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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2016)

영화는 장애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가


디즈니와 픽사의 신작 '도리를 찾아서'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를 찾는데 함께 했던 도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종종 픽사의 작품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인트로 부분에서부터 감정을 울컥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도리를 찾아서' 역시 그랬다. 전편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그저 우스꽝스럽고 모험의 재미를 주는 요소로 활용되었던 도리를 이야기에 중심에 가져오게 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도리가 단기기억 상실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도리를 찾아서'를 보지 않고 전편 '니모..'만 본 이들이라면 도리라는 캐릭터에 대해 장애라는 것까지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식되어 있을 텐데, '도리를 찾아서'는 분명하게 도리가 갖고 있는 것이 병이고 그로 인해 겪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명확하게 들려주고자 한다. 언제부턴가 디즈니, 픽사의 작품들은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인지 '도리를 찾아서'의 인트로 장면은 어렸을 때부터 장애를 갖고 그 장애로 인해 앞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할 자식을 바라보는 도리의 부모 심정이 느껴져서 인지, 시작부터 감정이 동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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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가져오면서 전작의 모험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모험과 드라마가 되었다. 많은 영화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면 사실상의 장애를 갖고 있는 (특히 정신적 장애) 캐릭터들을 희화하거나 재미 요소만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이런 점은 평소 인식되지 못할 정도로 정상적인 주인공의 스릴 넘치는 모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데, '도리를 찾아서'를 보고 나니 그런 모험의 주변에서 희화화 되어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게 될 아이들에게 어떠한 잘못된 선입견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전편인 '니모를 찾아서'만 해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니모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이 이야기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이 모험의 과정에 조력자로 등장하는 도리의 존재는 그저 우습기는 하지만 착한 캐릭터 정도로 묘사된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 그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는 '도리를 찾아서'는 마치 속죄라도 하는 듯이 도리를 주인공으로, 또 도리의 장애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에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 우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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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갖고 있는 본인이거나 가족 가운데 장애를 갖고 있는 이가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을 영화는 하나씩 말해준다.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이 전작에 묘사된 것처럼 한 순간의 모험으로만 보았을 땐 재미와 변수, 흥미 요소로 그칠 수 있지만, 한 인생을 두고 길게 보았을 땐,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평생 조심스럽고 걱정되고 또 장애를 가진 본인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불편한 것 정도가 아니라 매순간 순간 삶을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걸 (물론 이 영화는 전체관람가이기 때문에 그 고통까지 직접적으로 묘사하진 않는다)영화 속 도리와 도리의 부모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도리를 찾아서'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에 대해 가볍지 않은 태도로 접근하고 바라본 점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인트로에서 어린 도리와 도리의 부모가 나누는 찡한 대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바로 도리가 처한 현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도리라는 캐릭터가 주는 재미와 웃음은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 때문이 아니라 도리 자체가 갖고 있는 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격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건 단순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많은 작품, 애니메이션들이 놓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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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좋았던 점은 끝까지 이 장애를 극복해야 만 할 요소로 보지 않고 인정하고 함께 해야 할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영화 말미에 기적같이 도리가 모든 기억을 되찾는다거나 하는 가짜 해피엔딩 대신, 그런 도리를 편견 없이 함께 하는 동료, 친구들의 모습으로 마무리 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영화가 선택한 도리 가족의 이야기를 두고 이거야 말로 너무 영화 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냐 라고 질문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영화가 선택한 가족의 이야기야말로 더 현실적이고 또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응당 도달해야 할 정상적이고 영화적인 해피 엔딩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마치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가 그랬던 것처럼, '도리를 찾아서'의 등장하는 일부 장애를 갖고 있는 캐릭터는 여전히 웃음거리로 묘사되는 안타까운 점이 발견되었다. 캐릭터의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새(bird) 캐릭터와 물개 캐릭터는 분명 일종의 정신적으로 장애를 앓고 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여전히 활용 측면에 있어서 그 장애가 웃음거리가 되는 수준의 묘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후반부 모험에 등장하는 고래상어 '데스티니'와 고래 '베일리'의 경우는 도리와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앞선 두 캐릭터의 경우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묘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니모를 찾아서'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했다면 차라리 덜 아쉬웠을지 모르겠으나 장애에 대해 제대로 된 시선을 담고자 한 이 영화에서의 그런 묘사는, 정말 아쉽고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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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도리를 찾아서'는 아쉬운 옥의 티가 있지만 그래도 나에겐 전작 '니모를 찾아서'보다도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특히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보러간 부모님들이 더 감동 받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1. 영화 시작 전 만나볼 수 있었던 단편 영화 'Piper'도 참 깔끔하고 좋았어요. 스토리도 좋고, 특히 CG수준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이어서 놀랍더군요. 


2. 시고니 위버는 정말 시고니 위버 목소리였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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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Zootopia, 2016)

편견없는 판타지아를 꿈꾸며


오래 전 우리가 보고 자랐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그 당시에는 몰랐었으나 사실 대단한 편견과 잘못된 가치관을 담은 이야기들이 많았었다. 이미 드림웍스의 '슈렉' 시리즈를 통해 풍자 되었던 것처럼 단순히 외모로 캐릭터를 판단하거나 외모를 중심으로 삶의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기도 했었고, 육식공룡은 나쁜 편, 초식공룡은 착한 편 같은 흑백 논리를 펼치거나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긴 캐릭터는 악당이라는 선입관을 심어주기도 했었다. 이런 디즈니 스튜디오의 가치관을 그저 한 영화사의 성격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전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견 아닌 편견을 갖게 되는 샘인데, 바로 그 지점으로 미뤄봤을 때 이번 '주토피아 (Zootopia, 2016)'라는 작품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디즈니가 픽사 인수 이전부터도 아주 예전과 같은 보수성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주토피아'처럼 바로 그 잘못된 편견에 대해 근본부터 제대로 다룬 작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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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이런 변화가 직접적으로 드러났던 좋은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이 작품을 연출한 리치 무어 감독의 전작인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였는데, 디즈니의 세계관에서는 매번 악당 역할을 해야 만 했던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가운데로 끌여들여, 그런 편견이 옳지 않았음을 표현해낸 작품이었다. '주토피아'는 이보다 더 한 걸음 나아간다. 그러니까 육식동물은 위험하고 초식동물은 착하고 라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본이요, 그것을 반대로 뒤집는 경우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어쩌면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것이 편견이나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조차 못한 것들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 주디 홉스가 처음 경찰이 되어 주토피아 경찰서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입구에서 안내하던 육식동물 경찰은 제법 편견없는 시선으로 주디를 바라보며 '정말 귀엽게 생긴 토끼네'라고 이야기한다. 정말로 사심없이. 하지만 이 때 주디는 이렇게 얘기한다. '토끼끼리 귀엽다고 하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동물이 귀엽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실례라고'. 와! 이런 정도의 대사를 디즈니 영화에서 만나게 되다니. 크게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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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영화는 텍스트 전반에 걸쳐 이 편견에 대한 풍자 혹은 뜨끔한 농담을 늘어 놓는다. 엄청나게 느린 나무늘보의 이름은 '플래시 (Flash)'이고 이름부터 큰(?) '미스터 빅'이라는 캐릭터는 다름 아닌 작은 생쥐다. 이 미스터 빅을 묘사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는데 '대부'의 돈 꼴리오네를 패러디하다 못해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딸의 결혼식까지 똑같다 ㅎ) 이 캐릭터는 작은 몸집 임에도 훨씬 큰 북극곰들을 수하로 거느리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편견을 뒤집는 설정이다. 쉽게 생각하면 왜 저런 큰 덩치의 곰들이 한 주먹 거리도 안되는 생쥐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나 의아해 할 수 있는데, '한 주먹 거리도 안되는' 이라는 생각 자체가 이미 크기를 기반으로 한 힘으로서 누군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설정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면 또 한 번 기존의 보수적인 설정을 뒤집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반전의 의미라기 보다는 설정을 뒤집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겠다), 기존의 영화들 특히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단순한 구조의 애니메이션 작품의 경우 착한 편인 주인공이 하는 행위는 모두 그래도 되는 것으로 넘어가는, 아니 그렇다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주토피아'는 그 반대의 경우도 똑같은 폭력이나 편견이 될 수 있다는 걸 놓치지 않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행동하기 쉽지 않는 문제이고, 아이들에게는 머리와 가슴 모두로 새겨야 할 중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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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가 담아 낸 이 편견없는 판타지아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꺼내 들었기 때문에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본다면 위태위태한 부분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토피아'가 의미 있고 무엇보다 좋은 영화라는 점은 들려주고자 했던 메시지의 건강함 때문이다. 극장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평소 편견이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던 것들 만이 아니라, 이런 것도 편견이 될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이 떠올랐다. 남녀의 차별, 인종으로 인한 차별과 편견, 외모로 인한 차별과 편견, 지역, 출신 등 모든 것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들 가운데는 겉으로 드러나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이 곱씹어 보아야만 그것이 편견이 될 수 있겠구나, 차별이 될 수 있겠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마지막 샤키라의 음성으로 들려주는 엔딩곡의 가사 내용은 더 의미 심장하다. 내일도 실수할 거고, 또 실수할 거에요. 라는 말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노력을 멈추지 말자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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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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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부모의 마음으로 써내려간 미안함



