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사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도 '무소유'로 널리 잘 알려져 있는 법정스님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법정스님의 의자'가 DVD로 출시되었다. 얼마 전 故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울지마 톤즈'로 깊은 울림을 전했던 디에스미디어에서 출시한 작품으로서, 또 한 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고승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입적하신 법정스님은 불교를 믿는 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무소유'라는 책과 가르침을 통해 알고 있을 정도로 익숙한 인물이지만, 반대로 좀 더 깊은 법정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 '법정스님의 의자'는 그의 삶을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저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법정스님이 남기 신 '무소유'라는 가르침은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사회가 더 각박해지고 빠르게 달려만 오던 중, 그가 남긴 무소유의 가르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을 한 번쯤 다시 되돌아 보게 했고, 무소유를 실제로 실천했던 법정스님의 삶은 그 자체로 어떤 글귀보다도 더 깊은 울림을 일게 했다. '법정스님의 의자'에서는 이렇듯 대중들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스님의 면면도 물론 소개하지만, 일반인들을 잘 몰랐던 법정스님의 또 다른 가르침과 삶의 향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법정스님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이야기하곤 했던 스승인 효봉 스님과의 일화들도 소개되는데, 법정스님이 스승인 효봉 스님에게서 배운 가르침으로부터 무소유의 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대한민국에 실질적으로 불교를 소개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이다. 생전에 '무소유'를 비롯해 정말 많은 수필집과 저술 활동을 펼쳤던 법정스님은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를 최초로 번역하였으며,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화엄경' 역시 정수만을 모아 별도로 펴내기도 했었다. 법정스님의 이런 작업이 더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단순한 번역 작업이 아니라, 한글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말로 표현해 더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해인사를 찾은 어떤 이가 지나가는 말로 '대단하다고 해서 와봤는데 그냥 빨래판이잖아'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아 더 쉽게 이 깊은 가르침을 전파할 수 있어야겠다 라고 마음먹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일화와 더불어, 학문적 측면과 대한민국 불교 전파 역사의 측면에서도 법정스님이 끼친 영향이 매우 중요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남들 모르게 학비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온 일이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세우지 않고 도움을 주었던 일들도 들려준다. 참고로 법정스님이 생전에 집필하신 수 많은 책들로 벌어들인 인세는 전액 이런 방식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법정스님을 아주 가까이에서 알고 지냈던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 법정스님의 면모를 들려주는데, 출가한 이에게 두 가지 삶이 있지 않은 것처럼 가까운 이들이 말하는 법정스님은 더욱 냉정하리만큼 엄격하면서도 그 속에 따듯함과 아름다움은 늘 갖고 계셨던 분이었단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DVD 메뉴



DVD Quality


이런 다큐멘터리 작품에 대해서 화질이나 사운드를 논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는 점을 전제로, 화질의 경우는 TV방영 시 HD로 방영하였었기 때문에 법정스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일부 장면을 제외한다면 모두 최고 수준의 DVD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며, 사운드 역시 돌비디지털 2.0 만을 지원하고 있지만 더도 덜도 필요 없이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자막은 우리말 외에 영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더빙의 경우 시각 장애인용 화면해설을 지원한다.




DVD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나는 남는다 (법정스님의 의자 – 스페셜 에디션)'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약 12분 분량으로 좀 더 주변 가까웠던 이들이 인터뷰를 통해 법정스님이 어떤 분이었는지를 좀 더 충분히 들려준다. 평소 공직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던 품성이나 그 품성마저 절로 묻어나던 모습의 발걸음, 그리고 슬픈 영화를 볼 때는 펑펑 울기도 하셨던 모습까지.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과의 일화를 통해 순수한 사춘기 아이 같은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추가로 이 작품의 내레이션을 맡은 최불암 씨의 짧은 메이킹 영상과 역시 1분 41초의 짧은 구성으로 정리한 '법정스님 어록' 특별영상 그리고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지난번 '울지마 톤즈'를 리뷰할 때도 느꼈던 바이지만, 종교인 혹은 수도인으로서 한 평생을 삶 그 자체로 가르침을 남기고 간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노라면, 한 없이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는 동시에 이 가르침을 결코 보고 느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속에도 꽃 피워야겠다 는 다짐을 하게 한다. '법정스님의 의자'는 그가 평생을 통해 보여주었던 무소유의 삶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삶의 아름다움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서 고맙고 부끄러워만 지는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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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0

보이지 않던 반대편의 50%에 대해



조셉 고든 레빗 주연의 '50/50'를 보았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는 정말 그 뿐이었다. 이 영화가 암으로 인해 생존확률 50%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도,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이자 세스 로건의 실제 친구이기도 한 윌 라이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였으니. 죽음을 앞두거나 직면한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공통점을 갖는다. 어느 덧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에 일탈이나 커다란 혼란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 혹은 너무나도 차분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결국 약한 속으로는 공포와 슬픔을 겪는 이야기일텐데, 이 영화 '50/50'는 굳이 비교하자면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에 코미디적 요소까지 더하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대부분 '코미디'로 분류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개인사가 얽혀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이유인지 그다지 코미디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죽음을 직면한 친구 곁에 코믹한 친구가 있을 뿐, 영화의 근본과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50/50'은 죽음을 직면한 한 남자(반대로 얘기하자면 삶을 직면하게 된 한 남자)와 그의 가족, 친구들이 이를 함께 겪어가는 내용을 비교적 무겁지 않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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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애덤 (조셉 고든 레빗)이 암 선고를 받은 뒤 겪게 되는 과정들은 앞서 말했듯 결코 특별하지 않다. 처음에는 내가 그럴리 없다고 인정하지 못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나서는 자신은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하지만, 어느덧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있는 (불안해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도 아무렇지 않다고 믿고 싶었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아무렇지 않으려고 했던 자신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순간도 역시 등장한다. 이렇듯 별로 새로울 것은 없는 전형적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다가오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50/50'에서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애덤에게는 이러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오만가지 복잡한 심리상태와 자주 표현되거나 혹은 숨기고 싶어하는 감정들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러한 진정성있는 심리 상태가 느껴졌다. 전형적이되 애덤의 이야기가 '뭐, 영화니까'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실화라는 것과는 무관하게) JGL의 눈빛과 표정 하나 하나는 그럴 수 있다는, 더 나아가 '그래, 맞아'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이로 인해 '50/50'은 설사 전형적인 틀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 영화라 하더라도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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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시선은 바로 애덤 주변 인물들의 묘사다. 연인, 친구, 가족, 상담사 등 애덤이 암에 걸리기 전 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과 이후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와 변화에 대해 영화는 사실적이면서도 진정성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일단 친구인 카일(세스 로건)에 있어서는 세스 로건 스스로가 실제 그 인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둔 채 묘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친구인 카일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덤의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 적극적이기 보다는 소극적으로 묘사한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즉, 애덤의 불안함 만큼이나 걱정과 슬픔을 겪는 주변인들의 비중을 대등할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 내면의 이야기를 매우 미미하게 가져갔음에도 이 영화가 죽음을 직면하게 된 애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애덤과 그 주변이 함께 겪는 이야기로 만들어 낸 것이야 말로 '50/50'의 가장 큰 매력이자 영민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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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50/50'은 죽음을 맞닥들이게 된 주인공 애덤의 심리를 진정성있게 묘사하는 동시에(50), 애덤의 친구와 가족들의 걱정하는 마음을 역시 진정성있고 의연하게 그리고 있는(50) 작품이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50%의 희망과 이로 인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관계 속 반대편의 50%를 볼 수 있게 해준, 새롭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1. 브라이드 달라스 하워드는 이 영화에서 마치 썸머 처럼 나오더군요. 아, 썸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렇게 조셉 고든 레빗이 멀쩡하게 나오는 영화에서 썸머가 곁에 없으니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더군요 ㅎ


2. 삽입된 곡들의 센스가 다 좋았어요.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는 이 영화에서도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3. 안나 캔드릭은 전작 '인 디 에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초년생 이미지가 굳어지는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ㅎ


4. 아주 소소한 얘기로, 극중 애덤에게 전화가 걸려오는데 아이폰 기본 벨소리의 익숙한 멜로디 하나 때문에 급 공감대가 형성되더군요 ㅋㅋ JGL과 나도 같은 시대를 살고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정도였어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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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Drive, 2011)

이토록 황홀한 아름다움



매년 백 편이 넘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되면 그 가운데에는, 하마터면 놓칠 뻔 했으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는 감격을누리고 있구나 라고 실시간으로 체감하게 되는 작품이 한 두 작품 나오기 마련인데, 올 해는 아마도 이 영화 '드라이브 (Drive, 2011)'가 아닐까 싶다. 처음 11월에 봐야 할 영화 목록에 '드라이브'는 없었다. 그저 캐리 멀리건이 나오는 영화라 한 번 보고 싶기는 했지만, 더 보고 싶은 다른 작품들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만 같아 결국 다음으로 미루는 것으로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적은 상영관을 통해 (왜 항상 좋은 영화의 상영관 수는 이리도 적은 것일까!) 이미 본 이들의 반응을 보니 '엇, 이거 그냥 지나쳤다간 나중에 큰 후회를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안봤으면 큰 후회 정도가 아니라 계속 재개봉이라도 혹시 안하나 하는 마음으로 영화제 상영작 리스트를 체크하고 다니는 날들이 계속될 뻔 했을 정도였다. 쟁쟁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올해,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영화의 손꼽는 후보작이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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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들이라면 아마 '드라이브'에서 여러 영화의 감각과 향이 느껴질 것이다. 어두운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조용히 (정말 조용히) 달리는 자동차와 한 남자. 그리고 핑크색 컬러로 뿌려지는 오프닝 크래딧과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감각의 배경음악까지. 니콜라스 빈딩 레픈의 '드라이브'는 이미 오프닝만으로 관객을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마치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를 연상시키는 오프닝의 감각과 구성은 영화를 내내 감싸고 있는데, 이것 만으로도 '드라이브'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주인공의 모습이나 포스는 '첩혈쌍웅'으로 대표되는 당시 홍콩 느와르 영화 속 주윤발의 그것을 정확히 떠올리게 했다. 입에 문 이쑤시게가 오히려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져 없었어도 충분한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라이브'의 라이언 고슬링은 주윤발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당시 홍콩 영화를 즐겨봤던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당시 영화 속 주윤발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적 무언가가 충만한 이미지였다. 물론 라이언 고슬링이 이 한 편 만으로 시대를 관통했던 주윤발의 아우라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당시 홍콩 느와르 속 주윤발이라는 캐릭터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경과 시대에 다시금 불러와 소화해 냈다는 점만은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하다. 말 한 마디 보다는 표정과 몸짓, 그리고 미세한 동선의 차이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라이언 고스링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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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러티브 측면에서 보자면 '드라이브'는 상당히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편이다. 극중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이 가까워지는 속도에 있어서도 영화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쿨하게 넘기고, 이름도 없이 그저 '운전사'로만 불리는 라이언 고슬링의 과거에 대해서도 영화는 거의 정보를 주지 않고 그저 분위기로만 슬쩍 풍길 뿐이다. 그리고 이 드라이버가 처하게 되는 상황의 큰 그림에 있어서도 영화는 별다른 정보를 주지 않는다. 마치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영화는 뚝뚝 끊겨서 불편하고 주인공들에게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빠져들지 못하고, 결국 결론에 가서도 무슨 영화를 본 건가 싶어야 맞을 텐데, '드라이브'에게는 이런 점이 발견되기는 커녕 오히려 매우 깊은 만족감을 전해 준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마치 주윤발이 주연을 맡은 '블레이드 러너'를 베이스로 하여,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 도시의 밤을 그리는 데에서는 마이클 만을, 그리고 폭력을 묘사하는데에 있어서는 크로넨버그마저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터미네이터'의 느낌마저 풍길 정돈데 (이 영화는 묘하게도 몹시 SF영화스럽다), 이런 점들 역시 말로만 전해 들으면 장점들을 다 가져다 놓기는 했으나 조합 측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번잡스러워 실패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지만, 이 영화는 놀랍게도 거장들의 인장 과도 같은 장점들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다 흡수해 소화까지 시켜버린 경우라고 하겠다. 즉, 이건 이 작품을 연상시키고, 이건 이 감독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럼에도 '드라이브' 자체는 독립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얘기다. 아... 이 얼마나 황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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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를 본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황홀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최근 본 영화 가운데 테랜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의 '황홀경'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의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드라이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싶다. '트리 오브 라이프'의 경우 담고 있는 주제와 포괄하는 범위 자체가 근본적 아름다움과 우주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황홀경'을 담아내기에 비교적 용이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반 면, '드라이브'는 매우 상업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범죄, 액션, 로맨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와 동등한 영화적 아름다움을 담아냈다는 점이 이 영화가 칸에게도 선택 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이 작품으로 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올해 칸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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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는 첫 인트로 부터 액션과 스릴러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풍기고 있는 그 아름다움에 손에 땀을 쥐었던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머니볼'의 대사 마냥 '이래서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라고 되내일 수 밖에는 없는 '황홀한' 작품이었다. 강력한 올해의 영화 추천작!



