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왕 (The King of Jokgu, 2014)

이토록 진지한 SF영화



장안의 화제인 '명량' 아니 '족구왕'을 보았다. 처음 '족구왕'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땐 그 제목과 더불어 코믹함이 연상되는 포스터와 스틸컷들로 인해, 아주 유쾌하고 코믹한 청춘 영화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본 듯 하나, 내가 본 '족구왕'은 조금 달랐다. 극장에서 막이 오를 때까지만 해도, 아니 영화 중반 까지만 해도 이미 알려진 것과 같은 코믹, 청춘 영화인 줄로 알았는데 중반 이후 부터는 점점 이상한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지더니 결국 엔딩에 가서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족구왕'은 완벽한 SF영화다. 너무 진지하고 영화 스스로도 별로 이를 설득하려 하지 않을 뿐이지, 따지고 보면 이처럼 자연스러운 SF영화가 또 어딨나 싶다. 마치 극 중 소재로 등장하는 '백 투 더 퓨처'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을 다룬 하지만 그 여행을 바라보는 입장이 주인공이 아닌 그 외의 인물들이라 미처 깨닫지 못하는 그런 SF영화가.


(굳이 따지자면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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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인공 홍만섭 (안재홍)이 '난 사실 미래에서 왔어'라는 대사를 할 때만 해도 이것이 단순히 코믹 요소로 활용된 그저 지나가는 대사로만 여겼었다. 실제로 영화는 그 이후 현재의 만섭에게만 집중하지 이 '유머'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후반부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만드는 그 영어 수업 발표를 보면 조금 의아한 생각도 들었는데, 초반에 등장해서 별로 (다른 유머에 비해) 먹히지 않았던 이 시간 여행 유머를 진지하게 다시 꺼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확신하지 못했었는데 영화의 마지막, 체육 대회 이후 주인공 들의 에필로그를 다룬 장면에서 영화가 만섭을 그리는 방식을 보고서는 확신하게 되었다.

'아, 이건 진짜 백 투 더 퓨처 같은 SF영화였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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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진지하게 이 영화를 SF영화, 그러니까 만섭이 극 중 했던 말 대로 그가 미래에서 온 것이라고 가정 한다면 영화의 부족한 몇 몇 부분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사실 영화 초반 가장 설득력이 떨어졌던 부분은, 군대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족구를 했다곤 해도 제대 이후 복학한 만섭이 그렇게 족구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조금은 부족해 보였었다. 뭐랄까, 그냥 '우린 영환 족구왕이니까 족구는 그냥 필연적인거야'라는 정도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는데, 앞서 이 영화를 만섭의 말 그대로 따르자면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죽음을 앞둔 노인 만섭은 다시 청춘으로 돌아와 그 당시 맘 껏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게 되는데, 그 후회를 만회하기 위해 돌아왔다면 군대에서도 그리고 복학해서도 족구는 물론 모든 생활에 저리도 열심인 것이 모두 한 번에 납득이 된다. 처음엔 그냥 족구도 이유 없이 좋아하고, 아르바이트와 생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한)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는 만섭의 모습이 그냥 그의 타고난 성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시 성품이라기 보단 20대에 맘껏 해보지 못했던 후회로 인한 '열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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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무슨 일을 겪어도 단 한 번도 남에게 화를 내지 않는 만섭의 모습 역시, 억척스럽게 일하는 모습과 겹쳐서, '에이, 요새 저런 청년이 어딨어'라고 생각할 정도의 착한 성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보다는 이미 다 겪은 자로서의 여유와 편안함에서 나오는 배려라고 생각하니, 만섭의 표정 하나 하나가 다르게 느껴졌다. 즉, 정말 힘든 상황과 열악한 멤버들과 함께 하는 족구 대회여도 그가 화를 내거나 포기하지 않는 건, 그에겐 영화 속 지금이 그 토록 바라던 제 2의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흔히 '청춘'을 이야기할 때 청춘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되는데, 대부분 그 청춘을 보내고 있는 당사자들은 이를 모르기 마련이다. '족구왕'은 분명 청춘 영화이지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뒤 늦게 알아채고는 뼈저리게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다른 청춘들과 함께 하는 영화라는 점이다. 자신의 청춘을 구하는 동시에 과거의 청춘들도 구해내는 이야기랄까. 만섭에게는 이렇듯 시간을 헤아릴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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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극 중 등장한 윤준경의 '나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면'이라는 싯구도 아주 직접적이었다. 만약 돌아가고 싶은 청춘의 그 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것이 족구든 아니든 간에 홍만섭처럼 정말 열정적이면서도 평온한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족구왕'은 정말로 의외의 감동을 느낀 영화였다.

청춘을 그렸지만 정말 진지한 가운데 티내지 않으면서 시간 여행을 다룬 SF영화. 아마도 프리퀄이 있다면 만섭이 20대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을 볼 수 있을지도.



1. 저는 진지합니다.

2. 전 영화가 진지하게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증거를 아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본문에 언급한 내용 말고도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만섭의 필살기를 영화가 남용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딱 두 번만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엔딩 에필로그 부분에 다른 인물들과 떨어트려 만섭의 이야기를 홀로 정리했다는 것. 즉, 코믹 요소를 지우고 드라마와 감동적인 부분을 더 추가했다면 (그래서 CG로 활용된 부분도 덜어냈다면) 아마 이 영환 일반적인 SF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하지만 이렇게 관객 대부분이 오해하도록 만든 방식이 더 좋았어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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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海霧, 2014)

내 몰린 이들의 잔혹극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각본을 썼던 심성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봉준호 감독이 기획과 제작을 담당한 영화 '해무'를 보았다. 국내 영화 계는 특히나 어떤 스타일의 영화가 갑자기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곤 하는데, 이번 여름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두 글자 제목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엄청난 기세로 기록을 모조리 갈아 치우고 있는 '명량'과 헐리우드 스타일을 가져온 여름 오락 영화 '해적', 그리고 이 작품 '해무'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조금 다른 분류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던 '군도'를 제외한다면 세 작품 중에 가장 기대한 영화는 바로 '해무'였다. 봉준호 라는 이름을 빼더라도 영화의 시놉시스나 장르를 보았을 때 가장 흥미를 끄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심성보 감독의 '해무'는 어쩔 수 없이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이 서로 뒤엉켜 벌이는 잔혹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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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는 기본적으로 한정된 공간 (바다 위 고기잡이 배)을 배경으로 한정된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배경으로는 IMF시기를 다루고 있어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한 선장과 선원들의 이야기와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목숨을 걸고 밀항을 시도하는 조선족의 이야기를 겹쳐 놓는다. 이렇게 '그럴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의 이유를 배경으로 가볍게 설명한 영화는 바로 먼 바다로 나가 중심 사건을 진행한다.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모두 설명되기에는 조금 부족한 시간일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래도 비교적 각자의 배경을 짧게 소개한 탓에 큰 무리 없이 녹아드는 편이고 무엇보다 이들이 처하게 되는 상황의 특성 상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 상황에 빗대어 각각을 바라보는 편이 흥미로웠다.


여기저기 녹이 쓸고 비린내가 진동하며 기능적으로도 수리할 곳이 많은 이 배(전진호)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확실히 이미지 적인 측면에서는 영화의 분위기에 딱 걸 맞는 도구였다고 생각된다. 특히 기관실의 미장센은 갑판 위와 확실히 구별되는 이미지로 공포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활용된다.계단과 계단 아래, 쇠와 철로 된 파이프들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공간이 생겨남으로서 관객에게 긴장감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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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무'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선장을 포함해 여섯 명의 선원들이 가끔은 하나의 공동체처럼도 보이지만 사실은 다 각자의 욕망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쉽게 생각하면 김윤석이 연기한 선장 혼자 사이코 처럼 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도 그렇게 된 데에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보긴 힘들고 (그가 전진호를 마치 사람처럼 대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래서 이상하다기 보다는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김상호가 연기한 갑판장 캐릭터 역시 조직과 대의라는 것에 함몰된 인물을 엿볼 수 있었으며, 이 사고 속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에만 몰두하는 이희준이 연기한 캐릭터 역시 전체적으로 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보면 박유천이 연기한 주인공 캐릭터가 영화적으로 보았을 때는 가장 설득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한 편으론 그가 홍매 (한예리)에게 가졌던 감정이 인간 애인지 사랑인지 조금은 모호한 것이 이 작품에는 더 어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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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가 더 깊은 몰입도를 전달하는 데에는 영화 음악의 공도 빼놓을 수 없겠다. '해무'의 영화 음악은 정재일이 담당했는데 긱스 출신으로 천재 소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그 정재일이 맞다. 정재일의 음악 스펙트럼이야 워낙 넓다 보니 영화 음악도 나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도 더 멋진 영화 음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바다라는 배경과 그 위에 홀로 떠 있는 배라는 한정적 공간의 분위기를 공포스러우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데에는 음악의 힘이 컸고, 전체적으로 영화가 담고 있는 슬픔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표현 범위 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해 낸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근래 나온 한국 영화의 사운드 트랙 (스코어) 가운데 단연 인상적인 음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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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말로 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해무'는 끝까지 다 보여준 영화는 맞는데 기분은 뭔가 더 갈 때까지 가 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뒷맛이 남는 영화이기도 했다. 이야기 자체는 더 공포나 스릴러로 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구조라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해무'의 이야기는 본래 장르적이기 보다는 그 가운데 시대의 고통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사지로 내 몰릴 수 밖에는 없었던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로 담는 데에 더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잔혹극은 더 슬프게 다가왔다.



1. 이제야 관객들이 한예리 라는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게 되겠네요!

