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_ 블루레이 리뷰 (Prometheus _ Blu-ray Review)

프로메테우스, 그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올해 가장 출시를 기다렸던 블루레이 타이틀인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를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가 기대되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질과 사운드 등 AV측면 외에 본편으로는 미처 다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그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타이틀들이 보여준 완성도가 그 첫 번째 이유였다. 즉, 영화를 보는 재미 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이 더 기대되었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출시를 고대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게 된 블루레이는 역시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글은 영화 본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블루레이 자체, 더 나아가 부가영상을 소개하는 내용이므로, 영화에 대한 글은 기존 개봉 당시 작성했던 글로 간단하게 대체하고자 한다.



프로메테우스 _ 근원에 대한 선문답

http://www.realfolkblues.co.kr/1652



 

Blu-ray : Video Quality


이번 글은 포인트가 부가영상에 있으므로 화질 평가 역시 말로 하기 보다는 직접 원본 크기의 스크린 샷들을 추가하는 것 정도로!





 

Blu-ray : Special Features


1번째 디스크에는 감독 겸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 트랙과 각본가 존 스파이츠, 각본가 겸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가 참여한 또 하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개봉 당시에도 많은 팬들이 빨리 DVD/BD 가 출시되어 리들리 스콧의 음성해설을 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았던 부가영상이었는데, 다행히(?)도 음성해설 두 트랙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어 이 수많은 뒷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 장인답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팬은 물론 '프로메테우스'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음성해설은 물론 두 각본가가 참여한 음성해설도 반드시 즐겨보길 권한다.




(엔지니어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 다음 살펴볼 부가영상은 '삭제 & 또 다른 장면'인데 블루레이 출시전 부터 관심을 모았던 삭제/확장 장면인 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여럿 수록되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영화의 첫 장면, 엔지니어가 도착하는 장면인데 본편에는 혼자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삭제 장면에서는 여러 명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에게 의식을 위해 그 물건(?)을 전달해 주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나이 든 엔지니어가 젊은 엔지니어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지만, 불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제일 먼저 삭제 되었다고 한다. 




(본래 엔지니어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그 다음은 추후 깨어난 엔지니어가 웨이랜드와 데이빗 일행을 만나는 장면에서 엔지니어가 데이빗과 고대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엔지니어가 말을 하면 할 수록 결국 인간과 동일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엔지니어의 말을 줄이는 것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좀 더 신(God)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엔지니어의 대화 장면을 대부분 삭제하게 되었다.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최종 버전이 더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 장면은 좀 더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장면이기에, 이렇게 삭제장면으로라도 만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좀 더 웨이랜드의 어리석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쇼와 데이빗의 대화를 통해, 영화의 제목이 될 뻔 했던 '천국 (Paradise)'이라는 단어가 포함되고 제외됨에 따라 얼마나 의미 상에 차이가 있는지 (확장과 축소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피터 웨이랜드 파일'에서는 영화 개봉 전 프로모션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던 영상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첫 번째 '고요한 눈 - 엘리자베스 쇼'에서는 쇼 박사가 웨이랜드에게 보낸 셀프 카메라 형식의 메시지 영상으로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하는 쇼의 욕구와 영생을 얻고자 하는 웨이랜드의 욕구가 서로의 필요로 인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쇼가 어떻게 웨이랜드의 이 프로젝트의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소스랄까.





'생일 축하해 데이빗'은 미리 프로모션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영상이었는데 (이후 TED 영상과 마찬가지로), 로봇인 데이빗 캐릭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라 하겠다. 쉽게 얘기하면 데이빗 모델에 대한 홍보 영상이라 하겠는데, 감정까지 갖춘 모델이라는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젊은 웨이랜드가 자신의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는 영상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TED 강연 형태로 진행되어 더욱 흥미롭기도 하고 현실성도 갖춘 영상이다. 이 영상을 통해 웨이랜드의 욕망의 근원에는 어떤 에너지가 있는지, 그의 비전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분노한 신들 : 프로메테우스 제작과정 (The Furious Gods: Making Prometheu)'에 대부분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일단 실로 오랜만에 양적으로 만족스러운 부가영상 수록이라는 점에서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정도. 실제로 보통 같으면 모든 부가영상을 다 보고 하나씩 모두 소개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모두 소개하는 것 자체가 좀 벅찰 정도로 양적으로 풍부하며, 일일이 소개하는 것 보다는 보는 이들을 위해 남겨두면 더 좋을 부분들이 많아서 절반 정도만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제작과정을 보는 동안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좀 더 심층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핸스먼트 모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들은 디스크 메뉴의 '웨이랜드 기업 특별 자료실'을 통해 별도로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함을 준다.





첫 번째  '낙원 정복 : 스토리 창조'에서는 에이리언 프리퀄에서 시작한 이 작품이 어떻게 그 이상을 담고 있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전했는지 초반 스토리 구상 과정을 소개한다. 에이리언 프리퀄로 시작되긴 하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4부작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리들리 스콧이 직접 하지 않은 이야기들 - 작품들 - 을 포함하여)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그렇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태초의 이야기로 풀어가보자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고, 단순하게는 에이리언은 누가 만들었는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은 누가 만들었고 그렇다면 그 인간을 만든 조물주는 또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담은 이야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처음 '에이리언 프리퀄'로 명명 되었던 영화의 제목은 '에이리언 엔지니어', '파라다이스' 등을 거쳐 결국 '프로메테우스'까지 이르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은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신화의 내용과 조물주를 찾아가는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피라미드 아래 : LV-223'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디자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일차적으로 LV-223에서 만나게 되는 괴물들의 경우 이미 무섭고 특이한 이미지의 괴물들은 거의 다 나올 만큼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러니까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를 만들려고 특별히 애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 호의 디자인을 비롯해 여러가지 흥미로운 영상들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힘을 주게 된 흥미로운 부분은 H.R.기거에 대한 기거레스크를 소개하는 부분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에이리언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H.R.기거가 창조한 특유의 컨셉 아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들리 스콧은 '프로메테우스'를 제작하면서 H.R.기거에게도 역시 도움을 청했는데,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기거 풍을 배제하려고 컨셉을 잡았으나 조금씩 기거 풍을 도입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전체적인 컨셉을 기거 풍으로 가기로 결정, 이전까지 작업한 결과물들에 기거 풍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오른 쪽의 이 분이 바로 그 유명한 H.R.기거)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히 (이걸 단순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거 풍의 디자인인 것 같지만, 이에 앞서 엄청난 아이디어와 양의 결과물들이 있었던 탓에, '프로메테우스'와도 완벽하게 잘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역시 바로 그 유명한, 컨셉 아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성배로 불리우는 스페이스 자키와 그 조종석에 대한 이야기와 세트 디자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만약 에이리언이나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아이템(피규어나 스테츄 등)을 단 하나만 구입할 수 있다면 바로 H.R.기거가 만든 이 스페이스 자키의 조종석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 팬들에게 역시 이 디자인과 구조물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농담삼아 (진담인 것 같지만..) 영화가 끝나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내가 집에 가져갈 거라고 말하는 리들리 스콧의 말에 갑자기 부러움이 밀려올 정도였다. 이 엄청난 구조물이 마당 안 잔디밭에 있다고 생각해보니....




('저 뒤에 저건 촬영 끝나면 내가 가져갈 꺼에요 ㅎㅎ')


참고로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부가영상이 특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많은 컨셉 아트들에 대한 내용을 갤러리 형식으로 보기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실제로 엄청난 양의 컨셉 아트 작업물들을 만들었던 영화답게 이 작업물들을 최대한 부가영상에 녹여 공유하려는 시도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엔지니어'의 경우, 본래 영화의 시나리오상 중심에 엔지니어가 있었을 정도로 비중있는 캐릭터답게 그에 관한 뒷이야기들도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과 같은 고대 조각상들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신비로움과 함께 디자인적으로 자연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엔지니어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에 모두들 반대했으나 리들리 스콧은 끝까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이와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신은 자신의 모습을 닮도록 인간을 창조했다'라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영화의 핵심이 바로 조물주를 찾아가는 여정과 그 의문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엔지니어의 이미지는 리들리 스콧이 끝까지 주장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 명단 : 캐스팅과 의상'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배우들의 인터뷰와 캐릭터 그리고 각 캐릭터 별로 의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그 첫 번째로 여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를 연기한 누미 라파스를 만나볼 수 있다. 누미 라파스는 잘 알려졌다시피 최근 스웨덴 원작의 '밀레니엄' 시리즈의 주인공 '리스베트'를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인데, '밀레니엄' 1편에 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리들리 스콧은 육체적 연기와 감정적인 연기를 모두 필요로 하는 엘리자베스 쇼 역할에 적역이라고 생각해 바로 점찍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미는 스타급의 여배우를 원했던 스튜디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배우였고, 그녀의 캐스팅에 제작사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리들리 스콧의 강력한 주장과 더불어 거의 영화 속 장면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카메라 테스트 들을 통해 누미 라파스는 스스로를 입증해 결국 엘리자베스 쇼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다. 부가영상에는 누미 라파스가 받은 카메라 테스트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가영상에 수록된 카메라 테스트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 촬영 감독인 다리우스 월스키가 촬영하였으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을 최대한 표현한 공간 활용 덕에, 일반적인 테스트 영상의 퀄리티는 가볍게 상회한다.





할러웨이 역 캐스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주로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던 뉴욕 출신 배우 로건 마샬-그린을 최종 캐스팅하였고, 결과적으로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건 시나리오의 비중 탓일듯) 큰 무리 없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역할의 마이클 패스빈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리들리 스콧이 그에게 준 디렉션이라고는 '당신은 근본적으로 하인이고, 엄청난 지식을 가졌음에도 하인 노릇을 한다는 모순을 연기해라'라는 것 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리들리 스콧은 패스빈더에게 '천재 아니야?'라고 까지).





그리고 제법 많은 수의 관객들이 '도대체 어디에 출연한거지?'라고 궁금해하기도 했던 가이 피어스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웨이랜드 역을 연기하기 위해 5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분장을 하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노역인 웨이랜드의 캐스팅을 더 나이 많은 노역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는데, 웨이랜드라는 캐릭터가 노인이기는 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젋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가이 피어스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 피어스 : 저도 출연했다고요 ㅎㅎ)


주요 캐릭터들의 헤어와 의상 테스트 장면의 경우 각 배우들의 음성해설과 함께 수록되었는데, 헤어와 의상이 캐릭터 설정과 구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스텝들이 아닌 배우 스스로가 자신이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데에 각 의상들과 헤어스타일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해주다보니 더 설득력이 있는 인터뷰였다. 데이빗의 경우 젊은 시절 데이빗 보위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극중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아라비아의 로렌스' 속 피터 오툴을 롤모델로 삼는 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헤어와 의상 테스트 영상이 흥미로운 도 다른 이유는 누미 라파스나 샤를리스 테론, 마이클 패스빈더 등 배우들이 모두 이 테스트를 단순한 테스트로서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캐릭터에 동화된 것처럼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메라 테스트 장면들이 테스트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대단한 집중력과 몰입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소개할 부가영상은 '녹색이 없는 세상: 파인우드 스튜디오, 2011년'인데 이 CG로 도배되다시피 했을 것만 같은 이 SF영화가 사실은 거의 대부분을 그린 스크린 없이 촬영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려준다. 최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SF영화들은 그린 스크린을 통한 CG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프로메테우스'는 보통 같으면 CG로 처리했을 배경이나 공간을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하여 촬영되었다 (미니어처도 아니고!). 이 엄청난 세트는 007세트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 및 촬영이 되었는데, 리들리 스콧이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한 것은 1985년 작 '리젠드' 이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세트들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스페이스 자키와 조종석이 있는 공간 (저거노트)이었는데, 무려 74일에 걸쳐 이 세트를 만드는 과정을 저속촬영 시퀀스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의 이야기처럼 '프로메테우스'는 무엇보다 스케일이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이러한 대형 세트 제작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장면들이 CG가 아닌 실제 제작된 세트에서 촬영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에 대고 '여기에 이런 것이 있을 것이다'라고 상상하며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세계를 실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배우와 스텝들은 촬영장에만 오면 실제 LV-223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깊은 몰입으로 연결되었다. 리들리 스콧은 더 나아가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크리쳐들마저 CG가 아닌 실제 조작이 가능한 모형으로 만들어 배우들과 리얼 타임으로 함께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배우들은 눈 앞에 어떤 것을 가정하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에 반응만 하면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리언'을 촬영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몇 장면은 더 실감나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배우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고 놀라게 하는 방식까지 보여주기도.




 

마지막으로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는 DVD 시절부터 레퍼런스 부가영상을 만들어 왔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Charles de Lauzirika의 작품이다. 그는 이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많은 DVD/BD 타이틀들을 수준급의 부가영상을 통해 레퍼런스로 탄생시켜 왔는데, 지금까지도 레퍼런스 DVD로 꼽히는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 DVD의 부가영상도 그의 작품이고, '블레이드 러너' 역시 그의 솜씨며 '에일리언 Quadrilogy' 등도 그의 손 끝에서 완벽해진 타이틀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외에도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의 부가영상을 감독하기도 했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의 DVD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대할 때면 자연스럽게 Lauzirika의 메이킹 다큐를 기대하게 되었을 정도로, 그의 이름은 또 다른 브랜드로 신뢰를 얻은지 오래다.

 

 

 

 

이번 '프로메테우스' 블루레이 역시 한 번에 모두 소개하기 벅차고, 한 편으로 다 소개해 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만족감을 훨씬 상회하는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도 살 만 하다. 이런 콘텐츠를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소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일 것이다.

 

 

(아~ 행복해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2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레퍼런스급 화질과 사운드로 무장한 배틀쉽 BD

우리에게는 '트랜스포머'로 유명한 '하스브로 (Hasbro)'사의 동명 보드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피터 버그의 영화 '배틀쉽 (Battleship, 2012)'은 올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AV적 만족도를 충족시켜주는 작품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나 만족도와는 별개로 블루레이의 감상이 기다려지기도 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 레퍼런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렬한 타이틀로 출시되었다.




사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난 4월 극장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을 때에는 주연을 맡은 테일러 키취의 전작인 '존 카터'를 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적으로는 크게 다른 매력이 없는 작품을 연달아 보다 보니, 그저 '존 카터 해군에 가다'로 받아들여졌었는데,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블루레이로 다시 본 '배틀쉽'은 만족스러운 AV퀄리티 덕인지 오락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배틀쉽'을 보면서 그 안에 어떤 메시지나 생각할 거리를 담았는지를 골똘히 생각하고자 기대했던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즉, 이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나 많은 설정들을 논리적이거나 디테일 측면에서 따져보면 허무할 정도로 가볍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도 많지만, 어차피 '배틀쉽' 같은 영화에는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얘기다 (이것은 일부 장르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각 장르나 작품의 성격이 '다른'데서 오는 이유다).





'배틀쉽'의 줄거리는 너무 많이 반복된 이야기들이라 더 이상 거들 것도 없을 정도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있고 세상 모르고 사고 치던 중 지구의 운명을 짊어져야 할 상황에 갑자기 처한다. 외계의 생명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게 침공(혹은 불시착)하지만 그들이 왜 왔는지, 누구인지 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 어찌되었든 이런 위험 상황에서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과 갈등을 겪던 일본군 장교는 함께 힘을 합쳐 이들을 물리치고 그 가운데에는 오래 된 '배틀쉽'과 노장들이 큰 역할을 한다 는 정도. 아, 그리고 그 사이에 '아마겟돈'에서 보았던 두 남녀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여자의 아버지 이야기도 있다.






'배틀쉽'은 이 뻔한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그려내려는 방식으로 이른바 올드보이 들과 오래된 배틀쉽을 수면 위로 꺼내어 애국심과 존경의 마음을 불러일으켜 뭉클함을 만들려는 방식과, 외계인들이 타고 온 또 다른 '배틀쉽'의 스케일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최첨단 기술의 외계인과 (물론 그 기술을 영화 속에서는 거의 쓰지 않지만) 해군 과의 결투에서는 해군의 비밀병기라던가 특수 무기가 등장하지 않고 거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으로 싸우다 보니,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운 전투 방식의 묘사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더 효과적으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자동이 아닌 수동에 가까운 전투 전략들은 나쁘지 않았다 (원작 보드게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기도 했고).





다시 말하지만 만약 미 해군 (혹은 연합군)과 막강한 외계인들이 벌이는 화끈한 대결을 기대했다면 이 영화는 조금 심심할 수 있겠다. 물론 구성은 이와 정확히 동일하지만, 외계인은 그 스케일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활약상은 조금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포인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면 역시 제목인 '배틀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원작 보드게임을 가져왔고 그 설정도 영화 후반 부 아주 흥미로운 시퀀스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배틀쉽'이라는 제목에서는 해군과 전투함 자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고, 실제 영화 역시 그러했다. 이 설정은 관객에 따라 가장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는 장면인 동시에 반대로 가장 흥분할 수 있는 지점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전함이나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이 본다면 '그래, 저 장면을 보는 것 만으로도 본전은 하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편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오락영화라는 얘기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Quality

배틀쉽 블루레이의 화질은 곧 소개할 사운드와 함께 레퍼런스급 퀄리티를 자랑한다. 극장에서 볼 때는 미처 '이렇게 화질이 좋은 영화였나?'라는 생각을 못했을 정도로 블루레이로 감상하는 화질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였으며, 어두운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암부의 표현력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파란 하늘보다도 더 푸른 바다의 넘실거림이 질감으로 느껴질 정도의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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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군함들이 바닷물을 가를 때 일어나는 파도의 표현도 좋지만 무엇보다 화질의 우수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외계의 전함이 물 속에서 부양할 때이다. 천천히 솟아오른 메탈 질감의 기체 위로 마치 폭포수가 흘러내리듯 떨어지는 물줄기는,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수증기의 미세한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마치 분무기를 뿌렸을 때처럼) 우수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동원된 장면들은 블루레이로 보게 되면 오히려 더 극명한 표현에 역효과를 내는 경우들이 많은데, 배틀쉽은 외계 전함이 실사와 맞닿는 장면 표현에서도 자연스러움은 물론 디테일에서도 아쉬움이 없는 화질을 담고 있다.






외계 군함 (비행선?)의 디테일은 물론 실사와 세트, 그래픽이 혼용된 대형 군함의 등장 장면의 경우, 멀리서도 갑판 위의 작은 인물이나 구조물들이 뭉개지지 않고 표현되었을 정도로 뛰어난 디테일은 물론, 인물의 클로즈업에서도 발군의 디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배틀쉽은 이를 자랑이라도 하듯 병사의 얼굴을 아주 타이트하게 클로즈업 한 장면들을 인상 깊게 배치하고 있다).


Blu-ray : Audio Quality


화질이 물론 레퍼런스 급의 만족스러운 수준이긴 했지만 배틀쉽 블루레이에 호감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첫 째도, 둘 째도 사운드 퀄리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감을 얻지 못했던 영화의 아쉬움을 상쇄시켜줄 정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정말 화끈하고 인상적이었다. 몇 번이나 리모컨을 손에 쥐고 옆 집 걱정에 볼륨을 줄였을 정도로… 






블루레이 사운드에 대해 리뷰를 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바로 '체감'에 관한 것인데, 사실상 사용자가 사운드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는 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 그런 측면에서 배틀쉽 블루레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극장에서 볼 때 조차 사운드적 쾌감에 이 정도로 반응하지는 않았었는데, 작은 방안에서 체감하는 화끈한 블루레이 사운드는 정말 말로 이루다 표현 못할 정도. 외계 전함에서 공격을 해올 때의 휘몰아치는 사운드에는 임팩트는 물론 자잘한 파편 같은 작은 소리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귀를 자세히 귀울여 보면 이 작은 소리들까지 충실히 전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폭발 장면에서는 단순히 우퍼 스피커 만으로 울림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공간감으로 주는 효과가 동반되어 더욱 체감하는 효과가 컸으며, 사운드 디자인도 세심한 편이라서 그냥 뭉개져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깊이가 있는 임팩트를 전달하고 있다. 정말 옆 집에서 뛰쳐나올 걱정만 없는 집이라면 더 여유 있는 볼륨으로 극장 못지 않은 (체감도 측면에서는 더 나은) 사운드를 즐겨보시길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하지만 옆 집의 이슈가 없어도 절로 볼륨을 움찔하여 줄이게 되는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으니 이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길.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중에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은 또 다른 엔딩 장면은 'Alternate Ending Previsualization'인데, 배우들이 연기한 버전이 아닌 프리비주얼 버전이지만 그 분량이 짧지 않아 오히려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배우들이 연기하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그 촬영 직전의 버전에 가까운 프리비주얼 영상이라 감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 감독인 피터 버그의 짧은 소개도 만나볼 수 있다.






