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Gravity, 2013)

당연하다고 여겼던 존재의 발견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그 외로움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결국 모든 일들과 관계 속에서 혼자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 '그래비티 (Gravity, 2013)'를 보고 나니 외롭다고 느낀 다른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무뎌짐 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수 많은 새로운 것들을 접하게 되면서 '처음'이라는 순간과 조우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참 어리석게도 시간이라는 무게에 휩쓸려 머지않아 처음 만났던 순간을, 그 순간의 희열을 금세 잊어버리곤 한다. 그렇게 더 새로운 것, 또 다른 것 만을 찾다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결국, 모든 것들에 대해 흥미를 잃고 쉽게 포기하기도 한다. 영화 '중력 (Gravity)'은 아주 특별한 상황에 놓인 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아주 전형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를 다시금 끄집어 낸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관객이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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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SF로 오인하기 쉽지만 '그래비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에 가깝다. 그러면 과연 지구 밖 우주라는 배경은 그저 눈 요기의 도구로만 사용되었느냐 하면 또 절대 그렇지 않다. 왜 그러한가 라는 질문의 답은 이 글의 제목과 맞닿아 있다. 흔히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근원에 대한 경우일 때가 많다. 이 영화 역시 일종의 근원에 관한 이야기다. 근원에 대한 탐구는 결국 진리를 찾기 위한 질문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이 작품이 찾고자 하는, 아니 말하고자 하는 진리란 무엇 인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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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는 우주에서 특수한 사고로 인해 한 인물이 겪게 되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평소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래서 그 존재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 둘 씩 체감하도록 만든다. 일단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력이라는 것이 없는 우주를 보여준다. 우리는 무중력 상태를 봐야만 현재 중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이 아닌 이해할 수 있는데, 다시 말해 상실해야만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들을 영화는 차례 차례 꺼내어 놓는다. 사실 이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우주에서 주목할 것은 무중력 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우주의 묘사는 바로 '소리'에 관한 것이었다. 영화의 타이틀과 함께 마치 극장 안의 소리를 모두 빨아들이는 듯한 커다란 소리의 소멸은, 앞으로 이 영화가 사운드에 있어서 어떤 현실성을 들려줄 지에 대한 일종의 선언처럼 들려왔고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 중력 뿐만 아니라 소리마저 없는 우주를 통해 우리는 생활 속에서 반사되어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 들을 비로소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비슷한 영화들이 그러했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건 결국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지구에 살면서 지구라는 행성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우주로 나가 지구를 바라봐야만 내가 살고 있는 행성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비로서 알 수 있게 된다 (이건 직접 경험할 수 없었으나 의심하지는 않는다). 극 중 코왈스키는 지구를 바라보며 여러 번 라이언에게 이야기한다. '정말 아름답지 않냐고'. 이는 곧 관객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우리가 이런 지구에  살고 있는 거라고'


(중요하진 않지만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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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라 일컬어 지는 존재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극 중 라이언 (산드라 블럭)이 코왈스키 (조지 클루니)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한 것은 오히려 그가 떠난 이후였다 (난 이 라이언의 상상 장면이 만약 실제 장면이었다면 정말 실망했었을지도 모른다). 홀로 우주선에 남게 된 라이언은 통신 여부를 확인하던 중 알 수 없는 외국인과 무선 통신이 연결된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라이언은 저 멀리 지구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소리, 개가 짖는 소리 그리고 아이의 울음 소리에 감정이 터지고 만다. 다른 영화에서처럼 지구에 두고 온 애인의 목소리도, 부모의 목소리도 아니었지만 라이언은 그저 자신이 평소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던 이 소리 들에 감격한다. 라이언의 감격은 사실 감격 이라기 보다는 회환에 가까웠을 것이다. 평소 그 존재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뒤늦게 깨닫고 났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녀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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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라이언은 중국 우주 정거장의 우주선에 탑승하면서부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겪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 자궁 속에서 유영하듯 한 모습의 라이언은 새로운 탄생의 신호를 알리는 듯 잠시 눈을 감고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탄생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니 아직 더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라이언이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이후에도 그녀는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녀의 탈출 우주선이 지구 궤도를 향할 때의 모습은 마치 수 많은 정자들 사이의 경쟁에서 승리해 수정에 이르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글의 주제로 돌아와, 이 영화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의 발견에 관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 중 우리가 가장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지구의 중력? 사람?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

