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클락 켄트는 없고 칼엘만이 남은 슈퍼맨



브라이언 싱어의 2006년 작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가 있었지만, 이를 뒤엎고 다시 리부트를 시도한 새로운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 '맨 오브 스틸'을 보았다. 잭 스나이더의 연출 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강하지만, 어찌 되었든 DC코믹스의 또 다른 히어로인 배트맨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어로 중 하나 인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든든한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의 화려함과 액션 연출이 더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즉,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에게 기대되고 예상되는 바는 분명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은 물론, 데이빗 S.고이어와 함께 스토리에도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분명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겠다. 그렇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보게 된 새로운 슈퍼맨 영화는, 기대에서 많이 벗어나는 의아함과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스러움이 교차하는 영화였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 번쯤은 이런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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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그 빠른 전개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를 시작하는 리부트의 첫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빠른 전개였다. 그 속도는 놀라움을 넘어서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건 슈퍼맨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 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 하다. 개인적으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콘텐츠는 영화로서는 배트맨 보다 더 깊은 이해 도가 있는 작품이었고 (배트맨은 대신 그래픽 노블을 통한 정보가 많았고), 무엇보다 클락의 청년 시기를 다룬 '스몰빌'이라는 TV시리즈를 남들이 '도대체 클락은 언제 나느냐'며 하나 둘 씩 떠날 때에도 꿋꿋이 10년을 기다리며 그 대단원의 피날레를 맞이했던 팬으로서 특별한 애정이 있는 작품이기에 '맨 오브 스틸'은 스토리와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물론 '스몰빌'처럼 10년 동안 날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 사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경우 난 적이 있긴 했지만) 클락이 슈퍼맨이 되는 과정에서의 오랜 시간은 이 텍스트에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갖는 갈등은 클락 켄트와 칼엘 이라는 두 존재 사이 에서의 갈등, 즉 외계인으로서 지구인을 구해야만 하는 구세주로서 칼엘의 운명과 그저 스몰빌에서 좋아하는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은 클락 켄트로서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바로 슈퍼맨의 능력을 각성하고 사용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클락이 어떻게 크립톤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신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지는 오랜 갈등과 고민 끝의 결정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인데, '맨 오브 스틸'에는 이런 면에서 보기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슈퍼맨이 된다. 따지고 보자면 '맨 오브 스틸'은 그 제목처럼 클락 켄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칼엘 혹은 슈퍼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반 크립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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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 작품의 아이러니는 바로 그 운명론에 있는데, 극 중 칼엘은 크립톤에서도 유일하게 자연 임신을 통해 태어난 아이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크립톤인들이 태어날 때 부터 그 직업과 역할에 맞춰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갖고 태어난 것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슈퍼맨이라는 텍스트의 딜레마는 바로 이 운명론에 있다. 그렇다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이 이 운명론과는 무관하게 성립된 캐릭터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맨 오브 스틸'의 스토리는 바로 여기서 부터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미 운명이 정해진 채로 태어나는 모든 크립톤 인들 과는 달리 유일하게 그 운명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난 칼엘이, 전혀 자유롭지 못한 또 다른 정해진 운명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냥 벌어진 상황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의미로 칼엘을 태어나게 하고 지구로 보낸 조엘 스스로가, 칼엘에게 끊임없이 운명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아이러니다. 