 남편도 아니고 이혼한 상태의 남편인데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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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아니 그 전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흐르던 주제곡 '어머니의 노래 (

おかあさんの唄)'의 테마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던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hmv를 뒤졌고 결국 '늑대아이'의 사운드트랙 앨범과 Ann Sally가 부른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환율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도 않은 채 빛의 속도로 이뤄진 구매였으며, 배송 역시 EMS를 타고 빛의 속도로 도착. 도착하자마자 아이튠즈에 저장하고 들어보기 시작하는데....아....... 또 눈물이 ㅠㅠ







정말 장면 하나 하나가 감동이다.






영화 속에서 인상 깊었던 스틸 컷들이 아주 소박하게 담겨있다. 영화의 소박함이 잘 묻어난 엹은 베이지색 속지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디스크 프린티은 테이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극중 하나가 어린 유키와 아메에게 들려주고자 직접 녹음한 것 혹은 어린 유키와 아메의 육성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사실 사운드트랙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미 '늑대아이'에 푹빠져 사리 판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나는,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까지 함께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과 동일한 컨셉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싱글 앨범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가 직접 작사한 '어머니의 노래' 가사는 마치 하나가 유키와 아메에게 직접 쓴 편지와도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운드트랙도, 앨범 디자인도 이리 따듯하다니.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우린 어떤 왕을 뽑아야할까



'마파도 (2005)'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를 연출했던 추창민 감독의 신작,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익숙한 '왕자와 거지'의 설정을 조선의 15대왕 '광해'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이병헌의 심각하고도 멋진 이미지와 포스터에, 광해를 둘러싼 음모와 미스테리가 담긴 작품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심각함 보다는 웃음이 시종일관 함께하는 오락영화였다.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배우와 '왕'이라는 설정의 만남은 사뭇 기대되는 조합이었는데, 그 가능성과 아쉬움을 모두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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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한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있던 광해군 8년, 안전을 위해 자신과 꼭 닮은 이를 찾아 가끔씩 대역을 세우던 광해는, 어느날 반대파의 음모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게 되고 이에 허균은 가끔 왕의 대역을 하던 '하선'을 왕의 대역으로 세우게 된다. 하선은 처음에는 그저 왕이라는 자리에 신기해하기도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주변 상황(조선이 처한 상황까지)을 알게 되면서 점차 그저 대역이 아닌 자신의 '의지'를 갖게 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영화의 그 다음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단순한 대역이었던 하선을 통해 진정한 왕과 정치, 나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끔 하는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시기적절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가볍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본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심각함 보다는 시종일관 유머가 섞여 있는 무겁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그 유머가 겉돌지는 않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직도 한국영화에서는 극과 너무 무관한, 누가 봐도 저 캐릭터는 웃길려고 나왔구나 하는 캐릭터가 그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서 극에 녹아들지 못한 채 혼자 개그를 해서 관객을 민망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적어도 '광해'의 유머는 극의 분위기와는 잘 녹아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국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기에 그 균형이 중요하다 하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균형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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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이유가 앞서 얘기한 '시기' 때문인 듯 한데, 평소 같으면 너무 진부한 하선의 정의로운 울부짖음에 '그래,  말을 다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라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겠지만, 대한민국의 중요한 선거를 앞 둔 시점에서는 이 순진무구라고 해도 좋을 누구나 다 아는 정의의 메시지가 그냥 들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느 누가 정의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최근의 대한민국은 그른 것이 옳은 것으로 둔갑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당당하게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또 용인되는 (혹은 설득되는) 세상이다보니, 보통 때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아주 기본적인 정의 구현이 울컥할 정도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왕이 되고자 한 하선의 사자후는 결국 '백성을 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하겠는데, 그것이 왕과 정치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데 워낙 백성을 위해주는 왕과 정치를 최근 접하지 못하다보니, 이 뻔하디 뻔한 진리가 감동적일 만큼 팍팍 뇌리에 꽂혔다는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문제이지만, 이런 시대를 잘 겨냥한 영화의 촉이라면 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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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는 12월 어떤 왕을 뽑아야 할까? 아니 과연 누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자일까.



1. 여기서 '왕 = 대통령'은 당연히 비유입니다. 대통령이 무슨 왕 같은 자리냐고 하시면 얘기가 산으로 가요. 그런데 더 씁쓸한 건 영화 속 광해는 왕이면서도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던 것에 비해, 우리가 겪었던 대통령은 영화 속 광해를 넘어서는 권력을 휘둘렀죠. 참.


2. 이 영화의 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이병헌이라는 배우입니다. '왜 그랬어요?'라는 대사들을 땐 소름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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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

