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Frozen, 2013)

디즈니가 관객을 사로 잡는 법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점점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작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 2007)'부터였는데 (실사 영화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정통을 잇는 작품에 더 가깝다), 이 후 '볼트 (Bolt, 2008)'를 거쳐 '라푼젤 (Tangled, 2010)'을 선보이며 드디어 오래 전 당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의 명성을 완전히 회복한 터였기에, 이번 신작 '겨울왕국' 역시 이러한 기대감을 한껏 앉은 채 보게 된 작품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미 '돌아온' '여전한' '클래식' 등의 수식어 들은 '마법에 걸린 사랑'이나 '라푼젤'을 통해 다 소진한 뒤라, 이것 만으로는 감동을 주기 힘든 상황이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은 또 한 번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보여준 놀라운,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겨울왕국'은 가장 디즈니스러운 요소들을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다. 왕국과 공주, 마법과 모험 그리고 뮤지컬이 함께 한다. 보통 시놉시스를 보면 정말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 있는 반면, 너무 평범해서 뻔하게 예상되는 작품들이 있기 마련인데, '겨울왕국'은 분명 후자다. 줄거리만 보면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모험의 종류도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보아왔던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겨울왕국'은 그럼에도 정말 재미있다. 최근 디즈니 작품들을 평할 때마다 했던 이야기인데, 디즈니는 새로운 것을 할 때보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최선으로 보여줄 때 가장 빛이 난다. 실제로 픽사, 드림웍스 등과의 경쟁 속에서 힘을 잃었을 때 무리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흥행도 평가도 모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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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인 이유는 그 본질을 다루는 장인들의 디테일이 최고 수준으로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겨울왕국'을 보며 몇 번 소름이 돋은 장면이 있었는데 그 대부분은 뮤지컬 시퀀스였다.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었던 디즈니는 그 노하우에 새로운 감각까지 더해, 정말로 감동적인 뮤지컬 시퀀스를 만들어 냈다. 브로드웨이의 유명 작곡가 부부인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의 영화 음악은 뮤지컬 음악의 정수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인물의 감정을 한껏 뿜어내야 하는 솔로 곡은 감정의 최고조를 가사와 멜로디가 정확한 포인트에서 터트려 내며, 듀엣 곡 역시 교차하는 감정을 노래로만 표현할 수 있는 구성을 통해 유려 하게 표현해 낸다 (정말 이번 뮤지컬 시퀀스는 몹시 감동스러웠다). 여기에 음악적인 측면에서 클래식 한 측면 만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더 한 것도 부담스럽지 않고 딱 적절한 정도인 것이 좋았다. 일부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보면 무리하게 최신 트랜드의 음악을 가미 하려 다가 본질마저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겨울왕국'의 뮤지컬 넘버들은 순간 순간 움찔 할 정도의 신선함으로 효과적 업그레이드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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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디즈니 작품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가장 도드라지게 발견되었던 단점은 스토리텔링에 있었는데, 이미 드림웍스가 '슈렉'을 통해 비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최근의 디즈니는 이미 이런 문제에서 벗어난 지 오래 되었지만 (픽사를 인수하고 난 뒤에는 더욱), '겨울왕국' 역시 새삼스러우면서도 놀라운 순간은 여전했다. 아마도 예전에 디즈니 영화였다면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저주한 나머지 성을 떠나 홀로 산으로 떠나게 되었을 때 부르는 노래는 '내게 왜 이런 저주가 내렸나' '나는 이제 홀로 어떻게 살아가나' '과연 정상이 되어 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같은 심정의 슬픈 곡이었을 텐데, 결과는 보시다시피 전혀 달랐다. 오히려 앞으로 혼자 자유롭게 살아갈 것에 대한 기대와 기쁨이 한껏 담긴 희망적이고 기쁜 감정이 담긴 곡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아직도 디즈니 영화에서 이런 순간을 맞을 땐 상대적으로 더 소름이 돋는 게 사실이다 (뭉클하기까지 하더라). 괴물은 나아야 해 라는 식의 화법(물론 여기서 가장 잘못되었던 것은 '괴물'을 정의하는 방식이다)에서 이대로 도 괜찮아를 노래하는 디즈니 캐릭터들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교육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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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2014년의 첫 달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올해 최고의 감초 캐릭터는 눈사람 '울라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애니메이션 작품 가운 데서는 분명 그럴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동 용 애니메이션 만으로 머물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극 중에서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감초 캐릭터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울라프'라는 캐릭터는 극장을 찾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웃게 만드는 슬랩스틱과 메시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흔치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더구나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대부분 이런 캐릭터들은 웃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썰렁한 개그를 선보일 때가 많은데, 울라프는 거의 한 장면도 썰렁한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이라니. 페이소스마저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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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디즈니의 신작 '겨울왕국'은 메시지 측면에서도 가족 영화로서도 뮤지컬 영화로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전까지 그렇게 좋아하던 '라푼젤'이 거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새롭게 좋아하게 된 디즈니 뮤지컬 영화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이 영화를 보고 든 유일한 걱정이라면, 픽사일 것이다. 이젠 오히려 픽사의 부활을 기다릴 때다.



1. 본 편 전에 상영한 단편 '말을 잡아라'의 3D버전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디즈니는 확실히 다시 주도권을 잡았어요. 존 라세터가 디즈니 작품 외에 픽사 작품에도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2. 안나 역을 연기한 크리스틴 벨은 1980년 생, 엘사 역을 연기한 이디나 멘젤은 1971년 생인데 둘 다 어찌나 목소리가 어리고 선명하던지.


