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비갑 (龍門飛甲, 2011)

아, 그리운 신용문객잔이여...



서극과 이연걸 그리고 무엇보다 1992년작 '신용문객잔'의 뒷 이야기를 그린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이 영화 '용문비갑'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신용문객잔'은 지금까지도 깊은 인상을 남긴 홍콩 무협 영화 중 대표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인데,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서극이 직접 나선다고 하니 더더욱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본토에서는 아마도 이 작품을 통해 서극 감독이 아이맥스 3D를 제대로 보여주겠다 라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있었던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3D로 만나볼 기회가 없었으니 이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작품을 본 느낌은 아이맥스 3D였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굳이 '신용문객잔'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으며, 그 이유 중 하나에는 '또!' CG가 포함되어 있었다. 왜? 무협영화는 3D를 거의 단 한 번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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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 인트로에서 기대와 실망이 동시에 느껴졌는데, 예전 홍콩 무협 영화에서 느꼈던 특유의 음악은 옛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했으나 그와는 반대로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통 CG장면은 불안함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신용문객잔'과 마찬가지로 사막 한 가운데 고립된 객잔을 중심으로 다양한 강호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유로 하나로 모이게 되는 '용문비갑'의 구성은 더할나위 없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중간중간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에게서는 '신용문객잔'을 비롯해 당시 흥하던 무협 영화 속 강호의 캐릭터들을 연상시켜서 '흥분'이 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좋은 (정말 좋은!) 캐릭터들과 설정을 영화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만 느낌이다. 어찌보면 과감하게 코믹적 요소를 거의 배제하면서 진지하게 강호와 무협을 그리려던 시도는 마음에 들었으나 이 전개가 끝까지 가는 데에 너무 외부적인 불필요 요소들이 개입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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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망친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몰입을 하려하면 깨고 마는 이질감이 드는 CG의 사용이었다. 최근 본 중화권 무협 영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들은 CG의 적극적인 활용과 그로 인한 이질감이었는데, '용문비갑' 역시 그랬다. 일차적으로 배경을 통으로 CG배경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예 배경만 등장하는 경우도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배우와 함께 할 때는 감정이 깨질 정도로 너무 큰 이질감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아마도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전 무협 영화에서는 미처 다 구현할 수 없었던 고수들의 무공과 결투 장면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을 텐데, 그것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화려해지기는 하였으나 강호의 고수들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낌은 사라져 버렸고, 볼거리 측면에서도 사실 그다지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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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전 무협물에서 느꼈던 강호의 그 여백의 미가 사라져버렸다. '강호'라는 특수한 개념은 다른 문화와 고수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정서가 있는데, 그 여백의 여운과 아름다움이 CG로 꽉꽉 채워져 버리다보니 매력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용문비갑'의 캐릭터와 설정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스샷만 봐도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다울 뻔 했던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적어도 그 매력을 영화가 100% 녹여내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왜 최근의 중화권 무협 영화들이 CG 활용에 그렇게 집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관객들이 원하는 건 화려해진 고수들의 기술적 묘사가 아니라 그 뒤에 깔려 있는 정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쉽게 말해 '가장 잘 알만한 분들이' 왜 그러시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오해가 있을 까봐 이야기하자면 21세기의 중화권 무협 영화가 예전 전성기 때의 홍콩 무협 영화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경향과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데에 더 집중하고 기대도 되지만, 그렇지 않고 이전 스타일을 가져올 거라면 그 근원의 것을 제대로 가져오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 년간 본 중화권 무협 영화 중 마음에 드는 것은 '검우강호' 밖에 없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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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의 '용문비갑'이 특히 아쉬운 이유는 큰 기대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아쉬움 때문에 또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 것 보다는 먼저 예전 '신용문객잔'이 더욱 간절하게 느껴진다. 아... 그리운 신용문객잔이여...


1. 개인적으로는 여러 매력적 캐릭터 가운데 특히 주신이 연기한 '능안추' 역할이 매력적이었어요. 예전 무협영화의 임청하를 보는 것도 같고. 주신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ㅠ


2. 마지막에도 썼지만 묘하게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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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대전 (白蛇傳説 White Snake, 2011)