2. 트위터에도 썼지만 이희준과 한예리가 함께 출연하다 보니 '환상속의 그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극 중 이희준의 집착이 왠지 이유 있게 느껴졌다는 ㅎ

3. 본래는 극단 연우무대의 작품이 원작으로 알고 있는데, 연극 무대에서는 이 작품이 어땠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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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2014)

영화, 그리고 영화 밖 이야기


'최종병기 활'을 연출했던 김한민 감독의 신작 '명량'을 지난 주말 보았다. 이미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명량해전을 영화 화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터 이 영화엔 기대되는 바가 있었다. 더불어 흥행 관련해서도 어지간해서는 흥행 실패하기 힘든 소재라는 생각도 당연히 들었다. 여기에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작용해서 마치 '레 미제라블'이 그랬던 것처럼 '명량'은 최단 기간 천만 관객 영화가 되었고 (여기서 굳이 독과점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 어쩌면 최대 관객 기록을 세울지도 모를 기세로 달려가고 있다. 흥행과 관련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일단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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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에 대한 중론을 모아보자면 초반 부는 지루하고,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내용 자체보다도 관객들이 더 많은 감동을 얻게 된 다는 점일 텐데, 후자는 확실히 그런 편이다. 이순신이라는 우리 역사상 가장 영웅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 만으로도, 그리고 이 이순신을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연기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없을 수가 없다. 즉 충무공 이순신은 어떻게 그려도 역사적 인물 자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 있고, 최민식이라는 배우 역시 이를 오버하지 않고 최대한 내면의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 것이 더 큰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던 것 같다. 물론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표현해 내기에 '명량'이라는 작품의 틀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 이건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순신 외에 다른 캐릭터들은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하다. 특히 일본 장수 캐릭터들을 비롯해 이순신이 휘하 장수들은 각자의 이름 소개 외에는 별다른 임팩트를 만들지 못할 정도로,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기 보다는 그저 소품으로 존재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이 영화엔 이미 출연한다고 널리 알려진 배우들 외에도 까메오나 조연 형식으로 상당한 수의 이름 있는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활용에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했다. 특히 진구가 연기한 임준영 캐릭터와 그의 아내를 연기한 이정현이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는 여러 가지로 이상했다. 한국 영화가 자주 범하는 실수인데, 관객에게 '이 장면은 감동적인 장면이야, 감동을 받아야 돼'라고 강요하는 경향이 강해 오히려 이질감이 드는 장면이 많았다 ('명량'이 갖고 있는 정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이런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다수의 관객에게 실제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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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이야기를 한 김에 조금 더 해보자면, 이 영화는 각각 부분 부분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작품 전체로 놓고 보면 여러 가지로 어색하고 맞지 않은 구성이었다. 많은 이들이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한 초반 부도 개인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다지 큰 기대가 없어서였는지 몰라도 왜군의 규모나 분위기를 보여주는 초반 장면들은 음악의 힘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크긴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전달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내용과는 별개로 한국 배우들이 왜군과 그 장수들을 연기하는 상황과 제법 괜찮은 이미지가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고증의 문제는 별개다. 참고로 명량의 고증 수준은 그리 높지는 않은 듯 하다). 초반의 시퀀스들도 영화 전체와 마찬가지로 각각 별개로 놓여있고 유기적으로 엮여 있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지만,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순신의 이야기의 비중을 줄이고 왜군들의 이야기의 비중을 높인 것은 오히려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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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 적인 이야기로 '왜 지금 이순신인가?'라는 담론은 쉽게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의 정부를 향한 불만 들이 가득 찬 시점에서 이순신이라는 리더의 모습은 국민들이 바라는 이상향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극 중 김태훈 씨가 연기한 캐릭터의 대사 중에 '왜 대장선이 맨 앞에 있어'라는 식의 대사가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집약적으로 이순신의 리더쉽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보통 리더는 뒤에서 빠져 있고 지시를 하게 마련인데, 명량의 이순신은 부하들이 모두 뒤에 빠져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홀로 맨 앞에서 맞서 싸우는 리더쉽을 보여준다. 물론 리더라면 응당 이러한 모습을 손수 보여주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있는 우리들로서는 일종의 대리 만족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어 버려서 더 씁쓸한) 을 느낄 수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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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명량의 초반 부는 감정적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영화가 지루해서, 이순신 장군이 겪는 고초가 공감 되어서가 아니다. 바로 명량 해전이 벌어진 장소가 얼마 전 참혹했던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그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물살을 바라보며 전략을 떠올릴 때 검고 빠른 바다가 스크린 한 가득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어찌 세월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우리가 세월호 뉴스를 들을 때 수 없이 많이 듣던 조류와 물 때의 이야기가 나올 땐, 그리고 검은 바다의 이미지는 세월호 사고와 정부의 무능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가 생각나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인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클라이맥스 부분을 지나쳐 엔딩을 맞게 되어도 별다른 카타르시스는 느껴지지 않았다.

'명량'을 온전히 감상하기엔 세월호 사고의 상처가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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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IMAX 3D, 2014)

폼 잡지 않는 영웅들이 왔다



처음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소식과 포스터를 보았을 땐, '어벤져스'와 그 세계관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바쁠 텐데 그 사이에 마블이 왜 이런 부수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나 싶었다. 물론 목소리 연기로 브래들리 쿠퍼와 빈 디젤 등이 출연하고 있기는 했지만 크리스 프랫은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를 이끌기에는 부족해 보였고, WWE 프로레슬러인 바티스타와 아바타의 그녀 조 샐다나의 출연진 역시, '어벤져스'에 맛을 들인 관객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니까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게 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통일처럼 대박이었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가볍고 폼 잡지 않는 우주 활극이라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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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피터가 어른이 되어 처음 등장하는 타이틀 시퀀스에서부터 이 작품의 성향을 한 눈에, 그리고 한 귀에 알아차릴 수 있었을 정도로 '딱' 어울리는 시퀀스였는데, 올드팝과 함께 이름 모를 행성을 거닐며 춤을 추는 피터의 모습은 '우린 폼 잡지 않고 유쾌한 영화야'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사실 내가 감독이라면 이 영화에서 가장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부분은 새롭게 관객에게 선 보이는 이 캐릭터들에 대한 소개였을 텐데, 제임스 건 감독은 주요 캐릭터가 최소 5명이상 등장함에도 (악당들과 주변 캐릭터들까지 하면 더 많고) 그들의 과거 사와 히스토리를 과감히 축소하거나 제한하면서 빠르게 본격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끌고 들어왔다. 물론 영화 속 모습으로 비춰볼 때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몇 편의 영화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못할 정도로 (별도의 TV시리즈 분량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사연과 뒷 이야기가 존재할 듯 한데,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충분히 소개하지 못한 것이 분명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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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블의 최근 작품들의 경향을 보면 홀로 완벽하게 독립된 작품을 보이는 반면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저와 같이), 너무 세계관과 엮을려는 시도가 앞섰거나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의 비중이 더 큰 나머지 독립적으로는 조금 심심한 작품이 된 경우도 있었는데 (토르 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져스'의 떡밥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으로서도 충분히 홀로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었다. 이미 '어벤져스'의 다른 영화들에서 쿠키 장면으로 등장했었던 타노스나 콜렉터 캐릭터의 활용도 적절했고, 적과의 대립 관계도 기승전결의 흐름 안에서 딱 알맞게 풀어내고 있었다. 음.. 뭐랄까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마치 '카우보이 비밥'이 조금 연상되기도 했는데, 특히 지금은 캐릭터들 각자가 별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속편이나 (잘 된다면) 3편 정도에서는 꺼낼 수 밖에는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무언가 비장한 마지막을 예상하게도 되고 '어벤져스'와의 콜라보도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기대(우려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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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이언맨'처럼 보는 순간 '와 짱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언가 좀 약하다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이 결국 영화가 끝날 땐 또 보고 싶은 캐릭터들이 되어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스터만 봐도 이들의 컨셉이 약간 외인구단 같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각각이 묘하게 팀을 이루는 형태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리 와 닿지는 않았었는데, 영화의 후반부 이들이 진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되는 그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전히 이들의 조합에 동화되어 버리는 경험을 했다. 뭐랄까 다른 영화들은 팀으로 등장하는 경우 처음부터 팀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영화 내내 흐른다거나 아니면 캐릭터들 스스로도 우린 팀이 될거야 라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완벽한 팀이 되는 과정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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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영화 음악일 것이다. 이미 첫 장면에서부터 귀에 익숙한 올드 팝이 우주를 배경으로 흐를 때 알아차렸다. '아! 이 영화는 바로 이 묘한 균형의 지점을 아는 영화구나!'라고. 'Awesome Mix Vol.1'이라는 극 중 테입 제목처럼, 정말 끝내주는 음악들을 선곡한 이 작품은, 영화 음악이 장면과 정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몸소 보여준다. 단순히 기존 유명한 곡들에 묻어가는 장면들도 아니고, 그 곡의 감성과 위대함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그 곡이 왜 이 장면에 쓰였어야 했는지를 아무 설명 없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매치 시킨다. 정말 시대를 앞서가도 한 참 앞서간 곡이라고 생각했던 David Bowie - Moonage Daydream은 역시나 우주에 걸맞는 곡이었으며, 정말 유명해서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Marvin Gaye & Tammi Terrell -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는 이미 수 많은 영화에 삽입되었지만 아마도 이 영화로 더 오래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잭슨 5의 곡을 이 영화에서 듣게 되다니. 그 자체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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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어벤져스 2'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의 쉬어가는 코너라고 생각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벤져스' 못지 않게 기다려지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이 폼 잡지 않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될까.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팀의 새로운 이야기가 정말 기다려진다!



1. 전 첨에 바티스타가 출연하는 지도 몰랐는데 등장하길래 까메오 정도인가 했었는데 비중이 완전 많군요. 별도로 연기 수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어요.