3. 자막 2D 버전으로 스타리움에서 관람하였는데 만족스러운 관람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빙으로도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4. 쿠키 장면이 있어요. 이걸 위해 일부러 기다렸다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는 장면이기는 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에 있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 Star)

오리지널 부럽지 않은 국내 캐스트로 다시 만나다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처음 봤던 건 아주 오래 전인데, 어렸을 때 아마도 동숭아트센터에서 조하문 씨가 예수 역할로 나왔던 공연이었는데, 그 이후 사실상 거의 잊고 지냈던 작품을 최근 국내 캐스트로 다시 공연 한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좋은 기회에 샤롯데 씨어터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요즘에도 영화는 계속 관심을 갖고 보고 있지만, 무대 뮤지컬은 언제 부턴가 조금 멀어지게 되었는데 (뭐 금전적인 이유겠지만 ㅠ), 그래도 돌이켜보니 유명한 작품들은 여럿 보았던 것 같다. '캣츠'는 어렸을 때 윤복희 씨가 메모리를 부르는 국내 캐스트로도 봤고 21세기 들어 호주 캐스트가 내한했던 공연을 봤던 기억이 있다. 그 밖에도 '노틀담의 꼽추'도 오리지널 캐스트로 보았고, '그리스'는 국내 캐스트로 보았고. 최근 영화 '레 미제라블'을 통해 다시 한 번 무대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첫 번째 눈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였다.





잠실에 위치한 샤롯데 씨어터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배우들의 호흡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고, 뮤지컬에 특화 된 전문 공연장으로서 더 전문성이 강조된 공연장인 듯 했다. 




로비에서 광고 중인 국내 캐스트들. 내가 보러 간 5월 10일에는 마이클리 (지저스 역), 한지상 (유다 역), 정선아 (마리아 역), 지현준 (빌라도 역), 김동현 (헤롯 역)의 라인업이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처음엔 더 익숙한 윤도현의 유다나 혹은 조권의 헤롯이었으면 어땠을까 했는데, 이를 보지 않아서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이 라인업의 앙상블은 환상적이었다.







1층 로비의 이모저모. 한 편에는 팜플렛 및 기념품을 파는 샵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모든 공연장이 그렇지만 공연 시작 전에는 한산하다가 끝나고 난 뒤에는 북적이니, 만약 구매 계획이 있는 이들이라면 미리 공연 전에 구매하길. 




그렇게 보게 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내 기억 속에 이 작품은 다른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은 덜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웬걸. 냉담 중인 신앙심이 다시금 스멀스멀 피어오를 정도로 이야기 전달에도 힘이 있었고, 배우들의 가창력과 연기 역시 대단한 수준이었다. 사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예수가 죽음을 맞기 전 7일 간의 이야기로,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새롭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인데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완전히 몰입해서 예수의 일생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물론, '아버지 하실 수 있다면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하지만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대사의 깊은 슬픔과 고뇌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너무 새삼스러워서 다시금 느껴지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인데,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배우들의 열연 때문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겠다.





그 가운데서도 예수 역을 맡은 마이클 리의 연기와 가창은 정말 대단했다. 사실 처음 무대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땐 예수 역을 하기엔 조금 키가 작다는 단순한 생각 밖에는 없었는데, 공연이 계속 될 수록 그에게 완전히 빠져 그의 키도, 고통 받는 예수 역할 치고는 너무 좋은 몸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열연이었다. 특히 이 작품의 예수 역이 또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샤우팅인데, 샤우팅 자체의 기술적 어려움도 있지만 자칫하면 여기서 어색함이 터질 수 있는데, 이미 연기로 압도하고 있는 그였기 때문에 이런 과감한 샤우팅에도 어색함을 드러낼 타이밍 따위는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유다 역의 한지상의 연기도 좋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따지고보면 유다가 가장 주목 받고 자유로운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매력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었다. 윤도현의 유다도 물론 기대되지만 한지상의 연기는 이와는 상관없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또 하나 이번 공연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 디자인과 조명 등의 시설이었다. 광야와 재판장 등을 오갈 때 마다 이동하는 무대는, 그냥 장소가 바뀌었구나 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장소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무대 디자인이었다. 따지고보면 그리 복잡한 장치나 다양한 장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건 분명 미술 퀄리티의 힘이라고 해야겠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던 가장 밑바닥에는 바로 이 무대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음악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보니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한 것 같은데,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국내 캐스트만의 매력이 돋보인 음악이었다는 점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처럼 유명한 작품들은 오리지널 곡들이 워낙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부르는 곡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무언가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국내 캐스트 만의 매력이 잘 살아있었던 것 같다. 바리사이파 3인 가운데 주로 왼편에 섰던 캐릭터는 오리지널 보다 국내 캐스트의 보컬 컬러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가 노래 부를 때면 귀가 절로 쫑긋해질 정도로 확 와닿는 보이스 컬러였다. 


현재 공연 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오리지널 팬들도 만족할 만한 높은 수준의 공연이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라인업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도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라인업으로 꼭 한 번 더 보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레미제라블 : 블루레이 리뷰
무대의 감동을 그대로, 영화 '레 미제라블'


지난 해 말 개봉한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의 국내 흥행은 정말 의외였다. 의외였다는 건 작품이 별로 라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이기 때문이었는데, 국내 관객에게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아직 까지도 자연스럽기보다는 어색한 장르, 그러니까 대사 대신 노래로 이루어진 부분을 갑자기 노래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져 일반 극 영화보다 접근 성이나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레 미제라블'은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처럼 대사와 노래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작품이 아니라, 모든 대사가 노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송-스루 (Song-Through)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 다른 장르의 영화와는 크게 다른 작품이기에, 500만이 넘는 관객 수는 의외이자 놀라운 결과였다.




