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Deadpool, 2016)

'슈퍼'지만 '히어로'는 아닌 진짜 로맨스 영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암 치료를 위한 비밀 실험에 참여 후, 강력한 힐링팩터를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다. 탁월한 무술실력과 거침없는 유머감각을 지녔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갖게 된 데드풀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린 놈들을 찾아 뒤쫓기 시작하는데…(출처 : 다음영화)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데드풀 (Deadpool, 2016)'은 다른 마블 히어로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영화다.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의 정서라든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의로움을 기반으로 한 주인공의 가치관 등은 데드풀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정의로움이 존재하지 않지만 특별한 힘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인 경우 안티 히어로 영화인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고 '데드풀'이 안티 히어로 영화인가 하면 그것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데드풀'은 영화가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로맨스 영화거나 개그 액션 영화에 가깝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그래서 관객의 취향에 따라 아주 극과 극으로 나뉠 수도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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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9금 히어로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처럼, 액션이나 성적인 농담에 있어서 19금다운 수위를 자랑한다. 액션은 목과 사지가 절단 되는 등 잔인한 요소가 적지 않고, 노출도 등장하는 편이다. 하지만 '데드풀'이 진짜 19금이 된 이유는 아마 그가 쉬지 않고 내뱉는 성적 농담 때문일 것이다. 데드풀이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개그를 쏟아내는 인물인데, 그 농담들 가운데서도 성적인 농담이 대부분이라 영화의 중반쯤 가면 완전히 그의 화법에 적응되어 어지간한 농담으로는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양도 많고 수위도 꾸준(?)하다. 이러한 잔인함이나 성적인 농담에 불편하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즐기기는 아마 어려울 듯 하다.


유머러스한 측면에 있어서 '데드풀'은 그야말로 향연이다. 가끔 북미에서는 흥행을 거둬지만 국내에서는 흥행하지 못하거나 애초에 수입되지도 않는 코미디 영화의 경우 대부분 북미식 유머가 중심인 영화들이 많은데, '데드풀'의 유머는 이 같은 북미식 유머와도 조금 거리가 있다. 오히려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에 더 가깝고, 더 정확히는 덕후개그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19금적인 요소로 인해 취향이 갈리기 보다는 이 유머를 어느 정도까지 반응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의 평가가 갈린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왜냐하면 어느 정도 유머러스한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쉬지 않고 유머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10번 던지면 8번 정도는 피식이라도 웃었을 정도로 웃음 사냥의 성공률이 높은 편이라 끝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영화 팬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유머들이 다른 실망스러운 코미디 영화에서 처럼 '자, 이건 유머야. 여기서 웃으면 돼'라고 폼잡고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못듣고 지나쳐도 상관없어'라는 식으로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것도 좋았다. 몇몇 기억나는 유머 중에 제일 재밌었던 건 역시 그린랜턴 관련 유머들이었으며, 리암 니슨 관련 유머도 재밌었다 ㅋ (그렇지 그렇게 매번 딸이 납치되었다면 아버지에게 문제가 있다고 봐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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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갈릴지언정 '데드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대쪽같은 일관성이다. 아무리 가벼움과 유머로 가득 찬 캐릭터일지라도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거나 감동적인 모습 (감동을 주려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데드풀'은 정말로 끝까지 가볍고 저질이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유지한다. 아마 대중들은 처음엔 저렇더라도 중요한 순간엔 정신 차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더 바랄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 데드풀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순간에도 변하지 않는 뚝심을 보여준다. 뭐랄까 아주 하찮은 것도 오랜 시간을 꾸준히 해오면 장인으로 대우 받아야 하는 것처럼, 이쯤되면 데드풀의 그 실망시키지 않는 가벼움도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실제로 끝까지 초지일관 자신의 캐릭터를 잊지 않는 데드풀의 모습을 보니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ㅎ. 만약 다른 영화들처럼 데드풀 역시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혹은 악당과 목숨을 걸고 대결하는 마지막 순간에 어쩔 수 없이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었다면 조금은 평범한 영화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드풀'은 끝까지 유지했고, 그래서 더 특별한 영화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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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도 대부분은 낯간지러워서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데드풀'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긴 무슨 짓인듯 어색했으랴 ㅎ). 그리고 로맨스 영화로서의 포장 방법도 좋았고, 실제 로맨스 영화의 플롯으로 봐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오버스런 포장 없이도 괜찮은 로맨스 영화였다. 똑같은 플롯에 성격만 바꾸면 (대사만 진지하면) 아마 후반부에 눈물 꽤나 흘릴 로맨스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데드풀'은 분명 기존 히어로 영화들의 선상에서 홀로 쭉 삐져나온 안 이쁜 모양의 영화다. 그런데 너무 다들 진지하기만 하고 정의롭기만 하면 재미없지 않나. 데드풀 같은 이상한 녀석도 하나 있어야지.



1. 스탠리 옹의 업무 환경은 갈 수록 좋아(?)지는 듯 ㅎㅎㅎ

2. 왠지 이 영화를 보고 오니 '그린랜턴'이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3. 여주인공을 연기한 모레나 바카린은 '홈랜드' 등을 통해 익숙한 배우인데, 나이는 이번에 처음 알아봤어요. 무려 누님이네요. 대단하십니다 누님.

4.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흥행에 성공해서 속편에는 좀 진짜 까메오들과 진짜 헬리케이어 등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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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살인자 만들기 (Netflix _ Making a Murderer)

긴 호흡으로 즐기는 치밀한 다큐멘터리



최근 국내에 런칭한 넷플릭스 (Netflix)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서비스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익하고 볼 만한 작품이라면 역시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작품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기존 다른 IPTV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들 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완성도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작품들을 여럿 만나볼 수가 있어서 반가운데, '살인자 만들기'는 그 중에서도 단연 손꼽을 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SBS에서 방영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즌제로 만나는 느낌인데, 긴 호흡으로 하나의 사건을 차근 차근 그리고 치밀하게 다루는 이 다큐멘터리는 그 어떤 극 영화 못지 않은 극적인 재미와 흥미 그리고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몰입도가 무척 높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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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만들기'는 무려 10년 이라는 시간을 들여 제작한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실화'와 '다큐멘터리'를 굳이 또 한 번 강조하는 이유는 스티븐 에이버리를 중심으로 겪게 되는 이 사건과 법정 공방의 긴 이야기가 마치 수준급의 스릴러 작가가 공들여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실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극적인 요소가 많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실화가 허구의 이야기보다도 더 허구 같은 경우는 가끔 만나볼 수 있는데, '살인자 만들기'가 그 가운데서도 첫 번째 손에 꼽을 만한 다른 이유는 실존 인물들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캐릭터스럽다는 점이다. 일부러 저렇게 딱 맞는 배우들을 찾아 캐스팅을 한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실존 인물들은 주인공 스티븐 에이버리를 비롯해 검사, 경찰, 변호사, 주변 인물 등 모두가 관련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만약 이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접하게 된다면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만들어진 미드라고 보는 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 실존 인물들이 주는 극적인 몰입감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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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세월을 쫓아가며 사건을 다룬 점이 바탕이 되기는 했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를 10화에 달하는 하나의 시즌으로 제작한 것과 하나의 시즌이 다 끝날 때 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연출과 편집은 '살인자 만들기'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첫 번째 이유다. 아마 제작진이 가장 고심했을 부분은 무고하게 18년이라는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스티븐 에이버리가 다시 금 살인 혐의를 쓰고 재판을 받고 투옥하게 된 (진실 여부는 일단 떠나서라도)이 억울함을 시청자가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을 텐데, 긴 호흡에도 차근 차근 증거 중심으로 논리적으로 풀어낸 방식은 억울함을 넘어서 분노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반대로 그랬기 때문에 조금은 일방적으로 스티븐 에이버리의 편에 서 있는 작품의 시선이 실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방해를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물론 이 작품에서 제공하고 있는 정보 만으로도 스티븐 에이버리가 무죄라고 판단하기에 충분하기는 하지만 이 사건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실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추가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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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완성도나 매력을 떠나서 '살인자 만들기'처럼 10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 가능한 환경에 대한 부러움도 컸다. 그리고 이를 제작한 넷플릭스라는 회사가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또 한 번 신뢰를 가질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만약 아직 넷플릭스를 결제 해 놓고 어떤 걸 봐야 할지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한다. 단, 짜증을 넘어선 분노가 일 수 있다는 점은 꼭 미리 체크하시길.


1. 무려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음악을 맡고 있다는 점!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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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블루레이 리뷰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어느덧 첫 작품을 시작한지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본래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화가 되면서 좀 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액션 스파이물로 자리 잡았는데, 이번 '로그네이션'은 브래드 버드가 연출했던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에 비해 좀 더 오리지널로 돌아간 듯한 각본과 구성, 팀웍 그리고 마인드를 가진 작품이었다. 

 

매번 감독을 달리 하며 변화를 추구해 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은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던 '잭 리처'를 연출했었고, '작전명 발키리'와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등 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 작품의 각본을 함께 작업했었던 크리스토퍼 맥쿼리였다. 맥쿼리가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흡사 샘 맨데스의 ‘스카이폴'이 007이라는 브랜드 전체를 다루고자 했던 것처럼, 스파이 액션 영화로서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의 가치관과 연속성을 전달하고자 함이었다.

 





일단 액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톰 크루즈는 실제하는 액션을 통해 관객이 에단 헌트와 함께 그 위험함과 고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비행기 액션씬은 물론이고, 카체이스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오토바이 추격전을 보면 연출 측면에서도 화려한 카메라워크를 통한 것이 아닌, 관객이 눈으로 보고 그 속도감과 리듬감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액션 장면에서 톰 크루즈가 얼굴까지 인식 가능한 구도로 촬영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스턴트맨이 아니라 톰 크루즈가 직접 연기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 단계를 넘어서 그 액션 가운데 에단 헌트가 그 순간 어떤 심정으로 임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이다. 즉,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인물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의 매력 중 하나다.