2.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게임 '매스 이펙트'가 연상되더군요.


3. 바로 사운드 트랙과 원작 그래픽 노블을 질렀어요. 사운드 트랙은 도저히 안살 수가 없을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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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2 (How to train your dragon 2, 2014)

집에 있는 고양이가 생각나는 속편



'쿵푸팬더'와 함께 드림웍스라는 스튜디오의 부활을 알렸던 '드래곤 길들이기'의 속편을 보았다. 전 편인 '드래곤 길들이기'는 당시 글에서도 썼던 것처럼 재미는 물론 교훈적이기까지 한 유쾌한 성공작이었다.



드래곤 길들이기 _ 교훈적이기까지한 드림웍스의 성공작



속편에 거는 기대는 사실 이보다는 더 단순했다. 전 편에 설명을 끝마친 캐릭터들을 더 확장시켜 더 많은 볼거리와 재미로 시리즈의 연속성을 이어갈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 정도였다. 그런 기대에 비춰봤을 때 속편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다. 캐릭터들은 더 성장했고 성장한 그들에게 걸 맞는 스토리가 주어졌으며, 가족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새롭게 어른의 이야기도 추가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 편에서는 막 길들여지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제는 다 길들여져 귀여움을 처음부터 뿜어 대는 투슬리스의 매력이 터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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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길들이기 2'가 선택한 전략이라면 몇 가지를 들 수 있겠는데, 전 편에서는 히컵과 투슬리스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바이킹(인간)들과 드래곤들의 전체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여기에 다른 형태로 이 관계를 바라보는 악당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 가운데 히컵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와 좀 더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전략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속편으로서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부모에 관한 이야기는 그 중심이 히컵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 둘 사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본 부분이었는데, 히컵이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참 좋았다 (개인적으론 제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렇듯 교훈 적인 내용을 강요하지 않고 적절히 녹여내는 시도는 전체 관람가의 아이들이 보는 영화로서도 괜찮은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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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래곤들이 전 편에 비해 훨씬 만이 등장하고 알파의 경우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에 비해서는 더 스펙타클한 액션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 마치 '아바타'를 연상 시키는 배경도 그렇고, 이 작품 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활강의 이미지가 더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을 100% 뽑아내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만족 포인트를 느낄 수 있었는데, 바로 투슬리스 캐릭터였다. 아마 전 편에 대한 글을 쓰면서 '마치 강아지 같다'라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이 표현을 이번에 확실히 정정해야겠다고 느꼈다. 투슬리스는 강아지 보다는 확실히 고양이게 가까운 캐릭터였다. 최근 길 고양이 한 마리를 몇 달간 보호하고 있는데, 투슬리스에서 몇 번이나 집에 있는 고양이가 느껴졌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 편에서는 길들여지는 과정 속에 있어 투슬리스의 고양이 같은 매력이 덜 뿜어져 나왔던 것에 반해, 히컵과 완전히 하나가 된 이번 작품 속 투슬리스의 모습은 정말로 고양이를 닮아 있었다. 작은 몸짓 하나도 고양이의 모습을 많이 연구한 듯한 티가 났고, 그 눈빛 역시 고양이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실제로 우리 집 고양이는 가끔 알파에게 복종하는 눈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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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러니하게도 집에 두고 온 고양이 녀석이 계속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집에 와서 무심한 녀석의 얼굴을 보니 더 웃음이 나기도 했고.


아마도 3편이 나올 것 같은데, 3편에서는 투슬리스도 히컵도 서로에게서 독립하여 홀로 서는 과정을 담는 (혹은 그런 결과를 담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1. 아래는 영화 보는 내내 떠올랐던 바로 그 고양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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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 민란의 시대

차라리 더 조윤의 영화였더라면



'범죄와의 전쟁'을 연출했던 윤종빈 감독이 다시 한 번 배우/스텝들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만든 사극 '군도 : 민란의 시대'는 그의 신작이라는 점과 하정우, 강동원의 대결 구도 등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이고 예고편에서 뿜어나오는 타란티노스러운 리듬감과 스타일은, 강동원이라는 보증되어 있는 비주얼과 함께 어떤 스타일리쉬한 액션 활극이 될지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군도'는 위의 기대를 대부분 충족시킨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윤종빈 감독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은 균형감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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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의 스토리는 대략 히어로물과 유사하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능력도 없고 평범한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이미 대의를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해 오던 무리에 일원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그들에게 훈련을 받아 그들이 오래 계획했던 대업을 결국 마무리하게 되는 중책을 맡게 되는 그런 구조인데, '군도'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조금씩 흔들렸다고 하겠다. 저런 스토리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 스토리가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는 초반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공감을 얻어야 하고, 무리로 등장하는 선의의 그룹의 이야기 역시 진정성이라는 이름의 이유가 필요한데, '군도'의 경우는 이 두 가지가 조금은 부족했다. 돌무치는 불운한 사건을 겪으며 도치가 되지만 이 성장 아닌 성장 과정에서 관객은 별다른 동요를 느끼지 못하고,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백성을 위하고자 하는 도적떼의 이야기 역시 더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시간도 깊이도 부족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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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은 이 부족한 부분을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하려 하는데,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이 부분에서 필요했던 건 설명이 아니라 공감대였다는 점이다. 역사적인 내용은 설명으로 해결이 될 수 있었지만 이 설명 만으로는 지리산 도적떼가 이루려고 하는 진짜 세상과 주인공 돌무치의 울분이 생각보다 와닿지 않았다. 써놓고 보니 특히 돌무치의 경우 그 울분이 더 강렬하게 표현되어도 좋았을 법 했는데 너무 쉽게 대의에 섞여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즉, 개인적인 사정과 시대적인 사정이 결합하는 구조에서 둘 모두가 조금은 미지근하게 표현되다 보니, 전반 부는 조금 지루하고 후반 부는 빠르게 진행되나 감정적으로 공감되기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인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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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이 설정한 이 영화의 대립 구도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도가 아니라 둘 다 갖지 못한 자들의 싸움 구도였다. 재산은 물론 먹을 것 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백성들과 처음 부터 서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만 했던 이의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앞선 군도들의 이야기는 진정성이 미처 다 어필되지 못했지만, 그 반대 편에 서 있는 조윤의 이야기는 비교적 절제된 방식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후반 부의 클라이맥스에서도 도치가 아니라 오히려 조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결과까지 낳게 되었다. 솔직히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100% 이를 가능케 했다기 보다는 조윤이라는 캐릭터와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비주얼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다. 긴 도포를 휘날리며 신선처럼 걷고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무를 겸비한 조윤은,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통해 곱지만 강렬한 선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조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돌무치와 군도들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갖지 못한 것에서 시작되었기에, 말미에 가서도 그 반대 편에 서 있는 '적'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주인공 (사실상 주인공)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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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보니 차라리 더 조윤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캐스팅은 어려웠을 지도 모르지만, 조윤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하다보니 조금 더 많은 비중을 조윤에게 할애하고 지금과 같은 구도가 아닌 조윤에게 더 포커스를 맞춘 구도였다면, 혹은 돌무치의 비중과 공감대를 조윤에게 버금가도록 끌어냈다면 (사실은 조윤을 넘어서야 하지만) 더 흥미로운 구도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도'는 한 편으로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과 닮아 있는데, 여럿을 등장시키면서도 그 균형점을 잘 잡아내었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조금은 그 균형이 흔들렸던 것 같다. 하지만 조윤 때문이가. 극장을 나온 뒤로도 계속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영화이기도 하다.



1. 타란티노 스타일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텐데 (실제로 '장고'에 수록된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고), 그런 면에서 통쾌함을 주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점이었네요.


2.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극 중 캐릭터들의 나이였죠. 나중엔 이성민씨가 연기한 대호역시 25정도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요. 그 땐 정말 힘든 시기였나보네요;;;;


3. 처음 김성균씨가 등장했을 땐 까메오 정도인 줄 알았었는데 쭈욱 나오더라는. 결국 또 하정우의 오른팔인겁니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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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 2013)

