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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The Good, The Bad, The Weird, 2008)
좋은 점, 나쁜 점, 이상한 점.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기대를 갖게 된 것은,
일단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의 캐스팅 소식이었다. 물론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이렇게 되었다면 더
기대했겠지만,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이라면 무언가 볼거리(?)는 확실히 책임져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웨스턴 장르라니 더더욱 그러했었고. 예고편에서 보여준 그 리듬감과(물론 이 리듬감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킬 빌>의 OST로도 사용되었었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였다),
때깔 좋은 액션은 이러한 기대를 최고조로 이끄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었다. 하지만 기자 시사회와 전야제에서
흘러나오는 so so나 기대이하라는 감상기들을 보고는 '그래, 배우들 본인들도 오락영화임을 강조하잖아,
오락영화 이상에 것을 기대하지는 말자'라는 생각으로 개봉일 날 조조로 관람하게 되었다.


(아래 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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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 (The Good)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 제대로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웨스턴 장르에 한해) 볼거리, 이른바 '때깔' 면에서는
만족할 만 했다. 정우성이 맡은 박도원 캐릭터는 좋은 놈으로 등장하는데, 말을 타며 장총을 휙휙 돌려가며
장전 뒤 사용하는 장면이나, 도르레 원리를 적절히 이용하여 줄을 타고 건물 위를 휙휙 날아다니며
마적단을 소탕하는 모습들은 물론 다른 배우들이해도 참 멋있었을 장면이었겠지만, 멋있는 남자 배우의
대명사인 '정우성'이 맡아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나 싶다.

송강호가 맡은 (영화의 사실상 주인공인) 윤태구 캐릭터의 연기는 가장 큰 볼거리이다.
사실상 이 영화가 액션 영화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가까웠던 것은 모두 윤태구 캐릭터가 보여준 대사와
몸개그 때문이었으며, 이런 것들은 송강호라는 배우를 거치면서 좀 더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보여지고 있다.
특히나 액션도 좋지만 코믹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국내 관객들을 생각해 봤을 때, 흥행적인 면에
있어서도 이 같은 코믹한 요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나도 재미있는 장면이 많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관객이 10번 웃었다면 난 3번 정도 웃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재미있어 하는 분위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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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점 (The Bad)

송강호가 맡은 윤태구 캐릭터를 제외하면 캐릭터 적인 면에서 다른 두 캐릭터는 아쉬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정우성이 맡은 박도원의 경우, 좋은 놈이라 한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그저 폼나는 모양새와 장면 외에는 별 다른 깊이라던가 생생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면은 이병헌이 맡은
박창이 역할도 마찬가지인데, 이병헌이 악랄한 악역을 맡아 어느 정도 선전한 것은 인정하지만,
마적단의 두목스럽지는 않았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그냥 좀 더 깊이를 더해 혼자 활동하는 악랄한 놈 정도로
그려졌다면 오히려 지금의 분위기가 더 살지 않았을까 싶은데, 만주를 호령하는 마적단의 두목으로서는
쉽게 말해 '두목 포스'가 조금 부족해 보였다. 특히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에서 나쁜 놈을 맡았던 리반 클립과는
비교조차 힘들 듯 하다.