1. '황홀하다'라는 표현을 이렇게 많이 쓴 리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어요, 황홀하니까!

2.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입할 예정입니다. 아마존으로 가야할듯.

3. 라이언 고슬링이 입고나온 그 스콜피온 점퍼! 저 점퍼 입는 다고 영화 속 고슬링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이네요 ㅎ

4. 극장에서 벌써 대부분 내린 것 같은데, 꼭 상영관을 찾아서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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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춤 (Dancing Cat, 2011)

비로소 바라보게 된 고양이의 삶



개봉 전 부터 애묘인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을 드디어 보았다. 참고로 나는 현재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그저 몇 년 전에 키웠던 우리 고양이 '일루'의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정도지만, 그 이후로도 여러 관심사의 첫 번째 손가락으로 자주 '고양이'를 꼽게 되어버린 또 한 명의 고양이 가족이랄까. 그러다보니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도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와 '명랑하라 고양이' 두 권 모두 이미 인상 깊게 읽었던 것은 물론인데, 이와 관련하여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인디스토리 영화라는 점도 한 몫을!). 그렇게 보게 된 '고양이 춤'은 제목 그대로 밝고 행복한 영화였다.



ⓒ 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사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의 느낌은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미 원작인 책을 모두 읽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책의 내용과 동일한 내용 그리고 영상(사진)으로 구성된 작품에 조금은 중복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더 나아가 그 동안 길고양이나 반려동물 혹은 유기동물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다큐나 영화에 빗대어 보았을 때, 죽음, 사고, 고발 등의 자극적이고 영화적인 요소가 부족해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느꼈던 생각은 '그래 좋긴 한데 난 이미 책을 읽었던 터라 크게 새롭지는 않구나' 라는 정도였는데, 리뷰를 쓰려고 생각을 조금 정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길고양이 이야기를 이렇게 가슴 졸이며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고양이'라는 말 대신 거의 대부분이 '도둑 고양이'라는 말로 고양이들을 부르곤 했었다. 하지만 요새는 정말 부정적인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길고양이'라는 말로 거리의 고양이들을 부르기 시작했고, '도둑 고양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듯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기만 하는 것으로 인식을 주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인간들에 의해서 오히려 많은 불편을 겪고 버림 받는 등의 사연들과 함께, 인간이 더욱 보듬어야할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도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물론 이 영화 속 내용만 봐도 아직도 이 도시와 인간들이 사는 세상 속 고양이의 삶은, 내리는 비조차 쉽게 피할 곳 없고, 어린 새끼들을 마음껏 키우기도 매우 열악한 곳 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 춤'이 담고 있는 분위기는 이런 과정 속에서도 작은 희망과 행복을 엿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달리 얘기하자면 자의든 타의든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길고양이의 삶을 이렇듯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조금이나마 얻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거나 누군가에게는 혐오의 대상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그냥 멀찍이서 묘생을 그저 바라만 볼 수 있는 성숙함을 배우게 되었달까? 이런 일종의 여유로운 시선을 갖게 되고나서야 비로소 묘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시선을 이 작품 '고양이 춤'에서 느낄 수 있었다.



ⓒ 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1. 제가 사는 홍대근처 집 앞에도 정말 길고양이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저도 가끔 타이밍이 맡으면 소세지 같은 거 사다가 주고 멀찍이서 잘 먹나 보기도 하고, 아니면 부담될 까봐 그냥 안녕 하고 돌아오기도 하죠. 제가 길고양이를 만나는 방식은 이래요. 고양이들한테 스트레스나 부담주지 않고 그냥 멀리서 바라봐 주는거죠.


2. 1시간 넘게 고양이 얘기를 보다보니 역시나 예전 키웠던 우리 '일루'가 보고 싶어지더군요. 정말 저랑 우여곡절이 많았던 녀석이었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입양을 보냈으나 그 분과 연락이 되지 않아 지금은 소식조차 들을 수 없는 ㅠ 일루야~ ㅠㅠ



보고 싶구나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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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Moneyball, 2011)

야구에 빗대어 전하는 삶의 위로



'카포티'를 연출했던 베넷 밀러가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머니볼'은 실제 MLB팀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단장을 1998년부터 지금까지 맡고 있는 빌리 빈의 실화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스포츠 영화가 주로 선수나 감독의 입장에서 바라봤던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구단을 실제로 이끌어 가는 단장(GM)의 입장에서 전개된다는 점이 다른 스포츠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수가 아닌 단장의 입장에선 이야기 전개로 인해 그 어떤 영화보다 특별한 스포츠 영화가 되었지만, 동시에 스포츠 영화 이상의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베넷 밀러의 '머니볼'이 아니었나 싶다.




ⓒ Michael De Luc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일단 이 영화의 배경이 된 2001~2년 당시 메이저리그를 한창 열심히 보던 이들이라면, 영화 속 등장하는 MLB의 트레이드 관련 뉴스들이나 선수들의 이름들, 그리고 기록적인 연승을 이어가던 애슬래틱스의 활약상 등이 기억에 생생할 것이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제이슨 지암비, 이슬링하우젠, 조니 데이먼 등은 물론, 이후 재정비 된 애슬래틱스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데이비드 저스티스와 팀 허드슨 등까지... MLB팬들이라면 작은 기록지, 전력분석 영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실제 선수들과 경기 장면에 반가움을 느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을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이 당시 MLB에 관심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빌리 빈이 뽑은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되는지, 애슬래틱스가 연승 기록을 새로 쓰게 될지 말지 등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극적인 요소로는 받아들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머니볼'이 인상적인 이유 역시 바로 이 부분이다. 당시 MLB를 빠삭하게 다 알고 있는 이들이 보아도 빌리 빈과 애슬래틱스의 이야기는 충분히 짜임새 있고 흥미로우며 심지어 긴장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런 부분은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와 비슷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 역시 아론 소킨이 각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 Michael De Luc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거나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 가운데 명작들을 살펴보자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경우 실화를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함은 물론 이미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역시 지루하지 않은 흥미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고, 스포츠 영화의 경우 경기의 룰이나 관련 지식이 없는 경우에도 즐길 수 있고 깊이가 있는 작품인 동시에, 아는 사람이 보아도 디테일과 완성도가 높아 스포츠 이상의 극적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머니볼'은 바로 이 지점에 정확히 위치한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묘사함에 있어서 대중들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단장이라는 자리를 중심으로 MLB라는 전체적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구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이 이 세계에 그리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도록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야구와 MLB에 관심이 많은 팬들에게도 머니볼 이론이 실제 야구에 적용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그리는 것은 물론, 아마도 팬들이라면 한 번쯤 호기심을 가졌을 단장의 입장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FM이 괜히 마약같은 게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머니볼'은 이렇듯 두 가지 상반된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흔치 않은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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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주인공 빌리 빈은 그 어느 곳 보다 오랜 전통이 중시되는 곳 중 한 곳인 MLB에서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을 도입해 주변으로부터 많은 질타와 걱정을 동시에 받게 된다.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인 이유는 머니볼 이론의 성공 여부나 애슬래틱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여부를 가리키지 않고 더 넓은 의미의 위로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을 위해 영화는 애슬래틱스와 빌리 빈 간의 거리를 둔다. 즉, 애슬래틱스의 단장으로서 팀과 운명을 같이 하는 빌리 빈도 묘사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끊임 없이 싸우고 홀로 외로움을 겪는 인간 빌리 빈의 삶을 더욱 비중있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앞서 말한 일들의 결과가 궁금해지고 이에 따라 기쁨과 탄식도 겪게 되지만, 그 보다는 그 가운데 남겨져 있는 빌리 빈의 등 뒤의 모습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만약 이 영화의 내용을 애슬래틱스의 다른 선수 위주로(페냐나 제레미 지암비 등) 전개했거나 기존 팀의 스카우트를 맡았던 수뇌부들 혹은 감독의 입장에서 그렸다면, 빌리 빈은 그야말로 독선적이고 자기 맘대로인 악역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 영화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거나 혹은 좀 더 극적인 요소로 본다면, 데이터가 아닌 오랫동안 업계를 지켜온 장인들의 '감'에 의존하여 승리를 거두는 편이 훨씬 더 일반적이고 정의롭기까지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가 선택한 빌리 빈의 이야기는 어쩌면 예상하지 못했던 위로를 전해준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다. 유명한 Lenka의 팝 넘버 'The Show'의 가사 내용을 이토록 완벽하게 이야기에 녹여버린 이 영화의 마력은 마지막 장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말로 이루다 표현 못할 위로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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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찬호 선수가 영화 속에서 스쳐 지나갑니다.

2. 이 영화에서 빌리 빈 역할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정말 로버트 레드포드 같더군요.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해왔지만 이 역할은 정말 싱크로율이 90%이상이더군요.

3. Lenka의 'The Show'는 이미 익숙한 곡이었는데, 앞으로는 이 곡을 듣게 되면 이제 '머니볼'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될 것 같네요. 이제는 정말 가사가 들려요 ㅠ



4.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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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Michael De Luca Productions 에 있습니다.




