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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블루레이 한장을 그것도 한정판으로 구매한 것 같다.
물론 <배트맨 비긴즈>는 이미 코믹스가 포함된 DVD 한정판을 소장하고 있지만, 최근 발매된 블루레이에는
업그레이드된 화질과 음질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다크나이트>의 프롤로그 영상이 1080P의 화질로
수록되었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프롤로그의 화질이란 것이 가히 블루레이 최고 수준의
화질이라 리뷰어 입장을 재쳐두더라도, 일반 소비자로서라도 이 화질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것이라.....불가항력이었다.

그런데 예약시기에는 사실 그다지 큰 관심이 없어서 넋을 놓고 있었는데, 나중에야 타이틀의 소장가치를
깨닫고 찾아본들, 이미 모든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매진 상태.
포기하고 있을 때쯤, 우연히 광화문 교보에 들렀던 동호회 형님께서 '2장 남아있더라'라는 제보를 투척.
바로 30분만에 날아간 교보에는 다행히도 그 두 장 중, 한 장이 아직 살아남아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손에 넣게 된 <배트맨 비긴즈 블루레이 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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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너무 앞서간 기이한 그 이름
김기영



사실 김기영이란 감독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창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 등의 영화를 좋아하던 때에 어느 인터뷰에선 가 이들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으로, 혹은 극찬했던 작품으로 그의 작품을 꼽으면서, 현재 한국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감독들이 모두 다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국내의 감독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부끄럽지만 ‘김기영’이라는 거장의 이름을 그제 서야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원로 감독들이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도 신상옥 감독 외에는 그다지 잘 알고 있는 감독이 없었는데, 김기영 이라는 이름 앞에 항상 붙는 수식어인 ‘기이한’으로 미뤄봤을 때, 쉽게 말해 메이저 성향이라기 보다는 마니아들에게 인정받는 언더그라운드 감독이라 잘 몰랐었구나 하고 언뜻 생각했지만, 김기영은 놀랍게도 당대의 흥행 감독 중 한 명이었다. 물론 그의 작품 세계가 유난히 독특하고 기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영화 <화녀>와 <충녀>는 1971년과 72년에 각각 그해 최고 흥행작이기도 했으며, 신상옥, 유현목 감독과는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었다(실제로 <고려장> 개봉 시에 노모를 지게에 지고 가는 장면이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에도 등장해 고소장을 접수하는 사건이 있는 등, 별로 서로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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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들 말하는 옛날 영화, 흑백 영화라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루하고 고리타분 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생각하지만(이런 선입견을 갖게 된 데에는 실제 재미없는 한국 흑백 영화를 더 먼저 접한 이유도 있었다), 김기영 감독의 작품들은 6,70년대 군사 정권 하에 만들어 졌다 고는 믿어 지지 않는, 오히려 최근 만들어지는 작품들도 범접할 수 없는 특유의 스타일과 개성으로 가득 찬 ‘재미있는’ 영화였다. 물론 김기영 감독의 영화는 이른바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그는 당시 사회에서 모두가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썩고 곪아 있는 곳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이를 통렬 하게 비판하는 텍스트로서 오히려 ‘불편’하고 보기 힘든 작품을 만들어왔다. 여기에 기인에 가까운 그의 연출 방식에 대한 집착과 행동들은 김기영 식 영화를 더욱 ‘컬트’로 몰아가는데 일조를 한 경향이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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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제로 영화를 정식으로 배운 영화 학도 출신이 아니라 의사 출신이었다. 당시 잘나가던 치과 의사였던 아내가 꿈을 펼쳐보라며 기회를 준 탓에 김기영 감독은 자신의 표현에 따르자면 ‘취미 활동’하 듯 영화를 만들게 된다.)



그는 의사 출신 답게 문제를 바라볼 때 단순히 겉에서 상처를 치료하는 정도에 머무르지 않고, 배를 째고 해부를 하는 수준까지 문제를 바라보면서, 당시 경직된 시대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은, 반대로 그런 시대 상황이었기에 해야만 했을 이야기를 일관되게 해왔다. 그는 또한 자신의 작품 <하녀>를 <화녀> <충녀> <화녀 82> 등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 이는 단순히 흥행작인 원작의 요소를 불러내 비교적 흥행이 보장된 안전한 작품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하녀>에서는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 시대의 시대 정신에 맞게 변주 하는 형식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문제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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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기영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영화의 모든 전반적인 것을 직접 컨트롤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연출은 물론 카메라 구도 같은 것도 카메라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긴 다기 보다는 자신이 일일이 체크하곤 했으며, 특히 재능을 보였던 미술 분야(특히 세트와 소도구) 같은 경우는 그의 손길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봐도 전혀 무방하겠다. 더 나아가 영화를 찍는 도중에는 스텝들은 물론 배우들도 자신이 지금 무슨 영화를 찍고, 무슨 연기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연기를 했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디테일까지 일일이 디렉팅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충녀>에 출연한 윤여정 씨의 경우, 침대 위에 쥐가 잔뜩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로 어떤 얘기도 해주지 않아 아무것도 모른 채 촬영에 임했다가 촬영 시에 크게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올해는 이런 김기영 감독이 1998년 자택에서 화제로 우리 곁을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해로서 갖가지 행사와 재조명의 기회가 많았었다. 각종 영화 관련 지와 사이트에서는 김기영 감독을 비중 있게 다뤘으며 특히 지난 6월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김기영 감독 전작전’이 열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이번 특별전 행사가 끝난 뒤 김기영 감독의 작품 네 편을 DVD로 소장할 수 있는 ‘김기영 컬렉션’이 발매된 점이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이번 DVD에는 <고려장 (1963)> <충녀 (1972)> <육체의 약속 (1975)> <이어도 (1977)> 이렇게 4편이 수록되었는데, 특별전에도 상영되었던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가 빠진 것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 <하녀>의 경우는 현재 추가적으로 복원이 진행 중임으로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쯤에는 단독으로 DVD가 출시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이번 ‘김기영 컬렉션’DVD에 수록된 네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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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려장’이라고 하면 신파 드라마가 아닐까 하고 섣불리 오해할 수 있지만, 김기영 감독이 만든 <고려장>은 이런 오해를 불식 시키고도 남을(아니 넘쳐 날) 정도로, 극한 상황에 닥친 인간의 모습과 기이하고 상식을 뒤집는 설정과 메시지, 그리고 권력자와 이에 굴하지 않는 인물의 이야기로서 정치적인 텍스트로까지 연결되는,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들을 ‘고려장’이라는 소재를 빌려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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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의 크레딧 장면. 화면 가득 한자가 뿌려지고 그 가운데 스태프들의 이름이 보여 지는 방식의 이 장면은 지금 봐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일단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적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영화에서 지리적 공간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 내용 적인 면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현대적인 좌담회에 이어 타이틀 롤과 함께 보여 지는 첩첩산중의 이미지는, 현대 사회와는 고립되어 있는 일종의 원시사회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당시로서는 더욱) 가부장 적인 유교 적 가족의 이미지라던가, 기본적인 도덕적 윤리가 통용되지 않는 극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일종의 비현실적 공간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런 비현실적인 요소는 극심한 가뭄과 식량 부족으로 인한 지배 권력의 등장과 경제 논리로서 더욱 섬뜩하게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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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먹기 위해 조부모를 구타하는 아이들이나, 배고픔을 호소하는 늙은 아버지에게 ‘먹는다고 더 산다는 보장도 없고, 더 살아봤자 아이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하며 오히려 산으로 내버릴 생각만 하는 10형제의 모습이나, 감자를 얻기 위해 딸을 산 채로 바치는 어미의 모습 어디에서도 윤리적인 가치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것이 아무리 극적으로 묘사된 비현실적인 공간에서의 상황 이라고는 하지만, 1963년 당시로서 이 정도로 상식을 뒤집는 극렬 한 묘사는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특히 어른이 했다 하더라도 독하디 독한 대사들이 아이들의 입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나, 부모나 부인을 자기 손으로 죽이는 참극에 가까운 장면들은 ‘이것이 정말 1963년도 작품이 맞나?’ 할 정도로 충격적인 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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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이 보여준 원시사회의 모습을 보았을 때, 적어도 고려 시대 이전 사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저 뒤편에 자리 잡은 병풍의 그림은 누가 봐도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김기영 감독은 거리낌 없이 조선시대의 그림을 사용하면서(이 바로 앞 장면의 결혼식 혼례 장면에서도 조선시대의 결혼예식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 역사적 시간의 모호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얼핏 보면 <고려장>에 등장하는 원시 사회는 말 그대로 원초 적인 배고픔에 의해 행동이 결정되는, 본능이 지배하는 사회로 보이기도 하지만, 가뭄으로 피폐해진 마을에 유일한 식수 원을 10형제가 소유하게 되면서 이 영화는 절대 권력에 의한 지배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육체적인 힘과 수적인 우세에서 비롯되는 힘이 윤리적 도리를 앞서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이후부터는 경제적인 우위가 바로 절대 권력이 되는 21세기인 현재에 더욱 어울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사실상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무당과 고목으로 대변되는 무속 신앙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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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간난이가 구룡에게 ‘당신을 닮은 아이를 빚고 싶다’면서 정사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당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노골적인 정사 장면이 아니라 김기영 감독은 위와 같이 손을 어루만지는 장면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마치 아이를 빚기 위해 구룡의 신체를 익히려는 듯 구룡의 손을 어루만지는 장면은, 굉장히 은유 적이면서도 에로틱한 장면이었다.)


