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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2016)

페이즈 3의 본격적인 시작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의 세 번째 페이즈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새로운 캐릭터 영화와 새로운 확장 세계관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Doctor Strange, 2016)'가 본격적인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 역할을 싱크로율이 상당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무언가 MCU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기존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도 연기파 배우들이 많지만, 대표작 '셜록'을 비롯해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주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합류는 기존의 성격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이들 이야기했던 것처럼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치 '아이언맨' 1편과 유사한 느낌이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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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와 구성은 몹시 전형적이다. 안하무인으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실력파 의사인 스트레인지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를 당해 두 손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이를 고치기 위해 찾아간 네팔의 어떤 곳에서 에이션트 원이라는 존재를 만나 새로운 세계의 능력을 배워, 거대한 음모와 맞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신체의 장애 (혹은 상실)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를 떠올리고, 사건을 계기로 숨겨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과정은 '배트맨 비긴즈'를 비롯한 많은 히어로물을 연상케 한다. 


또한 이들이 펼치는 마법 가운데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순간은 마치 '인셉션'의 유명한 꿈속 설계 장면의 총정리 버전 같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후 벌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에 관한 설정 등도 아주 익숙한 전개를 따른다. 솔직히 액션 장면들을 비롯해 앞서 언급한 '인셉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영상이 볼거리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것 만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를 재미있게 즐기기에는 조금 부족할 듯하다. 결국 이 전형적인 새로운 영웅의 탄생 담에 키 포인트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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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약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이유들처럼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줄거리와 구성이기 때문에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익숙한 것들로 둘러 쌓여 있음에도 이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하나하나를 새삼스레 공감하며 즐길 수 있게 된다.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와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의 만남이 기존 MCU에는 없었던 매력과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다른 히어로들과의 능력치 밸런스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차원이 다른 마법을 선보이는 능력과 의사라는 본래 직업에서 오는 특별한 성격 그리고 능력을 얻게 된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이전의 상처 (손의 문제)에 관한 메시지 그리고 멋진 수염과 기럭지 그리고 망토에서 오는 중후함과 아우라는, 몇몇 등장 씬에서 아이언맨 버금가는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같은 이유로 이전에는 MCU의 캐릭터 가운데 토르를 가장 좋아했었는데, 앞으로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더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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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캐릭터의 매력 만으로 밀고 나가는 영화다. 전형적인 히어로물 1편의 성격을 가진 영화라 다소 식상할 수 있는 부분을 캐릭터와 배우를 믿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영화라 하겠다. 아, 물론 이런 자신감은 이미 세계관을 탄탄하게 다져 놓은 것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1편을 만들 때부터 사실상 속편 이후를 계획할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도 이러한 자신감의 이유일 것이다.


어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이언맨, 토르, 캡틴 등의 히어로들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들을 보고 싶다. 그가 MCU의 다른 캐릭터들과 어떠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가가 페이즈 3의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캐릭터는 확실히 배우를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아요. 좀 허술하게 묘사된 부분이 많았죠.

2. 그 밖에도 개연성 측면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점들이 종종 있어요. 

3. 이 영화를 현실 세계 중심으로 보자면 (극 중) 레이첼 맥아담스의 이상한 하루 정도로 부를 수 있겠네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크게 놀라지 않고 빠르게 적응하는 그녀ㅋ

4.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토르와 스트레인지 모두 빨간 망토(?)를 ㅎㅎ 

5. 총 2가지 쿠키 영상이 등장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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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