이 영화는 한국형 웨스턴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좀 더 한국화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극 중 배경이 만주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만주만의 독특한 느낌이 묻어난다기 보다는 특정 색을 찾아보기
어려운 애매하고 잡다한 색이 혼합해 있는 장소로 느껴졌다. 캐릭터들도 윤태구를 제외한다면 다른 캐릭터들은
한국형 웨스턴이 아니더라도 볼 수 있는 웨스턴의 일반적인 캐릭터들로서, 좀 더 토착화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 영화에는 상당히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송영창, 윤제문, 류승수, 손병호, 오달수, 이청하, 엄지원 등
주조연급 배우들이 예고도 없이 계속 등장한다(오히려 그래서 개인적으론 좀 관람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누가 나오면, '어 누구다' '쟤, 누구 아니야'하면서 나올때 마다 웅성거려서 --;). 근데 일단 안습인
것은 특별출연이라는 엄지원 보다도 분량이 적은 이청하를 들 수 있겠으며(그래도 나름 <동갑내기 과외하기 2>
에서 주연도 맡았던 배우인데), 이 조연급 캐릭터들이 전부 맛이 없고 그냥 스쳐가는 정도로 묘사되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오달수의 경우 거의 까메오에 가까운 터라 상관없겠지만, 윤제문, 손병호 같은 배우들은
상당히 포스가 있고 연기력이 있는 배우들임에도 이 영화에서는 이러다할 자신만의 색이나 깊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이건 단순히 분량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나리오나 배우의 능력 탓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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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점 (The Weird)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역시 레오네의 영화인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역시 연상되는
영화인데, 이 부분이 참 이상하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은 레오네 영화에 대해 오마주를 하려는 것인지,
그냥 차용정도로 하려는 것인지 그 수준이 참 애매하게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태구가 모자를 떨어트리자
도원이 총으로 모자를 맞춰 계속 멀리 보내는 장면은 <석양의 건맨>에서 이스트우드가 리 반 클립에게 했던
바로 그 장면이고, 이상한 놈을 묶고 끌고 다니거나(물론 그 상하관계는 바뀌었지만), 좋은 놈과 이상한 놈이
잠깐 연합을 하게 되는 설정이나, 마지막에 가서 보물을 찾아낸 이상한 놈에게 좋은 놈이 나타나 삽을 주며
파라고 시키는 것이나, 마지막에 세 명이서 그 유명한 구도로 서서 결투를 벌이는 것 등 레오네의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장면과 설정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 것들이 앞서 얘기한것 처럼 애매한 정도로 삽입되고 재현되었다는 점에 있다. 송강호의 '누구냐 너'
처럼 아예 제대로 비틀어 버리거나, <슈렉>처럼 아예 패러디로 가거나(웨스턴을 표방했으니 이럴리는
없겠지만), <킬 빌>처럼 제대로 된 오마주를 보여주었거나(이 것이 가장 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했어야 했는데, 애매한 입장을 취한 결과가 되어버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틀전
2008 시네 바캉스 세르지오 레오네 특별전에서 <석양의 무법자>와 <석양의 건맨>을 본 뒤였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물론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많은 아쉬운 평을 받은 것은 엄청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정말 많은 영화팬들이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았을 만큼 엄청난, 그야말로 엄청난
기대가 있었던 영화였고, 정말 멋진 예고편을 보여주었기 때문에(이 영화는 예고편 만든 회사에 보너스 줘야한다)
더 큰 기대를 갖게 되었고, 200% 보여주어야만 만족할 기대에 80~90% 밖에는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평들이 쏟아져 나오는 듯 하다.

딱 더도 덜도 아닌 오락영화로서는 큰 손색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된다(물론 러닝 타임이 좀 길어 오락영화로서
지루한 면도 있다). 김지운 감독과 웨스턴 장르라면 무언가 좀 더를 기대하게 되 아쉬운 것도 있지만,
큰 기대와 부담없이 본다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레오네 영화와의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이 영화의 아쉬움은 커질 수 밖에 없으니, 가능하면 <놈놈놈>을 먼저 보고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
를 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1. 칸 영화제용 사인 포스터를 준다길래 조조로 부모님과 3장 예매해서 갔는데, CGV직원들은 내용도
  잘 모르고 있고, 포스터 이벤트를 한다는데 포스터를 접어두고 고무밴드도 준비해두지 않은점은 분명히
  아쉬웠다.

2. 아...세르지오 레오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예전에 만든 것인가. 이번에 극장에서 다시 보니
    리 반 클립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3. 15세 치고는 상당히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그래서 인지 내 옆자리 여자분은 모든 액션 장면에
    감탄사와 신음으로 반응하여 아주 괴로웠다).

4. 독립군과 일본군 시퀀스는 <석양의 무법자>의 남북전쟁을 보고 삽입한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 깊이가 하늘과 땅 차이랄까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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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11일부터 열리는 '2008 시네바캉스 서울'에서 마카로니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회고전이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는 총 6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석양의 갱들>가
그 것이다.