(이 글에는 문경은 선수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스포일러 홍수의 시대다. 아주 예전에 스포일러라는 말 자체가 흔하게 사용되지 않던 시절에는 단순히 반전이 있는 영화에만 국한되어 그 결말을 미리 알려주는 것으로만 인식되었으나, 요즘 같아서는 그날 그날 방영하는 드라마는 물론 각종 스포츠 경기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관심사가 많을 수록 스포일러를 피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먼저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스포일러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스포일러라는 것의 범위가 사실상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일 수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어제 방영한 드라마의 줄거리를 얘기하는 것은 제법 많은 이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스포일러 하면 반드시 얘기되는 작품인 '식스 센스'의 반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미미한 수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확률적인 것일 뿐 아직 '식스 센스'를 보지 않은 이에게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가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란 얘기도 된다. 특히 예전 작품 같은 경우 동시대를 살았던 이가 아니라면 그 다음 세대의 경우 일부러 찾아봐야 하는데 이럴 때 '누구나 다 아는 얘기'는 이들에게 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포일러의 범주를 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을 인정 정도만 하는 것으로 그치자는 얘기.


개인적으로는 이 글에서 '식스 센스'의 반전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처럼 가능하다면 핵심이 되는 내용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지켜주고 싶은 편이지만(아예 쓰지 말자는게 아니라 스포 표시 정도를 해둘 수도 있다는 얘기), 이런 성향을 재쳐두더라도 최근의 경향은 실시간이 아니면 사실상 스포를 피하기 어려운 시대라 점점 따라가기 벅찬 것에 대해 살짝 푸념을 늘어놓고 싶어서랄까. 물론 여기에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양한 관심사 때문일 것이다. 슈퍼스타 K도 안보고 위대한 탄생은 조용필의 밴드로 알고 있고, 농구는 문경은이 뛰던 시절 보고 안보는 이라면 이들의 결과를 주변에서 보게 되더라도 스포이기는 커녕 소소한 정보가 되는 경우가 더욱 잦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SK농구단의 경기 결과 뉴스를 보며 '엇, 문경은이 벌써 감독이 되었어?'라고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소수이기는 하겠지만 관심사가 어느 정도 다양한 입장에서는 정말 완벽하게 스포를 피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일단 정보 유통 채널이 너무 다양해져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걸 막기란 어려운 일인데, 주로 관심사 별로 팔로잉을 하고 있는 트위터나 지인들로만 이루어진 페이스북만 해도 근 시일 내에 걱정되는 스포거리가 있다면 아예 타임라인을 보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실시간으로 즐기지 못한 것들에 대해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SNS 정도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포털 메인 등에 아주 깨알 같이 기사 형태로 등장하는 스포를 피하기란 정말 힘든 일인 듯 하다. 예전에는 꼭 봐야할 일이 있어서 포털에 접속은 했으나 고개는 다른 곳으로 돌리고 로그인 하여 피한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 특히 요즘 드라마 같은 경우는 그냥 포털 메인만 하루에 한 두 번씩 방문해도 대충의 줄거리는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 속 이야기를 마치 실제 이야기인냥 포장하는 것에 처음에는 조금 놀라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러려니 할 정도로 무뎌져버렸다.


가장 무방비로 당할 때는 SNS는 물론 포털 및 인터넷 서비스를 거의 대부분 피했음에도 발생하는 경우인데, 무심코 TV 뉴스를 보다가 아래 지나가는 자막으로 스포츠 결과가 슬쩍 지나가는 걸 보게 된다거나, 극장 상영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미 내가 보려는 영화를 본 이들에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듣게 된다거나 (ㅠㅠ), 역시 술집이나 지하철 등에서 크게 얘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듣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이럴 때는 아주 신속하게 반응하여 예를 들어 맨유 경기의 결과를 알고 싶지 않을 경우, 지하철에서 누가 맨유...라는 얘기만 귀에 들리면 바로 귀를 막아버리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당할 때는 사실상 무방비나 다름 없다. 피할 곳도 없고 내가 더 큰 소리로 떠들 정도로 진상도 아니고, 이건 그냥 운명에 맡길 수 밖에는 없는 경우라 하겠다.


어쨋든 결론이 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관심사에 대해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가능한한 본방 사수, 빠른 관람 등으로 미연에 방지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으며, 불가항력으로 당할 시에는 조용히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쓸쓸히 알아버린 내용을 복습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불가항력이다. 스포하는 사람이 잘못이라는 전제는 결코 없다. 잘못일 수도 없고. 이미 본방사수로 본 것에 대해 못 본 사람이 있을까봐 꽁꽁 입을 막고 사는 것도 말이 안되니까 ㅎ)


아, 왜 이렇게 눈물나지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신들의 전쟁 (Immortals, 2011)

타셈 싱의 영상미학이 녹아든 액션 신화



타셈 싱의 신작 '신들의 전쟁 (Immortals, 불멸의)'을 보게 된 이유는 역시 타셈 싱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타셈 싱이기에 우려가 되는 부분도 결코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영화의 스틸샷이 공개되면 될 수록 과연 이런 이야기를 타셈 싱이 어떻게 꾸려나갈까하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타셈 싱의 '더 폴 (The Fall, 2006)'을 보고서 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는데, 그럼에도 이 같은 우려가 있었다는 점은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런 우려와는 달리 '신들의 전쟁'은 제법 잘 빠진 신화를 바탕으로한 액션영화였으며, 그 가운데서 타셈 싱 만의 장점들도 잘 녹여낸 만족스런 오락영화였다.



ⓒ Relativity Media. All rights reserved


(테세우스 역으로 등장하는 헨리 카벨은 마치 몇 년 전 샘 워싱턴을 처음 발견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헨리 카벨에게서 좀 더 인간미가 흐른다는 것)


이 작품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샘 워싱턴이 주연을 맡았던 '타이탄'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나 액션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유사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이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했던 말이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일 경우 내러티브가 조금 부족한 경우라도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단점으로 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즉 이 작품 역시 내러티브 적으로 헛점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드는 실망감보다는 액션이나 영상미로 커버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특히 타셈 싱의 성향을 아는 입장에서 이 작품에 바라는 점은 '이야기' 보다는 '영상미'였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전작 '더 폴'은 이야기 측면에서도 영리하게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는 구조를 통해 만족감을 주었었는데, 이 작품은 내러티브만을 놓고 보자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미 익숙한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이를 커버할 만한 영상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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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셈 싱의 전작 '더 폴'을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 작품에서도 역시 타셈 싱 만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미셸 공드리가 소품과 아이디어를 통해 창의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면, 타셈 싱은 자연과 지형지물, 건축물 등을 활용하고 재배치하여 묘한 이질감과 더불어 영상미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신들의 전쟁'에서도 이런 묘한 이질감이 영상미적 측면에서 쾌감을 주는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슬로우 비디오 액션과 이런 과하다 싶은 영상미가 영화 '300'을 연상케 할 수도 있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와 방향에서 따져보다면 분명 잭 스나이더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확실히 타셈 싱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 장면 장면을 한 장의 그림으로 여기고 구성한 것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을 수 있는데,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서있는 배치나 이를 훑어가는 카메라 워킹 그리고 슬로우 비디오를 활용한 액션 장면에 있어서도 영상의 '멋'보다는 오히려 그림(장면)의 인상적 구도 측면에서 접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액션들은 과하다기 보다는 아름다웠고, 불필요 하다기보다는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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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라면 역시 배우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차세대 슈퍼맨으로 주목 받고 있는 헨리 카빌은 주인공 테세우스 역할을 맡아 열연하였는데, 확실히 그의 마스크에서는 누구나 먼저 눈이 가게 되는 상반신의 근육을 뛰어 넘을 정도의 '드라마'가 느껴졌다. 다시 말해 별로 깊지 못했던 내러티브였음에도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헨리 카빌이 준 인상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아마도 이런 인상은 이후 개봉한 '맨 오브 스틸'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악역이라 할 수 있는 하이페리온 역할을 맡은 미키 루크는 그 무게감과 발성 만으로도 악역의 포스와 영화 전체의 어두운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는데, 그 요상한 마스크를 벗더라도 떨림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미키 루크의 공이라고 해야겠다. 페드라 역할을 맡은 프리다 핀토는 이 작품에서 역시 그 자체로 발광하고 있는데, 이 역할 자체가 이미지로 빛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캐릭터였기에 이 정도면 매우 효과적인 캐스팅과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프리다 핀토의 미모가 절정으로 표현된 작품은 이 작품보다도 우디 엘런의 '환상의 그대'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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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 꼽고 싶은 배우라면 제우스 역할을 맡은 루크 에반스인데, 그는 앞서 언급했던 작품인 '타이탄'에서 아폴로 역할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캐스팅이었다. 젊은 모습을 하고 있어 딸인 아테나와 연인관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제우스의 위엄을 잃지 않는 연기와 모습으로 그나마 국내개봉 제목인 '신들의 전쟁'을 조금이나마 만족시키는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이탄'에서 아폴로 역할로 출연했던 루크 에반스의 모습. 이번 영화에서는 제우스로 등장해 한층 높은 위엄과 포스를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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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셈 싱의 '신들의 전쟁'은 보고나면 감정적으로나 이야기 측면에서 깊은 무언가가 남는 작품은 아니지만 묘하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 묘하게 라는 것이 말그대로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라서 한 번쯤 직접 보기를 권할 수 밖에는.


1. 만약 내러티브나 설정 측면에서 따지고 들자면 역시나 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분명 볼거리가 이를 보완합니다. 상쇄가 아니라 보완이 더 맞는 표현 같아요.

2. 여기저기, 이것저것 소품이나 풍광 등에서 타셈 싱이 좋아하는 것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어요. 확실히 요상한 디자인과 구조의 장소들이 많았죠.

3. 전 그냥 2D 디지털로 봤는데 3D로까지 볼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오히려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오면 사야겠다라는 생각은 바로 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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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얘기를 꺼내볼까 하다가 평소 영화 예매를 할 때 극장 좌석 선택하는 방법 등에 대해 한 번 얘기를 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사실 진정한 노하우라던지 알짜배기 정보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각 극장마다 고유의 정보와 더불어 최적의 좌석까지 안내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러면 이건 정말 큰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비교적 이 같이 깨알같은 정보 없이도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한 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영화 관람의 99%는, 아니 100%를 예매를 통해 보는 것 같다. 99%로 쓰고나서 따져보니 근 몇 년간 단 한번도 현매로 티켓을 구입한 적이 없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그 만큼 예매시스템에도 익숙해졌으며, 각종 빠른 손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콘서트, 공연 등의 예매에도 절로 익숙해지게 되었다. 영화 예매는 대부분 각 극장의 홈페이지에서 하는 편이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상상마당, 아트하우스 모모 등은 주로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하곤 하는데, 멀티플렉스 3사의 경우는 최근들어 웹이 아닌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로 예매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졌다. 계속 된 업데이트를 통해 앱을 통해서도 예매 과정이 간단하게 진행되는 편이라, 특히 컴퓨터 앞에 있지 않을 때는 이 방법을 자주 활용하곤 한다. 그 외에 아트시네마나 다른 극장들을 예매할 때는 맥스무비를 아주 가끔씩 이용하기도 하고, 가끔 시간과 작품에 따라 신촌에 있는 아트레온도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를 하는 편이다.

