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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 2016)

안방에서 즐기는 샤말란의 미스터리 슈퍼 히어로 영화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23 아이덴티티 (원제 - Split)'는 그의 두 번째 히어로 영화이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의 속편이다. '언브레이커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샤말란의 영화이자 가장 매력적인 히어로 영화 그리고 가장 속편을 기다려 왔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렇게 은근한 방식으로 (사실상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그 반가움과 쾌감이 더 컸다. '23 아이덴티티'라는 국내 개봉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벌이는 사건을 통해 샤말란은 다시 한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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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납치극? 아니 슈퍼 히어로 영화


제임스 맥어보이가 여러 명의 인격을 한 번에 연기하는 장면들과 소녀들을 납치해 벌이는 사건으로 예상했을 때 '23 아이덴티티'는 쉽게 사이코패스가 악역으로 등장하는 공포/납치극을 떠올려 볼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런 겉모양을 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플롯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물론 가슴을 조여 오는 공포와 긴장감은 납치와 탈출의 구조에서 발생하지만, 넓게 보았을 때 샤말란은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캐릭터를 다중 인격의 사이코 패스라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개의 인격을 갖고 있는 만큼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슈퍼 히어로 (혹은 안티 히어로)로 묘사하며, 그가 천천히 각성하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여기에 납치된 소녀 중 한 명인 케이시 (안야 테일러-조이) 역시 단순히 납치 사건에 휘말린 연약한 주인공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각성하는 또 다른 인물로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23 아이덴티티'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던 두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어떻게 접점을 이루게 되는지 풀어가는 과정은, 영화가 끝난 뒤 복기하듯 다시 곱씹어 볼수록 더 흥미로운 부분이다.


# 그래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이라 부른다


마치 '언브레이커블'이 전혀 다른 시작점에서 시작한 두 인물 데이빗 던 (브루스 윌리스)과 일라이저 (사무엘 L.잭슨)의 이야기가 한 곳에서 만나게 되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 경우는 우연히 만났다기보다는 의도적이고 간절했던 만남이었지만) 더 큰 깊이를 갖게 된 것과 같이, 이 영화 '23 아이덴티티' 역시 크게 보면 두 명의 전혀 다른 인물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하나의 사건에서 싸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언브레이커블'이 데이빗 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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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개인적 트라우마 혹은 결핍 등이 존재하고 그것이 일종의 도화선이 되거나 영웅이 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주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언브레이커블'이 더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일라이저라는 캐릭터가 그토록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돌연변이라고 소외되고 버려져야 했던 이들이 주인공인 '엑스맨'의 영웅들도 유사한 매력 혹은 공감대가 있었다.


영화 말미의 깜짝 등장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23 아이덴티티'는 정서적으로 완벽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이라 부를 만하다. '언브레이커블'이 지금까지도 많은 마니아 층에게 사랑받는 건 히어로 영화라는 전형적인 장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르적 정수에도 맞닿아 있었기 때문인데, '23 아이덴티티' 역시 전형적인 속편의 구조를 벗어난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편의 핵심 정서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 발전시키고 있는 영화로서 그야말로 '언브레이커블'에 딱 걸맞은 속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M. 나이트 샤말란은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을 이미 오래전부터 만들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23 아이덴티티'의 좋은 평가로 인해 이 프로젝트가 더 큰 그림의 속편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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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몸, 23명의 인격 그리고 제임스 맥어보이


'23 아이덴티티'를 소개하면서 제임스 맥어보이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무려 23명의 인격을 연기하는 것 그 자체는 대단하고 연기력 측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일반적인 사이코패스 연기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으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임스 맥어보이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남자에서 여자로, 어른에서 아이로, 또 소심한 자아에서 거친 성격의 자아로. 의상의 변화도 있지만 그저 표정 변화와 대사 전달 만으로 전혀 다른 인격을 소환해 내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흥미롭고 신기하다 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여러 명의 자아가 하나의 몸 안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논쟁하고 갈등하는 복잡한 관계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 냈다. 사실 여기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단순히 '다중 인격'의 공포와 충격과 같은 볼거리에 그쳤을 텐데,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는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각각의 인격들은 다중 인격이라기보다는 더 나아가 여러 명의 캐릭터로 확실히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고, 이러한 공감대는 이 캐릭터가 겪는 후반부의 갈등과 각성을 좀 더 감정적으로 전달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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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아쉽게 놓쳤다면 VOD 서비스로!


만약 극장에서 아쉽게 놓쳤다면 오늘 (23일)부터 N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되는 VOD를 통해 '23 아이덴티티'를 만나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이 영화를 못 본 관객들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이미 극장에서 본 관객들이라도 '언브레이커블'을 다시 보거나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재차 감상하기를 권하고 싶다. 속편이라는 연장선에서 보았을 때 좀 더 특별해지는 지점들을 발견해 내는 것도 '23 아이덴티티'를 다시 보는 좋은 감상 방법 중 하나가 될 테니.