마블 세계관의 확장 혹은 한계



마블의 히어로들을 하나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일종의 올스타전 격인 '어벤져스'는 처음 '트랜스포머'가 그랬던 것처럼 원초적인 쾌감을 선사하는 훌륭한 오락 영화였다. 조스 웨던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도 각 캐릭더들의 장점들을 하나의 영화에 잘 녹여 냈고, 단순히 볼거리 만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닌 (그래도 괜찮은데) 각자의 영화에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들의 흐름을 이어가는 줄거리까지 완성시키면서, 기존 코믹스의 팬들과 일반 대중들 모두에게 환영 받는 작품을 만들어 냈었다. 하지만 이 작품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그것 만으로는 양쪽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없는 태생적 조건을 갖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과연 확장되어 가는 마블의 세계관을 하나로 중간 정리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완성도와 방향성을 갖고 있을 지는, 영화 자체의 재미 만큼이나 궁금한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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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 된 '어벤져스'는 특히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를 기점으로 확연히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단순히 코믹스를 영화 화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래도 괜찮은데!) 독립적인 영화로서도 충분한 완성도와 이야기를 갖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대부분의 캐릭터들의 각자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어벤져스는,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떡밥으로, 혹은 주요 테마로 등장 시키면서 팬들로 하여금 다음, 더 나아가 그 다음까지 기대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이러한 성공이 계속 될 수록 오히려 부푼 기대감에 더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스 웨던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비교적 재미와 (이 작품이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기능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 먼저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편집과 유머였다. 아마 내가 감독이었다면 가장 많이 고민했을 것이 편집이었을 것 같은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수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는 새롭게 등장해 소개부터 해야 하고, 누군는 이미 본인의 영화에서 진전된 이야기나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이어가거나 혹은 풀어내야 하며, 누구는 출연 시키되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그리는 가에 따라 작품 자체의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편집 포인트는 매끄럽지는 않았다. 단서를 던지거나 전개를 위해 반드시 삽입은 해야 하는데 풀어내는 연출에 있어서는 기복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 장면에서는 애매하게 다음으로 점프하는 장면들도 많았고,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 외에 전개의 기능은 하지 못하는 장면들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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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어벤져스'의 히어로들이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 다른 점이라면 상당히 유쾌하다는 점인데, 이번 작품은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유머 역시 여러 캐릭터들의 이해 관계에 맞게 해결하고 전개해야 했기 때문에,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실제로 재밌지는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쉬움을 꼽자면, 바로 캐릭터들 각자가 겪게 되는 갈등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번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깊게 고민하고, 더 나아가 '시빌 워'의 초석이 되는 고민과 갈등이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아이언맨 2, 3'편을 거치면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토니 스타크의 고민과 갈등은 이번 작품에서 주요 포인트가 되며, 캡틴과 헐크, 블랙 위도우, 토르 모두 마찬가지의 갈등을 겪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시간 상의 한계라고 생각되는데, 굉장히 중요한 고민 포인트 임에도 더 깊이 있게 비중을 둘 수는 없었던 시간적 한계가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짧은 한 편의 영화 속에서도 각각의 고민을 효과적으로 묘사해서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호불호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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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들만 먼저 잔뜩 늘어놓고 나니 굉장히 실망한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제법 재미있게 본 편이다 (어벤져스 2에 거는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뻔한 이유를 안들 수가 없다).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영화들은 그 광대한 세계관을 더 많이 알면 알 수록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것도 많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도 놓칠 수 없게 다양한 떡밥들을 주기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구성은, 그 자체로 팬들을 위한 장치이자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어벤져스'는 어쩔 수 없이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는 흥분 포인트가 있는 영화다. 영화 말미에 울트론과 결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모든 히어로들이 한 곳에 모여 (마치 게임처럼) 자신의 필살 공격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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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했던 국내 촬영 분도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상당히 놀랐다. 그저 수 많은 로케이션 중 한 곳으로 한 두 장면 스쳐가는 것이 아닐까 했으나, 주요 로케이션 장소로 다양한 액션 시퀀스가 벌어졌는데 우리나라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옥의 티라던가 (블랙 위도우의 공간 점프), 아무래도 눈과 귀에 들어올 수 밖에는 없는 한글 간판과 우리 말 대사들로 인해 소소한 영화 외적 재미도 없지 않았다. 기존에 한국을 다뤘던 영화들과 간단히 비교해 보자면, 서울이라는 장소를 아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오해하지도 않은, 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로 무언가 서울이라는 도시가 특별한 포인트가 없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비춰 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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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코믹스인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다 읽지는 못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긴 어렵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것만으로 비춰봐도 울트론이라는 캐릭터는 이것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파워와 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캐릭터인 듯 한데, 조금은 쉽게 (혹은 갑작스럽게) 무너져버린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어벤져스 멤버들과 만났을 때 대화 시퀀스의 무게감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팽팽하게 가져갔더라면, '윈터솔져'가 그랬던 것처럼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되었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기엔 이 작품이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울트론과 비전의 이야기는 다른 히어로들처럼 독립적으로 한 두 편을 할애해도 충분한 주제와 캐릭터로 느껴지는데...


