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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공허하게 늘어놓은 세대교체기



미리 말하자면 내게 있어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보다도 더 좋아하고, 특히 시리즈를 거듭해 오며 캐릭터들의 역사와 이야기가 쌓여갈 수록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애정하게 된 시리즈라 하겠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에 선 보였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는 그 애정함을 최고조로 발산할 수 있었던 브라이언 싱어 특유의 아름답고 감정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였는데, 프리퀄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는 아쉽게도, 그럼에도 선뜻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힘든 영화였다. 적어도 지금은 (왜냐하면 이런 시리즈의 역사 속에 있는 작품들은 간혹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 다시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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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는 전체적으로 장황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액션의 스케일은 크고, 캐릭터들의 갈등도 고조되지만 시각과 청각적으로 볼거리가 화려해질 수록 한 편으로는 '왜?'라는 물음과 함께 공허함이 느껴진다. 러닝타임이 물론 긴 편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길기 때문이 아니라 주 악당인 아포칼립스 (오스카 아이삭)와 엑스맨 멤버들의 갈등의 비중을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말하자면 오스카 아이삭이 연기한 아포칼립스라는 캐릭터는 모든 돌연변이들 가운데서도 신 적인 존재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고 막강한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 자체로서도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측면이 너무 도드라졌고, 그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보니 후반으로 갈 수록 그 모습에서는 공포스러움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이 정도의 압도적인 악당이 등장할 경우 더 단순한 대립 구조를 취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프리퀄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찰스와 에릭의 갈등 구조가 반복되는 동시에, 익숙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로의 (진 그레이, 스톰, 스캇, 나이트크롤러) 세대교체 목적을 달성해야 했기에, 조금은 장황하고 선명하지 못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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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와 에릭의 갈등 테마는 두 배우가 열연을 통해 (특히 패스벤더가)다시 한 번 살려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이미 전작들에서 충분히 활용 되었고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깊이가 그리 깊지 않다보니, 또 한 번 빠져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 외에도 '아포칼립스'는 공감대의 대부분을 프리퀄 전작들은 물론 싱어가 연출했던 엑스맨 1, 2의 이야기에 기대고 있는데, 물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의존성은 싱어의 엑스맨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아포칼립스'는 그 단점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하면 똑같은 이유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아포칼립스'는 공허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농담처럼 이 영화를 한 줄로 평가하자면 '찰스는 어쩌다가 대머리가 되었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 하나,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스케일은 엄청나게 키웠지만 (음악 또한), 내실이 부족하다보니 역시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지구 상의 모든 핵무기가 출동하고 지축을 흔들 만큼의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지만, 그 크기도 그 위기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겉 도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아포칼립스의 능력을 더 드러내고, 이에 맞서서 고전분투하는 엑스맨들의 활약상을 그리거나 반대로, 아직 어린 엑스맨 캐릭터들이 어떻게 처음 엑스맨으로서 활약하게 되는지를 주목해 브라이언 싱어가 이루고자 했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목적 달성에 더 집중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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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속에서 '제다이의 귀환'을 이야기하면서 '망했다' '제일 별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엑스맨 프리퀄 삼부작 가운데 이 작품도 그런 평가를 할 수 밖에는 없겠네요. 재밌는건 이 농담 뿐 아니라 스토리상에서도 에릭과 퀵실버의 이야기 속에는 슬쩍 '제다이의 귀환'의 다스베이더와 루크의 설정이 들어있기도 하지요.


2. 로즈 번의 팬으로서 초반 그녀의 등장 씬을 보면서 마치 '에이전트 카터'처럼 모이라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CIA 요원으로서 계속 돌연변이들의 흔적을 찾아 연구하는. 


3. 이 영화만 보면 능력은 아포칼립토 보다도 오히려 퀵 실버가 더 짱인듯 ㅎ


4. 스톰은 모습은 그렇다치고, 억양은 전혀 다른데 영재 학교에서 나중에 많이 고친듯.


