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2012)

아쉬움이 넘치는 80년대 락넘버들의 향연



내 영화 글을 계속 보신 분들은 간혹 아실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달리 더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이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오글거려 못 보겠다는 부분들을 완전 빠져서 즐길 만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80년대 록큰롤을 배경으로 무엇보다 톰 크루즈까지 출연하는 이 영화 '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2012)'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올해 가장 기대한 작품들 중 하나일 수 밖에는 없었다. 여기에 연기파 폴 지아마티와 이미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검증따위를 우습게 넘겨버린 캐서린 제타 존스와 최근에는 미드에서 더 자주 만나고 있는 알렉 볼드윈까지 출연한다니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재미 말고도 영화적 완성도를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뮤지컬이라 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보는 내내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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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을 쓰고도 싶지만) '락 오브 에이지'는 이야기랄 것 자체가 사실 심오하거나 복잡한 것은 아닌데, 이 이야기를 뮤지컬 형태로 풀어내는 데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다시 말해 이야기가 단순한게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영화를 오해할 때 흔히 하는 얘기가 '갑자기, 뻘쭘하게 혹은 어색하게 노래를 한다'라는 점인데, 적어도 뮤지컬 영화 팬의 입장에서 잘 만든 뮤지컬 영화들에서는 이런 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즉, 노래와 노래 사이에 드라마가 제대로 깔려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 자체가 극의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선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라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단지 노래의 형태를 빌린 효과적인 표현이 되기 때문인데, '락 오브 에이지'는 바로 이 부분을 가장 간과하고 있다 하겠다. 사실상 노래를 제외한 나머지 드라마를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 무신경하게 넘겨버리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기존 뮤지컬 영화에 비해 더 많은 노래의 비중 때문에 정말 극을 끊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극의 전개가 사실상 미비했기 때문에) 유명한 록넘버를 듣는 다는 느낌 밖에는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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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너무 80년대 유명했던 록큰롤 곡들만 믿고 영화 자체를 쉽게 생각해 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면, 이 재료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요리할까에 가장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락 오브 에이지'는 그냥 익스트림의 곡을 이쯤에 넣을까? 본 조비 노래도 넣고, 'I Love Rock'n'Roll '이 이 쯤에서는 나와줘야겠다! 라는 생각만 앞선 듯 했다. 창작곡이 아닌 이미 잘 알려진 곡들을 뮤지컬로 만들어내는 작품의 경우는 오히려 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을 영화적으로 스토리에 어떻게 녹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데, 이 영화는 여기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나머지 그냥 당시 밴드의 실황 공연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영화가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되어 있다보니 캐릭터가 살아날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젊은 두 남녀 주인공은 이 작품과 전혀 녹아들지 못한 듯 보였다. 일단 여기서 감정이입이 안된 것이 첫 번째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만남만에 별다른 계기도 없이 흠뻑 사랑에 빠져버리는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에 공감할 여지가 어디있겠나. 두 남녀 주인공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 주연의 '그리스'를 상당부분 연상케 했는데 정말 '그리스'를 다시 보고 싶은 것 말고는 별로 느껴지는 점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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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면 후반부에 등장한 메리 제이 블라이드가 연기한 캐릭터도 이렇게 병풍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담 쉥크만 감독은 여기 등장한 각각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모두 충분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마지막에 그들에게 한 소절씩 나눠주는 감동적인 마무리를 준비했다. 이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려면 각각의 캐릭터가 본인의 소절을 부를 때 절로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 캐릭터의 활약상이 자동적으로 떠올라야 정산인데, 이 영화의 경우는 '어? 메리 제이에게 왜 저 정도 비중을 줬지? 가창력이 출중한 가수이니 사운드트랙 측면을 고려한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쉬운 점만 주욱 늘어놓았는데 기본적으로 '아쉽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서두에 얘기한 것처럼 매력적인 설정과 장르 그리고 배우들 때문이었는데, 어쨋든 80년대를 주름잡던 록큰롤의 향수를 느낄 만한 (개인적으로 정확히 그 세대는 아니지만) 곡들을 극장에서 쉬지 않고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스테이시 잭스를 연기한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영화가 전반적으로 아쉽다보니 이런 독립성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차라리 매력이 부족한 두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보다는 스테이시 잭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져갔다면 훨씬 더 록큰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뮤지컬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도 싶다. 어쨋든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스테이스 잭스를 연기한 톰 크루즈를 본 것만으로도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아, 그리고 톰 크루즈 외에는 사실상 홀로 고군분투 하다시피한 캐서린 제타 존스도 인상적이었다. '락 오브 에이지'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영화다운 부분은 오로지 그녀가 등장한 장면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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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 크루즈가 연기한 스테이시 잭스의 코스츔이나 톰의 몸을 보니 자연스럽게 HBK 숀 마이클스가 떠오르더군요. 특히 바지가 거의 비슷해서 ㅋ