영화의 초반 구룡이 10형제를 잡아먹을 것이라는 무당의 예언 때문에 10형제는 구룡에게 평생 콤플렉스를 겪고 경계하게 되고, (비록 10형제에 의해 간난이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있긴 했지만) 끝까지 고려장을 거부했던 구룡마저 마을에 비가 내리기 위해서는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위협해, 결국 노모를 선인봉에 버리고 오게 만드는 것도 다름 아닌 무당이었다. 10형제가 갖게 된 권력은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인위적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무당의 권력은 이 마을 대대로 애초부터 갖고 있던 것으로서, 모두가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왔던 것이라는 점에서, 영화 말미에 구룡이 고목과 무당을 쓰러트리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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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은 <고려장>의 제작노트에서 ‘4.19때 학생은 고목을 쓰러뜨리는 데 104의 목숨을 잃었다’라고 언급하였는데, 이런 말에 비춰 본다면 <고려장>의 텍스트는 상당히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해석될 수 있다기 보다는, 그냥 ‘정치적인 텍스트다’라고 보는 것이 더 옳겠다), 당시 시대적 상황 상 검열을 염두 해 두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을 미뤄봤을 때 원시적이고 비현실적인 배경의 묘사는 이를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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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연이 역할을 맡은 아역 연기자 전영선 씨는 신상옥 감독의 1961년 작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그 유명한 옥희 역을 맡기도 했었다.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를 연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고려장>에 등장하는 아역 연기자들은 전영선 씨를 비롯해 모두들 비교적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이 영화가 맞나 하고 놀라게 된 것은 비단 메시지 적인 것 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세트 미술이나 장면의 묘사, 대사의 묘사 같은 것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옛날’영화라고는 믿기 힘든 연출이 등장한다. 일단 잘 알려졌다시피 김기영 감독은 미술 적인 면에 상당히 뛰어난 감독이라 할 수 있는데, <고려장>에서도 세트의 디자인이나 동선의 구성 등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거의 95% 이상이 세트에서 촬영되었는데, 구룡의 집이나 그 집 앞 마당, 그리고 10형제의 대장간, 고목이 위치한 마을 어귀, 그리고 선인봉으로 가는 산길 세트와 선인봉의 세트는 영화적으로도 그렇고, 미술 적인 면에서도 봐도 당시로서는 상당히 뛰어난 감각이 묻어 나는 디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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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봉의 저 그로테스크한 세트는 지금 봐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해골들이 너무 하얀 것이 플라스틱인 티가 너무 나기도 하지만, 당시로서 저 정도로 괴기스런 세트를 한국영화에서 보여주었다는 자체가 놀랍다)