'23 아이덴티티' N스토어 VOD 보러 가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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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Split, 2016)

샤말란의 히어로 영화, 그 속편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23 아이덴티티 (원제 - Split)'는 그의 두 번째 히어로 영화이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의 속편이다. '언브레이커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샤말란의 영화이자 가장 매력적인 히어로 영화 그리고 가장 속편을 기다려 왔던 작품이기도 한데, 이렇게 은근한 방식으로 (사실상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그 반가움과 쾌감이 더 컸다. '23 아이덴티티'라는 국내 개봉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3개의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벌이는 사건을 통해 샤말란은 다시 한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참고 글 : 언브레이커블 - 코믹스 세계 속 선과 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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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언브레이커블'이 전혀 다른 시작점에서 시작한 두 인물 데이빗 던 (브루스 윌리스)과 일라이저 (사무엘 L.잭슨)의 이야기가 한 곳에서 만나게 되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 경우는 우연히 만났다기보다는 의도적이고 간절했던 만남이었지만) 더 큰 깊이를 갖게 된 것과 같이, 이 영화 '23 아이덴티티' 역시 크게 보면 두 명의 전혀 다른 인물이 각자의 트라우마와 하나의 사건에서 싸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흔히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다중인격의 인물에 관한 것으로 한정 짓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안야 테일러- 조이 (Anya Taylor-Joy)가 연기한 케이시 역시 절반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언브레이커블'이 데이빗 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23개나 되는 다중 인격이 하나의 인물에게서 표현되는 외부적인 요소가 드러나있지만, 이를 그저 일반적인 시선을 통해 비정상의 범주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병이나 흥미요소 정도로 즐긴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심심한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마치 영화 속 플레처 박사와 같은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23개의 자아가 하나의 몸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진짜 이 자아들을 각기 다른 인물들로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면, 그들 각자의 이야기와 갈등 요소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좀 더 외적 요소에 휘둘리지 않고 그 (여러 자아를 통칭)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얘기를 일부러 하는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신체에 여러 자아가 존재해 수시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는 흥미로운 사실 보다도, 이 여러 자아들이 하나의 신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겪는 갈등과 문제들이 더 중요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분은 결국 이 영화가 히어로 영화라는 점에서 히어로 혹은 빌런의 탄생 과정에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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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개인적 트라우마 혹은 결핍 등이 존재하고 그것이 일종의 도화선이 되거나 영웅이 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주 다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언브레이커블'이 더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일라이저라는 캐릭터가 그토록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돌연변이라고 소외되고 버려져야 했던 이들이 주인공인 '엑스맨'의 영웅들도 유사한 매력 혹은 공감대가 있었다.


 '23 아이덴티티'에 등장하는 그 (아까 말한 다중 자아를 통칭)와 케이시라는 캐릭터 역시 본인들은 원하지 않았던 이유로 인해 능력(사회에서는 병이라 일컬어지는)을 갖게 되었거나, 그것이 목숨을 구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점은 샤말란이 '언브레이커블'에 이어 다시 한번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샤말란이 이 인물들에게 보내는 시선과 이들에게 부여한 이야기의 가장 깊은 곳에는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아무 문제도 없어'라는 위로가 담겨 있다. 그 위로가 느껴져서인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드라마 못지않은 감정적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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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썼던 '언브레이커블'에 관한 글을 찾아봤더니, 그 글 맨 끝에는 속편에 대한 바람이 있었다. 아,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엇? 설마... 이 둘이 만나는 3편도 가능하지 않을까?


1. 샤말란은 '더 비지트'로 재능이 죽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더니 오래 기다렸던 '언브레이커블'의 속편으로 이렇게 또 한 번 팬심을 자극하네요. 

2. 베티 버클리는 볼 때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생각 남 ㅎ

3. 안야 테일러-조이는 출연작들을 보니 제대로 본 영화들이 없더군요. 이번 작품으로 완전 매력에 빠짐

4. 엔딩 크레딧을 자세히 보면 총 24개의 엔딩 크레딧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즉, 그의 새로운 자아가 탄생했다는 말?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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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공허하게 늘어놓은 세대교체기



