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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2016)
영화는 장애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가
디즈니와 픽사의 신작 '도리를 찾아서'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를 찾는데 함께 했던 도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종종 픽사의 작품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인트로 부분에서부터 감정을 울컥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도리를 찾아서' 역시 그랬다. 전편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그저 우스꽝스럽고 모험의 재미를 주는 요소로 활용되었던 도리를 이야기에 중심에 가져오게 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도리가 단기기억 상실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도리를 찾아서'를 보지 않고 전편 '니모..'만 본 이들이라면 도리라는 캐릭터에 대해 장애라는 것까지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식되어 있을 텐데, '도리를 찾아서'는 분명하게 도리가 갖고 있는 것이 병이고 그로 인해 겪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명확하게 들려주고자 한다. 언제부턴가 디즈니, 픽사의 작품들은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래서인지 '도리를 찾아서'의 인트로 장면은 어렸을 때부터 장애를 갖고 그 장애로 인해 앞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할 자식을 바라보는 도리의 부모 심정이 느껴져서 인지, 시작부터 감정이 동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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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가져오면서 전작의 모험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모험과 드라마가 되었다. 많은 영화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면 사실상의 장애를 갖고 있는 (특히 정신적 장애) 캐릭터들을 희화하거나 재미 요소만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이런 점은 평소 인식되지 못할 정도로 정상적인 주인공의 스릴 넘치는 모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데, '도리를 찾아서'를 보고 나니 그런 모험의 주변에서 희화화 되어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게 될 아이들에게 어떠한 잘못된 선입견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전편인 '니모를 찾아서'만 해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니모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이 이야기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이 모험의 과정에 조력자로 등장하는 도리의 존재는 그저 우습기는 하지만 착한 캐릭터 정도로 묘사된 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 그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는 '도리를 찾아서'는 마치 속죄라도 하는 듯이 도리를 주인공으로, 또 도리의 장애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에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 우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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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갖고 있는 본인이거나 가족 가운데 장애를 갖고 있는 이가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을 영화는 하나씩 말해준다.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이 전작에 묘사된 것처럼 한 순간의 모험으로만 보았을 땐 재미와 변수, 흥미 요소로 그칠 수 있지만, 한 인생을 두고 길게 보았을 땐,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평생 조심스럽고 걱정되고 또 장애를 가진 본인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불편한 것 정도가 아니라 매순간 순간 삶을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걸 (물론 이 영화는 전체관람가이기 때문에 그 고통까지 직접적으로 묘사하진 않는다)영화 속 도리와 도리의 부모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도리를 찾아서'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에 대해 가볍지 않은 태도로 접근하고 바라본 점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인트로에서 어린 도리와 도리의 부모가 나누는 찡한 대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바로 도리가 처한 현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도리라는 캐릭터가 주는 재미와 웃음은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장애 때문이 아니라 도리 자체가 갖고 있는 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성격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이건 단순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많은 작품, 애니메이션들이 놓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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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좋았던 점은 끝까지 이 장애를 극복해야 만 할 요소로 보지 않고 인정하고 함께 해야 할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영화 말미에 기적같이 도리가 모든 기억을 되찾는다거나 하는 가짜 해피엔딩 대신, 그런 도리를 편견 없이 함께 하는 동료, 친구들의 모습으로 마무리 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영화가 선택한 도리 가족의 이야기를 두고 이거야 말로 너무 영화 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냐 라고 질문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영화가 선택한 가족의 이야기야말로 더 현실적이고 또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응당 도달해야 할 정상적이고 영화적인 해피 엔딩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마치 '니모를 찾아서'의 도리가 그랬던 것처럼, '도리를 찾아서'의 등장하는 일부 장애를 갖고 있는 캐릭터는 여전히 웃음거리로 묘사되는 안타까운 점이 발견되었다. 캐릭터의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새(bird) 캐릭터와 물개 캐릭터는 분명 일종의 정신적으로 장애를 앓고 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여전히 활용 측면에 있어서 그 장애가 웃음거리가 되는 수준의 묘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후반부 모험에 등장하는 고래상어 '데스티니'와 고래 '베일리'의 경우는 도리와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앞선 두 캐릭터의 경우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묘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점은 이 영화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니모를 찾아서'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했다면 차라리 덜 아쉬웠을지 모르겠으나 장애에 대해 제대로 된 시선을 담고자 한 이 영화에서의 그런 묘사는, 정말 아쉽고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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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도리를 찾아서'는 아쉬운 옥의 티가 있지만 그래도 나에겐 전작 '니모를 찾아서'보다도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특히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보러간 부모님들이 더 감동 받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1. 영화 시작 전 만나볼 수 있었던 단편 영화 'Piper'도 참 깔끔하고 좋았어요. 스토리도 좋고, 특히 CG수준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이어서 놀랍더군요.
2. 시고니 위버는 정말 시고니 위버 목소리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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