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빠른 전개의 소년 그리스 신화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피터 잭슨과 번개도둑’으로 잘못 알고 있는 크리스 콜럼버스의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Percy Jackson & The Lightning Thief)’ (이하 ‘퍼시 잭슨’)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그리스 신화를 21세기의 소년/소녀를 주인공으로 가져온 현대판 성장 판타지이다. 일단 ‘퍼시 잭슨’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판으로 가져왔다는 점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게 되었는데, 익숙한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 설정을 21세기의 소년, 소녀의 현대판 이야기로 가져와 핵심적인 내용만 흥미롭게 전달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이들이 있는 한편,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터라 각색의 묘미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다른 한 편으로 평가가 나뉘기도 했다.





또 하나 ‘퍼시 잭슨’만의 장점이자 단점을 꼽으라면 바로 빠른 - 무척이나 빠른 - 전개를 들 수 있겠다. 단점이라면 너무 빠른 전개 탓에 주인공에 공감할 여지가 부족하고, 각 사건들과 캐릭터들의 인과관계가 깊이 보다는 사실 확인 정도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겠고, 장점이라면 이미 너무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곁가지를 만들기 보다는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스피디한 전개로 어린이를 비롯한 10대 팬들에게 더 어필 할만한 작품이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만약 이 영화를 좀 더 시리즈 물의 성격에 가깝게 연출하려고 했다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아마 그랬다면 주인공인 퍼시 잭슨이 자신이 ‘데미갓 (신과 인간 사이에서 나은 아이들)’임을 아는 데만 1시간은 할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 콜럼버스는 정말 불필요한 요소들은 다 걷어내고 - 보는 이에 따라 필요한 요소도 조금 덜어내고 - 재미를 위한 요소들만 남긴 무겁지 않은 작품 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처음부터 시리즈를 목표로 기획된 작품이라면, 크리스 콜럼버스라는 믿을 만한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으니 좀 더 차근차근 성장 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더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원작이 그리스 신화인 것처럼 각 캐릭터마다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맘만 먹는다면야 할 얘기는 무궁무진한 편이고, 이 이야기를 좀 더 성장 영화의 관점으로 풀어낸다면 또 다른 멋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길은 한 편으론 너무 위험요소가 많고 험난한 여정이 되었을 것이 확실하다. 일단 해리포터의 아류라는 소리를 지금보다도 더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정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못한 채 - 마치 ‘황금 나침반’처럼 - 그저 잊혀져 가는 영화가 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사인 폭스와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가 택한 방식은 영화화된 ‘퍼시 잭슨’ 처럼 메두사를 상대하는데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는 등 10대가 즐길 만한 재미있는 전개였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방향성에 동의하는 편이다.





극장에서 ‘퍼시 잭슨’을 보았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기가 막힌 출연진 때문이었는데, 스튜디오와 감독이 과연 어떻게 이런 배우들을 다 불러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 한 둘이 아니라서 더욱 그랬다 - 주연을 맡은 소년 소녀들은 신인 급이지만 조연을 맡은 성인 배우들의 면면은 그 이름만으로도 믿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제우스 역의 숀 빈을 비롯하여 주인공의 엄마 역할로는 캐서린 키너, 메두사 역의 우마 서먼 그리고 피어스 브로스넌, 로자리오 도슨, 스티브 쿠건, 조 판톨리아노 까지, 마치 인디 영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캐스팅은 이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흥미요소가 되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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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s Quality

화질은 최신작다운 우수한 퀄리티와 더불어 판타지 장르 특유의 화려한 영상미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데미갓 이라는 설정 상의 특징이 있는 캐릭터들을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CG가 실사와 밀접하게 어울리는 장면이 많을 수 밖에는 없었는데, 켄타우르스처럼 하체는 말의 형태를 상체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표현 역시 블루레이로 보아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

(아래의 이미지는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즉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는 대상을 상대로 연기하고 있는 장면들의 합성된 완성물을 차세대 화질로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각각이 하나의 장면 속에 있다는 느낌이 덜해지지 않고 있다. 암부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일부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블루레이의 화질의 부족함이라기 보다는 영상 자체의 디테일의 부족함이 느껴지는 부분으로서, 전체적으로 화질은 최신작에 걸 맞는 우수한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레퍼러스에 가까운 우수한 음질을 들려주고 있다. 판타지 영화답게 다양한 효과음들과 액션 장면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표현함에 있어서도 채널을 휘감는 공간감과 더불어 우퍼 스피커를 강하게 울리는 스코어와 효과음까지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대사 전달도 물론 좋았지만 아무래도 액션 씬에서의 사운드가 더 인상적일 수 밖에는 없었는데, 히드라와의 대결 장면의 경우 히드라가 내뿜는 화염과 박진감 넘치는 스코어가 맞물려 극의 긴장도를 한층 더하고 있다. 물론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포세이돈의 아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거대한 물량의 물과 제우스의 번개가 등장하여 사운드 측면에서 역시 정점을 표현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삭제장면’ 에서는 초반 박물관에서 그루버와 관련된 짧은 에피소드와 의료 실에서 깨어날 때 본편과는 다르게 아나베스와 함께 있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고, 아프로디테의 딸들과 노는 그루버의 모습과 퍼시를 추격하는 메두사의 시퀀스 등이 수록되었다.





‘흥미 진진한 신들의 세계
’에서는 제우스, 포세이돈 등 영화 속에서 비중 있게 그려진 신들 외에 아테나, 헬메스 등의 다른 신들에 대해서는 물론, 미노타우르스, 켄타우르스 같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신화 속 캐릭터와 사물들에 대한 부연설명 또한 수록되어 있다. 각 신들을 선택하면 영화 속 장면들을 배경으로 각각의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해주는데, 이 모두 자막 뿐 아니라 우리말 더빙까지 지원된다.




‘당신이 지닌 신의 능력을 찾아라 퀴즈’ 에서는 자신이 ‘데미갓’ 일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성향을 묻는 퀴즈가 진행된다. 각 질문에 따라 답변 내용을 기분을 나타내는 얼굴 표정을 클릭하는 것으로 제출 하게 되는데,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가문에 어울리는지 결과를 각각 알려주게 된다.





‘데미갓 캠프’
에서는 영화 속 액션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몇 달 간 검술을 익혔던 두 주연 배우의 연습 장면 및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전체적인 제작과정에 가까운 내용도 담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제목처럼 기획 측면에서 비중 있게 제작된 ‘데미갓 캠프’에 한정하여 세트나 데미갓 캠프가 갖는 의의 등을 감독, 제작자, 배우의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브랜든 T.잭슨의 촬영장 안내’에서는 그로버 역의 ‘브랜든 T.잭슨’의 소개로 촬영장 곳곳을 좀 더 가깝게 만나볼 수 있다. 딱딱한 제작과정 소개보다는 영화 속 캐릭터 만큼이나 장난기 넘치는 브랜든 T.잭슨과 함께 촬영장의 모습들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심각하지 않은 영화의 분위기처럼 제작과정 역시 이렇듯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식이 더 어울리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데미갓과 만나다’에서는 부모 중 한 명은 인간, 다른 한 명은 신인 존재를 뜻하는 ‘데미갓’ 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 속 데미갓 들의 짧은 히스토리를 들려준다.

[총평]
크리스 콜럼버스의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큰 기대 없이 부담 없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깔끔한 판타지 액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우수한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모두 HD 영상으로 제공되는 부가 영상을 수록한 덕에 만족스러운 편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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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 파 - 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Evangelion :2.22 _ Blu-ray Open Case)


에바 팬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에반게리온 : 파' 블루레이 구입! 이미 극장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작품의 퀄리티와 감동이라는 짧은 말로는 다 형용 안되는 바로 그것! 블루레이도 살짝 확인해본 결과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요만큼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 화질과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파' 블루레이 구입 기념으로 '서' 블루레이와 함께 찰칵!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콜래트럴 (Collateral, 2004) 
도시의 외로운 늑대 이야기 (Blu-ray Review)


마이클 만의 2004년작 '콜래트럴 (Collateral)'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라는 스타가 출연하지만 그 스타성이 빛나기 보다는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든 탓에, 작품과 배우가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시에, 촬영과 카메라, 조명, 총기 액션의 디테일, 그리고 L.A라는 도시의 특수성 잘 드러난 질감이 눈으로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만의 작품은 대부분 영상의 질감이 깊게 느껴지곤 하지만, 이 작품처럼 일반 필름의 비중보다 고화질 디지털 촬영 비중이 큰 경우에는 오히려 극장 관람보다 블루레이로 즐길 때 그 질감이 더 살아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글은 최근 출시된 '콜래트럴' 블루레이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두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 2010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and DW Studios L.L.C. All rights reserved

(택시라는 공간은 외로운 도시와 대비되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곳은 한정된 공간인 동시에, 나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콜래트럴'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상당히 다층적이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빈센트 (톰 크루즈)와 맥스 (제이미 폭스)다. 전문 킬러인 빈센트는 하룻 밤 사이에 자신이 해치워야할 리스트를 갖고 있고, 이런 빈센트가 평범한 맥스의 택시에 타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먼저 영화가 이야기를 그리는, 아니 캐릭터를 그리는 서사 방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위와 같이 '택시를 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라고 했을 때는, 이렇듯 본격적 사건이 시작되기 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사건의 시발이 되는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 전제되기 마련이다. 이건 친절함과 불친절함을 떠나서 그래야만 좀 더 관객들에게 주인공이 겪는 일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래트럴'이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은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말그대로 빈센트가 택시를 타기 전, 그러니까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기 전의 일반적인 전개라고는, 영화의 말미에 다시 등장할 애니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소개와 더불어 이 대화를 통해 맥스의 성격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정도가 고작이다. 영화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그리기에 2시간의 러닝타임이 부족했는지 이렇듯 바로 핵심 사건으로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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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빈센트가 맥스의 택시를 타기 전 장면들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이 부분에서 마이클 만은 L.A라는 도시의 낮시간의 평화로운 모습,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야경을 갖고 있는 도시의 모습도 비춘다. 이것을 단순히 '이랬던 도시가 밤과 새벽에는 더 차갑게 변한다'라는 설명을 하기 위한 대비로만 말하기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역시 외로움과 황량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감성은 택시 문을 닫으며 완전히 바깥 세상과 단절되어 자신 만의 세계를 갖게 되는 맥스의 모습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택시의 문이 닫히는 순간 맥스는 완전히 자신 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 맥스에게 택시 안은 L.A라는 지리적 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나 다름 없다. 맥스는 이 곳에서 자신 만의 꿈을 키워가며 더 나은 삶을 꿈꾼다. 택시 기사 일을 오래 해왔음에도 항상 '임시직'임을 강조하는 맥스의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택시는 맥스의 꿈을 키우는 공간이긴 하지만, 맥스가 꿈꾸는 세상에 바로 지금의 택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꿈이 모두 휴양지나 섬과 같은 도시 밖에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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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는 택시 안에 있지만, 맥스의 꿈은 택시 밖에 있다)

도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해보자면, 개인적으로 '콜래트럴'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L.A라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본래 뉴욕 맨하튼으로 설정되어 있던 시나리오를 마이클 만이 감독하게 되면서 L.A로 수정이 되었는데, 물론 이는 마이클 만이 L.A의 곳곳을 잘 알고 있는 탓도 크다. 실제로 L.A라는 도시에 있는 특별한 건물, 장소 등은 감독이 단순한 로케이션 이상의 디테일을 구현하는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엇보다 한인타운, 멕시코계 등 다문화가 공존하는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이런 특성은 영화의 줄거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으로 등장할 때 더 큰 의미를 주기도 한다. 마이클 만은 L.A(도시)의 모습을 마치 주인공 그린 듯 묘사한다. 헬기 촬영을 통해 밤 거리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동선을 묘사하기도 하고, 새로운 장소가 차창 밖으로 등장할 때마다 포커스를 차장 밖 배경에 맞추고 인물에서는 포커스 아웃을 하는 방식을 매우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런 내용적인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마이클 만이 잡아내는 도시의 야경은 그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실제로 '콜래트럴'을 극장에서보고 나와 지금까지도 가장 깊게 남은 인상은 다름아닌 L.A의 야경이었다. 그 거친 그레인 질감과 더불어 유영하듯 미끄러져 나가는 택시와 불빛과 어둠이 모두 선명한 밤의 풍경은, '콜래트럴'의 가장 매혹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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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 풍경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다시 캐릭터로 돌아와 빈센트와 맥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분명 빈센트와 맥스 두 명다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빈센트에게 조금 더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조금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맥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맥스는 보통 사람을 대변한다고 보면 되겠다. 크게 문제 일으키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나만의 꿈이 있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지만 무언가 꼭 말해야 할 때에는 반대로 잘 나서지 못하고 그냥 속으로 혼자 새기고마는 스타일이다. 

그의 반대로 빈센트는 정반대는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반대할 만한 혹은 보완할 만한 성격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빈센트는 프로페셔널하며 자신만의 가치관이 매우 확고한 동시에 자신에게 매우 철저한 사람이다. 결국 '콜래트럴'이 재미있는 건 이 두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이야기 때문이다. 일단 먼저 자신의 결핍을 드러내는 이는 맥스다. 맥스는 연쇄 살인이라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충격적인 사건에 공범에 가까운 처지에 놓여있지만, 그 중간중간 빈센트와의 대화와 행동들에서 무언가 결핍되고 억눌려 있던 부분이 해소됨을 느낀다. 이 둘의 대화는 결국 자신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맥스는 빈센트를 대신하여 살인을 청부한 갱단 두목(하비에르 바르뎀)을 만나게 되었을 때 비로서 억눌렸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빈센트라는 허울을 방패삼아 자신을 표출한다. 그 밖에도 재즈바에 들러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눌 때를 보면, 너무나 이 대화에 천진난만할 정도로 빠져있는 맥스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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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는 빈센트를 만나 잠재되어 있던 자신을 깨우게 된다. 맥스가 겪은 이 하룻밤이 단순히 지옥같은 경험이 될지, 무언가 의미있는 사건이 될지는 더 두고볼 일이나 분명 후자에 가까울 것이라 예상한다)

사실 빈센트와 맥스가 겪는 이 하룻밤의 이야기를 맥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중간중간 비현실적인 수준의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방금 눈앞에서 살인을 하는 것을 보았음에도, 택시 안에서 빈센트와 나누는 대화는 지극히 평범하고 진솔하기까지 하다. 빈센트에게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격없이 나누는 상황은, 빈센트가 킬러이기 때문에 공포감으로 인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 억눌려 있던 자신을 표출하는 능동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저런 무서운 킬러가 뒷좌석에 앉아있는데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저렇게 편하게 나눌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콜래트럴'은 그럼에도 이런 묘사가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서두에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음에도 말이다. 맥스는 확실히 빈센트를 만나 변해간다. 그것도 이 짧은 시간 동안. 점점 잃어가는 빈센트와는 달리 맥스는 오히려 상황이 진행될 수록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 희열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맥스는 빈센트에게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적이자 친구인, 아니 형제인 대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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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은 유난히 택시 안과 밖, 도시와 인물 간의 거리를 깊게 묘사하고 있다. 보케로 흐릿한 도시의 모습과 더불어 칸막이 유리창에 가려 흐려진 빈센트의 반쪽 얼굴은, 이 도시에서 유령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외로운 한 캐릭터를 더 부각시킨다)

빈센트와의 만남으로 인한 맥스의 변화가 긍정적인 것이었다면 빈센트의 경우는 그 반대라고 볼 수 있겠다. 초반 정말 기계와도 같았던 킬러 빈센트는 맥스와의 대화가 깊어질 수록 후회와 더불어 많은 것을 잃어간다. 확실히 잃어간다는 쪽보다는 후회가 늘어난다는 쪽이 더 맞겠다. 자신이 룰에 철저하고 감정따위는 사치로 느끼는 빈센트는 (마이클 만은 빈센트 캐릭터를 이야기하며, '마음의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맥스와의 대화를 통해 역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빈센트가 맥스에게 하는 말들을 잘들어보면 곧 자신에게 하는 혹은 예전의 자신에게 하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질책하는 경우에는,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질책과 동시에 항상 완벽해야만 하는 (그렇게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회환의 감정도 상당한 경우가 많은데, 빈센트에게서도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맥스와의 대화가 깊어지면 질 수록 자신이 고수해왔던 규칙을 깨는 일이 잦아지고, 계획되지 않았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빈센트는 맥스를 죽이지 않는다. 결국 빈센트는 자신을 비춰볼 맥스라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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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의 시퀀스는 '콜래트럴'의 장면들 가운데서도 가장 감정의 변화가 심하고 캐릭터의 심리 묘사가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빈센트가 맥스와 함께 맥스의 어머니를 병문안 가는 장면은 여러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마치 시트콤처럼 유머가 녹아있는 장면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그 이상의 감정선들이 교차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빈센트는 굳이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맥스의 어머니의 병문안을 빼먹지 말고 가자고 한다. 꽃도 사가야 한다며 맥스를 독촉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특별한 애틋함이 발휘되었다기 보다는 (나중에 나오지만 빈센트에게는 어머니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계속 자신이 규칙이 깨어져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는 큰 기대까지는 하지 않은 방문이었으나 자신에게 더 친절한 어머니의 반응을 보자 빈센트는 화색하며 이 분위기를 더욱 즐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상황에서 맥스가 미묘한 질투와 탄식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도 맥스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어머니 곁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홀로 남아 곁을 지켰는데, 처음보는 빈센트에게 자신에 비해 극친절한 모습을 보고는 묘한 질투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빈센트와 맥스의 관계는 마치 한 어머니 아래의 형제에 가깝다. 사실 이런 감정을 포착하기 전에는 맥스가 갑자기 빈센트의 가방을 들고 뛰쳐나가는 것이 단순히 빈센트가 느슨해진 틈을 타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는 역시 빈센트와 어머니의 만남을 통해 느끼게 된 무력감이 역시 빈센트를 통해 서서히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잠재적인 불만에 힘입어 폭발하게 된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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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는 맥스의 택시에 처음 타게 되었을 때 L.A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하철에서 죽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단순히 L.A라는 도시의 이면 혹은 진면목에 대한 냉철한 시선 정도로 볼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이 이야기가 비단 도시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홀로 외로운 자신의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빈센트는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맥스에게 똑같은 말을 건넨다. 이 수미쌍관 사이에는 이를 뒷받침 할만한 황폐한 정서가 가득하다. 빈센트가 살인을 벌이는 이 하룻밤, 깊은 밤 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살인사건은 생각보다 크게 번지지 않는다. FBI와 경찰이 가담하여 사상이 일어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끝까지 이 둘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이 둘의 이야기로 한정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결국 L.A라는 도시는 이 둘의 이야기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무심하게도 빈센트가 떠나고 맥스가 만나게 된 L.A의 아침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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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콜래트럴'하면 생각나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그래서 글의 제목을 '도시의 외로운 늑대 이야기'로 정했다(하지만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은 늑대가 아니라 코요테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도심에서 겪은 적이 있다는 마이클 만의 경험이 묻어난 장면이기도 한데, 이런 단순 에피소드로 생각하기에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가 않다. 한창 가치관의 대립, 캐릭터의 대립으로 열띤 토론을 벌이던 중 맥스는 갑자기 택시를 멈춘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는 거짓말처럼 코요테 한 마리가 이들을 한번 스윽 쳐다보고는 이내 지나쳐간다. 이 순간에는 택시만 멈춰선 것이 아니다. 빈센트와 맥스 역시 마치 시간이 멈춘듯 그대로 멈춰버리고 만다. 맥스의 표정은 조금 의아하다 싶은 정도였지만 빈센트의 표정은 달랐다. 빈센트는 마치 유령을 만난냥 혹은 코요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냥,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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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는 도심 속 코요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마이클 만은 영화적 상황이 아닌 본인이 겪었던 이 상황을 두고 마치 이 곳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코요테가, 이제 겨우 수십년 정도 이 곳에서 살아온 인간들에게, 마치 이 곳이 본래 자신들의 사는 곳이었다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런 느낌은 영화적 상황에서 빈센트라는 캐릭터와 겹쳐 의미깊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빈센트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코요테에게서 자신을 본다. 정신의 장애를 겪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그리고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이 도시라는 곳에 홀로 남겨진 외로운 존재... 이 장면이 더 흥미로운 건 코요테의 출현에 대해 그 이후에 둘다 아무런 말한마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잠시 다른 차원의 포탈이 열린듯, 아니면 무언가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를 영접한듯, 이후 이들에겐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다 (실제 영화에서는 다른 컷으로 이동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맥스가 택시를 다시 출발시키는 장면을 통해 이후 '정적'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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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이클 만...