그동안 DVD로만 감상했었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작품을 시원한 스크린에서 만나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외에 이번 시네바캉스 서울에서는 할 하틀리 특별전이 열리며, <제 3의 사나이> <리피피>등 명화극장 5편,
홍상수 감독의 작품 3편, 장형윤 감독의 작품 5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서울아트시네마

no THE TITLE OF FILM DIRECTOR EXTRA INFO
개막작 Opening Film
0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세르지오 레오네 1968ㅣ165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 (6편)
01.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세르지오 레오네 1964ㅣ101minㅣ서독/스페인/이탈리아ㅣColor
02.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세르지오 레오네 1965ㅣ130minㅣ이탈리아/스페인/서독/모나코 Color
03.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세르지오 레오네 1966ㅣ181minㅣ이탈리아/스페인ㅣColor
04.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세르지오 레오네 1968ㅣ165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05.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세르지오 레오네 1971ㅣ이탈리아ㅣ157minㅣColor
0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세르지오 레오네 1984ㅣ227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할 하틀리 특별전 (7편)
07. 트러스트 Trust 할 하틀리 1990ㅣ107minㅣ미국/영국ㅣColor
08. 심플맨 Simple Men 할 하틀리 1992ㅣ105minㅣ미국/영국/이탈리아ㅣColorㅣ16mm
09. 아마추어 Amateur 할 하틀리 1993ㅣ105minㅣ미국/영국/프랑스ㅣColor
10. 바람둥이 Flirt 할 하틀리 1944ㅣ100minㅣ BWㅣ미국
11. 바보 헨리 Henry Fool 할 하틀리 1997ㅣ137minㅣ미국ㅣColorㅣDigi-Beta
12. 인생전서 The Book of Life 할 하틀리 1998ㅣ63minㅣ미국/프랑스ㅣColor
13. 걸 프롬 먼데이 The Girl From Monday 할 하틀리 2005ㅣ84minㅣ미국ㅣB&W/Color
명화극장 (5편)
14.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캐롤 리드 1950ㅣ104minㅣ미국ㅣB&W
15. 리피피 Rififi 줄스 다신 1955ㅣ119minㅣ프랑스ㅣB&Wㅣ35mm
16. 당신에게 오늘 밤을 Irma La Douce 빌리 와일더 1963ㅣ142minㅣ미국ㅣColor
17. 워커바웃 Walkabout 니콜라스 뢰그 1971ㅣ100minㅣ오스트레일리아ㅣColor
18. 야쿠자 The Yakuza 시드니 폴락 1975ㅣ112minㅣ미국/일본 Color
작가를 만나다 - 홍상수 (3편)
19. 극장전 Tale of Cinema 홍상수 2005ㅣ89minㅣ한국/프랑스ㅣColor
20. 해변의 여인 Woman on the Beach 홍상수 2006ㅣ127minㅣ한국ㅣColor
21. 밤과 낮 Night and Day 홍상수 2008ㅣ144minㅣ한국ㅣColor
서울아트시네마 교육 프로그램 - 영화관 속 작은 학교
22. 별별 이야기2 - 여섯 빛깔 무지개 If You Were Me - Anima Vision 2 안동희 外 2007ㅣ95minㅣ한국ㅣColor
애니충격감독열전 - 장형윤 편 (5편) *공동주최 : 애니충격전 연합사무국
23.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May be I am blind 장형윤 2002ㅣ한국ㅣ5minㅣ2D DVCam
24. Tea time 장형윤 2002ㅣ한국ㅣ4minㅣ2D DVCam
25. 편지 The letter 장형윤 2003ㅣ한국ㅣ10minㅣ2D DVCam
26. 아빠가 필요해 Woolf Daddy 장형윤 2005ㅣ한국ㅣ10minㅣ2D DVCam
27. 무림 일검의 사생활 A coffee vending machine and it's sword 장형윤 2007ㅣ한국ㅣ30minㅣ2D DVCam
영화 희망 나눔, 영화인 캠페인  
28. 멋진 그녀들 She Is 주현숙 2007ㅣ62minㅣ한국ㅣColor
서울아트시네마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 (2편)
29. 권총은 나의 패스포트 Colt is My Passport 노무라 타카시 1967ㅣ일본ㅣ84minㅣB&W
30. 모래의 여자 Woman in the Dunes 데시가와라 히로시 1964ㅣ일본ㅣ123minㅣB&W
금요단편극장 - 인디스토리 쇼케이스 (5편)
31. 느린 여름 Heavy 박찬옥 1998ㅣ한국ㅣ20minㅣColor
32. 비오는 날의 부침개 Happy Rainy Day 김경란 1998ㅣ한국ㅣ6minㅣColor
33. 샌드위치 Sandwich 유선동, 임우정 1998ㅣ한국ㅣ16minㅣB&W
34. 동시에 Simultaneity 김성숙 1998ㅣ한국ㅣ16minㅣColor
35. 체온 The Body Temperature 유상곤 1998ㅣ한국ㅣ8minㅣColor


