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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데몬 (The Neon Demon, 2016)

아름다움을 스스로 집어삼키다


'드라이브 (Drive, 2011)'와 '온리 갓 포기브스 (Only God Forgives, 2013)'를 연출한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신작 '네온 데몬 (The Neon Demon, 2016)'을 뒤늦게 보았다. 이 작품이 칸 영화제에 초대되어 상영되었을 때 야유와 기립 박수를 동시에 받았다는 뉴스가 화제였는데, 전반적으로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은 논란의 작품이기도 했다. 


모델/패션 계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데뷔와 이를 둘러싼 업계의 질투와 시기를 다룬 '네온 데몬'은 평범한 이야기 구조를 니콜라스 윈딩 레픈 특유의 감각적 이미지와 이를 한층 넘어선 초월적인 스타일로 그려낸 영화다. 일단 이 작품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 자체의 허술함과 이를 과하게 포장하는 허세 가득한 이미지 때문일 텐데, 만약 이 영화가 다루고자 했던 메시지나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다른 종류였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네온 데몬'은 아름다움으로 포장하고자 한 영화가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추구와 탐미를 담아낸 작품이기에 허용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이 영화가 논쟁적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오히려 껍데기뿐이 아닌 의미 있는 강렬함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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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구조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 특유의 과장되고 극단적인 이미지들과 맞물리면서 흥미로운 지점을 만들어 낸다. 더 예뻐지길 바라고, 더 아름답고 어린 모델을 선호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를 시기하는 업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는 많은 혹평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특이할 것도 없거니와 완성도와 짜임새는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가 극도로 아름답고 감각적인 이미지와 만나는 순간, 이것은 바로 영화가 추구하는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비판과 맹목적인 애정 모두로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더 나아가 중후반부 이후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카니발니즘의 등장은 스스로를 집어삼켜 버리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영화 속 제니 (엘르 페닝)의 존재처럼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와 칭송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를 집어삼켜 버리는 탐미적인 이들의 시선을 영화 자체가 대변하는, 스스로에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극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래서 그것이 자주 많은 이들에게 허세로 전달되곤 하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 스스로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 아니 고민 그 자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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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 영화는 논쟁적이다. 왜냐하면 그저 주체 못 하는 감각을 극단적으로 버무린 허세 가득한 결과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의 매력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름다움 그 자체를 탐한다는 것에 집중한, 아마도 감독 자신이 가장 몰두하고 고민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과감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드라이브'는 여전히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앞으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을 떠올리면 '네온 데몬'을 더 먼저 꼽게 될 것 같다.


1. 지나 말론은 글쎄 모르겠어요. 필모를 보니 그녀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도 많이 봤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아역 이후 처음 보게 된 것처럼 '아, 저 배우 콘택트에 그 소녀잖아!'했거든요. 그 기억 속 얼굴로 이런 충격적인 연기를 벌이니 더 큰 충격이;;;


2. 키아누 리브스도 출연하는데, 솔직히 이 캐릭터는 없어도 무방한 캐릭터라 특별히 할 말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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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멈추는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2008)
인간은 극한에 몰려야만 말을 듣는다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지구가 멈추는 날>은 애초부터 기대반 걱정반이 동반되었던 영화였습니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1951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것, 키에누 리브스와 제니퍼 코넬리 그리고 윌 스미스의 아들로 더 유명한
제이든 스미스가 출연한다는 것 정도가 이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였죠. 아무리 사전 정보를 피해다니더라도 이 영화가
이른바 'SF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홍보된 것만은 피할 수 없었는데, 일단은 관객들의 기대를 한참이나 부풀려 놓은
홍보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결국 관객들은 낚였지만, 많은 관객들이 어쨋든 보게 되었으니 성공한 홍보라고
해야할까요;). <매트릭스>이후 국내 관객들은 키에누 리브스가 출연한다고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트릭스>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곤 했는데, 더군다나 SF 블록버스터라고 광고했으니 이 같은 기대가 더 커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기 이전에 워낙에 악평(최악이다 정도의)들을 많이 접하고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한 터라,
기대치를 본래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낮추고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악까지는 아니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만약 이 영화가 12월 꼭 봐야할 블록버스터로 홍보되지 않고, 몇몇 소수가 입소문을 내게 된 영화였다면 지금같은
최악의 평가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오히려 돈을 제법 많이 쓴 B무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매우' 관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구요. 하지만 어쨋든 전체적으로 영화가 아쉬운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 합니다.