이것은 단순히 이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 만은 아닐 듯 하다. 전반적으로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코믹스의 영화 화라는 단순함을 넘어서 이미 그 방대한 세계 관의 깊이를 영화라는 매체에서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마블 작품의, 매력이자 한계가 동시에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수 많은 캐릭터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앞으로도 마블의 영화들이 (특히 어벤져스 류의 작품들이)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균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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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롭게 등장한 스칼렛 위치는 완전 마음에 들었어요. 역시 염력이 제일 멋있음. 집에 와서 동작을 여러 번 따라해 보게 됨 ㅋ

2. 폴 베타니는 자비스 목소리 연기만 해오더니 이번엔 아예 출연을 ㅎ 물론 이번에도 100% 모습은 아니었지만;

3.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캐스팅은 역시 줄리 델피. 거의 까메오 수준의 역할이었는데 그녀가 출연하다니! 마블의 세계관은 워낙 방대하니 혹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4. 제가 '어벤져스'를 얘기할 때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호크아이'가 저들과 동등한 멤버라는 게 말이 돼? (물론 이렇게 따지면 블랙 위도우도;;)'라는 질문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쨋든 호크아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 인정!

5. 아무리 생각해도 스칼렛 위치와 비전이 가장 매력적이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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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 다크 월드 (Thor : The Dark World, 2013)

어벤져스의 그늘 아래 놓인 속편



서두에 밝히자면 난 어벤져스의 멤버들 가운데는 물론, 마블 세계관의 히어로들 중에서도 토르를 특별히 좀 더 좋아하는 편이다. 오래된 마블 코믹스의 팬들에 비하면 그 정보나 이해력은 미비한 수준이지만, 영화로 시작한 토르의 대한 호기심은 조금씩 코믹스로 이어졌고, 크리스 햄스워스라는 배우의 시원 시원한 매력과 맞물려 '토르'의 속편을 더더욱 기다리게 했었다. 그렇게 서울에선 보기 힘들었던 '토르 : 다크 월드'를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줄거리는 의외로 진전됨이 거의 없이 반복되는 양상이었다. 솔직히 전편에 비해 아주 조금 더 나아간 형태인데, '아이언 맨' 시리즈처럼 작품이 계속될 때마다 확장시켜 나아가는 것과 비교하자면, 조금은 아쉬운 전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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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스터와 스틸컷에서 공개된 제인 포스터 (나탈리 포트만)의 아스가르드 의상을 보았을 땐 기대보다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면 너무 뻔한 전개이면서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부분은 비중이 그리 많지 않아 전개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미 전편에서 세계관과 캐릭터 소개를 마친 토르의 속편으로 보기에는, 조금은 소극적인 전개와 캐릭터의 확장이 아쉬웠다.


