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 (Maze Runner: The Scorch Trials, 2015)

미로를 빠져나온 다음의 이야기



지난 해 개봉했던 시리즈의 첫 편인 '메이즈 러너 (The Maze Runner, 2014)'는 여러 모로 부족한 작품이기는 했지만, 딱 봐도 3부작의 첫 편이라는 성격에서 봐줄 만한 설정과 떡밥들이 아주 신선하지는 않아도 흥미로운 편이었고, 무엇보다 그 주인공들이 소년소녀들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활기가 느껴진 나쁘지 않은 액션 시리즈의 서막이었다. 이 말을 반대로 얘기하자면 3부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첫 편만 독립적으로 본다면 역시 좋은 평가를 하기엔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무지와 미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전편은 딱 그것이 어느 지점에 달했을 때 끝나버렸던 것과는 달리, 속편인 '스코치 트라이얼'은 전 편의 이런 점을 빠르게 만회하려는 듯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의 전개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리고 그것은 '스코치 트라이얼'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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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액션과 오락적인 측면에서는 무언가 이야기가 궁금증만 잔뜩 풀어놓고 제대로 알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전편에 비하자면 확실히 속도감도 흥미도 높아진 편이다. 131분으로 제법 긴 러닝 타임임에도 그다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이런 전개와 속도감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쉬운 건 다음 작품을 위해 빠르게 속도를 내야해서 였는지 몰라도 오히려 전편과는 전혀 다르게 갑자기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듯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전편에서는 이야기가 너무 진전이 안된 측면은 있어도 그렇기 때문에 미로라는 설정에 집중하여 더 타이트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스코치 트라이얼'에서는 갑자기 더 큰 세상으로 나와 다양한 설정들이 이전 설정에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등장하고 지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그저 등장 이상의 비중을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주인공 무리 역시 토마스의 이야기로 더 집중되고 좁혀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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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치 트라이얼'이 액션은 더 강해지고 공포와 스릴러까지 더해지는 흥미 요소는 더해졌음에도 오히려 기대감이 있었던 전작에 비해 좀 아쉽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이야기가 주인공인 토마스 중심으로 훨씬 더 좁혀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른 영화 같으면 이러한 아쉬움이 들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장점으로 여겨졌을 확률이 높다), '메이즈 러너'의 경우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가 바로 소년소녀들이 등장하여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공동체적인 성향을 띈다는 점이기 때문이었는데, 새롭게 무리에 속하게 된 아리스는 물론이고 기존 무리에 속해있던 민호와 트리사, 뉴튼 등의 캐릭터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무엇보다 공동체적인 행동이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평범한 액션 영화의 구조를 갖게 된 것 같아 매력이 덜해진 느낌이었다. 다시 말해 '메이즈 러너'는 설사 액션이나 스릴러 등 모든 측면이 다른 유사 영화들에 비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중심에 소년소녀들이 놓여있다는 설정 만으로도,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더 의미를 둘 수 있었는데, 속편에 와서 대중적 인기의 포인트는 더 가져갔을 지언정 유니크한 매력 포인트는 놓치게 된 것 같아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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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3부작으로 애초부터 기획 된 작품들의 전작들을 이야기할 때 하곤 하는 말인데,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끝내주게 마무리하면 전작들의 아쉬운 점들은 대게 상쇄되기 마련이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아슬아슬 하기는 하지만 아직 그 희망의 끈을 놓게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3편을 또 한 번 기다려본다.


1. 후반부에 가서는 제법 유명한 배우들이 한꺼번에 여럿 등장하더군요.

2. 잰슨 역의 에이단 질렌과 해리엇 역의 나탈리 엠마뉴엘은 '왕좌의 게임'으로 익숙한 배우라 반갑.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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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The Martian, 2015)

다시 우주를 꿈꾸게 만드는 휴먼드라마



리들리 스콧이 다시 한 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돌아왔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화성을 배경으로 한 아주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드라마로 돌아왔다. 맷 데이먼이 또 한 번 우주비행사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기존 리들리 스콧이 우주를 다뤘던 영화들과는 조금 성격을 달리 한다.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를 통해 근원에 대한 연구를 스릴러의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이 영화 '마션 (The Martian, 2015)'은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등과는 달리 아주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또한 현실적, 개인적인 시점으로 화성이라는 공간과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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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마션'은 일종의 생존 드라마다. 홀로 화성이라는 공간에 남게 된 과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 지에 관한 보고서 혹은 일기와도 같은 내용인데, 여기서 이 영화가 다른 생존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그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이 과학자 (식물학자)라는 점이다. 많은 SF영화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설정이나 전개를 펼쳐 나가곤 하는데, 직접 검증을 다 해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마션'은 다른 무엇보다도 과학적 근거가 드라마에 바탕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걸 알 수 있었다. 즉, 실제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내용 등이 영화의 전개 과정을 위해 근거 정도로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대사나 설정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입증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지독한 장인인 리들리 스콧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여러 이야기 가운데 이론적으로 타당하면서도 드라마가 가능한 원작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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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홀로 남게 된 주인공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래비티 (Gravity, 2013)'를 연상케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마션'은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캐스트 어웨이'와는 달리 '마션'의 주인공 마크 (맷 데이먼)는 적극적으로 지구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것 역시 지극히 과학자 적인 입장에서 현실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철저하게 계산해 생존 가능한 확률을 높이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행동에서 말미암은 최선의 선택이 바로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곳과의 연락을 통해 그 확률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있어서도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법과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매끄럽게 설명하는 데에 영화는 많은 공을 들인다. '마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이 같이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장면들을 묘사할 때 최대한 '왜?'에 대한 답을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결코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게 유머와 음악을 가미한 드라마로서 유려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화성에 홀로 남은 주인공을 묘사하는 전반적인 방식에서 공포와 외로움이 주가 된 것이 아닌, 희망적이고 논리적이며 유쾌함마저 느껴지도록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그 와중에도 유쾌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가능한 확률도 분명 존재한다는 과학자로서의 믿음 (신앙적 믿음이 아닌) 때문일텐데, 영화 역시 바로 이 주인공의 심리와 분위기를 같이하며 이 외로운 싸움을 희망적이고 가능한 이야기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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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의 가장 큰 매력 중 또 다른 것은 바로 영화에 삽입 된 기가 막힌 노래들이다. 이미 너무도 익숙한 록과 팝 넘버들이 정말 거푸 기가 막히다는 표현을 써야할 정도로 완벽하게 녹아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신의 한수는 역시 데이빗 보위의 'Starman'을 들 수 있겠다. 단순히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하게 영화의 리듬과 맞물리는 곡인 'Starman'은 또한 내용적으로 보나 이 곡을 부른 데이빗 보위로 보나 우주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나중에 이 영화가 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이 곡이 등장하는 시퀀스를 반복적으로 자주 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영화 음악이었다. 이 밖에도 단순한 삽입곡이 인물의 설정과도 자연스럽가 녹아있는 아바의 'Waterloo'도 흥미롭고 다른 곡들도 영화의 유쾌하고 가벼운 리듬과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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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을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화성이라는 공간의 묘사다. 이미 여러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통해 리들리 스콧이 평소 영화를 만들 때 최대한 실제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만들고자 함은 잘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마션'에 등장하는 화성 역시 로케이션 촬영으로 착각할 만큼 실제하는 듯하고 무엇보다 몹시 아름다운 풍광을 담고 있다. 이것은 조금 의도적인 것일지 모르나 영화가 그린 아름다운 화성의 모습은 확실히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두려움과 미지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한 번 탐험해보고 싶은 욕망을 (오랜만에) 다시 불러 일으킨다. 다시 말해 다시 우주를 꿈꾸게 만든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마찬가지로 리들리 스콧의 '마션' 역시 이제는 아무도 우주 탐험을 꿈꾸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하며 만든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인터스텔라'가 낭만적 가족드라마였다면 '마션'은 좀 더 유쾌한 과학적 수필같다. 벌써부터 블루레이로 출시 될 '마션'이 기다려진다. 매번 그렇듯 이번에도 영화 만큼이나 제작 과정이 궁금해지는 리들리 스콧의 매력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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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작 소설도 잘 나온 것 같아 빠르게 구매해서 읽어봐야 겠어요.

2. 사운드트랙은 무조건x10 구매입니다.

3. 3D로 감상하였는데 3D로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이맥스로도 개봉하면 좋을 텐데 개봉할런지 잘 모르겠네요;;

4. 그저 맷 데이먼 혼자만 나오는 (마치 '더 문'처럼)영화 같지만 유명한 배우들이 정말 여럿 등장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 제프 다니엘스, 케이트 마라, 세바스찬 스탄 (윈터솔저), 치웨텔 에지오포 그리고 숀 빈까지. 숀 빈이 죽는지 안 죽는지는 비밀로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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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타카의 레드필]
인생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개봉 10주년을 맞아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이 국내 개봉 10주년을 기념하여 오는 11월 5일 재개봉을 한다고 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게 되는데, 내 대답은 그 때 그 때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항상 빠지지 않았던 영화 한 편이 바로 '이터널 선샤인' 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셸 공드리라는 아티스트 때문이었는데, 영화 감독이기 이전에 bjork, massive attack, beck 등의 뮤지션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서 워낙 유명했었고 특히나 당시 이 뮤지션들에 아주 깊게 빠져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드리에게도 관심을 갖고 있던 터였는데 그가 연출한 영화라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건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10주년을 기념하여 재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것이다. 일단 이 영화가 벌써 10년이 되었다니 놀랍기만 했다. 요근래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자주 한국영화 10주년 기념 상영회 기획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 때 마다 드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와, 벌써 10년이 되었다니...'


누군가 영화는 시간을 다루는 예술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떤 영화를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게 되면 그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 비디오 테입으로 영화를 소장하던 시절에 비해 블루레이나 특히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잦아진 요즘은 이러한 경험을 더 자주하게 되곤 한다. 근 시일내에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경우, 극장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면이나 순간을 만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보게 되는 영화 속에서는 분명히 여러 번 본 장면에서 전혀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이러한 경험을 가장 크게 했던 작품은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2000)'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였는데, 이 영화를 처음 볼 땐 주인공 빌리에 공감하며 영화를 따라갔었지만 한 참 뒤에 다시 보게 된 영화는 빌리가 아닌 빌리 아버지의 행동에 더 깊게 공감, 아니 공감까지는 못 되더라도 처음 볼 땐 전혀 보이지 않았던 빌리의 아버지의 현실과 가치관의 대립을 통한 갈등이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경험은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는데, 그 전까지는 블로그에 영화 글을 쓰면서 별점을 통해 나름의 평점을 주고 있었으나 이 이후 부터는 영화에 점수를 준다는 것이 예술 작품에 점수를 매길 수 없다는 의미 이전에, 지금의 점수가 이 영화에 대한 나의 최종적 판단이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의미 없는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별점 주기를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고, 이 생각은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듯 하다.


이렇듯 영화라는 매직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 시간을 두고 보게 되거나, 그 시간 속에 개인이 어떤 삶을 겪었는 지에 따라 이미 본 영화를 통해서도 전혀 다른 감정과 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어떤 영화의 몇 주년, 몇 10주년 기념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저 '와, 이 영화가 벌써 이렇게 오래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근래에는 '그렇다면 이 영화를 지금 다시 보면 또 어떤 영화일까?'라는 호기심이 더 발동한다. 거의 처음 영화를 보게 될 때의 버금가는 설레임이다.


내 방에는 이미 '이터널 선샤인' DVD와 블루레이가 모두 존재하지만 스크린에서 다시 볼 기회를 절대 놓칠 수는 없을 것이다.

찰리 카우프만이 설계하고 미셸 공드리가 표현한 '이터널 선샤인'은 또 어떤 영화가 되어 있을까.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이야기는 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아쉬타카의 레드필]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했듯이, 영화 속 이야기에 비춰진 진짜 현실을 직시해보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15년에 다시 등장한 매드 맥스, 

여성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솔직히 내게 있어 '매드 맥스 (Mad Max, 1979)'는 이미지로만 각인 된 영화였다. 분명 어렸을 때 비디오로 보긴 했었으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허름한 가죽 옷과 바이크를 탄 멜 깁슨의 꼬질꼬질한 모습과 사막 아닌 모래 가득의 더럽고 (먼지 때문에) 갑갑한 이미지만이 깊게 남아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 '매드 맥스' 시리즈가 다시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땐 샤를리즈 테론, 톰 하디가 출연한다는 이유가 더 매력적인 포인트였는데, 누가 연출을 맡았나 확인해 보니 그 옛날 원작을 연출했던 조지 밀러가 다시 연출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보니 조지 밀러가 약 35년 만에 다시 '매드 맥스'를 꺼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지 밀러가 2015년에 다시 꺼내든 '매드 맥스'는 놀랍게도 30년 전의 오리지널리티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재에 이질감 없이 녹아 들기에 충분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매드 맥스'는 비슷한 세계관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자원 (여기선 물)을 독점하고 있는 권력 층과 이로 인해 피지배 층이 되어 버린 부류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권력을 추종하는 부류 (여기선 워보이)가 등장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2015년판 '매드 맥스'가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모습이 충분히 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단순히 비주얼 혹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 배경에 깔린 세계관과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이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액션과 스펙터클에 근원이 되는 포인트로 '매드 맥스'가 단순히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 준다.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흔치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화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흔히 여성 영화, 여성 중심의 영화 라는 표현을 할 때 오히려 평등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같은 구성으로 남성이 주인공이라 하여 남성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 다음에야..) 여성이라는 존재를 주제나 제목에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러운 편인데, 남성 영화를 남성 영화라 부르지 않는 현실을 균형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는 여성 이라는 존재를 겉으로 드러내도 무방할 것이다. 