당시 '레 미제라블'의 이런 흥행 성적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넘쳐 났는데, 그 가운데는 대부분 영화 외 적인 논의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당시 대선과 맞물려 정치적인 해석이 많았는데 이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편이지만 (실제로 내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날이 대선 투표 일이었으며, '내일은 온다!'라는 영화의 마지막을 뒤로 하고 극장을 나오자 6시가 막 지난 시간이라 투표 결과를 받아 들게 되기도 했었다),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이 글에서는 '레 미제라블'이 갖고 있는 영화적 매력과 블루레이 타이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동시에 카메론 매킨토시의 웨스트 앤드 뮤지컬 공연에 더 큰 배경을 두고 있다. 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소설을 영화 화 한 것이 아니라 무대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했었는데, 블루레이를 통해 작품을 다시 보고 부가 영상들을 보고 나니 카메론 매킨토시의 작품 못지 않게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빚을 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더 이상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있어 독보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 뮤지컬 들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캣츠'가 모두 그의 작품이며 조국 영국으로 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 받기도 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쇼 비지니스 계에 뮤지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레 미제라블'이 영화 화 된다고 했을 때 가장 마음을 놓은 이유도 카메론 매킨토시가 참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물론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음악을 맡았던 클로드-미셸 숀베르그를 비롯해 뮤지컬 스텝들과 배우들이 여럿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정통성을 부여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원작의 스텝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면서 영화가 갖게 된 가장 큰 장점 (혹은 단점)이라면 뮤지컬 '레 미레라블'이 갖고 있는 메시지와 방식이 훼손 되지 않고 영화라는 포맷을 통해 그대로 전달될 수 있었다는 점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같은 방식은 분명 일반 관객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일반 극 영화에 비해 내러티브가 촘촘하지 않고 노래를 노래가 아니라 대사로 인지 되어야만 극을 따라갈 수 있는 구조이기에, 일반 영화의 작법을 따르지 않고 무대 뮤지컬의 작법을 따른 '레 미제라블'은 기존 뮤지컬 팬들에게는 환영 받을지언정 일반 관객에게는 어색한 만남이 될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흥행을 거둔 이제와 다시 생각해 볼 때 '레 미제라블'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자신 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카메론 매킨토시와 감독인 톰 후퍼는 이미 무대 뮤지컬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을 영화 화하면서 무대 뮤지컬의 장점을 빼놓지 않는 동시에 무대에서는 미처 다 소화할 수 없었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큰 스케일의 로케이션이나 대형 세트 제작 등으로 더 실감 나는 배경을 만들어 냈으며, 과감한 클로즈 업을 통해 이 작품을 공연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이 주가 되는 드라마로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해 냈다. 클로즈 업이라는 촬영 방식은 잘못 사용하면 겉멋만 가득하고 보여지는 것 이상은 전달하기 어려운 방식인데, 이 작품의 클로즈 업은 노래로 이뤄진 '레 미제라블'을 관객에게 가장 잘 전달해 내는 도구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레 미제라블'의 가장 놀라운 제작 방식은 다름 아닌 라이브 녹음 방식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의 경우 배우들이 촬영 이후 후반 작업으로 스튜디오에서 다시 노래를 녹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레 미제라블'은 놀랍게도 무대 뮤지컬처럼 촬영장에서 라이브로, 동시 녹음으로 진행되었고 이 녹음 분이 그대로 영화에 수록되었다. 뮤지컬에 수록된 곡들이 다른 노래들과는 다르게 좀 더 그 장면의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마도 라이브 녹음을 통해 수록된 '레 미제라블'의 수록 곡 들과는 그 감정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레 미제라블'의 곡 들은 음정과 박자가 칼 같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그 대신 그 장면에서 배우가 담으려 했던 감정이 100%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나중에 노래로만 이 곡을 접하게 될 때에도 영화 속 그 장면과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앤 해서웨이가 부른 'I Dreamed a Dream'의 감동이야 말 할 것도 없고, 휴 잭맨이 영화 내내 감정을 가득 담아 불렀던 곡들 탓에 장발장이라는 캐릭터의 인생에 대해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건 정말 열연, 열창한 배우들과 이 감정을 최대한 그대로 담아낸 라이브 녹음 방식의 공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영화 '레 미제라블'엔 수 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그 가운 데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판틴의 'I Dreamed a Dream'을 꼽을 것이다. 이 장면만 따로 때어 놓고 보더라도 엄청난 몰입도를 주는 장면인데,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때도 이 곡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비교적 편안하게 관람하다가 이 곡에서 감정이 완전히 동화 되어 서두부터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본래 'I Dreamed a Dream'은 '레 미제라블'의 여러 히트 넘버 가운 데서도 손꼽히는 명곡인데, 앤 해서웨이는 이전 수 많은 뮤지컬의 버전들과 비교해서도 단연 손꼽힐 만한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 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이 대단한 것은 그녀의 가창력 때문이 아니라 판틴이라는 캐릭터의 심정을 관객에게 100% 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끔 이 곡을 듣게 될 때마다 감정이 북받치는 이유는 오로지 그녀의 열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정말 조금의 과장을 보태서 영화사에 남을 명 장면이자, 이 장면 만으로도 '레 미제라블'을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톰 후퍼의 영화 '레 미제라블'은 기존 뮤지컬 팬들도 만족할 만한 영화화를 이룬 동시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았던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무대 뮤지컬의 매력을 뽐내며 저절로 카메론 매킨토시의 '레 미제라블'을 비롯해 다른 뮤지컬 공연들을 찾아보게 끔 하는 계기를 만든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뮤지컬의 매력을 함께 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작품이기도 했고.


Blu-ray : Menu






Blu-ray : Video Quality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화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고 특히 어두운 장면 에서의 표현력이 좋지 않았었기에 블루레이의 화질에 대해 조금 우려를 했었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우수하게 표현되어 극장에서 보다 더 만족스러운 화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첫 장면, 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가운데 높은 곳에 서서 죄수들을 내려다보는 자베르 (러셀 크로우)의 모습은 극장에서는 너무 어두워서 잘 표현이 되지 않은 장면이었는데, 블루레이에서는 내리치는 비의 디테일과 더불어 자베르의 위엄까지 느껴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로즈 업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작품 답게 배우들의 클로즈 업 장면에서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을 체크해볼 수 있었는데, 배우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이었다. '레 미제라블' 블루레이의 화질이 만족스러운 또 다른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두운 장면의 표현력인데, 극장 상영 시의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어서 더욱 그렇기도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어두운 장면이 많은 작품의 특성을 훌륭하게 표현해 내고 있어 블루레이로서 재 관람이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라이브 녹음의 실감 나는 가창과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풍성함을 고루 전달해 준다. 송-스루 방식으로 노래가 끊이지 않는 '레 미제라블'에서 사운드는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현장에서 동시 녹음한 배우들의 열창과 추후 스튜디오에서 연주한 화려한 오케스트라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마치 모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부분은 부가 영상에서도 잘 소개되고 있지만, 시스템과 장비의 발전으로 동시 녹음으로도 스튜디오 녹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었다).