서두에 이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마이클 만은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중요시한다기보단 놓치지 않는 이 더 맞겠다) 감독 답게 극중에는 노출되지 않는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 형성을 위해 촬영전 배우들과 많은 연구를 거듭했었다. 그냥 단순히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가족환경이라고 가정해보자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마치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시나리오로 작업하듯 가정사와 개인사에 대한 부분을 모두 완벽하게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그렇다고 삭제 장면으로 촬영되지도 않는) 영화의 앞 상황에 대한 묘사들도 배우들과 논의하여 모두 언지를 주기도 했다. 

한 예로 빈센트의 경우 맥스의 택시를 타기 전, 이미 공항에서 도심으로 오며 다른 택시를 이용했었는데, 이 택시 기사는 빈센트의 마음에 별로 들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빈센트는 맥스의 택시를 타고서, 7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맥스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내기걸 듯 짜증을 풀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맥스는 빈센트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신뢰가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룰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맥스라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이 밤의 중요한 계획을 맡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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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캐릭터를 위해 트레이닝 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톰 크루즈의 경우 빈센트 처럼 프로페셔널한 킬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극중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총격씬의 무한 반복 연습은 물론이요, 실제 전문가들이 받는 트레이닝 과정을 수행하며 직간접적으로 빈센트를 연기할 때 동작에서 자연스레 묻어날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를 거쳤다. 제이미 폭스 역시 오랜 세월 택시 운전을 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레이싱에 가까운 운전기술을 익히는 등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로 총기 액션의 경우 톰 크루즈는 거의 대역없이 모든 동작을 정말 빠르게 소화해냈으며 (스텝들이 하나 같이 그의 손놀림이 정말 빠르다고 칭찬하는 것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제이미 폭스 역시 대규모 총격전 뒤 충격을 받고 클럽을 떠나는 장면에서 직접 부딪히며 빠져나가는 장면을 연기(운전)하기도 했다. 또한 톰 크루즈가 극중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숨기는 것이 가능한 빈센트를 연기하기 위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UPS 배달원으로 분장해 사람들로 붐비는 L.A마켓에서 아무도 그가 톰 크루즈인줄 못 알아보도록 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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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의 격발음 만큼이나 총알이 발사될 때의 리얼한 섬광 표현은 마이클 만 영화의 또 다른 체크 포인트다)

마이클 만 영화를 논하면서 총기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일반 관객은 거의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혹은 굳이 알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는 부분마저도, 총기와 관련된 부분에는 상당한 디테일이 숨겨져 있다. 특히 극중 빈센트는 프로페셔널 킬러이기 때문에 그가 사용하는 총기에 대한 것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으며, 한 때 관객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던 지하철에서 빈센트와 맥스의 난사 장면의 경우도, 바로 이런 총기에 대한 디테일이 숨어 있었음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이 대결에서 빈센트는 자신의 본래 총이 아닌 건물 경비의 총을 사용하고 있었고, 맥스는 사고 뒤 택시 주변에서 발견한 빈센트의 총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빈센트의 총은 지하철 문을 관통할 수 있는 전문가용 총기였으나, 건물 경비원의 총을 사용했다는 것을 뒤늦게 탄창을 교체하려고 하는 순간 알게 된 빈센트가 일종의 짜증섞인 자책과 함께 스스로 무너진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만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또한 마이클 만은 극중 등장하는 FBI 전술 요원들이나 클럽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무장 경비들 역시 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들을 출연시켜 리얼리티를 강조했으며, L.A의 지역의 특성을 살린 (실제 갱들간의 경계가 되는 우범지역 등) 로케이션 설정으로, 극장에서 볼 때는 미처 알 수 없었으나 후에 리얼리티와 디테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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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야경을 배경으로한 장면인데 고화질의 HD 카메라를 사용한 탓에 자세히 보면, 저멀리 밤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도 표현이 될 정도로 디테일한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본래 장기인 총기만큼이나 마이클 만이 '콜래트럴'에서 신경 쓴 부분은 다름아닌 카메라와 촬영부분이었다. 마이클 만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디지털 방식의 고화질 HD 카메라를 통해 촬영을 하였는데, 특히 일반 필름보다 빛에 더 잘 반응하는 디지털의 특성 때문에 낮은 광량에도 어두운 거리의 디테일을 실감나고 아름답게 살릴 수 있었다. '콜래트럴'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가 바로 네온사인과 가로등 불빛들로 인해 갈색 톤을 담은 도시의 야경을 들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은 이런 디지털 촬영 방법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실 마이클 만의 이런 HD카메라 사용은 최근작 '퍼블릭 에너미'에서 아주 극대화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이 작품을 보면 마치 HD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디지털 촬영방식으로 촬영된 영상은 필름 라이크한 느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게 된다), 이런 경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콜래트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 사용된 HD카메라는 '소니 HDW-F900'과 '톰슨 바이퍼캠 (Thomson VIPER)'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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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의 '콜래트럴'은 좋은 색감과 질감, 그리고 간결한 표면적 이야기 뒤에 숨은 디테일이 많은 그 다운 작품이었다. '히트'는 확실히 걸작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콜래트럴' 이후 마이클 만이 더 좋아진 경우다. 그리고 마이클 만이 추구하려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확실히 블루레이의 고화질로 더 선명하게 표현된다. 어서 그의 이전 작품들 '히트'와 '알리' 등도 블루레이로 정식 출시되길 바란다.

1. 본래는 기존 블루레이 리뷰들 처럼 화질/음질/부가영상 등 전체적인 면까지 정리해볼 예정이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것도 있고, 촛점이 작품에 완전 집중된 느낌이 있어 그냥 이 부분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

2. 참고로 의도된 그레인 현상이 깊은 화질은 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더군요. 오히려 그레인을 제외하면 디지털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화질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도 많았거든요.

3. 코멘터리 수록이 무엇보다 마음에 듭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쳐하였고,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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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Fantastic Mr. Fox, Blu-ray)
웨스 앤더슨만의 가족 우화

웨스 앤더슨은 항상 그랬다. 그의 독특한 스타일과 스토리텔링은 가족의 이야기로 표현될 때 가장 인상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냈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2001년 작 ‘로얄 테넌바움 (The Royal Tenenbaums)’은 가장 웨스 앤더슨다운 캐릭터들과 스타일이 극대화된 작품이었으며, 2004년 작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 역시 그 만의 따듯한 시선과 개성 있는 캐릭터가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그가 2009년 내놓은 작품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의 원작자인 로알드 달이 1970년 발표한 동명 어린이 동화를 영화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로알드 달의 원작 동화 속 이야기는 일반적인 동화와는 조금 다르게 아웃사이더의 정서가 담겨있는 동시에 웨스 앤더슨이 좋아할 만한 장면적, 이야기적 요소가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유명 배우들에게서 오는 분위기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그의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아차릴 정도로 ‘판타스틱 Mr. 폭스’는 완벽한 웨스 앤더슨의 작품이다. ‘로얄 테넌바움’에 이어 또 한 번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져온 그는, 여우 캐릭터를 좀 더 의인화하여 각 가족 구성원들이 - 그리고 이 가족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 하나의 사건을 겪으며 변해가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간결하지만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웨스 앤더슨의 유머에는 항상 이면이 존재한다. 모든 아웃사이더의 이야기가 그렇듯이 폭스 가족의 이야기는 허영과 우스꽝스러움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삶의 페이소스와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고단함이 서려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이런 이면의 감성은 실제 배우들보다 애니메이션 혹은 이 작품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될 때 더욱 효과가 극대화되곤 한다





‘판타스틱 Mr.폭스’가 인상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의 일부 장면을 스톱모션으로 만든 경험이 있던 웨스 앤더슨은 CG를 완전히 배제하는 대신, 자신 만의 개성과 더불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로 이를 택했다 (만약 이 작품이 부드럽고 깔끔한 CG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고 생각해보라. 분명 그 감흥은 절반으로 반감되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방식은 동작하나하나를 인형의 움직임에 따라 모두 나누어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손이 가게 마련인데, 웨스 앤더슨의 경우는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웨스 앤더슨은 패션에도 상당한 관심과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런 그가 일종의 ‘인형놀이’를 하는 것이 되다 보니 인형의 질감을 직물 하나하나 콕 집어 선택해 줄 정도로, 그리고 인형이 입고 나오는 의상 역시 실제 옷을 제단 하듯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디렉팅하다 보니, 스탭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이 작업은 더욱 고되질 수 밖에는 없었다. 이렇게 준비된 세트와 인형들을 가지고 그는 실사영화를 촬영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촬영에 임했다. ‘판타스틱 Mr.폭스’는 한 편으론 스톱모션임을 일부러 부각시킨 인위적인 작품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의인화 된 캐릭터와 실사 영화처럼 촬영된 영상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극영화이기도 한 독특한 작품이다.






위의 이유를 그대로 반영하듯, 이 작품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극중 캐릭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은 단순히 캐릭터가 눈물을 흘려서가 아니라 분명히 ‘인형’이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더욱 슬펐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방울을 볼 때 감정이 동요하는 것도 물론 있지만, 이 작품처럼 눈물이 눈가를 흘러 눈 주변 털이 촉촉히 젖어 드는 장면 역시 그 못지 않은 감정의 동요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몸소 보여주고 있다 (목소리 연기를 맡은 조지 클루니와 메릴 스트립이 실사 영화에서 이 장면을 연기했다 하더라도, 아마 지금처럼 슬프지는 못했을 것이라 장담한다).





앞서 패션에 관한 일가견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 영화 못지 않은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 소품과 세트를 눈여겨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웨스 앤더슨의 특성을 잘 알기에 소품 하나도 그냥 흘려 볼 수가 없었는데, 이 모든 것이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세트 속에서도 훌륭히 구현되고 있다는 놀라운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여하튼 여러모로 단순하면서도 몹시 놀라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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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s Quality


MPEG-4 AVC 코덱의 1080P 풀HD의 화질은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주 얘기하는 바와 같이, ‘판타스틱 Mr.폭스’는 하드웨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측면과 영상 자체가 갖고 있는 특수성 - 이 경우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 이 결합하여 최고의 화질을 만들어낸 경우다. 웨스 앤더슨과 영화의 많은 스탭들이 공을 들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블루레이의 화질에서 그 빛을 발한다.


(원본 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아마도 DVD의 SD급 화질이었다면 전부 살아나지 못했을 털의 거친 질감과 인형들이 입고 있는 옷 재질의 질감이 블루레이에서는 고스란히 느껴진다. 디테일한 소품들과 그 소품들에 새겨진 텍스트들까지 모조리 확인 가능할 정도로 선명하며, 조명 역시 실사 영화보다 더 세심하게 고려한 탓에 어두운 장면은 물론, 빛이 반사되는 소품들과 빛이 반사되지 않는 인형 사이의 밸런스도 훌륭하게 표현된다. 이전 ‘아바타’ 블루레이를 리뷰하면서 ‘블루레이를 위해 태어난 작품일지도 모른다’라는 표현으로 영상과 화질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판타스틱 Mr.폭스’처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역시 블루레이에 매우 적합한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만큼 블루레이로서의 감상이 작품을 즐기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부족함이 없다. 이 작품은 대사가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동시에 목소리 연기의 비중이 큰 작품이라 센터스피커를 통한 대사 전달이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마치 조지 클루니가 내 옆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 특히 그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 - 선명한 음질을 수록하였다.






나름 액션 장면에서의 효과음 전달도 수준급이며, 무엇보다 비치 보이스, 롤링 스톤스 등 센스 있는 선곡들로 이뤄진 사운드 트랙들도 장면마다 박진감 넘치게 전달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판타스틱 폭스]의 세계’는 원작자인 로알드 달의 미망인의 인터뷰를 통해 원작에 대한 이야기와 영화화에 대한 소감으로 시작된다. 웨스 앤더슨은 원작이 갖고 있는 가치를 회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미망인과 웨스 앤더슨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원작과 원작자에 대해 얼마나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는지 절로 알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문가들의 손길이 묻어난 다양한 소품들을 통해 작품 자체를 상당히 다각화 할 수 있었고, 사과주 저장소 장면 같은 경우 병마다 반사되는 빛을 하나하나 정확히 계산하여 촬영했을 정도로 우리가 작품에서 보는 것 이상의 노력과 디테일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타스틱한 배우들’에서는 이 작품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먼저 주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마치 미스터 폭스가 조지 클루니로 느껴질 정도로 - 그가 단순히 목소리 연기를 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가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유머러스하고 허세도 좀 있는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 완벽한 싱크로율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실제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실사 영화 촬영하듯 연기하며 녹음한 방식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녹음은 녹음 부스 외에 이곳 저곳에서 이뤄졌으며, 조지 클루니는 극중 폭스처럼 땅을 직접 파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보니 이렇듯 배우들이 실제로 연기한 버전으로 영화화 되었더라도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조지 클루니 외에 그 자체만으로도 스텝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였던 메릴 스트립에 대한 존경의 분위기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 인기 스포츠 ‘왝뱃’’에서는 극중에선 너무 빠르게 지나간 터라 정확한 규칙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왝뱃’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장비 소개와 규칙 소개 등을 담고 있다.




[총평] ‘판타스틱 Mr.폭스’는 단순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서 개성 있는 작품이 아니라, 웨스 앤더슨의 작품이라서 더 빛나는 작품이다.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아마 스톱모션 기법으로 더 재기발랄해진 그 만의 영화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도구로 레퍼런스급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 블루레이가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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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로커 : 블루레이 오픈케이스
The Hurt Locker : Blu-ray open case


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총 6개 부문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캐서린 비글로의 '허트로커 (The Hurt Locker)' 블루레이가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었다. 아카데미를 휩쓸긴 했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아바타'에 비해 흥행면에서는 훨씬 못미친 작품이기도 했고, 오락적인 측면보다는 전쟁이라는 실체에 대해 무거운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블루레이 출시를 바라긴 했었으나 기다리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2차 영상물 판권에 대한 소식과 심이 소식등이 공개되면서 점차 기대를 갖게 하였고, 드디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판본으로 발매되었다.





스틸북 케이스 형식으로 발매되었는데 일단은 포스터의 특유의 임팩트를 잘 살린 전면의 이미지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그리고 라이센스 버전에서 종종 불편사항으로 거론되곤 했던 등급 표시 부분도 케이스가 아니라 겉 띠지 부분에 표기함으로서, 온전하고 깔끔한 스틸북을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 






띠지를 벗긴 위의 사진을 보면 더 강렬한 케이스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틸북만의 질감과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모래 질감과 황량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하다. 




이번 '허트로커 : 블루레이'는 블루레이와 DVD가 함께 수록된 콤보형식으로 발매되었는데, 아직 블루레이 시장이 DVD시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가격에 (정가 : 31,900원) BD와 DVD를 모두 수록했다는 점은 만족할 만한 점이다. 이번 블루레이를 출시한 아인스 M&M의 경우 최근 블루레이 유저들에게 가장 칭찬 받은 제작사라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 예전 업계에 있을 때 그 전신인 스펙트럼DVD와 태원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타이틀의 퀄리티(소장가치)와 가격부분을 특히 신경 써왔던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는데, 이런 그들의 정성이 시장에서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현재 국내 BD/DVD 시장에서 이런 퀄리티의 타이틀을 내놓는 것은 철저히 제작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사실 사치에 가깝다. 그걸 알기에 이런 퀄리티의 타이틀 출시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국내의 많은 블루레이 유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더 좋은 퀄리티의 타이틀을 소장하기 위해, 한글 자막도 없는 해외의 여러 판본을 구매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 점에서 라이센스 판본이 이 정도 퀄리티로 출시되었다는 것은 유저로서, 소비자로서 반기지 않을 수 없겠다. 

아, 이제는 케이스에 감탄하는 것을 넘어서, 차세대 화질과 음질로 다시 한번 극장에서 느꼈던 영화의 감흥을 즐겨봐야 겠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시달소’보다 더 나을 지도 모를,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 워즈’

호소다 마모루의 2006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시간 여행이라는 SF적인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10대 소녀의 감성으로 이끌어낸 이 애니메이션 - 물론 이 작품은 1965년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 을 통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 차세대 감독으로까지 단번에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이하 시달소 -의 기억이 아련해질 때쯤 그는, 2009년 신작 '썸머 워즈'를 통해 다시 한번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포스터나 제목에서부터 벌써 스케일을 예상하게 만들었던 이 작품은 '시달소'로 익숙해진 팬들은 물론, '시달소'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들도 팬들로 만든 한편, 반대로 '시달소'로 잔뜩 기대하게 만든 팬들 가운데 적지 않게 실망을 주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아마도 호불호가 나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인 'OZ'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달소'의 '타임리프'보다도 '썸머 워즈' 속 'OZ'는 더 깊게 영화에 관여하고 있다.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사이버 세상이 오프라인의 진짜 세상의 대부분도 컨트롤 하게 된다는 이 OZ의 세계관은, 아주 치밀하다기보다는 그냥 설정 상의 것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 만약 '썸머 워즈'가 이 OZ세계관을 깊게 파고든 작품이 되었다면 아마 나카무라 류타로의 1998년 작 '레인 (Serial Experiments Lain)'처럼 심오해졌을 것이다 - . 즉, 이 작품에서 OZ라는 설정은 영화의 기본 메시지가 되는 대가족과 그 안에서의 관계 설정 등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받아들인다면, '엇, 이런 도구치고는 매우 흥미로운데'라며 오히려 이 작품에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물론 도구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가 이 전지구적 위기 극복 과정이라는 ‘드래곤 볼’과도 같은 스케일을 - 극중 ‘모두들 내게 힘을 모아줘’라는 식의 대사가 등장해 더더욱 드래곤 볼 생각이 났다 -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네트워크에 관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인터넷 세상 속의 네트워크가 마비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가 중요치 않게 혹은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된다는 것, 그 가운데서도 가족이라는 네트워크가 결국 세상을 구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OZ라는 거창한 세계관을 불러왔고 결국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작 ‘시달소’도 그랬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화에 있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굉장히 디테일한 호소다 마모루의 캐릭터들은 다른 작가의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절실함’ 혹은 ‘절박함’이 느껴진다. ‘에반게리온 : 파’의 신지에게 공감하게 되는 그 순간과 살짝 비슷한데, 기존의 작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서 거칠어지는 절박한 순간의 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두 주먹을 꼭 움켜쥐며 함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호소다 마모루의 캐릭터들에겐 항상 ‘절박함’이 엿보이는 순간이 있다)

이 작품의 공감대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지점이라면 ‘게임’에 대해 얼마나 너그러운가 혹은 익숙한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썸머 워즈’는 OZ라는 사이버 세상과 맞물려 게임 - 혹은 게임기 - 이라는 도구가 극에 적극적으로 도입된다.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부터 시작해 고스톱 같은 게임이 세상을 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이라거나 국내에서도 이런 게임 관련하여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런 설정이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쉽게 받아들여질 테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절로 코웃음 치게 만드는 유치한 구성으로 받아들여질 테니 말이다. 유치하다고 받아들인 다면 위와 같은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을 터. 결국 ‘썸머 워즈’는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호소다 마모루의 가족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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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Quality

16:9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DVD로서는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사실 블루레이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평균적이기는 하지만 좀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들기도 한다. 현재 국내는 블루레이 출시가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임으로 일단은 DVD화질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좀 더 만족스러운 편이다. ‘썸머 워즈’는 의외로 액션 및 다양한 효과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은 편인데, 사운드 측면에서 별 기대하지 않고 보았다가는 중간중간 ‘어랏?’하는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워낙 등장인물들이 많은 터라 대사 전달이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사운드 체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인물들 만큼 넓은 공간에 넓게 퍼져 있는 경우가 많아 대화 장면에서도 멀티 채널의 효용을 확인할 수 있다.