(아래 단락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으신 분들께서는 맨 아래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인간들이 망쳐놓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외계인이 직접 지구를 방문하여 인간들을
멸종시키는 것으로 지구를 지키려하는데, 이 미션을 수행하러온 외계인 '클라투'(키에누 리브스)가 인간들과 접촉하게
되면서 그들의 선한 본성을 엿보고 결국에는 한 번더 인간들을 믿어보기로 마음먹고 떠난다는 이야기죠.

사실 이거 자체가 그리 나쁜 시놉시스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시키고 어떻게 마무리하고,
그 결말을 관객들에게 러닝 타임 내내 얼마나 설득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지구가 멈추는 날>은 밋밋하고
갑작스런 전개 구조와 더불어 결국 아무것도 설득하지 못하고 허무하게만 느껴지는 결말 탓에 아쉬운 영화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이 영화가 기존에 외계인의 습격이나 공격들로 인해 인류 최후의 위기를 맞는 영화들에 비해 조금 더 아쉬운 점은,
기본적으로는 이런 영화의 클리셰들을 답습하고 있지만, 답습하려면 다 했어야 했는데 그 중간중간 과정들을 상당히 빼먹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중간중간 과정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외계인을 비롯한 공포요소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의 공포, 즉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 인간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공포를 제대로 표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마지막으로 치닫는 순간에 대한 상실감이나 허탈함, 슬픔 등을 표현할 생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영화들에선 흔히 등장하는 장면들인데,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숭고한 마지막 장면이라던가, 거대한 힘이나
재앙들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다 사라져버리는 인파의 모습, 그리고 결국 그 마지막 순간에 달했을 때 극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게끔 하는 극적 감동 요소가 이 영화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더군요. 물론 이런 장면들이 다
포함되어 있었다면 쉽게 말해 '전형적'인 영화가 되었겠지만, 이런 장면들이 결국 하나도 없었던 이 영화는 '전형적'인
영화보다도 심심한 영화로 남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게 전형적인 영화 한 편 만드는 것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니깐요.
물론 가장 좋은 건 전형적인 이야기를 가지고도 진한 감동을 절로 일으키는 영화일거구요.




처음 인류의 위험을 감지한 정부에서는 이 위험에 핵을 쥐고 있는 '클라투'에게 매우 단도직입적으로 접근하는데,
1951년 작인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그 때나 가능할 법한 무대포식(혹은 너무 순수한) 대화방식이라 적잖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육체는 인간의 것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별다른 안전장치나 보호장치도 없이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한다는 자가 대놓고 심문하는 장면이나, 그를 지킨다는 것이 겨우 예닐곱명의 경호원이 문 밖에 서 있는 것
정도라는 점들은, 이 영화가 과연 2008년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완전한
판타지 영화였다거나 아니면 원작처럼 1951년에 만들어진 영화였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일 수 있겠지만,
이미 최첨단 시스템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관객들에 눈에는 너무도 허술하고 안이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정부 관료들의 모습도 초반에는 매우 전형적이었는데, 케시 베이츠가 연기한 이 정부 요인 캐릭터는 후반부에 가서는
갑자기 헬렌(제니퍼 코넬리)의 말을 새겨듣고는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는 공격하지 말것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도 너무 갑작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으나 한발 물러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주제가 결국에는 '인간은 극한에 몰려야만
말을 듣는다'임을 감안했을 때, 극한에 몰린 케시 베이츠가 그제서야 말을 듣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케시 베이츠가 맡은 국방부 장관과 클라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케시 베이츠가 '나에게 얘기하면 된다' '내가 대표다'라고 얘기했을 때 클라투가 '네가 전 인류를 대표 하는가?'라는 식으로
캐묻는 장면이었습니다. 헐리웃 블록버스터에서는 대부분 모든 인류의 짐과 해결을 미군 혹은 미정부가 지는 것이 보통인데,
너무 당연하지만 이 한마디로 미정부 관료를 당황시키는 장면이 나쁘지 않더군요.