단순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자면 아쉬울 것이 없는 구조이지만, 이미 소개를 마친 것은 물론 '어벤져스'를 통해서 또 한 번의 활약을 펼쳤던 토르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단순히 새로운 에피소드에 놓여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가 좀 더 발전적으로 나아가는 것을 기대했었는데, '토르 : 다크 월드'는 또 한 번의 에피소드를 선택하는 것에 그쳤다. 새로운 적과의 새로운 이야기는 물론 재미있고, 그 중심에 있는 토르와 로키와의 미묘한 관계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전편처럼 이 둘의 관계에 대해 더 발전시켜 나아갔더라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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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케네스 브래너의 '토르'는 토르라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처음 소개하는 기능도 물론 수행하고 있었지만, 로키의 이야기가 사실상 메인 스토리에 놓이면서 더 고전적인 느낌과 풍모를 갖추며, 다른 어벤져스의 영화들과는 다른 풍모를 갖추게 되었는데, 알랜 테일러의 '토르 : 다크월드'는 액션이나 볼거리는 좀 더 화려해졌지만 (사실 이 부분도 더 화끈했어도 좋았다고 생각된다) 갈등 구조나 이야기의 짜임새 측면에서는 조금은 심심한 구성을 보여주며, 그냥 어벤져스 멤버의 또 다른 에피소드 정도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 하지만 물론 '어벤져스 멤버의 또 다른 에피소드'만으로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 화 된 '어벤져스'라는 자체가 캐릭터 각자의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각자의 작품으로 소개하고, 또 다시 뭉쳤을 때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즉, 나중에 '어벤져스 2' 겪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개봉했을 때, '토르 : 다크월드'의 이야기는 한 줄 정도의 대사로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한 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고, 바로 그 재미가 전체적인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어벤져스' 만의 독특한 포인트 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이 작품이 결코 아쉽다고 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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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면서 느끼게 된 생각은, 이미 '어벤져스' 이전에 자리를 잡은 '아이언맨'과는 다르게 다른 멤버들의 작품들은 어쩔 수 없이 '어벤져스'라는 작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각각의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기능하기 보다는,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에 각자의 이야기를 하게 될 때에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각각이 자신의 영화를 만났을 때 뭔가 화끈한 전개를 이어가려고 해도, 추후 다시 뭉치게 될 '어벤져스'의 세계관과 시간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은 제한을 받을 수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팬들은 영화로서 '토르'를 만나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영화로서 토르가 성장하고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는 없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토르라는 캐릭터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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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편에서 케네스 브래너가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로키 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담아냈다면, 이 작품 '토르 : 다크월드'에서는 '어벤져스' 이후 몰라보게 인기가 높아진 톰 히들스톤을 보란 듯이 활용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 측면에서 로키를 둘러 싼 이 작품의 묘한 긴장감은 만족스러웠다. 팬들이 기대하는 로키의 매력을 보여준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힘이 약했던 토르와 적과의 대결 구도를 보완하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의 영화 제목을 '토르'라기 보다는 '토르와 로키'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탱고와 캐쉬처럼), 로키라는 캐릭터가 그 만큼 매력적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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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더 좋아했기에 더 아쉬움도 많았던 '토르 : 다크월드'였다.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그래도 토르의 시원시원한 매력과 로키라는 양면의 캐릭터를 가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그럼에도 또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물론 아이맥스 3D로만 보다가 작은 관에서 보니 답답함이 느껴져 그런 것도 있는 듯.



1. 이제 토르를 또 만나려면 다음 '어벤져스'를 기다려야 하는군요. 2015년 개봉 예정인데, 곧 오겠죠? ㅠ

2. 팬들의 성원만으로 보면 '토르 3' 이전에 '로키 1'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인데, 이건 불가능하겠죠? ㅠ

3. 이번엔 묘묘를 묘묘로 번역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

4. 두 번의 쿠키가 나오는데 첫 번째 장면은 코믹스 팬이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긴 역시 어려웠고, 두 번째 장면은 그냥 소소한 장면으로 스토리가 연결되는 부분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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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The Avengers, IMAX 3D, 2012)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