 

서론이 다소 길어졌는데,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는 요 몇 년간 본 영화 가운데 여성의 대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동시에, 진정한 성 평등 영화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즉, 여성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여성을 중심에 두는 구성과 비중의 차이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을 중심에 두고, 반대로 남성 역시 일반 영화의 여성처럼 남성 주인공의 보조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독립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정말 멋진 (멋지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라는 점이다. 

 

더 깊게 보자면 그냥 주인인척 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뼈 속까지 독립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행동 하나 대사 하나만 봐도 이 여성들이 그 간의 억압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생겨난 독립심이 아닌, 태생적으로 평등한 세계관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의 삶을 본인이 결정하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없을 터이나 특히 영화 속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매드 맥스'의 여성 들은 완벽하게 본인들의 삶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더 나아가 모성애라는 감정에 흔들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이것은 물론 선택의 영역이겠으나 많은 '남성'영화들이 이 모성애를 여성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의 묘사는 신선하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스플렌디드가 쫓아오는 임모탄을 상대로 임신한 자신의 배를 드러내며 방패이자 무기로 삼는 장면은, 삶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속 여성들이 이상향으로 꿈꿨던 녹색 땅의 현실과 그 다음 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녹색 땅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매드 맥스'는 여성 중심의 또 다른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녹색 땅이라는 것은 남성 중심의 시타델의 고통에서 벗어난, 일종의 도피처 격 파라다이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녹색 땅은 이미 폐허가 된지 오래이고, 새로운 또 다른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시타델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영화의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게 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바로 맥스 (톰 하디)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녹색 땅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가 또 다른 녹색 땅을 찾아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 맥스는 다시 돌아와 퓨리오사에게 시타델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여기에 깨달음을 얻은 퓨리오사는 맥스와 함께, 그리고 여성들로만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와 함께 시타델로 향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은 '매드 맥스'인데 사실상 주인공은 퓨리오사가 아니냐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물론 퓨리오사에게 비중이 더 있는 것은 맞지만 맥스의 역할, 특히 그가 일반 영화들의 남성과는 완전히 다른 남성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맥스 역할이 결코 부족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했던 것은 후반 시타델로 다시 돌아오는 시퀀스에서의 액션 구성이었다. 아무리 여성이 중심이 된 텍스트라고 해도 액션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클라이맥스에서는 남성인 (그것도 톰 하디라면 더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서 액션 영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 역시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클라이맥스에서도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퓨리오사가 쥐고 있으며, 맥스는 자신이 남성으로서 더 적합한 액션을 행할 뿐이다. 비슷한 예로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 외에 이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과정 속에서 퓨리오사와 맥스, 그리고 다른 여성 캐릭터들과 워보이 (니콜라스 홀트)의 역할을 보면, 누군가가 남성이라서 혹은 여성이라서 주도권을 갖고 명령하는 구성이라기 보다는, 각자가 성별과 상관없이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업화를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발 밖에 없는 실탄 중 두 발을 날려버린 맥스가 마지막 한 발을 주저 없이 퓨리오사에게 넘기는 것은, 그저 그가 쿨해서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퓨리오사가 더 높기 때문이고, 운전과 수리를 나누는 방식도 무언가가 더 쉽거나 덜 위험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그 역할에 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의 끝판왕은 시타델을 차지하게 된 마지막, 유유히 떠나는 맥스의 모습에서 정점을 이룬다. 맥스는 새로운 시타델을 만드는 데에 있어 퓨리오사가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은 물론, 본인은 거기에 맞지 않는 역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떠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을 남성이 지휘하고 주도하고 차지하는 일반적인 영화와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다른 점이다. 반대의 경우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여성이 더 능력이 있는 경우인 것이다.






결국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글의 서두에는 '여성은' 이라고 썼지만 더 나아가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주체가 여성일 때 얼마나 더 큰 영화적 힘과 담론이 형성 가능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다. 

 

안 볼 이유가 전혀 없다.



Blu-ray : Video Quality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블루레이의 화질은 레퍼런스라고 부르기에 주저 함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고, 아직 2015년이 몇 달 더 남기는 했지만 (아마도) 올해의 블루레이의 후보로 손꼽힐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는 타이틀이라 하겠다. 

 

이 작품의 영상 퀄리티가 남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촬영 방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아마 저 자동차 액션 장면들에 많은 CG가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이 실제 촬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나은 화질을 일단 기대해볼 수 있겠다. 이 지저분하고 먼지 가득한 세계와 계속 달리기만 하는 자동차 액션 영화는 레퍼런스급 화질을 통해 더 질감 넘치고 온도마저 느껴지는 체험이 가능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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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화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질감에 대해 자주 논하는 편인데 바로 그 질감에 있어서 '매드 맥스'는 최고 수준으로 차려진 밥상이라 할 수 있겠다. 모래와 먼지, 그을음 등이 피부와 옷가지에 그대로 묻어난 인물들의 외형과 연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갖가지 상처와 녹이 쓴 외형의 자동차에서 바로 그 흔적들이 눈으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 하게 묘사된다. 색감의 경우 이질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자 하고 있는데, 쨍 한 대낮에 흐릿한 사막을 배경으로 주로 장면들이 진행되지만 날카로움마저 느껴지는 화질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어두운 밤 장면의 경우 영화는 의도적으로 푸른 색감과 여기에 인위적 빛이 더해졌을 때 노랗고 붉은 색의 대비를 보여주는데, 이런 장면에서의 화질 수준도 눈 여겨 볼 만하다.







Blu-ray : Audio Quality

 

돌비 TrueHD 7.1 채널 사운드를 수록하고 돌비 애트모스 포맷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올해의 블루레이라 할 만하다. 특히 사운드 퀄리티를 이야기할 때 자주하는 얘기지만 보는 이가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다른 타이틀의 사운드를 압도한다. 일단 자동차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라는 점 만으로도 기대하게 되는 사운드들이 있는데, '매드 맥스'는 여기에 그 자동차 들이 특별히 전투를 위해 개조된 (그것도 다 다른 형태로) 차량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다양한 사운드적 쾌감을 선사한다.






시타델에서 펼쳐지는 초반 시퀀스의 경우, 금속성의 날카로운 사운드와 동시에 군중들의 복잡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우퍼가 과할 수 있는 임모탄이 군중들에게 확성기를 통해 설교를 하는 장면에서도 저음부가 과하지 않고 적당히 공간감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사운드 적으로 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바로 빨간 옷의 기타 맨이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단순한 효과음을 넘어서서 영화 음악과 하나가 되어 전개되는 기타 맨의 등장 장면들은, 이른바 치고 빠지는 일렉 기타의 사운드와 카메라가 기타 맨을 훑고 지나갈 때의 속도감이 일품이다. 후반부 기타 맨과의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이 같은 사운드적 장점은 다양한 사운드가 휘몰아 치는 가운데서도 특별히 돋보인다. 정말 다양한 사운드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단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오로지 아래 집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뿐 일 듯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첫 번째로 살펴 볼 부가영상인 'Filming Fury Road'는 약 30분 분량의 제작 다큐로 전반적인 촬영 뒷얘기가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대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떤 많은 대사의 영화보다 서사가 분명하고 전개가 설득력 있는 작품인데, 스토리보드를 기획하던 처음 시점부터 대사 위주가 아니라 액션을 통해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 만큼 디테일 한 스토리보드 작업이 선행되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진행된 로케이션 촬영 모습도 엿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CG는 스턴트 케이블을 지우고 배경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은 작품이기에 실제 하는 로케이션의 매력과 스턴트가 주가 된 촬영 속에 정말 많은 테스트와 고생을 반복한 스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사촬영의 95%는 움직이면서 촬영했다는 인터뷰처럼 조지 밀러는 아날로그 촬영방식, 더 나아가 아날로그 영화제작 방식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퀄리티를 끌어내고자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얼마나 로케이션 장소와 그 곳의 컨디션이 중요했고, 후반 작업을 염두에 두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현장에서 최종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될 장면을 구현하고자 한 방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를 부가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Fury on Four Wheels'는 20분이 조금 넘는 영상으로 ‘매드 맥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마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라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특이한 디자인의 자동차는 한 번 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차들의 디자인은 인상적이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역시 영화의 제작 철학에 맞게 모두 실제 운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진짜 자동차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부가 영상은 마치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더 벙커’의 매드 맥스 버전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대단한' 개조의 수준에 대해서는 특별히 따로 얘기할 필욘 없을 듯 하다.






'Max and Furiosa'에서는 조지 밀러가 탄생시킨 맥스와 퓨리오사의 캐릭터 이미지와 이를 표현한 톰 하디와 샤를리즈 테론의 인터뷰를 통해 두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멜 깁슨이 아니면 맥스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채 시작한 톰 하디는,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주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 만의 캐릭터를 담고 있는 맥스를 만들어 냈다. 사실상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퓨리오사의 캐릭터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는데, 별개로 이 영상에서 가장 놀라운 건 퓨리오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이 멀쩡하게 차려 입고 나와 금발을 자랑하며 인터뷰에 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시 한 번 퓨리오사로 분한 그녀의 모습과 연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The Tools of the Wasteland'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소품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조지 밀러의 연출 방향성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인데, 인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멋진 걸 만들어 낸다는 그의 방향성은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사소한 소품들에까지 눈 여겨 봐야 할 이유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만큼이나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 아이템으로는 운전대를 들 수 있겠는데, 그저 독특하게 다양하게만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기능적으로 가능한 것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운전대 외에 의상 및 다른 소품들도 같은 맥락으로 디자인되고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he Five Wives : So Shiny, So Chrome'에서는 임모탄의 다섯 아내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인터뷰와 이들 다섯 캐릭터가 의미하는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Crash & Smash'에서는 사전 제작 테스트 영상과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촬영 분의 원본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어떠한 CG도 가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가 어느 수준까지 실제 하는 촬영으로 이뤄졌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이라 하겠다. 보면 알겠지만 CG가 가미되지 않아 완성도 측면에서 퀄리티가 떨어질 뿐이지 내용상으로는 영화 속 내용과 동일한 액션과 장면이 담겨 있어, 다시 한 번 영화의 제작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Deleted Scenes'에는 총 3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자신의 아이를 워보이로 바치려다 안되자 자신이 직접 젖을 생산하는 것으로라도 지원하겠다는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과 워보이들 앞에서 임모탄이 퓨리오사를 추격하고자 다시 한 번 명령하는 장면, 그리고 시타델을 되찾으려는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이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는 장면이 짧게 수록되었다.





총 평

 

조지 밀러가 다시 만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대사가 아닌 액션으로 서사를 만들어 낸 놀라운 액션 영화이자,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은 물론 세련되게 진일보한 또 다른 의미의 '멋진' 영화이기도 했다. 작품성 적인 측면과 오락 적인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올해 몇 안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널리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이 작품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러운 것을 넘어서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 블루레이로 발매되어 또 한 번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빨간 내복의 기타 맨이 등장하는 장면만 즐겨도 본전은 뽑았다는 느낌이 드는 타이틀일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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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Straight Outta Compton, 2015)

드디어 나온 리얼 힙합 전기 영화



음악 영화 혹은 뮤지션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는 실존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고 내가 인상 깊게 들었던 그 앨범이 어떤 과정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볼 수 있어 특별한 재미를 주는 장르인데, 어쩌면 진작에 나왔어야 할 N.W.A.의 전기를 다룬 작품이 드디어 개봉했다. '네고시에이터 (The Negotiator, 1998)', '이탈리안 잡 (The Italian Job, 2003)' 등을 연출했던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연출한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Straight Outta Compton, 2015)'은 N.W.A 음악의 고향인 컴턴 지역을 중심으로 이들의 탄생과 흥망성쇠를 유려하게 그려낸다. 아, 혹시 N.W.A가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겠으니 누구나 알만 한 설명을 하자면, 에미넴, 50cent 등을 프로듀싱하고 그 보다 고가 헤드폰 브랜드의 이름으로 더 유명한 닥터 드레가 멤버로 있었던 그룹이 바로 N.W.A 다. 어쩌면 이러한 접근이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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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뮤직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N.W.A의 역사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물론 대부분의 전기 영화 (특히 뮤지션의 삶을 다룬 영화)가 그렇듯이 많이 알면 알 수록 더 흥미로운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앞서 유려하게 그려냈다고 얘기했던 것처럼 N.W.A를 그저 고가 헤드폰 브랜드를 만든 이가 속했던 그룹 정도로만 알고 있어도 이 영화를 즐기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전기 영화로서 다른 작품들과 유사한 전개와 방식이라는 점이 조금 흔하게 느껴지는 단점이 될 수는 있겠다. 어쩌면 그렇게 전기 영화의 주인공은 흥망성쇠의 이야기가 유사한지, N.W.A의 이야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음악만 알았던 인물들과 우연히 스타가 되거나, 스타가 된 뒤 음반사와의 계약 문제 (혹은 사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성공을 하면 할 수록 멤버들 간의 갈등이 커지는 등의 이야기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에도 존재하는데, 이건 실화가 그런 것이니 사실 뭐라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이러한 전기 영화의 유사함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음악이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익숙한 곡들이 어떻게 탄생했는 지를 지켜보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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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가 흥미로운 또 다른 지점은 이 영화가 흑인 영화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렇게 영화가 그들의 인종적 존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N.W.A의 메시지가 본래 그런 것이었다는 것 뿐은 아닐 것이다. 이와 비슷한 느낌은 최근작 '셀마 (Selma, 2014)'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누군가의 전기 영화를 통해 과거를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그 안에는 당시 문제가 되었던 것들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가 겹쳐 있다는 걸 영화도 현실도 부정할 수 없는 듯 했다. 길에서 아무 이유 없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들에게 폭력적으로 검문을 당하고 의심 받는 상황은,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완전히 해소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오히려 근본적인 인식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걸 요즘도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인종차별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당시의 사회 문제는 확실히 지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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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두 가지는, 실제 주인공인 닥터 드레와 아이스 큐브가 제작을 맡고 있어 이야기를 너무 그들 중심으로 미화하지 않을까 하는 점과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다 지루해 지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둘 다 우려를 불식 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당시 N.W.A를 둘러 싼 디테일한 사실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그들이 스스로를 과하게 미화하려 하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우려와도 연결이 되는데, 어떤 이야기를 일부러 미화하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추장스럽고 지루해 지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는 147분의 제법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만큼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지루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를 했던 것과 모순적일 정도로,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히려 몇 몇 이야기는 더 깊게 소개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만큼 몇몇 이야기나 인물들은 그저 등장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조금은 빠르게 갈등이 마무리 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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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완성도나 메시지를 다 떠나서 뮤지션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가 좋았느냐 아니냐는 결국 영화를 보고나서 그 뮤지션의 앨범을 바로 찾아 듣고 싶어지는지 아닌지로 결판 난다고 생각하는데,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물론 N.W.A의 데뷔 앨범서 부터 아이스 큐브의 솔로 데뷔 앨범 등 영화가 끝나고 듣고 싶은 앨범 리스트가 가득 했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런 음악 영화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1. 아이스 큐브를 연기한 배우는 워낙 싱크로율이 높아서 놀라웠는데 알고 보니 아들이더군요 ㅎㅎ