'USS MISSOURI VIP TOUR'에서는 하와이 오아후 섬 진주만에 정착한 미주리 호를 배경으로, 영화의 중요한 배경 (혹은 주인공)이자 미군의 역사에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미주리 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미주리 호 내부 소개는 물론이고 오래된 자료들을 통해 미주리 호가 겪어온 역사 속 시간들을 소개한다. 영화 속 군함의 활약상에 만족했던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부가영상이다.






'Preparing for Battle'에서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준비 과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보드게임의 자세한 소개와 영화와의 연관성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이후에는 영화의 배경이 된 하와이와 세트가 아닌 실제 장소와 미주리 호의 촬영장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놀라운 점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주리 호의 모습이 그래픽이 아니며, 더 놀랍게도 실제로 미주리 호를 바다로 끌고 나가 촬영을 했다는 점이다. 영화 촬영에 있어서 미 해군의 협조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단 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ll Hands on Deck: The Cast'에서는 영화의 출연한 배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주연을 맡은 테일러 키취와 모델 출신으로서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브룩클린 데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스타 리한나까지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리한나의 경우 일반적으로(?) 미셸 로드리게즈가 자주 맡았던 성향의 여군 역할을 맡았는데, 팝 스타로서 보여주었던 리한나의 모습을 엿보기에는 부족했지만, 중성적이면서도 귀여운 그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Engage in Battle'에서는 감독 스스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결코 쉽지 않았던 바다 위의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최근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던 '죠스'를 보면서도 실제 바다 위 촬영에 대한 어려움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 세월은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바다 위 촬영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바다 위 촬영과 더불어 모션 캡쳐와 그린 스크린을 이용한 촬영과 실제 미주리 호의 촬영에 대한 뒷얘기도 수록되었다.





'Commander Pete'에서는 이 작품의 감독이자 제작까지 겸하고 있는 피터 버그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우리에게는 감독은 물론 배우로서도 익숙한 그가, 마치 군대를 통솔하는 것과 같은 리더쉽으로 촬영장을 이끄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몸 관리는 물론 스텝과 배우들의 체력 관리까지 신경 쓰는 트레이너로서의 색다른 피터 버그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The Visual Effects of Battleship'에서는 배틀쉽에 사용된 다양한 비주얼 효과에 대한 친절한 소개와 영화를 소재로 한 비디오게임 '배틀쉽'의 예고편도 수록되었다.


[총평] 피터 버그의 '배틀쉽' 블루레이는 오랜만에 화질과 사운드 모두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AV퀄리티를 수록한 타이틀이었다. 특히 임팩트로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사운드는 옆 집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정도로 강렬하니 감상 시 꼭 리모컨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두길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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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미라클 (Big Miracle, Blu-ray Review)
실화에 근거해 돌 직구를 던지다


1988년. 아무 일도 일어날 것만 같지 않은 알래스카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멸종 위기의 회색 고래 세 마리가 얼어버린 바다 속에 갇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빙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위태롭게 숨을 쉬는 고래들의 모습이 방송에 공개되자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결국 이 알래스카 고래 세 마리의 안타까운 사연은 국제적인 사건이 되어 전 세계의 주목 속에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빅 미라클'이 실화라는 점을 글의 초반에 강조하는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많은 영화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너무 허구가 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특히 더 그런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만약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라는 설명이 없다면 '에이~ 이건 너무 심하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말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담고 있는 영화가 '빅 미라클' 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빅 미라클'이란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더군다나 스토리텔링의 대가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한 작품이라 하마터면 또 하나의 훈훈한 (허구의)이야기구나 하고 오해할만한 근거도 다분하고.





이 영화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과연 이 실화 같지 않은 놀라운 이야기를 어떻게 관객들이 믿도록 만드느냐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일단 부가적인 장치들을 보자면, 실제 당시 보도되었던 뉴스 영상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현실감을 높였고 (아마도 예전에 AFKN을 자주 보았던 이들이라면 익숙할 앵커들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촬영 역시 실제 현장에서 상당 부분을 촬영한 것 등을 들 수 있을 텐데, 이러한 양념들이 전혀 없었던 것들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빅 미라클'이 취한 방식은 이른바 '돌 직구'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실화와 실화가 주는 감동의 힘을 믿고 그대로 밀어 붙인 것이다. 





▲ 차인태 아나운서 만큼이나 익숙한 그들의 얼굴 ^^


보는 사람에 따라 이 같은 '돌 직구'는 영화 전체를 너무 심심하고 평이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 (정치/경제/문화/사회적 문제)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실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무식하리만큼 정직한 이 방식은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실화이면서도 내러티브가 부족하다고 느낄 만큼의 설정이 많았지만 이 부분을 굳이 보충하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영화의 정직함은, 결국 1988년 당시 고래 세 마리를 구하기 위해 모두 한 마음으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처럼, 작지만 훈훈하고 따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빅 미라클'이 말하고자 하는 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사건을 통해 재차 확인하게 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한 현실 그리고 그럼에도 기적처럼 이뤄낼 수 있다는 실화로서의 가능성 일 것이다. 이건 인간이 미처 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 고래가 만들어낸 기적이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이었을까? 영화 속, 아니 실화 속 사람들에게 그 답이 있다.


Video


MPEG-4 AVC 포맷의 1080p 블루레이 화질은 최신작답게 준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그 차가운 공기와 단단한 얼음들의 질감이 잘 표현되고 있으며, 로봇 고래이긴 하지만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때에는 고래라는 존재에 특유의 신비감이 잘 느껴질 정도로 이질감 없이 표현되고 있다.







대부분의 장면이 하얀 얼음 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덕에 좀 더 확연한 대비가 느껴지는데, 고래의 어두운 얼굴 부분과의 대비는 물론, 주요 인물들의 의상과도 대비가 돼 (그리 화려한 색의 의상들이 아님에도) 좀 더 화질 측면에서 체감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조금 아쉬운 점은 블루레이의 화질 탓은 아니지만, 드류 베리모어가 바다 속으로 들어간 장면에서 CG라는 점이 좀 도드라지게 표현돼 이질감이 살짝 느껴진 부분이었다.


Sound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이다. 사운드 적으로 귀 기울여 볼 만한 장면들이라면 역시 얼음 밑 바다 속에서 유영하는 고래들이 서로 대화하는 그 소리, 그 소리의 공명을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조금 공간감이 더 풍부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도 들지만 비교적 만족할 만한 소리를 들려준다.






후반 부 등장하는 대형 해빙선 장면의 경우 거대한 빙벽과 충돌할 때 좀 더 임팩트 있는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한 드라마 장르인 탓에 멀티 채널의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의 첫 번째로는 삭제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켄 콰피스 감독의 삭제 장면에 대한 소개가 곁들여져 있어 해당 장면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과 의미를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삭제 장면으로는 아담이 평소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던 여 리포터와 한 방에서 지내게 된 에피소드를 비롯해, 이 사건을 다루는 CNN 방송국의 토크쇼에 석유회사 수장이 출연하여 인터뷰를 하는 장면들이 수록되었다.






'A "Big Miracle" in Alaska'는 전반적인 제작과정을 담은 부가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실제 알래스카의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하게 된 에피소드와, 마치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이 프로젝트에 두 손 두 발을 걷어 붙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준 여주인공 드류 베리모어의 열정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영화를 영화로만 접근하고 있지 않은 드류 베리모어를 비롯해, 실제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 풍성해지고 현실감을 갖게 된 영화의 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Truth is Stranger than Fiction'에서는 이 믿기 힘든 실화의 주인공인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와 영화 속 이야기를 비교하여 들려주는데, 어쩌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은 처음부터 밝히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정말 실화의 범위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실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실화를 담아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새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주는 의미와 감동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었다.





[총평] '빅 미라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기본적인 맥락은 고스란히 갖추고 있지만, 그 평범함을 일부러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진실(사실)의 힘을 믿고 우직하게 밀어붙인 정직한 영화였다. 혹자들에게는 지루하고 뻔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화가 갖고 있는 기적 같은 힘을 믿고 부가적인 장치 없이 그대로 담아낸 영화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배트맨 비긴즈 다시보기 (Batman Begins, 2005)

공포를 극복하고 배트맨으로 태어나다



다음주면 드디어 개봉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감상에 더 효과적일 만한 각종 작품, 자료들을 섭렵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놀란 배트맨 3부작의 시작인 '배트맨 비긴즈'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배트맨 비긴즈'는 개봉 당시에도 매우 만족했던 작품이었는데 (잘 아시다시피 전반적으로 '다크나이트'급의 열광은 없었으며, 별로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왔던 당시 분위기였다), '다크나이트'를 보고 나서 다시 보게 된 비긴즈는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라이즈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꼭 한 번 다시 볼 만한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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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역시 '왜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었나?'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비긴즈' 영화의 숙제이자 반드시 설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특히 배트맨의 경우 후천적인 사고에 의해 본의아니게 히어로가 되었거나 아니면 선천적으로 능력을 타고 난 경우와는 달리, 본인의 의지에 따라 '배트맨'이 된 경우이기 때문에 '왜?'라는 물음이 더욱 중요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라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배트맨 비긴즈'는 정말로 탁월한 작품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수의 팬들이 '다크나이트'보다도 이 작품을 더 꼽기도 하고, 결국 이 3부작이 완성되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왜?'라는 물음에 답해야 할 '배트맨 비긴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은 그에 대한 완벽하고도 충분한 답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왜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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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기존에 보았을 때와는 달리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기 이전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굉장히 많은 담론들과 이 3부작을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심어져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브루스 웨인은 스스로가 겪는 공포를 이겨내는 과정 혹은 중간의 해결책으로 배트맨이라는 아이콘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단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부모의 죽음을 눈 앞에서 겪게 된 이후의 공포와 복수의 트라우마가 도화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을 잘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사건은 하나의 계기였을 뿐 브루스는 그 이전 동굴에 떨어져 박쥐들로 표현된 공포를 겪은 것이 가장 큰 모티브인 동시에 고통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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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메인 테마가 '공포'와 '극복'에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죽음, 특히 아버지의 죽음은 단순히 부모를 잃은 것에 대한 상처가 아닌 공포라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브루스가 어려서 깊은 우물에서 공포에 빠져있을 때, 이를 극복해준 매개체는 다름 아닌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이었다. 다른 히어로들이 아버지를 비롯해 자신에게 직언을 해준 이의 말을 고비 때마다 되새기며 다시 초심을 다잡는 것과는 달리, 브루스 웨인은 초심을 되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에 힘입어 자신의 공포를 극복해내게 되는 것이다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면 돼, 라는 말은 단순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된 이후에도 겪게 되는 일들이나 배트맨이 되려고 한 목적 등을 따져본다면 '올라오면 된다'는 건 브루스 혼자서는 이끌어낼 수 없었던 해결책이었기에 매우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정리하자면 어린 브루스는 공포를 스스로 극복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라는 존재로 인해 극복하고 의지한 상태였는데, 이러한 아버지를 잃게 되자 다시금 공포에 휩싸인 동시에 본인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마음 먹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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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만약 브루스가 본래 계획했던 대로 스스로 복수할 수 있었더라면 얘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공포 - 극복(아버지) - 아버지의 죽음 - 복수 (범인의 처단) 으로 내면적 고통을 해결했거나 혹은 스스로 극복하는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을 텐데, 자신의 손으로 복수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 이 기회를 다른 곳 (고담의 악당들을 퇴치하는 것)에 쓰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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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결국 다른 자의 손에 죽게 되자 혼란을 겪던 브루스는, 고담의 지배자인 팔코니와 만나 또 다른 공포를 접하고는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떠나기로 작정한다. 노숙자와 옷을 바꿔 입고는 스스로 다른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결심을 하고 뛰어가는 이 뒷 모습은, 이후 '다크나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스로 고담의 다크나이트가 되기로 결심하고 뛰어가는 그 뒷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이후 라스 알굴과 듀커드를 만나 자경단으로서 훈련을 받는 것 역시 브루스에게는 공포를 극복하는 하나의 훈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은 대부분의 다른 영웅이 그러하듯이 코스튬을 입고 나선 이후 바로 완전한 영웅으로서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다른 영웅들에 비해서는 훈련 기간이 많아서인지 첫 시도에서도 거의 능수능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것 역시 공포의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겠는데, 즉 브루스 웨인이 진정한 배트맨이 된 시기는 스스로 공포를 극복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주적 중의 하나로 닥터 크레인 (허수아비)이 등장하고 있는데, 닥터 크레인의 주 공격 포인트가 바로 상대의 공포를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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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과 상대하게 된 배트맨은 바로 이 공포를 자극하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거의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주저 안고 마는데, 영화는 이 지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왜냐하면 아직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코스튬을 입고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자신의 공포를 극복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다시 한 번 알프레드를 통해 아버지 토마스 웨인의 유산(재산적인 것 말고)을 비로소 흡수한 브루스는, 진정한 배트맨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자신이 공포를 극복하는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또 다른 존재인 듀커드와의 일을 마무리 짓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가 보면 볼 수록 완성도가 높은 것이 '비긴즈'로서 해야할 숙제들을 모두 만점으로 완료한 동시에 '다크나이트'로 가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 역시 아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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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대놓고 다음 편의 주적은 조커가 될 거라는 장면(이건 암시라고 하기엔 너무 직접적이니)은 이미 '다크나이트'를 통해 보았던 것처럼 속편의 주제가 어떤 것이 될 것이라는 것까지 이야기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다크나이트'와 연결지어 보면 이 마지막 조커 장면 외에도, '다크나이트'에서 주로 다뤄지는 갈등의 요소에 대한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입장과 생각을 자주 엿볼 수 있었다. 즉, 브루스 웨인이 자신이 공포를 극복해내며 드디어 배트맨으로서 태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존재의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다는 것을 '배트맨 비긴즈'는 은근히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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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음 주 개봉할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위해 '배트맨 비긴즈'를 다시 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생각은 '배트맨 비긴즈'를 보았을 때 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나서야 더 깊게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 이제 여섯 밤만 자면 그 대단원을 만날 수 있겠구나 ㅠ



1. 다시 본 '배트맨 비긴즈'는 '다크나이트'에 비해 유머가 상당히 많은 작품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거의 시퀀스마다 하나 둘 씩 등장할 정도니까요. 어쩌면 시작부터 너무 무거워만 질 수 있는 것을 위한 장치였을지도 모르겠네요.


2. '다크나이트' 역시 주말에 다시 보긴 할 건데, 또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비긴즈'에 비해 예전에 써놓은 글의 양이 많다보니 말이죠 ^^;;


다크나이트 _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1 - 첫 느낌

http://realfolkblues.co.kr/696


다크나이트 _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2 - 세계관과 메시지

http://realfolkblues.co.kr/700


3. 모든 이미지는 '배트맨 비긴즈' 블루레이에서 직접 캡쳐하였습니다.


4. 이건 그냥 보너스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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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재미있는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ㅋ 매번 눈 주위만 팬더처럼 까맣게 칠해야하는 배트맨의 이면. 이 장면은 '킥 애스'에서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했죠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에 있습니다.






작업 영화의 고전, 스팅! (The Sting)



여성에게 하는 이른바 '작업' 말고 크게 한 탕 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사기치는 '작업' 영화를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아니 반드시 최상위에 놓여야 하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조지 로이 힐의 1973년작 '스팅 (The Sting)'이다. 1969년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와 함께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라는 걸작을 만들어냈던 조지 로이 힐은 이 두 배우와 함께 다시 한번 '스팅'을 통해 뭉치게 되는데, '내일을 향해 쏴라'와는 또 다른 색깔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근래 보았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나 우리 영화 '범죄의 재구성'같은 범죄/사기/반전 영화들의 가장 직접적인 원류는 바로 '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2012년에 다시 보게 된 '스팅'은 최근의 범죄 작업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극적인 장치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쫄깃함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역시 장르의 형님다운 모습이었다 (실제로 1978년 국내 개봉 시에도 전체관람가로 상영되었을 정도). 개인적으로도 어설프고 무리하게 관람가를 낮춰 영화 자체를 건조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성인 등급으로 만들어서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스팅'은 분명 전체관람가이지만 그런 류는 아니라고 분명히 얘기할 수 있겠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치 없이도 각본의 짜임새 만으로 범죄 영화를 어떻게 요리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이기 때문이다.






'스팅'은 장르 영화로서도 주목 받는 작품이지만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콤비를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작품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조지 로이 힐까지 포함하여 트리오라 해야 맞을 것이다). 물론 근 10년 동안 가장 뜨거운 배우인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의 콤비도 너무나 멋지지만, 뉴먼과 레드포드의 우아하고 재치 넘치는 앙상블을 보고 있노라면, 왜 '배우'라는 직업이 아름다운지를 너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한창 젊었을 때의 레드포드를 보면 자연스럽게 브래드 피트를 떠올리게 되는데 (물론 반대가 맞는 얘기겠지만) 남성으로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날 것의 느낌이 물씬 흘러 넘치는 모습으로 '후커' 역을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로버트 레드포드도 폴 뉴먼의 포스에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미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범접할 수 없는 남자의 눈빛을 보여주었던 폴 뉴먼은, 이 작품에서는 그 특유의 여유로움과 재치, 외로움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자연스럽게'라는 표현을 썼을 테지만 폴 뉴먼의 경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가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냥 한 번 씨익 미소 지었을 뿐인데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설레게 만드는 그의 마스크는 헨리 곤도프라는 캐릭터를 관객에게 구구 절절한 설명 없이도 이해시키는 엄청난 매력인 동시에 영화적으로도 여러 줄의 훌륭한 각본에 상응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너무 두 손 두 발 다든 칭찬 일색 같지만,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그 정도.






'스팅'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메인 테마 곡인 'The Entertainer'일 것이다. 영화도 유명하지만 영화보다도 더 유명한 메인 테마 그 곡일 정도로, 그 청량하고 통통 튀는 피아노 선율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그 유쾌한 멜로디처럼 한 시대와 장르를 능수 능란하게 연주해 낸 영화가 '스팅'이 아닐까 싶다.

 

Blu-ray : Open Case







Blu-ray : Quality

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전반적으로 유니버설의 놀라운 기술로 복원된 화질답게 연식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아무래도 필름의 보관된 상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인지 장면마다 화질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특히 첫 장면만 보고는 타이틀 전체의 화질을 오해할 정도로 – 하필이면 첫 장면이라서 – 첫 장면의 화질은 본편 가운데는 가장 좋지 않은 화질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우수한 수준의 디지털 복원된 화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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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차에 따라 원본 필름 상태가 좋지 못한 장면에서는 그레인 현상이 여럿 발견되거나 외곽선이 조금 날카롭지 못한 부분들이 있지만, 상태가 좋은 장면에서는 종종 최신작과 비교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의 디테일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참고로 '스팅' 블루레이는 유니버설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된 콜렉터스 에디션 - 디지북 타이틀 가운데 하나로서 영상과 사운드의 복원에 상당한 공을 들인 작품 중 하나이며, 편차를 드러내는 화질의 경우도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DTS-HD의 사운드 역시 복원을 통해 더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복원 과정 속에서 이전에는 다른 잡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던 작은 소리들을 살려낸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 아닐까 싶은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영화의 사운드가 너무 주인공과 인물들의 대사에만 집중 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생활 소음들과 효과음들이 더해져 전체적으로 풍부한 사운드를 완성해 냈다. 메인 테마 곡 '엔터테이너'의 멜로디 역시 아주 선명하게 전달된다.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The Art of The Sting'이 수록되었는데 'The Perfect Script' 'Making a Masterpiece' 그리고 'The Legacy'로 나뉘어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으며, 약 56분 분량으로 100%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만 아쉽게도 4:3화면비의 SD화질로 수록되었다.