CG사용의 잘못된 예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스필버그 영화와 홍콩 영화로 보냈던 이로서, 그 기세가 많이 쇠약해지기는 했지만 드문 드문 소개되는 중화권 영화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는데, 오랜만에 시야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백사대전'이었다. 극장에서 개봉을 한 것 같기는 하나 사실상 매우 적은 상영관에서만 상영한 관계로 관람 기회를 놓쳤었는데, 이와는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빠르게 업데이트 된 IPTV를 통해 관람하게 되었다. '백사대전'의 라인업은 홍콩 영화의 팬으로서 기대할 수 밖에는 없는 괜찮은 조합이었다. '천녀유혼 (1987)'부터 시작해 '소오강호 (1990)'와 '동방불패 (1992)'에 이르기까지 홍콩 무협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던 정소동 감독이 연출을 맡고, 다시 돌아온 이연걸이 주연을 맡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 여기에 '쿵푸허슬'에서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여배우 황성의 까지. 기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CG. 과하다 못해 작품을 망쳐버린 C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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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대전'의 기본 골격은 정소동의 전작 '천녀유혼'과 거의 흡사하다. 요괴이지만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은 백소정(황성의)이 있고, 굉장히 성실하고 착한 인간인 남자 (임봉)가 있으며 요괴를 퇴치하는 법해 (이연걸)가 있다. 일단 CG의 문제를 들지 않더라도 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1차적인 문제다.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이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너무도 쉽게 결정하고 진행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행동들에 있어서도 관객들이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천녀유혼'에서 느꼈던 영채신과 섭소천의 절절함,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인간과 요괴 간의 관계에 대하 고민하는 연적하의 갈등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마치 이런 감성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절절함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를 보는 관객들은 '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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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정소동은 이 작품을 만들면서 아마도 CG의 적극적인 활용도를 통해 (영화의 제목도 나오기 전 첫 인트로에 완전히 CG로만 가득찬 액션 시퀀스를 넣은 것만 해도, 무언가 자신감마저 엿보이는 듯 했다) 현재 홍콩영화 CG수준을 보여주고 싶었거나, '천녀유혼'이 실현하지 못했던 영상들을 이제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이 의도는 완전한 오판이었다. CG의 수준이 부족한 줄거리를 보완하기는 커녕 오히려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을 정도로 '이상한' 수준이었다. 자신있게 내놓은 듯한 첫 번째 이연걸과 비비안 수의 대결 장면은 마치 휘날리는 눈발이 전혀 눈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두 배우가 그린 스크린 스튜디오 안에 있구나 라는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어색한 시퀀스였다. 이후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들에도 모두 화려한 CG가 포함되어 있는데, 너무 '나는 CG다'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배우들과 따로 노는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산으로 몰고 가는 결과를 만들었다 (왜 그랬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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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쉬운 작품을 볼 수록 최근 작품 가운데 '검우강호'가 단연 갑이었다는 생각을 재차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최근 중화권 영화들을 보다보면 무리하는 것 같다 싶을 정도로 CG에 비중을 높이고 여기에 집중하는 경향을 만나볼 수 있는데, '검우강호'에서 확인했듯이 관객들이 바라는 건 헐리웃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하고 높은 수준의 CG로 표현된 무협 영화가 아니라, 더욱 기본에 충실한 (여기에 더 바란다면 예전 작품에서 느꼈던 향수를 현대에 맞게 승화시키는 것)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의도한 바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은 몹시도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1. 비비안 수는 후반부에 또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심지어 나올 기회도 있었죠!) 그냥 첫 장면으로 그치더군요. 까메오로 스치기에는 이 캐릭터가 후반부에 할 수 있는 일이 좀 있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아쉽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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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든 킹덤 (The Forbidden Kingdom, 2008)
서유기라고 하기엔 많이 모자란 오락영화