2. 추억의 힙합 의류 브랜드들도 반갑더군요. 예전에 한창 사 입던 시절이 생각나서 ㅋㅋ

3. 영화의 마지막 크레딧과 함께 멤버들의 실제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약간의 야심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주로 닥터 드레에 관한 것이었는데, 마치 '내가 이런 일들을 겪고 지금 최고의 자리에 서 있다'라고 직접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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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The Throne, 2014)

이야기를 완성하는 배우들의 압도적 연기력



아마 많은 이들이 사도세자 이야기가 또 한 번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이미 너무 잘 아는 이야기인데 더 할 이야기가 있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사도세자 이야기는 조선왕조의 수 많은 이야기 가운데서도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역사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준익 감독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최대한 다른 시각으로, 즉 역사적 의미나 더 정확한 역사 구현이 아닌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연으로 사도세자 이야기를 풀어냈다. 왕이 되지 못한 사도세자와 당시 왕이었던 영조의 역사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서의 영조 그리고 아버지가 조선의 왕이었던 아들 세자의 이야기에 깊게 파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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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 이야기가 여러 번 영화나 드라마로 소개되었다고는 하나 이전에 관객이 알고 있는 정보를 감안하지 않는다 해도 '사도'의 이야기는 충분히 성립한다. 이준익의 전작 '왕의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영화 '사도'를 지배하고 있는 감정은 비극과 깊은 슬픔이다. 영화는 이 비극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플래시백 형태로 보여준다. 즉, 영화의 첫 장면에서 후반부에 등장하는 비극적 사건을 미리 보여주고, 그 일이 일어나기 이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 지를 보여줌으로서 관객들로 하여금 시작부터 비극적 시각으로 이 이야기를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것은 영화가 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에 대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의 기운이 감도는 작품이다. 또한 그 비극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는 걸 (굳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느끼게 함으로서, 인물들의 슬픔이 더 깊게 느껴지도록 한다. 영화가 영조와 세자, 특히 세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애처로움 그 자체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운명에 처한 것도 애처로운데, 그가 바랐던 것이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 뿐이었다는 이야기로 세자를 비극적 운명을 자처했다기 보다는 선택권 없이 놓여 버린 가여운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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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가 흥미로운 또 다른 지점은 바로 그 영화의 애처로운 시각에 관한 것인데, 세자와 그를 지지하는 인물들은 물론, 그를 시기하고 반대의 편에 서 있는 인물들조차 날이 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보통 극 중 인물을 관객이 애처롭게 여기도록 만드는 방식으로는 주인공과 다른 편에 서 있는 인물들이 더 가혹하게 주인공을 밀어 붙임으로서 그 효과가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의 경우는 대표적인 대립 구도에 서 있는 영조의 묘사 방법은 물론이고, 반대의 편에 서 있는 여러 가신들과 인물들에게서도 그러한 가혹함 혹은 날 섬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즉, '사도'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자에 대한 안쓰러워 하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준익 감독은 모든 인물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하게 함으로서, 관객들이 세자에게 더 큰 감정적 몰입과 동정의 마음을 갖도록 했고, 그것은 정확히 통했다.


'사도'가 슬픔을 전하는 방식은 주인공을 사면초가로 밀어 넣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사면초가에 운명적으로 놓여버린 인물을 애처롭게 바라볼 수 밖에는 없는 주변을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 이러한 방식을 극대화 한 인물이자 이 영화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인 영조의 묘사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영조라는 캐릭터를 철저하게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리려 한 것이 그것이다. 즉, 겉으로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진심이 아니었던, 혹은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그 행동의 결과에 대한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 120%로 표현해 낸다. 예전에 '색, 계' 같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는데,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배우의 영화 외적 이미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겨우가 있는데, '사도' 역시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송강호라는 배우의 인상이 영조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잘 모르는 배우이거나 악당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가 이 역할을 연기했더라면 아마 영조의 깊은 진심이 미처 다 전달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송강호라는 호소력 짙은 배우가 이를 연기함으로서, 관객은 최소한 좀 더 영조의 진심을 듣고자 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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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 역시 영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배우의 선한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연기력 그 자체로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는 점인데, 유아인이 최근 작 '베테랑'에서 악역을 연기했음에도 워낙 잘 한 덕에 그 초점이 연기력으로 집중되었던 것은, '사도'를 만나게 되는 관객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하였는데, 놀랍게도 유아인이 연기한 세자는 그러한 기대를 넘어서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비극의 주인공으로서의 사도 세자를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거의 연달아서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스크린에서 만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진데, 조태오가 아직도 생생한 관객들로 하여금 아주 짧은 시간에 완벽히 사도 세자의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을 만큼 유아인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만약 올해 지금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연기력 만으로 꼽자면 이 영화 '사도'를 주저 없이 꼽을 만큼, 유아인과 송강호의 연기는 이 영화의 설득력 그 자체였다. 그렇게 영화가 설득력을 갖게 되면서 결국 이 비극적 운명에 놓여야만 했던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흠뻑 빠질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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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영화 속 이야기가 너무 슬픔과 비극을 강조할 땐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빠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분명 비극을 감정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이 설사 강요라 해도 넘어가고 싶을 만큼의 힘을 가진 비극이었다. 그리고 '왕의 남자' 와 마찬가지로 영화가 거의 끝나 갈 때 한 명의 인물을 깊이 그리워 하게 되는 경험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었다. 확실히 유아인은 지금이 전성기다. 그가 만든 사도 세자를 만나는 것 만으로도 '사도'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1. 전 워낙 사전 정보를 얻지 않은 터라 문근영이 나오는 줄도 몰랐어요;;; 후반부의 분장은 좀 충격;;;

2. 소지섭이 깜짝 등장한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사실을 몰랐더라도 영화를 보게 되면 그가 분명 나오게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될 정도로 닮은 아역이 나옵니다 ㅎ

3. 좀 가벼운 얘기로 영화 속 영조와 사도 세자의 이야기는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 딱 어울리는 주제라는 생각이 ㅋ

예법과 공부를 엄하게 가리켜 훌륭한 왕으로 자라길 바랐던 아버지와 그저 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간절했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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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달 (紙の月 Pale Moon, 2014)

공허하게 떠도는 유령의 그림자



무언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영화들이 있다. 담아내고자 한 이야기가 너무 거대해서 일일이 말이나 글로 옮기는 것이 버거운 경우도 있고, 정반대로 명확하게 전달하기 보다는 모호하게 담아내 딱 부러지게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요시다 다이하치의 '종이 달 (紙の月 Pale Moon, 2014)'은 후자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국내 개봉 포스터를 보면 메인 카피로 '그녀가 그토록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라는 문구가 있는데, '종이 달'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지만 영화가 끝나도 그 명확한 답은 주지 않는다. 아니 주지 않았다기 보다는 애초에 답이 없었다는 편이 더 맞겠다. 은행의 계약직 사원으로 평범한 생활을 해오던 리카 (미야자와 리에)에게 어느 날 갑작스럽게 하지만 오래 전 부터 이미 천천히 그녀를 잠식했었던 '무엇'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뒤틀려 간다. 이렇게 평범하고 별 문제 없어 보이던 그녀가 깊은 늪에 빠지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가 그토록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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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달'엔 크게 두 가지 사건이 하나로 묶여 전개 된다. 하나는 유부녀인 리카가 우연히 만난 젊은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에 빠져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은행원인 그녀가 거액을 횡령하게 되는 범죄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종이 달'이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 끝은 불륜이나 범죄 사건이 모두 아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녀가 우연히 만난 젊은 남자와 관계를 맺고 일탈하게 되는 것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며, 은행원의 신분을 이용하여 점점 큰 금액을 횡령하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이유는 돈에 대한 욕심이나 부에 대한 욕망 때문이 아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이 두 가지의 가능성을 부정한 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이런 행동들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아주 천천히, 섬세하게 묘사해 간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대화나 장면에서도 그녀의 마음 속은 복잡한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별 문제 없어 보이는 남편과의 관계로 무언가 단절된 듯한 느낌이 있고, 퇴근 길에 우연히 들린 화장품 가게에서 평소 완 다르게 과소비를 하게 되는 모습에서도, 직장 동료의 얘기를 흘려 듣는 듯 하는 순간에서도 그녀는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음이 목격된다. 그리고 이 작은 일상의 순간들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그녀를 삼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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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가 점점 더 고가의 사치를 누리게 되고, 그에 따라 더 큰 비용을 횡령함에 따라 점점 더 늪의 수렁으로 깊게 빠져드는 과정도 일련의 다른 이야기와는 조금 달리 볼 필요가 있다. 흔히 평범한 인물이 범죄, 도박 등 어떤 것에 빠져들게 되면서 나중에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잠식되는 이야기가 일종의 중독에 관한 것이라면, 리카의 행동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혹은 완전한 탈출(자유)에 대한 추구라고 봐야 할 것이다. 즉, 리카의 이상 행동이 점차적으로 커져가는 과정은, 그 과정 속에서 아직까지도 그녀가 얻고자 하는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영화의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녀가 그토록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종이 달'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일상을 살아내야 했던 인물에 대한 질문이다. 리카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 관계를 맺는 것은 그저 흔한 일탈이 아니라 그 남자에 대한 가여움 때문이다. 큰 비용을 빚지고 대학생 신분으로 학비도 내기 힘든 그를 리카는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점점 더 큰 사치를 하게 되는 것은 일종의 행복을 사고자 한 행위였으나 끝까지 알 수 없었기에 계속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영화가 리카와 관계를 맺게 되는 남자를 빚 때문에 의도적으로 리카에게 접근하거나 이용한 것으로 그리지 않은 것은, 리카의 행동에 대한 질문과 답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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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달'이 범죄영화거나 스릴러가 아니라는 점은 후반부에 드러난 영화의 태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모든 범죄 행위가 발각된 리카는 자신의 죄를 묻는 동료와의 대화 중 자신의 진심을 처음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리카의 진심을 듣게 된 동료 역시 그녀를 연민과 더 나아가 부럽기까지 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의미로 이 시퀀스에서 리카가 유리창을 깨고 달려가는 장면은 몹시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이건 그럼에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그녀가 결국 삶의 늪에 잠식되어 스스로 죽음을 수긍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설령 그것이 유령처럼 현실을 떠도는 것일지라도 이 곳에서 벗어나 여정을 계속 하겠다는 것으로도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리카의 여정은 또 다시 파국으로 혹은 죽음으로 치닫을 확률이 더 클 것이다. 답을 찾기엔 그녀는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을 그 속에서 살아냈고, 더 나아가 그 답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지 조차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종이 달'은 그래서 참 쓸쓸한 영화였다. 그것은 아마도 모든 것을 잘못한 그녀를 동정할 수 밖에는 없었던 이 가짜 세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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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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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 2014)

악마와 얼굴을 마주하다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 2014)'은 1965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군부정권 하에서 벌어진 100만명에 달하는 공산당 학살 사건을 되짚는 여정이다. 물론 당시에는 공산당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대학살이었지만 그들은 공산당이 아니었고 그저 군부정권에 반대하는 일반 국민들이었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비슷한 역사적 사건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인도네시아의 경우가 조금 다른 점이라면 독일 나치의 경우와는 달리 아직까지도 완전히 씻어내기는 커녕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이 점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오랜 시간을 들여 당시 형 람디를 끔찍하게 잃었던 아디와 함께 당시 학살을 저질렀던 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직 그 정치적 상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까? 관객은 이 여정에서 살아있는 악마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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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만나게 되는 여정은 고통스러울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아디의 여정이 더 참혹한 건 형을 비롯해 수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던 이들이 아직까지도 그 때를 자랑스럽게 추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명 한 명 현재를 살고 있는 가해자들을 만날 때 마다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낯선 이방인인 조슈아의 카메라 앞에서 학살 당시를 구체적으로 기억하며 직접 몸으로 재연까지 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고 안쓰러움을 넘어서 뭐라 해야 할지 답답할 지경이다. 아직도 그들의 기억 속에는 공산당들을 처단했던 애국적인 행동인 동시에 영광스럽고 주변에 자랑할 만한 멋진 추억인 것이다.