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를 보았다. '시달소'와 '썸머워즈' 모두를 인상 깊게 본 입장에서 그의 신작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처음 포스터가 공개되고 예고편을 보게 되면서 그 기다림을 더 깊어지게 되었다. 제목과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늑대인간과 인간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즉, 판타지에 더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그냥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진심으로 크게 당했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는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쓴 '어머니의 노래'를 바탕으로 이 세상 어머니들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위대함을 '늑대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빌려 말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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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던 작품은 '늑대아이'가 되었다. 올해가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몰입도가 대단했는데, 왜인지는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정말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초반 전개서부터 계속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머니에 관한 영화라고 한다면 주인공 '하나 (花)'가 어머니가 되기 전 장면에서부터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이미 올라와버렸다는 것이다. 마치 픽사의 '업 (Up)'이 초반부에서 이미 관객을 펑펑 울렸던 것에 비할 정도였는데, 이 감정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가 후반부에 가서 다시 끓어오른 것이 아니라, 이 때부터 끝날 때까지 러닝 타임 내내 감정선이 유지되어 글썽였다는 것이 '업'과는 다른 점이었다. 영화는 본격적으로 하나가 어머니의 삶을 살게 되는 시작 시점에서 별다른 대사 없이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일련의 순간들을 그려내는데, 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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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와 아메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는 특별하지만 그 근원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보편적인 이야기다. 보편적이지만 위대한 이야기. 정말 천방지축으로 말썽을 부리는 유키의 어린 모습, 숫기가 없어서 본인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아메의 모습, 늑대인간인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들을 피해 인적드문 시골에서 어렵지만 작은 행복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모습, 이후 유키와 아메가 각각 겪게 되는 다른 이야기는 늑대인간이라는 특수성과 잘 맞닿아 있지만 늑대인간 이야기를 빼더라도 성립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모든 어머니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 만의 길을 택하게 되는 유키와 아메의 모습은 모든 아이들이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마음, 더 중요한 어머니의 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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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유키가 아팠을 때 소아과를 가야할지 가축병원에 가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에서 전혀 코믹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여기서 중요한 건 두 병원 사이에 놓인 늑대인간으로서의 유키가 아니라, 아픈 아이를 두고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늑대와 인간 사이를 마음껏 오가는 어린 유키를 학교에 보내는 하나의 마음 역시, 처음 내 품에서 처음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메가 강물에 휩쓸려 죽을 뻔 했을 때 하나가 느낀 심정 역시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말로는 이런 얘기를 쉽게 할 수 있지만 정말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까 하는 건 체감하기 어려운데, '늑대아이'는 처음부터 워낙 깊게 빠져있어서인지 이런 클리셰에 가까운 장면들에서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내내 울면서 보다시피 한 것은 역시 태풍이 몰아치던 날의 장면이었다. 하나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과정을 겪게 되는데 바로 아메에 관한 것이다. 이미 인간보다는 늑대의 세계에 더 빠져있던 아메는 태풍이 몰아친 그 날 말없이 숲 속으로 향하는데 이런 아메를 찾기 위해 하나는 정말로 큰 역경을 겪는다. 보통 같으면 왜 기다리는 유키를 데리러 가지 않고 아메를 (끝까지) 찾기 위해 죽음에 문턱까지 겪으면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지만, 이런 하나를 아메가 집으로 데리고 온 뒤의 장면에서 조금이나마 하나의 마음을, 호소다 마모루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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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엄마가 되면서부터 계속 어떻하면 이 아이들을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지, 어떻하면 늑대아이를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지 난감해 했었는데, 하나는 아메가 바로 그 어른이, 자신의 품을 떠나서도 홀로 설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본인 스스로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아메를 끝까지 찾아 헤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제는 가족을 떠나 산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 남자를 닮아있는 아메를 산으로 떠나보내는 장면은 정말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어떤 과정을 겪으며 지금까지 키워낸 아메인지를 알기에, 그런 아메를 떠나보내기엔 아직 하나에겐 너무 이르다는 것도 잘 알기에 이렇게 '건강하라'며 떠나보내는 하나의 외침은 정말로 감정이 터져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 모든 어머니들은 이런 삶을 살아왔구나해서....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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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이라는 특수성에 더 기반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랬었기에 이 본편적 진리의 이야기에 더 무방비 상태로 눈물을 빼았겨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근본에는 그 동안 지겹게 들어왔던 어머니의 삶에 대해 비로소 '아!'하며 '아...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ㅠㅠ'하고 깨달을 수 있었기에 뭉클했었지만,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하나가 어머니가 되기 전 일상을 담은 장면에서부터 무언가 감정이 일어났던 것처럼, 영화 내내 호소다 마모루의 마법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장면 하나 하나에 눈물이 섞여 나왔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가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런 어머니의 삶에 대해 와닿는 부분이 적은 상황이었음에도, 작은 일상에서부터 이 정도로 감정이입과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은 아직도 머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보통 다른 사람들보다 감정이입을 잘하고 감정적으로 쉽게 빠져드는 편이긴 하지만, 그런 나임을 감안하더라도 '늑대아이'가 주는 감동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면 알게 될까? 내가 지금 느낀 이 감동이 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 혹은 나중에 나도 유키와 아메 같은 내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알게 될까? 이유도 잘 모른채 내게는 너무도 큰 슬픔과 감동을 전해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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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 근래 이 정도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극장을 나올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감정선이 유지되고 있고, 유키와 아메를 두 손으로 안고 있는 하나가 그려진 포스터만 봐도 울컥할 정도네요 ㅠㅠ


2. 다른 분들에게는 아마도 아닐 듯 한데, 저에게는 '시달소'나 '썸머워즈'보다 더 좋았던 것은 물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무슨 영화가 더 나오더라도,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매그놀리아'보다 더한 감동을 전해주거나, 피터 잭슨이 빌보 이야기로 포로도 얘기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해줄지라도, 제게 있어 올해의 영화는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가 될 것 같네요 (에바가 나온다면?)


3. 집에 오자 마자 이 주제곡만 무한 반복하고 있어요 ㅠㅠ 바로 HMV에 사운드트랙 주문까지 ㅠㅠ





4.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이 영화가 또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하나가 시골에서 살게 되는 것 때문이었어요. 귀농 아니면 귀촌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시골에서 다시 시작하다시피 하는 하나 가족의 일상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5. 빨리 블루레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아니, 그 전에 극장에서 더 봐야겠어요.


6. '하나' 목소리는 미야자키 아오이가 연기했는데, 제가 미야자키 아오이에 대한 언급을 한 줄도 안했을 정도로 영화에 푹 빠졌었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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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AV 리시버 RX-V673 #3

Sound Check



어쩌다보니 리뷰가 본 기능이 아닌 부가기능들을 더 먼저 소개하게 되었는데, 그 만큼 부가기능들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리시버 본연의 기능인 사운드 구현 측면에서도 RX-V673은 만족스러운 퀄리티와 가성비를 들려준다. 기존에 사용하던 모델들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하고 사용했었지만 역시나 사람의 귀가 무서운 것이, 더 나은 모델의 사운드에 바로 적응해 이전 사운드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이번 RX-V673의 사운드 체크는 야마하로부터 함께 제공받은 dts 블루레이 샘플러를 통해 테스트해 보았다.





이번 dts 샘플러에는 사운드적 쾌감을 최적으로 느낄 수 있는 타이틀들의 장면들을 각 성격에 맞게 골라 수록하고 있는데, 혹시나 이런 샘플러를 통해 테스트 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수록된 타이틀들을 모두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각각이 사운드적 특성에 따라 수록되었기 때문에, 하나는 채널분리도를, 하나는 우퍼의 울림을, 하나는 공간감 등을 각각 느낄 수 있다.