이 부가영상에서는 처음 이 작품이 조지 로이 힐에게 넘어오게 된 그 이전에 얘기서부터,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이 영화의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요소 중 하나인 음악에 관한 자세한 뒷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다. 후에 두 배우가 스스로 우리는 콤비가 아니라 조지까지 트리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을 정도로 호흡이 좋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이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엔터테이너'를 비롯해 '스팅'의 포인트 중 하나인 영화 음악의 경우 처음에는 영화 속 시대와 맞지 않는 음악이라 어울리지 않는 다는 의견이 많아 모험적인 시도였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모두가 확인했다시피 조지 로이 힐의 선택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앞서 소개한 제작관련 영상과 극장용 예고편 외에는 '스팅'에 관한 내용이 아닌, 유니버설 100주년을 기념하여 복원 등에 관한 내용이 부가영상으로 수록되었다. 이와 관련된 부가영상은 모두 HD화질로 제공되며 물론 한국어 자막이 지원된다. '100 Years of Universal: Restoring the Classics'에서는 고전의 복원 작업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데, 단순히 잡티를 제거하는 수준이 아니라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미완으로 완성할 수 밖에는 없었던 미세한 오류들을 보정하는 수준까지 복원작업에서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되어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100 Years of Universal: The 70's'에서는 이 작품 '스팅'을 비롯해 1970년대 헐리우드를 주름 잡았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 조지 루카스의 '청춘낙서' 등 당시 유니버설의 명작들을 함께 했던 감독, 배우, 제작자 들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100 Years of Universal: The Lot'에서는 당시 영화인들에게는 꿈의 공장으로 불리었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와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총평] 조지 로이 힐과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트리오가 함께 한 작업 영화의 고전 '스팅'은 1973년 작이지만 지금 보아도 전혀 손색 없는 장르 영화의 매력을 담고 있음은 물론, 오히려 근래의 동일한 장르 영화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한 번 되돌아보게 할 정도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또한 새삼스럽지만 과연 앞으로도 폴 뉴먼 같은 배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의 빈자리를 추억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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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가 결합된 정통 무협 영화 <무협 武俠>(2011)


'첨밀밀' 과 '명장'을 연출했던 진가신 감독이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와 함께 만든 영화 '무협'은, 일단 제목 자체가 무협이었기 때문에 주로 드라마타이즈에서 장점을 보여주었던 진가신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지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과 함께한 2007년 작 '명장'은 괜찮은 작품이었고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리메이크 작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무협'이라는 본격적인 제목 탓에 '과연~' 이라는 궁금증을 더욱 갖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는 물론이요 무엇보다 왕년에 쇼브라더스 영화를 이끌었던 왕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예전 쇼브라더스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큰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진가신 감독은 '무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있어 정통 무협 영화의 구조와 설정들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동시에 일명 'CSI'식 과학수사가 가미된 수사/추리물을 접목하였다. 이는 노골적인 인트로 영상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 초중반까지는 극중 수사관인 '바이쥬 (금성무)'를 중심으로 한 과학수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이 수사가 중심이 된 중화권 영화로는 유덕화가 출연했었던 '적인걸 : 측전무후의 비밀'을 들 수 있을 텐데, '무협'의 수사과정은 좀 더 CSI스러운 과학수사의 장점과 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초 중반까지 영화는 바이쥬를 중심으로 한 과학수사물의 흐름을 유지하다가 포커스가 좀 더 견자단이 연기한 '진시 (견자단)'로 옮겨가면서 정통적인 무협물에 가까워진다.




진시가 본격적으로 중심에 서게 되는 이야기는 정통적인 무협 영화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데, 요 몇 년간 중화권 무협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무협 영화의 틀 안에' 있다는 것은 결코 부정적 의미의 한계로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무협 영화가 지녀야 할 정통적인 가치관들을 훼손하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는 긍정적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가신의 '무협'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과학수사라는 최신의 트랜드(영상미를 최대한 활용한)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무협 영화가 가져야 할 정통성은 고수하려는 노력이 엿보인 작품이다. 진시가 중심이 된 시퀀스야 말할 것도 없지만, 바이쥬가 중심이 된 시퀀스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협'과 '의' 같은 정통적 가치관들 때문에 고뇌하는 메시지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세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후반 부 정통적인 방식의 이야기가 진행되더라도 지루하기 보다는 전개와 결말에 있어 좀 더 힘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협'이 무엇보다, 특히 무협 영화 팬들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아마도 전설의 스타, '외팔이 (독비도)' 시리즈의 주인공 '왕우'가 출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오랜 세월 영화계를 떠났던 그이기도 한데, 자신이 예전 출연했던 영화의 깊은 오마주를 담고 있기도 한 이 작품에 캐스팅 제의를 받고서는, 감독이 진가신이라는 얘기를 듣고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쇼브라더스 영화 속 그 날카롭고 생기 넘치는 왕우는 없지만, 많지 않은 장면의 출연 임에도 그야말로 화면에서조차 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현재의 왕우를 확인할 수 있다. 왕우가 연기한 캐릭터의 경우, 정말 그가 아니면 누가 과연 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역시 명불허전. 강호의 고수가 돌아온 셈이다.


Menu Design




제작사의 마니아적 마인드가 돋보이는 DP컬렉션에 특화된 기획력


DP시리즈 008번으로 선보이는 진가신 감독의 ‘무협’ 블루레이는 KD미디어, 블루키노, 컨텐츠게이트 등 국내 주요 출시사의 블루레이 제작을 담당해왔던 오소링 전문업체 LIFE LABS MEDIA의 자체 레이블 출시 001호 타이틀이기도 한데, 기존 출시되었던 7편의 DP컬렉션 타이틀 가운데 퀄리티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을 뿐 아니라, 오탈자 등 인쇄 오류 같은 실수가 전혀 없었던 보기 드문(?) DP컬렉션이었던 002호 이창동 감독의 ‘시’ 블루레이 오소링을 맡았던 제작사이기도 하다.




이번 ‘무협’ 블루레이의 전체 제작과정을 지인을 통해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최초 기획부터 티저와 예고편의 활용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마케팅, W님과의 콜라보레이션 기획, 진가신 감독의 친필 메시지, 디스크 디자인, 블루레이 메뉴 구성, 이스터 에그 등 여러 측면에서 DP컬렉션이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마니아적인 마인드를 기반으로 일관성 있고 집요할 정도의 사전 기획과 노력이 더해진 과정이었다. 특히 상업성이 전면에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티저에서 예고편, 발표 등으로 이어지는 점층적인 정보 공개 방식을 취한 일련의 마케팅 과정은 그 세련됨과 효과 면에서 디피 컬렉션은 물론이고 기존 블루레이 시장에서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 아니었다 싶다.



특히 기존 DP시리즈에도 프리오더에 참여한 DP회원들의 이름과 닉네임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크레딧은 제공이 되었었지만, 이번 DP008 ‘무협’ 블루레이에는 유명한 일렉트로닉 밴드 W&Whale의 멤버이자 DP회원이기도 한 한재원 님 (DP닉네임 W님)의 참여로 특별하고 소장가치 높은 디자인의 DP독점 아웃케이스를 포함하고 있으며, 메이킹 크레딧 수록은 물론이고 여기에 W님이 백그라운드 뮤직을 직접 작곡하여 수록함으로써, 정말로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이자 DP컬렉션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서비스는 물론 회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블루레이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동안 DP컬렉션의 진행과정에 있어서 제작사의 역할이란 것이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면, 이번에 LIFE LABS MEDIA가 보여준 -심지어는 디피 구성원이 실제 제작진의 일부가 되기도 하는- 일련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은 '디피人들의 축제'와도 같은 DP컬렉션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한층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향후 디피 컬렉션에 참여하는 업체들로 하여금 두고두고 참고할만한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는 LIFE LABS MEDIA가 제작사이면서 출시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지라, 앞선 다른 DP컬렉션 참여 회사들과는 경우가 좀 다를 수 있음을 언급해둔다.


찾아라, 이스터 에그!


본편 퀄리티를 살펴보기 이전에 본 타이틀을 보는 재미를 높여주는 두 개의 이스터 에그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자막 설정 메뉴의 한국어 자막이 선택된 상태에서 특정 리모컨 방향키를 누르게 되면 DP008이라는 아이콘과 함께 숨겨져 있는 히든 메뉴가 나타나는데, 이 것의 정체는 본편의 한글자막을 보편적인 굴림체가 아닌 영화의 고전적 컨셉과 잘 어울리는 추가 제공 한글 폰트를 선택할 수 있는 메뉴다.




하나는 마치 극장에서 필름으로 상영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필기체의 자막이고, 다른 하나는 무협 영화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폰트이다. 십여년 전만 해도 극장에서의 필름 상영에는 필기체 스타일의 한글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과거 무협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본 사람이라면 보너스 폰트 중 필기체를 선택하고 감상하는 느낌이 남다를 것이다.





제작사인 LIFE LABS MEDIA에 따르면, 새로운 폰트를 수록하기 위해 별도의 폰트 사용 라이센스도 정식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했다고 한다. 사실 폰트의 경우 타이틀의 소장 가치나 본편 감상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아니기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렇듯 꼼꼼하게 작품에 어울리는 폰트를 두 개씩이나 추가로 수록했다는 점과 분명 칭찬하고 넘어갈 만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이스터 에그는 DP컬렉션 타이틀에서 익숙한 것으로 프리오더 참여자들의 이름과 닉네임을 수록한 'BD 메이킹 크레딧'이다. 역시 DP008이라는 아이콘을 찾으면 볼 수 있는데, '부가영상' 메뉴의 '예고편' 항목이 선택된 상태에서 한 번의 리모컨 조작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리뷰용 QC 디스크를 받은 시점에서 W님이 백그라운드 뮤직을 작업하고 계셨기 때문에 메이킹 크레딧 영상에는 '무협'의 오리지널 테마가 BGM으로 입혀져 있었지만, 출시 후에 타이틀을 받아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 새로 입혀져 있을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기존 메이킹 크레딧 영상이 왼쪽의 영화 화면을 스틸로 처리한 것과 달리, 이번 '무협'의 경우 동영상으로 삽입하여 보는 재미를 높였다. (위 스크린샷의 닉네임 리스트는 아직 '무협' 프리오더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이라, 임시로 DP002 '시' 당시의 프리오더 리스트를 사용했음을 알려둔다.)


Video


DP008 ‘무협’이 기존 DP시리즈에 비해 갖는 차이점이라면, 기존 타이틀들이 비교적 작품성 위주의 선정이라 AV적으로는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협’ 블루레이는 좀 더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화질과 사운드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질의 경우 촬영 분의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블루레이만의 날카로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장면 장면의 날씨와 톤에 따라 최적의 결과를 구현해 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진가신 감독이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팬텀 카메라로(1초에 50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촬영한 장면들은 블루레이의 화질로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무협’은 전반적으로 브라운 계열의 톤을 갖고 있는 장면들이 많은데 브라운 특유의 따듯함은 물론, 그 가운데서도 명암의 표현력을 놓치지 않고 있다. 견자단의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그의 변발이 자라면서 솜털처럼 조금씩 올라온 머리 결(?)도 확인할 수 있다.




Audio


화질도 만족스러운 편이었지만 그보다 만족스러운 건 DTS-HD MA 7.1채널의 사운드였는데, 일부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들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장면이나 자연의 미세한 소리들이 세심하게 믹싱된 장면 역시 전반적으로 우수한 퀄리티의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운드 적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장면에서도 ‘엇, 무협 사운드가 이 정도로 좋았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후반부 왕우가 등장하여 호통치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사자후’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비좁은 가옥에서의 공간, 그리고 장대비와 번개가 내리치는 실내외를 오가는 왕우와의 마지막 결투 장면은 DTS-HD MA 7.1채널이라는 사운드 포맷의 온갖 화려한 서라운드 효과를 종합적으로 만끽할 수 있는 챕터다.



그 외에도 다이내믹한 대전 액션에서 검과 주먹의 궤적음과 주변의 사물들이 부서지는 등 세밀한 이펙트를 표현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금성무의 내레이션을 표현하는 공간감도 이질적이기 보다는 효과적이었다.


Special Features


최신작인만큼 홍콩 영화로는 드물게 모든 부가영상이 HD 영상으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메이킹 영상의 촬영 퀄리티나 편집 효과 등도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다. 물론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제작영상’은 각 배우의 이름 별로 나뉘어서 수록되었는데, ‘견자단’에서는 배우로서는 물론 무술 감독으로서의 견자단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스턴트 장면들에 대한 위험성과 더불어 아찔했던 사고 에피소드와 팬텀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을 위해 더 세심하게 신경 써서 촬영해야 했던 액션 장면들의 연출에 대한 진가신 감독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금성무’에서는 진가신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금성무라는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하는 금성무로 인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또한 사투리 연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는 금성무의 소탈한 촬영장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탕웨이’에서는 두 아이의 부모를 연기하게 된 탕웨이의 소감과 이 작품에서 자신이 연기한 ‘아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해주고 있는데, 인터뷰 내내 귀여운 웃는 얼굴로 임하는 그녀의 모습 탓에, 짧은 부가영상임에도 그녀의 묘한 매력에 또 한 번 흠뻑 빠지게 된다. (아래 영상은 제작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맛뵈기로 올라왔던 '탕웨이' 스페셜 메이킹 영상)


마지막으로 ‘왕우’와 ‘혜영홍’에서는 ‘무협’을 통해 근 10년 만에 영화 계에 복귀한 전설의 배우 왕우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워낙 극중 맡은 배역의 인상이 강했던 터인지, 인터뷰도 왕우가 아니라 72파의 두목으로서 임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도 매일 1시간 넘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왕우 형님, 아니 선생님의 인터뷰를 들으니 ‘무협’ 이후 다른 작품들에서도 또 만나볼 수 있기를 더 간절히 기대해 본다.



'혜영홍' 편에서는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단 한 번의 견자단과의 액션 장면에서만으로 대단한 존재감과 내공의 고난도 무술 연기를 보여준 배우 혜영홍의 촬영 장면과 인터뷰를 볼 수 있다. 그녀 스스로 자신이 촬영한 액션 장면 중 '무협'의 액션이 최고였음을 스스로 뿌듯해하며 이에 도움을 준 무술감독 견자단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총평] 작품, AV퀄리티, DP컬렉션으로서의 가치 모두 뛰어난 타이틀


견자단과 금성무 그리고 탕웨이가 호흡을 맞춘 진가신의 ‘무협’은 CSI식 과학수사를 감각적으로 가미하고 있으면서도, 정통 무협 영화로서의 가치를 지키는 데에도 소홀히 하지 않은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여기에 쇼브라더스 시대를 이끌었던 왕우의 출연은 그 것만으로도 팬들을 끌어 당기는 엄청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DP008 타이틀로 출시되게 된 블루레이는, 국내의 열악한 BD시장 속에서도 DP컬렉션라는 브랜드의 수준을 만들어가기 위한 제작사 LIFE LABS MEDIA의 많은 노력과 마니아적인 감각이 더해져, 화질, 사운드와 패키지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타이틀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간의 DP컬렉션이 아무래도 대중성보다는 작은 영화로서의 희소적 가치와 작품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선뜻 선택이 어려웠던 이들에게는 대중성과 타이틀의 완성도를 함께 수록한 ‘무협’ 블루레이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작품에 한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역대 DP컬렉션 중 가장 'DP컬렉션'다운 타이틀임이 틀림없기에 계속 기존의 컬렉션을 유지해왔다면 이번 DP008의 소장가치는 두번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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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열악한 블루레이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여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출시되기 힘든 작품들을 우수한 퀄리티로 블루레이를 내고 있는, DVDprime (이하 DP)의 DP시리즈 6,7호인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커피북 한정판이 어제 출시되었습니다. 저도 오랜 DP의 회원이자 DP를 통해 블루레이/DVD를 소개하는 공식 리뷰어로서 당연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지요. 지금까지의 DP시리즈 가운데 개인적으로 '우앗!! 이 작품이 국내에, 그것도 DP시리즈로 출시되다니!!'라고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였는데요 (그 때 감독님을 직접 뵙고 감동의 눙물을 흘렸던 기억이 ㅠㅠ),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나온다고 했을 때의 충격은 이 보다 더한 것이었습니다. '잘알지도 못하면서' 이후로 '하하하'를 거치면서 저는 어느새 이른바 '홍상수빠'가 될 정도로 흠뻑 빠지게 되었는데, 그런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인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을 블루레이로 소장할 수 있다니, 이 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은 없었더랬죠.





그렇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타이틀을 프리오더한지 어느덧 시간을 훌쩍 흘러, 드디어 어제 이 두 타이틀을 제 손에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커피북 한정판으로 나온 타이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패키지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타이틀이었습니다.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 대해 이해가 없으신 분들께서는 이 정도(?) 패키지의 퀄리티에 대해 감흥이 없으실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국내 블루레이 시장을 고려했을 때 이런 패키지는 제작사 입장에서 완전히 사치이며 욕심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영화에 대한 애정, 그리고 블루레이 시장 자체를 생각하는 애정없이 오로지 비지니스 적인 측면만 따져보았을 때는 굳이 할 필요없는 방식이죠. 물론 여기에 비지니스 적인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봉사'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분명 앞서 이야기했던 것들이 동반된 결과물이라는 것에는 한 목소리를 더 보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튼, 이러저러한 사연과 스토리가 담긴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블루레이를 받아보았습니다. 정말로 국내 패키지를 이렇게 오랜 시간 살펴볼 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경우가 언제였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양과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커피북이라는 패키지의 특수성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의 풍성함에 대해서는 누구나 반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커피북에 담긴 콘텐츠 들이 개봉당시 보도자료에 근거한 자료들이기는 하나 블루레이를 위해 통일된 디자인으로 재구성하여 일관성이 돋보였고, 영화 속 인상적이었던 스틸컷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볼거리도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 블루레이가 제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에 수록된 제 글 - '모호함으로 완성되는 논리')



커피북 콘텐츠에 영화에 대한 글로는 유일하게 제 글이 수록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원고를 전달한 것은 오래되었지만 실제 타이틀이 나오기까지는 조금 조마조마한 느낌이 솔직히 없지 않았었는데, 타이틀이 도착하자마자 뜯어보고는 떡하니 실린 제 글을 보니 정말 살짝 울컥하면서 소름이 돋더군요 ㅠ 기존에도 여러 잡지에 1년 넘게 기고한 적도 있었고, DP에서도 공식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스케일의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ㅠ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예전부터 꿈꿔오던 것이라 더욱 그러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고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감독과 작품의 블루레이나 DVD 타이틀에 마치 음반 해설 속지처럼 영화에 대한 내 글을 부족하나마 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 부터 해오고 있던터라, 이번 타이틀에 실린 제 글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더군요. 더 황당할 정도로 감동적인 건 이런 첫 작품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거죠 ㅠ (감독님 보고 계시죠 ㅠㅠ) 어제 하루 종일 이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서 얼마나 안달났었는지 몰라요 ㅋ 정말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제게는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한 일이어서요 ㅠ






이번 타이틀 역시 기존 DP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타이틀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미리 프리오더 해준 분들의 이름(혹은 닉네임)이 기재되었습니다. 커피북으로 보니 더 좋네요~ 제 닉네임도 보이구요 ^^









제 글 외에도 영화를 사랑하는 소비자가 직접 만든 타이틀 답게 사전에 공모했던 커버 이미지들도 다시 만나볼 수 있으며, 작품과 관련있는 멋진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겔러리도 수록되었습니다 (90년생김정훈 님의 사진 멋지네요!)