일단 멀티플렉스 극장의 경우 아주 인기작인 아닌 경우에는 그 주의 개봉작 예매가 수요일날 오픈되는 편이다. 정확한 시간까지는 모르겠는데 그 주에 볼만한 영화를 예매하려고 할 때는 수요일날 자주 들락거리다보면 시간표가 업데이트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기작이나 3D, IMAX 등의 경우는 2~3주 전에 미리 예매가 가능하도록 오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는 약간의 경쟁을 해야한다. 3D IMAX는 명당이라는 좌석이 사실상 정해져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인기작이라 많은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힘겨운 편은 아니지만 작은 예매전쟁이 진행되기도 한다.



아이맥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3D 아이맥스 영화의 명당 자리를 꼽아보자면, 일반 영화와는 달리 중간쯤에서 1열이나 2열 정도 앞 좌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아주 약간 올려다보는 시각에서 3D를 체험하면 훨씬 더 효과적인 감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 3D 아이맥스 영화의 시간표가 오픈되고 나면 아주 재빠르게 중간 가운데 살짝 앞좌석 들은 금새 예매가 완료되곤 한다 (왕십리 아이맥스를 기준으로 한다면 중간 통로를 중심으로 좌우 6좌석 정도). 사실 아이맥스 예매야 일찍이 오픈하여 작은 경쟁을 할 만큼 중요하게 선택하기 때문에, 단 한 번도 명당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데, 일반 영화는 몰라도 3D 아이맥스 영화를 사이드에서 본다면 비싼 티켓가격이 조금 아까울 듯 하다. 어차피 명당이라 더 비싸고 사이드라 더 저렴한 것이 아니라면, 기왕이면 같은 값으로 부지런히 예매해서 좋은 자리에서 보는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

깨알 같은 극장별 명당자리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아이맥스 얘기를 하다보니 살짝 얘기가 나왔는데, 나온 김에 한 군데만 더 이야기하자면 집 근처라 자주 찾고 좋아하는 영화들을 주로 상영해 완소 극장 중 하나인 홍대 상상마당을 들 수 있겠다. 흔히 멀티플렉스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을 비롯해, 작은 영화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 곳인데 상상마당은 좌석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오히려 더 좋은 곳이다. 극장에서 영화 관람시 가장 민감하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면 아무래도 뒷좌석에 앉은 사람의 발길질 성향일 텐데, 상상마당은 극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고민없이 매번 맨 뒷좌석을 선택하는 편이다. 맨 뒤에서도 시야가 좋고 뒤에서 누가 찰 걱정도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은 좌석은 없을 듯 하다.

자, 이제야 나온 본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극장에 상관없이 그냥 보편적으로 내가 예매할 때 고려하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앞서 잠깐 이야기했던 것처럼 극장에서 영화 관람시 가장 신경 쓰는 것들은 아무래도 뒷 좌석에 누가 앉는가 (롱다리, 비매너, 어린아이, 진상)에 대한 것과 역시 앞 좌석과 옆 좌석에 누가 앉는가에 대한 것일거다. 사실 이 점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완벽하게 통제하려면 둘이서 영화 볼 때 앞, 뒤, 옆까지 최소 8자리를 예매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텐데, 이 정도로 럭셔리한 영화관람을 즐기는 경제사정은 아니니 이 방법을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 아, 물론 사람 없는 시간대를 골라, 그것도 대중들이 별로 안좋아하는 작품들 만을 골라서 본다면 단 한 자리나 두 자리만 예매했음에도 근 방 수십자리가 여유롭게 남는, 혹은 극장을 통으로 대관해 여자친구에게 '널 위해 빌렸어'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거의 상영관을 독차지 하거나 5명 이하만 관람한 적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에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처음에 좌석을 예매할 때는 무조건 좋은 자리만을 선택했었다. 지금도 여기에는 변함이 없지만 몇 년 전부터는 한 가지 변수를 고려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미 예매완료된 좌석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늘 이 말 벌써 몇번째 ㅋ) 대부분의 영화를 시간표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매하는 습성상, 거의 예매되어 있지 않거나 적은 좌석만 예매되어 있는 시점에서 예매창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 나보다 먼저 예매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영화에 대한 사랑이 깊을 확률이 높다. 즉, 극장에 와서 시간에 맞춰 영화를 고르는 사람은 물론 아닐 뿐더러, 평소 좋아하는 영화의 예매가 열리자마자 예매완료한 사람이라면, 진상일 확률보다는 조용히 영화에만 집중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확률이고 검증된 바는 없지만 분명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이유라고 생각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예매를 할 때 내가 가장 선호하는 명당 자리에서 앞뒤옆으로 한 두 좌석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 주변으로 예매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 사람에 앞을 선호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 방법은 제법 괜찮은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적어도 최근에는 뒤에서 누가 발로 차는 경험을 거의 겪지 않았던 것 같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방법으로는 짝수가 아닌 홀수로 계산하여 두 자리를 예매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ABCDEF의 좌석이 있고 내가 원하는 좌석이 가운데인 CD라고 했을 때, CD가 아닌 BC를 예매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 커플 사이에 한 좌석이 남게 되는데 평균적으로 혼자 오는 사람은 조용히 영화에만 집중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방법도 적극 고려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커다란 리스크가 하나 있는데, 3명 이상의 단체가 앉을 확률도 제법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커플로 왔을 때 보다 오히려 더 떠들고 부산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얼핏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꼼수는 극장에서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하기 위함이다. 관람을 방해하는 타 관객들의 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예방조치로서 이 같은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상상을 초월하는 극장 진상들을 만나는 일도 다반사다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카톡으로 친구와 대화하던 아이, 아예 내 좌석에 발을 턱 걸치고 영화보던 여자, 무슨 음식이었는지 이상한 냄새나는 음식을 계속 먹던 커플, 역시 요상한 자세로 옆에 앉은 이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높이 솟아 있던 관객 등).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결론은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더 쾌적한 극장 상황에서 만나기를 고대하는 한 관객에게 작은 노하우 아닌 바램이었다고나 할까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 2011)

그 때와 지금, 나는 어디에 있었나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한국 계급사회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빈부격차, 권력으로 인한 계급차이 등 대한민국 사회에는 '계급사회'라고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을 만큼 그 그림자를 숨기고 있으며 (이제는 사실 더이상 숨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 이러한 계급사회를 꼬집는 작품들도 이미 여럿 있어왔다. 이러한 계급사회를 다룬 작품들은 주로 계급사회 자체를 주인공으로 하여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 있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는데, '돼지의 왕'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돼지의 왕'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거다.


'그 때 너는 어디있었어?'



ⓒ 돼지의 왕 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보고 나오며 같이 본 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뭔가 찜찜한 느낌이야'. 나는 대답했다. '이 영화가 불편한 건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고, 떳떳하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작품은 계급사회 속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개'들에게 용감하게 맞서 싸운 돼지의'왕'에 관한 영웅담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돼지의 '왕'마저 잠식해버린 '돼지'들의 관한 이야기다. 사실 확률적으로도 그렇고 청소년기를 보낸 대부분의 이들은 돼지의 왕이거나 개이기 보다는 돼지였을 것이다. 개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공포를 느끼며 그저 이 시기가 빨리 지나기 만을 고대했던, 그냥 더 이상 볼일 없는 시간이 올 때까지 꾹꾹 참고 견뎠던 돼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돼지들에게는 극적인 스토리가 없어서 인지, 아니면 이 많던 돼지들이 어른이 되면 감쪽 같이 모두 다 돼지의 왕이나 개로 둔갑해서인지,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그리 주목하는 캐릭터가 아니었고 사람들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꺼내고 싶어 하지 않는) 존재였다.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이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돼지의 왕이 되지 못한 돼지들의 불편한 진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 돼지의 왕 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극 중 돼지의 왕으로 등장하는 '철이'는 힘든 가정형편 속에서도 개들에게 홀로 맞서 싸우는데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자주 설명한다. '그 놈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이 때를 즐거운 추억이었노라 얘기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겠다'고. 이런 뉘앙스의 대사가 제법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나는 그래서인지 이 대사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이 계급사회에서 어디에 속했었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는 계급사회가(지배세력인 개들이) 문제라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왔음에도, 그에 반해 정작 (피지배 세력이라 할 수 있는)돼지들에 대한 깊은 성찰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철이의 대사를 연관지어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계급사회에서 지배층인 개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그 땐 그랬었지'하며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는 것도 물론 문제지만, 끝내 어른이 되어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이 개였다고 거짓으로 말하고 다니거나 더 나아가 돼지의 왕이었노라 무용담으로 얘기하는 돼지들의 현실이 더욱 불편하고 쓰라리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계급사회 때문일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나선에서 아직 내려오지 못한 그리고 개가 되지 못한 이들은, 자신들이 돼지였노라, 그 때 미처 돼지의 왕과 개 사이에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던 존재였노라 말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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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돼지의 왕'은 이런 돼지들의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수면으로 꺼내놓기 위해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이 작전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만든 매우 영리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 걱정되는 것은 많은 관객들이 스릴러와 반전에만 집중해 작품 본연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할까 하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죽고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는가 라기 보다는, 나는 그 때 어디에 있었고, 나는 그 곳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돼지의 왕'이 그리고 있는 종석과 경민 그리고 철이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계급사회가 만든 희생양 혹은 불편한 진실 정도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것만으로도 괜찮지만 영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과연 돼지들이 정말 희생양일 수 밖에는 없었나? 라는 질문을 과감하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 때 나는 개들에게 강렬하게 저항해 본적이 있었던가, 말만 따라 그냥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볼 일 없게 될 날 만을 기다렸던 것은 아니었나? 라는 아픈 자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그러한 일들에 돼지처럼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또 다른 돼지의 왕이 나서주기 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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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자신있게 글의 부제목으로 '그 때 너는 어디에 있었니?'라고 물을 수 없음을 인정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 때,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에 있었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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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경이로운 우주 속 나를 느끼다