처음 살펴볼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주인공들이 탄 제트기가 화면을 선회하는 장면이 담겨있는데, 제트기가 화면 바로 앞을 지나갈 때 엔진의 굉음부터 멀어지며 선회할 때 멀티 채널의 분리도를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쥬라기 공원'은 사운드 체크시 자주 등장하는 타이틀 중 하나인데, 그 중 대표적인 장면인 티-렉스의 등장 장면이 수록되었다. 여기서 확인해 볼 수 있는 건 물론 티-렉스가 울부짖거나 움직일 때의 사운드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예전 작품임에도 선명한 대사 전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심장이 쪼여올 듯한 임팩트의 사운드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RX-V673은 DP리뷰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파워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이 없지 않는 모델이다. 개인적으로는 파워 부분도 이 정도 가격대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영화 타이틀 보다도 더 큰 사운드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음악 타이틀이었는데, 이번 샘플러에 포함된 이 영상을 선택하는 순간 정말로 귀가 쫑긋해졌다. 베이스와 드럼, 건반이 하나씩 등장하며 섞여 가는 과정 속에서 각각의 사운드가 어떻게 선명하게 분리되는지, 이 소리들이 하나의 음악으로 합쳐졌을 때에도 각자의 소리를 잊지 않고 분별해 들을 수 있는 구성으로 RX-V673의 사운드를 아주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스펙터클한 영화 타이틀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도 물론 좋지만, '아, 역시 사운드 측면에서 더 귀를 즐겁게 하는 건 음악 타이틀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오히려 샘플러라 분량이 그리 길지 않은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집에 있는 다른 음악타이틀들을 다시 하나씩 꺼내 RX-V673을 통해 감상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라푼젤'에서는 사운드의 원근감을 좀 더 실감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첫 장면에서 두 주인공이 대사를 나눌 때와 추가 등장인물들이 멀리 동굴에서 부터 뛰어나오며 들리는 사운드의 확실한 거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서커 펀치'에서는 액션이 시작되는 장면부터 정신없이 사운드가 몰아치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사운드적으로 주목할 만한 점은 굉장히 다양한 소리들, 총기의 발사음, 그 총알을 맞고 부서지는 파열음, 여기저기 날아가 떨어지는 잡음과 기타 다양한 잡음 들이 세밀하게 나뉘어 표현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그 가운데 공간감과 밸런스가 매우 만족스러워서 그냥 칼 같은 분배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실감'나는 사운드를 만나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은 영화/음악 타이틀이 사운드 체크에 최적화된 영상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마치 dts나 돌비에서 만든 사운드 체크 영상을 보듯 소리 하나하나에 절로 주목하게 되는 영상으로 RX-V673의 성능을 확인해보기에 딱 좋은 영상이었다.



[총평] 처음 RX-V673으로 재생한 타이틀이 '배틀쉽' 블루레이였는데 아직 많은 타이틀을 재생해보기 전이라 이것이 '배틀쉽' 타이틀만의 우수한 사운드 퀄리티인지, 어디까지가 RX-V673의 성능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후 리뷰를 위해 몇몇 타이틀을 재생해보고 dts 샘플러를 재생해보면서 확실한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RX-V673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공간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파워 레벨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균형잡인 공간감은 정말로 목 뒤, 등 뒤의 감각을 쫑긋하게 할 정도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었다. 실제로 예전에는 멀티 채널을 통해 채널 분리도가 느껴지는 경우는 많았지만, 그 멀티 채널에서 나오는 소리들로 인해 공간감 (일종의 진공상태와도 같은 공간을 사운드로 구축하는)을 느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많지 않은 경험이기는 했지만 RX-V673의 사운드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이러한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는 파워 레벨보다도 이러한 공간감을 사운드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으로 느끼는 터라, RX-V673의 탁월한 공간감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레퍼런스급 화질과 사운드로 무장한 배틀쉽 BD

우리에게는 '트랜스포머'로 유명한 '하스브로 (Hasbro)'사의 동명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피터 버그의 영화 '배틀쉽 (Battleship, 2012)'은 올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AV적 만족도를 충족시켜주는 작품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나 만족도와는 별개로 블루레이의 감상이 기다려지기도 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 레퍼런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렬한 타이틀로 출시되었다.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난 4월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을 때에는 주연을 맡은 테일러 키취의 전작인 '존 카터'를 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적으로는 크게 다른 매력이 없는 작품을 연달아 보다 보니, 그저 '존 카터 해군에 가다'로 받아들여졌었는데,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블루레이로 다시 본 '배틀쉽'은 만족스러운 AV퀄리티 덕인지 오락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배틀쉽'을 보면서 그 안에 어떤 메시지나 생각할 거리를 담았는지를 골똘히 생각하고자 기대했던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즉, 이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나 많은 설정들을 논리적이거나 디테일 측면에서 따져보면 허무할 정도로 가볍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도 많지만, 어차피 '배틀쉽' 같은 영화에는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얘기다 (이것은 일부 장르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각 장르나 작품의 성격이 '다른'데서 오는 이유다).





'배틀쉽'의 줄거리는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들이라 더 이상 거들 것도 없을 정도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있고 세상 모르고 사고 치던 중 지구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상황에 갑자기 처한다. 외계의 생명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게 침공(혹은 불시착)하지만 그들이 왜 왔는지, 누구인지 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찌되었든 이런 위험 상황에서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과 갈등을 겪던 일본군 장교는 함께 힘을 합쳐 이들을 물리치고 그 가운데에는 오래 된 '배틀쉽'과 노장들이 큰 역할을 한다 는 정도. 아, 그리고 그 사이에 '아마겟돈'에서 보았던 두 남녀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여자의 아버지 이야기도 있다.






'배틀쉽'은 이 뻔한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내려는 방식으로 이른바 올드보이 들과 오래된 배틀쉽을 수면 위로 꺼내어 애국심과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켜 뭉클함을 만들려는 방식과, 외계인들이 타고 온 또 다른 '배틀쉽'의 스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최첨단 기술의 외계인과 (물론 그 기술을 영화 속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해군 과의 결투에서는 해군의 비밀병기라던가 특수 무기가 등장하지 않고 거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우다 보니,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운 전투 방식의 묘사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자동이 아닌 수동에 가까운 전투 전략들은 나쁘지 않았다 (원작 보드게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기도 했고).





