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4 (The Fantastic Four, 2015)

과연 속편은 계속 될 수 있을 것인가



마블의 영화들이 하나 둘 씩 성공하고 '어벤져스'로 대변되는 유니버스의 구조가 대중화 되면서,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거나 오래 전에 영화화 되었던 작품들이 다시 리부트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게 되었는데, '판타스틱 4' 역시 새로운 감독과 배우들로 리부트 되었다. '판타스틱 4'는 팀 스토리가 연출을 맡아 2005년과 2007년에 각각 '판타스틱 4'와 '실버서퍼의 위협'을 내놓았는데,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이 때만 해도 크리스 에반스는 그리 주목 받지 못했었다) 등이 주연을 맡아 속편까지 나오긴 했지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타스틱 4'의 리부트는 기대될 수 밖에는 없는 프로젝트였는데, 일단 연출을 맡은 이가 '크로니클'을 연출한 조쉬 트랭크라는 점이 첫 번째였고 최근 핫 한 케이트 마라, 마일즈 밀러, 마이클 B.조던, 제이미 벨 등이 새롭게 팀을 이룬다는 점이 두 번째 포인트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관람 전 시사회나 여러 평가들은 하나 같이 좋지 않은 평들 뿐이어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인가' 하는 아쉬움을 미리 갖게 했었다. 워낙 기대치를 낮춘 탓인지는 몰라도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로 최악인가 싶은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론이 바뀔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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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부트 답게 새롭게 정한 작품의 방향성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설령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지루해 할 확률이 높다해도)히어로 물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히어로가 되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조쉬 트랭크의 '판타스틱 4'는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여기에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4명의 젊은 남녀가 어떻게 판타스틱 4가 되었는 지를 주목한다. 홀로 영웅인 다른 영화들 과는 달리 4명이 팀으로 존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히스토리는 길지 않지만, 네 명이서 (혹은 세 명)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이들이 평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었고, 어떤 갈등이나 관계에 있었는 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하려 한다. 이 부분은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히어로 물이라면 반드시 선행해야 할 이야기인 동시에, 처음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둔 작품이라면 화려한 액션 연출 보다도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 '크로니클'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질 정도로 나쁘지 않은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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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건 이들이 사고로 인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이후, 그 능력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과 주변의 시선에 대한 묘사였다. 역시 히어로 물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 요소이자 테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특수 능력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저주에 가까운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부분일텐데, '판타스틱 4'는 상대적으로 이 능력을 치료해야 하는 것의 측면으로 바라보면서 조금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과정을 그려낼 수 있었다.


아주 짜임새 있거나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방향성 측면에서는 옳았고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던 이 전반부의 내용은 아쉽지만 단 한 순간에 허무하게 깨져버리고 만다. 앞서 이야기한 부분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감을 느낄 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영화는 너무 갑자기 마치 극 중 차원 이동처럼 엄청난 거리를 점프하여 '자, 이제 우리는 판타스틱 4야!'라고 선언해 버렸고, 여기에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끌고 올 때까지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던 캐릭터들이 너무 한 순간에 약속이나 한 듯이 하나가 되기로 한 점은, 납득이 안된다기 보다도 중간에 장면이 삭제되었나? 싶을 정도였다. 혹여 대중적으로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리부트 답게 캐릭터들의 생성 과정에 대한 성격과 납득할 만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생각보다 별로 볼거리가 없었던 작품에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잘 나가다가 스스로 한 번에 포기해 버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치 영화가 중간에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 수 밖에는 없었다. 실제로 '어? 여기서 끝이야?'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선택한 클라이맥스는 중간 정도의 임팩트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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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트랭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처음 이 리부트가 결정되면서부터 한 편이 아닌 시리즈의 연속성을 스튜디오는 고려했을 텐데, 그것이 감독에겐 이도저도 아닌 독이 된 듯 했다. 캐릭터의 탄생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이뤄내지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마블 히어로 영화 같은 화려한 볼거리도 사실 보여주지 못한 채 너무 영화 스스로 '우린 1편 입니다. 자, 이제 속편을 기대하세요'라고 처음부터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강했던 것 같다.