2. 남자 주인공이 록 밴드의 보컬로 설 때보다 차라리 보이 댄스 그룹으로 섰을 때 더 어울리더군요. 이 그룹은 완전히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염두한 것 같아요. 멤버들의 이름까지도요 ㅎ


3. 사실 이 영화에 제작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이름은 카메론 크로우였는데, 최소한 그가 연출했다면 더 록큰롤스럽고 디테일한 깊이는 만나볼 수 있었을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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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The Artist, 2011)

내가 사랑한 뮤지컬 영화들의 탄생기



미셸 아자나비슈스의 '아티스트 (The Artist, 2011)'는 일찌감치 해외 유수 영화제들에 노미네이트 되고 최근 아카데미를 석권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무성영화의 감성도 물론이지만 그 이야기가 결국 내가 사랑하는 뮤지컬 영화로 연결될 것만 같은 지극히 개인적 기대감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아티스트'는 그간 많은 영화들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무성영화에 대한 애정, 더 나아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사랑을 계몽적인 방식 대신 아름다운(제대로 된) 무성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것을 선택함으로서 진정성을 갖게 된 동시에, 그로 인해 절로 영화라는 매체와 앞서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인들에 대한 존경심마저 불러 일으키는 새로운 클래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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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무성영화가 흥하던 시절로 시작해 유성영화로 넘어오면서 영화계와 무성영화의 스타, 그리고 유성영화의 새로운 스타가 겪는 일들을 남자 주인공 '조지 발렌타인 (장 뒤자르댕)'과 여자 주인공 '페피 밀러 (베레니스 베조)'을 중심으로 들려준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계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대한 작품들은 여럿 있어왔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를 들 수 있겠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이 소재를 배경으로만 활용하거나 아니면 좀 더 무성영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내려고 한 작품의 경우, 더 직접적으로 무성영화의 장점을 '설명'하려고 했었다면, '아티스트'는 아예 21세기 관객들에게 한 편의 무성영화를 그대로 내어놓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어쩌면 모험적일 수도 있었던 이 방식은 보시다시피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모든 경우에서 그렇지만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간의 정도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관객들로 하여금 '그래서 무성영화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구나' 라고 알게 되는 것과 '아, 아티스트, 이 영화 정말 매력적인데!'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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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가 시작되고 난 극장 안. 물론 대부분이 무성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극장을 찾았을 테지만 실제로는 배우들의 대사와 영화 속 소리들이 전혀 들리지 않는 무성영화를 체험해본 일이 많지는 않아 조금은 당황함이 느껴지는 초반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이내 사그라들었는데, 이것이야 말로 '아티스트'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3D와 실사와 더 이상 구분이 어려운 CG에 익숙한 21세기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엇, 대사와 소리가 없어도 영화를 이해하는데에 큰 무리가 없네?' '장면으로 담아낸 것 만으로도 맥락이 충분히 읽히는데?'라는 생각을 들도록 만든다. 영화 초반에는 배우들이 대사를 할 때 아무런 소리도 자막도 나오지 않을 때 답답함을 느끼게 되지만, 조금 뒤에는 완전히 이 방식에 적응하여 더이상 소리가 나오고 안나오고를 신경쓰지 않고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순간을 21세기 극장에서도 만들어냈다는 것이 아마도 '아티스트'에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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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영화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무성영화의 매력이란 것은 그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가운데 가장 흠뻑 취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영화 배우의 매력이었다. 최근 작품들에서 배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지금의 영화보다는 배우의 매력의 비중이 좀 더 크다고 할 수 있었던 '아티스트'를 보니, 영화 속 조지 발렌타인의 그 미소와 몸짓,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의 멋스러움, 과장된 듯 하지만 영화라서 멋진 동작들 하나하나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 속 조지 발렌타인은 액션 히어로도 아니고 (물론 영화 속 영화에서는 아니었지만 ㅎ), 최근 영화 속 주인공들에 비하면 굉장한 로맨틱 가이도 아니지만, 놀랍게도 그 멋진 미소 하나 만으로 액션 히어로와 로맨틱 가이를 모두 물리칠 정도의 매력을 발산한다. 가끔 리뷰를 쓸 때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라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이 영화를 위해 아껴둘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조지 발렌타인이라는 캐릭터, 그 미소 (그 눈물, 그 알 수 없는 마음 -_-;)는 정말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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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아티스트'가 개인적으로 더 의미 깊었던 것은, 내가 사랑하는 뮤지컬 영화들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어서였다. 물론 이 작품은 다큐가 아니니 이걸 100%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가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예전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대사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데 (노래도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당시의 뮤지컬 영화는 더 무성영화에 가까운 표현 방식이 아니었나도 싶다. 왜냐하면 장면 뒤에 자막이 나왔던 방식에 비해 오히려 춤과 안무로 대사에 가까운 내용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티스트'는 당시의 뮤지컬 영화들이 무성영화의 장점과 유성영화 장점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장르라는 것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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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유를 떠나서, 한 사람의 영화 팬으로서 영화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작품을 만나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너무 행복한 일이다. 최근 보았던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와 더불어, 이 영화 '아티스트'는 영화라는 매체와 예술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참 행복한 작품이었다.


