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 내한공연 후기 (Joe Hisaishi - Asia Tour 2010-2011)
늘 꿈꿔왔던 황홀한 판타지
누구에게나 늘 꿈꿔오는 판타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꿈만 같은 일 가운데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만 한정해도,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 수가 적게는 몇에서 많게는 수백개에 이를 것이다. 내게 있어 꿈에 그리는 라이브 가운데 손을 꼽을 만한 공연이 있다면, 록 밴드 'Red Hot Chili Peppers'와 여성 뮤지션 'Bjork', 그리고 슈퍼밴드 'U2'를 들 수 있겠다. 이 가운데 너무 운이 좋게도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뷔욕의 경우 내한했을 때 모두 라이브를 (정말로 코앞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세 팀은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꿈에 그렸던 공연이었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아무래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서 꿈꿔왔던 공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던, 그리고 지금의 닉네임인 '아쉬타카 (아시타카의 변형이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항상 히사이시 조가 있었다. 사실 이렇듯 감독과 음악감독의 관계를 좋아하게 된 건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가 더 먼저였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면 내 취향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 콤비에게 조금 더 마음이 쏠리는 것 같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난 10년 넘는 세월 동안의 고민이었고, 여차하면 큰 결심을 하고 일본으로 날아가 공연을 관람할 용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2010년 12월, 그의 내한공연 소식이 들려왔고 나는 비싼 티켓가격과 그에 반해 한없이 빈약한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고 말았다. 아마 지금보다 더, 아니 더 어려운 상황이었더라도 어떻게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그냥 보고 싶은 공연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 평생을 통틀어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늘 꿈꿔왔던 황홀한 판타지
누구에게나 늘 꿈꿔오는 판타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꿈만 같은 일 가운데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만 한정해도,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 수가 적게는 몇에서 많게는 수백개에 이를 것이다. 내게 있어 꿈에 그리는 라이브 가운데 손을 꼽을 만한 공연이 있다면, 록 밴드 'Red Hot Chili Peppers'와 여성 뮤지션 'Bjork', 그리고 슈퍼밴드 'U2'를 들 수 있겠다. 이 가운데 너무 운이 좋게도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뷔욕의 경우 내한했을 때 모두 라이브를 (정말로 코앞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세 팀은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꿈에 그렸던 공연이었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아무래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서 꿈꿔왔던 공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던, 그리고 지금의 닉네임인 '아쉬타카 (아시타카의 변형이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항상 히사이시 조가 있었다. 사실 이렇듯 감독과 음악감독의 관계를 좋아하게 된 건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가 더 먼저였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면 내 취향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 콤비에게 조금 더 마음이 쏠리는 것 같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난 10년 넘는 세월 동안의 고민이었고, 여차하면 큰 결심을 하고 일본으로 날아가 공연을 관람할 용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2010년 12월, 그의 내한공연 소식이 들려왔고 나는 비싼 티켓가격과 그에 반해 한없이 빈약한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고 말았다. 아마 지금보다 더, 아니 더 어려운 상황이었더라도 어떻게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그냥 보고 싶은 공연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 평생을 통틀어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히사이시 조의 공연에 대한 미칠듯한 욕구를 품게 된 것은 바로 이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함께한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이었다. NHK를 통해 방영한 공연을 보고서는 후에 블루레이가 발매되자 마자 역시 고민할 것도 없이 구매했던 공연이기도 한데, 이 공연은 정말로 나처럼 지브리와 히사이시 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단 한 곡도, 단 한 순간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주옥같다라는 표현으로도 다 형용할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연을 보고서는 다시금 히사이시 조 공연에 대한 갈증이 더더 깊어지고 있던 차에, 내한공연이었으니 어찌 맨발로 뛰쳐나가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그렇게 고대했던 공연이었는데 하마터면 공연 당일 회사에서 늦어서 공연을 제 시간에 관람하지 못했을 걸 떠올리니, 다시 생각해도 참 아찔한 일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지하철과 지하철 사이 그리고 그 사이에 달릴 수 있는 곳에서는 거의 모두 달려야만 했다). 그렇게 헐레벌떡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에 들어섰고, 아주 잠시 숨을 고르자마자 히사이시 조, 그가 무대 위에 올랐다. 영상으로만 보았던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 마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음악을 접한 것이 대부분 애니메이션 위주였기 때문이었다. 히사이시 조는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이번 공연 컨셉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아시아 투어 전체를 마무리하는 가장 마지막 회차 공연이라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그의 다짐에, 공연이 시작도 하기 전에 몹시 달아오를 수 밖에는 없었다.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진행되었는데, 1부의 프로그램은 '미니멀리즘'과 'The End of the World'로서 특히 미니멀리즘의 경우 하나의 테마를 다양한 악기와 리듬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주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사실 2부의 내용을 훨씬 더 기대하고 온 터라 조금 지루해질 수도 있는 1부였지만, 오히려 1부를 통해 히사이시 조가 추구하는 음악 세계와 음악의 참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히사이시 조가 평소에 좋아하는 악기들이 자주 등장한 탓에 계속 그의 음악 세계를 쉽게 공유해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결코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얘기지만, 주로 사운드트랙으로 삽입된 멜로디포니의 곡들을 듣는 순간, 1부에 선보인 그의 음악세계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미션을 지나 드디어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2부의 막이 올랐다. 2부 '멜로디포니'에서는 다름 아닌 지브리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을 비롯,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곡들을 차례차례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만나보게 된 곡은 히로스에 료코가 출연했던 타키다 요지로 감독의 영화 '굿,바이'의 사운드트랙 'Departures'였다.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첼로의 선율이 인상적인 곡이었다. 그리고 나서 나온 곡은 무려 'Kiki's Delivery Service' ㅠ 너무도 익숙한 '마녀 배달부 키키'의 그 선율이 딱 한 음 들려오는 순간, 정말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감동의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키키의 사운드트랙을 라이브로 듣는 순간,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동시에,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 그대로 떠올랐다.