'몬스터 주식회사'와 '업'을 연출하고 '월-E' 등 여러 픽사 작품에 각본 및 원작으로 참여했던 피트 닥터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을 보았다. 개인적인 이유로 관람이 조금 늦은 탓에 주변의 관람 평을 먼저 듣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중론은 '픽사가 돌아왔다'라는 정도였다.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오히려 디즈니의 작품은 더 나아지고, 픽사의 작품들은 좀 시들해진 경향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픽사 하면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 나온 것 같아, 보기 전 부터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지면 오랜만에(?) 픽사 작품에 큰 기대를 걸어서 인지 아니면, 실제로 조금 심심해서인지 내게는 '업'이나 '월-E' 같은 작품 정도의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철저하게 부모의 마음에서 써내려간 이야기라는 것이다. 보는 내내 피트 닥터의 심정이 느껴질 정도로, '인사이드 아웃'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진심어린 (혹은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바라보는 시선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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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은 잘 알려졌다시피 주인공 소녀인 '라일리'를 구성하고 있는 감정들인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캐릭터화 되어 라일리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흥미롭게 이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이 대 설정 자체가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는데, 이 설정을 단순히 흥미요소로만 다루고 있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뇌과학적 요소를 담고 있어 교육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처음 다섯 가지 감정이 등장한다는 시놉시스를 알게 되었을 땐, 구조적인 측면에서 말그대로 감정들이 라일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실제 영화의 구조는 조금 달랐다. 감정들이 라일리를 완성하는 구성 요소로서 존재한다기 보다는, 정확히 이야기해서 라일리를 키워내는 일종의 부모 같은 존재로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이채로운 점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라일리 자체의 구성 요소로서 존재했다면, 라일리와 만차가지로 미숙하고, 성장하고 하는 것들을 겪어야 하는데, 영화 속 감정들은 특히 기쁨이를 중심으로 마치 이 감정들이 라일리를 키워내는 듯한 제3자의 입장 (부모의 입장)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부모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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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나서 장난 처럼, 아마 이 작품은 감독인 피트 닥터가 자녀의 반대를 무릎쓰고 이사를 한 것에 대해 뒤늦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거나 혹은 그렇게 이사한 이후 심하게 슬퍼하는 자녀를 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자 미안한 마음에 써내려간 이야기가 아닐까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피트 닥터의 딸이 11살인 시절 사춘기를 겪는 모습을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이자, 딸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뒤죽박죽 해져버린 감정을 생각하였고, 그로 인해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예상과 맞아 떨어지는 바이다. 즉, 여기서 핵심은 자신의 경험 (자신이 겪은 사춘기)을 토대로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딸이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이야기라는 점인데, 바로 이 점으로 인해 '인사이드 아웃'에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가장 중요한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딸을 딸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 그렇게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고 보니 이제야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딸의 마음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것만으로도 '인사이드 아웃'은 정말 따뜻하고,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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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부모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인사이드 아웃'은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마치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추억 강제 소환이랄까? 마리텔에 김영만 아저씨가 많은 어른이 된 코딱지들을 눈물 짓게 했던 것처럼, 라일리의 기억과 감정들에 관한 이야기는 어른이 된 관객들로 하여금, 내 기억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잊혀져 버렸던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들, 추억, 먹는 것, 장난감 등등에 대해 떠올리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극 중 빙봉 캐릭터가 주는 감흥은 특별할 수 밖에는 없는데, 어린 시절 자체를 상징하는 빙봉 캐릭터는 굳이 어른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고등학생만 되더라도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 어린 시절의 나를, 그 만큼 순수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캐릭터였다. 빙봉의 그 눈빛은 마치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이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 울컥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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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은 어린 자녀들 보여주러 극장에 같이 갔던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훔치며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를 한 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작품을 완성하고 가장 기뻐했던 이는 감독인 피트 닥터가 아니었을까.



1. 본편 전에 상영된 단편 '라바'도 재미있었어요. 전 끝까지 실화가 아닐까 기대했었다는 ㅋ (다 끝나면 크래딧과 함께 실제 어떤 화산섬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던 ㅎ)


2. 아래 피규어 세트는 일본 갔을 때, 그러니까 영화를 보기도 전에 '분명 좋아하게 될꺼야'라는 생각으로 덜컥 샀던 아이템이었는데, 역시나 후회는 없네요. 첨 살 때는 몰랐던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제 달리 보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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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Frozen, 2013)

