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게인 (The Swell Season, 2011)

원스의 그와 그녀, 그대로의 이야기



영화 '원스 (Once, 2007)'의 두 주인공 '그' 글랜 한사드와 '그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주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The Swell Season'을 보았다. 참고로 Swell Season은 이 두 사람이 함께 활동한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이기도 한데, 국내에서는 좀 더 영화 '원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어필하기 위해 '원스 어게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봉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후속편으로 알고 있기도;;;). 개인적으로 영화 '원스'로 인해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글렌 한사드가 프론트맨으로 있는 밴드 '더 플레임즈 (The Flames)'의 앨범들과 그녀와 함께한 The Swell Season의 앨범 그리고 이들의 내한공연에도 다녀왔으며, 이후 마르케타의 솔로 앨범 'Anar'에 이르기까지, 이 두 사람의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이 영화 'The Swell Season'은 음악적인 이야기보다는 바로 그와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영화 '원스' 역시 실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작품에 비하면 완전한 극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영화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원스'였다면, '스웰 시즌'은 현실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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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바로 거기서 부터 시작한다. 아일랜드에서 음악만 해오던 남자 글렌 한사드와 체코에서 역시 소박하게 음악만을 해오던 한 여자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되고 이 영화로 인해 전 세계인에게 주목 받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광의 수상자가 된 이후, 그들이 겪게 된 새로운 변화로 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이야기가 단순히 급작스러운 성공 후에 겪게 되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단정짓기엔, 이들에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글렌과 마르케타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고 이 성공이 둘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며, 연인에서 친구로 남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오히려 음악보다 남녀간의 이야기가 더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정도로 스타가 되었음에도 아직 '스타'라는 것과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답게, 극 중 예상치도 못하게 훌렁 옷을 벗어던지는 마르케타의 모습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듯한,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다큐는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라기 보단 만들어진 극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쨋든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들의 모습에 비춰봤을 때 카메라를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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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국 이 이야기는 둘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다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다시 둘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각자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이 말만 보면 마치 만나고 헤어지는 것만에 대한 영화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이 둘의 이야기는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 둘 사이에는 그것이 위로이던 분노이던 간에 음악이라는 공감대가 있고, 영화는 그와 그녀 그리고 이 둘을 둘러싼 음악에 대한 의미까지 조용히 담아낸다. 영화 '스웰 시즌'은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에 비해서도 굉장히 심심한 구성, 그러니까 별로 극적 요소를 담고 있지 않은데 아마도 이 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며, 보편성을 갖을 수도 있지만 그럴려고 일부러 노력하지는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음악적으로 계속 그들을 응원하고픈 나로서는, 좀 더 그들을 알게 된 것 같아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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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 마지막 스샷. 실제로 내한에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을 때의 시작도 저 레파토리였죠. 마이크를 빌리지 않고 기타도 앰프와 연결하지 않은 채, 글렌 한사드가 홀로 무대에 나와 'Say it to me now'를 열창하던... 그 때의 감동이 떠오르더군요 ㅠ


2. 스웰 시즌 내한공연 후기는 여기서 - http://www.realfolkblues.co.kr/844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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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 (Warrior, 2011)

오랜 문제 해결의 과정, 격투기는 거들 뿐



'인셉션'의 흥분이 아직 남아있을 때 들려온 톰 하디 주연의 '워리어'는 분명 기대작이었다. 톰 하디 라는 배우에게 이제 막 빠져들고 있을 때이기 때문이었고, 해외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을 찾으려고 했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국내에서는 무려 20분여가 잘려나간 버전이 상영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래도 볼까? 했었으나 결국 극장에서 볼 기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놓치고 이제서야 IPTV를 통해 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imdb에 나와있는 런닝타임은 140분이고, 올레TV에는 133분으로 나와 있는데 막상 보니 엔딩 크래딧이 시작부분에서 바로 잘려 있었다. 엔딩 크래딧의 길이를 감안하면 거의 비슷할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140분 버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쨋든 이런 작은 곡절 끝에 보게 된 '워리어'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강렬한 전율의 영화였다. 그리고 격투기 영화라기 보단 결국 가족에 대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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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 이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는 UFC와 같은 격투기를 중심으로, 그 선수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만 예상했었다. 아니면 미키 루크 주연의 '더 레슬러'와 같은 영화가 아닐까 했었다. 물론 '더 레슬러'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그것 보다는 사라져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헌사가 더 중심이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워리어'는 철저히 격투기를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그 안에 가족과 얽힌 문제에 대해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단 한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생 토미 (톰 하디)와 형 브렌든 콘론 (조엘 에거튼)은 형제이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잘못 탓에 큰 상처를 받고 서로 떨어져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데 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기인하였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은 물론, 두 형제 간에도 좁혀지기 어려운 깊은 상처가 생겼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 아물 것 같지 않은 깊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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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는 바로 이 문제 해결 과정의 주된 방법으로 '격투기'를 활용하고 있다. 즉, 인물들이 갈등을 겪고 대화를 하고 논쟁을 하는 드라마적 방법 대신에 두 남자가 각자의 이유 때문에 초대형 격투기 대회 '스파르타'에 뛰어든 것과 그 대회를 통해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격투기 영화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는 조금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격투기계의 초대형 이벤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 쉽게 결정되는 승부나 너무 빠르게 전개되는 탓에 스포츠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승부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또 여기에 있다. 말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거나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처를, 이 영화는 이 짧다면 짧은 격투기 대회의 과정을 통해 마법 같이 치유해 낸다. 보통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갖고 있는 영화에서, 더 나아가 '워리어'처럼 1:1로 결승전에서 겨루게 되는 스포츠 영화라면 더더욱 둘 중 누가 이기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 영화는 이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굉장한 전율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승부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 때문이 아니라, 상처 치유의 과정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에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그 전율에, 그 에너지에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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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 하디는 정말 몸을 제대로 만들었더군요. 그 어깨란 ㄷㄷㄷ

2. 격투기 관련 영화라 관련 인물들이 여럿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듯 하더군요. 제가 알아본 선수는 라샤드 에반스가 ESPN해설가로 잠깐 등장한 것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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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 Docu 강정 (2011)

미안해 강정 그리고 힘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이유 가운데는 단순히 영화적인 호기심과 재미에서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관심있는 사안에 대한 정보 혹은 의견으로서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평화의 섬 제주의 강정마을에 정부가 해군기지를 세우려고하는 문제에 대해, 8명의 감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즉흥연주(Jam)를 펼친 작품 'Jam Docu 강정'은,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이유와는 조금 다른 이유와 감정으로 보게 된 작품이었다. 사실 이 작품을 대하는 내 마음을 상당히 불편했다. 불편하다는 것이 작품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강정마을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 때문이었다. 보통 잘 알지 못하고 관심없던 문제를 영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는, 그 사안에 대해 오히려 더 적극적인 비판이나 강한 어조로 의견을 피력하는데에 문제가 없지만,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내 입장은 사실 조금 미약한, 아니 미안한 것이었다. 정치/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강정마을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마을을 어떻게 만들어버렸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그것에 그친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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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정마을이 처한 정의롭지 못한 처우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할 수 있는 일 혹은 한 일이라고는 그저 지난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가려다가 차마 그러지 못한 것과 SNS를 통해 관련 소식을 리트윗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휴가지 선택의 문제는 어찌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뻔히 강정마을이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더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할 망정 휴가를 '즐기러' 제주도로 가는 것은 차마 할 수 없어 제주도를 가지 않은 것이 내 미안함 표현의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안함은 이 작품을 보면서 더욱 깊어졌다. 수년을 거듭한 싸움에서 해군기지 설립이 결정된 이후 제주로 찾아온 활동가들과 외부인들에게 강정마을 사람이 던지는 한 마디, '그 때는 뭐하고 이제서야 왔느냐'는 한 마디는 뼈저리게 돌아왔다. 아예 몰랐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알고 있었던 자로서의 미안함은, 이렇게 말을 꺼내는 것 조차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고개를 들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아주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고작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보자는 취지였다. 더 많은 이들이 강정마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이 작품에 대한 글을 남기는 것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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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가 정말 강정에 필요한가 아닌가의 정치/사회적 맥락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 사안을 알게 된 외부인으로서 강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단순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이었다. 환경파괴와 개발의 논리는 항상 부딪히게 되는데 개발의 논리가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부분은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감수할 정도의 개발 논리가 수긍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구럼비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왜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이 문제인가?'라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는 것보다는, 그냥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보여준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이야 말로 다른 어떤 논리보다도 강한 설득력을 보여준다. 구럼비의 천연 해안에서 마을 사람들이 바위 위에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나, 강정마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강정마을에 대한 모습은,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에 대해 수많은 어려운 말보다 강한 인상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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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아름다운 강정마을에 군사적이고 전쟁과 관련된 해군기지를 굳이 세워야 하는 논리가 절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안을 두고 마을 사람들 간에 찬성과 반대로 편이 나뉘게되 결과적으로 더 큰 상처를 남긴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작품에도 담겨있지만 피를 나눈 형제 간에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이제는 서로 말조차 섞지 않는 관계가 되었거나, 정확히 마을이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서로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현실을 만든 것이야 말로 강정마을에 가장 큰 상처일 것이다. 누가, 왜 이런 상황을 조장했는지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과 관계를 통해 형성된 '마을'과 '사람들'의 가치를 단순한 논리로 대응하는 모습은, 강정마을의 가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개발 논리만 내세우는 것과 그대로 겹쳐진다. 이 상처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해군기지가 건설되든 그렇지 않든 이미 깊어진 강정마을 사람들 간의 상처는 과연 아무렇지 않게 치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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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정마을 문제의 핵심은 그 자체에도 있지만, 정부나 권력이 사안을 바라보는 수준과 시선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정마을의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것이 단순히 제주도의 어느 마을에만 국한 된 문제였다면 아마도 이렇게 영화화 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의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강정마을을 더, 더 응원할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어쩌면 나를 대신해 정의롭지 못한 일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 고작 응원이라면, 응원이라도 먼저 해야겠다.

