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이대로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몇 년 전에 류승범, 김아중 등이 출연하고 이해영 감독이 연출을 맡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나 아쉽게 더 나아가지 못했고, 이번에 조근현 감독과 진구, 한혜진, 임슬옹 등이 출연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제작두레 덕에 '26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잘 알려졌다시피 5.18 당시 군사독재정부를 이끌었던 전두환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그 유족들과 또 다른 피해자들이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실 나는 영화 평론가도 아닐 뿐더러 그저 개인적인 영화 글을 쓰는 이로서 반드시 영화에 대해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소개해야 할 의무나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좀 더 내 감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바가 아주 없다 고는 할 수 없을텐데,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 '26년'은 객관성을 갖기는 힘든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먼저 본 이들이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적지 않게 들어왔는데, 내가 보기엔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 없다 라는 개념이 아니라, 나 스스로 이에 대해 완전히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는 얘기다. 나에게 '26년'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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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는 내게 참 특별하다. 난 광주 사람도 아니고 5.18 유족도 아니며 직접적인 연관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한 사람이라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 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있지만, 분명 내게 5.18 광주는 특별한 의미였고, 그렇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흐른 눈물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날을 떠올려 보면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된, 아니 제대로 인식하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던 첫 번째 한국사가 바로 5.18 광주가 아니었나 싶다. 부모님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5.18에 대한 자료들, 사진들, 영상들을 접해왔고, 이후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주변의 좋은 분들 덕택에 이 아픈 현실과 상처 받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5.18 광주에 대한 미안함을 담고 있는 공연 작품을 통해, 5.18 광주에 직접 내려가 금남로 거리 위와 5.18 묘역 앞에서 노래를 하기도 했었다. 사실 이제와 떠올려 보면 이런 의미를 갖고 있던 공연에 직접 참여해서 여러 차례 노래를 불렀음에도 그 당시에는 어려서 인지 무언가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 광주와 광주 사람들을 둘러 싼 공기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내 일처럼 생각될 정도의 공감대까지는 느끼지 못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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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5.18 광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몇몇 작품을 보면서도 느꼈던 바가 이번 '26년'을 보면서 비로소 정점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참혹했던 당시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만약 5.18 광주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이 장면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나에게 이 애니메이션 시퀀스는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장면들이었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저 애니메이션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실제 자료들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절대 영화적으로 보이지 않고 당시의 광주와 사람들이 그대로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영화적으로만 (일부러) 본다면 인물이나 내용에 공감대를 갖기 이전에 등장하는 프롤로그로서 사건을 사건으로 밖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 프롤로그는 한 장면 한 장면에서 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는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슬픈 시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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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광은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악당을 연기한다)



이후 배우들이 펼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이 지나 다시 떠올려보니 김갑세 (이경영)가 주도한 살해 계획은 영화적으로 치밀하기 보다는 투박하게 묘사되고 있고, 그렇기에 보통의 스릴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은 덜하고 몇몇 인물은 그 행동의 당위성을 공감하기가 갸우뚱 거리는 부분이 있지만, 이건 다시 말하지만 며칠 뒤에 일부러 떠올려 보고서야 알게 된 부분이었다.


프롤로그의 애니메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가 담으려 했던 5.18 광주의 이야기, 그 자체의 슬픔이 너무 컸기에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잣대를 애초부터 갖지 못했던 것 같다. 보통의 영화 같으면 너무 신파라서 공감하기 어렵다고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광주의 이야기는 그럴 수가 없었다. '금남로 거리를 싸 돌아 다닌게 쪽 팔려서'라는 건달 두목의 대사에도, 묘역 앞에 놓인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영정들을 보며 '이렇게 보니 다 가족 같네'라는 대사에도, 머리보다는 가슴이 더 먼저 신호를 보냈다. 내가 그냥 영화 속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 정도얐다면 후반부 '그 사람'이 두들겨 맞을 때 통쾌함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런 통쾌함조차 없었다. 과연 이 아픔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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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더 나은 완성도로 만들어졌어야 하는 영화라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영화가 영화가 아닌 메시지 만으로 평가 받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영화는 영화다. 이 영화 '26년'이 5.18 광주를 모두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반대로 모든 짐과 의의를 짊어져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12년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이대로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전혀 반대의 의미로 하루하루를 정말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는 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에 너무도 무관심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26년' 영화 속 인물들이 결코 극 중 인물만이 아님을, 이대로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또 한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 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5.18 광주에게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1. 프롤로그의 애니메이션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연출했던 오성윤 감독이 만드셨더군요.