ⓒ Studio Ghibli. All rights reserved
키키의 감동에서 아직 빠져나올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바로 다음 곡이 이어졌는데, 이 곡을 듣는 순간 정말 눈물이 핑돌았다 ㅠ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사운드트랙인 'One Summer's Day' 때문이었는데, 바로 이 테마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음은 물론, 그 장면들이 하나같이 찡하고 뭉클한 장면들이어서인지, 바로 그 피아노 선율을 듣는 순간 눈가에 절로 눈물이 고였다. 키키를 지나 센과 치히로의 그 유명한 테마를 라이브로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제 비싼 티켓값 따위는 벌써 초월해 버렸다. 이 두 곡을 들은 것만으로도 보람이 넘치는구나!'라고. 실제로 그랬다. 예전 칸노 요코의 공연을 가면서 '카우보이 비밥'의 사운드 트랙인 'The Real Folk Blues'를 라이브로 듣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One Summer's Day' 이후에도 너무 익숙한 곡이 이어졌는데, 한동안 내 휴대폰의 벨소리이기도 했던 (하긴 다른 곡들도 대부분 한번씩은 벨소리로 사용되었던 듯), '기쿠지로의 여름' 사운드트랙인 'Summer'였다. 정말 내 인생에 가장 유쾌한 영화 (감동은 재쳐두고라도)중 하나인 기타노 다케시의 이 영화에 사용된 너무 유명한 이 곡. 영화 속 그 들판과 두 남자가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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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의 사운드트랙을 지나 최근작 '벼랑위의 포뇨'의 'Ponyo of the Cliff by the Sea'가 연주되었다. 포뇨의 경우 워낙에 노래와 율동을 외우고 있었던터라, 노래가 없는 연주였음에도 나도 모르게 자꾸 따라하려고 하는 걸 억지로 참아야했고 특히 율동이 절로 나와 몸을 억눌러야만 했다 (왜 그, 손을 쭈욱 뻗었다가 접는 바로 그 동작 ㅋ). 'Oriental Wind'까지 마치고 나서 또 한 번 기절할 만한 일이 발생했는데, 그 다음 연주된 곡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 공연 소식이 처음 알려지고 프로그램이 공개된 뒤, 몇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꼭 듣고 싶었던 몇몇 곡들이 리스트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곡들 가운데 몇 곡을 꼽자면 '붉은 돼지'의 사운드트랙 중 한 곡인 '帰らざる日々' (아, 피아노 솔로인 이 곡 너무 듣고 싶었었는데 ㅠ) 이 곡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메인 테마인 '인생의 회전목마 (Merry-go-round)' 이렇게 두 곡을 정말로 꼭 듣고 싶었었다. 하지만 이 곡들이 빠져있어서 아쉬워하던 찰나, 갑자기 하울의 그 선율이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아니 하울은 안한다고 했었잖아 ㅠㅠ' 하며 돋는 소름과 터져나오는 눈물을 훔친 채 왈츠 선율에 절로 몸을 맡겼다. 진짜 '인생의 회전목마'를 라이브로 듣게 된 건 이 날의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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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추가된 대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들을 순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회전목마'를 너무도 좋아하는 터라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식적인 마지막 곡인 '이웃집 토토로'의 테마곡 'My Neighbor TOTORO'가 이어졌다. 아까 포뇨와 마찬가지로 이 곡도 워낙에 노래로 더 익숙한 곡이나 몇번이나 노래가 나오는걸 참아야 했는데, 정말 나중에 기회가 또 있다면 합창단과 함께 하는 공연으로, 다같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토토로 연주가 모두 끝나고 객석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히사이시 조는 오케스트라를 자리에 남겨둔 채 피아노 솔로 곡을 한 곡 더 연주하고 다시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관객들의 기립박수는 계속 되었고 다시 무대에 인사를 하러 나온 그는, 피아노 쪽을 가리키더니 다시 앞에 앉아 너무나도 익숙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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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 역시 프로그램에 없던 곡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였는데, 바로 '모노노케 히메'의 엔딩 테마인 'Ashitaka and San'이었다 ㅠ 아쉬타카라는 닉네임을 쓰는 내가 어찌 이 곡을 반기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ㅠ 이 곡을 앵콜 곡으로 듣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듣고 있노라니 만감이 다 교차하더라. 그랬다. 공연이 이제 정말 끝이 나는구나 라는 생각에서부터, 내가 지금 과연 꿈을 꾸는 것인가, 꿈이 나를 꾸는 것인가를 비롯, 다시금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 꿈결 같은 판타지에서 과연 나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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