보통 이러한 역사나 사건을 다룰 때 갖게 되는 시각은 가해자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미쳐있었던 시절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와 가해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행했던 미친 시절.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얼마나 세상이 미쳐있었던들 피해자와 가해자는 같을 수 없다. '침묵의 시선' 속 조슈아의 카메라 앞에 선 가해자들의 얼굴에는 연민을 갖기 힘든 악마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백번 양보해서 말해 그들은 정말로 피해자들이 짐승 같은 공산당인줄로만 알았고, 미쳐버리지 않으려고 무서운 마음에 피해자의 피를 마셨다고 해도 그들의 행동을 그저 미친 시절의 벌어진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이러한 선택을 관객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객관적인 (하지만 직접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오히려 피해자인 아디와 제 3자인 조슈아는 가해자들을 이해해보려는 마음마저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당시를 후회하며 '그 땐 어쩔 수 없었어요,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으니까요.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하거나, 그렇진 않더라도 '그 땐 왜 그렇게까지 해야했는지 모르겠네요'라며 후회라도 했으면 했을 텐데, 놀랍게도 가해자들의 입에선 왜 다 지난 일을 일부러 들춰 내냐는 화가 돌아 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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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결코 시대의 탓으로 마무리 되어서는 안된다. 앞서 영화의 시각이 객관적이라고 했지만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객관적이면 객관적일 수록 한 편에 일방적으로 서게 되어 버리는 구조다. 시대의 탓으로 돌리기엔 가해자들의 지금 태도는 물론이고 하물며 지금의 태도가 아직 진행중인 상황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의 참혹했던 학살은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한 일이라고 해도 이해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마스러운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 번의 가해자와의 대화를 보면서 나는 진짜 악마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스스로 옳고 그름은 물론 인간성마저 쉽게 포기해 버린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은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고 밖에는 이야기할 수 없었다.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은 그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직접적이고 극적인 작품이다. 만약 이 영화 속에 담으려 했던 진실의 크기가 조금이라도 작았더라면 그의 연출 방식에 수긍하지 못했을 정도로, '침묵의 시선'은 그 어떤 극영화보다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며 공포스럽다. 사실 영화 초반만 해도 자신이 피해자의 가족임을 숨기고 가해자들을 만나 그 때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가해자들이 현재 어떤 가치관으로 살고 있고 당시를 어떤 식으로 기억하고 있는 지를 (그야말로)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일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디와 조슈아의 여정은 그것보다 훨씬 직접적이었다. 아디는 점점 그들이 불쾌해 할 정도로 질문의 강도를 높여가고, 나중엔 자신이 당신이 당시 학살했던 이의 동생이라는 점을 그 앞에서 밝히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가족 가운데 당시 학살에 가담했던 이를 찾아가 직접적으로 되묻기까지 한다. 어떤 주먹질도 총칼도 등장하지 않지만 이 대화 장면은 어떤 액션 영화보다도 긴장감 넘치고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죄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해 수긍하지 못할 뻔한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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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보고 있는데, 점차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침묵의 시선'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 작품은 한 편으론 기획과 연출이 직접적으로 가미 된 작품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과연 이것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가둬둘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진실과 사건 그리고 사람이 담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차라리 이 이야기가 픽션이기를 간절히 바랄 정도였다. 이 충격적인 역사를 아주 조용하지만 용기있게 거슬러 올라가는 아디는 차라리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이기를 바랬을 정도로, 이 진실은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아디가 용기를 내면 낼 수록 더 겁이 났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 인도네시아의 참혹한 역사가 전혀 남의 나라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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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가해자였던 일본과 더 질이 나쁜 권력 세력이었던 친일파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슬픈 역사를 지닌, 아니 진행중인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당시를 추억하며 그 끔찍한 학살이 이뤄진 스네이크 강 앞에서 손가락으로 V를 만들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보았을 땐, 기가 차는 것과 동시에 친일 행위를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정당화 하려는 친일파 세력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아디처럼 이 악마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진실을 되물을 수 있을까. 그런 용기를 갖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소한 내가 그런 용기를 갖지 못하더라도 그 용기가 정의로운 행동이고 응원할 수 있는 양심을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1. 이 작품 보다 먼저 제작되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감독의 전작 '액트 오브 킬링'은 미처 못보았는데, 꼭 찾아 봐야겠네요 (국내에 정식으로 플레인에서 블루레이로도 출시 예정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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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이다 (Ida, blu-ray by Plain)

내면의 소용돌이주목하라



시놉시스


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란 소녀 ‘안나’는 수녀가 되기 직전,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찾아 간다. 하지만 이모는 ‘안나’가 유대인이며 본명은 ‘이다’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진 ‘이다’ 그리고 이모 ‘완다’는 자신들의 가족사에 얽힌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동행을 시작하는데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감독의 '이다 (Ida, 2013)'는 그의 조국인 폴란드가 갖고 있는 아픈 홀로코스트의 역사와 수녀 서원을 앞두고 있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낸, 고요하고 강렬한 작품이다. 최근 천만 관객을 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보면서도 새삼 느꼈던 바이지만,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과정적으로나 (특히) 결론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그 메시지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서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다른 이야기에 녹여 내거나 다른 큰 이야기의 그림자로서 등장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다'의 시놉시스는 아주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다'라는 제목도 그렇고 수녀복을 입고 있는 이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의 이미지는 얼핏 이 작품을 수녀 서원을 앞둔 이다 라는 한 소녀의 불안함과 고민을 다룬 이야기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 작품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다 못지 않게 완다 라는 그녀의 이모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드러나는 이미지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영화는 분명 두 명의 여성에 관한 동등한 비중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이다와 완다가 각각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다는 시놉시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수녀가 되기 직전 영화 속 여정을 통해 자신이 유대인이며 '이다'가 본명이고, 자신의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완다는 어느 날 찾아온 이다로 인해 (아마도)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을 과거에 대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 둘의 여정은 정반대의 지점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다는 일종의 무지의 시점에서 출발해 하나씩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그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겪어 가는 여정이라면, 완다의 경우는 과거를 되짚음으로서 다시 한 번 과거에 대해 스스로 평가 혹은 속죄 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여정은 혈연 관계라는 것보다 역사의 아픔에 더 깊게 관여되어 있다. 사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 종종 접하긴 했지만 그 가운데 폴란드의 이야기는 물론 자세한 역사적 진실까지 알고 있기는 쉽지 않은데, 나는 우연히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보게 된 바로 몇 시간 전에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폴란드 인으로서 홀로코스트를 겪었던 이야기에 대한 작품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해가 쉬운 편이었는데,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의 기본적인 내용 만이라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다'는 정치적, 역사적 근거에 초점을 두고 이를 파해치려는 다큐멘터리 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 아니다. 이는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감독의 정체성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폴란드인이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폴란드를 떠나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영국에 정착한 경우라 스스로도 폴란드인으로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려는 시도를 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조심스럽게 마치 영화 속 이다의 모습처럼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담담히 그려내고자 한 쪽에 가까웠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감독의 이러한 정체성이 영화에 아주 강한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을 재차 하게 되었는데, 만약 그가 폴란드인으로서 뿌리 깊은 정체성의 인식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오히려 완다라는 캐릭터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였거나, 이다라는 캐릭터를 훨씬 더 활동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홀로코스트라는, 결코 그 앞에서 담담해지기 힘든 아픈 과거를 다루면서도 그 갈등과 분노와 아픔을 모든 인물들이 내면의 소용돌이로 표현해 내고 있다는 점인데, 만약 화자의 입장에 있는 감독이 더 당사자 혹은 피해자의 입장이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영상미와 정성이 느껴지는 블루레이


흑백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스탠다드 비율로 촬영 된 영화라는 점은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다'의 독특한 화면 비율은 단순한 영상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탠다드 비율의 영상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볼 점이라면 영화가 인물을 화면의 어느 위치에 두느냐 일텐데, '이다'의 스탠다드 영상은 대부분 인물을 중심의 주변에 머물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운데에 두기 보다는 가장 자리나 한 쪽으로 치우친 곳에 두면서 (특히 이다의 경우), 이다가 이 여정의 중심에 서 있기 보다는 계속 조심스럽고 주변에 머물고 있음을 암시하고자 하는 듯 했다. 이러한 카메라 워크는 앞서 언급한 감독이 이 영화를 대하는 시선에 관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많은 블루레이 유저들은 흑백 영상에 더군다나 스탠다드 비율이라고 했을 때 블루레이로서 화질이나 보는 재미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을 수 있는데, 그 생각은 아마 첫 장면을 보는 순간 부터 깨지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도 어떤 흑백 버전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마도 '미스트' 혹은 '마더' 였을 듯) 블루레이의 장점이 꼭 필요한 영화가 바로 흑백 영화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이다'를 보면서 여러 순간 감탄을 했을 정도로 블루레이로 표현되는 흑백의 영상미는 고혹적이었다. 올해도 정말 영상미가 돋보이는 여러 영화들을 봤지만 영상미 측면만 보자면 흑백과 스탠다드 영상으로 그려낸 '이다'가 올해 최고의 작품이었다. 카메라가 어떤 움직임도 갖고 있지 않는대도 그 어떤 영화보다 절제 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흑백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질감과 대비는 어떤 수사적 표현을 더하기 이전에 그냥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확실히 블루레이로 볼 때 더 효과적이었다.





플레인의 블루레이 퀄리티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번 '이다' 역시 더 말할 필요가 없음에도 또 말하고 싶어지는 정도의 퀄리티라고 하면 딱 설명이 될 듯 하다. 최근 플레인에서는 소비자의 더 효과적인 선택을 위해 A,B 타입으로 커버를 다르게 출시하곤 하는데, 만약 내가 이 작품을 극장 개봉시 보았더라면 아마 A타입의 커버가 아니라 B타입을 선택하거나 둘 다 구입했었을 것이다. 단순 디자인 측면만 보자면 이다의 이미지가 깔끔하게 담긴 A타입이 더 취향이기는 한데, 후면의 디자인을 보았을 때 완다가 등장하는 B타입 후면의 이미지는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기에, 이 후면의 이미지만으로도 B타입을 선택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가 구입한 건 디자인 A타입)


처음 미니 사이즈 영화카드가 담긴 봉투에 인장 처리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이 작업이 티저에 그치지 않을까 했었는데 (왜냐하면 수백장을 직접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 작업이 얼마나 필요 이상의 디테일이 필요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 그치기는 커녕 계속 발전하고 있는 듯 했다. 컬러 역시 작품 이미지와 통일성을 주기 위해 핑크색을 선택한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통은 이 인장 부분을 그대로 뜯지만 이번엔 도저히 아까워서 그럴 수 없었기에 봉투 옆부분을 개봉하는 방식으로 이 인장을 100% 보존하는 쪽으로 소장을 결정했다. 소책자에는 평소 씨네 21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인상 깊게 읽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 수석 프로그래머김성욱 님의 글이 수록되어 있어 무엇보다 유익했다.





이번 블루레이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이 바로 가변 자막인데, 영화 자체가 스탠다드 화면비로 제작 된 영상이라 가변 자막의 이슈는 어쩌면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점을 실제로 타이틀에 적용하여 제공한 것은 플레인의 정성이라고 분명 말할 수 있겠다. 스탠다드 화면비의 영상에 이 작품처럼 인물을 영상의 중앙이 아니라 대부분 가장 자리, 특히 아래 좌우 측면에 배치하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자막이 인물의 얼굴에 직접적으로 매번 겹쳐지게 되기 때문에 자막으로 영화를 감상해야 하는 경우 100%의 영화를 즐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건 보통의 영미 감독들은 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나, 폴란드 출신인 파웰 파울리코우스키의 경우 나중이기는 했지만 제작 과정 중에 '나중에 자막이 문제가 되겠구나'라는 점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대사 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배우의 얼굴이 대부분 가려지고, 또한 자막과 겹침으로서 표정을 함께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다'에 가변 자막은 필수적인 요소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텐데, 이번 플레인의 '이다' 블루레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는 가변 자막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고정 자막도 함께 수록해 선태권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변 자막이 물론 편의를 위한 기능이기는 하지만 소수일지라도 일부 관객의 경우엔 그래도 고정 자막을 선호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두 버전 모두를 수록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가변 자막을 선호하면서도 이를 선택했을 경우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요소 때문에 조금 걱정되는 측면이 있는데, 가변 자막을 선택하게 될 경우 일부 장면에서 자막이 일종의 디자인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일종의 연출이 발생하게 되, 해당 장면에서 원치 않은 이미지나 인상을 받게 될 수도 있기에 가변 자막은 대부분 장점이 부각되지만, 극히 소수나마 단점도 존재하는 편이다.




(가변 자막은 아주 드물게 위의 장면처럼 자막의 위치가 곧 또 다른 이미지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저 위치 말고는 자막을 넣을 곳이 없다는게 함정)


이동진 평론가의 로컬 음성해설과 부가영상들


국내 블루레이 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현재 국내에서 로컬 타이틀 만을 위해 부가영상을 특별히 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로컬 부가영상을 별도로 제작을 꿈꾸기 이전에 해외 판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온전히 수록하는 것도 제작비 등의 문제로 인해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은 편이다. 해외 영화의 경우 국내에서 별도의 부가영상을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여건상 불가능한 경우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평론가나 감독 등이 참여하는 음성해설을 별도로 제작한다는 것은 정말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오버 투자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플레인은 이러한 노력을 서서히 계속해 가고 있다. 곧 발매될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의 경우 류승완 감독과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별도로 제작하였고, 워낙 공을 오래 들이는 탓에 계획보다는 출시가 늦어지고 있지만 (아마도) 최고의 판본이 될 '올드보이' 블루레이의 경우 부가영상만을 위해 거의 다큐멘터리 영화 급의 영상을 따로 제작했을 정도다. 조금이나마 사정을 아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러한 로컬 부가영상, 음성해설 등의 제작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 편으론 쓸데없는 고퀄리티로 부르고 싶을 정도로 체감하는 것 이상의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내가 '이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번 '이다' 블루레이 역시 이동진 평론가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이 블루레이 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수록되었는데, 위에 언급한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작품이 작품이니만큼 영화적으로 소개하거나 부가 설명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동진 평론가의 음성해설은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트랙이다. '이다'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전체적으로 그리 풍성한 양은 아니지만, 이를 보완하는 로컬 음성해설의 특별 수록으로 전반적인 타이틀의 소장 가치가 더해진 느낌이다.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2013년 10월 BFI 런던영화제에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 수록되었는데, 진행자와 관객들의 여러 질문들에 대한 감독의 답변들을 통해 영화 제작과정과 뒷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극 중 완다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을 만나게 된 것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는 뒷이야기와 젊은 수녀와 한물간 마르크스 주의자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감독은 처음부터 흑백화면과 스탠다드의 화면비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일부러 움직임을 최소화 한 영화를 만들고자 함이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카메라 워크도 마찬가지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인상적인 촬영을 맡은 촬영감독이 원래 캐스팅 된 이가 아니라 본래 촬영감독이 촬영 첫날 아파서 부득이하게 교체해야 하는 바람에 다른 대책이 없어서 급하게 어린 카메라 오퍼레이터였던 루카즈(지금의 촬영감독)에게 맡기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또 한 번 우연의 놀라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밖에 '메이킹 영상'에서는 약 11분 분량의 영상으로 감독과 제작자의 인터뷰가 주로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남자 배우인 다비드 오그로드닉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극중 색소폰 연주자로 등장하는 그가 실제로도 연주가 가능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조금 아쉬웠던 건 두 여자 주인공의 인터뷰가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는 마치 두 캐릭터(배우)를 영화 속에만 남겨두고자 하는 감독의 바람이 적용된 듯 한 느낌이라 묘하게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분위기였다.