분명히 영화 사상 가장 인상적인 엔딩 장면 중 하나인 마지막 장면의 누들스의 그 웃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앞으로도 눈 감는 날까지 절대 잊혀지지 않을 슬픔과 씁쓸한 감정을 가슴 깊이 각인시켰다.



누들스를 주축으로 짝눈, 팻시 등은 어릴 때부터 몰려다니며 좀도둑질을 하는데 어느날 술에 취한 주정뱅이를 털려다가 프랑스에서 막 이민 온 맥스에게 선수를 빼앗긴다. 누들스는 이렇게 만난 맥스와 절친한 사이가 된다. 한편 짝사랑하는 데보라는 누들스가 한낮 깡패에 불과하다며 거절한다. 맥스가 가담된 이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머리 좋은 누들스의 기발한 방법으로 갱단의 밀수품을 안전하게 운반하고 큰 돈을 모은다. 이들은 그 돈을 넣은 가방을 역의 간이 보관함에 넣고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을 떼어 공금으로 모으기로 한다. 큰 부자가 될 것을 기뻐하며 거리를 걷던 이들에게 곧 총을 든 버그가 뒤 쫓아와 누들스는 첫 살인을 하게 되어 감옥에 들어간다.



뚱보의 술집을 방문했던 누들스는 공원의 고급 묘지에 묻혀있는 어릴 적 친구들의 무덤을 찾아간다. 그는 묘지에서 자신에게 남겨놓은 현금 가방이 든 열쇠를 발견하고 그 역에 가는데 거기서 그는 '다음 일을 하기 위한 선불'이라고 쓰인 돈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막 출감한 누들스는 마중 나온 맥스를 따라 뚱보의 술집으로 간다. 누들스가 감옥에 있는 사이에 맥스의 수단으로 이들은 프랭키라는 거물과 손을 잡고 밀주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금주법이 끝나면서 이들에게도 시련이 닥쳐온다. 누들스는 비록 맥스와 함께 불법 일을 하기는 하지만 맥스의 지나친 검은 야망에 둘 사이는 점점 금이 간다. 맥스는 평생 꾸어온 꿈이라면서 연방 준비은행을 털자고 제안하지만 누들스는 반대하는데..



사실 세르지오 레오네가 거장이라는 데에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일명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인 [황야의 무법자]로 거장의 대열에 올랐던 레오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야의 무법자]보다 더 뛰어난 영화는 아마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들을 떨쳐내고, 영화사에 길이길이 남을 걸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하 원스)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다들 아는 바와 같이 레오네가 고스란히 있는 그대로의 [원스]를 내놓기 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과 역경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시로서는, 아니 지금으로서도 다른 영화들보다 엄청나게 긴 러닝타임 덕분(?)이었다. 처음 편집을 마치고 난 작품의 길이는 무려 8시간이 넘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레오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 같은 러닝타임은 조금 무리라고 생각되어 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재편집을 한 결과 229분, 즉 3시간 49분 가량으로 단축(?)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대부분의 영화들이 2시간 남짓으로 이루어진 것에 견주어 보았을 때 결코 짧은 러닝타임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제작사에서는 러닝타임을 과감히 삭제한 2시간 19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하여 개봉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2시간 19분 동안에는 감독이 하려는 말을 모두 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의 평가는 말할 것도 없었거니와 흥행을 목적으로 편집을 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흥행에도 참패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후 삭제된 러닝타임을 복원하여 공개된 영화는 이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으며,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도 전혀 달랐다. 드디어 세르지오 레오네의 진가를 깨달게 된 평론가들은 1980년대 최고의 영화를 뽑는데 주저 없이 [원스]를 선택했고, 관객들 역시 레오네가 만든 한 편의 대서사시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거장으로 추앙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는 장르영화에 명작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황야의 무법자]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서부영화로 장르자체를 개척한 작품이 되었고, 이 작품 [원스]는 마피아를 다룬 갱스터 영화로 장르적 성향이 짙은 영화였다. 이러한 그의 역량은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를 비롯한 많은 젊은 감독들이 지향하는 궁극의 존재가 되었다. ‘한계를 모르는 분이죠’ 쿠엔틴 타란티노의 말이다.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의 관한 얘기들은 타이틀 두 번째 디스크에 담긴 서플먼트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가 위대한 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얼마나 위대하고 따뜻하고 완벽한 사람이었는지 말이다. 그 다큐멘터리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그의 한 마디를 옮겨 적어본다.