평화가득 강정마을, 응원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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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영화



이 영화를 보기 전 나는 '2011년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올 한해 극장에서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 10작품을 선정하는 글을 완성했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쓴지 겨우 이틀 만에 다시 수정해야만 할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나는 왜 잘 알만한 사람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올해가 가기 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성급하게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의 글을 써버렸던 것일까. 지금와 생각하면 당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올해의 영화의 한 자리를 맡기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나를 울리고 떨리고 웃음짓고 들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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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奇跡)'이라는 원제 답게 영화는 기적에 대해 아주 직접적인 접근방식으로 풀어간다. 부모로 인해 가고시마와 하카다에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와 살고 있는 형 코이치와 동생 류노스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코이치는 가족이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가고시마의 화산이 폭발해 아무도 이곳에 살 수 없게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 새로 개통한 신칸센 열차 '사쿠라'가 교차하는 순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알게 되고 이 소원을 빌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친구들 소원의 이야기까지 영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동생이 류노스케와 그의 친구들 역시 형과의 만남을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역시 류노스케와 친구들의 소원도 이야기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영화의 초기 기획의도가 새로 개통한 신칸센의 홍보 영화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기적'을 통해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에 이은 자신의 세계관을 또 한 번 완벽하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전작들에 비해 희망적이며 더 따듯하고 더 풍성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여러가지 화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부모세대의 짐을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고 오히려 어른들의 상처마저 아이들이 감싸안는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를 느꼈고, 화산재가 날리는 마을과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모습을 연관지어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럴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기적'의 메시지는 깊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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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소원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그의 대표작 '원더풀 라이프'의 인터뷰 형식을 다시금 가져왔다. 각자 돌아가며 자신의 소원을 얘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기적이라고 할 만큼 사적인 바램들이지만, 우리가 흔히 '어린 시절'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한 추억이자 감성이 더도 덜도 아닌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시절 친한 친구들과 함께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멀리 여행을 다녀왔던 모험적인 기억이 있는데, 그 추억과 맞물려 그 때의 그 두근거림과 두려움 그리고 모험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된 '세계'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형제의 여정 가운데는 단순히 우연 만으로는 가장 할 수 없는 일들도 일어나는데, 보통 같았으면 너무 영화같아서 손발이 오그라들거나 너무 아이 같아서 유치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는 방식은 너무나 황홀했다. 아이에게 어른다운 성숙함을 무리하게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겪는 일과 고민들을 통해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 그리고 영화적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매일 돌아오는 집 앞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이미지, 두근거림을 안고 내려다본 지하철 역 아래의 풍경들,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코스모스들 그리고 열차와 열차가 교차되어 지나가던 그 아무렇지 않지만 기적과도 같았던 찰나의 순간까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쉽게 생각해보면 결국 기적이라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 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변에서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나는 코이치와 아이들이 '세계'를 깨닫기 전에 믿고 있던 신칸센 교차 순간 역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적'으로 느껴졌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장난스럽게도 국내 개봉 제목처럼 '진짜로 일어났을지도 모를' 기적에 대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기차길 건너편에 서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나, 영화의 마지막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기를 빌었던 아이의 걸음이 잠시 멈춘 뒤 다시 뛰어가는 장면 등을 통해서 말이다. 뭐랄까. 결국 삶 자체가 기적이라는 진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수하게 기적을 믿는 마음도 저버리고 싶지 않은 그의 넓은 마음이 느껴져 더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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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 먹었을 때는 더 다양한 주제들이 많았었다. 이렇게 저렇게 나름의 '썰'을 풀어가며 영화가 전해준 의미들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했었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가 담고 있는 감성이 전해준 인상이 깊었다. 극장을 나오며 느꼈던 그 행복감을 글로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에 비해 유머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절로 웃음짓게도 되지만, 역시나 그의 작품답게 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진짜 왜인지 모르게 펑펑 울것만 같은 (사실상 운거나 다름없는) 장면들이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이 극장 곳곳에서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화 내내 들려오던 쿠루리의 음악 역시 이 행복함과 울컥함에 한 몫을 했다. 내가 이 작품에서 느꼈던 울컥함은 말로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데, 슬퍼서라기 보다는 행복해겨워서 에 더 가까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포착해 낸 기적같은 순간과 그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또 다른 기적은, 그 기적 속을 살아왔고 경험했던 관객으로서는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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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만난 이 영화는 나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 영화를 만들 때는 몰랐겠지만 그의 영화는 내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되었다.


1. 인디음악을 하는 아빠(오다기리 죠)의 음악 CD를 형에게 건네며 '인디 음악이라는게 뭐야?'라고 묻는 류노스케에게 코이치는 이렇게 답해요. '더 열심히 해야하는 음악이야'

2. 극중 형제로 나온 코이치와 류노스케는 실제로도 친형제더군요. 전문배우가 아닌 이 형제가 만들어내는 장면들 하나하나가 기적같았어요. 코이치의 진지함과 누구나 행복하게 만드는 류노스케의 '밝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3. 쿠루리의 음악도 정말 좋았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계속 흥얼거렸고 지금도 계속 사운드트랙을 무한반복하는 중입니다 ㅠ (나는 왜 내한공연에 가지 못했나 ㅠㅠ)

4. 개인적으로는 일본여행 갔을 때 갔던 곳이 나와서 더 반가웠어요. 특히 영화 속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신칸센 '사쿠라'도 타봤기에 더 남달랐죠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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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그림자게임 (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2011)

클라이맥스에만 너무 집중된 영화



가이 리치가 연출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의 콤비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그림자 게임'을 보았다. 전편에서 가이 리치는 셜록 홈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영화화 함에 있어서 추리라는 부분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대신 블록버스터 영화에 걸맞게 액션 영화로 풀어냈으며 (액션을 추리하여 미리 슬로우 비디오를 통해 예습해보는 홈즈의 액션 시퀀스는 흥미로웠었다), 왓슨 (주드 로)과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얻는 소소한 재미까지 담아냈었다. 오락 영화의 측면에서 전편은 그리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다. 전편이 막 재미있지도 않고 극장을 나오며 특별히 남는 것은 없지만, 특별히 재미없지도 않은 정도의 영화였다면, 속편인 '그림자게임'은 뭔가 본격적인 것이 더 나왔어도 좋으련만 너무 마지막만을 위해 달려간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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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속편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소개에 대한 불필요를 더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홈즈와 왓슨에 대해 거추장스런 설명없이 진행한 것은 간결하고 좋았으나 그 다음 본격적인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특히 왓슨의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보자면, 왓슨은 도대체 이 결혼을 왜 한건가 싶을 정도인데, 그런면에서 반농담으로 난 이 영화가 홈즈와 왓슨의 퀴어 영화로까지 느껴졌다. 실제로 내가 느낀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우정이나 파트너쉽이라기 보다는 그 이상의 말못할 감정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는데, 특히 왓슨이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난 것을 받아들이는 홈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파트너 이상의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가이 리치가 3편을 만들게 되고 여기서 둘 사이의 관계를 커밍아웃한다면 그 때가서는 '그림자게임' 역시 재평가 해야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반농담 섞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반은 진담일 만큼 영화 속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아이린(레이첼 맥 아담스)을 그리워하는 진심이 왓슨을 향한 마음보다 훨씬 못하게 느껴질 정도로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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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의 '그림자게임'은 분명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후반부에 집중된 비중에 비해 그 외 모든 부분의 비중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셜록 홈즈'는 1편이 개봉되던 당시 '아이언 맨'으로 주가를 올리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특유의 진지함+장난끼 가 묻어난 이미지에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특유의 색채가 더해져 완성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시종일관 유머와 무겁지 않은 장난끼가 담겨 있는 것은 이 작품의 장점이자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개연성보다는 너무 농담 위주가 되다보니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 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할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무언가 속이 빈듯하고 갑작스러운 허전함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후반부에서 보여준 액션과 추리 시퀀스 자체는 오락영화로서 부족할 것 없는 수준이었지만, 이 클라이맥스에 오기까지 영화가 보여준 일들이 이것과는 한참 못미치는 것들이라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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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원작 팬들에게는 액션, 코믹 캐릭터가 되어버린 홈즈에게 느끼는 실망감이 있는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선택한 캐릭터가 나쁠 것은 없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캐릭터와 '홈즈'라는 본연의 구조 속에서 조금은 혼란을 겪고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1. 본래는 아예 홈즈와 왓슨의 퀴어영화적 관점에서 리뷰를 따로 쓰려고 했는데, 워낙에 최근 본 영화들이 갑자기 많아지다보니 시간이 ㅠ 어쨋든 전 홈즈에게서 분명히 느꼈어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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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2011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말은 다른 얘기로 하자면 올해 열심히 극장에서 챙겨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손꼽아 볼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 한 해를 쭉 돌아보며 봤던 영화 목록을 들춰보니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조금은 심심했던 (더불어 개인적으로 극장을 찾을 시간이 좀 더 부족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10작품을 꼽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간발의 차로 여기에 들지 못한 작품도 2~3 작품 정도가 있었다 (너무나 동경해마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의 '히어애프터', 올해 또 하나의 발견이었던 '혜화, 동', 마이크 리의 쓸쓸한 '세상의 모든 계절' 등이 바로 그 작품이다). 올 안해도 나를 울렸다가 웃겼다가 오감을 자극시켰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10작품을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꼽아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http://www.realfolkblues.co.kr/144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2.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http://www.realfolkblues.co.kr/1451


역시 올해의 한국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3.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http://www.realfolkblues.co.kr/1471



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올 한해 수 많은 작품에서 수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내가 꼽은 올해의 장면은 바로 저 장면.