바로 자신이라는 존재의 탄생 그 자체일 것이다. 결국 라이언은 가장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니 그 논의의 범주에 포함조차 시킬 생각을 하지 못했던 자신의 존재(생명)에 대해 발견하고 다시 태어나 우뚝 서게 된다. 그녀가 지구로 무사 귀환 했을 때 다른 영화처럼 대규모 구조 작업에 의해 구조 된다거나 발견되기 이전에, 홀로 땅을 딛고 선 모습으로 끝내는 것은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녀는 누군가 에게 구조됨으로서 생명을 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생명을 발견하고 쟁취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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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자궁 속 태아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그렇듯이, '그래비티'의 은유는 매우 노골적이다. 글의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직접적이고 단순하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기원을 말하고자 했기 때문에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라이언을 통해 이를 풀어낸 방식도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영화에 열광했을까. 그건 아마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너무 나도 당연한 것들의 진리가 새삼 가슴에 깊게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바쁘게 '그냥' 살면서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금 깨우치게 만든 이 이야기는, 너무 당연한 것들로 이뤄져 있기에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작품이었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라이언처럼 저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도 있는데 나도 힘내서 살아야지!'가 아니라,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잊고 있었던 당연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발견해 낼 수 있다면 그 것 만으로도 이미 살아가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새삼 느낀 내 삶의 중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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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 화제가 된 글 '아닌강의 비밀' (http://magazine.movie.daum.net/w/magazine/film/detail.daum?thecutId=6589)

참 대단한 감독'들' 입니다!


2.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은 역시 인상적이네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촬영 감독이기도 한데, 두 작품의 주제의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볍지 않고, 그러면서도 기술적으로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네요!


3. 전 이 멕시코 삼총사가 더 잘될 줄 알았어요. 처음엔 이냐리투가 주목 받는 모양새였는데, 이제는 그가 오히려 제일 덜 주목 받는 그림이 되었군요. 델 토로를 비롯해 이 삼총사가 계속 좋은 영화들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예전에 봤던 '허블 3D'가 떠오르더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5. 아, 왕십리 아이맥스 3D로 봤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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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영화로서 가능해진 거대 로봇과 괴물의 육박전



최근 가장 기대 작이었던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을 보았다. '퍼시픽 림'을 기대한 포인트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그가 본격적으로 대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거대 로봇과 괴물이 대결을 펼치는, 일종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실사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등이었다. 후자 만으로도 이 영화는 기대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지만, 전자인 '길예르모 델 토로'라는 이름 때문에 기대치가 더해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만든다면 좀 더 스토리 측면이나 완성도에 있어서 더 나은,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물론 이런 과한 기대치는 그의 팬이기 때문에 발동되었던 것인데, 결론적으로 이 높은 기대치가 독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 정도로 '퍼시픽 림'은 충분한 만족감과, 적당한 수긍,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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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은 포스터의 홍보 문구에서도 말해주듯 규모와 스케일 그 자체인 영화다. 많은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그 크기에 포인트를 두곤 했는데, 아래의 비교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로봇들과 괴물들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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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버필드에서 살짝 등장했던 괴물이 겨우 반 정도 밖에 못 미치는 크기라니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까? 저 아래 세 번째 작게 표현된 검은 색이 바로 티라노사우르스다)