('북촌방향' 블루레이에 수록된 제 글 -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일단 홍상수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번 블루레이는 저에게 너무 영광스러운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었죠 ^^;


(사건 1. 뭐라고? 홍상수 감독 작품이 국내에 블루레이로 출시된다고?

 사건 2. 뭐라고?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이 나오는데, DP컬렉션으로 나온다고??

 사건 3. 뭐라고? (리얼리?) 이 한정판 타이틀에 내 글이 실렸다고???)


그리고 부족하지만 오랜 시간 나만의 글을 열심히 써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발걸음을 한 발 더 내딛게 된 의미있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부족함을 매일 느끼고 있기에 더 갈길이 멀어 오히려 '희망적'이기도 하구요 ^^


너무 혼자 여러번 자주 감격하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ㅎㅎ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국내 블루레이 출시를 위해 힘써주신 제작사 디에스 미디어와 저의 오랜 홈그라운드 DP! 그리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매번 올리는 영화 글을 정성껏 읽어주신 수많은 DP회원 여러분들께 무엇보다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블루레이로서 완성되는 작품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개봉한 데이빗 핀처의 '용문신을 한 소녀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는 이미 너무도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 동시에,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 감독의 2009년 작 '용문신을 한 소녀'와 비교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읽지 않았고 핀처의 작품을 먼저 보고 나중에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각각 표현하고자 했던 성격이 조금 달랐던 터라,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글에서는 데이빗 핀처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겠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 감독의 스웨덴 버전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서도 조금씩 덧붙여볼 생각이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제작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가장 반가웠던 점은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이후 겨우 1년 만에 다시 핀처의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그 놀라운 완성도에 감탄하며 다시 한번 '핀처님'을 외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그 그리움의 기간이 무척 짧아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과연 데이빗 핀처를 바로 작품 활동으로 이끌게 된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핀처는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 소설에서 그리고 닐스 아르덴 오플레프의 영화에서 본인이 가장 관심 있고 잘 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에 대한 가능성과 아쉬움을 각각 발견했던 것이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이러한 점은 스웨덴 버전의 영화를 보고 나면 좀 더 핀처의 작품이 지향한 바가 무엇인지 명확해 지기도 한다.






데이빗 핀처는 이 작품 속에서 자신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던 인간의 변태적인 면과 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확장시켜 나갔다. 그의 전작 '조디악 (Zodiac, 2007)'에 비하면 그 농도가 덜 깊기는 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영화는 부패한 재벌을 폭로하는 기사를 쓰고 대형 소송에 휘말린 기자 '미카엘 (다니엘 크레이그)'과 정부의 보호감찰을 받는 아웃사이더 정보원 '리스베트 (루니 마라)'의 이야기로 각각 시작된다. 두 사람의 연결 고리는 영화 초반 공개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기 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데이빗 핀처는 스웨덴 버전의 작품에 비해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비중을 거의 50:50에 가깝게 설정하였는데, 이는 앞서 이야기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40년 전 사라진 방예르 가의 소녀 '하리에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것이 이야기에 중심에 놓이기 때문에, 여기에 처음부터 개입한 미카엘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더 부각될 수 밖에는 없었다 (다니엘 크레이그 라는 배우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이 하리에트와 관련된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스베트 라는 이 작품이 만들어 낸 최고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데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 버전에 비해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하리에트의 사건 자체에 얽매여 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독립적이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투르며 미카엘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자신을 표현해 가는 그녀의 매력은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여기에는 루니 마라 라는 배우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스웨덴 버전의 경우도 리스베트 역할을 맡은 누미 라파스의 연기가 압도적이긴 했지만, 루니 마라는 누미 파라스와는 또 다른 자신 만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루니 마라는 누미 파라스의 연기를 보고 난 뒤였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하는 데에 더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루니 마라가 '소셜 네트워크'의 첫 장면에서 주커버그의 여자친구 역할로 등장했던 배우 임을 생각한다면, 이번 캐릭터가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얘기로는 자신은 리스베트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지만;).






데이빗 핀처의 다른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듯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역시 상당히 세련된 영상과 색감 그리고 음악을 담아내고 있다. 핀처는 리스베트 라는 캐릭터, 미카엘과 리스베트 간의 건조한 관계 그리고 몇몇 장소가 만들어 내는 차가운 금속 느낌들을 통해 미스터리를 더욱 배가 시키는 영화 전체의 온도를 만들어 냈다. 실제로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다리 넘어 섬의 풍광은 스웨덴의 작품보다도 훨씬 더 깊은 추위를 담아내고 있으며 고립된 느낌마저 주고 있어, 이 사건을 파헤쳐 가는 미카엘 캐릭터를 좀 더 불안하고 외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트렌트 레즈너가 맡은 음악은 전작 '소셜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작품 전체의 불안함을 심는 동시에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불어넣고 있다.




Blu-ray : Menu





Blu-ray : Picture Quality


데이빗 핀처의 작품은 항상 극장을 나오게 되면 바로 DVD나 Blu-ray 감상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그가 만들어 낸 감각적인 영상들을 좀 더 디테일 하게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조디악' 이후부터는 그 영상미뿐만 아니라 단순한 화질 측면에서도 더 기대를 하게 되어 블루레이로 감상하기를 더더욱 고대하게 되었는데, '밀레니엄' 블루레이는 이 같은 높은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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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Epic 카메라와 Red One MX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매우 디테일 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밤 장면에서 조명을 활용한 인물 표현 시 탁월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몇몇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다니엘 크레이그에 거친 수염 질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며 루니 마라의 그 창백한 얼굴과 염색한 눈썹의 컬러도 분명히 구분되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차가운 색감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어 영화 감상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낸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최신작 블루레이 타이틀로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트렌트 레즈너가 만든 그 특유의 '지글거리듯' 깔리는 사운드의 질감이 살아있으며, 클럽 장면에서는 확실한 사운드의 임팩트를 느낄 수 있다.






극중 리스베트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배기 음을 우퍼의 활용을 통해 체감할 수 있으며, 후반 부에 등장하는 추격 씬이나 그 이전 마르틴의 집에서 펼쳐지는 장면에서도 음장감을 보다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앞서 화질과 사운드를 설명하면서 데이빗 핀처의 작품은 블루레이가 특히 기대되는 작품이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사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부가영상에 있다. 이미 데이빗 핀처의 작품들을 블루레이로 감상한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가 연출한 작품들의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마치 그의 작품 속 디테일과도 같은 열정과 디테일이 담긴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극장 개봉만큼이나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밀레니엄' 블루레이 역시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핀처의 음성해설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정말 음성해설에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었다면 10점 만점 짜리 Special Features 였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디테일하면 누구 못지 않은 핀처의 음성해설을 본편과 동일한 158분 동안 즐길 수 있었다면 정말 소중한 자료가 되었을 텐데,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것은 '밀레니엄' 블루레이 타이틀의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 몇 가지 소소한 부가영상 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 부가영상인 'Men Who Hate Women'에서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원작 소설과 영화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본연의 메시지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데이빗 핀처는 이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연출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고,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배우들은 자신들이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각본을 쓴 스티브 자일리안 같은 경우는 자신이 각색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약 6분 30초여의 짧은 분량이지만 다들 너무도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에 응하는 자세 덕분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밀레니엄' 블루레이의 부가영상 속 인터뷰 영상들은 모두 검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어 집중력 있게 인터뷰를 감상할 수 있다.






'Charaters' 에서는 영화 속 주요 캐릭터 3인인 리스베트와 미카엘 그리고 마르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는데, 각각 단순히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캐스팅과 의상 컨셉 등은 물론 각 캐릭터마다 특화된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매우 유익했다. 첫 번째 리스베트에 대한 내용에서는 이를 연기한 루니 마라가 이 배역을 따내기 위해 노력한 상세한 과정들부터 리스베트를 연기하기 위해 변신을 하게 된 과정과 이후 이리나로 변신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들도 만나볼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을 보면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완성된 대사들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감독과 각본가, 배우가 대사 하나하나를 골똘히 연구해 가며 완전히 캐릭터에 몰두하는 과정을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었다. 그래서 보통 다른 작품들의 촬영 현장 모습과는 달리 본편과 촬영 현장 장면이 크게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모두들 작품과 캐릭터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부가영상을 보니 리스베트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에는 배우와 감독 못지 않게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트리쉬 썸머빌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의상에 대한 부가영상에서만 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수록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밀레니엄'의 경우는 거의 모든 부가영상에서 트리쉬 썸머빌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그녀는 리스베트라는 캐릭터에게 있어 단순히 의상과 헤어 스타일을 결정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각 캐릭터의 성격과 영화 전반의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리스베트의 다양한 부가영상 가운데는 실제로 루니 마라가 촬영과 상관없이 의상이나 헤어가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가 등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지하철 등을 타고 카메라 테스트를 해본 테스트 영상도 만나볼 수 있었다. 






'미카엘'에 관한 캐릭터 부가영상에서는 역시 다니엘 크레이그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만나볼 수 있으며, 의상 컨셉이나 촬영장에서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이 수록되었다. '마르틴' 역시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사이코패스에 관한 내용과 영화 후반 마르틴의 집에서 벌어지는 장면의 구성과 내용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감독과 스텝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그냥 별 것 아닌 것처럼 스쳐 지나간 장면들이 실제로는 어떤 아이디어와 촬영 기법 등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마르틴의 장면을 중심으로 수록되었다.






그 다음 수록된 부가영상은 로케이션 촬영지에 관한 내용인데, 스웨덴과 헐리우드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 버전 임에도 인물들이나 배경이 그대로 스웨덴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데이빗 핀처가 얘기한 것처럼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바로 스웨덴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방예르 가문의 사건과 관련된 배경에도 스웨덴의 역사가 묻어나 있고, 이후 벌어지는 과정 속에서도 장소가 갖는 특성들이 이야기에 깊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주요 촬영지인 스톡홀롬을 중심으로 지하철 역 촬영 장면들과 영화 본편에는 각본이 수정되어 실리지 않았던 장면의 촬영 장면도 수록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장면의 촬영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헐리웃'에서는 드라간 아르만스키 역할 캐스팅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는데, 이를 연기한 고란 비스닉의 캐스팅 비화와 그의 오디션 장면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리스베트가 자신을 폭행한 남성에게 더 악날한 방식으로 되돌려 주는 그 장면의 촬영 과정이 담겨있다. 이 보기에도 괴로웠던 장면이 실제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17분에 가까운 짧지 않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카엘과 리스베트, 마르틴 각각의 집에 대한 설정과 디자인에 대한 짧은 영상들도 수록되었다.






'Post Production'에서는 편집과 후시 녹음(ADR), 특수효과 등의 후반 작업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가영상들이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만큼이나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실제로 편집자와 데이빗 핀처가 함께 편집실에 모여 가편집 본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그대로 수록되었는데, 극장에서 보게 된 영화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감독과 편집자가 얼마나 깨알 같은 디테일을 잡아내고 걷어내고 난 결과물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예전과는 다르게 촬영한 필름의 양(스케일)이 많아서 편집 과정에서 자유롭게 화면을 자르고, 원하는 각도로 보정하는 것 등이 가능해져 보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에 말에 따르면 이 정도로 완벽한(편집 과정에서 일정한 기준으로 완벽하게 통일된) 작품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니.






추가로 배우들이 후시 녹음을 하는 장면들과 카일 쿠퍼가 연출했던 '세븐'의 그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획을 그었던 핀처 답게, 이번에는 팀 밀러라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탄생한 환상적인 오프닝 타이틀의 제작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에 사용된 다양한 CG활용 등도 확인할 수 있는데, 주로 배경을 더 그럴 듯 하게 묘사하는 데에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Promotion'에서는 영화의 홍보와 관련된 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기본적인 예고편들은 물론이고,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일종의 페이크 다큐프로그램이 수록되어 눈길을 끈다. 'Hard Copy'라는 제목의 영상인데, 극중 등장하는 하리에트의 실종 or 사망 사건을 다룬 그 당시의 뉴스/고발 프로그램 형태로 제작된 영상으로서, 당시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좋지 않은 비디오의 화질로 제작되었다.




[총평]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사실 솔직히 이야기해서 극장에서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정도의 만족도를 얻었던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블루레이를 주저 없이 구매한 것은 핀처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도 블루레이가 더 많은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특히 그 깨알 같은 부가영상들이 있어 영화를 보며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들까지 비로소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만약 '밀레니엄'을 인상 깊게 보았거나 데이빗 핀처의 팬이라면 이 블루레이는 반드시 소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 블루레이 리뷰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를 만나다



알렉산더 페인의 2004년 작 '사이드웨이'는 영화 속에 등장한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맛이 깊어지는 작품이라는 것을 근래 새삼 느끼고 있다. '사이드웨이'를 처음 보았을 때는 평소 심심한 영화를 누구보다 재미있게 보는 편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다지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이 작품의 진가는 시간이 흐르고 내가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해갈 때 마다 또 달라지는 영화 중 한 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뛰어난 조지 클루니와 함께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과는 '사이드웨이' 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영화였다.






맷 킹 (조지 클루니)은 하와이에 사는 변호사이자 이 지역에 오랜 유지 가문의 상속자로서 두 딸과 아내를 두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가문의 상속자로서는 오랜 세월 신탁해온 토지를 신탁 기간이 끝나기 전에 판매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결정을 앞두고 있고, 보트 사고로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간호해야 하는 동시에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두 딸을 보살피는 일도 하게 된다.






'하기 힘든 말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


개인적으로 '디센던트'에서 가장 주목했던 점은 바로 정말 하기 힘든 말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역할을 맡은 이의 모습이었다. 극 중 맷 킹은 한 두 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사안들에 대해서 자신이 이 무거운 짐을 지어야만 할 상황에 놓여있다. 이건 피할 수도 없고, 남들이 도와주기도 힘든 일들이다. 사안들이 무겁지 않으면 '나도 좀 쉴래' '이건 그냥 니가 처리해'라고 하고 싶지만 하나 하나가 그럴 수가 없는 일들 뿐이다. 즉, 자신도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 벼랑 끝에서 있는 여러 사람들을 구해야만 하는 힘든 상황이다. 영화는 이런 상황에 놓인 맷 킹의 일상에 조용히 집중한다. 대부분 이런 상황을 그릴 때 힘든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에게 포커스가 있었다면, '디센던트'는 이런 상황의 중첩을 통해 하기 힘든 말을 반드시 전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을 조용히 따라간다. 적극적으로 맷 킹의 입장에서 힘든 상황을 변호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맷 킹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갈등 표현에 있어서도 자극적인 것 보다는 유한 방법으로 그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이 복합적인 비극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독하거나 극적이지 않다. 바로 이 자연스러운 시선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기 힘든 말을 해야만 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조지 클루니에게서 전작 '인 디 에어'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디센던트'는 하와이라는 특수한 배경을 아주 영리하게 활용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하와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동반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아내려는 듯 영화 초반 맷 킹의 내레이션으로도 나오는 것처럼 외부인들은 그저 행복한 곳으로만 알고 있는 휴양지인 '하와이'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유머와 리듬을 섞어가며 맷 킹과 그의 가족이 처한 상황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다. 하와이라는 배경, 시종일관 흐르는 따듯한 하와이안 뮤직 그리고 적절히 등장하는 유머 코드는 이 비극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반대의 경우를 떠올려보자면, 만약 이 영화가 처한 상황을 비극적인 것에 더 집중하여 극적으로 몰아갔다면 그 슬픔은 전해졌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슬픔보다 더 큰 개념인 '가족(더 나아가 뿌리)'과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기회를 잃었을 것이다. 내버려둘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내버려 두듯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 한 장면에 영화 속 맷 킹의 모든 고뇌와 갈등 그리고 인생이 다 담겨있다)


'디센던트'는 앞서 언급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 맷 킹을 바라보는 동시에 '가족'이라는 관계와 울타리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하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가족'이라는 것이 아니면 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는 얘기다. 알렉산더 페인에게서 관록이 느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디센던트'가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이유는 아버지라는 존재와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그냥 턱하니 던져 놓고선 '가족이면 다된다'라고 무책임하게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한가?'를 이야기와 순간의 연출로서 100%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떤 지점에서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꺼내어 들 때, 뻔하다고 느끼거나 갑작스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번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페인은 이 지점을 보통의 액션 영화마냥 클라이맥스에 한 방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요소요소에 순간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배치를 해두었다. 참으로 절묘하지 않을 수 없다.






뭐랄까, '디센던트'는 글로 풀어내면 낼 수록 의미가 덜해지는 것이 느껴지는, 즉 그냥 '받아들이면'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가 지금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중에는 알려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도 싶다. 마치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볼 때는 빌리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으나 언제부턴가 아버지의 입장이 더 와닿는 것처럼, 이 작품도 언제가 나도 아버지가 되고 난 뒤에 다시 보게 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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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디센던트'를 극장에서 보았을 때 가능하면 블루레이로 꼭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바로 하기는 했었지만, 그것이 BD만의 화질/음질 때문은 아니었었다. 작품의 특성상 이러한 스펙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는 화질/음질 측면에서도 크게 흠잡을 부분은 없는 최신작 다운 스펙으로 출시되었다.








영상은 노이즈가 전혀 없는 칼 같은 화질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질감 측면에서는 작품과 이 편이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하와이의 살랑살랑한 바람까지 담아낸 영상이 너무 칼 같은 화질로 구현되었다면 그것도 부조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여기서 칼 같지 못하다는 것은 최상급 선예도 등 화질과의 비교이니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절대 아니다. 전체적으로 풍광을 넓게 그리고 따듯하게 잡아내는 앵글이 많은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를 왜곡없이 전달하고 있으며, 어두운 장면에서도 조지 클루니의 주름과 수염 자국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배경이 하와이인지라 등장인물들의 피부를 좀 더 주목해서 보게 되는데, 모피어스의 그것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볕에 조금씩 그을린 얼굴과 피부 등을 블루레이로서 좀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도 편안한 하와이안 뮤직의 따스함을 부담스럽지 않게 들려준다. 영화 자체가 사운드적인 쾌감을 즐기기에 적합한 작품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하와이안송에 몸을 맡기면 아마도 절로 피로가 녹아들지 않을까 싶다. 대사 전달에도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고,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등도 기억에 남는 사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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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와 같은 드라마 장르 타이틀의 경우 해외에서도 그렇고 특히 국내에 출시시 부가영상 부분이 매우 부족하게 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디센던트'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이것저것 다양한 각도의 영상들이 담겨 있어서 만족스럽다. 첫 번째는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의 해설과 함께하는 삭제 장면이 2장면 수록되었는데, 역시나 감독 입장에서 너무 삽입하고 싶은 장면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편집해야만 했던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었다. 극중 부녀 사이로 등장하는 맷 킹과 알렉산드라의 관계를 좀 더 설명해주는 좋은 장면이 있었는데, 이렇게 부가영상으로나마 만나볼수 있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 (Everybody Loves George)'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부가영상은 왜 조지 클루니라는 헐리웃 톱 배우가 관객은 재쳐두고라도 동료들에게 사랑 받을 수 밖에는 없는 배우이자 사람인지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이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했던 시절에 조지 클루니를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하게 될 줄은 예상 못했었는데, 그가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그와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의 하나 같은 칭찬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단순히 작품을 잘 선택해서가 아니라, 그가 그 좋았던 작품에서 모두 다 큰 역할을 했었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다. 이 부가영상에서는 모두가 사랑하는 조지 클루니를 말로 칭송하기 보다는, 왜 그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사람인지를 그냥 보여준다. 시종일관 장난치고, 주변 사람들을 웃기고, 편하게 해주고 벽을 허물게 만드는 그의 면모는 처음 헐리웃 대스타라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이들 마저 진한 동료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열심히 포스터 브룩스를 흉내내는 조지 클루니)



(절대 악의적인 짤방 캡쳐가 아닙니다. 그냥 조지 클루니가 지은 표정이에요. 그는 이런 사람.)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의 작업 (Working with Alexander)'에서는 앞선 조지 클루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알렉산더 페인과의 작업이 동료들에게 갖는 의미랄까. 그의 됨됨이와 그가 말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굉장히 디테일한 디렉션을 하면서도 배우들에게 분명한 공간과 편안함을 함께 주는 알렉산더 페인만의 장점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마치 국내 '만추'의 김태용 감독의 경우처럼 첫 작업을 알렉산더 페인과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너무 편한 촬영 현장이라) 가족같다기 보다는 모두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들끼리 함께 하와이로 여행을 온 것 만 같은 분위기였다. 뭐랄까. 이 촬영 현장 자체가 또 하나의 '디센던트'랄까.






