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티풀 (Biutiful, 2010)

아버지에게 바치는 이냐리투식 송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는 항상 그랬다. 이냐리투의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세상의 무게에 억눌려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이들이다. 이들은 치열하게 저항하고 발악한다는 느낌보다는 그야말로 '견디고' 있는 이미지가 더욱 강해왔는데, 이번 영화 '비우티풀'의 주인공 옥스발(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이런 '인내'의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캐릭터다. 옥스발이 처해있는 상황은 참 답답하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별거 중인 아내와의 관계는 말끔하지 못하고, 불법 이미자들을 연결해주는 브로커 일은 매일 살얼음 판을 걷는 듯한 불안한 상태며, 그런 불안한 삶 속에 자신이 챙겨야 할 어린 두 아이가 있다. 여기서 옥스발의 힘겨움은 그치지 않는다. 죽은 자가 세상을 완전히 떠나기 전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그에게도 병이라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하지만 옥스발에게는 이런 힘겨움을 나눌 이가 없다. 상황은 더 나락으로 치닫지만 그것은 그 안에 조용한 소용돌이 일 뿐, 모두 혼자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또 버티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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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리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국 고통과 인내 그리고 그 속에서 전하는 부정할 수 없는 (그래서 한꺼번에 쏟아지고마는) 위로의 메시지였는데, '비우티풀' 역시 옴니버스와 우연, 필연의 연결고리는 빠졌지만 넓게 보았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이전 작품들이 그러하였듯이 이 작품에서도 역시 슬픔과 상반되는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 장면을 배치하여 그 아이러니를 배가시키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따듯한 위로를 더하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이런 방식 뿐이었다면 예전 '바벨'을 보았을 때 처럼 또 한없는 무기력함에 잠식당하거나 먹먹함 그 자체에 휩쓸려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테지만, '비우티풀'에는 이냐리투가 영화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간의 먹먹했던 작품들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그것은 바로 '비우티풀'이 이냐리투 본인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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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볼 때 국내용 포스터는 물론 팜플렛도 접하지 않은 채 감독과 배우의 이름만 알고 보게 되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아버지'라는 존재와 영화를 엮지는 못했었는데, 영화가 전개되고 극중 옥스발이 자신의 아버지 그러니까 자신의 딸에게 할아버지 얘기를 반복적으로 해주는 장면에서 무언가 다른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고, 결정적으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냐리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옥스발에게서 이냐리투의 아버지 모습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챙기기에도 벅찰 정도의 힘든 상황에서도 자녀들을 위해 모든 것을 몸으로 끝까지 다 흡수해버린 아버지의 모습은 이냐리투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감사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보다는 좀 더 흥미로운 장면을 등장시키는데,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옥스발의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이 장면을 보면 옥스발이 이냐리투 본인이고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로 볼 수 있을텐데, 이 장면의 묘사가 정말 말로 다 하기 어려운 감동을 전달한다. 이 장면은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아름답고, 이냐리투 영화답지 않게 흐뭇한 미소마저 지어지는 장면이었는데,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가장 완벽한 이냐리투 식 송가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이 느껴졌기에 이 장면은 한없이 울컥하면서도 또 살며시 미소짓게 하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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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 산타올라라의 음악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의 음악은 '비우티풀'에서 좀 더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있는데, 그냥 심장을 뛰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장을 직접 손으로 두드리는 듯한 강한 울림을 담고 있는 음악이었다. 구스타보 산타올라라는 이냐리투가 만든 영화의 먹먹함과 아름다운 공기를 극장 내에 최대한 머금을 수 있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고 있어, 영화가 끝나고도 완전히 불이 다 켜질 때까지 역시나 움직일 수 없었다. 아마도 사운드트랙을 통해 그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된다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아버지에게 바친 그 송가가 다시 떠오르겠지.



1. 이 작품은 이냐리투, 길예르모 델토로, 알폰소 쿠아론 이 세 사람, 멕시코 삼총사가 함께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 삼총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삼총사 중 하나가 되었군요 ㅎ


2. 굳이 수상 내역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압도적이에요. 사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냐리투의 전작들과 유사한 측면에 있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임에도 빠져들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공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죠. 그래도 페넬로페와 사는 그가 더 부럽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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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그리고 11월의 기대 개봉작!


개인적으로 9월부터 10월까지, 그 이전보다는 극장을 찾는 횟수가 엄청나게 줄어들었었는데, 물론 영화 외적으로 피곤하고 바쁘고 등등의 핑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별로 확 보고 싶은 작품들이 다른 달에 비해 상당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은 근근히 '북촌방향' 같은 작품으로 연명하면서 집에서 그간 못본 블루레이나 스타워즈 컴플리트 세트를 감상하는 등 (아직 에피소드 3 감상전;;)으로 아쉬움을 달랬었는데, 오는 10월 마지막 주 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극장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미리 앞으로 보게 될 10월의 마지막 주와 11월의 국내 개봉작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평소에는 오리지널 포스터를 좋아하지만 이번 포스팅은 주제가 '국내 개봉작'인 만큼 모두 국내용 포스터를 특별히 골라보았습니다. 순서는 개봉일순)






1.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개봉일 - 2011.10.27

감독 - 테렌스 맬릭

출연 -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피오나 쇼, 조아나 고잉 외



굳이 개봉일 순서로 꼽지 않았더라도 단연 가장 기대하는 작품으로 첫 번째로 꼽으려고 했던 것이 바로 테렌스 맬릭의 신작 '트리 오브 라이프'라 하겠다. 이미 북미에서는 지난 5월 개봉하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 작품인데, 국내에는 개봉 소식이 들리지 않아 '설마, 이 작품도 바로 DVD/BD로 직행하나?'라는 우려를 갖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테렌스 맬릭이야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 '씬 레드 라인'을 가장 인상깊은 전쟁영화로 꼽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에 브래드 피트와 숀 펜이 함께 출연한다니 영화 팬으로서는 절대 외면하기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테렌스 맬릭은 과연 과연 이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한 어떤 이야기와 성찰을 들려주고 담아냈을까. 이제 다음주면 만나볼 수 있다니 카운트다운 시작이다!








2. 워리어 (Warrior)

개봉일 - 2011.11.03

감독 - 개빈 오코너

출연 - 톰 하디, 조엘 에거튼, 제니퍼 모리슨, 닉 놀테, 케빈 던 외


'워리어'는 사실상 순전히 주연을 맡은 톰 하디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인셉션' 이후 다시 한번 크리스토퍼 놀란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역할로 등장할 그이기에, 그의 또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화제 속에 있는 톰 하디를 제외한다면 닉 놀테 외에 이 작품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조금 부족했던 것도 사실인데, 북미의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고 권투영화의 정수를 잘 살린 드라마라는 이야기에 조금씩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워리어'가 선택한 방식이 '록키'에 가까울지 아니면 '더 파이터'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만족시켜주길 기대해본다.









3. 신들의 전쟁 (Immortals)

개봉일 - 2011.11.10

감독 - 타셈 싱

출연 - 헨리 카빌, 미키 루크, 프리다 핀토, 레이문도 반데라스, 이사벨 루카스 외



'워리어'가 주연 배우인 톰 하디 만으로 선택하게 된 작품이라면, 이 작품 '신들의 전쟁'은 연출을 맡은 타셈 싱 만으로 일단 감상을 결정해버린 작품이다. 사실 타셈 싱 연출작은 이 작품을 포함해 3작품 밖에는 되지 않는터라 '더 셀'과 '더 폴'만 가지고 평가한 과감한 선택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폴'이 준 감동과 인상이 워낙 깊었기에 그 이후 타셈 싱은 항상 주목하는 감독이었고, 이 작품과 내년에 개봉예정인 '그림형제 : 백설공주'까지 모두 다 기대작에 손쉽게 등극할 수 있었다. '신들의 전쟁'은 자칫 잭 스나이더의 그것처럼 될 확률이 매우 높아보이는 작품이기는 한데, 일단 보고나서 평가해야.








4. 백사대전 (白蛇傳説,White Snake)

개봉일 - 2011.11.17

감독 - 정소동

출연 - 이연걸, 황성의, 임봉, 채탁연 외



정소동 연출에 이연걸 주연의 무협 영화라니, '동방불패' '소오강호' 등을 보며 자란 세대에게 이 이름을 보고 이 작품을 외면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한 때 더 이상 액션 영화는 찍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던 이연걸이지만 어쨋든 그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더군다나 예전 황금기를 함께 했던 정소동 감독과의 재회가 반갑고 기대되기만 한다. 개인적으로 성룡 영화를 비롯해 홍콩 영화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아니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감상태도가 절로 생기는 듯 한데, '백사대전'도 이미 본 분들 사이에서는 호평보다는 혹평이 더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어쨋든 기대!








5. 머니볼 (Moneyball)

개봉일 - 2011.11.17

감독 - 베넷 밀러

출연 - 브래드 피트, 요나 힐, 로빈 라이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크리스 프랫 외



브래드 피트의 '머니볼'은 사실 '트리 오브 라이프'처럼 늦게 개봉하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잠시 여유를 갖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비교적 늦지 않게 개봉한 터라 조금 급해진 작품이랄까. 그냥 시놉만 보면 단순히 야구와 관련된 감동실화 일 것 같지만 (사실 '감동실화'라는 표현이 너무 빈번해서 그렇지, 진정한 의미로 생각해본다면 드라마에서 이것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있을까 싶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함께한 베넷 밀러 감독의 전작 '카포티'를 떠올려 봤을 때, 그 과정과 짜임새에 있어서 높은 완성도와 깊은 인상을 전해주리라 기대되는 작품이다. 과연 브래드 피트는 '트리 오브 라이프'와 '머니볼'을 통해 201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6. 고양이 춤 (Dancing Cat)

개봉일 - 2011.11.17

감독 - 윤기형

출연 - 이용한, 윤기형 (내레이션)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바로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이다. 이 작품의 배급/홍보를 맡고 있는 인디스토리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인데, 뭐 워낙에 고양이를 좋아하고 관련된 것들에도 관심이 많은 1인이라 이 작품의 포스터를 보는 순간 바로 기대작으로 꼽게 되었으며,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도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역시 인상깊게 읽은터라 이건 무조건 봐야지 싶었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에 비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적을 테지만, 그래도 더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될 수 있었으면 하는 '강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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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개된 '어벤져스' 공식 예고편

