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클락 켄트는 없고 칼엘만이 남은 슈퍼맨



브라이언 싱어의 2006년 작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가 있었지만, 이를 뒤엎고 다시 리부트를 시도한 새로운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 '맨 오브 스틸'을 보았다. 잭 스나이더의 연출 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강하지만, 어찌 되었든 DC코믹스의 또 다른 히어로인 배트맨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히어로 중 하나 인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든든한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의 화려함과 액션 연출이 더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즉,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에게 기대되고 예상되는 바는 분명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은 물론, 데이빗 S.고이어와 함께 스토리에도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분명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겠다. 그렇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보게 된 새로운 슈퍼맨 영화는, 기대에서 많이 벗어나는 의아함과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스러움이 교차하는 영화였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 번쯤은 이런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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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그 빠른 전개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를 시작하는 리부트의 첫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빠른 전개였다. 그 속도는 놀라움을 넘어서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건 슈퍼맨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 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 하다. 개인적으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콘텐츠는 영화로서는 배트맨 보다 더 깊은 이해 도가 있는 작품이었고 (배트맨은 대신 그래픽 노블을 통한 정보가 많았고), 무엇보다 클락의 청년 시기를 다룬 '스몰빌'이라는 TV시리즈를 남들이 '도대체 클락은 언제 나느냐'며 하나 둘 씩 떠날 때에도 꿋꿋이 10년을 기다리며 그 대단원의 피날레를 맞이했던 팬으로서 특별한 애정이 있는 작품이기에 '맨 오브 스틸'은 스토리와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물론 '스몰빌'처럼 10년 동안 날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 사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경우 난 적이 있긴 했지만) 클락이 슈퍼맨이 되는 과정에서의 오랜 시간은 이 텍스트에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갖는 갈등은 클락 켄트와 칼엘 이라는 두 존재 사이 에서의 갈등, 즉 외계인으로서 지구인을 구해야만 하는 구세주로서 칼엘의 운명과 그저 스몰빌에서 좋아하는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은 클락 켄트로서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바로 슈퍼맨의 능력을 각성하고 사용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클락이 어떻게 크립톤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신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지는 오랜 갈등과 고민 끝의 결정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인데, '맨 오브 스틸'에는 이런 면에서 보기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슈퍼맨이 된다. 따지고 보자면 '맨 오브 스틸'은 그 제목처럼 클락 켄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칼엘 혹은 슈퍼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반 크립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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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 작품의 아이러니는 바로 그 운명론에 있는데, 극 중 칼엘은 크립톤에서도 유일하게 자연 임신을 통해 태어난 아이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크립톤인들이 태어날 때 부터 그 직업과 역할에 맞춰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과는 달리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갖고 태어난 것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슈퍼맨이라는 텍스트의 딜레마는 바로 이 운명론에 있다. 그렇다고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이 이 운명론과는 무관하게 성립된 캐릭터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맨 오브 스틸'의 스토리는 바로 여기서 부터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미 운명이 정해진 채로 태어나는 모든 크립톤 인들 과는 달리 유일하게 그 운명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난 칼엘이, 전혀 자유롭지 못한 또 다른 정해진 운명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냥 벌어진 상황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의미로 칼엘을 태어나게 하고 지구로 보낸 조엘 스스로가, 칼엘에게 끊임없이 운명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아이러니다. 