다른 차원의 문을 열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신작 '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 2013)'을 보았다. 사실 스칼렛 요한슨 외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보게 된 영화라 보는 내내 이 작품이 신작인지 아니면 예전 작품이 이제야 소개된 것인지 조차 알지 못했다. 미헬 파버르의 동명 SF소설을 각색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의 줄거리에 대해 미리 노출이 되고 있는데, 그 사실이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더 폭 넓은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어디에나 공개되어 있는 그 사실에 대해서는 굳이 쓰지 않을 것이다). 스포일러라 하기는 조금 애매한 그 시놉시스의 내용이 영화를 처음 보는 이들을 제한하고 있다고 느꼈던 건, 그 시놉시스의 내용 때문에 미리 짐작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짐작을 통해 영화를 감상해도 '언더 더 스킨'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묘한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더 깊은 심연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동시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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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미지로 시작한 영화는, 여주인공 로라(스칼렛 요한슨)가 등장하여 어떤 여자의 옷을 모두 벗겨 다시 입는 것으로 또 한 번의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이후 등장하는 시퀀스에서도 반복되지만 여기서 인상적인 건 옷을 뺏는 행위 보다도 그 배경이 되는 공간의 이미지였다. 온통 검기만 한, 또한 마치 발을 딛고 서있는 지면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하지만 마치 물 위를 걷듯 반사가 되는) 검은 공간의 이미지는, 마치 미술관에 걸려 있는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언더 더 스킨'은 쉽게 말하면 SF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한 편으론 공포스러우며 다른 한 편으론 다큐멘터리가 같다. 하지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각각의 장르와 유사한 것이 아니라, 각 장르의 정반대에 서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장르 영화로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이미지를 실현함으로서 관객이 그 이미지가 주는 모호함의 끝에서 메시지를 발견하도록 만든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앞서 미술관에 걸려 있는 예술 작품 (혹은 퍼포먼스)을 예로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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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이 작품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로라가 만나는 남자 배우들의 대부분은 전문 배우가 아닌 이들을 캐스팅하였으며, 몇몇 장면 역시 몰래 카메라 형태로 촬영되기도 했다. 이런 뒷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영화 속 영상은 로드 무비와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리고 의도한 바 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더 더 스킨'은 2013년 작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해했을 정도로, 이전 시대의 영화의 분위기를 가득 담고 있다. 특히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그런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 영화는 거의 대사가 없고 영화 음악이 마치 대사 처럼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 불안함과 기괴함의 선율은 앞서 언급한 온통 검게 둘러 쌓인 공간의 이미지와 그 장면에서 벌어지는 상황 보다도 어쩌면 더 강렬한 인상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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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코틀랜드의 정경도 무심하게 느껴진다. 스코틀랜드 라는, 세계인들이 그 존재와 이름은 잘 알지만 따지고 보면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알고자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곳을 배경으로 한 것은, 이 영화가 철저히 로라의 이야기 만을 다루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남자들이 살해 당하고 로라의 정체와 의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 영화에서 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미스테리라 부르기는 어렵다. 즉, 이 영화는 '왜?' 그러했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이 말이 맞다는 것은 영화의 마지막 로라의 정체가 표면적으로 드러났을 때 비로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이 마지막 순간에서 어떠한 반전의 느낌이나 충격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말 그대로 표면적일 것일 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로라라는 캐릭터의 껍데기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는 영화에서 그 껍데기를 입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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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스킨'을 보고 무엇을 보았냐고 누군가 묻는 다면 쉽게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보았고, 그 어둠에 이유 없이 빠져버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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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유인원이기에 힘을 갖는 영화


루퍼트 와이어트의 2011년 작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수 많은 리부트 작품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작품이었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시저라는 유인원 캐릭터를 완벽하게 공감가도록 만들어 낸 동시에, 이 시리즈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 역시 도출해 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루퍼트 와이어트의 손을 떠나 맷 리브스가 맡게 된 속 편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전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승계한 동시에 시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 작에서 'No!!'라는 시저의 한 마디가 강렬하게 가슴을 때렸다면, 이번엔 거의 초반 부에 말을 할 수 있는 시저의 모습과 더 나아가 인간 세계처럼 집단을 이루고 발전한 유인원 세계를 보여주며, 좀 더 집단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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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다시피 전 작에서는 시저가 말을 한 마디 하게 된 것이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을 정도로, 동물로만 여겨졌던 침팬지가 인간에 가까운 유인원이 되어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속 편에서는 그로부터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 자신 만의 세력은 물론 의사 소통과 사회를 이룬 시저와 유인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에 위기에 처한 인간 세계도 다른 한 편으로 등장한다. 사실 '반격의 서막'의 줄거리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전혀 다른 경쟁과 적대 관계의 두 세계가 등장하지만, 그 각각에는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 있고, 이를 못 마땅해 하는 캐릭터 역시 각각 존재하며, 뭔가 잘 해보려고 할 때 이 캐릭터들이 문제를 일으켜 결국 더 큰 사건과 사고로 이어져 버리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각각의 가족에 관한 설정 역시 존재한다. 전개는 물론 끝날 때 까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흘러가지만, 그럼에도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편이다. 그 이유는 이 한 편의 주인공이 바로 유인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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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관객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시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그런 측면에서 유인원인 시저에게 느끼는 감정은 정확히 공감이라고 하기 보다는 동정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즉, 극 중에서 시저는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지만, 관객인 우리가 보기에는 시저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건 유인원으로서 대단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앞서 말한 전형적인 전개와 구성은 이 영화에 큰 단점이 되지 못한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감정선들이 주된 테마를 이루고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캐릭터들이 바로 유인원들이기 때문에 (아직은)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전 편에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 (아마도, 내가 침팬지를 보고 반할 줄이야 라고 했던...)로 등장한 시저의 연속되고 더 강해진 카리스마는 그가 인간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더 임팩트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으며, 더더욱 전형적이었던 시저와 아들의 관계 역시 감정이 동했던 건, 아들의 그 눈빛이 정말로 묘하게 감정을 흔드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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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만약 이 영화가 '혹성탈출' 아닌 다른 작품의 속 편이었다면 (물론 그렇다면 전 작도 달랐겠지만) 조금은 실망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시저와 유인원 무리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으나 그의 반해 말콤이 주가 된 인간들의 이야기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였으며, 사실상 매력을 어필할 충분한 기회도 제공되지 못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균형이 맞지 않아도 괜찮았던 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직은' 이 시리즈가 유인원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이유(매력) 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기고 감동할 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의 엔딩을 보아 이 시리즈는 또 다른 속편을 암시하고 있는데, 속편에서는 단순히 이러한 기본 매력만 가지고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는 예상도 해보게 되었다. 시저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세 편 연속으로 주 된 롤을 맡기엔 힘에 부칠 것 같다는 생각. 그래도 속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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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들과 유인원들의 관계를 보면서, 미국인 개척자(혹은 침략자)들과 인디언들의 관계도 떠오르더군요.


2. 재미있는 건 이번에는 시저의 얼굴을 처음 스크린으로 본 순간, 앤디 서키스의 얼굴이 그냥 연상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였다는 점이에요. 그의 표정 연기와 그 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상을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시저의 얼굴에서 앤디 서키스의 얼굴이 그대로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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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2014)

감정 없는 세 시간의 피로함



극장을 찾는 그 순간까지 볼까 말까를 고민했던 마이클 베이의 4번째 '트랜스포머'를 보았다. 이런 고민을 했던 이유는 이미 본 분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누구도 '트랜스포머'를 보며 감정적 감동이나 꼼꼼한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라진 시대'는 정말 재미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다른 사람들의 평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임에도 이번엔 너무 지배적이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정도였다. 그래도 직접 봐야 뭐라도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보게 된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는 이 시리즈가 주었던 신선함과 재미 요소는 전부 1편에서 하나도 발전하지 않은 채, 스토리 측면에서는 정말 인간들도 오토봇 들도 모두 감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져 버린, 그야말로 재미가 '사라진 시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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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베이의 연출력에 대한 것은 종종 영화 커뮤니티 등에서 이슈가 되곤 하는데, 그 중 자주 반복되는 논란 중 하나가 마이클 베이의 작품 중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전 작품들 (아마겟돈, 나쁜 녀석들, 더 록 등)도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연출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아마겟돈'의 드라마적인 성격은 분명 이번 '사라진 시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딸을 애지 중지 하는 아버지의 마음과 그런 딸의 애인인 남자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건 심지어 완전히 똑같이 반복되기까지 한다. 마이클 베이의 이전 작품들과 스토리나 전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연출력이 그대로라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아마겟돈'이나 '더 록'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단순한 전개였음에도 재미있었던 것은, 그 단순한 스토리를 리듬감 있게 다루는 방식(연출) 때문이었다. 그런데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속편 부터, 특히 3편에 이르러서 부터는 점점 이 전개와 리듬감에 있어서 감정이 메말라 가기 시작했고, 이번 4편에서는 정말 쉴새 없이 폭발시키고 액션 씬이 이어지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라는 질문을 영화를 보는 내내 던지게 될 만큼, 아무런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 못한 의미 없는 시간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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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1편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으로 보았었는데, 그 매력의 가장 큰 포인트는 극적인 요소나 여주인공의 섹시함 때문이 아니라, 자동차와 여자를 갖고 싶었던 극 중 주인공의 마음처럼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이른바 변신로봇의 판타지를 리얼하게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중간 중간 썰렁한 유머가 나오고, 전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은 전개에도 (저렇게 하면 쉬울 걸 왜 고생이지 같은;) 1편을 재미있게 보았던 건, 눈 앞에서 '퓨슝~'하는 소리를 내며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하는, 트럭이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변신하는 그 장면이 주는 원초적인 쾌감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쾌감은 2편에서 4편까지 오면서 더 이상 신선함을 주지 못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마이클 베이는 속편이 계속 될 때마다 새로운 매력 포인트를 추가하는 것 대신, 더 많은 물량이나 폭발 등 단순 액션을 추가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고, 결국 그 결과는 참담했다. 즉, 마이클 베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트랜스포머' 1편에서 멈추는 것이었는데, '트랜스포머'가 성공을 해도 너무 성공을 한 탓에 무려 4편까지 속편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거의 최악이라고 평가되었던 3편 - Dark of the Moon 보다도 이번 '사라진 시대'가 실망스러운 것은,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오히려 더 서툴러졌기 때문이다. 관객은 극 중 인물들의 대사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마이클 베이는 혼자서만 감정에 100% 동화되어 '아~ 진짜 멋지지 않니!'라고 생각하는 듯한 폼 잡는 장면들을 보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예전엔 그저 허세라고 느껴졌다면 이번엔 피곤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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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이 3시간에 달하는 것도 큰 문제였던 것 같다. 화려한 액션 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더군다나 그 액션이 감정 없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더), 3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은 버티기를 넘어서서 견디기가 힘겨운 수준이었다.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 피로함이 몰려왔던 것은 좌석의 불편함 등 때문이 아니라, '왜 저러지?' 싶은 액션의 과잉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와! 갈 때까지 간 것 같지만 그래도 공룡을 타고 싸우는 옵티머스 프라임이라니!'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원초적인 재미는 줄 수 있었던 이 설정의 매력도 전혀 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5편도 나올 것 같은데, 5편은 아마도 극장에 가서 보진 않을 것 같다.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



1. 다 써놓고 보니 개인적으로 역대급 악평인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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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2014)

