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리더의 자격



성공적인 리부트로 새로운 시리즈로 단숨에 자리 잡게 된 J.J.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의 속편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전작 만큼이나 큰 기대를 갖게 한 작품이었다. 리부트 된 시리즈에 기대하는 바는 첫 번째 작품이냐 속편이냐 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첫 번째 작품이 새롭게 리부트 된 세계관과 설정, 인물들을 소개하는 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면, 속편은 이렇게 전작에서 설명이 완료된 재료들을 바탕으로 좀 더 깊어지는 갈등과 본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J.J의 두 번째 스타트렉 영화인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아, 물론 여기 서의 아쉬움은 이 작품이 J.J의 작품이라는 높은 기대치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도 없다고 할 수 없겠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J.J. 에이브람스는 자신의 첫 번째 '스타트렉' 영화를 통해 기존 시리즈의 올드 팬들과 현재의 관객들 모두에게 환영을 받는 거두기 쉽지 않은 성과를 이뤄냈는데, 이를 통해 앞서 이야기했던 대부분의 설명은 마친 상태였지만 아직 다 못 다한, 완전하게 정립하지 못한 것이 있는 듯 했다. 그것이 이 작품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주된 테마이기도 한 '리더의 자격'에 관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캡틴이 누구냐 를 두고 갈등을 펼쳤던 커크와 스팍의 관계, 즉 리더로서의 확실함 보다는 불안함이 더 엿보였던 커크가 진정한 캡틴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전편에 이어 더 심층적으로 이어감으로서, 단순히 엔터프라이즈호의 캡틴인 커크의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리더 라는 역할 자체의 조건과 자격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한다.


사실 '누가 엔터프라이즈호의 진정한 캡틴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작을 통해 대부분 해결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특히 TV시리즈가 아닌 극장판 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속편인 '다크니스'도 첫 장면에서는 완전히 커크를 캡틴으로서 인정하는 스팍의 모습으로 시작하긴 하지만, 곧 캡틴 자리의 박탈과 변경이 (임시 캡틴까지) 반복되며 아직은 커크가 완전한 캡틴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어쩌면 이 과정은 극장 판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아젠다인데, 반대로 생각하자면 그 만큼 스타트렉이라는 시리즈에서, 작게는 엔터프라이즈호 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캡틴'이라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 인지를 역설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이 주제를 더 심층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커크와 스팍의 관계에 기존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인 파이크와 마커스 제독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존 해리슨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갈등 요소로 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선원들에 대한 리더로서의 역할이 발동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마커스와 존 해리슨이 극 중에서 벌이는 일들의 원인을 살펴보자면, 단순한 원한 관계나 개인적인 것 보다는 (설령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속한 진영이나 자신이 책임지고 지켜야 할 부하들을 위한 것으로 그려진다. 결국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사건을 벌인 두 인물의 이야기와 엔터프라이즈호의 캡틴인 커크의 이야기가 하나로 겹쳐지면서, 영화는 좀 더 커크에게 리더로서의 진정성과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더 확고한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J.J는 그 만큼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엔터프라이즈호를 책임지는 리더로서 커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렇듯 시리즈의 한 편을 더 할애하면서 까지 커크를 완벽한 리더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 싶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렇기 때문에 전작에 비해 텍스트나 메시지는 오히려 더 흥미로워졌지만, 액션 블록버스터의 측면으로만 보자면 좀 더 본격적인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에 아쉬움이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별로 라는 것이 아니라, 1편의 좋았던 부분을 뛰어넘지는 못했던 것 같다는 얘기). '배트맨'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 속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100% 녹여냈던 크리스토퍼 놀란과 마찬가지로, J.J.에이브럼스 역시 기존 팬덤이 확고한 '스타트렉' 시리즈 안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량에 다시 한 번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1.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아이맥스에 적합한 스케일이었어요. 3D는 탁월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나 후회할 수준은 아니었음.


2. 체코프 역할의 안톤 옐친은 확실히 비중이 줄었네요. 존 조도 마찬가지. 왕년에 '로보캅'이었던 피터 웰러의 무게감은 좋았어요. 최근 들어 종종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반갑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Paramount Pictures 있습니다.


 





J.J.에이브람스의 최초의 IMAX 3D 영화이자 전작 '스타트렉'의 속편인 '스타트렉 다크니스' (국내 제목 확정)의 메인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기존 TV시리즈와 극장판 '스타트렉'의 팬이 아니었음에도, J.J의 '스타트렉'은 영화적 재미는 물론 기존 TV시리즈까지 다시 보게 끔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더 두근거리는 속편이 나올 것 만 같습니다!


