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화 제작 환경, 어디까지가 영화라는 것의 경계선일까?


아주 예전에 사이버 가수 아담이 등장했을 때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엔 사이버 가수들끼리 TV에 나와 차트 1위를 다투고, 드라마 주인공들도 전부 사이버 캐릭터들이 맡게 되는 것 아닐까?"


이러한 궁금증 혹은 예상은 이 후 1999년 당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파이널 판타지 8'의 주제곡 'Eyes on me' 뮤비를 보고 난 뒤 점점 더 가능성에 힘을 싣게 되었고, 이 후 역시 2001년 개봉한 극장 판 'Final Fantasy : The Spirits Within'을 보고 난 뒤 구체적으로 '아, 그런 세상이 곧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해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수 년 후 그린 스크린 촬영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모션 픽쳐 기술이 활용된 영화들을 통해 이 같은 우려 혹은 기대는 점점 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화 되었고,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누가 뭐래도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였으며 그 중에서도 '골룸'이라는 CG 캐릭터가 있었다.




▲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골룸은 모션 픽쳐 역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한참 '반지의 제왕'이 성공을 거두고 '골룸'이라는 모션 캡쳐 CG캐릭터가 주목 받을 무렵,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그는 잘 알려졌다시피 '킹콩' 역시 같은 방식으로 연기했다)라는 특별한 배우의 면면까지 주목 받고 인정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버가수 아담이 등장했을 때와 비슷한 질문들이 터져나왔다.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골룸'의 경우는 아담이나 '파이널 판타지'의 경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골룸'은 CG를 통해 탄생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앤디 서키스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뒷 받침 되어 있는, 일종의 인간미가 직접적으로 투영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 혹은 '킹콩'의 DVD나 블루레이의 수록된 부가 영상을 감상한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앤디 서키스는 이 영역을 새롭게 개척한 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그래서 언젠가는 기술상이 아닌 연기상을 받아도 수긍이 될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고 그 연기는 단순할 수 있었던 CG캐릭터에 혼을 불어 넣는 결과를 낳았기에, 이를 인간미 없는 CG캐릭터들만의 세상에 관한 논의에 논제로 포함 시키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사이버 가수 아담이나 골룸에 관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연기라는 것, 더 나아가 영화라는 것에 대한 경계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바로 그 골룸을 탄생 시켰던 피터 잭슨의 '호빗'을 보며 - 정확히는 '호빗' 블루레이의 제작 과정을 담은 부가 영상를 보며 - 또 한 번 발생하였기 때문에 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




▲ "음...그 땐 정말 너무 막막해서 울기까지 했을 정도였어요"


워낙 긴 시간 탓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보기 시작한 '호빗 : 뜻밖의 여정'의 블루레이 부가 영상을 보던 중, 뭔가 복잡한 이유로 주목할 수 밖에는 없었던 영상이 있었다. 바로 간달프 역할을 맡았던 이언 맥켈런 경이 골목쟁이네 빌보의 집 세트 촬영을 하던 중에 벌어진 에피소드였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호빗'이 이뤄낸 기술적 성과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인 줄로만 알았으나, 보면 볼수록 이 부가 영상은 기술에 관한 이야기 보다는 사람의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부가 영상에서는 골목쟁이집에서 드워프들과 간달프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의 촬영 현장을 소개하고 있는데, 문제는 바로 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실제로는 각각 촬영되었다는 점에 있었다.


'반지의 제왕' 부가 영상을 본 이들이라면 알 수 있듯이, '반지의 제왕'에서는 실제로 배우들 간의 키 차이는 크지 않지만 캐릭터 상으로는 서로 키 차이가 많이 나는 호빗과 다른 캐릭터들 간의 차이를 구현을 위해, 키가 작은 대역 배우들과의 더블 캐스팅과 카메라 웍을 통한 일종의 속임수를 통해 이를 감쪽같이 표현해 냈었다. 즉, 영화 속에서는 프로도와 간달프가 바로 옆에 함께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간달프는 카메라 가까이에 있고 프로도는 상대적으로 멀리 있어 화면에서 보기엔 간달프를 연기한 이언 맥켈런의 몸집이 훨씬 커 보이는 효과가 착시 현상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 이렇듯 카메라와 캐릭터 간의 거리에 따른 착시 현상을 통해, 캐릭터 간의 키 차이를 표현했었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하지만 호빗은 달랐다.