테렌스 맬릭의 신작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는 한 마디로 경이로운 작품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신과 인간, 생명의 탄생과 죽음, 우주의 탄생과 진화 등 거대하기만한 담론들을 모두 담고 있는데, 한계를 두고 소박한 방식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이 담론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메시지들을 용감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2시간이 조금 넘는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도, 이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힘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얼핏 설명만 들어도 굉장히 거창한 부가설명이라고 느낄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테렌스 맬릭은 이 거창할 수 밖에는 없는 담론을 굳이 소박한 것이나 개인적인 것으로 대체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메시지를,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거창해 보이는 것이, 아니 실제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거창한 것이 맞다. 이런 논리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이 작품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삶과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인지,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크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나와 삶, 나와 우주의 간격을 이 영화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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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를 종교적인 영화로 규정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결코 종교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종교가 있기 이 전에, 아니 인간이 만든 종교라는 것은 한없이 미치지 못하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기원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종교적인 면을 들자면 '신(God)'의 관한 것일 텐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신은 종교의 범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적 의미로서 혹은 모든 질문에 답을 갖고 있는 존재로서 그러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단순히 종교적 영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영화 속 우주의 탄생 (지구의 탄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담론이 지구에 국한된 것 같지는 않다)을 묘사한 부분은 경건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장엄하게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시퀀스가 그 어떤 자연과학 교제 보다도 더 깊고 교육적으로 느껴졌다. 즉, 감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지식, 정보 적인 측면에서도 유익한 시퀀스라고 느껴졌다는 얘기다. 그냥 말로만 듣는 다면 브래드 피트와 숀 펜이 나오는 철학적인 드라마에 공룡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매우 어색하고 뜬금없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을 텐데, 이 영화에서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하지만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러티브에 있어서나 감정적 선에서 보나 큰 틀에서 연장선에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공룡은 단순히 신비하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존재가 아닌 이 같은 흐름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후 인간의 이야기로 넘어오는 것에서도 무리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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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과 우주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영화는 본격적으로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을 비춘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새로울 것 없는 갈등 구조와 시간에 흐름에 따른 보편적인 서사구조를 갖고 있었음에도, 치명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사실상 장남의 시점에서 진행이 되는데, 이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와의 관계, 형제들 사이에서의 관계, 세상을 받아들이는 관계 그리고 자아의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들이, 한 수 한 수 놀라운 디테일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와중에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메시지의 기반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장남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과 심리적 변화 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보편적이지만 미묘한 시간들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완벽한 줄기로 그려내고 있다. 앞선 시퀀스에서 경이로움을 느꼈다면, 이 시퀀스에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공감과 인생의 무게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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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트리 오브 라이프'는 찰리 카우프만의 '시네도키, 뉴욕'과는 다른 의미로 완전히 압도 당해버린 작품이었다. '시네도키, 뉴욕'이 자아를 파고들어 결국 정말로 끝까지 도달하여 정신적으로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내 속을 누군가에게 다 속속들이 들켜버린 듯한 허탈감과 무력함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트리 오브 라이프'는 평소 삶에서는 미처 체험할 수 없었던, 또 안다고 해도 절대 다 안다고는 말할 수 없었던 수 많은 간극을 영화적 체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피부로 느끼게 해준 경우라 하겠다. 다시 말해 '트리 오브 라이프'가 말하는 방식은, 인간이란 존재와 이를 둘러싼 우주와 자연의 섭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간극이 '있다'라고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간극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의 삶과 이를 둘러싼 모든 것(자꾸 '둘러싼 모든 것'이라 얘기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얘기하는 담론이 천제적 측면의 우주라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신과 생명의 범주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들 간에는 유한한 거리로 설명되지 않는 '무한의 것'이 있다 (여기서 '있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앞선 '있다'와는 다르다)라는 얘기다.

직접 쓴 이 단락에서 느꼈다시피, 이것은 결코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님도 알 수 있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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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을 보태지 않고, '트리 오브 라이프'를 보고 나오는 길에 다시금 바라본 세상은 분명 달라져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아무 느낌 없던 그 세상이 분명 아니었다. 이렇듯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언제나 그러했던 광대한 우주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작은 선물 같은 영화였다. 그리고 그 안에 '나'라는 존재 역시 느낄 수 있어 형용할 수 없는 위로와 떨림마저 고스란히 전해졌던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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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만약 나중에 제 아이가 생기게 되, 우주와 인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 영화를 소개해주고 싶어요. 물론 아이에겐 어렵겠지만, 아니 더 쉬울 지도 모르겠네요.

2. 아름답다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영상과 함께 했던 영화 음악도 참 좋았어요. 국내에는 사운드트랙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결국 아마존으로 가야할 것 같네요 ㅠ


 



3. 극 중 브래드 피트의 둘째 아들로 나온 아역 배우는 실제 피트의 아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았더군요. 이 아이의 표정 연기가 참 좋았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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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그 장면 #8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눈물나는 그 장면'의 8번째 소개할 작품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 중 프리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던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열혈 팬으로서 에피소드 3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사실상)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될 확률이 높은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에피소드인 동시에 '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다스 베이더가 되었나'에 대한 과정이 담겨 있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3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에피소드 1~3를 통해)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로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하게 되면, 클래식 3부작에 등장하는 다스 베이더의 표정(?), 행동 하나 하나가 더 와닿게 되는 동시에 에피소드 4에서 등장하는 오비완의 대사들이 다르게 들리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물론 100%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다시보는 클래식 3부작이 '그랬구나, 그랬었었구나'하며 좀 더 감정적인 작품이 된다는 얘기다. 어쨋든 이런 에피소드 3의 장면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슬펐던 장면, 아니 스타워즈를 통틀어서 가장 울컥했던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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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에서 오비완과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마지막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결국 아들이자 친구였던 아나킨을 자신의 손으로 해하여만 했던 오비완의 절규가 뼈속 깊이 사무치는 장면이었다. 아마 스타워즈를 보지 않았거나 다른 영화 같았다면 오비완의 저 대사, '넌 우리의 희망이었어!' '널 사랑했어!'가 몹시도 닭살스럽게 느껴지거나 어색하게 느껴졌을 테지만, 에피소드 4부터 계속 함께 해온 입장에서 오비완의 저 대사는 그야말로 '진심'이 느껴졌던 터라 짙은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그런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오비완은 매우 복잡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제다이로서 포스의 균형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했던 아나킨이 결국 시스에게 굴복하고 만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드는 동시에, 아나킨을 제다이로 키워줄 것을 부탁했던 스승인 콰이곤 진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자신의 자식과도 같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아나킨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모두 담겨 있었고, 이러한 감정이 바로 이 장면과 저 대사를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되고 있어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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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티풀 (Biutiful, 2010)

아버지에게 바치는 이냐리투식 송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는 항상 그랬다. 이냐리투의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세상의 무게에 억눌려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이들이다. 이들은 치열하게 저항하고 발악한다는 느낌보다는 그야말로 '견디고' 있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왔는데, 이번 영화 '비우티풀'의 주인공 옥스발(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이런 '인내'의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캐릭터다. 옥스발이 처해있는 상황은 참 답답하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별거 중인 아내와의 관계는 말끔하지 못하고, 불법 이미자들을 연결해주는 브로커 일은 매일 살얼음 판을 걷는 듯한 불안한 상태며, 그런 불안한 삶 속에 자신이 챙겨야 할 어린 두 아이가 있다. 여기서 옥스발의 힘겨움은 그치지 않는다. 죽은 자가 세상을 완전히 떠나기 전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그에게도 병이라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하지만 옥스발에게는 이런 힘겨움을 나눌 이가 없다. 상황은 더 나락으로 치닫지만 그것은 그 안에 조용한 소용돌이 일 뿐, 모두 혼자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또 버티어 낸다.



ⓒ Focus Features . All rights reserved


이냐리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국 고통과 인내 그리고 그 속에서 전하는 부정할 수 없는 (그래서 한꺼번에 쏟아지고마는) 위로의 메시지였는데, '비우티풀' 역시 옴니버스와 우연, 필연의 연결고리는 빠졌지만 넓게 보았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이전 작품들이 그러하였듯이 이 작품에서도 역시 슬픔과 상반되는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 장면을 배치하여 그 아이러니를 배가시키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따듯한 위로를 더하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이런 방식 뿐이었다면 예전 '바벨'을 보았을 때 처럼 또 한없는 무기력함에 잠식당하거나 먹먹함 그 자체에 휩쓸려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테지만, '비우티풀'에는 이냐리투가 영화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간의 먹먹했던 작품들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그것은 바로 '비우티풀'이 이냐리투 본인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점이다.



ⓒ Focus Features .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를 볼 때 국내용 포스터는 물론 팜플렛도 접하지 않은 채 감독과 배우의 이름만 알고 보게 되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아버지'라는 존재와 영화를 엮지는 못했었는데, 영화가 전개되고 극중 옥스발이 자신의 아버지 그러니까 자신의 딸에게 할아버지 얘기를 반복적으로 해주는 장면에서 무언가 다른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고, 결정적으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냐리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옥스발에게서 이냐리투의 아버지 모습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챙기기에도 벅찰 정도의 힘든 상황에서도 자녀들을 위해 모든 것을 몸으로 끝까지 다 흡수해버린 아버지의 모습은 이냐리투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감사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보다는 좀 더 흥미로운 장면을 등장시키는데,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옥스발의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이 장면을 보면 옥스발이 이냐리투 본인이고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로 볼 수 있을텐데, 이 장면의 묘사가 정말 말로 다 하기 어려운 감동을 전달한다. 이 장면은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아름답고, 이냐리투 영화답지 않게 흐뭇한 미소마저 지어지는 장면이었는데,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가장 완벽한 이냐리투 식 송가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이 느껴졌기에 이 장면은 한없이 울컥하면서도 또 살며시 미소짓게 하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아...



ⓒ Focus Features . All rights reserved


구스타보 산타올라라의 음악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의 음악은 '비우티풀'에서 좀 더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있는데, 그냥 심장을 뛰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장을 직접 손으로 두드리는 듯한 강한 울림을 담고 있는 음악이었다. 구스타보 산타올라라는 이냐리투가 만든 영화의 먹먹함과 아름다운 공기를 극장 내에 최대한 머금을 수 있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고 있어, 영화가 끝나고도 완전히 불이 다 켜질 때까지 역시나 움직일 수 없었다. 아마도 사운드트랙을 통해 그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된다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아버지에게 바친 그 송가가 다시 떠오르겠지.



1. 이 작품은 이냐리투, 길예르모 델토로, 알폰소 쿠아론 이 세 사람, 멕시코 삼총사가 함께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 삼총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삼총사 중 하나가 되었군요 ㅎ


2. 굳이 수상 내역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압도적이에요. 사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냐리투의 전작들과 유사한 측면에 있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임에도 빠져들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공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죠. 그래도 페넬로페와 사는 그가 더 부럽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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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그리고 11월의 기대 개봉작!


개인적으로 9월부터 10월까지, 그 이전보다는 극장을 찾는 횟수가 엄청나게 줄어들었었는데, 물론 영화 외적으로 피곤하고 바쁘고 등등의 핑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별로 확 보고 싶은 작품들이 다른 달에 비해 상당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은 근근히 '북촌방향' 같은 작품으로 연명하면서 집에서 그간 못본 블루레이나 스타워즈 컴플리트 세트를 감상하는 등 (아직 에피소드 3 감상전;;)으로 아쉬움을 달랬었는데, 오는 10월 마지막 주 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극장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미리 앞으로 보게 될 10월의 마지막 주와 11월의 국내 개봉작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평소에는 오리지널 포스터를 좋아하지만 이번 포스팅은 주제가 '국내 개봉작'인 만큼 모두 국내용 포스터를 특별히 골라보았습니다. 순서는 개봉일순)






1.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개봉일 - 2011.10.27

감독 - 테렌스 맬릭

출연 -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피오나 쇼, 조아나 고잉 외



굳이 개봉일 순서로 꼽지 않았더라도 단연 가장 기대하는 작품으로 첫 번째로 꼽으려고 했던 것이 바로 테렌스 맬릭의 신작 '트리 오브 라이프'라 하겠다. 이미 북미에서는 지난 5월 개봉하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 작품인데, 국내에는 개봉 소식이 들리지 않아 '설마, 이 작품도 바로 DVD/BD로 직행하나?'라는 우려를 갖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테렌스 맬릭이야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 '씬 레드 라인'을 가장 인상깊은 전쟁영화로 꼽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에 브래드 피트와 숀 펜이 함께 출연한다니 영화 팬으로서는 절대 외면하기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테렌스 맬릭은 과연 과연 이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한 어떤 이야기와 성찰을 들려주고 담아냈을까. 이제 다음주면 만나볼 수 있다니 카운트다운 시작이다!








