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우리를 보시라


현재 지구상에 ‘조선’이라는 국호를 쓰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남조선’이라는 국호를 쓰지 않음은 물론이요, 북한 역시 ‘조선’이 아니라 ‘북조선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기호 상으로만 남아있는 통일 조선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재일동포사회에 존재하는 ‘조선학교’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가끔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었지만, 그들을 이해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개봉한 김명준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는 존재 여부만, 혹은 존재 자체도 잘 알지 못했던 우리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 





김명준 감독은 궁극적으로 이 아이들과 제일 조선인 사회를 담은 영화를 통해 단순히 이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소외되고 소수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로서는 단순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말 그대로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들의 역사나 현재의 상황 등에 대해서는 더더욱 잘 몰랐으며, 더 나아가 굳이 알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간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극히 단편 적인 이야기가 전부 였으며, 너무 이데올로기 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해석한 경우가 더 많았었다. 그래서 이 영화 <우리 학교>는 더욱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이데올로기 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데올로기 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오히려 그동안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했었던 이 문제를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결과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에 대해 정치적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말했듯이 ‘조선’국적을 갖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관한 자세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얻은 정보 말고는 더 자세한 것은 없지만, 남북이 분단 되기 전 타의로, 혹은 자의로 인해 일본으로 가게 된 이들은, 이후 남북이 분단이 되는 바람에 무국적자가 되어버렸고, 일본 사회에서 누구에게도 환대 받지 못하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북조선인도 아닌 ‘조선인’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일본 사회 내에서 자신들 스스로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마음으로 힘들게 싸워왔으며,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해 나아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로 이들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영화 속에도 등장하지만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살해 협박 혹은 폭탄 테러 등을 경고 하는 등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그 동안 가장 많이 잘 못 알고 있었던 점 한 가지에 대해 정확히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동안 이들을 우리 민족으로 생각한다기 보다는 ‘북한’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요즘 같아서는 오히려 북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도 이들에게 더 무관심하고 적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순수한 ‘조선’ 사람일 뿐이다. 이들이 민족 교육을 받고 인공기를 우리나라 국기라고 말하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북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하여, 너무도 적대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오히려 반대였다. 조선학교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만 가는 것도 그들이 북쪽을 원해서가 아니라, 남쪽은 가고 싶어도 우리 정부에서 이들에게 ‘왜 한국 국적으로 바꾸지 않느냐며’ 국적 변경을 강요하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들에 대해 지금까지 너무도 무심했지만, 북한에서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지원과 도움을 지금까지도 주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은 남쪽임에도 조국은 북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굳이 물질적인 지원 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을 정말 살갑게 맞이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을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들에게도 일본인에게도 북한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화이지만, 특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말해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김명준 감독이 약 3년간 홋카이도의 조선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사실적인 생활상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편집한 영화이다. 3년이라는 촬영 시간은 이 영화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처음에는 남쪽에서 온 이 낯선 감독에게 수줍음이 많은 어린 학생들이 별로 친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에는 ‘명준 감독’, ‘명준 오빠’등으로 불릴 정도로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감독 자신 역시 처음에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해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100%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여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 다음부터는 이들과 더욱 가까워져,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아니라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영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감독의 존재가 이들에게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감독의 말처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내내 감독과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분단이라는 그늘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이를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던 때는 북으로 수학여행을 오르는 만경봉호에 함께 탑승할 수가 없었던 그 때 한 번 뿐이었다(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감독에게 뱃머리에서 ‘명준 감독~’ 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독 자신만큼이나 보는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가 보통의 다큐멘터리와 조금 다른 점을 꼽으라면 감독의 존재가 완전히 영화에서 벗어나 관찰자 입장에서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영화를 보다보면 아이들이 감독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먹던 것이 있으면 감독에게도 나누어주고, 카메라를 보면 ‘안녕하십니까 감독’하면서 정답게 인사를 건내고, 마치 친구처럼, 가족처럼 거부감 없이 말을 걸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 영화를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기보다는(사실 객관적으로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홋카이도에 있는 조선학교라는 배경만 없다면, 그냥 참교육이 실천되는 어느 작은 학교의 학생들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1학년부터 입학하여, 운동회도 하고, 수학여행도 가고, 각종 경연대회도 하고, 졸업식으로 마무리하는, 요즘의 학교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정겨움과 감동이 있는 진실한 ‘학교’의 이야기 말이다. 실제로 조선학교의 교육 방식은 우리가 흔히 유럽식, 선진식이라고 얘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선정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토의를 거쳐 결정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가,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고나면 ‘아, 저 학교에 나도 꼭 한 번 다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따뜻한 학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런 학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기에 이 같이 진심으로 다니고 싶은 학교에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졸업식 장면이 더욱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3년간을 촬영해 약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을 감상한 것이 고작이지만, 이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저런 학교를 떠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졸업식 단상 위에서 모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과 함께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박대우 선생님이 하신 말. ‘힘들고 지칠 땐 언제든지 우리학교를 찾아오십시오. 여기는 동무들의 영원한 모교입니다’라는 말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감동적인 말이었는지 두 말 하면 잔소리 일 것이다.