이번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무엇보다 스파이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점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화면의 느낌과 촬영 기법을 통해서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도 최신작이자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원시원하고 선명한 느낌의 화질과 영상이 아닌 필름의 질감이 느껴지는 영상과(실제로 필름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포커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화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 주는 느낌에 있어서 마치 시리즈의 1편을 연상시키는 질감과, 전반적으로 시원한 느낌보다는 응축되고 밀도 높은 표현 방식의 영상은, 이야기 중심적인 영화에 더 적합한 방식이자 ‘로그네이션'의 분위기에 더 걸 맞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모든 장면에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은 아니고, 장면 마다 차이가 있으며 특히 액션 시퀀스에서는 그에 맞는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로그네이션'은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자리매김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더 강조하려는,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20년 가깝게 연속되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자 함이 느껴졌는데, 물론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IMF라는 조직에 관한 내용이 주된 이야기로 등장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드디어 '팀'으로서의 활약상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션 임파서블'은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사실상의 연속성은 크게 없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JJ 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았던 '미션 임파서블 3'에서부터 출연한 벤지 (사이먼 페그)와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 부터 출연한 브랜트 (제레미 레너)가 시리즈를 통틀어 에단 헌트와 함께 유일하게 모두 등장하고 있는 루터 (빙 라메즈)와 함께 드디어 제대로 된 팀을, 그러니까 매 시리즈마다 조직되는 팀이 아니라 연속성이 있는 팀이 비로소 구성된 듯한 느낌이었다.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과 인물들의 구성만 보면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번 '로그네이션'에서 특히 눈 여겨 볼 점은 전작에서 함께 하기는 했지만 극 중 루터의 대사처럼 아직 100%를 믿기는 어려웠던 브랜트를 진정한 팀으로 신뢰하게 되는 미션이자, 벤지 역시 단순한 기술 지원 멤버로서가 참여하는 미션이 아니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특히 벤지의 경우 비중 면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벤지와 루터의 대사처럼 이들이 단순히 에단 헌트와 같은 팀이 아닌 친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가볍지 않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번 작품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일사를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그동안 여성 캐릭터가 아군이던 적군이던 간에 '여성' 캐릭터로서만 기능을 하는 것에 그쳤던 것에 반해, 이번 그녀가 연기한 일사는 거의 헌트와 투톱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자신 만의 이야기와 독립적으로 활동 가능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특히 여기에는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배우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마치 80년대 영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마스크와 묘한 미소를 갖고 있는 그녀의 매력은, '로그네이션'이 보여주고자 했던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해 내는 데에 가장 큰 매개체 중 하나였다.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속편에서도 일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톰 크루즈를 톰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50이 넘은 그가 에단 헌트로 언제까지 더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몇 해 전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이번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을 보니 오히려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갑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한동안 새로운 시리즈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기대감과 잠재력을 모두 발견했으니 말이다.





Blu-ray : Video

 

2.39:1 화면 비의 영상은 필름 촬영과 디지털 촬영이 혼합되어 있는 관계로 각 촬영 분마다 조금의 화질 편차가 느껴지는 편이다. 디지털로 촬영된 최상급 화질의 블루레이 영상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같은 작품 내에서도 조금의 편차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긴데,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은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나 작품 전체가 담고 있는 성격상 필름 촬영이 더 적합한 측면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상대적인 편차가 눈으로 느껴질 뿐이지 기술적인 화질 측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충분히 우수한 블루레이 화질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화려한 로케이션과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많은 영화인 만큼 각각 장면의 배경이 되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색감의 표현이 특히 중요한데, 어두운 오페라 하우스 장면과 밤 골목 장면에서의 표현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뜨거운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낮 장면에서의 색감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보여준다.

 


Blu-ray : Audio

 

비 애트모스를 수록한 사운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레퍼런스로 손색이 없는 퀄리티를 들려준다. 일단 ‘로그네이션'은 관객이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감독이 영화 음악에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인데, 아름다운 투란도트 오페라 시퀀스는 물론이고 영화 음악이 사용된 모든 시퀀스에서 그 효용을 최대한으로 (조금 더)느껴볼 수 있다. 특히 영화 음악이 다른 효과음들과 혼용 되어 사용될 때 각각의 사운드가 이질감 없이 잘 녹아 들면서도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 것은 블루레이 사운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블루레이 사운드를 화끈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장면이라면 후반부 자동차와 오토바이 추격씬을 손꼽을 수 있겠는데,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가 자동차 옆을 질주할 때마다 발생하는 사운드는 공간감은 물론이고 빠른 속도로 인해 발생하는 바람 소리마저 멀티 채널을 통해 아주 실감나게 전달된다. 그리고 바로 이 시퀀스가 앞서 언급한 음악과 효과음, 소음 등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시퀀스인데, 각각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볼 수록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아, 그리고 초반 투란도트 시퀀스 역시 사운드 적으로 주목할 만한 장면으로 빼놓을 수 없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내 출시 된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블루레이는 총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부가영상이 수록되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만 추가로 수록되었다. 2번째 디스크에 별도로 부가영상이 수록된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만족할 만한 양은 아니지만, 타이틀의 기본 구성상 2disc 에디션이라기 보다는 1disc + 보너스 디스크 형식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가 영상은 역시 음성 해설 트랙인데,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 톰 크루즈가 참여하고 있다. 톰 크루즈는 단순히 주연이 아니라 제작은 물론 영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주연 배우 이상의 다양한 관점에서 다채로운 정보를 들려준다. 감독 맥쿼리 역시 감독이자 각본, 제작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이 참여한 음성 해설은 영화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트랙이다. 또한 이 영화에는 상당히 많은 오마주가 사용되었는데 그 오마주에 대한 내용들도 만나볼 수 있고, 영화 음악에 대한 코멘트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 영상 중 ‘Lighting The Fuse’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이 시리즈를 맡게 되면서 어떤 아이디어와 연출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맥쿼리와 톰 크루즈는 처음부터 이번 작품을 전체 프랜차이즈를 아우르는 흐름으로 구성하고자 했고, 더 직접적으로는 일종의 새로운 삼부작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부터 이런 구성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Cruise Control’에서는 이 시리즈의 제작자로서 톰 크루즈가 어떤 역할과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를 소개한다. 감독인 맥쿼리와 이전 3편의 감독이었던 J.J.에이브람스 등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톰 크루즈는 이 시리즈에 있어서 배우이면서 제작도 맡은 수준이 아니라, 제작자로서 주연도 맡고 있다고 동료들이 말할 정도로 제작자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Heroes…’에서는 전작부터 더 도드라지고 의도적으로 연출 되고 있는 에단 헌트와 동료들, 즉 팀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캐릭터들이 팀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겪는 요소들을 다시 비중 있게 다루는 동시에, 벤지와 브랜트, 루터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일사까지 각 캐릭터들이 갖는 매력과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를 더 이끌어 내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 시리즈 만의 시그니쳐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스턴트가 중심이 된 액션 시퀀스가 이번에도 역시 눈길을 끌었는데, 대형 수송기에 매달리는 첫 번째 액션 시퀀스 촬영에 대한 뒷이야기를 ‘Cruising Altitude’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짧지 않은 촬영 뒷이야기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위험한 촬영을 한 두 번도 아닌 무려 8회나 진행했다는 것이다.





‘Mission: Immersible’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스턴트 액션 시퀀스였던 수중 촬영에 대한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도 딱 하나 놀라운 점만 이야기하자면 이 수중 촬영을 위해 실제로 숨을 참는 특수 훈련을 받은 톰 크루즈는 무려 6분이 넘게 숨을 참는 것까지 가능했다는 점이다.





‘Sand Theft Auto’에서는 영화 속 추격 전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고, ‘The Missions Continue’를 통해서는 벌써 5번째 작품을 맞게 된 이 시리즈가 왜 특별한 지에 대해 배우와 스텝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 된 ‘…and Rogues’에서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악당들에 대해 소개한다. 알렉 볼드윈이 연기한 CIA 국장 캐릭터와 션 해리스가 연기한 솔로몬 레인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Top Crews’에서는 이번 영화는 물론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스텝들에 대한 소개와 인터뷰가 수록되었고, ‘Travel Agents’에서는 매 작품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를 로케이션으로 촬영하는 작품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주요 촬영지가 되었던 오스트리아 빈이나 모로코 같은 이국적 도시들의 촬영에 대해 소개한다.





'Operation Turandot’에서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 투란도트 시퀀스에 대한 소개와 촬영 뒷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고, 'Practically Impossible’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스턴트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Stunt’에서는 영화 속 스턴트에 대한 부가 영상이 총 다섯 가지 시퀀스 별로 수록되었는데, 오페라 시퀀스에 대한 내용과 (A Fight at the Opera) 런던의 작은 골목길들을 달리며 벌어지는 액션에 대한 내용 (Run-don)’외에 초반 수송기 장면 (Cruising Altitude)과 수중 액션 장면 (Mission: Immersible)그리고 추격전 에 관한 3가지 부가영상 (Sand Theft Auto)은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내용과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Cut’에서는 영화의 편집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으며, 'Variations on a Theme’에서는 그 유명한 랄로 쉬프린의 미션 임파서블 테마 음악을 비롯해 영화 음악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총평]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톰 크루즈가 함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오리지널 스파이 영화로서의 매력을 한층 끌어 올리는 것에 집중하여, 에던 헌트를 비롯한 팀과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아직도 유효한 미션 임파서블의 새 작품이었다. 그로 인해 살짝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큰 한 방이 부족한 감도 없지 않지만, 전작인 ‘고스트 프로토콜'부터 시작 된 새로운 IMF의 성숙과 깊어진 팀웍을 발견할 수 있어 앞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또 한 번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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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Carol, 2015)