이 부분은 달리 돌려 이해해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다른 슈퍼맨 영화와는 달리 크립톤의 이 배경을 강조했기에 더욱 이후의 운명론과는 어울리지 않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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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맨 오브 스틸'이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로 대표되는 가족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는 사실상 없는 클락 켄트이기에 더불어 비중이 축소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의 연기와 캐릭터는 모두 좋지만 그 비중이 이 캐릭터와 스토리의 정수를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비중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스몰빌'에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는 클락에게 칼엘로서의 운명도 물론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너는 그냥 우리 아들 클락이야'라고 말하는 쪽에 가까운데, 이번 작품에서 조나단이 '너는 외계인이고 너를 낳아준 친 부모가 어딘가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단번에 꺼낼 땐 솔직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스몰빌'의 조나단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영화 초반에 이렇다 할 설명이 다 오가기도 전에 어린 클락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조나단의 모습을 보니, '맨 오브 스틸'이 얼마나 클락 켄트의 비중을 적게 두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맨 오브 스틸'에도 슈퍼맨의 텍스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클락 켄트로서의 요소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금 아쉬운 점으로 지적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와의 따듯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있고, 그 몇몇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드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로서는 이 부분이 단기 속성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쉬울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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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슈퍼맨 영화임은 분명하다. 방금까지 얘기한 아쉬운 점은 다른 취향을 갖은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라는 이야기에 그다지 깊고 특별한 애정보다는 극장 판 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만으로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대부분의 관객에게, '맨 오브 스틸'의 전개 과정은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딱 어울리는 정보 량과 속도였으며, 긴 시간을 들여 일반인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물론 슈퍼맨의 경우는 태생부터가 다르지만) 바로 날기도 하고 슈퍼맨으로서의 등장도 빠른 것이 오히려 기다렸던 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것은 결코 이러한 취향을 비꼬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짜임새에는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리부트에 걸맞게 처음부터 그 과정을 절반 이상 소개하고, 본격적인 액션은 그 다음으로 미뤘었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가 당시 관객들과 스튜디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까지 더해진 마당이라면 (브라이언 싱어의 리부트를 다시 뒤엎는 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대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런 액션 히어로로서의 면면이 강조된 슈퍼맨의 탄생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솔직히 슈퍼맨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히어로에 비하면 그 동안 슈퍼맨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 크기가 무언가를 들어 올리거나 막아 내는데에 집중된 편이긴 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 쯤은 '맨 오브 스틸'과 갖은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가장 잘 묘사한 액션 시퀀스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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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의 액션 시퀀스는 정말 현란하다. 현란하고 화려한데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말도 좀 아이러니지만 슈퍼맨이 등장한 영화의 액션 장면 가운데 가장 현실 감 넘치는 액션이었는데, 슈퍼맨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갈 때의 묘사나 조드 장군 일당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 만약 실제로 저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가 전투를 벌인다면 아마도 저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액션 묘사가 많았다. 특히 슈퍼맨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캐릭터를 담은 영상의 경우, 너무 그 속도 감을 담으려 한 나머지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맨 오브 스틸'의 비행 장면은 카메라 웍이 살짝 동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설득력 있는 비행 시퀀스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벽이 부서지고 건물이 셀 수 없이 부서지고 관통 되고 하는 액션들이 오버스럽기 보다는, 저런 능력자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저 정도가 맞겠다 싶은 연출로서, 잭 스나이더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갈등 하는 영웅이 아닌 분노하고 싸우는 액션 영웅으로서 관객들이 슈퍼맨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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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클락 켄트를 사실상 피해왔던 '맨 오브 스틸'은 속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클락 켄트의 이야기를 꺼낼 듯한 제스처를 한다. 기존에 시리즈와는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도 전혀 다르고, 성장 과정에 대한 묘사의 비중도 전혀 달랐으며, 지구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달랐는데, 과연 속편은 어떤 이야기와 속도로 전개될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반응에 따라 뒤엎지 말고 잭 스나이더에게 좀 더 맡겨보는 것이 좋겠다. 