5. 제니퍼 로렌스는 역시 멋있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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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The Place Beyond The Pines, 2012)

아름다워서 더 슬픈 인생의 굴레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The Place Beyond The Pines, 2012)를 보게 된 것은 라이언 고슬링의 그 표정을 또 한 번 데렉 시안프랜스의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데렉 시안프랜스와 라이언 고슬링이 함께 했던 전작 '블루 발렌타인'은 지난 해 극장에서 본 작품들 가운데 손에 꼽을 만한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다시 한 번 이 둘이 만난 작품이라니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에 요새 내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인 데인 드한이 출연하는 것은 물론, 브래들리 쿠퍼와 에바 멘데스, 레이 리오타까지 함께 한 작품이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보게 된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전작 '블루 발렌타인'과 마찬가지로 인생을 바라보는 시점이 남들과는 조금 다른,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삶의 무게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되,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연출력으로 빚어낸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왜 있지 않은가.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다 끝난 뒤에도 쉽게 좌석에서 일어나기 힘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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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오토바이 스턴트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남자 루크(라이언 고슬링)를 따라간다. 루크의 삶은 희망도 내일도 없이 그저 반복 적으로만 느껴진다. 그러던 중에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크는, 아이의 아버지 노릇을 하기 위한 일종의 목표가 생긴다. 이로 인해 은행 강도 짓까지 하게 되고, 그러다 범죄 현장에서 경찰인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와 맞닥들이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훌쩍 15년의 세월이 흐른 뒤 루크와 에이버리의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특이한 듯 하지만 사실 일반적이고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고 할 만큼 전형적인 측면도 있다. 아마도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했다면 3류 드라마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15년 뒤 두 주인공의 아들들이 서로 인연을 맺게 되었을 때, 예상된 이야기라는 점의 익숙함과 유치함 보다는 오히려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루크의 잔상과 2대를 이어 온 이 슬픈 운명의 굴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물론 공감까지 이끌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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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데렉 시안프랜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두 주인공(넓게 보면 4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에이버리의 경우 경찰으로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응한 것 뿐이지만 본인 스스로도 그 자리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본인의 직무를 다한 바로 그 사건 때문에 본인의 삶은 물론 자신의 아들의 인생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에이버리가 겪는 일들은 더 사면초가의 상황 들이다. 그는 이를 영리하게 해결해 나가지만, 그렇다고 15년 동안은 물론 15년 후의 그의 인생이 결코 행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루크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함이다. 삶의 어떤 곳에도 의욕 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던 그에게 아들이라는 존재는 삶의 모든 것을 뒤바꿔 놓을 정도의 사건이었으며, 그로 인해 루크는 어쩔 수 없이 더 큰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 루크의 아들인 제이슨 (데인 드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제이슨이 행한 행동들은 분노에 의한 것 이라기 보단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한다는 굴레에서 온 것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그냥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마지막 제이슨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이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운명의 굴레에서 조금이 나마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전한다. 그래서 이 마지막 장면은 정말 묘한 인상을 준다. 희망과 슬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하지만 영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런 장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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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블루 발렌타인'과 '드라이브'에 이어 고독하고 외로운 한 남자를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데,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는 얼굴은 물론 삶의 무게를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뒷 모습은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한 눈에 알 수 있게 한다. 브래들리 쿠퍼는 라이언 고슬링과는 정반대의 모습에 가까운데, 오히려 이 둘이 영화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다거나 명확한 대칭 점에 있지 않아서 더 좋았다. 브래들리 쿠퍼는 딱 본인이 맡은 캐릭터 만큼만 연기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캐릭터를 통해 그의 연기가 얼마나 무르 익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에바 멘데스는 이 둘에 비해 비교적 적은 분량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녀 역시 삶의 고단함을 한 껏 머금은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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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눈빛을 선사한 배우는 데인 드한이다. 이미 전작 '크로니클'을 통해 단숨에 가장 주목 받는 배우로 거듭한 데인 드한의 매력을 이 작품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첫 등장 장면을 보는 순간 '아, 이 녀석 눈빛이 그 사이에 더 깊어졌구나!'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강렬하게 빨아들이는 흡입 력이 대단했다.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라이언 고슬링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서도 그의 못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로 데인 드한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감독은 그를 잘 활용하고 있다.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여러가지로 참 매력적인 작품이다. 전작 '블루 발렌타인'에 이어 또 한 번 만족스럽고 자신 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데렉 시안프랜스의 작품이자, 라이언 중에 최고라는(?) 라이언 고슬링의 매력적인 이미지를 가득 만나볼 수 있으며, 데인 드한이라는 적어도 최근 내 게는 가장 뜨거운 배우의 더욱 깊어진 눈빛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1. 아,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한 명 더 출연하고 있어요. 바로 로즈 번인데, 그녀를 오랜 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정말 반갑더군요. 캐릭터도 나쁘지 않고!