'하와이의 후예들 (The Real Descendants)'과 '하와이 스타일 (Hawaiian Style)' 등의 부가영상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하와이의 역사적인 이야기(뿌리)들과 하와이 스타일을 영화에 완전히 녹여내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얼마나 하와이라는 소재를 100% 활용하고, 아니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휴양지로서의 상징적인 하와이의 모습을 활용하려 한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부가영상을 통해 알게 된 내용들로 미뤄봐서는 '디센던트'는 하와이라는 곳을 조금 전 얘기했던 것처럼 단순히 휴양지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 본질을 이해시켜줄 수 있는 진정한 '하와이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 캡쳐는 그냥 귀여워서 한 장)



(절대 악의적인 캡쳐나 작의적인 장면이 아닙니다. 조지, 그는 원래 그런 사람. 이렇듯 진지한 사람)


그 밖에 '출연진'에서는 이 작품에 캐스팅 된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맷 킹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는 제외하더라도 다른 배우들은 일반인들 부터 유명배우까지 가리기 않고 고려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딸 스코티 역할을 연기한 아마라 밀러의 캐스팅 과정은 그냥 감독이 알고 있던 친구 부부의 소개를 건너 건너 받아서 연기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하나 있다더라 로 이어진 경우이기도 했다. 그 외에 어린이 영화 '스쿠비 두'로 더 유명한 매튜 릴라드의 경우 이런 이미지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캐스팅 될 것 같다는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고 하는데,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브라이언 스피어라는 캐릭터는 전혀 어색함이 없는 옷이었다.





그 밖에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뮤직비디오로 생각했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살랑살랑한 하와이안 송들을 배경으로 하와이의 자연과 도심 등 휴양지다운 풍광들이 펼쳐진다. (좋은 의미의) 하와이 홍보 영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보는 내내 하와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편안한 영상이 수록되었다.





'월드 퍼레이드 - 하와이 (무성 영화) (The World Parade - Hawaii (Silent Film))'도 부가영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것 만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하와이라는 곳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와이의 역사에 대해 무성영화라는 또 다른 포맷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음.





'조지 클루니와 알렉산더 페인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George Clooney and Alexander Payne)'에서는 둘이 등장해 편안하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 수록되었다. 영화가 이어준 둘 사이의 편안한 관계를 엿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들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알렉산더 페인의 '디센던트'는 정말 삶의 위로가 피로할 때 몹시 '땡기는' 영화다. 영화는 좀 더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있지만 그 뒤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정서와 분위기가 주는 평온함과 지혜의 영향력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가끔씩 삶이 지칠 때 마다 생각날 것 만 같은 (이미 생각났지만) 정말 '좋은' 영화라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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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망원경을 통해 다시 보게 되는 우주 그리고 지구


1990년 4월, 인류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 (Hubble)'은 우주로 떠났다. 이후 우리는 허블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더욱 실감나는 놀라운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해 5월 국내에서도 아이맥스 3D로 개봉했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허블 3D'는 바로 이 허블 망원경의 수리를 위해 우주로 떠난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래도 '허블'이라는 제목만 듣고서는 우주의 신비에 대한 본격적인 작품이 아닐까 짐작하기 쉬운데, 이 작품의 포커스는 분명 이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것에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와 허블 망원경으로 인해 볼 수 있게 된 우주와 지구의 모습들에 대해 들려준다.






허블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나 이들이 우주로 나가 실제로 허블을 수리하는 과정 자체가 새롭다거나 긴장감을 주는 편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수리'라고 표현한 과정이 결코 쉽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가 그 어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정보 성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려울 뿐). 그렇다면 약 44분의 러닝 타임으로 그리 길지 않은 이 다큐멘터리 작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역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우리가 사는 지구의 모습과 허블 망원경의 웅장한 자태에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이맥스 촬영을 위해 370킬로그램이나 되는 무게의 아이맥스 3D 카메라를 약 8분 분량의 아이맥스 필름과 함께 우주선에 실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분량이 짧고 대부분이 지구를 뒤로 하고 허블을 수리하는 과정의 영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스케일이 주는 웅장함은 대단하다. 그리고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허블 망원경 보다 도 그 뒤에 펼쳐진 지구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허블이 찍은 우주의 이미지들을 3D로 재구성한 영상들이다. 부가영상을 통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지만 이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우주의 경이로운 모습을 관객들이 실제 우주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3D 영상과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단순히 허블이 찍은 이미지를 입체감만 주어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논리들을 꼼꼼히 분석하여 시각적인 효과는 물론 과학적으로도 수준 높은 영상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3D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은하계를 스치듯 지나치는 장면들이나 화면 가득 쏟아질 듯이 펼쳐지는 우주의 별들은 입체감을 느끼기에는 더 없이 좋은 소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SF영화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화려한 영상은 아니지만, 실제 우주가 주는 경이로움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이 다큐를 보기 전에는 당연히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을 전달하려는 것이 최우선인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은 허블 망원경의 놀라운 성능이라던가), 영화를 다 보고나니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 우주 가운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아니었나 싶다. 허블 망원경이 있어서 가능했던 우주의 모습들도 물론 경이롭지만, 역설적으로 수리를 위해 떠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의미를 발견했다고 할까. '허블'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감독이 말하고자 했고 보여주고 싶었던 건 결국 지구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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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우주로 떠나기 전 우주 비행사들이 훈련하고 준비하는 과정 등 지구에서 이뤄진 장면들의 화질도 훌륭하고, 우주로 나가 아이맥스로 촬영한 허블의 수리 장면이야 말할 것도 없다. 빛을 그대로 반사시키는 허블 망원경의 외부 재질은 블루레이의 화질을 통해 훨씬 더 선명하게 지구의 모습을 반사시키며, 깊은 블랙으로 인해 우주의 어둠은 더 깊게 지구의 푸른 색은 더 선명하게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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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의 사운드 역시 부족함이 없다. 아틀란티스 호가 발사할 때는 정말로 볼륨에 따라 방안이 그 특유의 끓어오르는 사운드로 인해 진동할 정도로 실감나는 발사 당시의 사운드를 전달한다.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사운드적인 체감을 할 만한 장면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내레이션의 사운드와 극중 인물들의 대사를 각각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마도 내레이션과 구분을 하기 위함 인 듯 한데, 극 중 인물들이 모습이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삽입되었을 때는 음성이 센터가 아닌 서라운드 채널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 독특한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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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으로는 'Inside IMAX Hubble 3D'를 먼저 만나볼 수 있는데,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아이맥스 3D로 구현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과정들과 관객들이 실제 우주를 보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우주의 영상을 구현하는 과정 등이 담겨있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내레이션을 맡은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인데, 짧기는 하지만 디카프리오의 녹음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국내 개봉 시에는 안철수 교수의 내레이션 버전이 수록되었었는데 블루레이에서도 이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구수한 안철수 교수의 버전보다는 디카프리오의 설득력 있는 버전을 더 추천하고 싶다.






또 다른 부가영상으로는 'Webisodes' 라는 제목의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영화 속 임무를 수행했던 우주 비행사 마이클 매시미노의 안내를 통해 우주 비행사의 하는 일과 각종 기기들과 장비들의 사용법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허블 3D'를 한 마디로 평하자면 44분이라는 러닝 타임 탓에 극장용 보다는 오히려 블루레이로서 더 큰 장점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특히 교육적인 내용과 우주의 신비로움 그리고 그 우주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들은 길지 않은 러닝 타임과 맞물려(개봉 당시와 마찬가지로 BD도 가격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른바 '접대용' 타이틀로서 톡톡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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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에드가 (J.Edgar, 2011)
역사를 관통한 한 남자의 소박한 이야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제이 에드가 (J. Edgar, 2011)'는 미국 FBI를 창설한 인물로 알려진 실존인물 J. 에드가 후버(John Edgar Hoover)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거장이 연출하고 디카프리오와 나오미 왓츠, '소셜 네트워크'에서 쌍둥이 형제를 연기한 아미 해머 등이 출연한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극장 개봉조차 못하고 바로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불운을 겪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블루레이로 보게 된 'J.에드가'는 제이 에드가라는 실존 인물과 그가 관통하고 있던 미국 정치의 역사를 그리지만, 영화가 역사적으로 제이 에드가를 평가하기 보다는 관객에게 평가의 기회를 돌리고 있는 작품이었다.







얼핏 관객에게 평가의 기회를 돌렸다는 얘기는 일반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이 작품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좀 더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인데, 보수 성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역시 보수 성향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제이 에드가를 묘사하게 된 경우였기 때문이다. 사실 보는 내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어떤 식으로 제이 에드가를 묘사하는지에 대해 촉각이 곤두설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는 관객에게 그 평가를 돌린 것처럼 제이 에드가를 어느 한 쪽에서 편향되어 묘사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중립의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즉, 지금의 CSI로 흔히 불리우는 과학수사를 최초로 도입한 인물로서 그의 공적을 묘사하기는 하지만, 이 기술적인 사실을 단순히 공로로만 그리기 보다는 수 많은 시민들을 모두 데이터화하여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에 대한 위험이나 공포에 대한 뉘앙스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담아내고 있다. 또한 현재에도 제이 에드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역사가들 조차 그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할 정도로 홀로 권력과 정보를 쥐고 있었던 그를,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고 자신의 진심을 꺼내는 데에 서투르며 어머니의 품 속에서만 평온을 얻던 아주 여린 한 남자로 묘사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권력을 쥐고 행했던 일들에 대한 이유로서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 좀 더 극적으로 묘사하려 했었다면 겉으로는 칼 같고 냉철한 FBI국장으로서의 면모 뒤에는 너무도 여린 한 남자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을 테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런 극적인 방식보다는 거의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미묘한 정도를 택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거의 드러나지 않는 이러한 감정 표현에 더욱 집중하는 듯 하다.






이제 더 이상 디카프리오에게 연기 잘한다는 얘기는 무의미 하지만, 노년의 모습까지 연기하는 레오를 보니 다시 한 번 잭 니콜슨이 연상되기도 했다. 젊은 시절을 연기할 때도 기본적으로 살을 찌우고, 기존에 보여주었던 스마트한 캐릭터들과는 완전한 차별을 두는 것은 물론, 노년의 에드가를 연기할 때는 완전한 노역 분장과 불룩 나온 배가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었다. 아미 해머가 연기를 잘 하기는 했지만 노역을 연기할 때는 분장과 배우 사이에 조금의 이질감이 느껴졌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디카프리오의 노역 연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일에 미친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 했던 '에비에이터 (The Aviator, 2004)'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재판 장면과 청문회 장면이 겹쳐지기도 하고), 분명한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좋았다. 여러 거장들과 함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의 모습에, 그 다음, 또 다음 작품을 계속 기대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디카프리오는 올해 바즈 루어만과 재회한 '위대한 개츠비'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 '장고 언체인디드 (Django Unchained, 2012)'를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타란티노와 디카프리오라니! 벌써 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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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에드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오고 있는 촬영 감독 톰 스턴과 미술감독 제임스 J. 무라카미의 합작품인데, 그렇기 때문에 최근 이스트우드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색감과 톤을 영상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에 채도는 떨어져 있으며 장면 자체도 어두운 장면들이 많아 화려하거나 칼 같은 화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화질을 보여준다. 물론 시종일관 일정하게 다운된 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들도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 작품들에서 보여준 영상이 명암을 깊게 가져가지만 암부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작품들은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화질 측면에서 체감하기에는 심심한 영상일 수 있겠다.







사운드 역시 소소한 액션 장면들이 아주 잠깐 등장할 때는 나도 모르게 리모컨으로 손이 가 볼륨을 줄이게 될 정도로 임팩트가 있지만, 조용한 드라마의 특성상 블루레이 타이틀 만의 사운드를 쉽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화질이 그렇듯이 사운드도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평가는 상대적인 체감에 대한 부분인데, 개별 퀄리티만 놓고 따져본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맡은 영화 음악은 물론 대사와 기타 사운드 전달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특히 아미 해머의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이 에드가' 블루레이 타이틀의 아쉬운 점은 너무 단촐한 부가영상이다. 'J. EDGAR:THE MOST POWERFUL MAN IN THE WORLD'라는 제목의 약 18분 분량의 다큐만을 수록하고 있는데 (북미버전도 마찬가지다), 실존 인물과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 이야기할 거리가 무궁무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과, 더 많은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터라 단촐한 부가영상의 구성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부가영상은 실존 인물인 제이 에드가 후퍼를 둘러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베일에 둘러 쌓여 있던 (지금도;) 인물이었기에 구체적인 평가를 하기 보다는 추측이나 주변의 내용들을 정리해 주는 성격을 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촬영장의 뒷 이야기들도 이 못지 않게 궁금했었는데, 이런 부분들을 만나볼 수 없음이 두 사람 모두의 열혈 팬으로서 아쉬운 점이었다.





[총평]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합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이 에드가'는 그 기대치에 비하면 어쩌면 임팩트가 부족한 작품이었을지 모른다 (여기에는 개봉조차 하지 못한 탓도 크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충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비에이터'에 이어 실존 인물의 (사실상) 원톱 영화를 다시 한 번 짊어지게 된 디카프리오의 성장한 모습과 최근 들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만큼이나 극장을 나와 문득 문득 곱씹고 싶어지는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볼 수 있는 그리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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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상암 CGV에서는 '초속 5cm'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소소한 기획전이 열렸다. 이 기획전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된 다른 이유는, 최근 DP에서 진행한 DP시리즈 블루레이의 4,5호가 바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초속 5cm'이기 때문인데, DP를 통해 이번 행사에 좋은 기회로 참여할 수 있었고, 두 개의 타이틀에 직접 감독님 싸인도 받을 수 있었으면 악수를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초속 5cm DVD 리뷰 _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http://www.realfolkblues.co.kr/50




(감독님께 직접 싸인 받은 초속 5cm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블루레이 타이틀)


기존에 나온 DP시리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시, 외출)도 물론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판을 살까 말까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신카이 마코토의 대표작 2작품을 다른 것도 아닌 DP시리즈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정말로 반가웠다. DP시리즈는 국내의 정상적인 시장 구조에서는 (열악한 블루레이 시장 규모를 감안) 나오기 힘든 작품이지만, 작품성이 있고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주문 형식으로 받아 수량을 확보하고 발매하는 프로젝트인데, 지금까지는 주로 한국영화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으나 이번 4,5호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초속 5cm'를 집에 오자마자 블루레이로 다시 보았는데, 아주 간단하게 평을 하자면 20대에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 작품 속 두 주인공의 애틋한 감정이 예전에 보았을 때보다는 더 깊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조용히 흐르다 갑자기 커질 때의 그 전율과 떨림도 더 커졌다 ㅠ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 Masayoshi Yamazaki


그리고 이 날 상영회의 작품 가운데는 신카이 마코토의 가장 최신작 '별을 쫓는 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개봉 당시 그의 팬들이 기존과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며(지브리화 되었다며) 실망했던 것에 비해서는 덜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전작들에 비하면 너무 멀리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확실히 다시 보게 되니 세 명의 캐릭터들에게 각각의 절실함이 더 느껴졌다. 결국 '별을 쫓는 아이'의 테마는 이별하는 방법을 배우는 여행 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시 이 테마를 생각하면서보니 개봉 당시 극장에서 느꼈던 절실함이 배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5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흥얼거리게 되는 'Hello, Goodbye and Hello'로 시작되는 엔딩 곡까지.




별을 쫓는 아이 리뷰 _ 나를 놓아주어야만 하는 힘겨운 여정

http://www.realfolkblues.co.kr/1535



'별을 쫓는 아이' 상영회가 끝나고 짧은 시간이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을 모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경품도 추첨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대형 액자상품들이 하나 씩 주인을 찾아갈 때의 부러움은 지금도 가슴 깊이 남아있다 ㅠ

감독님은 '별을 쫓는 아이'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별을 쫓는 이야기'에 나왔던 모리사키 캐릭터가 '초속 5cm' 1화의 '벚꽃 이야기'에 나왔던 타카키가 첫 사랑에 실패하지 않고 어른이 되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라는 가정하에 만든 캐릭터라는 얘기였는데, 이 얘기를 듣고 나니 모리사키의 간절함과 절실함이 더 느껴져 찡해지기도 했다 ㅠㅠ


그렇게 간단한 GV를 마치고 미리 프리오더한 초속과 구름저편 블루레이 속지에 싸인을 받을 시간! 싸인 받은 속지도 넘겨받고 감독님과 악수도 하고 사진도 한 장 같이 찍었는데, 갑자기 어떨떨한 상태라 표정 관리가 안되어 부득이하게 신지군이 등장했음 -_-;;





악수를 나누며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할까 '감사합니다'라고 할까 라고 고민하는 순간 감독님이 먼저 '감사합니다'라고 하셔서 어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합니다'라고 해버렸는데, 뒤에도 줄이 길게 서 있어서 빠르게 찍고 다음 분께 기회를 드렸어야 했는데, 감독님이 사진이 잘 안찍힌 거 같다며 먼저 'one more'를 외치셔서 본의 아니게 세 장이나 찍었으나 내 표정은 다 관리가 안되어 있더라 ㅠ

정말 좋아하던 감독님도 직접 뵙고 악수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을 수 있어서, 전남 무안 영광입니다 였던 하루였음!