전편에 등장했던 배우들에 이어 이번 작품에는 무려 배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하고 있어서 더더욱 기대가!!! 올해 여름 국내 개봉 예정이라는데, 기다림이 쉽지는 않겠네요 ㅠ


긴 말 할 것 없이 예고편을 보시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스타 트렉 : 더 비기닝 (Star Trek, 2009)
몰라도 재밌고 알면 더 재밌는 프리퀄!


개인적으로 TV시리즈였던 스타 트렉에 대한 기억들은 그야말로 깨알같은 정도다. 팬이라고 하기엔 물론 부족하고 그저 어린 시절 TV를 통해 가끔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나 대강의 배경 줄거리 등을 슬쩍 아는 정도일 뿐이다. 윌리엄 셰트너를 '믿거나 말거나'로 만나기 전에 더 익숙했던 프로그램이 '스타 트렉'이었으며 그 쫑긋귀의 캐릭터, 매우 하얀 얼굴의 캐릭터, 또 다양한 외계인 캐릭터들이 '엔터프라이즈호'라는 우주선을 타고 특유의 유니폼을 입고 전 우주를 넘나들며 벌이는 이야기라는 것 정도.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개봉 한다고 했을 때 약간 망설여지기도 했었는데, 감독인 J.J.에이브람스가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기존 '스타 트렉'의 팬들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나처럼 이 시리즈를 잘 모르고 있는 이도 즐길 수 있는 SF/액션 영화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J.J.에이브람스는 팬들 사이에서 '떡밥의 제왕'으로 불리는 인물로, TV시리즈 <앨리어스>와 <로스트>를 연출했으며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감독, <클로버필드>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가 지금까지 뿌려놓은 떡밥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것만으로도 또 다른 시리즈를 만들어야 할테니 그건 여기서는 다 말 못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참으로 흥미로운 각본가이자 제작자임은 인정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역량에 있어서는 사실 100% 안심할 수 있는 감독은 아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 <스타트렉 : 더 비기닝>으로서 이런 불안감은 거의 해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영화의 시작은 전형적인 J.J.에이브람스 스타일이다. 보통 같으면 클라이막스에나 등장할 법한 장면을 초반에 등장시키고 마무리한 뒤 제목을 등장시키며 스윽 시작하는 이 방식은, <인디아나 존스>이전의 고전 액션물에서부터 사용되었던 방식으로 최근에는 에이브람스의 인장처럼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를 스타 트렉의 기존 팬들 외에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프리퀄'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리퀄 형식의 영화들이 그렇듯이 따지고보면 원작에 생소한 일반 관객들도 즐길 수 있긴 하지만,
기존 팬들이 본다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감동적일 수 밖에는 없는 것이 바로 프리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스타 트렉 시리즈의 아주 미세한 기억만이 있을 뿐이었는데도 몇몇 설정과 장면에서는 예전의 아련한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을 정도였으니 기존 팬들은 얼마나 여기서 감동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우리가 예전 TV시리즈에서 보았던 엔터프라이즈의 커크와 스팍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관계였으며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가 나중에 알고 있는 관계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팬이라면 더 알아보고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팬들 만이 느낄 수 있었을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분명 이 장면, 이 대사는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대사일 것 같다 혹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설정이나 장면들에서는 이것 역시 기존 시리즈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겠구나 라는 장면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영화를 보기 전 거의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로 보려고 하는 주의지만 그래도 감독과 배우 들의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작품의 경우는 배우들 조차 확인하지 않았었다. 그랬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전혀 의외의 배우들의 출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단 스팍의 어머니 역할로 등장한 배우는 다름아닌 위노나 라이더 였으며(그녀가 이렇게 나이 많은 역할을 연기한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네로' 역할은 에릭 바나가 연기하고 있었다. 사실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바로 에릭 바나였다. 워낙에 분장이 심하고 강한 이미지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얼핏 봐서는 정말 에릭 바나인지 아니면 에릭 바나를 닮은 배우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가끔 연기력있는 배우가 SF물에서 전혀 쌩뚱맞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최악으로 망가지는 경우에 비교하자면 에릭 바나는 자신의 커리어에 흠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SF영화 속에서 톡톡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겠다. 그가 연기한 네로 역할은 전형적인 악역이라기 보다는 이유가 있어서 악당이 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에릭 바나의 연기가 이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밖에 <반지의 제왕>의 에오메르 역할로 출연했던 칼 어반과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사이먼 패그(그의 영국억양은 영화 속에서 유난히 튀더라 ㅎ), 한국계 배우 존 조 등이 출연하고 있다. 또 한 명 아주 중요한 배우가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더 언급하지는 않겠다. 개인적으로는 깨알같은 팬임에도 그의 출연이 감동스러웠다.