1. 집에와서 부족한 점이 무언가를 떠올려봤는데 역시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의 부제더군요. 그 곡을 다시 들어보니 단 번에 알겠더군요. 더불어 '맨 오브 스틸'엔 슈퍼맨이 우아하게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도 없는데, 그 장면을 못본게 아쉽더군요.


2. 아마도 지미 올슨이 나오지 않은 거의 유일한 슈퍼맨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어린 시절 장면이 잠시 나올 때 라나가 아주 잠깐 등장하는데 '스몰빌' 팬으로서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 그리고 후반부에 깨알 같은 루터-콥 로고들도 재미있었어요.


3. '스몰빌'에 출연했던 배우가 '맨 오브 스틸'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스몰빌'에서 닥터 에밀 역할을 맡았던 알레한드로 줄리아니가 초반 등장하더군요. 참고로 전 톰 웰링의 팬이기도 해서 그가 연기하는 극장판 슈퍼맨을 보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너무 늦어버리긴 했죠;; 아쉽네요. '스몰빌'이 너무 길었어요 ㅠㅠ


4.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볼 때도 '드래곤볼'의 실사화를 기대해보기도 했었지만, '맨 오브 스틸'을 보니 잭 스나이더가 '드래곤볼'을 한 번 찍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적어도 액션 장면 만큼은 이질감 없이 황홀하게 만들어 낼 것 같아요.


5. 역시나 새 시대의 슈퍼맨도 안경만 쓰면 못알아보는 건 계속되려나 보네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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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Contagion, 2011)
21세기형 진짜 공포 영화


'체 (Che, 2008)'는 아직 보질 못했고 '오션스' 시리즈는 몸집이 커진 이후로 역시 보질 않았으니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걸 글 서두에 알게 되었다. 한 때는 헐리웃이 총아이자 천재 감독이라 일컬어지며 개인적으로도 아주 관심이 있었던 소더버그란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컨테이젼 (Contagion, 2011)'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배우들의 면면들 때문이었다. 맷 데이먼, 케이트 윈슬렛, 마리온 꼬띨라르,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까지, 이름만 들어도 영화 선택이 가능한 배우들이 여럿이라 이 작품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기에 출연 사실을 몰랐던 존 호키스까지 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 극장을 찾는 스타일 덕에 이번 작품 역시 배우들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컨테이젼'은 이 배우들이 주인공이 아닌 바이러스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21세기형 공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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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그 현실성에 있다. 좀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전쟁 영화나 스릴러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실제로 보면서 '아, 저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라고 느끼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내 것처럼 즐기는 것과 영화라는 것을 망각한 채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젼'은 적어도 나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 예전에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를 볼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었는데, 직접적으로 내가 병을 앓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신종 플루나 사스 등의 공포를 주변과 매스컴을 통해 실감하면서, 그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이 작품의 내용이 몹시도 공포스럽게껴졌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컨테이젼'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 일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하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이 재앙을 겪는 과정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성과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그냥 무섭다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저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발생했거나) 일이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걸 계획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컨테이젼'이 다루고 있는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사회와 인간성, 정부 및 기업의 음모 등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새로울 것은 없는 것들이지만, 2011년이라는 시대가 만든 현실성이 이 영화를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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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소더버그 영화. 소더버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작은 조각으로 분리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더버그의 영화 가운데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의 이런 재능에 대한 자신감 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산만함 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컨테이젼'의 여러 인물들은 각각이 맡은 역할이 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면서 각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 각각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전개 방식이 아니라 매순간 서로 작용하게 되는 방식이라 더 몰입도가 높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누군가를 마냥 비난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 보다도 이런 공포가 이제는 '더이상'도 아닌 그냥 현실이라는 사실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보다 훨씬 더 비중있고 공포스럽게 그려졌던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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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크나이트'에 나왔던 조연 배우들이 눈에 띄더군요. '라우'역할을 맡았던 친 한과 '라미레즈'형사로 나왔던 Monique Gabriela Curnen까지.