즉 이 영화의 핵심은 이 엄청난 크기를 관객이 실감할 수 있도록 표현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면에서 아이맥스 3D의 관람 환경은 적극 추천할 만 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저 그림의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도의 규모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워낙 그 크기 대의 두 존재가 결투를 하다보니), 그렇다 하더라도 보는 내내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음은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그 엄청난 크기의 두 존재가 미사일 등의 무기를 통해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주먹질을 통한 육박전을 벌인다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의 볼거리는 사실 충분한 편이다. 이 정도 크기의 괴물을 주먹으로 때려잡는 영화라니! 예전 심형래 영화에서 보았던 사람이 공룡 탈을 쓰고 들어가 연기한 공룡과 영구의 육박전 이후에 거의 최초가 아닐까 싶다. 이것 만으로도 여름 블록버스터로서의 매력에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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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팬들이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이라면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조나 전개에 관한 것일 텐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 역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그라면 뭔가 이 로봇/괴물 액션 블록버스터의 배경 가운데서도 더 색다르거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퍼시픽 림'은 일반적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개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고, 한 편으론 바로 그 점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도 더 나은 평가를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즉, '판의 미로' 같은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런 여름 블록버스터에 녹여 냈다면 아마 그의 팬들에게는 인정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외면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이 작품의 인트로였다. 아마 보통 같으면 영화 한 편을 할애할 수도 있었던 이 시기의 배경과 카이주라는 괴물의 등장, 예거 시스템의 탄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단순히 그런 것이 있었다는 정도의 설명이 아니라, 한참이 전개된 다음의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 저 부분을 그냥 저렇게 한 줄로 넘기기엔 너무 아까운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한 전개였다. 하지만 만약 이 부분을 천천히 다 설명했더라면 (아마도 시리즈의 1편이 되었을) 이 영화에서 지금과 같은 본격적인 육박전을 보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반대로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전형적인 전개와 캐릭터들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손발이 오그라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덕후의 입장으로는) '아, 그래도 멋있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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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기대했던 것보다는 이야기할 거리가 적은 작품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반대로 깔끔하게 즐길 만한 오락 영화라는 반증도 되겠다. 솔직히 완전 개인적인 팬심으로는 '퍼시픽 림'이 대박나서 하루 빨리 델토로가 론 펄먼이 더 늙기 전에 (이미 많이 늙었지만 ㅠ) '헬보이 3'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나중에 따로 기회가 되면 장문의 글을 써보고도 싶은데, '헬보이'는 3편이 나와야만 1,2편의 존재 이유가 성립하는 작품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3편은 꼭 나와야 한다.



1. 보면서 '에반게리온'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예거는 흡사 초호기. 드리프트는 싱크로와 겹치고 (디테일은 좀 다르지만). '에반게리온' 팬으로서 이제 슬슬 실사화를 기대해봐도 되는 건가 싶다 가도, 그러면 안되지 를 새기곤 합니다 ㅎ


2. 극 중 마코의 어린 시절 역을 연기한 아역 배우가 참 귀엽고, 연기도 잘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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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뉴튼' 역을 맡은 찰리 데이는 정말 J.J.에이브람스와 닮았더군요. 출연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도 같고 ㅋ


4. 아이맥스 3D를 추천합니다. 저는 기회가 되면 아마도 물이 막 튈 4D로도 한 번 보고 싶네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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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리더의 자격



성공적인 리부트로 새로운 시리즈로 단숨에 자리 잡게 된 J.J.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의 속편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전작 만큼이나 큰 기대를 갖게 한 작품이었다. 리부트 된 시리즈에 기대하는 바는 첫 번째 작품이냐 속편이냐 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첫 번째 작품이 새롭게 리부트 된 세계관과 설정, 인물들을 소개하는 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면, 속편은 이렇게 전작에서 설명이 완료된 재료들을 바탕으로 좀 더 깊어지는 갈등과 본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J.J의 두 번째 스타트렉 영화인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아, 물론 여기 서의 아쉬움은 이 작품이 J.J의 작품이라는 높은 기대치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도 없다고 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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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에이브람스는 자신의 첫 번째 '스타트렉' 영화를 통해 기존 시리즈의 올드 팬들과 현재의 관객들 모두에게 환영을 받는 거두기 쉽지 않은 성과를 이뤄냈는데, 이를 통해 앞서 이야기했던 대부분의 설명은 마친 상태였지만 아직 다 못 다한, 완전하게 정립하지 못한 것이 있는 듯 했다. 그것이 이 작품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주된 테마이기도 한 '리더의 자격'에 관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캡틴이 누구냐 를 두고 갈등을 펼쳤던 커크와 스팍의 관계, 즉 리더로서의 확실함 보다는 불안함이 더 엿보였던 커크가 진정한 캡틴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전편에 이어 더 심층적으로 이어감으로서, 단순히 엔터프라이즈호의 캡틴인 커크의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리더 라는 역할 자체의 조건과 자격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한다.