'레 미제라블' 사운드의 또 다른 포인트라면 추후 바리케이트 시퀀스를 통해 또 다른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인데, 총기를 비롯해 대포까지 동원되는 전투 장면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화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 영상으로는 일단 감독인 톰 후퍼의 음성 해설이 수록되었는데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메인 부가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 'Les Miserables : A Revolutionary Approach'에서는 총 6개의 주제로 나누어 영화에 제작에 대한 뒷 얘기를 들려주는데, 첫 번째 'The Stars of Les Miserables'에서는 이 작품에 출연진의 캐스팅과 연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수록되었다.





톰 후퍼가 이 작품의 연출을 맡는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고 하는데 하나는 라이브로 노래해야 한다는 것과 휴 잭맨을 캐스팅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만큼 휴 잭맨은 처음부터 장발장 역할로 내정이 되어 있었는데, 휴 잭맨은 장발장을 연기하기 위해 미리 브로드웨이 무대로 오랜만에 돌아가 원맨쇼 형식의 뮤지컬을 공연하며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레 미제라블'의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배우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하는데, 노래 꽤 한다는 배우들은 대부분 오디션에 관심을 보였다니 이들이 얼마나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정된 이들이라는 것을 새삼 증명하는 뒷이야기였다.





여러 배우들이 사연이 있었지만 그 가운 데서도 판틴 역할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의 사연이 인상 깊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레 미제라블'의 미국 첫 공연에서 판틴 역을 연기했었기에 이 작품이, 그리고 이 캐스팅이 남다를 수 밖에는 없었던 앤 해서웨이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앤 해서웨이는 이 간절함을 증명하듯 극 중 삭발 장면에서 실제로 머리를 자르기도 했고, 더 사실적으로 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는 판틴을 연기하기 위해 11kg 넘게 체중을 줄이기도 했다고.





두 번째 'The West End Connection'에서는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최초의 장발장을 연기했던 콤 윌킨슨의 출연은 그 자체로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콤 윌킨슨은 이번 영화에서 주교 역할로 출연하여 휴 잭맨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는데, 콤 윌킨슨과 휴 잭맨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뮤지컬 '레 미제라블'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명 장면이자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뮤지컬에서 에포닌 역할을 맡았던 사만다 바크스는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에포닌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데, 무대 위 에서와 영화 속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었기에, 그녀에게는 이미 익숙한 에포닌을 재 해석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에포닌의 캐스팅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올리버'를 공연하고 있던 그녀에게 (낸시 역할) 커튼 콜에 등장한 카메론 매킨토시가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도 에포닌 역할로 캐스팅 되었다고 깜짝 발표를 하는 장면은, 이 배우와 스텝 들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하게 이루어져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이 외에도 기존 뮤지컬에서 판틴, 에포닌, 마리우스 등 주요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영화에서 작은 역할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 부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LES MISERABLES on Location'에서는 영화와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 인 로케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포츠머츠 해군기지에서 촬영한 첫 선창 장면의 엄청난 스케일은 무대 뮤지컬에서는 재현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영화 만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장발장이 가석방되어 처음 도착하게 되는 마을은 실제 프랑스의 마을에서 촬영되었는데, 실제로도 첫 촬영이었기에 빅토르 위고의 조국인 프랑스에서의 촬영은 남다른 의미를 주었다고 한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대작으로서 스케일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촬영지를 선택할 때와 촬영 기법에 있어서도 이 점을 최대한 고려했고, 뮤지컬의 장점 뿐만 아니라 빅토르 위고의 원작의 느낌을 (뮤지컬에는 표현되지 않은 장면들도) 살리려는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혁명이 일어난 당시 파리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Creating the Perfect Paris'와 바리케이트의 액션 장면에 대한 'Battle at the Barricade'를 지나면 개인적으로 이번 블루레이의 가장 핵심적인 영상이라고 생각되는 'LES MISERABLES Singing Live'를 만나볼 수 있는데, 바로 이 작품의 가장 획기적이자 중요한 아이디어였던 동시 녹음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다시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들의 노래를 담아내기 위해, 현장에서 피아노를 통해 라이브 반주를 했고 배우들은 숨겨진 이어폰을 통해 이 반주를 들으며 노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별한 점이라면 정해진 반주에 맞춰 배우들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감정에 따른 노래에 맞춰 피아노 반주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뮤지컬 넘버 들과는 전혀 다른 영화 '레 미제라블' 만의 노래들이 탄생 되었다고 하겠다.





이렇게 라이브로 녹음 된 노래에 추후 오케스트라를 녹음하는 장면은 더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정해진 박자가 아니라 배우들이 현장에서 만든 박자에 맞춰 오케스트라를 연주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지휘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이미 '레 미제라블'을 오래 연주해왔던 연주자들로서, 즉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을텐데, 자신 만의 음악을 고집하기 보다는 이 새로운 '레 미제라블' 음악에 적극적으로 하나가 된 음악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The Original Masterwork: Victor Hugo's LES MISERABLES'에서는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이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문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빅토르 위고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가족, 유년기 등 전반적인 삶에 관한 소개가 담겨 있다. 이 짧지만 의미 있는 부가영상을 통해 빅토르 위고에 대해 더 알게 될수록 '레 미제라블' 이라는 작품이 어떤 계기와 의미로 탄생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총평] 빅토르 위고 소설, 카메론 매킨토시의 웨스트 앤드 뮤지컬을 원작으로 톰 후퍼가 연출한 영화 '레 미제라블'은 여러모로 대단한 뮤지컬이자 영화였다. 뮤지컬과 영화 모두를 만족 시키는 흔치 않은 작품이었으며, 적절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완벽한 캐스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레 미제라블'은 수록된 한 곡 한 곡의 감동은 물론, 새삼스럽지만 예전에는 미처 공감하지 못했던 장발장이라는 한 남자의 기구 하고도 간절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벅찬 가슴을 안고 극장을 나오던 그 날의 떨림과 사운드 트랙을 들으며 느꼈던 감동과 여운은 블루레이를 통해 더 오래 더 깊이 지속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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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2)