미리 말하자면 내게 있어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는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보다도 더 좋아하고, 특히 시리즈를 거듭해 오며 캐릭터들의 역사와 이야기가 쌓여갈 수록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애정하게 된 시리즈라 하겠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에 선 보였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는 그 애정함을 최고조로 발산할 수 있었던 브라이언 싱어 특유의 아름답고 감정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였는데, 프리퀄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는 아쉽게도, 그럼에도 선뜻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힘든 영화였다. 적어도 지금은 (왜냐하면 이런 시리즈의 역사 속에 있는 작품들은 간혹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 다시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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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는 전체적으로 장황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액션의 스케일은 크고, 캐릭터들의 갈등도 고조되지만 시각과 청각적으로 볼거리가 화려해질 수록 한 편으로는 '왜?'라는 물음과 함께 공허함이 느껴진다. 러닝타임이 물론 긴 편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길기 때문이 아니라 주 악당인 아포칼립스 (오스카 아이삭)와 엑스맨 멤버들의 갈등의 비중을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말하자면 오스카 아이삭이 연기한 아포칼립스라는 캐릭터는 모든 돌연변이들 가운데서도 신 적인 존재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고 막강한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 자체로서도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측면이 너무 도드라졌고, 그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보니 후반으로 갈 수록 그 모습에서는 공포스러움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이 정도의 압도적인 악당이 등장할 경우 더 단순한 대립 구조를 취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프리퀄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한 찰스와 에릭의 갈등 구조가 반복되는 동시에, 익숙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로의 (진 그레이, 스톰, 스캇, 나이트크롤러) 세대교체 목적을 달성해야 했기에, 조금은 장황하고 선명하지 못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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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와 에릭의 갈등 테마는 두 배우가 열연을 통해 (특히 패스벤더가)다시 한 번 살려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이미 전작들에서 충분히 활용 되었고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깊이가 그리 깊지 않다보니, 또 한 번 빠져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 외에도 '아포칼립스'는 공감대의 대부분을 프리퀄 전작들은 물론 싱어가 연출했던 엑스맨 1, 2의 이야기에 기대고 있는데, 물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의존성은 싱어의 엑스맨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아포칼립스'는 그 단점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하면 똑같은 이유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아포칼립스'는 공허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농담처럼 이 영화를 한 줄로 평가하자면 '찰스는 어쩌다가 대머리가 되었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또 하나,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스케일은 엄청나게 키웠지만 (음악 또한), 내실이 부족하다보니 역시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지구 상의 모든 핵무기가 출동하고 지축을 흔들 만큼의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지만, 그 크기도 그 위기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겉 도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아포칼립스의 능력을 더 드러내고, 이에 맞서서 고전분투하는 엑스맨들의 활약상을 그리거나 반대로, 아직 어린 엑스맨 캐릭터들이 어떻게 처음 엑스맨으로서 활약하게 되는지를 주목해 브라이언 싱어가 이루고자 했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목적 달성에 더 집중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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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속에서 '제다이의 귀환'을 이야기하면서 '망했다' '제일 별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엑스맨 프리퀄 삼부작 가운데 이 작품도 그런 평가를 할 수 밖에는 없겠네요. 재밌는건 이 농담 뿐 아니라 스토리상에서도 에릭과 퀵실버의 이야기 속에는 슬쩍 '제다이의 귀환'의 다스베이더와 루크의 설정이 들어있기도 하지요.


2. 로즈 번의 팬으로서 초반 그녀의 등장 씬을 보면서 마치 '에이전트 카터'처럼 모이라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CIA 요원으로서 계속 돌연변이들의 흔적을 찾아 연구하는. 


3. 이 영화만 보면 능력은 아포칼립토 보다도 오히려 퀵 실버가 더 짱인듯 ㅎ


4. 스톰은 모습은 그렇다치고, 억양은 전혀 다른데 영재 학교에서 나중에 많이 고친듯.


5. 제니퍼 로렌스는 역시 멋있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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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월드를 꿈꾸는가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 시리즈 외에도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 1995)',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 그리고 '작전명 발키리 (Valkyrie, 2008)' 등을 연출했지만, 그래도 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엑스맨' 시리즈였다. 그렇기 때문에 2006년 그가 '엑스맨' 시리즈를 버리고 슈퍼맨의 리부트를 맡게 되었을 때 많은 팬들은 큰 아쉬움을 표했었는데, 그 아쉬움은 실제로 브렛 래트너가 연출한 '엑스맨 3 : 최후의 전쟁 (X-Men : The Last Stand, 2006)'이 평범한 액션 영화로 남게 되면서 더 큰 아쉬움이 되기도 했었다. 그랬던 '엑스맨' 시리즈는 '킥 애스'를 연출했던 메튜 본을 통해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X-Men: First Class, 2011)'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는데, 프로페서와 매그니토의 시작을 다룬 이 작품은, 당시 붐처럼 일던 프리퀄 열풍에 단순히 몸을 실은 작품이 아니라 '엑스맨'이라는 시리즈 전체를 다시금 조명하기에 충분한 진정성을 갖춘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었다. 그렇게 다시 브라이언 싱어의 손을 떠난 듯 했던 '엑스맨' 시리즈가 다시금 그의 손으로 만들어 진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영화가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결론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이 꿈꾸던 엑스맨 월드의 영화화 비전을, 메튜 본이 이뤄 낸 성과 위에 고스란히 펼쳐 놓으며 한 발 더 확장시킨 엑스맨 월드를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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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야기의 구성이 반복되는 가운데 캐릭터만 하나 씩 추가되는 양상으로 조금씩 흐를 수 있었던 '엑스맨' 시리즈를 새롭게 구원한 것은, 어찌되었든 메튜 본이 선택한 프리퀄의 방식이었다.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매니아들을 제외한 일반 관객들이 서서히 뮤턴트 월드에 지쳐갈 때, 이야기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현재 적이지만 묘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시작을 다룬 선택은 여러 모로 효과적이었다. 단순히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된 것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이 시리즈의 가장 핵심 테마라 할 수 있는, 존재의 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대마저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넓게 봐서 이번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메튜 본의 '퍼스트 클래스'에 이은 자연스러운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 즉, 감독은 바뀌었지만 가장 최근 작인 '퍼스트 클래스'를 인상적으로 본 관객들이 위화감이 크지 않도록 큰 맥락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브라이언 싱어는 자신이 만들었던 엑스맨 1,2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물론 3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까지 주조연, 단역에 이르기까지 등장시키며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를 아우르는 이른바 '월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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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으로는 그러하지만 이런 방식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중 하나는 일반 관객들에게 명확한 구심점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전편인 '퍼스트 클래스'는 앞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찰스와 에릭의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서사구조와 공감대 형성의 기회가 있었던 반면, 이번 작품은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물론 브라이언 싱어 '엑스맨'의 중심이었던 울버린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화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여러 명의 중심 캐릭터가 겹쳐지다보니 누군 가에게는 여럿이 등장하는 캐릭터 구조에 적응하지 못한 채 누구의 이야기에 더 귀기울여야 하나 갈팡질팡 하다가 끝나버리는 수도 있을 듯 하다. 즉, 다시 말해 이번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형식상 미래와 과거를 다루는 것은 물론, 이전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턱들과의 상관 관계도 은연 중에 내제되어 있다보니 이번 작품 만으로 공감대를 이루기에는 부족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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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부분은 그 동안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은 물론 브랫 레트너와 매튜 본의 '엑스맨' 까지 모두 즐겼던 팬들에게는, 뭐라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묘한 감정선이 포함된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찰스와 에릭의 드라마는 이제 크게 강조하지 않아도 극적인 드라마를 느낄 수 있었고, 그 중심에 놓인 레이븐의 스토리 역시 제니퍼 로렌스의 표정 연기 하나 만으로도 그 간의 세월을 짐작하게 만드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시리즈 전반에 걸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맨 중에 맨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 역시, 초기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했던 '엑스맨' 시리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존재로서 전체적으로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다소 산만할 수도 있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감정선에 초점을 맞추며 이 시리즈 전체를 감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퍼스트 클래스'가 독립적으로 완벽한 작품이었다면,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시리즈 전체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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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과거를 직접적으로 다뤘던 '퍼스트 클래스' 보다도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더욱 이전 '엑스맨 1,2'편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또한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하는 찰스와 에릭의 캐릭터도 또 한 번, 빠르게 다시 보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만 더 나아가도 지루해지거나 과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아슬한 지점의 줄타기를 멋지게 해 낸 브라이언 싱어의 다음 엑스맨 영화가 기다려진다.