성룡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로서, 이연걸의 영화를 거의 다 본 팬으로서, 서유기라는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 <포비든 킹덤>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였다. 제작초기부터 성룡과 이연걸이 드디어 한 영화에서
합을 맞추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흥분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영화의
감독이 <라이온 킹>이나 <스튜어트 리틀>등을 감독한 롭 민코프라는 사실 때문에, 과연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질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롭 민코프 감독이 만들어온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전체관람가의 어린이 영화가 주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과연 그 감독의 그릇에 쿵푸 영화의 두 아이콘인 이 두 배우의 아우라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 것인지,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서유기라는 엄청난 이야기를(결국 그저 설정만 빌려온 것으로 생각되긴 하지만)어떻게
요리할 것인지가 너무 걱정되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서유기를 생각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저 손오공과 여의봉이 등장하는 기본
설정만 빌려온 영화에 실망하게 될 것이고, 성룡과 이연걸의 화려한 쿵푸 대결을 기대한 이들에게도
그다지 만족할만한 장면은 선사하지 못하는 영화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제이슨 만 빼면
모두 중국인들이 등장하는 영화인데, 왜 모두 영어를 써야만 했는지, 모든 인물들의 영어 대사처리가
너무도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미국제작사와 미국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영화의 배우들은 물론 대부분의 스텝들이
홍콩인들로 이루어진 영화이다 (CG부분은 상당부분 한국에서 제작하였으며, 미국 스텝들보다 홍콩 스텝이
많을 정도로 의외로 홍콩 스텝의 비중이 컸던 영화였다). 또한 무술감독으로 원화평 감독이 참여하였는데,
뭐랄까 이 두 사람을 데려다 놓고(거기다가 매트릭스의 '셰라프'로 더 잘 알려진 예성 도 출연한다),
결국 이 정도 합 밖에는 보여주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 영화가 미국 감독과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출연진의 95%가 동양사람이고, 배경도 중국에서 이야기가 95%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어색함을 영화 내내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승려이며, 손오공이며, 마스터며, 불사신이며, 백발마녀며, 심지어 옥황상제까지도 유창하게 영어를 해대는데,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다.

미국팬들에게는 잘 모르겠다(하긴 요즘은 헐리웃에서도 타란티노가 만든 킬 빌 같은 영화들이 있어서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중국의 팬들이나 나 같은 국내팬들에게는 성룡과 이연걸, 서유기 하면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는데, 이를 거의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오락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극장에서 옆자리에 아이들이 앉아있었는데, 상당히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롭 민코프 감독은 몇 가지 설정도 가져오고 오프닝 시퀀스에 유명한 쇼브라더스 영화들을 비롯해, 이소룡이나,
유명 무술영화들의 포스터를 등장시키면서 일종의 오마쥬를 표현한 듯 한데, 아직까지 서양 감독 중에서
동양의 쿵푸나 무협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마쥬할 수 있는 감독은 타란티노 외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롭 민코프 감독은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당대의 스타를 한 영화에 출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음에도,
결국 잘 살리지는 못하고, 겉만 핥는 식이 되어버렸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성룡과 이연걸을 한 화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겁긴 했다.
특히 영화 도중 두 배우가 아주 크게 해맑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특히 이연걸의 해맑은 미소는 여전하다),
이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짓게 되더라. 이연걸은 그렇다치더라도 성룡은 확실히 노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단지 그가 노역 분장을 해서만은 아니다 --;). 주인공 제이슨 역할을 맡은 마이클 안가라노의
연기는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비디오용 영화로 만들어버린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연기력은
<디 워>의 주인공들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샤이야 라포프 정도의 수준을 기대했던 나에게 그의 연기는
거의 재앙에 가까웠다. 유역비와 이빙빙의 캐스팅은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유역비는 확실히
<신조협려>의 소용녀의 포스를 그대로 담고 있는 아리따운 모습으로 영화내내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가는
캐릭터를 연기하였다(이 설정도 왜 그런것이지 잘 모르겠다. 왜 그녀는 스스로 '스패로우는' '그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말을 전하는지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스패로우'하니 자꾸 '잭 스패로우'가 떠올라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

<디 워>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는 설정과 줄거리 면에서 상당히 몇몇 영화를 떠올리게 했는데,
미국에 위치한 골동품 가게에서 동양의 전설을 듣는 설정이나 마이클 안가라노의 연기력 등은 <디 워>를
떠올리게 했고, 힘없는 주인공이 마스터를 비롯해 같은 목적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종의 원정대를 구성하여
악당이 있는 산으로 간다는 설정은 <반지원정대>를 떠올리게 했는데, 약간 틀리긴 하지만, 반지대신 여의봉이
등장한 것이나, 이연걸의 첫 등장시 마치 '간달프'처럼 등장하는 것이나, 제이드 장군이 마치 사우론 처럼
그려지는 것도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힘없는 평범한 소년인 주인공이 전당포에서 신비한 물건에 끌려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이나, 결국 모험에서 돌아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을 혼내주는 설정은
<네버엔딩 스토리>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앞으로  또 이 두 배우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럴 기회가 있다면
걱정이 되더라도 서극이나 오우삼, 혹은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유기도 제대로 한 번 본토에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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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The Warlords, 投名狀, 2007)

중화권 영화, 특히 블록버스터로 포장되어 나오는 액션 영화들은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많이 되는
영화들이 최근 많았었고, 결과적으로 실망을 많이 한 작품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 영화 <명장 (본제: 투명장(投名狀))>가 제작 발표되었을 때,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를 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분명 더 컸었다.
더군다나 주로 멜로 영화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었던 진가신 감독이었기에 조금 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걱정을 하도 해서인지 꽤 괜찮은 작품이었으며, 오랜만에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뜨거운 형제애와 이를 둘러싼 대의와 권력의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무거운 영화였다.