과연 속편은 계속 될 수 있을까?



1. 케이트 마라도 그렇고, 마일즈 텔러도 그렇고 배우들이 좋아서 기대를 했었는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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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질서와 균형, 굴레를 벗어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그의 첫 번째 헐리웃 진출작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를 보았다. 두 번 보았다. 사실 이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헐리웃을 통해 선보였던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작품과는 달리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작품이자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대적으로 더 큰 기대감을 가졌던 작품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 년 전에 구입했던 원작 만화도 일부러 개봉 전 보지 않은 것은, 오롯이 봉준호의 영화를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큰 기대를 안고 본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시'와 '하지만'이 공존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두 번을 연달아 보았는지도 모르겠는데, 결론적으로는 '역시' 생각할 거리와 이야기할 거리를 여럿 생산해 냈다는 점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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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개발한 프로젝트가 오히려 빙하기를 가져오게 되 인류가 오로지 영원히 달리는 열차 안에 존재하게 된다는 영화의 배경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테마를 그대로 보여주는 서두 이기도 하다. 꼬리 칸에 살고 있는 빈민들이 반란을 일으켜 맨 앞 칸으로 전진해 이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이를 향해 도전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체제 전복의 텍스트로 보기 쉽지만, 사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 보다는 오히려 질서와 균형 그 자체와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 자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체제 전복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보기에는 맥락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이며, 인물들이나 한 칸 한 칸 전진할 때 마다 등장하는 그 다음 칸의 모습 역시 꼬리 칸의 모습과 상대적인 위치에 있다고 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보며 흥미로웠던 지점은, 주인공 커티스를 중심으로 한 꼬리 칸 사람들의 분노나 억울함의 표출 등이 아니라 (만약 이것이 포인트였다면 영화는 없는 시간을 할애해서 라도 꼬리 칸 사람들의 고통을 초반에 더 묘사해야만 했을 것이다), 전진할 때마다 더 확고해지는 균형과 질서에 관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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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뒤에서 부 터 맨 앞 까지 한 칸 씩 전진한다는 설정은, 마치 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정처럼 한 칸 씩 전진할 때마다 더 강력한 적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거나 더 혹독한 조건을 만나게 돼, 결국 최종 보스와의 결투(?)를 자연스레 고대 하게 되는데, '설국열차'의 내용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 칸 한 칸 전진하는 것은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꼬리 칸과 맨 앞 쪽 엔진 칸의 사람들만 서로를 인지하고 반응할 뿐 중간에 위치한 다양한 사람들은 이 반란이나 억압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다. 만약 이 영화가 계급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려 했다면 열차 칸이 엔진 칸에 가까워 질 수록 상하 관계를 더 분명히 했을 텐데, 영화는 초반 꼬리 칸 사람들이 멀리 나마 볼 수 있었던 그 영역을 넘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세계를 등장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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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중간 이라고 만 표현해도 될 정도로 꼬리 칸의 주인공들이 엔진 칸으로 전진하는 과정 중에 만나게 되는 풍경들은, 그 과정 정도로만 묘사될 뿐이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그 칸의 성격에 따른 이슈나 담론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커티스 일행과 이를 막으려는 윌포드가 보낸 이들이 부딪히는 배경 장소로 밖에는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균형과 질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여러 번 극 중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 다양한 중간 칸 사람들의 모습은 자신의 역할을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클럽에서 파티를 하고 약에 취하고(크로놀), 고급 식사를 즐긴다던가 여유롭게 사우나나 뜨개질을 즐기는 모습들은 '잘못된' 것으로 묘사되기 보다는, 오히려 주인공 일행이 극 중 겪었던 것처럼 당황스러울 정도의 의아함을 주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그것은 다시 말해 이 질서가 반드시 깨야 할 것이라든지, 잘못된 것이라는 일방적인 판단을 유보하게 만든다.