1. 센티넬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 미래의 상황을 초반에 좀 더 묘사해서 더 어두운 분위기를 냈더라면, 이후의 이야기들이 좀 더 매력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2. 안나 파킨은 정말 잠깐 나오는데 크레딧에서는 상당히 빠르게 나오더군요.


3. 어쨋든 전 이 라인업이 마음에 들어요. 계속 이들이 만들어내는 엑스맨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4. 진 그레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엑스맨 1,2를 꺼내 보고 싶도록 만드는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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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현이 (a_shitaka@nate.com)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쿨한 액션 영화

<원티드>는 마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원작 자체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와 몇몇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액션 영화로 포장되어 소개되었던 영화다.

아무래도 <원티드>하면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던 기발한 총격 액션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에 총과 권법을 크로스 오버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퀼리브리엄>과는 다른 총기 액션, 즉 총을 직선이 아니라 휘어져 나가도록 비껴 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은 <원티드>를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기본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 <원티드>라는 작품을 인지했을 때만 해도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앞선 액션 장면들이 주가 되는 단순 ‘총질’ 액션 정도로만 알았었는데, 역시 탄탄한 세계를 기초로 하는 그래픽 노블 원작의 작품답게 히어로물과 쿵푸 영화에 기인한 설정들은 물론, 액션이나 전개에 있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쿨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 배우들이 감독 이름 외우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인터뷰를 서플먼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 는 러시아 출신으로서 <나이트 워치>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원티드>에서는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에 자신 만의 촬영과 연출 기법을 적극 가미하여 색다른 액션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액션 영화들 보다도 특수효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총을 휘어져 나가도록 쏘는 것에서 야기되는 액션 장면들과 일반인들보다 심장 박동수가 빨라 시간을 느리게 쪼개어 컨트롤 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이 발휘되는 장면 묘사에서도 그 만의 독특한 특수효과와 연출 기법이 잘 드러나고 있다.





감독인 티무르는 단순히 와이어를 이용한 점프와 액션에 그치지 않고, 치밀한 동선 연구와 슬로우 비디오를 카메라의 줌인 기법과 적절하게 섞어가며 와이어 액션에도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총을 휘어지게 쏘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고 대대적으로 홍보된 이 영화 액션의 장점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간을 세밀한 단위로 나누어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했기에 더 멋진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다.

<원티드>가 액션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나름 반전 요소와 갈등 구조를 다루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극의 흐름을 깔끔하게 전개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구구절절 하지 않고 스피디한 전개와 깔끔한 마무리는 킬링 타임용으로는 물론이고, 좀 더 복잡하고 본격적인 속편을 기대하게끔 만든다.

Blu-ray Menu







유니버설 블루레이의 전형적인 메뉴 화면을 볼 수 있다. 유니버설 타이틀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장면 선택' 메뉴에 보이는 3가지 버튼의 실체가 궁금할텐데 이 부분은 글 후반부에서 그 궁금함을 해소해 드릴 예정이다.

Blu-ray Picture

1080p 풀HD의 해상도를 지원하고 있는 '원티드' 영상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평가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다. 오리지널 영상 자체에 그레인 노이즈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는 분명 극장 상영 시에도 그랬듯이 의도된 거친 화면이긴 하지만, 깔끔한 블루레이 화질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질 듯 하다. 칼 같이 선명하고 분명한 화질보다는 거친 느낌을 선호하는 감독의 성향은 작품의 성격과 전작들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원티드>의 경우엔 선명한 화질로 제작되었어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아래 2장의 스크린 샷을 클릭하면 720P 해상도의 확대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레인 노이즈가 화끈하게 드러나는 거친 화면의 장점이라면 좀 더 질감이 살아있는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조명이 어두운 장면에서도 극선명 화질과는 또 다른 질감을 얻을 수 있는데, 노이즈에 민감한 유저만 아니라면 작품의 분위기가 맞물려 관람하는데 있어 지장은 없을 듯 하다. 다만, 최근 출시되는 신작 블루레이들이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어 <원티드>의 영상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감독에 의해 의도된 거친 화면이며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밝힌다.