사실 '누가 엔터프라이즈호의 진정한 캡틴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작을 통해 대부분 해결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특히 TV시리즈가 아닌 극장판 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속편인 '다크니스'도 첫 장면에서는 완전히 커크를 캡틴으로서 인정하는 스팍의 모습으로 시작하긴 하지만, 곧 캡틴 자리의 박탈과 변경이 (임시 캡틴까지) 반복되며 아직은 커크가 완전한 캡틴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어쩌면 이 과정은 극장 판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아젠다인데, 반대로 생각하자면 그 만큼 스타트렉이라는 시리즈에서, 작게는 엔터프라이즈호 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캡틴'이라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 인지를 역설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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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 주제를 더 심층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커크와 스팍의 관계에 기존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인 파이크와 마커스 제독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존 해리슨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갈등 요소로 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선원들에 대한 리더로서의 역할이 발동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마커스와 존 해리슨이 극 중에서 벌이는 일들의 원인을 살펴보자면, 단순한 원한 관계나 개인적인 것 보다는 (설령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속한 진영이나 자신이 책임지고 지켜야 할 부하들을 위한 것으로 그려진다. 결국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사건을 벌인 두 인물의 이야기와 엔터프라이즈호의 캡틴인 커크의 이야기가 하나로 겹쳐지면서, 영화는 좀 더 커크에게 리더로서의 진정성과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더 확고한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J.J는 그 만큼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엔터프라이즈호를 책임지는 리더로서 커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렇듯 시리즈의 한 편을 더 할애하면서 까지 커크를 완벽한 리더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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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전작에 비해 텍스트나 메시지는 오히려 더 흥미로워졌지만, 액션 블록버스터의 측면으로만 보자면 좀 더 본격적인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에 아쉬움이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별로 라는 것이 아니라, 1편의 좋았던 부분을 뛰어넘지는 못했던 것 같다는 얘기). '배트맨'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 속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100% 녹여냈던 크리스토퍼 놀란과 마찬가지로, J.J.에이브럼스 역시 기존 팬덤이 확고한 '스타트렉' 시리즈 안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량에 다시 한 번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1.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아이맥스에 적합한 스케일이었어요. 3D는 탁월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나 후회할 수준은 아니었음.


2. 체코프 역할의 안톤 옐친은 확실히 비중이 줄었네요. 존 조도 마찬가지. 왕년에 '로보캅'이었던 피터 웰러의 무게감은 좋았어요. 최근 들어 종종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반갑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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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IMAX 3D, 2012)

