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Jesus Christ Super Star)

오리지널 부럽지 않은 국내 캐스트로 다시 만나다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처음 봤던 건 아주 오래 전인데, 어렸을 때 아마도 동숭아트센터에서 조하문 씨가 예수 역할로 나왔던 공연이었는데, 그 이후 사실상 거의 잊고 지냈던 작품을 최근 국내 캐스트로 다시 공연 한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좋은 기회에 샤롯데 씨어터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요즘에도 영화는 계속 관심을 갖고 보고 있지만, 무대 뮤지컬은 언제 부턴가 조금 멀어지게 되었는데 (뭐 금전적인 이유겠지만 ㅠ), 그래도 돌이켜보니 유명한 작품들은 여럿 보았던 것 같다. '캣츠'는 어렸을 때 윤복희 씨가 메모리를 부르는 국내 캐스트로도 봤고 21세기 들어 호주 캐스트가 내한했던 공연을 봤던 기억이 있다. 그 밖에도 '노틀담의 꼽추'도 오리지널 캐스트로 보았고, '그리스'는 국내 캐스트로 보았고. 최근 영화 '레 미제라블'을 통해 다시 한 번 무대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첫 번째 눈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였다.





잠실에 위치한 샤롯데 씨어터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배우들의 호흡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고, 뮤지컬에 특화 된 전문 공연장으로서 더 전문성이 강조된 공연장인 듯 했다. 




로비에서 광고 중인 국내 캐스트들. 내가 보러 간 5월 10일에는 마이클리 (지저스 역), 한지상 (유다 역), 정선아 (마리아 역), 지현준 (빌라도 역), 김동현 (헤롯 역)의 라인업이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처음엔 더 익숙한 윤도현의 유다나 혹은 조권의 헤롯이었으면 어땠을까 했는데, 이를 보지 않아서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이 라인업의 앙상블은 환상적이었다.







1층 로비의 이모저모. 한 편에는 팜플렛 및 기념품을 파는 샵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모든 공연장이 그렇지만 공연 시작 전에는 한산하다가 끝나고 난 뒤에는 북적이니, 만약 구매 계획이 있는 이들이라면 미리 공연 전에 구매하길. 




그렇게 보게 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내 기억 속에 이 작품은 다른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은 덜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웬걸. 냉담 중인 신앙심이 다시금 스멀스멀 피어오를 정도로 이야기 전달에도 힘이 있었고, 배우들의 가창력과 연기 역시 대단한 수준이었다. 사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예수가 죽음을 맞기 전 7일 간의 이야기로,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새롭게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인데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완전히 몰입해서 예수의 일생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물론, '아버지 하실 수 있다면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하지만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대사의 깊은 슬픔과 고뇌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너무 새삼스러워서 다시금 느껴지기가 쉽지 않은 이야기인데,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배우들의 열연 때문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겠다.





그 가운데서도 예수 역을 맡은 마이클 리의 연기와 가창은 정말 대단했다. 사실 처음 무대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땐 예수 역을 하기엔 조금 키가 작다는 단순한 생각 밖에는 없었는데, 공연이 계속 될 수록 그에게 완전히 빠져 그의 키도, 고통 받는 예수 역할 치고는 너무 좋은 몸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열연이었다. 특히 이 작품의 예수 역이 또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샤우팅인데, 샤우팅 자체의 기술적 어려움도 있지만 자칫하면 여기서 어색함이 터질 수 있는데, 이미 연기로 압도하고 있는 그였기 때문에 이런 과감한 샤우팅에도 어색함을 드러낼 타이밍 따위는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유다 역의 한지상의 연기도 좋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따지고보면 유다가 가장 주목 받고 자유로운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매력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었다. 윤도현의 유다도 물론 기대되지만 한지상의 연기는 이와는 상관없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또 하나 이번 공연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 디자인과 조명 등의 시설이었다. 광야와 재판장 등을 오갈 때 마다 이동하는 무대는, 그냥 장소가 바뀌었구나 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장소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무대 디자인이었다. 따지고보면 그리 복잡한 장치나 다양한 장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건 분명 미술 퀄리티의 힘이라고 해야겠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던 가장 밑바닥에는 바로 이 무대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음악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보니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한 것 같은데,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국내 캐스트만의 매력이 돋보인 음악이었다는 점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처럼 유명한 작품들은 오리지널 곡들이 워낙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부르는 곡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무언가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국내 캐스트 만의 매력이 잘 살아있었던 것 같다. 바리사이파 3인 가운데 주로 왼편에 섰던 캐릭터는 오리지널 보다 국내 캐스트의 보컬 컬러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가 노래 부를 때면 귀가 절로 쫑긋해질 정도로 확 와닿는 보이스 컬러였다. 