Blu-ray Sound

화질이 약간의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면 사운드의 경우는 대부분이 만족할 만한 우수한 수준이다. DTS-HD 5.1 채널의 오디오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수준급 사운드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원티드>는 사운드 측면에서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장면들로 넘쳐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귀에 실제보다 더 좋게 들리는 것은 아닌지 작은 혼동을 주기까지 한다. 주인공이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여 시간을 컨트롤 할 때 발생하는 SF적인 효과음의 공간감 전달도 훌륭하며, 무엇보다 총알이 휘어져 나갈 때의 사운드는 스피커 주변에서 바람이 이는 듯한 감칠맛이 난다. 보통 총기 액션의 경우 총알이 직선으로만 나가기 때문에 멀티 채널의 활용도나 공간감을 100%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는데, <원티드>의 경우는 ‘휘어져’나가기 때문에 모든 스피커를 둘러가는 채널별 활용도가 높고, 스피커와 스피커를 이동할 때 느껴지는 사운드의 공간감도 매우 훌륭하다.






총기 액션에서 발생하는 효과음 외에도 스포츠카가 등장하는 체이스씬 이나 대형 기차가 철로에서 탈선하는 장면에서는 장면의 스케일을 고스란히 사운드로 돌려준다. 이런 대형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 씬을 비롯해 마지막 폭파와 함께 하는 액션 씬에서는 다양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 주위를 기울여 보면 그 와중에 주인공의 발소리까지 생생하게 담겨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 음악과 총기 발사음, 격투로 인한 소리들, 그리고 폭발로 인한 소리들 까지 뭉개지지 않고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얼핏 단순히 높은 볼륨 감에 의한 쾌감만으로 사운드를 평가할 수 있는데, <원티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이 같은 표면적인 측면은 물론,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있는 사운드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이 영화의 영화음악은 팀 버튼의 콤비로 더 익숙한 데니 엘프먼이 맡고 있다).

Blu-ray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쳐는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면면이나 이야기 자체 보다는 기술적인 면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구성 면에서는 블루레이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기능적인 메뉴들이 여럿 수록된 것도 인상 깊다. 메뉴 화면이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BD-Live!를 포함한 여러 부분에서 현재 유니버셜의 BD 타이틀들은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 기술적으로 다소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가장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My Scenes’인데, 제목처럼 영화 속 영상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녹화하듯이 오려내어 클립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자신 만의 영상 클립을 만드는 방법은 리모콘의 빨강, 초록, 파랑 버튼으로 조작이 가능한데, 초록 버튼을 누르면 영상을 녹화하기 시작하고, 파랑 버튼을 누르면 정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면에 상관없이 원하는 부분의 클립을 개수에 상관없이 만들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클립은 인터넷 연결을 통해 친구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원티드>블루레이에는 ‘U-Control’이라는 기능이 수록되었는데 일반적인 PIP기능을 조금 더 확장시킨 편리한 기능이다. <원티드> BD에는 원작인 코믹스의 장면이 수록된 ‘Motion Comics’와 촬영장에서 따로 촬영된 카메라 영상과 스토리보드 영상 등이 담긴 ‘Scene Explorer’, 그리고 여러 제작과정이 담겨있는 ‘Picture in Picture’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세 가지 영상들을 ‘U-Control’기능을 통해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다. ‘U-Control’을 선택하고 원하는 영상에 체크한 뒤 본 편을 재생하면 해당 장면에 연관되는 각각의 추가 영상이 있을 때마다 자동으로 재생이 되며 하나 이상의 영상이 담겨 있을 경우에는 리모컨 조작을 통해 원하는 부가영상을 팝업 창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부분에서는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들이 많게는 동시에 세 가지 이상 표시되기 때문에 한글 자막을 수록하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 여겨진다.





Alternate Opening’은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또 다른 오프닝 시퀀스를 수록하고 있는데, 영화 속 등장하는 결사단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상으로서, 총이 아닌 화살을 비껴 쏘는 장면을 포함하고 있어 흥미롭다. 실제 영화와 동일한 풀HD 화질로 제작되었다. ‘Extended Scene’은 역시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확장 격의 영상을 담고 있는데, 그리 분량이 많지 않고 문맥상 크게 중요한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영상은 SD 영상으로 수록되었다.