아름답고 확고한 사랑의 이름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출처 : 다음영화)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 '파 프롬 헤븐 (Far From Heaven, 2002)' 등을 연출했던 토드 헤인즈의 신작 '캐롤 (Carol, 2015)'은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위태롭기까지 한 불안함 가운데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여성과 여성이 서로 사랑하는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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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을 이야기하면서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동성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가운데는 단순히 이성간의 사랑을 동성간의 것으로 대치한 경우가 있는 한 편, 반드시 동성간의 사랑이어야만 가능한 이야기가 있는데 '캐롤'은 후자의 경우다. 즉, 극 중 캐롤과 테레즈 중 누가 이성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남성의 역할을 하는가 하는 질문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화제가 된 이동진 평론가의 보편적 사랑 즉, 사랑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대상이 그저 여성이었을 뿐이다 라는 의견 역시 이 영화에는 적절하지 않은 해설이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 가운데는 실제로 주인공이 동성이라서 사랑을 하게 된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도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부정하려 함에도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일종의 성별과 무관한 존재로서의 사랑의 측면에서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토드 헤인즈의 '캐롤'은 그 어떤 동성애를 다룬 영화 보다도 더 확고한 신념에 찬 영화였다. 테레즈와 캐롤은 자신들이 동성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은 단순히 이성과의 사랑이냐 동성과의 사랑이냐 가운데 50대 50의 선택이 아니라 확고한 100%의 사랑임을 (동성애임을) 또한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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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여성과 여성이 사랑하는 관계 안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서로에게 전하는 미묘한 손길과 시선 그리고 그 미묘한 행동들을 행하기 전까지의 세심한 갈등과 떨림 등은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를 통해 극도로 섬세하게 묘사된다. 현재 상영 중인 허우 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과 마찬가지로 '캐롤' 역시 겉으로는 밋밋하고 큰 클라이맥스 없이 진행되는 듯 한 로맨스이지만, 사실은 내면에서 아주 섬세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교류하는 과정을 역시 아주 섬세하게 연출하고 있는 영화다. 테레즈와 캐롤, 특히 테레즈의 모습을 얼핏 보면 캐롤을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불안함을 겪는 것 처럼 보이는데, 그녀가 캐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실제로 행동하고 대화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얼마나 확고한 신념에 차 있는 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캐롤'은 동성애를 금기시 하는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느낀 동성애에 대해 혼란을 겪고 불안함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테레즈와 캐롤이 그런 외적인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에 대해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고 아주 격렬하게 사랑하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 즉,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편이지만 내면의 감정에 있어서는 오히려 확고하고 강렬한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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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로맨스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감동 받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나올 정도로..) 오히려 휴먼 드라마나 액션, 스릴러 장르에 비해 사랑을 다룬 로맨스 영화가 눈물 흘릴 정도의 감동을 일으키는 것은 더 어렵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캐롤'의 어떤 장면에서 갑작스럽게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캐롤이 남편과의 결혼관계에 대해 정리하기 위해 각자의 변호사를 대동하고 자리를 갖게 된 장면이 그 장면이었는데, 이 글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바로 그 '확고한 신념'이 아주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이 장면은 놀랍도록 강렬하고 감정이 요동칠 수 밖에는 없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테레즈를 만나면서 자신과 자신이 느낀 사랑에 대해 모든 것을 다하지는 못했던 캐롤이, 사랑에 대해 완전히 솔직해 지는 동시에 자신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 건강한 선택을 하게 되는 이 장면이야말로 토드 헤인즈가 '캐롤'을 통해 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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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캐롤'은 어쩔 수 없이 저항하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저항하는 영화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영화다. 세상의 잘못된 시선과 잘못된 다수의 의견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거나 불안해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어'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담은.



1. Carter Burwell이 맡은 영화 음악도 예술이에요. 그가 만든 코엔 형제 영화의 음악들도 좋아했었는데 이번 OST도 정말 예술!

2. 올해의 캐스팅이라는 상이 있다면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를 꼽고 싶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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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 (刺客聶隱娘 The Assassin, 2015)

내면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의 파도



코엔 형제가 포크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한 음악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처럼, 허우 샤오시엔이 무협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영화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자객 섭은낭 (刺客聶隱娘 The Assassin, 2015)'은 액션 중심의 무협 영화가 아닌 정서적으로 완벽한 무협 영화다.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암살자로 길러 진 섭은낭 (서기)은 더이상 배울 것이 없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자 스승으로부터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정혼자였던 전계안 (장첸)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은낭은 자객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췄지만 정반대로 누군가를 암살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회의를 갖는다. 허우 샤오시엔은 이 같이 자객으로서의 임무와 한 사람으로서의 양심 혹은 가치관 사이에서 흔들리는 섭은낭의 심리를 정제되고 고요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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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은 기존 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액션 위주의 액션 영화들과는 물론, 전체적인 영화 서술 방식에 있어서도 조금은 다른 영화다. 서사는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는 단편적인 장면들과 이미지를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그 서사의 중심 역시 이야기보다는 은낭의 심리에 근거한다. 실제 촬영 시에도 배우들이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거리를 두고 촬영을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 역시 샅샅이 파헤치거나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방식을 택한다. 그렇다보니 조금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만 집중한다면 겉으로 모두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의 감정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자객 섭은낭'은 무협 영화이지만 그 어떤 드라마 장르 보다도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인물들의 표정, 이를 만들어 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을 단숨에 몰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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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의 풍광과 전계안이 머물고 있는 곳 내부의 화려한 이미지 등은 앞서 이야기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겹쳐져 더 아름다운 미장센을 완성해 낸다. 반투명한 천과 천 사이로 보일 듯 말듯 존재하는 섭은낭의 모습은 자객으로서의 임무와 자신의 가치관 사이에서 내적으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은낭의 상태를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완벽하게 그려낸다. 내면의 소용돌이 치는 파도를 표현해 내는 방식에 있어서 허우 샤오시엔은 내적으로 폭발하는 이미지를 외부로 표현함에 있어서 더 정적으로 그려내는 방식을 택한다. 그래서 얼핏 보면 섭은낭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파도가 휩쓸고 간 여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에 신라도 길을 떠나는 섭은낭의 뒷모습에서는 이런 심리를 대변하는 대사도 그 어떤 표정도 없지만, 그 내면의 파도가 잦아들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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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에 집중하다보면 어느 샌가 모든 장면에서 어딘가 섭은낭이 숨어 있지 않을까 찾게 되더군요 ㅎ

2. 소용돌이라는 제목을 쓰고나서 혹시나해서 찾아보니, 이전 이병헌, 전도연 주연의 '협녀, 칼의 기억'에 대해 내면의 소용돌이는 표현 못한 반쪽자리 무협영화라는 제목을 썼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객 섭은낭'은 완벽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3.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GV에서 감독님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는데, (아마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속편이 나올 수도 있겠더군요 ㅎ 츠마부키 사토시가 연기한 인물과 은낭이 신라를 거쳐 일본으로 떠나는 여정을 다룬.

4. 마지막은 씨네큐브에서 있었던 GV사진 몇 장.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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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 (The Big Short, 2016)

안일한 자본주의에 대한 친절한 설명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표되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 된 세계 금융 위기의 원인과 과정을 다룬 아담 맥케이의 '빅쇼트 (The Big Short, 2016)'는, 이 금융 위기의 전조를 미리 발견하고 오히려 거대한 수익을 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만 봐도 그렇고 실제로도 이 영화는 홍보 방식에 있어서 '금융 위기의 가운데 월가를 물먹이고 초대박을 터뜨린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와는 전혀 다른 정서다. 즉, 천재적인 인물들이 이 금융 위기의 전조를 미리 발견하고 이를 통해 대박을 터뜨리는 과정을 통해 통쾌함과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 내용이 아니라, 아주 객관적으로 이 사태가 왜 벌어졌고 어떻게 최악으로 말미암았는지를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빌어 설명하는 내용에 가깝다. 영화는 아주 발랄하고 리드미컬하며 오락적인 구성으로 이뤄져 있지만, 그 내용은 정말로 끔찍하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세상이 망할 것만 같았던 정도의 세계 금융위기라는 현상을 아담 맥케이는 최대한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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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다 보고 난 첫 번째 느낌은 '왜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않았지?'였는데,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세계 금융위기에 대해 원인과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려다보니 내용은 자연스럽게 전문적 경제용어들이 난무하는, 일반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내용이 될 수 밖에는 없었다. 아마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면 더 심화 된 내용과 메시지가 강한 영화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한 편으론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도, 무엇보다 제대로 이해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이미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 '머니볼'을 쓰기도 했던 원작자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원작은 전문적인 경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대중적으로도 성공했었는데, 아담 맥케이의 영화 '빅쇼트'는 여기에 한 번 더 친절한 필터링을 거친 설명서라고 보면 되겠다. 즉, 영화 '빅쇼트'는 아주 명백한 제작 의도가 담긴 작품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기로 몰고 간 금융위기가 왜 벌어졌고, 어떤 과정으로 최악으로 치닫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어떻게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도 모른채 집과 직장을 잃어야만 했던 평범한 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목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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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영화가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극영화라는 장르의 선택이었을테고, 두 번째는 크리스찬 베일, 브래드 피트,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배우들의 캐스팅이었으며, 세 번째는 친절한 설명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크리스찬 베일이나 브래드 피트 같은 배우들의 이름에 낚여서 갑자기 의도하지 않았던 경제 공부를 하게 된 관객들도 많겠지만, 어쩌면 이 낚시 아닌 낚시는 영화의 의도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조연급의 유명한 배우들 외에도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같은 셀러브리티들은 물론 세계적 셰프인 안소니 브루댕이나 경제 학자 리차드 탈러 박사 같은 이들이 등장하여 스크린에서 관객을 똑바로 보면서 알기 쉽게 소개하는 방식은, 다시 한 번 이 영화가 어떤 목적성을 갖고 있는 지를 알게 한다. 또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자레드 베넷 캐릭터는 스크린 밖의 관객을 인지하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설명 방식은 실제로 상당히 유효했다. 나 역시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CDO, CDS 등 전문 적인 경제 용어들과 내용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영화는 아주 낮은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설명하고 있어서 적어도 단순화 하여 이 문제를 파악하는 것에는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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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이토록 설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문구들은 이 2시간 넘는 일종의 공부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는데, 이 문제로 처벌 받는 금융인은 단 한 명 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이 엄청난 규모의 사태를 일으켰던 일종의 금융 상품이 이름만 바뀌어서 다시 2015년에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 안일하고 멍청한 자본 주의 사회에서는 모르는 것은 약이 아니다. 아는 것이 힘이기 이전에 생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걸 영화는 전하고자 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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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 (Kumiko, the Treasure Hunter, 2014)

이 쓸쓸하고 행복한 모험



인구 3,500만명이 살아가는 대도시 도쿄.. 29살의 쿠미코는 누구보다 절박한 외로움을 느낀다. 장래가 없는 회사 생활과 모욕을 주는 상사, 자신보다 더 뛰어나고 매력적인 후배들, 그리고 결혼을 재촉하며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쿠미코는 동굴 속에서 영화 비디오 테이프 하나를 발견한다. <파고>라는 미국 영화에서 어떤 남자가 눈밭에 돈가방을 묻는 것을 보고 그녀는 그 보물이 실재한다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결국 회사 법인 카드를 훔친 쿠미코는 직접 만든 보물 지도를 들고 얼음 덮인 미네소타를 가로질러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한 장대하고 예측 불가능한 여정을 시작한다. (출처 : 다음영화)


2001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고니시 다카코는 여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는 잔혹한 현실과 이를 돌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환상이라는 영화적 기법으로 응원하며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크게 완전한 스토리텔러의 역할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서술하는 방식이 있고, 다르게는 영화가 관객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돕거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영화가 있는데, 이 작품은 후자에 경우다. 이런 방식은 이야기에 오히려 더 쉽게 빠져들게 되는 효과가 있는데, 이 영화 역시 쿠미코가 처한 현실과 그녀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하는 모험을 지켜보면서, 이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쿠미코라는 여성을 조금은 가여운 심정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행복을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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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독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반해 쿠미코가 처한 현실은 한 편으론 가벼운 편일지도 모르겠다. 생사가 걸려 있는 현실에 턱 막힌 인물들에 비하자면 가벼운 문제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반대로 하자면 돈을 벌고 회사를 다니고 특별할 것 없이 살아가는 현대의 보통 사람들의 현실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쿠미코처럼 그저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과 조여오는 타인들과의 관계와 부담이 곧 벗어나고픈 현실이라는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쿠미코의 모험담은 황당할 정도로 말이 되지 않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그저 '세상에 이런 일이'같은 TV프로그램에나 스쳐 등장할 법한 이야기지만, 코엔 형제의 영화 '파고 (Fargo)' 속 이야기를 믿고 인생의 모든 것을 거는 여정을 떠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무언가 말로 다 하기 어려운 쓸쓸함과 동질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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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쿠미코의 여정을 내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영화의 시선과 그 결말의 선택은 쓸쓸함과 동시에 조금은 행복함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행복해진 쿠미코의 뒷 모습에서 느껴진 묘한 안도감과 평화로움은, 작지만 오래 여운으로 남게 될 듯 하다.