1. 장문의 글을 썼으나 실수로 다 지워지는 바람에 그냥 예고편만 ㅠㅠ
2.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들로 기대되고, 이런저런 걱정거리도 있다는 얘기였음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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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참 선하고 믿음직한 로맨스


뒤늦게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영화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를 보았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것처럼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영화인데, 연출을 맡은 조지 놀피는 이 작품을 SF로 그려내기 보다는 오히려 로맨스에 더 비중을 둔 작품으로 그려냈다. 만약 필립 K.딕 스타일의 SF작품을 기대하였더라면 많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로맨스에 가깝다는 평들을 여럿 들어온 터라 상당히 너그러운(?) 시각으로 보게 된 '컨트롤러'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로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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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 상원위원인 남자 주인공과 그가 우연히 만난 한 여성, 그리고 이 만남 때문에 알게 된 미스테리한 '조정국'이 벌이는 음모와 결말을 그린다. 이 '조정국'이라는 설정은 SF적으로 매우 흥미로울 수 있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컨트롤러'는 SF적인 것에 큰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로맨스에 더욱 집중한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영화를 SF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엔 너무 쉽게 풀려버리는 터라 부족한 측면이 많다는 얘기. 어쨋든 무언가 그럴싸하게 모든 것을 조정하는 조정국의 이야기가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결국은 맷 데이먼이 연기한 데이빗 노리스의 이야기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사람 됨됨이'가 더 든든한 배경이 된 작품이라고 해야될 듯 하다. 맷 데이먼은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 이 믿음직한 이미지는 또 한 번 발휘된다. 맷 데이먼을 믿게 되면 이 작품은 제법 그럴싸한 로맨스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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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이 연기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주인공 데이빗 노리스는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단순히 '운명'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우직할 정도로 믿음직스럽고 선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함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이끄는 힘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속 황당한 상황에 놓인 데이빗 노리스의 행동과 의지를 보고 있노라면, 내러티브의 헛점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의 선함에 저절로 힘을 실어주게 된다. 더불어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주 선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악당으로 볼 수 있는 조정국의 사람들에게서도 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렇게 주인공이 골치 거리이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정리하면 될텐데, 이 조정국 사람들은 그저 감시하고 일이 터질 것 같으면 막는 것 밖에는 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주인공을 돕는 인물 역시 이런 선함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치고는 너무 동떨어진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소스 코드'와 비교하여도 이 작품은 완전히 로맨스다.  만약 이 영화를 포장하고 홍보할 때 SF라던지 필립 K.딕이라는 설정들을 완전히 배제한채, 운명적인 두 남녀의 로맨스로만 소개했더라면 오히려 이런 SF적인 설정이 몹시 흥미로운 뒷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SF적인 기대치는 딱 이 정도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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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스 프로야스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마 훨씬 재미있는 SF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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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사냥꾼 (Trolljegeren, 2010)

진정성마저 느껴지는 페이크 다큐



노르웨이라는 변방에서 날아온 작은 영화. 하지만 '트롤'이라는 전설 속의 존재를 등장시킨 영화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갖게 했던 '트롤 사냥꾼 (Trolljegeren)'을 보았다. 판타지와 설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트롤'이라는 존재에 대해 한번 씩은 들어보았을 텐데, 이를 극영화도 아니고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더욱 기대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 작품은 페이크 다큐이고 정색하고 진짜인 척 하는 와중에 중간 중간 귀여운 가짜 티를 내주기도 하지만, 페이크 다큐로서 가져야 할 장르적 특성은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은 물론, 페이크에 속았다고 가정했을 때 진정성 마저 느낄 수 있는 디테일과 메시지까지 담고 있는 올해의 작은 발견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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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노르웨이의 숲과 산에서 벌어지는 곰의 출현과 습격에 대해 정부는 별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대학생 세 명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취재를 나선다. 그 과정 속에서 이른바 '트롤 사냥꾼'인 남자를 만나 그를 따라가게 되면서 곰이 아닌 트롤을 그리고 정부의 음모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영화는 카메라맨 남자 한 명, 음향 담당 여자 한명 그리고 직접 리포터로 나서는 남자 한 명, 이렇게 세 명의 대학생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내용상 정부의 음모를 파해치려는 영상 취재의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페이크 다큐에 녹아드는 구성이라 하겠다. 극 중 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마이클 무어'의 사회고발 다큐 같은 성격을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갖고 있는데, 이것이 트롤 이라는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서 좀 더 공포감이 담긴 다큐멘터리로 진화하게 된다.


어두운 밤 숲속을 뒤척이며 공포스런 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장면은 흡사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를 연상하게 하는데, 그 아이디어의 기발함은 그대로지만 영화적 상상력과 퀄리티는 조금 더 나아간 형태다. 연상되는 영화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들자면, 역시 페이크 다큐라는 설정과 더불어 괴물 혹은 크리쳐 물이라는 점에서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을 떠올리게도 한다. '트롤 사냥꾼'은 이 두 작품의 아이디어를 적절히 조합해 정확히 노르웨이 문화에 녹여낸 매우 영특한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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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노르웨이의 문화와 풍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드넓은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를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정말로 전설 속의 트롤이 살고 있을 듯한 탁 트인 대자연의 모습은 그것 만으로도 노르웨이를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소개하는 좋은 장치가 된다. 또 트롤이라는 SF와 판타지적 존재를 주요 캐릭터로 설정했음에도 매우 효율적인 구성을 통해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비슷한 구성을 갖춘 작품들 가운데 이 페이크에 속아주기에는 너무 티나고 떨어지는 퀄리티 (그것이 아예 웃길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 경우) 때문에 몰입하기 어려운 적이 많았던 것에 비하자면, '트롤 사냥꾼'의 트롤 퀄리티는 아주 만족스럽고 속아주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이것보다 트롤이 직접적으로 덜 나왔더라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작품은 또 한 번 사운드 메이킹만으로 줄 수 있는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이지 않는 트롤의 괴성(?)을 통해 확실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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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페이크 다큐로서 재미를 주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메시지를 담으려 한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트롤이라는 존재를 막여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공포스러움은 부족하지 않게 보여주면서도 인간의 자연파괴와 무분별한 개발을 통해 터전을 잃어버린 이전의 존재로서 그려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트롤 사냥꾼 캐릭터를 통해 이 '사냥'이라는 것이 악당을 물리치는 승리의 과정이 아닌 학살에 가까운 일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트롤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1997)'를 떠올리게 했다. 고대의 존재가 인간의 자연파괴로 인해 설 곳을 잃고 그 가운데 중간자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것에서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에 '트롤 사냥꾼'은 정부의 음모라는 점을 은근히 깔아 놓으며 디테일한 구성을 취한 것도 설득력을 높이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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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우리나라도 전설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나 용 등을 주제로 한 페이크 다큐를 그럴 듯 하게 만들어 본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가끔씩 이렇게 턱턱 나오는 변방의 아이디어 작품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해요.

2. 트롤의 CG는 거의 완벽했는데 오히려 곰은 너무 가짜 티가 나서 귀엽더군요. 트롤의 퀄리티로 가정 했을 때 이건 감독이 대놓고 귀여운 짓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ㅋ

3. 피판과 과천국제SF영상축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소규모라도 좋으니까 꼭 정식개봉해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나중에 블루레이도 출시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BD로서의 장점이 충분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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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Contagion, 2011)
21세기형 진짜 공포 영화


'체 (Che, 2008)'는 아직 보질 못했고 '오션스' 시리즈는 몸집이 커진 이후로 역시 보질 않았으니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걸 글 서두에 알게 되었다. 한 때는 헐리웃이 총아이자 천재 감독이라 일컬어지며 개인적으로도 아주 관심이 있었던 소더버그란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컨테이젼 (Contagion, 2011)'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배우들의 면면들 때문이었다. 맷 데이먼, 케이트 윈슬렛, 마리온 꼬띨라르,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까지, 이름만 들어도 영화 선택이 가능한 배우들이 여럿이라 이 작품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기에 출연 사실을 몰랐던 존 호키스까지 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 극장을 찾는 스타일 덕에 이번 작품 역시 배우들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컨테이젼'은 이 배우들이 주인공이 아닌 바이러스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21세기형 공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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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그 현실성에 있다. 좀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전쟁 영화나 스릴러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실제로 보면서 '아, 저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라고 느끼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내 것처럼 즐기는 것과 영화라는 것을 망각한 채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젼'은 적어도 나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 예전에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를 볼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었는데, 직접적으로 내가 병을 앓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신종 플루나 사스 등의 공포를 주변과 매스컴을 통해 실감하면서, 그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이 작품의 내용이 몹시도 공포스럽게껴졌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컨테이젼'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 일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하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이 재앙을 겪는 과정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성과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그냥 무섭다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저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발생했거나) 일이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걸 계획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컨테이젼'이 다루고 있는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사회와 인간성, 정부 및 기업의 음모 등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새로울 것은 없는 것들이지만, 2011년이라는 시대가 만든 현실성이 이 영화를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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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소더버그 영화. 소더버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작은 조각으로 분리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더버그의 영화 가운데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의 이런 재능에 대한 자신감 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산만함 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컨테이젼'의 여러 인물들은 각각이 맡은 역할이 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면서 각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 각각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전개 방식이 아니라 매순간 서로 작용하게 되는 방식이라 더 몰입도가 높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누군가를 마냥 비난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 보다도 이런 공포가 이제는 '더이상'도 아닌 그냥 현실이라는 사실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보다 훨씬 더 비중있고 공포스럽게 그려졌던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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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크나이트'에 나왔던 조연 배우들이 눈에 띄더군요. '라우'역할을 맡았던 친 한과 '라미레즈'형사로 나왔던 Monique Gabriela Curnen까지.