하지만 이번 '호빗 : 뜻밖의 여정'의 경우는 이와는 조금 달랐다. 일단 간달프는 한 명 (혹은 네 명)의 호빗이 아닌 13명의 드워프들과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함께 등장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메라 속임수를 통해 관객을 일종의 착시 효과에 빠지게 할 수 있었던 '반지의 제왕' 과는 달리 처음부터 3D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호빗'은 더 이상 이런 착시 현상에 기댈 수가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3D 영상에서는 이러한 거리감이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3D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한편으론 이전보다 더 쉽고 편리하게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고 더 현실 감 넘치는 입체 감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지만, 정반대로 미치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을 야기시켰으니, 그것은 바로 기술이 아닌 연기를 하는 배우 때문이었다.




▲ 제작진이 개발한 슬레이브 모션 컨트롤 시스템은 다른 비율의 두 세트를 실시간으로 하나의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가능한 놀라운 기술이었다


일단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번 '호빗'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개발한 슬레이브 모션 컨트롤 시스템은 정말 놀라운 기술이었다. 각각의 세트에서 각각 촬영을 하지만, 두 카메라가 연결이 되어 있어 똑같은 앵글과 움직임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서로 다른 비율의 두 세트를 완전한 하나의 공간으로 합치는 것이 가능해, 3D 영상에서도 실제는 같은 비율의 배우들을 간달프와 드워프의 비율 차이가 드러나도록 구현해 냈기 때문이었다. 피터 잭슨 스스로도 이 기술을 일컬어 괴상한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영화 촬영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또 한 번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 왼 편에선 드워프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서로 대화하고 호흡을 맞춰가며 연기하는 반면, 이언 맥켈런은 이어폰을 통해 전달되는 옆 세트의 대화를 들으며 그린 스크린을 향해 홀로 연기해야 했다


'호빗 : 뜻밖의 여정'의 초반 시퀀스인 골목쟁이네 촬영 분은, 간달프의 사이즈에 맞춰서 그린 스크린을 카메라 앞으로 당겨서 만들어진 세트와 드워프와 호빗의 사이즈에 맞춰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세트로 각각 나뉘어 촬영되었다. 기존에도 이러한 방식의 촬영은 있었으나 여기서 간달프 역의 이언 맥켈런을 힘들게 만든 건 혼자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미 '반지의 제왕'이나 '엑스맨' 시리즈 등을 통해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허공에 연기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한 그이기는 하지만, 이번 '호빗' 촬영은 허공에 대고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과 직면하게 되었으니,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것 없이 모든 것을 가정하고 혼자 대화 시퀀스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호빗'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한층 더 발전하여 각각의 세트에서 정확한 동선으로 촬영한 장면들을 실시간으로 합성하여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그로 인해 한 세트에선 드워프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간달프가 함께 있다고 가정하며 연기하고, 다른 세트에서는 간달프가 텅빈 세트에 드워프들이 잔뜩 앉아 있다고 가정하고 연기해야 했던 것이다!