4.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http://www.realfolkblues.co.kr/1505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5.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http://www.realfolkblues.co.kr/1518



보는 동안에도 실감나지 않았고 이후 블루레이로 다시 볼 때도 실감나지 않았고 지금도 실감나지 않는 해리와의 이별. 난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다른 시리즈에 비해 특별한 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해오며 같이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올해의 10작품 가운데 이 피날레를 꼽을 이유는 충분했다.





6.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http://www.realfolkblues.co.kr/1529



프리퀄이라는 유행의 한자락 인줄로만 알았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가장 모범 답안이었던 작품. 혹성탈출 시리즈 가운데 실망했었던 팀 버튼의 리메이크작까지 다시 보고 싶게끔 만든 놀라운 작품.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게도 이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저'라는 캐릭터는 올해의 캐릭터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할 듯. 이제 앤디 서키스가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을 날도 머지 않았다!





7.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http://www.realfolkblues.co.kr/1538



아...홍상수. 홍상수의 마법은 '북촌방향'에서도 계속 되었다. 남녀상열지사를 그리는 것을 넘어서서 시공간의 무한한 가능성마저 열어둔 작법에 혀를 내두를 정도. 올 한해 극장에서 느꼈던 가장 따듯했던 순간은, 성준(유준상)이 여주인을 쫓아 소설을 나와 골목을 걷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8.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경이로운 우주 속 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1560



테렌스 맬릭은 항상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다뤄왔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직설적이라고 할 만큼 그 탄생으로의 여행을 자처한 작품이었다. 인간의 역사를 비롯해 우주적 세계관과 그 안에 매우 사소한 인간의 감정적 부분들까지. 이 영화를 단순히 종교적인 영화라고 부르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9. 머니볼 (Moneyball, 2011)
야구에 빗대어 전하는 삶의 위로

http://www.realfolkblues.co.kr/1567



처음엔 '단장'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야구 영화라길래 기대를 했었는데, 아론 소킨이 참여한 이야기는 역시 야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야구를, 특히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흥미진진할 만한 내용들이 디테일하게 담긴 동시에, 극장을 나올 때면 Lenka의 'The Show'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인생의 위로를 받게 되는 참 '좋은' 영화였다.





10. 드라이브 (Drive, 2011)
이토록 황홀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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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는 올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였다. 누군가 '이제 라이언 중에 고슬링이 최고'라고 얘기할 만큼 그가 만든 캐릭터의 이미지는 강렬했으며, 다양한 감독들과 걸작들의 향수를 담고 있으면서도 조잡하거나 유치하기 보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이 영화의 이미지는, 뒷면에 선명한 스콜피오 자켓처럼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듯 하다.




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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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보기 전에 올해의 영화를 정리한 것은 분명한 실수였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기적같은 영화는 보는 내내 행복함과 말못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영화를 만난 것이야 말로 올해 크리스마스에 내게 일어난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짧게나마 2011년 극장에서 본 영화들을 정리해보았다. 내년에는 제목만으로도 영화팬을 다리 떨리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마지막 배트맨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리들리 스콧이 손수 만들고 계신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이후의 공허함을 채워줄 피터 잭슨의 '호빗'까지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 생각 만으로도 2012년은 충분히 기대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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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대전 (白蛇傳説 White Snake, 2011)

CG사용의 잘못된 예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스필버그 영화와 홍콩 영화로 보냈던 이로서, 그 기세가 많이 쇠약해지기는 했지만 드문 드문 소개되는 중화권 영화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는데, 오랜만에 시야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백사대전'이었다. 극장에서 개봉을 한 것 같기는 하나 사실상 매우 적은 상영관에서만 상영한 관계로 관람 기회를 놓쳤었는데, 이와는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빠르게 업데이트 된 IPTV를 통해 관람하게 되었다. '백사대전'의 라인업은 홍콩 영화의 팬으로서 기대할 수 밖에는 없는 괜찮은 조합이었다. '천녀유혼 (1987)'부터 시작해 '소오강호 (1990)'와 '동방불패 (1992)'에 이르기까지 홍콩 무협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던 정소동 감독이 연출을 맡고, 다시 돌아온 이연걸이 주연을 맡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 여기에 '쿵푸허슬'에서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여배우 황성의 까지. 기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CG. 과하다 못해 작품을 망쳐버린 C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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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대전'의 기본 골격은 정소동의 전작 '천녀유혼'과 거의 흡사하다. 요괴이지만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은 백소정(황성의)이 있고, 굉장히 성실하고 착한 인간인 남자 (임봉)가 있으며 요괴를 퇴치하는 법해 (이연걸)가 있다. 일단 CG의 문제를 들지 않더라도 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1차적인 문제다.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이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너무도 쉽게 결정하고 진행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행동들에 있어서도 관객들이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천녀유혼'에서 느꼈던 영채신과 섭소천의 절절함,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인간과 요괴 간의 관계에 대하 고민하는 연적하의 갈등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마치 이런 감성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절절함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를 보는 관객들은 '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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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정소동은 이 작품을 만들면서 아마도 CG의 적극적인 활용도를 통해 (영화의 제목도 나오기 전 첫 인트로에 완전히 CG로만 가득찬 액션 시퀀스를 넣은 것만 해도, 무언가 자신감마저 엿보이는 듯 했다) 현재 홍콩영화 CG수준을 보여주고 싶었거나, '천녀유혼'이 실현하지 못했던 영상들을 이제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이 의도는 완전한 오판이었다. CG의 수준이 부족한 줄거리를 보완하기는 커녕 오히려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을 정도로 '이상한' 수준이었다. 자신있게 내놓은 듯한 첫 번째 이연걸과 비비안 수의 대결 장면은 마치 휘날리는 눈발이 전혀 눈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두 배우가 그린 스크린 스튜디오 안에 있구나 라는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어색한 시퀀스였다. 이후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들에도 모두 화려한 CG가 포함되어 있는데, 너무 '나는 CG다'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배우들과 따로 노는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산으로 몰고 가는 결과를 만들었다 (왜 그랬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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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쉬운 작품을 볼 수록 최근 작품 가운데 '검우강호'가 단연 갑이었다는 생각을 재차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최근 중화권 영화들을 보다보면 무리하는 것 같다 싶을 정도로 CG에 비중을 높이고 여기에 집중하는 경향을 만나볼 수 있는데, '검우강호'에서 확인했듯이 관객들이 바라는 건 헐리웃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하고 높은 수준의 CG로 표현된 무협 영화가 아니라, 더욱 기본에 충실한 (여기에 더 바란다면 예전 작품에서 느꼈던 향수를 현대에 맞게 승화시키는 것)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의도한 바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은 몹시도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1. 비비안 수는 후반부에 또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심지어 나올 기회도 있었죠!) 그냥 첫 장면으로 그치더군요. 까메오로 스치기에는 이 캐릭터가 후반부에 할 수 있는 일이 좀 있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아쉽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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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2011)

여전한 톰 아저씨의 가능한 미션 



톰 크루즈가 이던 헌트로 활약한지가 1996년부터이니 벌서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톰 크루즈라는 스타를 통해서 헐리웃의 대표 시리즈로 거듭나게 되었으며, 각 작품마다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톰 크루즈(이던 헌트)를 중심으로 매번 불가능하지만 결국 가능할 미션들을 소화해 왔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아이언 자이언트'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을 연출했던 브래드 버드가 감독을 맡아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과연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서는 충분한 매력과 감동을 선사했던 그가, 헐리웃의 최고 액션 시리즈 작품을 맡아 어떤 결과물을 탄생시킬 지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MI4'는 톰 크루즈가 왜 톰 아저씨인 동시에 헐리웃 최고의 액션 배우이자 진정한 스타인지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픽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브래드 버드의 작법이 은근히 담겨있어 더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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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주목할 부분은 다시 '팀'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물론 바로 전작인 3편에서도 이러한 모양새를 보이긴 했었지만, 이번 작품의 팀웍은 좀 더 1편의 그것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되면서 좀 더 첩보물의 재미(작전의 재미)가 배가 되는 동시에, 이야기의 풍성함마저 얻게 되었다. 이제는 노련하다 못해 레전드 급 요원인 이던 헌트의 완벽한 작전 수행을 보는 동시에 이제 막 현장 요원 자격증을 얻게 된 요원과 아직은 깨끗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개인적 사연을 갖고 합류하게 된 요원들과의 앙상블은 각각 다른 재미를 주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팀으로 귀환한 것에 더해 여기서만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유머들이 적절하게 배치된 것도 좋았다. 사이먼 페그가 연기한 '벤지' 역할은 딱 알맞은 정도의 비중이라 과한 감이 없었고, 폴라 패튼과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캐릭터들의 비중도 '팀'으로서 적절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이던 헌트와 카터 요원(폴라 패튼)과의 로맨스가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 로맨스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스토리 구조였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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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톰 아저씨 어떻게 ㅠ 난 못 봐 ㅠㅠ)