DVD Special Features

2장의 디스크로 발매된 ‘썸머 워즈’DVD의 첫 번째 장에는 남녀 주인공을 맡은 카미키 류노스케와 사쿠라바 나나미, 그리고 사쿠마 타카시 역을 맡은 요코카와 타카히로 그리고 연출을 맡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이들 외에 음성해설을 진행하는 진행자가 따로 있다는 점인데, 일본 영화 타이틀의 경우 이런 경우가 간혹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성해설은 ‘썸머 워즈 - 방과후 토크’라는 부제목으로 진행되는데, 영상을 보며 하나하나 코멘트를 하는 것은 물론 더빙 현장에서 있었던 뒷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아무래도 혼자서 녹음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마치 라디오 생방송 녹음처럼 -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되겠다 - 여럿이서 함께 부스 안에 들어가 녹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우라, 이에 따른 에피소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일단 극장 예고편과 TV스팟 모음집을 만나볼 수 있는데, 거의 모든 버전의 예고편을 - 스팟, 특보 포함 -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씩 가볍게 즐겨볼 필요가 있다.




‘캐스트 인터뷰’에서는 2009년 4월 15일부터 20일까지 실시했던 후시 녹음 중 진행 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두 주연 배우를 비롯해 사카에 역의 후지 스미코, 카즈마 역의 타니무라 미츠키 그리고 와비스케 역의 사이토 아유무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각각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대한 느낌들과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짧은 감상을 들려준다.






’제작보고 무대인사 in 도쿄 신주쿠 발트9’은 2009년 7월7일 신주쿠 발트9에서 있었던 제작보고 무대인사 영상을 담고 있는데, 칠석이자 처음 선보이는 이 자리를 맞아 화려하게 진행된 이 무대인사를 통해 역시 작품에 임하게 된 소감과 에피소드 등의 대화가 오고 간다. 이 무대 인사에는 두 주연 배우와 감독 외에 일본의 베테랑 여배우이자 사카에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후지 스미코도 참석하고 있어, 어린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된 소감과 처음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인터뷰 in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는 2009년 8월 5일~15일에 스위스에서 개최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수상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인터뷰의 전반부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해외 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로카르노 영화제에 대한 소감과 현장의 분위기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후반부에는 전작 ‘시달소’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전하려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하게 들려준다.




[총평] 사실 ‘썸머 워즈’라는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약간 모호한 제목과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깊은 인상 때문에, 오히려 조금 관심에서 멀어질 뻔 했던 작품이 바로 ‘썸머 워즈’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어떤 면에서는,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시달소’보다도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아련함을 마음 깊이 전해줄 작품 또한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시달소’가 한 소녀의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썸머 워즈’는 한 가족에 대한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이 타이틀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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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의 진짜 같은 모습

크리스마스 이브. 유명 패션지 '보그 (Vouge)'의 특별 화보 촬영을 위해 20대부터 60대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여섯 명이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이렇게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함께 한 이 자리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정사' 등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는데, 리얼 다큐멘터리인듯 하지만 사실 극영화인 영화 '여배우들'이 오늘 소개할 작품이다.





영화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배우들이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나서는 실제 배우들의 짤막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각기 다른 여섯 명의 여배우가 하나의 프레임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패션지의 특별 화보 촬영을 위해서였다. 이 프로페셔널 한 이벤트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묘사되는 배우들의 진짜 같은 모습과 함께 관객들에게 한껏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 촬영을 위해 패션지 화보 촬영이라는 컨셉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패션지와 영화의 기획된 콜라보레이션이라할 수 있는데, 이 같이 패션업계라는 트랜디한 - 그리고 스타를 동경하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업계라는 점에서 더욱 - 집단의 이야기 배경은, 자신을 연기하는 여배우들의 이야기를 더욱 진짜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점이 이 영화 '여배우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도 아니요, 잘 짜여진 이야기를 연기하는 100% 극영화도 아닌, '있는 그대로를 연기하는' 영화라는 점 말이다.




사실 이런 비슷한 컨셉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의 경우 대부분은 너무 '진짜인 것처럼' 연기하려는 극영화 성격이 강해 이런 미묘한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 보통인데,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은 이 미묘한 지점을 잘 간파하고 있다. 사실 제목은 '여배우들'이지만 여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고뇌와 속 시원한 이야기들 보다는,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기인한 토크쇼 식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여섯 명의 여배우들의 대한 기본 정보 - 혹은 가십거리 - 에 관심이 많으면 많을 수록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선후배간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영화는 이렇게 무거운 주제보다는 그 이면에 더 본능적으로 존재하는 대중의 호기심에 기인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윤여정 보다 윤여정을 더 잘 연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김옥빈 보다 김옥빈을 더 잘 연기할 여배우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대로 연기할 때 더 큰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배우들'에 출연한 여섯 명의 배우에 관해 박수를 보내야 할 점은, 연기력이 아니라 자신 만이 알고 있는 진짜 자신과 대중들이 알고 있는 여배우로서의 자신을 모두 자신의 캐릭터 안에 녹여내었다는 점일 것이다. 극중 최지우는 한류스타 '지우히메'로서 다른 다섯 명의 배우와 자신을 차별하려 하고 특히 조금 애매한 관계에 놓여있는 고현정과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고현정 역시 이런 최지우를 못마땅해 하며 이를 참지 못해 최지우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분명 대중들이 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낸 갈등관계라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장면이 진짜 같은 이 영화에서 펼쳐졌을 때 대중들은 묘한 재미와 긴장감을 얻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를 더 진짜 같이 연기하는 구성 덕에 진짜 이 둘의 사이가 불편한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계속 '진짜'를 강조하던 영화는 갑자기 창밖에 내리는 눈,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몰래 기타 연주와 함께 휴대폰으로 러브 송을 들려주는 한 남자 스텝의 이야기와 함께, 조금은 급작스럽게 이 영화가 극영화임을, 더 나아가 판타지일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준다. 사실 이 눈 내리는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는 영화의 제목을 '여배우들'보다는 '크리스마스의 기적' 쯤으로 하는 것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 이후 전개과정을 보니 이재용 감독은 이 시퀀스를 일종의 경계로 사용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시퀀스 이후 영화는 와인과 함께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릎팍 도사’를 한 차원 넘어서는 여배우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짜를 바탕으로 진짜와 허구가 뒤섞여 있는 이 오랜 대화 시퀀스는 이 작품을 평가하는데 좋은 지점이 된다.

DVD Menu




DVD Quality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평균적인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극영화이긴 하지만 리얼 다큐멘터리 같은 구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에 화질 자체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반대로 화질 자체가 크게 중요한 타이틀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여배우 여섯 명의 모습을 블루레이 화질로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지만, DVD화질로도 충분한 편이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멀티 채널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인터뷰와 대화가 99% 이상인 작품인지라 사운드 퀄리티가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99%를 차지하는 대사 전달 부분이 아쉬운 것은 아니니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DVD Special Features

‘여배우들’의 진면목은 바로 음성해설에서 드러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6명의 여배우가 모두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은 이번 타이틀의 가장 큰 장점이다. 6명의 여배우는 물론 연출을 맡은 이재용 감독까지 총 7명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영화 속 ‘여배우들’이 어찌되었든 ‘연기’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진짜 ‘여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 작품 이전부터 친했던 혹은 이 작품을 통해서 친해지게 된 이 배우들이, 짧았던 촬영 기간을 추억하고 영화 속 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탈함을 넘어 거침없이 나누는 분위기는 영화 속 장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와인을 한 잔씩 하며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음성해설은 참여하고 있는 여배우들도 듣는 DVD구입자들도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다. 이 음성해설 트랙만으로도 DVD타이틀의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일단 이채로운 것은 작품을 멀티 앵글로 새롭게 즐겨볼 수 있는 ‘그녀들의 대화’를 들 수 있겠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하다 보니 일반 극 영화에 비해서는 앵글이 한정적으로 사용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가영상을 통해서 본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른 각도의 그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배우, 이야기’에서는 여섯 명 여배우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녀들 각각이 생각하는 ‘여배우’라는 것에 대한 의미, 배우가 된 계기 등에 대한 솔직한 답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작과정’은 제목 그대로 촬영장의 뒷얘기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작품 자체가 뒷이야기 그 자체에 가깝다 보니 보편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촬영현장 스케치’ 영상과 ‘포토 갤러리’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처음에는 단순히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여배우들이 모였다는 것 정도의 이슈로 그칠 것만 같았지만,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괜찮은 작품이 되었다. 작품 자체도 괜찮았지만 진짜 여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음성해설 트랙으로 인해 좀 더 완벽해진 느낌을 갖게 된 타이틀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우리 학교
우리를 보시라


현재 지구상에 ‘조선’이라는 국호를 쓰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남조선’이라는 국호를 쓰지 않음은 물론이요, 북한 역시 ‘조선’이 아니라 ‘북조선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기호 상으로만 남아있는 통일 조선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재일동포사회에 존재하는 ‘조선학교’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가끔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었지만, 그들을 이해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개봉한 김명준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는 존재 여부만, 혹은 존재 자체도 잘 알지 못했던 우리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 





김명준 감독은 궁극적으로 이 아이들과 제일 조선인 사회를 담은 영화를 통해 단순히 이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소외되고 소수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로서는 단순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말 그대로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들의 역사나 현재의 상황 등에 대해서는 더더욱 잘 몰랐으며, 더 나아가 굳이 알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간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극히 단편 적인 이야기가 전부 였으며, 너무 이데올로기 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해석한 경우가 더 많았었다. 그래서 이 영화 <우리 학교>는 더욱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이데올로기 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데올로기 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오히려 그동안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했었던 이 문제를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결과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에 대해 정치적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말했듯이 ‘조선’국적을 갖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관한 자세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얻은 정보 말고는 더 자세한 것은 없지만, 남북이 분단 되기 전 타의로, 혹은 자의로 인해 일본으로 가게 된 이들은, 이후 남북이 분단이 되는 바람에 무국적자가 되어버렸고, 일본 사회에서 누구에게도 환대 받지 못하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북조선인도 아닌 ‘조선인’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일본 사회 내에서 자신들 스스로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마음으로 힘들게 싸워왔으며,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해 나아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로 이들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영화 속에도 등장하지만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살해 협박 혹은 폭탄 테러 등을 경고 하는 등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그 동안 가장 많이 잘 못 알고 있었던 점 한 가지에 대해 정확히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동안 이들을 우리 민족으로 생각한다기 보다는 ‘북한’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요즘 같아서는 오히려 북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도 이들에게 더 무관심하고 적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순수한 ‘조선’ 사람일 뿐이다. 이들이 민족 교육을 받고 인공기를 우리나라 국기라고 말하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북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하여, 너무도 적대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오히려 반대였다. 조선학교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만 가는 것도 그들이 북쪽을 원해서가 아니라, 남쪽은 가고 싶어도 우리 정부에서 이들에게 ‘왜 한국 국적으로 바꾸지 않느냐며’ 국적 변경을 강요하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들에 대해 지금까지 너무도 무심했지만, 북한에서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지원과 도움을 지금까지도 주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은 남쪽임에도 조국은 북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굳이 물질적인 지원 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을 정말 살갑게 맞이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을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들에게도 일본인에게도 북한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화이지만, 특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말해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김명준 감독이 약 3년간 홋카이도의 조선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사실적인 생활상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편집한 영화이다. 3년이라는 촬영 시간은 이 영화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처음에는 남쪽에서 온 이 낯선 감독에게 수줍음이 많은 어린 학생들이 별로 친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에는 ‘명준 감독’, ‘명준 오빠’등으로 불릴 정도로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감독 자신 역시 처음에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해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100%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여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 다음부터는 이들과 더욱 가까워져,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아니라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영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감독의 존재가 이들에게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감독의 말처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내내 감독과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분단이라는 그늘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이를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던 때는 북으로 수학여행을 오르는 만경봉호에 함께 탑승할 수가 없었던 그 때 한 번 뿐이었다(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감독에게 뱃머리에서 ‘명준 감독~’ 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독 자신만큼이나 보는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가 보통의 다큐멘터리와 조금 다른 점을 꼽으라면 감독의 존재가 완전히 영화에서 벗어나 관찰자 입장에서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영화를 보다보면 아이들이 감독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먹던 것이 있으면 감독에게도 나누어주고, 카메라를 보면 ‘안녕하십니까 감독’하면서 정답게 인사를 건내고, 마치 친구처럼, 가족처럼 거부감 없이 말을 걸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 영화를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기보다는(사실 객관적으로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홋카이도에 있는 조선학교라는 배경만 없다면, 그냥 참교육이 실천되는 어느 작은 학교의 학생들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1학년부터 입학하여, 운동회도 하고, 수학여행도 가고, 각종 경연대회도 하고, 졸업식으로 마무리하는, 요즘의 학교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정겨움과 감동이 있는 진실한 ‘학교’의 이야기 말이다. 실제로 조선학교의 교육 방식은 우리가 흔히 유럽식, 선진식이라고 얘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선정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토의를 거쳐 결정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가,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고나면 ‘아, 저 학교에 나도 꼭 한 번 다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따뜻한 학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런 학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기에 이 같이 진심으로 다니고 싶은 학교에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졸업식 장면이 더욱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3년간을 촬영해 약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을 감상한 것이 고작이지만, 이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저런 학교를 떠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졸업식 단상 위에서 모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과 함께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박대우 선생님이 하신 말. ‘힘들고 지칠 땐 언제든지 우리학교를 찾아오십시오. 여기는 동무들의 영원한 모교입니다’라는 말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감동적인 말이었는지 두 말 하면 잔소리 일 것이다.


 
사실 O.S.T가 발매 되었을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 DVD가 출시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기대할 수는 없었다. 독립 영화라는 특성상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DVD 시장에서 이 영화가 반드시 나와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는데, 훌륭한 퀄리티로 출시된 DVD가 먼저 무척이나 반갑다. DVD는 2장으로 구성되어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다. 1.85:1의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과 돌비디지털 2.0채널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화질과 음질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일 것 같다. 음성해설을 듣다보면 감독이 좀 더 좋은 HD카메라로 촬영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부분들이 자주 나오는데, 그랬으면 물론 좀 더 좋았겠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본편의 음성해설은 김명준 감독과 팬까페 운영자인 김선민 씨가 참여하고 있는데,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들을 수 있는 소중한 트랙으로 생각된다. 얘를 들어 본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3 학생들이 아니라, 선수가 5~6명뿐이었던 여자 농구부원 들로 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나, 고3의 대 깃발에는 고 3 학생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다 적혀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속에 감독의 이름도 적혀있음을 알고 감독이 너무나도 감동을 받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의 후일담 등을 전해들을 수 있다. 함께 음성해설에 참여한 김선민씨의 경우 단순한 팬까페 운영자로서가 아니라 조선학교를 2회나 방문했던 이로서 좀 더 많은 정보와 더불어 감독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감독이 답하는 방식으로 음성해설을 이끌고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알찬 서플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전체적으로 이 영상들은 서플 용으로 제작되었다기 보다는, 다큐멘터리를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하면서 영화적인 구성을 위해 제외되어야 했던 영상들로, 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우리학교 아이들의 예술경연 무대에서는 독무와 독주, 중무와 취주악부의 합주 등으로 이들이 연습하는 과정과 공연 장면을 담고 있다. ‘못 다 전한 이야기’에서는 그야말로 영화에는 미처 다 수록하지 못한 영상들로서 재미있고 다양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어린 유년부 학생들의 소년단 야영 영상이나 꼬마들의 축구 시합 장면들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매우 재미있었던 영상이었다. 이 외에도 ‘함께하는 우리학교’에서는 5만 관객 돌파 이벤트 파티 장면, 관객과의 대화 장면, 그리고 각종 시사회에서 이를 본 관객들의 인터뷰, 우리학교를 만든 이들의 인터뷰 등이 담겨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 ‘우리를 보시라’와 같이, 또한 북한을 떠나오며 학생들이 외친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라는 말과 같이,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을 절대 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천할 때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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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그 남자의 대표작 '하녀'


지난해 감상했던 박스세트들 가운데 가장 완성도와 소장가치가 높았던 작품을 꼽자면,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4장의 디스크로 출시되었던 '김기영 컬렉션'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리뷰를 하기 위해 타이틀을 봐야 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리뷰 목적을 제외하더라도 '고려장 (1963)' '충녀 (1972)' '육체의 약속 (1975)' '이어도 (1977)'가 수록되었던 컬렉션은 시대를 앞서갔던 걸작들을 우수한 화질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타이틀이었으며, 영화감독 봉준호, 김대승, 오승욱과 영화평론가 정성일, 이연호, 김영진씨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이 위대한 영화들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음은 물론, 故 김기영 감독과 관련한 인터뷰 영상들은 그의 작품을 통한 모습과 작품 외적인 '인간 김기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컬렉션이었다.




(‘하녀’의 오프닝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기이하다. 두 아역배우가 실뜨기를 하는 것을 배경으로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 영화에나 나올법한 폰트로 써내려 가는 크래딧과 관객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는 음악은, 지금 봐도 너무나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다)

이렇게 소장가치 충만한 컬렉션에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바로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하녀 (1960)'가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당시 리뷰에도 이런 아쉬움과 더불어 곧 출시된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는데, 본래 지난해 말 출시 예정이었던 점을 감안하자면 생각보다는 더 오래 지속된 기다림이었다. 지난해 영화 팬들 사이에서 '하녀'에 대한 이슈가 커지게 된 데에는 곧 DVD가 출시될 예정이라는 것 소식 때문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칸 영화제와 시네마테크 KOFA (Korean Film Archive)의 '김기영 감독 10주기 기념 전작전'을 통해 디지털로 새롭게 복원된 버전을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하녀'의 복원작업에는 2007년 설립된 세계영화재단 (World Cinema Foundation, 이하 WCF)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마틴 스콜세지가 수장으로 있는 이 국제영화단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의 영화들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것을 지원하는 단체로서 그 지원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김기영 감독의 '하녀'였다. 이 과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한국영상자료원 측에서 WCF에 공동복원 작업을 제안하였고, 김기영 감독의 팬으로 알려진 마틴 스콜세지가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져 최종 복원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현재까지 WCF에서 복원을 지원한 작품으로는 Metin Erksan의 1964년작 'Dry Summer'(터키)와 Djibril Diop Mambety의 1973년작 'Touki Bouki' (세네갈) 그리고 Ahamed El Maanouni의 1981년작 'Transes'(모로코)가 있으며 WCF의 홈페이지 (http://www.theauteurs.com)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WCF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하녀 복원작)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작품이기도 한데, 작품성 이외에도 '하녀'를 대표작으로 많이들 꼽는 이유는 이후 이 작품이 김기영 본인에 의해 여러 차례나 리메이크 되기 때문이다. 1971년 작 '화녀'를 시작으로 '화녀'를 리메이크한 1982년 작 '화녀' 82'까지. 이 밖에도 그의 이후 작품 들에서 역시 직간접 적으로 '하녀'의 기본 설정과 메시지에 기반한 동의 반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근본이 되는 '하녀'를 대표작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하녀'를 접하기 이전에 '화녀'나 '충녀'를 접한 입장 에서는 이 작품들이 갖고 있는 인간관계나 캐릭터의 설정, 공간의 설정, 미술적인 요소들이 거의 대부분 '하녀'에 기초 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 늦게 알아차리고는 이 작품 '하녀'가 더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었다.