1. 극중 등장하는 강아지 때문에 절로 '틴틴'이 떠오르기도 ㅎ
2. 조지 발렌타인 역을 맡은 장 뒤자르댕이 너무 매력적이라 영화가 끝나자마자 사진들을 찾아봤는데, 조지 발렌타인으로 분했을 때보다는 많이 아쉬운(?) 모습이라 살짝 실망도 ^^;
3. 영화는 1.33:1로 촬영되었습니다. 즉, 와이드 화면비율이 아니라는 얘기죠. 오히려 신선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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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ust Go On

2001년 작으로 개봉한지 10년 가까이 된 바즈 루어만의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 (Moulin Rouge!)’는, 뮤지컬 영화의 오랜 계보를 통해 보더라도 무척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뮤지컬 영화의 황금기였던 1940년대를 지나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올리버’ 등 아직까지도 사랑 받는 걸작 뮤지컬들이 선을 보였던 196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노래하며 춤추는 뮤지컬 영화는 점차 헐리웃의 주류에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노래하고 춤추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호주 출신의 바즈 루어만 감독은,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2001년에 자신 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뮤지컬 한 편을 탄생시켰으니 그 작품이 바로 이 작품 ‘물랑 루즈’다. 이제와 더 확고해진 생각이지만, 2001년 이라는 시기에 내놓은 새롭고도 고전미 넘치는 이 뮤지컬 영화는 참으로 적절했던 것 같다. 결국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들에게도 사랑 받는 작품이 되었으니 말이다.




일단 다들 아는 바와 같이 ‘물랑 루즈’만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극중 사용된 노래들이 모두 유명한 팝 넘버들이라는 점이다. ‘물랑 루즈’가 성공한 지금이야 팝을 사용한 이 영화의 노래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지만, 사실 제작 전 이런 아이디어를 바즈 루어만이 냈을 때만 해도, 이 아이디어는 기발하다기보다는 비아냥을 더 자주 들었던 위험한 시도였다. 다시 말해 신선한 기획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조차 선뜻 진행해보기는 쉽지 않은 시도였다는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바즈 루어만의 이 시도는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뮤지컬 영화의 그 흥분과 감동을 다시 한번 깊게 새기는 성공 사례가 되었으며, 영화적 성공은 물론 바즈 루어만 본인과 그 스텝들의 작업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사운드 트랙에 엄청난 히트로 이어졌다.




아마 바즈 루어만이었다면 유명한 팝들을 편곡한 뮤지컬 영화를 내놓지 않았더라도 뮤지컬 골수 팬들에게는 제법 만족할 만한 영화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와는 멀어진 일반 대중들마저 끌어 앉기에는 아마 힘에 겨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런 선택은 더 중요했다고 볼 수 밖에는 없겠다. 바즈 루어만은 그 화려한 미술 만큼이나 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다양한 장르와 비틀즈, 엘튼 존부터 U2와 스팅, 마돈나를 거쳐 데이빗 보위와 너바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와 음악 팬들을 아우를 만한 종합선물 세트 같은 선곡과 편곡으로 새로운 뮤지컬 넘버를 완성해 냈다. 그 정점에는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부르는 ‘Elephant Love Medley’가 있다. 마치 한 곡 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각기 다른 가수와 장르, 시대의 곡들은 쉴새 없이 몰아치며 요새 유행하는 예능 자막형식에 비유하자면 ‘내가 바로 물랑 루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 환상적인 메들리와 오버스러운 판타지를 ‘느껴지도록’ 만들어낸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의 공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런데 바즈 루어만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많은 뮤지컬 영화들이 시도했던 바와 같이 무대 뒤 광대의 이야기, 즉 뮤지컬을 만드는 자신들의 이야기까지 완벽하게 녹여냈다. 이를 대변하고 있는 캐릭터는 짐 브로드벤트가 연기한 ‘지들러’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을 텐데,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음에도 무대 위에서는 웃고 그 무대가 지속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Show Must Go On’을 노래하는 지들러의 모습에서는, 캐릭터들의 애환을 넘어서서 스크린 밖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절실함마저 느껴진다. 이 긴 여정의 시작과 마지막에 툴루즈 (존 레귀자모)의 쓸쓸한 모습을 배치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뮤지컬의 세상은 무대 위에서는 항상 즐겁고 모든 것이 다 이뤄질 것만 같지만, 무대 뒤에 항상 아픔이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Blu-ray 메뉴







