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k2 - Hustle Real Hard

힙합씬의 10년 내공이 어디가랴



도끼(Dok2)의 드디어 발매된 데뷔앨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벌써 이 아이가, 아니 그가 힙합씬에 등장한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좀 뻔한 수식어를 들자면 도끼는 '힙합신동'이었다. 12살 어린 나이에 아이답지 않은 플로우와 캐릭터는, 적어도 겉 멋만 들어서 잠시 힙합바지 좀 끌다가 사라질 아이는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는데, 솔로 데뷔앨범은 이제야 선보이게 되었지만, 그의 10년은 결코 그냥 보낸 것은 아니었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이 '엇? 벌써?'라고 느꼈던 이유도 그 동안 도끼의 활약이 왕성하지는 않았더라도 꾸준히 다른 앨범의 참여를 통해 있어왔기 때문이었는데, 그 간의 활동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고 이번 앨범 'Hustle Real Hard'를 들어보면 '힙합씬 10년 내공이 어디가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여러 MC와 프로듀서들과 작업을 해오던 도끼는 올해 초 소울컴퍼니를 나온 더 콰이엇 (The Quiett)과 일리네어레코즈 (Illionaire Records)를 설립, 'Hustle Real Hard'를 발표했다. 드디어 나온 첫 데뷔 앨범답게 'Hustle Real Hard'에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넘치는 자부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뭐 힙합에서 이 정도의 프라이드는 거슬린다기보다는 당연한 것에 가까울 정도인데, 내가 도끼라고해도 10년 만에 내는 데뷔앨범이라면 이런 비슷한 내용들의 가사들로 채우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이야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터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비트와 사운드의 경우는 '역시'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앨범은 도끼가 전곡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곡의 비트와 가사까지 맡고 있는데, 사실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어린 아이가 랩을 잘한다로 인상적이었다기 보단, 어린 아이가 만든 비트치고는 수준급이다 라는 이유로 인상 깊었던 그였기에 어쩌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 퀄리티와 비트의 만족스러움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가 주를 이룬 음악이 아닐까 했지만, 그 가운데에 달콤하고 가벼운 비트의 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재범 (JayPark)이 피처링한 'My Love'도 좋았고, '음악을 멈추지마' 같은 곡은 훅도 제법 인상적이었다. 하나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Soulja Boy가 피처링한 'Hustle Real Hard'였는데 (동명 타이틀 곡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솔자보이의 피처링의 퀄리티도 그렇고 전반적인 도끼와의 시너지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는 전체적으로 Jay-Z의 음악에서 느꼈던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곡들이 많았는데, 비트나 플로우도 조금 그렇지만 브라스를 적절하게 사용한 음악 때문인 것 같다. 브라스의 적절한 사용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백킹을 담당하는 비트의 세기가 임팩트있게 담겨있어서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길 수 있었던 앨범이기도 했다. 역시 이런 분위기를 담은 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면 더 콰이엇과 Beezino가 피처링한 'Mr.Independent 2'를 들 수 있겠다. 훅도 좋고 세 명의 MC의 색이 각각 잘 표현된 곡이었다. GD를 비롯해 현 아이돌 힙합그룹들에 대한 디스가 포함되어 있어 아마도 이 것이 더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 곡이 표현하려는 것은 디스라기 보다는 독립적인 그들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점을 더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된 것은 역시 MC나 프로듀서는 피처링만으로는 자신의 역량을 100% 표현하기 어렵고, 자신의 앨범이 되어서야 마음껏 재능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단점을 더 부각하는 것이 될지언정, 드디어 제대로 된 도끼(Dok2 Gonzo)의 음악을 만났다는 점에서 
'Hustle Real Hard'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화나 - FANATIC

힙합|소울컴퍼니|2009.02.26

1. FANATICIZE (prod. The Quiett)
2. Rhymonic Storm (prod. The Quiett)
3. 가면무도회 (prod. The Quiett)
4. 화약고 feat. 황보령 (prod. Loptimist)
5.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 (prod. The Quiett)
6. Brutal Treatment (Part.I) feat. Kebee & The Quiett (prod. The Quiett)
7. Deadline (prod. 도끼)
8. Red Sun (prod. DJ Son)
9. 투명인간 feat. 있다 (prod. The Quiett)
10. 누에고치 (prod. Prima Vista)
11. Code Name : SOUL (prod. Vida Loca)
12. 샘, 솟다 (prod. The Quiett)


소울컴퍼니 소속의 '화나'의 첫 번째 정규 앨범 'FANATIC'.
사실 화나가 참여한 곡들은 소울컴퍼니의 다른 뮤지션들의 앨범들에서 혹은 무브먼트의 다른 앨범들에서 이미 여러 피처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화나만의 정규 앨범은 이번 'FANATIC'이 처음이다.
음반업계가 지금처럼 음원시장으로 돌아서기 전에도 언더에 힙합 뮤지션들이 앨범을 발매하기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으니, 요즘처럼 뮤지션들이 앨범 한장 내기 힘든 때는 오죽하랴.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을 화나의 이번 앨범은, 이런 정성과(이건 '노력'이라기보단 '정성'이다) 소울컴퍼니의 '소울'이 담긴 괜찮은 힙합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화나는 앞서 참여했던 다른 앨범들에서도 라이밍을 인정받았을 정도로 상당히 이 '라임'이라는 것에 깊은 연구를 하는 뮤지션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번 첫 정규 앨범 역시 라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울컴퍼니를 비롯한 국내 인디씬의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버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창조적인 가사들과 단순히 각운 마치기에 그치지 않는 창조적 라임들 때문인데, 특히 소울컴퍼니 소속의 뮤지션들에게서는 이러한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이블 '소울컴퍼니'를 설명한 문구 중에는 '음악과 시 문화, 다양한 아트워킹이 존재하는 힙합레이블'이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서 주목해 볼만한 것은 바로 '시 문화'를 들 수 있겠다. 소울컴퍼니 소속 뮤지션들 (특히 화나)은 바로 이 '시 문화'의 요소를 절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내레이션인 듯도 하고 독백 같기도 한 독특한 라임과 철학적 가사들을 선사하고 있으며, 'FANATIC'에서는 이 점을 가장 피부로 실감할 수 있을 듯 하다.