2. 다행히 극장에서 아무도 기침을 하지 않아 눈총 받거나 의심할 일은 없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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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인 [매트릭스]는 복잡하리만큼 다양한 고대 신화들과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완벽하게 융합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에 대해서는
전편 보다 이른바 ‘약하다’는 평들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필자를 포함해 대다수라고 여겨진다).
[리로디드]는 [레볼루션]을 돕기 위한 전편이며, 전체적 이야기의 단서와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편에서 텍스트를 이용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면.
[리로디드]에서는 액션을 통해 내공을 전달하고 있다.
[리로디드]에서는 액션이 곧 철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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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o the Matrix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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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는 전편과는 다르게(어찌 보면 워너답지 않게),
두 장의 디스크에 본 편과 서플먼트를 각각 수록하고 있다. 이미 여러 번 언급이 되는 말이지만
DVD세계에서 [매트릭스]가 갖는 의미는, 그 어느 타이틀도 감히 가까이 갈 수 없는
막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리로디드]에 갖는 기대와 궁금증은 그 어느 타이틀보다도 큰 것이었다.
[매트릭스]의 경우 이후 출시되는 타이틀들의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지닌
최초(?)의 타이틀이었지만, 초창기에 출시된 타이틀이라 다양한 서플먼트에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었다. 하지만 [리로디드]는 모든 서플먼트의
한글 자막은 물론 서플먼트만을 위해 한 장을 더 할애하여 2장의 디스크로 출시가 되었다.
서플먼트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간단하게 화질과 사운드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화질은 물론 최근 출시된 타이틀과 영화 자체의 퀄리티를 감안하였을 때 나무랄 대없는
영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워낙에 어두운 장면들이 주를 이루는 지라 다른 좋은 화질의
타이틀들에 비해 우수함을 피부로 느낄만한 장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시온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보았던 것처럼
온통 백색의 배경으로 이루어진 씬을 통해 티끌하나 없는 화질을 느껴볼 수 있다.
사운드는 워너의 정책(?)에 따라 DTS가 역시나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돌비디지털 5.1채널은
액션 장면에서, 특히 결투장면에서 ‘탁, 퍽’하는 합을 이루는 사운드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DTS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조금 약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나,
그것은 양적인 면일 뿐 질적인 면에서는 훌륭한 퀄리티의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2번째 디스크의 수록된 서플먼트를 섹션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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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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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과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는 프리로드에서는 주연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등과 제작자인 조엘 실버,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
제이미 핀켓 스미스, 휴고 위빙 등 배우들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리로디드]의 탄생에 감춰져있던
많은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이 ‘감독을 믿었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매트릭스 시리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등 자화자찬 식에 말들이 주를 이루지만,
매트릭스 정도면 이 정도의 자화자찬은 크게 오버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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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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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세계에서는 전작 매트릭스와 리로디드, 그리고 애니 매트릭스와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를
연관지어, 매트릭스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서도 제작자와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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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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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속도로를 빌려 촬영이 어려워 실제로 고속도로를 건설해 촬영했다는 사실과
이 장면만으로도 전편의 총제작비에 달하는 자본을 쏟아 부었을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 주었던
고속도로 추격 장면이, 어떻게 촬영되고 만들어 졌는지 상세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또 한 번 이 같은 장면이 만들어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동원되지는 새삼 깨달을 수 있게 만든다. 이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하는 궁금증을 아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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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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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매트릭스의 컨셉을 이용해 촬영한 음료 광고에 대한 에피소드와 국내 기업 삼성이 맡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핸드폰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외에 ‘엔터 더 매트릭스 : 게임’에서는 이미 게임으로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엔터 더 매트릭스’의 제작과정과 장면들을 소개하고 있고, ‘애니 매트릭스 예고편’에서는
제목과 같이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다. 이 예고편은 기존에 애니 매트릭스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흥미는 없는 서플이나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흥미로운 서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MTV뮤비 어워드를 위해 제작된 리로디드의
패러디 영상이 그것이다. 엔씽크의 멤버인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영화배우 숀 윌리엄 스콧이 주연한
이 패러디 영상은, 매트릭스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을 만한(물론 아는 사람이,
특히 미국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내용을 담고 있다.