마블의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는 여러가지 의미로 꿈의 영화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정말 '살아있는'것만 같은 현실감으로 구현한 작품인 동시에, 그 영웅들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 등장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를 다른 어떤 마블의 작품들보다 기다렸고 기대하게 했던 가장 큰 이유라면 바로 이 '여럿'이라는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한 두 명의 주인공이 아닌 주조연급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영화들은 제법 있어왔지만, '어벤져스'가 그들과도 다른 지점에 놓이는 이유는 '여럿'에 포함된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캐릭터이자 작품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어벤져스'를 꿈의 영화로 칭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흔히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 봤던 기대들을 충족시켜주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처럼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가 하나의 영화에서 한 팀이 되어 싸운다면 어떨까?'하는, 실현될 것 같지 않았던 기대를 (제작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도 과연 이 프로젝트가 끝내 완성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을 정도로) 결국 이뤄낸 작품이기에 영화적 완성도는 일단 재쳐두더라도 몹시 흥분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의 예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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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는 일종의 올스타전 이벤트와 같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은 정규시즌의 그것과는 다르다. 올스타전이란 말그대로 각 팀의 에이스들이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하나의 팀으로 뭉쳐 활약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조합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감동(!)을 준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노이어가 찬 공을 메시가 받아서 드리블 하다가 호나우도에게 패스해, 힐 킥으로 호나우도가 반 페르시에게 넘겨주면 골로 연결시키는 장면. 농구를 예로 들자면 크리스 폴에게 볼을 넘겨 받은 케빈 듀란트가 수비수를 몰아놓고 돌파해 무인지경으로 있는 블레이크 그리핀에게 연결해 덩크로 마무리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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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벤져스'는 이렇게 축구나 농구를 예로 들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 (오히려 반대의 경우라면 모를까) 그 자체가 바로 최고의 올스타전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지상의 적들은 캡틴 아메리카와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가 맡고, 거대한 몸집의 적은 토르와 아이언 맨이 공동으로 대응하며, 헐크가 여기저기 출몰하여 적을 박살내 버리는 이 시퀀스는, 정말 '어벤져스'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블의 여러 히어로들이 한 화면에서 말을 섞는 것도 두근대는데, 함께 공동작전을 펼치다니 이거야 말로 아드레날린을 들끓게 하는 설정이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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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스타전이어서 감안해야 할 점도 있다. 스포츠의 경우가 그렇듯이 올스타전이란 확실히 이벤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규경기와는 차이가 있는데, 관객들이 기대하는 화려한 볼거리나 대표 모습들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승패가 달린 정규 시즌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긴박함은 후순위로 중요도가 구분될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올스타전을 보러 온 관객들은 잔뜩 볼거리를 기대하고 왔는데, 마치 정규 시즌 경기와 같은 정색한(?) 경기를 보여주면 그것도 문제라는 얘기인데, '어벤져스'는 과연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었을까가 사실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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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가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올스타전으로서 보여주어야 했던 볼거리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고, 전반적인 스토리 측면에서도 살짝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엄청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일단 보여주기 측면에서는 조금은 덜 본격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로키가 끌고 온 대규모의 군대도 솔직히 대규모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조금은 물량 측면에서 심심한 느낌이 없지 않았고, 그 스케일 측면에서도 무지막지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즉, 어벤져스 정도가 모였으면 이들이 모여도 이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적을 기대했다는 얘기). 보여주기를 제외한 이야기 측면에서도 각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을 거의 없다시피 최소화 한 것은 좋았으나 (그렇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은 조금 답답했을지도), 짧은 시간 내에 어벤져스 간의 갈등과 쉴드를 중심으로 한 어벤져스 프로젝트, 그리고 지구를 공격하려는 로키의 이야기를 모두 진정성있게 담아내기에는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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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조금의 아쉬움은 속편이 있다고 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즉, '어벤져스 2'가 나온다면 이 같은 평가는 충분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스포츠로 예를 들자면, 올스타전 전반전만 보고 올스타전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프타임에는 덩크 컨테스트도 있을 것이고, 후반 말미에 가서는 마치 정규 시즌 경기처럼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짜릿함도 전해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덜 본격적인 볼거리는 속편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되는 수준이었다.