후반부 드디어 윌포드를 만난 커티스는 윌포드에게 이 계속 달려야만 하는 열차의 균형을 위해 질서 유지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윌포드의 논리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편이다.  그렇게 윌포드를 증오 했던 커티스조차 그의 제안을 따라 그의 자리를 맡는 것이 이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더 나은 결정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결정인 동시에 그럼에도 그것이 가장 다수를 만족 시키는 방법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한다면 윌포드의 이 방법은 쉽게 말해 맘에는 안 들지만 그 것 밖에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가 이 메시지에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해 든 비유는 바로 수족관의 비유였다. 자연(自然) 상태가 아닌 한정된 상황에서 개체의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위적인 조정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는데, 윌포드는 바로 이 원리를 열차의 모든 칸에 적용하여 남은 인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영화 속 사실이기도 하다. '설국열차'는 이렇듯 이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구세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대로만 가자는 단순한 텍스트는 아니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구세대의 상황과 논리를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만약 '설국열차'가 오롯이 커티스의 이야기였다면 영화는 더 단순 했을 테지만, 이 영화엔 커티스의 전진을 돕기도 방해하기도 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남궁민수와 그의 딸 요나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곧 다시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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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를 보는 내내 워쇼스키의 '매트릭스'를 떠올렸는데, 두 작품의 전하고자 하는 바는 한 편으론 비슷하지만 잘 따져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매트릭스'를 떠올렸던 건 열차라는 작은 세계(하지만 곧 인류 그 자체)가 존재하기 위한 균형과 질서로서 성립되는 각 인물들과 열차 칸 들의 성격 때문이었는데, 윌포드는 마치 아키텍트와 같이 감정적이기 보단 전체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신과 같은 존재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커티스를 네오와 같은 구세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구원이나 체제 전복, 계급 사회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이기도 한데, 커티스는 오히려 이 거대한 질서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거대한 톱니 바퀴가 돌아가기 위한 제법 큰 또 다른 톱니 바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형태의 영화에서 이 자체가 반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윌포드와 길리엄이 같은 지향 점을 공유하고 있는 동지였다는 점이나, 결국 이 거대한 질서를 위해 커티스가 윌포드의 후계자로 사실상 길러져 온 것 자체 말이다), 이 영화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조금 달랐던 건 바로 그 다음, 그 다음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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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러한 구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의 결말을 보면, 무언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주인공이 결국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도달했을 때 그 허무함의 충격으로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면, '설국열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상황에서 힘겹게 발휘된 주인공의 자유 의지를 통해 굴레를 벗어난 새로운 세상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정말 현 시대의 암울함이나 미래의 어두운 면을 다루려 했다면, 아마 관객의 지지를 받았던 커티스가 결국 종극에 다다랐을 때 윌포드의 논리에 수긍할 수 밖에 없어 또 다른 윌포드가 되고 마는, 그래서 열차는 계속 달리고 남은 인류는 또 다음 사이클을 기다리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제 앞서 잠시 뒤로 미뤄둔 남궁민수와 요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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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남궁민수는 윌포드를 무찌르거나 엔진 칸을 차지하는 것 대신, 열차 밖을 탈출하고자 하는 계획을 말미에 드러내는데, 이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극 중에서도 설명했던 이누이트 족 여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극 