현재 공연 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오리지널 팬들도 만족할 만한 높은 수준의 공연이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라인업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도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라인업으로 꼭 한 번 더 보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본래 이 글은 오늘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수록된 Collector's Guide Book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본 원판권사인 '스튜디오 치즈' 측의 컨펌 과정 중에 "영화 '늑대아이'가 세계 어디에서나 혹은 불특정 다수의 누구에게든 공감될 수 있는 보편적인 판타지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의도에 따라, 촬영지의 세세한 정보가 실명으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 작품의 연출의도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우려된다는 판단으로 최종적으로 아쉽지만 수록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타이틀을 받아 든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라도 '늑대아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제 글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 부족한 글이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장소와 그 느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정성껏 써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도 본문 전체를 확인하실 수 있으며, 블루레이 소책자 수록을 위해 제작한 디자인이 완료된 버전도 PDF파일을 통해 직접 확인하실 수 있도록 제공을 하려고 합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소책자에 수록 예정으로 제작된 최종본의 디자인 파일을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하나 컬러로 출력해서 별도로도 소장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늑대아이 _ 그 곳을 가다 (PDF파일 다운받기 / Dropbox)

https://www.dropbox.com/sh/cf6q3egmynnxtb7/WoIMP5P5SX


* 접속하신 뒤 파일명을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으며, 우측 상단의 '다운받기'버튼을 통해 파일로 다운 가능합니다.

(현재는 종료되었습니다 ^^;)



그럼 '늑대아이'와 제 글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도 함께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를 너무나 감명 깊게 본 나머지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여기저기 찾아보던 중, 영화 속에 등장한 대부분의 장소들이 실제 존재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가는 꼭 한 번 찾아가봐야지 하고 무작정 세웠던 계획을, 국내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벚꽃 시즌이던 지난 3월 22일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늑대아이'의 배경이 된 곳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는 하나와 그가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고, 유키와 아메를 낳고 시골로 이사가기 전까지의 배경이 되는 도쿄이며, 두 번째는 시골 마을이 주된 배경이 되는 도야마현이다. 도야마현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데, 이번 여행에 도야마현까지 정말 가고 싶었지만 도쿄와 도야마현을 짧은 일정에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너무 무리라 결국 눈물을 머금고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적지만 중요한 실제 장소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여행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 장소를 찾는 여정이 그리 쉽지 만은 않았다. 히토츠바시 대학처럼 유명한 곳이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몇몇 장소는 주소 정보도 없고 그 장소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찾기 힘든 평범한 장소인 경우라서 위성 사진은 물론, 실시간으로 현위치와 비교해가며 찾는 등 적지 않은 발품을 팔아야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가 영화 속 장소와 장면을 딱 만나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길을 찾으며 흘렸던 땀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큰 것이었다. 



1. 하나와 그가 다니던 대학교 가는 길


가장 처음 찾은 곳은 하나가 처음 그를 만난 곳이자 같이 수업을 듣기도 했던 장소인 히토츠바시 대학교였다. 히토츠바시 대학은 이번에 알게 되었지만 오래된 유럽풍의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실제로 학교의 일부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유서 깊은 곳이었다. 중앙선 구니타치역에서 내려 남쪽 출구로 나와 대학교 쪽으로 걸어내려 오면 영화 속에 등장한 몇몇 장소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일단 내리자마자 오른 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Coffee 白十字 Cake'라는 간판의 과자점이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너무 쉽게 각인되었던 간판이라 실제로 보는 순간 '아, 내가 진짜 늑대아이 속 장소에 와 있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가게 앞에는 '늑대아이' 포스터가 붙어 있기도 했는데, 영화 속에서 봤던 장면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이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놀랐던 건 단순히 실제 배경에서 착안하여 만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실제와 99% 동일한 모습을 극중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과자점은 물론 그 주변의 가게들과 벤치들까지 완전히 동일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 변한 것 외에는 거의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과자점을 찾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그 반대편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극 중에서 하나가 바로 반대편의 시점에서 이 가게 앞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 구도까지도 맞을까 했었는데...