오랜만에 보는 메뉴의 완벽한 한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기본 메뉴 언어는 물론 스페셜 피쳐 메뉴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모두 한글화가 되어 있다. 아래에 계속 설명하겠지만,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는 완벽한 현지화의 승리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코덱의 1080p 블루레이 화질은 2001년 작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보여준다. 최신작과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종종 디테일이 아쉬운 장면을 발견할 수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우수한 퀄리티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참고로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 작업은 부가영상에 수록된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최신 기술을 통해 더 좋은 최고의 화질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관객이 극장을 나오며 느꼈던 당시의 느낌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DTS-HD MSTR의 사운드 역시 DVD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디테일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랑 루즈’는 액션 영화처럼 화끈한 효과음들은 없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는 탓에 멀티 채널을 통해 흥겨운 뮤지컬 시퀀스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중간중간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오버스런 효과음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섬세한 사운드 효과들을 좀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STR의 사운드 역시 DVD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디테일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랑 루즈’는 액션 영화처럼 화끈한 효과음들은 없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는 탓에 멀티 채널을 통해 흥겨운 뮤지컬 시퀀스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중간중간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오버스런 효과음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섬세한 사운드 효과들을 좀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완벽한 현지화, 승리의 부가영상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물랑 루즈’ 블루레이 부가영상은 완벽에 가깝다기 보다는 그냥 완벽하다. 그간 블루레이 리뷰를 통해 아쉬움으로 지적해 왔던 모든 부분들이 모두 보완된 버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기본에 충실함은 물론 ‘이것도 지원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모두 지원하고 있다.




(참고로 위의 이미지를 보면 검은 박스가 나와 있는데, 이는 캡쳐 시에만 발생하는 문제이며 실제 BD플레이어나 BD-ROM을 통해 감상할 때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일단 음성해설의 우리말 자막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최근 발매된 타이틀을 비롯해 국내에 발매된 타이틀 중에는 유독 가장 중요한 스페셜 피쳐라 할 수 있는 음성해설에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았던 점을 미뤄봤을 때, 분명 반길 만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사실 음성해설이 시작되자마자 이 부가영상의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자막 지원 여부를 떠나서 음성해설에 참여하고 있는 감독과 스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본인의 이름과 사진이 포함된 소개 이미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호사스런 친절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 만큼 만족스러웠다는 얘기. 하지만 만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음성해설의 한국어 자막지원 조차 많지 않은 터라 pip형태로 제공되는 부가영상에 대한 자막의 경우 ‘그래, 음성해설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이것까지 지원하긴 어렵겠지’하며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는데, ‘물랑 루즈’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 점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다. 위 두 장의 캡쳐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음성해설에 대한 자막과 더불어 pip형태로 제공되는 부가영상과 하단에 이미지 형태의 pip로 제공되는 정보 부분 역시 완벽한 한글화로 제공되고 있으며, 노래가 나오는 장면의 경우, 곡의 제목과 아티스트의 이름까지 별도로 한글화 되어 제공되고 있다 (아, 이 대목에서는 울컥할 뻔했다). 너무 한꺼번에 이런 것들이 모두 한글화가 지원되니 적응이 안되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한 편으론 모든 타이틀이 응당 이와 비슷한 퀄리티의 현지화가 되어야 했었다는 또 한 번의 아쉬움도 드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결론은 음성해설의 한국어 자막은 물론, pip 형태의 부가영상에도 완벽하게 한글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음성해설과 함께하는 pip 형태의 ‘장엄, 장엄’은 위의 캡쳐 이미지처럼, 화면 좌측 하단에 ‘비하인드 신’이라는 아이콘이 나타날 경우 이를 리모콘의 엔터를 클릭하면 추가 장면을 별도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들어간 추가 장면에서도 자막이 완벽하게 지원된다.




‘바즈 루어만의 한 마디’에서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블루레이 포맷으로 새롭게 작업을 하게 된 바즈 루어만 감독의 간단한 소개말이 수록되어 있다. 새롭게 블루레이로 작업을 하며 어떤 부분들을 더 신경 썼고, 어떤 부분들이 보강되었는지 친절한 소개가 이어진다.




‘창조적인 모험’에서는 바즈 루어만과 이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 및 코스츔 디자인을 맡은 캐서린 마틴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첫 만남부터 첫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이 부가영상은 단순히 ‘물랑 루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즈 루어만의 필모그래피를 총괄하는 의미를 갖는 인터뷰로서, 이 작품 외에 ‘댄싱 히어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완성되는 레드 커튼 3부작 작품들과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장면과 이야기도 조금씩 전해들을 수 있다.