1. 참고로 이 날 저녁에 걸린 감기 몸살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날 내가 신체접촉을 한 사람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 밖에 없으므로 그 때문이라고 최종 결론. (그의 대한 애정 때문인가.... 몸살이 떠나질 않는다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셜록 (Sherlock)

우아한 21세기형 셜록



오늘 소개할 셜록 홈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가 셜록 홈즈와 왓슨으로 분한 영화가 아닌, BBC에서 방영한 드라마(TV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셜록'이다. 아서 코난 도일의 유명한 추리소설 '셜록 홈즈'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셜록 홈즈'는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 만화 (개가 주인공인) 등 다양한 버전과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었는데, 그 중 거의 대부분은 빅토리아 시대에 머물러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BBC가 제작하고 '닥터 후'의 작가로 유명한 스티븐 모팻과 마크 게티스가 각본과 제작을 맡은 '셜록'이 기존의 '셜록 홈즈'와 가장 다른 점이라면 역시 '현대의' '모던한' '21세기형' 셜록 홈즈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여러 고전들이 현대에 와서 재해석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 중 하나가 '현대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현대화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단순히 활동 배경을 현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현대에 맞게 최적화했느냐라고 봤을 때 '셜록'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현대화를 이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현대화된 '셜록 홈즈'를 만들면 재미있겠다 라고 생각한 것은 간단한 아이디어로 부터 시작되었다. 만약 셜록이 빅토리아 시대가 아닌 현재의 런던을 누비고 다닌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21세기의 왓슨이라면 일기 대신 블로깅을 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과 흥미에 기반하여 논리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추론이 가능한 그림을 그려보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고전을 현대화 했지만 마치 고전 속 캐릭터가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과는 달리, 이 작품 '셜록'은  '아주 있을 법한'을 넘어서서 이미 이 캐릭터와 이야기가 있을 법하다 아니다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바로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게 될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이건 말로하기는 간단하지만 고전을 현대화 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인 동시에, '셜록'이 가장 잘 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가이 리치의 영화 '셜록 홈즈'에서 홈즈 특유의 능력을 영상화 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액션(주로 결투)에 있어서 미리 리허설 하듯 정확하게 계산한 뒤 슬로우 슬로우 퀵퀵 스피드를 조절해가며 표현한 경우였다면, '셜록'은 논리의 추론 과정에 있어서 단서가 되는 것들을 화면 상에 텍스트로 표현 하는 등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니어처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거나 차갑지만 상당히 감각적인 색감과 앵글로 이뤄진 영상미를 바탕으로, 그 위에 텍스트가 뿌려지는 방식은 자칫 너무 앞서가려는 이질감을 줄 수 있는데, '셜록'의 그것은 세련됬다 라는 느낌을 누구나 받게 된다. 그러니까 그냥 현대화에 만족한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세련됨까지 느껴지도록 각본이며 구성이며 배경, 설정 등을 잘 고안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21세기의 셜록이라면 편지 대신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했겠지'라는 가정하에 방식만을 후자의 것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야기를 더 깊게 전개시킨다는 점이 '셜록'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하겠다.





(현재의 런던의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런던의 모습 가운데 고풍스러움을 맛볼 수 있는 부분들도 함께 녹여내고 있어, 현대화의 이질감을 덜함은 물론 굉장한 리얼리티를 선사하고 있다)


여러가지 현재에 걸맞게 특화된 부분들이 물론 '셜록'을 결정 짓는 가장 대표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근본에는 역시 '셜록 홈즈' 특유의 추리하는 맛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에야 워낙에 다양한 드라마들에서 완성도 높은 각본들을 만나볼 수 있는 터라 시청자의 눈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셜록'은 여기에 원작의 팬들까지 더해져 커다란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완성도 높은 각본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셜록'처럼 추리 그 자체가 극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작품의 경우, 각본에서 그 작품 자체의 평가가 갈린다고 까지 말할 수 있을 텐데, '셜록'의 각본은 시청자가 쉽게 미리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즉, 극 중 셜록 홈즈처럼 일반인들을 훨씬 뛰어넘는 추리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경우에는, 결국 각본이 시청자를 뛰어넘거나 속이는 것이 가능해야만 된다는 얘기라고 봤을 때 이 작품은 이 미션을 훌륭하게 완료해 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그 것이 '셜록' 만의 재미이기도 하고.






이 작품의 매력 가운데 주인공 '셜록'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Benedict Cumberbatch)에 대한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어톤먼트'를 보았음에도 '엇? 그가 어떤 역할로 출연했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셜록과는 잘 매치가 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셜록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이전의 필모그라피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앞서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 작품은 우아함을 가득 담고 있는데, 거기에는 베네딕트의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큰 키와 클래식한 마스크, 그리고 무언가 이상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의상까지. 여기에 마치 알란 릭만을 연상시키는 특별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셜록'이라는 자신 만의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그 목소리는 이 작품의 전체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까지 생각될 정도로 깊은 인상을 준다. '셜록'으로 탄력 받아 스필버그의 '워 호스 (War Horse, 2011)'에도 출연했고 앞으로 제작될 스타트렉 시퀄과 호빗 후속편에도 캐스팅 된 상태라고 하니 앞으로는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보게 될 듯 하다.






Blu-ray : Menu








Blu-ray : Quality & Special Features



아쉽지만 블루레이 화질/음질과 부가영상에 관한 내용은 그냥 스크린 샷으로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글도 거의 한 달 전에 써 둔 글인데 나중에 정리해야지 한 게 타이밍을 놓쳐버렸네요;;; 나중에 시즌 2가 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다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블루레이에 대한 구체적인 리뷰를 기다리셨던 분들께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꾸벅.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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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퀄의 모범 답안 –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


찰톤 헤스톤 주연의 SF영화이자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중의 하나로 꼽히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로 대표되는 혹성탈출 시리즈는, 2001년 팀 버튼이 연출을 맡은 리메이크 작까지 포함하여 총 7편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작품이다. '혹성탈출, 1968' – '지하도시의 음모 (Beneath the Planet of the Apes, 1970)' – '제3의 인류 (Escape From the Planet of the Apes, 1971)' – '노예들의 반란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 1972)' – '최후의 생존자 (Battle of the Planet of the Apes, 1973)' – 그리고 TV시리즈를 편집하여 개봉했던 '혹성탈출 : 혹성 귀환 (Back to the Planet of the Apes, 1981)'과 – 팀 버튼의 '혹성 탈출 (Planet of the Apes, 2001)'이 바로 그 작품들인데, 이 시리즈의 프리퀄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단순히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프리퀄 제작의 흐름에 맞춰 기획된 작품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 것도 사실이었다. 제임스 프랭코, 프리다 핀토, 브라이언 콕스 등이 출연한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앤디 서키스가 간과되어 있는데 이것이 왜 '간과'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연출을 맡은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이름은 비교적 생소한 것이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이러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기분 좋은 잘못된 예측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몇 년간 히어로 영화들을 중심으로 프리퀄 열풍이라면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만족할 만한 작품들도 많았지만 프리퀄이 마땅히 담고 있어야 할 요소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시작'이라는 그 부제처럼 프리퀄이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한 동시에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도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독립적 작품으로서의 매력 부분에 대해 먼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프리퀄 작품들 스스로가 놓치기 쉬운 부분과 기존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첫 관객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점이 바로 전편, 그러니까 기존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볼 만한(혹은 볼 수 있는)작품인가 라는 점일 텐데, 그런 면에서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가운데서도 연대기적으로 가장 처음에 위치하는 작품이라는 장점을 제쳐두더라도, 이 작품을 '혹성탈출' 시리즈의 첫 번째 감상 작품으로 선택하기에 제법 괜찮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진화의 시작'이 매력적인 건 프리퀄로서 존재할 때다. 일단 기존 시리즈의 팬들을 배려하고 의식하는 데에 있어서 영화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의 인용과 은유를 담아내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오마주나 인용 등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정작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힘을 잃게 마련이고 반대로 전작들과의 이러한 연결고리가 부족할 경우, 프리퀄로서의 역할을 다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은 이러한 미묘한 줄타기에 성공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화의 시작'에서 혹성탈출 이전 작품들에 대한 인용들은 여러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단순하게는 캐릭터의 이름들부터 시작해, 장면이나 대사 등의 인용은 전작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아마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인용에 대한 부분은 부가영상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음으로, 이후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프리퀄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던 전작들의 부족한 점들까지 돌아보게 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여기에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다시 말해 '혹성 탈출'이라는 시리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었음에도, '진화의 시작'이 보여준 이 시리즈의 가능성으로 말미암아 이전 작품들까지 찾아보게끔 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프리퀄이 지난 작품들의 아쉬운 점들을 채워준다는 얘기를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을 통해서 느꼈던 시저에 대한 공감대가 결국 전작들에 등장했던 유인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잘못하면 단순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었던 캐릭터들에게 입체적인 면을 부여한 것이야 말로 '진화의 시작'에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화의 시작'은 유인원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설정이 아닌, 보통의 현대 인간사회를 배경으로 유인원 침팬지 '시저 (앤디 서키스)'의 이야기를 맨 처음부터 차근차근 들려준다. 침팬지인 시저가 인간들을 지배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는 이유로 영화는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주인공 윌 (제임스 프랭코)의 이야기로 풀어놓는데, 이 과정이 프리퀄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처음 이 시리즈를 만난 관객이 즐기기에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치료를 목적으로 생겨버린 인연이지만, 윌과 시저, 그리고 윌의 아버지와 시저의 관계는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분위기와 시저의 성장 드라마(그 안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로 그린 점도 이런 공감대 형성에 크게 한 몫을 했다. 처음 시저가 인간들에게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자신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과 다르다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데에서 발단했다는 점에서 이 '시저'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한층 깊게 했다. 영화 속에서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 공감한 지수로만 따지자면, 아마도 '시저'는 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은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캐릭터를 단순히 인간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유인원으로 한정 짓지 않고, 남다른 가족사와 성장기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담아내며 훨씬 더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앞서 언급했던 '이전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의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이처럼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나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작들에서 미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깊이와 과거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올바른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저는 다른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공감대와 주인공 만의 포스를 갖고 있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이후부터의 장면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정말 멋진 (카메라 앵글이나 배경음악은 거들 뿐) 장면들을 쉴새 없이 선사한다. 실제로 몇몇 장면에서 입 밖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도 있었는데, 이처럼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표면적으로)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CG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에서 우스게 소리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가 유인원들 보다 연기를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시저를 비롯한 여러 유인원들의 연기(혹은 묘사)가 워낙 뛰어났기에 나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연기상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언젠가 모션 캡처(이 작품에서 사용한 기법으로 표현하자면 '이모션 3D' 기법)를 통해 연기한 연기자가 연기상을 수상할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다. 아니, 앤디 서키스가 반드시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미 반지의 제왕(골룸)과 킹콩(킹콩)을 통해 모션 캡처 연기에 새로운 장을 열었던 앤디 서키스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통해 모션 캡처라는 기술을 '기술'이 아닌 '예술'의 단계로 결국 승화시켰다. 앤디 서키스는 단지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지 않을 뿐, 어떤 배우보다도 연기가 뛰어난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의 정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잘 짜여진 작품인 동시에, 기술적으로도 모션 캡처 영역에 있어 한 단계 더 성장한 결과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유인원을 주인공으로 인간이 인간 외 동물 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모든 억압 받는 것들에 대해 '안돼'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주인공을 통해 보편적이지만 의미 깊은 교훈마저 받을 수 있었던 올해의 명작이었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Quality


블루레이의 화질은 올해 개봉한 최신작답게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모션 캡처와 이후 CG가 결합된 캐릭터가 주를 이루고, 배우가 연기한 장면과 모션 캡처 배우와 함께 연기한 장면을 합성한 장면들이 많지만, 합성에 의한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유인원들의 몸에 난 털의 표현에 있어서는 실사와 거의 차이점이 없는 디테일을 화질로서 확인할 수 있으며, 어두운 장면들도 많은데 암부의 표현 능력도 괜찮은 편이다. 장면에 따라 날카로움이 강조한 장면과 부드러움이 강조된 장면들이 있는데,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들을 클로즈업 할 때는 전자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한 편, 인물들을 클로즈업 할 때에는 좀 더 부드러운 면 화질의 장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CG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작품임에도 SF적인 질감 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질감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블루레이의 자연스러운 화질을 만끽할 수 있을 듯 하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박력 있는 효과음은 물론,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이끄는 스코어를 부족함이 없이 전달하고 있다. 초반 드라마 적인 성격이 강한 부분에서는 배경음악의 활용도가 높다면, 후반부 유인원들이 여럿 등장하는 장면부터 액션 시퀀스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좀 더 다양한 사운드의 활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효과음의 묵직함과 스코어의 묵직함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특히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들이 내는 특유의 소리들은 블루레이의 날카로운 차세대 사운드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전달된다. 후반부 다리 위에서의 대규모 액션 씬에서는 말발굽 소리, 유인원들이 내는 발소리와 음성, 그리고 이들과 인간들 간의 결투 과정에서 오는 타격 음 그리고 헬기 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사운드가 선명하게 수록되어 있어 사운드 적인 쾌감은 물론 극적 클라이맥스의 쾌감 또한 느낄 수 있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사 중 하나인 'No'가 울려 퍼질 때의 그 쩌렁쩌렁함 (그리고 그 뒤에 동반되는 적막감)은 직접 들어보고 느껴보는 것 만이 정답일 듯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으로는 감독인 루퍼트 와이어트의 음성해설과 각본가 릭 자파와 아만다 실버의 음성해설을 비롯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상들이 가득 수록되어 있다. 특히 전작과의 접점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것들과 앤디 서키스의 연기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룬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로 만나볼 부가영상은 삭제장면인데, 총 11가지의 삭제 장면이 흥미로운 첫 번째 점은 내용적인 측면이 아니라 CG처리를 완성하지 않은 버전이라 '시저'가 아닌 '시저'를 연기하는 앤디 서키스의 모습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렇게 완성된 버전이 아닌 삭제장면을 보게 되면 무언가 어색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앤디 서키스의 연기가 어찌나 완벽한지 그의 얼굴을 보면서도 '시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오히려 이 미완성의 삭제 장면이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을 반증하는 증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본편에 수록된 엔딩 장면 외에 얼터너티브 엔딩 장면에 가까운 삭제 장면이 수록된 점도 흥미로웠는데, 후속편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혹성탈출'의 새로운 신화 창조'에서는 앞서 이야기했었던 전작들과의 연관되는 점들을 비롯해, '혹성탈출'이라는 작품에 대한 소개와 프리퀄로서 갖는 의미에 대해 유익한 정보들을 들려준다. 특히 이 작품에 사용된 전작들에 대한 오마주와 인용들에 있어서는 IMDB의 트리비아 섹션을 살펴보지 않아도 될 만큼 구체적인 예들을 들어 비교 설명하고 있는데, 전작과 이번 작품의 장면을 한 화면에 수록하여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용에 있어서 과하지 않으면서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내려고 했었던 노력의 흔적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만나볼 '앤디 서키스 집중 조명'은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섹션이었다. 사실 기존 모션 캡처라는 영역은 단순히 기술적인 면으로만 인식되었었는데, '반지의 제왕'과 '킹콩'을 거치며 이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로 두각을 나타냈던 앤디 서키스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혼신의 연기'가 그대로 담긴 이모션 3D 기술을, 그리고 연기를 완성해 냈다. 단순히 움직임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선택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외의 다른 캐릭터의 연기를 위해 선택된 옵션 중의 하나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은 놀라운 것이었으며 이는 그대로 '시저'라는 캐릭터로 영화 속에 녹아 들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저'라는 침팬지 캐릭터에 관객이 무한한 공감을 하게 된 것은 그 줄거리 때문 만이 아니라, 정말 감정이 느껴지도록 열연을 펼친 앤디 서키스의 공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부가영상은 앤디 서키스가 왜 대단한 배우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유인원의 진화'에서는 극 중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 캐릭터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또한 이를 연기한 배우들이 유인원 동작 연구에 있어서 전문가들로 이뤄진 특별한 이들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연기 측면에 있어서는 실제 유인원의 동작을 아주 디테일하게 연구하여 CG가 입혀지지 않더라도 유인원으로 느껴질 정도의 동작을 만들어 냈으며, 컴퓨터 그래픽 측면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통해 더 자연스럽고 진짜 같은 CG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소개한다.






'장면 해체'에서는 PIP와 함께 하는 최종 장면, 초기 애니메이션 그리고 퍼포먼스 캡처 장면으로 나누어 영상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시저의 얼굴 뒤에 숨겨져 있던 앤디 서키스의 얼굴은 물론, 초기 애니메이션으로 기획했던 부분과 본편이 얼마나 동일하게 그려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모션 캡처의 경계를 허물다'에서는 '진화의 시작'이 거둔 기술적 성공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존 모션 캡처가 모두 스튜디오 내에서만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최초로 자연광 속에서의 야외 촬영에서도 모션 캡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금문교의 실측 모형을 만들어 이 곳에서 모션 캡처 부분을 촬영한 것을 집중 소개하고 있는데, 스튜디오를 벗어난 모션 캡처 촬영 기술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음악을 맡은 패트릭 도일이 말하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영화 음악 이야기와 캐릭터 컨셉 아트 갤러리, 대형 유인원과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에 대한 정보를 담은 메뉴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기존 혹성탈출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로 프리퀄로서의 기능을 다함은 물론,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매력까지 갖춘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또한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다운 우수한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영화를 보며 궁금했었던 뒷이야기와 스크린 뒤에서 열연을 펼친 모션 캡처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며 만족감을 느낀 관객들에게는 물론 극장에서 아쉽게 놓친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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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되돌아 보는 마이클 잭슨의 삶


마이클 잭슨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의 죽음이 속보로 전해지던 그 날의 먹먹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니 먹먹하다기 보다는 실감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내 인생의 아티스트이자, 영웅.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나오지 못할 불세출의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이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한 동안 실감하지 못했던 그의 죽음은 이후 영화로도 선보였던 '디스 이즈 잇'을 통해 비로소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는데, '디스 이즈 잇'은 공연 실황에 가까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슬퍼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생한' 그의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이기도 했었다. 이후 마이클 잭슨의 삶을 제대로 조명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었는데, 오늘 소개할 이 다큐멘터리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콘'은 그가 떠난지 2년이 된 지금, 그와 가장 가까웠던 가족과 친구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King of Pop' 마이클 잭슨은 물론, 어린이 밴드 '잭슨 5'의 리드 보컬로서의 어린 마이클 잭슨 그리고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의 마이클 잭슨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아주 의미 깊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콘'은 마이클 잭슨의 친구로서 그를 지켜본 이 중 한 명인 데이비드 게스트가 제작을 맡은 작품인데, 세상이 마이클 잭슨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부분들 혹은 오해는 풀렸지만 크게 보도된 의혹과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들과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친구로서 바라본 마이클 잭슨의 소소한 면면 들 까지 아낌없이 이 작품에 풀어놓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마이클 잭슨이 죽던 날, 그 날부터 시작된다. 그리고는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그의 부모인 조셉과 캐서린의 만남 그리고 마이클 잭슨이 태어나던 그 때로 돌아가 차근차근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작품의 내용은 그의 팬들이라면 아마도 한 번쯤 찾아보았을 1992년 미국에서 방영한 TV시리즈 'The Jacksons: An American Dream (국내 방영제목 – 잭슨 가의 사람들)'과 상당부분 겹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잭슨 가의 사람들'을 본 이들이라면 그의 어린 시절이나 잭슨 5 시절의 에피소드들, 그리고 모타운에서의 성공과 솔로로 홀로서던 때의 일 등 이미 익숙한 이야기들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잭슨 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보태보자면, 마이클 잭슨의 팬으로서 TV시리즈 '잭슨 가의 사람들'은 상당히 유익했고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은데, 국내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것을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참고로 이 작품에서 마이클의 어머니인 캐서린 잭슨 역할로는 안젤라 바셋이 출연했었고, 재키 잭슨 역할로는 테렌스 하워드가 모타운의 사장 베리 고디 역할로는 '스타워즈'의 랜도 역할로 출연했던 빌리 디 윌리엄스가 출연하고 있다.