2. 라이언 고슬링은 이렇게 이미지가 굳혀 가는가 싶은데, 보통 이러면 이제는 다른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라이언 고슬링은 더 이렇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워낙 멋지니 굳이 변신하지 않아도.


3. 데인 드한은 정말 물건입니다. '크로니클'을 통해 발견했고, 이 작품을 통해 더 깊은 팬이 되었어요.


4. 그리고 최근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무서운 장면을 이 영화에서 발견했어요. 레이 리오타가 등장하는 장면인데, 정말x100 무서웠습니다. 실제로 그가 나를 그렇게 쳐다본다고 생각 만해도 ㄷㄷㄷ 레이 리오타는 정말 무서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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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잉 (Knowing, 2009)
현실적인 재앙과 전개, 그리고 결말



니콜라스 케이지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노잉>은 사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라기 보다는 감독인 알렉스 프로야스의 영화라고 해야할 것이다. <다크 시티>와 <아이, 로봇> 등을 연출하며 SF영화에 있어 자신 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새로운 재앙영화라는 사실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고, 덧붙이자면 로즈 번의 출연사실도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톡톡히 한 몫을 했다. <노잉>의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묵시록적인 내용과 종교적, 역사적 사건들을 적절히 도입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재앙을 만들어냈을 뿐 <노잉>만의 새로운 메시지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도 쏟아지는 악평 속에 보게 된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결과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었던 이야기를 잘 이끌어간 전개와 긴장감의 관리였으며, 영화 속 재앙에 무뎌진 관객들에게 좀 더 실감나는 재앙의 공포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들 혀를 찼던 그 엔딩에도 관대한 편이고.



기본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1959년. 교사의 지도 아래 아이들이 자신이 상상한 미래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한 소녀만이 무슨 영문인지 의미 불명의 숫자들을 빼곡히 적어 내린다. 50년 뒤인 2009년. 천체물리학 교수 존 코슬러(니콜라스 케이지)는 아들 케일럽(챈들러 캔터베리)과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50주년 개교 행사에 참석한 아들은 과거 타임캡슐이 담긴 메시지 중 하나를 받아오는데, 그게 소녀가 휘갈겨쓴 바로 그 편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코슬러는 괴이한 숫자들의 조합에서 9·11의 날짜 및 사망자 수와 일치되는 숫자를 발견한다.