결국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지구에 온 클라투가 헬렌과 아들에게서 선한 모습을 깨닫고 이를 막기로 하는데,
아무리 그가 인간이 아니고 터미네이터에 가까운 외계인이라지만, 과연 러닝 타임 내내 이 두 모자가 보여준 모습들이
그 엄청난 계획을 포기하고 인류를 구원할 만한 것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습니다. 특히 제이든 스미스가 연기한
제이콥 캐릭터는 <우주전쟁>의 톰 크루즈 아들 역할 만큼이나 짜증나는 캐릭터로 남기에 충분한 역량을 펼쳤는데,
<우주전쟁>의 경우는 그나마 아들 캐릭터가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갔지만, 제이콥의 경우는 막판에 갑자기 착해지는데
아무리 애라지만 설득력이 부족한 전개였습니다. 이를 보고 '그래, 인간들을 더 믿어보자'라고 클라투가 생각하게
되었다는 설정 때문에 이 전개가 전체적으로 아쉬운 것이지요.

그리고 제작진이 생각하기에도 <지구가 멈추는 날>이라는 제목에 어울릴 만한 장면이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막판에 가서 갑자기 멈춘 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건 '지구가 멈추는 날'이라기 보다는 '시계가 멈추는 날'로
보였습니다. 아무리 뻔하고 권선징악 적인 줄거리라도 러닝 타임 내내 관객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그 만한 좋은 영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지구가 멈추는 날>은 이 설득 과정에 실패했기 때문에 많은 일반 관객들에게 '낚였다'라는
느낌만 전해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키에누 리브스와 클라투 캐릭터의 싱크로율이었습니다. 스티븐 시걸에 버금갈 만한
모두 비슷비슷한 표정 연기로 유명한 키에누 리브스는 이 영화에서 작정하고 무표정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번 영화 만큼은 그의 이런 표정연기가 득이 되지 않았나 싶군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멋지기도
하지만 왜 이렇게 '상조회사'분위기가 나던지, 끝끝내 집중이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ㅎ (더군다나 내용이 내용인지라
상조회사 직원으로 지구를 찾은 외계인이라는 설정과 딱 맞아 떨어지기도 했구요).

제니퍼 코넬리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캐릭터도 그렇고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키에누 리브스랑 제니퍼 코넬리 나온다고 해서 보게 된 영화였는데, 두 배우 모두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이든 스미스는 <행복을 찾아서>같은 경우는 아빠랑 같이 출연해서인지 정말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나,
이 영화에서는 약간 갸우뚱해지네요. 갸우뚱해지는 이유는 캐릭터에 대한 짜증으로 인해 별로라고 생각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가 짜증이라 별로라고 생각하게 된 것인지가 저 조차도 불분명 하거든요 ---;;
연기는 정말 잘했는데 캐릭터 때문에 짜증났던 경우는 <미스트>에 마샤 게이 하든을 들 수 있겠네요 ^^;



1. 본문에도 있지만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키에누 리브스의 모습에서 자꾸 상조회사 직원이 떠올랐습니다.

2. 거대 로봇(?)인 '고트'가 정부 시설에 잡혀있던 장면에서는 '에반게리온'이 연상되더군요. 잡혀 있는 모습이나
    이를 반대편에 앉아 인간들이 보고 있는 구도나.

3. <프리즌 브레이크>의 '티백', 로버트 네퍼가 제법 비중있는 캐릭터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트랜스포터 3>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그의 스크린속 활약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군요;

4. 용산 CGV에서 아이맥스로 관람하였는데, 아이맥스 만의 장점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20세기폭스에 있습니다.