 
사실 O.S.T가 발매 되었을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 DVD가 출시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기대할 수는 없었다. 독립 영화라는 특성상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DVD 시장에서 이 영화가 반드시 나와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는데, 훌륭한 퀄리티로 출시된 DVD가 먼저 무척이나 반갑다. DVD는 2장으로 구성되어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다. 1.85:1의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과 돌비디지털 2.0채널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화질과 음질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일 것 같다. 음성해설을 듣다보면 감독이 좀 더 좋은 HD카메라로 촬영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부분들이 자주 나오는데, 그랬으면 물론 좀 더 좋았겠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본편의 음성해설은 김명준 감독과 팬까페 운영자인 김선민 씨가 참여하고 있는데,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들을 수 있는 소중한 트랙으로 생각된다. 얘를 들어 본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3 학생들이 아니라, 선수가 5~6명뿐이었던 여자 농구부원 들로 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나, 고3의 대 깃발에는 고 3 학생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다 적혀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속에 감독의 이름도 적혀있음을 알고 감독이 너무나도 감동을 받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의 후일담 등을 전해들을 수 있다. 함께 음성해설에 참여한 김선민씨의 경우 단순한 팬까페 운영자로서가 아니라 조선학교를 2회나 방문했던 이로서 좀 더 많은 정보와 더불어 감독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감독이 답하는 방식으로 음성해설을 이끌고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알찬 서플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전체적으로 이 영상들은 서플 용으로 제작되었다기 보다는, 다큐멘터리를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하면서 영화적인 구성을 위해 제외되어야 했던 영상들로, 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우리학교 아이들의 예술경연 무대에서는 독무와 독주, 중무와 취주악부의 합주 등으로 이들이 연습하는 과정과 공연 장면을 담고 있다. ‘못 다 전한 이야기’에서는 그야말로 영화에는 미처 다 수록하지 못한 영상들로서 재미있고 다양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어린 유년부 학생들의 소년단 야영 영상이나 꼬마들의 축구 시합 장면들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매우 재미있었던 영상이었다. 이 외에도 ‘함께하는 우리학교’에서는 5만 관객 돌파 이벤트 파티 장면, 관객과의 대화 장면, 그리고 각종 시사회에서 이를 본 관객들의 인터뷰, 우리학교를 만든 이들의 인터뷰 등이 담겨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 ‘우리를 보시라’와 같이, 또한 북한을 떠나오며 학생들이 외친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라는 말과 같이,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을 절대 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천할 때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약속

본문에 쓰인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태원 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우리학교 DVD가 드디어 출시, 방금 전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는 팬까페에서만 한정판매한 패키지를 구매하였는데요
너무나 마음에 드는 구성물 들인것 같습니다.
참고로 팬까페에 많은 자원봉사 분들이 어제그제 늦게까지 포장업무를 도와주신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포장을 뜯으면서 감사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

그럼, 인증샷 보시죠~





깔끔한 케이스 앞 면!



케이스 디자인은 보시다시피 한복 저고리의 이미지로 구성되었습니다.



DVD가 들어있는 디지팩 케이스와 자료집.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었습니다~



까페 한정판에만 포함된 머그컵 이미지 입니다!
앞뒤로 프린트가 되어있는데 참 이쁘네요 ^^




그리고 버튼 2종과 핸드폰 액정크리너, 그리고 필름컷까지!



대형포스터통에는 대형 포스터 2종과 벽보스타일의 전단지 2매, 극장용 팜플렛 1매가
수록되었습니다.




대형 포스터에는 김명준 감독님의 친필 싸인까지!



아, 예전에 팬까페에서만 판매되어 역시 구매했었던 O.S.T와 함께 가족사진 찍어보았습니다 ^^;

오늘 저녁에는 우리학교 DVD 감상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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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Our School, 2006)
 
현재 지구상에 '조선'이란 국호를 쓰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남조선'이라는 국호를 쓰지 않음은 물론이요, 북한 역시 '조선'이 아니라
'북조선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기호상으로만 남아있는 통일 조선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재일동포사회에 존재하는 '조선학교'일 것이다.
 
