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 Rise of an Empire (Blu-ray)
이번엔 이퀄(equal)이다!



단순한 영화가 속 캐릭터 혹은 의상이 아니라 '복근'을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만들기도 했던 잭 스나이더의 '300'은 그야말로 화제작이었다. 사실상 팬티만 두른 건장한 스파르타 전사들의 복근과 카리스마는 영화 전체를 압도했고, 잭 스나이더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과감한 슬로우 모션이 더해진 액션 시퀀스는 '300'이라는 영화를 영화적으로는 물론 수 많은 패러디 등 영화 외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다. 어쩌면 '300'의 속 편 제작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흐름이었는데, 사실 잭 스나이더는 처음부터 '300' 단 한 편으로 완전히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전 편을 본 이들은 알겠지만 잭 스나이더는 이야기를 완전히 끝내지 않았 던가. 그래서 속 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과연 이번에는 어떤 시대를 다룰 것인지. 즉, 프리퀄 형태가 될 것인지 시퀄 형태가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연출을 맡은 노암 머로 감독이 선택한 방식은 프리퀄도 시퀄도 아닌 바로 이퀄(Equal) 이었다.






'300 : 제국의 부활'은 전작의 중심 전투였던 테르모필레 전투 후 벌어진 페르시아와 그리스 해군 간의 살라미스 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는데, 첫 째는 육박전에 가까운 디테일 액션과 협소한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전투가 주를 이루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전이 중심이 된 다는 점이고 둘 째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가 전작과 거의 겹쳐진다는 점이다.





일단 해전을 배경으로 한 점은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볼 수 있겠다. 전작 '300'의 매력은 그 카리스마와 복근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액션의 강렬함과 디테일(과할 정도의 슬로우 모션이 더해진)이었는데, '제국의 부활'에서는 이러한 매력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해전 특유의 장점을 특별히 살려낸 것도 아니라서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들은 복근을 자랑하려 하지만 그 무대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확실히 이런 장면에선 전작의 연출을 맡았던 잭 스나이더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을 이퀄로 잡은 것은 신선하고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전작의 제라드 버틀러가 연기한 레오니다스 왕의 카리스마를 에바 그린이 연기한 아르테미시아가 담당하기에는 부족했고, 전작에 이어 등장한 크세르크세스 역시 전작과 같은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전작의 향수를 중간 중간 느낄 수 있는 시대 배경은 색다른 재미였다. 마치 외전 (外傳)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고, 소극적이긴 하지만 조금씩 겹쳐지는 캐릭터와 이야기는 다시금 전작 '300'을 보고 싶게 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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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화질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가운데서도 확실히 블루레이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수준급의 화질을 보여준다. 잭 스나이더가 연출했던 전 편에 비해 노이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한 스타일로 변모하였으며, 그레인 효과도 현저히 줄었고 오히려 디테일에도 많은 향상을 확인할 수 있다.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많음에도 화질의 우수함 탓에 지루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액션 씬에서도 특히 화질 측면에서 전 편에 비해 상당히 나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검은 이미지가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붉은 피 빛은 더 유난히 돋보인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 크세르크세스의 황금 빛 색감도 드디어 제대로 표현이 되고 있다. 전작 '300'이 복근이 돋보인 영화라면 이번 '제국의 부활'은 수염이 돋보이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특히 화질 측면에서 이 수염은 디테일 한 측면을 확인하는 척도로 활용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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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7.1의 사운드는 엄청난 스케일의 대 해상전 임팩트를 손실 없이 들려준다. 확실히 이 해전의 규모를 전달하는 것은 화질 측면보다는 (특히 극장이 아닐 경우) 사운드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대한 파도가 치는 와중에 배들이 부딪히고 그 위를 병사들이 뛰어다니며 전투를 벌이는 과정의 사운드는, 복잡하지만 상황 속에서도 액션의 몰입도를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는 매개체로 활용된다.