중에서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요나의 어머니, 그러니까 남궁민수의 부인이 바로 이누이트 족 여인이라는 점을 밝혔는데, 극 중 남궁민수가 열차 밖을 나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 데에는 아마도 그 여인의 행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녀가 열차 밖을 나가 몇 발자국 못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바로 깨닫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오히려 전혀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던 그 가능성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눈이 녹고 있는 지를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 자체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더 흥미로운 건, 영화가 허락한 열차 밖 세상의 주인공은 커티스는 물론이요 남궁민수도 아닌, 이 열차에서 태어난 요나와 열차의 동력으로 활용되었던 또 다른 어린 아이라는 점이다. 이 작품은 송강호와 고아성이 부녀 관계로 다시 등장하는 것 외에도 결말 부분에 있어서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을 떠올리게 하는데, 남겨진 아이라는 테마 때문일 것이다. 요나와 또 다른 아이에게만 생존 가능한 기차 밖 세상을 허락했다는 건, 이 영화가 어른이나 기성 세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으론 무서울 정도로 엄격한 반성의 잣대인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삶을 꿈꿨던 커티스에게도, 오래 전부터 열차 밖 세상의 가능성을 꿈꿨던 남궁민수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은, 한 편으론 새로운 세대가 중심이 된 새로운 세상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오히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잘못을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긍정의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극 중 커티스가 내내 자신의 오래된 잘못으로 인해 고통 받고 스스로를 옥죄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이 결말은 그들에게 진정한 속죄의 기회를 준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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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움찔 하게 되었던 장면은 말미에 남궁민수가 급박한 상황에서 부탁을 하게 되는데, 요나가 정색한 얼굴로 '싫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그냥 요나의 성격이 좀 이상하고 유별나서 그런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동안 비교적 아버지를 잘 따랐던 요나가 극적인 순간에 와서 아주 단호하게 정 반대의 감정 표현을 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의 결말이 그러하듯 새로운 시대에는 남궁민수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설국열차'는 결국 구세대의 종말과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빙하기라는 것 자체가 한 시대의 결말이자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구세대가 스스로 자초한 빙하기로부터 시작해 그들의 종말(설국열차는 다양한 소품들을 통해 멸종, 종말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 했던 것처럼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종말의 과정에서 멸종되지 않고 살아 남은 새로운 세대의 시작을 희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분명 희망적이다. 혹자는 그렇게 살아남은 어린아이들의 앞에 또 다른 먹이 사슬의 상위 포식자인 북극곰이 등장한 것을 두고, 절망적인 결말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가 러닝 타임 내내 보여주었던 구세대의 종말 만으로도 이 영화의 결말이 맞은 상황은 분명 싸워서 이겨내 살아볼 가치가 있는 새로운 희망의 시대일 것이다.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그렇게 질서와 균형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굴레를 벗어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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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흥미로운 건 항상 여러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 그 자체에요. 봉준호 감독이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2. 세계관이나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게임 '바이오 쇼크'가 연상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3. 개인적으로는 틸타 스윈튼의 연기야 뭐 더 말할 필요 없이 만족스러웠지만, 출연하는지도 잘 몰랐던 앨리슨 필의 등장이 더 반가웠어요!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4. 좀 아쉬운 점이라면 액션 연출이 조금은 진부한 느낌이었고, 영화 음악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듯 했어요.