세트의 구조물을 통해 조명을 컨트롤 하는 것은 당시의 열악한 제작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해골이 가득한 선인봉의 이미지는 괴기스런 음악과 더불어 그로테스크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선인봉으로 올라가는 지그재그 형의 세트가 인상적이었는데, 효율적인 면에서도 캐릭터를 한 컷 만으로도 오래 담아내는 동시에, 구조물을 적절히 이용해 가며 전체적으로 장면에 리듬 감마저 부여하는 영리한 세트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고목이 있는 마을 세트 같은 경우는 사실상 별다른 구조물이 없는 연극 무대와 같은 단순한 세트이지만, 인물들의 배치와 카메라 앵글, 샷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만들어진 세트임을 뒤늦게 비로써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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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트는 아주 영리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일 구조물이지만 하나의 마스터 커트에서도, 돌아가도록 이동 경로가 설정되어 있는 것과 기둥들로 인해 다양한 움직임과 리듬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세트이다. 김기영 감독은 영화 속에서도 이 세트를 비롯해 선인봉으로 올라가는 길로 만들어진 세트들을 쉽게 버리기 아까웠는지,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만한 장면들을 추가 시키면서 이 세트에 대한 노출 빈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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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기영 컬렉션>에 포함된 작품 가운데 제작 연도는 가장 앞선 작품이지만 반대로 영상의 화질은 가장 좋은 편이다. <고려장>의 경우 이미 복원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제작 연도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우수한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필름 일부가 유실되어 전체적으로 20분 정도 분량이 아무 장면 없이 사운드만 수록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 그래도 이번 DVD의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함께 동봉 된 책자에 이 유실 부분에 대한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담겨있어 조금 이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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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해설에는 김기영 감독에 대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영화 평론가 이연호씨와 <혈의 누>의 감독인 김대승 감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음성 해설은 매우 유익하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김기영 감독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나누기도 했던 장본인인 이연호씨가 들려주는 영화의 뒷이야기와 영화에 관한 설명들은 <고려장>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 더없이 훌륭한 지침서로서 부족함이 없으며, 김대승 감독은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장면에 대해 연출 방식이나 조명, 미술 등에 관한 도움말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음성 해설과는 살짝 다르게 여기에 참여한 두 화자가 평론가로서(혹은 여자로서), 감독으로서(혹은 남자로서) 각각 영화를 바라보고 있다 보니, 몇몇 장면이나 설정을 보는 방식이 다름에서 오는 두 사람 간의 의견 불일치는 오히려 신선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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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몇 번 씩 반복하여 리메이크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른바 ‘녀’시리즈로 불리는 <하녀>의 리메이크 작 들이 그것이다. 이번 DVD컬렉션에 포함된 <충녀>역시 <하녀>를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서 직접적으로는 역시 <하녀>의 리메이크 작인 <화녀>와 더욱 가까운 영화라 하겠다. 이는 <화녀>의 출연진인 남궁원, 윤여정, 전계현 씨가 그대로 <충녀>에도 등장하는 것에서도 유사 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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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 영화에서 계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공간으로 매번 등장한다. <충녀>에서도 첩의 딸인 이명자가 자신도 첩이 되고 마는 신분과 계급에 관한 의미와 마지막에 사건의 모든 것이 몰락하는 장소로도 등장하면서 김기영 감독의 계단에 관한 사랑(?)을 유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김기영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것 외에도 단순히 계단에서의 액션이 더욱 박력 있고 스릴러 적이라 좋아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충녀>에서 등장하는 명자는 <하녀>를 비롯한 다른 리메이크 작 과는 조금 다르게, 명자의 과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이를 통해 좀 더 명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보고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명자에게 좀 더 동정심을 유발하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 역시 1972년에 만들어진 영화라고는 보기 어려운 설정과 메시지, 장면들이 가득 담겨있다. 먼저 당시는 박정희 정권 하에 어느 시대보다 남성 성이 강조된 남성 우월 사회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시대를 완전히 뒤엎는 여성 상위의(남자 주인공인 김사장님(남궁원 분)의 모습은 이에 반해 너무 무기력하고 도피 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명자가 처음 호스티스가 되어 일하게 된 곳에서 보스로 군림하는 권력자도 여성인 마담(박정자 분)이며, 그녀가 첩이 된 뒤에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도 여전히 그 김사장이 아닌 본부인(전계현 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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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에도 여전히 강한 여성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는 박정자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고, 풋풋한 매력이 묻어 나는 사미자 씨의 젊은 시절 모습도 인상적이다. <충녀>가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시 한국 영화들이 대부분 전문 성우들의 더빙으로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충녀>는 박정자 씨를 비롯해, 사미자, 윤여정 씨 등 대부분의 주연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배우가 직접 소화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김기영 감독은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그 특이한 목소리를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 여성의 지배하는 권력 구조는 더 심화되어 등장하는데, 남편은 직업이 없고 무능하며, 사업 수단이 좋은 부인이 집안의 경제력을 지배하고, 이를 통해 가정 전체를 지배하며 심지어 나중에는 첩인 명자에게까지 월급까지 주면서 이를 모두 컨트롤 하는 모습은, 남편이 첩을 들인다고 하면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며불며 애원하는 일반적인 영화 속 본 부인의 모습에 비춰 봤을 때 상당히 파격적이고 인상적인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또한 단순히 여성 우월을 넘어서서 여성이 남성을 사육하는 식의 설정은 당시 군사 정권하에서 만들어 졌다고는 믿기 힘든 설정들이다(이 같은 무기력한 남성을 여성이 사육한다는 설정은 <육식동물>같은 영화에서 정점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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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칼은 이 영화에서 고비마다 중요한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초반, 중반, 후반에 면도칼을 각각 등장 시키며 하나의 매개체를 통한 내러티브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하녀>와 마찬가지로 피아노가 등장하며, 김기영 감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 중에 하나 인 ‘쥐’도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충녀>를 보면서 가장 놀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70년대 영화 라고는 보기 힘든 세련된 디자인이다. 김사장과 본부인이 사는 2층 집은 물론 상당히 부잣집이라고는 하지만(김영진 평론가는 음성 해설에서 ‘초상류층’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히 세련된 조명 기구들과 벽지, 구조물들은 지금 봐도 별로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명자가 사는 2층 집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놀라운데, 마치 요즘의 원룸을 보는 듯 한 구조와 벽지, 부엌과 거실이 뚫린 벽으로 연결되는 공간 디자인은 최근 개봉하는 영화의 세트로 쓰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된 미술 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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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대적인 세트 디자인은, 위에 걸려있는 컵과 조리 용구들과 마치 미술관처럼 벽을 향해 위에서 아래로 걸려있는 조명기, 그리고 윤여정의 알록달록한 의상과 맞물려 훌륭한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김기영 감독은 세트를 만들 때 공간의 깊이를 가장 중요하게 염두 해 두고 만든다고 하는데, 위의 장면처럼 인물을 원근 감 있게 배치하면서 그 깊이를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조명의 효과와 더불어 갖가지 소도구들을 굉장히 빡빡하고 많은 수를 배치하면서 넓은 공간임에도 무언가 답답하고 갇혀있는 듯 한 느낌도 연출해 내고 있다. 이 영화는 잘 보면 본 부인의 집보다는 명자의 아파트와 2층 집을 그릴 때 좀 더 많은 소도구를 배치하여 명자의 답답하고 억눌린 심리를 반영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녀>의 경우 같은 2층 집 안에서 1층과 2층 이라는 공간의 차이를 두고 계급과 두 여성 간의 대결 구도를 그려냈다면, <충녀>에서는 공간은 각자의 집으로 다르지만, 12시에는 남편을 본 부인에게 다시 돌려주고 혼자 남아야 한다는 시간의 제약으로 이 구조를 또 다르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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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본 부인의 2층 집과 명자의 집을 오가다 가도 가끔씩 현실의 서울 시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앞서 언급한 답답한 구조의 명자의 집과 극 하게 대비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이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여의도 광장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이채롭다.)