곧 닥칠(11월 5일 개봉 예정)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만나기전에 적절한 타이밍에 타이틀이
출시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은 한 작품이라도 봐도 무방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으로, 시기적으로 필수의 아이템이 될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는 [레볼루션]이 개봉된 이후에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극장에서와 같이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레볼루션]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으니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2003.10.10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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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액션 블럭버스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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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를 설명하고 있는 문구 중에 하나이다.
이 같은 형용사를 감히 붙일 수 있는 영화는 아마도 [매트릭스]뿐일 것이다.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던 [매트릭스]가 개봉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우리는 그 사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해리포터]등
많은 대작들을 겪었지만, 매트릭스의 팬들로서는 그 어느 것도 성에 차지는 않았다.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리로디드]에 대해 이미 많은 매체에서 언급되었던 장면들을
위주로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새로운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스포일러에
위험이 너무도 많았음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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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믿기 시작한 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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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내용적으로 그 시작이 가장 다른 점을 들자면, 바로 네오의 자기 인식이다.
[매트릭스]에서는 그저 현실에 만족 못하고 두 가지 삶을 사는 해커 네오였던 앤더슨은,
 모피어스(Morpheus)에 이야기와 여러 가지 일들, 영화의 마지막 죽음과 부활을 겪으며
그(The One)로서의 자신을 믿기 시작 한다(끈질기게 앤더슨이라고
자신을 부르는 스미스 요원에게  ‘My Name is Neo'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순간부터
자신을 믿으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로서의 네오가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은 영화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일단 1편에서는 처음 요원과 대결할 때, 화려한 총알 피하기 묘기를 선보이기 전
트리니티에게 도움을 청했었지만, [리로디드]에서는 이렇듯 주저하고 자신없어 하는
네오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는 오히려 동료들의 안전을 걱정하여 자신이 처리할 테니 빨리 피하라는 식으로 변해버렸다.
그는 또한 1편에서 총알 피하기와 총알 멈추기 등의 능력을 선보였지만,
이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잠시 나왔던 하늘을 나는 모습은, [리로디드]에서는
멋진 준비 포즈와 함께 여러 번 볼 수 있으며, 동료들을 구하고 적을 상대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되어버렸다. 또한 그저 손동작만으로 총알을 멈추어 버렸던
그로서의 능력 또한 엄청난 업그레이드로, 셋이서 권총으로 공격받는 것이 아닌
여럿이서 기관총으로 공격받는 것에도 개의치 않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듯 당당해진 네오의 모습은 1편에서는 불가능하던 여러 가지 장면을 가능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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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주목할 만한 액션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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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네오와의 전투 장면과 고속도로에서 트리니티와 모피어스가
트윈스와 요원들과 펼치는 추격 장면이 그것이다. 이미 많이 언급이 된 장면으로,
[두개의 탑]의 헬름 협곡의 전투 씬과 같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던 장면이다.
먼저 무려 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네오와의 전투 씬은,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로
계속 튀어나오는 스미스 요원이 압권이다.
그야말로 이연걸이나 보여줄 수 있는 무술 실력을 보여주는 네오는,
CG의 도움을 받으면서 완벽한 액션 씬을 연출하였다. 이 장면에서 네오가 보여주는 봉술(?)은
무술감독 원화평의 손길이 묻어나 마치 황비홍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전투가 끝날 때까지 입을 떡 벌리고 다물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숨 가쁘고 다이나믹하게 전개된다.

다음은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이다. [리로디드]를 소개한 모 프로에서
2편에서는 액션이 곧 철학이며, 철학이 곧 액션이라고 했다.
그만큼 철학적인 깊이와 더불어 액션에 강도를 극대화 시켰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크기에 도로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였다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추격의 묘미와, 액션의 아름다움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리로디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키메이커를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이 추격적은,
자동차에서 자동차로, 또 오토바이로 그 탈 것을 변화시키면서 속도를 극으로 내몰게 된다.
검으로 차를 베어버리는 모피어스의 모습은, 트윈스와의 대결에서는 대등함을 보이지만,
역시 요원과의 대결구도에서는
부족함을 나타낸다(아시다시피 요원과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그’인 네오 뿐 이다).