폭발음 같은 사운드는 없지만 비인지 파도의 부딪힘으로 인해 발생한 물벼락인지 모를 상황이 시종일관 발생하는 가운데, 중간 중간 슬로우 모션이 활용된 액션까지 더해진 해전 시퀀스는, 최고 수준의 사운드 쾌감을 선사한다. 전 편 등장했던 스파르타 특유의 기합은 없지만, 좀 더 날카로움이 더해진 사운드는 만족감을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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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과 함께 수록된 부가 영상들은 전반적으로 전 편과의 연관성에 대한 부분 그리고 실제 역사와의 비교 혹은 추가 설명에 대한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3 Days in Hell'에서는 앞서도 설명했던 것처럼 이 작품이 전작 '300'과 비교했을 때 이퀄의 성격을 갖는 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잭 스나이더는 인터뷰를 통해 속편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으나, 프랭크 밀러가 지금의 기획을 제안했고, 그렇다면 한 번 영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전 편과 속 편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리는 기차 같다고 할 수 있는데, 가끔 서로 교차하는 형태로 제작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보완을 해주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Brutal Artistry'에서는 영화 속 등장한 각종 소품과 배경 등의 디자인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영상과 그래픽 측면에서 파격적이었던 전 편과 차이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속 편의 가장 큰 숙제였는데, 전 편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배경을 바다로 선택하였다. 또한 당시의 그리스 함선의 디자인을 최대한 복원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거대함과 동시에 어둡고 단순한 금속의 느낌이 강조된 페르시아 건축물과 함선들도 그리스의 것과는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A New Breed of Hero'에서는 이번 '제국의 부활'의 주인공인 테미스토클레스에 대한 짧은 소개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전 작의 메인이자 강력한 주인공이었던 레오니다스를 잇는 주인공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 할지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으로 탄생한 테미스토클레스의 차별점을 소개하고 있다. 레오니다스는 강력한 리더쉽의 왕이었던 것에 반해 테미스토클레스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리더형으로, 역사적으로도 전략가이자 달변가로 그리스의 새로운 역사를 만든 인물이었다고 한다.





'Taking the Battle to Sea'에서는 이번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인 해상 전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는 크게 놀랄 것도 없지만, 최근 기술의 발달 탓(?)으로 해전이 중심이 된 영화임에도 실제 물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 작 '300'과 동일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실제처럼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과감하게 더 극적인 표현을 완성하는 데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제작 과정을 보면 거의 후반 작업이 대부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Real Leaders & Legends'에서는 역사학자, 저자 등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영화 속 이야기의 내용을 더 흥미롭게 소개해 준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보다는 그 역사에서 흘러 나온 전설을 각색한 작품이라는 것도. 또한 영화 속에서는 배경으로만 살짝 등장하는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정세에 대해서도 들려주며, 전설과 허구, 실제 역사와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역사가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어쩌면 영화 보다도 더 흥미로운 역사 속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Women Warriors'에서는 사실상 테미스토클레스 보다도 더 작품을 이끌고 있는 두 여성 캐릭터인 아르테미시아와 고르고여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만나볼 수 있으며, 해전이 주가 된 영화인 만큼 전쟁에 사용된 함선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Savage Warships'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300' 시리즈라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배우들의 몸 만들기 트레이닝 과정도 'Becoming A Warrior'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전작 '300'은 '스파르타!'라는 구호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화제작이었다. 속 편 '300 : 제국의 부활'은 전작과의 차별 점을 꾀하면서도, 이퀄이라는 형식으로 연결성과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자 했던 작품이다. 비록 전 작과 같은 화제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화질과 음질로 발매된 블루레이를 통해 한 번 더 '300'의 임팩트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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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덤 오브 헤븐’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스펙터클을 이어갈 작품이라는 기대와, 스펙터클의 장인으로 불리는 볼프강 페터슨의 ‘트로이’의 실패에 의한 반사적인 기대, 그리고 굳이 이런 외부적인 요소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다. 특히나 흥행과 작품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글래디에이터’에 이은 서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에 이러한 기대는 한층 더했다. 두말 하면 잔소리이지만, 이미 우리는 ‘글래디에이터’를 통해 리들리 스콧이 만들어낸 웅장한 스펙터클과 철저한 고증으로 만들어낸 영상을 통해 ‘역시, 헐리웃을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답다’라는 찬사를 주저없이 내뱉지 않았던가 말이다. 물론 이후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스펙터클에 있어서는 절대 ‘글래디에이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거대한 제작비와 그 이름에 걸맞게 스크린을 압도하는 스펙터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논란에 여지가 되었던 건 바로 내용, 바로 리들리 스콧의 선택에 있었다.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헐리웃에서, 또한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리들리 스콧에게서 이런 주조로 이야기하는 영화가 나올 줄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전작인 ‘블랙호크다운’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미국식 제국주의 사고방식을 유감없이 선보이지 않았던가(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래딧 바로 전에 소말리아 인들은 1000명이상 사망했다는 짤막한 자막 뒤에, 10명 넘게 사망한 미군들의 이름을 천천히 나열했던 마무리는, 극중 내내 조금은 불편했던 기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확실한 압권이었다). 하지만 ‘킹덤 오브 헤븐’에서의 그의 선택은 너무도 달랐다.