 

전편인 [매트릭스]는 복잡하리만큼 다양한 고대 신화들과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완벽하게 융합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에 대해서는
전편 보다 이른바 ‘약하다’는 평들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필자를 포함해 대다수라고 여겨진다).
[리로디드]는 [레볼루션]을 돕기 위한 전편이며, 전체적 이야기의 단서와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편에서 텍스트를 이용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면.
[리로디드]에서는 액션을 통해 내공을 전달하고 있다.
[리로디드]에서는 액션이 곧 철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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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o the Matrix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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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는 전편과는 다르게(어찌 보면 워너답지 않게),
두 장의 디스크에 본 편과 서플먼트를 각각 수록하고 있다. 이미 여러 번 언급이 되는 말이지만
DVD세계에서 [매트릭스]가 갖는 의미는, 그 어느 타이틀도 감히 가까이 갈 수 없는
막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리로디드]에 갖는 기대와 궁금증은 그 어느 타이틀보다도 큰 것이었다.
[매트릭스]의 경우 이후 출시되는 타이틀들의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지닌
최초(?)의 타이틀이었지만, 초창기에 출시된 타이틀이라 다양한 서플먼트에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었다. 하지만 [리로디드]는 모든 서플먼트의
한글 자막은 물론 서플먼트만을 위해 한 장을 더 할애하여 2장의 디스크로 출시가 되었다.
서플먼트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간단하게 화질과 사운드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화질은 물론 최근 출시된 타이틀과 영화 자체의 퀄리티를 감안하였을 때 나무랄 대없는
영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워낙에 어두운 장면들이 주를 이루는 지라 다른 좋은 화질의
타이틀들에 비해 우수함을 피부로 느낄만한 장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시온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보았던 것처럼
온통 백색의 배경으로 이루어진 씬을 통해 티끌하나 없는 화질을 느껴볼 수 있다.
사운드는 워너의 정책(?)에 따라 DTS가 역시나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돌비디지털 5.1채널은
액션 장면에서, 특히 결투장면에서 ‘탁, 퍽’하는 합을 이루는 사운드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DTS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조금 약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나,
그것은 양적인 면일 뿐 질적인 면에서는 훌륭한 퀄리티의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2번째 디스크의 수록된 서플먼트를 섹션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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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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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과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는 프리로드에서는 주연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등과 제작자인 조엘 실버,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
제이미 핀켓 스미스, 휴고 위빙 등 배우들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리로디드]의 탄생에 감춰져있던
많은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이 ‘감독을 믿었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매트릭스 시리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등 자화자찬 식에 말들이 주를 이루지만,
매트릭스 정도면 이 정도의 자화자찬은 크게 오버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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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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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세계에서는 전작 매트릭스와 리로디드, 그리고 애니 매트릭스와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를
연관지어, 매트릭스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서도 제작자와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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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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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속도로를 빌려 촬영이 어려워 실제로 고속도로를 건설해 촬영했다는 사실과
이 장면만으로도 전편의 총제작비에 달하는 자본을 쏟아 부었을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 주었던
고속도로 추격 장면이, 어떻게 촬영되고 만들어 졌는지 상세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또 한 번 이 같은 장면이 만들어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동원되지는 새삼 깨달을 수 있게 만든다. 이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하는 궁금증을 아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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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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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매트릭스의 컨셉을 이용해 촬영한 음료 광고에 대한 에피소드와 국내 기업 삼성이 맡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핸드폰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외에 ‘엔터 더 매트릭스 : 게임’에서는 이미 게임으로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엔터 더 매트릭스’의 제작과정과 장면들을 소개하고 있고, ‘애니 매트릭스 예고편’에서는
제목과 같이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다. 이 예고편은 기존에 애니 매트릭스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흥미는 없는 서플이나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흥미로운 서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MTV뮤비 어워드를 위해 제작된 리로디드의
패러디 영상이 그것이다. 엔씽크의 멤버인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영화배우 숀 윌리엄 스콧이 주연한
이 패러디 영상은, 매트릭스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을 만한(물론 아는 사람이,
특히 미국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내용을 담고 있다.