▲ 이렇게 다 함께 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 이언 맥켈런 혼자 이렇게 덩그러니 초록색에 뒤 덮인 채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언 맥켈런의 말 못할 고통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 영화에 익숙해진 이언 맥켈런이라 하더라도 연극 무대를 기반으로 한 정통 연기에 더 많은 시간과 호흡을 맞춰 온 그에게 이 같은 방식은 쉽게 받아들이기, 아니 수긍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실제로 힘겨워 하는 이언 맥켈런의 모습을 보고 난 뒤 촬영 현장을 다시 보니, 아무도 없는 초록색 방에 각각 배우를 대신하는 카메라와 그 카메라 앞에 붙어 있는 각 배우들의 얼굴 사진들은 마치 테리 길리엄의 예전 작품을 연상시키며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쩌면 올드 한 방식일지도 모르나 직접 상대 배우의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며 호흡을 주고 받는 연기에 익숙했고 그렇게 수 십 년을 연기해 왔던 이언 맥켈런에게는 상대의 반응을 알 수 없고 대화를 나눌 수 없는 현장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움 정도가 아닌 영화를 그만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고민까지 할 정도의 고통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 간달프와의 키 차이를 고려해 간달프의 시점에 맞춰 각 카메라의 붙여진 배우들의 사진들은 무언가 그로테스크함마저 느껴진다


그를 이해해서 과장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부가 영상에 수록된 그의 촬영장 모습과 인터뷰를 보면, 너무 막막하고 힘들어서 울기도 했을 정도였으며 이를 바라 만 봐야 했던 스텝들도, 옆에서 보기에 이언 맥켈런의 입장에서는 배우로서 감각을 박탈 당하는 것을 넘어 고문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촬영 현장이 너무 힘들었던 이언 맥켈런은 피터 잭슨에게 '이렇게 계속 해야 한다면 이 영화를 그만 두겠다' '이건 영화가 아니다'라고까지 이야기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언 맥켈런에게는 그가 수긍할 수 있는 연기와 영화의 경계를 넘어선 경우였던 것이다. 울고, 그만두겠다고 하고, 힘들어 하는 그를 보고 혹자는 프로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할런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과연 배우로서 프로페셔널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인지 아니면 정반대로 프로페셔널이기에 쉽게 수긍할 수 없었던 상황의 지나침 이었는지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간달프와 빌보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장면의 뒤에는...



▲ 이런 이언 맥켈런의 말 못할 고통이 있었다


최근 들어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급변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경우가 더 잦아졌다. 감정을 전하는 영상 매체로서 여겨지기 보다는 점점 정보와 지식의 소비 데이터로서 분류되는 현상이나, 영화와 절대 별개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었던 극장이라는 존재가 점점 필수 조건이 아닌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들도, 이것들을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영화라는 것의 존재 성립 자체를 흔드는 위기로 봐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졌다.


이것은 아마 영화라는 것의 경계를 어디 까지로 확장 혹은 한정 짓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어차피 영화라는 것 자체도 현실과는 다르게 연출 되고 만들어진 가상의 이야기이자 부산물이라는 시점에서 본다면, 그 매개체가 반드시 사람이거나 사람들 간이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지만, 반대로 영화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람이 연기하는 배우가 존재 성립에 필수 조건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는, 배우를 기술로서 대체할 수 있다 거나 앙상블이 필요한 장면 조차 각자 홀로 연기한 조각을 모아 편집 과정에서 하나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 이언 맥켈런 왈 "이건 영화가 아니잖아요, 이렇게 해야 한다면 더 이상 못하겠어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촬영 현장을 통해 엿 본 이언 맥켈런의 에피소드는 정말 작은 부분이기는 했지만 - 참고로 피터 잭슨은 이 어려운 상황을 기술이 아닌 동료들 간의 정(情)을 통해 해결해 냈다 - 앞으로 영화 산업의 미래에 비춰 생각해 보았을 때 이렇듯 작게는 '연기'라는 것에 대한 것에서 부터, 넓게는 '영화'라는 것 전체의 개념에 대해 재고를 필요로 하는 일이 더 잦아질 듯 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하지 싶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New Line Cinema 에 있습니다.


 





황금나침반 (The Golden Compass, 2007)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타지 장르는 판타지를 보는 접근방식으로 봐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름대로 신경쓴 장면들도 그저 코웃음 치고 넘길 정도일 것이며,
그 세계와 인물들을 설명하는 구성은 그저 졸음이 올 뿐 일 것이니 말이다.

