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분식 (Shared Streets, 2009)
성장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지켜보기


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샘터분식>을 좋은 기회에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영화사 시네마달에서 제작하거나 배급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몇 편은 제대로는 아니더라도 분위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태준식 감독의 전작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럼에도 그의 신작 <샘터분식>이 눈에 들어왔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홍대'라는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전 부터 홍대를 걸어서 10분이면 갈 거리에 살게 되면서, 이 거리는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매우 익숙한 곳이 되었고, 그 문화와 그 분위기에 흠뻑 취해 앞으로도 한 동안은 살고 싶은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홍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이 <샘터분식>이라는 영화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시네마달.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주인공은 홍대라는 지역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작게는 세 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샘터분식'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최영임)이고 두 번째는 정치에 관련된 당원으로서 자신이 하고자 하고 믿고 있는 가치관을 운동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청년(안성민), 마지막은 힙합 레이블이자 크루인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일원인 힙합 아티스트 제리 케이 (김진일)입니다. 얼핏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역시 '홍대'라는 공간 그 자체입니다. 이들 모두 이 홍대 마포 일대를 자신들의 주 생활 공간으로 삼고 있으며, 어찌되었든 이 곳에서 자신이 꿈을 이루려는 인생의 도전을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는 포스터나 홍보 문구에 나와있는 것처럼 홍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 거리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 가벼운 작품일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갖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태준식 감독은 '본래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이 작품은 본인에게 있어 조금은 쉬어 가는 의미에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홍대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지만(그리고 전작들에 비하자면 물론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색깔이 덜했던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저 거리 위의 소소한 이야기를 예상했던 저에게는 역시나 쉬어가려고 했어도 푹 쉬지는 못한 듯한 감독의 사회적 메시지가 넘쳐나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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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읽은 것은 결코 세 명의 주인공 중 한명이 민노당원(현재는 진보신당 당원)이라서는 아니에요. 물론 평소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관객이라면 이런 주인공의 직업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따지고 보니 이 영화의 주요 테마들인 홍대, 정치, 힙합 그리고 소울컴퍼니 모두가 평균 이상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서 그런지 각개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게 다가 온 경우였습니다. 민노당이 진보신당으로 변화하기 직전에 겪었던 갈등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영화 속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점점 작업 환경이 좋아진 소울컴퍼니의 변화 그리고 자주 가는 거리에 항상 있었던 샘터분식이라는 가게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관심사였죠.

그런데 냉정하게 따지고보면 홍대라는 공간을 살고 있는 이 세 명 주인공의 이야기는 약간 별개의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처럼 모두 관심사인 경우에는 조금 덜 할듯 하지만,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던가, 힙합에는 전혀 문외한이거나, 홍대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이 인물들 간의 접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으며, 자신만의 스펙트럼에서 이야기를 해오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한 공간에서 약간은 억지스럽게 만나는 듯한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 명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을 것이 아니라 한 명만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갔어도 좋았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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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 영화가 나쁘지 않았던 건, 이런 별개로 느껴지는 이야기가 왜 하나의 이야기로 묶였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샘터 분식>을 보고 느낀 가장 큰 인상은 바로 '성장하는 것과 머물러 있는 것, 혹은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시간의 변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려하는 장면들이 많은 편입니다. 홍대 앞 도로를 사계절에 따라 촬영한 컷이나, 해가 뜨고 지고를 표현한 컷 등 무언가 계속 흐르고 있다는 배경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죠.