<충녀>는 초반에는 흔한 멜로 적인 요소가 등장하긴 하지만, 중반 부부터 치정 극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점차 호러나 서스펜스에 가까운 연출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명자와 김사장 커플에게 이사와 함께 갑자기 아이가 생기면서 이런 극 변화는 더욱 더 가속도를 얻게 된다. 정말 영화 속에서 이 아이가 보여주는 행동의 묘사들은 상당히 충격적인데, 요즘 만들어지는 영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충격적인 묘사가 당시에는 어떻게 받아 들여졌을 지가 더 궁금하다. 젖먹이 아기가 쥐를 먹고 잎에 피를 잔뜩 묻히고 있는 장면은 정말 전 세계 영화사를 뒤져봐도 흔치 않은 극한 설정으로, 이후 쥐가 때로 등장하는 설정과 더불어 이 영화를 더욱 기이한 영화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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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판 위에 색색 사탕을 뿌려 넣고 벌이는 정사 장면의 연출은, 정말 당시에 저런 장면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미 적으로 상당히 우수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바로 이어지는 사탕이 마구 흔들려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 외에, 거의 직접적으로 정사 장면이 묘사되는 영상도 담겨있는데, 아마도 당시 극장 상영 시에는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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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DVD컬렉션에 수록된 <충녀>에는 붙박이로 스페인어 자막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이 판 본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화질 상태는 컬렉션에 수록된 네 작품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잡티는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가끔 씩 색이 변질되는 현상도 종종 일어난다. 화질의 아쉬움은 DVD영상 자체의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보관된 필름의 상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도 어쩔 수 없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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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기 보다는 김기영 감독의 열혈 팬으로서 음성 해설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조차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도대체 어떤 의미로 저런 연출을 하셨는지 의아스럽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던 바로 그 문제의 장면. 피로를 풀어주겠다며 안마를 해주다가 갑자기 두 번 손으로 소리를 내는 제스처는 정말 컬트 적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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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명자는 저렇게 찡그리듯 웃는 표정을 몇 차례 보여주는데, 이는 김기영 감독이 윤여정씨에게 직접적으로 지시한 하나의 연출이라고 한다. 얼마 전 회고전에 맞춰 EBS 시네마천국에서 있었던 윤여정 씨의 인터뷰에서도 전해들을 수 있었 듯이, 윤여정 씨는 영화 촬영 전에 김기영 감독의 집에서 합숙을 하다시피 했는데, 감독은 이 때 봐두었던 윤여정의 표정들을 캐치하여, 나중에 영화를 촬영할 때 그 때 지었던 표정, 뭐할 때 지었던 표정 하며, 직접적인 표정들을 요구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저 표정이 너무 의도적으로 드러나 약간 민망하기도 하지만, 분명 나름 매력이 느껴지는 표정과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충녀>에는 영화 평론가인 김영진 씨와 봉준호 감독이 음성 해설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의 내용 적인 면이나 뒷이야기들이 주가 되었던 <고려장>의 음성 해설과는 달리 <충녀>의 음성 해설은 장면에 대한 영화적 기법들과 연출의 의도, 미장센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나 봉준호 감독은 존경하는 감독으로서 김기영 감독이 만들어낸 인상적인 장면들과 구도, 설정 등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기도 한다. 또한 김영진 평론가와 얘기를 나누던 중 히치콕에게 ‘새’가 있다면 김기영에게는 ‘쥐’가 있다는 말과 함께 만약 히치콕이 살아서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면 분명히 충격을 받고 존경을 했을 것이라며(‘아마도’ 수준이 아니라 확신하고 있다), 브뉘엘과 히치콕, 김기영 감독이 서로를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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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리메이크 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육체의 약속>인데, 김기영 감독이 직접 밝힌 ‘원작의 30%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불문율’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알려진 <만추>의 내용과 분위기와는(<만추>는 개인적으로도 물론 볼 수 없었으며, 현재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유추해볼 뿐이다) 많이 다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기영 감독은 <육체의 약속>이라는 제목 답게 또 한 번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남자와 여자의 관계, 여성이 남성에게 갖고 있는 피해 의식과 한 여성을 중심으로 매우 복잡한 심리와 인간성에 대해 직설적인 대사와 은유 적인 표현으로 만들어낸 김기영 감독의 또 하나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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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약속>에서도 어김없이 김기영 감독의 인장 과도 같은 ‘계단’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하녀>나 <충녀>등에 비하면 단순히 등장하는 정도로 머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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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소도구에 대한 애정은 가히 집착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소도구 들을 통한 복선과 의미 전달 방법이 강하고 반복 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계를 비롯해 거울이나 사탕 등의 도구들을 이용해 은유 적으로 이 영화를 꿰뚫고 있는 주인공 여자의 심리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도구에 관한 작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김기영 감독은 영화에 쓰인 소품이나 소도구들을 본인의 집에 모두 가져다 쌓아 놨다고 하는데, 아들 분께서도 평소에 저 많은 걸 나중에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택 화제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소품도 모두 불에 타 없어졌는데, 마지막에 돌아가실 때도 결국 소도구들을 모두 가져가신 것 같다고 하는 말이 인상 깊게 들렸다.)


김기영 감독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정상적이지 않다고(혹은 극적으로 솔직하다고)볼 수 있는데, <육체의 약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여성들을 종족 번식을 위한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맨스나 사랑 따위는 아예 없으며, 오로지 종족 증식을 위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여기며 죄 의식은 전혀 없이 섹스를 위해 달려들고 행위가 끝나면 버리고 마는 식이다. 이런 점에서 특히 이 영화에서는 이런 설정들을 인간적으로 보기 보다는 동물의 행위에 가깝게 연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영화 속 정사 장면들이 인간들의 ‘섹스’로 느껴지기 보다는 동물들의 ‘교배’에 더욱 의미가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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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기영 감독은 이렇게 격자 구조의 창틀이 라던가 창살이 있는 창문 구조를 의도적으로 삽입하여, 어딘 가에 갇혀 있고 격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과, 여자 주인공의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지 못하고 남성의 도구로만 사용되는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 영화는 3개의 플래시백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띄고 있다.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기차를 타고 여수로 내려가면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구조인데, 이 세 가지의 플래시백은 아주 밀접한 연관을 띄고 있으며, 필연적으로 그 다음 에피소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이야기는 계속 반복되고 확장되는 와중에 여자 주인공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그리고 그 사건들이 다음 에피소드에 어떻게 작용하게 되었는 지를 염두 해 두고 영화를 보면 이 영화의 내러티브에 좀 더 집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거울이나 사탕, 시계 등의 소도구가 중요한 의미의 전달 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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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이나 <충녀>등에서 김기영 감독만의 세트 연출을 만나볼 수 있었다면 <육체의 약속>에서는 로케이션에서의 미장센을 다루는 연출 방법을 만나볼 수 있다. <육체의 약속>은 실제로 세트에서 촬영한 장면이 거의 없는 편이고, 대부분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촬영 되었거나 야외에서 촬영된 장면들이 많은데,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도(더군다나 별로 움직임 없이 인물들이 고정되어 있음에도) 지루하지 않게 인물들을 잡아내는 구도는 아주 인상적이다. 특히 창에 서려있는 서리들이 녹아내리면서 마치 여자 주인공이 흘리는 눈물처럼 묘사되거나, 배우들의 연기 만으로 열차가 덜컹 하는 효과를 내는 기본적인 트릭 같은 것은, 어쩌면 상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한정된 공간 내에서 충분히 변화의 요소로 훌륭히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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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과 사탕은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반복 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거울이 그 곳에 원래 있었는지, 아니면 주인공이 스스로 꺼내 들었는지, 사탕을 언제 먹었는지, 누가 먹여 주는지, 뱉었는지 등등 각 장면과 방식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해석되고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쓰이고 있다.