중립적 자세. 더 나아가 일부 장면 장면에서 어렵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로 십자군이 아닌 살라딘을 옹호하는 듯 한분위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살라딘’을 우상인 듯 바라보는 ‘실비아’의 모습이라던가, ‘기’라는 인물을 통해 십자군은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그려지는데 반해, ‘살라딘’은 적에게도 예를 갖추며 대범하면서도 리더 쉽 강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영화의 마지막 함락된 예루살렘 성지에서 떨어진 십자군의 상징물을 친히 거두어 책상위에 가지런히 올려두는 시퀀스에서 이러한 성향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중립적인 가치관은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절대 흥행할 수 없는 코드 였을 터. 특히나 헐리웃 블록버스터 하면 대규모의 아군과 적군이 정면으로 부딪혀 통쾌하게 승리를 거두거나, 마지막에는 극한까지 치닺는 대결 뒤에 승리를 거두는 시퀀스를 생각하기 마련이고 기대 했을 테지만, ‘킹덤 오브 헤븐’에는 이 같은 시퀀스 대신, ‘타협’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의 중반에 ‘살라딘’의 대군과 십자군의 대군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리들리 스콧은 어찌 보면 허무하게 타협을 선택한다. 왕인 볼드윈 4세와 살라딘은 각각 대군을 뒤로하고 대화로서 타협하고 의미 없는 전투를 피한다. 영화의 마지막에도 발리안과 살라딘은 협상을 통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발리안은 백성들을 모두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고, 살라딘은 예루살렘 성지를 다시 차지하게 된 것 말이다. 타협과 중립적 가치관이 이전 헐리웃 영화들에서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이 주목받는 블록버스터에서 과감하게 시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 내에는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결말과 논조를 불쾌해 하고 있고, ‘내 생각과 다르면 모두 적’이라는 잘못된 흑백논리를 주입식으로 강요했던 대다수의 헐리웃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도, 이러한 결말에 허무함을 느끼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같은 생각에 근거는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들을 뒤집게 되면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관적이거나 편파적, 이기적일지라도 이와 같은 리들리 스콧의 선택은 매우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 초에도 훌륭한 스펙의 DVD타이틀이 많이 출시되었지만, 엄청난 화질과 사운드를 선보였던 ‘아이, 로봇’이나 궁극의 화질을 선보였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이후에,  ‘레퍼런스’라는 수식어를 붙여줄만한 이렇다 할 확실한 타이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DTS트랙이 돋보이는 타이틀도 있었고, 화질이 매우 뚜렷한 타이틀, 서플먼트가 매우 충실한 타이틀 등은 있었지만, 이 모두가 만족할만한 진정한 ‘레퍼런스’급 타이틀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킹덤 오브 헤븐’은 감히 레퍼런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완벽한 화질과 사운드, 풍부한 서플먼트를 수록하고 있다. 20세기 폭스의 DVD타이틀은 다른 건 몰라도 화질과 사운드의 스펙에서는 타 회사를 압도하는 면모를 이미 여러 번 보여줬었고, 리들리 스콧의 전작 ‘글래디에이터’에서도 함께 했었던 유명한 DVD프로듀서 ‘찰스 드 로지리카’가 만든 DVD는 이번에도 의심할 여지없는 레퍼런스급 DVD를 완성해 냈다.