2. 다행히 극장에서 아무도 기침을 하지 않아 눈총 받거나 의심할 일은 없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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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홍상수 감독의 열 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을 보았다.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영화'라는 것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데, 언제부턴가는 여기에 '마법'과도 같은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곧 영화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북촌방향'은 그의 전작 '옥희의 영화'와 짝을 이루는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를 찾지 않더라도 '북촌방향'은 정말 묘한 가운데 홍상수 영화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는 멋진 작품이라 하겠다 (진짜 '멋진'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화 감독이었던 성준(유준상)이 친한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와 북촌에서 겪는 우연과 운명의 시간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성준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 시점에는 여러가지 함정과 여지가 가득하다. 1차적으로 '북촌방향'은 성준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지점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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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과 영호가 만날 때 연속으로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즉, 다른 시간과 날이 아니라 같은 날의 다른 기억으로 가정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유준상이 연기한 성준이라는 캐릭터는 본인 스스로도 불안함과 우유부단함을 많이 노출하고 있는 캐릭터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영화는 완전한 객관적 3자가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준이 1인칭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했을 때 여기에 어느 정도 힌트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흔들리는 성준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그와 만나게 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늘어 놓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모호함은 이미 여러 관객들이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고 바로 수긍해 버리는 김보경의 1인 2역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한 배우가 각기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아주 원초적인 영화적 장치라고 할 수 있을텐데, 관객은 너무나 당연히 '아, 김보경이 성준의 옛 여자친구와 술집 주인 모두를 연기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지만 홍상수는 이 뻔한 1인 2역의 장치를 이야기와 맞물려 매우 영민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성준의 이야기 속에 김보경이 연기한 두 명의 캐릭터는 단순한 1인 2역의 범주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이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성준 밖에는 없는데, 그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술집 주인의 대사와 태도는 옛 여자친구와 동일시 할만한 요소가 충분해 보인다. 갑작스레 술집 주인이 성준을 '오빠'라고 불렀을 때 1차적으로는 영호가 들려준 그녀의 이야기들에 빗대어 무척이나 외로운 존재여서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2차적으로는 아니 이미 옛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성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래, 내 새끼'하며 둘을 동일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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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여주인은 매번 어딜 갔는지 자리를 비우는 것도 이상하지만 - 마치 1인 2역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처럼! - 테이블에 앉아있는 영호 무리를 대할 때마다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인사하는 것도 흥미롭다. 여러번 같은 대답을 하는 영호의 대답도 그렇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흑백 영화로 인한 날과 시간의 모호함 혹은 분명함이다. '북촌방향'은 '오!수정'에 이은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흑백영화인데, 이번 작품에서 흑백영상이 갖는 의미는 시각적으로 오는 아름다움과 영화다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영화는 흑백 영상으로 인해 날과 날의 경계가 흐려짐과 동시에 낮과 밤의 경계도 흐려졌다. 처음 성준이 서울에 올라온 뒤 북촌을 기웃거리다 낮술을 한 잔 하고는 다시 젊은 영화하는 남자 세 명과 택시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 이미 아주 늦은 밤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옛 여자친구와 헤어져 나온 뒤 만나게 된 영호의 첫 마디는 '너 술마셨구나'다. 즉, 이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물론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날도 혼자 술을 한 잔 하고 영호를 만났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쪽이 더 가깝다) 흑백 영상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즉, 이렇게 되면 성준이 옛 여자친구의 집에서 얼마의 시간 동안 머물렀는지에 대한 추정이 어려워지는데,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북촌방향'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처럼 사실을 추론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모호함의 여지는 매우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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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은 소설의 여 주인과 이별하며 그녀를 위한 세 가지 좋은 충고를 약속받고 떠난다. 이 약속은 과연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



날과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가운데 공간적인 장소의 개념은 더욱 선명해진다. 영화 속 성준의 동선은 매우 한정적이다. 영호를 만나기 위한 길, 그리고 영호와 만나서 함께 가는 '소설'이라는 술집. 그 외에 등장하는 공간들도 반복되는 곳들이 많다. 같은 공간, 모호한 시간의 경계 속에 성준은 극 중 대사를 통해 운명론에 가까운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 영화가 보여준 태도로 보았을 때 이 인연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볼 수 있겠다. 뭐랄까,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스스로가 그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텍스트라는 점이 '북촌방향'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영화 속 성준의 얘기와도 같이 주인공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로서의 인연과 가능성도 흥미롭지만, 영화 스스로가 막연히 모호한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의 활로를 열어두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인연들의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구성은 생각하면 할 수록 놀라운 구조라 하겠다. 누군가 '북촌방향'을 '인셉션'과 연관지은 제목을 스치듯 본 기억이 있는데, 홍상수 감독은 '나도 몰라'하며 허허 웃지만 이 영화의 구조는 '인셉션'의 그것처럼 깊이와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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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이 보여준 '가능성'에 흠뻑 빠져있다보니 너무 이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이 와중에도 홍상수는 자신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보여준 남녀상열지사, 아니 인간 관계에 대한 매우 섬세한 과정 역시 담아내고 있다. 전작인 '하하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좋은 것' '좋은 것만 보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북촌방향'은 '착한 것'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좋은 것'에 대해서도 그러했지만, 홍상수가 화두를 던지는 방법은 너무나도 본편적인 것, 그래서 오히려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 다시금 (혹은 처음) 생각해보게끔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대중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유행섞인 '착하다'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근본적인 의미로서의 '착하다'에 대해 떠올려 보게 했다. 홍상수 영화에서 처음 이런 대사를 만났을 때만 해도 '큭'하며 코웃음 치는 것으로 그치곤 했는데, 이제는 '넌 너무 착해'라고 이불 속에서 얘기해도 '야, 저런 속물이 다있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렇다면 착하다는 것은 진정 어떤 것인가?'라는 걸 떠올려보게 되니, 이렇든 저렇든 결과를 떠나서 참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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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안할 수가 없는데, '성준' 역할을 맡은 유준상의 경우 이미 '잘알지도 못하면서'를 통해 홍상수 세계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터라 이번 작품이 처음부터 기대되었던 경우인데, 역시나 김상경과는 다른 그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나태한(?) 목소리는 '성준'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했다. 기존 TV드라마 출연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배우 유준상의 가능성은, 이제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 작품을 통해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그와 반대로 마치 '잘알지도 못하며서'의 유준상 처럼 '북촌방향'을 통한 개인적 발견이라면 '보람' 역할의 송선미를 들 수 있겠다. 기존 TV를 통해 접했던 그녀의 이미지는 사실 와닿는 것이 없는 평범한 연예인의 그것이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는 '잘알지도 못하면서'의 고현정이 그러하였듯,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홍상수 세계에도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던가'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으며, 그 미소 역시 그간 TV를 통해 보았던 얼굴이었으나 처음보는 미소였다.

1인 2역을 연기한 김보경의 이미지도 좋았다. 그녀 역시 발견이라 할 만한 것이었으며 여배우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거의 대부분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호'를 연기한 김상중은 마치 계속 홍상수 세계에 존재했었던 인물 마냥 그 자리에 떡 하니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면 이제야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상중 역시 발견 또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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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이 일은 몇 일 간의 이입니까 아니면 하루 동안의 일입니까?' 그러자 선생이 대답했다. '허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홍상수의 열 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홍상수! 홍상수!'를 외치게 한 마법 같은 작품인 동시에, 왜 영화라는 예술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빠져들게 되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했던 경험이었다. 그의 가능성 더 나아가 영화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1. 적어도 극장에서 한 번은 더 볼 작정입니다. 반복으로 이뤄진 작품임에도 또 무엇이 있을까 또 보고 싶은 작품이라서요!

2. 이 영화를 시간의 의미로 풀어낸 글 가운데는 씨네21 정한석 님의 글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영화 만큼이나 흥미로운 글이었어요!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67246&page=1&menu=&keyword=&sdate=&edate=&reporter=)

3. 언젠가 한적한 날을 골라 북촌방향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네요. 물론 '소설'에 가서 맥주도 한 잔 하구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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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찰톤 헤스톤 주연의 SF영화이자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중의 하나로 꼽히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로 더욱 유명한 '혹성탈출' 시리즈의 프리퀄 성격인 영화 '진화의 시작'을 보았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1968년 작을 비롯 총 7편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는데, 이 가운데 2001년에는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사실 처음 이 시리즈의 프리퀄에 대해 듣게 되었을 때에는 팀 버튼의 악몽이 불현듯 스치기도 했고, 요 몇 년 간 붐처럼 지속되고 있는 프리퀄 열풍에서 얼마나 개성있게 빛날 것인지를 장담하기 힘든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극장을 나오며 들었던 생각은 1968년 작 '혹성탈출' 외에 다른 시리즈들도 다시금 주욱 훑고 싶은 생각이 진심으로 들 만큼 (물론 여기에는 팀 버튼의 작품도 포함된다. 그 정도!), '혹성탈출'이라는 커다란 이야기의 시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프리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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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답게 유인원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설정이 아닌, 보통의 현대 인간사회를 배경으로 유인원 침팬지 '시저 (앤디 서키스)'의 이야기를 맨처음부터 차근차근 들려준다. 침팬지인 시저가 인간들을 지배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는 이유로 영화는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주인공 윌 (제임스 프랭코)의 이야기로 풀어놓는데, 이 과정이 프리퀄이라는 성격을 버리더라도 즉, 처음 이 시리즈를 만난 관객이 즐기기에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치료를 목적으로 생겨버린 인연이지만, 윌과 시저, 그리고 윌의 아버지와 시저의 관계는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분위기로 그린 점도 이런 공감대 형성에 크게 한 몫을 했다. 처음 시저가 인간들에게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자신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과 다르다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데에서 발단했다는 점에서 이 '시저'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한층 깊게 했다.