첫 번째 트랙 'FANATICIZE'에서는 마칭 락킹을 하는 듯한 화나의 랩핑을 만나볼 수 있다. 올드한 스크래치 사운드를 비롯해 빈티지한 소스들로 채워진 곡으로 앨범의 시작을 장식하고 있다. 두 번째 트랙인 'Rhymonic Storm'은 더욱 심플한 비트로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비트는 가능한 심플하게 라임과 랩핑은 창조적인 힙합 곡들을 선호하는데, 이런 면에서 Rhymonic Storm은 만족스러운 곡이다. 세 번째 트랙 '가면무도회'는 다른 곡들에 비해 좀 더 각운이 강조된 라임을 선보이고 있으며, 배경에 흐르는 사운드와의 조화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가면무도회'라는 제목답게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곡으로 곡을 듣고 있다보면 자연스레 머리 속으로 영상이 그려지기도 한다. 네 번째 트랙인 '화약고'는 랍티미스트(Loptimist)가 프로듀싱한 곡으로 황보령이 피처링 보컬로 참여하고 있다. 황보령의 건조한 보컬이 후반부를 책임지고 있는데, 약간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섯 번째 트랙인 'The Recipe of Lyrical Chemistry'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요리하는 과정에 빗대어 써내려가는 재미있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후반 부에는 역시 약간 올드한 소스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베이스의 심플한 기본 전개와 함께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섯 번째 트랙 'Brutal Treatment (Part.I)'에서는 키비(Kebee)와 콰이엇(The Quiett)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브라스 사운드가 소스로 사용된 메인 비트는 힙합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이라면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귀에 감기는 비트인데, 후반 부의 구성도 그렇고 굉장히 익숙한 사운드로 이뤄져 있으나 뻔하다기보다는 다시 한번 몸을 들썩이기에 충분한 곡이라 해야겠다(전체적으로 이번 화나의 앨범은 시종일관 몸을 들썩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괜찮은 앨범이다).




7번째 트랙 'Deadline'은 '도끼'가 프로듀스한 곡으로 무거운 느낌의 소스들과 랩핑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8번째 트랙 'Red Sun'의 사용된 소스는 흡사 bjork의 앨범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소스가 사용되었고, 9번째 트랙 '투명인간'은 '있다'가 피처링과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곡으로 전체적으로 안개에 휩싸인듯한 느낌 속에 마치 'mono'의 곡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곡이었다. 10번째 트랙 '누에고치'에서 화나의 랩핑은 마치 대사를 읊는 듯하다. 마치 극 중 화자가 되어 직접 얘기하고 있는 듯한 '리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곡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평범하지 않은 가사 내용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11번째 트랙 'Code Name : SOUL'은 개인적으로는 화나의 장점이 드러나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곡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마지막 트랙 '샘, 솟다'는 '역시, 콰이엇'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비트가 잘 담겨있는 곡이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으며 마지막 트랙으로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싶다.




이번 화나의 앨범 'FANATIC'은 전체적으로 더 콰이엇의 프로듀싱 능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동시에, 소울컴퍼니 앨범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창조적 사운드와 라임, 그리고 비트'를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수작으로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피처링만 해오던 '화나'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발매에 진정으로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06년, 언더 힙합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The Quiett의 두 번째 앨범
'Q Train'의 쇼케이스 현장에 다녀왔다. 콰이엇을 알게 된건 지난해 였지만 앨범을 속속들이 자세하게 들어본건 얼마되지 않았으며 소울 컴퍼니의 곡들도 알게 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비트 메이커로서 콰이엇의 능력, 잠재력과 소울 컴퍼니의 아우라는 얼마되지 않아 나를 쉽게 빠져들게 했다.

이번 콰이엇의 앨범은 인스 앨범이라 이번 앨범의 곡들은 들을 수 없었고 1집의 곡들과
(내가 1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인 '위대한 순간'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소울 컴퍼니 멤버들의
곡들로 쇼케이스는 채워졌다.

홍대 스팟에서 있었던 쇼케이스에는 입춘을 나몰라라하는 몹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료관객이 200명이 넘는(대략잡아 총 300명 가까이 되는...) 엄청난 마니아들이 지하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늦게 간 탓에 거의 맨 뒤에 자리하게 되어 공연자들에 얼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비트와 그루브는 공유할 수 있었다.

언더 힙합씬의 성숙한 공연문화에 사실 움찔 놀랐으며(진정 즐길줄아는 챔피언들이 많이 모인듯),
소울컴퍼니의 곡들도 모두 좋았다.

더 콰이엇의 음악을 듣기 위해 찾았던 쇼케이스였지만, 이는 물론이고 다른 소울 컴퍼니에게도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듯 하다.

물론 나에게 또 다시 자극을 주었던 밤이었기도 하고.


200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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