이 두 장면을 설명하는 것만 해도 더 많은 얘기들을 하고 싶지만, 최대한 아무 얘기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 장면들 외에도 예언자 오라클을 지키는 고스트와 네오가 벌이는
결투장면은, 1편의 네오와 모피어스의 결투장면이 그러하였듯,
완벽하게 홍콩 무술영화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고스트 역할은 이연걸이 내정되어 있었으나, 이연걸 측의 높은 개런티 요구로
무산되고 말았었다. [리로디드]에서 고스트가 출연하는 씬은 단 한 번 뿐 이지만,
그래도 이연걸이 출연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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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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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파란약과 빨간약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부터,
모든 선택은 결정되어 진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편에서 네오는 오라클을 만나 자신에 대해,
예언에 대해 물었었다. 자신이 인류를 구원할 ‘그’인가 하는 것과, 화분을 떨어트린 것에 대해
오라클에 화분을 조심하라는 말 때문에 떨어트린 것인지, 아니면 화분을 떨어트릴 것을 알고
조심하라고 했던 것인지에 대한 것과 같은 예언에 대한 것.


하지만 [리로디드]의 네오는 이미 스스로를 믿고 있었고,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없었다.
오히려 오라클의 존재에 대해 묻고 ‘왜?’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리로디드]에서 네오는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또 선택에 기로에 선다.
하지만 이 선택은 어찌 보면 여지가 없는 이미 결정되어 진 것에 대한 따라하기 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네오 자신의 의지에 의한 선택인지, 아니면 이미 여러 번 그러하였듯
네오 자신도 모든 오차와 불규칙성마저도 계산에 넣은 프로그램에 따라 결정되어 지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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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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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오만한(?)카피는 바로 평론가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폄하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속은 텅 빈, 액션으로만 치장한 블록버스터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결국 기대를 저버린
속편 정도로 폄하하며, 1편에 비해 너무나도 컷 던 기대 탓이라고 그 이유를 돌렸다.
하지만 이렇게 앞 다투어 한심하다는 평을 내놓는 이들을, 일반인인 필자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엄청난 장면들을 기대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위에도 언급했던 두 장면에 대해 평범하다든지 아쉽다 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는 듯 하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충분히 상상을 추월한 장면들이 많았고,
1편 보다 약해졌다는 철학적인 깊이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생각해볼만한 대사들이 즐비하였으며, 지루하기는커녕 몇 번을 더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가 지루해지고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1편인 매트릭스를 몇번 이고 다시 감상하여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뒤 2편을 다시 보기 바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리로디드]는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낸 매트릭스 시리즈의
한 편일뿐, 그들의 이야기는 3편인 [레볼루션]이 개봉된 후에야 정식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갑자기(그야말로 갑자기), ‘결말은 다음에‘라는 말은 당혹과
아쉬운 마음이 달아오르게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반지의 제왕의 경우처럼 1년씩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는 것을 위안삼아야 하겠다.
11월에 개봉될 [레볼루션]으로 매트릭스 속에서 현실을 모르고 기계에게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은 깨어날 것인지, 시온은 무사할 것인지,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네오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지,
[리로디드]의 수많은 의혹들은
모두 풀릴 것인지...앞으로도 하루하루 기다릴 일이 쉽지 많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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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 Matr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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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매트릭스’란 무엇인가? 우리가 [매트릭스]를 접하는 과정 중에서 가장 우선이
되어야할 요소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배경이기도 한 ‘매트릭스’에는,
최고의 흥행과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블록버스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심오한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
사실 매트릭스를 흔히 말하는 가상현실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죄책감이 들 정도로,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앙으로 이야기되어도 좋을 [매트릭스]는
미래에 대부분의 재앙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들의 끝을 모르는 자만과 허영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A.I(인공지능)를 탄생시키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말 그대로 A.I가
스스로를 자각하고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를 복제하여 세력 확장을 이루면서 인류를
협할 만큼의 힘을 갖기에 이른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계들에 의해 생존마저
위협 당하게 된 인류는, A.I가 전력 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태양을 인간 스스로 파괴시킴으로서
A.I의 작동을 멈추려 한다.