디즈니가 관객을 사로 잡는 법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점점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작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 2007)'부터였는데 (실사 영화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정통을 잇는 작품에 더 가깝다), 이 후 '볼트 (Bolt, 2008)'를 거쳐 '라푼젤 (Tangled, 2010)'을 선보이며 드디어 오래 전 당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의 명성을 완전히 회복한 터였기에, 이번 신작 '겨울왕국' 역시 이러한 기대감을 한껏 앉은 채 보게 된 작품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미 '돌아온' '여전한' '클래식' 등의 수식어 들은 '마법에 걸린 사랑'이나 '라푼젤'을 통해 다 소진한 뒤라, 이것 만으로는 감동을 주기 힘든 상황이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은 또 한 번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보여준 놀라운,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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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은 가장 디즈니스러운 요소들을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다. 왕국과 공주, 마법과 모험 그리고 뮤지컬이 함께 한다. 보통 시놉시스를 보면 정말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 있는 반면, 너무 평범해서 뻔하게 예상되는 작품들이 있기 마련인데, '겨울왕국'은 분명 후자다. 줄거리만 보면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모험의 종류도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보아왔던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겨울왕국'은 그럼에도 정말 재미있다. 최근 디즈니 작품들을 평할 때마다 했던 이야기인데, 디즈니는 새로운 것을 할 때보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최선으로 보여줄 때 가장 빛이 난다. 실제로 픽사, 드림웍스 등과의 경쟁 속에서 힘을 잃었을 때 무리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흥행도 평가도 모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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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임에도 재미있는 이야기인 이유는 그 본질을 다루는 장인들의 디테일이 최고 수준으로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겨울왕국'을 보며 몇 번 소름이 돋은 장면이 있었는데 그 대부분은 뮤지컬 시퀀스였다.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었던 디즈니는 그 노하우에 새로운 감각까지 더해, 정말로 감동적인 뮤지컬 시퀀스를 만들어 냈다. 브로드웨이의 유명 작곡가 부부인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의 영화 음악은 뮤지컬 음악의 정수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인물의 감정을 한껏 뿜어내야 하는 솔로 곡은 감정의 최고조를 가사와 멜로디가 정확한 포인트에서 터트려 내며, 듀엣 곡 역시 교차하는 감정을 노래로만 표현할 수 있는 구성을 통해 유려 하게 표현해 낸다 (정말 이번 뮤지컬 시퀀스는 몹시 감동스러웠다). 여기에 음악적인 측면에서 클래식 한 측면 만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더 한 것도 부담스럽지 않고 딱 적절한 정도인 것이 좋았다. 일부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보면 무리하게 최신 트랜드의 음악을 가미 하려 다가 본질마저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겨울왕국'의 뮤지컬 넘버들은 순간 순간 움찔 할 정도의 신선함으로 효과적 업그레이드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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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디즈니 작품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가장 도드라지게 발견되었던 단점은 스토리텔링에 있었는데, 이미 드림웍스가 '슈렉'을 통해 비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최근의 디즈니는 이미 이런 문제에서 벗어난 지 오래 되었지만 (픽사를 인수하고 난 뒤에는 더욱), '겨울왕국' 역시 새삼스러우면서도 놀라운 순간은 여전했다. 아마도 예전에 디즈니 영화였다면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저주한 나머지 성을 떠나 홀로 산으로 떠나게 되었을 때 부르는 노래는 '내게 왜 이런 저주가 내렸나' '나는 이제 홀로 어떻게 살아가나' '과연 정상이 되어 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같은 심정의 슬픈 곡이었을 텐데, 결과는 보시다시피 전혀 달랐다. 오히려 앞으로 혼자 자유롭게 살아갈 것에 대한 기대와 기쁨이 한껏 담긴 희망적이고 기쁜 감정이 담긴 곡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아직도 디즈니 영화에서 이런 순간을 맞을 땐 상대적으로 더 소름이 돋는 게 사실이다 (뭉클하기까지 하더라). 괴물은 나아야 해 라는 식의 화법(물론 여기서 가장 잘못되었던 것은 '괴물'을 정의하는 방식이다)에서 이대로 도 괜찮아를 노래하는 디즈니 캐릭터들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교육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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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2014년의 첫 달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올해 최고의 감초 캐릭터는 눈사람 '울라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애니메이션 작품 가운 데서는 분명 그럴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동 용 애니메이션 만으로 머물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극 중에서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감초 캐릭터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울라프'라는 캐릭터는 극장을 찾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웃게 만드는 슬랩스틱과 메시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흔치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더구나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대부분 이런 캐릭터들은 웃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썰렁한 개그를 선보일 때가 많은데, 울라프는 거의 한 장면도 썰렁한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여름을 사랑하는 눈사람이라니. 페이소스마저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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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디즈니의 신작 '겨울왕국'은 메시지 측면에서도 가족 영화로서도 뮤지컬 영화로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전까지 그렇게 좋아하던 '라푼젤'이 거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새롭게 좋아하게 된 디즈니 뮤지컬 영화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이 영화를 보고 든 유일한 걱정이라면, 픽사일 것이다. 이젠 오히려 픽사의 부활을 기다릴 때다.



1. 본 편 전에 상영한 단편 '말을 잡아라'의 3D버전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디즈니는 확실히 다시 주도권을 잡았어요. 존 라세터가 디즈니 작품 외에 픽사 작품에도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2. 안나 역을 연기한 크리스틴 벨은 1980년 생, 엘사 역을 연기한 이디나 멘젤은 1971년 생인데 둘 다 어찌나 목소리가 어리고 선명하던지.


3. 자막 2D 버전으로 스타리움에서 관람하였는데 만족스러운 관람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빙으로도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4. 쿠키 장면이 있어요. 이걸 위해 일부러 기다렸다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는 장면이기는 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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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2012)

픽사와 디즈니는 변하고 있다



'주먹왕 랄프'도 놓칠 뻔한 영화였다. 제목이나 분위기에서 아동용 영화인 줄 오해했었고, 디즈니 영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흥미를 갖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요 근래 디즈니 영화가 그리 나쁜 편만은 아니었다. 2008년작 '볼트 (Bolt)'는 새롭지는 않았지만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고, 2010년작 '라푼젤 (Tangle)'은 디즈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로 완벽하게 성공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먹왕 랄프'가 처음부터 끌리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보고 나서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이 영화를 안봤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디즈니가 변하고 있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건 단순히 디즈니 만의 변화라고 볼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즈니가 인수한 '픽사'도 함께 이야기해야만 할 것 같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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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는 몇 해 전 '슈렉'이 디즈니를 비판하던 때를 떠올리면 도저히 디즈니에서 만들어졌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주인공은 '펠릭스'가 아닌 악당 '랄프'이며, 그렇다보니 배경이 되는 공간도 랄프의 입장에 서 있다. 그러니까 착한 주인공이 악당 역할에 처한 억울한 상황을 극복하는 얘기도 아니고, 온갖 악당들로 부터 이겨내는 영웅 이야기도 아닐 뿐더러, 악당 그 자체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인정하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악당으로 알고 있는 캐릭터들 혹은 보여지는 외모 측면에서 비호감적인 캐릭터들이 사실은 순수한 영혼과 사랑받고 싶어하는 외로움을 갖고 있다 라는 것까지만 얘기했어도 '이런 얘기를 디즈니가?'라며 놀랐을 텐데, '주먹왕 랄프'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결론마저 전통적인 디즈니의 가치와는 전혀 상반된다고 할 수 있는, 마치 '슈렉'의 엔딩이나 픽사 작품에서나 가능할 법한 결론을 낸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 한 번 픽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예전에도 디즈니와 픽사가 계속 관계를 맺고 있기는 했었지만 디즈니가 완전히 픽사를 인수한 지금. 과연 디즈니와 픽사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 지를 또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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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이 작품을 보고 와서 주말에 집에서 본 블루레이가 바로 픽사의 '메리다와 마법의 숲 (Brave)' 였는데, 개봉 당시 워낙에 실망했다는 평들 탓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기는 했으나 개인적으로 그 정도로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기존 픽사 팬들이 어떤 부분을 기대했었고, 어떤 부분이 기대에 못미처 실망스러웠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분명 기존 픽사 영화와는 조금 다른 영화였다. 얼핏 보면 또 다른 상황에 놓인 픽사 영화의 주인공 같기도 하지만, 메리다는 픽사가 그 동안 다루었던 주인공들의 특성 보다는 디즈니 주인공의 모습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캐릭터에 가깝다. 반대로 '주먹왕 랄프'의 주인공 랄프는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픽사 영화의 주인공 성격을 더 띄고 있기도 하다.