'이다'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시기가 시기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 우리도 이런 식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담아내는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점이었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해 현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까지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역사를 처음 받아들이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다'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였다. 완성도 높은 블루레이로 꼭 한 번씩 감상하시길.


이다 블루레이 구입처

http://plainarchive.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56&cate_no=1&display_group=2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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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애트모스로 더 실감나게 즐기는 앤트맨

(Ant-Man, Dolby Atmos)



영화를 볼 때 (극장을 선택할 때)이왕이면 최적의 상영 환경에서 관람을 (또 이왕이면 첫 번째 관람을!)하는 것에 매번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는데, 특히 영화의 장르가 액션 블록버스터일 경우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아무래도 볼거리 위주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내용도 중요하지만 스크린의 크기나 사운드의 퀄리티에 따라 감상의 호불호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최적의 관람 환경을 선택하는 것은 언제부턴가 영화 관람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대부분의 영화 팬들이 그러하겠지만 이러한 최적의 관람 환경으로 선택되는 것은 대부분 아이맥스 3D이거나 돌비애트모스 인 경우가 많다. 아이맥스 3D의 경우 해당 영화가 처음부터 아이맥스로 촬영되었다는 것을 전제할 때 선택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대부분 돌비애트모스 사운드를 제공하는 극장을 최선으로 선택하곤 한다. 돌비애트모스 사운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돌비 사에서 만든 새로운 시네마 사운드 기술로서 가장 큰 특징이라면 오버헤드 스피커의 추가와 최대 64개의 스피커를 활용함으로서 공간감에 있어서는 확실히 두드러지는 퀄리티를 들려주는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사운드의 공간감 혹은 채널 분리도라 하면 쉽게 얘기해서 영화 속 인물이나 물체가 앞에서 뒤로, 좌에서 우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등 이동할 때 그 이동의 감각을 단면적인 체감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이러한 공감감이 더 실감나게 표현 가능한 것이 바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라 하겠다. 특히 더 중요한 포인트라면 감독이 영화를 제작할 때 부터 좀 더 디테일한 사운드 디자인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사운드 시스템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적 발전 측면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더 나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또한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일반 관객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2014 Dolby Laboratories. All rights reserved


최근 들어 이러한 돌비애트모스 사운드로 제작된 영화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 최근작으로는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과 ‘판타스틱 4’가 있었다. 오늘 소개할 ‘앤트맨’ 역시 돌비애트모스 포맷으로 제공되는 작품이라 특별히 해당 시스템을 제공하는 메가박스 목동점 M2관에서 관람을 하였다. 참고로 돌비애트모스로 제작된 영화라 하더라도 해당 시스템을 갖춘 극장에서 관람해야만 즐길 수가 있는데, 이번에 '앤트맨'을 관람 한 목동 메가박스 M2관을 비롯해 코엑스 메가박스 M2관, 롯데시네마 슈퍼사운드, SuperPlexG 관 등 제공 가능한 극장 목록을 미리 확인하고 극장을 찾는 것이 필요하겠다.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인 '앤트맨'은 '아이언맨'이나 '토르' 등 기본의 슈퍼 히어로들과는 다르게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면모를 다룬 영웅으로 오히려 주목 받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앤트맨'을 이야기하면서 '시빌 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미 영화화 된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가 그 독립적인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앤트맨' 역시 '앤트맨'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 만큼이나 그가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 등장한다는 소식이 더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시빌워'의 갈등 전개로 보았을 때 그가 캡틴 아메리카의 편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인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앤트맨'은 그가 어떠한 능력치를 갖고 있고, 그 능력치로 인해 어떠한 미션 수행이나 다른 히어로들과의 상성 측면에서 어떠한 구도를 만들어 낼지 예상하고 기대할 수 있기에 충분한 근거를 담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만들어지면서 일부 속편들과 새로운 캐릭터들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이 세계관의 구성을 위해 재료로서 존재하는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는데, '앤트맨'도 그 편에 더 가깝다. 이것은 '앤트맨'의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으로 관객들이 어떠한 기대를 갖고 이 작품을 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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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비애트모스가 제대로 실력 발휘하는 장면은?


1. 개미군단과 함께 연구소에 침투하는 장면

돌비애트모스 사운드가 장점을 발휘하는 최고의 시퀀스는 영화 중반 앤트맨과 개미군단이 연구소에 침투하는 장면을 주저 없이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퀀스를 꼽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개미군단의 활약이 두드러지기 때문인데, 곤충 크기의 작은 세계가 중심이 되는 시퀀스에서 개미군단이 내는 사운드는 그야말로 화려하고 다양하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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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군단이 흙이 아닌 메탈 성격의 지면을 밟고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일종의 ‘다닥다닥’하는 사운드들이 아주 선명하게 전달되고 있으며, 이 수 많은 발걸음들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 몇 몇 다른 종류의 개미들이 날면서 내는 날개 짓 소리들과 (아마도) 입으로 내는 소리들 까지 더해지는 복잡한 사운드 구성임에도 돌비애트모스의 환경은 각각의 소리들을 선명하게 구현해 냄으로서 장면의 몰입도를 더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좁은 통로 공간에 놓인 많은 수의 개미군단이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소리의 울림과 속도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시퀀스라 사운드적인 쾌감을 최대로 느낄 수 있다.

2. 옐로우 자켓과 앤트맨의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

후반부 주인공의 집에서 벌어지는 옐로우 자켓과 앤트맨의 액션 시퀀스는 연구소 장면과는 또 다른 종류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장면에서 돌비애트모스 사운드의 장점을 느껴볼 수 있는 장면은 바로 앤트맨이 빠르게 커졌다가 작아졌다를 반복하면서 생기는 효과음들인데, 그 순간적인 공간감들이 거대한 액션 시퀀스 속에서도 쉽게 소멸되지 않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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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재미있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이라 중간 중간, 앤트맨의 작은 크기 중심의 시각이 아닌 일반 사이즈에서 바라 본 시각의 장면이 등장하는데, 극의 전개나 사운드의 구성상 아주 밀도 높게 몰아 붙이다가 중간 중간 허무할 정도로 현실적인 사운드가 등장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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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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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 (Ant-Man, 2015)

평범해서 기대되는 마블의 새로운 영웅



아마도 원작 그래픽 노블의 홍보 문구였던 것 같은데, '나도 드디어 앤트맨의 팬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라는 식의 멘트였다. 그 만큼 '앤트맨 (Ant-Man, 2015)'의 영화화 에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여러 작품들의 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앤트맨은 비교적 평범하고 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화 된 마블 히어로들 가운데 비슷한 캐릭터를 꼽자면 스파이더맨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처해 있는 주인공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진행되던 최첨단 과학기술과의 우연한 만남과 사고로 인해 발생하고 전개되는 '앤트맨'은, 확실히 '아이언맨'이나 '토르' '캡틴 아메리카'와는 다른 종류의 재미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또 다른 마블 히어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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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처음엔 그랬지만 그보다도 폴 러드가 마블의 새로운 영웅을 연기한다고 했을 땐 적지 않게 놀랐었다.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아워 이디엇 브라더 (Our Idiot Brother, 2011)'를 비롯해 그가 다른 영화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캐릭터는 코미디, 드라마 장르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였기에 그가 일반 액션 영화의 주인공을 맡는 다고 해도 제법 놀랐을 텐데, 그냥 액션 영화도 아닌 마블 히어로를 연기한다고 했을 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앤트맨'을 보고나서는 어느 정도 그의 캐스팅에 대해 수긍이 되는 점이 있었다. '앤트맨'은 확실히 다른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개인적으로나 그가 처한 현실을 봐서도 매우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 적 요소가 강조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폴 러드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액션 시퀀스는 헬멧을 착용한 채로 이뤄지는 점도 두 가지 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요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새롭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한 캐릭터답게 재미 만큼이나 캐릭터의 성격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번 '앤트맨'은 나쁘지 않은 소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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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화 된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가 그 독립적인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 더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앤트맨' 역시 '앤트맨'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 만큼이나 그가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 등장한다는 소식이 더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시빌워'의 갈등 전개로 보았을 때 그가 캡틴 아메리카의 편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인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앤트맨'은 그가 어떠한 능력치를 갖고 있고, 그 능력치로 인해 어떠한 미션 수행이나 다른 히어로들과의 상성 측면에서 어떠한 구도를 만들어 낼지 예상하고 기대할 수 있기에 충분한 근거를 담고 있다. 사실 다른 마블의 속편들을 이야기할 때도 몇 번 이야기했었지만 (특히 '토르 2'의 경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만들어지면서 일부 속편들과 새로운 캐릭터들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이 세계관의 구성을 위해 재료로서 존재하는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는데, '앤트맨'도 그 편에 더 가깝다. 이것은 '앤트맨'의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으로 관객들이 어떠한 기대를 갖고 이 작품을 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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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작품의 성격으로 보자면 '앤트맨'은 단순히 작아지는 것이 능력 이상의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대해 답하고 있는 흥미로운 액션 영화였다. 처음 '앤트맨'을 알게 되고 나서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곤충 크기로 작아지는 것이 능력이라기보다는 핸디캡에 가깝지 않나 싶었던 생각 때문이었는데, 물론 작아지는 것이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작아지는 만큼 본래 크기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능력 발휘가 가능한 지점이 있었고, 곤충 크기로만 할 수 있는 미션에 대한 설득력도 흥미롭게 묘사되고 있다. 사실 '앤트맨'에 가장 우려했던 점은 혹시 이 영화의 몇몇 장면들에서 '애들이 줄었어요'가 연상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실제 비슷한 장면들이 많았음에도 그 일상이 거대해지는 장면들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을 최대한 지양한 연출로 인해 여기서 오는 코믹함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설정 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화 한 장면들 (이를테면 크기가 작아지는 앤트맨은 물론, 모든 사물을 작게 혹은 크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활용되는 장면)은 특별한 긴장감과 재미를 주고 있어,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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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앤트맨'은 세계를 구한다는 정의감이나 대의가 아닌 그저 딸을 아끼는 아버지의 소소한, 하지만 위대한 마음을 묘사하는 소시민 영웅인 동시에, 신체를 마음대로 작게 만들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평범한 현실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영화이자 캐릭터였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독립적 작품으로서 조금은 아쉬운 점들도 곧 다가올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새삼 느끼지만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이래서 매력적인 것 같다. 서로 보완하고, 서로 영향 받는.



1. 쿠키 장면이 2개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장면은 '시빌 워'에 대한 직접적 내용을 담고 있죠.

2. 미드에서 만났던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더군요.

3. 돌비애트모스로 관람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짧게 한 번 더 쓸 예정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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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블루레이 리뷰

(Fifty shades of grey : Blu-ray Review)

 


E. L. 제임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샘 테일러 존슨 감독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개봉 당시에도 좋은 쪽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일명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 울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던 소설이 원작이었기에 영화화 역시 큰 주목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일종의 사건이었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원작 소설 3부작 가운데 1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BDSM(구속과 훈육, 지배와 굴복,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소재로 백만장자와 평범한 여대생의 에로틱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작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이라 구체적인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그레이 라는 캐릭터의 살아 숨쉬는 매력과 아나스타샤와의 미묘한 갈등 관계를 BDSM이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아주 생동감과 긴장감 넘치게 그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물이었다. 

 

단 백만장자이면서 어두운 내면을 갖고 있는 그레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아마도) 소설의 그레이는 단순히 SM을 즐기는 변태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지가 어느 정도 - 공감은 안될지언정 - 이해 되고,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그레이의 갈등 역시 디테일 하게 묘사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영화 속 그레이는 솔직히 그저 변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묘사될 뿐이다. 이런 내면이나 배경적 매력을 제쳐 두더라도 무언가 에로틱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려면 남성적인 매력, 즉 비주얼 적인 매력이 넘쳐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다른 남자 배우들에 비해 특별히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 보니, 전체적으로 설득력을 잃게 되는 큰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레이와 아나스타샤의 관계 묘사 역시 관객을 애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긴장감 없이 시간 때우기로만 느껴질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제대로 표현되었더라면 남녀 관계에 있어 관객까지 애타게 만드는 밀당이 오고 가는 가운데, 다른 밀당 연애에는 없는 독특한 성관계 취향이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모두 실패했다 여겨진다.