다시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콘'으로 돌아와 잭슨 5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잭슨 5는 단순히 마이클 잭슨이 어린 시절 활동했던 밴드 정도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당시 최고의 인기 밴드이자 만약 마이클 잭슨이 솔로로 독립하여 지금처럼 팝의 제왕이 되지 않았더라도 당시의 흑인음악과 모타운 레코드를 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만큼 비중 있는 밴드이며,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었던 밴드이기도 하다.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콘'에서는 당시 형제들과 함께 잭슨 5의 세션으로 활동했던 멤버들과 모타운의 소속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당차고 재능 넘치고 누가 봐도 물건이었던 꼬마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시 최고의 스타이자 잭슨 5가 불러 더욱 유명해진 곡 'Who's Lovin' You'의 원곡자인 스모키 로빈슨을 비롯해, 디온 워윅, 마샤 리브즈 등의 인터뷰에서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꼬마' 마이클 잭슨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들이 마이클을 떠올리며 이야기할 때의 눈빛을 보면 아직도 그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선배 혹은 어른의 그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다큐는 기존 잭슨 5 시절을 다룰 때 비중 있게 다루던 모타운 레코드의 사장 베리 고디 대신, 잭슨 5가 진짜 물건이란 사실을 감지하고 강력하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숨은 조력자 바비 테일러의 인터뷰와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담고 있다. '바비 테일러와 더 뱅쿠버스(Bobby Taylor & The Vancouvers)'의 리더였던 그는 자신의 그룹보다도 잭슨 5의 지원에 매달릴 만큼, 잭슨 5가 모타운으로 입성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으며 이후 모타운에서의 활동에서 역시 'Love Comes in Different Flavors' 'Listen I`ll Tell You How' 등의 곡을 프로듀싱 및 작곡 하기도한 인물이다. 베리 고디 대신 바비 테일러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베리 고디가 잭슨 5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잭슨 5를 완벽한 상품으로 끌어냈던 베리 고디와 이후 점점 더 뮤지션을 꿈꾸던 잭슨 5와의 갈등을 여기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바비 테일러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완전히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데이비드 게스트가 선택한 사람들의 주관적 입장만을 담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이며 이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는 저메인 잭슨이나 베리 고디,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모타운 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인들의 인터뷰가 훨씬 더 마이클 잭슨의 편에 서 있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최고의 뮤지션이었던 마이클 잭슨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인간 마이클 잭슨에 대한 깊은 애정과 추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또한 그를 사랑했던 팬의 입장에서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공감하고 귀를 기울일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이클의 성형에 관한 논란이나 이후 약물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그 간 팬들 사이에서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시선의 내용들(성형 중독 및 약물 중독 등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둔 부분)을 담고 있어, 좀 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렇듯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동안 언론을 비롯해 그를 시기하고 끌어내리려던 사람들의 거짓된 정보와 험담, 음모가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 역시,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This Is It'의 논란에 당사자인 폴 앵카는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잭슨 5 시절의 이야기와 솔로로 독립하여 역사를 새로 쓴 성공의 이야기를 지나 마이클 잭슨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사실상 죽음에 까지 이르게 했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이클 잭슨의 지인들은 물론 그의 팬들에게는, 조금 심하게 얘기해서 다른 범죄는 몰라도 그가 아이들에게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이 재판과 이를 둘러싼 더러운 일들에 있어 조금의 의심조차 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마이클의 어머니를 비롯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 과정 속에는 근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강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꼭 그의 지인이나 팬이 아니더라도 마이클 잭슨이라는 한 사람을 두고 벌이는 이 추악한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토하고 싶을 정도로 심한 역함을 느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너무 쉽게 사람들을 믿었던 마이클 잭슨과 이를 노리고 앞다투어 달려든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이 모두를 냉정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또 다시 누군가를 믿어 더 큰 상처를 받게 된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이렇게 영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이 음모 가득한 성추행 사건을 겪으며 마이클 잭슨이 당한 충격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것이었다. 여린 마이클 잭슨이 당해내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고,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라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던 마이클은 결국 세상의 가혹한 조롱과 음모에 조금씩 숨을 잃어갔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그 오랜 싸움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던 그 순간에도 전혀 기뻐하거나 조금의 동요를 느낄 기력조차 없었을 만큼 이미 많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특히 그의 어머니와 형인 티토 잭슨 그의 전기를 쓰기도 했던 랜디 타라보렐리가 전하는 당시 마이클 잭슨의 심정을 듣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을 넘어서 그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당시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의 무죄에 대해 주변에 얘기하는 것 밖에는 없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마저 느껴진다.





최근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 의사의 과도한 약물 처방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는데, 언제나 그렇지만 언론은 의혹은 크게 보도하고 진실은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저 성추행 문제만 해도 모두 무죄로 밝혀졌고 이를 둘러싼 음모까지 수면 위로 밝혀졌음에도 아직도 마이클을 범죄자로 생각하는, 또한 죽음에 있어서도 자살이라고 알고 있는 대중들이 많다는 것은 결국 끝까지 마이클 잭슨에게 진실되지 못했던 언론의 책임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당시를 이야기하던 그의 친구들은, 이제 그가 세상에 남긴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화려한 퍼포먼스 때문이었지만, 점점 더 그의 음악에 대해 알아갈 수록 그가 음악을 통해 세상에 전하려던 메시지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지금, 갈수록 더 그가 남긴 메시지를 떠올려 보는 날들이 많아졌다. 마이클 잭슨은 음악으로 사랑과 평화를 세상에 전하려 했다. 상당히 추상적인 표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마이클 잭슨은 제 3세계에 고통 받는 아이들, 그리고 전세계에 가난과 병으로 아파하는 아이들, 환경파괴로 아파하는 지구 그리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 대해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서도 물론 많은 곡들을 불렀지만, 마이클 잭슨 만큼 범인류적인 사랑과 평화에 대해 노래하고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한 아티스트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마이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소중한 생명과 더 나은 삶을 얻게 되었고, 간접적으로는 더 많은 이들이 그의 노래를 통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아주 어린 시절 'Man in the Mirror'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사회적인 면들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처음 인지하게 되었던 것 같고, 이후에도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통해 제 3세계, 고통 받는 아이들에 대해 처음 인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마이클 잭슨이 세상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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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p의 블루레이 화질은 영상의 대부분이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다지 흠잡을 것 없는 화질으로 볼 수 있겠다. 인터뷰 영상과 스틸 컷 이미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종종 잭슨 5 시절 라이브 영상을 비롯해 마이클 잭슨의 콘서트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HD급의 화질로 수록된 것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감상에 큰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특별히 부각되지는 않는다. 중간중간 콘서트 영상들이 삽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운드적인 장점이 발휘되지는 않으며, 전반적으로 깔끔한 사운드로서 인터뷰 전달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본편에 미처 다 수록되지 못한 인터뷰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마이클 잭슨의 어머니인 캐서린 잭슨과 형제인 티토 잭슨, 레비 잭슨의 인터뷰가 추가로 수록되었고, 그 밖에 본편에 등장하고 있는 여러 인물들의 추가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본편에는 없는 완전히 새로운 추가 인터뷰가 수록된 것이 아니라, 본편에 수록된 인터뷰 영상의 풀 버전 격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총평] 마이클 잭슨의 어머니인 캐서린 잭슨을 비롯해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King of Pop' 이자 여린 한 인간이었던 마이클 잭슨의 삶을 차근차근 조명해 보는 다큐멘터리 '더 라이프 언 아이콘'은, 잭슨 5를 비롯한 마이클의 어린 시절 그리고 이후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던 성추행 사건을 사실상 '만들었던' 이들의 음모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다만 몇몇 인물의 인터뷰 내용에 있어서는 판단에 더욱 신중함이 필요한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마이클 잭슨의 팬으로서 아마도 앞으로 계속 마이클 잭슨의 이름으로 나오게 될 모든 작품들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일 터. 우리에게 자신을 둘러싼 일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을 마이클의 존재가 더 그리울 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할리우드가 만든 클래식, 대작 중의 대작 벤허


'신이시여, 진정 제가 이 작품을 만들었단 말입니까?'라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한 마디로도 유명한 찰턴 헤스턴 주연의 영화 '벤허 (Ben-Hur, 1959)'를 드디어 차세대 화질과 사운드의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윌리엄 와일러의 저 말처럼 1959년 작인 '벤허'는 당시 할리우드가 그야말로 작정하고 만든 엄청난 스케일의 대작 중의 대작으로서, 지금까지도 많은 올드 영화 팬들에게 회자 됨은 물론 그 유명한 전차 경주 장면은 '설마'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한 번쯤은 보았을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찰턴 헤스턴의 배우 외적인 부분과 이 영화 만의 짙은 종교적 색채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 영화가 대작이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라는 사실 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추후 각본에 참여했던 고어 비달을 통해 극중 벤허와 멧살라 사이에 동성애 코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이 장면을 다시 보게 되면 유난히 뜨겁고 애절한 멧살라의 눈빛과 스킨십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당시 찰턴 헤스턴은 이런 설정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멧살라 역의 스테판 보이드만이 이런 지시를 받고 그렇게 뜨거운(?) 연기를 펼쳤던 것이다)

이미 영화사에 남을 만한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작품을 다시 평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새삼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2011년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된 '벤허'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그 전에, 사실 영화 팬으로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몇 가지 경험 가운데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일이 바로 '벤허'의 70mm 필름 상영을 관람하지 못한 (봤다고 하더라도 기억할 만큼의 나이는 아니었던 탓에) 일인데,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더불어 특히 이 작품은 지금도 구현하기 힘든 (아니 오히려 CG가 있어서 불가능한) 스케일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에, 이전 대한극장에서 이 작품을 70mm 관람한 이들의 이야기가 그저 부러울 수 밖에는 없었다.






'벤허'가 담고 있는 스케일이라는 존재는 21세기의 최고 수준 CG와 아이맥스의 대 화면으로는 미처 다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최근 이른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들의 경우, 그 스케일의 대부분이 CG를 통해 놀랍도록 진짜처럼 구현되고 있는데, '벤허'가 만든 스케일은 '진짜처럼'이 아니라 그냥 '진짜'라고 보면 간단히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진짜'에는 당시의 다양한 기술과 수동적인 노력들이 엄청나게 투여되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전차 경주 장면을 비롯해 이 작품이 보여주는 대규모스케일의 장면들은 21세기의 시선에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임은 물론, CG로 구현한다 한들 과연 저런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실로 압도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아니, 이건 CG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이며 설령 앞으로 CG가 더욱 발전하여 그 질감마저 똑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1959년 작 '벤허'가 갖는 의의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벤허'는 원작 소설의 제목인 'A Tale of Christ'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이야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직접적이기 보다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예수의 탄생과 고난의 신약 이야기를 배경으로, 전혀 상관없는 듯한 주인공 벤허의 이야기를 조금씩 연관시키며 결국은 '신앙'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이야 더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방식들로 종교와 예수의 이야기를 비유와 은유로 표현하는 영화들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예수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는 것 조차 금기에 가까웠을 정도로 조심스러움이 있었는데, 이런 점이 오히려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땐 더 영화적으로 매력적이고 특별한 인상을 주는 장치로 승화되지 않았나 싶다. 예수의 삶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았음에도 영화의 마지막, 그리스도의 삶이 주는 기적이 갑작스럽기보다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이유야 말로 '벤허'가 종교 영화로서 그리고 종교 영화를 뛰어넘는 영화로서 모두 위치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메뉴






메뉴 선택을 텍스트 없이 심플한 아이콘으로 형상화 한 것이 인상적이다. '벤허'라는 작품이 갖고 있는 금빛 이미지를 녹여낸 색감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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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 4-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벤허'라는 클래식에 걸 맞는 완벽히 복원된 최상급의 화질을 선보인다. 특히나 이 작품을 70mm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VHS와 DVD로만 감상했던 바로서는 HD로 디테일 하게 표현된 블루레이의 화질이 더욱 놀랍기만 하다. 블루레이로 살아난 디테일이 70mm 극장 상영 미 관람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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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1959년 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 놀라운 화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의 고전 복원 능력은 이번에도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평원에서의 대규모 줄을 이은 군중 씬에서 군중 한 명 한 명의 디테일 한 표현은 물론 먼 배경의 묘사까지, 날카로움마저 살아있는 표현력이었으며 별이 마구간을 비추는 베들레헴의 밤 하늘과 정경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클로즈업에서의 디테일 역시 매우 우수한 수준이어서 배우들 피부의 질감은 물론 갑옷과 투구의 섬세한 표현력은 무게 감 마저 느껴질 정도.







예전 영화의 특성상 배경을 그림으로 대체한 장면을 몇몇 만나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밝은 장면에서의 외곽선도 잘 살아있는 것은 물론 어두운 장면에서 역시 1959년 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암부의 표현력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어서인지 그 우수함에 더 놀랄 수 밖에는 없었는데, 색감과 명암 모두 만족스러운 화질이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차세대 사운드 역시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족스러운 음질을 들려준다. 특히 예전 작품들의 경우 대사와 영상, 전체 사운드와 영상의 감이 정확히 같은 레벨로 표현되지 못하고 약간의 공간과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벤허'의 경우 아주 청명한 음질 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운드가 들락날락 하는 일은 없었으며, 전체적으로도 고른 레벨을 수록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감상이 가능했다. 스펙터클 하면서도 웅장하고 무게 감이 있는 미클로시 로자(Miklos Rozsa)의 스코어 역시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벤허'하면 가장 명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전차 경주 장면을 빼놓을 수가 없을 텐데, 이 시퀀스에서의 사운드 역시 세월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운드이지만 한편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화질에 비해서는 아주 조금은 박진감이 아쉽게 느껴지는 사운드였다. 쉴 세 없이 여러 마리의 말들이 달리는 것에 비해 조금은 얌전한 사운드였는데, 이 부분에서는 극적인 요소와 더불어 조금 더 사운드 측면에서 오버되었더라도 나쁘지 않았을 듯 한 느낌이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총 3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벤허' 블루레이 타이틀은 1,2번 디스크에 본편이 나뉘어 담겨 있으며 3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일단 본편과 함께 수록된 T.진 해처와 찰턴 헤스턴의 음성해설은 물론 3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지 않았다. 이로서 사실상 음성해설과 부가영상 전부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무용지물의 자료가 되었으며, 기존 벤허 SE DVD에 수록되지 않고 블루레이에 처음으로 수록된 HD급 부가영상인 'Charlton Heston: A Personal Journey(78분)' 역시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즐길 수 없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놀라운 화질과 음질로 복원된 본편은 너무나도 만족스럽지만, 한국어 자막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 부가영상에는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듯 하다.





[총평] 클래식 중에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벤허'를 다시 보니 과연 CG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진짜 스케일과 대작의 풍모가 느껴지는 명불허전의 작품이었다. 또한 완벽에 가깝게 복원된 놀라운 화질과 사운드는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족스러워, 예전 '벤허'를 극장에서 만났던 이들에게는 생생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고전을 처음 만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자막이 전무한 부가영상은 국내 소비자라면 누구나 아쉬워할 만한 이 타이틀의 옥의 티라 하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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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_ 블루레이 리뷰 (Hanna)
총을 든 소녀의 동화


'오만과 편견 (2005)'과 어톤먼트 (2007)'를 연출했던 조 라이트 감독의 2011년 작 '한나 (Hanna)'는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유독 평가가 엇갈렸던 올해 작품 중 하나였다. 어떤 이들은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할 정도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반면, 어떤 이들에게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 영화에서 액션을 다루는 방식은 결국 하나의 '맥거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는 이야기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한나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맥거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영화의 구성상으로 보았을 때에도 액션이라는 장르를 맥거핀으로 사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나'가 이러한 맥거핀을 뒤로 한 채 진짜로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만약 '한나'를 액션 영화의 범주 안에 가둬 놓으려 한다면 이 작품은 굉장히 시작만 창대하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볼거리는 없는 심심한 액션 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곳곳에 아주 노골적으로 이 작품이 동화라는 사실을 (액션은 거들 뿐) 강조하고 있다. 주인공 한나는 '레옹'의 마틸다 보다는 라푼젤이나 인어공주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인간 세상과 격리되어 자라오던 어린 주인공이 드디어 세상에 나와 처음 보고 듣고 만지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혼란스러운 성장 통이 결국 '한나'가 들려주고자 했던 본래의 메시지인 것이다. 제이슨 본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나가 '킥 애스'의 힛 걸과 같은 캐릭터였다면 영화는 '킥애스'와 같은 액션 영화나 또 한 명의 새로운 히로인을 탄생시키는 작품이 되었겠지만, 이 영화가 주목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C.I.A, 전직 요원, 킬러 등 액션 영화의 자극적인 옷들을 입고 있지만, 재차 이야기하듯이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동화에 가깝다. 아니 아주 노골적인 동화다. 단순히 동화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려 한 것이 아니라 세계관까지 동화 속 설정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데, 앞서 설명한 인어공주와 같은 주인공 한나의 상황은 물론이고 에릭 바나가 연기한 아버지 캐릭터는 일종의 '나무꾼'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으며,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C.I.A의 마리사 위글러 캐릭터는 전형적인 마녀 캐릭터이자 그녀가 고용하는 두 명의 악당 역시 코스츔까지 차려 입은 완벽한 악당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마녀가 고용한다는 설정이다). 더불어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그림 형제의 집이나 버려진 놀이공원의 이미지는 아주 직접적으로 '자, 이 이야기는 동화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단지 '총'을 든 소녀가 주인공일 뿐.






주인공 '한나' 역을 맡은 시얼샤 로넌은 킬러로서의 차가운 이미지와 동화 속 주인공의 신비로움을 모두 갖고 있는 이미지로 '한나'라는 캐릭터에 더 깊은 이미지를 살려냈다. 감독의 전작 '어톤먼트'에서도 독특한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녀였는데,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에 이어 자신만의 특별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아니면 누가 이 캐릭터를 더 잘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은 마리사 위글러 역의 케이트 블란쳇의 경우, 기존에도 여왕과 마녀의 이미지를 모두 갖고 있는 배우답게 C.I.A의 코스츔으로도 동화적 이미지를 가장 완벽하게 끌어냈으며, 아버지 역할을 맡은 에릭 바나의 경우 비중 면에서는 확실히 중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과하지 않은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즉, 에릭 바나에 기대를 걸었다면 비중 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삭스' 역의 톰 홀랜더는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고 있다 ('한나'는 특히 상징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삭스'가 주는 이미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나'에서 또 하나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케미컬 브라더스 (The Chemical Brothers)가 맡은 영화 음악을 들 수 있겠다. 케이컬 브라더스의 곡이 영화에 삽입된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그들이 직접 영화음악을 맡은 적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톰과 에드 본인들도 이 새로운 작업을 즐기면서 작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극중 이삭스가 휘파람으로 불기도 하는 'The Devil is in the Details' 같은 곡에서는 동화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공포감까지 담겨있어 캐릭터와 영화를 기억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추격 장면에서 강한 비트의 음악은 평소 케미컬 브라더스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면서도 영화에 속도를 더하는, 아주 꼭 맞는 조합이었다. 확실히 케미컬 브라더스의 영화음악은 마치 다프트 펑크 (Daft Punk)의 '트론'이 그러하였듯,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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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올해 극장에 선보인 최신작답게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풀HD의 깔끔하고 선명한 화질을 체감할 만한 장면들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한나의 창백하리만큼 하얀 얼굴과 금발 머릿결은 블루레이의 화질을 통해 더 선명하게 구분되며, 영화 초반 등장하는 눈덮인 핀란드의 풍광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 역시 선명하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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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본부의 차가운 블루 톤의 색감과 케이트 블란쳇의 얼굴을 타이트하게 클로즈업 할 때의 디테일도 만족스러운 편이며, 한나를 비롯해 극중 한나의 친구로 등장하는 여자 아이의 주근깨 가득한 얼굴과 피부 역시 블루레이로서 그 질감이 제대로 표현된다. 후반부의 놀이공원 장면은 어스름하게 안개가 깔린 배경에서 펼쳐지는데, 손에 잡힐 듯한 공간감이 잘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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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만족스럽다. 케미컬 브라더스의 금속성 강한 비트와 사운드 트랙을 강한 울림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음장감도 만족스러워 액션 장면의 쾌감이 더해진다. 액션 장면에서는 대부분 배경음악과 함께 진행이 되는데 액션의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모두 선명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배우들마다 독특한 억양이 선명하게 확인될 정도로 대사 전달에서도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영화적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운드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을 멀티 채널을 통해 차세대 사운드로 만나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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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만나볼 스페셜 피쳐는 감독인 조 라이트가 참여한 음성해설인데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사실상 즐겨볼 수 없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Alternate Ending'과 'Deleted Scenes'에서는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또 다른 엔딩 장면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수록된 최종 버전이 훨씬 더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부가영상에 수록된 버전도 본편에 수록된 엔딩과 마찬가지로 수미상관을 이루는 엔딩으로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Adapt or Die'는 '한나' 블루레이에 수록된 가장 기본적인 메이킹 다큐 영상으로서 감독과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와 촬영장의 생생한 장면들을 통해 '한나'라는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들려준다. 특히 액션에 있어서 한나라는 캐릭터를 위해 시얼샤 로넌이 여러 가지 훈련을 받는 영상과 상대역인 에릭 바나와 합을 맞추는 장면 등도 만나볼 수 있다.