‘예술의 사실’에서는 이 작품의 대부분의 작업이 이뤄진 ‘House of Lona’의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의 산실이라는 이름답게, 이 집안에서 기획, 연습 및 대본 리딩은 물론 녹음마저 이뤄졌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아, 참고로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의 경우 기존 DVD에 수록되었거나 새롭게 수록되었으나 예전 자료여서 4:3의 SD비율로 촬영된 영상의 경우, 일반적인 경우처럼 4:3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BD의 와이드 화면 비율은 유지하되 위의 캡쳐 이미지와 같이 프레임 디자인 속에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취할 경우 4:3 풀스크린 방식으로 보여줄 때보다 보여지는 화면의 크기가 조금 작아질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화면 크기의 변동 없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는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이 외에도 배우, 음악, 댄스, 미술 등의 분류를 통해 각각의 부가영상을 가득 수록하고 있다. 특히 몇몇 영상은 이번 블루레이를 위해 새롭게 추가된 영상들로서, 말 그대로 자료실에서 꺼내온 소중한 영상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주요 장면의 리허설 장면들과 팝 넘버를 뮤지컬화 하게 되었던 음악 제작과정, 이완 맥그리거, 니콜 키드먼, 짐 브로드벤트, 존 레귀자모, 리차드 록스버그의 인터뷰 그리고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삭제 장면들과 니콜 키드먼의 첫 번째 보컬 테스트 장면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영화 ‘물랑 루즈’는 바즈 루어만의 최고의 작품으로서 뮤지컬 영화를 대중들에게 다시금 다가가게끔 만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런 작품에 걸맞게 우수한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무엇보다 음성해설의 pip형태 부가영상까지 한글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소장가치 면에서는 현재까지 출시된 타이틀 가운데 손 꼽힐 정도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도 ‘물랑 루즈’ 블루레이와 같은 완벽한 현지화 타이틀이 출시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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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
드디어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의 마스터피스!


영화팬으로서 갖게 되는 소원 중 하나라면, 동시대가 아닌 이전의 명작들을 비디오나 DVD등 홈비디오 매체가 아닌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경험일텐데,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들 가운데 반드시 보고 싶었던 작품들 가운데는 데이빗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처럼 압도적인 시네마스코프 영상과 스크린에서만 그 감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스케일 때문인 경우도 있었고, 오우삼의 <영웅본색>처럼 단순히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 '과연 극장에서 보았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하는 호기심과 기대 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장에서 '꼭 한번' 보고 싶은 작품으로 계속 꼽아왔던 것은 바로 이 작품, 로버트 와이즈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 영화라는 것은 어차피 극장 상영을 위해 만들어진 '극장 예술'이기도 하고 (특히 이전 영화들이라면), 이 작품 같은 경우는 특히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만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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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점들을 다 재쳐둔다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냥' 꼭 한번 극장에서 보고 픈 개인적인 영화였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올리버>, <그리스> 등과 함께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인 동시에, 무엇보다 음악과 안무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압도하는 수준을 보여주는 엄청난 걸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영화제'에 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놀랐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영화사 백두대간에 이 필름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1년 반쯤 전에 알고는 주구장창 이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왔었는데, 매번 긴 상영시간과 적절한 기획을 찾지 못하고 점차 잊혀질 때쯤,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던 이번 상영 기회는 왠지 개인적인 선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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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오프닝 시퀀스는 언제봐도 경이스럽다. 뉴욕의 풍경을 항공촬영으로 훑어가는 샷은 별다른 미사여구 없이도 뉴욕이라는 공간의 특성과 영화의 주요 갈등요소가 되는 사회문제를 어렵지 않게 드러낸다. 이후에 이어지는 'Jet Song'의 임팩트는 21세기에 봐도 실로 압도적이다)

사실 우려했지만 실제 극장에서 본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는 DVD에 수록된 버전과는 달리 오프닝 타이틀 부분이 일부 삭제되었으며 (DVD버전을 보면 한곡이 온전히 끝날 때 까지 타이틀이 컬러만 변경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상영 필름에서는 이 부분이 금방 지나간다), 화면비 역시 상하 좌우가 모두 온전치 못한 것 같았으나(예전 극장에서 보았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자면, 좌우의 화면비가 엄청나게 길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참고로 아주 예전에 국내 개봉되었을 때 역시 여러가지 문제로 인터미션 등 삭제가 된 버전이 상영되었다고 한다. 이번 상영분 역시 인터미션은 추가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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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가지 장면만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설명해야 한다면, 도입부의 'Jet Song'을 주저 없이 꼽을 것이다. 안무라는 것이 스크린에 어떻게 녹아드는지에 대한 교과서이자 진부하지 않은 감각이 돋보이며, 음악이라는 것이 이야기와 어떻게 결합되는 지에 관한 '좋은 예' 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작품이었기에 드디어 상영이 시작될 때의 감흥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황홀한 'Prologue'와 'Jet Song' 을 볼 땐 소름이 멈추지 않았으며, 'Maria'와 'Tonight'이 흐를 땐 감동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Jet Song'의 경우 특히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음악은 완전히 장면과 결합되어 있다. 최근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장면과 음악이 겹치는 것을 촌스럽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런 것이야 말로 진정한 뮤지컬 영화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다.