Cast and Characters’는 일반적인 메이킹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임스 맥어보이와 안젤리나 졸리, 모건 프리먼, 힙합 뮤지션이기도 한 커먼 등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후반 부에는 감독과 그래픽 노블의 원작자인 마크 밀러의 인터뷰를 통해 캐스팅 과정과 배우들에 대한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과정 속에서 그간 액션 연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제임스 맥어보이가 주인공 역할에 익숙해 지기까지 겪었던 트레이닝과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고, 배우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Stunt On the L Train’은 안젤리나 졸리가 미끄러지듯 기차 위에서 다리 밑을 통과하던 장면이 어떤 스턴트와 특수효과로 촬영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기차를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한 특수세트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Special Effects : The Art of the Impossible’에서는 전체적인 특수효과가 어떻게 디자인되고 구성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액션과 스턴트가 등장하는 장면들을 CG에 의지하지 않고 가능한 한 기술적인 특수효과를 통해 표현해 내려고 한 점을 알 수 있고, 기차 칸을 360도 회전 가능한 구조물에 부착하거나 역시 360도 회전 가능한 구조물에 스포츠카를 장착한 특수효과 장치/세트들의 활용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Groundbreaking Visual Effects : From Imagination to Execution’ 에서는 본격적인 CG 효과부분에 대한 제작과정이 담겨있다. 감독과 동일한 러시아 스텝들로 주로 이루어진 CG팀의 활약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장면을 만들기 이전에 CG를 이용해 세밀한 부분을 미리 시각화 하는 사전작업으로 좀 더 효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차가 탈선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촬영 8개월 전에 이미 사전 시각화 작업이 마무리 되어 CG를 통해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에 세트와 구도 연출 등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The Origins of Wanted : Bringing the Graphic Novel to Life’에서는 이 영화의 원작인 마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원티드’에 대한 기원과 세계관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슈퍼맨을 동경했던 소년 마크 밀러가 이런 점을 어떻게 ‘원티드’라는 작품을 통해 풀어낼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과 마치 영화의 상세한 스토리보드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영화적 디테일을 보여준 원작에 대한 찬사와 독특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Through the Eyes of Visionary Director Timur Bekmambetov'는 감독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에 대한 배우들과 스텝들의 생각을 전해들을 수 있다. 6년간 미술을 공부하여 미적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스텝들의 인터뷰와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독특한 시각 언어로 표현해 내는 눈을 가져, ‘미친 천재’라고 부른다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Wanted : Motion Comics’에서는 영화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 속 장면을 재구성하여 수록하였으며, ‘The Making of Wanted : The Gams’에서는 게임 ‘원티드’의 제작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영화 속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주인공들의 뒷이야기라던가 이해를 도울 만한 내용도 담고 있어 영화의 팬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될 듯 하다.





마지막으로 ‘BD-Live’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플먼트를 감상하다 보면 일종의 코드가 화면에 나오면서 ‘Unlock’되었다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이는 게임 ‘원티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코드이며, 이 화면을 통해 ‘BD-Live’메뉴 아래 이스터 에그 메뉴를 확인할 수도 있다.

2009. 1. 11 | 신현이 (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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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Wanted, 2008)
또 하나의 시리즈물의 탄생인가?


처음 이 영화의 대한 정보가 알려지고, 안젤리나 졸리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떠올리는 액션이
강조된 예고편 등을 보고나서, 이 영화에 대해 든 선입관은 그저 '총질' 액션이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특히나 예고편에서도 강조했듯이 비껴쏘는 창조적인 총질을 봤을 때, 예전 총과 권법을 크로스오버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퀼리브리엄>과 같은 조금 색다른 액션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정도(?)의 예상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단순한 '총질'영화 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 총질은 그 창조적인 아이디어 만으로도 훌륭한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냈지만 그것 외에도 히어로물이나 쿵푸 영화에서 기인한 설정들이나, 구구절절하지
않고 깔끔하게 뽑아낸 얘기로서, 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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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는 엔딩 크래딧의 스텝 명단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상당히 특수효과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을 직선으로 쏘지 않고 휘어져 나가게 비껴쏘는 것에서 야기되는 액션 장면들도 색다른 재미를 주지만,
일반인들보다 심작박동수가 빨라 시간을 느리게 쪼개어 컨트롤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능력으로 야기되는
장면들은 필연적으로 특수효과를 요구하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점프나 액션 들의 묘사도 인상적이고,
슬로우 비디오를 카메라의 줌인 기법과 적절하게 동시에 사용하면서 액션에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사실 따지고보면 총을 비껴 쏘는 것이 일반적으로 쏘는 것에 비해 얼마나 더 잇점을 갖고 있나 의아스럽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어쩌면 미션을 위한 일종의 기술적 옵션에 해당하는
정도이고, 앞서 언급한 시간을 더 느리게 컨트롤 할 수 있는(시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순간을
세밀한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능력이 더 핵심 포인트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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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를 보면서 최근에 인상깊게 보았던 <쿵푸팬더>가 여러모로 떠올랐는데, 일단 안젤리나 졸리가
두 작품 모두 출연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타이그리스와 폭스의 연관성을 어찌어찌 연결해볼 수도 있겠으나
살짝 억지가 필요할 것 같아 이정도에서 ^^), 이 영화 역시 일반인 주인공이 고수로 거듭나는 '수련'의 과정이
영화 초중반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대개의 쿵푸 영화도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수련이란 것이
매일 매일 새로운 과정을 겪는다기 보다는, 반복적인 과정을 매일 매일 거듭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서서히 적응하면서 나중에는 모든 과제를 컨트롤 하게 되는데, 이런 수련의 과정을 <원티드>는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계속 맞기만 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를 때려줄 때에는 통쾌함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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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가 결국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깔끔한 이야기 처리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 웨슬리가 성을 공격하여 마지막 슬로언과 결사단 무리에게 포위 당했을 때, 진실을 알게 된
결사단 단원들이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장면에서, 보통 액션 영화들 같았다면,

a. 일단 결사단원들이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남기보다는 슬로언에 말에 따라 웨슬리에게 공격을 퍼붓고
    웨슬리가 여차저차해서 그 위기를 벗어나 슬로언과 맞짱을 뜨는 분위기로 연결되거나.

a-b. 이 과정에서 다른 결사단원들은 다 슬로언의 뜻을 따르기로 하나 진실을 알고 결심을 한 폭스는
       슬로언을 배신하고 웨슬리와 결합하여 결사단을 일방타진하고, 키스하며 해변을 스포츠카로 달리며
       엔딩크래딧이 나오거나.

b. 다 죽기로 결사단이 마음을 먹고 결국 총알이 폭스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찰나, 폭스에게서 총을 받아든
   웨슬리가 총을 쏴서 총알을 막아내 a-b의 후반부와 같은 결과로 이어지거나.