5. 뭔가 더 할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다 정리가 안되네요 ㅎ 기회가 되면 봉감독님 만나서 직접 인터뷰도 하고 얘기 나누고 싶네요!! ㅎㅎ


6. 마지막은 <설국열차> 관련 제가 시도한 인증샷 들 ㅋㅋ




프로틴 블록과 함께 한 진정한 4D 관람 인증샷!



'Are you 냄궁민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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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작품 중 하나인 봉준호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설국열차 (Snowpiercer)'의 새로운 캐릭터별 스틸컷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캐릭터 스틸은 예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았던 여권에 포함된 컷들인데, 이렇게 웹상으로도 함께 공개가 되었네요.


저도 신청했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중 ㅠㅠ

저도 얼른 여권이랑 티켓 수령하고 공식카페에도 가입하고 싶어요!

주변을 확인해본 결과 받으신 분들과 못 받으신 분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걸 보니, 양이 많아 순차적으로 발송이되고  있는 듯 합니다.


아... 스틸컷 들을 보니 영화가 어떨지 더욱 더 기대되네요!












이런 캐스팅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니, 더 나아가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 어려운 일인 것 같 아요.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실감할 수 있을 듯.



얼른 도착해라! 설국열차 탑승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글 | 신현이(a_shitaka@nate.com)


순간 이동이라는 매력적인 설정

‘순간 이동’이라는 초능력은 예전부터 각종 히어로물이나 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 중의 하나다. 가장 기억에 남기로는 일본 만화인 <드래곤 볼>에서 손가락 두 개를 붙여 이마에 가져다 대면 순간 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겠다. 순간 이동이라는 초능력 자체가 슈퍼 파워나 초스피드 등에 비해서 훨씬 비쥬얼 적으로 멋지고 매력적인 설정 임에도 수많은 초능력 중의 하나 정도로만 묘사될 뿐, 이것만을 주제로 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 영화 <점퍼>는 순간 이동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을 본격적으로 영화화 한 첫 번째 영화로서 많은 볼거리와 흥밋거리를 유발시키는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극장 개봉 당시의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은 그리 좋지 만은 않았었다. 매우 매력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또한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이 영화는 애초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후속편이 2011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확실히 확정된 단계는 아닌 듯하다)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운 점이 엿보였던 영화였었다. 주인공 ‘데이빗’ 역할을 맡은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연기는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기도 했고, 다이안 레인의 경우 그녀의 매력을 선보이기에는 너무 짧은 러닝 타임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리핀 역을 맡은 제이미 벨의 경우 <빌리 엘리어트>의 아역 연기는 완전히 잊어버릴 만큼 남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스타워즈>의 팬들에게는 아나킨과 마스터 윈두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연장선에서 봤을 때 묘한 대립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도 극장에서 감상했을 때에는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아쉬운 작품이었지만, 블루레이를 통해 영화와 서플먼트를 꼼꼼히 감상한 뒤에는 이 영화가 훨씬 더 좋아진 경우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만큼 <점퍼> 블루레이는 화질과 음질도 블루레이다운 수준급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지만, 음성해설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와 볼거리가 가득하고, 무엇보다 현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모범적인 로컬라이징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점퍼> 블루레이 - 메뉴 디자인

메뉴의 경우 분류 항목의 명칭 뿐만 아니라 각 항목에 대한 상세 설명까지 모두 한글화 되어 있어, PIP 코멘터리 등 복잡한 기능을 지닌 타이틀 구성을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로케이션의 현실감과 고품질의 C.G가 결합된 1080P 영상

1080P의 화질은 최신 타이틀답게 풀HD 특유의 고화질을 자랑한다. 특히 이 영화는 초능력을 갖은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블록버스터이긴 하지만 뉴욕에서 로마까지 전 세계 곳곳의 매우 현실적인 공간들을 실제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다양한 액션 장면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CG를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관객이 느끼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기 때문에 장면, 장면이 판타지스럽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블루레이의 선명한 화질은 이 현실감을 더욱 배가 시켜준다 하겠다.





순간 이동의 쾌감을 그대로 전해주는 DTS-HD : MA 사운드

화질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DTS-HD : Master Audio 사운드이다. <점퍼>는 순간 이동시에 발생하는 그 아스트랄한 사운드는 물론이거니와, 순간 이동을 이용한 액션 장면과 대형 이동 장면에서 역시 박력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데, DTS-HD 사운드는 이러한 영화의 장점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고 있다. 묵직한 우퍼의 활용도도 러닝 타임 내내 높은 편이었으며,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하는 순간 이동이 주된 소스이다 보니 멀티채널의 활용도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특히나 액션 장면에서는 맨 처음 멀티채널 사운드의 장점을 몸소 느꼈었던 <매트릭스>DVD의 ‘불릿 타임’ 장면을 떠올릴 만큼, 귀가 정신없이 바쁠(하지만 즐거운)정도로 만족감이 높은 편이었다.