아이맥스로 관람하였는데 최신 SF/액션 영화답게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우주라는 배경에서만 맛볼 수 있는 초대형 스케일과 <스타 트렉>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설정들은 '영화적'쾌감을 선사한다. 하나의 액션 시퀀스가 끝나게 되면 절로 객석 여기저기서 한숨을 돌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스케일이나 사운드 측면에서 압도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야기 측면에서도 비교적 빠른 전개로 크게 지루할 틈이 없다(아역이 조금 더 나올 것 같았는데, 금새 지나가 버린다).

순간이동하는 장면이나 광속으로 워프하는 장면들은 다른 SF영화들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장면이긴 했지만, 그 맛은 분명 틀리다 하겠다. ILM이 선사하는 컴퓨터 그래픽은 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는데, 바로 엇그제 보았던 <울버린>의 CG와 비교하자면 거의 천지차이다. 어두운 우주에서 대형 우주선들이 벌이는 전투장면의 그래픽도 훌륭했지만 훤한 낮시간에 실사와 비행선이 함께하는 CG에서는 더 실감나는 영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스타 트렉 : 더 비기닝>은 SF영화답게 스케일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웠으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내내 흥미로웠으며, 개인적으로는 일찍이 좀 더 팬이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용솟음 쳐버릴 정도로 프리퀄의 본연에도 충실한 작품이었다. 현재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들 가운데 가장 취향을 덜타고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를 고르라면 아마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1. 포스터를 딱 본 순간부터 느꼈던 거지만, 아역도 그렇고 어쩜 저렇게 똑같이 생긴 배우들을 찾아내고 (분장으로) 만들어내는지 없던 향수도 생기더군요.

2. 번역 문제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분명 문제가 있긴 있는것 같네요. 굉장히 많은 내용을 얘기하는데 간략하게 정리하는건 그렇다쳐도 분명히 'sir'를 붙이고 있는데 그저 반말로 번역해 버리는건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계속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반말을 하다가 나중에 인정하고 존댓말을 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다 반말로 표현되다 보니...

3. 엄청난 괴수도 횟불하나면 문제없음!

4. 영화를 보고나니 <스타트렉>dvd를 한 편이라도 사서 예전 에피소드를 단 한편 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5. 용산 CGV 아이맥스 감상.

6. 아, 추가로, 오랜만에 진상관객을 한분 옆에 두었습니다. 영화사 로고가 등장할 때 '파라마운트'하고 소리내어 읽어주시더니 계속 대화모드로 초반 임하시더군요. '저 여자가 위노나 라이더잖아' '진짜야?, 아닌거 같은데' 등등. 그런데 은근히 로고 나올 때 소리내어 읽는 분들 제법 계세요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파라마운트 픽쳐스에 있습니다.