(이 영화는 굉장히 컷과 컷의 전환이 빠르고 내러티브의 전개 역시 재빠르게 이뤄지는 편인데, 기차가 가는 장면이나 거리를 걷는 짧은 장면을 삽입 함으로서 이런 빠른 컷의 전환을 좀 더 자연스럽게 만드는 재주는 참으로 탁월하다)

영화의 기본 구조는 이제 막 도시 하층민 생활을 벗어나 중산층에 접어든 한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직공들로 이뤄진 합창단 활동에 선생 역할을 하고 있는 남자(김진규), 그리고 가정에서 열심히 재봉 일을 하며 가정에 충실 한 아내(주증녀), 그리고 두 자녀로 이뤄진 이 가정에 어느 날 하녀(이은심)가 들어오게 되면서 이 지옥 같은 이야기는 조금씩 전개된다. 이런 구조로 되어있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이 김기영 감독의 '하녀' 역시 표면적으로 보았을 땐 집에 들이게 된 하녀가 모든 것을 망쳐놓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미 갖고 있던 뇌관을 건드린 것으로 더 옳을 것이다. 사실 이런 점에서 '하녀'는 굉장히 직접적인 편이다. 극중 하녀가 이 집안에 들어오기 전의 모습도 분명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시작부터 몇몇 장면들을 통해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샷 속 남자아이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 ‘안성기’씨가 맞는데, 정말 연기신동이라 불릴 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웃는 얼굴에서는 지금의 안성기의 얼굴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그 표정 연기 하나는 아역임을 생각지 않더라도 정말 대단한 연기를 선보인다. 애순이 역할로 출연한 이유리 씨의 그 기이한 표정 연기 역시 잊혀지질 않는다)

이 가족의 딸은 다리가 불편한 것으로 설정이 되었는데 이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과 대사는 이런 내재된 불안감을 잘 드러낸다. 동생이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놀리는 장면을 보고는 안타까워 말리려는 경희(엄앵란)를 막아서며 남자는 이런 말을 한다. '발에 온 마비를 풀려면 운동을 해야 돼'. 이 말은 얼핏 들으면 자신의 딸을 위해주며 나아지기 위해 하는 말 같지만 달리 보면 상당히 가학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남자의 시선은 이후 다람쥐를 사다 주면서 또 한 번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를 딸에게 설명해주며 은유적으로 딸 역시 어서 다리가 낳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더 열심히 계단을 오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은근히 강요하는 이 대사에서는, 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남자, 더 나아가 이 가정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이 남자는 겉으로는 딸을 진심으로 생각해서 다리가 낫길 원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이제 막 중산층이 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듯한 절름발이 딸이 못내 마땅치 않아 어서 낫기를 바라는 시선이 더 깊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하는 여성의 테마는 이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될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이다. 이제 막 들어선 중산층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맹목적으로 재봉 질에 몰두하는 아내의 모습은 무서우리만큼 섬뜩하며, 또한 일하는 여성 앞에서 작아지는 남성상에 묘사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중산층으로서의 생존의 테마는 이 작품을 둘러싼 동시대적 깊은 고민이 잘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맨 처음 허름한 단칸방, 그러니까 이 영화에 중요한 소품인 피아노와 재봉틀이 같은 방에 존재하는 집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얼마지 않아 2층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본격 전개된다. 이렇듯 이 가정은 이제 막 하층민을 벗어나 중산층에 들어섰기 때문에 다시는 하층민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하는 욕망이 매우 강한 편, 아니 집착에 가까운 편이다. 다람쥐 같은 경우 앞서 언급한 딸과의 에피소드에 매우 중요한 소품이기도 하지만,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중산층에 또 다른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TV를 들여다 놓은 장면은 아주 직접적인 중산층 가정의 상징적 요소다.




(하녀 역할을 맡은 이은심 씨의 등장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등장하는 이 장면에서 담배는, 말로 설명하는 것 이상의 캐릭터 설명을 가능케 한다. 담배와 뿜어내는 연기는 이 작품 곳곳에서 의미 깊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후 어쩌면 하녀보다도 더 무섭게 변해가는 아내의 모습 역시 다시는 하층민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욕망과 집착, 그리고 내적으로는 어떤 곪은 상처가 있어도 대외적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숨기고만 싶은 이들의 욕망이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본다면 특별한 한 가족과 제한된 한 공간에서 벌어진 특별한 하나의 개별 이야기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60년대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했던 대부분의 여성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 아니면 식모 밖에는 할 수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본다면,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적 문제(신분, 계급이 관련된)를 직접적으로 때론 은유적으로 표현한 동시대적 텍스트의 경향이 상당히 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커스 인 했을 때는 물론 자신에게서 포커스가 아웃 되었을 때에도 주목하게 만드는 이은심의 연기와 김기영 감독의 연출은 놀랍기만 하다)

이 영화는 그 영화보다 복선이 상당히 짙고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거의 대부분의 초반 장면 설정이 후반 부에 복선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하나하나 반복되는 짝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흥미거리다. 김기영 영화에서 이후 빈번하게 등장하는 쥐 같은 경우, 이 작품에서 거의 처음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쥐와 쥐약을 각 캐릭터가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이와 관련된 대사들에서 이와 같은 복선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쥐를 잡기 위해 찬장에 둔 쥐약을 두고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또 자식들이 서로 나누는 대사들은 너무 직접적이라 소름마저 돋을 정도다. '너희들, 이 쥐약은 조심해. 이걸 먹으면 죽어' '이거 사람도 죽어?' '응, 독약이거든'. 식사할 요리를 앞에 두고 한 손엔 쥐약을 들고 벌이는 이 대사들은 마치 앞으로 이 가족이 겪을 지옥 같은 일들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이렇게 스스로들에게 그 위험성과 주의 성을 당부하지만 결국은 호기심과 유혹에 빠져 내재되었던 불안감에 잠식되고 마는 이 가족의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이다.




(쥐약은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무기이자 독약이자, 탈출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쥐약에 대한 캐릭터들의 대사와 반응을 통해 이들의 권력구조와 그 이동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예전 '충녀'를 리뷰 하면서 극중 등장하는 '계단'의 의미를 이야기할 때 '하녀'를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 '계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계단 자체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이 계단이라는 장소는 이 영화의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며, 신분상승과 몰락이 모두 존재하며 내용적뿐만 아니라 컷의 연출에 있어서도 아주 다양한 작용을 하는, 김기영 작품의 핵심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계단은 기본적으로는 1층과 2층을 나누는 (혹은 연결하는) 의미는 물론, 캐릭터에서 캐릭터로 권력에 이동에 따라 이를 영화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능은 물론, 그로테스크함을 (김기영 감독의 작품을 논하면서 '그로테스크'라는 말이 이제서야 등장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상당한 '쾌거'가 아닐 수 없겠다 ^^;) 더욱 극대화시키는 조명과 카메라 앵글의 조력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인 다리에 매달려 머리를 찧으며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장면을 가능케 한 장소이기도 하다. 아마도 전세계 영화들 가운데 이렇게 계단과 이를 오르내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도 없을 것이라는 김영진 평론가의 말처럼, '하녀'에서 계단이 갖는 의미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절대적이 아닐 수 없겠다.





(아…계단. 계단이 없는 ‘하녀’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계단 그 자체이며, 인물들이 계단에서 벌이는 장면 장면은 그것이 계단에서 이뤄졌기에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하녀'는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물들만이 등장하는 영화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 2층집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는 없다. 이 가운데 계단만큼이나 인상적인 공간적 구조물이 있다면 바로 '미닫이 문'을 들 수 있겠다. 이 2층 집에는 유난히 미닫이 문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미닫이 문은 영화 속에서 아주 여러 번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녀는 가족들을 믿지 못해, 가족들은 하녀를 믿지 못해 서로를 엿보고 엿듣는 방패막이로 사용되기도 하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타인을 잠시나마 격리 시킬 수 있는 차단의 도구로도 사용되며, 각 캐릭터만의 공간을 가능케 해주는 경계의 의미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의미적인 역할 외에 컷과 컷을 나누는 영화적 도구로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유난히 빠른 컷의 전환과 내러티브의 전환이 빠른 이 영화에서 미닫이 문을 열고 닫는 설정은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마치 귀신이 사라지듯 미닫이 문 뒤로 서서히 뒷걸음쳐 퇴장하는 장면이나, 앵글 저 뒤편으로 무시무시한 하녀를 남겨둔 채 미닫이 문이 닫히며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후퇴하는 장면 등은 여느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훌륭한 연출이 아닐 수 없겠다.





(이 영화에서 미닫이 문을 열고 닫는 행위는 굉장히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서로의 영역과 영역을 넘나드는 것(=침범하는 것)과 반대로 침입 세력을 떨쳐내는 행위의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 스크린 샷은 이 영화의 카메라 앵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계단과 미닫이 문, 중요 캐릭터들의 관계가 모두 녹아있는 훌륭한 샷이 아닐 수 없겠다)

이 영화가 공간의 영화라는 점은 1층과 2층이라는 구조, 그리고 1층의 세계와 2층의 세계가 확연히 구분되는 점, 그리고 2층 가운데서도 하녀가 머무는 왼편의 작은 방과 피아노 레슨이 이뤄지는 오른편의 방의 존재와 이를 그리는 연출 방식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남자의 공간(피아노가 있는 방)에서 이뤄진 일들을 문 밖에서 바라보던 하녀가 남자를 협박해 자신의 공간으로 데려가는 장면인데, 이 장면에서 카메라의 수평 트랙킹은 이 공간의 이동을 직감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며 결국 남자가 하녀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점차 권력구조가 하녀에게로 이동하는, 그래서 나중에는 하녀가 남자의 공간마저 지배하게 되는 흐름의 전개를 가능케 하고 있다.




(수직적 카메라 트랙킹이 많이 사용된 것과는 달리 이 장면에서는 수평적인 트랙킹이 사용되었는데, 남자의 공간에서 하녀의 공간으로, 남자에게서 하녀에게로 권력이 옮겨가는 과정과 그 거리감을 수평 트랙킹을 통해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동선은 정말 예술이다)

김기영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 공간의 미학을 여럿 발견할 수 있지만, 그 중 백미는 역시 이 작품 '하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쥐와 쥐약이 등장하는 부엌이라는 공간, 오로지 생존과 중산층으로서의 유지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아내와 재봉틀이 있는 공간,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이라는 공간, 그리고 피아노가 놓여진 남자의 공간과 병원 침대 같은 초라한 침대만이 있는 하녀의 공간. 이렇게 공간 자체가 캐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메시지가 되는 김기영만의 공간 연출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가족의 공간을 하녀가 끊임없이 침입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공간의 이해는 필수라고 할 수 있겠다.





걸작이라 불리 우는 작품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와!'하는 외마디 탄성을 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녀'를 보면서는 거의 매 장면 매 대사마다 이런 탄성이 흘러나왔던 것 같다. 특히 '어떻게 저런 대사가', '아니, 어떻게 저럴 수 있지'하는 의아함에 가까운 경이와 함께 그로테스크함을 견디지 못해 나오는 뒤늦은 탄성들도 여러 차례 내뱉게 되었다. 그야말로 압권의 연속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하녀'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무슨 시구를 외우듯 가슴에 새기고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포스의 냉소적이고 가학적이고 소름 돋을 정도의 직접적 대사들이 넘쳐났다. 어느 정도였나 하면 아주 무서운 공포 영화의 아주 충격적인 장면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처럼 이 영화의 어떤 대사를 들었을 때 몸이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얼어 붙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대사만으로도 관객을 얼어 붙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한 두 대사가 아니라 거의 모든 대사가 이렇다 할 정도니 말 다했다.





대사만큼이나 압도적인 건 바로 '하녀'를 연기한 이은심 씨의 연기다. 김기영 감독 작품의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 종종 그랬지만, 당췌 당대의 한국여성이라고는 믿기 힘든 이질적인 마스크를 갖고 있는 이은심의 마스크와 그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이한 표정들은, 그 이후 지금까지도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유일무이한 캐릭터와 연기가 아닐까 싶다. 김기영 감독의 기이한 연출과 연기 디렉팅도 물론 대단하지만, 이를 표현해내는 이은심의 손짓, 발짓, 표정 하나하나는 정말 너무 영화적이라 예술적이다. 포커스 밖에 있어도 주목하게 만드는 놀라운 재주는 물론, 화면 가득 얼굴을 담았을 때 마치 극중 남자(김진규)의 경우처럼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함과 그로테스크함은 분명 독보적이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에 이후 이렇다 할 연기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로, '하녀'에서 이은심의 연기는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라도 주저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다.





(결코 1960년대 한국여성의 얼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개성 강한 마스크와 시대를 앞서 가도 너무 앞서간 환상의 연기는 지금 봐도 정말 무서울 정도로 영향력이 느껴진다. 그녀가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될 때는 나도 모르게 움찔할 정도로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와 눈빛이 이끌어내는 에너지는 실로 대단했다)

하녀 역할을 맡은 이은심 씨의 연기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아내 역할을 맡은 주증녀 씨의 연기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연기였다. 코멘터리에 참여한 김영진 평론가에 표현을 빌리자면 '또 하나의 괴물' 이 되어가는 캐릭터를 연기한 주증녀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두 여배우와 김진규 씨 외에 두 자녀 역할을 맡은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잘 알다시피 남자아이는 지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중견배우인 안성기인데, 개인적으로는 안성기 씨가 출연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연기'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소름 돋는 연기였다(그는 국민 배우가 아니라 국민 신동이었던, 이었던, 것이었다). 그 웃음에서는 아이에 얼굴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냉소가 듬뿍 느껴졌으며 어깨를 들썩일 때는 지금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는데, 나는 조금 과장을 보태서 누군가 안성기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작품을 한가지만 꼽으라면 '하녀'를 꼽겠다. 딸인 '애순'역할을 맡은 이유리씨 역시 아역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묘하게 그로테스크한 표정과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는 김기영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굉장히 섹슈얼리티 적인 표현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 위의 스크린 샷도 그 중 하나다. 다리를 희한하게 감는 장면이나, 키스 씬에서 머리카락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가려버리는 것이나, 깍지를 끼는 등의 표현 등은 매우 은유적이지만 그 어느 직접적인 장면들보다도 기이한 섹슈얼리티가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복원된 화질로 만나는 '하녀'

이번 '하녀' DVD 출시가 기다려졌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복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정도 일 텐데, DVD에 포함된 책자의 내용을 빌려보자면 이번 '하녀' 복원의 경우는 다른 복원작업에 비해서도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이었다고 한다. 최초 자료 원에 수집된 원본 네가 필름은 총 10권 중 두 권(약 20분 분량)이 없는 불완전 분이었고, 이를 채우기 위해 자료원에서 보유 중이던 영문자막 프린트 필름에서 네가를 복원하다 보니, 기존 디지털복원 작업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문제점들을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본 네가필름이 유실되어 화면의 톤이 다른 장면의 예. 완벽하게 복원된 장면에 비하자면 뭉개지는 듯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지만, 원본 유실로 인한 복원 임을 감안한다면 평균 이상으로 복원된 영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녀'의 경우 이 영어자막이 심하게는 화면의 1/3에서 절반 정도를 세 줄짜리 자막이 뒤덮는 경우도 있었으며 프레임 별로 미세하게 깨진 부분도 있어 감상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 자막 제거 작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먼지, 스크래치 제거와는 좀 다른, 훨씬 복잡한 작업이라고 하는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라 연구 끝에 자막복원솔루션 'MJW 1.0'을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자막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 화질이 원본 네가 필름을 사용한 것보다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정도 품질이라면 (그리고 이 정도 노력의 성과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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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에 화질 음질을 따지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이겠느냐 만은, 이번 타이틀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라 바로 '복원'이었음으로, 이를 감안하여 평가하자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만족할만한 수준의 화질과 음질로 재탄생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화질의 경우 서플먼트에 수록된 복원 전과 후 비교 영상을 보면 확연히 할 수 있는데, 고전 영화 필름들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른바 '비가 내리는' 현상이 말끔히 복원되었으며, 흑백영화 특유의 색감과 질감도 거의 다 살려내었다. 특히 강렬한 콘트라스트비도 그대로 살려냈으며 암부의 표현력도 기존 필름에 담긴 정보를 거의 다 되살려낸 셈이다.




(담배 연기의 표현 같은 부분은 확실히 흑백이어서 더 질감이 잘 살아나는 듯 하다)

이 타이틀의 화면 비 표기를 보면 '1.53:1 애너모픽'이라고 되어 있는데, 화면 좌우에 조금씩 블랙 바가 생기는 화면 비이다. 이전 월트디즈니의 고전 '피노키오' 블루레이의 복원된 영상을 보고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화녀' DVD의 복원 수준 역시 원본 필름의 보존상태와 그 과정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최대한의 결과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음질 역시 최대한 원본 훼손이 없는 상태로 복원하려다 보니 약간의 노이즈가 남긴 했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전혀 아니며, 그 이외의 부작용이 없는 것을 생각한다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Special Feature


깔끔한 디지팩 패키지로 출시된 이번 DVD타이틀의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또 다른 요소는 봉준호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음성해설이 수록된 서플먼트 때문인데, 지난 '김기영 컬렉션' DVD에서 '충녀'의 음성해설을 맡았던 봉준호, 김영진 콤비는 '하녀'에서 다시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역시나 내용적으로나 재미 측면이나 놓칠 수 없는 코멘터리가 되겠다. 두 사람 모두 김기영 감독의 팬의 입장이기 때문에 상당한 관련 지식들을 알고 있는 터라 다양한 부가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한편, 장면 장면과 캐릭터들에 대한 '존경'에 가까운 평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봉준호 감독 같은 경우 자신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기 때문에 '저런 장면은 어떻게 찍으셨을까' '저런 건 어떻게 하신걸까'하며 부러워 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코멘터리 외에 복원된 영상을 직접적으로 비교 체험할 수 있는 '복원전후 영상' 이 담겨있는데, 복원 전 영상과 복원 후의 영상, 그리고 두 영상을 함께 보여주면서 어느 정도 화질이 개선되었는지에 대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부가영상을 수록했다는 것만 봐도 한국영상자료원 측이 이번 타이틀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이 밖에 이미지 자료모음이 수록되었으며, 자막은 한국어 자막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이 감수한 일어와 영어 자막이 수록되었으며, 세계영화재단에서 제공한 불어자막 또한 지원된다.





[총평] 故 김기영 감독은 분명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이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왜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오승욱, 김대승 감독 등이 존경해 마지 않은 감독으로 그를 꼽는지 절로 알게 되며, '이 영화가 정녕 그 예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란 말인가'라는 의문과 경이로움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이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처음 시작하는데 가장 어울리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작품 '하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1960년대 작이라는 점과 원본 필름의 보관상태를 감안했을 때 충분히 만족할만한 훌륭한 퀄리티로 복원된 이번 DVD타이틀은, 그의 팬들은 물론 김기영 이라는 감독의 작품에 대해 마냥 궁금증만 갖고 있던 일반 영화 팬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09.07.30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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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김기영 컬렉션> / 시대를 앞서간 한 영화 감독의 작품 세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King of Pop’ 마이클 잭슨. 워낙에 많은 히트곡들과 퍼포먼스, 뮤직비디오를 남긴 그 이기에 팬들 사이에서도 마이클을 추억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어떤 이는 모타운 레코드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펼쳤던 기념비 적인 ‘Billie Jean’ 공연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도 있고, 영화 방식으로 만들어져 더욱 화제를 모았었던 ‘Thriller’를 떠올릴 수도 있겠으며, 어떤 이는 가장 최근 그를 만나볼 수 있었던 ‘This is It’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잭슨 하면 가장 많이 각인되어 있던 이미지는 바로 ‘문워커 (Moonwalker)’속 모습이었다. VHS 시절 정말 테이프가 닳도록 수도 없이 보며 노래와 춤을 방안에서 장판이 해질 정도로 따라 하게 만든 작품이 바로 ‘문워커’ 였으며, 영어 한 마디 모르던 어린 시절 가장 먼저 배운(하지만 소리 나는 대로 적기만한) 영어의 대부분은 바로 이 작품 속 마이클의 가사들이었다.