다시 말하지만 만약 미 해군 (혹은 연합군)과 막강한 외계인들이 벌이는 화끈한 대결을 기대했다면 이 영화는 조금 심심할 수 있겠다. 물론 구성은 이와 정확히 동일하지만, 외계인은 그 스케일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활약상은 조금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포인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면 역시 제목인 '배틀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원작 보드게임을 가져왔고 그 설정도 영화 후반 부 아주 흥미로운 시퀀스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배틀쉽'이라는 제목에서는 해군과 전투함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고, 실제 영화 역시 그러했다. 이 설정은 관객에 따라 가장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는 장면인 동시에 반대로 가장 흥분할 수 있는 지점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전함이나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이 본다면 '그래, 저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본전은 하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편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오락영화라는 얘기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Quality

배틀쉽 블루레이의 화질은 곧 소개할 사운드와 함께 레퍼런스급 퀄리티를 자랑한다. 극장에서 볼 때는 미처 '이렇게 화질이 좋은 영화였나?'라는 생각을 못했을 정도로 블루레이로 감상하는 화질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였으며, 어두운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암부의 표현력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파란 하늘보다도 더 푸른 바다의 넘실거림이 질감으로 느껴질 정도의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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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군함들이 바닷물을 가를 때 일어나는 파도의 표현도 좋지만 무엇보다 화질의 우수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외계의 전함이 물 속에서 부양할 때이다. 천천히 솟아오른 메탈 질감의 기체 위로 마치 폭포수가 흘러내리듯 떨어지는 물줄기는,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수증기의 미세한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마치 분무기를 뿌렸을 때처럼) 우수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된 장면들은 블루레이로 보게 되면 오히려 더 극명한 표현에 역효과를 내는 경우들이 많은데, 배틀쉽은 외계 전함이 실사와 맞닿는 장면 표현에서도 자연스러움은 물론 디테일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화질을 담고 있다.






외계 군함 (비행선?)의 디테일은 물론 실사와 세트, 그래픽이 혼용된 대형 군함의 등장 장면의 경우, 멀리서도 갑판 위의 작은 인물이나 구조물들이 뭉개지지 않고 표현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디테일은 물론, 인물의 클로즈업에서도 발군의 디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배틀쉽은 이를 자랑이라도 하듯 병사의 얼굴을 아주 타이트하게 클로즈업 한 장면들을 인상 깊게 배치하고 있다).


Blu-ray : Audio Quality


화질이 물론 레퍼런스 급의 만족스러운 수준이긴 했지만 배틀쉽 블루레이에 호감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첫 째도, 둘 째도 사운드 퀄리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감을 얻지 못했던 영화의 아쉬움을 상쇄시켜줄 정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정말 화끈하고 인상적이었다. 몇 번이나 리모컨을 손에 쥐고 옆 집 걱정에 볼륨을 줄였을 정도로… 






블루레이 사운드에 대해 리뷰를 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바로 '체감'에 관한 것인데, 사실상 사용자가 사운드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는 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 그런 측면에서 배틀쉽 블루레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극장에서 볼 때 조차 사운드적 쾌감에 이 정도로 반응하지는 않았었는데, 작은 방안에서 체감하는 화끈한 블루레이 사운드는 정말 말로 이루다 표현 못할 정도. 외계 전함에서 공격을 해올 때의 휘몰아치는 사운드에는 임팩트는 물론 자잘한 파편 같은 작은 소리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귀를 자세히 귀울여 보면 이 작은 소리들까지 충실히 전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폭발 장면에서는 단순히 우퍼 스피커 만으로 울림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공간감으로 주는 효과가 동반되어 더욱 체감하는 효과가 컸으며, 사운드 디자인도 세심한 편이라서 그냥 뭉개져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깊이가 있는 임팩트를 전달하고 있다. 정말 옆 집에서 뛰쳐나올 걱정만 없는 집이라면 더 여유 있는 볼륨으로 극장 못지 않은 (체감도 측면에서는 더 나은) 사운드를 즐겨보시길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하지만 옆 집의 이슈가 없어도 절로 볼륨을 움찔하여 줄이게 되는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으니 이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길.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중에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은 또 다른 엔딩 장면은 'Alternate Ending Previsualization'인데, 배우들이 연기한 버전이 아닌 프리비주얼 버전이지만 그 분량이 짧지 않아 오히려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배우들이 연기하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그 촬영 직전의 버전에 가까운 프리비주얼 영상이라 감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 감독인 피터 버그의 짧은 소개도 만나볼 수 있다.






'USS MISSOURI VIP TOUR'에서는 하와이 오아후 섬 진주만에 정착한 미주리 호를 배경으로, 영화의 중요한 배경 (혹은 주인공)이자 미군의 역사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미주리 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미주리 호 내부 소개는 물론이고 오래된 자료들을 통해 미주리 호가 겪어온 역사 속 시간들을 소개한다. 영화 속 군함의 활약상에 만족했던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부가영상이다.






'Preparing for Battle'에서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준비 과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보드게임의 자세한 소개와 영화와의 연관성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이후에는 영화의 배경이 된 하와이와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와 미주리 호의 촬영장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주리 호의 모습이 그래픽이 아니며, 더 놀랍게도 실제로 미주리 호를 바다로 끌고 나가 촬영을 했다는 점이다. 영화 촬영에 있어서 미 해군의 협조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단 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ll Hands on Deck: The Cast'에서는 영화의 출연한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주연을 맡은 테일러 키취와 모델 출신으로서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브룩클린 데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스타 리한나까지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리한나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셸 로드리게즈가 자주 맡았던 성향의 여군 역할을 맡았는데, 팝 스타로서 보여주었던 리한나의 모습을 엿보기에는 부족했지만, 중성적이면서도 귀여운 그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Engage in Battle'에서는 감독 스스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결코 쉽지 않았던 바다 위의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최근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던 '죠스'를 보면서도 실제 바다 위 촬영에 대한 어려움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 세월은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바다 위 촬영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바다 위 촬영과 더불어 모션 캡쳐와 그린 스크린을 이용한 촬영과 실제 미주리 호의 촬영에 대한 뒷얘기도 수록되었다.





'Commander Pete'에서는 이 작품의 감독이자 제작까지 겸하고 있는 피터 버그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우리에게는 감독은 물론 배우로서도 익숙한 그가, 마치 군대를 통솔하는 것과 같은 리더쉽으로 촬영장을 이끄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몸 관리는 물론 스텝과 배우들의 체력 관리까지 신경 쓰는 트레이너로서의 색다른 피터 버그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The Visual Effects of Battleship'에서는 배틀쉽에 사용된 다양한 비주얼 효과에 대한 친절한 소개와 영화를 소재로 한 비디오게임 '배틀쉽'의 예고편도 수록되었다.