'미션 임파서블'을 보러 온 관객들이 기대하는 가장 큰 요소라면 역시 불가능할 것만 같은 미션에 도전하는 전문 요원들의 액션과 서스펜스에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고스트 프로토콜'은 아이맥스 포맷을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고층 빌딩 위에서 펼치는 묘기에 가까운 액션들을 비롯해, 로케이션이 변경될 때마다 장대하게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워킹은 아이맥스 화면에서 더욱 빛이 났다. 즉, 아이맥스라는 포맷의 장점을 작품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을 보기 전 기사 등을 통해 접해들을 수 있었던 '톰아저씨의 기행'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 했다. 극장에서 느낀 바로는, 분명 아찔한 고공 액션을 펼칠 때 '우와~'하는 수준과는 다른 '어떻게......'하며 가슴 졸이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관객들은 이던 헌트를 보는 동시에 톰 크루즈를 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영화적으로 단점이 되기 보단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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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극장 밖의 날씨가 몹시 추웠던 탓에 극장 안 온도가 오히려 더 따듯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며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액션 시퀀스였다. 사실 전작들에 비하면 '고스트 프로토콜'의 미션들은 그 난이도와는 별개로 영화 속에서 미션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상당히 쿨해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즉, 하나의 미션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을 해가며 단계단계를 클리어해 가는 방식이 아니라, 단계를 최소화하고 미션 단위로 비교적 빨리 치고 빠지는 방식),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캐쥬얼하게 각 시퀀스들을 즐기고 다음을 맞이하고 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인데, 바로 시리즈의 유명한 테마 음악과 함께 봇물처럼 진행되는 주인공의 뒤집기 혹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미션이 가능으로 바뀌는 바로 그 순간의 희열을 느끼기에, 영화는 이러한 틈을 주지 않고 있어 아쉬웠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전작들의 경우 테마 음악이 본편 중에 등장하는 순간의 장면들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바로 그러한 지점이 인상적이지는 못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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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래드 버드가 연출을 맡았다고 했을 때는 기대보다는 우려되는 점들이 더 많았었다. 과연 그에게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옷이 잘 어울릴지 혹은 그가 멋스럽게 코디를 해낼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리즈 본연의 액션과 서스펜스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1편의 장점을 계승하는!),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도 그 연출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여기에 브래드 버드의 픽사 식의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브랜트' 캐릭터의 스토리, 그리고 무척이나 픽사스러웠던 엔딩까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이러한 엔딩을 만나자니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감정적인 것에 특히 약한 나로서는 이러한 픽사식의 엔딩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시리즈를 이어오며 성숙해진 이던 헌트에게도 제법 잘 어울리는 엔딩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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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폴라 패튼은 그녀의 전작들을 못 봐서인지 잘 몰랐었는데 무려 75년 생이시더군요!! 전 이런 시리즈에 흔히 등장하는 어린 나이의 모델 뺨치는 신인이 아닌가 했었거든요.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누님 ㅠ 저 같아도 누님처럼 창밖으로 차버렸을 거에요 ㅋ


2. 마이클 지아치노의 음악도 인상적이었어요. 픽사의 느낌과 JJ의 느낌을 모두 갖고 있는 그의 음악이 이 작품에서도 골고루 영향을 주고 있더군요.


3. 과연 톰 아저씨는 언제까지 이던 헌트로 활약할 수 있을까요! 오래오래 그래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니면 제임스 본드처럼 제 2, 제 3의 이던 헌트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지금같아서는 절대 톰 크루즈 없는 미션 임파서블을 상상할 수 없지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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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고양이처럼 (The Future. 2011)

미란다 줄라이의 사실적 미래



미란다 줄라이가 돌아왔다. 2005년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위 노'을 통해 강한 인상을 주었던 감독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녀가 2011년 신작 '미래는 고양이처럼 (The Future)'로 돌아왔다. 미란다 줄라이라는 브랜드가 국내에서는 그리 대중적이지 못한 탓에 씨네큐브 영화제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에 뒤도 돌아볼 것 없이 예매해, 일찌감치 (혹은 사실상 마지막일지도 모를) 극장에서 만나보게 되었다. 'The Future'로 돌아온 미란다 줄라이는 여전히 이상했고, 또한 여전히 그 겉으로 보여지는 이상함과 낯선 가운데 공감대가 느껴지는 진심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도 여전히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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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오래된 커플인 제이슨과 소피는 입양을 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할 운명에 놓인 병든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바로 집으로 데려갈 수 없고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꾹꾹이'와 함께 하는 날을 기다리는 한 달의 시간을 다르게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다니던 직장들도 관두고 인터넷마저 끊고는 새로운 생활을 시도한다.


바로 이 한 달 동안 제이슨과 소피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 일들이 바로 앞서 이야기한 이상함을 대변할 수 있겠다. 사실 일반적인 내러티브로 따지자면 이 둘이 겪는 일들은 굉장히 이상한 일일 수도 있는데, 미란다 줄라이의 세계라는 것을 가정한 탓인지 영화 속 제이슨과 소피가 겪는 이상한 일들에 크게 흔들릴 것 까지는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이상한 일'로 통칭하고 있는 일들이, 다른 영화들처럼 본의아니게 닥친 일들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자의적 일들이라는데에 차이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영화의 포인트는 이런 이상한 일들을 겪으며 이들이 어떻게 변해가는 가에 대한 것 보다는, 왜 제이슨과 소피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 가를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그들이 꿈꾸던, 꿈꾸었던 미래(The Future)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끔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이상한 것들 가운데서도 전해졌던 미란다 줄라이의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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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미란다 줄라이는 감독으로서도 좋지만 비디오 아티스트와 작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때 좀 더 장점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 작품에서 역시 그녀만의 상상력과 감성을 덜어내지 않고 담아낸 후반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미래'라는 영화의 제목 답게 시간과 공간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다루는 장면에 있어서는, 이 영화가 단순한 소품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의 채팅 장면처럼 이후에도 그녀를 떠올릴 때 연상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무언가 전하려는 메시지나 감성 없이 단순히 이질감이 느껴지고 특이하다 라는 것만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그 곳에 머물렀겠지만, 미란다 줄라이의 '미래'에는 그 이상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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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란다 줄라이는 참 파마머리를 좋아하는 듯 싶어요. 전작에서도 그랬었고 유독 주요 인물들이 동그랗게 머리를 말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죠.


2. 영화 속 꾹꾹이의 대사는 역시나 그녀가 맡았더군요. 이런 녹음을 하면서 혼자 얼마나 재미있어 했을까요? ㅎ


3. 계속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영화처럼 글을 썼지만, 사실 굉장히 현실적이라 쓸쓸하기까지한 작품이었어요. 특히나 연인 사이를 묘사하는 것에 있어서는 말이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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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The Adventures of 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

인디아나 존스식 스필버그 어드벤처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피터 잭슨이 제작을 맡은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었던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을 보았다. '틴틴'의 원작 만화는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다행히(?)도 원작을 읽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영화 관람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어드벤처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어드벤처 영화 혹은 작품이 가져야할 거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고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 때문인데, 원작을 읽지 않은 나로서 '어드벤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다름 아닌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보게 된 '틴틴'은 분명히 '인디아나 존스'가 아주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별로였다는게 아니라 그래서 더 좋았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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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인디아나 존스'와 비교하게 되 원작 팬들에게는 미안한 감이 있지만, 원작이 아닌 스필버그의 영화를 먼저 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디아나 존스'였다. 그냥 모험을 강조하고 유사한 내러티브가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디테일한 설정과 캐릭터 그리고 배경에 이르기까지 스필버그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예 스필버그가 직접 연출을 맡았으니 이건 뭐 말 다했다. 즉, 스티븐 스필버그는 원작이 들려주려는 모험적 정서를 자신이 이전에 펼쳤던 인디아나 존스식으로 풀어내는데에 부담을 느끼는 것 대신, 오히려 더 인디아나 존스스럽게, 원작이 담고 있는 정서와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이 놀랍도록 맞아 떨어진다는 걸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을 접하지 않은 스필버그의 팬들이 본다면 '틴틴'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스필버그 영화인 동시에, 원작 팬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틴틴' 본연의 색채는 그대로인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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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는 본래 이 작품을 실사화 하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결국 영화화는 피터잭슨과 웨타 디지털 그리고 앤디 서키스가 함께한 '이모션 3D' 작품으로 탄생했다. 단순한 동작 만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표정 연기나 감정까지 최대한 애니메이션화하는 '이모션 캡쳐' 기술을 통해 탄생한 '틴틴'의 영상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점에 놓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실사 같아 느껴지는 위화감 보다는 넓은 의미의 애니메이션으로서 느껴지는 흥미로움이 더욱 컸다. 애니메이션으로서 느껴지는 장점과 매력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본래 스필버그가 기획했던 것처럼 실사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더더욱 '인디아나 존스'가 연상되지 않았을까도 싶지만, 따지고 보자면 이모션 3D로 탄생한 '틴틴'을 떠올려 봤을 때 실사 영화로 만들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즉,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틴틴'은 만화적인 상상력이 최대한 동원되었다기 보다는 실사 영화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의 장면이나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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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틴틴'은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식 어드벤처 영화의 열혈 팬으로서 역시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새로움 보다는 종합선물세트식을 선택했지만 나쁘지 않았고, 여전히 하나의 추격이나 탈출 시퀀스가 끝날 때에는 '휴~'하며 한숨을 돌리기에 충분했으며, 틴틴이 단서들을 조합하여 퍼즐의 조각을 맞춰갈 때엔 '어쩜 저럴 수 있지!'라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호오~'하며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라 이 부분에서도 리듬과 속도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은 이 시리즈를 3부작으로 기획하고 있다는데, 두 번째 작품은 피터 잭슨이 연출할 예정이라니 스필버그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줄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1. 음악까지 존 윌리엄스가 맡고 있다보니 더 인디아나 존스 같았어요. 특히 모로코에 도착했을 때 흐르던 아랍풍의 스코어는 완전히 '레이더스' 더군요. 눈감고 들었다면 착각했을지도 ㅎ


2. 예전 '인디아나 존스'를 처음 본 유럽사람들이 모두 다 '땡땡'을 떠올렸다는 말은 100% 수긍되더군요.