누가 뭐래도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은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캐릭터를 단순히 (인간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침팬지로 한정 짓지 않고, 남다른 가족사와 성장기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담아내며 훨씬 더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이전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의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이처럼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나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작들에서 미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깊이과 과거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올바른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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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 작품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전편들에 대한 오마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의 이름의 근원은 물론 (이전 작품들에 등장한 배우나 캐릭터들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조합하여 만든 경우가 많았다), 인상적인 대사들을 그대로 활용한다던지 'Take your stinking paws off me you damn dirty ape!', 전작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도록 만드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극 중에서 윌이 약물을 통해 눈동자의 색이 달라진 시저를 부르는 'Bright Eyes'라는 명칭은 원작에서 유인원인 지라 박사가 인간인 테일러 (찰톤 헤스톤)의 눈을 보고 했던 명칭으로 정확한 대구를 이루며, 시저가 자유의 여신상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장면 역시 직접적인 오마쥬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추가된 장면에서 역시 노골적인 오마쥬와 단순 오마쥬를 넘어서는, 이전 작품들과 앞으로 이 시리즈의 후속편에 직접적으로 단서가 되는 장면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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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면, 한 번 더 생각을 해봐도 이 '시저'라는 캐릭터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감정처리와 주인공 만의 포스를 갖고 있어서, 시저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이후부터의 장면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정말 멋진 (카메라 앵글이나 배경음악은 거들 뿐) 장면들을 쉴새 없이 선사한다. 실제로 몇몇 장면에서 입 밖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도 있었는데, 이처럼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표면적으로)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CG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에서 우스게 소리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가 유인원들 보다 연기를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시저를 비롯한 여러 유인원들의 연기(혹은 묘사)가 워낙에 뛰어났기에 나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연기상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아니겠는가. 정말 언젠가 모션 캡쳐를 통해 연기한 CG캐릭터가 연기상을 수상할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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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편을 기대하게 하는 여러 여운도 남겨놓았는데, 이번 작품의 완성도 정도라면 속편을 기대해보는 정도가 아니라 꼭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막 자신을 깨닫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온 시저의 앞날이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는 사실상 신예라고 할 수 있을텐데, 헐리웃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작품 연출을 맡게 된 계기도 궁금하지만, 불쑥 나타나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감독이 되어버렸네요.

2. 별로 비중없는 윌의 여자친구 역할이 아직도 기억나는 유일한 이유는 프리다 핀토가 연기했기 때문일 겁니다.

3.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진화의 '시작'이라 그런지, 포스터나 홍보문구에 '~~가 시작된다'라는 말이 없는 것 같더군요;;

4. 말포이 날 또 실망시켰어!

5. 기회가 되면 아마존에서 할인할 때를 노려 혹성탈출 블루레이 컬렉션을 구매하려구요. 이전 할인 때는 관심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리운 할인행사가 되었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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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 에이리언 (Cowboys & Aliens, 2011)

재미있을 뻔 했지만 너무 나간 욕심



'아이언맨'을 연출한 존 파브로,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 그리고 007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제목을 듣기 전에도 충분히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카우보이 & 에이리언'.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와는 또 다른 흥미로움과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 전에 가졌던 신선한 기대감에는 못 미치는, 조금은 욕심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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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외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정작 존 파브로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의 비중이 정리되지 않고 산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카우보이, 즉 서부영화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테 이 정서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의 접점을 잘 살려냈다기 보다는 흥미 그 이상의 것은 없는 평이한 수준인 점이 아쉬웠다. 단순히 이질감이 느껴져 잘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를 섞으려 했다는 느낌보다는, 섞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조화를 이루는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 각자의 세계에서 서로만 잘해보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가지의 비중이 꼭 비슷할 필요는 없지만, 이 작품이 선택한 것처럼 카우보이의 이야기에 대부분의 비중을 할애한 것은 결과적으로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 '뭐지?'하게 되는 쌩뚱맞은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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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크가 연기한 주인공 제이크는 에이리언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과거가 많은 인물이라 이 과거를 소개해야만 했던 것도 한 몫 했고,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달러하이드 역시 과거 전쟁에서 부하를 잃었던 것과 골치덩어리 아들(폴 다노)과 연관된 이야기가 있고, 수수께끼의 여인 엘라의 경우 이 둘 과는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자신만의 미션이 또 있으며, 제이크, 달러하이드와 함께 하게 되는 일행 가운데 아내를 빼앗긴 도크의 이야기 그리고 보안관인 외할아버지를 찾으려는 소년 에밋의 이야기, 그리고 후에 등장하는 인디언들의 이야기 등 이 영화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각각 다 비중있게 담겨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위와 같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존 파브로는 여기에 욕심을 더 부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고 더 나아가 해결하는 것 까지 이 액션 영화에 담아냈다는 점이 결국은 단순하고 하나의 이야기일 수록 더 좋을 수 있었던 소재를 갖고 있던 이 영화에서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차라리 영화의 제목처럼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만 더 집중하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부시대의 배경과 캐릭터들이 에이리언이라는 SF적인 세계관과 맞닥들였을 때의 조우를 존 파브로가 '아이언 맨'을 통해 잘 보여주었던 액션 위주로 풀어내었더라면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극장에 앉아있는 2시간 동안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여름 블록버스터가 되었을텐데, 너무 많은 캐릭터와 너무 많은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를 소재에 그치게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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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중 에이리언의 모습은 게임 'Gear of War'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더군요, 보이는 것에 비해 활약상은 좀 적어서 아쉽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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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2011)
군더더기 없는 추격의 리듬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 2009년 '핸드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신작 '최종병기 활'을 보았다. 사실 최근 들어 박해일의 출연작들의 임팩트가 배우가 주는 인상에는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있고, '최종병기 활'이라는 제목은 아무리 들어도 일본 애니메이션 '최종병기 그녀 (最終兵器彼女)'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라 조금은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유료시사 (인줄도 몰랐던)로 보게 된 영화는 활이라는 무기를 소재로 병자호란이라는 정치/사회적 사건을 배경으로 풀어낸 군더더기 없는 추격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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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병사들에게 동생을 빼앗기고 오로지 동생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추격하고 또 추격 당하는 남이(박해일)의 이야기다. 일단 추격의 시작이 되는 발단을 연인 관계가 아닌 남매 관계로 설정한 것이 이 작품의 군더더기를 더는 첫 단추로 작용했다. 중심이 되는 감정을 연인간의 감정으로 삼을 경우 아무래도 여기에 할애해야 하는 감정의 리소스가 많아질 수 밖에는 없기 때문에, 심플한 리듬으로 정리되기 보다는 굉장히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이 부분을 남매간의 애틋한 감정으로 처리하며 오히려 더 단단한 힘을 얻은 경우라 하겠다. 물론 남녀간의 애정 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인 - 문채원 과 서군 - 김무열 간)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남이의 이야기로서 존재한다. 남이가 동생을 구하러 떠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다소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에는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자세히 설명하려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고 과감히 본격적인 추격전에 바로 뛰어든 영화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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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좀 더 깔끔하게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이한위가 연기한 캐릭터 등 주인공 주변에서 코믹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캐릭터들에 대한 절제된 묘사도 있었다. 이런 경우 주변 캐릭터들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무거워만 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가벼운 리듬감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가끔 전체적인 흐름을 깨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한위씨가 등장하는 순간 '아, 이 작품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겠구나' 싶었는데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절제된 활용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비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런 절제는 추격에 전체적으로 집중한 이 영화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류승룡이 연기한 '쥬신타'를 중심으로한 청나라 정예부대를 단순한 악당으로 그리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서로를 인정할 만한 상대로서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설명을 더하지 않은 점 역시 이 영화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쥬신타와 그의 부대에 대해 관객이 더 흔들릴 수 있도록 서두에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도 좋았겠지만, 영화가 선택한 방식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좀 더 설명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라고 느꼈던 부분은 주인공 남이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분명 극 중의 짧은 대사로는 문무 모두에 별다른 흥미를 못느끼는 것으로 묘사되었으나 추격극을 통해 보여지는 남이의 모습은 흡사 '레골라스'에 가까운 신궁의 모습이었기에 사실 조금 의아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짧은 사냥씬 만으로는 남이가 그 정도의 고수라는 것을 눈치채기는 어려웠기에 이후 정말 고수들로 이뤄진 쥬신타의 부대와 대등하게, 아니 더 뛰어나게 싸우는 모습에서는 '남이가 저 정도의 고수였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더라도 좀 더 고수의 풍모를 숨기고 있다는 짧은 설정들을 초반에 깔아두었더라면 좀 더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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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런 추격극 위주가 아니라 임금을 잃고 청나라에 나라를 빼았겼던 병자호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했던 때문인지, 맨 마지막에 가서 김한민 감독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기는데, 전체적인 결론만 보자면 비극적 역사에 대한 부분을 아예 다 빼버리지 않고 마지막에 한 줄로 턱 던져 놓는 방식도 2가지를 모두 어느 정도 만족시킬 만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비극적 역사에 대한 부분에 더욱 강조했다면 추격극 자체에는 힘을 잃을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비장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을텐데, 반대로 아예 추격극 자체에 완전 집중하면서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이 추격극의 배경에는 사실 이런 역사적 비극이 실제로 있었다'라는 사실을 넌지시 던지는 방식 또한 이런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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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러닝타임 내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진행되는 추격전이 볼만한, 그리고 활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고려한 거리를 둔 액션이 흥미로운, 올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될 듯 하다.


1. 고증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고증 측면은 아니지만 무한히 리필되는 화살이 아닌 쏘고 나서 항상 화살을 회수하는 모습은 현실적이라 좋더군요.