시간과 경계가 머물러 있는 곳



처음 '경주'의 예고편을 보았을 땐 누군가가 박해일, 신민아라는 배우를 데리고 풋풋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었나 보다 했었다. 그런데 그 감독이 다름 아닌 장률이라는 것을 알고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급격하게 커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장률이 누구던가. 최근 작 '풍경'을 비롯해 '두만강' '이리' '중경' '경계' 등 재중동포라는 개인의 특별한 환경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여 내며 '우리'에게 계속 생각해 볼만 한 것들을 던지는 시네아스트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장률의 영화에 박해일과 신민아가 출연을 하는 것도 놀라운데, 무언가 로맨스 적인 느낌이 풍겨나오는 영화라는 점에 기대, 아니 궁금증이 더할 수 밖에는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장률은 이 영화 '경주'를 마치 홍상수 영화처럼 끌고 가다가 결국에는 다시 자신이 항상 관심을 갖고 있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은연 중에 던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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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한다. 현재 중국에 살지만 선배의 죽음 때문에 서울에 오게 된 최현(박해일)은, 7년 전 선배와 함께 갔었던 경주를 다시 가보기로 한다. 그렇게 경주에서 최현이 겪는 하룻 밤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부다. 장률은 전작들에서도 지역, 도시를 주인공으로 다룬 적이 많았다. 그가 묘사하는 도시는 그냥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하나의 인격체 혹은 정서로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그가 바라보는 도시는 한 명 한 명의 인격체가 만들어 낸 집단 정서 혹은 그 영혼이 담겨 있는 공간이자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선택한 새로운 도시는 바로 '경주'다. 경주는 우리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하나씩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두가 아는 도시인 동시에 사실은 모두가 잘 알지 못하는 도시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가운데 '죽음'이라는 정서가 어쩌면 드리워진, 특별한 정서가 흐르는 도시이기도 하다. 장률은 바로 그 죽음을 항상 곁에 두고 있는 경주라는 도시를 주목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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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고작 하루의 시간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천천히 흐른다. 마치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영화는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커다란 하루의 흐름에, 더 나아가 7년의 시간을 헤아리듯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간다. '경주'는 형식상 홍상수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비슷한듯 하면서 조금은 다르다. 홍상수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같은 공간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감정의 서사가 더 중요한 반면, 장률의 '경주'는 주인공들의 감정 선보다는 오히려 이 공간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경주라는 유수한 역사와 시간이 흐르고 있는 도시 속에 하나의 요소로 존재하는 듯 하다. 그와 동시에 이 영화는 구체적인 경주에 관한 영화이자 단순히 경주라는 도시를 빌린 영화이기도 하다. 장률은 과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주라는 도시를 흥미롭게 여겨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했던 경주의 생경함을 그대로 옮기고자 했으며, 또한 경주라는 이 도시에 빗대어 자신이 지속해서 주제로 삼던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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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이 바라 본 경주는 그저 신비롭기만 한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겨 있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보면 죽음이라는 것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죽음으로 인해 오게 되었고, 누군가는 죽기 위해 오게 되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음 때문에 남겨진. 그리고 역사가 죽음으로 잠들어 있는 도시. 장률이 바라 본 경주는 이렇게 죽음이라는 테마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래도 묘하게 경주를 다시금 가고 싶게 끔 만들었다. 어쩌면 가슴 한 켠에 그냥 이렇게 머물러 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 것이다. '경주'는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백현진의 '사랑'처럼, 가끔 눈감고 생각해보고 싶은 그런 영화였다.



1. 장률 감독이 박해일, 신민아를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역시 장률 영화네요. 좋았어요.


2. 백현진씨와 류승완 감독님의 연기는 단연 이 작품의 활력소더군요. 특히 개인적 친분이 있는 류감독님의 메소드 연기를 보고서는 극에 집중이 안될 정도였어요 ㅎ 감독님 종종 연기도 보여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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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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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IMAX 3D, 2014)

켠 김에 왕까지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또 다른 SF액션 영화 정도로 생각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게임을 영화화 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FPS게임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흔히 게임을 영화화 했다고 하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나 그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 한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1인칭 슈팅 게임인 FPS 게임을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를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 여행의 개념이 아닌 리스폰, 혹은 리플레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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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빌 케이지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투 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되어 매일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정확히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가져온 작품인 반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라기 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즉,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르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됨으로 인해 오늘은 가지 못했던 그 다음을 조금씩 계속 전진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확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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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을, 특히 FPS 싱글 모드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이들이라면 영화 속 케이지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게임이 익숙해 졌다고 생각될 때, 노멀 난이도가 아닌 극한의 난이도로 싱글 모드를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수십번을 반복하고 여러 날을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사실 게임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지는 현실보다 더 어려운 경우인데, 근래의 FPS 게임들은 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할 때마다 정확히 100% 그대로의 상황이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플레이를 해야 만이 여러가지 경우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은 케이지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떠올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을 반복한 탓에 더 이상은 시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 우연한 실수 혹은 시도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의 쾌감도 영화의 전개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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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반복되는 게임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몇 가지 제한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설정이나 이에 대응하는 최첨단 수트를 기반으로 한 병기들의 활용 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뿐 추가 설명이나 활약상은 제한적인 편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도 이 내용이 실제 게임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배경이나 활용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 속 주인공인 케이지 입장에서는 리스폰 될 때마다 세이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를 시작해 최종 보스 전까지 한 숨에 달려야 하는, 즉 켠 김에 왕까지 깨버리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혼자서 고약한 생각을 했다. 맨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하루에 케이지가 '아 몰라, 이제 안해안해'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아니면 '아놔, 저장 안했네'하며 황당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그랬다면 정말 극장에서 환불 소동 벌어졌으려나. 고약한 상상이네.



1. 게임의 세계관과 외계인 등 설정을 보니 자연스럽게 몇 년 전 참 재미있게 했던 게임 '기어즈 오브 워'가 떠오르더군요. 여러가지로 겹쳐요.


2. 톰 크루즈 주연 영화를 소개할 때 마다 하는 얘기지만, 이 영화 역시 관객을 이끄는 요소 중 절반 이상은 톰 크루즈라는 배우의 힘이죠. 톰 아저씨가 하면 모든지 그럴싸 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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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간다 (A Hard Day, 2014)