1.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여 실제 이야기를 좀 찾아봤더니, 고니시 다카코라는 여성이 2001년 11월 경 미네소타 주에서 여행을 하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을 한 사건이 있었네요. 영화 속 내용 처럼 '파고'의 돈가방을 찾아 왔다는 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조사결과는 '파고'와는 무관한 사건이었다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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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타카의 레드필]

감상과 비평보다 설명과 정리가 더 중요한 시대



영화 비평의 시대가 죽다시피 한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비평이 주를 이루던 영화 잡지나 매체들은 거의 다 사라졌고, 영화 평론은 그 존재 의미에 대해 토론할 때만 가끔씩 등장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주류에서 아주 아주 멀어졌다는 것뿐. 영화 평론가 중심의 비평이 주를 이루던 시대 이후에 등장한 것은 개인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한 감상평 혹은 리뷰 중심의 시장이었다. 여러 영화 커뮤니티와 카페를 중심으로 다양한 감상평과 리뷰 들이 한 때 관심도 받고 그 숫자도 상당했던 시기가 바로 몇 해 전까지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는데 이는 감상평과 리뷰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 중심의 플랫폼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으로의 주류 이동으로 인한 외부적인 요인도 적지 않았다. 


단문, 아니 짧은 이미지와 영상 위주의 플랫폼이 대세를 이루게 되면서 영화 관련 콘텐츠 역시 이에 맞게 변화했다. 아무래도 이 영상과 이미지 중심의 플랫폼 기반에서는 긴 호흡으로 어떠한 비평이나 감상을 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의 현실은 긴 호흡의 글을 소화할 흥미도 시간도 없는 듯했다. 그렇다 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성장한 콘텐츠가 바로 영화를 설명하고 알기 쉽게 정리한 콘텐츠들이다. 


사실 이런 설명과 소개, 정리 중심의 콘텐츠는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는데, 그 대상의 범위가 거의 전방위 적으로 확대되었다는 것과 시장의 수요가 더 늘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이전에 있었던 이런 류의 콘텐츠들은 명확한 지향점이 있었다. 주로 어떤 영화의 팬들이라거나 장르의 팬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가 많았다. 이를 테면 007 시리즈 전체를 훑어가며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개봉 이후 흥행과 관련된 이야기까지, 007 영화의 팬이라면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였고, 콘텐츠의 질도 상당했다. 007 시리즈를 예로 들었던 것처럼 이런 종류의 콘텐츠들은 주로 역사가 오래되었거나 혹은 우여곡절이 많았다거나 하는 영화 혹은 인물을 중심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설명, 정리 중심의 콘텐츠들은 지향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콘텐츠의 소비자층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일 텐데, 영화를 감상하고자 하는 관객들보다는 지식의 측면에서 알고자 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편이다. 즉, 단순하게 말하자면 회식 자리에서 혹은 친구들과의 대화 과정 속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이슈 요소 정도로 소비되는 경향이 매주 짙어졌다. 예를 들자면 '어제 뭐 봤어?'라며 TV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프로를 보지 않았으면 다음 날 대화에 끼기 어려운 것처럼, 인기가 있거나 화제가 되는 영화를 보지 않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면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음으로 요약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두 시간 남짓의 영화를 단 몇 장의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콘텐츠들이 매우 인기가 많다. 이런 설명 콘텐츠들이 절대 일방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무언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은 좀 든다. 영화가 재미있었는지 없었는지 하는 것보다 줄거리나 해설된 내용을 내가 말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거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실 관계의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배우다시피 하는 것에 더 흥미와 관심이 몰리는 것은 아무래도 본질과는 조금 멀어진 느낌이다. 


예를 들어 최근 개봉한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같은 경우, 레이가 누구의 딸인지 카일로 렌과 핀의 광선검 듀얼 설정이 합당한 것인지 아닌지 등은 물론 흥미롭고 재미있는 얘기 거리이기는 하지만, 스타워즈라는 한 편의 영화가 어떠한 점이 재미있었는지 어떤 점은 별로였는지,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떠한 것들을 느꼈는지 하는 것보다 더 먼저 이야기되거나 혹은 이런 것들은 아예 이야기되지 조차 못하는 것은 조금 문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적지 않은 많은 관객들이 보았지만, 각자의 스타워즈가 탄생되었다기보다는 정리된 몇 가지의 스타워즈만이 남게 된 듯하다. 예전엔 어떤 영화가 개봉하면 재미있는가 없는가가 주로 논의되었는데, 최근에는 그보다 영화 속 사실이나 어떤 설정 등이 맞느냐 틀리느냐에 대한 논의가 더 관심거리인 듯하다. 그렇다 보니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어떠한 담론이나 감상이 남게 되는 것보다는 어떤 사실 혹은 지식 만이 남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다수의 관객들 역시 영화를 느끼기보다는 '알았다'는 것에 더 만족하게 되는 것 같고.


틀린 것이 아닐 경우 다양성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영화라는 매체의 경우도 그렇다. 비평 만이 고귀한 것이고 감상이나 리뷰는 하찮은 것은 물론 아닐 것이며, 영화 한 편을 두고 정리하고 설명하는 것 역시 잘못 소비하는 과정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본질이 위축되고 심화되면 결국 성격 자체가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특히 영화 같은 예술 혹은 상업예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미 잘 보고 잘못 보고의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영화 매체에서 모두가 '내가 맞게 보았나'에 대한 강박이나 설명 만으로 배부른 소화 경향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다. 설령 감독의 의도와 정반대로 보았거나 내용을 잘못 이해해서 전혀 다른 영화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편이 더 영화를 의미 있게 소화한 경우가 아닐까. 천만 관객이 보았다면 천만 개의 각기 다른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 영화나 음악 같은 예술 만의 장점일 텐데, 모두가 같은 방식과 같은 내용을 보기를 스스로 원하는 현실은 조금 씁쓸하다.



[아쉬타카의 레드필]

네오가 빨간 약을 선택했듯이, 영화 속 이야기에 비춰진 진짜 현실을 직시해보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






나만이 없는 거리 (僕だけがいない街)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테리 루프물



아르슬란 전기 1기 이후 새로운 애니메이션으로 무엇을 선택할까 찾아보던 중 우연히 보게 된 '나만이 없는 거리 (僕だけがいない街)'는 일단 성공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올레티비를 통해 매주 화요일마다 업데이트가 되는데, 2화 '손바닥(掌)'까지 감상한 결과 일반적인 타임슬립 물과는 조금 달리 29살의 성인 남자인 후지누마 사토루가 18년 전 초등학생 시절로 갑자기 돌아가게 되면서 어른의 세계와 아이의 세계가 겹쳐지는 묘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극 중에서 '리바이벌'이라고 표현되는 타임슬립은 어떠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이 사고의 징조나 원인이 되는 시점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무려 18년의 세월을 거슬러가게 되면서 과연 이 시기에 어떤 인물과 일들이 현재의 사건(스포일러가 될까봐)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를 풀어가게 될 듯 하다 (이제 2화라).


참고로 1화를 보고나서 앞으로 계속 봐야겠다 결정을 했는데, 2화를 보기 전에 잠시 다녀 온 일본에서 우연히 원작 만화책도 발견했다. 그래서 나중에 알아보니 국내에도 소미미디어를 통해 만화책도 5편까지 발매가 된 상태다.



일본 서점에서 발견한 코믹스


작화나 스타일 모두 취향이라 일단 끝까지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코믹스의 경향대로 이 작품 역시 실사 영화로도 곧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실사 영화로도 개봉 예정!



아직 2화까지 밖에 나오지 않은 터라 완성도나 만족도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크게 엇나가지만 않는다면) 애니메이션에 이어 실사영화도 그리고 코믹스도 다 찾아보게 될 듯. 앞으로 매주 화요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자 (The Revenant, 2015)

생존, 그 자체의 대한 경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신작 '레버넌트 (망령, The Revenant, 2015)'는 생존에 관한 경외심을 한껏 담아낸 영화다. 네러티브 상으로 보았을 때 주인공 휴 글래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가족을 잃고 살인자를 쫓게 되는 과정은 복수극으로 볼 수 있지만, '레버넌트'는 복수극이라기 보다는 생존이라는 의미, 즉 환경과 인간 누구도 100%를 의도할 수 없는 그 자체의 상황과 극복에 대한 긴 여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아니, 한 번 죽음에 닿았던 것이나 다름 없는 글래스는 생존이라는 대 서사의 앞에 놓인게 되고, 영화는 바로 그 과정을 최대한 가까이서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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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휴 글래스는 곰과의 사투로 사경을 해매기 이전 부터 이미 생존이라는 싸움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모피 사업을 하기 위해 원주민과 거래하거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다른 백인들과도, 그리고 원주민과도 다른 조금은 특별한 존재다. 원주민과 정을 나누어 아들인 호크와 함께 하게 된 글래스 부자는 원주민의 무리에도 그렇다고 백인들 무리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경계에 놓인 존재다. 이것이 글래스가 이미 영화의 시작 전 시점부터 생존이라는 고독한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어느 한 편에 서지 못하고 (한 편에 서지 못한 이유 또한 일종의 물리적 생존을 위한 처신이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견뎌왔던 글래스는 곰에게 습격을 받는 사고와 그 이후 벌어진 일들로 인해 실제적인 생존의 경계에 놓이게 되면서 견디는 것 이상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죽다 살아난 글래스의 앞에 펼쳐지는 한겨울 매서운 산과 대지라는 자연은, 그의 생존을 돕기도 또 더 힘들게도 한다.