2.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 오히려 더 많은 요소들을 담으려 하지 않고 한 가지에 비교적 충실했던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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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어벤져스의 마지막 예고편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는 내년 드디어 개봉할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이미 영화화가 이루어진 '아이언맨' '헐크' '토르', 그리고 이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등장했던 블랙 위도우, 닉 퓨리, 호크 아이까지 모두 선을 보였으나, 어벤져스의 가장 중요한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는 이제서야 영화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어벤져스'의 관점을 떠나서 '캡틴 아메리카'는 그 이름처럼 상당히 미국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관심이 조금은 덜 갔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영화 '퍼스트 어벤져'는 원작이 그리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본연의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단순히 미국적이라기 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어벤져스'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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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나치가 등장하는 제 2차 세계대전을 그대로 하고 있다. 다른 어벤져스의 일원들과 비교해보자면 '캡틴 아메리카'로서 보다 스티브 로저스로서의 이야기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고 봐야겠는데, 그렇다고 스티브 로저스가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까지 영화의 분량상 한참 걸린다는 얘기가 아니라, 영화가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에 있어서 인간 스티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부분의 공감대를 잘 살려낸 것이 앞서 이야기했던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불편함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외소한 체격으로 여러번의 자원 입대에 실패한 스티브의 '진심'은 허세나 뻔한 애국심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여서 자연스러웠고, 그가 '캡틴 아메리카'가 된 이후에 보여주는 행동들에서도 커다란 불편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듯 다른 히어로들보다 좀 더 현실적(?)인 스티브의 이야기는 뒤로 갈 수록 전쟁을 다룬 시대극에서 본격적으로 히어로물에 가깝게 진행된 이후에도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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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적인 측면과 배경에 별다른 각색을 가하지 않은 것은 전체적으로도 영화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하는 효과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이 수행해야 하는 가장 큰 기능이 '어벤져스'의 일원인 캡틴 아메리카를 소개해야 하는, 더 나아가 '어벤져스'에서 그가 활동하는 일들과 선택하게 되는 결정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초석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를 별개로 생각하여 이 작품의 구조를 뜯어보자면, 너무 간단하게 정리되거나 뛰어넘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텐데, 이런 점들을 밑그림 정도로 설명하고 빠르게 전개하는 것이 오히려 이 작품에는 더 어울렸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본래 '캡틴 아메리카' 자체에 큰 애정을 품었던 이들이라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지도 모르겠다. '어벤져스'의 일원을 소개하는 측면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딱 좋은 비중과 구성이었지만, 독립적인 이야기로 보았을 때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초에 이 작품을 '어벤져스'의 거대한 예고편으로 받아들였었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균형잡힌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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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가 '어벤져스'의 작품들보다 조금 더 나아간 점이 있다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엔딩 크래딧 이후 쿠키에 수록한 것이 아니라 본편 속에 수록했다는 점이다. 쿠키의 성격이 훨씬 강한 닉 퓨리 (사무엘 L.잭슨)와 쉴드의 이야기를 엔딩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동시에, '내년 여름 어벤져스로 찾아옵니다' 라는 식의 직접적인 문구까지 수록하고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나고는 아예 '어벤져스'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본격적으로 기다림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퍼스트 어벤져'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어벤져스'의 예고편이 더 흥분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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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하나는 도미닉 쿠퍼가 연기한 '하워드 스타크'였어요. 잘 아시다시피 하워드 스타크는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인데, 이 작품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주요 무기들을 만드는 조력자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힘의 원천인 '코스믹 큐브'를 나중에 재차 발견하는 인물로도 나오죠.


2. 이 '코스믹 큐브' 관련한 내용은 '토르'의 쿠키 장면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3. 스탠 리는 이번에도 출연하는데, 이번엔 대사도 있었죠!





4. '어벤져스' 기다리며 시간 날 때마다 코믹스를 좀 복습해야겠군요.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알고 본다면 더 재미있을지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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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2 (Cars 2, 2011)

감동은 덜하고 볼거리는 더하고



픽사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 '카 (Cars, 2006)'의 속편인 '카 2 (Cars 2)'를 보았다. 개인적으로도 '니모를 찾아서'나 '업', '월-E' 등 픽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카'에 대한 평가가 그리 나은 편은 아니었는데, '카 2'를 보고나서 불현듯 전편이 보고 싶어서 다시 보게 된 '카'는 분명 보여지는 것 보다는 좀 더 많은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하고, '카 2'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확실히 속편이 갖을 수 있는 장점이자 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 (캐릭터 소개의 시간이 필요없다는 것) 작품으로서 픽사가 타 스튜디오에 비해 가장 잘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 부분은 많이 약해졌지만, 볼거리와 재미 부분은 더 화려해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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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는 자기만 잘 난 줄 알았던 '라이트닝 맥퀸'이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된 레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의 친구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매번 빠르게만 달리는 것이 일이었던 레이싱 카가 느린 속도로 드라이브 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과정) 이야기를 그렸다면, '카 2'에서는 맥퀸의 중심이긴 하지만 그의 사고뭉치 절친인 '메이터'가 엮이게 되는 전혀 다른 첩보적인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우정의 소중함과 보여지는 것(외모)으로서가 아닌 내면의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재차 들려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감동을 전달하는 메시지 측면에 있어서는 '픽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심한 부분이 많았다. 기존 픽사의 작품들을 떠올려보자. 오프닝 시퀀스 만으로도 이미 티셔츠를 펑펑 적셨던 '업'은 물론이고, 사람보다 더 간절하고 애틋한 '월-E'의 마음과 시리즈를 계속해오며 더 이상 장난감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토이스토리'만 봐도 픽사의 이야기는 항상 애, 어른이고 할 것없이 펑펑 울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그런 측면에서보면 '카 2'는 이런 식의 감동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기 보다는, 애초에 방향 자체가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이 부분에 힘을 뺀 것은 사실 상당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왜냐하면 픽사가 다른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거듭 얘기하는 것처럼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에, 이 핵심이 약해진 작품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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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 2'가 이런 이야기에 집중하는 대신 더 많은 공을 드린 부분은 로케이션 (애니메이션에서 로케이션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과 그에 따른 볼거리와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맥퀸의 기본 이야기에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음모를 둘러싼 첩보의 이야기가 겹쳐져 있는데, 이를 통해 '카 2'는 마치 007영화를 연상시키는 일본, 프랑스, 런던의 다국적 배경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배경 묘사와 각 나라(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의 디테일이 정말 대단했다. 마치 레이싱 게임들의 디테일이 실사 화면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인 것처럼 (실제로 이 작품에 등장한 런던의 트랙은 게임에도 등장한 아주 익숙한 트랙이었다), 같은 컨셉으로 모두 새로 그렸다기 보다는 거의 실제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한 정도의 퀄리티로 묘사한 도시의 디테일이 돋보였다. 특히 일본에서의 장면의 경우, 일본을 가본 사람들만이 좀 더 웃을 수 있는 미세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파리와 런던 역시 이런 부분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파리와 런던을 가보지 못해 확인해볼 수 없었던;;;)


각 도시의 배경은 물론 문화까지 고려한 디테일한 에피소드들까지. 이런 부분들은 역시 픽사답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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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표현된 볼거리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미 전 편을 통해 레이싱 시퀀스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픽사는 이번 '카 2'를 통해 좀 더 화려한 레이싱 장면과 더불어 자동차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시퀀스를 추가했다. 자동차 외에 비행기, 배 등 다양한 탈 것들이 (물론 이 작품에서는 모두 의인화 되어 있으니 누가 타지는 않지만) 등장하는데, 이들이 벌이는 시퀀스들도 흥미로웠다. 볼거리 측면에서는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잊혀져 버린 66번 국도를 통해 많은 생각해볼 거리와 감동의 메시지를 던졌던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첩보 스릴러가 더해진 활극 속에서 맥퀸과 메이터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면 좀 더 인상적인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이런 이야기적인 측면보다는 볼거리가 더 기억에 남는, 거의 유일한 픽사의 작품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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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편 상영 전 단편으로는 '하와이 여행'을 만나볼 수 있는데,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어 일단 반가웠어요. 특히 3편 이후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그 이후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서 작품과는 상관없이 그냥 좀 짠하기까지 ㅠ

2. '카 2'를 보고와서 그 다음날 바로 '카'를 블루레이로 다시 보았는데, 상대적 효과였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카'가 인상적인 작품이더군요. '카 2'에서도 이런 깊이 있는 이야기가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3. 교황이나 영국 여왕과 왕자를 자동차로 의인화 한 것도 코웃음 치게 하더군요. 아, 그리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픽사의 이전 작품들을 '카'처럼 모두 자동차 화하여 조금씩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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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예고편 만으로 이렇게 두근 거렸던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란 자신의 전작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이미 제작이 결정되던 그 순간부터 영화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과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는 '다크나이트'의 후속작 '다크나이트 라이지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의 공식 티저 예고편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이번 예고편을 통해 '다크나이트 라이지즈'는 확실히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 2005)'로 부터 시작된 서사의 결론을 짓는 의미가 강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듯 하다. 즉, 마지막과 맨 처음은 여러모로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텐데, '라이지즈' 덕에 조금은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다크나이트'에 비하자면) '배트맨 비긴즈'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악당인 '베인'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배트맨이 정말로 힘겨워 하는 장면도 엿볼 수 있어 이 서사시의 마지막 대결이 어떠한 세기로 전개될지 벌써부터 심장이 요동치게 만든다.

티저 예고편만으로 이 정도로 두근거리게 만들다니!
이 크리스토퍼 놀란 같으니라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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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2001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을 극장에서 본 이후로 정확히 10년이 흐른 뒤, 우리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를 극장에서 만나보게 되었다. 총 8편의 시리즈를 통해 나의 20대를 고스란히 함께 했던 이 시리즈에 대해 전부 이야기하자면 이 글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 정도로 '해리포터'시리즈는 크리스 콜럼버스가 맡았던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까지는 특별히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한 세 번째 작품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부터 어두운 면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는 기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아이에서 소년, 소녀가 되어 가는 것처럼,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구도가 점점 깊어지고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의 희생과 어두움이 더 깊어지면서, 이 시리즈는 갈수록 마음에 드는 시리즈가 되었었다. 1,2편의 깜찍하고 마법같은 아이들이 여정에 환호했던 팬들은 갈수록 나이먹는 해리의 얼굴처럼 점점 어두워져가는 시리즈를 탐탁치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몹쓸 놈의 태생적 어두움에 대한 호감 때문인지) 갈수록 마음에 드는 시리즈였다. 그런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이라니 일단 실감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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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많은 유혹에도 단 한 번도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로만 이 시리즈를 접했기에 영화에 대한 감상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무언가 더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실제로 원작에는 아마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법한) 느낌을 받은 적도 많았지만,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구성과 전개였다. 특히 2부작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죽음의 성물'은, 파트 1은 파트 2를 준비하는 기능만을 수행하는 작품으로 로드 무비에 가까웠다면, 파트 2에서는 드디어 대단원의 마무리와 함께 그 동안 조금씩 풀어왔던 미스테리를 드디어 모두 풀어놓는다. 