[총평] 피터 버그의 '배틀쉽' 블루레이는 오랜만에 화질과 사운드 모두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AV퀄리티를 수록한 타이틀이었다. 특히 임팩트로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사운드는 옆 집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정도로 강렬하니 감상 시 꼭 리모컨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두길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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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Pieta, 2012)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



김기덕 감독의 열여덟 번째 영화 '피에타'를 보았다. 평소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무래도 그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방식에 있어서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영화는 항상 '날 것'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었는데, 그 날 것을 요리하는 방식의 정도에 따라 그의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달랐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 '피에타'는 개인적으로 그동안 보아온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여전히 그의 방식은 날 것에 가깝고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요리의 방식과 메시지를 비교적 은유 없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잔인한 방법으로 돈을 빌린 사람들을 찾아가 보험금을 뜯어내는 강도 (이정진)에게, 어느 날 자신이 엄마라고 말하는 여자 (조민수)가 나타난다. 처음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믿지 못하던 강도는 끈질기게 자신의 곁을 지키는 여자를 점점 엄마로 인정하며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김기덕 감독은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이렇듯 불편한 진실을 영화화 하는 것에 대해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여러 감독들이 이미 이야기하고 있으니 다른 감독들이 잘 다루지 않는 어두운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겠다는 생각에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고 했는데, '피에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앞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되었다는 소감처럼, '피에타'가 담고 있는 삶 혹은 대한민국에서의 삶의 이면이 전작들에 비해 가장 쓰라리게 느껴졌다. '피에타'의 메시지는 상당히 직접적이다. 종교적인 구원의 색채를 담고는 있지만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도시와 이야기는 에둘러 은유하려고 들지 않는다. 


청계천에 위치한 작은 공업 상가들을 배경으로 그들이 직면한 현실의 삶의 문제, 이자가 원금의 10배 넘는 걸 알면서도 당장의 생활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빚을 질 수 밖에는 없는 현실, 그리고 이들을 이렇게 사지로 몰아넣은 자본주의와 대한민국의 현실은, 얼핏보기에 마치 우리 삶과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인냥 진행되지만 바로 서울하고도 청계천, 즉 현실에서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일임을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청계천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건물의 높은 곳에 올라 평생을 해온 삶의 터전이 곧 사라질 것을 비관하는 장면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기 보다는 그냥 '현실'이다.


(이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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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라는 제목과 조민수와 이정진이 함께한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모습을 한 포스터를 보았을 때 눈치챌 수 있었듯, 이 영화는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구원에 관한 영화였다. 그런데 이런 구도로 가던 영화는 작은 반전을 내어 놓는다. 바로 조민수가 연기한 여자가 강도의 엄마가 아니라 그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간 이의 어머니였다는 것. 영화 내내 강도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이 악마의 자식'이라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바로 이 악마의 자식을 잔인한 방식으로 처단하는 또 다른 잔인한 복수를 여자는 거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피에타'는 이것이 반전으로 읽히지 않는다. 즉, 여자가 강도에게 잔인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여자가 속이려고 했던 강도의 어머니로서의 이야기로도 읽힌다는 얘기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결국 여자는 마지막에가서 자신의 아들에게 '강도도 너무 불쌍해'하며 연민을 느끼게 된다. 영화 속 사실만을 근거로 하자면 이 연민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신의 아들을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복수로 더 잔인한 방식을 택했을 만큼 독한 마음을 먹었던 여자가, 그 복수의 상대에게 '너무 불쌍해'라며 연민을 갖는 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피에타'는 강도와 여자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간청한다. 강도를 묘사함에 있어서 동정심을 유발시킬 만한 장면과 설정들을 담기는 했지만, 그것이 강도를 단순히 사회가 만든 악마로서만 봐달라는 방식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여자가 강도를 아들로 대하며 겪는 이야기들은 이 영화에 작은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설령 복수를 위한 거짓된 행동이었다 하더라도 (그리고 처음부터 연민 같은 건 없었고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그 복수의 날이 강도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 가운데 이들에게 (여자 스스로를 포함하여) 자비를 베풀고자 하는 간곡한 바램의 틈을 작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피에타'가 종교적인 구원의 메시지로 느껴진 것은 영화가 선택한 마지막 때문이었다. 목숨을 담보로 빚을 질 수 밖에는 없는 서민들의 삶. 내 아이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스스로 두 손을 내어놓은 삶. 악마같은 잔인한 방법으로 다른 삶을 죽음으로 내몰지만 그 자신도 구원받지는 못하는 삶. 복수로 자신과 아들의 삶을 구원하고자 하지만 결국 더 큰 슬픔만을 간직하게 된 삶.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어느 누구도 구원받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가 유난히도 아픈 것은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를 결국 누구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본인이 선택한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결국 여자는 마지막에 더 큰 아픔의 눈물을 흘리기는 했찌만 본래 계획했던 그대로 스스로 몸을 던졌고, 강도 역시 자신의 악마와도 같은 행동으로 더 힘든 삶에 놓인 이들을 빌려 스스로 잔인한 죽음의 길을 택했다. 이것은 순교는 절대 아닐 뿐더러 구원에 이른 죽음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마도 이 영화가 영화 속 인물들에게 허한 유일한 자비라면 마지막 여자를 뒤에서 밀어 버리려고 했던 할머니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여자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잃은 복수를 행하려던, 이 굴레에서 더 헤어나올 수 없게 될 수 있었던 할머니에게는 여자와 같은 지옥같은 삶을 주지 않은 것이 이 영화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자비가 아니었나 싶다.


다시 문장의 처음으로 돌아가, 이 영화에서 종교적 구원의 메시지를 느끼게 된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헤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굴레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이러한 아픔과 죽음이 일어나지만 그 깊이는 보려하지 않는 고층 빌딩 숲과도 같은 사회에 대한 환멸이 결국 종교적인 구원을 바라는 간절함으로 빚어지지 않았을까.



ⓒ 김기덕필름. All rights reserved


(스포일러 끝)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새삼스럽지만 아니 혹은 잘 몰랐거나 알고자 하지 않았던 현실의 아픔을 보게 해 준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집으로 오는 내내 '아프다'라는 말만 되뇌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 아픔이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1.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자세하게 적지는 못하지만 여자와 강도가 처음만나 엄마임을 확인하려는 그 장면에서 출산의 고통, 순간이 느껴졌어요. 양면성이 담긴 이 장면 참 인상적이었어요.


2. 오랜만에 만나는 아주 강렬한, 아픈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3. 글 초반에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김기덕 감독 작품 가운데는 가장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김기덕필름 에 있습니다.


 







야마하 AV 리시버 RX-V673 #2

AirPlay



RX-V673의 기능 가운데 가장 먼저 살펴볼 기능은 AirPlay 기능이다. 말그대로 간단하게 네트워크를 통해 리시버의 기능들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요즘에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비롯한 스마트기기들이 대중화되어 이를 활용한 기능들이 탑제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도 최근 생활의 패턴에 있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활용한 AirPlay 기능이 가장 궁금했었다.