곧 닥칠(11월 5일 개봉 예정)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만나기전에 적절한 타이밍에 타이틀이
출시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은 한 작품이라도 봐도 무방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으로, 시기적으로 필수의 아이템이 될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는 [레볼루션]이 개봉된 이후에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극장에서와 같이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레볼루션]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으니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2003.10.10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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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액션 블럭버스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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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를 설명하고 있는 문구 중에 하나이다.
이 같은 형용사를 감히 붙일 수 있는 영화는 아마도 [매트릭스]뿐일 것이다.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던 [매트릭스]가 개봉한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우리는 그 사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2],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해리포터]등
많은 대작들을 겪었지만, 매트릭스의 팬들로서는 그 어느 것도 성에 차지는 않았다.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리로디드]에 대해 이미 많은 매체에서 언급되었던 장면들을
위주로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새로운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스포일러에
위험이 너무도 많았음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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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믿기 시작한 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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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내용적으로 그 시작이 가장 다른 점을 들자면, 바로 네오의 자기 인식이다.
[매트릭스]에서는 그저 현실에 만족 못하고 두 가지 삶을 사는 해커 네오였던 앤더슨은,
 모피어스(Morpheus)에 이야기와 여러 가지 일들, 영화의 마지막 죽음과 부활을 겪으며
그(The One)로서의 자신을 믿기 시작 한다(끈질기게 앤더슨이라고
자신을 부르는 스미스 요원에게  ‘My Name is Neo'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순간부터
자신을 믿으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로서의 네오가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은 영화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일단 1편에서는 처음 요원과 대결할 때, 화려한 총알 피하기 묘기를 선보이기 전
트리니티에게 도움을 청했었지만, [리로디드]에서는 이렇듯 주저하고 자신없어 하는
네오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는 오히려 동료들의 안전을 걱정하여 자신이 처리할 테니 빨리 피하라는 식으로 변해버렸다.
그는 또한 1편에서 총알 피하기와 총알 멈추기 등의 능력을 선보였지만,
이는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잠시 나왔던 하늘을 나는 모습은, [리로디드]에서는
멋진 준비 포즈와 함께 여러 번 볼 수 있으며, 동료들을 구하고 적을 상대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되어버렸다. 또한 그저 손동작만으로 총알을 멈추어 버렸던
그로서의 능력 또한 엄청난 업그레이드로, 셋이서 권총으로 공격받는 것이 아닌
여럿이서 기관총으로 공격받는 것에도 개의치 않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듯 당당해진 네오의 모습은 1편에서는 불가능하던 여러 가지 장면을 가능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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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주목할 만한 액션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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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네오와의 전투 장면과 고속도로에서 트리니티와 모피어스가
트윈스와 요원들과 펼치는 추격 장면이 그것이다. 이미 많이 언급이 된 장면으로,
[두개의 탑]의 헬름 협곡의 전투 씬과 같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던 장면이다.
먼저 무려 100명의 스미스 요원과 네오와의 전투 씬은,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로
계속 튀어나오는 스미스 요원이 압권이다.
그야말로 이연걸이나 보여줄 수 있는 무술 실력을 보여주는 네오는,
CG의 도움을 받으면서 완벽한 액션 씬을 연출하였다. 이 장면에서 네오가 보여주는 봉술(?)은
무술감독 원화평의 손길이 묻어나 마치 황비홍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전투가 끝날 때까지 입을 떡 벌리고 다물 수 없게 만들 정도로
숨 가쁘고 다이나믹하게 전개된다.