얼마전 EBS에서 방영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를 보고 난 뒤라 이 작품의 음악과 장면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빨랐는데, 음악이 어떻게 이야기를 꾸미는지, 반대로 같은 음악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는 번스타인의 설명을 떠올리니, 장면과 음악이 완전히 결합되어 있는 이 작품의 구성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확실히 번스타인의 음악에서는 장면이 그대로 느껴진다. 뭐랄까 번스타인의 음악은 장면을 뒷받침 하는 것이 아니라 장면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음악으로 장면을 쓰고 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노라면 그 어느 뮤지컬 영화보다 영화 속 장면이 속속들이 전부 떠오르곤 한다. 이것이야 말로 뮤지컬 영화의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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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더 훌륭한 점이 있다면 단연코 '단체 연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장르의 영화들도 그렇지만, 뮤지컬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주연 배우들은 물론 조연 연기자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 황홀함 마저 느끼게 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몇번이고 봐도 매번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살아있는 연기에 있다. 이들의 연기는 너무 영화적이고 연극적이라 '과연 저런 연기를 최근에도 본적이 있었나' 싶기까지 할 정도인데, 완벽하게 카메라 안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들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면서도 마치 그림같은 장면 장면은, 만약 내가 감독이어서 내 앞에서 저 연기를 실제로 보았더라면 얼마나 뿌듯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작품은 특히 주연 한 두명이 만드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제트단과 샤크단, 그리고 그들 각각의 무리가 '그룹'지어서 연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들 구성원 하나하나의 모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토니가 노래할 때 뒤에서 제트 단원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베르나르도와 아니타가 화면 맨 앞에 춤을 출 때 샤크단원들은 각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숨겨져 있지만 반드시 챙겨야할 이 작품의 보석같은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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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와 'Tonight'을 비롯해 이 작품의 주요곡들의 장면들은 너무 많이 보고 또 보아서, 노래는 물론 안무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외우고 있는데, 극장에서도 동작을 따라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느라 혼났다)

예전엔 그냥 노래가 좋고 춤이 멋져서 보았던 영화였다면, 이제와 다시 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새로운(?) 발견이라면 안무의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안무를 맡은 제롬 로빈스의 경우 발레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안무가로서 영화의 안무들은 발레 동작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갱들의 이야기와 발레 안무가 엇나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막상보고 나면 클래식한 음악과 발레 안무가 얼마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당시 한참 유행하던 고전적인 MGM뮤지컬과도 거리가 있고,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현대적인 신세대 뮤지컬로 보기에도 어려운(당시에도) 모습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음악을 맡은 레너드 번스타인, 안무가이자 연출을 맡은 제롬 로빈스, 그리고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이렇게 각각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어 시너지를 이룬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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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야기의 기본 뼈대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져오긴 했지만,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을 뉴욕의 소년 갱집단의 이야기로 옮겨왔다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들이 각자를 적대하는 이유 가운데는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닌, 당시 미국내의 사회적인 문제와 이민자 문제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대단한 이유는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유쾌하고 흥겨운 리듬 속에 자연스레 녹여내었다는 점이다. 사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그저 저런 가사들이 장난으로 느꼈을 정도로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와 다시 보니 가사 하나하나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사 역시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상당히 라임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극장에서 보면서 새삼 발견한 영화의 장점이라면 손드하임의 가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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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ght' 시퀀스는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와 캐릭터의 이야기가 하나의 노래에 녹아드는 가장 전형적인 시퀀스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구성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자주 쓰는 구성이기도 하고, 폴 토마스 앤더스인이 <매그놀리아>의 'Wise Up' 시퀀스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아마도 이 작품이 그 시초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곡에 등장하고 있는 각각의 그룹들의 비중이 동등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영화만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에 근거한 남녀 로맨스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이 곡의 후반부를 보면 역시나 동작과 음악이 기가 막힌 싱크로율을 보여주는데, 특히 중간에 형사와 경찰차가 나오는 장면을 껴넣은 부분의 리듬감과 긴장감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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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어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오늘밤 결투'가 끝나고 난 뒤의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공감도 재미도 못느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투 이후 영화는 급격히 어두워지고 다운되기 때문이다. 그 중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있다면 결투 이후 혼란스러운 제트단의 분위기를 잘 그린 'Cool'을 들 수 있겠는데, 예전 기억에 이 시퀀스는 그저 '지루한 부분' 정도 였는데 이제와 보니, 극중 시퀀스 가운데 가장 난이도 높은 안무는 물론 구성 면에서도 매우 완성도 높은 시퀀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극장 관람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면 분명 'Cool'의 재발견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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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과 마찬가지로 그 이후 등장하는 마리아와 아니타의 'A Boy Like That & I Have a Love' 시퀀스 역시 이번 관람의 재발견 포인트였다. 어렸을 때는 단순한 것만 보였었다면, 이번에는 마리아보다 오히려 아니타 입장에서 보게 되어, 아니타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퀀스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쩌면 토니를 너무 쉽고 급작스럽게 용서해버린(용서의 과정 조차 없었던 것 같다) 마리아가 아니타에게 너무 그 용서를 강요하는 듯 느껴졌는데, 이를 눈물 흘리며 수용할 수 밖에는 없는 아니타의 모습에 더욱 동화되었다. 이 시퀀스도 예전에 보았을 때는 그저 '지루한 후반부' 였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를 더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사실 뮤지컬 영화 가운데(특히나 고전 가운데) 이렇게 어두운 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작품이 있었나 싶다. 뮤지컬 세상은 항상 유쾌하고 밝을 것만 같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 유쾌함으로도 지울 수 없었던 현실의 무게감을 잘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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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가 입고나온 옷 색깔을 유심히 보라. 마리아는 드디어 자신이 입고 싶던 빨간 드레스를 입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감상이라 2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고 빠져들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한숨을 돌리고 나니 더 완벽하고 온전한 화면비로 즐겼더라면 감흥이 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내 인생의 뮤지컬 영화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또 한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앞으로도 허락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었고, 너무나 고마운 생일 선물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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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Nine, 2009)
뮤지컬은 결국 판타지와 챕터의 예술