충실해서 군더더기 없는 장르 영화



사실 최근 한국 영화들은 제목과 배우, 포스터만 보면 그리 변별력을 갖기 힘든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액션이나, 느와르, 스릴러 등의 장르를 내세운 영화일 수록 특히 그런 경향이 심했는데, 배우만 바뀌었을 뿐 다들 영화 속 이야기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특히 많았다. 이선균과 조진웅 주연의 영화 '끝까지간다' 역시 그런 영화 중 하나인 줄로만 알았다. 두 배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냥 포스터 등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앞서 이야기한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111분 간의 러닝 타임 동안 단 1분도 지루하지 않았을 정도로 참 재미있는 장르 영화였다. 무엇보다 장르 영화라는 것에 충실했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영화라 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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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의 '끝까지간다'는 전형적인 장르 영화다. 이런 종류의 장르 영화의 클리셰들을 그대로 발견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장르 영화를 많이 접한 이들이라면 다음 장면을 예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정도다. 다시 말해 영화 속 이야기에서 충격적인 죽음이나 반전이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예상이 가능했다는 얘긴데, 그럼에도 영화가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그 반전이나 충격이 핵심인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고, 전반적인 리듬과 속도가 매끄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주인공이 짧은 시간 동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여러 가지 악제들을 겹겹히 겪게 되면서 벌어지는 곤란함과 피로함, 여기에 추격과 추리가 더해져 일정하게 빠른 속도로 끝으로 달려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끝까지간다'는 군더더기를 최소화 하는 데 집중한 듯 보인다. 가끔 이런 장르를 선택한 영화들 (특히 한국영화에서)이 실수하는 것이, 영화 스스로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보이는 듯한 너무 거대한 담론을 끌어오려 한다던지, 너무 반전과 충격에 집중한 나머지 그 과정이 결국 재미를 잃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끝까지간다'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딱 주인공의 겪는 그 사건에만 집중한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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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 영화에도 서브 텍스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서브 텍스트가 수면 위로 부상할 때 쯤, 영화는 다시금 주인공의 이야기로 돌아와 집중하는 것을 택했다. 또 하나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어쩌면 영화적일 수 밖에 없는 설정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상당히 한정적인 현실 사건으로 범위를 좁게 가져 감으로 인해 리얼리티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벌어지는 일들도 '야, 이건 좀 너무한다'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잘 연출되어 있고, 조진중이 연기한 '박창민'이라는 캐릭터 역시 활약상만 놓고 보면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캐릭터라 할 수 있음에도, 영화 속에서 현실적으로 적절하게 녹여내고 있어 관객들이 시종일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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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포와 긴장감이 지속되는 동시에 유머를 잃지 않은 것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다. 의외로 전혀 다른 포인트에서 관객들이 많이 웃기도 했지만, 어쨋든 전반적으로 주인공의 시점에 100% 몰입하게 만든 동시에 중간 중간 어색하지 않은 선에서 유머를 녹여낸 것은,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 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사회 및 공권력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는 분명 담고 있으나, 딱 그 정도로만 멈춘 것도 좋았다. 만약 여기서 더 나아갔더라면 전체적인 긴장감의 리듬이 속도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는 역효과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농담처럼, 에필로그처럼 스쳐가도록 비판의 메시지를 표현한 것은 오히려 이렇게 한 번 더 회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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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가운데 열혈 영화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 하나의 영화를 추천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끝까지간다'를 추천할 것 같다. 누구든 영화가 상영된 111분 동안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이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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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월드를 꿈꾸는가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시리즈 외에도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 1995)',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 그리고 '작전명 발키리 (Valkyrie, 2008)' 등을 연출했지만, 그래도 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엑스맨' 시리즈였다. 그렇기 때문에 2006년 그가 '엑스맨' 시리즈를 버리고 슈퍼맨의 리부트를 맡게 되었을 때 많은 팬들은 큰 아쉬움을 표했었는데, 그 아쉬움은 실제로 브렛 래트너가 연출한 '엑스맨 3 : 최후의 전쟁 (X-Men : The Last Stand, 2006)'이 평범한 액션 영화로 남게 되면서 더 큰 아쉬움이 되기도 했었다. 그랬던 '엑스맨' 시리즈는 '킥 애스'를 연출했던 메튜 본을 통해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X-Men: First Class, 2011)'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는데, 프로페서와 매그니토의 시작을 다룬 이 작품은, 당시 붐처럼 일던 프리퀄 열풍에 단순히 몸을 실은 작품이 아니라 '엑스맨'이라는 시리즈 전체를 다시금 조명하기에 충분한 진정성을 갖춘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었다. 그렇게 다시 브라이언 싱어의 손을 떠난 듯 했던 '엑스맨' 시리즈가 다시금 그의 손으로 만들어 진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영화가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론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이 꿈꾸던 엑스맨 월드의 영화화 비전을, 메튜 본이 이뤄 낸 성과 위에 고스란히 펼쳐 놓으며 한 발 더 확장시킨 엑스맨 월드를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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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야기의 구성이 반복되는 가운데 캐릭터만 하나 씩 추가되는 양상으로 조금씩 흐를 수 있었던 '엑스맨' 시리즈를 새롭게 구원한 것은, 어찌되었든 메튜 본이 선택한 프리퀄의 방식이었다.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매니아들을 제외한 일반 관객들이 서서히 뮤턴트 월드에 지쳐갈 때, 이야기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현재 적이지만 묘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시작을 다룬 선택은 여러 모로 효과적이었다. 단순히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된 것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이 시리즈의 가장 핵심 테마라 할 수 있는, 존재의 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대마저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넓게 봐서 이번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메튜 본의 '퍼스트 클래스'에 이은 자연스러운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 즉, 감독은 바뀌었지만 가장 최근 작인 '퍼스트 클래스'를 인상적으로 본 관객들이 위화감이 크지 않도록 큰 맥락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이 만들었던 엑스맨 1,2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물론 3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까지 주조연, 단역에 이르기까지 등장시키며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를 아우르는 이른바 '월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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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으로는 그러하지만 이런 방식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중 하나는 일반 관객들에게 명확한 구심점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전편인 '퍼스트 클래스'는 앞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찰스와 에릭의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서사구조와 공감대 형성의 기회가 있었던 반면, 이번 작품은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물론 브라이언 싱어 '엑스맨'의 중심이었던 울버린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화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여러 명의 중심 캐릭터가 겹쳐지다보니 누군 가에게는 여럿이 등장하는 캐릭터 구조에 적응하지 못한 채 누구의 이야기에 더 귀기울여야 하나 갈팡질팡 하다가 끝나버리는 수도 있을 듯 하다. 즉, 다시 말해 이번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형식상 미래와 과거를 다루는 것은 물론, 이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턱들과의 상관 관계도 은연 중에 내제되어 있다보니 이번 작품 만으로 공감대를 이루기에는 부족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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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부분은 그 동안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은 물론 브랫 레트너와 매튜 본의 '엑스맨' 까지 모두 즐겼던 팬들에게는, 뭐라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묘한 감정선이 포함된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찰스와 에릭의 드라마는 이제 크게 강조하지 않아도 극적인 드라마를 느낄 수 있었고, 그 중심에 놓인 레이븐의 스토리 역시 제니퍼 로렌스의 표정 연기 하나 만으로도 그 간의 세월을 짐작하게 만드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시리즈 전반에 걸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맨 중에 맨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 역시, 초기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했던 '엑스맨' 시리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존재로서 전체적으로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다소 산만할 수도 있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감정선에 초점을 맞추며 이 시리즈 전체를 감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퍼스트 클래스'가 독립적으로 완벽한 작품이었다면,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시리즈 전체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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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과거를 직접적으로 다뤘던 '퍼스트 클래스' 보다도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더욱 이전 '엑스맨 1,2'편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또한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하는 찰스와 에릭의 캐릭터도 또 한 번, 빠르게 다시 보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만 더 나아가도 지루해지거나 과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아슬한 지점의 줄타기를 멋지게 해 낸 브라이언 싱어의 다음 엑스맨 영화가 기다려진다.



1. 센티넬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 미래의 상황을 초반에 좀 더 묘사해서 더 어두운 분위기를 냈더라면, 이후의 이야기들이 좀 더 매력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2. 안나 파킨은 정말 잠깐 나오는데 크레딧에서는 상당히 빠르게 나오더군요.


3. 어쨋든 전 이 라인업이 마음에 들어요. 계속 이들이 만들어내는 엑스맨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4. 진 그레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엑스맨 1,2를 꺼내 보고 싶도록 만드는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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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Godzilla, 2014)

또 다른 히어로 영화의 시작



롤랜드 에머리히의 1998년작 '고질라'는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이었다. 일본 원작 '고질라'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는 모르지만 전해들은 바만 해도 원작과의 먼 거리는 알 수 있었고, 그렇다고 이런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이나 재미 측면 역시 특별히 매력적이지는 않은 평작이었다. 특히 이번 가렛 에드워즈의 2014년 '고질라'를 보고 나면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혹은 오판 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일본 원작 고질라의 팬들이라면 더더욱 그랬으리라.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입장에서 2014년 버전 '고질라'에게 바랬던 것은 그다지 없었다. 오로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볼 때와 비슷한 기대 정도랄까. 대화면의 극장용 영화로서 평소에는 체감하기 힘든 스케일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왕십리 아이맥스 3D 포맷을 선택하기도 했고. 결과는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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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작 고질라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번 '고질라'는 신선했다. 일단 처음에 등장한 이름 있는 배우들이 너무 쉽게 사그라드는 것에서 그랬고, 전개 과정도 고질라가 전면에 나오기 전에 무토라는 또 다른 괴수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즉, 일반 관객 입장에서 '고질라'라고 했을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구인들이 어떻게 고질라를 무찌르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영화는 그 손가락을 무토로 돌리고 있었고 고질라의 존재를 애매하게 등장시키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인간들 중심의 드라마는 약해질 수 밖에는 없었다. 사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드라마는 다른 재난, 괴수 영화에 비해 약한 편인데 그래서 아쉬웠다는 것이 아니라 신선했고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박사나 군인 등 주요 인물들의 드라마를 더 걷어 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그렇다면 흥행은 더 어려웠겠지만) 생각도 했다. 일단 이렇게 조금은 일반 재난 영화들과 다른 구성이 나쁘지 않았고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에 (이야기의 무게가 가벼웠음에도)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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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마치 재난 영화로서 고질라를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질라가 주연인 히어로 영화로서 성립하는 듯 했다. 보통의 히어로물이 그렇듯 주인공이 자각하고 영웅이 되기 까지 한참이 걸리는 것처럼, '고질라' 역시 고질라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고질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의 행보(?)는 더 히어로스럽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반농담을 섞어서 눈물이 찡할 정도의 감동까지 느끼게 되는데, 정말 완벽한 '다크나이트' 급의 뒷 모습을 고질라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고질라와 무토의 대결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고질라가 화염을 쏟아 부을 땐 이 영화를 왜 보게 되었는 지에 대한 확실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흡사 이 영화가 고질라를 다루는 방식은 '킹콩'이 킹콩을 다루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는 적어도 속편까지는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영웅 고질라가 또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 균형을 가져오게 될지 궁금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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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고질라를 보니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를 본 일본 원작 팬들은 얼마나 실망스러웠을지 짐작이 뒤늦게 되더군요.

2. 마지막에 TV뉴스를 통해 고질라의 활약이 나오는 장면은 오히려 대놓고 유치해서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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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e passé, The Past, 2013)

끝나지 않은 과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연출했던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근작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뒤 늦게 보았다. 참고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그 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놀라운 영화 중 하나였으며,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여러 가지를 겹쳐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걸작이었다. 그의 신작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전작과 유사하게 많지 않은 인물들 간의 관계와 그 관계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한 갈등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란을 둘러 싼 정치/사회적인 이슈들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좀 더 극 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자체에만 의미를 둔 작품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작의 영향 때문인지 이 이야기 속에서도 무언가 다른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저절로 하게 되어, 여러가지로 복잡해지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 Memento Film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The Past', 즉 지난 일이다. 관객이 보게 되는 영화 속 이야기 속에서 새롭게 전개되는 일들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세 남녀 주인공은 이미 지난 일 혹은 수 년 전에 벌어진 일들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되었고 또 갈등을 겪게 된다. 영화는 초중반까지는 아마드가 부인과 이혼 서류를 마무리 짓기 위해 돌아와 만나게 되는 생경한 분위기와 가족들과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듯 하다가, 중반 부터는 마리와 사미르의 관계, 더 나아가 사미르와 그의 아내가 겪게 된 사건으로 조금씩 파고 든다. 전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도 그러했지만, 이 작품 역시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그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이 작품 더더욱 진실로의 행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고, 이러한 영화의 시선은 엔딩에 가서 더 확실해 진다.

 

 

 ⓒ Memento Film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과거에 일어난 일로 말미암은 것들이 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인물들에게 어떤 고통과 상처 그리고 갈등을 남기는지를 안쓰럽지만 철저히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이는 현실과 인물들의 모습에서는 황량한 상처만이 느껴지는데, 영화가 끝나게 되면 그 매마르고 남겨진 감정이 깊은 여운을 준다. 하나의 과거를 두고 진실을 통해 봉합하려는 시도가 교차하지만, 결국 국내 개봉 제목처럼 결론적으로는 아무도 머물지 않은, 끝내 누구도 머물지 못한 채 남겨진 각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으로 그래서인가,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나 싶다.