Blu-ray : Video & Audio

 

화 자체는 아쉬움이 있지만 블루레이 화질, 음질 스펙 만 놓고 보자면 만족할 만한 우수한 퀄리티로 출시가 되었다. 특히 에로틱한 장면이 주 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화질과 음질의 중요성이, 아니 중요성이라기보다 그 퀄리티에 따라 장면 자체의 감흥이 달라질 수도 있을 정도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내용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주는 스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화질의 경우 무엇보다 디테일 측면에서 만족감을 주는데,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솜털까지 어렵지 않게 확인 가능할 정도로 날카로움이 살아 있는 동시에 어두운 장면에서도 괜찮은 표현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드라마라는 장르적 요소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매우 적절하고 탁월한 영화 음악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 음악이 흘러 나올 땐 확실히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섹스 장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접촉 음과 호흡 등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에로틱한 감성을 사운드가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블루레이는 극장 판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약 3분간의 장면이 추가 된 'Unseen Edition'으로 출시되었다. 추가 된 장면 말고도 특별히 '무삭제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음모 노출이 허용되었을 정도로 특별히 삭제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첫 번째 부가 영상인 'The world of Fifty Shades of Grey'는 대표적인 메이킹 영상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영화 뒷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크리스찬 그레이 프로필 에서는 그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반적 소개가 담겨 있으며, 이를 연기한 배우 제이미 도넌에 관한 프로필도 별도의 메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레이의 아파트 디자인과 설계에 관한 영상도 수록되었는데, 그레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공간인 그의 아파트와 내부 구조, 미술품, 컬러 등의 기획, 제작 과정을 통해 원작을 읽은 수 많은 팬들 때문에 가져야만 했던 부담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최고급 브랜드 및 악세서리나 컬러 등을 활용하는 것에 주목했던 그레이의 의상 컨셉과 헬기, 자동차, 비행기 등 최고 부자인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선택된 그레이의 장난감들을 소개하는 메뉴도 수록되었다.






일한 구성으로 아나스타샤라는 캐릭터에 대한 소개와 이를 연기한 배우 다코타 존슨, 그리고 아나의 세계관과 의상에 대한 소개도 만나볼 수 있다. 두 주요 캐릭터 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여러 친구, 가족 등의 캐릭터 또한 이를 연기한 배우 중심으로 총 7명에 대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다.





'Behind the Shades'에서는 원작자 E.L제임스를 비롯해 주요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원작 소설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영화화 되기까지 고려한 점들을 들려준다. 워낙 화제가 된 베스트셀러 원작이었기에 최대한 촬영 시 비밀로 하기 위해 진짜 영화 제목을 쓰지 않고 가제를 쓰거나, 세트가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한 점 등 뒷이야기가 수록되었다.





'E.L.James & Fifty Shades'에서는 원작자인 E.L 제임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처음 팬픽을 써보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발판이 되었다는 점과 처음 인터넷에 연재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후 정식 출판을 하고 나서 엄청난 인기 덕에 출판사의 은색 잉크가 동날 정도로 판매되었다는 인터뷰는, 다시 한 번 원작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Fifty Shades: The Pleasure of Pain'에서는 극 중 중요한 소재인 BDSM 세계를 곡해하지 않고 그리기 위해 BDSM 기술고문을 영입하여 본질부터 보여지는 것까지 최대한 제대로 그려내고자 노력한 부분을 엿볼 수 있으며, '360’ Set Tour'에서는 그레이의 아파트 내부 모든 곳을 디테일 한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다.

 

지막으로 음악이 인상적인 작품답게 'Skylark Grey - I know you'와 'The Weekend - Earned It'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었으며, 'The Weekend'의 'Earned It'의 경우 뮤직비디오 촬영 뒷 이야기를 담은 영상까지 수록되었다.




총 평

 

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많은 소설 원작 작품이 그렇듯이 영화화 과정에서 많은 아쉬운 점이 발견된 작품이었다. 이번 영화는 원작 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를 영화화 것으로 두 번째 이야기인 ‘50가지 그림자 심연(Fifty Shades Darker)’ 역시 1편의 남녀 주인공 교체 없이 (감독은 교체 예정)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하니, 과연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전 편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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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타카의 레드필]

알고도 당하는 케이블 영화의 묘한 매력



처음 몇 개의 케이블 채널로 시작한 지상파 외 케이블 채널의 영화 채널들은 이제 대표적인 CGV, OCN 등 말고도 슈퍼액션, 스크린, 선댄스 등 요금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정말 많은 수여서 맘만 먹으면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주말의 명화, 토요 명화 시절과는 다르게 언제든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영화를 대부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블 채널의 영화가 갖는 장점은 이전보다 덜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나는 소장하고픈 영화들은 대부분 블루레이나 DVD를 꼭 구입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보고 싶을 때 꺼내 보는 일이 어느 정도는 가능한 편이다. 여기에다가 최근 자주 애용하는 IPTV 같은 VOD 서비스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무료라는 것 외에 케이블 채널의 영화는 별다른 장점을 갖기 힘들다고 봐야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에 비해 장점이 떨어짐에도 케이블 영화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쉽게 끊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수십번 씩 본 영화들이고, 특히 케이블로만 수십번 씩 본 영화임에도 그 영화가 시작되면 어쩔 수 없이 또 보게 되고, 심지어 블루레이를 소장하고 있어서 보다가 나중에 다시 더 나은 화질과 사운드로 관람할 수 있음에도 굳이 그 시간에 맞춰보느라 약속 시간에 늦었던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건 정말 논리적으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 점인데, 왜냐하면 모든 상황에 대체 가능한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케이블에서 방영한다는 건 거의 90% 이상 VOD 서비스를 하는 경우고,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는 건 그 영화를 이미 다른 매체로 소장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까지 더하면, 꼭 그 시간에 그 영화를 TV 앞에 앉아 봐야 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예전 주말의 명화, 토요 명화 아니 여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케이블TV 가 대중화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극장에서 못 본 영화이거나 극장 이후 처음 그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공중파에서 추석, 설 연휴 특선 영화 등으로 방영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경우였고, 그렇기 때문에 이 날을 꼭 기억해 두거나 녹화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희귀한 영화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보고 싶을 때 대부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블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건 매번 느끼지만 아이러니다.


더 재미있는 건 그렇게 보게 되는 케이블 영화들이 대부분 같은 작품이라는 점. 그러니까 매번 새로운 영화가 그 자리를 차지 하는 것보다는 매번 같은 영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일이 더 잦다는 것이다. 손으로 꼽아보지는 않았지만 케이블TV의 단골 손님인 제이슨 본 시리즈의 경우 거의 모든 동선을 외울 정도로 많이 보았는데, 그래도 또 이런 저런 이유 등으로 다시 방영하게 되면 꼼짝없이 그 앞에 발이 묶여 버리는 경우가 많다. 예전 부모님과 같이 살 땐 부모님이 '분명 본 영화인데 어떻게 되는지 기억이 안난다'라고 해서 끝까지 보는 경우도 많았었는데, 그렇지 않은 지금은 어떻게 되는 지도 다 알지만 그래도 계속 보게 된다.


이 알고도 당하는 케이블 영화의 유일한 탈출구는 1부와 2부의 텀이다. '1분 뒤에 계속'은 자리를 뜨지도 않거나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것으로 긴장하게 하지만, 거의 10분 이상 공백이 생기는 1부와 2부 사이의 시간은 다시 재정신을 차리고 '왜 수십번 본 영화를 이 시간에 묶여서 또 보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들게 해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처음엔 1부가 끝나고도 곧 2부를 할 것처럼 페이크를 쓰는 채널의 꼼수에 넘어가 꼼짝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잡혀 있었지만, 곧 할 것 같아도 그건 2부를 곧 한다는 예고를 다시 한 번 보여준 뒤 다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쉽게 포기하는 포인트가 되었다.


그래도 케이블 영화의 묘한 매력, 아니 영화의 매력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왜 본 영화를 몇 번 씩 또 보고, 사로 잡혀 버리는 것일까.




[아쉬타카의 레드필]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했듯이, 영화 속 이야기에 비춰진 진짜 현실을 직시해보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아메리칸 울트라 (American Ultra, 2015)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스파이 영화



흔히 말하는 킬링 타임용 영화로 가장 사랑 받는 장르는 이른바 요원물 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파이 영화일 것이다. CIA, IMF, MI6 등 국가의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특수한 능력의 요원들이 펼치는 불가능한 미션들은 2시간 남짓 한 짧은 시간 내에 기승전결을 펼쳐내기 가장 좋은 재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니마 누리자데가 연출한 '아메리칸 울트라 (American Ultra, 2015)' 역시 일종의 요원물이다. 기본 설정이 가장 유사한 작품을 꼽으라면 맷 데이먼 주연의 제이슨 본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을 텐데, 어떤 연유로 인해 자신이 비밀 작전을 통한 요원이라는 점을 모르고 있는 주인공 마이크 (제시 아이젠버그)가 그 사실을 어떤 사건을 통해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 시리즈와 다른 점이라면 '아메리칸 울트라'는 훨씬 더 가볍고, 개인적이며, 현실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사실 이미 스파이 코미디 액션 물로 홍보되었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즐겁게 러닝타임을 보낼 생각만으로 관람하게 되었는데, 조금은 의외로 가볍지 만은 않은 스파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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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신이 특수 훈련을 받은 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이전의 이야기가 '아메리칸 울트라'에서는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연인 관계인 마이크와 피비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로맨스는 영화의 특성상 큰 비중을 갖고 묘사되지는 않지만,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을 만큼 핵심은 계속 놓치지 않고 있다. 즉, 그냥 쿨하기만한 스파이 액션 영화인 줄로 알았던 '아메리칸 울트라'를 조금 특별하게 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두 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는 뻔한 듯 하지만 의외의 감동도 불러 일으키며 아주 명확한 기승전결을 그려낸다.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의 로맨스는 어느 정도 전형화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데, 마이크와 피비의 로맨스는 조금은 더 일반적 로맨스 영화에 등장할 법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어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의외의 감동 포인트마저 불러 일으킨다.


그냥 쿨하기만한 스파이 액션 영화가 아닌 조금 특별한 두 번째 이유는, 이 '요원'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가볍게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쿨함이 강조된 액션 코미디 장르에서는 쉽게 정형화되고 단순화 되는 경향이 많은데, '아메리칸 울트라'는 그런 가운데서도 아주 심각한 스파이 영화에서 주로 나올 법한 갈등 요소를 녹여내는 데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거대한 국가를 통해 벌어진 인간에 대한 실험과 그 실험을 통해 인간성을 잃게 된 요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이러한 영화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조금은 '어라?'하고 놀라게 되는 부분이었다. 즉, 이런 장르 영화의 경우 주인공의 특수 능력을 화려하게 그리는 것에 주목하지만, 이 영화는 화려함이 최우선이라기 보다는 고통스러움도 동반하고자 하는 것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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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찌 되었든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를 꼽을 수 있겠다. 두 배우 모두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더 나아가 특히 제시 아이젠버그의 경우 그가 출연했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연기한 '마이크' 역시 마이크 라기 보다는 제시 아이젠버그를 만나볼 수 있어 더 만족스러운 경우였다. 배우들 가운데는 작품마다 전혀 다른 인물로 태어나는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는 이들도 있지만, 정반대로 무슨 영화에 출연하든 배우가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제시 아이젠버그도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운 배우인 듯 하다. 이러한 경우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텐데 (비슷한 배우로는 키아누 리브스가 있다) 글쎄 아직까지 제시 아이젠버그는 그의 특별한 연기 톤과 발성, 목소리 등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계속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는 것에 거부 반응은 없는 편이다. 이 작품 역시 그래서 좋았고, 그래서 더 뻔하지 않은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와 아주 딱 맞는 캐릭터처럼 느껴졌는데 제시 아이젠버그와의 호흡도 좋아서 정말로 오래된 커플을 보는 듯 했다. 참고로 '아메리칸 울트라'는 속편의 가능성도 대놓고 드러내고 있는데, 속편은 확실히 전작에 비해 더 뻔한 영화가 될 확률이 높지만 이 두 배우의 호흡이라면 한 번쯤은 더 기대해 볼 만 하겠다.



1. 아무래도 한국사람으로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쩔 수 없이 너구리 일 것 같네요 ㅋ 미국에서는 그래도 슾이라고 수저로 떠먹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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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2015] 퀸 오브 사일런스 (The Queen of Silence, 2014)

영화가 응원하고자픈 소녀의 꿈



데니사는 폴란드의 집시 캠프에 불법 거주하고 있는 열 살 소녀로 귀가 들리지 않는다. 춤과 리듬으로 가득한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며, 데니사는 쓰레기더미에서 주운 발리우드영화에서 본 화려한 여인들의 흉내를 낸다. 춤추는 동안만큼은 잔인한 현실을 떠나 여왕이 될 수 있었던 소녀는 마침내 말로 할 수 없었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공포와 같은 감정들을 표현해낸다.


아그니에슈카 즈비에프카 감독의 '퀸 오브 사일런스 (The Queen of Silence, 2014)'는 귀가 들리지 않는 집시 소녀 데니사의 이야기를 통해 은근히 한 소녀의 꿈과 집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들리지 않는 소녀의 장애에 관한 묘사는 비교적 가혹하지 않다. 관객에게 일부러 들리지 않는 고통에 공감하도록 주입하지 않고, 데니사를 둘러 싼 동네 아이들의 짓궃은 놀림과 장난들도 데니사를 피해자로서 묘사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감독의 의도 못지 않게 데니사 자체가 워낙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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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사일런스'가 조금 특별했던 건 이 영화의 연출 방식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100% 실제의 것 만을 다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른 편집이 가해지기 때문) 일반적인 다큐 영화가 관찰자로서 존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카메라가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개입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데니사는 발리우드 영화를 보며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발리우드 영화처럼 중간 중간 연출된 댄스 장면을 삽입하였다. 즉, 데니사가 맨 앞에서고 몇몇 실제 아이들과 동원된 엑스트라 연기자들이 함께 하는 댄스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으로 조금 이질적이고 불편할 수 있는 방식인데, 그러게 느껴지기 보단 오히려 '그렇게 해서라도' 데니사의 꿈을 조금 이라도 이뤄주고픈 영화의 마음이 느껴져 조금은 행복해지고 또 조금은 애잔해졌다.