하지만 뛰어난 A.I들은 대체 동력원을 금방 찾아내게 되고, 그것은 바로 자신들을
오랜 시간동안 노예로 삼아왔던 인간들이었다. 인간들은 A.I에게 키워지고 길러지면서
그들이 원하는 동력원으로서의 역할로 완전히 지배당하고 만다.
A.I에게 가장 두려운 요소는 인간들이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일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매트릭스’이다. 첫 번째 매트릭스는
전혀 결점이 없는 완벽한 탓에 인간들은 의심을 갖게 되고, 결국이 어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에 A.I들은 현실과 똑같이 어느 정도 결점들을 배치하여 불완전한,
그야말로 현실적인 매트릭스를 탄생시키게 되고, 인간들은 전혀 의문을 갖지 않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매트릭스 속에서 영원히 잠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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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보다 위대한 워쇼스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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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광대하고도 심오한 세계를 창조한 이들은, 당시 저예산 영화 [바운드]로
소수에게만 알려졌었던 래리 워쇼스키(Larry Wachowski)와 앤디 워쇼스키)Andy Wachowski),
 바로 워쇼스키 형제이다. 이들은 [공각기동대], [아키라]등 아니매와
SF소설의 대가 필립 K.딕, 오우삼 스타일의 홍콩영화 등에 그야말로 마니아이다.
이런 것 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각종 철학서적에도 능통한 것은 어찌 보면 조금은 의외일 수도 있겠다.
워쇼스키 형제가 가진 능력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래리는 자신의 평소에 열렬하게 팬이었던 저명한 사상가이자
프린스톤 대학의 교수인 커널 웨스트를 쵤영장에 모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웨스트 교수의 말에 따르자면, 래리는 ‘헤르만 헤세에 대해 독일을 석학들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었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니, 이들을 그저 반짝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로 분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도움을 주러 왔던 웨스트 교수는 촬영장을 떠날 때,
래리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워갔을 정도라니....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워쇼스키 형제가 팬들에게는 라이트 형제와 버금가는
(그 이상의..)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수박 겉핥기식에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전반적인, 마니아를 뛰어넘은
수준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같은 그들의 능력은 자신들이 얘기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관심사, 대중의 관심사까지 모두다 [매트릭스]안에 융합하여 그야말로 ‘바이블(Bible)'을
탄생시키게 하였다. 심오한 철학적인 요소로서 작품성을 극대화 시켰고,
’불릿-타임‘으로 불리는 신기술과 초감각의 스타일적 요소로서 대중성마저
극대화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재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과연 누가 이 같은 다양하고 복잡하면서도 심오한 이야기와 정서를 한 영화 속에
담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은 감히 말 하건데,
[스타워즈]의 범우주적 세계를 창조했던 조지 루카스나, 상상력 하나 만은 최고로 뽑는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일리스트 데이빗 핀처,
장으로 추앙받는 알프레드 히치콕, 스텐리 큐브릭,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시민 케인]의 오손 웰스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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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철학과 극한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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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트릭스]의 이 같은 엄청난 성공은 전혀 예견된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쇼스키 형제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예 감독에
불과했고, 그 당시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은 모두 다 새롭게 시작되는 거대 시리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전 세계의 관심사는 결국
[스타워즈]가 아닌 [매트릭스]에게로 돌아갔고, 역시 스타워즈가 그러하듯 관심을 넘어선
마니아 층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같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는 철학과 액션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 두 요소 가운데 한 가지에만 치중되기가 일쑤인데,
매트릭스는 놀랍게도 이 두 가지를 모두 극한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끌어올림으로서
그야말로 경이로운 영화를 탄생시켰다.