해리와 볼드모트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대결을 펼치고, 이 대결을 위해 헤르미온느와 론을 비롯한 해리의 모든 친구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라는 점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해리를 지원하며, 덤블도어와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풀리지 않았던 미스테리까지 해결된다. 파트 1이 이 대결을 위한 해리, 헤르미온느, 론 이 세 친구 중심의 로드무비였다면, 파트 2는 명확히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이 중심을 이룬다. 즉, 볼드모트의 비중이 더 커졌으며 이 가운데 스네이프의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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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리즈에서는 아무래도 주인공보다 그 주변의 어두운 인물들에게 더 정이 가게 되는데,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바로 말포이와 스네이프가 그랬다. 사실 말포이는 볼드모트에게 명령을 받았을 때부터 무언가 더 보여줄 것만 같은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런 가능성이 끝내 피어나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죽음의 성물 : 파트 2'에서도 말포이는 무언가 할듯 할듯 하는데, 결국 그냥 돌아서고 마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예전에 파트 1이었던가 아니면 '혼혈왕자'였던가 쓴 리뷰 글에 '나중에 말포이가 무언가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라는 말에 원작을 읽으셨던 어떤 분이 '촉이 좋으시다며' 그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암시를 주었었는데, 원작에서는 말포이와 관련된 더 많은 결말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해 애정을 가졌던 이로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스네이프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사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선악을 알기 어려운 캐릭터가 바로 알란 릭맨이 연기한 스네이프였는데, 역시나 마지막에 가서 그의 대한 미스테리가 풀리자 눈물도 펑펑 터져나왔다. 이 풀려버린 수수께끼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이 사실은 스네이프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한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돌아온 집에서 다시 보게 된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마침 나오던 장면이 스네이프가 해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더 엄하게 혼내는 장면을 보니, 영화가 전혀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한번 1편부터 볼 예정이었는데, 스네이프 덕에 전혀 다른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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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아마도 원작 포함) 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볼드모트에 대한 마무리였다. 볼드모트가 처음부터 '볼드모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 이전 '톰 리들'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었다면 시리즈의 마지막 톰 리들로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면 (마치 다스베이더에게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처럼)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말이다. 물론 이렇게 했다면 좀 더 선 굵은 이야기의 힘이 약해질 수도 있거나 스네이프의 이야기가 약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볼드모트에게 뭔가 조금씩 여운을 남겼던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그렇게 고대해온 해리와 볼드모트의 마지막 대결치고는 조금 급하게 마무리 된 감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시리즈들의 마지막 편에서 마지막 대결을 떠올려보자면 워낙에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아서였는지 '죽음의 성물 2'에서는 이 대결구도의 비중은 크지만 대결 자체의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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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지만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패배감과 비장함, 그리고 이를 더 증폭시키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도 좋았다. 항상 웃고 떠들던 이 친구들의 얼굴에서 웃음 대신 공포와 비장함이 깃들고, 또 그 즐겁던 공간이 어둠과 혼란에 휩싸여 버린 묘사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맥스 3D는 적절한 수준이었다. 3D 입체효과를 내기 위해 일부러 만든 장면들도 없었고, 그렇지만 입체효과를 적절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입체안경을 쓰고 러닝타임 내내 보았음에도 피로하거나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균형있는 3D 작품이었다. 아이맥스 3D에 걸맞는 스케일이 담긴 작품이니 비싼 티켓 값은 충분히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능하다면 아이맥스 3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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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극장을 나오며,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 조차 해리포터 시리즈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또 내년 여름 혹은 겨울이면 그 마법의 모험담을 또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해리포터'시리즈는 맨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자체가 인상적인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특별한 시리즈가 되어버린 케이스다. 20대를 함께 보낸 나도 이 정도인데, 영화 속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처럼 10대를 이들과 고스란히 함께 보낸 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마도 지금은 잘 모를 듯 싶다.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어 보게 될 때, 그 때 비로서 알게 되겠지.

안녕, 해리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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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3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

마이클 베이의 너무 과했던 욕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화제작 '트랜스포머 3'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관람 전 이미 수많은 악평들을 접하고 나서 보게 되는 경우는 그 의견에 물들어 같이 다운되기 보다는, 오히려 반대심리가 작용해서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식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래서 실망도 덜 하게 되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보게 되는 편이다. '트랜스포터 3'의 기대치는 다른 이들의 평을 듣기 전에도 그리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극장에서 볼거리를 가득 2시간 넘게 체험하면 그걸로 족하다' 라는 기대 정도, '트랜스포머에게 뭘 더 바래'라는 식의 태도였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정도에 머물렀으면 그럭저럭 괜찮았을 작품이었지만, 마이클 베이는 이 작품에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뭘 더 바래' 수준에서 딱 만족할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좀 더 심플하고 딱 좋은 수준의 영화가 되었을텐데, 마이클 베이는 본인이 잘하던 장점마저 퇴색시켜버렸을 정도로 이 세 번재 시리즈 작품에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시도 혹은 끼워넣기가 차라리 보여주기 측면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스토리에 관련된 것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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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황홀경에 가까웠던 변신의 순간과 블록버스터에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 그리고 영화라는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있는 로봇 액션 정도를 들 수 있을텐데, 1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관객에게 이런 경험이 일종의 비주얼 쇼크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충격은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약해지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트랜스포머'같은 시리즈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건 액션의 규모와 세기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정교함 정도를 더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이 보완책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업그레이드를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마이클 베이가 선택한 보완책이 이것 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트랜스포머 3'를 보며 느꼈던 점 중에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마이클 베이가 샤이아 라포프를 데리고 '스파이더 맨'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단순히 로봇으로 표현되는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에서 벌이는 SF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소년과 청년으로서 주인공 샘이 겪는 성장통, 사회의 일원으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 여자친구 및 부모님과의 관계 등에 대한 현실적인 갈등마저 품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던 것만 같은데,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트랜스포머'라는 시리즈에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들은 너무 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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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간 폭스가 떠나고 로지 헌팅턴-휘틀리가 합류한 여자 친구 역할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그냥 둘 사이를 가볍게 그렸다면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려고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것을 보면 다른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주인공들이 초반에 겪었던 갈등 요소가 외적인 사건 (이 작품에서는 센티널 프라임을 둘러싼 사건들)을 함께 겪으며 눈녹듯이 녹아 다시 화해하게 된다는 것으로 그리려고 했던 것 같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엇, 쟤들 왜 저러지?' 싶은 괴리감만 준다. 또한 패트릭 댐시가 연기한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오토봇 VS 디셉티콘의 대립구도 외에 다른 가지의 이야기를 노렸던 것 같은데, 이 부분 역시 제대로 살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이 글 초반에 있는 것처럼 또 다시 '트랜스포머에 뭘 더 바래'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런 새로운 인물과 관계 그리고 이야기를 추가시켰다면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반드시 소화되어야만 의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필수여야할 부분이었기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예전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 가운데 '아마겟돈'만 봐도, 어떻게 아버지를 잃은 딸이 바로 무사히 돌아온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반갑게 안길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의 딸과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자 할 때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부분은 분명 존재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트랜스포머 3'의 내러티브는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해도 너무 배제한 느낌이다. 더 문제인 건 관객은 대부분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느끼는데, 영화 속 캐릭터와 (그 웅장하고 과도한) 음악은 그 어떤 감정적인 영화들 못지 않게 그야말로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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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마이클 베이가 잘 못 건드린 부분 중 하나는 정치적인 이슈였는데, '트랜스포머 3'가 정치적인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발을 뺏어야 했는데 이 작품에는 충분히 오해를 사고도 남을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오토봇과 미군이 아랍국가에서 태연하게 작전을 진행하는 장면이 그것인데, 사실 보는 중간에도 '엇, 이거 뭐지?' 싶을 정도로 쉽게 말해 '개념이 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영화에서 사건 전후로 어떤 설명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이 장면에 대해서는 정말 순수할 정도로 그냥 넘어갔구나 싶은데,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니고 아무런 이유없이 (버젓이 아랍국가 차량임을 클로즈업 하는 방식까지 취하면서) 이들을 습격하는 오토봇과 미군들의 모습에서는 마이클 베이가 도대체 어떤 정치관을 갖고 있는지, 아니 정치관은 없는 것 같은데 (이것은 비난이 아님) 너무 무지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한 사회의 청년으로서 샘이 겪는 일들을, 여자친구, 부모님 과의 갈등 등에 대한 내용은 냉정하게 말해 전혀 없어도 '트랜스포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이었으며 넣고자 했더라도 최대한 비중을 줄였어야 했는데, 마이클 베이는 이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과 무지에 가까운 정치관은 '트랜스포머 3'에게는 필요없는 과한 욕심이자 가장 큰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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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부터 계속 말이 안되는 장면이나 스토리상 너무 간과하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은 다 '트랜스포머에게 뭘 더 바래'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줄에 걸려서 한동안 활약 못하는 거나 갑자기 오토봇들이 전후사정없이 포로로 잡혀있는 거나, 주요 캐릭터가 사라질 때 관객에게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이나,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는 존 말코비치의 분량 등은 이 선에서 이해한다 (해본다)). '트랜스포머 3'는 과욕이 부른 아쉬운 작품이었다. 차라리 '이거 너무 단순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의문점이 있었더라도 아마 그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갖을 필요없는 갈등 요소를 스스로 너무 많이 가져다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무리 해버린 좋지 않은 전개였다.


써놓고 보니 극장을 나올 때보다 훨씬 더 격해진 느낌이 있는데, 사실 훨씬 더 너그러운 자세로 관람한다면 제법 볼만했다 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아, 2시간 반은 너무 길었다. 쳐내야만 했던 부분들을 다 쳐내고 2시간 안으로 정리했다면 훨씬 좋은 오락영화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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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매년 상반기와 연말 혹은 연초에 가장 인상적으로 본 영화들을 '좋은 영화 베스트'라는 식의 이름으로 정리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느 덧 6월이 훌쩍 지나고 2011년 상반기를 결산해볼 시간이 다가왔다. 간단하게 총평을 해보자면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좋은 인상적인 영화들의 숫자가 조금은 적어진 듯 싶다. 지난해 상반기에 리스트를 꼽을 때에는 외국영화 만으로도 10작품을 쉽게 꼽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영화를 포함하여 딱 10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다. 참고로 언제나 그렇듯이 선정 기준은 완전 개인적이며,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정리해 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윈터스 본 (Winter's Bone, 2010)
소녀는 울지 않는다
http://www.realfolkblues.co.kr/1430 



제니퍼 로렌스 라는 여배우의 발견. 인생을 다 겪은 듯한 소녀의 표정과 몸짓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제목만 들어도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작품.






2. 라푼젤 (Tangled, 2010)
디즈니가 가장 자신있는 마법의 세계
http://www.realfolkblues.co.kr/1440



'라푼젤'에서 보여준 디즈니의 마법은 여전했다. 디즈니는 이런 식으로 가면 된다. 픽사를 억지로 따라할 필요도, 오로지 기술적인 측면에만 매진할 필요도 없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자신들이 해왔던 방식에 근거하여 조금씩 보완해 가면 된다. 갑자기 너무 다른 옷으로 갈아입으려 하기보단, 서서히 스타일 변신이 아닌 보완을 하면 될 듯.