이 현상은 어느 한 쪽이 단순히 어느 한 쪽을 닮으려고 한 시도라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서로 같은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이것이 다운그레이드일지 업그레이드 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두 작품만 보자면 분명 '주먹왕 랄프'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고 '메리다...' 측면에서는 다운그레이드의 성격이 짙지만, 두 작품 만으로 디즈니와 픽사의 앞으로를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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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전통적인 디즈니의 유산 가운데 뮤지컬 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어린이들에게 오히려 잘못된 선입견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디즈니의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픽사와의 코옵을 통해 이런 보수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하는 것에는 두손들어 환영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조금 고민이 된다. 기존 픽사 작품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성격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했던 관객으로서, 그들이 디즈니와의 결합을 통해 디즈니적 색채를 얻게 되는 것은 별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부분을 아주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보자면 조금은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했 듯이 '메리다와...'가 아주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픽사 작품이기에 아쉬운 점이 들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픽사 작품 특유의 색채를 상당 부분 잃어버린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은 두 스튜디오가 한 지붕 아래에 본격적으로 놓이게 되며 겪는 과도기에 선보인 두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존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각각 보여준 것이 앞으로는 또 어떤 방향으로 각각 전개될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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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주먹왕 랄프'의 충격적인(?) 만족도에 놀라 디즈니와 픽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어버렸는데, '주먹왕 랄프'는 여전히 아동영화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픽사 영화가 만족시켜주던 어른의 감성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일단 고전 게임의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것 만으로도 매력적이었는데, '팩맨'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슈퍼 마리오' 등을 어린 시절 오락실과 가정용 게임기를 통해 신나게 즐겼던 세대로서 이 작품은 묘한 향수마저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오락실이 그렇게 생활과 가까운 곳에 있지 않지만, 만약 그 시절에 이런 영화를 보았다면 극장을 나오자마자 오락실로 달려가지 않았을까? 그리고는 게임기 안 캐릭터들에게 이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공감대 혹은 안스러움마저 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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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원래 이런 스타일의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바넬로피'는 정말 귀여웠어요. 정말.

2. 이 글은 어쩌다보니 '주먹왕 랄프' 보다는 픽사와 디즈니에 대한 글이 되어버렸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를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로 한 번 써보고 싶네요. 충분히 그럴 만한 여지가 있는 영화에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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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John Carter, 2012)

더 재밌을 수도 있었던 전쟁의 서막



주인공이 존재하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놓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 유명한 소설 '존 카터'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앤드류 스탠튼의 영화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을 보았다. 사실 원작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고 단지 이런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는 SF영화들의 선조 격인 이야기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었던 다른 이유는 '니모를 찾아서'와 '월-E'를 연출한 앤드류 스탠튼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과 디즈니가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픽사 특유의 스토리 텔링과 감동을 주는 연출이, 어쩌면 21세기 관객들이라면 대부분 다 잘 알고 있을 이 이야기에 어떤 리듬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가 기대되었고, 디즈니가 제작한 12세 관람가라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본 제목은 '화성의 공주'인 '존 카터'는 오락영화로서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이 배경으로하고 있는 세계관이나 설정, 인물, 종족, 역사 등, 더 재미있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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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전쟁 시대의 주인공 존 카터가 우연한 기회에 화성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흥미로웠다. 지구에서의 일 역시 불필요한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존재하는 것도 좋았고, 교차해서 보여지는 부분들도 반드시 필요한 수준의 것들이라 이야기가 분산되는 것을 덜고 있었다. 지구인 존 카터가 화성에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은 그 자체로 흥미있었는데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분명 나쁘지 않았다), 화성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살고 있는 각 종족들에 대한 설명과 역사에 대한 설명은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좀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관객 역시 지구에서 갑자기 화성으로 온 존 카터처럼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하긴 존 카터는 그의 비해 너무 금방 아무렇지도 않게(?) 적응하긴 했다;) 너무 그러려니 하고 쉽게 넘어갔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렇게 간략하게 넘기기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할 정도로 매력적인 요소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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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타르크 족은 그 생김새 만으로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요소였는데 영화 속에서는 그저 존 카터가 화성에 와서 처음 만나게 되는 이계의 종족 정도의 비중을 갖다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원작은 잘 모르니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를 시리즈로 기획한 것이라면 1편에서는 존 카터라는 지구의 캐릭터가 화성으로 넘어와서 타르크 족을 만나, 첨에는 애완동물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지만 나중에는 이 종족 자체를 이끌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도 충분히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추후 다른 종족들과의 이야기가 겹쳐질 때도 무언가 구심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뭐 앞으로 만약 속편이 제작된다면 이런 면들을 차차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크 스트롱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더욱 부족했는데, 종종 이런 초월적 힘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에서 이런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할 경우 뜬금없는 방향으로 빠지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존 카터'의 경우도 아슬아슬 했던 것 같다. 장황한 설명까지는 오락영화에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설명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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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들을 나열하긴 했지만 글의 제목에 쓴 것처럼 '더 재밌을 수 있었는데'에서 시작한 얘기들이다. 오히려 설명들이 부족해서 여지가 남아서인지, 존 카터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매력 때문보다는 화성과 그 세계의 종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흥미를 더 재미로 연결했었더라면!). 액션 시퀀스는 생각보다 많이 심심한 편이었지만 지루한 편은 아니었고, 앤드류 스탠튼 치고는 이야기가 밋밋한데 라고 생각했지만 엔딩에 가서는 역시 '픽사'다운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사실 그 엔딩 생각을 못하고서는 '엇, 이거 너무 심심한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앤드류 스탠튼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존 카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엔딩 부분이 그의 대한 매력 포인트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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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터'는 아쉬운 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면 분명 더 재밌어질 수 있는 여지가 확실한 영화라는 점에서, 부디 속편이 나와서 이런 아쉬운 점들을 스스로 극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할텐데.



1. 크래딧에 사만다 모튼이 있길래 어디 나왔나 했는데 역시나 '솔라'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더군요. 윌리엄 데포의 목소리 연기도 있었고. 좋았어요.


2. 그러고보니 TTSS에 나왔던 배우가 둘이나 나오는군요.