이 영화는 김기영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는 대사가 그리 많지 않고(특히 여주인공을 맡은 김지미 씨의 대사는 거의 없다), 오히려 여자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등장하는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다. 정성일 평론가는 그럼에도 김지미 씨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가 그녀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기 중 하나라고 평했는데, 대사 없이도 이렇듯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배경에는 물론 김기영 감독의 치밀한 연기 디렉팅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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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작품에는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 없다. <육체의 약속>에서는 영화의 거의 말미에 가서 이른바 ‘최후의 만찬’식의 식사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에서 세 인물은 ‘먹는다’라기 보다는 ‘보충 한다’에 가까울 정도로 미친 듯이 먹어 댄다(정성일 씨는 ‘쳐 먹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깔려 있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과 유사 점에 대한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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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컬렉션에 포함된 <육체의 약속>의 화질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필름이 유실 된 부분도 없으며, 크게 색의 변질이 일어나는 점도 없고, 잡티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사실 이런 영화의 화질을 논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의미를 따져본다 하더라도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밝혀둔다. <육체의 약속> 역시 음성 해설을 수록하고 있는데, 네 작품 중 유일하게 두 명이 아닌 정성일 평론가의 단독 음성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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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름으로만 들었었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들에 절정에 달했을 때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은, 그 시대를 함께 하지 못했던 다음 세대의 관객으로서 무척 반가운 일일 것이다. 김지미 씨도 그렇고, 이정길 씨나, 다른 작품에 출연했었던 김진규, 남궁원 씨 같은 배우들이 왜 세대를 넘긴 지금까지도 이름으로 나마 전해지고 있는지, 그들의 당시 연기를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혹자가 대한민국의 영화 평론가는 ‘정성일 씨와 정성일 외로 나뉜다’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를 적극 공감할 정도로 엄청난 분석과 깊이가 담긴 음성 해설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겠다. 본 <육체의 약속> DVD 리뷰를 쓰면서도 정성일 씨의 음성 해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장면과 설정 하나 하나의 의미를 분석적으로 파고드는 정성일 영화 평론가의 음성 해설은, 어쩌면 이 영화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 들을 많은 부분 그냥 놓치고 말았을 부족함을 완벽하게 채워주는(그래서 영화 자체가 더욱 완벽하게 느껴지는) 훌륭한 음성 해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말미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전문가들이 참여한 음성 해설 트랙만으로도 이번 김기영 컬렉션 DVD는 높은 소장 가치를 보장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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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한국 영화계는 외화 쿼터를 채우기 위해(한국 영화 몇 편을 만들면 외국영화 1편을 수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문예 영화라고 해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곤 했는데, 1977년 작인 <이어도>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이청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이런 문예 영화는 말 그대로 쿼터를 채우기 위한 의무적인 영화였기 때문에 감독에게 있어서 흥행의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했는데, 김기영 감독은 여기 서도 자신 만의 색깔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그의 또 다른 걸작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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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영화들에서도 한정된 공간과 극한의 상황 속에 놓인 인간들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김기영 감독은 <이어도>에서는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제한을 통해 본격적으로 고립되고, 또한 <고려장>처럼 원시적이고 무속 신앙이 지배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역시 번식에 관한 집착과 비극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어도>는 <육체의 약속>처럼 플래시백이 사용된 영화이지만, <육체의 약속>이 정해진 플래시백에 따라 다음 내러티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것에 비해, <이어도>에서 사용된 플래시백은 그 수도 잦고 무엇보다 큰 하나의 플래시백 안에 여러 개의 플래시백이 반복해서 존재하는 혼란 스런 구조를 갖고 있다. 사건에 진행에 따라 플래시백이 등장 한다 기 보다는 인물이 등장한 뒤 그 인물이 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쓰여지기 때문에 시점이나 시기 등이 뒤죽박죽 섞여있어 자칫 집중하지 않으면 전개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보통 영화 같으면(특히 스릴러나 서스펜스 영화 같은 경우), 이러한 플래시백들을 내러티브의 연결 상 상당히 비중 있게 관찰해야 하지만, 어쩌면 김기영 식 영화에서는 영화의 주요 인물이 되는 ‘천남석’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라는 것 보다는 감독이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배 구조나 종족 번식의 본능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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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당시 영화로는 드물게(드물게 라기 보다는 거의 유일하다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환경오염에 관한 설정이 비교적 자세히 되어 있다. 당시는 군사 정권 하에 오로지 개발에만 신경 쓰던 근대화 시기임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사실상 그 당시에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던 문제라고 생각되는 공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1977년 작에서 들고 나왔다는 사실은, 환경오염으로 고통 받는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으로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질 오염으로 인해 죽어간 물고기 들이나 야심차게 준비했던 전복 양식 업이 오염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는 것, 폐타이어들이 쌓여 있는 공터의 모습 등 근대화의 발전 논리에 의해 나타난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공허함을 짧은 시간이지만 정확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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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에서는 유난히 푸른 빛의 라이팅이 된 장면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검은색과 파란색의 조화는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내 인물들마저 그런 분위기가 풍기도록 하고 있으며, 반대로 무당의 옷이나 술집 여자의 옷처럼 빨간 색이 더 돋보이는 효과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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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레임 안에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촬영 기법도 자주 쓰이고 있는데, 정일성 촬영 감독은 문이나 인물의 뒷모습, 구조물, 조명 등을 이용해 장면 내에서 일부분을 잘라버리면서 또 하나의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즐겨 쓰고 있다.)


이번 DVD에 수록된 평론가나 감독들의 음성 해설을 들어봐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감독들이 김기영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내러티브의 자연스런 전환에도 어울리지 않는 쇼트들이 너무 많고, 너무 엉뚱한 설정들이 난데없이 등장하는 경우도 많으며, 도대체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과장, 과잉에 표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대놓고 막 가버리는 식이다. 편집 같은 부분에서도 그렇고, 너무 나도 눈빛만이 지나치게 강조된 연기 들도 그렇고 일반적이라면 잘못된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김기영 감독은 오히려 이 같은 점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그것도 자신의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일관되게 표현해 왔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그 만의 스타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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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씨가 굿을 하는 이 장면은, 본인이 나중에 보아도 참 그 때 잘했다는 생각을 하셨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였다. 박정자 씨는 김기영 감독의 작품의 여럿 출연하였지만 아마도 <이어도>에서의 무당 연기가 가장 인상 깊지 않았나 싶다.)


<이어도>를 보면서 또 놀랐던 점은 세트의 마술사라고 불리 우는 김기영 감독이 로케이션에서도 엄청난 장면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김기영 감독이 풀을 보고 이리 누우라면 풀들이 이리 눕고, 바람을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불어오라면 그리 불고, 파도를 어찌 치라면 어찌 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 현상들을 영화 속에 너무 나도 완벽하게 녹여내는 장면들을 볼 때, 영화의 내용 적인 기이함을 떠나서 미 적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그런 장면들은 아마도 오랜 시간의 기다림에 끝에 만들어진 일종의 노력에 의한 장면이겠지만, 하나의 장면으로 접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놀라운 미 적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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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과 우산을 쓴 술집 여인이 섬을 거니는 장면인데, 그야말로 어느 것이 하늘 빛이고 어느 것이 바다 빛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파란 색의 배경과 그 속에 자리 잡은 강렬한 빨간 색이 인상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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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민자가 강간당하는 장면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중의 하나인데, 바닷물이 바람에 의해 빛을 발하며 이는 장면은 정말 보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라웠다. 캡쳐 화면으로는 이 장면이 주는 놀라움에 반에 반도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는 90년대 후반 ‘컬트’라는 개념이 국내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끌면서 나중에 컬트 감독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그의 모든 작품이 기이하고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어도> 후반 부에 시체가 등장하는 시퀀스부터의 장면들은, 정말로 가장 기이하면서도 컬트 적인 요소가 넘쳐 나는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무당이 굿을 해 영혼도 아닌 시체를 직접적으로 불러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시체의 씨를 받아 아이를 얻기 위해 시체의 성기에 관을 꽂아 산 사람과 시체가 섹스를 벌이는 이 장면에서는, 정말 ‘와’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바라볼 수밖에는 없을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충격을 받았다. 2008년에 본 관객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데 이것이 1977년 도에 만든 작품이라니 당시에 이를 심의한 검열관들의 표정은 어땠을지 궁금하다(물론 이 장면은 검열에서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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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비롯해 <이어도>에서는 광각으로 담아낸 몇몇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런 광각 렌즈를 통한 장면들은 극의 기이함을 더욱 증폭시켜 주고 있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서는 유독 여배우들이 큰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어도>에 출연한 이화시 씨만큼 인상적인 마스크를 보여준 여배우는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이화시 씨의 얼굴은 그 과장된 눈빛 연기와 함께 스산함과 기이함을 전달하는 탓에, <이어도>를 보고 나면 영화의 자세한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얼굴 만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당시 70년대 한국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마스크로서 보편적인 여배우들의 인상과는 너무도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때문에 ‘퇴폐 적’이라는 공식 이유를 들어 활동하는 데에도 제지를 받았다고 한다(이 모든 작품들이 이런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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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의 모든 것은 다 잊어도 이화시 씨의 저 표정은 절대 못 잊을 것 같다. 잊고 싶어도 잊혀 지지 않을 거 같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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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도 역시 만족할 만한 화질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물론 가끔 잡티가 있긴 하지만 제작 년도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음성 해설에는 김영진 평론가와 <킬리만자로>를 연출한 오승욱 감독이 참여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이어도>라는 영화에 장면마다 집중하기 보다는 김기영 감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후반부의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 할 때 이들이 반응을 보는 것도 또 다른 흥미 거리라 하겠다.