 




3. 혜화, 동 (Re-encounter, 2010)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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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국내 영화 중 한 편. 스물 셋 혜화의 지난 겨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 민용근 감독과 혜화 역의 유다인 씨를 비롯한 이들의 정말 투혼에 가까운 관객과의 대화 릴레이는 올해 그 어떤 영화 마케팅 방법보다 진실되고 값진 것이었다.





4.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http://www.realfolkblues.co.kr/144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5.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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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올해의 국내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6. 두만강 (Dooman River, 2009)
경계와 경유 그리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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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의 '두만강'은 전작들과는 달리 상당히 감정적이고 극적이며 떨려오기까지 하는 작품이었다. '삶의 슬픔이 침묵으로 흐른다'는 올해의 카피 후보. 개인적으로는 장률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와닿았던 작품.






7.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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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위의 저 장면은 앞으로 후반기에 어떤 영화의 명장면이 나온다 하더라도 올해의 명장면으로 이미 결정.






8. 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 2010)

메리를 둘러 싼 삶의 온도

http://www.realfolkblues.co.kr/1485



마이크 리의 전작 '해피 고 럭키'와 마찬가지로 마냥 행복한 영화라기 보다는 그 안에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담은 작품. 노년에 접어든 마이크 리에게 삶이란 결국 이런 깊이로 와닿는 것일까. 영화 속 메리에게서 나를 보게 되느냐, 타인의 모습을 보게 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영화.





9.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http://www.realfolkblues.co.kr/1505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10. 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라는 마법

http://www.realfolkblues.co.kr/1506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 가운데 영화라는 것으로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실뱅 쇼메의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더 이상 영화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보내는, 마법사의 쓸쓸한 여정.




* 올 하반기에도 더 많은 인상적인 좋은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여러분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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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의 간첩
메시지+재미+실속까지 소소한 다큐멘터리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타임'의 네 번째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간첩'이었다. 일단 이 다큐멘터리는 '부당거래' 이후 작품으로 유럽을 배경으로한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던 류승완 감독이, 영화 작업에 앞서 관련 자료조사 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지점이 MBC가 기획한 의도와 부합되는 부분이 있어서 TV를 통해 이 짧은 다큐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주된 내용은 류승완 감독과 지인인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가 함께 북한 공작원, 이른바 간첩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겠지만, 간첩을 찾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이 다큐의 목적성은 '정말 간첩을 찾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왜 못찾을 걸 애초에 알았으면서 이 과정을 다큐로 담아냈느냐'로 접근해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일차적으로는 항상 영화를 만들기 이전의 사전 자료조사 과정이 매우 궁금했었는데, 그런 부분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그 소재가 남북문제를 비롯해 한국사와 연결된 실제 사실이다 보니 더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 류승완 감독은 이 '간첩'이라는 다큐를 연출하면서 딱딱하고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매우 리듬감 있게 풀어내고 있었다. 중간중간 고전 영화와 드라마 속 장면들을 끼워넣어 무겁게 흘러갈 수도 있는 주제에 리듬을 주고 있는데, 마치 힙합 음악에서 샘플링을 사용하듯 영상을 활용하고 있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자료 조사 과정의 이야기는 진지하려고 작정하면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무겁고 정치적인 내용으로도 풀 수 있었다는 얘기인데, 소재는 같지만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에 류승완 감독이 선택한 이 방식이 유쾌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치고 빠지는 정도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만약 완벽한 페이크 다큐를 예상했다거나 혹은 완전히 진지한 (MBC 창사 50주년 기념 특별기획에 빛나는;;) 다큐를 기대했다면 양다리를 걸친 이 모습에 갸우뚱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간첩을 찾아라!'가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아직도 (말도 안되게) 등장하곤 하는 레드 컴플렉스를 묘하게 풍자하고 있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줄타기가 적절한 구성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맨 마지막에 간첩 신고에 관한 노래를 들려주는 것과 이와 함께 등장하는 간첩신고 문구 (폰트)의 포장은, 누가봐도 아직도 무슨 일만 벌어지면 북한 소행이라고 하는 것들과 더나아가 어처구니 없게도 이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사회에 대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풍자였다.

자료조사의 과정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 나름대로 흥미롭고, 편집과 연출 의도만을 가지고 풍자의 성격을 가미했으며, 결과적으로 나중에 나올 신작 영화에 대한 간단한 떡밥도 깔았으니, 이 정도면 소소하게 만족스러운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싶다.


1. 감독님! 보고 계시죠?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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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라는 마법



프랑스의 찰리 채플린이라고 불리는 코미디의 거장 '자크 타티'를 기리며 만든 실뱅 쇼메의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2010)'를 보았다. 이 작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자크 타티 때문이 아니라 올해 열렸던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 후보에 오르면서 부터였는데, 너무 아름다운 작화와 분위기에 예고편 만으로도 흠뻑 빠져서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으나, 사실 국내에 개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하기도 했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극중 일루셔니스트 모습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 만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도 아닐 뿐더러 주제 역시 유쾌하지 만은 않고, 헐리웃이 아닌 프랑스에 서 만들어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상업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이 비좁은 개봉관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 구매를 알아보고 있던 중 국내 개봉 소식을 접하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보게 된 실뱅 쇼메의 '일루셔니스트'는 아름답고 아련하면서도 쓸쓸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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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일루셔니스트의 모습에서는 여러가지를 빗대어 볼 수 있을 듯 하다. 처음에는 큰 공연장을 돌며 잠깐씩 마술쇼를 보여주던 주인공은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이 설 무대를 잃어가다가, 결국에는 이것만 가지고는 살아나갈 수 없기에 전혀 다른 일들을 잠을 줄이고, 시간을 짜내어 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단순히 설 수 있는 무대가 사라졌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존재를 아직까지 믿어주는 한 소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더 이상 마법에 놀라지 않고 속지 않은 세상과는 달리 아직 세속적인 것에 물들지 않아 주인공의 마법에 환호하고 마법 자체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는 이 소녀를 위해, 주인공 일루셔니스트는 쉽게 자신의 일과 마법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이 모습을 통해 우리는 여러가지를 빗대어 볼 수 있는데,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급격하게 잊혀져 가는 모든 오래된 것들에 대한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내가 발견한 메시지는 바로 영화에 관한 것이었다. 감독인 실뱅 쇼메가 자크 타티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것 역시 영화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극 중 일루셔니스트의 모습에서는 영화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아련함과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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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일루셔니스트는 자신은 마법을 믿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마법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소녀의 꿈을 지켜내기 위해 일루셔니스트로서 최선을 다한다. 이 작품이 쓸쓸한 첫 번재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일루셔니스트 스스로는 마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더 이상 자신의 마법만으로는 삶을 영유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마법'이 아닌 소녀에게만 보이지 않는 현실의 노력으로 이 마법을 지켜내게 되는 점이다. 일루셔니스트가 현실의 노력으로 이 마법을 지켜내려는 과정을 보는 관객들은 그의 모습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영화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영화라는 매체가 점점 본연의 예술적 아름다움과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하기 보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관객들의 일회성 요구에 발맞춰 여러가지를 포기하거나 혹은 내실이 아닌 포장에만 더욱 열을 올리게 되어버린 요즘의 영화계를 떠올려 볼 수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대중의 요구로 움직이기 보다는, 만드는 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완성해낸 결과물들이 점점 더 상업성이 없다는 시장의 논리로 인해, 설 무대가 없었던 일루셔니스트처럼 관객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현실을 비춰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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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쓸쓸했던 이유는, 극의 처음부터 그리 열정적이지는 않았던 (이미 나이로 보았을 때 이런 자신의 상황에 내성이 생겨버린, 일종의 포기상태일 듯한) 일루셔니스트가 우연히 만나게 된 소녀를 통해 잠시나마 자신도 조금은 잊고 지냈던 일에 대해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모습과 결국엔 쓸쓸한 안녕을 고하게 되는 현실 때문이었다. 분명 일루셔니스트는 소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즉, 소녀에게 해준 것은 본인이 (아마도) 평생을 해왔을 일루셔니스트로서의 삶, 자신에게 해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소녀의 캐릭터가 일루셔니스트를 이해한다기 보다는 단지 '무지'의 존재였다가 세상을 알게 된 뒤에는 남들과 똑같이 현실에 녹아들어버리는 걸 보았을 때 더더욱 이 이야기는 세상에 놓여진 일루셔니스트의 쓸쓸한 일인극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체가 또 쓸쓸하다. 관객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일루셔니스트의 삶이 결국 일인극으로 마무리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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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의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쓸쓸한 감성을 담고 있지만, 영상에서는 다시 한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영화라는 것의 마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낸다. 무성영화에 가깝도록 대사는 없고 인물들 역시 말보다는 행동과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는데, 특히 극 중 일루셔니스트가 지내게 되는 모텔에서 만나는 그의 광대 동료들의 자화상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실뱅 쇼메의 영화 '일루셔니스트'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라는 마법에 대해 깨닫기에 완벽한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감독의 말을 듣고 있는 대상이 더 이상 마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 임을, 감독과 작품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쓸하고 그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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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J.J. 에이브람스의 '수퍼 8 (Super 8)'은 완벽한 스필버그 영화다. 일차적으로 스필버그가 참여하기도 했으니 스필버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E.T' '구니스' '미지와의 조우' 등 스필버그 영화들의 자양분을 받고 자라난 세대가 이를 추억하며 만든 종합적인 의미로서의 '스필버그' 영화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수퍼 8'은 새로울 것은 전혀 없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추억의 부스러기들을 잔뜩 끌어와 오마주와 자기 확장만을 더했음에도 이 작품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없다면 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실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일부러 분석해보자면 최근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의 줄거리는 너무 단순하고 건너뜀도 많고, 논리적이라기 보단 허무한 것에 훨씬 더 가깝고, 메시지 역시 동심에 기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단점들은 정말로 한 발 물러나서 일부러 찾아본 것들이다. 한 발 물러나 냉정하게 본다면 이런 단점들이 훤히 보이는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땐 전혀 발견되지 않았을 정도로 '수퍼 8'은 내 유년의 추억들과 스필버그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해 행복하게 만든, 참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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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J.J.에이브람스가 진심으로 부러워졌다. 이 작품은 J.J가 동경하던 스필버그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스필버그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T'나 '미지와의 조우'를 보며 외계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구니스' 같은 작품을 보며 어린 시절 모험을 꿈꾸고 더나아가 이런 작품들을 나중에 직접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J.J의 동경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엿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동경 그 자체를 담아내고 있다. 사실 어린 시절 꿈꾸던 바를 어른이 되어 이루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꿈을 한치도 엇나감 없이 그대로 이룬 J.J가 몹시도 부러웠다. 그런데 여기서 더 부러운 점은 단순히 동경하던 영화를 연출하였기 때문 만이 아니라, 그 동경의 대상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건 그야말로 '꿈 종결자'가 아닌가! 