(‘Man in the Mirror’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수 많은 팬들이 울고 실신하여 실려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린 시절 이런 모습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라이브 영상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작은 영화 한편이 담겨 있는 ‘문워커’는 개인적으로 그런 작품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이클 잭슨의 관련된 정보를 얻기가 쉽기 않던 시절, AFKN을 제외하면 거의 유일하게 마이클 잭슨을 마음껏 만나볼 수 있는 매개체였으며, ‘Smooth Criminal’ 속 하얀 양복과 중절모를 눌러 쓴 모습과 ‘Man in the Mirror’속 파란 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마이클 잭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었을 정도로 수도 없이 반복 또 반복해서 보았던 영상이었다. 그런 ‘문워커’가 블루레이로 나올 줄은 사실 상상조차 못했었다(더군다나 국내 발매까지). DVD 시절에도 한참을 고대한 뒤에야 발매되었던 기억이라, 블루레이의 발매는 꿈도 꾸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제법 빠른 시간 내에 발매되었다니 아무래도 최근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디스 이즈 잇’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어느 시점에서 선정해도 역대 최고의 뮤직비디오로 손꼽힐 ‘Smooth Criminal’ 뮤직비디오를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문워커’ 블루레이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앞서서 살짝 언급했듯이 ‘문워커’는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단순한 뮤직비디오 컬렉션도 아니고,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아니며 그렇다고 완전한 극영화로 볼 수도 없다. 대부분은 뮤직비디오 컬렉션으로 볼 수 있지만, 그 가운데에 마이클 잭슨이 직접 주연으로 등장하고 조연 배우들 함께 약간의 스토리가 있는 단편이 하나 있는 가운데, 몇몇 뮤직비디오들은 얼추 스토리가 연결되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혹시 ‘문워커’를 마이클 잭슨 주연, 조 페시 주연의 영화만으로 생각하고 보게 된다면 적잖게 당황할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이 단편은 마이클의 순수함이 심하게 묻어난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적인 면에서만 보자면 괴작에 가까운 편이다. 영화 속 마이클의 변신 장면은 지금 봐도 조금 충격적인데, 당시로서는 더욱 충격적이어서 아직까지도 이 변신 장면 하나만큼은 각도 하나하나를 외울 정도다(하긴 ‘문워커’의 모든 장면은 이미 외워져 있다)





(어린 시절 보았을 땐 몰랐지만, 나중에 와서 보니 참 마이클다운 줄거리와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 봐도 이 메카닉은 묘한 매력이 있다)

‘디스 이즈 잇’ 이후 블루레이로 다시 보게 된 ‘문워커’는 분명 익숙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Smooth Criminal’은 여전히 흥겹고, ‘Speed Demon’ 역시 여전히 재미있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드는 건 적어도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Blu-ray Menu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은 영화 포스터를 기본으로 당시의 폰트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깔끔한 디자인이다. 서플먼트로는 극장판 예고편만을 수록하고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 Sound Quality


아무리 블루레이 타이틀이라 하더라도 ‘문워커’를 소장하려는 이들 가운데 화질과 음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가 있겠냐 만은, 간단하게 화질과 음질에 대해 설명하자면 당연히 DVD보다는 나은 퀄리티로 출시되었으며 본래의 소스 자체가 - 특히나 공연 영상 같은 경우 -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블루레이 보다는 조금 아쉬운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참고로 DVD의 경우 4:3 화면비로 출시되었으나 블루레이는 와이드 화면비로 출시되었는데, 이 부분을 DVD 영상과 비교하여 보도록 하겠다.

(위 - DVD / 아래 - 블루레이)








보시다시피 화질은 확실히 좋아졌지만 화면 비는 위 아래를 자르며 와이드 화면 비에 맞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질은 장면 마다 편차가 있는 편이다. 뮤직비디오의 경우도 ‘Leave Me Alone’이나 ‘Music and Me’가 나오는 메들리 시퀀스의 화질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지만, 어린이들로 이뤄진 ‘Bad’ 뮤직비디오나 시작 부분 등장하는 ‘Man in the Mirror’의 화질은 이 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다.






DTS-HD의 사운드 역시 시퀀스 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DVD에 비해 훨씬 향상된 수준이다. 라이브 실황 장면의 경우 DVD에서는 묻혀 잘 표현되지 않았던 작은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며, 극 영화 장면에서 역시 하나하나의 사운드가 선명하게 표현되고 있다. 극 영화 후반의 액션 장면 사운드의 경우 아무래도 사운드의 소스 자체가 좀 ‘예전 소리’ 이다 보니 선명한 맛은 좀 떨어지지만, 나름 사운드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점은 느낄 수 있는 정도다.



(남아공 출신의 보컬 그룹 Ladysmith Black Mambazo가 노래하는 ‘The moon is walking’도 ‘문워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총평] ‘문워커’는 분명 마이클 잭슨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Bad’ 시절 마이클 잭슨의 주요 수록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나볼 수 있으며, 그가 주연한 단편 SF영화도 곁들여 만나볼 수 있고, 무엇보다 이를 통해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 모습을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소장가치가 높은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로서의 장점은 다른 타이틀에 비해 부족할지언정, 블루레이로서의 소장가치는 더 높다 하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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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 블루레이 간단 리뷰 및 오픈케이스 (아트북)
(Avatar : Blu-ray Review and Open Case, Art book Image)


블루레이 유저로서 최근 발매된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블루레이는 단연 최고의 화제를 모은 타이틀이었다. '아바타'는 극장에서 볼 때부터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렸던 작품 가운데 가장 우선 순위에 놓였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의 특수성 때문에 '아바타'는 극장 포맷에서도 보여줄 것이 많았었지만, 좀 더 극강의 집약된 체험을 할 수 있는 매체는 어쩌면 블루레이가 아닐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바타' 블루레이의 AV 퀄리티는 정말 레퍼런스 그 자체다. 특히 화질의 경우는 누구도 흠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현재까지 발매된 블루레이 가운데 최고 수준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조심스레 아바타 블루레이를 플레이어에 넣고 드디어 재생되는 메뉴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입이 떡벌어지는 화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메뉴 화면에 삽입된 영상만으로도 '와'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니 이거 말 다했다. 사실 너무나 (블루레이로서) 기대 큰 타이틀이었기 때문에 막상 보고나면 좀 실망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런 우려를 넘고도 남을 만큼 우수한 화질이 수록되었다. 어쩌면 '아바타'는 블루레이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혹은 드디어 어울리는 첫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사실 지금까지 출시된 타이틀 가운데서도 AV 측면에서 레퍼런스라 불릴 만한 타이틀은 제법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바타' 블루레이가 진정한 첫 번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이유는, 역시 타이틀이 아닌 작품의 제작 과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간단히 얘기해서 지금까지 레퍼런스라 불리웠던 타이틀들은, 자체의 화질은 매우 우수한 편이었으나 애초부터 차세대 영상매체라는 그릇을 염두해 두지 않은(혹은 염두했더라도 그만의 특성을 100%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부족했던) 작품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애초부터 차세대 더 나아가 그 다음 세대의 영상매체(3D 입체 영상)까지 염두에 둔 작품이었기 때문에 비로소 블루레이라는 그릇의 크기에 걸 맞게 가득 찬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 점을 도드라지게 발견할 수 있는 점은 '아바타'가 전방위 적으로 엄청난 양의 CG와 그린 스크린을 통한 촬영이 있었음에도, 블루레이에서 흔히 발견되곤 하는 실사와의 결합 장면에서 이질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CG가 많이 사용된 작품의 블루레이를 리뷰할 때마다 언급하는 내용이기도 한데, 극장에서 볼 때는 별로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CG가 많이 사용된 작품들은 블루레이의 고화질로 보게 되면 그 외곽선이 실사의 외곽선에 비해 너무나도 선명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레이어로 표현되었다는 점을 느끼게 되곤 하는데, '아바타'의 경우는 이런 점이 정말 '매의 눈 (그야말로 매의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은 거의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사와 CG와의 경계가 블루레이에서도 커다란 이질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CG소스에 버금갈 만큼 실사로 촬영한 소스의 퀄리티가 좋다보니 두 소스간의 간격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이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질감을 덜면서 자동적으로 전체적인 화질 퀄리티가 상승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는 한 눈에 봐도 놀라운 화질을 체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화질 평가는 백마디 주옥같은 말보다 한 장의 캡쳐 화면이면 게임 끝인데, '아바타' 블루레이는 철저한 보안 탓에 여러가지 락을 걸어놓은 터라 일반적인 캡쳐 방법으로는 캡쳐가 불가능해 우수한 스크린샷을 함께 동봉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초창기처럼 TV화면을 카메라로 찍어 교묘히 편집하는 방법을 쓸까도 했지만, 이렇게 '감안하고 보시라'라는 아쉬운 사진을 첨부하는 것보다는 아예 '직접 블루레이를 확인하시라'라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하였다).

사운드는 또 어떤가. 사실 사운드의 퀄리티 역시 레퍼런스라고 불릴 정도의 퀄리티이지만 체감하기에는 더 확 와닿는 화질 탓에 조금 평가 절하되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나비 족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사운드와 역시 판도라 행성이 만들어 내는 비현실적인 소리들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극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사운드가 '임팩트'에 치중되어 있었다면 안방에서 블루레이를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사운드는 아무래도 '선명함'과 '다양함'을 들 수 있겠다. 블루레이가 DVD보다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당연스럽게도) 사운드 퀄리티의 향상인데, 쉽게 말해 안들리던 소리가 들린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아바타'는 이런 안들리는 소리가 다른 작품에 비해 더 많다고 보면 되겠다. 극장에서는 화끈한 임팩트에 가려져 미처 들을 수 없었던 세심한 소리들이, 블루레이에 와서는 조금만 귀를 기울이게 되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니 이건 분명 블루레이만의 장점이라 하겠다. 아, 그리고 나도 인정할 수 밖에는 없겠다. 엄청난 화질 때문에 사운드 측면을 평가 절하 하는 것 말이다 ㅎ




이번 '아바타' 블루레이는 잘 알려졌다시피 서플먼트가 전무한 버전으로 먼저 출시되었다 (서플 등을 보강한 버전이 11월 정도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국내 출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이번 '아바타' 블루레이 판매량이 보여준 작은 성과를 감안하자면 아주 어둡다고만 볼 수는 없겠다). 이렇게 서플먼트가 전무한 버전으로 출시된 타이틀임에도 소장가치가 높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화질과 사운드의 퀄리티가 만족스러운 편이다. 사실 개봉 당시 영화 평을 통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열광한 만큼의 감흥은 없었던 편이었다. 메시지나 줄거리는 평범했고(물론 평범한 것 가운데서는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많은 별점을 주었었지만) 기술적으로만 진일보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는데, 후자의 특성을 좀 더 발휘할 수 있는 매체는 역시 블루레이, 블루레이였다. 우리가 새로운 미디어로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볼 때 자주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이른바 '영화가 달라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타이틀이었다.




만약 아직까지 '아바타'를 보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보통 때와는 다르게 (극장 상영을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극장으로 달려가라는 것과 동등한 조건으로 블루레이 감상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그 만큼 '아바타' 블루레이는 차세대 영상 매체인 '블루레이'라는 특성에 걸 맞는, 아니 '딱 맞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 눈물 닦고 한 번 더 판도라 행성으로 가보는거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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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매번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가장 출시를 손꼽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따지고 보니 대부분이 시리즈 물인데, 두말 할 필요 없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그렇고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트릴로지나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도 자주 거론되는 작품들이다. 아, 시리즈가 아닌 작품들 가운데는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2’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들과 함께 매번 상위에 랭크 되는 작품이라면 역시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들 수 있겠다.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는 작품 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이미 DVD시절 ‘레퍼런스’로 통하는 어마어마한 확장판을 내놓은 적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블루레이로서 가장 기대가 되는 시리즈였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 이렇게 주목을 받았던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가 드디어 블루레이로 정식 발매되었다.





일단 이번에 출시된 버전은 최종 확장판이 아닌 극장판 만이 수록된 버전이다. 또한 본편 외에 부가영상 역시 예고편만 수록된 단촐한 버전이기도 하다. 이 것은 곧 언젠가는 확장판의 블루레이가 출시될 것이라는 점을 그대로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블루레이 ‘반지의 제왕’을 기다렸던 많은 이들이 구매를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 사실인데, 정답은 의외로 간단한 편이다. DVD 발매 당시와 마찬가지로 언제가 ‘반드시’ 출시될 확장판을 기다릴 수 있다면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확장판은 근 시일 내에는 발매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극장판 블루레이를 구매한다고 해도 손해라고 보긴 어렵다. 확장판이 출시될 때까지 DVD와는 비교되지 않는 화질과 음질의 ‘반지의 제왕’을 먼저 즐길 수 있고, 극장판 만이 갖는 나름의 의미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언젠가’ 출시될 확장판 블루레이 이전까지는 유일한 ‘반지의 제왕’ 블루레이 타이틀이 될, 극장판 트릴로지 블루레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DVD출시 시 DP리뷰를 통해 여러 번 다뤘으므로, DVD 리뷰를 링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반지의 제왕 - DP 지난 리뷰들 보기 링크


Blu-ray Menu & Special Features







메뉴 구성은 1편인 ‘반지원정대’, 2편 ‘두 개의 탑’, 3편 ‘왕의 귀환’ 모두 동일한 디자인을 택하고 있으며, 언어 선택과 장면 선택 외에 스페셜 피쳐를 지원하는데 스페셜 피쳐는 각각의 예고편과 반지의 제왕 관련 게임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으며, ‘왕의 귀환’에는 트릴로지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1080p 화질은 확실히 작품에 따라 편차가 있는 편이다. 2001년작인 ‘반지원정대’의 비해 1년 씩 차이를 두고 개봉한 ‘두 개의 탑’과 ‘왕의 귀환’의 화질이 조금씩 더 나은 편이다. DVD 확장판으로 출시된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가 워낙에 레퍼런스급 타이틀이었기에 혹자들은 ‘반지원정대’의 화질을 두고 ‘DVD랑 별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니냐’라고 하지만 1:1로 같은 장면을 비교해본 결과 너무나도 당연하게 DVD와 BD와는 확연하게 큰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위 - DVD / 아래 - BD. 모든 이미지는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반지원정대’의 경우만 봐도 DVD와 BD사이에는 엄청난 화질 차이가 (당연히) 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래의 색감이나 선명도, 외곽선의 표현력 등에서 월등한 차이가 나며 이런 점은 두 번째 스크린 샷처럼 배경을 다룬 장면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DVD와 비교한다면 분명 월등한 화질이지만 일반적인 블루레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반지원정대’의 화질은 표준에서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2001년 작임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감수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반지의 제왕’이기에 - 그리고 아마도 나중에 확장판 출시 시 복원된 화질로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 화질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 수 밖에는 없는 듯 하다. ‘반지원정대’의 화질은 전체적인 색감이나 특히 외곽선 표현과 선명도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화질이다. 최신 블루레이를 자주 접한 유저들이라면 처음 본 순간 ‘아, 좀 아쉽다’라는 생각이 드는 화질.






‘두 개의 탑’부터는 확실히 차세대에 걸 맞는 평균적인 화질을 선보인다. ‘두 개의 탑’에서 특히 유심히 볼 것은 CG캐릭터인 골룸을 들 수 있을 텐데, DVD에서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요소들을 블루레이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블루레이 리뷰를 하면서 CG캐릭터나 CG가 사용된 장면들이 블루레이의 선명한 화질에서는 오히려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가끔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DVD 감상 시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러니까 골룸이 CG캐릭터였다는 비로소 느끼게 해 준다고 할까? 이것은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좋아진 화질 덕에 골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보게 된다.






기존 배우들이 촬영한 화면에 CG로 추가하다 보니 외곽선 표현의 차이라던가, 각각이 태생적으로 미묘하게 갖게 될 수 밖에는 없는 화질 차이 때문에 유심히 관찰한다면 블루레이의 고화질에서는 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매의 눈으로 보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 지게 되면, 골룸이 등장할 때마다 그의 뒤에는 그린 스크린이 겹쳐 보이는 효과마저 들게 되는데, 극장과 DVD로 감상할 때 ‘와, 어떻게 저렇게 CG캐릭터와 실사 캐릭터가 감쪽같이 섞여 있지!’라고 느꼈던 것이 차세대에 와서는 조금 덜해진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이래서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왕의 귀환’에 와서는 정말 미세하게 이런 점이 조금 덜 부각되는데, 이건 아마도 ‘두 개의 탑’ 보다 골룸을 표현해내는 기술이 더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왕의 귀환’ 쯤 오면 몇몇 장면에서는 최신 블루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이른바 ‘와!’하는 우수한 화질의 장면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리뷰 하면서 특히 화질 면에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제작 년도를 떠나서 이 작품은 그 특성상 일반적인 트랜스퍼가 아니라 복원 수준의 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일반 극영화의 경우는 기본 소스를 손실 없이 잘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차세대의 화질을 만끽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반지의 제왕’처럼 장면마다 엄청난 양의 컴퓨터 그래픽이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어 많은 정보량을 담고 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 특히나 HD영상을 고려하지 않았던 시점에서 - 일반적인 방법으로 블루레이로 담아내는 것 만으로 원본 소스 각각이 지닌 퀄리티를 100% 담아내긴 어렵다는 말이다. 즉 추후 확장판이 출시될 때 복원된 수준의 화질을 또 한번 기대해 볼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ster Audio를 수록한 사운드는 레퍼런스급이라 부를 만한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사운드 역시 1편인 ‘반지원정대’가 2,3편에 비해 조금 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차세대의 박력과 선명함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반지원정대’ 사운드의 아쉬운 점은, 간달프와 발로그와의 대결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반지원정대’의 수록된 사운드가 같은 장면을 수록한 ‘두 개의 탑’의 부분보다 임팩트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역시 반지의 제왕이구나 할만한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반지의 제왕’이 DVD시절부터 레퍼런스로 꼽혔던 이유는 사운드 퀄리티 자체가 좋았던 점도 있지만, 이런 좋은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을 만한 장면들이 가득했기 때문인데, 각 작품마다 하이라이트가 되는 전투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차세대 사운드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의 경우 DVD시절에 느꼈던 레퍼런스 사운드가 각각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로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업그레이드 된 부분을 살펴보자면 역시 임팩트를 넘어선 디테일을 짚고 넘어갈 수 있겠는데, 아무래도 DVD에 수록되었던 사운드보다는 더 세밀하고 선명한 부가적인 소리들을 잡아낼 수 있고, 여러 소리들이 겹쳐 나올 때 어느 하나 뭉개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종 병기들이 내는 효과음들은 물론 나즈굴이 내는 그 특유의 소림 끼치는 사운드는 블루레이에 와서도 여전히 소름 끼칠 정도라 볼륨을 절로 줄이게 되며, 헬름 협곡 전투에서의 수 많은 화살 격발음 역시 선명하고, 하워드 쇼어의 스코어도 풍부한 음량으로 전달된다.




[총평] 드디어 블루레이로 출시된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는 반가움과 함께 분명 아쉬움도 남겼다. DVD출시 시에도 극장판과 확장판을 시간을 두고 내놓으며 팬들을 중복 구매의 늪에 빠지게 만들었던 작품답게, 블루레이에 와서도 예고편만 수록한 부가영상과 더 나아질 수 있는 화질 수록으로, 추후 언젠가 출시될 확장판 블루레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팬이자 블루레이 유저로서 ‘반지의 제왕 = 레퍼런스’ 라는 공식답게 완벽한 스펙과 내용물로 출시될 확장판 블루레이를 더욱 기대해 본다. 아, 여러 번 언급했듯이 그것이 언제일지 모르니 그 때까지 아쉬움을 달래는 데에 극장판 블루레이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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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비 주연의 닌자 액션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했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2009년작 ‘닌자 어쌔신’은 아무래도 주연을 맡은 우리 배우 ‘비’ 때문에 더 주목과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이미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한 ‘스피드 레이서’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국내 배우의 본격적인 헐리웃 진출이라는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비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단독 주연을 맡아 국내는 물론 세계 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국내 배우의 헐리웃 진출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것이 ‘진짜’ 헐리웃 진출인가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적어도 ‘닌자 어쌔신’의 경우는 이런 논란을 잠재울 만한 일종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의 흥행과 별개로 영화의 제작자와 스튜디오, 스텝들의 면면을 따져보자면,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은 헐리웃 진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축구로 비교하자면 EPL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으로 뛰는 박지성 선수와 비견할 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스튜디오와 스텝들의 면면을 고려했을 때 말이다 -. 사실 예전만 하더라도 우리 배우의 헐리웃 진출이라면 ‘스피드 레이서’의 정도만 되더라도 충분히 뉴스가 되고도 남을 정도였는데 ? 스피드 레이서를 보고 나서 ‘의외로’ 많은 비의 비중에 놀랐던 적이 있다 -, ‘닌자 어쌔신’은 잘 알다시피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하였고, 워너의 블록버스터 작품들을 여럿 제작한 조엘 실버가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매트릭스’의 연출자인 워쇼스키 형제 역시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루레이 수록된 서플먼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런 메이저 스텝들에게 톡톡히 인정 받고 있다는 점은 자랑스럽고 놀라운 일임을 부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영화는 ‘닌자 어쌔신’ 이라는 제목답게 시작부터 제법 고어한 액션 장면을 선사한다. 사지가 잘려나가고 여기저기 피가 낭자한 액션 시퀀스를 맨 처음 배치한 것은, 단순히 폼 잡으려는 의도보다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초반부터 관객에게 빠르게 인식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겠다 ? 이후에는 이런 ‘절단’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액션 시퀀스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 아무래도 이 영화는 ‘닌자’라는 특수한 캐릭터에 기반한 독특한 액션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제임스 맥티그의 ‘닌자 어쌔신’은 이런 기대감을 절반 정도 해소시켜준 듯 하다. 부가영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액션 시퀀스를 위해 헐리웃 최고의 액션 팀들이 멋지고 복잡한 합(合)을 만들어 낸데 반해,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액션 장면이 스크린에서 오롯이 표현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을 ‘닌자’라는 특성에 걸맞는 액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어두운 배경에서 벌어지는 액션들이라 그 재미와 쾌감을 좀 더 전달되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쉬운 점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기서 아쉽다는 것은 헐리웃 최고 수준의 액션 스텝들이 만든 액션 시퀀스가 좀 더 빛을 발할 여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나 구성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 만약 워쇼스키 형제가 직접 연출했더라면 좀 더 동양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반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닌자라는 특수한 캐릭터에 기반한 작품답게, 일반적인 액션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액션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 속에는 미처 다 부각되지 못했지만, 닌자 만의 무기들을 사용하는 액션 시퀀스의 경우, 현란한 CG와 안무 같은 스턴트 액션과 맞물려 쿵푸 영화와는 또 다른 액션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Blu-ray Menu






‘닌자 어쌔신’의 포스터들 가운데 위의 이미지가 사용된 버전을 가장 선호해서인지, 이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메뉴 화면의 디자인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언어/자막 선택 화면과 장면 선택 화면 바에 배경이 되는 이미지의 디테일도 만족스럽다.