다른 세 작품은 모두 서플먼트로 다큐멘터리나 인터뷰 등 추가 영상이 있던 것에 비해 <이어도> 디스크에는 추가 영상 없이 사진 자료 모음만이 담겨있다(앞서 작품을 이야기할 때 언급을 안 한 것 같은데, 다른 세 작품의 디스크에도 모두 사진 자료 모음이 서플로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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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DVD 컬레션에는 <이어도>가 담긴 디스크를 제외하면 모두 각각 다큐멘터리 영상을 하나 씩 수록하고 있는데, 이 영상들은 김기영 감독의 세계를 좀 더 자세하고 이해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생전의 각종 에피소드들을 전해들을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져 있다. 특히 김기영 감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DVD컬렉션에 수록된 네 작품 외에 다른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나 김기영 감독에 대한 연대기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유익한 영상이 될 듯하다. <고려장>이 수록된 디스크에 포함된 다큐멘터리 [감독들, 김기영을 말하다]는 최근 열렸던 ‘김기영 감독 전작전’에서도 상영이 되었던 것으로 김홍준 감독이 만든 48분 분량의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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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에서는 현재 한창 활동 중인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송일곤, 김지운, 박진표, 장준환, 변영주, 김대승 감독 등 여러 명의 감독들이 각자 김기영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나 그의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그리고 만약 김기영 감독이 살아 계셨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답변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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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는 48분으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긴 하지만 여러 감독들이 들려주는 에피소드들을 듣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었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만남을 가졌던 경험이 있던 송일곤 감독이 전해주는 이야기에서는 강한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의 김기영 감독의 모습을 전해들을 수 있고, 근처에 살았던 관계로 김기영 감독이 돌아가신 자택의 화제 현장을 지나칠 수 있었던 김지운 감독이 추억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도 전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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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녀>가 수록된 두 번째 디스크에는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제작한 36분 분량의 [김기영이 김기영을 말하다]가 수록되었다. 이 영상은 김기영 감독 자택에서 진행된 것으로 영상 내내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기영 감독 본인이 직접 들려주는 자신이 영화를 하게 된 계기나,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다시금 젊은 세대 들에게 컬트영화로서 인기를 얻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그의 중 저음의 독특한 목소리와 더불어 이제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는 그의 인터뷰 영상이라는 점에서 높은 소장 가치가 있는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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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약속>이 수록된 세 번째 디스크에는 역시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제작한 [김기영 감독 다큐멘터리]가 수록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예술인을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 중 하나로, 1997년 당시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회고전을 갖기도 했던 시기에 제작된 영상이다. 이 영상에는 먼저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기영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박정자 씨, 안성기 씨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장 모습을 담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어 온 원로 감독이 특별 전을 처음으로 여는데, 모르긴 몰라도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수많은 후배 감독들 가운데 어쩌면 임권택 감독 한 명만이 참석할 수 있냐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는 정일성 촬영 감독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 유명한 업계의 스타들을 모두 자신의 영화에서 배출해 냈다는 자부심이 든다며 상관없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김기영 감독의 대꾸도 인상적이었다. 이 영상에는 상당 부분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김기영이 김기영을 말하다> 다큐와 중복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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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이번 ‘김기영 컬렉션’ DVD는 무엇보다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된 영화들이 모두 애너모픽 와이드 화면으로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겠다. 기존에 고전 영화들이 DVD로 출시되는 경우 4:3 비율로 출시가 되거나 비 애너모픽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네 작품 모두가 애너모픽 와이드 영상으로 수록된 점은 또 한 번 이 컬렉션의 소장가치를 높이고 있다.


네 편의 영화 모두 본편에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자막이 수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음성해설에도 한국어, 영어 자막이 수록되어 있어 한국영화에 관심있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으며, 앞서 <고려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되었던 것처럼 별도의 해설 책자가 포함되어 있어, 유실된 부분의 시나리오라던가 감독의 연보, 작품의 대한 줄거리와 비평 등을 만나볼 수 있다(이 책자는 또한 영문판으로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번 ‘김기영 컬렉션’ DVD를 리뷰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그의 신작을 이제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앞선 세대의 감독으로서 동시대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어찌 보면 불가항력 적인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1998년 화재로 돌아가시기 직전 까지도 <하녀>의 또 다른 리메이크작인 <악녀>를 준비하면서, 반드시 올해 안에 멋지게 선보이겠다고 아이처럼 흥분하며 말씀하시던 영상 속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 대감독의 작품을 동시대에서 만나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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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무엇보다 그의 작품을 지금에나 마 DVD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도 다행스럽게 느껴지며(소장가치를 평하는 점수가 10점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앞으로 이 네 작품 외에 <하녀>의 디지털 복원작과 더불어 제 2의, 제 3의 김기영 컬렉션도 차근차근 출시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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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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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무비 페스티벌 후기

어제 상암동 DMC에서 있었던 블루레이 무비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도 가깝고 무엇보다 꼭 한 번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블레이드 러너>(그것도 파이널컷!)를
극장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 이번 기회를 놓칠 수가 었죠 ^^

사실 90년대 이전 혹은 90년대 초반까지도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들 가운데에는,
당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했던 작품이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흔치 않은 극장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기회는, 어쩌면 신작을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 보다도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는 원래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했고, 지난번 김정대님의
'불타는 블레이드 러너 연대기'로 관심과 애정도는 대폭 증폭이 되었으며, 최근 발매된
DVD세트 구입으로 다시 한번 뒤늦은 블레이드 러너의 전성기 아닌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터라 더욱 더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블루레이로 대형 스크린에 프로젝터를 통해 상영하였을 때, 어느 정도의
결과물이 나오게 될지, 더 근본적으로 <블레이드 러너 블루레이>의 화질이 어느 정도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결과적으로 DVD와는 달리 높은 화질의
블루레이는 대형 스크린에 투사하여도 전혀 화질 저하나 부족함이 없는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었으며,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 아주 쬐금 오바하자면 신작 영화와 견주어봐도
커다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예전 영화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높은 화질
수준을 눈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극장에서 보는 점과 맛물려 마치 영화 자체를 처음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예전부터 좋은 작품들을 상영해 왔었기 때문에 매번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정작 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은근히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길을 조금 해맸네요 ^^;

아직 전부 다 입주하지는 않은 모습이었으나,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라는 이름답게
디자인적으로도 인상적인 건물들과 조형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또한 이번 영화제의
모 행사인 '서울 디지털 컬처 오픈' 행사 덕분에, 영화제 외에도 디지털 음악회, 전시회,
아트 축제,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를 진행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블레이드 러너>상영 시간에 거의 맞춰 도착하느라 좀 더 자세히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점을 들 수 있겠네요 ^^;