3. 이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글로 표현하기 애매한 부분들이고 (주로 느끼는 것), 반대의 경우는 글로 쓰기 쉬운 부분들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아쉽다'가 된 것 같은데, 결론은 전 재미있게 봤다 입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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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부활을 알린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가 그러했고, 디즈니의 전작 '마법에 걸린 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라푼젤 (Tangled)'은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부담을 외부적인 요인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아낸 가장 좋은 결과물이었다. 사실 '라푼젤'에 와서야 '디즈니는 진작 이래야 했다 '라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이, 디즈니는 이 정도의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었지만 근래 작품들을 통해 꾸준히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었었기 때문이다. '볼트'의 경우 디즈니가 전통적으로 지향하던 바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작품이었다면 극영화였던 '마법의 걸린 사랑'이야말로, '이것이 디즈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나서 선보인 신작 '라푼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디즈니의 노력이 궤도에 올라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접점을 맞은 작품이 바로 '라푼젤'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 말해 픽사가 주도권을 쥐게 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픽사를 따라가려는 시도가 아닌 (사실 이제는 디즈니와 픽사를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기도 어려운 것이, '라푼젤'만 해도 executive producer로 픽사의 수장인 존 라세터가 참여하고 있으며, 아무리 전세가 역전되었다고는 하나 디즈니가 픽사를 따라간다는 것은 픽사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개발하는 길을 택했고, 그리하여 가장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생각해볼 것도 없이 뮤지컬 장르를 배경으로 한 유치하리만큼 순수한 세계관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의 전성기에는 누가 뭐래도 뮤지컬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라푼젤'에서 디즈니는 '마법에 걸린 사랑'에 이어 자신들의 가장 큰 장점인 환상적인 뮤지컬의 세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뮤지컬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감안한다면 변화를 걱정해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이 마법의 주문은 21세기에도 다시 통한다는 것을 이 작품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처음 라푼젤의 솔로곡 'When Will My Life Begin'과 마더 고델의 캐릭터와 노래가 돋보이는 곡 'Mother Knows Best'의 경우, 영화 시작 관객들에게 '라푼젤은 이미 너무도 익숙한 우리의 클래식 뮤지컬 영화야'라는 디즈니의 야심마저 느껴질 정도다. 예전 '알라딘'이나 '인어공주' 등을 보며 느꼈던 향수를 가득 담고 있었던 초반 뮤지컬 시퀀스 덕에 한결 '라푼젤'에 빠져들기가 쉬웠다고나 할까.




뮤지컬 시퀀스 '엄마가 제일 잘 알아 (Mother Knows Best)'는 개인적으로 가장 디즈니답고 클래식해서 마음에 쏙 드는 장면이었다.


3D라는 기술을 적극 도입하기는 했지만 '라푼젤'은 어디까지나 클래식한 디즈니의 전형적 애니메이션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요즘같이 다양하고 소박한 소재들이 넘쳐나는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왕국과 공주, 마녀와 공주를 구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구조는, 영화를 보지 않고 줄거리만 본다면 굳이 작품을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단순한 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3D 효과를 비롯한 기술적 발전을 과도하게 발견할 수도 없지만, '라푼젤'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즉, '라푼젤'은 본연의 것에 가장 충실하되 그 주변의 부수적인 것들이 중심을 해치지 않을 정도에서 최대치를 제공하고 있는 아름다운 균형 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디즈니의 기술적 진보에 사뭇 놀라기도 했었다.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의 질감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분명 최고의 기술 수준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고, 애니메이션 기술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물과 피부 그리고 털의 묘사 장면에서도 한 차원 발전한 디즈니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댐이 부서져 물이 쏟아지고, 그 물에 젖어 동굴 안에 갇히게 된 캐릭터들의 묘사 장면은 아마도 애니메이터들이 가장 뿌듯해 할만한 시퀀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3D 아이맥스의 경우도 기술과 작품이 가장 조화로운 균형을 이룬 경우라고 할 수 있을텐데, 3D 입체효과를 관객들로 하여금 꼭 인지시키기 위해 부담스러운 시퀀스를 넣지 않고도 관객들이 '황홀한 3D 경험을 했다'라고 느낄 만큼 균형을 잘 맞추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정말 오랜만에 3D 영화를 보면서 손을 뻗고 싶은 충동을 느낀 장면이 있었을 만큼 (실제로 최근 3D 영화 관람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관객들이 스크린 속으로 손을 뻗기도 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입체효과를 내고 있다.






사실 어린 시절 보았던 디즈니 작품들을 어른이 되어서 떠올려 보았을 때 가장 문제라고, 특히 아이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점은 디즈니가 권선징악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권선징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디즈니가 악당을 묘사하는 방식 때문이었는데, 예쁘고 잘 생긴 캐릭터는 주인공이고 우락부락하고 덩치 큰 캐릭터는 악당이거나 공룡이 나오는 작품을 예로 들면 초식공룡은 착하고 육식공룡은 나쁘다 라는 식의 겉모습과 외모만을 통한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주기에 교육적으로는 좋지 못한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디즈니의 전통적인 방식을 보기 좋게 꼬집어 큰 성공을 거둔 것이 바로 드림웍스의 '슈렉' 이었음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고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슈렉 1편의 결말이 디즈니의 경우였다면 피오나가 마법에 풀려 다시 아름다운 외모의 공주로 돌아가는 '행복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라푼젤'은 이 같은 전통적인 선입견에서 긍정적으로 변화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극 중반 악당처럼 험상 굳은 도둑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외모의 선입견으로 한정 짓지 않고 그 나름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후반부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역할을 부여 받아 중요한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냥 '거친 외모와 덩치의 캐릭터들이 사실 나쁘지 만은 않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도 각각의 꿈이 있다는 것을 초반에 복선으로 배치한 뒤 후반부에 이들이 그 꿈으로 인해 역할을 부여 받게 되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또 한 명의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마더 고델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도 미묘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그저 착한 주인공을 유혹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취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할 만큼 (사실은 그다지 동정할 만한 부분이 없었음에도), 그녀가 퇴장할 때 전통적인 권선징악 구조의 통쾌함이 들지 않았다. 이건 부연설명으로도 썼던 것처럼 행동 하나하나를 확인해보면 동정할 만한 점이 없었음에도 악당이 악당으로 느껴지지만은 않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라푼젤'은 마지막에 가서도 자신들의 있는 그대로를 부끄러움 없이 드러내 놓는다. '이러이러하여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에 대해 굳이 변화하려 하지 않고, 내레이션을 통해 '여러분들도 다들 예상하는 바와 같이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것이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라푼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뻔한 이야기에 감동받고 3D를 비롯해 우수한 기술적 효과 때문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디즈니가 가장 디즈니다운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을 때문이었다. 디즈니가 어느 날 전통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난다면 디즈니의 클래식한 세계를 좋아하지 않던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것보다는 '라푼젤'의 경우처럼 클래식한 디즈니의 방식을 조금씩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디즈니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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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풀HD 화질은 역시 실사 영화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화질을 보여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랜만에 '접대용' 타이틀이 나왔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라푼젤' 블루레이의 화질이 전혀 결점 없는 완벽한 화질이라고 까진 말하기 어렵지만, 유저들이 눈으로 체감하는 화질 측면에서는 그 어떤 타이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최고수준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라푼젤'에는 블루레이 화질의 우수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대표 요소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는데, 일단 라푼젤의 긴 머리 결부터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라푼젤의 머리는 단순히 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움직임이 많아 그 때마다 탄력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만 했는데, 확실히 이런 디테일은 극장에서보다도 오히려 블루레이를 통해 감상했을 때 더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화질 측면에서 또 하나 눈 여겨 볼 만한 장면이라면 라푼젤과 플린이 병사들에게 쫓기다가 댐이 터져 동굴 속에 갇히게 되는 장면인데, 동굴에 물이 차 두 주인공이 흠뻑 젖은 이 장면은 화질은 물론 영상기술의 최고 수준을 만끽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에 젖은 라푼젤의 머리와 얼굴 피부 그리고 여기에 조명이 어떻게 반사되는지에 대한 묘사는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로 십분 확인할 수 있다.