믿음을 말하는 거대한 이야기



연초부터 정말 흥미로운 작품을 보았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는 복합적으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의 두 가지 스타일은 각각 정반대의 경우인데, 하나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나 분명해서 이를 영화가 이끄는대로 끝까지 따라간 뒤 영화가 맺은 마지막에 동의하거나 그렇지 않거나를 선택하면 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영화는 적게는 두 가지의 길을 많게는 모든 것이 다 가능하도록 설계 되어 있어서 영화 스스로는 답을 하지 않은 채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우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가 흥미로운 것은 보는 이에 따라 이 두 가지가 모든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꼭 보는 이에 따라서가 아니라 같은 사람에게서도, 곱씹어 보기에 따라서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정반대의 경우로도 생각해볼 수 있고, 반대로 열려있다고 여긴 지점이 너무도 분명한 주장이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넓게 보았을 때 '믿음'에 관한 영화라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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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야기는 영화 후반부에 파이가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두 가지 이야기 중 무엇이 진실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어떤 것이 진실인가 라는 것보다는 둘 중 하나 혹은 모두가 다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우리가 영화 내내 공감하고 따라왔던 파이가 들려준 리차드 파커와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이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일본 선박회사 사람들에게 들려준 참혹한 이야기 역시 '이야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내 생각은 불분명 했었다. 파이가 영화 내내 들려준 이야기에 흠뻑 빠져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고, 마지막 파이가 일본 선박 회사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다시 이야기를 들려 줄 땐 '아!'하며 진실이 무엇인지 반대로 의심하지 않게 되었었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며 다시 곱씹어 본 영화는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인가를 넘어서서, 내가 더 믿고 싶은 것은 어느 쪽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영화가 궁극적으로 묻고 싶었던 바로 그 부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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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단순하게 실제 참혹했던 일을 이런 판타지로 승화(?)시킨 파이의 이야기에 목적성이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이야기(편의상)에서 내가 파이였다면 이런 오인 혹은 회피의 과정 없이 남은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여기에 대입해 인간이란 무엇이든 믿는 바 대로 자신을 컨트롤 혹은 속일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에 다다랐는데, 좀 더 생각을 이어가다보니 이런 방식으로의 회피나 왜곡을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이르렀다. 만약 이 이야기를 근거로 파이에게 일어났던 실제의 일들을 유추해 본다면 (식인섬을 비롯) 파이가 처해던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 가에 대해 쉽게 답하기가 어려웠다. 즉, 리차드 파커는 사실상 파이의 또 다른 자아가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를 유체이탈 화법을 통해 3인칭 시점으로 본다면 리차드 파커를 탓하기는 커녕 안쓰러움마저 들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리차드 파커를 타자로 인정했을 때의 얘기지, 이것이 파이 본인의 이야기라면 답변은 달라질 수 밖에는 없다.


사실 여기서 리차드 파커의 이야기가 사실 파이 본인의 이야기였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파이가 스스로 리차드 파커로 타자화 하여 또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을, 또 다른 진실의 가능성을 만들었다는 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파이 스스로가 작가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신의 존재를 믿게 될 것이다 라는 식으로 의도한 것 자체가 비판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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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보니 '라이프 오브 파이'가 영화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떠올려 보게 되었다. 모든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얘기처럼 이 작품 역시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화라는 것은 2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감독이 철저히 주도권을 쥐고 관객을 믿게 만들거나 오해하게 만드는 예술이다. 즉, 어떤 영화라도 '만들어 졌다'라는 태생적 요소를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그런 측면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의 거의 대부분은 특히 더 가짜의 것들로 채워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믿음에 관한 영화임에도, 아니 그래서 인지 몰라도 이 영화의 대부분은 가짜로 '만들어 진' 것들이다.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물론 대부분 CG로 만들어졌고, 바다도, 하늘도, 대부분의 배경들도 CG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만들어진 것들이 겹겹으로 쌓여 복합적인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다. 이 허구로 쌓인 겹겹의 구성이 본래의 진실을 더 강하게 만들고자 함인지, 반대로 본래의 진실 혹은 거짓마저 강하게 부정하려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모르겠다라기 보다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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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매우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믿겠습니까?'라고. 이 글을 시작할 때만 해도 결론을 내릴 수 없겠다 라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결론을 내려보자면 지금은 답할 수 없다 정도일 것 같다. 다시 말해 이 대답은 대답을 하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내 마음 한 켠에서는 간절히 믿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걸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면 필요 없이 장황해질 것만 같은데, 어찌되었든 무언가를 아무 조건 없이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라이프 오브 파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사실'인 것 같다. 그것이 맹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말이다.



1.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이 영화는 '이야기' 만큼이나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아이맥스 3D관람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 영화가 믿음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 중에는 관객을 압도하려는 시각적 의도가 분명히 있거든요.