RX-V673을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아이패드에서 음악 선택화면을 선택하면 우측 상단 아이콘에서 RX-V673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RX-V673을 선택하면 간편하게 AirPlay 기능 활용 가능.






아무래도 음악을 듣는 패턴이 CD 플레이어가 중심이 되기 보다는 스트리밍이나 CD를 아이튠즈 등에 업로드하여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답답한 이어폰만으로 듣게 되어 사운드 측면에서는 아쉬운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아이폰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독 스피커 등이 있어 좀 더 편하고 나은 사운드로 음악을 즐길 수 있었지만, AV리시버를 통한 사운드에 비하자면 역시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런 측면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담긴 음악들을 리시버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RX-V673의 큰 장점이라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이 아주 간편하고 한 편으론 리시버를 직접 조작할 때 아쉬운 점이었던 조작에 있어서 훨씬 쉬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위의 사진처럼 아이패드를 통해 재생되는 곡의 제목이 리시버에 표시된다 (Come On! Feel)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데 스마트 기기로 음악을 재생한 뒤 리시버의 리모컨으로 간단한 조작도 가능하다.





다양한 음장 모드의 선택을 통해 스마트 기기의 음악을 다양한 모드로 즐길 수 있다.







아이폰 & 아이패드를 통한 AirPlay 활용은 야먀하에서 만든 'AV Controller' 앱을 통해 가능한데,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 위의 사진과 같이 AV Controller 앱은 상당히 많은 기능들을 통해 리시버를 아주 손쉽게, 그리고 제법 디테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단순히 음장 모드 선택과 볼륨 등의 조절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옵션 기능을 통해 디테일한 사운드 레벨의 캘리브레이션이 가능하다. 아마도 리모컨을 통해 조절할 때 보다는 훨씬 쉽게 적용할 수 있을 듯 하다.








다양한 음장 모드들이 존재하는데, 사실 이 모드들은 영화를 볼 때도 좋지만 음악을 들을 때 더 필요한 기능이기도 한데, 기존에는 음악 플레이어로서 활용할 때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그저 콘서트 실황 같은 영상 타이틀을 감상할 때 정도 사용을 했는데, AirPlay 기능을 통해 손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다보니 이 다양한 음장 모드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앱에서 앨범이나 곡을 선택하는 UI 역시 스마트 기기와 동일한 구성 (거의 그대로 가져다놓은 듯한)을 갖추고 있어서, 기존 스마트 기기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






3부에서 계속...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2011)

부치지 못한 편지



'인랑 (人狼, 1999)'을 연출했던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ももへの手紙, 2011)'을 뒤늦게 보았다 (원제를 해석하자면 '모모의 편지' 정도). 선입견이라는 것이 무서운게 예전에 다른 애니메이션에 관한 글을 쓰면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 영화를 개봉 당시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우습게도 요괴가 정이 안가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 참 말도 안되는 이유인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 등장하는 세 명의 요괴들은 일본 토속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그리 와닿지 않는 터라 볼까 말까 하던 중 결국 나중을 기약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나중이 된 지금에야 보게 된 작품은, 역시나 요괴들의 비주얼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찡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 Production I.G.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이야기는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에서 이미 보아왔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즉, 영화가 시작하고 아버지의 부제로 엄마와도 갈등을 겪는 어린 소녀가 외딴 곳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 가운데, 요괴들을 만나게 되어 벌이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서 기대하고 예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대로 전개된 작품이었다. 캐릭터들 역시 새롭다기보단 이런 이야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정형화 되어 있었고, 이야기 전개 과정 중 색다른 볼거리나 이슈도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예상되었던 그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이건 눈물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신파에 가까운 전형적인 줄거리임에도 그 과정 속에서 관객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었을 텐데, 마지막에는 심지어 '여기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흘러갔음에도 눈물과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 Production I.G.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선택한 딸과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의 관계에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가 떠올랐다. '콘택트'는 여러모로 내 인생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펜사콜라'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펜사콜라 장면에서 있어서 '콘택트'라는 영화가 위대해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의 그 편지 장면은 그 정도로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된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 내내 소중히 다뤄온 딸과 아버지의 감정을 아주 담백하게 표현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 Production I.G. All rights reserved


줄거리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고 주려는 감동의 포인트도 예상되었던 터라 글로써 풀어내기엔 그리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모의 이야기 자체의 힘은 결코 작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글의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처음에는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했을 정도의 문제였던 요괴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살짝 그리워졌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대신할 수 있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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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

흥미로운 소재, 그 이상은 역부족




팀 버튼이 제작하고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연출한 '링컨 :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를 보았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첫 째도 소재요, 둘 째도 소재였다. 즉, 미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아브라함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였다는 이야기 자체, 그 자체가 솔깃하게 한 것이다. 링컨의 모습을 한 주인공이 도끼를 들고 선 모습이 '호오~ 이거 재미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는데, 역시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링컨 : 뱀파이어 헌터'는 딱 거기까지, 그 뿐이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도자로서의 링컨 (역사에 근거한 부분)과 이 영화가 만들어 낸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링컨을 잘 버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링컨 뱀파이어 헌터'라는 제목처럼 이 두 가지가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만 이 작품은 비로소 흥미로워 질 수 있겠지만, 적절한 균형점을 찾지 못하다보니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한 것 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즉, 역사 속 링컨의 모습은 지운 채 그가 그 이면에서 펼쳤던 뱀파이어 헌터로서의 활약상과 이야기에 주목한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는 얘기다. 영화는 심하게 얘기하면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전히 동떨어진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까지 보였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전환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전에) 전환되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렇다보니 노예해방을 위해 남북전쟁을 이끄는 링컨에게도, 어머니를 잃고 뱀파이어에게 복수하려는 링컨에게도 매력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가 더 완성도가 있었더라면 링컨이 다시 도끼를 꺼내들 때 심장이 두근 거릴 정도의 떨림과 기대감이 들어야 하는데, 미세한 떨림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공감대를 얻어내는 데에는 실패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액션 역시 기존 뱀파이어 영화에서 그 동안 보여주었던 것 그 이상의 것은 없었다. 몇몇 회심의 액션 시퀀스가 있기는 했지만 '아, 여기가 회심의 액션 시퀀스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영화가 관객에게 공감대를 얻을 기회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매력에도 빠져들기가 쉽지 않았다. 주연을 맡은 벤자민 워커의 경우 외모에서는 어린 리암 니슨이 느껴졌는데, 확실히 후반부 수염 덥수룩한 링컨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에는 성공했으나 스틸컷으로 본 것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최근 들어 스크린에서 만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도미닉 쿠퍼 역시, 그의 전작들과 비교해보자면 그만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너무 평범한 캐릭터였다. 여주인공 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역시 그 초롱초롱한 눈빛말고는 기억나는게 없을 정도로, 극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노역을 연기한 것은 마이너스로 느껴지기까지).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하다보니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도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링컨 : 뱀파이어 헌터'는 참 흥미로운 소재로 구미를 당기게 한 작품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이상의 것은 없었던 아쉬운 영화였다. 차라리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가 아니라 뱀파이어였다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능했을지도.