클로즈업과 노래에 담긴 힘



너무나도 유명한 뮤지컬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2)'을 정말 정신 없었던 대선 투표일 오후에 보았다. 뭐 '레미제라블'은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라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워낙 뮤지컬 영화의 팬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 네임벨류로만 봤을 때 '레미제라블'은 조금은 덜 관심이 있는 작품이기는 했다. 그래도 워낙 출중한 캐스팅과 뮤지컬 영화라는 것 자체, 그리고 여기에 날이 날이니만큼 더 감명 깊게 볼 수 밖에는 없었던 특수한 조건 탓에, 이 영화 '레미제라블'은 결코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 아닌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작품이라고 봤을 때,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 Working Title Films. All rights reserved


뮤지컬 영화라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이 정도로 노래의 비중이 많은 작품일 줄은 몰랐다. 보통 뮤지컬 영화들이 많은 대사들을 노래로 소화하기는 하지만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무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일반적인 대사 시퀀스 없이 뮤지컬 시퀀스로만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관객 측면에서는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곡'으로 이루어진 시퀀스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와중에 사이사이 그렇지 않은 부분들과 대사들도 모두 '노래' 혹은 '노래하듯'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사실상 너무나 유명한 뮤지컬 작품인 카메론 매킨토시의 '레미제라블'에 대한 헌사가 담긴 작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팬들 입장에서는 무대 뮤지컬과는 또 다른 영화화의 매력을 즐기는 동시에 자신이 꿈꿔왔던 장면들, 감명 받았던 곡들을 스크린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또 다른 캐스트로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했었는데, 영화를 보니 예전에 DVD등으로 어렴풋이 보았던 장면들이 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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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뮤지컬과는 다르게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영화 라는 기존의 익숙한 포맷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스토리의 연결이나 감정선의 연결 등에서 조금은 적응이 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그러니까 무대 뮤지컬로 볼 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이를 영화화를 위해 최적화 하기 보다는 원작 그대로를 옮겨오는 데에 주력하다 보니 기존의 익숙한 영화 화법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톰 후퍼는 바로 이 부분을 강렬한 클로즈업과 현장 라이브 녹음이라는 형태로 극복하려 했다.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운 배우의 클로즈업 된 강렬한 얼굴과 감정 연기는 그 자체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대단한 힘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노래'였는데, 마치 뮤지컬 무대를 보는 듯 카메라 워킹을 최소화 하고 (앤 해서웨이가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은 원테이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우와 관객 사이에 노래 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그 흡입력이 실로 대단했다. 특히 앤 해서웨이가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은 아직 영화 '레미제라블'에 다 빠져들기 직전이었음에도 단숨에 '판틴'의 이야기에 몰입 되어 눈물까지 흘려버렸을 정도로 엄청난 올해의 명장면이자 올해의 퍼포먼스였다. 이 곡이 워낙에 유명한 곡이긴 하지만, 아마 앞으로 레미제라블 팬들 사이에서도 앤 해서웨이의 버전이 적지 않게 최고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앤 해서웨이의 이 장면 만으로도 이 작품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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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자체가 워낙 대작이라 무대의 스케일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들을 영화가 채워주는 격이다. 무대 위에서는 직접적인 표현은 생략되었던 배경이나 장면들을 구현해 낸 영상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뮤지컬 캐스트와 영화의 캐스트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좀 더 이 여운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를 보고 온 다음 날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을 보았다. 장발장의 경우 휴 잭맨의 장발장도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은 감정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뮤지컬 캐스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고, 앞서 말했던 판틴 역할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고, 이 작품의 감초 같은 역할인 테나르디에 커플의 경우 뮤지컬 캐스트의 임팩트가 훨씬 강했다. 영화에서는 이들만의 유쾌한 매력이 잘 살아나지 못한 것 같았다 (헬레나 본 햄 카터와 샤샤 바론 코헨이 매력적인 배우임에도 말이다).


가장 아쉬웠던 건 역시 '자베르' 역할의 러셀 크로우였다. 러셀 크로우와 이 라이브 녹음과는 잘 맞지 않는 듯 했는데,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감동이 저하되는 현상이 있었고, '자베르'라는 캐릭터의 이야기 자체도 더불어 매력을 잃게 되지 않았나 싶다. 25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에포닌' 역할을 맡았던 사만다 바크스는 이 작품에서도 같은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공연을 다시 보니 같은 역할 임에도 확실히 조금은 다른 느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이 너무 강렬해서 다음으로 밀리기는 했지만, 그녀의 'On my own' 역시 영화에서 좀 더 감정적으로 풍부해진 느낌을 받았다. 사실 '레미제라블'에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그녀의 노래가 가장 기대되었었는데, 실제로는 강한 임팩트를 줄 만한 곡이 없다 보니 조금은 가려진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마리우스' 역할은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영화 버전이 훨씬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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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톰 후퍼의 영화 '레미제라블'은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힘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팬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또 다른 캐스트로 스크린에서 공연되는 레미제라블을 즐기면 되겠으며, 기존 뮤지컬 팬이 아닌 경우라면 영화를 본 뒤에 꼭 한 번은 뮤지컬 작품을 DVD나 BD 등으로 감상해보길 권하고 싶다.



1. 안 그래도 뮤지컬 공연이 보고 싶었는데 올레TV에서 25주년 기념 공연을 천원으로 할인하더군요. 바로 3시간을 감상했는데, 아직 여운이 식기 전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감동하면서 보았습니다. 특히 공연이 다 끝나고 1985년 오리지널 캐스트가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이 '레미제라블' 이라는 브랜드가 얼마나 강력한 매력을 갖고 있는 지가 느껴져서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ㅠㅠ 블루레이로 구매해야겠습니다 ㅠ


2. 본문에도 있지만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3. 나름 뮤지컬 팬이라 유명한 작품들은 대부분 직접 가서 관람을 했었는데, '레미제라블'도 꼭 한 번 객석에서 즐겨보고 싶네요.