간단한 시놉만 봐도 이 영화의 대략적 흐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암호화된 숫자들을 통해 미래의 대형 사고들을 예언할 수 있었던 한 소녀의 낙서를 발견하게 된 주인공이 결국 이 것이 앞으로 닥쳐올 인류의 대재앙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겪게 되는 해프닝을 그려나간다. 사실 영화가 시작되고 주인공인 존 (니콜라스 케이지)이 등장했을 때 가장 우려스러웠던 것은 그의 직업이 다름 아닌 MIT의 천체물리학 교수라는 점이었는데, 대부분의 이런 종류의 재앙영화들은 어느 정도 정부와 연관이 있거나 연이 있거나 하는 주인공이 결국은 재앙을 미리 감지하고 정부 모 기관에 호출이 되어 머리를 싸메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정도가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노잉>의 전개는 이 쪽으로 흐르지 않는다. 맨 처름 재앙을 암시한 숫자임을 알게 된 것이 9.11에 관한 것이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결국 대재앙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최악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인간적인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단은 영화 속 재앙의 묘사가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공포스럽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영화 속의 재앙에서 공포를 느끼기 보다는 미적인 아름다움이나 흥미로움에 더욱 환호하게 되었는데, <노잉>은 재앙이라는 것의 본질에 가까운 실제의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여객기가 주인공의 눈 앞에서 추락하는 장면은 마치 실제로 내 눈 앞에서 보는 듯한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났다. 물론 CG의 우수성도 칭찬해야겠지만 이건 CG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느끼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음악과 연출에 더 공이있다 하겠다. 이 여객기가 추락하는 장면에서는 그 어떤 영화적 흥미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공포감과 그 속에 놓여진 주인공에 심정에 좀 더 공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뒤에 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사운드의 임팩트가 엄청나다. 지금까지 <투모로우>나 <딥임팩트>의 장면들이 좀 더 영화적이었다면 <노잉>의 사고 장면들은 훨씬 현실적이고 실감이 난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다. 이는 지하철 사고 장면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에 줄지어 있는 인파들을 탈선한 전동차가 들이받는 장면은 12세 관람가에서는 살짝 위험할 정도로 강한 표현들로 채워져있다. 이 사고 시퀀스가 끝나고 나면 객석에서는 한동안 말을 잊게 될 정도로 먹먹함이 찾아온다. '와~진짜같다'해서 감탄하기 보다는 '와, 진짜 무섭다'해서 말이 안나온달까.




이 영화는 보는 내내 M.나이트 샤말란의 <해프닝>이 떠올랐다(아마 많은 관객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것도 비슷한 운명같다). <해프닝>이 그러했듯이 <노잉> 역시 미스테리에만 그치지 않고 상당히 공포영화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한동안 재앙을 다룬 영화들은 미스테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과정에 집중하거나, 재앙을 어떻게 막아내느냐 하는 휴머니즘에 더 집중하곤 했는데, 이 영화는 재앙이 가져오는 공포스러움과 전개과정의 긴장감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노잉>의 영화음악은 마르코 벨트라미가 맡고 있는데, <디 아이>, <오멘 2006>, <스크림>등 공포영화의 영화음악들을 만들어왔던 그는 이 영화에서 장면의 효과를 더욱 배가 시키는 영화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가끔은 음악이 너무 과하다고 느껴지기 까지 할 정도였는데 (특히 볼륨측면에서도), 잘 생각해보면 이는 알렉스 프로야스가 어느 정도 의도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해프닝>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의 영화음악이 사용된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해프닝>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음악도 스탠리 큐브릭이나 알프레드 히치콕의 공포영화들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고전적이라는 것은 음악 자체가 고전 적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용되는 성격면에서 그렇다는 점이 더 크겠다. 극의 분위기를 공포스러움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음악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클래식 곡들이 사용된 점도 그러하다. 베토벤 7번 교향곡이 사용된 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정확하진 않지만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의 도입부분도 나왔던 것 같은데, 후반부가 조금 틀렸던 걸로 봐서 다른 곡일 수도 있겠다).