J.J처럼 직접 그 꿈 실현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수퍼 8'은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보며 자라온 세대들에게 다시 한번 이와 같은 작품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해준 또 다른 꿈의 영화였다. 직접적인 이야기도 물론 그렇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70년대 후반 미국의 모습에서는 'E.T'가 보여주었던 아이들과 배경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어두워진 동네를 산 위에서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 같은 경우는 직접적인 오마주이기도 했다. 이것 외에도 주인공 아이들 가운데 영화 감독인 아이의 집 세트는 정확히 'E.T'의 그것과 닮아있었으며, 식탁을 두고 벌이는 가족들의 배치나 가족 구성원의 묘사 역시 'E.T'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갈등과 해소가 상처받은 가족의 치유라는 점에서 이것은 그대로 'E.T'의 엘리엇 가족을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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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친구들의 구성 역시 '구니스'를 비롯한 스필버그의 세계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요즘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티격태격하며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가 많지 않지만, 스필버그가 만들었던 세계에서는 꼭 등장하던 아이들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이라면 무언가 어린이답지 않게 만들고 어른들의 것에 능통한 친구를 들 수 있을 텐데, '구니스'와 인디아나 존스' 에 출연했던 키호이콴 (Jonathan Ke Quan)과 마찬가지의 캐릭터를 이 영화에서는 폭죽과 밀리터리에 능한 친구가 대변하고 있다. 나머지 친구들의 모습 역시 스필버그의 세계 관은 물론 '스탠 바이 미'같은 어린이 모험영화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었던 클래식한 캐릭터들이었다. 그 와는 반대로 어른들의 모습은 항상 불친절하고 아이들만이 볼 수 있는 세계는 믿지 못하며, 소통을 거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런 설정 역시 요즘 영화로 비춰보자면 너무 뻔하고 올드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좋았다. 이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 '레드 원(Red One)'이 아니라 '수퍼 8'이기도 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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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퍼 8'이 완전히 스필버그 영화인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 스필버그 영화이긴 하지만 J.J.에이브람스는 여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 조금의 확장을 시도했다. 'E.T'의 감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J.J는 여기에 '클로버필드'가 갖고 있는 괴물의 형태와 공포/스릴러 적인 요소를 가미했는데, 확실히 이 부분은 스필버그 영화와 차별되는 J.J만의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클로버필드'와 같은 무게중심으로 흐르지는 않지만, 분명 미지의 존재를 그리는데에 있어서 공포와 충격 요법을 가미하고 있고, 그 형태와 구성 역시 봉준호 감독의 우리 영화 '괴물'을 떠올리게 할 만큼 스릴러적인 요소가 더해졌다.

그리고 여기에 두 남녀 어린이 주인공 조 (조엘 코트니)와 엘리스 (엘르 패닝)의 관계 설정 역시 스필버그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완전히 어린이들의 우정이라기 보다는 소년, 소녀의 애틋한 감성을 더해 또 다른 분위기를 극에 담아내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 이런 J.J만의 가미된 부분들의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편하거나 하는 부분은 아니었으며 소년, 소녀의 감성의 경우 엘르 패닝의 완벽한 소녀 비주얼을 통해 또 다른 활기를 불어 넣는 긍정적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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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여러가지 것을 가져온 것과 동시에 이 작품은 '영화'에 관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극 중 주인공 어린 친구들은 '수퍼 8'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사건 (The Case)'이라는 영화를 만드는 중인데, 이 과정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감독인 J.J의 자전적인 경험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여기에 빗대어 영화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만드는 영화 '사건'은 좀비 영화인데 이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으로 유명한 조지 로메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실제로 엔딩 크래딧과 함께 볼 수 있는 이 영화 속 영화를 보면, 조지 로메로에 대한 오마주를 더욱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극중 화학공장의 이름도 '로메로화학'이 아니던가!).


전체적인 스필버그 영화라는 그림 속에 영화에 관한 텍스트를 적절하게 결합한 결과물이었다. 심지어 이 영화 만드는 부분에서는 리얼리티마저 느껴지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이 작품 '수퍼 8'은 결국 '사건'이라는 영화의 거대한 메이킹 필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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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에이브람스의 '수퍼 8'은 여러가지 면에서 요즘의 헐리웃 영화가 보여주는 경향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리메이크에 가까운 복고적인 작품이었지만, 그래서 좋았고, 더나아가 '스필버그'여서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던 작품이었다.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은, '수퍼 8'은 선물세트 겪의 작품이었지만 더 나아가서 예전 우리가 보았던 'E.T'나 '구니스'처럼 아이들이 모험을 경험하고 꿈꿀 수 있는 작품들이 최근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21세기를 사는 어린이들에게도 20세기 어린이들이 느끼고 경험했던 것처럼 모험과 꿈을 꿀 수 있는 '꿈'으로서의 영화가 더욱 많아져야만, 30년 뒤 40년 뒤에도 지금을 추억하며 이런 영화들을 또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1. 엘르 패닝은 이로서 더이상 다코타 패닝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는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다코타 패닝도 한 몫 톡톡히 했죠;;)

2. 엔딩 크래딧과 함께 극 중 아이들이 만든 영화 '사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수퍼 8'보다 재밌다는 분들도 상당수가 되니 절대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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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V시리즈 '로스트'는 물론, 픽사의 '업'과 '라따뚜이' 등의 음악을 맡았던 Michael Giacchino의 음악은 상당히 장르적이에요. 음악 역시 존 윌리엄스의 그것을 오마주하려 상당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상과 음악이 완전히 당시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4. J.J는 상당히 의도적으로 당시 SF영화에서 자주 보이던 빛의 굴절 효과를 사용하고 있어요. 보통 의도적인게 아니죠. 

5. 그런데 7편을 안보고 8편을 봤더니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있네요. 1편은 너무 어렸을 때 봐서 기억이 잘 안났지만 최근에 출시된 블루레이로 6편까지는 복습을 하고 간터라 복선 등을 확인할 수 있더군요. 7편 보신 분들 얘기 좀 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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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悪人 Villain, 2010)
외로운 존재와 소중한 자를 둘러싼 슬픈노래


지난해 일본내 가장 화제작 중 하나였던 이상일 감독의 '악인 (
悪人)'은, 그 제목과는 달리 단호하거나 세기가 강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섬세하고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에서 '악인'이라 불리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저 '우리가 악인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연약한 이들이 많다' 라거나 '이들을 악인으로 만든건 사회다'라는 것 정도를 담아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넓은 의미의 포용과 관계를 담아내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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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살인사건을 둘러 싸고 유이치 (츠마부키 사토시)와 요시노 (미쓰시마 히카리)와 그녀의 아버지 요시오 (에모토 아키라), 요시노와 관계가 있던 남자 대학생 마스오 (오카다 마사키) 그리고 나중에 유이치와 만나게 되는 미츠요 (후카츠 에리)와 요시노를 자식같이 키웠던 그의 할머니 후사에 (기키 기린)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으로 엮여 있지만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슬픔 그리고 결핍을 안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 소설을 읽지는 못해 원작과의 비교는 어렵겠지만, 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악인'은 러닝타임도 139분으로 결코 짧지 않은 편인데, 이 각자의 이야기 (각각이 아닌)는 조금은 독립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러닝타임 내내 동일한 힘의 크기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유이치의 이야기는 너무 가려져 있고 미츠요를 만나기 전과 후의 이야기는 1막과 2막으로 나눠도 좋을 만큼의 거리감이 없지 않으며 할머니인 후사에의 이야기 역시, 중심에서 조금은 벗어나 독립성을 갖는 부분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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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글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악인'에는 더 넓은 의미의 포용과 시선이 존재한다. 이 포용은 마치 연골처럼 이들의 관계를 조금 더 자연스럽도록 연결시켜주는 동시에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시킨다. 다시 말해, 좀 더 유이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해 극적인 동력을 얻지 못한 까닭은, 그 만큼 '악인'에서는 악인이 된 유이치 뿐만 아니라 그 주변과 그로 인해 돌아볼 기회와 잠재적 분노 그리고 슬픔을 표출하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어떠한 사건, 특히 살인사건이나 사이코 패스 등을 그릴 때의 경향을 보면 결국 그 이면에는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무관심과 잘못이 있었다는 것으로 종결짓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지만 이러한 논리적이고 냉소적인 이유 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에 더 호소하고 기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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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불필요 하다 싶을 정도로 흩날리게 뿌려놓은 조각들은 마지막에가서 영화가 결국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꺼낼 때, 완전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작동한다. 이 덩어리는 완벽한 하나가 되지는 못해 조금씩 갈라진 균열의 틈으로 빛이 새어나오기는 하지만, 따지고보면 이 균열이라는 것 또한 이 작품이 말하고자 했던 또 다른 외로움과 포용의 이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점을 미처 다 느낄 수 없었더라도 영화가 마지막 던지는 메시지는 뭉클하고 울컥하게 되는 지점을 분명히 갖고 있다. 그 동안 이들의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슬픔과 마음의 짐을 엿볼 수 있었기에, 참아왔던 이들이 비로소 자신의 진심을 소박하게 고백하는 순간 (혹은 끝내 토해내지 못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영화가 들려주는 슬픈 노래에 눈물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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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맡은 츠마부키 사토시는 캐릭터의 특성상 깊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반면, 할머니 역할을 맡은 기키 기린이나 아버지 역할의 에모토 아키라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 이 작품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배우라면 오히려 이 둘을 더욱 꼽고 싶을 정도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영화에 상당히 많은 부분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극중 캐릭터들이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면의 감정을 음악이 상당부분 역할을 부여 받아 표현하고 있는 듯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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