외곽선의 표현력과 디테일이 워낙 좋기 때문에 3D버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입체감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따듯한 느낌의 색감과 파스텔 톤을 갖고 있는 영상이기에 날카로운 측면이 조금 부족한 장면들도 있다. 하지만 색감과 기법의 차이일 뿐 뭉개지거나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은 없으니 안심해도 되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7.1의 사운드 역시 접대용 타이틀로 손색이 없다. 고전 뮤지컬 장르답게 노래와 대사를 모두 풍부하게 들려주고 있으며, 액션이 가미된 추격 씬에서는 스펙터클 한 사운드까지 들려준다. 또한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사운드와 활발한 채널 분리도를 들려주는데 뮤지컬 시퀀스에서도 배경의 디테일 한 사운드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말 더빙은 돌비디지털 5.1채널로 수록되었는데, 국내 성우들의 연기 역시 추천할 만한 수준이다. 전 연령대가 감상하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우리말 더빙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대사 처리는 물론 삽입곡들까지 소화해 내는 수준이 오리지널에 뒤진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극장에서는 오리지널 더빙 버전만 감상했지만 블루레이로는 우리말 더빙을 더 자주 감상하게 되는 것 같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첫 번째로 만나볼 부가영상은 '삭제 장면'인데 총 3가지의 삭제 장면을 수록하고 있다. 각 삭제 장면마다 공동감독인 네이선 그레노와 바이런 하워드의 간단한 설명이 곁들여져 해당 장면이 최종 본에서 빠지게 된 이유와 이 삭제 장면이 갖는 의미와 의도를 알기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두 번째로 만나볼 부가영상은 '오리지널 스토리북 오프닝'인데, 최종 본에 수록된 오프닝과는 달리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스토리 북 방식의 오프닝을 만나볼 수 있다. '라푼젤' 역시 본래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오프닝을 제작하였으나, 여기에서 벗어나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살짝 변형해보자는 취지아래, 플린이 내레이션을 통해 설명하는 방식의 오프닝이 최종 본에 수록되게 되었다. 총 2가지 버전의 오리지널 스토리북 오프닝을 만나볼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라푼젤'은 디즈니의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의미 깊은 작품인데, 이런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부가영상이 바로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카운트다운'이다. 50편의 주옥 같은 작품들을 흥겨운 배경음악과 함께 짧게 나마 확인해 볼 수 있다.





'추가된 노래'에서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라푼젤의 솔로곡 '내 인생은 언제 시작될까'와 마더 고델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곡 '엄마가 제일 잘 알아'의 확장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 두 곡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지라, 확장된 버전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체크 포인트라 하겠다.






'라푼젤 : 동화만들기'는 가장 일반적인 메이킹에 가까운 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주인공 라푼젤과 플린 라이더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맨디 무어와 재커리 리바이가 등장해 작품과 관련된 이모저모를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13분이 조금 안 되는 짧은 영상이지만 퀴즈 형식의 문제를 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가영상이다.







'티몬과 품바의 3D BLU-RAY의 발견'은 3D 블루레이 영상과 그 시스템 환경에 대한 일종이 홍보 영상으로서, '라이온 킹'의 감초 캐릭터인 티몬과 품바의 설명으로 진행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총평] 디즈니의 '라푼젤'은 가장 디즈니다운 방식으로 멋지게 다시 성공한 작품인 동시에, 레퍼런스 급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오랜만에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접대용 타이틀로서 손색이 없는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더 많은 주옥 같은 스크린 샷을 잔뜩 캡쳐해 두고도 지면상 다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니, 얼른 소장하셔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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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 (Tangled, 2010)
디즈니가 가장 자신있는 마법의 세계