다음은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이다. [리로디드]를 소개한 모 프로에서
2편에서는 액션이 곧 철학이며, 철학이 곧 액션이라고 했다.
그만큼 철학적인 깊이와 더불어 액션에 강도를 극대화 시켰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크기에 도로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였다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추격의 묘미와, 액션의 아름다움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리로디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키메이커를 구출하기 위해 벌이는 이 추격적은,
자동차에서 자동차로, 또 오토바이로 그 탈 것을 변화시키면서 속도를 극으로 내몰게 된다.
검으로 차를 베어버리는 모피어스의 모습은, 트윈스와의 대결에서는 대등함을 보이지만,
역시 요원과의 대결구도에서는
부족함을 나타낸다(아시다시피 요원과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그’인 네오 뿐 이다).




이 두 장면을 설명하는 것만 해도 더 많은 얘기들을 하고 싶지만, 최대한 아무 얘기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 장면들 외에도 예언자 오라클을 지키는 고스트와 네오가 벌이는
결투장면은, 1편의 네오와 모피어스의 결투장면이 그러하였듯,
완벽하게 홍콩 무술영화의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고스트 역할은 이연걸이 내정되어 있었으나, 이연걸 측의 높은 개런티 요구로
무산되고 말았었다. [리로디드]에서 고스트가 출연하는 씬은 단 한 번 뿐 이지만,
그래도 이연걸이 출연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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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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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파란약과 빨간약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부터,
모든 선택은 결정되어 진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편에서 네오는 오라클을 만나 자신에 대해,
예언에 대해 물었었다. 자신이 인류를 구원할 ‘그’인가 하는 것과, 화분을 떨어트린 것에 대해
오라클에 화분을 조심하라는 말 때문에 떨어트린 것인지, 아니면 화분을 떨어트릴 것을 알고
조심하라고 했던 것인지에 대한 것과 같은 예언에 대한 것.


하지만 [리로디드]의 네오는 이미 스스로를 믿고 있었고,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없었다.
오히려 오라클의 존재에 대해 묻고 ‘왜?’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리로디드]에서 네오는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또 선택에 기로에 선다.
하지만 이 선택은 어찌 보면 여지가 없는 이미 결정되어 진 것에 대한 따라하기 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네오 자신의 의지에 의한 선택인지, 아니면 이미 여러 번 그러하였듯
네오 자신도 모든 오차와 불규칙성마저도 계산에 넣은 프로그램에 따라 결정되어 지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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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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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오만한(?)카피는 바로 평론가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폄하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속은 텅 빈, 액션으로만 치장한 블록버스터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결국 기대를 저버린
속편 정도로 폄하하며, 1편에 비해 너무나도 컷 던 기대 탓이라고 그 이유를 돌렸다.
하지만 이렇게 앞 다투어 한심하다는 평을 내놓는 이들을, 일반인인 필자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엄청난 장면들을 기대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위에도 언급했던 두 장면에 대해 평범하다든지 아쉽다 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는 듯 하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충분히 상상을 추월한 장면들이 많았고,
1편 보다 약해졌다는 철학적인 깊이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충격적이고 생각해볼만한 대사들이 즐비하였으며, 지루하기는커녕 몇 번을 더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가 지루해지고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1편인 매트릭스를 몇번 이고 다시 감상하여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한 뒤 2편을 다시 보기 바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리로디드]는 워쇼스키 형제가 만들어낸 매트릭스 시리즈의
한 편일뿐, 그들의 이야기는 3편인 [레볼루션]이 개봉된 후에야 정식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갑자기(그야말로 갑자기), ‘결말은 다음에‘라는 말은 당혹과
아쉬운 마음이 달아오르게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반지의 제왕의 경우처럼 1년씩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는 것을 위안삼아야 하겠다.
11월에 개봉될 [레볼루션]으로 매트릭스 속에서 현실을 모르고 기계에게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은 깨어날 것인지, 시온은 무사할 것인지,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네오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지,
[리로디드]의 수많은 의혹들은
모두 풀릴 것인지...앞으로도 하루하루 기다릴 일이 쉽지 많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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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 Matr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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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매트릭스’란 무엇인가? 우리가 [매트릭스]를 접하는 과정 중에서 가장 우선이
되어야할 요소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배경이기도 한 ‘매트릭스’에는,
최고의 흥행과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블록버스터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심오한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
사실 매트릭스를 흔히 말하는 가상현실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죄책감이 들 정도로,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앙으로 이야기되어도 좋을 [매트릭스]는
미래에 대부분의 재앙이 그러하듯 결국 인간들의 끝을 모르는 자만과 허영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A.I(인공지능)를 탄생시키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말 그대로 A.I가
스스로를 자각하고 정체성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를 복제하여 세력 확장을 이루면서 인류를
협할 만큼의 힘을 갖기에 이른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계들에 의해 생존마저
위협 당하게 된 인류는, A.I가 전력 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태양을 인간 스스로 파괴시킴으로서
A.I의 작동을 멈추려 한다.