Blu-ray : Picture Quality

1080p 풀HD의 화질은 전반적으로 준수한 편이다. 작품 자체의 분위기나 영상이 매우 어둡다 보니 화질을 제대로 만끽할 만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아쉬운 점은 없는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영상의 입자 자체가 상당히 거친 편이기 때문에 선예도 높은 화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CG가 가미된 화려한 액션 영상들을 큰 무리 없이 ? 이질감이나 잔상 없이 ? 보여주고 있으며, 하이라이트가 되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에서는 타오르는 불길과 피로 물든 라이조 (비)의 상체가 비교적 뚜렷하게 표현되는 편이다. 영상의 스타일은 감독에 의해 의도된 부분이 분명하지만, 만약 좀 더 날카로운 선예도가 살아있는 영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도 갖게 한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최신작답게 차세대급 사운드를 들려준다. 닌자 액션의 장점을 부각시킬 블루레이적 요소는 아무래도 화질보다는 사운드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다양한 닌자 특유의 무기들의 사운드는 물론이고, 초반 액션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닌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사운드로는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쉽게 체크할 수 있을 정도의 만족스러운 채널 분리도를 들려준다.





이 작품에는 칼과 닌자 무기를 이용한 액션 장면 외에 총을 비롯한 대형 무기들을 사용하는 후반 부의 액션 장면도 등장하는데, 후자의 무기들의 사운드는 조금 날카로운 맛이 떨어지지만, 전자의 액션에서의 사운드는 괜찮은 편이다. 특히 사용하는 무기의 특성상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공간감과 이동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닌자 어쌔신’의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닌자 어쌔신’ 블루레이는 메이킹 필름 성격의 3가지 부가영상이 ‘Behind the Story’라는 메뉴 아래 수록되었으며, 추가로 삭제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The Myth and Legend of Ninjas’에서는 실제 닌자 고수들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닌자에 대한 상세한 역사와 배경을 들려준다. 특히 우리가 흔히 ‘닌자’하면 떠올리곤 하는 ‘비밀스런 암살자’의 이미지를 넘어서, 훨씬 더 상세한 설명을 통해 일본의 실제 역사와 닌자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마치 역사책을 보듯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여기에는 마지막 진짜 닌자인 '타카마츠'의 관한 이야기와 현재 닌자 종가를 이끌고 있는 고수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으며, 닌자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무기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 - 혹은 사용방법 -에 관한 이야기와 닌자가 사용하는 주요 기술들에 대해 실제 닌자 기술을 습득한 고수들의 시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The Extreme Sport of a Ninja' 에서는 익스트림 스포츠 적인 요소와 닌자 액션을 결합한 영화의 스턴트와 액션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액션 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를- 참고로 채드 스타헬스키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시리즈에서 네오 역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의 스턴트 대역을 맡기도 했었다 - 비롯해 무술과 스턴트 팀 스텝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데, 난이도 높은 스턴트 액션을 위해 최고 수준의 팀을 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각 장면이나 동작에 필요한 특별한 고수들 - 룹킥 고수, 파쿠르 전문가, 파워 텀블러 - 을 초빙한 사실이 흥미로웠는데, 여러 분야의 스턴트/액션 고수들은 물론 더 화려한 액션 장면을 위해 안무가 까지 참여시킨 점이 이채로웠다.





‘Training Rain’은 어쩌면 많은 한국 팬들이 가장 기다렸을(?) 부가영상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라이조'를 스크린 속에서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지옥 같은 트레이닝을 이겨낸 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스텝들과 배우들이 처음에는 다들 '비가 누구야?' 했었지만, 나중에야 그가 아시아에서 유명한 팝스타라는 것을 유튜브를 보고서야 확인하고 놀랐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이미 국내 여러 연예 프로에서 개봉 당시 많이 조명되었던 것처럼 '지방 0%'의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견디는 비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수년간 이런 트레이닝을 지도해온 이들조차 비처럼 훈련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짧은 시간 동안 '극적으로' 변한 비의 신체 변화를 보는 것도 포인트다. 헐리웃의 모든 스턴트 맨들을 통틀어서도 최고의 스턴트 능력이라는 칭찬이 나올 정도니 말 다했다.

그 밖에 세탁실에서의 짧은 회상 장면, 미카의 집에서 선배 요원과의 대화 장면, 라이조와 미카가 자동차를 훔치는 장면 등 짧은 삭제 장면들이 수록되었다.





[총평]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브이 포 벤데타’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연출한,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은 우리 배우의 헐리웃 메인 스트림 주연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한 번쯤 확인해볼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아,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스턴트 액션의 디테일도 체크 요소다.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얼마전 그저 웹상에서만 뵈었던 DP의 '쿠우'님이 쪽지를 보내어 '디스 이즈 잇' 블루레이 독일판 스틸북을 보내주셨다. 커뮤니티 내에서 마이클에 대한 애정을 유난히 밝혀왔던 것과(아바타 이미지도 MJ), 꾸준히 글을 써온 것이 무척이나 보람스러운 순간이었다. 사실 그저 웹상에서만 뵈었던 분에게 이런 과한 선물을 받게 되니, 다시 한번 커뮤니티라는 공간에 대해서, 그리고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DP라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더불어 더 열심히 부족한 글이나마 다른 분들과 나눠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선물 받은 독일판 '디스 이즈 잇' 블루레이 스틸북!




라이센스와는 다르게 종이 띠지가 위 아래를 커버하는 방식이다. 내용물에 대한 추가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독일판 블루레이 스틸북에는 라이센스 버전에는 없는 여러가지 부가물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건 올컬러로 제공되는 북클릿이다. 라이센스판에는 별도의 북클릿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반가울 수 밖에는 없다.






이 북클릿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디스 이즈 잇' 공연의 멋진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북클릿 외에 총 4장의 엽서가 포함되었다. 가끔 이렇게 엽서 형태의 아이템이 한정판에 수록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진짜 엽서 본래의 기능으로 사용한 적은 없는 것 같다 ㅎ




그 외에 특별판에 걸맞게 3장의 렌티큘러 이미지가 수록되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지만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는 렌티큘러 형태를 갖추고 있다.




지난 번 구입했던 '디스 이즈 잇' 라이센스 블루레이 스틸북과 함께 한 컷.
예상치 못했던 고마운 선물이라 더욱 소장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디스 이즈 잇' 독일판 블루레이 스틸북.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Inglourious Basterds, 2009)
블루레이 서플먼트 다시보기 (Blu-ray : Special Features)


본래 블루레이나 DVD를 구입하게 되면 다시 한번 썰을 쭉 풀어 놓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의 경우는 개봉 당시 리뷰를 통해 나름 이야기를 풀어 놓았던 기억이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있고, 다시금 돌이켜보자니 일이 커질 것 같은 우려(?)도 있는 관계로, 간단하게 블루레이에 수록된 서플먼트들에 대한 소개를 하고 넘어가려 한다. 참고로 내가 블루레이나 DVD 리뷰를 지속적으로 쓰려고 나름의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2차 영상물이 영영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그리 멀지 만은 않은 암울한 앞날을 막기 위함이다. 그냥 내가 쓰는 블루레이나 DVD의 리뷰를 보고 몇 사람이라도, '와, 블루레이는 화질이 정말 짱이구나, 이거 나도 사고 싶은데'라던지, 'D감독의 음성해설이라는거 몹시 듣고 싶은데?' '제작영상 같은건 서플에서나 볼 수 있는건가봐'라고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리뷰는 지난 개봉 당시 썼던 글로 대체하고,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블루레이 서플먼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바스터즈 _ 타란티노가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걸작
http://www.realfolkblues.co.kr/1127

바스터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_ 타란티노와 모리꼬네라면 아쉬울 것 없어라
http://www.realfolkblues.co.kr/1138

이번 구매한 블루레이는 프랑스판 스틸북으로서 한국어 자막이 본편과 서플먼트에 모두 지원이 된다. 참고로 국내에도 라이센스로 정식발매 되었다(스틸북이 아닌 일반판으로). 케이스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스틸북이라는 것은 컬렉터들을 위한 하나의 포맷으로서 블루레이로 넘어온 이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긴한데, 이 작품 <바스터즈>와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이 현재까지 내가 소유한 유일한 스틸북이다. 스틸북의 세계는 그야말로 빠지면 모두 스틸북으로 컬렉션을 재수집 해야하는 재정적 어려움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섣불리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바스터즈> 블루레이 스틸북은 해외 배송시의 찌그러질 수 있는 위험만 넘겨낸다면 마감이나 프린팅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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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을 통해 출시된 블루레이는 기존 유니버설 BD의 기본 메뉴 포맷을 역시 수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랑스판이지만 본편과 서플먼트에 모두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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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서플먼트는 확장과 다른 버전의 추가 장면들인데, 쇼사나가 괴벨스와 식당에서 시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퀀스의 확장 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 본편에 실린 버전보다 훨씬 긴 호흡의 대화들이 수록되었는데, 다른 언어가 발생시키는 장면들과 수다가 주는 흥미를 가득 담고 있는 <바스터즈>답게, 확장된 대화 시퀀스에서는 좀 더 타란티노스러움을 엿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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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확장 장면은 지하 술집에서 벌어지는 카드 게임 장면이다. 위장한 주인공 들이 술집에 들어오기전 독일군 병사들이 카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장면의 확장버전이 수록되었는데, 본편에 수록된 내용과 그리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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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추가 장면은 '조국의 자랑' 시사회 장의 시퀀스인데, 상영이 시작되기 바로 전부터 시작될 때까지의 추가 장면이 담겨 있다. <바스터즈>는 언어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영화에 관한 영화이기도 한데, 이 추가 장면을 보면 타란티노가 이런 부분을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히틀러를 암살하러 온 이들도, 전세의 불리함을 계몽 영화 한편으로 일으켜 보려는 히틀러도, 영화에 특별한 애정이 있던 괴벨스도, 상영관이 어두워지고 영화가 드디어 시작될 때에는 모두 하나로 집중하게 되는 시퀀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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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에는 영화 속 영화가 한 편 등장하는데 바로 '조국의 자랑 (Nation's Pride)'가 그것이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서플먼트를 통해 이 '조국의 자랑'의 풀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 풀버전이라고 해서 1시간이 넘는 긴 분량은 아니고 약 6분 분량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조국의 자랑'에 관한 서플먼트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이 때 더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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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만나볼 서플먼트는 이번 타이틀에 수록된 서플 가운데 가장 유익한 영상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엘비스 미첼이 진행하는 KCRW의 '트리트먼트 쇼'에 출연한 쿠엔틴 타란티노와 브래드 피트의 인터뷰가 그것이다.
약 30여분 동안 진행되는 인터뷰에서는 브래드 피트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서부터, 타란티노와 작업하며 느꼈던 그만의 작품세계에 대한 느낌, 그리고 타란티노가 말하는 브래드 피트와 이 작품에서 말하려는 것들(언어에 관한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별도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인터뷰 영상이 어느 정도 이런 부분을 해소해준다고 볼 수 있겠다. 역시나 수다스러운 타란티노는 자신의 만든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안달난 것을 얼핏 봐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그 만큼 영화의 기획서 부터 메시지와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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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부가영상 가운데는 영화 속 영화 '조국의 자랑'에 관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다름아닌 이 작품에 메이킹 필름이다. 그런데 단순한 메이킹 필름이 아닌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극중 인물들이 진지하게 이 영화에 대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실제 <호스텔> 등을 연출한 감독이기도한 일라이 로스는 이 메이킹 영상에서, '조국의 자랑'을 연출한 감독 '알로이스 폰 아이히베르크'로 분해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극중 맡은 '도니 도노윗' 역할보다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괴벨스 역시 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하는 한편, 주연을 맡은 졸러는 물론 괴벨스의 정부인 프란체스카 몽디노의 인터뷰도 수록되었다. 전체적으로 타란티노의 장난끼를 다시 한번 맛볼 수 있는 부가영상으로서, 보는 이도 정색하고 봐주면 되겠다. 참고로 괴벨스의 정부로 나온 여자배우는 타란티노의 전작 <킬 빌>에서 오렌 이시이의 부하로 나와 마지막까지 고생했던 그 언니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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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의 <바스터즈>의 직접적인 영감을 준 엔조 카스텔라리 감독의 1978년작 'Inglorious Bastards'(스펠링을 보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는 제목부터 언어유희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원작에도 출연했던 보 스벤슨은 이 작품에서도 '조국의 자랑' 속에 출연하고 있으며, 원작의 감독이었던 엔조 카스텔라리 역시 까메오로 작품에 함께 하고 있다. 1978년작 '바스터즈'에 관한 이야기들을 물론 약 4분여의 원작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타란티노의 <바스터즈>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엔조 카스텔라리의 원작도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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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극중에서 '윈스턴 처칠' 역할을 맡은 로드 테일러의 인터뷰가 비중있게 담겨 있는데, <지옥의 용병들 (1968)>, <새 (1963>) 등에 출연했던 그를 타란티노가 어떻게 설득해서 <바스터즈>에 함께 하게 되었는지는 물론, 타란티노에게 감동 받을 수 밖에는 없었던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 하는 것들에 대해 오마주나 존경을 표할 때 그 방법이나 절차를 제대로 알고 있는 몇 안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로드 테일러의 인터뷰를 듣고 나니, 더더욱 그의 이런 정성과 영화 팬으로서의 됨됨이가 느껴졌다. 그리하여 존경 받는 대상으로 하여금 오히려 타란티노를 존경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의 정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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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만나게 되는 서플먼트는 슬레이트 치는 장면에서의 개성있는 한 마디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단순히 씬넘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 감독, 유명인사들의 이름은 물론, 욕설, 장소, 음식 이름 등등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것들을 나열하고 있어서, 이것들을 하나하나 듣는 것 만으로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이후 소개할 편집에 관한 서플도 그렇지만, 영화 촬영 환경 자체를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내는 타란티노 월드의 모습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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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Sallys'는 타란티노의 작품을 오랫동안 편집을 맡아온 셀리 맨케에게 보내는 일종의 선물이라고 볼 수 있는 영상인데, 배우들이 대사 말미나 컷이 끝날 때마다 나중에 편집실에서 이 영상을 보게 될 셀리를 위해 한마디씩 전하는 따스한(?) 영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셀리 맨케 (Sally Menke)는 타란티노의 전작 <저수지의 개들 (1992)>, <펄프 픽션 (1994)>, <재키 브라운 (1997)>, <킬빌 1,2 (2003,2004)>, <데스 프루프 (2007)> 등의 편집을 맡았을 정도로 타란티노와는 오랜 기간 함께 해온 편집자이다. <바스터즈> 타이틀 외에 <킬빌>이었나 <데스 프루프>였나 DVD에서도 이와 똑같은 서플먼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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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개봉 당시 이 작품을 리뷰하면서 '아, 당시 독일 영화에 관한 여러가지 재미있는 설정들과 이야기들이 담긴 것 같은데, 이를 정보가 없어서 다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줄 만한 서플먼트가 바로 'Film Poster Gallery Tour with Elvis Mitchell'이다. <바스터즈>는 영화에 관한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특히 당시 독일 영화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배경에 깊게 깔려 있는데,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광적인 지식을 동원해 영화 곳곳에 당시의 에피소드들을 끄집어 낼 수 있을 만한 장치들을 준비해 놓았다. 소샤나의 극장에 걸려 있는 영화 포스터들이 갖는 의미나 당시 독일과 괴벨스의 영화 관련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영화를 보면서 100%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채워주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극중에서 괴벨스가 '릴리언 하비'의 이야기가 나오자 호통을 치며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릴리언 하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의아할 수 밖에는 없는 장면일 것이다. 이런 사전적 정보에 대한 내용을 바로 이 서플먼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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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비록 음성해설까지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몇가지 인터뷰와 부가영상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서플먼트를 수록하고 있어 만족스러운 타이틀이었다. 특히 맨마지막에 살펴본 당시 독일 영화계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Film Poster Gallery Tour with Elvis Mitchell' 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보람이 컸다.


작품 - 9.5 / 화질 - 9 / 음질 - 9 / 스페셜피쳐 - 8 / 소장가치 - 9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Universal Studios 에 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인생사 퀴즈쇼

2009년 2월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데니 보일 감독의 작품 ‘슬럼독 밀리어네어’ 였다.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등 무려 8개의 아카데미를 수상한 이 작품의 당시 관심은 실로 대단했었다. 이 발리우드 영화 아닌 데니 보일의 발리우드 영화는 아카데미를 비롯해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도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바카스 스와루프의 장편소설 ‘Q&A’가 영화의 제목인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다시 소개되어 많은 판매량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이 작품이 과연 각종 영화제를 휩쓸다시피 할 정도로 압도적인 걸작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어쨌든 최고 화제작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의 현실과 역사를 배경으로, 퀴즈 쇼라는 흥미로운 방식을 통해 액자구조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퀴즈 쇼에서 척척 정답을 맞추며 화제가 된 소년 ‘자말’을 주인공으로, 빈민가의 차 심부름꾼 소년이 어떻게 그 어려운 문제들을 모두 맞출 수 있었는지를 하나씩 풀어놓으며, 문제를 맞출 수 밖에는 없었던 자말의 과거를 들어 인도의 현실을 그려내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말의 로맨스와 자말의 형인 ‘살림’의 이른바 ‘뭄바이 드림’,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영화의 포커스는 자말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복잡하고 심각한 이야기 보다는 술술 풀리는 전형적인 구조를 택하고 있다.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나 이야기 구성의 경우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헐리우드의 변방인 ‘발리우드’ 영화를 -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발리우드 영화라고 부를 수 없겠지만 - 전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점과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화려한 감각의 영상과 A.R 라만의 글로벌 한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웰메이드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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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주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퀴즈 쇼라는 영화의 컨셉을 그대로 살린 메뉴 디자인은 미적 측면에서나 컨셉 측면에서나 모두 잘 어울리며, 장면 선택 메뉴도 감각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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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화질은 우수한 편이지만 영상 자체의 성격 때문에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영상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금 더 거친 입자로 이뤄져 있는데, 장면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기도 해 개인에 따라 거친 입자의 영상을 선호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살짝 아쉬운 화질이 될지도 모르겠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하지만 위의 스크린 샷에서 보다시피 이런 본래의 거친 영상에 거부감이 없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클로즈업 시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원색들이 표현된 장면들이나 로케이션 촬영 장면에서 좀 더 화질의 우수성을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으며, 굉장히 빠른 편집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이뤄진 장면들은 극장에서보다 블루레이로 감상할 때 좀 더 감상이 편하고 직관적인 느낌을 준다. 어두운 장면에서의 암부 표현력과 명암 표현력도 우수해, 밤 장면의 화질이 오히려 더 선명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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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TrueHD의 사운드는 레퍼런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만족스런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사실 처음 ‘슬럼독 밀리어네어’ 블루레이를 집어 들었을 때 사운드에 기대하는 바는, A.R 라만의 흥겨운 사운드트랙을 제대로 즐겨보자 하는 것 정도였는데 막상 타이틀을 감상해보니, ‘엇, 이 영화가 이렇게 사운드가 좋은 영화였었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예상외의 결과물을 실감나게 들려주었다. 평가부분에서 고심 끝에 9점을 주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10점에 가까운 9점임을 밝혀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극장에서 보았을 때 감각적인 영상은 기억에 남았지만 사운드 적인 측면에 대한 인상은 그리 남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이런 임펙트의 사운드가 있었다니’ 싶을 정도로 체감이 가능한 인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오히려 기대했던 A.R 라만의 배경음악들이 단번에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종 효과음들은 매우 활발한 채널 분리도와 멀티 채널을 실감 캐 하는 역동적인 사운드로서 유저들의 귀를 손쉽게 사로 잡는다. 극장에서 감각적인 영상에 반했었다면 블루레이로서는 인상적인 사운드에 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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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블루레이 부가영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피처라면 역시 두 가지 트랙의 음성해설을 들 수 있겠다. 첫 번째 음성해설은 감독인 데니 보일과 자말 역할을 맡은 데브 파텔이 참여하고 있는데, 장면 마다 설명을 통해 등장하는 캐릭터와 배우, 로케이션,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려준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추상적인 인도의 모습이 아닌 실제 인도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 밖에 블루레이에 관한 언급도 있어 - 블루레이로 출시될 것을 고려해 더 깊은 색감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사용했다는 뒷이야기 - 또 다른 흥미를 준다.





