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비 주연의 닌자 액션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했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2009년작 ‘닌자 어쌔신’은 아무래도 주연을 맡은 우리 배우 ‘비’ 때문에 더 주목과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이미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한 ‘스피드 레이서’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국내 배우의 본격적인 헐리웃 진출이라는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비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단독 주연을 맡아 국내는 물론 세계 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국내 배우의 헐리웃 진출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것이 ‘진짜’ 헐리웃 진출인가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적어도 ‘닌자 어쌔신’의 경우는 이런 논란을 잠재울 만한 일종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의 흥행과 별개로 영화의 제작자와 스튜디오, 스텝들의 면면을 따져보자면,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은 헐리웃 진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축구로 비교하자면 EPL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으로 뛰는 박지성 선수와 비견할 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스튜디오와 스텝들의 면면을 고려했을 때 말이다 -. 사실 예전만 하더라도 우리 배우의 헐리웃 진출이라면 ‘스피드 레이서’의 정도만 되더라도 충분히 뉴스가 되고도 남을 정도였는데 ? 스피드 레이서를 보고 나서 ‘의외로’ 많은 비의 비중에 놀랐던 적이 있다 -, ‘닌자 어쌔신’은 잘 알다시피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하였고, 워너의 블록버스터 작품들을 여럿 제작한 조엘 실버가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매트릭스’의 연출자인 워쇼스키 형제 역시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루레이 수록된 서플먼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런 메이저 스텝들에게 톡톡히 인정 받고 있다는 점은 자랑스럽고 놀라운 일임을 부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영화는 ‘닌자 어쌔신’ 이라는 제목답게 시작부터 제법 고어한 액션 장면을 선사한다. 사지가 잘려나가고 여기저기 피가 낭자한 액션 시퀀스를 맨 처음 배치한 것은, 단순히 폼 잡으려는 의도보다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초반부터 관객에게 빠르게 인식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겠다 ? 이후에는 이런 ‘절단’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액션 시퀀스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 아무래도 이 영화는 ‘닌자’라는 특수한 캐릭터에 기반한 독특한 액션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제임스 맥티그의 ‘닌자 어쌔신’은 이런 기대감을 절반 정도 해소시켜준 듯 하다. 부가영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액션 시퀀스를 위해 헐리웃 최고의 액션 팀들이 멋지고 복잡한 합(合)을 만들어 낸데 반해,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액션 장면이 스크린에서 오롯이 표현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을 ‘닌자’라는 특성에 걸맞는 액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어두운 배경에서 벌어지는 액션들이라 그 재미와 쾌감을 좀 더 전달되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쉬운 점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기서 아쉽다는 것은 헐리웃 최고 수준의 액션 스텝들이 만든 액션 시퀀스가 좀 더 빛을 발할 여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나 구성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 만약 워쇼스키 형제가 직접 연출했더라면 좀 더 동양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반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닌자라는 특수한 캐릭터에 기반한 작품답게, 일반적인 액션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액션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 속에는 미처 다 부각되지 못했지만, 닌자 만의 무기들을 사용하는 액션 시퀀스의 경우, 현란한 CG와 안무 같은 스턴트 액션과 맞물려 쿵푸 영화와는 또 다른 액션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Blu-ray Menu






‘닌자 어쌔신’의 포스터들 가운데 위의 이미지가 사용된 버전을 가장 선호해서인지, 이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메뉴 화면의 디자인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언어/자막 선택 화면과 장면 선택 화면 바에 배경이 되는 이미지의 디테일도 만족스럽다.

Blu-ray : Picture Quality

1080p 풀HD의 화질은 전반적으로 준수한 편이다. 작품 자체의 분위기나 영상이 매우 어둡다 보니 화질을 제대로 만끽할 만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아쉬운 점은 없는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영상의 입자 자체가 상당히 거친 편이기 때문에 선예도 높은 화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CG가 가미된 화려한 액션 영상들을 큰 무리 없이 ? 이질감이나 잔상 없이 ? 보여주고 있으며, 하이라이트가 되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에서는 타오르는 불길과 피로 물든 라이조 (비)의 상체가 비교적 뚜렷하게 표현되는 편이다. 영상의 스타일은 감독에 의해 의도된 부분이 분명하지만, 만약 좀 더 날카로운 선예도가 살아있는 영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도 갖게 한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최신작답게 차세대급 사운드를 들려준다. 닌자 액션의 장점을 부각시킬 블루레이적 요소는 아무래도 화질보다는 사운드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다양한 닌자 특유의 무기들의 사운드는 물론이고, 초반 액션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닌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사운드로는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쉽게 체크할 수 있을 정도의 만족스러운 채널 분리도를 들려준다.