이들은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바와 같이
남한에서는 이들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역시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나마 북한만이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지원금을 보내기 때문에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고향은 대부분이 남쪽이지만, 조국은 북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해보자면,
어찌보면 경제적으로 상황이 매우 어려운 북한에서도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남한 정부에서는 왜 이들을 아직도 남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예전 같으면 시대상황 등을 이유를 들어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어떤 이유로도 사실 타당한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학교에서는 우리식으로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이되면 그해 조국으로
수학여행을 딱 한 번 떠나게 되는데, 왜 남한으로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느냐는
감독의 물음에, 남한으로 가려면 대사관 등 여러가지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야하고,
달갑지 만은 않은 대접을 받는데, 그렇게 까지 해가면서 가야되는가 싶다는 선생님의 말에
더 안타까움이 더해질 수 밖에는 없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김명준 감독이 3년간 홋카이도의 조선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사실적인 생활상을 직접 촬영한 것을 편집한 영화이다.
 
처음에는 남쪽에서온 이 낯선 감독에게 수줍음이 많은 어린 학생들도 별로 친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긴 시간이 지나면서 '명준 감독' , '명준 오빠' 등으로 불릴 정도로
친숙한 관계가 되었다. 감독의 말처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내내 감독과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분단이라는 그늘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감독이 이를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던 때는
북으로 수학여행을 오르는 만경봉호에 함께 탑승할 수가, 접근할 수가 없었을 때
단 한 번 뿐이었다고 한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감독에게 뱃머리에서 '명준감독~'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독 자신만큼이나 보는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



재일동포사회의 문제에 관한 영화들은 이미 몇 차례 있어왔다.
 
<고 (Go)>나 <박치기>등을 보았다면 이 다큐멘터리 속의 이야기가
그리 어색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텐데,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이 두 영화와 같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우리 학교>는 이들보다 더 현실적이고, 아이러니하게도 더 영화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이전 영화들을 볼 때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우리 학교>를 보고 난 다음에는, 현실적으로 내가 처한 환경에서 이 상황을 호전시키기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던지, 일본 우익들의 지나친 행동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던지 하는
감정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정말로 소박한 한 학교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고,
일본 내의 조선학교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생기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과
그 속에서 민족성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조선 학교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재일동포 사회까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가도 금방 눈물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실 영화에서도 그렇고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렇고,
조금은 부족한 조건을 지닌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여 최선을 다했으나
지고 말았을 때, 그리고 그 때 그 구성원들이 패배에 슬퍼하는 순간을 담은 영상들은 많이 봐왔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조선학교 축구팀이 다른 일본 학교 팀에게 패배한 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들에게 경기의 패배는 단순히 패배 이상에 것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눈물을 흘릴 때 차마 그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을 정도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들은 자신의 명예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뛰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그들 스스로가 축구가 최종 목표이거나 축구에 특별한 소질이 있는 아이들도
아니었으나, 자신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 경기에 참가하고
여기에서 승리를 거둬서 재일 동포 사회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기 위해,
일종의 '책임감'에서 우러난 행동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경기에 지고 난 뒤에도 한참을 그자리에서
땅을 치고 통곡할 때 함께 슬퍼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졸업식 장면에서도,
3년이라는 시간을 담은 2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의 다큐멘터리였으나,
그 속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한 아이들이 졸업을 한다고 했을 때,
그들의 오랜 추억을 조금이나마 공유한 탓인지, 아이들이 '우리학교'를 떠나는 마음이
어떨지 조금이나마 이해한 탓인지 정말로 나오려는 눈물을 악을 쓰고 겨우겨우 참아낼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생님이 하신 말,
'힘들고 지칠 땐 언제든지 우리학교를 찾아오십쇼, 여기는 동무들의 영원한 모교입니다'라는 말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깟 생각은 절대 할 수 없게 만드는 너무나도 감동스런 한 마디였다.
 
재일동포 사회의 특수성과 그들만이 겪게 되는 어려움.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민족이고, 어쩌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보다도
더욱 더 한반도에 살고 싶어하는 이들이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는 현실.
그리고 우리가 매번 소원을 이야기하라고 할 때 장난삼아 이야기하는 '조국 통일'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의미에서 나에게도
감동과 눈물외에 여러가지 많은 생각할 거리와 행동할 거리를 전달해주었다.
 
철학적이고 인간적이고 정치적이고, 민족적인 면에 있어서도
참으로 할말도 생각해볼 일도 많은 영화이지만,
 
이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라도
꼭 다시 몇 번이고 극장을 찾아야겠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글 / ashitaka

** /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수히도 많았지만,
말로 하기 보단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그리고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말을 줄였다.


공식판매는 하지 않고
팬까페에서만 소량 판매하는 '우리학교' O.S.T!
 
비록 영화 속의 음원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긴 하지만
이런 음반은 그야말로 '소장의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나중에 나올 DVD도 매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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