3. 3D로 보았는데 효과가 과하지 않고 편안한 수준의 관람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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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관련한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직접 배우들을 만나거나 하는 기회를 종종 얻게 되는데요, 영화 제작발표회의 경우 대부분 평일 근무시간에 진행되다보니 직장인인 저로서는 참석하기가 쉽지 않아 자주는 참석 못하곤 했었죠. 하지만 더 큰 이유라면 피 같은 반차나 연차를 내고 갈 만큼 좋아하는 강도가 강한 경우가 많지 않아서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저의 반차를 사용하게 한 일이 바로 이번 주 화요일에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이민정 님이 나오는 새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제작 발표회에 초대된 것이죠! 사실 최근 회사일이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터라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과감하게 반차를 낼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이민정이라는 배우의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봐도 이 짧은 1시간 여의 '알현'을 통해 제가 얻은 것은, 반차로 잃어버린 그 무엇보다 강력한, 그리고 그 잃은 것을 모두 그 이상으로 복귀시킬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기에, 아쉬움이나 후회 따위는 없는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블로거로서 초대되었는데 1층에는 주로 기자분들이 자리잡고 저는 2층에 자리를 잡았어요. 나중에 1층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그냥 2층에서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1층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래된 카메라로 2층에서 이 정도로 사진을 남긴 것에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ㅋ





제작발표회의 사회는 컬투 두 분이 보셨는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분이 컬투 쇼의 작가 분이시더군요. 그리고 영화에도 컬투 두 분이 출연도 하신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민정님과 배우분들 등장. 자, 이때부터 제 셔터는 정신줄을 놓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정진씨와 이광수씨도 제작발표회에 함께 했는데, 저에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감정은 없어요 ㅋ








2층에서 찍은 사진이라 눈을 맞출 수 있는 정면 사진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직접 두 눈으로 이민정 님을 볼 수 있었다는데에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ㅋ 최근 일이다 사무실 이사다 해서 너무 피곤했었는데, 이 한 시간으로 안구가 말끔히 정화되었습니다. 이 후부터는 말이 필요없으니 사진으로 쭉 감상하시죠. 사진은 현장의 자체 발광을 약 15% 정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이 허접한 카메라에도 짧은 시간에 아주 다양한 표정을 선사하신 이민정느님!!!














제작발표회의 마무리에는 간단한 포토 타임이 있었습니다. 좌측, 정면, 우측. 2층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ㅋ













나름 글을 주저리주저리 많이 쓰는 편인데, 이 포스팅 처럼 글이 없는 경우는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즉, 말이 필요없다는 얘기!!!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무협 (武俠 Swordsmen, 2011)

두 가지 토끼를 잡으려 든 진가신의 모험



'첨밀밀'과 '명장'을 연출했던 진가신 감독이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와 함께 만든 영화 '무협'은, 일단 제목 자체가 무협이었기 때문에 주로 드라마타이즈에서 장점을 보여주었던 진가신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지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명장'은 괜찮은 작품이었고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리메이크 작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무협'이라는 본격적인 제목 탓에 '과연~' 이라는 궁금증을 더욱 갖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라는 배우들의 면면도 한층 기대를 돋구게 했으며, 무엇보다 왕년에 쇼브라더스 영화를 이끌었던 왕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예전 쇼브라더스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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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가신 감독은 정통 무협 영화를 그리는 대신에 일명 'CSI'식 과학수사가 곁들인 수사/추리물을 접목하였다. 이는 노골적인 인트로 영상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 초중반까지는 극중 형사로 나오는 금성무의 주도하에 이런 과학수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이 수사가 중심이 된 홍콩 영화로는 유덕화가 출연했었던 '적인걸 : 측전무후의 비밀, 2010'을 들 수 있을 텐데, '무협'의 수사과정은 좀 더 CSI스러운 과학수사 측면에 이 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초중반까지 영화는 이런 흐름을 유지하다가 포커스가 좀 더 견자단이 연기한 '진시'로 옮겨가면서 정통적인 무협물에 가까워진다. 정통적인 무협물이라는 얘기를 반대로 하자면, 매우 익숙한 패턴으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런 흐름에 있어서 초반 부의 과학수사 장르가 신선한 장점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큰 매력보다는 흐름에 집중할 수 없는 곁가지가 될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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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영화도 이 자체를 크게 중요한 반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하다), 영화 제목이 '무협'이고 견자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맡은 역할이 정말로 아무런 힘도 무공도 없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진시'가 실제 고수인가 아닌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는데, 반대로 고수가 아닌 평범한 '진시'의 삶을 묘사하는 데에도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으며, 나중에 커밍아웃 하는 장면에서도 카타르시스보다는 밋밋함이 느껴졌다. 차라리 좀 더 '진시'의 입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갈등과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숨기지 않고) 좀 더 풍부한 텍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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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협'에는 전설의 스타 '왕우'가 출연하고 있는데, 일단 왕우와 견자단의 결투 시퀀스라니 이것만으로도 무협 팬들에게는 기대하기 충분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사실 이것도 왕우가 주연한 쇼브라더스 영화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그 장면과 설정이 있어서 좀 더 이 영화가 왕우 팬들에게는 인상적인 영화가 될 듯 하다.



1. 아래 스틸컷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확실히 예전의 그 눈매와 얼굴이 남아있더군요. 전설의 스타로서 앞으로도 계속 작품들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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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와는 별개로 '류씨'들이 사는 이 마을의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특히 마을 사람들이 주로 노래로 감정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풍습(방법?)은 영화의 색다른 리듬을 주더군요.

3. 탕웨이는 아름다운데 생각보다는 비중이 많지 않더군요.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좀 한정된 캐릭터였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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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0

보이지 않던 반대편의 50%에 대해



조셉 고든 레빗 주연의 '50/50'를 보았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는 정말 그 뿐이었다. 이 영화가 암으로 인해 생존확률 50%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도,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이자 세스 로건의 실제 친구이기도 한 윌 라이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였으니. 죽음을 앞두거나 직면한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공통점을 갖는다. 어느 덧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에 일탈이나 커다란 혼란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 혹은 너무나도 차분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결국 약한 속으로는 공포와 슬픔을 겪는 이야기일텐데, 이 영화 '50/50'는 굳이 비교하자면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에 코미디적 요소까지 더하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대부분 '코미디'로 분류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개인사가 얽혀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이유인지 그다지 코미디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죽음을 직면한 친구 곁에 코믹한 친구가 있을 뿐, 영화의 근본과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50/50'은 죽음을 직면한 한 남자(반대로 얘기하자면 삶을 직면하게 된 한 남자)와 그의 가족, 친구들이 이를 함께 겪어가는 내용을 비교적 무겁지 않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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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애덤 (조셉 고든 레빗)이 암 선고를 받은 뒤 겪게 되는 과정들은 앞서 말했듯 결코 특별하지 않다. 처음에는 내가 그럴리 없다고 인정하지 못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나서는 자신은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하지만, 어느덧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있는 (불안해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도 아무렇지 않다고 믿고 싶었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아무렇지 않으려고 했던 자신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순간도 역시 등장한다. 이렇듯 별로 새로울 것은 없는 전형적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다가오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50/50'에서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애덤에게는 이러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오만가지 복잡한 심리상태와 자주 표현되거나 혹은 숨기고 싶어하는 감정들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러한 진정성있는 심리 상태가 느껴졌다. 전형적이되 애덤의 이야기가 '뭐, 영화니까'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실화라는 것과는 무관하게) JGL의 눈빛과 표정 하나 하나는 그럴 수 있다는, 더 나아가 '그래, 맞아'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이로 인해 '50/50'은 설사 전형적인 틀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 영화라 하더라도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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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시선은 바로 애덤 주변 인물들의 묘사다. 연인, 친구, 가족, 상담사 등 애덤이 암에 걸리기 전 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과 이후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와 변화에 대해 영화는 사실적이면서도 진정성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일단 친구인 카일(세스 로건)에 있어서는 세스 로건 스스로가 실제 그 인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둔 채 묘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친구인 카일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덤의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 적극적이기 보다는 소극적으로 묘사한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즉, 애덤의 불안함 만큼이나 걱정과 슬픔을 겪는 주변인들의 비중을 대등할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 내면의 이야기를 매우 미미하게 가져갔음에도 이 영화가 죽음을 직면하게 된 애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애덤과 그 주변이 함께 겪는 이야기로 만들어 낸 것이야 말로 '50/50'의 가장 큰 매력이자 영민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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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50/50'은 죽음을 맞닥들이게 된 주인공 애덤의 심리를 진정성있게 묘사하는 동시에(50), 애덤의 친구와 가족들의 걱정하는 마음을 역시 진정성있고 의연하게 그리고 있는(50) 작품이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50%의 희망과 이로 인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관계 속 반대편의 50%를 볼 수 있게 해준, 새롭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1. 브라이드 달라스 하워드는 이 영화에서 마치 썸머 처럼 나오더군요. 아, 썸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렇게 조셉 고든 레빗이 멀쩡하게 나오는 영화에서 썸머가 곁에 없으니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더군요 ㅎ


2. 삽입된 곡들의 센스가 다 좋았어요.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는 이 영화에서도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3. 안나 캔드릭은 전작 '인 디 에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초년생 이미지가 굳어지는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ㅎ


4. 아주 소소한 얘기로, 극중 애덤에게 전화가 걸려오는데 아이폰 기본 벨소리의 익숙한 멜로디 하나 때문에 급 공감대가 형성되더군요 ㅋㅋ JGL과 나도 같은 시대를 살고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정도였어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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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Drive, 2011)