이 영화 <황금나침반>은 기존에 우리가 즐겨왔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보다도
더 이런 자세에 입각해서 봐야 즐길 수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원작이나 영화 홍보면에서도 앞서 비교했던 두 작품들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
<나니아 연대기>의 경우는 캐스팅 면에서 반지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였기 때문에,
판타지 물의 팬이 아니라면 100% 즐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더군다나 1편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연작 중 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빨리 결판나고 극적인 서스펜스를 최고조로 원하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 사실.

이런 전례에 비춰본다면 <황금나침반>은 <나니아 연대기>보다도 더 적은 관심속에 묻혀갈지도 모르겠다.
일단 니콜 키드만, 다니엘 크레이그, 에바 그린 등 스타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긴 하였지만,
특히나 국내에서는 흥행파워 면에 있어서는 특 A라고 보기는 어려운 배우들이라 크게 메리트를 주지
못할 듯 하며,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겪인 이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더 나은 평을 듣기도
아마도 힘들듯 하다.

이렇게 아쉬운 이야기를 먼저 쭈욱 늘어놓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괜찮게 감상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미 관람한 이들 가운데 꼭 기회가 있다면 원작을 읽고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이 있었는데,
이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판타지 장르 답게 이 영화에서도 관객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를 처음 접한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유추하며
스크린 속에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전개를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야 한다.
영화에 대해 집중력을 가지고(기본적으로 애정을 갖고) 본다면 이처럼 숨을 좀 헐떡이더라도
이해하며 영화를 따라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쉽게 실증을 내고 지루해 질 수도 있을 듯 하다
(참고로 내 옆에서 본 사람들은 보는 내내 하품하거나, 실소를 자주 터트리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데몬'에 관한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순 있겠지만,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언제쯤에 이야기인지, 각각의 세계와 각각의 세력(인종?)의 관한 설명이
역시나 시간적으로는 많이 부족하였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특히 <반지 원정대>와 너무도 흡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프로도가 처음 등장하는 파란 풀밭 장면은 여자 주인공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대로 복습하고 있으며,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고, 어느 세력, 어느 세력 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뒤,
약간의 액션을 마지막에 배치하고, 이들이 모여서 '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고 말한뒤
끝을 맺게 된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라라 = 프로도, 에스라엘 = 아라곤, 세라피나 = 아르윈,
로저 = 샘, 이오렉 = 간달프(이건 좀 무리가 있을지도 --),, 대충 이런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반지와 닮은 점이 있어 기대를 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점도
분명 들었다.

1편 성격인 이 영화가 사실상 영화 속의 세계와 인물을 설명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라면,
나머지 볼 거리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머 베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마도 가장 기대한 장면이었을 텐데, 종종 뭐 음료회사 광고의
모델이 생각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크기와 무게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 수준 급의 표현력으로
사실상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아머 베어간의 결투 장면을 멋지게 이끌어 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종족들이 모여서 전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어두운 배경속에 치뤄진 것이(전체관람가 인것을 감안한다면),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참고로 나니아 연대기의 경우, 훤한 대낮에 전투를 치르지 않았는가! ㅋ)
그래서 인지 전투 장면에서는 마치 <킹 아더>에서의 전투 느낌이 나기도 하였다.

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은 평을 할 수 없는 건, 그 비중들이 다들 매우 적었기 때문인데,
니콜 키드먼을 제외하고 다니엘 크레이그와 에바 그린은 거의 까메오 수준에 이르는 정도만
등장하기 때문에 이렇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 분위기만은 2편을 기대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이제는 판타지 전문 배우라 할 수 있을 크리스토퍼 리 옹도 살짝 모습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 영화에
목소리로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이었다.
대표적으로 이오렉의 목소리를 맡은 이안 맥켈런을 비롯하여, 케시 베이츠, 그리고 최근 <어거스트 러쉬>로
이름을 더욱 알린 프레디 하이모어가 목소리 연기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1편은 모르고 봤지만, 2편부터는 이들의 목소리 연기를 주목하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 일듯.

결과적으로 아쉬운점이 많은 작품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속편이 나온 다음에 총체적으로 평가해야만 진정한 평가가 되는
영화가 아닐 듯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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