이 부분은 달리 돌려 이해해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다른 슈퍼맨 영화와는 달리 크립톤의 이 배경을 강조했기에 더욱 이후의 운명론과는 어울리지 않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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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맨 오브 스틸'이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로 대표되는 가족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는 사실상 없는 클락 켄트이기에 더불어 비중이 축소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의 연기와 캐릭터는 모두 좋지만 그 비중이 이 캐릭터와 스토리의 정수를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비중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스몰빌'에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는 클락에게 칼엘로서의 운명도 물론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너는 그냥 우리 아들 클락이야'라고 말하는 쪽에 가까운데, 이번 작품에서 조나단이 '너는 외계인이고 너를 낳아준 친 부모가 어딘가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단번에 꺼낼 땐 솔직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스몰빌'의 조나단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영화 초반에 이렇다 할 설명이 다 오가기도 전에 어린 클락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조나단의 모습을 보니, '맨 오브 스틸'이 얼마나 클락 켄트의 비중을 적게 두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맨 오브 스틸'에도 슈퍼맨의 텍스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클락 켄트로서의 요소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금 아쉬운 점으로 지적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와의 따듯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있고, 그 몇몇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드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로서는 이 부분이 단기 속성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쉬울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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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슈퍼맨 영화임은 분명하다. 방금까지 얘기한 아쉬운 점은 다른 취향을 갖은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라는 이야기에 그다지 깊고 특별한 애정보다는 극장 판 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만으로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대부분의 관객에게, '맨 오브 스틸'의 전개 과정은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딱 어울리는 정보 량과 속도였으며, 긴 시간을 들여 일반인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물론 슈퍼맨의 경우는 태생부터가 다르지만) 바로 날기도 하고 슈퍼맨으로서의 등장도 빠른 것이 오히려 기다렸던 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것은 결코 이러한 취향을 비꼬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짜임새에는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리부트에 걸맞게 처음부터 그 과정을 절반 이상 소개하고, 본격적인 액션은 그 다음으로 미뤘었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가 당시 관객들과 스튜디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까지 더해진 마당이라면 (브라이언 싱어의 리부트를 다시 뒤엎는 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대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런 액션 히어로로서의 면면이 강조된 슈퍼맨의 탄생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솔직히 슈퍼맨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히어로에 비하면 그 동안 슈퍼맨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 크기가 무언가를 들어 올리거나 막아 내는데에 집중된 편이긴 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 쯤은 '맨 오브 스틸'과 갖은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가장 잘 묘사한 액션 시퀀스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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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의 액션 시퀀스는 정말 현란하다. 현란하고 화려한데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말도 좀 아이러니지만 슈퍼맨이 등장한 영화의 액션 장면 가운데 가장 현실 감 넘치는 액션이었는데, 슈퍼맨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갈 때의 묘사나 조드 장군 일당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 만약 실제로 저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가 전투를 벌인다면 아마도 저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액션 묘사가 많았다. 특히 슈퍼맨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캐릭터를 담은 영상의 경우, 너무 그 속도 감을 담으려 한 나머지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맨 오브 스틸'의 비행 장면은 카메라 웍이 살짝 동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설득력 있는 비행 시퀀스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벽이 부서지고 건물이 셀 수 없이 부서지고 관통 되고 하는 액션들이 오버스럽기 보다는, 저런 능력자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저 정도가 맞겠다 싶은 연출로서, 잭 스나이더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갈등 하는 영웅이 아닌 분노하고 싸우는 액션 영웅으로서 관객들이 슈퍼맨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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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클락 켄트를 사실상 피해왔던 '맨 오브 스틸'은 속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클락 켄트의 이야기를 꺼낼 듯한 제스처를 한다. 기존에 시리즈와는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도 전혀 다르고, 성장 과정에 대한 묘사의 비중도 전혀 달랐으며, 지구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달랐는데, 과연 속편은 어떤 이야기와 속도로 전개될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반응에 따라 뒤엎지 말고 잭 스나이더에게 좀 더 맡겨보는 것이 좋겠다. 