즉, '어벤져스'에서는 이 히어로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만으로도 사실 90% 이상의 쾌감을 주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화처럼 주인공이 겪는 사건이나 갈등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지 않더라도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마련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자면 '어벤져스'는 이미 '아이언맨 1,2'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소개했던 캐릭터들을 하나의 스크린으로 불러 모으는 것에 첫 번째 목적이 있으며, 이들이 진정한 '어벤져스'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는 데에 두 번째 목적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 무지막지한 적과 싸우는 본격적인 모습은 '어벤져스 2'를 위해 남겨두어야 했을 것이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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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를 이루는 각 캐릭터들의 독립 작품은 각기 다른 감독처럼 그 분위기도 조금 다 달랐었는데, '어벤져스'는 평균적으로 상당히 유머러스해졌으며 무거움 보다는 간결함 쪽을 선택했다. 실제로 다양한 유머들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토니 스타크의 언변은 더 화려해졌으며 캡틴과 토르 역시 각자의 특성(구세대와 외계인)을 그대로 유머에 녹여내고 있고, 헐크 역시 이안의 '헐크'와는 물론 '인크레더블 헐크'보다도 훨씬 더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었으나 본격적으로는 '어벤져스'에 와서야 모습을 드러 낸 블랙 위도우와 호크 아이의 경우 다른 캐릭터에 비해 조금은 부가설명 분량이 추가되기는 했으나 과한 정도는 아니라서 빠른 전개에 불편함이 없었으며, 워낙에 매력적인 두 배우 제레미 레너와 스칼렛 요한슨으로 인해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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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기다렸고, 앞으로도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또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를 정도의 규모인 '어벤져스'는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을 한껏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주는 장점들을 모두 끌어 모아 하나로 액기스만 뽑아내는 동시에,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몇 년간 한 작품이 끝날 때 마다 엔딩 크래딧 이후 등장하는 짧은 쿠키 영상을 통해 맛만 보여준 쫄깃함을 또 겪을 생각을 하니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행복한(?) 두려움에 심장이 떨려온다.


1. 왕십리 IMAX 3D로 봤는데 확실히 사운드에 조금 답답함이 있었어요. 저 말고도 여러 분들이 느낀 걸로 봐서는 문제가 있긴 한듯.

2. 당연히(?) 쿠키 장면이 이번에도 있는데, 제가 기대했던 무지막지한 적에 대한 떡밥이 나옵니다.

3. 드디어 헐크의 비밀을 알려주더군요;; 전 그 대사가 왜 이렇게 심각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네요. 이 대사만 가지고도 글을 하나 쓸 수 있을듯;;;

4. 전 참고로 이들 히어로들 가운데 '토르'를 가장 좋아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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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개된 '어벤져스' 공식 예고편

1. 장문의 글을 썼으나 실수로 다 지워지는 바람에 그냥 예고편만 ㅠㅠ
2.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들로 기대되고, 이런저런 걱정거리도 있다는 얘기였음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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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어벤져스의 마지막 예고편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는 내년 드디어 개봉할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이미 영화화가 이루어진 '아이언맨' '헐크' '토르', 그리고 이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등장했던 블랙 위도우, 닉 퓨리, 호크 아이까지 모두 선을 보였으나, 어벤져스의 가장 중요한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는 이제서야 영화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어벤져스'의 관점을 떠나서 '캡틴 아메리카'는 그 이름처럼 상당히 미국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관심이 조금은 덜 갔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영화 '퍼스트 어벤져'는 원작이 그리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본연의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단순히 미국적이라기 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어벤져스'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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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나치가 등장하는 제 2차 세계대전을 그대로 하고 있다. 다른 어벤져스의 일원들과 비교해보자면 '캡틴 아메리카'로서 보다 스티브 로저스로서의 이야기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고 봐야겠는데, 그렇다고 스티브 로저스가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까지 영화의 분량상 한참 걸린다는 얘기가 아니라, 영화가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에 있어서 인간 스티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부분의 공감대를 잘 살려낸 것이 앞서 이야기했던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불편함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외소한 체격으로 여러번의 자원 입대에 실패한 스티브의 '진심'은 허세나 뻔한 애국심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여서 자연스러웠고, 그가 '캡틴 아메리카'가 된 이후에 보여주는 행동들에서도 커다란 불편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듯 다른 히어로들보다 좀 더 현실적(?)인 스티브의 이야기는 뒤로 갈 수록 전쟁을 다룬 시대극에서 본격적으로 히어로물에 가깝게 진행된 이후에도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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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적인 측면과 배경에 별다른 각색을 가하지 않은 것은 전체적으로도 영화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하는 효과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이 수행해야 하는 가장 큰 기능이 '어벤져스'의 일원인 캡틴 아메리카를 소개해야 하는, 더 나아가 '어벤져스'에서 그가 활동하는 일들과 선택하게 되는 결정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초석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를 별개로 생각하여 이 작품의 구조를 뜯어보자면, 너무 간단하게 정리되거나 뛰어넘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텐데, 이런 점들을 밑그림 정도로 설명하고 빠르게 전개하는 것이 오히려 이 작품에는 더 어울렸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본래 '캡틴 아메리카' 자체에 큰 애정을 품었던 이들이라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지도 모르겠다. '어벤져스'의 일원을 소개하는 측면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딱 좋은 비중과 구성이었지만, 독립적인 이야기로 보았을 때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초에 이 작품을 '어벤져스'의 거대한 예고편으로 받아들였었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균형잡힌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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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가 '어벤져스'의 작품들보다 조금 더 나아간 점이 있다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엔딩 크래딧 이후 쿠키에 수록한 것이 아니라 본편 속에 수록했다는 점이다. 쿠키의 성격이 훨씬 강한 닉 퓨리 (사무엘 L.잭슨)와 쉴드의 이야기를 엔딩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동시에, '내년 여름 어벤져스로 찾아옵니다' 라는 식의 직접적인 문구까지 수록하고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나고는 아예 '어벤져스'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본격적으로 기다림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퍼스트 어벤져'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어벤져스'의 예고편이 더 흥분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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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하나는 도미닉 쿠퍼가 연기한 '하워드 스타크'였어요. 잘 아시다시피 하워드 스타크는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인데, 이 작품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주요 무기들을 만드는 조력자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힘의 원천인 '코스믹 큐브'를 나중에 재차 발견하는 인물로도 나오죠.