2. 워리어 (Warrior)

개봉일 - 2011.11.03

감독 - 개빈 오코너

출연 - 톰 하디, 조엘 에거튼, 제니퍼 모리슨, 닉 놀테, 케빈 던 외


'워리어'는 사실상 순전히 주연을 맡은 톰 하디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인셉션' 이후 다시 한번 크리스토퍼 놀란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역할로 등장할 그이기에, 그의 또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화제 속에 있는 톰 하디를 제외한다면 닉 놀테 외에 이 작품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조금 부족했던 것도 사실인데, 북미의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고 권투영화의 정수를 잘 살린 드라마라는 이야기에 조금씩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워리어'가 선택한 방식이 '록키'에 가까울지 아니면 '더 파이터'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만족시켜주길 기대해본다.









3. 신들의 전쟁 (Immortals)

개봉일 - 2011.11.10

감독 - 타셈 싱

출연 - 헨리 카빌, 미키 루크, 프리다 핀토, 레이문도 반데라스, 이사벨 루카스 외



'워리어'가 주연 배우인 톰 하디 만으로 선택하게 된 작품이라면, 이 작품 '신들의 전쟁'은 연출을 맡은 타셈 싱 만으로 일단 감상을 결정해버린 작품이다. 사실 타셈 싱 연출작은 이 작품을 포함해 3작품 밖에는 되지 않는터라 '더 셀'과 '더 폴'만 가지고 평가한 과감한 선택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폴'이 준 감동과 인상이 워낙 깊었기에 그 이후 타셈 싱은 항상 주목하는 감독이었고, 이 작품과 내년에 개봉예정인 '그림형제 : 백설공주'까지 모두 다 기대작에 손쉽게 등극할 수 있었다. '신들의 전쟁'은 자칫 잭 스나이더의 그것처럼 될 확률이 매우 높아보이는 작품이기는 한데, 일단 보고나서 평가해야.








4. 백사대전 (白蛇傳説,White Snake)

개봉일 - 2011.11.17

감독 - 정소동

출연 - 이연걸, 황성의, 임봉, 채탁연 외



정소동 연출에 이연걸 주연의 무협 영화라니, '동방불패' '소오강호' 등을 보며 자란 세대에게 이 이름을 보고 이 작품을 외면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때 더 이상 액션 영화는 찍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던 이연걸이지만 어쨋든 그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더군다나 예전 황금기를 함께 했던 정소동 감독과의 재회가 반갑고 기대되기만 한다. 개인적으로 성룡 영화를 비롯해 홍콩 영화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아니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감상태도가 절로 생기는 듯 한데, '백사대전'도 이미 본 분들 사이에서는 호평보다는 혹평이 더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어쨋든 기대!








5. 머니볼 (Moneyball)

개봉일 - 2011.11.17

감독 - 베넷 밀러

출연 - 브래드 피트, 요나 힐, 로빈 라이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크리스 프랫 외



브래드 피트의 '머니볼'은 사실 '트리 오브 라이프'처럼 늦게 개봉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잠시 여유를 갖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비교적 늦지 않게 개봉한 터라 조금 급해진 작품이랄까. 그냥 시놉만 보면 단순히 야구와 관련된 감동실화 일 것 같지만 (사실 '감동실화'라는 표현이 너무 빈번해서 그렇지, 진정한 의미로 생각해본다면 드라마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있을까 싶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함께한 베넷 밀러 감독의 전작 '카포티'를 떠올려 봤을 때, 그 과정과 짜임새에 있어서 높은 완성도와 깊은 인상을 전해주리라 기대되는 작품이다. 과연 브래드 피트는 '트리 오브 라이프'와 '머니볼'을 통해 201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6. 고양이 춤 (Dancing Cat)

개봉일 - 2011.11.17

감독 - 윤기형

출연 - 이용한, 윤기형 (내레이션)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바로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이다. 이 작품의 배급/홍보를 맡고 있는 인디스토리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인데, 뭐 워낙에 고양이를 좋아하고 관련된 것들에도 관심이 많은 1인이라 이 작품의 포스터를 보는 순간 바로 기대작으로 꼽게 되었으며,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도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역시 인상깊게 읽은터라 이건 무조건 봐야지 싶었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에 비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적을 테지만, 그래도 더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될 수 있었으면 하는 '강한' 바램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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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만든 클래식, 대작 중의 대작 벤허


'신이시여, 진정 제가 이 작품을 만들었단 말입니까?'라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한 마디로도 유명한 찰턴 헤스턴 주연의 영화 '벤허 (Ben-Hur, 1959)'를 드디어 차세대 화질과 사운드의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윌리엄 와일러의 저 말처럼 1959년 작인 '벤허'는 당시 할리우드가 그야말로 작정하고 만든 엄청난 스케일의 대작 중의 대작으로서, 지금까지도 많은 올드 영화 팬들에게 회자 됨은 물론 그 유명한 전차 경주 장면은 '설마'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한 번쯤은 보았을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찰턴 헤스턴의 배우 외적인 부분과 이 영화 만의 짙은 종교적 색채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 영화가 대작이고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라는 사실 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추후 각본에 참여했던 고어 비달을 통해 극중 벤허와 멧살라 사이에 동성애 코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이 장면을 다시 보게 되면 유난히 뜨겁고 애절한 멧살라의 눈빛과 스킨십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당시 찰턴 헤스턴은 이런 설정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멧살라 역의 스테판 보이드만이 이런 지시를 받고 그렇게 뜨거운(?) 연기를 펼쳤던 것이다)

이미 영화사에 남을 만한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작품을 다시 평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새삼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2011년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된 '벤허'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그 전에, 사실 영화 팬으로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몇 가지 경험 가운데 적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일이 바로 '벤허'의 70mm 필름 상영을 관람하지 못한 (봤다고 하더라도 기억할 만큼의 나이는 아니었던 탓에) 일인데,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더불어 특히 이 작품은 지금도 구현하기 힘든 (아니 오히려 CG가 있어서 불가능한) 스케일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에, 이전 대한극장에서 이 작품을 70mm 관람한 이들의 이야기가 그저 부러울 수 밖에는 없었다.






'벤허'가 담고 있는 스케일이라는 존재는 21세기의 최고 수준 CG와 아이맥스의 대 화면으로는 미처 다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최근 이른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들의 경우, 그 스케일의 대부분이 CG를 통해 놀랍도록 진짜처럼 구현되고 있는데, '벤허'가 만든 스케일은 '진짜처럼'이 아니라 그냥 '진짜'라고 보면 간단히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진짜'에는 당시의 다양한 기술과 수동적인 노력들이 엄청나게 투여되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전차 경주 장면을 비롯해 이 작품이 보여주는 대규모스케일의 장면들은 21세기의 시선에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임은 물론, CG로 구현한다 한들 과연 저런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실로 압도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아니, 이건 CG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이며 설령 앞으로 CG가 더욱 발전하여 그 질감마저 똑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1959년 작 '벤허'가 갖는 의의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벤허'는 원작 소설의 제목인 'A Tale of Christ'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이야기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직접적이기 보다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예수의 탄생과 고난의 신약 이야기를 배경으로, 전혀 상관없는 듯한 주인공 벤허의 이야기를 조금씩 연관시키며 결국은 '신앙'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이야 더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방식들로 종교와 예수의 이야기를 비유와 은유로 표현하는 영화들이 많지만, 당시로서는 예수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는 것 조차 금기에 가까웠을 정도로 조심스러움이 있었는데, 이런 점이 오히려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땐 더 영화적으로 매력적이고 특별한 인상을 주는 장치로 승화되지 않았나 싶다. 예수의 삶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았음에도 영화의 마지막, 그리스도의 삶이 주는 기적이 갑작스럽기보다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이유야 말로 '벤허'가 종교 영화로서 그리고 종교 영화를 뛰어넘는 영화로서 모두 위치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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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선택을 텍스트 없이 심플한 아이콘으로 형상화 한 것이 인상적이다. '벤허'라는 작품이 갖고 있는 금빛 이미지를 녹여낸 색감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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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 4-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벤허'라는 클래식에 걸 맞는 완벽히 복원된 최상급의 화질을 선보인다. 특히나 이 작품을 70mm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VHS와 DVD로만 감상했던 바로서는 HD로 디테일 하게 표현된 블루레이의 화질이 더욱 놀랍기만 하다. 블루레이로 살아난 디테일이 70mm 극장 상영 미 관람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1959년 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 놀라운 화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의 고전 복원 능력은 이번에도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평원에서의 대규모 줄을 이은 군중 씬에서 군중 한 명 한 명의 디테일 한 표현은 물론 먼 배경의 묘사까지, 날카로움마저 살아있는 표현력이었으며 별이 마구간을 비추는 베들레헴의 밤 하늘과 정경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클로즈업에서의 디테일 역시 매우 우수한 수준이어서 배우들 피부의 질감은 물론 갑옷과 투구의 섬세한 표현력은 무게 감 마저 느껴질 정도.







예전 영화의 특성상 배경을 그림으로 대체한 장면을 몇몇 만나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밝은 장면에서의 외곽선도 잘 살아있는 것은 물론 어두운 장면에서 역시 1959년 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암부의 표현력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어서인지 그 우수함에 더 놀랄 수 밖에는 없었는데, 색감과 명암 모두 만족스러운 화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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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차세대 사운드 역시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족스러운 음질을 들려준다. 특히 예전 작품들의 경우 대사와 영상, 전체 사운드와 영상의 감이 정확히 같은 레벨로 표현되지 못하고 약간의 공간과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벤허'의 경우 아주 청명한 음질 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운드가 들락날락 하는 일은 없었으며, 전체적으로도 고른 레벨을 수록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감상이 가능했다. 스펙터클 하면서도 웅장하고 무게 감이 있는 미클로시 로자(Miklos Rozsa)의 스코어 역시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벤허'하면 가장 명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전차 경주 장면을 빼놓을 수가 없을 텐데, 이 시퀀스에서의 사운드 역시 세월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운드이지만 한편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화질에 비해서는 아주 조금은 박진감이 아쉽게 느껴지는 사운드였다. 쉴 세 없이 여러 마리의 말들이 달리는 것에 비해 조금은 얌전한 사운드였는데, 이 부분에서는 극적인 요소와 더불어 조금 더 사운드 측면에서 오버되었더라도 나쁘지 않았을 듯 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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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벤허' 블루레이 타이틀은 1,2번 디스크에 본편이 나뉘어 담겨 있으며 3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일단 본편과 함께 수록된 T.진 해처와 찰턴 헤스턴의 음성해설은 물론 3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 모두에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지 않았다. 이로서 사실상 음성해설과 부가영상 전부는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무용지물의 자료가 되었으며, 기존 벤허 SE DVD에 수록되지 않고 블루레이에 처음으로 수록된 HD급 부가영상인 'Charlton Heston: A Personal Journey(78분)' 역시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즐길 수 없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놀라운 화질과 음질로 복원된 본편은 너무나도 만족스럽지만, 한국어 자막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 부가영상에는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듯 하다.