이 생존의 과정 속에 만나게 되는 자연의 범주에는 동물과 원주민, 인간들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를 단순한 복수극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글래스가 기여코 살아 남게 된 과정 속에는 단순히 아들을 죽인자를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의 에너지가 아니라 (오히려 복수극으로 본다면 이 복수심은 미약하게 그려지는 수준이다), 복합적인 생존이라는 싸움과 생존해야만 한다는 한 인간의 의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 거대한 자연과 순리의 현상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냐리투는 생존이라는 것이 어떠한 인간의 노력과 의지 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들까지 작용하는 더 경외로운 개념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허무함이나 무력함이 아니라 경외로움으로서의 생존. 그것이 이냐리투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이 시대와 계절 속으로 카메라를 가져갔던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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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 외적인 측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엠마누엘 누베즈키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영상이었다. 이미 전작 '버드맨'을 통해 이냐리투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엠마누엘 누베즈키 촬영 감독은 이번 '레버넌트'를 통해 경지에 이른 촬영을 선보인다. '버드맨'을 통해서도 인물의 심리에 맞춰 아주 가깝게 바로 뒤에서 쫓는 시점으로부터 시작되어 마치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듯한 카메라워크를 보여주었었는데, 이번 '레버넌트'에서는 이보다 더 진일보한 경지의 압도적인 촬영을 보여준다. 최대한 컷을 끊지 않고 긴 호흡으로 인물이 처해있는 상황과 눈 앞에 펼쳐진 현장의 거리와 분위기를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대자연의 풍광에서 경외로움을 덜어내지 않고 담아내는 기술은 가히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이냐리투의 연출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도 모두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엠마누엘 누베즈키의 촬영이다.



1. 레오의 팬으로서 이제 더이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캐릭터는 최소한 한동안은 그만 했으면 ㅠ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캐릭터로 좀 환기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


2. 또 한 번 디카프리오 얘기. 아무래도 그의 연기는 아카데미 수상을 안 떠올릴 수가 없게 만드는데, 그래서 더 안쓰럽달까. 워낙 영화 속에서 고생 고생 상고생을 하다보니 마치 그런 글래스의 모습에서 아카데미를 향한 레오의 고생 고생 상고생이 연상되기도 해서 흑;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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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 (The Hateful Eight, 2015)

타란티노의 첫 번째 오리지널 서부 영화



레드 락 타운으로 ‘죄수’를 이송해가던 ‘교수형 집행인’은 설원 속에서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 ‘보안관’과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거센 눈보라를 피해 산장으로 들어선 4명은 그곳에 먼저 와있던 또 다른 4명, ‘연합군 장교’, ‘이방인’, ‘리틀맨’, ‘카우보이’를 만나게 된다.  큰 현상금이 걸린 ‘죄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에게 ‘교수형 집행인’은 경고를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참혹한 독살 사건이 일어난다. 각자 숨겨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서로를 향한 불신이 커져만 가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증오의 밤은 점점 깊어지는데...  (출처 : 다음영화)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영화 '헤이트풀8 (The Hateful Eight, 2015)'은 그의 장기가 집대성 된 영화다 (아, 그 전에 헤이트풀팔 이라는 국내 제목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냥 증오의 8인 정도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관련 글 링크). 또 한 번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수다는 재료가 아니라 핵심이며, 장르 영화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노는 것도 여전하다. 타란티노는 이미 전작들을 통햇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장르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를 빌어 다양한 진화된 결과물을 보여주었었는데, 이번 '증오의 8인'이 전작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바로 오리지널리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헤이트풀 8'은 어떤 영화에 대한 오마주이거나 오마주를 활용해 더 흥미로운 작품을 만든 경우가 아니라, 명백한 장르 영화로서 첫 번째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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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롤이나 엔딩 크래딧 등만 보아도 이전 그의 작품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된 적이 있으나, 전작들에서는 말그대로 명확한 컨셉에 따른 선택이었다면 이번 경우는 어떠한 의도를 갖기 이전에, 그냥 진짜 서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런 성향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이번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이미 가장 많이 화제가 되기도 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어? 예전에도 타란티노의 영화에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은 많이 나오지 않았나?'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어쩌면 모리꼬네의 열렬한 팬이었던 타란티노의 선택으로 인한 일종의 삽입곡인 경우였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곡들 외에도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그가 선택하는 유명한 넘버들로 인해 사운드 트랙 측면에서도 매번 끝내주는 앨범을 선사하곤 했는데, 전작들의 사운드트랙이 컴필레이션 앨범에 가깝다면 이번 '헤이트풀 8'의 사운드 트랙은 오리지널 정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이 영화 만을 위해 새롭게 만든 스코어들은 앞서 언급한 첫 번째 오리지널 영화로서의 의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타란티노는 모리꼬네의 새로운 곡을 받고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 흥분이 스크린 밖까지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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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에 가까운 168분의 러닝 타임이지만 영화는 아주 한정된 공간만을 무대로 한다. 잡화상 건물 안에 각기 다른 이유로 오게 된 인물들을 가둬두고 챕터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한정된 공간이라는 제약을 가장 큰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인물들이라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무기는 대화가 된다. 타란티노에게 대화 시퀀스란, 아니 수다란 가장 매력적인 도구이자 자신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도구가 아니던가. 타란티노는 이 수다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 장인답게 오로지 수다 만을 통해 각 인물들의 성격을 부여하는 동시에, 묘한 긴장감과 이야기의 복선과 반전 등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고나면 서부 영화를 봤다는 느낌과 함께 한 편의 설화를 전해 들은 듯한 느낌이 남는다. 즉, 캐릭터가 빛나는 캐릭터 영화이기도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중심에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영화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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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은 제목의 요상함 보다도 그 화면비에 대한 이야기가 더 화제가 되었는데, 다행히 스타리움 관을 통해 최대한 감독의 의도에 가까운 화면비로 감상할 수 있었다. 타란티노는 오리지널 서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조금은 집착에 가깝게 고전적인 화면비율을 고집했는데, 일반적인 2.35:1 화면비가 아닌 울트라 파나비전 70렌즈와 70mm 필름 촬영을 통해 무려 2.76:1의 극단적인 화면비로 이 영화를 완성하였다. 요즘 관객들은 위아래로 가득 찬 화면비를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좌우로 길게 뻗은 시네마스코프 화면 만이 만들어 내는 영상미는 분명 존재하고, 또 압도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작품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타란티노는 와이오밍의 설원을 배경으로 인물들이 작게 언덕 넘어 등장하는 이 장면 하나 만을 위해서라도 아마 이 화면비를 고집했을 감독이다. 바꿔 말하면 이 장면은 최근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화면비를 선택한 것치고는 풍광을 담은 로케이션 장면이 그리 많지는 않은 편인데, 하지만 잡화점 내에서도 이 화면비는 감독의 의도를 구현하는 데에 탁월한 영상을 선사한다. 타란티노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주로 인물들 간의 대화와 구도로 이뤄지는 영화의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 될 수 있도록 이 화면비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1.85:1의 비스타비전 화면비에서는 다 표현되지 못하는 인물 간의 거리와 그 거리를 이용한 신선한 구도들은, 8명의 인물들이 이야기의 전개 과정 속에서 계속 구도가 달라지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 아주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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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데이지 도머그 역할을 맡은 제니퍼 제이슨 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타란티노의 영화 속에서 더욱 빛나는 여러 배우들 가운데서도 (마이클 매드슨, 커트 러셀, 팀 로스 등) 단연 돋보였던 제니퍼 제이슨 리는 이 작품의 상징과도 같다. 뭐라고 한 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이 도머그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이고 심지어 사랑스럽게까지 만든 그녀의 연기는 진정 올해의 캐릭터로 꼽힐 만하다. 아마도 타란티노 만이 창조할 수 있었을 이 캐릭터를 구현해 낸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헤이트풀 8'은 지루하지 않다 (그녀는 심지어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도 한다). 국내에서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미국에서는 도머그 성대모사도 나오지 않을까? ㅋ



1. 응답하라 시리즈의 라면처럼, 영화 속 스튜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아, 그리고 이제 어디가면 커피는 좀 가려 마셔야겠어요.

2. 벌써 블루레이 국내 발매 소식이 전해졌는데, 무조건 구매입니다.

3. 사운드트랙도 구입했는데 오히려 타란티노의 전작 OST에 매력을 느낀 분들이라면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어요. 본문에 쓴 것처럼 전작들은 삽입곡 위주의 컴필레이션 같은 구성이었다면, 이번엔 스코어의 성격이 더 강하거든요.

4. 아래는 이전에 썼던 타란티노의 최근 작 글들


* [블루레이] 장고 : 분노의 추적자 _ 울분을 토해내는 타란티노식 서부극

* 바스터즈 _ 타란티노가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걸작

* 바스터즈 _ 블루레이 서플먼트 다시보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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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없을 영원 불멸의 존재 데이빗 보위 (David Bowie)를 보내며


데이빗 보위가 현지 시간으로 1월 10일, 18개월 간의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최근 그의 28번째 정규 앨범인 'Blackstar'를 발매했다는 소식을 듣고 뮤직비디오도 보았었던터라 그의 죽음은 갑작스럽기만 했다. 아..영원히 살 것만 같던 그가 죽음을 맞이 하다니. 아마도 믿겨지지 않는 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터.


많은 뮤지션과 배우들이 자신 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팬들에게 깊게 각인되기는 하지만, 단언컨데 데이빗 보위는 그 가운데서도 유일무이한 대체할 이가 없는 유니크한 존재였다. 그는 무엇보다 록스타라는 이미지가 가장 어울렸던 뮤지션인 동시에 '데이빗 보위'라는 이름이 마치 한 사람의 이름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어떤 '존재'의 이름 혹은 의미로 기억되는 이였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듣고나니 더 선명해진 것은, 그는 단 한 번도 인간으로서의 젊음을, 뮤지션으로서의 품위를, 신비함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69세의 나이에 암으로 죽음을 맞게 되었지만 그의 죽음은 마치 짐 모리슨이나 존 레논, 지미 헨드릭스처럼 젊은 시절 요절한 록스타를 떠올리게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바로 몇 달 전에도 새 정규 앨범을 냈을 정도로 꾸준하게 활동을 해왔는데도 말이다. 단순히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외모 때문이 아니라 데이빗 보위라는 존재에게는 보통 사람들의 시간이나 중력이 적용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냥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데이빗 보위를 떠올릴 때 단 한 번도 '이제 늙었구나'라거나 '언젠간 세상을 떠나겠지..'라는 생각조차 해보질 않았던 것처럼, 그는 정말 특별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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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가. 한참 음악을 많이 듣기 시작하던 20대 초반에도 그는 특별한 존재였다. 분명 더 많은 곡들을 좋아한 건 마이클 잭슨이나 존 레논이었지만, 데이빗 보위는 그들 과도 다른 매력이 있었다. 우연히 듣게 된 'ziggy stardust' 앨범으로 시작 된 그에 대한 관심은 글램록 시대를 거쳐, 비교적 근래에 발매한 앨범들에 이르기까지 한 장 한 장 골라 들을 때 마다 전혀 다른 음악들로 더 빠져들게 했고, 어린 시절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라비린스'는 물론 역시 비교적 최근작이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프레스티지'에서 연기했던 테슬라 역할까지. 그는 매번 다른 이미지와 느낌의 역할과 음악을 선보였지만, 놀랍게도 그 모든 앨범과 영화에는 공통적으로 신비스럽고 미스테리한 그 만의 매력이 가득 했었다. 단순히 그가 화성과 우주를 노래해서 만이 아니라, 그는 정말로 외계에서 온 존재 같았다. 그러한 컨셉을 연기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정말 그런 존재인 것 같았다.