1. 집에와서 부족한 점이 무언가를 떠올려봤는데 역시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의 부제더군요. 그 곡을 다시 들어보니 단 번에 알겠더군요. 더불어 '맨 오브 스틸'엔 슈퍼맨이 우아하게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도 없는데, 그 장면을 못본게 아쉽더군요.


2. 아마도 지미 올슨이 나오지 않은 거의 유일한 슈퍼맨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어린 시절 장면이 잠시 나올 때 라나가 아주 잠깐 등장하는데 '스몰빌' 팬으로서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 그리고 후반부에 깨알 같은 루터-콥 로고들도 재미있었어요.


3. '스몰빌'에 출연했던 배우가 '맨 오브 스틸'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스몰빌'에서 닥터 에밀 역할을 맡았던 알레한드로 줄리아니가 초반 등장하더군요. 참고로 전 톰 웰링의 팬이기도 해서 그가 연기하는 극장판 슈퍼맨을 보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너무 늦어버리긴 했죠;; 아쉽네요. '스몰빌'이 너무 길었어요 ㅠㅠ


4.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볼 때도 '드래곤볼'의 실사화를 기대해보기도 했었지만, '맨 오브 스틸'을 보니 잭 스나이더가 '드래곤볼'을 한 번 찍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적어도 액션 장면 만큼은 이질감 없이 황홀하게 만들어 낼 것 같아요.


5. 역시나 새 시대의 슈퍼맨도 안경만 쓰면 못알아보는 건 계속되려나 보네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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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위드 미 (Untraceable, 2008)
끝나도 끝이 아닌 공포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매력적인 미스테리 스릴러물 <다크 엔젤>과 데니스 퀘이트와 제임스 카비젤 주연의
독특한 가족영화 <프리퀀시>를 연출했던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2008년도 신작 <킬 위드 미>.
우리나라 개봉시 제목은 보시다시피 '킬 위드 미'라는 제목을 썼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 수 있지만,
이 제목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본제는 'Untraceable'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추적할 수 없는'
정도가 되겠다.

이 영화는 저 포스터가 잘 말해주듯 21세기에 어울리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실시간 동영상 등
최첨단이지만 개인적인 사유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것들로 인한 테러와 공포, 그리고 현대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그들의 무서운 심리를 스릴러 장르로 잘 녹여낸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있음)

이 영화의 주된 공포라면 일단은 무작위에서 오는 공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무작위가 아니라
치밀하게 대상을 선정하여 치뤄진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큰 범위적 제한없이
누구나 이용가능한 인터넷 사이트처럼, 전혀 남의 일들이라고만 생각했던 끔찍한 일들이 자신과 주변에도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한 공포로 시작하고 있다. 특히나 영화 속에서 사이트에 살해당하는 사람의 모습이
등장했을 때, '여기봐, 너의 아버지아니야?'라는 대사처럼, 평소 전혀 다른 사람 얘기로만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이를 '즐기던'이들에게 조차 자신들의 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의 배경은 이미 이런 사이코 킬러들이나 살인범들에 관련한
영화들에서 등장했던 비슷한 설정이 등장한다. 몇해 전 끔찍한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대중들이 마치 쇼프로 즐기듯이 반복해보고, 슬로비디오로 보고, 안주거리로 얘기하는
것에 분노를 느껴, 그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을 자신의 아버지가 당했던 것처럼 모든 이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도록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주인공을 마치 피해자라던가 하는 것으로 깊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뭐랄까 이런 살인범들의 불우한 배경을 깊게 다루는 것은 결국에는 사회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라고
결론짓기 위해서 그도 피해자라는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영화는 물론 결론적으로
하고자 하는 최종적인 말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가해자를 피해자로 감싸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모두가 공범임을
얘기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살인범은 죽게 되지만 오히려 그 후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사이트의 댓글들 때문이었다.
'천재가 죽었다' '이 비디오 어떻게 다운받죠?' 등 이른바 '개념'없는 댓글들과 살인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이를 담담하게 즐기는 사람들과, 접속자 수가 많아질 수록 살인의 속도도 빨라지니
접속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저 '호기심' 때문에 혹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보고 즐기기위해
무서운 가속도로 늘어나는 사이트의 접속자 수를 보았을 때, 이것이야 말로 끝나도 끝나는 것이 아닌
무서운 공포스러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이나
사고로 인한 사망 기사에 조차 개념없는 악플이 달리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이런 무서운
상황이 남일같지 않게 느껴져서 더 안타깝기도 했다.



최근 <점퍼>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에서 그래도 선전했다.
특별히 그녀만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하였지만, 딸을 둔 FBI요원의 모습도 제법 어울렸다.

톰 행크스의 아들로 더욱 유명한 콜린 행크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약 10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 타임 답게 괜찮은 몰입도와 킬링 타임 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는
재미를 갖고 있는 스릴러 영화였다.