[총평] 클래식 중에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벤허'를 다시 보니 과연 CG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진짜 스케일과 대작의 풍모가 느껴지는 명불허전의 작품이었다. 또한 완벽에 가깝게 복원된 놀라운 화질과 사운드는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족스러워, 예전 '벤허'를 극장에서 만났던 이들에게는 생생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고전을 처음 만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자막이 전무한 부가영상은 국내 소비자라면 누구나 아쉬워할 만한 이 타이틀의 옥의 티라 하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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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_ 블루레이 리뷰 (Hanna)
총을 든 소녀의 동화


'오만과 편견 (2005)'과 어톤먼트 (2007)'를 연출했던 조 라이트 감독의 2011년 작 '한나 (Hanna)'는 영화 팬들 사이에서도 유독 평가가 엇갈렸던 올해 작품 중 하나였다. 어떤 이들은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할 정도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반면, 어떤 이들에게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 영화에서 액션을 다루는 방식은 결국 하나의 '맥거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는 이야기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한나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맥거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영화의 구성상으로 보았을 때에도 액션이라는 장르를 맥거핀으로 사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나'가 이러한 맥거핀을 뒤로 한 채 진짜로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만약 '한나'를 액션 영화의 범주 안에 가둬 놓으려 한다면 이 작품은 굉장히 시작만 창대하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볼거리는 없는 심심한 액션 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곳곳에 아주 노골적으로 이 작품이 동화라는 사실을 (액션은 거들 뿐) 강조하고 있다. 주인공 한나는 '레옹'의 마틸다 보다는 라푼젤이나 인어공주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인간 세상과 격리되어 자라오던 어린 주인공이 드디어 세상에 나와 처음 보고 듣고 만지게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혼란스러운 성장 통이 결국 '한나'가 들려주고자 했던 본래의 메시지인 것이다. 제이슨 본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나가 '킥 애스'의 힛 걸과 같은 캐릭터였다면 영화는 '킥애스'와 같은 액션 영화나 또 한 명의 새로운 히로인을 탄생시키는 작품이 되었겠지만, 이 영화가 주목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C.I.A, 전직 요원, 킬러 등 액션 영화의 자극적인 옷들을 입고 있지만, 재차 이야기하듯이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동화에 가깝다. 아니 아주 노골적인 동화다. 단순히 동화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려 한 것이 아니라 세계관까지 동화 속 설정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데, 앞서 설명한 인어공주와 같은 주인공 한나의 상황은 물론이고 에릭 바나가 연기한 아버지 캐릭터는 일종의 '나무꾼'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으며,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C.I.A의 마리사 위글러 캐릭터는 전형적인 마녀 캐릭터이자 그녀가 고용하는 두 명의 악당 역시 코스츔까지 차려 입은 완벽한 악당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마녀가 고용한다는 설정이다). 더불어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그림 형제의 집이나 버려진 놀이공원의 이미지는 아주 직접적으로 '자, 이 이야기는 동화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단지 '총'을 든 소녀가 주인공일 뿐.






주인공 '한나' 역을 맡은 시얼샤 로넌은 킬러로서의 차가운 이미지와 동화 속 주인공의 신비로움을 모두 갖고 있는 이미지로 '한나'라는 캐릭터에 더 깊은 이미지를 살려냈다. 감독의 전작 '어톤먼트'에서도 독특한 이미지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그녀였는데,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에 이어 자신만의 특별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아니면 누가 이 캐릭터를 더 잘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은 마리사 위글러 역의 케이트 블란쳇의 경우, 기존에도 여왕과 마녀의 이미지를 모두 갖고 있는 배우답게 C.I.A의 코스츔으로도 동화적 이미지를 가장 완벽하게 끌어냈으며, 아버지 역할을 맡은 에릭 바나의 경우 비중 면에서는 확실히 중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과하지 않은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즉, 에릭 바나에 기대를 걸었다면 비중 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삭스' 역의 톰 홀랜더는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고 있다 ('한나'는 특히 상징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삭스'가 주는 이미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나'에서 또 하나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케미컬 브라더스 (The Chemical Brothers)가 맡은 영화 음악을 들 수 있겠다. 케이컬 브라더스의 곡이 영화에 삽입된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그들이 직접 영화음악을 맡은 적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톰과 에드 본인들도 이 새로운 작업을 즐기면서 작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극중 이삭스가 휘파람으로 불기도 하는 'The Devil is in the Details' 같은 곡에서는 동화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공포감까지 담겨있어 캐릭터와 영화를 기억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추격 장면에서 강한 비트의 음악은 평소 케미컬 브라더스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면서도 영화에 속도를 더하는, 아주 꼭 맞는 조합이었다. 확실히 케미컬 브라더스의 영화음악은 마치 다프트 펑크 (Daft Punk)의 '트론'이 그러하였듯,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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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올해 극장에 선보인 최신작답게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풀HD의 깔끔하고 선명한 화질을 체감할 만한 장면들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한나의 창백하리만큼 하얀 얼굴과 금발 머릿결은 블루레이의 화질을 통해 더 선명하게 구분되며, 영화 초반 등장하는 눈덮인 핀란드의 풍광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 역시 선명하게 전달된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C.I.A 본부의 차가운 블루 톤의 색감과 케이트 블란쳇의 얼굴을 타이트하게 클로즈업 할 때의 디테일도 만족스러운 편이며, 한나를 비롯해 극중 한나의 친구로 등장하는 여자 아이의 주근깨 가득한 얼굴과 피부 역시 블루레이로서 그 질감이 제대로 표현된다. 후반부의 놀이공원 장면은 어스름하게 안개가 깔린 배경에서 펼쳐지는데, 손에 잡힐 듯한 공간감이 잘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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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만족스럽다. 케미컬 브라더스의 금속성 강한 비트와 사운드 트랙을 강한 울림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음장감도 만족스러워 액션 장면의 쾌감이 더해진다. 액션 장면에서는 대부분 배경음악과 함께 진행이 되는데 액션의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모두 선명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배우들마다 독특한 억양이 선명하게 확인될 정도로 대사 전달에서도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영화적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운드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을 멀티 채널을 통해 차세대 사운드로 만나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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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만나볼 스페셜 피쳐는 감독인 조 라이트가 참여한 음성해설인데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사실상 즐겨볼 수 없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Alternate Ending'과 'Deleted Scenes'에서는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또 다른 엔딩 장면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수록된 최종 버전이 훨씬 더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부가영상에 수록된 버전도 본편에 수록된 엔딩과 마찬가지로 수미상관을 이루는 엔딩으로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Adapt or Die'는 '한나' 블루레이에 수록된 가장 기본적인 메이킹 다큐 영상으로서 감독과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와 촬영장의 생생한 장면들을 통해 '한나'라는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들려준다. 특히 액션에 있어서 한나라는 캐릭터를 위해 시얼샤 로넌이 여러 가지 훈련을 받는 영상과 상대역인 에릭 바나와 합을 맞추는 장면 등도 만나볼 수 있다.







'Central Intelligence Allegory'에서는 'C.I.A'를 묘사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이 작품이 동화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대해 캐릭터, 특히 마리사를 중심으로 설명해 준다. 'Chemical Reaction'에서는 직접 영상으로 만나볼 수는 없지만 전화 음성을 통해 영화 음악을 맡은 케미컬 브라더스의 부가설명과 영화음악을 맡은 소감을 전해들을 수 있다. 영화의 팬 뿐만 아니라 케이컬 브라더스의 기존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영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The Wide World of Hanna'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케이션 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각의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들려주고 있으며, 'Anatomy of a Scene: The Escape From Camp G'에서는 영화 초반 한나의 탈출 시퀀스를 통해, 감독이 의도하려고 했던 점들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영화의 메시지를 짧게나마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Hanna Promo'에서는 영화의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조 라이트 감독의 '한나'는 본 시리즈 같은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 담긴 동화적 구성과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매우 흥미롭고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케미컬 브라더스의 인상 깊은 영화 음악과 더불어 블루레이로서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다른 시각으로 즐겨보길 적극 권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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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개된 '어벤져스' 공식 예고편

1. 장문의 글을 썼으나 실수로 다 지워지는 바람에 그냥 예고편만 ㅠㅠ
2.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들로 기대되고, 이런저런 걱정거리도 있다는 얘기였음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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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참 선하고 믿음직한 로맨스


뒤늦게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영화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를 보았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것처럼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영화인데, 연출을 맡은 조지 놀피는 이 작품을 SF로 그려내기 보다는 오히려 로맨스에 더 비중을 둔 작품으로 그려냈다. 만약 필립 K.딕 스타일의 SF작품을 기대하였더라면 많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로맨스에 가깝다는 평들을 여럿 들어온 터라 상당히 너그러운(?) 시각으로 보게 된 '컨트롤러'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로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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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 상원위원인 남자 주인공과 그가 우연히 만난 한 여성, 그리고 이 만남 때문에 알게 된 미스테리한 '조정국'이 벌이는 음모와 결말을 그린다. 이 '조정국'이라는 설정은 SF적으로 매우 흥미로울 수 있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컨트롤러'는 SF적인 것에 큰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로맨스에 더욱 집중한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영화를 SF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엔 너무 쉽게 풀려버리는 터라 부족한 측면이 많다는 얘기. 어쨋든 무언가 그럴싸하게 모든 것을 조정하는 조정국의 이야기가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결국은 맷 데이먼이 연기한 데이빗 노리스의 이야기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사람 됨됨이'가 더 든든한 배경이 된 작품이라고 해야될 듯 하다. 맷 데이먼은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 이 믿음직한 이미지는 또 한 번 발휘된다. 맷 데이먼을 믿게 되면 이 작품은 제법 그럴싸한 로맨스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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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이 연기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주인공 데이빗 노리스는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단순히 '운명'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우직할 정도로 믿음직스럽고 선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함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이끄는 힘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속 황당한 상황에 놓인 데이빗 노리스의 행동과 의지를 보고 있노라면, 내러티브의 헛점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의 선함에 저절로 힘을 실어주게 된다. 더불어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주 선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악당으로 볼 수 있는 조정국의 사람들에게서도 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렇게 주인공이 골치 거리이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정리하면 될텐데, 이 조정국 사람들은 그저 감시하고 일이 터질 것 같으면 막는 것 밖에는 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주인공을 돕는 인물 역시 이런 선함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치고는 너무 동떨어진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소스 코드'와 비교하여도 이 작품은 완전히 로맨스다.  만약 이 영화를 포장하고 홍보할 때 SF라던지 필립 K.딕이라는 설정들을 완전히 배제한채, 운명적인 두 남녀의 로맨스로만 소개했더라면 오히려 이런 SF적인 설정이 몹시 흥미로운 뒷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SF적인 기대치는 딱 이 정도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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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스 프로야스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마 훨씬 재미있는 SF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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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사냥꾼 (Trolljegeren, 2010)