정말로 과자점이 바라다보이는 장소엔 그 전화기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소름이 돋기 시작했는데, 이 장면에서도 자세히 보면 그냥 전화기가 여기 있었다 라는 정도가 아니라, 전화기와 주변의 디테일한 디자인은 물론, 그 뒤로 보이는 건물들까지 그대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낮시간에 방문하여 영화 속에 등장한 밤시간과의 싱크를 맞추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일본에서의 시간이 하루 이틀만 더 있었더라도 극 중의 시간과 맞췄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런 실제장소와 영화 속 장면의 디테일은 거리를 묘사한 장면에서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장면은 하나가 대학교로 걸어가는 장면인데 아래의 실제 장면과 비교하면 정말 있는 그대로를 그렸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세워둔 자전거들의 위치나 가로등과 가로수의 구도야 말할 것도 없고, 왼쪽의 빨간 소화전이라던가 그 뒤에 보이는 복숭아가 그려진 간판까지 완벽하게 일치한다. 계절이 달라 푸른 잎이 아닌 벚꽃이 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길의 풍경은 영화 속 장면 그대로였다.






조금 다른 앵글로 잡기는 했지만 신호등과 시계 그리고 가로등까지도 실제 장소와 동일한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면 이 뿐만 아니라 역시 왼편 아래의 공중전화박스나 멀리 보이는 복숭아가 그려진 간판, 그 앞에 빨간 간판과 파이프 담배가 그려져있는 간판까지도 묘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 그와 하나가 처음 만난 대학교






영화 초반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자 하나와 그가 처음 만나 감정을 키우는 곳인 대학교는 히토츠바시 대학이다. 방문했던 날은 마침 졸업식 날이었는데, 4시가 지난 시간이라 이미 대부분의 졸업인파는 학교를 떠났고 몇몇 만이 남아 사진 촬영 등을 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히토츠바시 대학은 고풍스러운 건축양식으로 일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장소였는데, '늑대아이'가 아니더라도 한 번 쯤은 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이 곳 저 곳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졸업식이 끝난 직후라 대부분의 강의실이 닫혀 있고 인적이 이미 조금 드물어진 시간이라, 영화 속에 등장했던 강의실이나 식당을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나가 학교에 올 때와 그가 강의실을 떠날 때 넘어지는 아이를 일으켜주던 장면에서 등장하던 커다란 입구 역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면 더 완벽했겠지만 이번 '늑대아이' 여행은 최대한 실제 장소에 피해를 주거나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것 (소란스럽게 한다거나)이 또 다른 목표였기 때문에 일부러 학생들이 나가고 닫혀 있는 문을 억지로 열거나 하지는 않았다. 실제 장소에 다녀온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극중 장면에서 입구 저 멀리 보이는 풍경까지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하나가 걸었던 길을 걸어 조금 더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향은 위와 아래로 다르지만 하나가 처음 그에게 말을 걸었던 그 계단도 찾을 수 있었다. 새로로 길게 뻗은 창문 덕에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극 중 등장한 창문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양의 창문은 반대편의 계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교내의 모습들도 극중에 등장한 것과 동일한 앵글로 촬영하고 싶었는데, 졸업식 후 이미 대부분이 떠난 뒤라 불이 꺼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의외의 수확이라면 이 도서관 입구를 찾은 것을 들 수 있겠다. 이번 여행에 앞서 이미 일본 내의 마니아들이 실제 장소를 탐방한 뒤 기록해 둔 사이트를 참고하였는데, 대부분의 장면과 장소를 찾아낸 이 사이트에도 없는 도서관 장면이라 더욱 반가웠달까. 물론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들어가지는 못했고 입구의 촬영도 실례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진행하기는 했지만, 기존 자료에도 없던 곳을 담아낸 터라 좀 더 의미 깊은 순간이기도 했다.






아마도 극 중에 나온 장면은 2~3층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촬영한 곳은 1층의 모습이다. 저렇듯 졸업식으로 불이 대부분 꺼져 있는 어두운 분위기였다.