또한 순간 이동만이 갖는 사운드 적 특성은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찾아볼 수 있었는데, 특히 순간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캐릭터들처럼 사운드 역시 이른바 ‘치고 빠지는' 강약 조절의 임팩트가 강한 편이라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에서는 마치 사운드가 한순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져버리는 느낌마저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이 타이틀은 영화 속 액션에 따라 소파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D-BOX 모션 코드'가 적용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영화를 감상한다면 놀라운 음향 효과와 함께 실로 엄청난 박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풍성한 인터랙티브 서플먼트와 완벽한 현지화 돋보여

사실 블루레이 시장이 워낙에 마니아 시장으로 흐르는 감이 없지 않다보니 타이틀의 덕목으로 첫 번째로 손꼽히는 것들이 항상 화질과 사운드가 주가 되기는 했었지만, 사실 그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서플먼트의 수록과 음성해설 및 부가 영상, 메뉴 언어의 한글화, 즉 현지화(로컬 라이징)의 완성도를 들 수 있을 텐데, 그런 면에서 <점퍼>블루레이는 감히 만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DVD 시절부터 그래왔던 것이지만, DVD나 블루레이 만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아마도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삭제 장면이라던가, 감독과 배우, 스텝들이 참여한 음성해설, 그리고 제작 과정 등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일 텐데, 여기에 보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한글화가 꼼꼼하게 되어 있느냐가 항상 좋은 타이틀과 그렇지 못한 타이틀을 구분하는 잣대가 되어왔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점퍼> 블루레이의 완벽한 한글화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일단 메뉴 언어부터 완벽한 한글화가 되어 있다. 메인 메뉴들을 비롯해 서브 메뉴들이 언어들도 모두 한글로 구성되어 있어, 조작에 서투른 사용자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메뉴 선택이 가능하다. <점퍼> 블루레이는 한글화를 제쳐 두더라도 풍부한 서플먼트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데, 음성해설을 비롯해 제작과정과 삭제 장면 등을 포함한 모든 부가 영상들과 PIP 비디오 코멘터리에 까지 완벽하게 한글화가 되어 있어 정말 만족스러움을 안겨준다(PIP 비디오 코멘터리 재생 시에는 본편의 자막에 대해 소홀하게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점퍼>BD의 경우에는 PIP 재생 시에도 본편의 한글 자막이 충실하게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한글화에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거의 대부분의 부가영상이 HD급 영상으로 제공되고 있어, 그간 영화는 HD로 서플은 SD로 즐겨야만 했던 몇몇 타이틀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씻어주고 있다.

완벽한 한글화로 만나보는 서플먼트 가운데 가장 첫 번째로 만나볼 것은 감독인 덕 라이먼과 제작자 겸 각본가인 사이먼 킨버그, 그리고 제작자 루카스 포스터가 함께한 음성해설이다. 잘 알다시피 이 영화의 감독인 덕 라이먼은 ‘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본 아이덴티티>의 감독으로도 유명한데, 음성해설에 참여한 이 세 사람은 감독의 전작인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통해 이미 손발을 맞춘 바 있고, <점퍼>에 이르기까지 약 5년간을 함께한 매우 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렇게 때문에 이들이 들려주는 음성해설은 매우 편안하고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는데(부가 영상들을 통해 알 수 있지만, 감독인 덕 라이먼은 상당한 장난꾸러기(?)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들서부터 장면에 관련된 매우 사적인 에피소드들까지 광범위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보통 음성해설 같은 경우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기 시작 할 때쯤이면 인사를 하고 끝내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어찌나 할 말 들이 많은지 크래딧이 다 끝날 때쯤 돼서야 겨우 인사를 하고 마무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보통 같았으면 ‘배우들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없어서 아쉽다’라는 말을 남겼을 텐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음성해설이었다.