두 번째 음성해설은 제작자인 크리스찬 콜슨과 각본을 맡은 사이먼 뷰포이가 참여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캐스팅 해야만 했던 아역 연기자들의 캐스팅 이야기를 비롯해 첫 번째 음성해설과 마찬가지로 인도의 현실과 로케이션에 관한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일반적인 음성해설 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담긴 편이라, 코멘트 없이 본편 자막이 재생되는 시간이 제법 길다.





‘Slumdog Dreams: Danny Boyle and the Making of Slumdog Millionaire’는 약 23분 여 분량의 메이킹 영상인데, 파트 1,2로 나뉘어서 감독과 제작자, 각본가의 인터뷰와 촬영장의 모습들을 통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세 명의 주인공을 각각 나이 별로 세 명씩 캐스팅 해야만 했던 어려움 그리고 인도 영화계의 스타인 아닐 카푸르가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뭄바이에서 촬영하느라 겪었던 어려움들도 들려준다. 참고로 이 부가영상은 와이드 화면 비로 제공되지만 720p의 화질로 제공되며 나머지 부가영상들은 대부분 4:3의 화면 비로 제공된다.




‘Deleted Scenes’
의 경우 러닝타임으로만 따지면 약 30분이 넘는 분량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 초반 등장하는 슬럼가로의 도주 장면의 롱버전과 프레드릭 스티븐스의 문제 부분, 오페라/아그라를 떠나다’의 시퀀스, 쵸바티 해변과 호텔 시퀀스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많은 분량에 비해 각 삭제 장면마다 챕터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





‘From Script to Screen: The Toilet Scene’은 영화 초반 등장하는 화장실 장면에 관해 시나리오와 장면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것이 뭄바이다’라는 이미지를 초반에 전달하기 위해 뭄바이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했고, 그 가운데 화장실이라는 공간으로 설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런 화장실과 화려한 헐리우드 스타의 모습을 하나의 씬에 결합한 각본가의 선택의 탁월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Slumdog Cutdown / Jai Ho Remix’와 ‘Bombay Liquid Dance’에서는 각각 음악을 배경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한 곡 분량으로 짧게 압축한 버전과 실제 뭄바이의 모습을 담은 감각적인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Electric Press Kit’는 무려 1시간 분량이나 되는데, 감독인 데니 보일을 비롯해, 각본가, 제작자, 주연배우에게 각각 질문들을 던지고 답변을 인터뷰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이다. 앞서 소개한 메이킹 영상의 풀 버전 격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짧은 편집 본에서는 미처 다 공개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London Junket‘에서는 감독인 데니 보일과 주연을 맡은 데브 파텔과 프리다 핀토의 인터뷰를 각각 만나볼 수 있는데, 영화가 여러 영화제에서 한창 수상을 하던 시점에서 진행된 인터뷰라 감독과 배우들이 시종일관 유쾌하고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여주인공을 맡은 프리다 핀토의 모습이 궁금했던 분들은 이 인터뷰를 놓쳐서는 안되겠다.




[총평] 블루레이 타이틀답지 않게 720p의 화질과 4:3 화면 비를 제공하는 서플먼트의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2개의 음성해설 트랙과 우수한 화질, 레퍼런스로 손색이 없는 사운드는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큰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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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선물 ‘THIS IS IT’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블루레이를 리뷰하게 되었을 때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한들 어차피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 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영웅이자 수 많은 추억을 선사한 마이클 잭슨의 유작 ‘디스 이즈 잇’은 그의 팬 입장에서는 더더욱 나오지 말았어야 했을 작품이었다. 수 많은 팬들이 마이클의 마지막 투어가 될 ‘디스 이즈 잇’을 하루 빨리 보고 싶었을 테지만, 거짓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말하자면 이 전설이 되었을 투어가 평생 DVD나 블루레이로 출시되지 않아 끝까지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실제로 공연되는 편을 바랬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 ‘디스 이즈 잇’은 여러 가지 회환이 들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그가 떠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 그가 떠나던 날과 그의 추모 식에서 딸 페리스가 ‘아버지는 최고의 아버지였어요’라며 오열할 땐 나도 정말 많이 울었다 -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영화는, 간단한 코멘트 한 줄, 인터뷰 하나, 장면 하나 울컥하지 않을 수 없는 하지만 그의 라이브에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극한의 감동이 요동치는 작품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투어는 그의 마지막 투어이자 그가 매우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거대한 공연이었으며, 영국 런던의 O2아레나에서 그 첫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다. ‘디스 이즈 잇’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된 서플먼트를 보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지만, 마이클이 새로운 공연을 이렇게 늦춘 까닭은 다른 복잡한 외적 요소들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공연을 실현시켜줄 만한 기술의 성장을 기다렸던 이유도 컸다 - 이 외에 더 중요한 다른 이유도 있는데 이 것에 대해서는 아래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 .무대 뒤 LCD 스크린의 경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 3D 입체영상까지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런 최고의 공연이 단 1회도 열리지 못한 것은 정말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위와 같은 영상은 극장에서 볼 때도 그 위용이 느껴지긴 했지만, 본래 계획했던 대로 공연장에서 보았더라면 훨씬 더 대단했을 것이다)


결국 단 한 번도 공연되지 못한 ‘디스 이즈 잇’은 공연의 총감독을 맡았던 케니 오르테가의 연출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디스 이즈 잇’의 시작은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투어를 함께 하게 된 댄서들의 인터뷰로 조심스레 시작된다. 댄서들은 마이클에 대한 자신들의 추억과 이 투어를 함께 하게 된 소감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이 인터뷰는 마이클이 떠난 뒤에 진행된 것이 아니라 투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인터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에게 ‘마이클 잭슨’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존재 그 이상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공연 중에도 종종 드러나지만 다른 공연과는 달리 ‘디스 이즈 잇’에 참여하고 있는 스텝들, 특히 댄서들은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주체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팬의 입장에서 참여하는 성격이 강한 무대였다. 이들에게는 수많은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할 생각을 하니 설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마이클 잭슨과 바로 옆에서 춤 출 생각을 하니 가슴이 너무 벅찼던 것이다. 결국 그들이 고대하던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인터뷰는 더 찡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저 마이클과 한 무대에 선 다는 사실 만으로 감격에 눈물 흘리는 댄서들의 인터뷰를 보니 더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공연 ‘디스 이즈 잇’과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이즈 잇’ 모두 케니 오르테가가 연출을 맡고 있는데, 그는 마이클의 이전 투어를 몇 번 연출하기도 했었고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 참고로 마이클의 추모식 연출 또한 그가 맡았었다 -. 앞선 인터뷰도 그랬지만 전체적으로 영화 ‘디스 이즈 잇’의 연출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보통 그가 떠난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이것과 연결 지어 그를 추억하고 슬픔에 젖게 만들 확률이 높은데, 오르테가는 이런 뻔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오히려 작품 내에서 이런 슬픔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버리면서 - 이 다큐에서 이런 점을 언급한 것은 맨 처음 등장하는 몇 줄의 코멘트가 전부다 - , 오히려 팬들로 하여금 더 마이클을 그립게 만들도록 만들어 버렸다. 굳이 이런 점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마이클의 무대가 더 멋지면 멋질수록 슬픔이 깊어질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디스 이즈 잇’이 갖는 가장 큰 의미 중 하나는 떠난 마이클을 그리워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서 뿐이 아니라, 그 동안 팬들에게조차 잘 보여주지 않았던 완벽한 프로로서의 무대 밖 모습과 리허설 모습, 완벽한 무대를 위한 날카로운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출시된 라이브 실황 타이틀의 서플먼트에서도 완벽주의자인 마이클의 리허설 장면들은 - 무대 위 프로로서의 모습 -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가 떠나고 난 지금에서야 이 영상을 통해 그의 뮤지션 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클 잭슨은 팝 역사상 최고의 실력을 지닌 보컬이자 댄서이자 퍼포머 인데 일반 대중들에게는 음악 외적인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에 휩쓸려 이런 진짜 뮤지션으로서의 모습 조차 오히려 왜곡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미디어가 말하는 마이클 잭슨의 수 많은 루머들이 간단한 확인 절차 하나 없이 대중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팬으로서 그의 생애 내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짓임을 이야기하곤 했지만 매번 흘려 듣던 대중들은, 결국 그가 떠난 뒤에야 오해하고 있음을 뒤늦게, ‘뒤늦게’ 깨우치고야 말았다. 이제서야 오해가 하나 둘 씩 풀리는 것이 한 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팬들로서는 이미 다 알고 있던 본래의 사실들이 마치 새로운 사실인 냥 포장되어 ‘드디어 오해가 풀렸다’라는 식으로 공개되는 것에 많은 원망이 들기도 했다.




예전 극장 상영 시 많은 이들이 했던 질문들 중에 하나가 ‘리허설 장면을 담은 영상이라는데 볼 필요가 있을까요?’라는 물음이었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야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이유가 필요 없겠지만, 팬이 아닌 입장에서 보아도 영화 ‘디스 이즈 잇’은 리허설 장면을 적절한 편집과 구성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말해 ‘그냥 연습하는 것 같은’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물론 마이클과 댄서들의 의상은 공연 용 의상이 아니고 마이클 역시 곡에 따라 본 무대와 같은 100%를 노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소 200%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마이클 잭슨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Smooth Criminal’의 한 장면. 고전 갱스터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다시 태어난 이 곡은 도입부의 영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AFKN에서 얼마나 보고 따라 했는지 ‘Annie, are you OK?’는 내 생애 가장 많이 한 영어 문장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여기에는 감독인 케니 오르테가의 공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는 활용 가능한 소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가능한 실제 공연처럼 느껴지도록 만족스런 편집을 보여주고 있고, 실제 공연에 사용되었을 중간 삽입 영상(영화)들 역시 적절하게 배치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연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잭슨 5 메들리 시퀀스. 마이클 잭슨 만큼이나 잭슨 5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의 공연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 중 하나인데, 이번처럼 ‘I’ll be there’ 말미에 형들과 부모님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 이야기하는 장면이 슬펐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번 공연에 수록된 곡들의 구성은 기존 투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서플먼트에 잠시 스쳐가는 장면들로 알 수 있었지만, 영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공연에는 수록될 예정이었던 곡들도 몇 곡 있었다 -. ‘Wanna Be Startin' Somethin’으로 시작하는 공연은 예전 또 다른 MJ인 마이클 조단과 함께 했던 뮤직비디오로 더욱 유명한 ‘Jam’을 거쳐, 대규모 댄서들의 영상을 뒤 덮는 CG가 인상적인 ‘They Don't Care About Us’로 이어진다. 이번 작품에 수록된 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곡 중 하나는 ‘Human Nature’였는데, 그가 솔로 퍼포머로서 무대 위에서 별 다른 장치 없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기존과는 조금 다른 창법으로 부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I Just Can’t Stop Loving You’를 부르던 중 마이클이 저 앙증맞은(?) 표정을 보았을 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져 나왔다)


수록된 곡들 중 특이한 점이라면 솔로 앨범 곡도 아니고 잭슨 5의 곡도 아닌 ‘잭슨즈 (Jacksons)’ 시절의 곡인 ‘Shake Your Body’가 수록되었다는 점 정도. ‘Thriller’와 ‘Earth Song’의 경우 도입부에 3D로 제작된 영상을 특별히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스릴러의 경우 공연장에서 실제로 입체안경을 쓰고 보았더라면 정말 환상적이었겠다 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I Just Can’t Stop Loving You’는 그의 추모식에서 ‘Heal The World’를 비롯해 많은 곡의 메인 보컬을 맡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여성 보컬 주디스 힐 (Judith Hill)과 듀엣을 이루고 있는데, 리허설 임을 상기시키며 무리하지 않으려는 마이클과 이런 마이클을 자꾸 부추겨 계속 더 노래하게 하려는 스텝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Thriller’ 외에 몇몇 곡은 립싱크로 진행되는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Beat It’같은 경우 계속 키를 낮춰서 부르던 것과는 달리 원키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도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새로운 여성 기타스트인 오리안시 파나가리스 (Orianthi Panagaris)와 호흡을 맞춘 ‘Black or White’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곡은 마이클 잭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인 ‘Billie Jean’이었다.




드럼과 베이스 선율에 몸을 맡기고 홀로 무대에서 완전히 자신 만의 댄스 퍼포먼스를 펼치는 마이클 잭슨을 만나볼 수 있는 곡 ‘Billie Jean’.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댄서들은 댄서이기 이전에 그의 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연 중에도 잠시 마이클이 홀로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면 뒤에서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Billie Jean’은 마이클이 혼자 꾸미는 무대라 아예 무대 아래 댄서들이 모두 내려와 팬으로서 그의 무대에 환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팬들조차도 마이클이 다시 예전처럼 무대 위에서 춤 출수 있을까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기도 했었는데, ‘디스 이즈 잇’을 보면 그런 걱정은 말 그대로 ‘우려’였다는 것을 너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아들 벌에 가까운 젊은 댄서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고 그들을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압도하는 마이클의 댄스는, 그야말로 전설이다.




언제나 그렇듯 공연은 ‘Man in the mirror’로 마무리 된다. 언제 들어도 감동적인 이 곡의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MJ항공’이라고 불리는 대단원의 마무리를 결국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대 뒤 대형 LCD 화면이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실제 비행기를 타고 무대를 떠나는 듯한 연출을 준비했던 이 공연의 마지막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또 한번 들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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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코덱의 1080P 화질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반 필름상영과 디지털 상영, 그리고 광주에서만 상영했던 IMAX DMR 2D 포맷으로도 감상을 해보았는데, 디지털 상영과 아이맥스 상영 분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화질이 정말 좋다는 점이었다. 그런 우수한 화질이 블루레이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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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잇’에 수록된 소스들은, 아마도 이 투어 영상을 추후에 특별 방송으로 편성한다거나 라이브 실황 타이틀에 서플먼트로 수록하려는 목적으로 AEG Live에서 촬영한 소스들과 마이클이 개인적인 소장용으로 촬영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AEG Live에서 촬영한 소스들은 우수한 HD화질이고 개인 소장용 소스들은 4:3의 SD화질로 담겨 있다. 개인 소장용 소스의 활용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데, 리허설 장면을 공연처럼 구성하려다 보니 비어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SD급 영상이 사용된 것은 분명 화질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비중도 그리 크지 않고 HD 영상의 화질이 워낙 좋은 관계로 크게 염려할 부분은 아니라 하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을 수록하고 있는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운드 역시 극장 상영시 아이맥스와 THX인증관, AT9이 설계한 사운드 관에서 각각 감상해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실제 라이브 실황 타이틀보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훨씬 더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라이브 실황 같은 경우 관중들의 환호 소리를 비롯해 워낙에 다양한 소리들이 많은 편이라 깔끔한 사운드를 뽑아내기가 쉬운 작업이 아닌데, ‘디스 이즈 잇’ 같은 경우는 이런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장점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디스 이즈 잇’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으로는 첫 번째로 공연에 삽입되었을 ‘Thriller’‘Smooth Criminal’의 인트로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이 두 단편 모두 기술적으로나 아이디어 측면에서 상당히 신경을 쓴 영상으로서 이렇게 부가영상을 통해 별도로 감상해 볼 수 있다. 특히 ‘Smooth Criminal’의 경우는 기존 ‘문 워커’ 당시 뮤직비디오 영상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점도 흥미롭다.





‘Making Smooth Criminal’은 앞서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 속 장면의 촬영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에드워드 로빈슨, 험프리 보가드, 리타 헤이워스가 나오는 흑백 필름 속에 마이클 잭슨을 진짜처럼 끼워 넣는 작업에 있어서 해결해야만 했던 기술적인 문제들과 저작권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데, 케니 오르테가를 비롯해 마이클과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제작자, 스텝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Staging the Return’에서는 ‘디스 이즈 잇’ 공연의 기획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는데, 이 공연이 갖는 의의와 실제로 기획되기까지의 여러 가지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이 그의 친구들에 인터뷰를 통해 수록되었다. 이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마이클 잭슨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친구들이라 누구보다 마이클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좀 더 인간적인 마이클의 면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누구나 알 수 있었을 정도로 본인의 아이들에 사랑이 얼마나 컸었는지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글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마이클은 자신의 새로운 투어의 시작을 계속 늦춰 왔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아이들 때문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아이들의 본인의 공연을 보고 즐길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팬들과 더불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공연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친구들의 안타까운 인터뷰는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만 만든다.




‘The Gloved One’에서는 그가 공연에서 입었을 의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번 공연의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잘디 (Zaldy)’의 설명을 통해 각 곡마다 달라지는 의상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데, 이런 멋진 의상을 입은 마이클의 모습을 결국 볼 수 없게 된 것을 또 한 번 아쉬워 할 수 밖에는 없는 대목이다. 엄청나게 많은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탈이 사용된 의상과 ‘필립스 테크놀로지’사의 일렉트로닉 기술까지 동원된 ‘Billie Jean’ 의상까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다음 세대의 무대 의상을 부가영상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다.




‘Memories of Michael’ 는 그의 친구들이 마이클과 함께한 추억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데, ‘King of Pop’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도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들과 업계에서 수십 년을 활동해온 전문 세션맨들 조차 놀라게 만드는 그의 음악적 실력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들을 수 있다. 또한 그가 생애 내내 강조한 메시지인 ‘사랑’과 ‘평화’에 대한 친구들의 에피소드들도 들을 수 있다. 사실 어찌 보면 너무 허무맹랑하고 아이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친구들은 모두 다 이구동성으로 마이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그의 진심에 동화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마이클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그저 ‘피터팬’ 인줄로만 알았던 팬들에게 조차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주변사람들을 사랑으로 감동시키곤 했던 마이클 잭슨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하다.




‘Auditions : Searching for the World’s Best Dancers’에서는 이번 공연에 참가하게 될 댄서들을 뽑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전세계에서 이 오디션을 보기 위해 모인 전문 댄서들 가운데 최종 11명을 선정하게 되는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진다. ‘Dancing Team’에서는 댄서로서 마이클 잭슨이 팝계에 끼친 영향과 그의 댄스에 대한 스텝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또한 팝의 황제에 자리에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공연 준비를 위해, 새로운 춤 동작을 개발하려 혼자 거울 앞에서 연습을 하는 장면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Meet the Dancers’에서는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1명의 댄서들의 각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마이클을 처음 만나던 순간의 에피소드는 물론 어린 시절 마이클 잭슨을 보며 어떻게 댄서를 꿈꾸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안무를 맡은 트레비스의 댄서 한 명 한 명에 대한 짧은 평가도 들을 수 있다. 모든 댄서들을 마치 동생처럼 여기며 하나하나 자상하게 칭찬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Meet the Band’‘Meet the Vocalists’ 역시 같은 구성으로 밴드 멤버들과 코러스를 맡은 멤버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동기나 과정 그리고 마이클과의 추억을 들려준다. 보컬리스트 같은 경우는 마이클의 예전 투어를 주의 깊게 보았던 팬들이라면 익숙한 얼굴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감독을 맡은 마이클 비어든의 인터뷰를 통해 밴드 멤버와 보컬리스트 들을 어떻게 선발하였고, 마이클 잭슨이 원하는 무대와 음악을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마이클과 밴드, 댄서로 나뉘어 있는 포토 갤러리와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총평]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몇 마디 말로 정리하기엔 너무나 벅차고 슬픈 작품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팬으로서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음악과 공연을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직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디스 이즈 잇’은 조금이나마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현존하는 최고의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다.

