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 Atomos Part Moai01 . Moai
02 . Human Dream
03 . T'Ikt'Ak
04 . Moai [Rmx]
서태지와 아이들의 향수를 느끼다!예전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새 음반을 처음 듣게 되면 CD를 개봉할 때부터 얼마나 떨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연 어떤 음악일까하는 기대감이 충만했었고, 이런 기대감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키게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의 최대 아티스트는 다름 아닌 서태지였다.
많은 기대와 논란을 동시에 가지고(역시나) 돌아온 서태지의 새 앨범은, 앨범이 아닌 싱글 음반으로
먼저 선을 보였다(이미 많이 논란이 된 것 같으니 난 더이상 이 싱글형태의 음반과 그 가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나처럼 돈주고 산사람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다운로드로 음악을 들어본 이들이며, 싱글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
떨리는 마음으로 CD를 넣고 들어본 첫 느낌은 일단 상당히 대중적이라는 점이었다.
이미 진해된 UFO나 미스테리 서클 등의 외계인스러운 마케팅으로 미뤄봤을 때 상당히 모호한
솔로 1집보다 더 모호한 음악을 들려주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컬부터해서
그 특유의 멜로디 라인은 물론이고,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까지, 상당히 대중친화적인 음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록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솔로 앨범에서는 앨범 내 1,2곡을 제외하고는
각종 이펙터와 굳이 이펙터를 쓰지 않더라도 많은 부분 보컬을 외곡하려고 애쓰는 사운드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거의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서태지의 깨끗한 보컬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단지 보컬 뿐만 아니라 'Moai' 나 'Human Dream' 같은 곡에선 전체적인 느낌도 그렇고, 일부 멜로디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시절의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어서 감동이었다. 피아노 베이스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시작하는 'Moai' 도입부분의 멜로디는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에 사용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보컬이
세련되게 진화된 듯한 느낌이다. 2집 '죽음의 늪'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던 서태지가 맡은 코러스가 겹쳐나오는
부분은 'Moai'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루브한 베이스 라인과 재즈 느낌이 나는
피아노 반주, 그리고 외곡된 없이 깔끔하게 '아이들'시절처럼 노래하는 서태지의 보컬까지.
국내에서 가장 멜로디 라인을 잘 뽑아내는 작곡가 중 하나인 서태지의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은 이번 앨범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닌텐도 시절 게임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일렉트로닉 소스로 시작되는 'Human Dream'은 좀 더
일렉트로닉한 기법들과 드럼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곡으로, 후렴구의 멜로디라인은 더더욱 서태지와 아이들
스럽다 ㅜㅜ 하지만 역시나 장난스러운 보컬과 사운드 뒤에 가려진 가사는 심각하면서도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Human Dream'에서 전율을 느꼈던 부분은 2절의 후렴구가 끝나고 새롭게 시작되는 전개부분인데,
'그날~ 그 파랗던 아이가~'하는 부분은 서태지의 멜로디 작법과 대중적인 코드가 최고조로 맞물리는
부분으로 적절한 소름마저 돋아왔다.
'T'Ikt'Ak'은 이번 싱글에 포함된 곡들 가운데 가장 록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곡이며, 서사적인 느낌이 강한
메시지가 강조된 곡이다. 록 사운드와 일렉트로닉한 소스들이 만나면서 상당히 영화적이고 서사적인
느낌이 강해졌으며, 후렴구의 훅 부분은 역시나 보컬의 멜로디라인이 돋보인다.
서태지가 만든 록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서태지는 아주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을 록 음악에 삽입하는
것을 물론, 그 멜로디 라인에 맞게 자신의 메시지를 완벽히 녹여내는 재주는 정말 뛰어난것 같다.
쉽게 말해 일반적인 '띄어쓰기'에 연연하지 않고 가사를 멜로디 라인에 녹여내는 재주는, 마치 각운만 강조한
랩보다 그렇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운율을 보여주는 랩 뮤직에서 느낄 수 있는 완성도를 느끼게 해준다.
이번 앨범을 통해 국내 밴드 '바세린'의 드러머가 새롭게 드러머로 영입되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드러머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곡은 그나마 'T'Ikt'Ak'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는 'Moai'의 리믹스 버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 강조하고 있는(근데 이게 서태지측에서
강조하는 것인지, 홍보전략으로 하는 것인지, 평론가들이 미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이쳐파운드 사운드가
좀 더 강조된 버전을 담고 있다. 네이쳐 파운드라는게 거창해보이지만 쉽게 말하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사운드 소스를 음악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텐데, 무언가 태초로의 회귀를 말하고 있는 서태지의
이번 싱글에 걸맞는 사운드 소스가 아닐까 싶다(의도적으로 'Moai'의 도입부에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삽입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처음 들었을 때는 단순히 대중적이라는 느낌이었지만, 3번, 4번, 10번, 20번으로 점차
청취 횟수가 늘 수록, 대중적으로만 느껴졌던 이 사운드내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아련함이 깊이 담겨있었으며, 서태지의 사운드에 대한 연구의 노력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던
일렉트로닉한 음악이었다. 일렉트로닉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음악들이라 과연 라이브에서는 어떻게 들려줄지도
궁금한데, 펜타포트에 가느라 ETP 갈 돈을 모두 탕진해버린 터라, 이 라이브를 접할 수 없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Moai MV 티저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