'점퍼의 출현 - 애니메이션 그래픽 노블'에서는 그리 길지는 않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 영화 속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점퍼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점퍼의 여행 일지'는 블루레이 만의 기능인 PIP 기능으로 제공이 되는데, 본편이 재생되는 동안 각각의 장면에 관련된 촬영장의 모습과 제작과정, 로케이션 장소에 대한 정보 등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본편과 동시에 관람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용자들을 위해 'NON-PIP' 기능도 동시에 수록하고 있는데, 이를 선택하면 세계 지도 화면이 뜨고 영화 속 로케이션 장소를 각각 클릭하여 관련 영상을 만나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덕 라이먼의 <점퍼> 전격해부'는 부가영상들 가운데 가장 영양가 있는 서플먼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감독인 덕 라이먼을 위주로 그가 어떤 의도로 이 영화를 영화화하려 했으며, 촬영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배우들과 스텝들을 지휘하는지 등 감독의 의도와 색깔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베테랑 배우 중 한 명인 사무엘 L.잭슨 조차 이런 경험을 처음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기존 시나리오에 의존하지 않고 촬영장에서 상당 부분이(어쩌면 대부분이) 결정되는 즉흥적이고 연극무대와 같은 덕 라이먼의 방식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기에도 모험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니 하물며 제작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지 안 봐도 뻔하다(안 봐도 뻔 하지만, 제작자의 심정은 본 부가영상에 친절히 담겨있다 ^^;). 개인적으로는 이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저런 방식의 촬영이 가능했다는 것이 놀랍기까지 했다. 좀 더 ‘괴짜’ 감독인 덕 라이먼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면 이 부가영상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되겠다.




'점퍼의 완성'에서는 영화 속에 화려한 순간 이동 장면이 100% CG를 통해 이루어진 것만이 아니라, 여러 명의 대역을 동시에 촬영하는 방식이 함께 쓰였다는 점을 비롯해, 후반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소설에서 영화로 점프하기 : <점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는 스티븐 굴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소설과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그리고 원작자인 스티븐 굴드는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영화의 주요 설정 중의 하나인 '팔라딘'이라는 존재가 원작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다는 점과, 역시 주요 캐릭터인 제이미 벨이 연기한 '그리핀' 또한 영화에서 창조된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보통 소설을 영화화 하는 경우 원작자인 소설가가 영화가 자신의 작품과 많이 다를 경우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거나, 아예 영화화를 반대하는 경우가 즐비한데 <점퍼>의 경우 기본 설정 외에는 많은 부분이 영화화 과정에서 바뀌거나 추가되었음에도, 그저 ‘영화는 영화 일뿐이고, 내 소설은 내 소설일 뿐’이라며,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소설을 한 번 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 것 만큼 멋진 일은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는데, 다른 원작자들과는 다른 대인배의 풍모도 느낄 수 있었다. 이 밖에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6개의 삭제 장면들'도 수록되었다.

[총평] 서두에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점퍼> 블루레이는 극장에서 느꼈던 영화적 아쉬움을 블루레이의 감상으로 완벽하게 보완해낸 경우였다. 극장에서는 짧은 러닝 타임과 부족한 설명 탓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영화였지만, 블루레이 수록된 다양한 부가 영상들과 음성해설을 통해 만나본 <점퍼>는, 좀 더 관심 있게 볼만한 흥밋거리와 뒷얘기가 가득한 영화였다. 무엇보다 오랜 만에 만나보는 완벽한 한글화가 이루어진 블루레이 타이틀로서 부가영상과 소장가치에 모두 10점 만점을 고민 없이 줄 수 있었던 흔치 않은 타이틀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점퍼> 블루레이처럼 모범적인 로컬 라이징 타이틀이 계속 출시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2008. 10. 20 | 신현이(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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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Jumper, 2008)

<본 아이덴티티>를 만든 덕 리만이 감독하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헤이든 크리스텐슨, 사무엘 L.잭슨과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이 출연한 SF 액션영화.
일단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감독의 전작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삘이 상당히 나는 분위기인데,
또한 포스터를 보면 왠지 최근 개봉한 <자켓>처럼 국내팬들에게는 '점퍼'라는 단어의 특성상,
마치 저 가죽 '점퍼'를 입으면 어디든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가 보다 하고 예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언제쯤 저 '점퍼'를 입게 되나 하고 기다렸었다는 -_-;;
순간이동이라는 영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와 기대되는 젊은 배우들, 그리고 연륜있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제법 기대를 모았던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이렇듯 설정과 전개 과정은 나쁘지 않았으나 결말에
가서는 조금 급하게 얼버무려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배신자 아나킨! 윈두가 지옥에서 널 잡으러 왔다!!!!)