3. 하나가 일하던 세탁소








하나가 일하던 세탁소는 학교에서 나와 다시 구니타치 역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구니타치 역 남쪽출구로 나와 동쪽으로 100미터 정도를 들어오면 왼편에 커다란 주황색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 당시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터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로고나 유리 창의 모습, 들여다보이는 내부의 모습까지도 극 중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놀란 점들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장소만큼이나 그 주변의 묘사가 정확하다는 점인데, 이 세탁소 역시 그 옆 가게들의 묘사와 오른 편의 돈카츠를 파는 가게의 광고판까지도 그대로 묘사되어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마 실제로 옷을 맡겨보거나 하는 시도까지는 하지 못했다 ㅎ



4. 하나와 그가 헤어지던 다리





그가 하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려다가 머뭇거리고 말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그 다리도 실제 존재하는 장소였는데, 이 곳은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북쪽 출구로 나와 도보로 약 7~10분 정도를 걸어오면 발견할 수 있다. 이 다리는 극 중에서 보았던 느낌과 실제의 느낌이 가장 차이가 나는 장소였는데, 일단 실제 다리는 파란 색의 기둥과 난간이 인상적이었지만 극 중에서는 흰색 혹은 회색으로 묘사되고 있기도 했고, 다리 난간에 물고기 장식도 극 중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 이곳이 맞는지 여러 번 확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다리 주변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실제 장소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 다리는 이 후 하나가 빗속에서 그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등장하는데, 실제로 보니 극 중에서 등장한 앵글이 실제 장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장면으로 보면 왼편과 오른편의 건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인데 이 건물들을 다리 위에서 보았을 때 저 정도 거리에 위치하려면, 건물 하나의 거리 정도는 다리가 앞서 위치해야 가능한데 조금은 원하는 구도로 수정을 거친 듯 했다.




그리고 영화 속 장면과는 다르게 그 위치에는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고, 다리와 바로 붙어서 사다리가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기서 한 참을 서서 다리 아래를 바라보다가 다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5. 그를 찾아 해매는 하나





비가 내리던 날 그가 돌아오지 않자 유키와 아메를 들쳐 메고 그를 찾아 나선 하나. 이 때 등장하는 장소는 약 두 곳인데 두 곳 모두 역시 실제 존재하는 장소였다. 우산을 쓰고 뒤를 돌아다보던 고가는 미타카 역 근처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중앙선 미타카 역 북쪽 출구로 나와 중앙선 선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10분 정도를 걸어오면 바로 그 고가와 통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 곳도 주소 등이 정확하지 않아 (이번 여행에서 주소가 확실한 곳은 사실 한 곳도 없었다) 미타카 역에 내려 고가를 따라 마냥 걸어서 확인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그 장소에 도착하면 그 주변의 디테일까지 그대로 묘사한 장면 탓에 쉽게 그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고가 아래 장소 역시 고가가 통과하는 다른 여러 장소 중에 이 곳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건, 그 주변의 철망이라던가 나무 등의 정확한 묘사 때문이었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경사진 골목은 미타카 역 근처가 아니라 앞서 소개했던 '하나와 그가 헤어지던 다리' 근처였는데,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그 다리를 지나 하류 쪽으로 내려오다보면 또 다른 다리가 등장하는데 그 다리에서 우측으로 살짝 방향을 틀면 바로 위의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곳은 다른 장소들 가운데서도 싱크로율이 특히 높은 곳이라 보는 순간 '여기다!' 하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 내용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실제 장소들을 확인하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 점은 하나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를 찾아나설 때의 동선은 물론이고, 하나와 그가 어디서 만나서 어디서 데이트를 했는 지를 직접적인 동선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추가적인 매력이었다.




6. 고백의 언덕






그가 하나에게 처음 마음을 고백하고, 이후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보여주기도 한 곳으로 연결되는 일명 '고백의 언덕'은 이번 늑대아이 여행에 핵심이었다. 이번 여행을 처음 계획하게 된 것도 바로 고백의 언덕에 가고자 함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인 만큼(?) 가장 찾기 힘든 장소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이 가장 찾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장소들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평범한 장소이고 또한 완전한 주거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별로 접근할 기회가 없어서였다. 실제로 이 곳에 대한 정보라고는 구니타치 역 북쪽 출구로 나와 동쪽 방향이라는 것과 주거 지역이라는 것 뿐이었는데, 이 곳을 찾기 위해 위성지도와 실시간 위치 파악까지 해가며 조용한 동네의 어두운 골목과 언덕들을 수없이 오르내려야만 했다. 





(위 장면에서 그와 하나는 위 사진 속 풍경을 보고 있었다고 보면 되겠다)


이 곳의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일종의 배려 처럼 느껴졌다. 이 곳은 주거지역, 그 가운데서도 정말 조용한 지역이라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상 올 일이 없어 외부인이 오면 바로 주목을 받게 될 정도로 고요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는데 (속삭이듯 말해도 멀리서 들릴 정도), 그렇기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고 이 곳을 이미 다녀온 현지 마니아들도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올까봐 주소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듯 싶었다. 