<시카고>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롭 마샬 감독이 연출하고, 일일이 다 언급하기도 벅찬 캐스팅으로 더더욱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영화 <나인 (Nine)>은, 앞선 이유만으로도 뮤지컬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영화 팬들에게도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호불호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대부분의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혹평을 등에 업고 관람을 하게 된 <나인>은 그래서인지, 아니면 뮤지컬 세계에 유난히도 동화가 잘 되는 개인적 특성 때문인지 크게 아쉬울 것 없는 멋진 뮤지컬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었다. 잘 생각해보니 아마도 나와 롭 마샬 감독(혹은 롭 마샬의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과 나의 시선은)은 무언가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긴 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큰 인기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시카고 (Chicago, 2002)>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크게 매력적이지 못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나인>의 리뷰를 쓰기 전에는 적잖은 고민도 되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 영화가 좋았다는 평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최근 본 <파르나서스....>의 경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인상 깊게 보았다는 글을 쓰기가 잠시나마 머뭇거려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뭐 어차피 개인적인 차이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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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합성논란까지 있었을 정도로 말이 안되는 이 화려한 캐스팅을 보라!)

<나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과 1/2>에 영감을 받아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그러니까 정확히 얘기하자면 <8과 1/2>의 리메이크라기 보단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천재 영화 감독이자 카사노바인 '귀도(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의 새로운 작품(이탈리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보여지는 것에서만 벗어나 솔직히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뇌를 고백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 과정 속에 그의 인생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는 여러 여성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것으로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어떤 특별한 감동이 요소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영화의 주된 요소 중 하나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라고 보았을 때 이 영화는 분명 낙제점에 가까운 작품일 것이다.