2. 이 '코스믹 큐브' 관련한 내용은 '토르'의 쿠키 장면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3. 스탠 리는 이번에도 출연하는데, 이번엔 대사도 있었죠!





4. '어벤져스' 기다리며 시간 날 때마다 코믹스를 좀 복습해야겠군요.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알고 본다면 더 재미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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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 천둥의 신 (Thor, 2011)
대서사와 셰익스피어를 입은 마블 히어로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총집합하는 '어벤져스 (The Avengers)'의 또 다른 멤버 '토르 (Thor)'를 보았다. 토르가 영화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다른 마블의 히어로들과 다른 점이라면, '스파이더 맨' '헐크' '아이언 맨' 등의 경우 후천적으로 사고나 우연한 계기를 통해 슈퍼 파워를 얻고 히어로가 되는 것에 (혹은 안티 히어로가 되는 것에) 반해, 신화에 근본을 두고 있는 토르의 경우 이미 파워를 갖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 시작점을 달리 한다. 이 시작 점이 다른 것은 특히 영화화에서 큰 차이점을 갖게 되었는데, 일반적인 히어로물이 쉽게 말해 영화 중반이 지나기 전까지는 '아직 멀쩡한'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에 반해, '토르'는 오히려 그 반대로 초중반 토르가 힘을 잃게 되는 것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세계 (아스가르드와 인간 세상)가 교차된다는 점에서도 이전의 마블 히어로들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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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점은 '토르'는 이미 대중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고대 그리스 희곡 및 셰익스피어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토르'는 히어로물이라기 보다는 셰익스피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제인과 쉴드 (S.H.I.E.L.D)로 대변되는 현재의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상당히 고전적인 서사와 갈등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현재의 이야기와 교차하지 않았다면 '타이탄' 같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토르'는 왕과 왕자, 아버지와 아들의 관한 이야기에 히어로 물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셰익스피어 적인 측면 때문에 연출을 캐네스 브래너에게 맡긴 것이 아닌가 싶다.