물론 그 안의 메시지는 단순히 즐기고 넘길 수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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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Jumper, 2008)

<본 아이덴티티>를 만든 덕 리만이 감독하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헤이든 크리스텐슨, 사무엘 L.잭슨과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이 출연한 SF 액션영화.
일단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감독의 전작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삘이 상당히 나는 분위기인데,
또한 포스터를 보면 왠지 최근 개봉한 <자켓>처럼 국내팬들에게는 '점퍼'라는 단어의 특성상,
마치 저 가죽 '점퍼'를 입으면 어디든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가 보다 하고 예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언제쯤 저 '점퍼'를 입게 되나 하고 기다렸었다는 -_-;;
순간이동이라는 영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와 기대되는 젊은 배우들, 그리고 연륜있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제법 기대를 모았던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이렇듯 설정과 전개 과정은 나쁘지 않았으나 결말에
가서는 조금 급하게 얼버무려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배신자 아나킨! 윈두가 지옥에서 널 잡으러 왔다!!!!)

(스포일러 있음)
영화의 기본 설정을 보면 순간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점퍼'들이 존재하고, 이를 막으려는 세력인
'팔라딘'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중세에서도 있어왔고, 비밀 단체 조직인 '팔라딘'은
신의 능력을 침범하는 '점퍼'들을 찾아 처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설정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 설정이 단지 저런 대사 한 마디로만 형용된 것이 조금 아쉬웠다. 회상이나 설명하는 장면에서 스쳐지나가는
정도 만이라도 중세시절 이들 간의 대립에 관해 서술했었다면 좀 더 이야기가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더군다나 러닝타임도 90분 밖에는 안되지 않는가, 좀 더 쓰지).


(아직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순간이동'이라는 설정과 능력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특히 영상미 적인 면에서 환상적인 장면들을 여럿 만들어내고 있는데, 특히 차가 빈번한 시내를 순간이동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를 맛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괜찮은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었는데, 조금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바로
엔딩과 후반부 때문이었다. 중반이후 좀 더 치열하게 점퍼들과 팔라딘의 대결을 그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단순히 주인공 3사람만의 대결으로 몰아간 것이 아쉬웠고(점퍼들에 비해 팔라딘들이 별 다른 특별한 능력이
없던 것을 감안한다면 대결 자체가 사실 성립이 안되는듯 하다), 다이안 레인이 맡은 엄마 캐릭터가 팔라딘이라는
것이 밝혀진 시점이 영화가 다 끝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 좋고 이야기를 더 풀어나갈 수 있는 소재를 하나도
못 살리고 있고, 사무엘 L. 잭슨의 경우도 결국 죽이지 않고 오지에 남겨두었기 때문에, 후속편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후속편을 염두해 뒀다고 보기에는 1편이 너무 시리즈 적인 요소가
부족하고, 1편 자체로서의 임팩트도 부족한 듯 하다. 결과적으로 팔라딘과의 대결도 더 치열하게 완벽히
마무리짓고,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도 모두 이 영화에서 다 풀어내었으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내용과 별개로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배우들의 면면이었다.
바로 아나킨 스카이워커 헤이든과 마스터 윈두 사무엘 L.잭슨의 대립관계가 그것이다.
<시스의 복수>에서 결정적인 순간에서 헤이든의 배신으로 인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던 사무엘 잭슨은,
이번 영화에서 이를 복수하듯 끈질기에 헤이든을 쫓게 된다. 이 둘의 관계를 알고 있다보니 영화 속에서
두 캐릭터의 관계는 나름 흥미로웠으며, 헤이든이 출연한 다른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 몸과 얼굴에서 아나킨의 모습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제이미 벨. <빌리 엘리어트> 이후에도 <킹콩>이나 다른 영화들에서 간간히 제법 비중있는 역할들을
맡아왔었지만 이번 영화에서 비로소 아역의 느낌을 벗은 '청년'의 느낌이 나는 캐릭터를 연기한 듯 하다.
이 영화로 조금 우려되는 것은 이러다가 그냥 색깔있는 조연 전문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다이안 레인은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비중이 너무 적었으며, 여주인공의 어린시절
역할을 맡은 안나소피아 롭(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풍선껌 불기 챔피언이었던 그 꼬마 소녀)은,
꼬마 같은 앙칼진 모습에서 이제 제법 '소녀'티가 나는 모습을 보여주어 반가웠다.

배우들의 모습과 순간이동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은 좋았으나,
좀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보였기에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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