4. 아, 그리고 전 이 작품을 12월 19일 저녁에 보았는데, '내일은 온다!'라는 마지막 먹먹한 울림을 갖고 극장을 나왔지만, 제가 기대하던 내일은 오지 않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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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ust Go On

2001년 작으로 개봉한지 10년 가까이 된 바즈 루어만의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 (Moulin Rouge!)’는, 뮤지컬 영화의 오랜 계보를 통해 보더라도 무척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뮤지컬 영화의 황금기였던 1940년대를 지나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올리버’ 등 아직까지도 사랑 받는 걸작 뮤지컬들이 선을 보였던 196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노래하며 춤추는 뮤지컬 영화는 점차 헐리웃의 주류에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노래하고 춤추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호주 출신의 바즈 루어만 감독은,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2001년에 자신 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뮤지컬 한 편을 탄생시켰으니 그 작품이 바로 이 작품 ‘물랑 루즈’다. 이제와 더 확고해진 생각이지만, 2001년 이라는 시기에 내놓은 새롭고도 고전미 넘치는 이 뮤지컬 영화는 참으로 적절했던 것 같다. 결국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들에게도 사랑 받는 작품이 되었으니 말이다.




일단 다들 아는 바와 같이 ‘물랑 루즈’만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극중 사용된 노래들이 모두 유명한 팝 넘버들이라는 점이다. ‘물랑 루즈’가 성공한 지금이야 팝을 사용한 이 영화의 노래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지만, 사실 제작 전 이런 아이디어를 바즈 루어만이 냈을 때만 해도, 이 아이디어는 기발하다기보다는 비아냥을 더 자주 들었던 위험한 시도였다. 다시 말해 신선한 기획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조차 선뜻 진행해보기는 쉽지 않은 시도였다는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바즈 루어만의 이 시도는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뮤지컬 영화의 그 흥분과 감동을 다시 한번 깊게 새기는 성공 사례가 되었으며, 영화적 성공은 물론 바즈 루어만 본인과 그 스텝들의 작업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사운드 트랙에 엄청난 히트로 이어졌다.




아마 바즈 루어만이었다면 유명한 팝들을 편곡한 뮤지컬 영화를 내놓지 않았더라도 뮤지컬 골수 팬들에게는 제법 만족할 만한 영화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와는 멀어진 일반 대중들마저 끌어 앉기에는 아마 힘에 겨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런 선택은 더 중요했다고 볼 수 밖에는 없겠다. 바즈 루어만은 그 화려한 미술 만큼이나 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다양한 장르와 비틀즈, 엘튼 존부터 U2와 스팅, 마돈나를 거쳐 데이빗 보위와 너바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와 음악 팬들을 아우를 만한 종합선물 세트 같은 선곡과 편곡으로 새로운 뮤지컬 넘버를 완성해 냈다. 그 정점에는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부르는 ‘Elephant Love Medley’가 있다. 마치 한 곡 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각기 다른 가수와 장르, 시대의 곡들은 쉴새 없이 몰아치며 요새 유행하는 예능 자막형식에 비유하자면 ‘내가 바로 물랑 루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 환상적인 메들리와 오버스러운 판타지를 ‘느껴지도록’ 만들어낸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의 공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런데 바즈 루어만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많은 뮤지컬 영화들이 시도했던 바와 같이 무대 뒤 광대의 이야기, 즉 뮤지컬을 만드는 자신들의 이야기까지 완벽하게 녹여냈다. 이를 대변하고 있는 캐릭터는 짐 브로드벤트가 연기한 ‘지들러’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을 텐데,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음에도 무대 위에서는 웃고 그 무대가 지속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Show Must Go On’을 노래하는 지들러의 모습에서는, 캐릭터들의 애환을 넘어서서 스크린 밖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절실함마저 느껴진다. 이 긴 여정의 시작과 마지막에 툴루즈 (존 레귀자모)의 쓸쓸한 모습을 배치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뮤지컬의 세상은 무대 위에서는 항상 즐겁고 모든 것이 다 이뤄질 것만 같지만, 무대 뒤에 항상 아픔이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Blu-ray 메뉴







오랜만에 보는 메뉴의 완벽한 한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기본 메뉴 언어는 물론 스페셜 피쳐 메뉴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모두 한글화가 되어 있다. 아래에 계속 설명하겠지만,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는 완벽한 현지화의 승리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코덱의 1080p 블루레이 화질은 2001년 작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보여준다. 최신작과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종종 디테일이 아쉬운 장면을 발견할 수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우수한 퀄리티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참고로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 작업은 부가영상에 수록된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최신 기술을 통해 더 좋은 최고의 화질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관객이 극장을 나오며 느꼈던 당시의 느낌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DTS-HD MSTR의 사운드 역시 DVD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디테일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랑 루즈’는 액션 영화처럼 화끈한 효과음들은 없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는 탓에 멀티 채널을 통해 흥겨운 뮤지컬 시퀀스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중간중간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오버스런 효과음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섬세한 사운드 효과들을 좀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STR의 사운드 역시 DVD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디테일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랑 루즈’는 액션 영화처럼 화끈한 효과음들은 없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는 탓에 멀티 채널을 통해 흥겨운 뮤지컬 시퀀스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중간중간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오버스런 효과음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섬세한 사운드 효과들을 좀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완벽한 현지화, 승리의 부가영상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물랑 루즈’ 블루레이 부가영상은 완벽에 가깝다기 보다는 그냥 완벽하다. 그간 블루레이 리뷰를 통해 아쉬움으로 지적해 왔던 모든 부분들이 모두 보완된 버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기본에 충실함은 물론 ‘이것도 지원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모두 지원하고 있다.