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


(스포일러 살짝 있음)
국내에는 TV시리즈 <로스트>와 <앨리어스>. 그리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J.J.에이브람스가 '감독'이 아닌 '제작'을 맡은 작품.
괴물이 나온다는 정보 외에는 의도적으로 영화에 관한 정보를 철저히 누출하지 않는 것을 마케팅으로 삼아
결국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게 될 영화. 사실 이 영화는 처음 정보를 접하고 나서는 올해 1월의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으나, 본 사람들의 하나 둘 이야기를 들어보면 괴물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된 영화인듯 하여
역시나 낚이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던 영화였다.
결과적으로는 네러티브는 부족하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시점의 변화로 인해 어쩌면 특별하지 않은 괴수 영화가
매우 특별해짐으로서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었던 흥미로운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극중의 인물이 캠코더로 촬영한 시점에서 모든 러닝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또한 극중에서 캠코더를 쥐고 주로 촬영하는 인물이 완전히 아마추어임을 대사로서
다시 한번 확인시키며, 좀 더 현실적이고 거친 영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또한 배우들을 모두 신선한 얼굴의
신인들을 기용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이 '가짜' 다큐멘터리를 좀 더 '진짜'로 느끼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이라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의 여느 영화들에서 쓰였던 핸드 헬드 기법들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는 화면은
분명히 현실감을 넘어서 어지러울 정도이지만(FPS게임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큰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을 듯
하다), 사건과 인물을 철저히 캠코더만으로 바라보면서 철저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시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게 된다. 즉 보통의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괴물이 등장하면서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주인공에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며, 결국 괴물과 인간들이(대부분은 주인공이 그 중심에 서고)
괴물과 맞서 싸우는, 그리고 괴물을 격퇴시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이 사건에
한 가운데에 있지만 보통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피난 가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중 하나가 촬영한 캠코더
영상만을 담고 있기에 어디선가 괴물들에게 당하는 이들이나 혹은 어디선가 괴물과 맞서 싸우려고 모여서
공격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알 수가 없다, 아니 그런 이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가 없는 것이 맞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괴물보다는 주인공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영화이며,
그래서 이 엄청난 사건 속에서 괴물 퇴치 등 대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몇 시간 전에 심한 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어려움에 처한 여자친구를 구하러 가는 주인공 일행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괴물 영화들과는 달리 괴물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특성을 지녔고,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한 자세한 설명, 아니 대충의 설명도 영화 속에서 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이라는 설정은 이렇게 내용적인 면 말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매우 장점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어두운 밤 먼지와 잔해가 쏟아지는 난리통 속에서 좋지 않은 화질의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이라는 점에서 괴물을 표현하는데에 있어 철저하게 현실적인 수준으로만 표현을 하면 되었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으며(물론 디테일이 허접하다거나 대충만들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전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그 스케일과 공포의 정도를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영상이 이런 반면 사운드는 오히려 다른 영화보다 더 현실적인 소리가 필요했던 것이 이 영화일 텐데,
이 영화는 사운드면에서는 확실히(오히려 괴물의 모습보다 소리가 훨씬 공포스러울 정도로) 괴물 영화스러운
스케일을 선사하고 있다. 난리의 한 복판에 위치한 주인공의 귀가 느꼈을 사운드는 극장에서도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으며, 괴물의 크기를 짐작케하는 엄청난 걸음소리와 군인들이 쏘아대는 총과 대포소리는
실로 '겁나게' 우퍼를 통해 울려퍼진다. 즉 영화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대사의 볼륨을 높이고 효과음과
대사를 가능한한 겹치지 않게 하기 보다는, 좀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정신없이 흔들리는 화면과 어울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사운드로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물론 괴물이 등장했을 때(눈에 보일 때)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소리로 인해 공포감을 조장하는 장면이 더욱 많았다.



9.11 이후 미국에서 만들어진 공포 영화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9.11 이후의 미국 사회의 공포에 대해 담고있다.
이 영화는 사실 조금 직접적인 편이다. 뉴욕 한 복판의 건물들이 폭파되고, 자유의 여신상의 얼굴이 파괴되어
길거리에 나뒹굴고, 브룩클린 다리가 부서지고 하는 것은, 단지 그들이 적으로 삼는 '사람'에서 '괴물'로
그 주체가 바뀌었을 뿐, 이제는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갖게 하는 공포가 되어버렸다. 특히나 괴물이
등장한 초반에 건물이 무너져 그 잔해와 먼지가 거리로 몰려오는 장면은 실제 9.11 사태를 뉴스에서 접했을 때의
앵글과 완전히 닮아있었다. 9.11 이후 미국은 영화 속 괴물처럼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먼 나라가 아닌
자신들의 생활 터전에서도 갑작스레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생겼고, 그것이 한동안 (어쩌면 영원히)은
무의식 속에서 지울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음을 이후 공포영화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클로버필드>는 괴물영화라는 떡밥을 던지고 그 안에 반응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캠코더라는 제한된 방식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괴물의 모습도
제법 등장하여 그 위용을 보여주었으며(이런 설정에서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괴물과 전투를 벌이는
영화로 기대하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면 모두들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바로 그 난리 속에 직접 들어갔다 나온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후덜덜한 체험이었다.


1. 도대체 이 캠코더는 어느 회사 제품인지 베터리는 당최가 떨어지지도 않더군
(꺼지기는 커녕 부족하다는 신호도 없더라)

2. 이 영화의 비현실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첫 째는 당최 무슨 사명감이 있는지 그 난리통속에서도
목숨이 위태한 순간속에서도 끝까지 카메라를 놓치 않았던 허드 이며, 둘 째는 허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인공들이 너무 잘생기고 예쁘다는 것이다 --;

3. 엔딩 크레딧의 폰트 크기가 일반 영화 크레딧의 폰트 크기보다 조금 크더라.

4. J.J.에이브람스가 정말 떡밥의 제왕이라면, 나중에 2편 겪으로 이 테입을 발견한 가까운 미래의 인간들이
아직 살아있는 괴물을 없애기 위해 이 테입을 참고로 본격적인 괴물과의 사투를 벌이는 영화를 직접
감독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괴물과 싸우다가 정신을 잃어서 깨어나보면 역시 그곳은 상하이? ㅋ)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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