'Central Intelligence Allegory'에서는 'C.I.A'를 묘사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이 작품이 동화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대해 캐릭터, 특히 마리사를 중심으로 설명해 준다. 'Chemical Reaction'에서는 직접 영상으로 만나볼 수는 없지만 전화 음성을 통해 영화 음악을 맡은 케미컬 브라더스의 부가설명과 영화음악을 맡은 소감을 전해들을 수 있다. 영화의 팬 뿐만 아니라 케이컬 브라더스의 기존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영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The Wide World of Hanna'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케이션 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각의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들려주고 있으며, 'Anatomy of a Scene: The Escape From Camp G'에서는 영화 초반 한나의 탈출 시퀀스를 통해, 감독이 의도하려고 했던 점들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영화의 메시지를 짧게나마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Hanna Promo'에서는 영화의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조 라이트 감독의 '한나'는 본 시리즈 같은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 담긴 동화적 구성과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매우 흥미롭고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케미컬 브라더스의 인상 깊은 영화 음악과 더불어 블루레이로서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다른 시각으로 즐겨보길 적극 권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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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13인의 자객 _ 미이케 다카시의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미이케 다카시의 2010년 작 '13인의 자객 (十三人の刺客, 2010)'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특별한 추억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던 나는 지난해 두 번째로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 여행의 목표 중의 하나가 일본 극장에서 일본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신주쿠의 'WALD 9 CINEMA'이라는 제법 큰 멀티 플렉스 영화 관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 작품과 이상일 감독의 '악인' 가운데 어떤 작품을 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왕이면 스크린에서 더 볼만한 작품을 선택하자는 생각에 따라 '13인의 자객'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은 터라 거의 모험에 가까운 영화 보기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때를 떠올려 보면 눈치와 분위기로 반절 정도 이해했을까 싶은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과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 탓에 일본 극장에서 본 영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후 국내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에 어떤 의미에서 누구보다도 반가웠으나 사실상 단관 개봉 (그것도 이 작품의 스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관에서)으로 스치듯 지나쳐버린 현실에 극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쳐버리기도 했었다 (또 한 번이라고 한 이유는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극장 상영의 기회를 놓쳐버린 후에 사실상 국내에서 정식으로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또 없겠구나 하며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DVD출시도 아닌 블루레이 출시 소식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가움이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고화질과 최고의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이케 다카시의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에도시대 말기. 아카시번(明石藩) 최고 가신인 가로(江戶) 마미야(間宮, 우치노 마사아키)가 로쥬(老中, 국정을 총괄하는 관직) 도이(土井, 히라 미키지로) 가문의 문전에서 할복자살했다. 마미야의 죽음은 타고난 잔혹한 성격으로 죄 없는 민중의 학살을 일삼는 아카시번의 영주 마츠다이라 나리츠구(松平?韶, 이나가키 고로)의 폭정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나리츠구는 쇼군 이에요시(家慶)의 동생으로 내년에 로쥬에 취임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막부를 동요시킨다. 이대로 두면 막부, 나아가 국가의 존망과 관련되리라 직감한 도이는 나리츠구 암살을 결심, 시마다 신자에몬(島田新左衛門, 야쿠쇼 코지)에게 명을 내린다. 그리하여 신자에몬은 이 거사를 치룰 사무라이 자객단을 모집하게 된다.




'13인의 자객'은 에도 말기 폭군이었던 나리츠구를 암살하기 위해 일어난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3인을 구성하는 과정은 담고 있으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기 보다는 이렇게 모인 이들이 신자에몬을 중심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사무라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시대적으로 의미를 새겨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의 배경이 되고 있는 에도 시대 말기는 이전 과는 다르게 평온한 시기로서 사무라이라는 계급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흔들림을 갖게 되었던 때로 그려진다. 극 중 대사로도 등장하는 것처럼 나리츠구의 암살을 위해 모인 정예 사무라이들 조차 사람을 실제로 베어 본 이는 한 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사무라이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의식을 갖기 힘든 때에 나리츠구라는 폭군에 대항하기 위해 다름 아닌 사무라이 정신으로서 일어나게 되는 남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폭군으로부터 고통 받는 백성들을 구해내기 위한 목숨 건 시도가 아니라, 사무라이로서 스스로 사무라이의 삶을 명예롭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화두들이 던져져 있는데, 미이케 다카시는 사무라이가 더 이상 본연의 소명을 다하기 힘든 시대를 배경으로 그 속에 남아있는 사무라이들의 마지막 불꽃을 그리는 동시에, 사무라이 라는 계급을 무조건 숭배하기 보다는 살짝 비틀며 고집스럽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한 여지도 남겨둔다. 이세야 유스케가 연기한 산사람 코야타 캐릭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깨는 인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는 너무 무겁고 사무라이만을 외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영화에 새로운 가능성과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3인의 자객'을 일반적인 사무라이 클래식으로 부르기가 어려운 것은 코야타 캐릭터도 그러하지만, 사무라이의 시대를 스스로의 손으로 마무리하는 또 다른 사무라이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떠올리기도 한다.





앞서 자막도 없이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에도 작품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메시지가 반절 정도나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라면, 명배우들의 열연과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만들어 낸 비장함 때문일 것이다. 미이케 다카시는 시종일관 이끌어 가던 비장함을 후반부에 들어 대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구구절절 말 없이도 더욱 증폭시킨다. 이 13명 대 수백 명의 대결이 펼쳐지는 전투는 그야말로 혈투로 이어지는데, 단순히 수적으로 열세인 주인공들의 힘에 겨운 결투여서가 아니라 사무라이로서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전투여서 더욱 애절함과 간절함이 칼 끝으로부터 묻어난다.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야 말할 것도 없고, 야마다 타카유키, 타카오카 소스케 등 젊은 배우들도 13인의 1인으로서 활약하고 있으며, 앞서 말했던 이세야 유스케는 작품과는 전체적으로 한 발 떨어져 있는 코야타 라는 캐릭터를 더할 수 없이 잘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폭군 나리츠쿠는 일본의 유명한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인 이나가키 고로가 연기하고 있는데, 뭐랄까 이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선택이 아주 적절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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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1080p 풀HD 화질은 장면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화질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지글거리는 현상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무엇보다 영상의 질감이 잘 살아있는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좀 더 칼 같은 선예도의 화질이었더라도 좋았을 뻔 했던 영상미라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보았던 화질을 비교해보자면 블루레이의 화질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오히려 좀 더 나은 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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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비장함을 더하는 영화 음악과 동시에 칼, 활 등 각종 병기들의 부딪힘 소리와 폭발음과 말발굽 소리 그리고 스케일과 디테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대규모 전투 장면까지, 극장에서 느꼈던 사운드적인 쾌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은 큰 비중만큼이나 다양한 사운드적 요소들이 담겨 있는데, 폭발 신에서 우퍼 스피커의 활용도는 물론, 칼이 서로 부딪힐 때의 날카로운 충격음 그리고 화제로 인해 지글거리며 타오르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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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자객'은 본편과 간단한 예고편, 특보를 수록한 블루레이 1장과 부가영상을 수록한 DVD 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부가영상이 BD로 수록되지 않아 아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가영상의 HD급 소스가 거의 없는 점을 반영했을 때 SE로 출시되는 DVD의 두 번째 디스크를 블루레이에 패키지로 수록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13인의 자객> 메이킹은 근래 보기 드문 메이킹 영상으로서 무려 1시간 20분이 넘는 러닝 타임으로 수록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야쿠쇼 코지와 야마다 타카유키 등 몇몇 배우들 위주로만 소개하는 데에 그칠 줄 알았었는데, 13인을 한 명 한 명 모두 자세히 소개하며 캐릭터와 배우들의 이야기를 모두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안에서 작품에 대한 깊이와 미이케 다카시의 면면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운 메이킹 영상이었다.





'완성기념 시사회'는 2010년 8월 18일 감독과 출연진 대부분이 참석한 시사회 현장을 담고 있는데, 약 18분 분량으로서 이 영상에서 역시 어느 한 두 명에게 쏠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 한 명 한 명의 인사말과 후일담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모두들 입을 모아 '굉장한 작품이 나왔다'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홍보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명 한 명 인터뷰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베네치아 영화제 리포트'에서는 2010년 9월 베네치아 영화제를 찾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야쿠쇼 코지, 야마다 타카유키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 응답에 응하는 모습과 영화제 상영 후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베네치아 영화제에 초대 받고 해외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에 대한 짧은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공개장면'으로는 영화 초반 등장했던 야쿠쇼 코지의 낚시 시퀀스가 수록되었으며, 이 밖에 예고편과 특보, TV Spots이 담겨있다.





[총평] 미이케 다카시의 '13인의 자객'은 그 해 일본 영화계 및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으나, 국내에서는 작은 전용관에서 단관 개봉한 탓에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더 많은 영화 팬들과 만날 기회를 영영 잃는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이렇듯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마지막으로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한 편이 그립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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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 블루레이 오픈케이스

(Starwars - The Complete Saga : Blu-ray Open Case)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가장 출시를 고대했던 작품 중 하나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이번 블루레이 출시는 6편을 모두 수록한 '컴플리트 사가'와 4,5,6편을 수록한 '오리지널' 그리고 1,2,3편을 수록한 '프리퀄'로 각각 나뉘어 출시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프리퀄 3부작도 재미있게 본 터라 전혀 주저할 것 없이 고가에도 불구하고 컴플리트 사가를 주문. 모두를 애타게 만들었던 금요일 출시에 어렵사리 토요일 그 대단원의 서사시를 블루레이로 감상해볼 수 있었다. 이 엄청난 작품을, 그리고 또 엄청난 분량의 블루레이를 리뷰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반지의 제왕 확장판 리뷰하면서 체력마저 고갈되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최근 컨디션으로 보았을 때 한 번에 하기는 무리일듯 ㅠ), 일단은 말 많고 탈 많은 케이스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번 국내에 출시된 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 블루레이 패키지는, 투명 테입으로 고정된 종이 커버와 그 안에 아웃케이스를 감싸고 있는 뚜껑형 종이 커버, 그리고 아웃케이스와 9장의 디스크를 담은 케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설명으로만 봐도 뭔가 겉 케이스가 상당히 많은 느낌인데, 실제로 그렇다. 가장 겉에 있는 종이 커버의 경우는 그 안에 포함된 커버의 내용이 해외판과 동일한 내용이다 보니, 국내 버전에 대한 내용을 담기 위한 내용물로 볼 수 있겠다. 나를 포함하여 이런 종이하나까지도 버리지 않고 가능하면 원형 그대로 소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를 연결하고 있는 투명 테입의 존재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이 부분은 금방 제거하게 되면 생각보다 깔끔하게 제거되기도 하고 큰 문제까지는 아니니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다.





이렇게 아웃케이스를 통해 한 번 더 안전하게 내용물을 담을 수 있다. 






케이스를 열면 디스크 외에 세니타입(SENITYPE)이라는 이름에 필름컷과 각 에피소드 별로 이미지와 스펙이 담겨있는 설정집이 수록되었다. 참고로 기존 필름컷을 제공하는 이벤트 등과는 다르게 이번 스타워즈의 경우는 모두 다른 장면이 랜덤하게 수록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바로 저 장면 (에피소드 3에서 아나킨과 오비완이 대결하는 장면)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이왕 이런 포맷으로 진행할 것이었다면 기존의 경우처럼 다양한 랜덤의 재미를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참고로 이 필름컷은 본편 필름 컷이 아니라 예고편 필름 컷이 사용되었다.








각 에피소드 별 대표 이미지와 보너스 디스크에 대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자,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9장의 디스크를 위의 사진처럼 각각 트레이로 수록하고 있는데, 사진만 봐서는 과연 9장의 트레이를 어떻게 연결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의문이 드는 그 상태 그대로 수록이 되었다는 점이 문제다. 즉 9개의 트레이가 쉽게 말해 스카치 테이프와 같은 재질의 테이프에 의존한채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는 매우 부실할 수 밖에는 없는 구조다. 특히 9개나 되는 트레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면 아무리 조심을 하여도 분리를 걱정해야 될 정도인데, 실제로 타이틀을 처음 받고서 디스크 커버 이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중 바로 한 두 개의 트레이가 분리되고 말았다. 일단 조심스럽게 붙여놓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너무도 불안한 케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특히나 위의 사진들처럼 저렇게 양 옆으로 활짝 펼친 다음에는 접착력이 더 약해질 수 밖에는 없어서 분리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고 봐야겠다.





다른 타이틀도 아니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스타워즈 블루레이 케이스가 이토록 불안정 하다는 것은 소비자이기 이전에 팬으로서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완벽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디스크를 빼고 넣고 할 때와 케이스를 열고 닫을 때 큰 불편이나 이상이 없다면 그럭저럭 넘어가는 나로서도, 이번 케이스는 너무도 아슬아슬한 그 자체다. 이건 뭐 볼 때마다 케이스 파손을 걱정해 조심조심 다뤄야 하는 모양새라니. 포스가 함께 한다 해도 이건 좀 심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리오 - 블루레이 리뷰
삼바 리듬으로 풀어낸 흥겨운 애니메이션


2002년 작 '아이스 에이지 (Ice Age)'와 2005년 작 '로봇 (Robot)'을 제작했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2011년 다시 한번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과 함께 선보인 작품이 바로 '리오 (Rio)'이다. 리오는 잘 알려졌다시피 삼바와 카니발 그리고 축구의 도시인 브라질의 리오를 배경으로, 앵무새인 주인공 '블루'가 겪는 모험담을 경쾌한 삼바 리듬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 손에 키워져 야생성을 잃고 날지 못하던 앵무새 블루가 우연한 기회에 브라질 리오에 가게 되어 그 곳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그치지 만은 않는다는 것이 '리오'를 조금 더 의미있게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극 중 블루에게는 중요한 두 가지 관계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자신을 자식처럼 또 친구처럼 키워준 인간인 린다와의 첫 번째 관계와, 리오에서 만나게 되는 자신과 같은 종의 앵무새 '죠엘'과의 관계이다. 블루를 중심으로 이 두 관계의 집단이 별개로 행동하며 결국 하나로 이야기로(블루) 만나게 되는 보편적인 구성이기는 하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풀어감에 있어서 영화 '리오'는 탁월한 균형 감을 잃지 않고 있다. 여기에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앵무새를 중심으로 한 암거래 시장을 악당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도시 리오를 배경으로 한 것과 맞물려 교훈적으로 봐도 은근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가 은근히 깔려있다고 해도 역시나 '리오'는 아이들이 좋아해야 할 애니메이션일터. 재미와 스펙터클은 흥겨운 삼바 리듬 속에서 시종일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꼭 등장하는 감초 같은 조연 캐릭터의 유머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는 아니며, 특히 이후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매우 수준 높은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유머에도 그 이상의 효과를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볼거리 측면에서는 특히 추천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의 태생적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추격전과 비행, 퍼레이드 등 다양한 구도와 형식의 액션이 등장하여 큰 재미를 준다. 특히 브라질 출신인 감독 카를로스 살다나의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주요 스텝들이 실제 리오를 방문하여 조사를 거친 뒤 만들어낸 꼼꼼한 디테일은 이러한 스펙터클에 더 큰 '실감'을 불어 넣는다.






개인적으로 '리오'를 '아이스 에이지' 이상의 즐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음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오'의 영화음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브라질 음악의 정수를 맞볼 수 밖에는 없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음악 감독 중 한 명인 존 파웰 (John Powell)이 눈에 잘 안들어 올 정도로, 브라질 음악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세르지오 맨데스 (sergio mendes)가 참여하고 있으며, 세르지오 맨데스와 함께 음악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음은 물론 현존하는 뮤지션 가운데 브라질 음악을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 엠 (Will.I.Am)이 목소리 연기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과 연기 모두에 재능이 있는 제이미 폭스까지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윌 아이 엠과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노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캐릭터로서, 단순한 목소리 연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월드 뮤직의 팬들은 물론 블랙 뮤직의 팬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사운드는 '리오'의 가장 큰 매력이다.





Blu-ray 메뉴






아이와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타이틀답게 아기자기한 한글 메뉴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특히 리오 블루레이는 타이틀을 재생시키면 본편 외에 부가영상을 간단하게 우리말 더빙으로 소개하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어, 부가영상만이 갖는 재미에 대한 어필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레퍼런스 화질과 사운드의 강추 타이틀!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돋보이는 레퍼런스급 화질이다. 일단 리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 외에도 작품의 특성상 브라질 리오의 총천연색 컬러들과 새 라는 캐릭터가 갖는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참고로 극 중 캐릭터들은 윌 아이 엠과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를 제외하면 실제 새에 움직임에 가깝게 묘사되어 애니메이션 임에도 상당한 현실감을 제공한다) 묘사의 장점과 장소가 갖는 아름다움이 더해져, 수준 높은 화질을 뽐낼 수 있는 조건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위의 스크린 샷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클로즈 업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풍광을 그리는 원거리 장면에서도 먼 아래 건물들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며, 이런 점은 어두운 밤 장면에서 오히려 더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인원이 운집한 퍼레이드 장면에서 역시 군중들 묘사에 있어 훌륭한 선예도를 보여주고 있다. 화질만 봐도 확실한 접대용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리오'는 음악의 비중이 상당하고 또한 음악의 퀄리티가 의외로(?) 대단한 작품인데, 블루레이 사운드 퀄리티 역시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워낙 볼륨 감과 음장 감이 좋아서 급하게 볼륨을 낮췄을 정도로 화끈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특히 브라질 음악 특유의 다양한 퍼커션 사운드를 선명한 채널 분리 도와 꼼꼼한 표현력으로 수록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가운데 첫 번째로 소개할 영상은 '리오의 세계 탐험하기' 인데 리오의 지도를 배경으로 '도시' '정글' '스타디움' '해변'으로 나뉘어 각각 장소마다 감독의 인터뷰, 장소의 실제 사진과 동영상들, 그리고 관련한 짧은 소개 멘트들을 각각의 아이콘을 클릭할 때마다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많이 즐기는 타이틀임으로 좀 더 네비게이션이 쉬운 아이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매력만점 캐릭터의 완성과정'에서는 각 담당 애니메이터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특성과 디자인적 고려사항 그리고 블루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죠엘 역의 앤 해서웨이 등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붐붐 티시티시 - 리오의 음악'에서는 음악 작업에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윌 아이 엠, 제이미 폭스 그리고 세르지오 맨데스까지 모두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부가영상을 통해 '리오'에서 음악이 갖는 역할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카니발 댄스-오-라마'에서는 각 캐릭터 별로 직접 춤을 배워보는 코너로서 아이들이 즐기기에 적당한 게임/댄스 용 부가영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와 비슷한 부가영상으로 '리오 우편엽서 만들기'도 들 수 있겠다.





'실제의 리오'에서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아니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오의 모습과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의 특별함에 대해 더 전해들을 수 있다. 실제 작품의 주요 스텝들이 직접 리오를 방문해 행글라이딩도 해보고, 리오의 곳곳도 방문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속 모습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진짜' 리오의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뮤직비디오와 쥬크 박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으로 더욱 유명한 앵그리 버드 버전의 예고편과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어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앵그리 버드를 재미있게 해봤던 이들이라면 이 짧은 영상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총평] '리오'는 무겁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줄거리와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의 스펙터클과 브라질 리오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수준급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완벽한 영화음악까지! 유쾌한 즐거운 애니메이션인 동시에 화질과 사운드 모두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의 블루레이는 주저 없이 추천할 만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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