2. 이안 감독의 스펙트럼은 진짜 놀라운 것 같아요. 작품의 호불호를 떠나서 '헐크' '색,계' '라이프 오브 파이' '센스 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이 같은 감독의 필모그래피라고 믿기는 힘들죠. 이것도 믿음의 문제인가요 ㅎ


3. '라이프 오브 파이'는 좋아하는 영화인 동시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네요. 다시 보고 싶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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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분노 (Wrath of the Titans, 2012)
그리고 신들의 허약



루이스 리터리어가 연출한 1편 '타이탄 (Clash of the Titans, 2010)'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커다란 기대보다는 오락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동안 실컷 즐길 수 있는 것에만 기대치를 두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었다. 이런 동일한 기대치를 가지고 속편인 '타이탄의 분노'를 보게 되었는데 (요새는 정말 예매할 때 손이 떨리는 가격의 아이맥스 3D로!)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 높지 않은 기대치 덕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준이긴 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자면 아쉬운 점이 막 터져나오는 그런 영화였다. 이런 영화를 곱씹어 보려는 시도 자체가 좀 불필요에 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그냥 즐기는 것으로 충분한 영화이다 보니), 이 시리즈는 팬들의 호기심과 기대를 자극하는 워낙에 좋은 이야기의 소스를 갖고 있기에, 불필요함을 알면서도 문득문득 불끈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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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점들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1편보다도 이야기의 전개가 더 가볍게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각 인물들의 동기 부여 측면에 있어서 '왜?'라는 부분이 많이 생략되어 있으며, 액션의 측면에 있어서도 구성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특히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크로노스 와의 전투 장면은 영화 내내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에 비하면 허무하게 느껴질 수준이었는데, 그 스케일을 보여준 것은 좋았으나 딱 '보여준' 것 뿐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들의 활용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편에 비해서는 오히려 캐릭터의 숫자가 줄었다고 할 수 있음에도 역시나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들이 너무 가볍게 처리된 부분들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래도 그 캐릭터들 가운데는 리암 니슨이나 랄프 파인즈 같은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도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타이탄의 분노'의 액션은 굉장히 핸드헬드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3D 아이맥스라는 체험 조건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과한 감이 있는 활용이었다. 현실감을 주려고 사용했을 텐데 현실감보다는 전개를 따라가기 불편할 정도의 과한 흔들림(의미없는 흔들림)이라 오히려 액션 시퀀스를 즐기는데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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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낮은 기대치를 가지고 극장에서 100분간 즐기기에는 크게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다만 신들의 조금만 더 강하고 위엄있게 그려졌더라면 하는 개인적 아쉬움은 남았다. 누가봐도 이 영화의 부제가 '타이탄 : 신들의 허약'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1.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의 관계 설정은 영 아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그 장면은 완전한 미스. 뭐 이름대로(안드로메다) 전개된 것인지도 모르죠 ㅋ

2. 차라리 1편의 퀘스트 형식 전개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2편은 동기부여 측면이 너무 간과되다보니 전체적으로 힘을 잃을 수 밖에는 없었죠;

3.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아이맥스로 본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어벤져스'의 예고편이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예고편을 볼 때 그 두근거리던 심장이란 ㅠㅠ 예고편이 끝나는데 정말 온몸에 소름이 ㅠ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극장에서 그것도 아이맥스로 보는 경험은 차원이 다르더군요 ㅠ '어벤져스' 예고편 역시 새롭게 느껴질 정도!!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편의 예고편을 아이맥스로 (어벤져스는 아이맥스 3D) 본 것 만으로도 본전 생각을 안하게 되는 '타이탄의 분노' 관람이었습니다 ㅎ

4. 극장에서 보고나서는 '나름 재밌었다!' 였는데 아무래도 글로 쓰는 작업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생각하는 일이다보니 아쉬운 얘기가 많아졌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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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IMAX 3D)
나를 또 울렸어 ㅠ