2. 이 영화를 비판하는 이들 가운데, '더 좋을 수 있었는데' '더 좋았어야 했다'라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3. 영화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이승환의 '꽃'을 다시 듣게 되었는데, 이제 이 곡을 들을 때 마다 눈물을 어찌 참을 수 있을 런지 모르겠네요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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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10집 : Dreamizer
High Quality Pop Album



이승환의 10집 앨범 'Dreamizer'가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 국내 뮤지션 가운데 지금까지 꼬박꼬박 앨범을 모아온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인 이승환의 새 앨범이라 발매 전부터 기대되었던 신보였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후반기 이승환 앨범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 그러니까 팬들과 대중 모두가 만족할 만한 POP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은 잘 알겠지만 그 동안 이승환은 앨범을 구성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을 위한 음악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간 그가 발표했던 대표 발라드 곡이 그가 하고 싶지 않은 음악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좀 덜 대중적인 록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했단 얘기다)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실험을 해왔었는데, 적어도 이번 10집 앨범 'Dreamizer'는 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Human'과 'Cycle' 앨범을 2010년 현재에 걸맞는, 아니 현재 최고 수준의 퀄리티로 업그레이한 익사이팅한 POP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승환 하면 '환장'할 만한 라이브 무대 만큼이나 물량과 정성, 사운드의 집착이 돋보이는 앨범 사운드 퀄리티로도 유명한데, 이번 앨범은 그런 그의 욕심이 (요즘 같이 국내 뮤지션들의 사운드 욕심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수년간 외롭게 사운드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승환의 행보는 박수 그 이상의 찬사가 필요하다!) 또 한번 아주 잘 나타난 작품이라 하겠다. 국내외 스튜디오를 오가며 최고의 사운드를 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 예전 앨범부터 계속되고 있는 그 만의 장인 정신인데, 이번 앨범 역시 그래미를 16번이나 수상한 험 베르토 가티카(Humberto Gatica)를 비롯해 그들의 이름 혹은 그들과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이름이나 경력만 들어도 화려함이 느껴지는 아티스트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무엇보다 사운드 퀄리티에 치중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의 누가누가 참여했다 라는 문구는 언제부턴가 '뭐 그럭저럭' 정도의 감흥 밖에는 못주는 문구가 되어 버렸는데, 그 질을 따져본다면 이승환의 이번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면은 '그럭저럭'으로 간주하기엔 더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겠다.

일반 대중들은 피처링에 내가 아는 어떤 유명 뮤지션이 참여했나가 더 궁금하고 끌리는 점일 수 밖에는 없겠지만, 이승환의 사운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팬들이라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에 이승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믹싱 엔지니어 외에 브라스 편곡자, 드러머 등 전반적이고 디테일한 측면까지 더 깊은 사운드를 내기 위한 그의 비용 투자와 정성은 앨범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 앨범을 100% 즐기려면 좀 더 사운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을 방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것까지는 어려운 일이니 최소한 반드시 CD로는 즐겨야 이 엄청난 공을 들인 앨범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p3나 스트리밍으로는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첫 번째 곡 '이별기술자'는 이승환 특유의 그루브가 잘 살아있으면서도 백코러스나 전체적인 구성에서 훨씬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다. 보컬도 보컬이지만 이런 가벼운(?) 팝 넘버치고는 굉장히 고퀄리티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 수록 다양한 악기들과 효과들이 들려올 것이다. '반의 반'은 이승환표 대표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그대가 그대를'을 통해 발라드의 정점을 찍었던 이승환은 그 이후 타이틀이 되는 발라드 곡에서 강약조절과 감성적인 면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첨에 들을 때 좋고 듣다보면 금새 익숙해져 버리지만 어느 순간 다시 들으면 '역시' 다시 좋아지는 그 만의 깊은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정지찬이 곡을 썼다. 