2.3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날카롭고 뚜렷함에 있어 최고 수준의 영상을 보여준다. 특히 SF영화였던 ‘아이, 로봇’의 경우와는 다르게 서사를 배경으로 로케이션이 많은 작품이고, 어두운 장면이나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이 주를 이뤘던(물론 나중에 디지털 보정 작업을 거친다)영상임을 감안하면 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대규모의 전투 씬 에서도 영상이 전체적으로 뭉개지지 않고 섬세한 부분까지 선명하게 표현되는 화질은 정말 놀랍다. 화질 표현에 있어 모래 먼지가 만연하고 수없이 많은 인물들이 난잡하게 뒤엉키는 영상은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닌데, 이러한 악조건 아닌 악조건에서도 레퍼러스급 화질을 소화하는 진정한 레퍼런스급 화질이 아닐 수 없다. 클로즈업 상황에서 화질의 우수함을 뽐내는 것은 어찌 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 같이 대규모의 전투 씬이 등장하는 영화 속에서 배경의 디테일로 화질의 우수함을 입증하는 타이틀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디지털 색 보정 작업을 통해 탁월하고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는 디테일을 선보인다.



화질과 마찬가지로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 급이다. 흔히들 사운드가 크고 웅장하기만 하면 좋다는 느낌을 쉽게 갖게 되지만, 사실 진정한 사운드의 질을 나타내는 것은 섬세한 디테일이다.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서사극의 웅장함은 더하고 숨어있는 디테일까지 모조리 표현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운드의 성능을 몸으로 체험하는 데에 있어 ‘제다이’의 광선 검 효과음과 ‘나즈굴’의 괴성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은 말발굽 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킹덤 오브 헤븐’은 영화가 영화인만큼 말발굽 소리가 자주 등장하는데, 말발굽 특유의 무게감과 동시에 대규모의 장면에서는 공간감마저 연출해내고 있다. 특히 대규모 공성전에서 사운드는 빛을 발하는데, 투척기로 쏘아 올리는 돌덩이가 날아갈 때, 화살이 발사되었을 때 서라운드 채널의 활용도라던가, 성문이 부숴 질 듯 두드릴 때, 부서지면서 거대한 벽돌이 우르르 쏟아져 내릴 때의 우퍼 스피커의 사용은, 절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에 능력에 새삼 놀라게 한다. 너무나 당연시 되어 종종 빼먹는 부분 중 하나지만, 센터스피커를 통한 대사 전달 역시 뚜렷하다. 단순 사운드의 강력함이나 채널 활용도의 우수함을 넘어서서 총체적인 사운드 구성에 매우 충실한 면면을 수록하고 있다.



DVD를 구매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서플먼트 일 것이다. 서플먼트를 통해서 영화와 관련된 몰랐던 지식들도 얻게 되고, 스크린 밖의 에피소드들도 전해들을 수 있으며 감독과 배우들의 활약상은 물론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스텝들의 뛰어난, 그야말로 대단한 능력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킹덤 오브 헤븐’의 서플먼트 역시 이 같은 점에 매우 충실하고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접근이 쉽도록 설계되었다. 그 첫 번째로는 메뉴의 한글화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20세기폭스를 비롯한 몇몇 제작사에서 진행해가고 한글 메뉴는 기존에 영어로만 되어 있어 정확히 자신이 보고 싶었던 내용들을 선택할 수 없었던 점을 완벽하게 보안하고 있다. 특히 ‘킹덤 오브 헤븐’의 서플먼트에서는 기존 다른 타이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터렉티브 프로덕션 그리드’라는 형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단순 메뉴의 한글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과 ‘감독’ ‘스텝’ ‘배우’로 세분화 하여 좀 더 편리한 구조를 구현해내고 있다. 총 1시간이 넘는 메이킹 영상은 1.85:1의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고 있어 더더욱 반갑다. 그 내용도 굉장히 알차고 구성상으로 우수하게 갖춰져 있어서 메이킹 영상 자체만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매번 서플먼트를 감상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준비 작업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능력과 노력이 수반되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다.



이 밖에 케이블 TV용으로 제작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영화와 실제 역사와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실존했던 인물들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영화 속 캐릭터와 실존 인물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영화 속 사실(fact)과 허구(Fiction)에 관한 이야기 등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성된 영화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부가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킹덤 오브 헤븐’의 독특한 틴 케이스 이다. 틴 케이스라 하면 이전에 출시되었던 ‘혹성탈출’이나 ‘8 마일’ 같은 경우를 떠올리게 되는데,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전에 선보였던 틴 케이스보다 훨씬 세련되고 소장가치 높은 모습을 선보인다. 기존 틴 케이스가 일반 케이스보다 크기가 크고 두꺼워서 렉에 보관하기가 어려웠던 것과는 달리, 슬림 하다는 느낌이 저절로 들도록 얇고 크기도 일반 케이스와 동일한 높이와 두께로 제작되었다. 디스크도 양면을 사용하여 보관하였던 것과는 달리 한쪽 면에 겹쳐서 보관하게 되는 형식도 이채롭다. 무엇보다도 ‘디럭스 에디션’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소장가치 높은 케이스로 손색이 없다.

