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밤 <황금어장>이 끝나고 마감뉴스마저 끝난 뒤 '라디오스타'의 4인방이 MC가 되어 진행하는,
진정한 음악프로그램 '음악여행 - 라라라'라는 프로그램이 어제 처음 선을 보였다.

사실 <라디오스타>의 외전 겪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더불어 첫 게스트가 이승열 이라는 말에
'정말 진짜로 음악 프로그램을 한 번 해보려는 건지도 모르겠구나'하는 기대도 갖게 했었다.

이승열은 유앤미 블루 시절부터 좋아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솔로 앨범을 더욱 좋아하는 편인데,
그간 특히 방송에서는 그를 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번 출연이 몹시도 반가웠고, 무엇보다 무려
그가 단독 게스트이라는 사실은 '나는 좋지만, 방송으론 괜찮을까?'하는 걱정도 들게 했다.

전체적으로는 '라디오스타' 4인방이 입담으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이들의 개그 비중이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표현되고 있는 듯 했다. 약간 과한 감도 있고, 음악프로그램에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도 있어서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뭐랄까, 완전 전문 프로그램과 완전 대중프로그램의
중간자적 성격을 띄고 있는 프로그램이랄까. 특히나 이승열처럼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실력파 뮤지션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뮤지션을 새롭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 같다. 다음 게스트가 누구 냐에 따라 이 프로그램의 컨셉에 대한 좀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이승열 편으로만 보면 일단 이런 분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승열은 자신의 솔로 곡와 유앤미 블루 시절의 곡 외에 원더걸스의 'nobody'를 편곡해 불러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처럼 대중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아마도 제작진측에서 요구한 듯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승열이 'nobody'를 불러서 더 많은 대중들이 '과연 이승열이라는 가수가 누구냐?'하고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이승열을 오래전부터 알아온 나로서는 새삼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만으로도 팬으로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에서 부른 곡들 외에 '기억할께'같은 최근 솔로 앨범의 곡들을 더 불러주었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지만, '기다림'을 불러준 것 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ㅠㅠ




화제의 이승열 버전의 'nobody'




이승열 '기억할께' MV





<라디오 스타>

사실 처음에는 <라디오 스타>라는 작품이 <왕의 남자>의 엄청난 성공에 힙입은
이준익 감독의 거품 가득한 영화일 줄로 생각했다.
사실 국내영화는 이런 경우가 많았고 특히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관객들의 기대치가 워낙에 높다보니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사실 이준익 감독이 단순히 <왕의 남자> 한 작품 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 감독은 물론 아니지만,
그의 이번 작품은 <왕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태생적으로 거론할 수 밖에는 없을 영화였으리라.
 
하지만 감독 이준익은 이러한 기대를 자연스레 즐겨가면서 부담감을 떨쳐내며
전혀 다른 소박한 이야기를 후속작으로 내놓았다.
 
줄거리도 사실상 특별할 것이 없는 잔잔한 드라마.
왕년에 대스타가 시골 촌 지역 방송국 라디오 DJ를 맡아
전혀 잘 될 것 같지 않았던 방송도 대박이 나고 대스타도 그 동안 미처 해보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다는 큰 줄거리.
 
뭐 요즘 한국 관객들이 특히나 기대하는 반전도 없고 엄청난 코미디도 없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에는 부족했던 여운이 있었다.
 
말 그대로 여운.
<라디오 스타>로 인해 무언가 굉장한 화두에 대해 고민하거나 되새기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극장을 나오고 가끔 영화 포스터를 보게 될 때, 무언가 쓴 웃음 내지는
말 없이 살짝 미소짓게 되는 정도의 무엇.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후반부 박민수 역의 안성기가 짠 하고 최곤 앞에
나타났을 때 울컥하거나 감동이 북받치는 듯한 것은 없었지만,
그 전에 버스안에서 최곤에 돌아오라는 눈물의 방송을 들으며 아내의 돌아가라는 말에
입안 가득 든 김밥을 웅얼거리며 '나 김밥 장사할거야('팔거야'였나 --;)' 하는
대사가 백만배 더 슬프게 다가왔다.
 
이 영화에 가장 큰 불안요소는 어쩌면 안성기와 박중훈 두 배우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이긴 하지만, 사실 박중훈은 <투캅스>이후 비슷한 류의 코미디 연기가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될 만큼 <세이 예스>의 어색한 사이코 범죄자나
코믹사이에서 괜히 진지함까지 담으려 했던 <천군>에 이르기까지 점점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잃어가고 있는 중이였고,
안성기 역시 연예인들의 성대모사에 주 소재가 될 뿐,
배우로서 연기가 뛰어났다고 생각되었던 최근의 영화는 사실 없었다.

그래서 두 배우의 연기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한간에서 <칠수와 만수>의 얘기가 다시 끄집어나오는 것 처럼
이 영화는 두 배우의 연기력에 상당한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영화이다.
앞서 언급했던 성대모사 투의 대사톤을 버리고 조금은 가볍고 오바스런 투의
캐릭터의 안성기와 왕년에 대스타로 거만한 최곤 역의 박중훈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자신들의 현 위치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된다.
 
특히 안성기 같은 배우가 갑자기 그간의 이미지를 벗고 확 다른 가벼운
캐릭터를 맡게 되면 몰입도에 있어서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인데, <라디오 스타>역시 초반에는 조금 적응안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결국엔 동화되고 말 정도의 연기였다.
박중훈 역시, 첫 장면 무대 위에서 록 스타로서 열창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그간
그가 버라이어티 쇼에서 보여주었던 분장 립싱크 쇼가 떠올라 우스운 생각이 먼저
들었었지만, 나중엔 긴 머리나 록 스타로서의 복장이 그리 우습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사실 까메오 정도일줄 알았던 노브레인의 활약상은 단연 발군.
이스트 리버(동강)라는 밴드로 출연한 노브레인은 보컬 이상욱은 물론이요
다른 멤버들도 첫 출연치고는 상당히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재미를 선사했다.
사실 '넌 내게 반했어~'가 나올땐 사람들이 '아 저 노래..'하며 알아들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도 그들을 모르고, 그저 재미있는 신인 연기자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했다 ㅋ
 
그리고 중국집 주방장으로 까메오 등장한 이준익 감독은
역시 <왕의 남자>로 매스컴을 많이 탄 탓인지 제법 많은 관객들이 알아보기도 ㅋ
 
<왕의 남자>처럼 엄청난 관심을 모으게 된 작품의 다음 작품으로서는
이 정도의 영화가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극 중 최곤 이라는 캐릭터 처럼, 왕년에 대스타였던 안성기, 박중훈 이라는
두 배우에게도 다시 한번 더 많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 ashitaka

p.s/1. 김장훈의 연기는 사실상 홍경민과 함께 주연을 맡았던 <긴급조치19호>보다는
나아졌으나,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자연스럽지 못했던 대사처리로 아쉬움을 ㅋ
홍경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김국장 실에서 김국장에게 자신들 프로도 짤릴 판이라며
얘기를 건네던 직원은 홍경민의 친형.


Travis, Nell, Rufus Wainwright, Damien Rice 등과 함께
비오면 들어야 할 노래가 한 곡 더 생겼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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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당신 _ 박중훈 (라디오스타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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