1.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더군요. 나중에 크래딧 보고 알았네요.

2. 팀 버튼이 연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명성을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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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AV 리시버 RX-V673 #1

개봉기


안그래도 새로운 리시버를 장만하고 싶어 기웃거리기는 했으나 주머니 사정 탓에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에 DP에서 야먀하 RX-V_73 시리즈 리뷰어로 선정되어 국내에 출시된 RX-V_73 시리즈 가운데는 가장 최상급 모델인 RX-V673 모델을 사용해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도 야마하의 리시버를 사용하고 있고 그 이전에도 야마하 모델을 사용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가격대비 성능비에 있어서 가장 탁월한 브랜드라고 생각되는데, 그렇기에 이번 체험단 활동이 더더욱 반가웠다. 얼핏 보아도 RX-V673은 리시버의 기본적인 기능들은 물론 최근 트랜드에 맞게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장점을 지닌 듯 했다. 구체적인 기능 설명들은 다음 포스팅부터 하기로 하고, 오늘은 첫 번째로 간단한 개봉기와 외관 소개로 시작하려 한다.

 




언제나 새로운 기기를 만날 때는 설레인다. 바로 그 설레임이 시작되는 순간 (물론 그 설레임은 택배 아저씨가 현관 근처에서 인기척을 낼 때 부터 시작된다). 박스 개봉!





리시버 본체를 제외한 기본적인 구성물들은 위와 같다. 뭐랄까 갈 수록 관련 부품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아마도 모든 것을 이 본체 자체가 스스로 해결하기 보다는 다양한 외부 기기나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지금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아마도 더 나중에는 굳이 리모컨이 기본 내장되지 않고 가정에 있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컨트롤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지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리모컨은 기본적으로 블랙과 실버 투톤으로 상하단이 나누어져 있는데, 검은색의 상단 부분은 전원 버튼과 각 소스의 입력 선택 기능이 위치하고 있다.






리모컨의 크기는 평균적이고 그립감이 특별히 좋거나 나쁘거나 하지 않은 역시 평균적인 모습이었다. 기능적인 측면 외에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로 투 톤의 컬러가 마음에 들었다.




두둥~ 드디어 리시버 본체. 아직까지 리시버 커버를 뜯고 내부의 부품들을 속속들이 확인해볼 정도의 내공은 안되지만, 이렇게 속이 훤히 드러나는 사진을 찍고 보니, 한 번쯤은 그래보고도 싶다는 생각도 든다. 

 





RX-V673의 주요 기능을 설몀해주고 있는 스티커. 스피커 자동 설정 기능인 YPAO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하게 되는 Air Play, 그리고 확실히 새삼스러우면서도 편리함을 느끼게 되는 다수의 HDMI 단자와 다양한 기기들과의 편리한 연결이 가능한 USB 연결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다.  전면 부에서도 메인 ON/OFF 버튼 옆에 떡하니 위치한 YPAO MIC와 네트워크 이미지를 보면 RX-V673이 이 두 가지 기능을 어서 빨리 사용해보고 싶도록 만든다. 




역시 리시버의 얼굴은 앞 면이 아니라 이 뒷 면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스피커를 연결하는 + - 단자들과 총 5개의 HDMI 입력 단자와 1개의 HDMI 출력 단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피커 연결은 바나나 플러그 사용이 가능한데, 개인적으로는 재연결시에는 편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고생해가며) 연결하고 있다. 이번 역시 다시 연결하면서 다시 피복 작업을 하는 수고를 하기는 했지만, 어쨋든 음질의 손실이 생길 수도 있는 탓에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바나나 플러그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한 번 이 과정을 겪다보니 바나나 플러그로 넘어갈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HDMI 단자를 여러 개 제공하는 제품들이 그리 많지 않아,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TV, PS3, 카메라 등 HDMI를 지원하는 기기들은 늘어가는데 이를 받아줄 리시버는 HDMI 슬롯이 고작 1~2개 정도라 답답한 경우가 많았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사용할 때마다 뺐다 꼈다를 반복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과거(?)가 있다보니 이렇게 후면에 떡하니 위치한 5개의 HDMI 출력단자가 훈훈하게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뭐, 이것도 생각보다는 빠르게 아쉽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옵티컬 광단자 역시 2개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PS3/BD플레이어의 연결 하나와 XBOX360 게임기와의 연결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

 

 

 



랜선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는 물론 다양한 RGB 입력 단자와 라디오 등을 위한 단자들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7.1채널까지 지원하고 있다.


 





좀 더 멋진 사진을 찍으려면 고생해서 찍어볼 수도 있었지만 이미 멋진 카달로그 같은 사진들은 DP공식 리뷰에서도 다뤘으므로 (http://dvdprime.donga.com/hardware/ReviewDetail.asp?hw_id=746156&master_id=100) 오히려 이 개봉기에서는 더 현실적인(?) 사진들을 있는 그대로 올려보고자 한다.

 

 


 

 

추후 다시 기능 부분을 설명할 때 구체적으로 다루겠지만, 일단 개봉기에서도 살짝 그 그림만 만들어 보기로 했다 ^^; 아이폰 4S에 AV Controller App을 통해 리시버 시스템을 이용해보기도 하고,


 

 

 

iPad 2를 통해서도 역시 AV Controller App을 통해서 기능을 활용해 볼 예정이다.

 

 

 

 

2부에서 계속...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부산 영화의 전당에 가다

맛있는 건 거들 뿐



요근래 제대로 된 여행을 못 간지가 오래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필버그의 초기작을 상영하는 기획전을 연다고 했을 때 보통 같으면 부산이니까 아예 갈 생각을 덜했을 텐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는 힘이 절로 솟아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화 예매에 숙소, 차편까지 예매를 마무리! 어쩌면 별다른 준비 없이 부산에 가게 되었다.