하지만 뛰어난 A.I들은 대체 동력원을 금방 찾아내게 되고, 그것은 바로 자신들을
오랜 시간동안 노예로 삼아왔던 인간들이었다. 인간들은 A.I에게 키워지고 길러지면서
그들이 원하는 동력원으로서의 역할로 완전히 지배당하고 만다.
A.I에게 가장 두려운 요소는 인간들이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일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매트릭스’이다. 첫 번째 매트릭스는
전혀 결점이 없는 완벽한 탓에 인간들은 의심을 갖게 되고, 결국이 어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에 A.I들은 현실과 똑같이 어느 정도 결점들을 배치하여 불완전한,
그야말로 현실적인 매트릭스를 탄생시키게 되고, 인간들은 전혀 의문을 갖지 않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매트릭스 속에서 영원히 잠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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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보다 위대한 워쇼스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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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광대하고도 심오한 세계를 창조한 이들은, 당시 저예산 영화 [바운드]로
소수에게만 알려졌었던 래리 워쇼스키(Larry Wachowski)와 앤디 워쇼스키)Andy Wachowski),
 바로 워쇼스키 형제이다. 이들은 [공각기동대], [아키라]등 아니매와
SF소설의 대가 필립 K.딕, 오우삼 스타일의 홍콩영화 등에 그야말로 마니아이다.
이런 것 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각종 철학서적에도 능통한 것은 어찌 보면 조금은 의외일 수도 있겠다.
워쇼스키 형제가 가진 능력을 반영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자면,
래리는 자신의 평소에 열렬하게 팬이었던 저명한 사상가이자
프린스톤 대학의 교수인 커널 웨스트를 쵤영장에 모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웨스트 교수의 말에 따르자면, 래리는 ‘헤르만 헤세에 대해 독일을 석학들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었다’고 얘기했을 정도이니, 이들을 그저 반짝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로 분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도움을 주러 왔던 웨스트 교수는 촬영장을 떠날 때,
래리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워갔을 정도라니....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워쇼스키 형제가 팬들에게는 라이트 형제와 버금가는
(그 이상의..)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수박 겉핥기식에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총체적이고 전반적인, 마니아를 뛰어넘은
수준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같은 그들의 능력은 자신들이 얘기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관심사, 대중의 관심사까지 모두다 [매트릭스]안에 융합하여 그야말로 ‘바이블(Bible)'을
탄생시키게 하였다. 심오한 철학적인 요소로서 작품성을 극대화 시켰고,
’불릿-타임‘으로 불리는 신기술과 초감각의 스타일적 요소로서 대중성마저
극대화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재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과연 누가 이 같은 다양하고 복잡하면서도 심오한 이야기와 정서를 한 영화 속에
담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은 감히 말 하건데,
[스타워즈]의 범우주적 세계를 창조했던 조지 루카스나, 상상력 하나 만은 최고로 뽑는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을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일리스트 데이빗 핀처,
장으로 추앙받는 알프레드 히치콕, 스텐리 큐브릭,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시민 케인]의 오손 웰스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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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철학과 극한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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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트릭스]의 이 같은 엄청난 성공은 전혀 예견된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쇼스키 형제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예 감독에
불과했고, 그 당시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은 모두 다 새롭게 시작되는 거대 시리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전 세계의 관심사는 결국
[스타워즈]가 아닌 [매트릭스]에게로 돌아갔고, 역시 스타워즈가 그러하듯 관심을 넘어선
마니아 층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같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는 철학과 액션의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 두 요소 가운데 한 가지에만 치중되기가 일쑤인데,
매트릭스는 놀랍게도 이 두 가지를 모두 극한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끌어올림으로서
그야말로 경이로운 영화를 탄생시켰다.