My way of seeing things is sometimes naive but with the sincerity of the kids from the Viale Gloriose steps - Sergio Leone (1929-1989)
내가 사물을 보는 방법은 때로는 단순하지만 진지하다.




사실 호화 캐스팅이라는 광고가 걸린 작품들은 뚜껑을 열어보면, 이름만 있을 뿐 그 속은 비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원스]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름은, 절대 관객을 실망시키는 이름들이 아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이름은 바로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와 함께 현재 활동하는 배우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기력과 앞으로 각종 공로상을 휩쓸게 될(이미 수상하기 시작했다)배우가 바로 로버트 드니로이다. 그는 이미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대부], [카지노],[좋은 친구들], [디어 헌터]등 많은 영화에서 훌륭한 연기를 관객에게 선사하였다. 이 작품 [원스]에서도 역시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누들스 역할을 맡은 드니로는 감정 선이 굵은 면서도 섬세한 누들스 역할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연기해 내고 있다. 특히 이미 언급하였듯 영화의 마지막, 그가 연기하는 누들스의 미소는, 감독의 의도와 맞물려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 낸다. 위에 나열한 영화들과 같이 로버트 드니로는 수많은 명작들에 출연하여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감히 [원스]에서의 연기가 그중 최고가 아닐 까 싶다.



제임스 우즈는 [원스]에서 로버트 드니로의 강열한 연기에도 전혀 눌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제임스 우즈의 이전 작품들을 살펴보면 주로 악역을 연기한 것을 알 수 있다. [원스]에서 그를 악역이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표독스러우면서도 주도면밀하고 누들스와 우정과 시기, 배신을 겪는 맥스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해 냈다(참고로 모든 나오는 배우마다 훌륭하다, 최고의 연기, 완벽한 연기 등 칭찬 일색의 수식어를 쓰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알게 될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는 것을).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자신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절정에 있었던 시기가 바로 레오네 감독과 함께한 [원스]의 기억이라고 얘기하듯, 그를 아는 관객들도 그의 최고 절정의 연기를 [원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은 이 두 배우들 외에도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 많다. 먼저 국내 팬들에게는 [나홀로 집에]의 코믹한 이미지로 더 알려진 조 페시. 그는 사실 유명한 마피아 영화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마피아, 갱스터 영화의 주로 출연한 성격파 배우이다. [원스]에서는 많은 러닝타임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역시 그가 출연하는 것만으로 영화의 성격을 짐작하게 해준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역 배우들 가운데 우리에 눈을 유난히 끄는 배우가 한 명 있는데, 그녀는 바로 제니퍼 코넬리이다. 우리에게는 [뷰티풀 마인드]로 잘 알려져 있고, [레퀴엠]과 최근작 [헐크]에도 출연했던 제니퍼 코넬리는 [원스]에서 정말 깜찍하면서도 어린 나이 답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다. 어린 누들스가 몰래 훔쳐보는 그녀의 발레 연습장면은 아마도 누들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성인 역할을 맡은 엘리자베스 맥거번의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아마도 관객들은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제니퍼 코넬리에게 더 감동을 받게 될 것 같다.