이토록 황홀한 아름다움



매년 백 편이 넘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되면 그 가운데에는, 하마터면 놓칠 뻔 했으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는 감격을누리고 있구나 라고 실시간으로 체감하게 되는 작품이 한 두 작품 나오기 마련인데, 올 해는 아마도 이 영화 '드라이브 (Drive, 2011)'가 아닐까 싶다. 처음 11월에 봐야 할 영화 목록에 '드라이브'는 없었다. 그저 캐리 멀리건이 나오는 영화라 한 번 보고 싶기는 했지만, 더 보고 싶은 다른 작품들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만 같아 결국 다음으로 미루는 것으로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적은 상영관을 통해 (왜 항상 좋은 영화의 상영관 수는 이리도 적은 것일까!) 이미 본 이들의 반응을 보니 '엇, 이거 그냥 지나쳤다간 나중에 큰 후회를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안봤으면 큰 후회 정도가 아니라 계속 재개봉이라도 혹시 안하나 하는 마음으로 영화제 상영작 리스트를 체크하고 다니는 날들이 계속될 뻔 했을 정도였다. 쟁쟁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올해,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영화의 손꼽는 후보작이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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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들이라면 아마 '드라이브'에서 여러 영화의 감각과 향이 느껴질 것이다. 어두운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조용히 (정말 조용히) 달리는 자동차와 한 남자. 그리고 핑크색 컬러로 뿌려지는 오프닝 크래딧과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감각의 배경음악까지. 니콜라스 빈딩 레픈의 '드라이브'는 이미 오프닝만으로 관객을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마치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를 연상시키는 오프닝의 감각과 구성은 영화를 내내 감싸고 있는데, 이것 만으로도 '드라이브'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주인공의 모습이나 포스는 '첩혈쌍웅'으로 대표되는 당시 홍콩 느와르 영화 속 주윤발의 그것을 정확히 떠올리게 했다. 입에 문 이쑤시게가 오히려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져 없었어도 충분한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라이브'의 라이언 고슬링은 주윤발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당시 홍콩 영화를 즐겨봤던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당시 영화 속 주윤발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적 무언가가 충만한 이미지였다. 물론 라이언 고슬링이 이 한 편 만으로 시대를 관통했던 주윤발의 아우라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당시 홍콩 느와르 속 주윤발이라는 캐릭터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경과 시대에 다시금 불러와 소화해 냈다는 점만은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하다. 말 한 마디 보다는 표정과 몸짓, 그리고 미세한 동선의 차이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라이언 고스링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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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러티브 측면에서 보자면 '드라이브'는 상당히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편이다. 극중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이 가까워지는 속도에 있어서도 영화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쿨하게 넘기고, 이름도 없이 그저 '운전사'로만 불리는 라이언 고슬링의 과거에 대해서도 영화는 거의 정보를 주지 않고 그저 분위기로만 슬쩍 풍길 뿐이다. 그리고 이 드라이버가 처하게 되는 상황의 큰 그림에 있어서도 영화는 별다른 정보를 주지 않는다. 마치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처럼.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영화는 뚝뚝 끊겨서 불편하고 주인공들에게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빠져들지 못하고, 결국 결론에 가서도 무슨 영화를 본 건가 싶어야 맞을 텐데, '드라이브'에게는 이런 점이 발견되기는 커녕 오히려 매우 깊은 만족감을 전해 준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마치 주윤발이 주연을 맡은 '블레이드 러너'를 베이스로 하여,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 도시의 밤을 그리는 데에서는 마이클 만을, 그리고 폭력을 묘사하는데에 있어서는 크로넨버그마저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터미네이터'의 느낌마저 풍길 정돈데 (이 영화는 묘하게도 몹시 SF영화스럽다), 이런 점들 역시 말로만 전해 들으면 장점들을 다 가져다 놓기는 했으나 조합 측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번잡스러워 실패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지만, 이 영화는 놀랍게도 거장들의 인장 과도 같은 장점들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다 흡수해 소화까지 시켜버린 경우라고 하겠다. 즉, 이건 이 작품을 연상시키고, 이건 이 감독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럼에도 '드라이브' 자체는 독립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얘기다. 아... 이 얼마나 황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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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를 본 소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황홀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최근 본 영화 가운데 테랜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의 '황홀경'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의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드라이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싶다. '트리 오브 라이프'의 경우 담고 있는 주제와 포괄하는 범위 자체가 근본적 아름다움과 우주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황홀경'을 담아내기에 비교적 용이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 반 면, '드라이브'는 매우 상업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범죄, 액션, 로맨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와 동등한 영화적 아름다움을 담아냈다는 점이 이 영화가 칸에게도 선택 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이 작품으로 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올해 칸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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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는 첫 인트로 부터 액션과 스릴러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풍기고 있는 그 아름다움에 손에 땀을 쥐었던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머니볼'의 대사 마냥 '이래서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라고 되내일 수 밖에는 없는 '황홀한' 작품이었다. 강력한 올해의 영화 추천작!



1. '황홀하다'라는 표현을 이렇게 많이 쓴 리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어요, 황홀하니까!

2.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입할 예정입니다. 아마존으로 가야할듯.

3. 라이언 고슬링이 입고나온 그 스콜피온 점퍼! 저 점퍼 입는 다고 영화 속 고슬링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소장하고 싶은 아이템이네요 ㅎ

4. 극장에서 벌써 대부분 내린 것 같은데, 꼭 상영관을 찾아서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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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춤 (Dancing Cat, 2011)

비로소 바라보게 된 고양이의 삶



개봉 전 부터 애묘인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을 드디어 보았다. 참고로 나는 현재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그저 몇 년 전에 키웠던 우리 고양이 '일루'의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정도지만, 그 이후로도 여러 관심사의 첫 번째 손가락으로 자주 '고양이'를 꼽게 되어버린 또 한 명의 고양이 가족이랄까. 그러다보니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도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와 '명랑하라 고양이' 두 권 모두 이미 인상 깊게 읽었던 것은 물론인데, 이와 관련하여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인디스토리 영화라는 점도 한 몫을!). 그렇게 보게 된 '고양이 춤'은 제목 그대로 밝고 행복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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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의 느낌은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미 원작인 책을 모두 읽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책의 내용과 동일한 내용 그리고 영상(사진)으로 구성된 작품에 조금은 중복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더 나아가 그 동안 길고양이나 반려동물 혹은 유기동물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다큐나 영화에 빗대어 보았을 때, 죽음, 사고, 고발 등의 자극적이고 영화적인 요소가 부족해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느꼈던 생각은 '그래 좋긴 한데 난 이미 책을 읽었던 터라 크게 새롭지는 않구나' 라는 정도였는데, 리뷰를 쓰려고 생각을 조금 정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길고양이 이야기를 이렇게 가슴 졸이며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고양이'라는 말 대신 거의 대부분이 '도둑 고양이'라는 말로 고양이들을 부르곤 했었다. 하지만 요새는 정말 부정적인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길고양이'라는 말로 거리의 고양이들을 부르기 시작했고, '도둑 고양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듯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기만 하는 것으로 인식을 주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인간들에 의해서 오히려 많은 불편을 겪고 버림 받는 등의 사연들과 함께, 인간이 더욱 보듬어야할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도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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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영화 속 내용만 봐도 아직도 이 도시와 인간들이 사는 세상 속 고양이의 삶은, 내리는 비조차 쉽게 피할 곳 없고, 어린 새끼들을 마음껏 키우기도 매우 열악한 곳 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 춤'이 담고 있는 분위기는 이런 과정 속에서도 작은 희망과 행복을 엿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달리 얘기하자면 자의든 타의든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길고양이의 삶을 이렇듯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조금이나마 얻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거나 누군가에게는 혐오의 대상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그냥 멀찍이서 묘생을 그저 바라만 볼 수 있는 성숙함을 배우게 되었달까? 이런 일종의 여유로운 시선을 갖게 되고나서야 비로소 묘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시선을 이 작품 '고양이 춤'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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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가 사는 홍대근처 집 앞에도 정말 길고양이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저도 가끔 타이밍이 맡으면 소세지 같은 거 사다가 주고 멀찍이서 잘 먹나 보기도 하고, 아니면 부담될 까봐 그냥 안녕 하고 돌아오기도 하죠. 제가 길고양이를 만나는 방식은 이래요. 고양이들한테 스트레스나 부담주지 않고 그냥 멀리서 바라봐 주는거죠.


2. 1시간 넘게 고양이 얘기를 보다보니 역시나 예전 키웠던 우리 '일루'가 보고 싶어지더군요. 정말 저랑 우여곡절이 많았던 녀석이었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입양을 보냈으나 그 분과 연락이 되지 않아 지금은 소식조차 들을 수 없는 ㅠ 일루야~ ㅠㅠ



보고 싶구나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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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Moneyball, 2011)