이 영화가 가장 많이 질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결말 때문일 듯 한데, 물론 <노잉>의 결말은 초중반이면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것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새로운 결말에 목숨거는 것보다는 전개 과정의 긴장감에 촛점을 맞춘 이 영화의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너무 영화의 메시지나 재미를 결말의 한방으로 만끽하려는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결말에 선택에 따라 과정의 재미마저 다 날려버리게 되는 경우가 <노잉>의 경우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울 것 없었던 결말 부분도 나쁘지 않았으며, 영화의 메시지는 이 재앙을 겪게 되는 과정과 마지막 존의 선택에서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왠지 알렉스 프로야스 다운 결말이기도 했고. 결말을 보고나서 '이게 뭐야'하는 분들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와 이럴수가'는 못되었더라도 '그래, 그래'하며 수긍할 수는 있었던 결말이었다(이것도 무한 동심에서 우러난 관대함일까;;;)




1. 로즈 번의 딸과 아역 역할로 나온 아역배우가 정말로 로즈 번과 비슷하게 생겼더군요.

2.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긴장감있고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3. 50년전 루신다가 학교에서 실종되었을 때 왜 밤중에 학교에 불을 켜지 않고 수색을 했던걸까요. 불켜고 찾으면 덜 무서웠을텐데 역시 영화적 재미를 위해 ^^;

4. 본문에 여러번 썼다시피 새로울 것은 없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소스들이 사용되고 있죠. 노아의 방주 개념의 종교적 소스들도 있고 묵시록 적인 소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소스들. 다양하게 가져온 것만 봐도 이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5. 극중에서 '메신저'로 등장한 이들의 모습도 그렇고, 감독의 전작 <다크 시티>가 연상되더군요.

6. 씨네21 김도훈씨의 리뷰에 보면 '- 속는 셈치고 온몸을 던져볼 만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노잉> -'이란 소제목을 볼 수있는데, 여기에 많이 공감이 되는군요. 너무 안 속으려고 애쓰다보니 영화적 재미를 놓치게되는 부분도 분명 있는것 같아요.

7. 상영전 예고편으로 <박쥐>와 <스타트랙 : 더 비기닝>을 보았는데, 멋지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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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번 (Rose Judith Esther Byrne)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1979년생의 여배우로,
개인적으로는 킬리안 머피와 함께 출연했었던 <선샤인>,
그리고 공포 영화 <28주 후>,
그리고 무엇보다 브레드 피트와 함께 한 <트로이>에서 브리세이스 역할로 인상을 남겼던
로즈 번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생겼다.

그녀는 최근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데미지>로 HD방송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오늘 토요명화로 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2>를 HD로 해준다기에 다시 관람하려고 TV앞에 앉았는데
초반 장면에서 많이 본 듯한 여배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녀가 로즈 번이었다!!





출연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풍기는 묘한 매력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확실히 DVD로 볼 때는 몰랐으나(하긴 극장이나 DVD로 스타워즈 2를 볼 때는 그녀를 잘 몰랐던게 사실인듯),
쨍쨍한 HD로 관람하니 한 명 한 명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있어 그녀를 보석같이 발견하게 되었다.

(아래 화면은 급하게 꺼내든 스타워즈 에피소드 2 DVD캡쳐)



이 장면을 보고는 '어, 혹시 로즈 번 아닌가?' 했었다.



여기까지도 긴가 민가 했었다. 많이 닮은 배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장면쯤 되서는 거의 그녀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로즈 번의 영화를 본 이들은 알 수 있겠지만 그녀는 묘한 그녀만의 표정이 있다 ^^



오랜만에 HD로 다시 보는 스타워즈의 감동만큼이나,
보석같은 그녀의 발견으로 더욱 반가웠던 영화였다~


* / 이 장면으로 끝인 줄 알았었는데 아미달라가 아나킨과 떠날 때 마중나오는 장면에
또 한 번 출연하는 군요. 여기선 클로즈 업으로!



이 때는 지금보다 훨씬 몇 년전임에도 분장과 캐릭터 탓인지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군.
물론 최근 <데미지>에서도 무척 나이가 먹어 보이게 출연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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