이 작품에는 칼과 닌자 무기를 이용한 액션 장면 외에 총을 비롯한 대형 무기들을 사용하는 후반 부의 액션 장면도 등장하는데, 후자의 무기들의 사운드는 조금 날카로운 맛이 떨어지지만, 전자의 액션에서의 사운드는 괜찮은 편이다. 특히 사용하는 무기의 특성상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공간감과 이동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닌자 어쌔신’의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닌자 어쌔신’ 블루레이는 메이킹 필름 성격의 3가지 부가영상이 ‘Behind the Story’라는 메뉴 아래 수록되었으며, 추가로 삭제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The Myth and Legend of Ninjas’에서는 실제 닌자 고수들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닌자에 대한 상세한 역사와 배경을 들려준다. 특히 우리가 흔히 ‘닌자’하면 떠올리곤 하는 ‘비밀스런 암살자’의 이미지를 넘어서, 훨씬 더 상세한 설명을 통해 일본의 실제 역사와 닌자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마치 역사책을 보듯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여기에는 마지막 진짜 닌자인 '타카마츠'의 관한 이야기와 현재 닌자 종가를 이끌고 있는 고수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으며, 닌자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무기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 - 혹은 사용방법 -에 관한 이야기와 닌자가 사용하는 주요 기술들에 대해 실제 닌자 기술을 습득한 고수들의 시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The Extreme Sport of a Ninja' 에서는 익스트림 스포츠 적인 요소와 닌자 액션을 결합한 영화의 스턴트와 액션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액션 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를- 참고로 채드 스타헬스키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시리즈에서 네오 역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의 스턴트 대역을 맡기도 했었다 - 비롯해 무술과 스턴트 팀 스텝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데, 난이도 높은 스턴트 액션을 위해 최고 수준의 팀을 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각 장면이나 동작에 필요한 특별한 고수들 - 룹킥 고수, 파쿠르 전문가, 파워 텀블러 - 을 초빙한 사실이 흥미로웠는데, 여러 분야의 스턴트/액션 고수들은 물론 더 화려한 액션 장면을 위해 안무가 까지 참여시킨 점이 이채로웠다.





‘Training Rain’은 어쩌면 많은 한국 팬들이 가장 기다렸을(?) 부가영상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라이조'를 스크린 속에서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지옥 같은 트레이닝을 이겨낸 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스텝들과 배우들이 처음에는 다들 '비가 누구야?' 했었지만, 나중에야 그가 아시아에서 유명한 팝스타라는 것을 유튜브를 보고서야 확인하고 놀랐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이미 국내 여러 연예 프로에서 개봉 당시 많이 조명되었던 것처럼 '지방 0%'의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견디는 비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수년간 이런 트레이닝을 지도해온 이들조차 비처럼 훈련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짧은 시간 동안 '극적으로' 변한 비의 신체 변화를 보는 것도 포인트다. 헐리웃의 모든 스턴트 맨들을 통틀어서도 최고의 스턴트 능력이라는 칭찬이 나올 정도니 말 다했다.

그 밖에 세탁실에서의 짧은 회상 장면, 미카의 집에서 선배 요원과의 대화 장면, 라이조와 미카가 자동차를 훔치는 장면 등 짧은 삭제 장면들이 수록되었다.