 

 

1. 전작에 비해서는 확실히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어요.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와 스토리텔링의 재미는 만족.

 

2. 본문에도 있지만 감독의 전작 때문인지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 은유를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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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s-Man 2, 2014)

철저한 오락 영화로서의 발전



마크 웹과 앤드류 가필드의 리부트 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확실히 기존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의 그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좀 더 히어로 물의 플롯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한 편,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은 좀 더 오락적인 측면이 강화 된 대중 친화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얘긴 즉슨, 각 인물들의 겪는 고뇌에 대해 깊은 탐구를 긴 러닝 타임을 할애하여 설명하기 보다는 액션과 (특히) 로맨스를 부각시켜 대중들로 하여금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 이유 때문에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은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고 샘 레이미 삼부작과의 비교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전 편에 비해 속편은 확실히 나았다. 실제로 나아지기도 했고, 아마도 마크 웹의 히어로 영화 작법에 좀 더 익숙해져서이기도 할 것이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보면 마크 웹은 마치 스파이디 슈트를 입은 청년이 주인공인 또 다른 '500일의 썸머'를 찍은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그가 꼭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감독이어서가 아니라, 이 작품 속 피터와 그웬의 관계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500일의 썸머'의 톰과 썸머의 관계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로맨스는 실제 연인이기도 한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을 통해 좀 더 달달하고 극적인 요소를 만들어 냈다. 이 영화를 셋으로 나누어 보자면 하나는 피터와 그웬의 로맨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파이더맨과 일렉트로의 대립관계일 것이며 마지막은 피터와 해리의 애증의 관계일 것이다. 이 셋의 비중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좀 애매해진 부분도 없지 않다. 만족하는 입장에서는 세 가지 모두의 재미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는 셋 다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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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처음 러닝 타임을 확인했을 때 142분이라는 시간에 놀라기도 했었는데, 의외로 영화는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세 가지의 이야기를 각각 동등하게 늘어 놓느라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2시간 20분이 가는 걸 거의 못 느꼈을 정도로 연출은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더 좋아하는 취향은 이 세 가지를 두 가지로 압축 시켜서 좀 더 각각의 내실을 더 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서인가 외톨이였던 맥스의 슬픔과 분노도 공감하기엔 조금 부족했고, 또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는 해리의 간절함도 조금은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해리의 이야기는 데인 드한이라는 배우로 인해 200%의 공감 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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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마크 웹의 전작은 만족보다는 실망에 더 가까웠었는데, 이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만족에 더 가까웠다. 2시간 20분이 넘는 러닝 타임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하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유머와 가벼움에 어느 정도 적응 되어 불편함이 없었으며, 새로운 해리를 연기한 데인 드한 덕에 그리 많지 않은 비중이었지만 후반부 해리라는 캐릭터를 계속 주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의 테마였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가 더 마음에 들고 취향이기는 하지만, 좀 더 소년의 입장에서 바라본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도 그럭저럭 흥미롭고 갈 수록 기대되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 영화화 된 히어로들 가운데 청춘물로 그려낼 수 있는 캐릭터는 아마 스파이더맨 뿐 일 것이다. 마크 웹은 그 지점을 주목했고, 나쁘지 않은 결과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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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인 드한에게 빠져버린지 벌써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가 만든 해리 오스본은 또 다른 슬픔이 느껴지더군요. 분명 통쾌해야 하는 지점에서도 그의 아픔이 느껴져 (어쩌면 피터 파커보다 더 공감되서) 영화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밖에는 없었을 정도. 데인 드한은 확실히 현재 헐리웃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입니다.


2.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찡했어요. 아마도 3편에 가면 이 테마를 좀 더 메인으로 가져오지 않을까 싶네요.


3. 쿠키는 없지만 크레딧 중간에 엑스맨 예고편이 등장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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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낭만적인 스토리텔링



웨스 앤더슨의 작품은 모두 다 좋아하지만 (특히 최근작들) 글로 쓰려면 별로 할 이야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신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역시 마찬가지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지 않은 이유는, 생각하고 토론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그가 이끄는 대로 그저 따라가는, 즐기는 형태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의 세계관 만큼이나 확고하고 뚜렷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데, 그의 인물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옷을 입고 있는 모습만 봐도 웨스 앤더슨 세상 속 인물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고, 말을 해도 물론 마찬가지다. 이번 신작 역시 그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를 살짝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무엇보다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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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어떤 이야기인가가 중요하기 보다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한 작품이다.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이야기는 간혹 역사의 어두운 면을 다루기도 하고, 별 일 아닌 것 같은 일에도 한참을 할애하기도 하는데, 무엇이 더 중요하다거나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기 보다는 그저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애정을 담아 보내는 한 편의 그림 엽서처럼 느껴진다 (그림 엽서 라는 점이 중요하다 ㅎ). 그렇기 때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 같이 괴팍하거나 이상한 것처럼 겉으론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보일 뿐이지 모두들 본인들에게 충실하고 맡은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웨스 앤더슨은 각각의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얼마나 아름다울 정도로 귀여운지를 자신 만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통해 최대한 펼쳐놓는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다양한 색감은 물론, 이야기가 달라질 때마다 변하는 화면비를 통해 각각 이야기마다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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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웨스 앤더슨의 작품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영화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것은 덜한 편이었는데 (그 좋아하는 '문라이즈 킹덤'도 의외로 자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덜하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그런 면에서 여운과 낭만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마치 채플린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극 중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구스타브 라는 캐릭터는 묘하게 애잔함과 낭만, 애틋함 마저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이 전체적인 이야기가 그렇게 느껴진 것도 이야기의 주인공인 구스타브 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라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부분인데, 영화를 보고 나니 구스타브의 그 모습과 미소가 계속 잔상이 남았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이 영화를 기억하고 아마도 추억하게 될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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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타셈 싱의 '더 폴 (The Fall, 2006)'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과장되고 특별한 이야기를 한참 동안 한 듯 했지만, 왠일인지 영화를 다 보고나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낭만적인 영화. 웨스 앤더슨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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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 2014)

리더의 조건



어벤져스의 일원이자 리더인 캡틴 아메리카가 그의 두 번째 이야기 '윈터솔져'로 돌아왔다. '아이언맨' 시리즈와 토르 1,2편을 통해 어벤져스의 세계관을 점점 확장 및 연결시켜가고 있는 마블은, 또 다른 같은 세계관의 작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Guardians of the Galaxy, 2014)'를 선보이기 전에 먼저 캡틴 아메리카의 속편을 꺼내 들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토르 : 다크월드'는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는 아쉬운 작품이 많았던 것에 비해,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는 단순한 세계관의 연장선을 넘어서 독립적으로도 제법 훌륭한 구성과 이야기를 갖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 리더이지만 가장 심심하게 느껴졌던 캡틴, 스티브 로저스 라는 캐릭터에게도 매력을 느끼게 되었을 정도로.



ⓒ Marvel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캡틴 아메리카'와 '어벤져스'를 통해 캡틴은 말 그대로 이 엄청난 히어로들의 조합 가운데 서도 리더라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 이들은 각각의 개성이 워낙 강하고 또한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빠지지 않는 유치한 질문처럼 슈퍼 솔져인 캡틴 아메리카가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을 리드 하기엔 능력 측면에서는 부족하기에 다른 장점과 리더 쉽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전작 '캡틴 아메리카'는 스티브 브루스의 도덕성에 대해 그 배경을 설명하는 데에 주목했고, '어벤져스'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슈퍼 영웅들의 리더가 누구인지 조금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선보인 이 작품 '윈터솔져'는 바로 이런 점에서 왜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져스의 진정한 리더인 지를 관객들에게 각인 시키려는 시도가 담긴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영화엔 의외로(?) 다른 슈퍼 영웅들이 까메로오도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블랙 위도우만 빼고), 쉴드라는 조직에 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통해 이 조직이 나아가려는 방향과 리더 쉽에 대해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로 풀어낸다. 그리고 캡틴은 또 한 번 우직하지만 자신 만의 일관된 방식으로 이 사건을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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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캐릭터이자 이번 작품의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윈터솔져의 경우 사실 비밀이랄 것도 없지만, 그 비밀이라는 것도 1차적으로는 전작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발전되었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즉, '어벤져스'의 세계관에 포함되어 있는 작품들의 경우 그 세계관 내에서 자유롭게 다른 캐릭터들 혹은 시공간을 활용하는 편인데, 이런 점이 가끔은 너무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라 그 작품 만으로는 100% 즐기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점에서, 전작에 기인한 미스터리의 발전은 '어벤져스'와는 또 구분되는 '캡틴 아메리카'만의 프랜차이즈를 확고히 하는 매력 포인트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참 영리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세계관의 떡밥은 적절히 활용하고 쿠키 장면들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을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과하지 않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은 아니고, 독립적으로 보아도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펼쳐내면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와 긴장감도 충분히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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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측면에서도 다른 영웅들에 비해 인간적(?)이기 때문에 몸을 활용한 격투가 기본이라 더 박진감 넘치고 마치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액션의 합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으며, 이 시리즈가 자랑하는 스케일의 측면에서도 클라이맥스에서 충족 시켜 주고 있어 볼거리도 부족함이 없는 편이었다. 확실히 '어벤져스'의 각 캐릭터들은 너무 세계관의 연결에만 기대는 것 보다는 홀로 서도 매력을 갖게 될 때 비로서 추후 '어벤져스 2'가 등장했을 때 더 큰 기대와 매력을 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이번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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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액션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프랑스 해적은 반가운 얼굴이더군요. 심지어 극 중 이름도 비슷한 GSP. 슈퍼맨 펀치도 등장하고. 추후 한 번 더 등장하기도 하고. 까메오 수준으론 비중이 제법 크더군요.