극장 내부는 깔끔하고 좌석 간 앞뒤 간격도 넓으며 사운드 시설도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모두들 관심이 있으신 분들 위주로 참석하셨다보니 관람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의외로 DP분 아닌 분들도 제법 계셨으며(전 거의 99% DP분들로만 오실 줄 알았었거든요), 젊은 분들 뿐
아니라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 분들도 몇 분 계셨습니다.
특히 제 옆자리에 나이 많으신 어른 분께서 관람하셨는데, 영화 내내 심하게 몰입하셔서
관람하시는 모습에 저절로 흐뭇해 지기까지 했습니다. 아마도 예전 <블레이드 러너>를
극장에서 보시고 '파이널 컷'을 다시 보러 이번 기회에 참여하게 되신 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영화관을 찾아다니며 좋은 작품을
관람해야 겠다는 다짐 아닌 작은 다짐도 하게 되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상영전에 몇가지 경품 추첨 순서가 있었습니다.
역시 DP의 꽃미남이신(저번 촛불문화제 때 거리에서 뵙고 며칠 만에 또 뵙는터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 백준오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좌석을 임의로 불러 추첨을
하다가 나중에는 퀴즈를 내서 경품을 나누어주셨는데,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문제임에도
여러분들이 거침 없이 맞추시는 모습에 역시나 흐뭇해지더군요 ^^;
(바로 제 옆에 앉으신 어른 분께서 한 문제 맞추셨거든요 ^^)





극장 로비에는 소니 브라비아 제품과 소니, 폭스의 블루레이 타이틀 시연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행사는 개인적으로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컷>을 극장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였으며(블레이드 러너의 대단함에 새삼 감탄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블루레이의 놀라운 화질도 만끽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실 이미 DVD로 여러본 영화이고, 또한 최근 출시된 DVD박스를 통해 여러 버전으로
중복 관람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영화가 블루레이로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블루레이
무비 페스티벌에서 보게 된 <블루레이 러너 블루레이>는 이런 저에게도 거의 신작과
다름 없는 감흥을 전해주고야 말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만사 재치고 참여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

마지막으로 수고해주신 DP운영진분들과 상암동 DMC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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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cross the Universe) 블루레이 리뷰

올해 초 관람했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여러가지로 인상깊었던 작품이었다.
비틀즈의 익숙한 곡들이 가득한 음악도 좋았고, 줄리 테이머의 예술적 감각이 가득한 환상적인 영상도
매우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자세한 영화 리뷰는 개봉시 작성했던 감상기로~ 영화리뷰보기)

워낙에 화려한 영상과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극장을 나오면서
바로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국내에 정식발매가 되어
어제 받아볼 수 있었다.

간단한 총평을 하자면, 영상과 사운드는 모두 차세대급으로 훌륭하지만,
한글자막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만큼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다.
원래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리뷰는 영화도 그렇고 다른 것도 그렇고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BD 관련해서는 쓴소리를 좀 해야겠다.

일단 오픈케이스 부터 보자~



본격적인 스샷들과 함께 짧은 리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텐데,
BD리뷰 할 때마다 언급하는 말이지만, 아무래도 TV를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스샷이다 보니
본래의 화질을 100% 체험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



화질은 1080P 화질 답게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해야겠다.
특히 영화 자체가 워낙에 화려한 색감과 영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서인지, 좀 더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을
느낄 만한 장면이 많은 타이틀이라고 생각된다.



이 타이틀에 가장 크게 실망한 것은 바로 우리말 자막의 수록 문제였다.
이 타이틀이 뮤지컬 영화라는 특성 때문에 노래가 아주 많이 등장하는데,
기존 백준오님이 언지를 주셨듯이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 자막이 전부 지원되지 않는 다는 예상을
하기는 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복으로 같은 가사가 나올 경우 안나오는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실제로 감상해 본 바로는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참고를 돕기 위해 스크린샷을 자막 부분의 검은 부분까지 포함해서 수정하였다.
절대 자막없음으로 설정한 뒤 촬영한 스크린샷이 아니며, 장면들은 대부분 모두 노래가 나오는 장면의 스샷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에 한 장면인 'Let It Be' 장면.
전혀 자막이 나오질 않는다. 극장에서는 분명히 '성모 마리아께서 말씀하셨지...'라며 반복되는 'Let It Be'부분을
제외한 모든 자막이 포함되었었다.



조 카커가 까메오로 등장하는 'Come Together'장면.
자막이 전혀 없다. 이해할 수가 없다. 나중에 가서 다시 정리하겠지만, 이 영화에 수록된 곡들에는
자막이 초반만 나오고 안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Come Together'를 비롯한 여러곡은 자막이 100%
지원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극장에서는 분명히 자막이 제공되었었다.



'If I Felt'와 'I Want You'의 장면들인데, 초반 1절이 끝나기 전까지는 자막이 지원되지만,
중반부부터는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1절과 2절의 내용은 절대 반복이 아니다.



서플에 수록된 감독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의 여신상을 지고 속옷 차림의 젊은이들이
베트남 야자숲을 힘겹게 걸으며 'She's So Heavy'라고 노래하는 장면은, 전쟁으로 몰린 젊은이들이
이유없는 전쟁에 미국의 자유주의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파병된 상황을 'She's So Heavy' 노래로 표현하고
있는 장면인데, 이 곡 역시 초반에 조금을 제외하고는 자막이 전혀 지원되지 않아 영어가 능통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내용을 100% 느낄 수 없다.



'Dear Prudence'장면. 프루던스에게 동료들이 이야기를 건네는 형식으로 이어지는 장면인데,
초반 2,3마디 를 제외하고는 역시 자막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친구들이 프루던스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게된다.



보노가 등장하는 'I am the Walrus'와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시퀀스.
이 두 곡 역시 자막이 거의 전무하다. 중간에 노래하듯 말고 말하듯 내뱉는 장면이 잠시 있는데
거기서만 자막이 지원된다. 특히나 이 두 장면은 약간 철학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많은 가사와 영상으로
꾸며진 장면들인데, 자막이 없으니 그저 팝송 뮤직비디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뿐이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었던 'Strawberry Fields Forever'
자막이 전무하다. 극장에서는 분명히 자막이 나왔었다. 앞서 언급한 장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장면은 주인공들의 복잡하고 불안한 심리상태가 가사와 영상으로 묘사된 시퀀스로서 자막이 꼭 필요한
장면인데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이건 노래 장면이 아니라 그냥 대사 장면.




구체적인 얘를 하나 들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아래의 두 컷은 'Hey Jude' 장면인데, 처음 'Hey, Jude, Don't make it bad'로 시작하여
'Then you can start to make it better'까지는 자막이 지원된다.
하지만 두 번째 Verse를 시작하는 'Hey Jude don't be afraid'부터 끝날 때까지는 자막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두번째 맥스가 등장한 컷).
이 블루레이의 자막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이라고 보면 되겠다.
도입부만 지원하고 그 다음부터는 끝날때까지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아예 자막이 전혀 없는 경우도 꽤 많다.
이것은 분명히 반복으로 인한 중복 자막 사용으로 인해 제외된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것이다.
Hey Jude don't make it bad
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Remember to let her into your heart
Then you can start to make it better

이것과

Hey Jude don't be afraid
You were made to go out and get her
The minute you let her under your skin
Then you begin to make it better

이것이 중복으로 제외될 만큼 같은 얘기는 아니지 않은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All You Need is Love'역시 초반 주드가 혼자 노래할 때를 제외하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극장에서는 분명 마지막 부분에 'She Love You, Yeah, Yeah, Yeah'까지도
자막이 나왔었다.



영화와 끝남과 동시에 'Lucy in the Sky'가 흐르는데, 간혹 어떤 영화 같은 경우엔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곡까지
자막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 정도까지 바랬던 것도 아니었는데 흑..