진정성마저 느껴지는 페이크 다큐



노르웨이라는 변방에서 날아온 작은 영화. 하지만 '트롤'이라는 전설 속의 존재를 등장시킨 영화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갖게 했던 '트롤 사냥꾼 (Trolljegeren)'을 보았다. 판타지와 설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트롤'이라는 존재에 대해 한번 씩은 들어보았을 텐데, 이를 극영화도 아니고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더욱 기대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 작품은 페이크 다큐이고 정색하고 진짜인 척 하는 와중에 중간 중간 귀여운 가짜 티를 내주기도 하지만, 페이크 다큐로서 가져야 할 장르적 특성은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은 물론, 페이크에 속았다고 가정했을 때 진정성 마저 느낄 수 있는 디테일과 메시지까지 담고 있는 올해의 작은 발견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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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노르웨이의 숲과 산에서 벌어지는 곰의 출현과 습격에 대해 정부는 별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대학생 세 명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취재를 나선다. 그 과정 속에서 이른바 '트롤 사냥꾼'인 남자를 만나 그를 따라가게 되면서 곰이 아닌 트롤을 그리고 정부의 음모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영화는 카메라맨 남자 한 명, 음향 담당 여자 한명 그리고 직접 리포터로 나서는 남자 한 명, 이렇게 세 명의 대학생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내용상 정부의 음모를 파해치려는 영상 취재의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페이크 다큐에 녹아드는 구성이라 하겠다. 극 중 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마이클 무어'의 사회고발 다큐 같은 성격을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갖고 있는데, 이것이 트롤 이라는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서 좀 더 공포감이 담긴 다큐멘터리로 진화하게 된다.


어두운 밤 숲속을 뒤척이며 공포스런 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장면은 흡사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를 연상하게 하는데, 그 아이디어의 기발함은 그대로지만 영화적 상상력과 퀄리티는 조금 더 나아간 형태다. 연상되는 영화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들자면, 역시 페이크 다큐라는 설정과 더불어 괴물 혹은 크리쳐 물이라는 점에서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을 떠올리게도 한다. '트롤 사냥꾼'은 이 두 작품의 아이디어를 적절히 조합해 정확히 노르웨이 문화에 녹여낸 매우 영특한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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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노르웨이의 문화와 풍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드넓은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를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정말로 전설 속의 트롤이 살고 있을 듯한 탁 트인 대자연의 모습은 그것 만으로도 노르웨이를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소개하는 좋은 장치가 된다. 또 트롤이라는 SF와 판타지적 존재를 주요 캐릭터로 설정했음에도 매우 효율적인 구성을 통해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비슷한 구성을 갖춘 작품들 가운데 이 페이크에 속아주기에는 너무 티나고 떨어지는 퀄리티 (그것이 아예 웃길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 경우) 때문에 몰입하기 어려운 적이 많았던 것에 비하자면, '트롤 사냥꾼'의 트롤 퀄리티는 아주 만족스럽고 속아주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이것보다 트롤이 직접적으로 덜 나왔더라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작품은 또 한 번 사운드 메이킹만으로 줄 수 있는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이지 않는 트롤의 괴성(?)을 통해 확실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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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페이크 다큐로서 재미를 주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메시지를 담으려 한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트롤이라는 존재를 막여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공포스러움은 부족하지 않게 보여주면서도 인간의 자연파괴와 무분별한 개발을 통해 터전을 잃어버린 이전의 존재로서 그려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트롤 사냥꾼 캐릭터를 통해 이 '사냥'이라는 것이 악당을 물리치는 승리의 과정이 아닌 학살에 가까운 일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트롤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1997)'를 떠올리게 했다. 고대의 존재가 인간의 자연파괴로 인해 설 곳을 잃고 그 가운데 중간자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것에서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에 '트롤 사냥꾼'은 정부의 음모라는 점을 은근히 깔아 놓으며 디테일한 구성을 취한 것도 설득력을 높이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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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우리나라도 전설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나 용 등을 주제로 한 페이크 다큐를 그럴 듯 하게 만들어 본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가끔씩 이렇게 턱턱 나오는 변방의 아이디어 작품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해요.

2. 트롤의 CG는 거의 완벽했는데 오히려 곰은 너무 가짜 티가 나서 귀엽더군요. 트롤의 퀄리티로 가정 했을 때 이건 감독이 대놓고 귀여운 짓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ㅋ

3. 피판과 과천국제SF영상축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소규모라도 좋으니까 꼭 정식개봉해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나중에 블루레이도 출시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BD로서의 장점이 충분한 작품이에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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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쿠리코 언덕에서 (コクリコ坂から, 2011)

직설적이어서 부담스러운 메시지



지브리 스튜디오의 2011년 신작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보았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전작 '게드전기 (ゲド戦記, 2006)'를 연출했던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한 작품으로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게드전기'가 물론 아쉽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브리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경우인 정도라고 관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그보다도 더 아쉬운 작품이었다. 여러 평가들이 '게드전기'보다는 나아간 작품이라는 평이 더 많은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인 동시에 주제를 둘러싼 이야기의 연관성이 깊지 못하고 더불어 21세기에 즐기기에는 너무 올드 풍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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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 사회,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 가운데 이 시대적 배경에 영향을 받고 자란 소년 '슌'과 소녀 '우미'가 있다. 이 둘의 러브 스토리는 나이답게 풋풋함이 서려있지만, 그 배경을 둘러싼 시대와 영화의 메시지가 이들에게 너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뭐랄까, 슌과 우미는 순수한 소년 소녀이지만 시대가 만든 아픔으로 인해 일찍 성숙함을 배워야 했던 것은 물론, 이 가운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마저 짊어져야 하는 부담스러운 짐을 진 듯 한 모습이었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얘기해보자면 결국 오래된 것들을 지키고 계승하자는 것과 더 나아가 60년대를 살았던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당시의 젊은이들에게서 배우자 라는 이야기가 될 텐데, 이 모든 짐을 풋풋한 러브스토리만 이끌기에도 벅찬 소년 소녀에게 전부 맡겨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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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스텝롤에 나온 역할 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얘기),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메시지 전달 방식은 기존 미야자키 하야오가 보여주었던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주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서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배경 묘사를 통해 영화를 깊이있게 볼 수록 메시지가 드러나도록 구성하거나, 아니면 매우 직접적인 은유를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시대와 배경, 판타지와 현실과는 무관하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왔었는데, 이번 작품의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는 이러한 영민함 보다는 홍보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직선적인 느낌을 받았다. 특히 극 중 고등학교 동아리 건물 철거를 둘러싼 학교의 이야기는, 슌과 우미의 러브스토리 측면으로만 보자면 없다하더라도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데, 영화는 이 학교를 둘러싼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며 메시지 전달의 활로로 이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점이 이 영화를 더욱 풋풋하고 은은한 지브리다운 러브스토리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던 가장 아쉬운 점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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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극 중 등장하는 깃발의 의미처럼, 숨겨둔 신호로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은은한 방식이었다면, 그것이 아니라면 소년 소녀의 러브스토리 보다는 시대의 아픔을 짊어져야만 했던 그 세대의 이야기와 그들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메시지에 더 확실히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에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귀를 기울이면'을 연상하며 전자의 기대를 했었기에 너무도 직접적인 이 영화의 방식에 조금은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일본인들이 보기에는 60년대 일본을 추억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많아 이런 불편함이 조금은 상쇄되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고, 어떤 감성을 담으려고 했는지 의도는 알겠으나 그 것이 가슴으로 전달되지는 않았던 아쉬움이 남는 지브리의 첫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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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저도 좀 당황스럽긴 하네요. 이른바 '지브리빠'인데, '게드전기'도 재미있게 본 저인데, 이 작품은 극장을 나오며 아무런 뭉클함이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2. 물론 조각조각 좋은 장면들은 여럿 있었어요. 또 급하게 공감해서 울컥한 장면도 없지 않았구요. 하지만 이것들이 하나로 잘 모아지지 않았다는게 결국 이 작품을 아쉬운 작품으로 결론짓게 한 이유인 것 같네요;

3. 극 중 수록된 음악들의 분위기는 참 묘합니다. 60년대 일본과 잘 어울리는 동시에 미국의 예전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도 자아내거든요 (어쩌면 둘이 같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서도).

4.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DVD나 BD를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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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Contagion, 2011)
21세기형 진짜 공포 영화


'체 (Che, 2008)'는 아직 보질 못했고 '오션스' 시리즈는 몸집이 커진 이후로 역시 보질 않았으니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걸 글 서두에 알게 되었다. 한 때는 헐리웃이 총아이자 천재 감독이라 일컬어지며 개인적으로도 아주 관심이 있었던 소더버그란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컨테이젼 (Contagion, 2011)'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배우들의 면면들 때문이었다. 맷 데이먼, 케이트 윈슬렛, 마리온 꼬띨라르,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까지, 이름만 들어도 영화 선택이 가능한 배우들이 여럿이라 이 작품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기에 출연 사실을 몰랐던 존 호키스까지 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 극장을 찾는 스타일 덕에 이번 작품 역시 배우들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컨테이젼'은 이 배우들이 주인공이 아닌 바이러스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21세기형 공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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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그 현실성에 있다. 좀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전쟁 영화나 스릴러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실제로 보면서 '아, 저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라고 느끼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내 것처럼 즐기는 것과 영화라는 것을 망각한 채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젼'은 적어도 나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 예전에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를 볼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었는데, 직접적으로 내가 병을 앓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신종 플루나 사스 등의 공포를 주변과 매스컴을 통해 실감하면서, 그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이 작품의 내용이 몹시도 공포스럽게껴졌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컨테이젼'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 일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하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이 재앙을 겪는 과정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성과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그냥 무섭다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저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발생했거나) 일이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걸 계획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컨테이젼'이 다루고 있는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사회와 인간성, 정부 및 기업의 음모 등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새로울 것은 없는 것들이지만, 2011년이라는 시대가 만든 현실성이 이 영화를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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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소더버그 영화. 소더버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작은 조각으로 분리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더버그의 영화 가운데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의 이런 재능에 대한 자신감 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산만함 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컨테이젼'의 여러 인물들은 각각이 맡은 역할이 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면서 각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 각각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전개 방식이 아니라 매순간 서로 작용하게 되는 방식이라 더 몰입도가 높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누군가를 마냥 비난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 보다도 이런 공포가 이제는 '더이상'도 아닌 그냥 현실이라는 사실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보다 훨씬 더 비중있고 공포스럽게 그려졌던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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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크나이트'에 나왔던 조연 배우들이 눈에 띄더군요. '라우'역할을 맡았던 친 한과 '라미레즈'형사로 나왔던 Monique Gabriela Curnen까지.

2. 다행히 극장에서 아무도 기침을 하지 않아 눈총 받거나 의심할 일은 없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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