야구에 빗대어 전하는 삶의 위로



'카포티'를 연출했던 베넷 밀러가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머니볼'은 실제 MLB팀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단장을 1998년부터 지금까지 맡고 있는 빌리 빈의 실화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스포츠 영화가 주로 선수나 감독의 입장에서 바라봤던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구단을 실제로 이끌어 가는 단장(GM)의 입장에서 전개된다는 점이 다른 스포츠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수가 아닌 단장의 입장에선 이야기 전개로 인해 그 어떤 영화보다 특별한 스포츠 영화가 되었지만, 동시에 스포츠 영화 이상의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베넷 밀러의 '머니볼'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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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의 배경이 된 2001~2년 당시 메이저리그를 한창 열심히 보던 이들이라면, 영화 속 등장하는 MLB의 트레이드 관련 뉴스들이나 선수들의 이름들, 그리고 기록적인 연승을 이어가던 애슬래틱스의 활약상 등이 기억에 생생할 것이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제이슨 지암비, 이슬링하우젠, 조니 데이먼 등은 물론, 이후 재정비 된 애슬래틱스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데이비드 저스티스와 팀 허드슨 등까지... MLB팬들이라면 작은 기록지, 전력분석 영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실제 선수들과 경기 장면에 반가움을 느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을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이 당시 MLB에 관심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빌리 빈이 뽑은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되는지, 애슬래틱스가 연승 기록을 새로 쓰게 될지 말지 등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극적인 요소로는 받아들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머니볼'이 인상적인 이유 역시 바로 이 부분이다. 당시 MLB를 빠삭하게 다 알고 있는 이들이 보아도 빌리 빈과 애슬래틱스의 이야기는 충분히 짜임새 있고 흥미로우며 심지어 긴장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런 부분은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와 비슷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 역시 아론 소킨이 각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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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하였거나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 가운데 명작들을 살펴보자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경우 실화를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함은 물론 이미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 역시 지루하지 않은 흥미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고, 스포츠 영화의 경우 경기의 룰이나 관련 지식이 없는 경우에도 즐길 수 있고 깊이가 있는 작품인 동시에, 아는 사람이 보아도 디테일과 완성도가 높아 스포츠 이상의 극적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머니볼'은 바로 이 지점에 정확히 위치한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묘사함에 있어서 대중들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단장이라는 자리를 중심으로 MLB라는 전체적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구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이 이 세계에 그리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도록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야구와 MLB에 관심이 많은 팬들에게도 머니볼 이론이 실제 야구에 적용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그리는 것은 물론, 아마도 팬들이라면 한 번쯤 호기심을 가졌을 단장의 입장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FM이 괜히 마약같은 게임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머니볼'은 이렇듯 두 가지 상반된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흔치 않은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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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주인공 빌리 빈은 그 어느 곳 보다 오랜 전통이 중시되는 곳 중 한 곳인 MLB에서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을 도입해 주변으로부터 많은 질타와 걱정을 동시에 받게 된다.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인 이유는 머니볼 이론의 성공 여부나 애슬래틱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여부를 가리키지 않고 더 넓은 의미의 위로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을 위해 영화는 애슬래틱스와 빌리 빈 간의 거리를 둔다. 즉, 애슬래틱스의 단장으로서 팀과 운명을 같이 하는 빌리 빈도 묘사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끊임 없이 싸우고 홀로 외로움을 겪는 인간 빌리 빈의 삶을 더욱 비중있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앞서 말한 일들의 결과가 궁금해지고 이에 따라 기쁨과 탄식도 겪게 되지만, 그 보다는 그 가운데 남겨져 있는 빌리 빈의 등 뒤의 모습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만약 이 영화의 내용을 애슬래틱스의 다른 선수 위주로(페냐나 제레미 지암비 등) 전개했거나 기존 팀의 스카우트를 맡았던 수뇌부들 혹은 감독의 입장에서 그렸다면, 빌리 빈은 그야말로 독선적이고 자기 맘대로인 악역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 영화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거나 혹은 좀 더 극적인 요소로 본다면, 데이터가 아닌 오랫동안 업계를 지켜온 장인들의 '감'에 의존하여 승리를 거두는 편이 훨씬 더 일반적이고 정의롭기까지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가 선택한 빌리 빈의 이야기는 어쩌면 예상하지 못했던 위로를 전해준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다. 유명한 Lenka의 팝 넘버 'The Show'의 가사 내용을 이토록 완벽하게 이야기에 녹여버린 이 영화의 마력은 마지막 장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말로 이루다 표현 못할 위로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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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찬호 선수가 영화 속에서 스쳐 지나갑니다.

2. 이 영화에서 빌리 빈 역할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정말 로버트 레드포드 같더군요.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해왔지만 이 역할은 정말 싱크로율이 90%이상이더군요.

3. Lenka의 'The Show'는 이미 익숙한 곡이었는데, 앞으로는 이 곡을 듣게 되면 이제 '머니볼'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될 것 같네요. 이제는 정말 가사가 들려요 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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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Immortals, 2011)

타셈 싱의 영상미학이 녹아든 액션 신화



타셈 싱의 신작 '신들의 전쟁 (Immortals, 불멸의)'을 보게 된 이유는 역시 타셈 싱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타셈 싱이기에 우려가 되는 부분도 결코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영화의 스틸샷이 공개되면 될 수록 과연 이런 이야기를 타셈 싱이 어떻게 꾸려나갈까하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타셈 싱의 '더 폴 (The Fall, 2006)'을 보고서 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는데, 그럼에도 이 같은 우려가 있었다는 점은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런 우려와는 달리 '신들의 전쟁'은 제법 잘 빠진 신화를 바탕으로한 액션영화였으며, 그 가운데서 타셈 싱 만의 장점들도 잘 녹여낸 만족스런 오락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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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 역으로 등장하는 헨리 카벨은 마치 몇 년 전 샘 워싱턴을 처음 발견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헨리 카벨에게서 좀 더 인간미가 흐른다는 것)


이 작품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샘 워싱턴이 주연을 맡았던 '타이탄'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나 액션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유사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이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했던 말이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일 경우 내러티브가 조금 부족한 경우라도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단점으로 덜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즉 이 작품 역시 내러티브 적으로 헛점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드는 실망감보다는 액션이나 영상미로 커버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특히 타셈 싱의 성향을 아는 입장에서 이 작품에 바라는 점은 '이야기' 보다는 '영상미'였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전작 '더 폴'은 이야기 측면에서도 영리하게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는 구조를 통해 만족감을 주었었는데, 이 작품은 내러티브만을 놓고 보자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미 익숙한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과 이를 커버할 만한 영상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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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셈 싱의 전작 '더 폴'을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 작품에서도 역시 타셈 싱 만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미셸 공드리가 소품과 아이디어를 통해 창의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면, 타셈 싱은 자연과 지형지물, 건축물 등을 활용하고 재배치하여 묘한 이질감과 더불어 영상미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신들의 전쟁'에서도 이런 묘한 이질감이 영상미적 측면에서 쾌감을 주는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슬로우 비디오 액션과 이런 과하다 싶은 영상미가 영화 '300'을 연상케 할 수도 있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와 방향에서 따져보다면 분명 잭 스나이더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확실히 타셈 싱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 장면 장면을 한 장의 그림으로 여기고 구성한 것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을 수 있는데,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서있는 배치나 이를 훑어가는 카메라 워킹 그리고 슬로우 비디오를 활용한 액션 장면에 있어서도 영상의 '멋'보다는 오히려 그림(장면)의 인상적 구도 측면에서 접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액션들은 과하다기 보다는 아름다웠고, 불필요 하다기보다는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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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라면 역시 배우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차세대 슈퍼맨으로 주목 받고 있는 헨리 카빌은 주인공 테세우스 역할을 맡아 열연하였는데, 확실히 그의 마스크에서는 누구나 먼저 눈이 가게 되는 상반신의 근육을 뛰어 넘을 정도의 '드라마'가 느껴졌다. 다시 말해 별로 깊지 못했던 내러티브였음에도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헨리 카빌이 준 인상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아마도 이런 인상은 이후 개봉한 '맨 오브 스틸'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악역이라 할 수 있는 하이페리온 역할을 맡은 미키 루크는 그 무게감과 발성 만으로도 악역의 포스와 영화 전체의 어두운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는데, 그 요상한 마스크를 벗더라도 떨림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미키 루크의 공이라고 해야겠다. 페드라 역할을 맡은 프리다 핀토는 이 작품에서 역시 그 자체로 발광하고 있는데, 이 역할 자체가 이미지로 빛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캐릭터였기에 이 정도면 매우 효과적인 캐스팅과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프리다 핀토의 미모가 절정으로 표현된 작품은 이 작품보다도 우디 엘런의 '환상의 그대'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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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 꼽고 싶은 배우라면 제우스 역할을 맡은 루크 에반스인데, 그는 앞서 언급했던 작품인 '타이탄'에서 아폴로 역할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캐스팅이었다. 젊은 모습을 하고 있어 딸인 아테나와 연인관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제우스의 위엄을 잃지 않는 연기와 모습으로 그나마 국내개봉 제목인 '신들의 전쟁'을 조금이나마 만족시키는데에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이탄'에서 아폴로 역할로 출연했던 루크 에반스의 모습. 이번 영화에서는 제우스로 등장해 한층 높은 위엄과 포스를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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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셈 싱의 '신들의 전쟁'은 보고나면 감정적으로나 이야기 측면에서 깊은 무언가가 남는 작품은 아니지만 묘하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 묘하게 라는 것이 말그대로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라서 한 번쯤 직접 보기를 권할 수 밖에는.


1. 만약 내러티브나 설정 측면에서 따지고 들자면 역시나 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분명 볼거리가 이를 보완합니다. 상쇄가 아니라 보완이 더 맞는 표현 같아요.

2. 여기저기, 이것저것 소품이나 풍광 등에서 타셈 싱이 좋아하는 것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어요. 확실히 요상한 디자인과 구조의 장소들이 많았죠.

3. 전 그냥 2D 디지털로 봤는데 3D로까지 볼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오히려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오면 사야겠다라는 생각은 바로 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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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 2011)

그 때와 지금, 나는 어디에 있었나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한국 계급사회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빈부격차, 권력으로 인한 계급차이 등 대한민국 사회에는 '계급사회'라고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을 만큼 그 그림자를 숨기고 있으며 (이제는 사실 더이상 숨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 이러한 계급사회를 꼬집는 작품들도 이미 여럿 있어왔다. 이러한 계급사회를 다룬 작품들은 주로 계급사회 자체를 주인공으로 하여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 있지만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는데, '돼지의 왕'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돼지의 왕'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거다.


'그 때 너는 어디있었어?'