만약 실제 데니사의 이야기가 조금 더 희망적이거나 더 행복해 지는 일을 영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더라면 이 연출된 댄스 장면이 더 이질감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함께 지내던 가족들과도 떨어져 더 먼 다른 나라에서 홀로 지내게 되고, 듣는 것 역시 그다지 진전이 없게 된 현실에 비춰 보았을 때 감독은 더 적극적으로 영화를 통해서 데니사를 응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퀸 오브 사일런스'는 일반적인 다큐와는 다르게, 실제 주인공들과 함께 만든 영화에 가깝다. 그냥 의미상 함께 만든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데니사와 아이들이 이 작업을 이해하고 연기하며 함께 만든 영화.


아마 이 작품을 본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러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어떤 감정이 들기 이전에 데니사의 환하게 웃는 미소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 미소가 남긴 의미가 깊은 여운으로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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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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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타카의 레드필]

베테랑의 진짜 이야기는 배기사와 최상무에게 있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연일 화제다. 류승완 감독의 첫 여름 시즌 작품이자 한층 성숙한 오락 영화였던 '베테랑'은 이미 수 많은 매체에서 평가하고 언급했던 것처럼 일종의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대한 대리 만족으로서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많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베테랑'에 대한 리뷰는 마쳤으나 (베테랑 _ 울분에 가득찬 현실 세계의 활극) 조금 더 하고 싶은,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또 한 번 글을 쓰게 되었다. '베테랑'이 화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의 주된 갈등 관계에 있는 두 주인공인 서도철 (황정민)과 조태오 (유아인)의 캐릭터와 관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는데, 내가 또 한 번의 글을 통해 꼭 한 번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정웅인이 연기한 배기사와 유해진이 연기한 최상무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다. 이 두 명의 캐릭터는 그 간 다른 영화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캐릭터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거나, 하기 힘들었던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의 메시지를 전면에서 소리 내어 외치고 있는 캐릭터가 서도철과 조태오라면, 배기사와 최상무의 캐릭터는 더 현실적이거나 더 판타지적인 면모로 진정한 이 작품의 메시지를 담아 내고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조태오라는 캐릭터가 워낙 괴물 같은 인물이라 여러가지 뜯어보고 연구하는 맛이 있기는 하지만, 더 다각적으로 흥미롭고 뜯어볼 필요가 있는 캐릭터는 바로 최상무다. 최상무는 조태오로 대표되는 재벌가, 즉 권력자들 가운데서도 조금 미묘한 위치에 놓이는데, 어쩌면 배기사와 정반대에 놓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흔히 최상무에 대해 얘기할 때 권력욕 혹은 야망 이라는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조금은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상무는 권력욕은 있으나 현재 사실상의 권력은 없고, 어찌보면 그가 진짜 부나 권력을 쥐게 될 시기는 결국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스스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망나니처럼 행동하는 조태오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그는 조태오의 범위를 벗어났을 때에도 그를 나무라거나 못 마땅해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난 이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가 최상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스스로도 언제부터 잘못되었고, 무엇이 잘 못 되어가고 있는지 이제는 더 이상 분간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버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마 보통의 2인자 혹은 나쁜 주인을 모시는 이들의 성향을 보았을 때, 막나가는 주인의 행동이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어'라는 식으로 뒤치닥거리는 해내거나 혹은 자신 만의 야망을 위해 그 시간들을 견뎌낸 뒤 기회가 왔을 때 상황을 전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상무의 경우는 이 둘 다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의 충성은 100% 진심에서 우러난 것인가 하면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최상무도 처음엔 '태오야'하며 적어도 업무 시간이 아닐 땐 편한 관계 였을지 모르고 조태오가 너무 심한 행동들을 저지를 땐 어른답게 충고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최상무는 조태오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점점 괴물이 되어 갔고, 나중엔 (영화 속 시점) 조태오가 괜찮다고 해도 이젠 그래도 아니야 라고 말할 정도로 자기 생각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여기에 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조태오의 잘못을 최상무가 뒤집어 쓰도록 권유 받게 되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을 볼 때 '아, 이쯤에서 최상무가 큰 결심을 하겠구나' 싶었었다. 왜냐하면 영화 초반부터 보여주었던 최상무의 모습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종일관 불안하고 무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하지만 그 강도는 더 강해져만 가는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강도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견디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하지 않을까 했었던 것인데, 최상무는 그러지 못했다. 이 과정 속에서 잠시 고민을 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 서도철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최상무의 모습은 자기 최면에 빠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뭐랄까, 잡혀와서 억울하게 노예가 된 경우가 아니라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자청하다 보니 나중엔 나기 자신조차 본래 자신이 노예였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 현실에 사로잡혀 버린 것처럼 보였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최상무와 배기사는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정확히 반대에 놓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둘 모두 자의든 타의든 이 정의롭지 못한 현실 속에 놓여버린 상황에서, 한 명은 목숨을 위협하는 더 큰 시련이 왔을 때 조차 용기를 잃지 않았지만 다른 한 명은 오히려 탈출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스스로 그 상황에 갖혀 버리기를 선택하였으니 말이다. 영화 속 최상무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배기사의 캐릭터보다 더 씁쓸함이 느껴졌다. 누구나 그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부나 명예 혹은 권력을 갖게 되었을 때, 그로 인해 가치관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결정의 유혹을 받고, 더 나아가 작은 크기일 수록 그 유혹을 스스로 정당화 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최상무는 그렇게 단 한 번의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자, 이제 정웅인이 연기한 배기사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전 글에도 썼지만 나는 왜인지 배기사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불안불안하게 느껴졌다. 이것이 의도 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다른 많은 영화들에서 얻은 경험으로 인한 선입견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배기사가 등장하는 모든 씬은 운전을 하거나 어두운 밤에 홀로 있거나 등 마치 곧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직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교통 사고는 나지 않고, 밤 장면에서도 폭력이 있기는 했지만 불안하게 했던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만약 이것이 의도된 연출이라면 하루하루 살얼음 판을 걷는 듯 불안 불안한 인물의 심리를 캐릭터의 대사나 상황이 아니라 간접적인 연출로서 그려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여기서 무슨 일이 차라리 일어 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기사가 등장하는 모든 씬은 마치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떨리는 순간이었다.


어떤 권력이나 물리적 힘으로 인해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들은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배기사의 경우는 그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주었는데, 아마 보통 같았으면 일을 하고 제대로 된 돈을 받지 못하고 영화 속 장면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 대부분의 기사들이 결국 전소장 (정만식)에게 이야기해 보았자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몇 번 따지고 항의하는 것에서 그 불만을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이 항의하는 과정을 보아도 배기사는 강렬하게 항의하는 쪽이기는 커녕 오히려 뒷 쪽에서 그냥 지켜보는 성격이었다는 점도 그가 여기까지는 그다지 큰 차이점이 없는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 배기사는 홀로 늦게 까지 남아 전소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렸고, 전소장에게 작지만 용감하게 끝까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소장이 폭력을 행사할 때도 배기사는 전혀 맞대응하지 않으며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에만 신경쓴다.


그리고 그 다음 조태오의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것 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이라 하겠으나, 그 이후 조태오의 사무실로 불려가 아들이 보는 앞에서 전소장과 결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는 분명 달랐다. 이미 이 상황은 여러가지 상식이 무너진 상황으로 그가 여기서 전소장과 힘껏 결투를 벌이더라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 하겠는데, 배기사는 이 미친 상황에 끝까지 빨려들어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준다. 전소장도 이 상황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안다. 그 방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권력의 기에 눌리지 않은 이는 오로지 배기사 한 명 뿐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다음이 더 놀라웠다. 난 처음 배기사의 추락에 대한 반전 아닌 반전이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자신의 현실을 비관해 스스로 뛰어내린 것이 훨씬 설득력 있다고 여겼었다. 무엇이 더 현실적으로 설득력 있는 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같지만, 무엇이 더 의미 있는 가에 대한 답은 분명 영화 속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배기사는 그렇게 아들이 보는 앞에서 두드려 맞고 그 값으로 보상 이상의 돈을 받았지만 현실을 비관해 자살하려고 다시 건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조태오에게 다시 따지려고 건물을 찾는다. 난 배기사의 이 행동이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여러 상황 속에 나를 대입해 보았을 때 가장 하기 힘든 행동을 꼽으라면 바로 배기사의 이 행동일 것이다. 가깝게는 서도철, 멀게는 다른 액션 영웅들처럼 이런 악당들을 제대로 응징해 주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다시 올라간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굴욕적인 일을 당할 것이라는 것도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배기사는 다시 건물을 올라 조태오를 만났다.


이것은 '베테랑'의 여러 판타지 가운데 가장 큰 판타지에 가깝다. 현실에서 이런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베테랑'이 인상적인 건 이미 많이 논의 되었지만 판타지를 그리 되 허무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적이자 용기를 북돋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용기를 갖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가져야 하지 않겠냐고. 거기서 부터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 아니겠냐고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더 의미가 크다. 아마 이 역시 다른 영화였다면 말그대로 건물에서 떨어져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것으로 전개했을 텐데, '베테랑'은 배기사가 절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영화였기에 그가 살아있고, 앞으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암시를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그래서 이 마지막 장면은 너무 의도적일지언정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장면이라 하겠다.


자신이 처한 각자의 험한 현실 속에서도 배기사 처럼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래도 용기를 낼 수 있기를 응원하는 영화가 바로 '베테랑'이다.



[아쉬타카의 레드필]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했듯이, 영화 속 이야기에 비춰진 진짜 현실을 직시해보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판타스틱 4 (The Fantastic Four, 2015)

과연 속편은 계속 될 수 있을 것인가



마블의 영화들이 하나 둘 씩 성공하고 '어벤져스'로 대변되는 유니버스의 구조가 대중화 되면서,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거나 오래 전에 영화화 되었던 작품들이 다시 리부트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게 되었는데, '판타스틱 4' 역시 새로운 감독과 배우들로 리부트 되었다. '판타스틱 4'는 팀 스토리가 연출을 맡아 2005년과 2007년에 각각 '판타스틱 4'와 '실버서퍼의 위협'을 내놓았는데,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이 때만 해도 크리스 에반스는 그리 주목 받지 못했었다) 등이 주연을 맡아 속편까지 나오긴 했지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타스틱 4'의 리부트는 기대될 수 밖에는 없는 프로젝트였는데, 일단 연출을 맡은 이가 '크로니클'을 연출한 조쉬 트랭크라는 점이 첫 번째였고 최근 핫 한 케이트 마라, 마일즈 밀러, 마이클 B.조던, 제이미 벨 등이 새롭게 팀을 이룬다는 점이 두 번째 포인트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관람 전 시사회나 여러 평가들은 하나 같이 좋지 않은 평들 뿐이어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인가' 하는 아쉬움을 미리 갖게 했었다. 워낙 기대치를 낮춘 탓인지는 몰라도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로 최악인가 싶은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론이 바뀔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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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부트 답게 새롭게 정한 작품의 방향성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설령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지루해 할 확률이 높다해도)히어로 물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히어로가 되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조쉬 트랭크의 '판타스틱 4'는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여기에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4명의 젊은 남녀가 어떻게 판타스틱 4가 되었는 지를 주목한다. 홀로 영웅인 다른 영화들 과는 달리 4명이 팀으로 존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히스토리는 길지 않지만, 네 명이서 (혹은 세 명)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이들이 평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었고, 어떤 갈등이나 관계에 있었는 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하려 한다. 이 부분은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히어로 물이라면 반드시 선행해야 할 이야기인 동시에, 처음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둔 작품이라면 화려한 액션 연출 보다도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 '크로니클'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질 정도로 나쁘지 않은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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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건 이들이 사고로 인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이후, 그 능력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과 주변의 시선에 대한 묘사였다. 역시 히어로 물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 요소이자 테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특수 능력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저주에 가까운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부분일텐데, '판타스틱 4'는 상대적으로 이 능력을 치료해야 하는 것의 측면으로 바라보면서 조금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과정을 그려낼 수 있었다.


아주 짜임새 있거나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방향성 측면에서는 옳았고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던 이 전반부의 내용은 아쉽지만 단 한 순간에 허무하게 깨져버리고 만다. 앞서 이야기한 부분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감을 느낄 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영화는 너무 갑자기 마치 극 중 차원 이동처럼 엄청난 거리를 점프하여 '자, 이제 우리는 판타스틱 4야!'라고 선언해 버렸고, 여기에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끌고 올 때까지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던 캐릭터들이 너무 한 순간에 약속이나 한 듯이 하나가 되기로 한 점은, 납득이 안된다기 보다도 중간에 장면이 삭제되었나? 싶을 정도였다. 혹여 대중적으로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리부트 답게 캐릭터들의 생성 과정에 대한 성격과 납득할 만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생각보다 별로 볼거리가 없었던 작품에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잘 나가다가 스스로 한 번에 포기해 버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치 영화가 중간에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 수 밖에는 없었다. 실제로 '어? 여기서 끝이야?'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선택한 클라이맥스는 중간 정도의 임팩트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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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트랭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처음 이 리부트가 결정되면서부터 한 편이 아닌 시리즈의 연속성을 스튜디오는 고려했을 텐데, 그것이 감독에겐 이도저도 아닌 독이 된 듯 했다. 캐릭터의 탄생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이뤄내지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마블 히어로 영화 같은 화려한 볼거리도 사실 보여주지 못한 채 너무 영화 스스로 '우린 1편 입니다. 자, 이제 속편을 기대하세요'라고 처음부터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강했던 것 같다.

과연 속편은 계속 될 수 있을까?