처음 [원스]가 개봉했을 때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은 비단 짤려나간 영상들 뿐만은 아니었다. 삭제된 버전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역시 제대로 수록이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원스]에서는 무엇보다도 음악이 중요한 요소로 쓰이고 있는데, 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가 모리꼬네의 음악을 들으며 작품의 일부를 완성시켰을 만큼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요소라 하겠다. 타이틀의 커버를 장식한, 뒤로는 다리가 보이는 양쪽 건물 사이로 어린 주인공들이 벅시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에서 흐르던 너무나도 유명한 ‘뚜뚜두뚜~’하는 테마를 비롯하여 영화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아름답고도 너무나도 슬픈 모리꼬네의 음악은,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아니, 돕고 있다기보다는 거역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누들스를 연기한 드니로의 눈빛 연기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슬픈 감정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모리꼬네의 음악이 더해지면서 연기 자체에도 날개를 단 격이 아니었나 싶다. [황야의 무법자]를 시작으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계속 함께 작업을 하게 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알프레드 히치콕과 버나드 허만 같이 감독과 작곡가가 콤비를 이루어 영화를 완성하게 되는 케이스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엔니오 모리꼬네는 브라이언 드 팔마, 페드로 알모도바르, 로만 폴란스키 등 거장들과의 꾸준한 작업으로, 매번 감독적인 영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 궁금증은 영화가 개봉한 198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는 물음이다. 타이틀의 서플먼트를 보다보면 이에 관한 제임스 우즈의 말을 들을 수 있는데, 그 역시도 아직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 같은 궁금증을 물어온다는 것이다. 제임스 우즈도 감독인 레오네에게 물어보았지만, 레오네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모호한 답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맥스가 쓰레기차에 타고 안타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로 이해된다. 그리고 개봉당시 한 팬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지막 장면의 웃음의 의미에 관해 물었으나 그 대답은 듣질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영화가 아편으로 인한 누들스의 꿈이라는 답변을 들을 까봐 그랬다고 한다. 사실 이 영화는 긴 러닝타임 때문임을 제외하더라도 시간과 사건의 편집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점은 어린 시절로 감옥에 다녀온 뒤로, 노인이 되어 나타난 요즈음으로 변하지만, 그러한 시점의 변화를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정의 선이 그대로 이어지게 편집한 기술은 영화만의 매체의 장점을 백분 살리고 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 배경이 되는 아편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이 꿈인가 아닌가의 중요성보다는, 부질없음과 슬픔에 정서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일단 반갑다는 말을 해야겠다. 229분의 무삭제 버전으로 출시된 것 말이다. 하지만 완벽한 무삭제라는 말을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 누들스가 출소하여 장의사 차안에 누운 여자 시체(물론 아니었지만)를 보는 장면에서 뿌옇게 모자이크 처리가 되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야말로 옥에 티라고 불러야 할 장면이 될 것 같다. 개봉한지 20년 가까이 지난 2003년에야 출시된 타이틀은, 이 같은 점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높은 퀄리티로 출시되었다. 일단 화질은 애너모픽 1.78:1의 화면을 재공하고 있는데, 최근 영화들처럼 날카롭고 선명한 화질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색감에 충실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잘 전하고 있다. 음향은 예상외로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를 지원하고 있는데, 5.1채널을 체험할 만한 시퀀스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전체적인 대사의 볼륨이 좀 작은 감이 들기는 하지만, 이 같은 점 역시 충분히 감안되어질 만한 정도이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여전히 감동적으로 들려온다.



2장의 디스크로 한정판의 양장본으로 출시된 타이틀은 일단 외관상으로는 양장본인 만큼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고급스러운 케이스를 제외하면 일반판과 똑같은 타이틀이 들어있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는 하지만, 제작사가 워너임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양장본 케이스에 만족해야할 듯싶다(이 같은 평가는 양장본 케이스가 맘에 안 든다고 하기 보다는, 한정판만의 특전이나 부클릿 등이 수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이다). 일단 본편이 워낙에 긴 러닝타임을 자랑함으로 두장으로 나뉘어져 있다(참고로 중간에는 휴식 시간을 알리는 자막도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가장 기대가 되는 서플먼트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은 코멘터리가 눈길을 끈다. 리차드 쉬클이라는 평론가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반갑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곁을 떠난 레오네 감독은 아닐지언정, 로버트 드니로나 제임스 우즈 같이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음성해설에 참여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코멘터리 외에 다큐멘터리 하나가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의 제작과정을 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를 추모하고 기리는 뜻에 포함시켜 들려주고 있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제임스 우즈와 어린 누들스 역할을 맡았던 배우, 주요 스텝들의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세르지오 레오네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영화가 최고의 걸작인 만큼 출시된 DVD타이틀도 이 정도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타이틀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


2003.07.08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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