Forever, 마이클 잭슨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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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블루레이 팬들과 서태지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서태지 심포니 블루레이> 한정판 오픈케이스 입니다. 저도 발매일에 아침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누비느라 오랜만에 유난을 떨기도 했었죠. 여튼 그렇게 득템하게 된 한정판 오픈케이스 입니다.






15,000장 한정판 답게 묵직한 케이스와 내용물이 인상적입니다. 알려졌다시피 같은 내용의 블루레이와 DVD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양날의 칼과 같은 부분이지요.




많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던 스피커=케이스 입니다. 사실 쇼핑몰이나 다른 곳의 정보를 보았을 때는 '패키지+스피커'로 오인하기 쉬운 내용들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케이스에 스피커가 추가된 모양새였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어떤 분의 말씀을 듣고 처음 출처를 따져보니 서태지 컴퍼니 측에서는 처음부터 '패키지+스피커'가 아니라 '심미적 기능을 담은 박스아트'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추후 일반판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오천장 한정판은 팬들 만을 위한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으니 크게 문제되거나 할 건 없을 듯. 많은 문제들이 그러하듯 이런 문제들은 '서태지여서' 발생하는 경우 인 듯 하네요(더 큰 기대가 주어지기 때문이겠지요).





2장의 디스크로 수록된 DVD. DVD사용자들은 이 디스크를 통해 감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 같은 블루레이 유저는 이 블루레이 디스크를 통해 차세대 화질과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겠구요. 확실히 블루레이 유저가 저 DVD를 재생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북클릿은 제법 두꺼운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데, 심포니 공연의 주요 장면들과 더불어 리허설 등 비하인드 스틸컷들 그리고 심포니 악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악보 수록의 경우 나중에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싶더라구요.




스피커는 위의 그림처럼 내부에 선이 연결되어 있어서 이렇게 외부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직접 들을 수도 있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이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게 될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타이틀에 대한 리뷰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바라드 시간 - 이노우에 나오히사
마음을 정화하는 세계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그림을 보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사실 첫 만남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에 작품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노우에의 작품을 언젠가는 만났을 터. 그 우연한 기회란, 지브리 관련 이야기를 듣던 중 누군가가 많은 영향을 준 그림 작품이 있다는 얘기를 했고, 바로 찾아서 이노우에의 그림을 보게 된 나는 그의 환상적이고도 고요한 세계관에 단숨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바라드'란 현실과는 원근이 표현이 반대로 된 세계를 이야기하는데(고대 히랍의 공중도시 '라퓨타'로 연결되는 거리를 일컫기도 한다), 사실 이것만으로 '이바라드'의 세계를 설명하기는 매우 부족할 뿐더러, '이바라드 시간'은 이것과는 또 다른 확장된 세계라 볼 수 있겠다.



2007 INOUE Naohisa. Studio Ghibli. All rights reserved

그의 작품에 대한 갈증으로 애가 탈 때쯤 그의 그림과 지브리 스튜디오가 함께한 특별한 영상인 '이바라드 시간'이란 작품을 알게 되었고, 곧 이 작품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참고로 이 타이틀은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가운데 블루레이로 출시된 최초의 작품이다). 국내 출시야 어차피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타이틀이지만 그리 만만치 않은 가격 탓에 쉽게 구매를 생각지 못하다가 지난 10월 도쿄 여행길에 아키하바라의 어느 가게에서 덥썩 집어들고야 말았다.

처음엔 이 작품에 대해 별다른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영상인지, 그러니까 예전 출시되었던 <이노센스의 정경>처럼 영상이 가미된 사운드트랙에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지브리에서 이노우에의 그림들을 배경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인지, 이렇다할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바라드 시간'을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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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이바라드 시간'을 설명해보자면 기존 화가인 이노우에 나오히사가 그린 작품들에 지브리의 기술과 상상력이 더해져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볼 정도로 움직임이 많은 것은 아니다. 화면 상에 줌인과 아웃, 그리고 포커스의 이동이 주가 되고,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들이 움직임을 맡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애니메이션 적인 성격보다는 여전히 회화적인 느낌이 더욱 강한 작품이다.


스크린 샷 들을 통해 엿볼 수 있지만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들은 상당히 화려한 파스텔 색감으로 이뤄진 상상력의 세계다. 하지만 이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 속에는 '따듯함'을 베이스로 깔고 있는 것이 이노우에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파스텔 색감이 따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가 창조해낸 세계는 현실에서 접할 수 없는 것들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아련함과 추억을 연상시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뭐랄까, 분명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인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언젠가 한 번쯤은 거닐었던 추억이 연상될 듯한 느낌이랄까.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에는 분명 이런 독특한 감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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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스크린 샷을 보면 배경이 되는 그림과 움직이는 캐릭터 간의 작화 차이(혹은 뚜렷한 경계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고보면 이 차이가 이질감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불편한 부분은 아니다. 기존 작화를 거의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발생할 수 밖에는 없는 부분이라 여겨지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약간의 이질감은 이노우에의 작품과 이 타이틀 '이바라드 시간'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브리의 생각은 아마도 이랬던 것 같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이노우에의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뛰어놀면 어떨까. 저 신비스러워 보이는 집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사람이 나오면 어떨까. 저 아름다운 길을 전차가 지나가면 어떨까 식의 생각. '이바라드 시간'은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고 멈춰 있던 풍경은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새로운 영상(혹은 정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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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온천장 아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특히 열차가 터널 형식을 지나는 구조는 매우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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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 C&A 홀딩스. Studio Ghibli. All rights reserved

(이 장면 역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 한 장면이 떠오른다. 센이 가오나시와 함께 제니바를 찾아 떠나는 장면은 '센과 치히로'의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였는데, '이바라드 시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정류장도, 전차도 이를 떠올리게 한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전차씬 역시 연상된다).

사실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 '이바라드'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저를 포함한) 알려지게 된 가장 큰 이슈는,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1995년작 '귀를 기울이면 (耳をすませば)'에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부터가 아닐까 싶다. '귀를 기울이면'의 후반부를 보면 극중 시즈쿠가 쓴 소설 속의 세계가 표현되는데, 이 부분을 이노우에 나오히사가 직접 맡아 기존 지브리 작품과는 다른 영상을 보여주면서 많은 팬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었다.




대원 C&A 홀딩스. Studio Ghibli. All rights reserved

(이노우에 나오히사가 맡은 '귀를 기울이면' 속 장면들)

 '귀를 기울이면' 속 이바라드의 세계는 소설 속 이야기라는 구조를 빌려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고 있는데, 확실히 '귀를 기울이면'의 전체적인 정서와 동 떨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이 작품을 떠올려 보았을 때 그 정겨운 '컨트리 로드'와 함께 환상적인 이 세계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되었다. '이바라드 시간'을 보고 나서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면'을 보게 된다면 아마 더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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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장면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이 처음 켈시퍼를 만나던 그 시퀀스(이건 하울을 통틀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퀀스죠 ㅠ)에 등장하는 하울의 집과 매우 닮아있다. 특히 넓은 들판에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더욱).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노우에의 일러스트를 처음 보고 매우 감명을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아예 본격적으로 그에게 맡겨버린 '귀를 기울이면'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작품에서는 이노우에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 장면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이노우에의 작품을 보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인데, '이바라드 시간'을 보고 있노라니 많은 장면에서 지브리의 장면들이 겹쳐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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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은 기존 지브리 DVD 타이틀과 동일한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지브리의 이런 구성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인데, 지금까지 계속 고수해온 만큼 통일성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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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2 코덱의 1080p 풀HD 화질의 영상은 2007년 작임을 감안하다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사실 영상 자체가 그리 고화질을 요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화질의 좋고 나쁨을 따져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경우다. 영상이 주는 회화적인 느낌 때문에 블루레이의 칼 같은 화질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분명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좀 더 이 장점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기회에 한 번 더 이야기해보자면, 아무리 블루레이의 장점을 잘 못살린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더라도 이건 '블루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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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Sound Quality

일본어 LPCM 5.1과 2.0 채널을 지원하고 있는 블루레이의 사운드 역시 퀄리티 자체를 논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다. 하지만 '이노센스의 정경'처럼 이 작품 역시 배경음악이 제법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돌비가 아닌 PCM 사운드로 전달되는 배경음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바라드 시간' 블루레이 타이틀은 본편 외에 한 장의 디스크가 더 들어 있는데, 다름 아닌 사운드트랙 CD다. '이바라드 시간'에 수록된 음악들은 물론 그 자체로도 괜찮은 음악들이지만 '이노센스의 정경'과는 달리 영상과 함께 하지 않았을 때의 매력은 분명히 떨어지는 편이다. 작품 자체가 고요하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판타지'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고 있는 음악 역시 영상과 함께 감상하는 쪽이 훨씬 더 만족스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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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처는 초기 블루레이 타이틀이다보니 대부분 SD소스의 영상이 수록되었다. 그럼에도 반가운 건 음성해설 트랙이 무려 2개나 수록이 되었다는 점인데, 첫 번째는 감독인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단독 코멘터리가 담겨있고 두 번째는 이노우에와 더불어 CG작업을 맡은 지브리의 스텝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우리말 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주변에 도움을 받아 두 음성해설의 대략적인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노우에의 단독 코멘터리는 '이바라드'에 관한 기초적인 내용들부터 시작해 어떻게 이런 작품들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두 번째 트랙에서는 좀 더 지브리와 함께한 '이바라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어가 가능한 이들에게는 두 트랙이 담긴 음성해설이 반갑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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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 영상에서는 이노우에 감독이 지브리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자신의 작품을 애니메이션 '이바라드 시간'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단순히 원작자로서 혹은 연출자로서 참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간단한 음향효과 작업에까지 직접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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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그의 작품 전시회와 함께 연주회를 함께 연 장면도 엿볼 수 있었는데, 조그마한 전시회에 팬들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자신의 작품과 더불어 직접 연주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에서 (앞서 음향효과를 내는 장면을 더해), 참 재주 많고 의외로 열정적인 인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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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바드 시간'은 지브리에서 발매된 타이틀이라는 사실만으로 구매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타이틀일듯 싶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들고 출시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바라드 시간'은 지브리 보다는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평소 그의 작품에 관심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멋진 음악과 함께 블루레이로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지브리의 팬들이라면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을 슬쩍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30분 분량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은 가끔씩 마음이 복잡할 때, 정화용으로 탁월한 선택이 될 것 같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DVD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07 INOUE Naohisa. Studio Ghibli/대원 C&A 홀딩스에 있습니다.





[추가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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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보다 더 화려해진 캐릭터들로 돌아온 ‘박물관이 살아있다 2’

2006년 개봉한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다. 사실 스튜디오 측에서나 감독도 이 정도의 흥행을 예상하지는 못했었는데, 이런 전편의 성공의 힘입어 바로 속편 제작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지만, 제작과 연출을 겸하고 있는 숀 레비와 주연 배우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던 벤 스틸러는 그저 그런 속편은 만들지 말자고 다짐을 했고, 자신들이 진심으로 즐길 만한 시나리오와 기획이 나온 뒤에야 속편 제작을 결심하였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전편의 신선함을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넘어서려는 욕심 대신에, 전편에 등장한 인물들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캐릭터와 캐릭터 별 짧은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엮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가 더 위주가 되면서 기존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오웬 윌슨, 스티브 쿠건 외에 재능 있는 배우들이 새롭게 합류하였는데 에이미 아담스를 비롯해 행크 아자리아, 크리스토퍼 게스트, 빌 헤이더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기존 배우들과 완벽한 앙상블 연기를 펼치면서 자신들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이들 각각의 연기를 즐기며 부담 없이 가족 코미디 영화로 받아들인다면,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Blu-ray Menu




한글화 된 메뉴 디자인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하자면, 아기자기한 영화의 분위기에 걸 맞는 폰트 사용으로 좀 더 최적화 된 느낌이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최신작답게 우수한 화질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많고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빈도수도 높은 편이라 표현해야 할 정보량이 적지 않은데,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색들을 충실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CG가 가미된 캐릭터들과 실사 캐릭터들 간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영상의 선예도도 높은 편이라 화려한 색감들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나고 있다. 단 노이즈가 조금 있는 편인데, 관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조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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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 작품은 은근히 액션 장면이 많고 사운드의 활용도가 높은 편인데, 사운드 임팩트에 큰 기대를 안 했던 이들이라면 중간중간 터지는 강렬한 사운드에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항공 박물관 장면을 비롯해 극중 에이미 아담스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장면 같은 경우 우퍼 스피커를 동원한 묵직한 사운드를 접할 수 있으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다채로운 사운드 역시 높은 분리도로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박물관이 살아있다 2’ 블루레이는 1장으로 출시된 타이틀을 넘어서는 다채로운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일단 부가영상의 재미 여부를 떠나 하나하나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코미디 영화로는 드물게 음성해설 트랙이 2개나 수록 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감독인 숀 레비의 단독 코멘터리며 두 번째는 각본을 맡은 토마스 래넌과 벤 개런트가 함께 진행하는 트랙이다. 숀 레비의 음성해설에서는 기대이상으로 성공한 전편 덕에 에이미 아담스, 행크 아자리아 등 자신이 처음부터 원했던 배우들을 모두 쉽게 캐스팅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와, 벤 스틸러의 아이디어가 상당히 많이 영화에 반영되었다는 점, 그리고 배우들의 애드리브 역시 적극 반영되었다는 점을 들을 수 있다. 숀 레비 감독 음성해설의 특징이라면, 한 가지 주제 그러니까 각본에 관한 이야기면 각본, 캐릭터면 캐릭터, 촬영장 비하인드 스토리 등 한 가지 주제로 집중되지 않고 영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균형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각본가인 토마스 래넌과 벤 개런트가 함께한 음성해설은, 시작부터 폭사의 로고가 나올 때 배경음악을 따라 부르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더니, 시종일관 둘이서 장난치듯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진행한다. 해외에서는 이 영화의 제목이 좀 더 직관적인 ‘박물관에서의 하룻밤 2’로 명명되기도 했었는데, 이를 들어 이 편이 더 어울리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 음성해설을 듣다 보면 확실히 코미디 영화의 각본을 쓰는 이들이 맞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될 정도로 장난끼 넘치는 음성해설이라 하겠다.






‘물건 찾기 게임’은 별도의 부가영상으로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본편을 감상하면서 즐기는 게임으로서 - 최근 들어 이런 방식의 부가영상들이 부쩍 많아진 느낌이다 - 위의 스크린 샷과 같이, 장면 마다 그 장면에 숨겨져 있는 4가지 물건들이 나오고, 이를 각 색깔의 버튼으로 찾아내면 오른편에 체크가 되는 방식이다. 본편과 함께 진행되는 게임임으로 영화를 보면서 부담 없이 즐기는 편이 나을 듯싶다.





‘코미디의 진수를 찾다 : ‘박물관이 살아있다 2’ 촬영 뒷이야기’
는 배우들을 중심으로 영화에 관한 다채로운 뒷이야기들을 전한다.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오웬 윌슨 등 즉흥 연기에 뛰어난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의 장점을 십분 살리는 쪽으로 작품을 전개했음을 알 수 있는데, 웬만한 코미디 영화의 단독 주연으로도 손색이 없는 이들의 애드리브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2편에서는 1편보다도 세트의 활용도나 그 스케일이 훨씬 커졌음을 알 수 있는데, 극중 항공 박물관에 등장하는 비행기들도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새로 제작했을 정도로, 디테일 한 측면도 놓치고 있지 않고 있다.






‘역사에 바탕을 둔 고백 : 유명한 유언’은 처음 제목만 보고서는 정통 역사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 했지만, 실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입장에서 자신 - 그러니까 역사 속 인물 - 의 이야기를 들려 줌과 동시에, 서로에 대해 이야기 - 험담 - 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선 촬영 뒷이야기가 벤 스틸러를 포함한 주연 배우들 위주였다면 이번 영상은 조연 캐릭터들에 할애된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연출 201 : 감독 겸 제작자 숀 레비의 하루’는 제목 그대로 감독 숀 레비의 하루를 통해 촬영장에서 그가 만나는 주요 스텝들의 소개와 일과가 소개된다. 시간대 별로 구성되어 있어 제작자를 겸하고 있는 그의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 실감할 수 있다. 앞선 부가 영상들이 배우와 캐릭터 위주였다면, 여기서는 촬영장의 모습과 각 스텝들의 일들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원시인들의 대화 : 가장 재치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
에서는 극 중 원시인으로 출연한 세 명의 배우와의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이 역시 배우로서가 아니라 극중 원시인으로서 참여하고 있는 인터뷰라 참으로 어려움이 많은 편이다 ^^; 난감한 질문에도 원시인으로서 그들의 언어를 통해 열심히 대답하려는 모습이 한 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 참고로 ‘박물관이 살아있다 2’의 부가영상들은 대부분 이렇듯 극중 캐릭터의 연장선에서 컨셉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박물관의 마술 : 사진 속 세상으로 들어가기’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종전 당시 촬영을 통해,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사용된 의상과 미술,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너무나 유명한 종전 키스 장면이 이 작품에서도 다시 한번 재현되고 있는데 - 최근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에서 재현되기도 했었다 - 그 장면을 완벽히 재현하면서도 박물관 2만의 색깔로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비밀의 문과 과학자들 : 미국 자연사 박물관 뒷이야기’에서는 실제 자연사 박물관의 모습과 과학자들의 인터뷰들을 만나볼 수 있고 - 멀쩡한(?) 부가영상이 여기 하나 있긴 하다 -, ‘파라오를 찾아서’에서는 극중 ‘카문라’ 역할을 맡은 행크 아자리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 행크 아자리아가 만들어낸 여러 버전의 ‘카문라’를 만나볼 수 있는데, 같은 배경에서 계속 다른 버전, 다른 억양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만들어낸 ‘카문라’의 매력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프리마돈나’는 극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원숭이에 대한 애정을 듬뿍 엿볼 수 있는데, 실제 동물이 출연하는 많은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더블 캐스팅된 원숭이들에 대한 조련사의 이야기와 이들의 재능을 칭송하는 배우들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다.




‘아기천사 훈련소에서의 조나스 브라더스’에서는 극중 아기천사 역할을 맡은 조나스 브라더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데 - 국내 팬들에게는 원더걸스의 연관 검색어로 더 널리 알려졌을 그들이 맞다 - ‘아기천사 훈련소’라는 제목처럼 숀 레비가 조나스 브라더스를 천사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조련’하는지, 그 과정이 역시 컨셉 영상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정도면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하다.




‘갱스터 레비’는 다름이 아니라 극중 등장하는 갱스터 무비에 관한 짧은 영상인데, 극중 등장하는 영화 속 영화에서 불꽃 연기를 보인 감독 숀 레비의 모습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다. 이런 것만 봐도 숀 레비가 얼마나 자신의 작업을 즐기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NG모음’에서는 재미있는 배우들이 가득한 영화답게 서로의 연기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유쾌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고, 폭스 무비 채널에서 제공하는 두 개의 다큐멘터리와 ? 이 2개의 영상들은 SD 화질로 수록되었다 ? 폭스 사의 출시 예정작 예고편들이 수록되었다.





[총평] 숀 레비 감독과 벤 스틸러 주연의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더 다채로워진 캐릭터들과 이를 연기한 헐리웃의 재능 넘치는 배우들의 단편적인 연기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블루레이 타이틀로서는 최신작 다운 AV스펙과 충실한 서플먼트로서 부담없이 즐길 만한 가족용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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