'A/S' 는 곡 제목처럼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는 곡인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벼운 가사 내용에 걸맞지 않게(?), 수준급의 브라스 편곡과 백그라운드 기타 백킹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승환, 황성제 콤비의 작품인데, 확실히 브라스 사운드가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Dear Son'은 제목처럼 아버지가 화자가 되어 아들에게 보내는 곡인데, 앨범마다 가족에 관한 곡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이승환의 새로운 '가족'에 관한 곡이다. 흑인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후렴구 코러스 라인과 정말 편지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려가는 듯하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귀와 가슴에 와닿는다. 맨 마지막의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에 항상 힘세고 뭐든 잘 하는 아빠가 있게 해 주렴'하는 부분은, 아마도 이승환의 앨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감성이 아닐까 싶다.




'롹스타되기'는 제목처럼 록밴드 보컬들의 피처링으로 더욱 돋보이는 곡이다. YB의 윤도현, PIA의 요한, 노브레인의 이성우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힙합 곡의 피처링 처럼 한 소절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들의 목소리를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워낙에 개성 강한 목소리들이라 잘 들어보면 코러스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독전쟁'은 어쩌면 앞선 곡보다 더 강한 록넘버 일지도 모르겠다. 간결한 기타 백킹을 베이스로 후렴구에는 이승환이 좋아하는 특유의 록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곡인데, '단독전쟁'이라는 제목 답게 전쟁을 연상시키는 효과들도 귀에 들어온다. 

'reason' 은 말랑말랑한 보컬과 진행이 돋보이는 '세가지 소원' 등을 작곡했던 이규호의 곡이다. 절로 몸을 좌우로 흔들게 되는 멜로디와 더불어 남성의 가성과 여성의 진성이 교묘히 결합된 코러스가 달콤함을 더한다. '완벽한 추억'은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의 곡인데, 기존 이승환의 곡들과 살짝 차별점이 보여 오히려 더 신선한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인 '반의 반' 다음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my fair lady' 는 이승환의 지난 앨범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풍의 곡인데, 최근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우가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구식사랑'은 제목처럼 '하오체'의 가사로 진행되는데, 브라스와 더불어 퍼커션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거의 곡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쯤 린(LYn)의 보컬과 함께 새로운 진행으로 다시 시작된다는 점인데, 여기서도 역시 트럼팻과 트럼본의 사운드가 곡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격상시켜주는 느낌이다. 'wonderful day'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구성이 인상적이다. 뭐랄까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후반부 아이들이 함께하는 코러스가 더해지면 더더욱 '짜잔!'하고 한 시퀀스가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곡은 이런 느낌이 너무 명확해서 언젠가 공연에서 뮤지컬 구성으로 공연하지 않을까도 싶다.

'내 생애 최고의 여자'는 강약조절이 생명인 발라드 곡인데, 후반부 진행에서는 대곡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사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유머가 담긴 곡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진짜 제목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곡이라 오히려 놀랍고 인상깊기도 했다. 13번째 마지막 트랙 '개미혁명'은 이승환 특유의 화려한 록 사운드에 좀 더 비트를 담아낸 곡이다. '개미혁명'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화려하고 록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해도 이전 앨범에 수록되었던 '나의 영웅'같은 곡처럼 극한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런 면이 이번 앨범의 POP적인 요소, 그러니까 좀 더 대중적인 친화력있는 앨범이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아, 이렇게 끝난 줄 알았지만 13번째 트랙이 끝난 뒤 한참의 기다림을 보내면 조금 다른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앞서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사운드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곡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묘한 듯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수록했다. 그리고 히든 트랙 답게 이승환의 오랜 절친인 뮤지션의 유치발랄한 피처링도 만나볼 수 있다.




이승환의 오랜 팬으로서 이번 앨범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앨범'이었다. 그의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만한 (그렇지만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한) 곡들마저 수록한 인상적인 POP앨범이었다. 마지막으로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앨범의 사운드에 정성을 들이는 뮤지션의 앨범을 계속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요즘 같은 현실에선 참 고맙기까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스튜디오를 방문할 날이 있다면 꼭 이 앨범 'Dreamizer'를 다시 들어보리라!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부비부비 The Complete OST
이승환의 신곡이 수록된 부비부비 OST