(스포일러 있음)
영화의 기본 설정을 보면 순간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점퍼'들이 존재하고, 이를 막으려는 세력인
'팔라딘'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중세에서도 있어왔고, 비밀 단체 조직인 '팔라딘'은
신의 능력을 침범하는 '점퍼'들을 찾아 처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설정은 나쁘지 않았는데,
이 설정이 단지 저런 대사 한 마디로만 형용된 것이 조금 아쉬웠다. 회상이나 설명하는 장면에서 스쳐지나가는
정도 만이라도 중세시절 이들 간의 대립에 관해 서술했었다면 좀 더 이야기가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더군다나 러닝타임도 90분 밖에는 안되지 않는가, 좀 더 쓰지).


(아직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순간이동'이라는 설정과 능력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특히 영상미 적인 면에서 환상적인 장면들을 여럿 만들어내고 있는데, 특히 차가 빈번한 시내를 순간이동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를 맛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괜찮은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었는데, 조금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바로
엔딩과 후반부 때문이었다. 중반이후 좀 더 치열하게 점퍼들과 팔라딘의 대결을 그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단순히 주인공 3사람만의 대결으로 몰아간 것이 아쉬웠고(점퍼들에 비해 팔라딘들이 별 다른 특별한 능력이
없던 것을 감안한다면 대결 자체가 사실 성립이 안되는듯 하다), 다이안 레인이 맡은 엄마 캐릭터가 팔라딘이라는
것이 밝혀진 시점이 영화가 다 끝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 좋고 이야기를 더 풀어나갈 수 있는 소재를 하나도
못 살리고 있고, 사무엘 L. 잭슨의 경우도 결국 죽이지 않고 오지에 남겨두었기 때문에, 후속편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후속편을 염두해 뒀다고 보기에는 1편이 너무 시리즈 적인 요소가
부족하고, 1편 자체로서의 임팩트도 부족한 듯 하다. 결과적으로 팔라딘과의 대결도 더 치열하게 완벽히
마무리짓고,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도 모두 이 영화에서 다 풀어내었으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내용과 별개로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배우들의 면면이었다.
바로 아나킨 스카이워커 헤이든과 마스터 윈두 사무엘 L.잭슨의 대립관계가 그것이다.
<시스의 복수>에서 결정적인 순간에서 헤이든의 배신으로 인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던 사무엘 잭슨은,
이번 영화에서 이를 복수하듯 끈질기에 헤이든을 쫓게 된다. 이 둘의 관계를 알고 있다보니 영화 속에서
두 캐릭터의 관계는 나름 흥미로웠으며, 헤이든이 출연한 다른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 몸과 얼굴에서 아나킨의 모습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제이미 벨. <빌리 엘리어트> 이후에도 <킹콩>이나 다른 영화들에서 간간히 제법 비중있는 역할들을
맡아왔었지만 이번 영화에서 비로소 아역의 느낌을 벗은 '청년'의 느낌이 나는 캐릭터를 연기한 듯 하다.
이 영화로 조금 우려되는 것은 이러다가 그냥 색깔있는 조연 전문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다이안 레인은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비중이 너무 적었으며, 여주인공의 어린시절
역할을 맡은 안나소피아 롭(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풍선껌 불기 챔피언이었던 그 꼬마 소녀)은,
꼬마 같은 앙칼진 모습에서 이제 제법 '소녀'티가 나는 모습을 보여주어 반가웠다.

배우들의 모습과 순간이동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은 좋았으나,
좀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보였기에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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