이런 흐름 속에 살고 있는 상반되는 두 가지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세 명의 주인공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죠.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은 매우 정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첫 장면부터 한창 촛불로 뜨겁던 종로 거리를 비추거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그리고 대통령의 여러 활동 들, 이 외에 여러 사회 문제들로 채워지는 영화 중간 중간의 배경들은, 그것들이 정치적인 것이 불편하다기 보다는 그 만큼 불편한 현실이 너무도 우리 현실에 가깝게 와닿아 있다는 것을 달리 체감하게 합니다. 이 영화가 성장과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의 차이점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제리 케이는 힘든 병을 이겨내고 녹녹치 않은 언더 힙합씬에서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였고, 꾸준히 사회운동을 하던 안성민씨는 자신이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민중의 집'을 드디어 열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으며, 샘터분식의 주인인 최영임씨에게도 큰 변화는 없었던 듯 하지만 달리 보면 그녀에게는 하루하루 아들을 키우고 가족을 부양해 가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성장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렇게 주인공들이 모두들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은 발걸음이라도 성장한 것에 비해, 이를 둘러 싸고 있는 우리내 정치, 사회 현실은 성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더욱 퇴화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죠. 영화 속에 삽입된 뉴스 속 앵커의 멘트들만 들어봐도 발전하기 보다는 점점 암울해지는 사회가 현실로 느껴집니다. 아마도 태준식 감독은 은연 중에 라도 이런 것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홍대라는 하나의 지역과 단 세 명의 인물들의 삶에 국한하여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지켜보았는데도, 이렇듯 변화와 성장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정작 이 거대한 사회는 이런 구성원의 변화의 속도에 발 맞추고 있지 못하다는 메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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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더 콰이엇을 비롯해 소울 컴퍼니의 MC들과 음악을 BGM으로 계속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소울컴퍼니의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들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더라구요.

2. 워낙에 홍대 구석구석이 촬영된 터라 (그것도 오랜 시간) 혹시나 거리를 지나던 '내'가 나오지 않을까도 싶었는데, 다행인지(?) 나오지는 않더군요 ㅎ

3. 홍대 전철역 앞에서 옥수수 파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깜놀했습니다. 평소 모습만 보다가 영화 나오신다고 화장하신 모습은 정말 몰라보겠던데요 ^^;;

4. 정식 개봉은 11월 26일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시네마달 에 있습니다.









Kebee - The Passage
거품 싹 뺀 힙합앨범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키비(Kebee)의 세 번째 앨범 'The Passage'가 발매되었다. 소울컴퍼니를 알게 된 이후부터는 언제부턴가 무브먼트 크루나 부다 사운드 같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메이저 힙합 음악들 보다도, 오히려 이들의 참신하고 새로운 사운드에 더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참 Nujabes에 빠져 있을 때 The Quiett이 만들어낸 비트들은 단번에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키비의 곡들 역시 라임과 비트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듣기 시작한 소울컴퍼니의 앨범들은 각자의 솔로 앨범들과 프로젝트 앨범 그리고 소울컴퍼니가 모두 참여했던 'The Bangerz'앨범들까지 관심을 갖게 했고, 결국 키비의 세 번째 앨범은 나름 기다리기까지 하는 앨범이 되었다.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첫 트랙 'Soulport'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약간 의외였다. 빠르고 경쾌한 비트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조화를 이뤄 마치 해변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인스트로멘탈 곡은, '여정'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수 있는 곡이었다. 곡 말미에 우주적인 사운드를 삽입한 것은 자켓 디자인과 연관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트랙 'Diving'의 베이스가 되는 백킹 사운드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감'이다. 이런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공기가 있는데 이 곡을 통해서도 이런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으로 이번 앨범에 전체적인 퀄리티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Wake Up'은 스크래치 사운드와 일렉트릭한 사운드가 강한 비트와 라임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이다. 그 다음 트랙 '사진기'는 여성적인 분위기와 소년의 감성으로 다루고 있는 곡으로 후렴구의 lady Jane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곡이다. 굉장히 팝적인 곡으로서 이 정도면 충분히 대중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퀄리티의 저하는 겪지 않고 있으니 안심해도 될 듯 싶다.

다섯 번째 트랙 '불면제' 역시 샛별의 피쳐링이 더해진 곡으로 키비의 멈추지 않는(?) 랩핑이 돋보이는 곡이다. 전체적으로 비트나 사운드가 만족스럽다보니 오히려 인스트루멘탈 버전으로 앨범을 통으로 발매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키비의 라임이나 랩핑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비트가 만족스럽다는 쪽의 반영이다. 넋업샨, Loptimist, Jinbo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화가, 나'는 각각의 개성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 곡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각의 다른 컬러를 맛볼 수는 있지만 각각의 매력이 최대한 발휘되지는 않는 다는 느낌이었다.