1. 케이트 마라도 그렇고, 마일즈 텔러도 그렇고 배우들이 좋아서 기대를 했었는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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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공단 (Factory Complex, 2014)

자본주의의 유령을 쫓다



위로'공단'이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 (Factory Complex, 2014)'은 '그 많던 구로공단의 여공들은 다 어디 갔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영화는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실제 당사자인 여공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대우와 그들이 목숨 걸고 투쟁하게 된 이유에 대해 들려줄 때까지만 해도 보통의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들과 그렇듯이, 이 사건을 통해 피해를 받거나 고통 받은 이들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를 통해 더 넓은 범위의 기업과 근로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은 단지 몇 몇 노동과 관련 된 사건에 포인트를 둔 작품이 아니었다. '위로공단'이 꺼내 든 노동에 관한 이야기는 동일방직 사건에 대한 이야기 이후 YH무역 농성사건, 구로동맹파업에 이어 비교적 최근 문제였던 기륭전자 사태까지 다루는 것은 물론, 2014년 캄보디아에서 벌어졌던 노동자들의 유혈사태까지 이야기를 확장 한 뒤, 비교적 매우 밀접한 노동 문제였던 대형마트, 스튜어디스,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에 관한 이야기까지 포괄하는 광범위의 노동 아니, 자본주의의 근간에 대해 묻는 문제적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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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위로공단'의 구조는 여러 가지 노동과 관련된 사건들과 그 당사자들의 인터뷰들을 늘어놓는 방식이다. 늘어 놓았다는 건, 이 다른 사건들 간의 연결 고리를 영화가 굳이 직접적으로 맺으려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임흥순 감독은 이 영화적 연결 고리를 만들지 않는 대신, 별도의 연기자가 연기한 인서트 컷들을 추가시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임흥순 감독은 영화 감독인 동시에 미술가이기에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미술가적 연출이 돋보인 구성이었는데, 만약 이 연결 고리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한 편의 영화라기 보다는 노동에 관한 다큐멘터리 혹은 자료에 그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가감없는 인터뷰를 담아내면서 (여기서 가감이 없다는 건 감독이 일부러 끔찍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내용만 담거나 혹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등 일방적인 경향의 인터뷰로 영화의 성격을 규정 짓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전반적으로는 다른 가공의 컷들을 통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 고발 다큐가 진실을 알리고 행동하기를 권하는 것과는 달리, 쉽게 답할 수 없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한 번쯤은 꼭 고민해 보도록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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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공단'이 던진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던 건 결코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의 가치는 언제부터 이토록 타락했나?' '노동의 신성함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한 행위 이상을 노동에서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목적 외에 노동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등 단순히 권력을 쥔 회사가 그렇지 못한 노동자를 탄압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계가 분명할 수 밖에는 없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질문에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최근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한 뒤 오랜 시간 다닌 소중한 직장을 관두는 개인적 일이 있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노동의 순수한 가치를 믿고자 하는 입장에서, 결국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서의 노동 외에는 가치를 찾는 것에 실패 했기 때문에, 견디고 견디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이 같은 선택을 한 최근이었다. 현실적인 질문으로 돌아갔을 때 단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으로 회사를 다니고 노동을 하는 것이 결코 잘못되었거나 불순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사실상의 유일한 목적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사회라면,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한 여러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건들은 또 다시 반복될 수 밖에는 없다는 것도 스스로가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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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영화 내내 떠도는 유령 같은 두 소녀의 이미지는 희망스럽기 보다는 공포스럽게 또 애처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쩌면 유령처럼 떠돌 수 밖에는 없는 삶 속에 놓여 버린 것은 아닐까. 일한다는 것에서 돈을 번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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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칼의 기억 (Memories of the Sword, 2014)

내면의 소용돌이는 표현 못한 반쪽의 무협영화



처음 전도연과 김고은이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는 스틸컷을 보았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협녀'라는 제목 때문이라도 박흥식 감독의 신작 '협녀, 칼의 기억'은 무협 영화의 팬으로서 몹시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무협 영화를 찾아보기란 흔치 않은 현실에서 '협녀'라는 제목으로 개봉하는 작품이라면, '협녀'라는 제목의 무게를 스스로 견딜 준비가 될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연기력으로보나 1차원적인 이미지로보나 이병헌과 전도연의 캐스팅은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쉽게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는 점도 기대에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개봉일 챙겨보게 된 '협녀, 칼의 기억'은 우려했던 대로 무협의 정수를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한 채 드라마와 이미지에 기댄 반쪽의 무협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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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영화가 꼭 이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정통 무협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이 작품은 많은 한국 혹은 한국형 영화가 그러하듯이 드라마의 비중이 몹시 강한데, 무협이라는 장르와 세계관을 묘사하려는 영화하면 드라마를 중심에 두더라도 이 경우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영리하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지금까지 인상 깊게 보았던 무협 영화들을 돌이켜 보자면 그 안에도 물론 드라마가 모두 존재했으나, 그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확실히 다른 장르 영화의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인물들 간의 갈등이나 그 갈등이 깊어지고 해소되는 과정을 그리 되,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는 아주 함축적이고 담백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영화적 감동과 멋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협녀, 칼의 기억'은 이미지 측면의 무협 요소를 모두 제외하면 과연 이 영화를 무협 영화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 핵심의 요소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극 중 인물들의 행동들은 무협 영화의 인물들이라고 보기엔 조금은 사사롭고, 사사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때에도 그 감정을 스스로 격하 시키는 듯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복수와 복수. 야망과 사랑이라는 감정들의 구도는 나쁘지 않았는데, 무언가 그 이음새가 그 감정의 무게를 견디기엔 너무 가벼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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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자체는 모두 인상적이었다. 특히 유백 역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는 마치 장예모의 '영웅'에 등장하는 한 인물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무협 영화의 캐릭터로서 강렬한 인상을 전달했다 ('영웅'에 대한 영화적 평가와는 별개로 그 만큼의 무게감을 줄 정도였다는 것). 사실상 악당이 등장하지 않고 세 인물 (유백, 월소, 홍이)이 서로 얽히는 구조에서, 악당이 등장하는 영화와 큰 차이 없이 끝까지 긴장감을 줄 수 있었던 건 이병헌의 연기가 만들어 낸 유백이라는 인물의 무게감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캐릭터를 로맨스 드라마 중심의 이야기에 놓는 것 보다는 강력한 악당 성격의 캐릭터와 대립하는 구조의 드라마에 두었다면 더 강렬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또한 전도연이 연기한 월소라는 캐릭터 역시 이 독특한 삼자 구도에서 빛을 발하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둘 중 한 명과 1:1 구도를 가졌을 때 더 돋보일 만한 캐릭터라는 점도 비슷한 아쉬움이었다. 전도연의 연기는 이번에도 나쁘지 않았으나 이병헌과는 다르게 월소라는 캐릭터의 한계가 분명해 연기로 살려내기엔 어려워 보였다. 김고은이 연기한 홍이의 경우, 그녀의 연기를 제대로 본 건 처음이라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서의 임팩트는 나쁘지 않았는데, 역시 몇몇 대사에 있어서 시대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은 장점이라기 보다는 단점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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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을지라도 또 한 번 슬픈 감정을 전하기엔 충분한 이야기였으나, 이 복합적인 3자 구조와 드라마가 강조된 연출 방식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던 것 같다. 사실 박흥식 감독의 전작들의 면면을 보자면 어느 정도 예상된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래도) 무협 영화라는 점에서 매혹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은 존재했다. 만약 이 기구한 인생에 놓인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소용돌이를 표현하는 것에 성공했더라면 더 좋은, 더 매력적인 무협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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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런데 제목이 '칼의 기억' 보다는 '검의 기억'으로 해야 맞는 것 아닌가 싶은...

2.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선택되지 않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배우 이전의 사람 이병헌 때문일 수 있겠는데,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고 잘한 배우는 이병헌이라는 사실.

3. 이경영씨가 또! 나옵니다. 저번에 누가 그랬죠. '어벤져스 2' 보는데 이경영이 여기도 나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ㅋ

4. 김고은의 전작은 아직 보질 못했는데, 예고편이나 스틸컷 들만 봐도 어느 정도 이미지의 중복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음 작품 선택이 중요할듯 (치즈 인더 트랩에서의 연기가 그래서 더 중요하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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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임파서블 : 블루레이 리뷰 (The Impossible : blu-ray review)

남겨진 이름들을 위한 진짜 재난영화

 


2004 년.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12월 26일. 사상자만 무려 30만명 이상을 기록했던 동남아 쓰나미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충격과 고통으로 남아있는 안타까운 재난이었다. 바로 이 실화를 바탕으로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이다.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라고 하면 엄청난 볼거리와 스케일이 동반 된 '재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기 쉬운데, 스페인 출신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극적인 요소와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가 아닌 거대한 재난의 한 가운데 놓여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담아낸 진짜 재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더 임파서블'은 선입견과 싸워 이겨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재난영화 = 재난 블록버스터를 연상하기 쉽고, 실제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거대한 재난 그 가운데 한 가족이 있었다'라는 홍보 문구로 인해 이미 익숙한 흔한 영화를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홍보 문구는 잘못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같은 문구를 사용했던 다른 작품들로 인한 선입견이 문제다). '더 임파서블'은 그 동안 오락적인 요소로만 활용되던 재난, 자연 재해 등의 소재가 본래 담고 있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현실을 담아내는 데에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그것은 아마 실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 엄청난 재난을 겪었던 이들을 앞에 두고 어찌 볼거리 중심의 오락 영화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진 감정은 감동 이전에 고통이었다. 공포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몇 번이나 그 참혹함에 눈을 감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영화는 이 재난이 실제 하는 것이었고, 그 재난을 겪은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고통의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보통의 오락 영화가 재난을 다룰 때, 그 엄청난 파도나 쓰나미가 몰려오는 순간의 스케일과 공포를 주목하는 방식이라면, '더 임파서블'은 그 쓰나미가 실제 인물들에게 고통을 주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을 할애한다. 쓰나미에 휩쓸리기 전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는 시각적 공포가 아니라, 그 파도에 휩쓸려 이리 저리 부유물들과 함께 떠다니는 가운데 각종 부유물과 구조물들에 부딪혀 찔리고 둔탁하게 부딪히고 상처 입는 묘사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경험적 공포를 제공한다. 아마도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관객들이 이 재난의 공포를 '와...'하며 느끼기 보다는 '으...'하고 떨며 몸으로 체감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을런지 모른다. 적어도 이 1차 목표는 성공적이다. '더 임파서블'은 근래 본 재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재난의 공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연출이었다. 3D나 4D의 기술적 지원 없이도 말이다.






가족이 중심이 된 이야기라는 점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 속 부부와 세 명의 어린 아들들이 재난을 겪게 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 찾고, 성장하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 속 가족의 이야기에 감동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엄청난 재난을 함께 겪고 나면 (함께 겪도록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누구나 극 중 가족이 아니라 내 가족의 소중함을 적어도 한 번쯤은 간절하게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용이한 조건을 갖고 있는 재난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라는 점에서, '더 임파서블'이 더 의미 있는 재난 영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더 임파서블'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인 알바레즈 벨론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재난에 관한 실화가 있는 그대로 영화화 되기 어려운 것은 당사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를 비롯해 당시의 기억이 재현되고 반복되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인데, '더 임파서블'은 감독이 알바레즈 벨론 가족을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야 가능했다고 한다. 아마도 벨론 가족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화 하는 것에 동의했던 이유는 첫 째는 이 재난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고, 둘 째는 자신들이 재난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신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바로 그 신뢰는 영화 내내 짙게 깔려 있는 미안함. 재난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게 된 수 많은 이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 었을까.






재난을 배경으로 한 가족 혹은 인물이 중심이 될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경우에도 그 주인공의 이야기에만 집중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겪은 고통 만으로도 충분히 누군가를 신경 쓰거나 홀로 생존하기에도 벅찬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임파서블'은 재난을 겪게 되는 순간부터, 자기 가족을 다 찾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 조차 성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주변에 함께 재난을 겪게 된 이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시선이 짙게 깔려있다. 어쩌면, 아니 반드시 짐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어린 아이를 그럼에도 꼭 함께 돌보는 것이나, 아직 자기 가족도 다 찾지 못한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또 누군 가의 가족을 찾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이 재난도 결코 빼앗아 갈 수 없었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더 임파서블'은 끔찍한 재난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 가족들과는 다르게 구하지 못한 수 많은 이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더 깊은 감동과 가족, 재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오픈 케이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2.35:1 화면 비 MPEG4 AVC 코덱의 블루레이 화질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구현으로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뒤의 장면에서는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부유물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노출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복잡한 부유물들의 디테일도 나쁘지 않고 색 온도 역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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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크게 단점이 발견되지 않은 우수한 퀄리티로 수록되었다. 앞서 영화 소개 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의 특성상 재난 영화이지만 재난 블록버스터는 아니기에 후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의 사운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퀄리티 측면으로 보면 아쉬울 것 없는 음질이다. 과장되기 보다는 좀 더 사실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음성해설 트랙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를 비롯해 작가와 제작자의 참여는 물론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실화의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음성 해설하면 감독이나 배우들이 참여한 버전을 기대하곤 하는데, 작품의 특성상 실제 주인공이 참여하고 있는 음성해설은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부가 영상은 전체적으로 영상의 길이가 길지 않고 내용도 단촐 한 편인데, 북미 버전 역시 동일한 부가 영상을 수록하고 있기도 하다. 메이킹 영상은 약 6분 분량으로 짧게 나마 촬영장에서의 모습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 실제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비교적 저 예산 스페인 영화인 이 작품이 거대한 쓰나미를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 어떠한 뒷 이야기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캐스팅에서는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아역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데, 새삼스럽지만 나오미 왓츠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었으며, 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을 최대한 단역 및 엑스트라로 출연시키고자 했던 점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삭제 장면과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 평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한 진정성과 감동을 담은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재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와 교훈,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온몸으로 재난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가운데 실제 주인공이 재난을 겪고 난 뒤 다른 이들에게 (아마도) 전하고 싶었을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자녀가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바로 자신의 자녀들과 동반자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으로, 부족함 없이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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