(참고로 이 포스팅에 사용된 90%의 사진은 아이폰으로 촬영된 사진. DSLR을 무겁게 들고 간 걸 또 한 번 후회했던 여행)





갈때는 고속버스를 타고. 갈 때 올 때 모두 KTX를 타고도 싶었지만 워낙에 비싼 티켓 탓에 아직 에너지 충만한 가는 길에는 버스를 타고 올 때만 KTX를 타기로. 오전 일찍 출발한다고 했는데도 역시나 버스타고 가는 길은 오래 걸리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탄 고속버스에 여행 분위기가 물씬~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휴게소의 터줏대감 호두과자와 별미 어묵 핫바를 먹었는데, 뜨거운 호두과자를 한 번에 콱 하고 씹었다가 안에서 뜨거운 팥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입천정이 벗겨지는 사태가. 참고로 심심해서 호두과자 재료들의 원산지 표기를 보았는데 참으로 글로벌한 호두과자더라 (하지만 구입은 선산에서 -_-;)





그렇게 도착한 부산. 몇 년만에 방문인데 익숙함과 새로움이 엇갈리는. 위의 사진은 5번 출구를 찾다가 잠깐 당황했던 순간인데, 어디로 가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해리포터를 봤던게 떠올라서 자연스럽게 저 가운데로 과감히 돌진. 훗. 서울 사람은 못 찾는 비밀 통로인 것 같은데, 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규;;






원래 어딜 가도 줄서서 먹거나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 여행은 어찌된 일인지 마치 맛집 블로거라도된냥 미리 검색해서 알아봐둔 부산의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수고를;;; 부산가면 꼭 먹어야지 했던 음식 가운데 첫 번째는 역시 돼지국밥이었는데, 서면역 롯대백화점 뒤 돼지국밥 골목 가운데 송정 3대를 선택. 뭐, 아침 먹은지 오래된 점과 길을 살짝 헤멘 뒤의 식사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지만, 서울 (홍대)에서 먹던 돼지국밥 보다는 훨씬 고기가 많았고 (홍대 돼지국밥집은 거의 부속이 많았던 것에 반해 여긴 거의 살코기),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더 마음에 들었다. 





돼지국밥이 맛있는 이유 중에는 국과 국밥을 마는 전문 기술에도 있다는 점~





부산에 내려가기 전까지 서울의 날씨는 몹시 좋지 않았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부산의 날씨는 좋아도 너~무 좋았다. 어찌나 하늘이 파랗고 구름도 하얗던지. 어디를 찍어도 그림이 되는 그런 하늘이었다. 잠시 부산하늘 사진들 감상.










그렇게 파란 하늘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저녁 영화를 보러 센텀시티 쪽 영화의 전당으로 이동. 참고로 센텀시티는 예전 부산에 왔을 때 벡스코 센텀시티호텔에서 지냈기에 더 익숙한 곳이었는데, 당시는 정말 휑~했던 것에 비해 이제는 제법 (그래도 아직 휑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도시의 그림을 갖춘 모습이었다. 극장 근처의 맛집을 찾다가 들어간 '가야밀면'






냉면과 국수의 중간정도랄까. 냉면보다는 더 쫄깃함이 있고 담백함이 느껴지는 맛이었음. 엄청난 맛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으나 무언가 색다른 냉면 정도를 기대한다면 담백한 맛이 나쁘지 않을 듯.







밀면만 가지고는 부족해! 맛있는 만두도 추가~







그렇게 근처에서 맛있는 밀면으로 저녁을 먹고 찾아간 부산 영화의 전당. 영화의 전당 생기고는 처음 가보는 터라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역시나 웅장한 건축물이 압도하는!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구석구석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워낙에 커다란 규모여서 무언가 다양한 공간 등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전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야외 대형 스크린이었는데, 아쉽게도 상영일정과는 맞지 않아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한 여름 밤 시원한 바람 맞으며 (날파리들은 좀 많았지만 -_-;) 특히 비오는 날 야외에서 영화 한 편 보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치 축구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좌석이었는데, 만약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면 유유히 산책 나와 저 뒤 편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책을 한 권 읽던, 노트북 짓을 하던 하면 좋을 것만 같았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나서도 든 생각이었는데,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상암 한국영상자료원의 시설이 이 정도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지금도 좋지만).






마치 '배틀스타 갈락티카'를 연상시키는 곡선과 금속 느낌의 구조물들. 일단 그 규모에 한 번쯤 고개를 들어 쳐다보게 되더라.






자, 이제 이번 여행의 본 게임인 영화 감상의 시간. 첫 날 본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초기작 '아이거 빙벽'이었다. '아이거 빙벽' 영화 후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리뷰로 대신.


아이거 빙벽 _ 이스트우드의 산악 첩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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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시설은 겉에서 본 규모 만큼이나 만족스러웠다. 일단 이런 시네마테크의 영화를 이 정도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고, 좌석도 대형 멀티플렉스 못지 않은 안락함을 제공하고 있었다. 워낙에 이런 영화관에서는 음료 조차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기대도 안했는데 콜라에 팝콘까지 멀티플렉스와 동일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팝콘을 사먹었는데 달콤한 맛과 고소한 맛 중에 고르라고 해서 의외로 고민하다가 고소한 맛 선택;) 이걸 꼭 장점이라고만 보기는 어렵겠지만, 어쨋든 나쁘지는 않았음.





둘 째날 아침에는 스필버그의 '슈가랜드 특급'을 보았다. 이것 역시 자세한 리뷰는 아래 링크로. 참고로 첫 째날 '아이거 빙벽' 상영시에는 70년대 당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즐겼을 법한 어른 분들이 극장을 주로 채웠는데 (물론 관객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더 분위기는 좋았다.



슈가랜드 특급 _ 감독으로서의 야심이 느껴지는 스필버그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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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아이거 빙벽'을 보고 나오며 찍은 영화의 전당의 밤 풍경. 오색 조명이 촌스럽기 보다는 오로라 같은 느낌을 줘서 또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딱 10시까지 였는지 10시 정각이 되자 조명도 끝나더라 ㅎ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은 (겨우 1박 2일에 무슨 마지막 밤 --;) 광안리 밤바다에서.






이건 그냥 둘 째날 점심으로 먹은 한우불고기 + 냉면 런치 세트인데, 가격도 이 정도 상차림이면 저렴하고 (1인분에 7~8천원) 맛도 좋아서 이미 돼지국밥과 밀면으로 이룰 것을 다 이룬 우리에게 적절한 점심이었음.


짧은 1박 2일의 여행이었지만 좋아하는 감독들의 초기작들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부산의 파란 하늘을 마음껏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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