'Go Space'는 역시 경쾌한 기타 사운드와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소스가 결합해서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곡이다. 예전 키비의 음반을 들었을 때는 느린 비트의 감성적인 곡들에 더 잘 어울리는 랩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약간은 생각이 틀려진 편이다. 빠른 비트의 팝적인 곡에서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랩핑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는 아무래도 타블로가 참여해서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랩이 아닌 노래하는 키비의 보컬을 들어볼 수 있고, 역시 우주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소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곡으로 전체적인 앨법 컨셉에 부합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아홉 번째 트랙 'Goodbye Boy'는 역시 키비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심플하면서도 가사의 집중력이 높은 곡이다. 앞서서 빠른 비트의 곡에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느린 비트의 아기자기한 곡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소년 같은 감성과 분위기는 역시 키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 번째 트랙 '그림자'를 지나 'Where is the Claps?'를 듣고 있노라면 점점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 보다는 좀 더 디테일한 면을 찾아들어보게 되는데, 잘 들어보면 상당히 세심한 면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음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단순히 보컬과 반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악기 하나하나, 소스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이 음악에 창작자가 얼마나 많은 공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데, 키비의 음반에서도 이런 노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열 세번째 트랙 'Still Shining'은 더 콰이엇과 D.C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은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하게 된 키비의 자전적인 심정이 담긴 곡으로서 '달라질건 없지'라는 가사처럼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마지막 트랙 '이 별에서 이별까지'는 첫 번째 트랙과 대구를 이루고 있는 인스트루멘탈 곡인데, 첫 번째 곡에서 말미에 살짝 우주적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맛만 보여주었었다면 마지막 트랙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사운드를 이용해 곡을 진행하고 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곡 곡이 아니라 하나의 앨범으로서 평가받으려는 키비의 의지가 담긴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은 키비 특유의 장점을 잘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용이한 음악이 수록되었다고 생각된다. 샘플링을 최소화 하고 심플한 악기 구성과 플로우 만으로 세련되고 퀄리티 높은 음악을 만들려는 키비의 노력은 앨범에 잘 묻어나있다. 하지만 이것이 힙합 씬에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이라고까지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새롭다기보다는 미니멀하면서도 그들만의 장점을 잘 살려낸 괜찮은 힙합앨범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화나 - FANATIC

힙합|소울컴퍼니|2009.02.26

1. FANATICIZE (prod. The Quiett)
2. Rhymonic Storm (prod. The Quiett)
3. 가면무도회 (prod. The Quiett)
4. 화약고 feat. 황보령 (prod. Loptimist)
5.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 (prod. The Quiett)
6. Brutal Treatment (Part.I) feat. Kebee & The Quiett (prod. The Quiett)
7. Deadline (prod. 도끼)
8. Red Sun (prod. DJ Son)
9. 투명인간 feat. 있다 (prod. The Quiett)
10. 누에고치 (prod. Prima Vista)
11. Code Name : SOUL (prod. Vida Loca)
12. 샘, 솟다 (prod. The Quiett)


소울컴퍼니 소속의 '화나'의 첫 번째 정규 앨범 'FANATIC'.
사실 화나가 참여한 곡들은 소울컴퍼니의 다른 뮤지션들의 앨범들에서 혹은 무브먼트의 다른 앨범들에서 이미 여러 피처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화나만의 정규 앨범은 이번 'FANATIC'이 처음이다.
음반업계가 지금처럼 음원시장으로 돌아서기 전에도 언더에 힙합 뮤지션들이 앨범을 발매하기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으니, 요즘처럼 뮤지션들이 앨범 한장 내기 힘든 때는 오죽하랴.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을 화나의 이번 앨범은, 이런 정성과(이건 '노력'이라기보단 '정성'이다) 소울컴퍼니의 '소울'이 담긴 괜찮은 힙합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화나는 앞서 참여했던 다른 앨범들에서도 라이밍을 인정받았을 정도로 상당히 이 '라임'이라는 것에 깊은 연구를 하는 뮤지션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번 첫 정규 앨범 역시 라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울컴퍼니를 비롯한 국내 인디씬의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버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창조적인 가사들과 단순히 각운 마치기에 그치지 않는 창조적 라임들 때문인데, 특히 소울컴퍼니 소속의 뮤지션들에게서는 이러한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이블 '소울컴퍼니'를 설명한 문구 중에는 '음악과 시 문화, 다양한 아트워킹이 존재하는 힙합레이블'이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서 주목해 볼만한 것은 바로 '시 문화'를 들 수 있겠다. 소울컴퍼니 소속 뮤지션들 (특히 화나)은 바로 이 '시 문화'의 요소를 절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내레이션인 듯도 하고 독백 같기도 한 독특한 라임과 철학적 가사들을 선사하고 있으며, 'FANATIC'에서는 이 점을 가장 피부로 실감할 수 있을 듯 하다.