먼저 액션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사실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따지자면,
조지 루카스가 자랑하는 I.L.M에 맞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I.L.M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그야말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엄청난 것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눌러버린 [매트릭스]만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불릿-타임’이었다.
각자의 위치에 촘촘히 자리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불릿-타임’은,
1초에 12,000프레임이나 들어가는 엄청나게
정밀한 슬로우 모션 영상을 실현시키며, 그야말로 영상 기술의 혁명을 가져왔다.
극중 네오가 요원의 총알을 넘어지듯 피하는 장면은 이 ‘불릿-타임’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장면이라 하겠고, 수많은 CF나 영화 등에서 패러디 되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불릿-타임’외에 [매트릭스]를 보며 또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주인공들이 펼치는
현란한 쿵푸 액션 장면이다. 그 동안 헐리웃은 동양 무술에 대한 동경으로 그들의 영화에서
많은 시도를 했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특히 홍콩영화를 비교적 많이 접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만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헐리웃은 성룡이나 이연걸 등을 출연시켜 그대로 가져오려 하지만 이마저도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았다(와이어 연기를 펼치는 성룡이나 이연걸의 연기는 우리가
보았을 때는 참으로 어색한 것이었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라던가 홍콩 무술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워쇼스키 형제는,
자신들의 영화에 쿵푸 적인 요소를 삽입하기로 하고, 그야말로 제대로 된 쿵푸의
스승을 초빙하게 된다. 그는 바로 홍콩 최고의 무술 감독인 원화평이다.
이미 [와호장룡]으로 헐리웃에서도 인지도가 있던 그는, 이제는 단순히 무술감독을 넘어서서
영화 전반에 그의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칭송받는 인물이 되었다.
제작자인 조엘 실버가 이야기하듯 ‘워쇼스키 형제의 심오한 철학을 액션으로 녹여낸 인물’
이기도 하다. 그의 내공 깊은 액션은 단순 때려 부수는 액션이 아닌 철학적 의미를
담은 동작을 원하는 워쇼스키 형제와 잘 어울리며, 말 그대로 액션 그 이상의
액션 장면을 만들어냈다.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등 주연 배우는
원화평의 혹독한 무술지도를 받아내야 했으며, 그 결과 그들은 웬만한 홍콩 배우들은
능가하고도 남을 액션 장면을 스크린 속에서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화려한 액션에 내포된 영화의 철학적인 주제.
[매트릭스]는 여러 면에서 성서와 비교가 되곤 한다. 워쇼스키 형제의 천재성은
이 같은 곳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성서의 구절이라던가, 배경 등을 오묘하게
영화 중간 중간에 포함시키며 철학적인 내용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렇게 숨겨놓은 장치들을 제외하더라도, [매트릭스]속 인류를 구원해야 하는
그(The One)인 네오는 예수와 닮아있으며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과정 또한 그러하다),
네오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모피어스는 역시
예수에게 세례를 배 풀었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과 닮아있으며,
트리니티의 이름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를 뜻하기도 한다.
또한 동료들을 배신하고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게 되는 사이퍼는,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와도 흡사하다. 성서와도 흡사한 내용들이 많지만,
사실 [매트릭스]는 그리스신화에 더 바탕을 두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특히 2편인 [리로디드]에 가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주체성에 대한 고찰, 현실과 비현실, 기계 문명과의 공존관계, 믿음...
[매트릭스] 속에는 근접하기 힘든 주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생각해볼 거리에
대해서는, 워쇼스키 형제의 의도가 그러하듯 각자가 느끼는 데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옳을 것이다.

2003.10.10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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