그는 내개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자 막연히 닮고 싶었던 존재 그리고 언젠가 더 깊게 완전히 알아내고자 했던 존재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홀연히 자신의 별로 돌아가 버렸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과 연기를 남기고 돌아가버린. 우주적인 존재 데이빗 보위를 기리며.

Rest In Peace. David Bowie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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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인 타임 (Back in Time, 2015)

백 투 더 퓨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켰나


지난 해 10월 21일 다시 한 번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로버트 저메키스의 '백 투 더 퓨처'의 탄생부터 현재 이 작품이 갖는 의의에 이르기까지 진심으로 이 작품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입장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가 바로 제이슨 아론 감독의 '백 인 타임 (Back in Time, 2015)'이다. 최근 국내에 런칭한 넷플릭스를 둘러 보던 중 발견하게 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백 투 더 퓨처'의 팬들이라면 꼭 한 번 볼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 Netflix . All rights reserved


일단 다른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백 인 타임' 역시 '백 투 더 퓨처'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시 시간 여행 영화라는 것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스튜디오에서 환영을 받지 못했던 일이나, 마이클 J.폭스의 스케쥴로 인해 결국 그를 캐스팅하지 못하고 에릭 스톨츠를 캐스팅하여 5주 동안이나 촬영을 진행했던 일이나,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인 자리에서 마치 '스타워즈'같은 작품에서나 가능할 법한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얻은 일 등 '백 투 더 퓨처'에 관한 흥미로운 제작 뒷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마 이 영화의 열혈 팬들이라면 상당 부분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실제 제작에 참여했던 스텝과 배우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를 유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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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만 담겨 있다면 '백 인 타임'은 조금은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 텐데, 그 보다 더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던 건 바로 '백 투 더 퓨처'의 열혈 팬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를 사랑하고 이로 인해 삶에 깊은 영감을 받게 된 팬들이 이 영화의 영향력 아래에서 어떠한 일들을 만들어 내고 삶을 살아갔는가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는, 반대로 '백 투 더 퓨처'가 얼마나 위대한 영화인가를 다시 한 번 끄덕이게 만든다. 극 중 등장하는 타임 머신인 드로리안을 갖기 위해 혹은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이야기나, 영화 속 호버보드를 실제로 연구하여 만들어 낸 팬들, 그리고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마이클 J.폭스와 함께 이 병의 치료방법 연구를 위해 자원봉사와 여러 사회활동을 해 나가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한 편의 영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는지 알 수 있게 만든다. 즉, '백 인 타임'은 '백 투더 퓨처'의 여러 트리비아를 통해 흥미를 이끌어 내는 것에 그치는 팬무비가 아니라, 이 영화의 팬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사랑하는 영화를 얼마나 위대하게 만들었는지, 반대로 이 영화의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변화시켰는지를 소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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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백 투 더 퓨처'의 팬들이라면 꼭 한 번 봐야 할 작품이라고 한 번 더 말하고 싶다. 이런 다큐영화 감상으로는 드물게 뭉클해 지는 감동도 느낄 수 있었던, 여러모로 흐뭇했던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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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3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감독판



이미 지난 11월 개봉해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로는 상당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이 무려 50분 분량이 추가 된 '디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의 감독판으로 다시 개봉했다. 만약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고민할 것 없이 '디 오리지널'을 선택했을테지만, 이미 2시간 10분 버전의 '내부자들'을 보았고 아주 만족하지는 않았던터라 이 감독판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들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극장을 잘 못 찾아가서 시간이 되는 영화를 고르다보니)결국 이 3시간 분량의 감독판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부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는 지난 글을 참조하고, 이번에는 간단하게만 소감을 추가하고자 한다.




내부자들 _ 뜨거운 연기로 살려낸 암울한 현실 - 리뷰 보기




ⓒ (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 . All rights reserved


1. 추가 된 분량의 대부분은 안상구 (이병헌)와 이강희 (백윤식)에 관한 내용으로 특히 안상구가 어떻게 이강희를 형님으로서 믿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었고, 이강희를 중심으로 한 조국일보의 기획회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일반판을 보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내러티브에 대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 충분한 시간을 부여 받은 감독판에서는 이러한 부족한 점이 확실히 보완된 느낌이었다.


2. 전체적으로 내러티브의 완성도가 높아지다보니 3시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은 물론, 이미 그 가운데 2시간 10분의 내용을 보았음에도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오프닝을 조상구의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한 것이 좋았고, 추가된 장면에 권력자들의 과한 접대 장면이 더 추가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 정도면 이미 충분했기에.


3. '디 오리지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조국일보를 배경으로 편집위원(?) 5인이 참여하는 기획회의 혹은 밀실회의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본편에서 아예 빠져 있던 시퀀스였는데, 그렇다보니 여기에만 등장하는 배우들은 아예 첫 출연이나 다름 없었다. 이 중에는 동룡이 아버지이자 학주 역할을 맡았던 유재명 배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명백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오마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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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리고 메시지가 더 직접적이었다. 이전 리뷰를 하면서 말미에 '과연 우장훈이 강 건너로 가지 않을까?'라고 했었는데, 이번 감독판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이강희의 전화 통화 장면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서 더 직접적으로 암울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객들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이 마지막은 아마 '내부자들'이 가장 말하고자 했던 추악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일 것이다.


5. 감독판에서도 달라지 않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병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끝내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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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신이 산다 (Le tout nouveau testament, The Brand New Testament, 2015)

현재의 사람들을 위해 다시 쓰는 성서



유럽 브뤼셀의 수상한 아파트, 그곳에는 못된 심보의 괴짜 신이 살고 있다. 어엿한 가정까지 꾸리고 있지만 인간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고, 아내와 자식들에겐 소리 지르기 일쑤,‘진상’ 그 자체가 바로 ‘신’이다! 심술궂은 아빠‘신’의 행동에 반발한 사춘기 딸 ‘에아’는 아빠의 컴퓨터를 해킹해 지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죽는 날짜를 문자로 전송하고, 세상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세상을 구원할 방법은 오로지 신약성서를 다시 쓰는 것뿐! 에아는 새로운 신약성서에 담을 6명의 사도를 찾아 나서는데… (출처 : 다음영화)


'제 8요일'과 '미스터 노바디' 등을 연출했던 벨기에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이 연출한 '이웃집에 신이 산다 (Le tout nouveau testament, The Brand New Testament, 2015)'는 '신(God)'이라는 존재를 빌어 현재의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신이라는 절대자의 존재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해 왔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신은 '이웃집에 산다'는 국내 개봉 제목처럼 그저 딸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사람의 남편으로 그려진다. 아, 하지만 아주 괴팍하고 불같은 성격이라는 점이 좀 다르다. 인간들을 사랑해서 창조했다기 보다는 심심해서 괴롭히는 것에 가까운데 이를테면, 줄을 서면 꼭 내가 서지 않은 다른 줄이 먼저 빨리 줄어든다던지, 첫 사랑이 나를 사랑할 확률은 0에 가깝다던지, 잼을 바른 식빵을 떨어트리면 꼭 잼을 바른 면이 바닥에 떨어진다던지 하는 것은 이 신이 만든 법칙으로 이런 인간의 고통과 괴로움을 만드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존재로 등장한다. 신의 딸이 그에게서 탈출해 인간 세상 벨기에 브뤼셀에 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 소녀가 만나게 되는 6명의 사도들은 하나 같이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혹은 장애로 인해 상처 받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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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사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 과정은 마치 각각의 에피소드처럼 혹은 동화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녀의 존재는 우리가 현실에서 보지 못했거나 혹은 외면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영화는 어쩌면 진부할 수 있는 신이라는 절대자의 활용을 이 여섯 사도와의 접점을 통해 흥미롭게 전개한다 (여기서 신이라는 존재의 진부함은 마치 '브루스 올마이티'처럼 전지전능한 능력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경우도 포함한다. 즉, 이 영화는 절대자적 신으로서의 익숙한 이야기는 물론, 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기존의 다른 이야기들과도 한 차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코 반 도마엘의 '이웃집의 신이 산다'를 대단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신이라는 존재와 죽음을 다루면서 일반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그저 흥미위주로만 풀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메시지와 감동을 전하는 것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사도들의 이야기를 웃고 즐기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데, 한 편으로는 지금의 시대와 세상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살고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조금은 극적인 설정과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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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를 이미지와 음악 등으로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이 작품은 몹시 환상적이다. 21세기의 동화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설정과 이야기,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이미지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금은 판타지적인 설정들이 등장하지만 결코 현실과의 거리를 멀리 하지 않아 여기에서 오는 이질감이 없고, 한편으론 익숙한 이야기임에도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스토리텔링에 주목하게 되며 마지막으로 이를 전달하는 영화적 표현력에 있어서도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놓이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매력적이고 재미 요소를 가득 느낄 수 있는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 임에도 자연스럽게 전달해 내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사실 영화를 보는 중간에도 이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고는 있지만 감동까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의 후반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장면, 아니 한 줄의 텍스트에서 눈물이 왈칵 터져버렸다. 그저 동화 같기만 했던 이 영화가 완전하게 내 영화가 되는 순간이었는데, 계속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들려주는 듯 했던 영화는 바로 그 순간 내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눈물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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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나오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요즘 보았던 '마카담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이 영화 역시 여러가지 볼거리도 좋았지만 그 근본에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래서 계속 다음, 다음을 궁금해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보니, 새삼스럽지만 이야기가 주는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기에 마치 미셸 공드리와 타셈 싱을 섞어 놓은 듯한 이미지와 연출 방식은 하나도 뺄 것 없는 내 취향으로, 이 영화를 더 오래 더 자주 꺼내보게 만들 듯 하다. 