이 영화는 잘 알려졌다시피 장철 감독의 <자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느냐의 가장 첫 번째 판단 잣대는 바로 원작인 <자마>를 보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뉠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자마>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다른 조건들에 대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를 본 내 소감이 그랬듯이,
<자마>를 보았다면 <명장>의 대한 감상 시각이 완전히 틀려졌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스란히 평가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이 영화는 19세기 중엽, 청나라와 태평천국의 난이 발생한 사건을 배경으로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치열하게 피부로 역사를 받아들인 세 명의 남자의 관한, 의형제의 결의를 맺은 세 남자의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적 때 혹은 전투의 패한 패장이었던 인물들이 가족들과 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점점 전투에서 성공을 거두며 권력을 얻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대의와 개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의형제를 맺은 서로가 서로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들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사이에는 조이호의 아내인 연생과 방청운 사이의 삼각관계 또한 형성되어 있다.
이 영화는 중국내에서 사상에 관련된 장면들로 인해 대량 삭제가 되었을 정도로 상당히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나 대의와 개인이라는 대칭점의 갈등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매우 민감한 주제가
아닐 수 없는데, '대의'를 우선시한 장예모의 <영웅>이 국가적 지원을 받은 것에 반해, 초심을 잊고 '대의'를
위해 형제마저 버리는 방청운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시대가 만들어낸 권력의 노예로서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려내면서 상당히 정치적인 색을 띠고 있다. 물론 이 영화가 결국에 말하는 것은, 혼란스런 시대가
방청운을 그렇게 만들었고, 결국은 스스로도 권력을 쟁취하지 못하고 조정에게 배신 당해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전쟁과 권력이 중심이된 시대에 사로잡혀 버린 불쌍한 인물임을 그리고 있다.



극중 방청운 만큼이나 무섭게 변하는 인물을 보여준 것은 '강오양' 이었는데,
적장의 목을 배고 자신도 모르게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오양의 모습과 광기어린 눈빛, 그리고 끝까지
큰 형님이 옳다며 되네이는 대사를 통해 감독은 상당히 의도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유연하지는 못하지만, 한 번 결의한 것은 무조건 지켜야 하고, 옳다고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식할 정도로 밀어부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영웅문이나 삼국지를 평소에 너무 좋아했던 탓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우직함이었다. 방청운이 조이호를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형수를 과감히 죽이기도 하고
결국 이호가 죽임을 당한 것을 안 뒤에는 결의한 그대로 형제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방청운에게 계속 달려드는 오양의 모습은, 그럴 수 밖에는 없는 슬픈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세 명의 캐릭터의 감정과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매우 과감한 클로즈업을 매우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마치 HD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과감한 클로즈업이 아주 많이 쓰이고 있다.
블록버스터답게 초반에는 상당히 대량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전투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이 후에는
무술이 위주가 된 결투 씬들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연걸의 출연으로 인해 아스트랄한 쿵푸 장면들을
잔뜩 기대하고 왔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액션이 많기는 하지만 액션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정치적인 드라마로 보는게 더 맞을 듯 싶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표현하듯 영상은 거의 내내 색을 지운듯한 어두운 색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두운 장면들과 먼지 가득한 장면, 그리고 비오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며 좀 더 스타일리쉬한 미장센에
주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의 연기는 편차는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고 생각된다.
확실히 한 두해 연기한 배우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장면장면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대단했으나
원작의 배우인 적룡, 강대위, 진관태와 비교한다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여성들이 이 영화에 적극 공감하기는 아무래도 조금은 힘들듯 하다.
멜로적인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양념격이고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설득력이 부족한 수준이며,
무협지에 열광하는 남성들에게나 먹힐 정서가 가득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던 '뜨거운' 영화였다.


1. 극 중 보여준 행동들로 봤을 때 가장 멋진 캐릭터는 소주성주인듯.
2. 영화를 처음보곤 극중에서 분명 유덕화가 제일 형인줄 알았었는데 아니더라 -_-;;
3. <자마> DVD를 어서 구해 봐야겠다.
4. 극중 대인들로 등장하는 조정의 인물 3명의 모습을 보며 <카우보이 비밥>의 레드드래곤 수장들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5. <자마>를 어서봐야겠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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