애니메이션을 극 영화보다 덜 사랑하지 않고, 디즈니의 최근 행보에 적극적인 환영을 보내는 입장이었음에도 사실 신작 '라푼젤 (Tangeld)'은 처음부터 기대작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소녀와 공주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오해 때문이었는데 (그런데 따지고보면 '라푼젤'은 공주이야기가 맞고, 이런 지나친 소녀 이야기를 사실 싫어하지도 않는다는 아이러니), 시사회를 비롯해 들려온 주변의 평가는 그야말로 호평 일색이었다. 다른 사람의 평에 쉽게 현혹되는 편은 아니지만, '이건 볼 필요도 없어'라는 정도의 작품은 아니었기에, 갑자기 커진 기대감을 안고 극장을 찾게 되었고 결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라푼젤'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가 그러했고, 디즈니의 전작 '마법에 걸린 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라푼젤'은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부담을 외부적인 요인에서 찾지 않고 내부에서 찾아낸 가장 좋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라푼젤'에 와서야 '디즈니는 진작 이래야했다'라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이, 디즈니는 이 정도의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었지만 근래 작품들을 통해 꾸준히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었었다. '볼트'의 경우 디즈니가 전통적으로 지향하던 바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작품이었다면 극영화였던 '마법의 걸린 사랑'이야말로, '이것이 디즈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나서 선보인 신작 '라푼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디즈니의 노력이 일정 수준에 오른 작품이 바로 '라푼젤'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다시 말해 픽사가 주도권을 쥐게 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픽사를 따라가려는 시도가 아닌 (사실 이제는 디즈니와 픽사를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기도 어려운 것이, '라푼젤'만 해도 executive producer로 픽사의 수장인 존 라세터가 참여하고 있으며, 아무리 전세가 역전되었다고는 하나 디즈니가 픽사를 따라간다는 것은 픽사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개발하는 길을 택했고, 그리하여 가장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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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생각해볼 것도 없이 뮤지컬 장르를 배경으로 한 유치하리 만큼 순수한 세계관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의 전성기에는 누가 뭐래도 뮤지컬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라푼젤'에서 디즈니는 '마법에 걸린 사랑'에 이어 자신들의 가장 큰 장점인 환상적인 뮤지컬의 세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뮤지컬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감안한다면 변화를 걱정해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이 마법의 주문은 21세기에도 다시 통한다는 것을 이 작품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3D라는 기술을 적극 도입하기는 했지만 '라푼젤'은 어디까지나 클래식한 디즈니의 전형적 애니메이션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요즘같이 다양하고 소박한 소재들이 넘쳐나는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왕국과 공주, 마녀와 공주를 구하는 남자가 등장하는 구조는, 영화를 보지 않고 줄거리만 본다면 굳이 작품을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단순한 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3D 효과를 비롯한 기술적 발전을 과도하게 발견할 수도 없지만, '라푼젤'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즉, '라푼젤'은 본연의 것에 가장 충실하되 그 주변의 부수적인 것들이 중심을 해치지 않을 정도에서 최대치를 제공하고 있는 아름다운 균형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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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디즈니의 기술적 진보에 사뭇 놀라기도 했었다.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의 질감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분명 최고의 기술 수준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고, 애니메이션 기술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물과 피부 그리고 털의 묘사 장면에서도 한 차원 발전한 디즈니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댐이 부서져 물이 쏟아지고, 그 물에 젖어 동굴 안에 갇히게 된 캐릭터들의 묘사 장면은 아마도 애니메이터들이 가장 뿌듯해 할만한 시퀀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3D 아이맥스의 경우도 기술과 작품이 가장 조화로운 균형을 이룬 경우라고 할 수 있을텐데, 3D 입체효과를 관객들로 하여금 꼭 인지시키기 위해 부담스러운 시퀀스를 넣지 않고도 관객들이 '황홀한 3D 경험을 했다'라고 느낄 만큼 균형을 잘 맞추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정말 오랜만에 3D 영화를 보면서 손을 뻗고 싶은 충동을 느낀 장면이 있었을 만큼 (실제로 최근 3D 영화 관람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관객들이 스크린 속으로 손을 뻗기도 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입체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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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린 시절 보았던 디즈니 작품들을 어른이 되어서 떠올려 보았을 때 가장 문제라고, 특히 아이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점은 디즈니과 권선징악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다. 권선징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디즈니가 악당을 묘사하는 방식 때문이었는데,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은 주인공이고 우락부락하고 덩치 큰 사라은 악당이거나 공룡이 나오는 작품을 예로 들면 초식공룡은 착하고 육식공룡은 나쁘다 라는 식의 겉모습과 외모만을 통한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주기에 교육적으로는 좋지 못한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디즈니의 전통적인 방식을 보기 좋게 꼬집어 큰 성공을 거둔 것이 바로 드림웍스의 '슈렉' 이었음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고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슈렉 1편의 결말에서 디즈니였다면 피오나가 마법에 풀려 다시 아름다운 외모의 공주로 돌아가는 것이 '행복한'이야기였을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라푼젤'은 이 같은 전통적인 선입견에서 긍정적으로 변화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극 중반 악당처럼 험상굳은 도둑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외모의 선입견으로 한정 짓지 않고 그 나름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는 후반부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역할을 부여받아 중요한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냥 거친 외모와 덩치의 캐릭터들이 사실 나쁘지 만은 않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도 각각의 꿈이 있다는 것을 초반에 복선으로 배치한 뒤 후반부에 이들이 그 꿈으로 인해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또 한 명의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마녀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도 미묘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그저 착한 주인공을 유혹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취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할 만큼 (사실은 그다지 동정할 만한 부분이 없었음에도), 그녀가 퇴장할 때 전통적인 권선징악 구조의 통쾌함이 들지 않았다. 이건 부연설명으로도 썼던 것처럼 행동 하나하나를 확인해보면 동정할 만한 점이 없었음에도 악당이 악당으로 느껴지지만은 않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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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은 마지막에 가서도 자신들의 있는 그대로를 부끄러움 없이 드러내 놓는다. '이러이러하여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에 대해 굳이 변화하려 하지 않고, 나레이션을 통해 '여러분들도 다들 예상하는 바와 같이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것이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라푼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뻔한 이야기에 감동받고 3D아이맥스의 효과도 좋았던 점도 물론 있지만, 무엇보다 디즈니가 가장 디즈니다운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디즈니가 어느 날 전통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난다면 디즈니의 클래식한 세계를 좋아하지 않던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것보다는 '라푼젤'의 경우처럼 클래식한 디즈니의 방식을 조금씩 승화시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디즈니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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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컬 시퀀스 때문이라도 '라푼젤'은 한 번 더 극장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네요. 3D 아이맥스 자막 버전으로 보았는데, 더빙 버전이 궁금하기도 하구요.

2. 주인공 '라푼젤'의 목소리 연기와 극 중 노래를 가수 출신인 맨디 무어가 담당하고 있는데, 알고 봤음에도 그녀의 목소리와 잘 매치가 되질 않더군요. 그 만큼 라푼젤의 목소리 연기가 훌륭했다는 이야기겠지요. 노래 역시 만족스러웠구요.

3. 마이클 베이 영화를 살짝 패러디한 시퀀스도 재미있었습니다. 뭐 재미를 위해 한 장면 정도 넣은 것 같아 보이더군요 ㅋ

4. 개인적으로 이런 애니메이션 여자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라푼젤은 디테일이나 성격이나 좋아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 동그란 볼의 디테일에 빠졌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에 있습니다.







볼트 (Bolt, 2008)
트루먼 쇼의 후속편 혹은 진행형?