배우인 동시에 감독이자 극작가인, 그리고 무엇보다 셰익스피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캐네스 브래너 만큼 '토르'가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되는 점을 잘 표현해낼 이는 드물다고 생각된다. 캐네스 브래너가 '토르'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셰익스피어 적인 측면이야 걱정할 바 아니었지만, 그 반대로 히어로물이자 블록버스터 연출로서의 캐네스 브래너는 의문 부호가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갖는 한계 내에서 이 정도 결과물이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스럽게 표현해 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액션 전문가가 시나리오까지 맡았을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완성도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많이 접하지 않았는가. 캐네스 브래너의 '토르'는 그들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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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가 갖는 한계라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마블의 다른 히어로들처럼 소개가 필요한 첫 작품이었다는 공통의 한계와 다른 히어로와는 다르게 탄생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극적인 공감대를 얻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그 만의 한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토르가 지구로 추방 당한 뒤 겪는 일들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은 그가 진정한 히어로로서 거듭나는 탄생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사실 빠른 전개 탓에 적극적인 공감대를 얻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발생한 제인 (나탈리 포트만)과의 로맨스도 브루스 배너나 피터 파커의 그것과 비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토르'는 그 자체로도 소개가 주목적인 작품인 동시에 앞으로 나올 '어벤져스'의 큰 그림으로 보자면 더더욱 '토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의미가 컸기에, 이 한 편만으로 평가 받기에는 조금 억울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토르'의 속편이 나온다거나 '어벤져스'에서는 좀 더 이런 면에서 자유로운 상태라(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소개를 마쳤으니 말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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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쩔 수 없는 한계들 때문이었는지, 극 중에서 가장 비중있게 느껴진 캐릭터는 주인공 '토르 (크리스 햄스워스)'가 아니라 동생 '로키 (톰 히들스톤)'였다. 사실 따지고보면 극중 토르는 쿨하고 우직한 매력은 있지만 (마치 사조영웅전의 곽정과도 같은) 관객이 공감할 만한 내적인 갈등이라던가 감정의 동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에 비해 로키라는 캐릭터는 그 탄생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사실상 영화에 주요 갈등 및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서, 캐네스 브래너가 그린 셰익스피어적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스포일러 시작)
로키가 극의 주된 갈등을 쥐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가 악한이라기 보다는 동정에서 이해될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왕국을 지배하려는 야욕보다도 그저 아버지에게 용기있고 자랑스러운 아들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에서 시작된 그의 삶은, 별다른 갈등구조가 없던 토르에 비해 훨씬 더 강하게 다가왔고, 더 나아가 엔딩 쿠키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만약 계속된다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와 그의 행동으로 인한 스토리에 좀 더 깊이를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하다. 아주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이번 영화 '토르'는 토르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로키로 인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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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다른 마블 히어로들과는 차별되는 또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캐네스 브래너의 '토르'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년에 우리에게 마침내 선보일 '어벤져스'에 대한 기대감을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1. '아이언맨 2'의 쿠키 장면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묠니르 장면은 '토르'에서 그대로 이어지는데, 이것 외에도 '토르'에는 '어벤져스' 떡밥이 제법 많이 등장하고 있는 편이에요. 동료 과학자 '브루스 배너'의 이야기라던가, 토니 스타크에 대한 직접적 언급도 그렇고.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더군요. 이래서 마블 코믹스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연계되는 부분이 깊다보니 말이죠.


2. 오딘의 아들을 '오딘손'으로 잘못 번역했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토르의 풀네임이 Thor Odinson 이네요 ^^;


3. 토르가 지구에 와서 겪는 코믹한 장면들에서는 의외로(?) '엑셀런트 어드벤쳐'가 떠오르더군요. 소크라테스나 나폴레옹이 쇼핑몰 가던 장면이 겹쳐져서 ㅎㅎ


4. 짧은 분량이었지만 역시 '어벤져스'를 위한 포석이었던 '호크아이'의 출연도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호크아이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하는 터라 보는 순간 100%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제레미 레너의 얼굴은 단번에 알아봤기에 비중있는 캐릭터라는건 알 수 있었죠 ㅎ


5. 그의 반해 아사노 타다노부의 활용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아사노 타다노부가 이런 작품(비중)으로 헐리웃을 노크할 배우는 아닌데, 그냥 들러리 정도로 묘사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더군요.


6. 요툰하임의 분위기나 이곳 캐릭터들의 모습 그리고 쿠키장면에서 등장한 큐브까지, 얼핏 '트랜스포머'가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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