사실 준혁 학생 윤시윤과 티아라의 지연이 함께한 '부비부비'는 CF속의 모습이 전부 인줄 알았었는데, 케이블에서 방영한 뮤직드라마라는 것도 이번 앨범을 듣게 되면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운드트랙을 듣게 된 이유는 준혁 학생 때문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티아라 때문도 아닐터, 바로 이승환의 신곡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승환은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 중에 신보 10집 발매를 앞두고 있는데, 그 전에 미리 신곡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오랜만의 신곡이라는 점에서) 한 번 꺼내어 보게 되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지 이승환의 곡 '이별 기술자'가 첫 트랙으로 준비되어 있다. '이별 기술자'라는 독특한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승환 특유의 그루브를 맛볼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이승환의 지난 음악들에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승환표 발라드와 강렬하고 거친 록 넘버들, 그리고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미용실에서' 등과 같이 사소한 가사와 빠른 비트, 그리고 랩핑과 멜로디의 묘한 지점에 있는(2 Step) 이승환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곡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별 기술자'는 후자와 같은 성격의 곡이다. 이승환의 팬들이라면 익숙할 특유의 전개 (보컬은 강약에 가장 포인트를 두고 보컬을 감싸주는 코러스 라인이 돋보이는)가 우선 반갑다. 그리고 이승환의 곡 답게 사운드 퀄리티에도 많은 공을 들였음을 스트리밍 따위의 음질로 들어봐도 대충 확인할 수 있다(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과 비교해서 들으면 더 확연히 느껴진다).

이번 앨범에서 이승환의 곡 외에 관심을 가졌던 곡은 바로 페퍼톤스의 'Ping-Pong'이었는데, 이 곡 역시 딱 듣는 순간 '아, 페퍼톤스구나!'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그들 다운 곡이다. 평소 페퍼톤스의 사운드와 비교했을 때 기타 리듬 대신 건반 베이스로 다양한 효과음들로 채워져 있으며, 곡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탁구 경기 소리를 삽입한 것도 귀엽다. 전체적으로 '부비부비 OST'라는 앨범 성격에 맞춰진 컨셉곡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외에 제이의 곡과 준혁 학생이 직접 부른 곡들 및 몇몇 곡이 수록되었는데, 제이의 곡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음악적으로는 아쉬운 느낌이 많은 컨셉 곡들로 채워져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본래 뮤직드라마의 성격과 더 맞는 곡들은 이들이 아닐까도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승환 _ 9집 Hwantastic
 
1. 이 노래
2. 그늘
3. 건전화합가요
4.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5. 남편
6. 달빛소녀 (Feat. 정성미)
7. 소통의 오류
8. 울다
9. 손
10. Rewind
11. Pray For Me
12. We Are The Dream Factory
13. No Pain No Pain


CD라는 매체로는 더 이상 내지 않겠다는 씁쓸한 홍보문구와 함께 발매된 이승환의 9집.

사실 그 동안 각종 선물세트스런 패키지는 거론하지 않더라도

앨범 사운드에 투자한 금액만 해도 이승환의 앨범은 한 번쯤 들어볼만한 음악들이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이 만족하는 사운드에 가깝게 내기 위해, 자신의 자본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기술, 시스템을 사용해 음악을 작업한 것은

그가 라이브의 황제라는 칭호가 없었더라도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젠 대부분이 mp3로 다운받는 세상에 그가 수천만원을 투자한 곡은

단돈 500원, 1,000원이면 합법적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니 실로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 앨범 역시 상당히 사운드에 신경을 쓴 앨범이다.

곡들은 '환타스틱'이라는 타이틀 답게 가장 이승환스런 곡들이 수록되어있다.


그의 팬들이 기다렸을 애절한 발라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가장 이승환 다운 발라드라고

할 수 있으며, 45RPM과 함께한 '건전화합가요', 김진표가 참여한 'No Pain No Gain'등은

이전 앨범에 수록되었던 랩퍼와의 싱크로율 가운데 가장 높은 완성도를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팬들을 위해 록 적인 사운드보다 팬들이 원하는 곡들을 주로 담았다고는 했지만

'나의 영웅'과 같은 스케일이 큰 이승환 특유의 곡도 수록되었다.


사실 이번 이승환 9집이 최근 내가 들었던 앨범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앨범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한 때 소홀했던 그의 팬으로서 항상 타이틀곡이 아닌

앨범에 힘쓰는 그의 노력에 기꺼이 동참해야 겠다는 생각에 앨범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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