또한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공감대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귀도가 영화 감독으로서 창조의 고통을 겪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다는, 그의 여성편력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는 편이라 귀도의 고뇌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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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들이 내러티브나 공감대(특히 공감대)면에 있어서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무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경우일 때 더 자주 나타나는데,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타 장르의 영화들보다 챕터의 성격이 짙으며, 그 챕터들이 노래라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캐릭터나 에피소드에 관한 설명을 대사나 상황으로 설명하는 것 대신 노래를 통한 시퀀스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화법에 있어서도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 한 곡은 정확히 챕터와 성격을 같이 하기 때문에, 노래가 끝난 다음에는 비교적 다음 에피소드로 빨리 이야기가 전환되곤 한다. 쉽게 얘기해서 노래가 삽입된 장면에서 인물들의 가사가 관객에게 좀 더 공감대를 얻어야만 챕터 방식이라도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텐데, 대부분이 이 장면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편이기 때문에 몰입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 뮤지컬을 제외하고 최근 그나마 좋은 반응을 끌었던 뮤지컬 영화들을 떠올려보자면, 뮤지컬은 뮤지컬이되 주인공이 가수이거나 쇼비지니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경우가 많다. 이런 종류의 뮤지컬은 음악영화와 뮤지컬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작품들인데 (가까운 예로는 <드림걸즈>를 들 수 있겠다), 이런 작품들은 일반적인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전통적인 구성도 있으면서 또한 가수로서 노래하는 구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적은 부담감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게되곤 한다. <나인>의 경우는 또 조금 다른 경운데, 그래도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영화는 상당수가 그렇지만 '노래하는 것 = 판타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 역시 이런 공식에 가까운 작품이다. 애초부터 귀도가 상상하는 영화의 장면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나인> 속 노래하는 장면들은 귀도의 판타지이자 뮤지컬의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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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리도 화려한 여배우들이 캐스팅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판타지적인 특성과 강조된 챕터 형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작품은 확실히 무대 뮤지컬의 성격을 깊게 띄고 있는데, 사실 그러기엔 좀 캐릭터가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에 캐릭터가 많은 탓에 거의 소개와 자신의 이야기를 각자의 곡에서 모두 소화해야 했던 탓에, 이야기보다는 '소개'의 인상을 더 깊게 남긴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저 '니콜 키드먼 나왔다!', '아니, 소피아 로렌이잖아!', '퍼기는 역시 가수출신이라 무대가 강렬한데', '페넬로페 크루즈는 늙지도 안나봐' 등 배우마다 간단한 소감을 풀어내기가 일쑤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무대화되고 영화화 되면서 영화라는 것과 감독, 그리고 창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사그라든 것이 사실이다. 맨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 <나인>은 펠리니의 작품보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로 인한 혹평들은 어쩌면 예정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나인>이 좋았던 것은 클래식 뮤지컬 영화스러운 분명한 챕터별 구성과 환상적인 노래와 춤 때문이었다(확실히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챕터를 감싸는 기본 이야기의 전개가 아쉬웠던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화려한 캐스팅의 배우들은 각자의 챕터에서 짧지만 강렬한 등퇴장을 보여주고 있는데, 니콜 키드먼 같은 경우는 확실히 그 금발과 아름다움 외에는 이렇다할 분량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내가 감독이라도 누가봐도 범접하기 어려운 여배우다운 한차원 높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배우 캐릭터에는 주저없이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했을 듯 하다(그녀 외엔 케이트 블란쳇을 떠올릴 수 있겠다). 블랙 아이드 피스 출신의 퍼기의 경우는 사실 드라마타이즈의 연기는 하나도 없이 노래와 춤에만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오히려 더욱 그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사실 이런 여배우들 사이에서 어설프게 연기하느니 안하는게 나을듯 하다). 많은 이들이 페넬로페의 시퀀스와 더불어 최고의 장면으로 그녀의 시퀀스를 꼽고 있는 것처럼, 완벽한 무대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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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여배우와 챕터는 바로 케이트 허드슨의 시퀀스였다. 'Cinema Italiano'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기도 했는데, 무리 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주디 덴치의 캐릭터는 조금 어정쩡한 감이 없지 않았고, 소피아 로렌 역시 좀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출연 소식 만큼의 인상은 주지 못한 듯 하다. 마리온 꼬띨라르의 경우 드라마 타이즈에 있어서는 페넬로페와 함께 가장 분량이 많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아카데미 수상자 답게 화려함이 없는 가운데서도 빛이 나고 있다(이 영화에선 숨막힐듯한 그녀의 클로즈업이 나온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섹시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처럼 보라색으로 표현하면 좋을 매력을 선사하는데, 확실히 그녀의 출연분이 다른 챕터에 비해 튀는 편이긴 하다. 오히려 주연을 맡은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경우 그의 출연작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편한 연기를 펼친 것이 아닌가 싶다. 항상 관객을 옴싹달싹 못할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가 어느 정도 힘을 빼고 펼치는 이번 연기도 색다르게 볼 만하다(첨에 그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또 하이라이트에서 목에 핏줄 세우며 열창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말이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뮤지컬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황홀함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었던 영화로서, <나인>은 뮤지컬 영화팬인 내게 가슴 뛰는 영화였다.


1. 음악이 오히려 고전적이라 참 좋더군요. 사운드트랙은 이미 질러져있다.
2. 배우들의 연습장면이 짧게 나오는 엔딩 크래딧도 좋았어요.
3. 이 작품의 각본은 안소니 밍겔라가 마이클 톨킨과 함께 작업했었는데, 아시다시피 2008년 세상을 떠났죠. 영화는 그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4. <시카고>와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카고>를 재미있게 본 관객을 홍보타켓으로 삼는 것은 역시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5. 어쩌다보니 최근 본 두 작품(파르나서스...)이 전부 저만 좋아하는(혹은 응원하는) 작품이 되어버렸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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