첫 번째 트랙 'FANATICIZE'에서는 마칭 락킹을 하는 듯한 화나의 랩핑을 만나볼 수 있다. 올드한 스크래치 사운드를 비롯해 빈티지한 소스들로 채워진 곡으로 앨범의 시작을 장식하고 있다. 두 번째 트랙인 'Rhymonic Storm'은 더욱 심플한 비트로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비트는 가능한 심플하게 라임과 랩핑은 창조적인 힙합 곡들을 선호하는데, 이런 면에서 Rhymonic Storm은 만족스러운 곡이다. 세 번째 트랙 '가면무도회'는 다른 곡들에 비해 좀 더 각운이 강조된 라임을 선보이고 있으며, 배경에 흐르는 사운드와의 조화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가면무도회'라는 제목답게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곡으로 곡을 듣고 있다보면 자연스레 머리 속으로 영상이 그려지기도 한다. 네 번째 트랙인 '화약고'는 랍티미스트(Loptimist)가 프로듀싱한 곡으로 황보령이 피처링 보컬로 참여하고 있다. 황보령의 건조한 보컬이 후반부를 책임지고 있는데, 약간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섯 번째 트랙인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요리하는 과정에 빗대어 써내려가는 재미있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후반 부에는 역시 약간 올드한 소스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베이스의 심플한 기본 전개와 함께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섯 번째 트랙 'Brutal Treatment (Part.I)'에서는 키비(Kebee)와 콰이엇(The Quiett)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브라스 사운드가 소스로 사용된 메인 비트는 힙합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이라면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귀에 감기는 비트인데, 후반 부의 구성도 그렇고 굉장히 익숙한 사운드로 이뤄져 있으나 뻔하다기보다는 다시 한번 몸을 들썩이기에 충분한 곡이라 해야겠다(전체적으로 이번 화나의 앨범은 시종일관 몸을 들썩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괜찮은 앨범이다).




7번째 트랙 'Deadline'은 '도끼'가 프로듀스한 곡으로 무거운 느낌의 소스들과 랩핑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8번째 트랙 'Red Sun'의 사용된 소스는 흡사 bjork의 앨범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소스가 사용되었고, 9번째 트랙 '투명인간'은 '있다'가 피처링과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곡으로 전체적으로 안개에 휩싸인듯한 느낌 속에 마치 'mono'의 곡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곡이었다. 10번째 트랙 '누에고치'에서 화나의 랩핑은 마치 대사를 읊는 듯하다. 마치 극 중 화자가 되어 직접 얘기하고 있는 듯한 '리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곡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평범하지 않은 가사 내용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11번째 트랙 'Code Name : SOUL'은 개인적으로는 화나의 장점이 드러나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곡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마지막 트랙 '샘, 솟다'는 '역시, 콰이엇'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비트가 잘 담겨있는 곡이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으며 마지막 트랙으로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싶다.




이번 화나의 앨범 'FANATIC'은 전체적으로 더 콰이엇의 프로듀싱 능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동시에, 소울컴퍼니 앨범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창조적 사운드와 라임, 그리고 비트'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수작으로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피처링만 해오던 '화나'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발매에 진정으로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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