월트디즈니의 신작인 <볼트>는 애초부터 경쟁사인 픽사와 드림웍스의 작품들과 비교될 수 밖에는 없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픽사는 <월-E>로, 드림웍스는 <쿵푸팬더>로 각각 최고의 히트작을 근래 선보였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월트디즈니의 신작에 거는 기대는 클 수 밖에는 없었다(하지만 한편으론 같은 이유로 기대가 적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더군다나 픽사의 존 라세터가 총 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나, 스틸컷들로 엿볼 수 있었던 3D애니메이션의 결과물은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이유들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비교 대상들을 제외하고 봤을 때 그리 나쁘지 않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특히 디즈니스러운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던 애니메이션. 여기서 디즈니와 픽사, 드림웍스를 가지고 애니메이션 업계
전체를 논하려고 하면 너무 얘기가 길어질 듯 하니 간단하게만 얘기해보자면, 월트디즈니는 픽사나 드림웍스의 성공을
부러워해 그들처럼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들 만의 장점을(그게 혹자들에게는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더라도) 오히려 더
부각시키는 편이 월트디즈니의 옛 명성을 되살리는 길이라고 본다. 이런 좋은 예로 지난해 초 개봉했었던 <마법에 걸린 사랑>을
들 수 있겠다. 자신들 만이 가진 히스토리와 장점을 부각시켜 기존의 스토리텔링에 리듬감을 불어넣는다던가, 새로운 기술과
감각을 조금씩 가미하는 식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나가는 것이, 자신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좋은 옷을 애써 입는 것 보다는
훨씬 낳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볼트>는 약간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작품일 듯 하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3D 기술력은
경쟁사들과 비교하여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놀랍게 성장했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아주 고전적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아래부터 두 단락에는 영화 본편에 대한 내용과 영화 <트루먼 쇼>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볼트>의 이야기는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를 바로 연상시킨다.TV드라마 속 슈퍼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개 '볼트'는
촬영장 내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TV 속 슈퍼독 캐릭터를 보이는 그대로 믿고 있는 또 다른 '트루먼'이다.
악당인 '녹색눈'으로부터 주인이자 친구인 '페니'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 밖에는 없는 볼트는, TV드라마의 내용상 페니가
녹색눈에게 납치되게 되자 세트장내 컨테이너를 박차고 페니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이 과정 속에서 볼트는 우연히 촬영장
밖은 물론 이곳이 위치한 헐리우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동부로 옮겨지게 되고, 처음으로 가상 현실 공간을 벗어나 현실 공간에
놓여진 볼트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TV쇼라는 가상현실에 이것이 가상현실인 줄 홀로 모르는 주인공이 놓여있다는 점은 <트루먼 쇼>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만,
트루먼은 가상현실 속에서 이를 깨닫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볼트는 우연한 기회에 가상현실을 벗어나게되,
현실 속에서 자신이 그 동안 겪었던 삶이 허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겠다.
그러니까 한편으론 촬영장 문을 스스로 박차고 나간 <트루먼 쇼>의 후속편 격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나중에야 현실을 깨닫게 되었음으로 여전히 <트루먼 쇼>와 동일선상에 놓여진 영화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이렇게 보면 두 작품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생각되기 쉬우나, 잘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루먼 쇼>의 경우 평생을 가상현실 속에서 살았던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자신이 가상현실 속에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적극적으로 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고 결국 세트장 문을
박차고 나서면서 '사람들의 트루먼'이 아닌 '나 스스로의 트루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볼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볼트에게는 자신의 지나온 삶이 가상현실 임을 알아차린 뒤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없다.
볼트에겐 바로 '페니'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임을 알게 된 이후에도 페니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페니만은 진짜 '현실'일 것이라는 강한 믿음만이 볼트가 힘든 여정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주원동력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트루먼 쇼>의 경우와 이야기를 더욱 선호하지만, <볼트>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디즈니다웠다고 생각된다.
가상현실=악당 이라는 설정 속에서도 희망과 빛을 대변하는 페니의 존재는, 이 영화를 이야기적 모티브를 제공하는 가장
핵심적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만약 정말로 가상현실=악당 이었다면 <트루먼 쇼>의 경우처럼 탈출 하는 것이 곧 해피엔딩이
되었겠지만 (물론 <트루먼 쇼>의 경우도 그 가상현실 속에 살고 있는 트루먼을 안타깝게 여긴 실비아라는 캐릭터가 존재하긴
한다) 페니가 있었기에 <볼트>의 엔딩은 <트루먼 쇼>와는 다른 방향으로 맺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볼트가 여정 중에 그 동안 자신의 삶이 가상현실임을 깨닫고 고양이 친구인 '미튼스'에게 평범한
강아지들의 삶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는 부분이데, 얼핏보면 이 부분이 마치 <월-E>에서 이브가 자신이 정지되어 있을 동안
월-E가 했던 일들을 영상 자료로 후에 보게 되면서 애틋해 하는 것과 유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이 보통 강아지들의 삶으로 일컬어진 일련의 이들이 과연 옳기만 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디즈니의
스토리텔링에 비판적인 주장을 펼칠 수 있겠다.

'원래 개들은 이렇게 살아' 하면서 보여주는 것들이 이 영화에서 줄기차게 얘기했던 페니와 볼트 간의 '친구'관계를 떠올려
봤을 때(이 영화에서는 단 한번도 '주인'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과연 '친구'에 더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주인'과의 관계에 더 가까운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강아지에게까지 동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앞서도 얘기했듯이 이 영화에서는 줄기차게 '주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을 계속 '친구'라는 개념으로 설명해 왔기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반려동물과 인간 과의 관계에 대한 영화들 중 <우리 개 이야기>의 경우를 비춰봤을 때 <볼트>에서 이야기하는
동물과 인간의 친구관계란 어차피 주종관계의 또 다른 이름밖에는 되지 않는 듯해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지금까지는 비교적 비판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했지만 반려동물로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모두 다 키워봤던, 그리고 앞으로도
기회만 된다면 반드시 다시 키우고 싶은 사람으로서 <볼트>가 주는 뻔한 감동적 장면에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감독인 바이론 하워드와 크리스 윌리엄스를 비롯해 작업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들이 상당히 많은 시간
강아지의 움직임을 관찰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기존 강아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들에서는 현실 속
강아지의 움직임들과는 사뭇 다른 '영화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영화 속 '볼트'의 움직임 하나 하나는
정말 실제 살아있는 강아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했다.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3D 애니메이션 기술력
보다도 이러한 움직임 때문에 더더욱 이 작품이 실감났던 것 같다. 굉장히 미세할 수 있지만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던 강아지만의 작은 움직임들을 잘 표현해내고 있고, 관절의 움직임들도 상당히 오랜 시간 연구한
티가 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고양이 캐릭터인 '미튼스'와 햄스터 '라이노'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특히 '라이노'는 <볼트>에서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라이노가 보여주는 오타쿠적인 설정도 재미있었고, 볼을 이용한 움직임과 유머스런 장면들도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미튼스'가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장면에서 울컥했었는데, 볼트가 주인공이라 어쩔 수
없긴 했겠지만 미튼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다뤄줬어도 크게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미튼스가 주인공
이었다면 주인의 무책임함, 그야말로 반려동물을 그저 '애완동물'로만 여기는 인간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볼트가 주인공이니 여기까지 다룰 수는 없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삶을 한탄하며 슬퍼하는 미튼스의 표정에서는 얼마전 한국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보았던 한 작품 가운데 고양이와 강아지 한 마리가 바에 앉아 자신의 처지를 슬프게(정말 구슬프게!) 그들 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던 그 작품이 떠올랐다.

기술적인 얘기를 거의 하지 못했는데, <볼트>는 얼핏 사전 정보없이 보면 이 영화가 디즈니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휼륭한
3D 그래픽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볼트의 털들은 자연스럽게 잘 표현되고 있으며('털'이라는 것이 그래픽 수준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점이라는 점에서 <볼트>는 제법 우수한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겠다), 초반 영화 속 장면들 영상에서는
실사를 방불케 하는 깔끔한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영화가 영상 측면에서 디즈니 작품으로 확 와닿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캐릭터들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는데, 마치 <인크레더블>에서 뛰쳐나온듯한 인물들의 이목구비는 이 영화에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을 듯 하다.




존 트라볼타가 더빙한 볼트의 목소리 연기는 만족스러웠다. 존 트라볼타의 목소리가 제법 익숙한 나로서도 영화 초반 이후부터는
그의 이미지를 지우고 극에 몰입할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성공이다. '페니'는 마일리 사일러스가 연기했는데 크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던 것 같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노래가 한 곡 흐르는데 더빙 연기를 맡은 두 배우가 직접 노래하고 있다.
오랜만에 존 트라볼타의 노래를 듣게 되어 반갑기도 했다. 3D 디지털 자막 버전을 보고 싶었으나 국내에서는 사실상 상영하는
곳이 없음으로 불가피하게 일반 자막 버전을 선택했는데, 3D 버전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더빙 판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한데,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가 출시되면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1. 사실 원래 제목은 '뻔한 감동, 그래도 감동' 이었다. 아....이 참을 수 없는 동심의 용솟음이란 -_-;;

2. 영화를 보고나니 다시 한번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도 용솟음쳤다.

3. 엔딩 크래딧 디자인의 구성이 마치 <월-E>와 흡사함을 느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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