했을텐데 <원티드>는 이 중 어느 것도 따르지 않고 그냥 깔끔하게 원칙대로 목숨을 버리고 마는 진정한
결사단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b안을 가장 유력하게 보았었는데, 마지막까지도 웨슬리의
총알이 날아오지 않아 '어라, 이것봐라'하며 흥미로워 했었다.
결국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여지를 주지 않고, 무언가 속편이나 더 안정된 결말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깔끔하게 엔딩을 맺은 것은(슬로언이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센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어쩌면
감독의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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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액션 영화로서 어떤 영화가 될까 걱정되었던 하나의 요소는 바로 주인공인 제임스 맥어보이였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적지 않게 보았었지만, 이런 액션 히어로(일종의 히어로) 영화에 남자 주인공으로는
어딘가 연약하고 어울리지 않는(그렇다고 피터 파커 식도 아니고 말이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회사원으로서 주변의 압박에도 별 저항없이 참아내며 그저 꿈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는 회사원에서,
180도 변신한 암살단의 단원으로서의 변모를 모두 표현해내는데, 불안한 눈빛과 강렬한 눈빛을 모두 갖고 있는
맥어보이의 캐스팅은 결국 성공적이었지 않았나 싶다. 특히 사무실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보여주는 소인배의
모습에서 친구의 말만따라 '멋진 남자'의 모습까지 모두 소화하는데에는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아마도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속편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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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여전사의 느낌과 신비스러운 느낌을 폭스 라는 캐릭터에 잘 투영시킨
모습이다. 사실 '폭스'라는 캐릭터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일단 주인공과 이렇다할 로맨스도 없고,
그렇다고 완벽한 스승과 제자의 분위기로 보기도 애매하며, 친구나 적으로 구분짓기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제임스 맥어보이와의 실제 나이차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듯 하지만, 어쨋든 웨슬리가
액션을 보여주기 전에(보여줄 능력이 되기 전에), 액션을 몸소 보여주는 캐릭터로서 예고편과 화려한 액션에서
안젤리나 졸리만의 아우라를 잘 보여주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최근 너무 마른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모건 프리먼은 예전 <럭키 넘버 슬레븐>에서 비슷한 지위와 분위기의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는데,
<원티드>에서도 그 만의 진중하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 그리고 <스모킹 에이스>와
<아메리칸 갱스터>에 이어서 괜찮은 작품에 계속 모습을 보이고 있는 랩퍼 커먼 (Common)의 모습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U-571' 과 <피아니스트>등에 출연했었던 토마스 크레슈만의 모습도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갑고 인상적인 배우는 바로 펙워스키 역의 테렌스 스템프 였는데, 최근까지 재미있게
보고 있는(몇 안남은 시청자 중의 하나가 바로 나다!)스몰빌에서 조엘의 목소리 연기로 등장하고 있는,
그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잘 알다시피 테렌스 스템프는 영화 <슈퍼맨>에서 조드 장군 역할을 맡았는데, 재미있게도 슈퍼맨의
청년시절을 다룬 TV시리즈 <스몰빌>에서는 '칼엘'의 아버지인 '조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연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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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원티드>는 특수 능력을 갖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또 하나의
액션 혹은 히어로 시리즈 물로 이어져갈 확률이 높은 영화라고 생각된다(나중에 알고 보니 원작은 DC코믹스
작품이더라). 마치 <매트릭스>처럼 이제는 자신이 누군인가를 정확하게 알게 된 웨슬리가 본격적으로 펼치는
적들과의 우여곡절이 속편에서는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속편이 나오긴 하는거겠지?? --;;).



*. 음악이 데니 엘프만이더라.
**. <쿵푸팬더>와 겹쳐지다보니 기차가 다리위에 걸리는 장면에서도 무적의 5인방과 타이렁이 다리위에서
   싸우는 장면이 바로 떠오르더라.
***. 본문에 있는 것처럼 원작은 DC코믹스 작품이다.
****. 많은 멋진 액션 장면들이 있었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근거리에서 칼로 막아내는 액션 연출은 정말 멋지더라
*****. 'Time to Say Goodbye'음악은 그야말로 센스작렬.
******. <놈/놈/놈>예고편을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니 역시 더욱 기대!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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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톤먼트 (Atonement, 2007)
오해와 거짓말의 나비효과

올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분 작품상과 아카데미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었던 <어톤먼트>를 오늘에야
관람할 수 있었다. 예전에 포스터만 보고서는 그저 전쟁통에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예전 <브릭>을 리뷰할 때 선댄스 영화들은 다르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확실히 워킹 타이틀의 영화 역시
그 이름만으로도 믿고 관람할 수 있는 브랜드인 듯 하다. 워킹 타이틀의 영화들이 그러하였듯이 <어톤먼트>역시
훌륭한 이야기 구성과 높은 영화적 완성도를 보여준 수준급의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2002년 출판된 이완 맥이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소설의 팬들이 이 미묘한 심리 묘사들을 과연 어떻게 영화화 할 수 있을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인물들이 겪는 무거운 마음들을 매끄럽게 묘사한 좋은 작품이었다.