[총평]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브이 포 벤데타’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연출한,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은 우리 배우의 헐리웃 메인 스트림 주연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한 번쯤 확인해볼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아,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스턴트 액션의 디테일도 체크 요소다.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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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 (Ninja Assassin, 2009)
비 주연의 그냥 액션 영화


<닌자 어쌔신>을 이야기할 때 주연을 맡은 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 <스피드 레이서>를 보았을 때도 상당히 놀랐었는데, 이 작품처럼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서 국내 배우가 당당히 원톱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일단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을 예로 들만큼, 비의 이번 출연은 지금까지 한국 배우가 헐리웃에 진출했던 경우 가운데 단연 최고의 비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사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긴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일 뿐, 감독을 맡은 제임스 맥티그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의 전작 <브이 포 벤데타>를 인상 깊게 보았음에도 이번 작품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까닭은, <닌자 어쌔신>의 주인공이 제목 그대로 '닌자'였기 때문이었죠. 혹시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을 맡았다면 '그래, 워쇼스키들은 워낙에 오타쿠이니 닌자 영화도 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들 수 있겠지'하고 기대했겠지만, 제임스 맥티그가 '닌자'의 세계를 얼마나 제대로 그려낼까 하는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이 영화는 닌자를 주인공으로 닌자의 세계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만, 진짜 닌자 영화를 적지 않게 보아왔던 이들이 본다면 '그냥 액션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예상했던대로 제법 고어한 액션 장면을 보여줍니다(특히 '비가 나온다!'라는 것만으로 극장을 찾은 여자관객분들께는 더더욱이요). 팔, 다리는 우습게 잘려나가고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잘려나가지요. 첫 액션 시퀀스에서는 '자, 우리 영화는 이 정도로 잔인한 영화야'라는 것을 보여주듯, 사지절단을 관객이 확실히 확인할 수 있도록(그것이 주가 된) 구성된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후에는 절단 자체에 포커스를 둔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너무 어두운 배경 속에 일어나는 액션이다보니 그렇게 힘들게 연습해왔다는 액션의 합(合)을 제대로 확인해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영화의 줄거리에 따르자면 어두운 곳에서만 등장한다 라는 식이라 어쩔 수 없는 액션 장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에서 액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은 조금은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액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해보자면, '닌자 어쌔신'이라 하여 특별한 '닌자'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이나, 동양 무술에 더 정통한 액션 장면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판타지'액션 연출이 대부분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동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연출자의 문제 혹은 간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마치 게임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단순한 닌자의 이미지만을 가져와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닌자'와 그 세계의 이야기는, 서양인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동양인인 제가 보기에는 정말 판타지 액션에 가까운 정도였거든요(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영화를 판타지 액션으로 기대하고 가셨던 분들이라면 크게 실망할 것 없는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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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스토리의 문제 역시 그냥 '즐겨라'하는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입니다(참고로 저는 최근 스토리의 빈약함으로 비슷한 지적을 받았던 <2012>에 대해, <2012>는 본래 그런영화고 에머리히 영화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 ^^;). <닌자 어쌔신>의 주요 줄거리와 테마라고 한다면 주인공 라이조(비)가 자신을 키워준 닌자 패밀리(오주누)를 배신하고 이들과 벌이게 되는 결투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반복되는 회상 씬에도 불구하고 라이조가 갑자기 배신하게 된 이유가 설득력이 부족하고(차라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여자 수련자가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배신을 하였으면 좀 더 이해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후반 부 등장하여 계속 '동생아, 동생아'를 외치던 릭윤의 등장은 조금 쌩뚱맞아 보이기도 하거든요(얼마나 얼굴을 공개한 분량이 적었는지 많은 분들이 릭윤을 못알아 보시더군요).

영화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일본인이고 대부분의 배경은 베를린임에도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조금 불편한 점이 있긴 했지만, 첫 장면에서 야쿠자가 모두 영어로 이야기할 때 '아, 일단 영어를 불편해하면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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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은 일단 한국인으로서 우리 배우 비가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 단독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분명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네요.