ⓒ 돼지의 왕 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보고 나오며 같이 본 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뭔가 찜찜한 느낌이야'. 나는 대답했다. '이 영화가 불편한 건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고, 떳떳하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작품은 계급사회 속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개'들에게 용감하게 맞서 싸운 돼지의'왕'에 관한 영웅담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돼지의 '왕'마저 잠식해버린 '돼지'들의 관한 이야기다. 사실 확률적으로도 그렇고 청소년기를 보낸 대부분의 이들은 돼지의 왕이거나 개이기 보다는 돼지였을 것이다. 개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공포를 느끼며 그저 이 시기가 빨리 지나기 만을 고대했던, 그냥 더 이상 볼일 없는 시간이 올 때까지 꾹꾹 참고 견뎠던 돼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돼지들에게는 극적인 스토리가 없어서 인지, 아니면 이 많던 돼지들이 어른이 되면 감쪽 같이 모두 다 돼지의 왕이나 개로 둔갑해서인지,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그리 주목하는 캐릭터가 아니었고 사람들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꺼내고 싶어 하지 않는) 존재였다.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이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돼지의 왕이 되지 못한 돼지들의 불편한 진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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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돼지의 왕으로 등장하는 '철이'는 힘든 가정형편 속에서도 개들에게 홀로 맞서 싸우는데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자주 설명한다. '그 놈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이 때를 즐거운 추억이었노라 얘기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겠다'고. 이런 뉘앙스의 대사가 제법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나는 그래서인지 이 대사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이 계급사회에서 어디에 속했었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는 계급사회가(지배세력인 개들이) 문제라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왔음에도, 그에 반해 정작 (피지배 세력이라 할 수 있는)돼지들에 대한 깊은 성찰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철이의 대사를 연관지어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계급사회에서 지배층인 개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그 땐 그랬었지'하며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는 것도 물론 문제지만, 끝내 어른이 되어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신이 개였다고 거짓으로 말하고 다니거나 더 나아가 돼지의 왕이었노라 무용담으로 얘기하는 돼지들의 현실이 더욱 불편하고 쓰라리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계급사회 때문일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나선에서 아직 내려오지 못한 그리고 개가 되지 못한 이들은, 자신들이 돼지였노라, 그 때 미처 돼지의 왕과 개 사이에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던 존재였노라 말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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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돼지의 왕'은 이런 돼지들의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수면으로 꺼내놓기 위해 스릴러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이 작전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만든 매우 영리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 걱정되는 것은 많은 관객들이 스릴러와 반전에만 집중해 작품 본연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할까 하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죽고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는가 라기 보다는, 나는 그 때 어디에 있었고, 나는 그 곳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돼지의 왕'이 그리고 있는 종석과 경민 그리고 철이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계급사회가 만든 희생양 혹은 불편한 진실 정도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것만으로도 괜찮지만 영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과연 돼지들이 정말 희생양일 수 밖에는 없었나? 라는 질문을 과감하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 때 나는 개들에게 강렬하게 저항해 본적이 있었던가, 말만 따라 그냥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볼 일 없게 될 날 만을 기다렸던 것은 아니었나? 라는 아픈 자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그러한 일들에 돼지처럼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또 다른 돼지의 왕이 나서주기 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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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자신있게 글의 부제목으로 '그 때 너는 어디에 있었니?'라고 물을 수 없음을 인정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 때,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에 있었나.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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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경이로운 우주 속 나를 느끼다



테렌스 맬릭의 신작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는 한 마디로 경이로운 작품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신과 인간, 생명의 탄생과 죽음, 우주의 탄생과 진화 등 거대하기만한 담론들을 모두 담고 있는데, 한계를 두고 소박한 방식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이 담론들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메시지들을 용감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2시간이 조금 넘는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도, 이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힘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얼핏 설명만 들어도 굉장히 거창한 부가설명이라고 느낄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테렌스 맬릭은 이 거창할 수 밖에는 없는 담론을 굳이 소박한 것이나 개인적인 것으로 대체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메시지를,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거창해 보이는 것이, 아니 실제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거창한 것이 맞다. 이런 논리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이 작품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삶과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인지,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크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나와 삶, 나와 우주의 간격을 이 영화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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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를 종교적인 영화로 규정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결코 종교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종교가 있기 이 전에, 아니 인간이 만든 종교라는 것은 한없이 미치지 못하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기원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종교적인 면을 들자면 '신(God)'의 관한 것일 텐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신은 종교의 범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적 의미로서 혹은 모든 질문에 답을 갖고 있는 존재로서 그러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단순히 종교적 영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영화 속 우주의 탄생 (지구의 탄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담론이 지구에 국한된 것 같지는 않다)을 묘사한 부분은 경건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장엄하게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시퀀스가 그 어떤 자연과학 교제 보다도 더 깊고 교육적으로 느껴졌다. 즉, 감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지식, 정보 적인 측면에서도 유익한 시퀀스라고 느껴졌다는 얘기다. 그냥 말로만 듣는 다면 브래드 피트와 숀 펜이 나오는 철학적인 드라마에 공룡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매우 어색하고 뜬금없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을 텐데, 이 영화에서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하지만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러티브에 있어서나 감정적 선에서 보나 큰 틀에서 연장선에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공룡은 단순히 신비하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존재가 아닌 이 같은 흐름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후 인간의 이야기로 넘어오는 것에서도 무리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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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신과 우주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영화는 본격적으로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을 비춘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새로울 것 없는 갈등 구조와 시간에 흐름에 따른 보편적인 서사구조를 갖고 있었음에도, 치명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사실상 장남의 시점에서 진행이 되는데, 이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와의 관계, 형제들 사이에서의 관계, 세상을 받아들이는 관계 그리고 자아의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들이, 한 수 한 수 놀라운 디테일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와중에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메시지의 기반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장남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과 심리적 변화 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보편적이지만 미묘한 시간들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완벽한 줄기로 그려내고 있다. 앞선 시퀀스에서 경이로움을 느꼈다면, 이 시퀀스에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공감과 인생의 무게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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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트리 오브 라이프'는 찰리 카우프만의 '시네도키, 뉴욕'과는 다른 의미로 완전히 압도 당해버린 작품이었다. '시네도키, 뉴욕'이 자아를 파고들어 결국 정말로 끝까지 도달하여 정신적으로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내 속을 누군가에게 다 속속들이 들켜버린 듯한 허탈감과 무력함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트리 오브 라이프'는 평소 삶에서는 미처 체험할 수 없었던, 또 안다고 해도 절대 다 안다고는 말할 수 없었던 수 많은 간극을 영화적 체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피부로 느끼게 해준 경우라 하겠다. 다시 말해 '트리 오브 라이프'가 말하는 방식은, 인간이란 존재와 이를 둘러싼 우주와 자연의 섭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간극이 '있다'라고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간극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의 삶과 이를 둘러싼 모든 것(자꾸 '둘러싼 모든 것'이라 얘기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얘기하는 담론이 천제적 측면의 우주라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신과 생명의 범주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들 간에는 유한한 거리로 설명되지 않는 '무한의 것'이 있다 (여기서 '있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앞선 '있다'와는 다르다)라는 얘기다.

직접 쓴 이 단락에서 느꼈다시피, 이것은 결코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님도 알 수 있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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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을 보태지 않고, '트리 오브 라이프'를 보고 나오는 길에 다시금 바라본 세상은 분명 달라져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아무 느낌 없던 그 세상이 분명 아니었다. 이렇듯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언제나 그러했던 광대한 우주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작은 선물 같은 영화였다. 그리고 그 안에 '나'라는 존재 역시 느낄 수 있어 형용할 수 없는 위로와 떨림마저 고스란히 전해졌던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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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만약 나중에 제 아이가 생기게 되, 우주와 인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 영화를 소개해주고 싶어요. 물론 아이에겐 어렵겠지만, 아니 더 쉬울 지도 모르겠네요.

2. 아름답다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영상과 함께 했던 영화 음악도 참 좋았어요. 국내에는 사운드트랙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결국 아마존으로 가야할 것 같네요 ㅠ


 



3. 극 중 브래드 피트의 둘째 아들로 나온 아역 배우는 실제 피트의 아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았더군요. 이 아이의 표정 연기가 참 좋았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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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그 장면 #8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눈물나는 그 장면'의 8번째 소개할 작품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 중 프리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던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열혈 팬으로서 에피소드 3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사실상)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될 확률이 높은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에피소드인 동시에 '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다스 베이더가 되었나'에 대한 과정이 담겨 있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3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에피소드 1~3를 통해)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로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하게 되면, 클래식 3부작에 등장하는 다스 베이더의 표정(?), 행동 하나 하나가 더 와닿게 되는 동시에 에피소드 4에서 등장하는 오비완의 대사들이 다르게 들리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물론 100%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다시보는 클래식 3부작이 '그랬구나, 그랬었었구나'하며 좀 더 감정적인 작품이 된다는 얘기다. 어쨋든 이런 에피소드 3의 장면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슬펐던 장면, 아니 스타워즈를 통틀어서 가장 울컥했던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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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에서 오비완과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마지막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결국 아들이자 친구였던 아나킨을 자신의 손으로 해하여만 했던 오비완의 절규가 뼈속 깊이 사무치는 장면이었다. 아마 스타워즈를 보지 않았거나 다른 영화 같았다면 오비완의 저 대사, '넌 우리의 희망이었어!' '널 사랑했어!'가 몹시도 닭살스럽게 느껴지거나 어색하게 느껴졌을 테지만, 에피소드 4부터 계속 함께 해온 입장에서 오비완의 저 대사는 그야말로 '진심'이 느껴졌던 터라 짙은 아쉬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그런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오비완은 매우 복잡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제다이로서 포스의 균형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했던 아나킨이 결국 시스에게 굴복하고 만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드는 동시에, 아나킨을 제다이로 키워줄 것을 부탁했던 스승인 콰이곤 진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자신의 자식과도 같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아나킨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모두 담겨 있었고, 이러한 감정이 바로 이 장면과 저 대사를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되고 있어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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