(스포일러 있음)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도, 전쟁도 아니다.
바로 한 사람의 거짓말과 이로 인한 오해가 가져온 무수한 일들. 거짓말을 할 때에는 이런 일이 생길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으나, 이로 인해 오해를 받은 인물들의 평생을 좌지우지할 엄청난 결과가 생겨버리게 되는,
소녀의 거짓말이 이들 세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버렸는지를 조용하지만 무섭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목인 <어톤먼트>(속죄, 참회)가 스포일러가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로비를 사랑했던 10대 소녀 브라이오니는 언니 세실리아와 로비가 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 난 뒤, 그 날 밤 저택 부근에서 있었던 강간 사건의 범인을 보았음에도 범인이 아닌 로비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로비는 감옥에 가게 되고, 감옥에서 징병이 되어 전쟁에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고,
세실리아 역시 로비를 찾아 간호사로 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브라이오니는 어른이 되어서야 자신의 거짓말이
로비와 세실리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깨닫고, 뒤늦게 속죄하지만 이미 이 둘에게는 그 속죄의
뜻을 전할 수 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브라이오니는 작가가 되어 자신의 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마지막 소설로
남기는데, 자신의 속죄하는 마음을 담아 로비와 세실리아가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상상의 이야기를 수록하지만,
이것은 말그대로 상상의 이야기일 뿐, 브라이오니의 속죄는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린 뒤였고, 돌이킬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현재를 보여주고 몇 일 전, 몇 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브라이오니의 속죄로 돌이킬 수는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본격적으로 흥미로워지고 깊은 인상을 주기 시작했던 것은, 브라이오니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시작한 순간 부터였는데,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처참한 고통을 당하는 군인들의
모습들도 등장하지만 그 무엇보다 안타깝고 슬펐던 것은, 브라이오니가 속죄를 해도 이미 모든 일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는 마지막 인터뷰 장면이었다.

이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노년의 브라이오니 역할을 맡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연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예전 주디 덴치가 가장 짧은 러닝 타임만을 출연하고도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했던 것처럼
영화의 마지막 안타까운 속죄의 마음을 전하는 브라이오니의 인터뷰 장면에서의 레드그레이브의 연기는,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슬픈 영화가 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션 임파서블>의
'맥스'역할로 익숙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연기는 어린 브라이오니 역할을 맡은 시얼샤 로넌의 연기와
더불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물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키이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도 좋았지만,
<어톤먼트>를 보고나면 가장 큰 인상이 남는 것은 바로 어린 브라이오니 역할을 맡은 시얼샤 로넌의
그 연기와 표정일 것이다. 흡사 공포영화에서 볼 법한 시얼샤 로넌의 차가운 마스크는 그 새침한 단발 머리와
맞물려 이 모든 일들을 있게한 브라이오니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어톤먼트>로 인해 가장 주목을 받게 된 영화인이라면 아마도 어린 이 소녀가 되야 할 것이며,
앞으로는 또 어떤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무한 기대가 되는 바이다.

마릴린 먼로의 그 유명한 치마폭을 감싸 앉는 장면에서 등장했던 의상을 물리치고, 당당히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의상으로 선정되었다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녹색 드레스는, 이미 이렇듯 화제가 된 바를 알고 가서
인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에 반해 너무 짧은 시간 등장한 것 같아 아쉬웠다.
아, 그리고 주인공인 제임스 맥어보이.
분명히 어디서 본 듯은 한데, 영화를 보는 내내 잘 기억이 나질 않았었는데, 집에와서 찾아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나니아 연대기>에서 톰 누스 역할로 출연을 했었기 때문.
분장을 지운 멀쩡한 얼굴을 보니 본듯은 하지만 확실히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
그 역시 이 불쌍하고 기고한 운명에 처해진 로비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듯 하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것처럼, 이 영화의 음악은 굉장히 창조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면을 동시에 들려주고
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타이핑 소리를 음악의 소스로 사용한 것은 매우 참신하게 다가왔으며,
세 인물의 기고한 운명을 음악으로 극대화 시키는데 공헌을 하고 있다.
아, 그리고 촬영기법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는데, 두 주인공의 서재에서의 키스씬은 거의 얼굴만을
클로즈업 하고 있지만 마치 <색. 계>의 배드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감각적인 촬영기법이었으며,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대사없이 단 한 번에 모두 설명해 내는 아주 긴 롱테이크 샷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준비에 의해 만들어진 장면이 아닌가 싶다.

굉장히 고전적인 배경과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세련되게 뽑아낸 것은 아무래도 감독의
연출력이 아닐까 싶다. 조 라이트 감독의 전작 <오만과 편견>은 개인적으로 아직 보질 못했는데,
확실히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운명이라 말하기엔 너무도 잔인한,
하나의 거짓말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에 관한 슬픈 이야기,
어톤먼트 였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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