(참고로 위의 이미지를 보면 검은 박스가 나와 있는데, 이는 캡쳐 시에만 발생하는 문제이며 실제 BD플레이어나 BD-ROM을 통해 감상할 때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일단 음성해설의 우리말 자막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최근 발매된 타이틀을 비롯해 국내에 발매된 타이틀 중에는 유독 가장 중요한 스페셜 피쳐라 할 수 있는 음성해설에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았던 점을 미뤄봤을 때, 분명 반길 만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사실 음성해설이 시작되자마자 이 부가영상의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자막 지원 여부를 떠나서 음성해설에 참여하고 있는 감독과 스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본인의 이름과 사진이 포함된 소개 이미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호사스런 친절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 만큼 만족스러웠다는 얘기. 하지만 만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음성해설의 한국어 자막지원 조차 많지 않은 터라 pip형태로 제공되는 부가영상에 대한 자막의 경우 ‘그래, 음성해설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이것까지 지원하긴 어렵겠지’하며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는데, ‘물랑 루즈’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 점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다. 위 두 장의 캡쳐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음성해설에 대한 자막과 더불어 pip형태로 제공되는 부가영상과 하단에 이미지 형태의 pip로 제공되는 정보 부분 역시 완벽한 한글화로 제공되고 있으며, 노래가 나오는 장면의 경우, 곡의 제목과 아티스트의 이름까지 별도로 한글화 되어 제공되고 있다 (아, 이 대목에서는 울컥할 뻔했다). 너무 한꺼번에 이런 것들이 모두 한글화가 지원되니 적응이 안되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한 편으론 모든 타이틀이 응당 이와 비슷한 퀄리티의 현지화가 되어야 했었다는 또 한 번의 아쉬움도 드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결론은 음성해설의 한국어 자막은 물론, pip 형태의 부가영상에도 완벽하게 한글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음성해설과 함께하는 pip 형태의 ‘장엄, 장엄’은 위의 캡쳐 이미지처럼, 화면 좌측 하단에 ‘비하인드 신’이라는 아이콘이 나타날 경우 이를 리모콘의 엔터를 클릭하면 추가 장면을 별도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들어간 추가 장면에서도 자막이 완벽하게 지원된다.




‘바즈 루어만의 한 마디’에서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블루레이 포맷으로 새롭게 작업을 하게 된 바즈 루어만 감독의 간단한 소개말이 수록되어 있다. 새롭게 블루레이로 작업을 하며 어떤 부분들을 더 신경 썼고, 어떤 부분들이 보강되었는지 친절한 소개가 이어진다.




‘창조적인 모험’에서는 바즈 루어만과 이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 및 코스츔 디자인을 맡은 캐서린 마틴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첫 만남부터 첫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이 부가영상은 단순히 ‘물랑 루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즈 루어만의 필모그래피를 총괄하는 의미를 갖는 인터뷰로서, 이 작품 외에 ‘댄싱 히어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완성되는 레드 커튼 3부작 작품들과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장면과 이야기도 조금씩 전해들을 수 있다.




‘예술의 사실’에서는 이 작품의 대부분의 작업이 이뤄진 ‘House of Lona’의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의 산실이라는 이름답게, 이 집안에서 기획, 연습 및 대본 리딩은 물론 녹음마저 이뤄졌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아, 참고로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의 경우 기존 DVD에 수록되었거나 새롭게 수록되었으나 예전 자료여서 4:3의 SD비율로 촬영된 영상의 경우, 일반적인 경우처럼 4:3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BD의 와이드 화면 비율은 유지하되 위의 캡쳐 이미지와 같이 프레임 디자인 속에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취할 경우 4:3 풀스크린 방식으로 보여줄 때보다 보여지는 화면의 크기가 조금 작아질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화면 크기의 변동 없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는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이 외에도 배우, 음악, 댄스, 미술 등의 분류를 통해 각각의 부가영상을 가득 수록하고 있다. 특히 몇몇 영상은 이번 블루레이를 위해 새롭게 추가된 영상들로서, 말 그대로 자료실에서 꺼내온 소중한 영상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주요 장면의 리허설 장면들과 팝 넘버를 뮤지컬화 하게 되었던 음악 제작과정, 이완 맥그리거, 니콜 키드먼, 짐 브로드벤트, 존 레귀자모, 리차드 록스버그의 인터뷰 그리고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삭제 장면들과 니콜 키드먼의 첫 번째 보컬 테스트 장면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영화 ‘물랑 루즈’는 바즈 루어만의 최고의 작품으로서 뮤지컬 영화를 대중들에게 다시금 다가가게끔 만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런 작품에 걸맞게 우수한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무엇보다 음성해설의 pip형태 부가영상까지 한글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소장가치 면에서는 현재까지 출시된 타이틀 가운데 손 꼽힐 정도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도 ‘물랑 루즈’ 블루레이와 같은 완벽한 현지화 타이틀이 출시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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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Nine, 2009)
뮤지컬은 결국 판타지와 챕터의 예술


<시카고>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롭 마샬 감독이 연출하고, 일일이 다 언급하기도 벅찬 캐스팅으로 더더욱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영화 <나인 (Nine)>은, 앞선 이유만으로도 뮤지컬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영화 팬들에게도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호불호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대부분의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혹평을 등에 업고 관람을 하게 된 <나인>은 그래서인지, 아니면 뮤지컬 세계에 유난히도 동화가 잘 되는 개인적 특성 때문인지 크게 아쉬울 것 없는 멋진 뮤지컬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었다. 잘 생각해보니 아마도 나와 롭 마샬 감독(혹은 롭 마샬의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과 나의 시선은)은 무언가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긴 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큰 인기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시카고 (Chicago, 2002)>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크게 매력적이지 못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나인>의 리뷰를 쓰기 전에는 적잖은 고민도 되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 영화가 좋았다는 평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최근 본 <파르나서스....>의 경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인상 깊게 보았다는 글을 쓰기가 잠시나마 머뭇거려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뭐 어차피 개인적인 차이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ㅎ


The Weinstein Company. 씨너지. All rights reserved

(한 때 합성논란까지 있었을 정도로 말이 안되는 이 화려한 캐스팅을 보라!)

<나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과 1/2>에 영감을 받아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그러니까 정확히 얘기하자면 <8과 1/2>의 리메이크라기 보단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천재 영화 감독이자 카사노바인 '귀도(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의 새로운 작품(이탈리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보여지는 것에서만 벗어나 솔직히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뇌를 고백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 과정 속에 그의 인생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는 여러 여성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것으로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어떤 특별한 감동이 요소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영화의 주된 요소 중 하나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라고 보았을 때 이 영화는 분명 낙제점에 가까운 작품일 것이다.