1. 극 중 삽입된 'La mer'는 유명한 샹송곡인데 개인적으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엔딩에서 워낙 인상 깊었던 터라 그 이후로 깊게 각인되어 이번 영화에서도 단 번에 알아챘다는! 이번 영화에는 (아마도) 샤를 트르네 버전으로 수록되었는데 그래도 훌리오 이글레아시스 버전이 더 강렬하긴 한듯 ㅎ




2.  블루레이가 꼭 나왔으면 좋겠네요. 블루레이로 꼭 봐야 할 만큼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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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담스토리 (Asphalte, 2015)

우연이 만들어 낸 외로운 이들의 판타지



아무런 정보 없이 저 포스터에 이끌려 보게 된 '마카담스토리 (Asphalte, 2015)'는 오랜 만에 만나는 작지만 따듯하고, 심플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품 같은 영화였다.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싶어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수리비를 내지 않아 엘리베이터 타는 것이 금지된 40대 독신남 스테른코비츠. 밤에만 몰래 외출하던 그는 우연히 나이트 근무를 하는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포토그래퍼 행세를 하고, 그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다시 그녀를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우리 함께 영화 봐요’ 옆 집에 새로 이사온 여자가 궁금한 10대 소년 샬리. 시크한 그녀는 알고보니 왕년의 유명 여배우 ‘잔 메이어’, 라고 하지만 샬리는 그녀를 알 길이 없다. 그 둘은 잔이 출연한 영화를 함께 보기로 한다. 


‘오늘 저녁으로 쿠스쿠스 해줄게’ 낡은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하게 된 나사 소속의 우주 비행사 존 매켄지. 도움을 받기 위해 우연히 방문한 집에는 알제리 출신의 ‘하미다’가 살고 있었다. 불어를 모르는 미국인 우주 비행사와 영어를 모르는 하미다는 함께 쿠스쿠스 저녁을 먹기로 한다.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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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벤쉬트리 감독의 '마카담스토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예상과 달리 이야기 그 자체였다. 우주복을 입은 마이클 피트의 이미지를 보았을 때 미니멀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했는데 (물론 이미지도 인상적이다), 그 보다는 같지만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유려하고, 각기 이야기가 완전히 독립되어 존재하면서도 하나의 공간에서 이뤄진 다는 것 이상의 메시지도 공유하고 있는 점은, 이 영화를 좀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 장점이라 하겠다. 세 가지 이야기를 짧은 시간 내에 시작하고 끝내는 것까지 하다보니 불친절한 것이 아닐까 오해하기 쉽지만, 이 영화는 불친절하기보다는 필요한 것 외에는 전혀 추가하지 않은 아주 미니멀한 구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겠다. 또한 이런 미니멀한 영화는 자칫 이미지나 감성에 너무 기댄 나머지 영화가 스스로 취해 과잉으로 흐르는 경우가 잦은데, 감정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페이소스는 놓치지 않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세 가지 이야기가 각자 마무리 될 때 이 세 커플의 이야기 모두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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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런 비슷한 영화를 기다렸던 이들에게는 딱 맞아 떨어질 그런 영화임은 분명하다. 생각보다 여운이 더 길게 남을 듯한 영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상하기에 참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1. 화면비가 풀스크린(4:3)으로 제공됩니다. 아마도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느낌을 더 극대화하고자 풀스크린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2. 원제는 '아스팔트 (Asphalte)'인데 국내개봉 제목은 '마카담스토리'라 무슨 뜻일까 했는데, 마카담은 아스팔트 발명가의 이름이자 공법 이름으로, 프랑스 피카소 단지에 있는 한 낡은 아파트의 애칭이라고 하더군요.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아파트가 '마카담 아파트'가 되는 것이죠.


3. 극중 이자벨 위페르가 소년과 함께 보는 영화에 대한 정보가 크래딧에 나오기는 했는데 (1970년대 작품인걸로), imdb에도 정확한 정보가 나오질 않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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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올해의 영화 10편 그리고 올해의 한국영화 5편


2015년도 어느 덧 며칠 남지가 않았네요. 올해는 개인적으로 참 다사다난한 한해였는데, 그 만큼 영화도 더 간절해져서 더 많은 영화를 찾았던 것 같네요. 매해 이 쯤이 되면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영화들을 정리하는 글을 쓰곤 했었는데, 올해도 기록의 의미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야 알게 되었는데 지난 해에는 정리를 하지 못했네요. 지금 알았음;;;) 

올해의 영화 10편과 한국영화 5편을 별도로 선정하였으며, 각각 순위는 없습니다.



* 2015 올해의 영화 10편 (무순)




1. 내일을 위한 시간 / 다르덴 형제 (Deux jours, une nuit, 2014)


다르덴 형제가 객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풀어낸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 


리뷰 : http://www.realfolkblues.co.kr/2040




2.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 조지 밀러 (Mad Max : Fury Road, 2015)


완벽한 성평등 영화이자 액션으로 내러티브를 완성해 내는, 아름답게 끝내주는 영화.


리뷰 : http://www.realfolkblues.co.kr/2015



3. 버드맨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Birdman, 2014)


가끔 영화와 현실이 혼동되는 것으로 놀라움을 만들어 내는 영화들이 있는데, 올해는 이냐리투의 '버드맨'이 그랬다. 




4. 폭스캐쳐 / 베넷 밀러 (Foxcatcher, 2014)


올해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연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아주 무겁고 스산한 분위기를 담아낸 걸작. 한참을 고생해서 레스링 라운드셔츠를 구한 노력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5. 더 비지트 / M.나이트 샤말란 (The Visit, 2015)


진작 이런 작품으로 샤말란은 돌아왔어야 했다. 장르적 쾌감이 절정에 다다른 작품. 공포와 재미의 전환속도가 몹시 빨라 두눈 질끈 감는 동시에 킥킥 거리게 만들었던 작품. 반갑다!


리뷰 : http://www.realfolkblues.co.kr/2029





6. 투모로우 랜드 / 브래드 버드 (Tomorrowland, 2014)


투모로우 랜드는 분명 범적으로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 들만한 작품은 못되겠지만, 취향저격이라고 해야할까. 순진에 가까운 순수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던 영화. 아테나 역의 라피 캐시디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7. 마션 / 리들리 스콧 (The Martian, 2015)


영화 장인 리들리 스콧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 화성을 배경으로 한 우주영화를 또 한 번 완성도 높게 그려냈다. 오락적으로는 물론이고 작품성 측면에서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수작.


리뷰 : http://www.realfolkblues.co.kr/2017




8. 택시 / 자파르 파나히 (Taxi, 2015)


자파르 파나히의 '택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처한 현실의 이야기를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와 그의 나라가 어떤 현실에 놓여 있는지 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영화는 올해 최고의 걸작이 된다.


리뷰 : http://www.realfolkblues.co.kr/2053




9.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 드니 빌뇌브 (Sicario, 2015)


드니 빌뇌브의 '시카리오'는 '제로다크서티'와 '카운슬러'를 하나의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놓지 않는 긴장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리뷰 : http://www.realfolkblues.co.kr/2049





10. 바닷마을 다이어리 / 고레에다 히로카즈 (海街diary, 2015)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번에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평범하게 그리고 동화처럼 그려냈다. 언제 꺼내보아도 따듯해질 수 있는 코타츠 같은 영화랄까.



* 2015 올해의 한국영화 5편 (무순)






1. 한여름의 판타지아 / 장건재 (A Midsummer's Fantasia, 2014)


장건재 감독의 이 영화는 제목이 참 좋다. 내용을 포장하고자 한 제목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더도 덜도 없이 표현해낸 제목. 그것이 '판타지아'라는 점이 놀라울 뿐. 


리뷰 : http://www.realfolkblues.co.kr/1978




2. 극비수사 / 곽경택 (The Classified File, 2015)


사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보고나서 곽경택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명 받았던 영화. 유해진이 최근 출연한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았던 영화이기도 한. 실화의 감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진심이 묻어나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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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베테랑 / 류승완 (Veteran, 2014)


류승완의 '베테랑'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작가가 무언가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할 때 그 방식을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에 관한 대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었다. 액션과 오락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현실의 메시지를 많은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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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검은 사제들 / 장재현 (The Priests, 2015)


엑소시즘을 다룬 한국영화가 이 정도의 재미와 퀄리티를 가질 수 있다면 더 무엇을 바라랴. 강동원의 캐스팅은 영화와 배우 모두에게 효과적인 선택이었으며, 속편이 가장 기다려지는 한국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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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쁜 나라 / 김진열 (Cruel State, 2015)


'위로공단'은 올해의 한국영화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이 나라의 현실을 다룬 '나쁜 나라'를 선택했다. 조금이나마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길 바라며.


리뷰 : http://www.realfolkblues.co.kr/2051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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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 (大虎, 2015)

모노노케 히메의 향기를 느낀 조선 호랑이 설화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의 각본을 쓰고 '신세계'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던 박훈정 감독의 신작 '대호'를 보았다.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지리산 산군으로 불리는 호랑이를 잡으려는 일본 군과 한 때 조선 최고의 포수로 불리웠던 천만덕(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대호'는 무엇보다 호랑이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영화가 호랑이를 다루는 방식은 마치 배우, 그것도 최민식에 버금가는 비중의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점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지점이다. 왜냐하면 극중 천만덕과 일본군들이 대표하는 세계와 산군 호랑이가 대표하는 세계가 서로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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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의 핍박 받는 삶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 3국의 관객들이 본다면 공생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이 시대 배경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즉,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처럼 이 시대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이 구도를 써먹지 않는 다고 보기도 어렵다. 영화는 오히려 이 호랑이와 명포수였던 천만덕의 캐릭터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천천히 전개해 간다. 다시 말해 호랑이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 중후반부에 가서야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했으나, 천만덕의 등장이 그랬던 것처럼 초반부터 등장하여 캐릭터 소개와 자신 만의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최민식이 연기한 천만덕 만큼이나 공감대를 형성이 가능한 구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박훈정 감독의 '대호'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호랑이라는 존재를 단순히 배경 혹은 상대로서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흔치 않은 구도로서 호불호와 상관없이 일단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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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천만득의 세계과 호랑이의 세계가 다르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것의 장점이라면 바로 그 다른 두 세계가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판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가 인간 캐릭터 못지 않은 성격을 갖게 되면서 마치 동물농장에나 나올 법한 (이건 결코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다)감동적인 스토리가 가능해졌는데, 개인적으로도 고양이를 오래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동물과의 교감이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극적인 상황 속 인간과 호랑이의 교감을 묘사하는 방식이 너무 판타지 같이, 그러니까 유치하지 않게 묘사된 건 분명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이런 시도는 흔히 너무 순진하게 묘사한 나머지 유치하고 설득력을 얻지 못하게 되는, 그래서 갑자기 너무 심한 판타지로 빠져버리게 되는 경우가 잦은데 '대호'는 그렇지 않고 그 다른 세계 간의 조우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 같은 경우는 호랑이에게 더 깊은 공감대를 느꼈을 정도로 이 캐릭터의 묘사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CG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부 액션 장면에서 살짝 이질감이 느껴지는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전혀 극의 몰입에 방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였다. 호랑이가 배경으로 살짝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주연급으로 다양한 액션과 표정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다수의 늑대 때가 등장하는 장면까지 여러 CG가 동원 되었는데, 그간 한국 영화의 CG에 비교하자면 괄목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종병기 활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하지만 반대로 이 호랑이가 중심이 된 내러티브가 꽤 괜찮았기 때문에 일본군과 포수대의 이야기, 그리고 천만덕의 이야기까지, 인간 세계의 내러티브가 상대적으로 아쉽게 느껴졌고 그렇다보니 조금은 부수적으로, 특히 엔딩에 가서는 차라리 하나의 이야기로 빠르게 집중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단순히 긴 러닝 타임 때문이 아니라 중후반부의 전개는 각각의 다른 이야기를 빠르게 하나로 만들기 보다는 아직도 각각의 이야기를 한참 더 하는 식이여서 오히려 몰입도가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한참을 호랑이 중심으로 전환 없이 전개하다가 다시 천만덕의 이야기가 등장하니, 마치 영화가 끝날 시점을 지나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후반부의 선택과 집중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졌더라면 좀 더 오래 남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은데, 호랑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기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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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덕의 캐릭터와 포수대의 이야기가 나쁜 것은 아닌데, 호랑이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다보니 차라리 더 호랑이 중심의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랬다면 지금보다 10배는 더 슬픈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도 호랑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정도지만.