‘킹덤 오브 헤븐 Deluxe Edition’은 오랜만에 만나보는 진정한 의미에 레퍼런스 타이틀이다. 홈시어터를 즐기는 재미는 바로 이러한 레퍼런스 타이틀을 감상할 때 비로소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05.10.14

글 / ashitaka





황금나침반 (The Golden Compass, 2007)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타지 장르는 판타지를 보는 접근방식으로 봐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름대로 신경쓴 장면들도 그저 코웃음 치고 넘길 정도일 것이며,
그 세계와 인물들을 설명하는 구성은 그저 졸음이 올 뿐 일 것이니 말이다.

이 영화 <황금나침반>은 기존에 우리가 즐겨왔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보다도
더 이런 자세에 입각해서 봐야 즐길 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원작이나 영화 홍보면에서도 앞서 비교했던 두 작품들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
<나니아 연대기>의 경우는 캐스팅 면에서 반지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였기 때문에,
판타지 물의 팬이 아니라면 100% 즐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더군다나 1편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연작 중 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빨리 결판나고 극적인 서스펜스를 최고조로 원하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 사실.

이런 전례에 비춰본다면 <황금나침반>은 <나니아 연대기>보다도 더 적은 관심속에 묻혀갈지도 모르겠다.
일단 니콜 키드만, 다니엘 크레이그, 에바 그린 등 스타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긴 하였지만,
특히나 국내에서는 흥행파워 면에 있어서는 특 A라고 보기는 어려운 배우들이라 크게 메리트를 주지
못할 듯 하며,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겪인 이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더 나은 평을 듣기도
아마도 힘들듯 하다.

이렇게 아쉬운 이야기를 먼저 쭈욱 늘어놓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괜찮게 감상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미 관람한 이들 가운데 꼭 기회가 있다면 원작을 읽고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 있었는데,
이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판타지 장르 답게 이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처음 접한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유추하며
스크린 속에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전개를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야 한다.
영화에 대해 집중력을 가지고(기본적으로 애정을 갖고) 본다면 이처럼 숨을 좀 헐떡이더라도
이해하며 영화를 따라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게 실증을 내고 지루해 질 수도 있을 듯 하다
(참고로 내 옆에서 본 사람들은 보는 내내 하품하거나, 실소를 자주 터트리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데몬'에 관한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순 있겠지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언제쯤에 이야기인지, 각각의 세계와 각각의 세력(인종?)의 관한 설명이
역시나 시간적으로는 많이 부족하였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특히 <반지 원정대>와 너무도 흡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프로도가 처음 등장하는 파란 풀밭 장면은 여자 주인공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대로 복습하고 있으며,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고, 어느 세력, 어느 세력 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뒤,
약간의 액션을 마지막에 배치하고, 이들이 모여서 '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고 말한뒤
끝을 맺게 된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라라 = 프로도, 에스라엘 = 아라곤, 세라피나 = 아르윈,
로저 = 샘, 이오렉 = 간달프(이건 좀 무리가 있을지도 --),, 대충 이런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반지와 닮은 점이 있어 기대를 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점도
분명 들었다.

1편 성격인 이 영화가 사실상 영화 속의 세계와 인물을 설명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라면,
나머지 볼 거리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머 베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마도 가장 기대한 장면이었을 텐데, 종종 뭐 음료회사 광고의
모델이 생각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크기와 무게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 수준 급의 표현력으로
사실상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머 베어간의 결투 장면을 멋지게 이끌어 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종족들이 모여서 전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어두운 배경속에 치뤄진 것이(전체관람가 인것을 감안한다면),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참고로 나니아 연대기의 경우, 훤한 대낮에 전투를 치르지 않았는가! ㅋ)
그래서 인지 전투 장면에서는 마치 <킹 아더>에서의 전투 느낌이 나기도 하였다.