2. 아, 그리고 스탠 리 옹은 갈 수록 연기도 비중도 늘어나는 듯. 이 얘기를 새 마블 작품이 나올 때 마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3. 이 시리즈의 단점이라면 누가 극 중에 죽어도 별로 슬프거나 걱정을 하게 되지 않는 다는 점인듯. 그래도 진짜 인 줄로만 알았던 콜슨 사건 이후엔 더더욱.


4. 초반 캡틴이 놓치지 말아야 할 근래의 것들을 리스팅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노트에 'OLDBOY'도 적혀 있더군요. 그 올드보이 일까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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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Noah, 2014)

새로운 시작을 위한 어떤 죽음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구약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된 바가 명확히 있었다. 달리 말해 아로노프스키가 노아의 방주라는 소재를 가지고 '2012'같은 재난 블록버스터나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건 아마 그의 전작들을 보았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전작들을 통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인간의 육체에 관한 퇴화 혹은 불안정함, 불안함으로 인한 그 육체를 소유한 이들의 정신 착란에 가까운 고통과 혼란을 주목해 왔었다. 그런 시도는 예전부터 그랬고, 최근 작품인 '더 레슬러'와 '블랙 스완'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표현되었었다. 신작 '노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노아'는 자신의 뿌리와 주어진 사명 그리고 원칙을 지키기 힘든 상황에 놓여버린 주인공 노아의 지독한 심리극이었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의 재난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낯선 영화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또한 구약 성서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른 종교적인 영화를 기대한 이들도 마찬가지. 또한 이 영화의 구성은 마치 슈퍼 히어로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 까지 한참이 걸리는 것처럼, 방주가 완성되고 재난이 오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 또한 여기까지는 구약 성서에 나온 내용과 큰 줄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디테일로 따지고 들자면 다른 측면이 많지만 영화가 전달하려는 주제의 측면에서 보자면, 방주에 타기 전까지는 크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없다는 얘기다).


영화는 처음부터 주인공의 출신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는다. 즉, 카인의 후예들은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에 대한 죄로서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벌이 내려졌고, 아담의 셋째 아들이었던 셋은 태초의 주의 뜻에 따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고 그의 후예인 노아와 그의 가족 역시 이 뜻을 받들어 살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카인의 자손인 두발가인은 무기를 만들고 자연을 파괴하려는 (생존을 위해) 이로 , 셋의 후예인 노아는 꽃을 꺽는 아들을 나무라는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연과 공생하려는, 즉 명확한 선과 악으로 묘사되는 것은 일반적인 영화와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명확한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경우 이 둘 간의 대립을 그리기 위함이지만, 아로노프스키의 의도는 오히려 선으로 묘사된 노아가 그렇기 때문에 겪게 되는 갈등과 트라우마를 묘사하기 위한 사전 구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반대의 의미로 두발가인 역시 명확한 악당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 점은 노아가 스스로 원칙에 얽매이고 갈등을 겪게 되면서 더욱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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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노아는 일종의 선택 받은 자다. 하지만 노아가 받은 선택은 은혜라기 보다는 오히려 고통이자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까지 느껴진다. 신의 뜻을 거역한 인간들을 벌하기 위한 재난에서 무고한 동물들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노아에게는 처음부터 선택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그의 신념 때문 만이라고 보기 보다는 그의 뿌리, 셋의 후예라는 이유 또한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셋의 후예로서도 자신의 신념과도 일치했던 이 임무 수행이 나중에 가서는 신념은 물론, 자신이 세운(부여 받은) 원칙과도 상충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영화는 급격하게 아로노프스키의 비전대로 나아간다.


남여 혹은 수컷과 암컷 한 쌍으로만 가능한 방주를 두고 노아는 자신의 자식 가운데 짝이 없는 함의 짝을 찾기 위해 (그리고 자식을 낳지 못하는 일라와 짝을 이루고 있는 셈의 짝 역시)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하는데 여기서 순간 자신 역시 스스로 이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자책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내 가족의 생존에 관한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점에서 더 발전하여, 결국 이 재난을 주신 이유가 인간을 벌하기 위함이라는 원칙으로 돌아가 본인을 포함한 자신의 가족 모두도 구원 받으면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 결정으로 인해 노아는 가족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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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므두셀라의 은혜로 인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 일라가 임신하자 이 아이들이 종족번식을 할 수 있는 딸일 경우 바로 죽이겠다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이는 노아와 가족들을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고, 이 과정 속에서 묘사되는 노아의 모습은 앞서 등장한, 악으로 묘사되는 두발가인 보다도 더 공포스러운 악의 존재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로노프스키가 이 과정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한 선한 사람이 악한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단 '블랙 스완'의 니나 처럼 강박에 사로 잡혀 육체에 대한 제어 능력을 상실해 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는 노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후반부의 직접적인 안스러운 모습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측은하고 동정이 가는 모습이었다. 그가 방주를 만들고 이 재난을 겪게 되는 과정을 시작부터 보면, 그 스스로 결정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으며 후에 가서는 정말 도구로 사용되는 것 만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제어 기능, 혹은 자존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는 이렇게 나뉜다. 임무를 부여 받고 원칙대로 행하던 자신감 넘치는 노아와 스스로가 그 원칙의 아이러니 혹은 모순에 혼란을 겪으며 정신착란에 가까운 심리적 고통을 겪는 노아,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임무가 완료된 뒤 본인의 육체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무기력한 노아, 이렇게 각기 다른 세 가지 상태의 노아로 나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맨 마지막 부분은 이 영화가 지금까지 달려왔던 방향과는 조금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냥 철저하게 이 임무를 위해 도구로 활용되고 한 개인으로서는 버려지다시피 피폐해진 노아의 모습으로 쓸쓸히 마무리 되었다면 오히려 아로노프스키의 생각은 더 깊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거대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철저히 희생되어야만 했던 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그래도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노아'는 구약 성서의 너무도 유명한 텍스트를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한 파트를 극대화시켜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두고 신성모독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은 바로 본인들이 믿고 있는 그 분이 어떤 분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 분이 이 영화를 자신을 모독하는 이야기라고, 그렇게 속 좁게 생각하실지 말이다.



1.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의외의 판타지적 요소도 제법 자연스러웠어요.

2. 대홍수(?)라는 재난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포세이돈의 아들인 데미갓 퍼시잭슨을 연기했던 로건 레만이라는 점도 ㅎ

3. 개인적으론 의외로(?) 노아의 극 중 고뇌가 상당 부분 공감이 되었어요. 이런 운명에 놓여버렸다면 아마 저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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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Dallas Buyers Club, 2013)

한 남자의 어떤 변화



아카데미를 수상한 매튜 매커너히와 자레드 레토 주연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예상 외로 조금은 덤덤한 영화였다. 이 영화가 조금은 더 극적일 거라는 예상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죽음을 앞둔 시한부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그리고 주조연을 맡은 두 배우가 각종 연기상을 휩쓸고 있다는 점들 때문이었는데, 의외로 영화는 덤덤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실화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의 포인트를 일부러 끌어오지 않았으며, 시한부의 삶을 그릴 때 흔히 다루게 되는 경계에 대한 공포와 넘나 듬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며, 연기 역시 더 메소드 연기를 펼쳤더라도 부족함이 없었을 텐데 생각보단 훨씬 절제 된 연기였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한 번 더 보고 싶은 작품이 되었달까.




ⓒ Voltage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시한부의 삶과 에이즈라는 질병과 이를 둘러싼 FDA와 병을 얻은 이들과의 사투, 그리고 성정체성의 관한 소재 등 영화로서 매력적인 소재들이 여럿 담겨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 어떤 소재도 끝까지 전력으로 달려가지는 않는다. 특히 이 소재들을 다뤘던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 편으론 조금 심심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줄기의 이야기를 따르기 보다는 작은 범위, 하지만 이 모든 소재들을 온 몸으로 체험해야 했던 한 남자의 작은 변화에 대해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떤 면에선 영화가 관객을 별로 설득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주인공 론 우드루프 (매튜 매커너히)처럼 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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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론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만약 이 영화가 훨씬 전에 나왔더라면 조금은 다른 형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캐릭터의 성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도 더 치닫을 수 있었을 것이고, 전형적인 마초이자 카우보이였던 우드푸르가 겪게 되는 심경의 변화도 더 극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을 테고, FDA와 벌이는 사회적인 이슈도 더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쭉 늘어놓고 보니 더 확연해 졌듯이 이 각각의 소재 들은 이미 너무 많이 영화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이젠 제법 익숙해진 소재이기도 하다. 즉, 실화라는 강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무엇 하나도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이런 절제와 덤덤함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레이언 (자레드 레토)의 이야기는 더 슬퍼할 시간을 줘도 될 것 같으나 그러지 않고, 우드루프의 법정 싸움은 더 치열해도 좋았을 테지만 거기서 멈추며, 그가 겪어야 했던 시한부라는 특수한 상황도 과장되어 묘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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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내재되어 있는 깊이를 표현해 낸 일등 공신은 역시 배우들이라고 해야겠다. 매튜 매커너히는 기존 까지의 자신을 지운 듯한 연기로 더 넓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개인적으론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의 연기가 더 좋다), 자레드 레토도 한 편으론 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부담스럽지 않게 연기해 냈다. 개인적으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배우는 이 둘이 아니라 제니퍼 가너였다. 드라마 '앨리어스' 때부터 조금은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던 터라 그랬는지 몰라도, 이 파란만장한 인생에 놓여있는 두 남자 (혹은 한 남자와 여자)를 말 없이 바라봐주는 눈빛 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연기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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