이 곳에 대한 힌트 가운데는 시 경계가 지나고 있어 언덕 위와 아래의 멘홀을 만든 곳이 다르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제법 유용한 정보였다. 정말 한 참을, 하지만 조용히 헤맨 끝에 찾은 고백의 언덕은 그래서 더 값지게 느껴졌고 뭉클함 마저 밀려왔다. 






고백의 언덕의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이라면 단연 저 음료수 자판기를 꼽을 수 있을 텐데, 실제로 빨간 색의 자판기가 환하게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참고로 다른 곳은 일부러 시간을 맞추지 못했지만 고백의 언덕 만은 극 중과 최대한 동일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조명이 켜진 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진과 장면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어렵게 찾은 곳인 만큼 한 참을 계단 밑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그리고 '늑대아이' 속 장면을 떠올리며 그렇게 앉아 있었더랬다. 참고로 그가 하나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공터는 지금은 다른 건물이 들어선 상태라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이 계단을 올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언덕을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극 중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던 컷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건물과 나무에 대부분 가려 실제로는 건널목 등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을 충분히 둘러보고 빨간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을 하나 사서 마신 뒤, 언덕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도쿄에서의 짧은 '늑대아이'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글의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극 중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야마 현을 가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도야마 현에 가서 아메와 유키가 하나와 함께 힘들지만 행복하게 지내던 곳곳을 둘러 보고 싶다는 바램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겼다. 이렇게 또 '늑대아이'는 내 인생에 있어 더더욱 지울 수 없고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비단, 이 고백의 언덕에서 나도 '늑대아이'의 그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평생을 준비해왔던 말로 청혼을 해서 만은 아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작품 속 캡춰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스튜디오 치즈' 및 한국내 수입사 '(주)얼리버드픽쳐스에 있으며, 
글의 실제 장소를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은 아쉬타카에게 있습니다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

이스트우드의 산악 첩보 영화



현존하는 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에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최고이며, 그냥 감독으로만 보아도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특별전을 (거기다가 스필버그와의 조인트 기획전이라니!)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갖는 다길래, 별로 주저하지 않고 부산행을 택했다. 이번 특별전은 이스트우드와 스필버그의 초기작 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이스트우드의 작품 가운데는 이 작품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을 보게 되었다. 예전 DVD로 얼핏 본 것 말고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된 기회를 얻은 것 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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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인, 존 포드의 서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곳. 역시 서부 영화가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트우드는 이 곳을 굉장히 비중있게 담아낸다)



'아이거 빙벽',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아이거 제재'라고 번역해야 할 텐데,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현재는 교수로 지내고 있는 전직 요원 조나단 햄록 (클린트 이스트우드)이 마지막 임무 (임무가 바로 아이거에서 상대를 제재 = 암살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냉전 시대의 첩보물을 기본으로 산악 액션 영화가 가미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전체적으로 보자면 지금의 이스트우드 작품의 완성도에는 많이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은 엿볼 수 있었다. 일단 오프닝 시퀀스는 지금봐도 멋스럽고 두근거릴 정도로 참 매력적이었다. 최근 본 영화 가운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오프닝이었는데, 그 음악과 더불어 (이 영화도 그렇고 당시의 영화들은 참 영화 음악이 좋다) 별다른 설명이나 부가적인 장치 없이도 영화의 분위기를 절제하며 표현해내는 머진 오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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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이 그리 새로울 것은 없는데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극중 햄록이 요원으로 복귀하기 위해 다시 '수련'을 하는 시퀀스였다. 요새 요원 영화들 보면, 전직 요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단숨에 전성기 때로 복귀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걸 많이 봐서 인지, 이런 제법 오랜 분량을 투자하는 준비의 시간이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정말로 그냥 준비를 좀 해야겠어, 정도가 아니라 제법 오랜 러닝타임을 할애하여 이 준비와 수련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에는 냉전과 첩보가 깔려 있지만 (극중 햄록은 여러차례 친구냐 적이냐 를 구분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따지고보면 중반부를 넘기까지는 이 수련의 과정 속에 소소한 작은 실마리들이 진행되고 후반부에는 아이거 빙벽을 등반하며 산악 액션 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이게 된다. 지금이야 '클리프 행어'나 '얼라이브' '버티칼 리미트' 등 눈 내리는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악 액션 영화들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바로 이런 영화들에서 보여준 장면이나 설정 등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 영화 '아이거 빙벽'에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왜 있지 않나, 산악 액션 영화에서 꼭 나오는 장면들. 뻔히 알면서도 놀라게 되는 아찔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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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이거 빙벽'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배우가 바로 보네타 맥기 (Vonetta McGee) 였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 '엇, 저렇게 세련되고 현대적인 배우가 당시에 있었다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묘한 매력을 (그 미소를) 갖고 있는 배우로 한 눈에 들어왔다. 태라지 P.헨슨 (Taraji P. Henson)을 닮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훨씬 매력적인 이목구비와 미소는 그녀의 다른 영화들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른 작품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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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스턴트 장면들을 대역없이 소화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마치 성룡 영화에서나 볼 법한 카메라 앵글이 자주 등장합니다. 즉, 이게 배우가 직접 연기한 것이라는 걸 관객에게 어필하는 카메라 워크 말이죠.