또한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공감대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귀도가 영화 감독으로서 창조의 고통을 겪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다는, 그의 여성편력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는 편이라 귀도의 고뇌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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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들이 내러티브나 공감대(특히 공감대)면에 있어서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무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경우일 때 더 자주 나타나는데,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타 장르의 영화들보다 챕터의 성격이 짙으며, 그 챕터들이 노래라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캐릭터나 에피소드에 관한 설명을 대사나 상황으로 설명하는 것 대신 노래를 통한 시퀀스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화법에 있어서도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 한 곡은 정확히 챕터와 성격을 같이 하기 때문에, 노래가 끝난 다음에는 비교적 다음 에피소드로 빨리 이야기가 전환되곤 한다. 쉽게 얘기해서 노래가 삽입된 장면에서 인물들의 가사가 관객에게 좀 더 공감대를 얻어야만 챕터 방식이라도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텐데, 대부분이 이 장면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편이기 때문에 몰입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 뮤지컬을 제외하고 최근 그나마 좋은 반응을 끌었던 뮤지컬 영화들을 떠올려보자면, 뮤지컬은 뮤지컬이되 주인공이 가수이거나 쇼비지니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경우가 많다. 이런 종류의 뮤지컬은 음악영화와 뮤지컬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작품들인데 (가까운 예로는 <드림걸즈>를 들 수 있겠다), 이런 작품들은 일반적인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전통적인 구성도 있으면서 또한 가수로서 노래하는 구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적은 부담감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게되곤 한다. <나인>의 경우는 또 조금 다른 경운데, 그래도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영화는 상당수가 그렇지만 '노래하는 것 = 판타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 역시 이런 공식에 가까운 작품이다. 애초부터 귀도가 상상하는 영화의 장면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나인> 속 노래하는 장면들은 귀도의 판타지이자 뮤지컬의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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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리도 화려한 여배우들이 캐스팅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판타지적인 특성과 강조된 챕터 형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작품은 확실히 무대 뮤지컬의 성격을 깊게 띄고 있는데, 사실 그러기엔 좀 캐릭터가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에 캐릭터가 많은 탓에 거의 소개와 자신의 이야기를 각자의 곡에서 모두 소화해야 했던 탓에, 이야기보다는 '소개'의 인상을 더 깊게 남긴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저 '니콜 키드먼 나왔다!', '아니, 소피아 로렌이잖아!', '퍼기는 역시 가수출신이라 무대가 강렬한데', '페넬로페 크루즈는 늙지도 안나봐' 등 배우마다 간단한 소감을 풀어내기가 일쑤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무대화되고 영화화 되면서 영화라는 것과 감독, 그리고 창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사그라든 것이 사실이다. 맨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 <나인>은 펠리니의 작품보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로 인한 혹평들은 어쩌면 예정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나인>이 좋았던 것은 클래식 뮤지컬 영화스러운 분명한 챕터별 구성과 환상적인 노래와 춤 때문이었다(확실히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챕터를 감싸는 기본 이야기의 전개가 아쉬웠던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화려한 캐스팅의 배우들은 각자의 챕터에서 짧지만 강렬한 등퇴장을 보여주고 있는데, 니콜 키드먼 같은 경우는 확실히 그 금발과 아름다움 외에는 이렇다할 분량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내가 감독이라도 누가봐도 범접하기 어려운 여배우다운 한차원 높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배우 캐릭터에는 주저없이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했을 듯 하다(그녀 외엔 케이트 블란쳇을 떠올릴 수 있겠다). 블랙 아이드 피스 출신의 퍼기의 경우는 사실 드라마타이즈의 연기는 하나도 없이 노래와 춤에만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오히려 더욱 그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사실 이런 여배우들 사이에서 어설프게 연기하느니 안하는게 나을듯 하다). 많은 이들이 페넬로페의 시퀀스와 더불어 최고의 장면으로 그녀의 시퀀스를 꼽고 있는 것처럼, 완벽한 무대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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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여배우와 챕터는 바로 케이트 허드슨의 시퀀스였다. 'Cinema Italiano'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기도 했는데, 무리 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주디 덴치의 캐릭터는 조금 어정쩡한 감이 없지 않았고, 소피아 로렌 역시 좀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출연 소식 만큼의 인상은 주지 못한 듯 하다. 마리온 꼬띨라르의 경우 드라마 타이즈에 있어서는 페넬로페와 함께 가장 분량이 많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아카데미 수상자 답게 화려함이 없는 가운데서도 빛이 나고 있다(이 영화에선 숨막힐듯한 그녀의 클로즈업이 나온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섹시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처럼 보라색으로 표현하면 좋을 매력을 선사하는데, 확실히 그녀의 출연분이 다른 챕터에 비해 튀는 편이긴 하다. 오히려 주연을 맡은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경우 그의 출연작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편한 연기를 펼친 것이 아닌가 싶다. 항상 관객을 옴싹달싹 못할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가 어느 정도 힘을 빼고 펼치는 이번 연기도 색다르게 볼 만하다(첨에 그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또 하이라이트에서 목에 핏줄 세우며 열창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말이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뮤지컬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황홀함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었던 영화로서, <나인>은 뮤지컬 영화팬인 내게 가슴 뛰는 영화였다.


1. 음악이 오히려 고전적이라 참 좋더군요. 사운드트랙은 이미 질러져있다.
2. 배우들의 연습장면이 짧게 나오는 엔딩 크래딧도 좋았어요.
3. 이 작품의 각본은 안소니 밍겔라가 마이클 톨킨과 함께 작업했었는데, 아시다시피 2008년 세상을 떠났죠. 영화는 그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4. <시카고>와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카고>를 재미있게 본 관객을 홍보타켓으로 삼는 것은 역시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5. 어쩌다보니 최근 본 두 작품(파르나서스...)이 전부 저만 좋아하는(혹은 응원하는) 작품이 되어버렸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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