1. 랜달 덕 김은 거의 몰라볼 뻔 했네요. 그런데 목소리는 어찌나 익숙한지 목소리로 먼저 알아들었네요 ㅎ
2. 자주 가는 동네 극장에서 오랜만에 '매진'을 경험했습니다. 과연 이 영화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을까요.
3. 각본을 쓴 메튜 샌드의 전작은 뭐가 있나 살펴보았는데, 이 작품이 첫 작품이군요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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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
 
(스포일러조심)
뭐 박찬욱 감독의 그 동안 영화들을 모두 좋게 봐온지라 이번 작품도 많이 기대했던 작품.
정지훈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에 사뭇 걱정도 되었던 작품.
결과를 보자면 꽤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박찬욱 이름을 보고 극장을 찾았던 대부분의 관객들은 물론,
임수정과 정지훈을 보려고 극장을 찾았던 소년,소녀팬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많이들 실망했음은 물론 '이게 뭐야'하는 식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뚜렷한 기승전결도 없고(특히 '결'이없다),
이렇다할 클라이맥스도 없으며 커다란 갈등구조도 없다.
그러니 더더욱 감동같은 건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건 그런것들을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기때문이다.
 
사실 박찬욱 감독은 원래 이런 감독이다.
<친절한 금자씨>같은 영화에서도  머리는 최민식이고 몸은 개로 나오는 장면처럼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딴 세상의 장면을 삽입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 영화는 아예 그런 설정과 구조들만이 존재하고 있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친절한 금자씨>가 개봉했을 직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박찬욱이 <올드보이>로 돈벌더니
배불렀다, 배신했다 등등 평이 있었지만, 박찬욱은 원래 그런 스타일의 감독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화들 가운데 <올드보이>란 작품은 관객들과도(의외로 너무 많은 관객들),
공감대가 맞아 떨어진 작품이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는 것이다.
(사실 금자씨가 몇백만씩 관객이 들때도 이 영화가 그렇게 많이 볼 범국민적인 영화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초반에 비쥬얼과 상상력이 결합된 오프닝신을 보면서
참으로 팀 버튼 영화가 많이 떠올랐다. 약간은 기괴하면서 미술적인 요소가 강조된
타이틀은, 이 영화가 평범한 영화는 아님을(평범한 스타일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일터.
전작 <금자씨>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심인물 2명 이외에 여러명의 조연들을 등장시키는
연극적인 스타일의 구성도 그대로 이어졌다(배우들도 대부분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시금 출연하고 있다).
또한 마치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상대적인 크기의 차이로 재미를 주는
영상적인 요소들도 등장했는데, 기술적인 면에서 어설프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또 순대를 만드는 별 거 아닌 장면에서도 조명을 벌~겋게 하여 혹시 박찬욱이라면
12세라도 뭔가 하드코어한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도록 의도한 것도
유머러스했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임수정이라는 배우가 이 정도의 에너지가 있던 배우였던가 하는 것이었다.
러닝 타임 가운데 몇번씩이나 무서우리만큼 섬뜩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원래 임수정의 말투가 저랬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억양과
마음껏 소리지르며 연기할때는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 쉽지 않을 만큼 무서운 포스를 내뿜었다.
가장 위험요소였던 정지훈의 연기는 뭐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그의 대한 평가는 캐릭터 자체가 좀 이상한 캐릭터였음으로 평가보류해야 될듯하다.
 
이 영화는 박찬욱이 자신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이상한 영화 중 하나이다. 난 정지훈과 임수정의 눈물겨운 러브스토리도,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극적인 요소도 기대하지 않았던터인지,
임수정이 아톰마냥 손가락이 열리고 무자비하게 의사들을 쏴죽이고 병원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상상을 할때에도, 그저 씨익 웃음이 났다.
 
좀 오바해서 생각해본다면,
정신병 환자들의 원인에 관한것(그들이 병에 걸리게 된 사연들을 들어보면 모두들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어서, 그 염원하는 마음에 병을 얻게 된 것)이라던지,
이들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태도라던지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었지만,
이 영화는 그러라고 만든 영화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마지막 대사가 된 '근데 양말만 젖은 건 아니잖아'라는 정지훈의 대사는
무언가 여러가지 생각하게 하는 대사였다.
 

 

 
글 / ashitaka

p.s/1.정지훈의 쓰고 나오는 몇 가지의 가면들, 참으로 갖고 싶더라 --;
2. 임수정의 뒷 모습, 너무 안쓰러웠음(영화재미없게 본 사람들도 이건 다 공감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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