먼저 액션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사실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따지자면,
조지 루카스가 자랑하는 I.L.M에 맞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I.L.M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그야말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엄청난 것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눌러버린 [매트릭스]만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불릿-타임’이었다.
각자의 위치에 촘촘히 자리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불릿-타임’은,
1초에 12,000프레임이나 들어가는 엄청나게
정밀한 슬로우 모션 영상을 실현시키며, 그야말로 영상 기술의 혁명을 가져왔다.
극중 네오가 요원의 총알을 넘어지듯 피하는 장면은 이 ‘불릿-타임’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장면이라 하겠고, 수많은 CF나 영화 등에서 패러디 되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불릿-타임’외에 [매트릭스]를 보며 또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주인공들이 펼치는
현란한 쿵푸 액션 장면이다. 그 동안 헐리웃은 동양 무술에 대한 동경으로 그들의 영화에서
많은 시도를 했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는(특히 홍콩영화를 비교적 많이 접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만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헐리웃은 성룡이나 이연걸 등을 출연시켜 그대로 가져오려 하지만 이마저도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았다(와이어 연기를 펼치는 성룡이나 이연걸의 연기는 우리가
보았을 때는 참으로 어색한 것이었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라던가 홍콩 무술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워쇼스키 형제는,
자신들의 영화에 쿵푸 적인 요소를 삽입하기로 하고, 그야말로 제대로 된 쿵푸의
스승을 초빙하게 된다. 그는 바로 홍콩 최고의 무술 감독인 원화평이다.
이미 [와호장룡]으로 헐리웃에서도 인지도가 있던 그는, 이제는 단순히 무술감독을 넘어서서
영화 전반에 그의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칭송받는 인물이 되었다.
제작자인 조엘 실버가 이야기하듯 ‘워쇼스키 형제의 심오한 철학을 액션으로 녹여낸 인물’
이기도 하다. 그의 내공 깊은 액션은 단순 때려 부수는 액션이 아닌 철학적 의미를
담은 동작을 원하는 워쇼스키 형제와 잘 어울리며, 말 그대로 액션 그 이상의
액션 장면을 만들어냈다.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등 주연 배우는
원화평의 혹독한 무술지도를 받아내야 했으며, 그 결과 그들은 웬만한 홍콩 배우들은
능가하고도 남을 액션 장면을 스크린 속에서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화려한 액션에 내포된 영화의 철학적인 주제.
[매트릭스]는 여러 면에서 성서와 비교가 되곤 한다. 워쇼스키 형제의 천재성은
이 같은 곳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성서의 구절이라던가, 배경 등을 오묘하게
영화 중간 중간에 포함시키며 철학적인 내용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렇게 숨겨놓은 장치들을 제외하더라도, [매트릭스]속 인류를 구원해야 하는
그(The One)인 네오는 예수와 닮아있으며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과정 또한 그러하다),
네오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모피어스는 역시
예수에게 세례를 배 풀었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과 닮아있으며,
트리니티의 이름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를 뜻하기도 한다.
또한 동료들을 배신하고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게 되는 사이퍼는,
예수를 배신하는 유다와도 흡사하다. 성서와도 흡사한 내용들이 많지만,
사실 [매트릭스]는 그리스신화에 더 바탕을 두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특히 2편인 [리로디드]에 가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주체성에 대한 고찰, 현실과 비현실, 기계 문명과의 공존관계, 믿음...
[매트릭스] 속에는 근접하기 힘든 주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생각해볼 거리에
대해서는, 워쇼스키 형제의 의도가 그러하듯 각자가 느끼는 데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옳을 것이다.

2003.10.10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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