'토이 스토리 2'가 나온지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아니 세월이 흘렀다. 이런 공백이 애초부터 기획되었던 것인지 (픽사라면 그럴 수 있다) 아니면 여러 다른 작품들을 먼저 내느라 단순히 스튜디오의 스케쥴 상, 11년이 지난 2010년에 와서야 시리즈의 3편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 타이밍은 극중 내용과 마찬가지로 11년 사이에 훌쩍 커버린 관객들에게 (그러니까 어쩌면 초등학교 시절 우디와 버즈 같은 장난감을 갖고 놀던 시절에 토이 스토리를 처음 만났다면 이제는 20대의 청년이 되어버린 관객이나, 아니면 11년 전 토이 스토리를 통해 우디와 버즈와 함께 추억의 한 켠을 공유해버린 관객들에게), 아니 이런 관객들이야말로 진정 즐길 수 있게 된 더 완벽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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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토이 스토리 1,2편을 즐기지 않은 일반 관객들은 즐기기 어려운 작품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았을 정도로, '토이 스토리 3'는 개별 작품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도 픽사의 다른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실 이 점이 '토이 스토리 3'의 대단한 점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데, 전편을 계속 함께 해온 팬들을 자극하는 감정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결말에 가서 폭발시키면서도,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그러니까 달랑 '토이 스토리 3'만 보아도 여느 작품과 비교해도 만족스러운 독립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라면 당연히 후자를 버리다시피 하더라도 전자에 몰두했겠지만, 픽사 같은 스튜디오는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고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사실 전편을 함께 해온 관객들이라면 이미 홈비디오로 촬영된 앤디와 우디, 버즈의 예전 영상을 보는 첫 장면부터 눈물이 펑 터질지 모르겠다. 실제로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이 장면, 어찌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홈비디오라는 설정이었지만, 마치 ''의 첫 시퀀스처럼 이 시퀀스 만으로도 팬으로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토이 스토리 3'는 처음부터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점과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다 알려주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대학에 가게 되어 더 이상 장남감을 갖고 놀지 않게 된 앤디. 그리고 이런 현실 속에 앤디 와의 이별을 준비해야만 하는 우디와 버즈 그리고 친구들. 아마도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언젠가는 닥쳐올 이 순간을 (겪고 싶지 않은 이 순간을) 우리는 마침내 스크린 속에서 담담히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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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토이 스토리 3'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이 시리즈의 예정되었던 결말을 만나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계속 함께 해온 이들이 아니라도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 조금 불필요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캔과 바비의 시퀀스는 생각보다 훨씬 비중있게 그려지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분명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이나 재미를 위해서 추가된 뉘앙스가 큰 것을 감안한다면, 좀 더 이들 말고 우디나 버즈 혹은 다른 장난감 친구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루어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만약 이렇게 시종일관 웃겨주는 (개인적으로는 본래 주인공 장난감들 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캔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일반 관객들에게는 좀 더 심심하고 덜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을지런지도 모르겠다.