2. 확실히 예전 작품이라 이스트우드의 편협된 가치관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시각)이 더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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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인 더 우즈 (The Cabin in the Woods, 2012)

뒤집고 쏟아내는 공포의 축제



개봉 당시에도 보고 싶었으나 극장 상영시 필름에 (정확히 말하자면 화면 밝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나중을 기약하고 관람을 못했었는데, 역시나 빠르게 IP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캐빈 인 더 우즈'를 다 보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다름 아닌 '드래그 미 투 헬 (Dreg Me To Hell, 2009)'이었는데, 왜인고 하니 '드래그 미 투 헬' 이후로 마음에 드는 공포 영화를 만나보지 못했던 것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 사이에 무언가 맘에 드는 공포 영화가 있었는지는 좀 더 자세히 따져봐야겠지만, 어쨋든 순간의 기억으로는 바로 이 영화가 떠올랐을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쾌감이었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제목이나 홍보 타이틀에서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캐빈 인 더 우즈'는 대놓고 공포 영화의 법칙을 모두 뒤집겠다고 공포하고 나선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공포 영화의 법칙을 빗겨가는 것 자체에 대한 재미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또 다른 반전의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법칙을 모두 빗겨간다는 얘기를 반대로 하면 정반대로 생각하면 다시금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는 얘긴데, 그럼에도 '캐빈 인 더 우즈'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은 힘이 있었다. 즉, 뒤집기를 그냥 겉핥기 식으로 한 것이 아니라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잘 이해한 시나리오였다는 얘기다. 그냥 뒤집는 것으로 끝났다면 말그대로 뒤집기라는 점을 아는 순간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렸을 텐데, '캐빈 인 더 우즈'는 다행히 거기에 머무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뒤집기가 없었어도 나름 흥미로운 공포영화라고 했을 만큼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는 얘기.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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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 뒤에 존재하는 이야기는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이런 류 (무언가 거대한 악이 도사리고 있는)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별로 구체적이지도 않고 한편으론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배경에 깔린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본격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주인공들이 이 실체를 알아내면서 부터였다. 보통 같으면 주인공과 공포(악마나 괴물 등)의 대결 구도로 당연히 주인공의 편에서서 영화를 바라보게 되었을 텐데, 이 영화는 그 중간에 이를 조정하는 조직이 있다보니 어쩌면 더 큰 악을 위해 중간에서 소비되다시피 이용 당하는 각종 크리쳐와 좀비 등등 (이 영화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더 정확히 하려면 '등'을 한 50번은 써야할 것이다)의 애환마저 느껴져 좀 다른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들은 대사 하나 없지만 그 잠깐의 눈빛들 만으로도 무언가 슬픔이 느껴졌는데, 인간에게 이용 당하는 상황과 맞물려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닌 좀 더 인상 깊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막판에 수많은 크리쳐들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는 단순히 장르 영화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더불어 이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겹쳐져 더 시원하고 신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뭐랄까, 이 쏟아지던 장면은 보통 같으면 주인공과 같은 심정으로 절망적인 절정의 공포를 느끼게 되는 장면이었겠지만, '캐빈 인 더 우즈'에서는 마치 '축제'와도 같은 장면이었다. 이 한 장면 만으로도 '캐빈 인 더 우즈'는 또 보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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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PTV로 보면서는 그렇게 어둡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극장에서는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블루레이로 국내 출시된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어요.


2. 마지막 장면에 공포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여배우가 까메오로 등장합니다. 


3. 오래만에 정말 신나는 공포영화였어요. 전 무서우면서도 신나는 공포영화가 좋더라구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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