1.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랐던 영화는 다름 아닌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였어요. 그런 느낌이 적지 않은데, 아예 진짜 그렇게 가버렸더라면 초명작이 되거나 망작이 되긴 했을듯. 천만덕의 아들을 산군 호랑이가 어렸을 때 부터 키워서 나중에 명포수인 천만덕과 호랑이 손에 자란 아들이 만나게 되는. 호랑이가 말도 하고. 으하하;;;


2. 천만덕과 아들의 대화 시퀀스가 의외로 재미있었어요. 구수한 사투리와 유치하지 않은 대화와 유머가 재밌었다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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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Star Wars : The Force Awakens, 2015)

새로운 삼부작의 시작



조지 루카스로 부터 메가폰을 물려 받은 J.J.에이브람스가 새로운 스튜디오인 디즈니에서 만든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인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를 드디어 보았다. 전설이 된 클래식 삼부작인 에피소드 4,5,6편과 찬사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받았던 프리퀄 삼부작 에피소드 1,2,3편에 이어 만나게 된 에피소드 7은 기존 프리퀄 삼부작과는 또 다른 의미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드는 시리즈일 수 밖에는 없었다. 이미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을 통해 성공한 덕후로서 완벽한 리부트를 성공시킨 J.J.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았다는 것은 걱정보다는 기대와 믿음을 더 갖게 되는 부분이었지만, 프리퀄 삼부작과는 달리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야 하는 이번 삼부작의 첫 번째 영화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될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드는 부분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삼부작을 시작하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올드 팬들의 향수와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앞으로의 이야기에 또 한 번 귀 기울일 만한 장을 마련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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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의 '스타워즈'는 명백하게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을 레퍼런스로 삼고 있다. 삼부작의 첫 번째 영화였던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캐릭터와 구성을 레퍼런스로 삼아 새로운 삼부작의 시작을 하고 있는데,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기존 팬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무리한 새로운 이야기를 확장했을 때의 위험 보다는 조금 안전하면서도 충분한 만족을 주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즉, 에피소드 4를 비롯해 클래식 삼부작에서 많은 것을 차용한 이번 '깨어난 포스'는 새로움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 '새로운 희망'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번 스타워즈의 줄거리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J.J는 단순히 스타일 뿐만 아니라 줄거리와 캐릭터, 구성에 이르기까지 아주 깊은 수준으로 레퍼런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정확히 반대의 경우 즉, 단점으로도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기존 클래식 삼부작을 내러티브 측면으로 보았을 때 그리 완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연성 측면에서는 클래식 삼부작 역시 헛점이 많은 편인데 그런 점들까지 이번 '깨어난 포스'는 그대로 참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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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으로 볼 수 있는 측면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앞서 언급한 개연성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는 편이다. 팬의 입장에서 보아도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설정이나 생략도 등장하고 (이를 테면 카일로 렌과 레이의 듀얼 장면 같은 경우), 조금은 허무하게 마무리 되는 감이 없지 않은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런 점들이 큰 단점으로 여겨진다면 이번 '깨어난 포스'는 유쾌하게 즐기기 힘든 영화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것은 단순히 이번 '깨어난 포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리퀄 삼부작은 제쳐두더라도 클래식 삼부작 역시 비슷한 개연성 부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몹시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작품인데도 말이다. '새로운 희망'과의 유사점을 몇 가지만 들어보자면 일단 캐릭터 구성에 있어서 카일로 렌은 다스 베이더와 연결되고, 레이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포 다메론의 캐릭터는 한 솔로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으며, 이번에 등장하는 나이 든 한 솔로는 오비완과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각 캐릭터의 히스토리가 아니라 각 작품에서 이 캐릭터들이 맡고 있는 구성상의 역할을 보자면 그러하다. 특히 이번 새로운 삼부작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레이 역할의 경우 루크 스카이워커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을 드러낸다. 거의 루크의 테마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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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레퍼런스 참고는 부정적으로 보았을 때 답습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나는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재현으로 바라보고 싶다. 답습도 재현의 범위 안에 든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재현은 팬으로서 오히려 반가운 재현이었다. 더군다나 에피소드 7의 타임 라인 상 기존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몇몇 겹쳐서 등장하게 되어 있는데, 그 주인공들이 새로운 시대의 스타워즈를 통해 재현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적인 사실이라는 걸 J.J는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새로운 엑스 윙 편대와 밀레니엄 팰콘호가 함께 작전을 하는 장면이나 스타워즈 상징 중 하나인 R2-D2와 새로운 삼부작의 상징이 될 BB-8이 마주하는 장면은, 새로운 스타워즈가 어떠한 성격을 갖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또한 영화가 포스를 말하는 장면들은 하나 같이 인상적이었는데, 영화 제목처럼 포스가 깨어나기 직전의 시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솔로나 레아 등의 캐릭터가 포스에 대해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스타워즈 삼부작도 기존과 화법을 달리하지 않을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즉, 단점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부분들까지도 이 프랜차이즈 만의 성격으로 규정하고 가져가겠다는 일종의 선언 처럼 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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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스타워즈가 팬으로서 좋았던 건 기존 영화들처럼 여백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 이 여백은 개연성 부족이라는 단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스타워즈라는 세계관을 미뤄 보았을 때 영화에서 다 말하지 않은 여백들을 다른 다양한 방법들, 애니메이션이나 단편, 외전, 게임 등을 통해 채워주거나 더 나아가 팬들 스스로가 확장 시켜나갈 것이기 때문에, 영화가 모든 공간을 꽉꽉 채우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명확히 영화가 삼부작의 시작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만한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머지 두 영화 역시 에피소드 5,6편을 그대로 참고해도 나쁘지 않을 듯 한데 (어느 정도 이미 그런 테크를 타고 있기도 하고), 이번 '깨어난 포스'에 대한 더 정확한 평가는 나머지 두 작품이 완료된 후에 가능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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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다 말하지 못했지만 이번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의 오랜 팬으로서 (심지어 에피소드 1,2도 그럭저럭 본 입장에서) 평가나 분석 이전에 감동이 먼저 밀려드는 영화였다. 첫 타이틀이 등장했을 때, 존 윌리엄스의 가슴을 치는 그 유명한 테마곡이 처음 흐를 때, 밀레니엄 팰콘호와 한 솔로, 츄이가 등장했을 때, 그리고 스타워즈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테마곡이 흐를 때.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가슴이 떨려 왔다. 이미 스타워즈는 내게 그런 영화였다. 아마 내가 클래식 삼부작을 인상 깊게 보지 않았더라면 프리퀄 삼부작은 물론, 이번 에피소드 7 역시 아쉬움이 더 많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랜 팬으로서 이번 '깨어난 포스'는 앞으로의 새로운 삼부작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매력과 감동을 지닌 작품이었다.



1. 이 영화를 보고 '인사이드 르윈'을 다시 보면 재밌을 것 같네요 ㅎ

2. 여주인공 레이가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봐서는 별 매력이 없어 보였는데, 매력이 있어요! 표정이 좋아요.

3. 스타워즈의 여러 인상적인 디자인들 가운데서도 역시 최고는 밀레니엄 팰콘인듯. 이번에 아주 최신 CG기술을 동원한 화려한 팰콘호의 액션이 볼 만 했다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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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Taxi, 2015)

영화는 죽지 않는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 '택시 (Taxi, 2015)'는 그 이면을 반드시 돌아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감독이 직접 출연해 택시기사로 분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택시 안에서 만나고 한 편으론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대화들이 담긴 이 영화는, 이란 정부로부터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어 해외출국금지 및 20년간 영화촬영이 금지 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그 상황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려 낸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촬영할 수 없게 된 그는 택시 기사로 분해 테헤란 시내를 돌아다니며 승객들로 분한 지인들과 함께 이 위대한 영화를 완성해 냈다. 그가 택시 안에서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 편으론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현재 이란의 현실에 대한 은유를 내포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예술가로서 영화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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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정세와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단 번에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는 그냥 느껴지는대로 영화를 한 번 감상하고, 그 다음에 이란의 현실과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정보를 찾아 본 뒤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보았을 때도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터리 사이에 있는 듯한 영화는 어렵지 않고 제법 즐겁게 감상할 수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은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택시'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배급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어린 조카의 이야기나, 감독과 뜻을 함께 하는 인권 변호사의 이야기, 불법 DVD를 판매하는 몸이 불편한 남자의 이야기 등 이 작은 이야기와 대화 속에는 한 편으론 농축되어 있고 한 편으론 직접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참고로 극 중 등장한 조카는 실제 감독의 조카이고, 인권 변호사로 등장한 여성 역시 실제 인권 변호사인 나스린 소투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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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현실을 리얼리즘 방식으로 담아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택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같은 배경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메시지가 되었다. 또한 자신과 자신의 조국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영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생존해 내는지 그리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까지. '택시'는 전달해 냈다. 생각할 수록 대단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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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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