전자의 의미, 그러니까 시리즈를 계속 함께 해온 이들의 측면에서 이 작품을 보면서 새삼 느낀건, '역시 토이 스토리는 '우디'의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디와 버즈가 동등하게 비중을 나눠가졌다고 생각이 들긴 했었지만, 3편에 와서는 좀 더 우디에게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고, 이를 통해 '새삼스레' 토이 스토리는 장난감 모두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디'라는 캐릭터가 핵심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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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해버리면, 결국 '토이 스토리 = 우디 스토리'인것이냐? 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 '토이 스토리' 만큼 주인공 우디나 버즈를 비롯해 여러 명의 캐릭터의 이야기가 비중있고 조화롭게 그려진 작품도 드물다 할 수 있겠다. 각자가 장난감이라는 설정에 근거한 답게 특성을 그대로 살린 개그와 시퀀스가 존재하고, 나름의 스토리에 이제는 히스토리마저 생겼기 때문에, 캐릭터 각자의 운신의 폭과 활용의 깊이과 훨씬 깊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주인공 외에도 누구에게나 감정이입이 가능하며, 어쩌면 가장 비중있는 주인공이지만 한 발 물러서 있는 앤디에게마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토이 스토리 3'는 기존 이야기 구조에 마치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식의 탈출 시퀀스까지 접목된 이야기였는데, 이 탈출이 진행 됨에 있어서 각자 캐릭터의 장점이 보란듯이 표현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로소' 캐릭터의 경우도 그냥 단순히 지나치기에는 중요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는데, 영화의 주제 (주인과 장난감이라는 특성과 버려지고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메시지)와도 어울려 또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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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짧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픽사의 이전 작품인 '업'에서도 그런 경향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토이 스토리 3'에서 역시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른 픽사의 냉정한(?) 시선 혹은 역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이른바 악당 역할로 로소가 등장하는데, '업'에서 '찰스 먼츠'가 그랬던 것처럼 '로소' 역시 처음부터 악당이었던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과 똑같은 사랑스런 장난감이었으나 주인에게 버림을 받아서 (혹은 그런 것으로 오해해서) 악한 마음을 갖게 된 캐릭터였는데, 픽사가 이런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은 확실히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로소는 상처로 인해 잘못된 길을 선택하게 된 캐릭터인데, 보통 같았으면 결국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눈물로 뉘우치며 '그 후로 다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가 되었겠지만, 픽사의 선택은 달랐다. 처음에는 로소가 우디 일행의 도움을 받고서는 잘못을 뉘우치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 '역시'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로소는 이런 우디 일행을 놀랍게도(?) 배반하고서는 다시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전 '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픽사가 찰스 먼츠를 끝까지 보듬지 않고 그냥 놔버렸다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로소를 대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항상 착하고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잘 따지고보면 그 어느 애니메이션보다 더 냉정한 (일반 실사영화였다면 냉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이것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픽사라는 스튜디오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더 그런듯 하다)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픽사의 최근 작품이 아닐까 싶다. 결국 상처가 있는 악당 캐릭터였지만 상처를 끝까지 보듬기보다는 한 번의 기회는 주되 이후에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상응하는 결과를 부여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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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3'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정말 이 이야기에 동참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수 많은 패러디와 유머가 섞인 가운데에도 이렇게 극적인 요소에 흠뻑 빠져들어 가슴을 졸이기는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주인공들은 장난감이 아니던가!) 이들의 모험을 함께 하다보면 극적인 순간에 절로 두 눈을 질끈 감게 되고, 또 눈물 흘리게 될 정도로 엄청난 몰입도마저 선사한다. 아무리 픽사의 작품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지만, 볼 때마다 이 작품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아마도 '토이 스토리 3'를 보는 중간 아이들은 은연 중에 친구간의 우정, 그리고 직접적으로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장난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세에서 사뭇 달라진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간단하게는 내가 갖고 놀고 있는 이 장난감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로 시작해, 접하게 되는 모든 사물과 대상에게 애정어린 관심과 따듯한 시선을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무엇이든 쉽게 버려지고 잊혀지는 요즘 같은 빠른 세상에서, 10년 넘게 함께한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기억의 파편으로라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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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글의 제목에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시작해 중간중간 울컥이게 하더니 막판에 가서는 펑펑 울게 끔 만들었다. 마지막에 우디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주 조금 관건이었는데, 역시나 우디는 (그리고 픽사는) 펑펑 울 수 밖에는 없는 선택을 하더라.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우디와 장난감들이 사람처럼 움직이고 표정 지을 때는 모르겠지만, 다시금 장난감으로 돌아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버린 눈동자를 볼 때는, '그냐 장난감일 뿐인데 이런 눈물을 짓게 하다니'하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또 울렸어' 라는 표현에서는 '또'가 중요하다. 또 울리다니. 사실 처음부터 예상도 가능하고 울 것 같은 준비를 잔뜩 했음에도 '또' 울려버린 것이야말로 '토이 스토리 3'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1. 이 작품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존 라세터나 리 언크리치, 앤드류 스탠튼 등 '토이 스토리'를 처음 만들었던 이들이 아마도 애초부터 이런 마지막을 예상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끝까지 자신들이 처음 생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그들 스스로에게도 무척 행복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 픽사와 지브리의 관계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고,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존경심의 경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이번 토토로의 출연 역시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의외로 비중이 상당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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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MAX 3D로 보았는데 3D를 실감나게 느낄 만한 (그러니까 막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3D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무난하면서도 효과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튀어나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입체적인 느낌, 즉 한 장면 안에서 누군가는 앞에 있고 누구는 뒤에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방식은 좋았던 것 같아요. 이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설정된 장면들이 꽤 있었죠.

4. 그런 측면에서 오프닝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단편 '낮과 밤'은, 역시나 누구나 단번에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텔링과 (이런 것이 진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죠. 말없이 전하는 스토리텔링이라;;) 3D를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5. 이제 이 시리즈를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니, 이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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