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은 평을 할 수 없는 건, 그 비중들이 다들 매우 적었기 때문인데,
니콜 키드먼을 제외하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에바 그린은 거의 까메오 수준에 이르는 정도만
등장하기 때문에 이렇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 분위기만은 2편을 기대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이제는 판타지 전문 배우라 할 수 있을 크리스토퍼 리 옹도 살짝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 영화에
목소리로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이었다.
대표적으로 이오렉의 목소리를 맡은 이안 맥켈런을 비롯하여, 케시 베이츠, 그리고 최근 <어거스트 러쉬>로
이름을 더욱 알린 프레디 하이모어가 목소리 연기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1편은 모르고 봤지만, 2편부터는 이들의 목소리 연기를 주목하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 일듯.

결과적으로 아쉬운점이 많은 작품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속편이 나온 다음에 총체적으로 평가해야만 진정한 평가가 되는
영화가 아닐 듯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사실 처음에 007에 다니엘 크레이크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땐
나도 여러 다른 사람들처럼 그리 적절치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같은 후보군에 있었던 클라이브 오웬이었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
 
그런 기대반, 걱정반을 갖고 보게 된 <카지노 로얄>
헐리웃 블럭버스터 답게 초반 쉴세 없이 몰아치는 시퀀스는
실제 육상선수를 출연시켜 좀 더 박진감 넘치고 스피드한 전개로
흡사 <옹박>이나 <야마카시>등에서나 나올 법한 화려한 몸동작으로
보는 눈을 확 사로잡았다. 이제 반해 기술보단 터프함이 우선되는
새로운 본드의 스타일도 재미와 흥미를 더했고. (벽 뚫고 나오는 장면 원추 ㅋ)
 
아무래도 이전 본드들과 다니엘 크레이그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다른 본드들은 몰라도 개인적으로 피어스 브로스넌 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
 
배트맨 시리즈에 <배트맨 비긴즈>가 있었다면,
007 시리즈엔 <카지노 로얄>이라 해야 할것이다. '007 비긴즈'라고 불러도 좋을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오프닝에 007로 승격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면서 이 영화가 007 시리즈의 시작에 위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린다.
 
처음이라 그런지 나중 본드들 보다 바람기도 덜하고 장난스러움이 덜한 한 편,
좀 더 '요원'스러운 박력과 킬러 다움이 묻어나고 있다.
오히려 본드 보다는 이던 헌트가 연상되는 캐릭터라 할 수 있을듯.
 
유머러스함과 바람끼가 대표적이었던 007이 서서히
흥미를 잃어갈 때쯤 <카지노 로얄>에서의 본드처럼 본연에 충실한
본드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출발이 된 듯 하다.
 
본드 걸 얘기를 안할 수 없는데, 에바 그린이 출연한 영화는 그래도 제법 보았으나
한 번도 아주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었는데, 역할이 역할이라 그런지
에바 그린은 모습만으로도 빛이 나는 장면이 많았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피어스 브로스넌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멋진 액션과 더불어 턱시도가 더욱 잘 어울리는 옷빨(?)을 선사하며
새로운 본드로서 만족스런 신고식을 치뤘다고 할 수 있을듯 하다.

러닝타임이 거의 2시간 30분에 육박할만큼 상당히 긴데,
다 괜찮았으나 중반 이후 본드와 본드 걸의 애정 부분이 조금 필요이상으로
길었다. (사실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기때문에, 왜 안끝나나 했었다 --;)
하지만 화려한 여성편력과 바람기를 자랑하는 본드의 첫 사랑 이야기임을
감안하였을 때 이후 본드 시리즈의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하는
시퀀스 임으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듯.
 
사실 007하면 최근 보아왔던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시리즈들을
생각하고 간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다니엘 크레이그의 강한 본드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리즈의 기대도 갖게 했다.
 
 

 

 
글 / ashitaka

*** / 1. 역시 오프닝!
크리스 코넬의 멋진 곡이 그야말로 '빠방'하게 울려퍼지며
카드를 배경으로한 독특한 컴퓨터 그래픽의 오프닝은 올해 보았던 인상적인 오프닝에
손꼽히는 멋진 영상이었다.
 
2. 막 007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작전을 진행해서인지
이전 시리즈보다 너무 본부의 지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수무기드을 기대했다간 실망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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