서플에 대부분의 영상도 HD로 촬영되었으며(인터뷰 부분은 거의 대부분 HD로), 나머지 연습장면들도
대부분이 와이드 혹은 HD로 촬영되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BD>에 자막 수록에 관한 총평을 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거의 리콜감이 아닐까 싶다.
최근 뉴스를 보면 BD-LIVE 기능 업데이트로, 자막 파일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듯 한데, 리콜까지는 오버스럽다고 생각된다면, 적어도 이런 형식을 통해서라도 보완을 해주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처음 자막 문제가 조금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3번 반복된 가사를 1번만 자막 처리하는 정도 수준일
것으로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경우도 3번 말했으면 3번 자막을 넣어주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사랑해, 사랑해, 정말 사랑해'와 '사랑해'가 느낌이 틀린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타이틀의 자막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누락이 되었는데, 아까 언급했듯이
상당수의 곡들은 아예 자막이 수록되지 않았으며, 일부곡들은 초반부에만 지원되고 중반부터 끝날때까지는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언어의 자막들도 살펴보았는데, 다행(?)인지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자막수록을 담당한 담당자의 영화를 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비틀즈 매니아들이 아니다. 비틀즈의 곡들을 좋아하는 주인공들이 무슨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비틀즈의 노래를 부르는게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결국 자막이 수록되지 않으면
영어를 모르고 보는 사람들은 이 장면들이 단순히 비틀즈의 노래를 편곡해 부르는 멋진 뮤직비디오 이상으로는
느껴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뮤지컬이란 장르는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라는 형식을 빌려 대사를 하는 것이지, 노래하는 것이 아닌데, 이렇게 자막을 거의 수록하지 않으면서
이 영화의 대사 50%이상은 그냥 사라져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이 영화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비틀즈의 '곡'도 곡이지만 '가사'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간 영화다. 그런데 가사의 자막을 빼버리면서,
주인공들이 무슨 얘기를 서로에게 하고, 무슨 심리적 갈등을 겪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있는 방법이 애초부터
없어져 버린 것이다. 주인공이 립싱크를 하는 장면이 화면에 등장하지 않으면, 자막을 넣지 않고,
립싱크를 해도 상대를 보고 하는 경우가 아니면 잘 넣지 않고, 어떨땐 잠깐씩 넣기도 하고, 반복시청으로
이 자막 수록 시스템에 패턴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이도저도 아닌 줏대때문에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만약 나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지금까지도 이렇게
인상깊은 영화로 기억하진 않을 것이다. 극장에서도 분명 자막이 생략된 부분이 있긴 하였으나,
그것은 분명 반복에 의한 '생략'이었을 뿐, 누락 수준이 아니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블루레이는 한글자막이 포함된 해외판이 아니라 국내에서 라이센스된 정식발매
버전이다. 그렇다면 관람자가 영어를 모른다는 전제하에서 자막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 다는건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지난 번 DP와 KBS미디어센터 주최로 열렸던 '살아있는 지구 블루레이 시연회'에서
너무나도 운 좋게도 성우 이규화씨의 직접 싸인판 '살아있는 지구 블루레이 박스'를
선물 받을 수 있었습니다 ^^;

그래서 여러분들보다 조금 더 먼저 타이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네요 ^^;
결과적으로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시연회 이전에 이미 KBS에서 HD로 방영시에도 감상을 하였지만,
시연회 때도 그랬고, 집에서 블루레이 감상을 하면서도 똑같은 장면에 또 한번
감탄하는 일이 많은 감상이었습니다.

즉 위대한 영상에 한 번 놀라고, 엄청난 화질에 또 한 번 놀라는 타이틀이었네요.
정말 이런 영상을 어떻게 저렇게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었을까 하는 놀라움은 물론
마치 짜여진 드라마처럼, 어떻게 저렇게 자연 스스로가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낼까 하는
놀라움이 절로 드는 엄청난 영상들이 담겨있습니다.

기술적인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타이틀에 담긴 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결과 담을 수 있었던 장면인지 쉽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연회에서 이미 소개가 되었었지만,
국내에서는 최초로 직접 제작되는 타이틀로서, 화질이나 음질 면에서 전세계 어느 버전보다
최소한 쪼금이라도 나은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으며, 국내팬들이라면 너무나도 반가워할
성우 이규화씨의 더빙이 5.1채널로 담겨있어 더욱 더 소장가치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지구>의 성격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을만큼,
교육적인 동시에 감동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말 더빙은 아이들도 쉽게 빠져들 수 있게
편안한 감상을 돕고 있습니다.

캡쳐를 하는 중간에도, 감상이 아니라 분명히 플레이 의도가 '캡쳐'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촬영--;)였음에도
불구하고 활홀한 영상에 푹 빠져, 잠시 본분을 잊고 입을 떡벌리고 멍하니 감상하게 된 경우가
자주 있었네요 ^^;

두 말할 필요없이 최고의 블루레이 타이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소 같으면 리뷰를 할 때, 횡설수설 말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번 리뷰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스크린샷이 곧 리뷰 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부족하지만 열심히 촬영한 스크린샷을 보시죠~
미리 말씀드리지만, 블루레이의 경우 컴퓨터로 캡쳐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카메라로 TV를 찍어서 올리는 관계로, 실제 화면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지 않음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총 4장의 블루레이로 구성된 타이틀은 모두 같은 메뉴 디자인으로 이루워져 있습니다.



사진 촬영으로는 정말 그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장면인데, 실제로 보면 그야말로
입이 '떡'벌어집니다 @@




상어가 물개를 사냥하는 장면은 슬로우 비디오로 표현되는데, 정말 섬뜩하더군요.  덜덜덜



블루레이 화질은, 물론 클로즈 업에서도 빛을 발하지만,
객체의 수가 심하게 많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정말로 최고의 퀄리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등장했던 새들이 때로 나는 장면이나 들소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장면등에서, 한마리 한마리가 살아있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을 것 입니다~




펭귄의 일생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반대로 북극곰의 일생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로 인해 점점 더 힘들어져만
가는 관계로, 너무나도 안타깝더군요 ㅜㅜ

여러분도 필 지르십시요!



다름 아니라 어제 열렸던 DP 블루레이 시연회에 다녀왔는데요
이미 몇 분이 올려주셨지만 저도 안올릴 수가 없는 처지가 되어버려
부족하지만 한 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날 주된 행사는 제목과 같이 '살아있는 지구'블루레이의 시연 행사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제작되는 블루레이로서, 엑스파일의 멀더 역할 목소리 연기로 유명하신 이규화 씨께서 더빙에 참여하셔서 더 큰 기대를 모은 타이틀 이기도 합니다.

이 날은 특별히 성우 이규화 님께서 직접 참석해주셔서 간단한 인사말과
이 날의 최대 경품이었던 살아있는 지구 블루레이 10세트에 싸인을 해주셨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엑스파일의 왕팬이라 이규화님을 직접 뵙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보다 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올 12월 5일에 이사를 왔다는 KBS미디어 센터 건물은
시간이 모자라 자세히 구경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일단 외관만 봐도
상당히 세련된 건물이었으며, 미디어 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부에도 미디어 관련된 디자인으로 멋지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5층의 시연회 장은,
이렇게 공식행사를 갖는 것이 이번 DP의 시연회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의미가 깊은 행사였습니다.

시연에 관한 짧은 감상을 말씀드려보자며
작품에 놀라고 화질에 놀라, 두 번 놀라게 된 시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살아있는 지구는 TV방영시 감상하긴 하였지만, 이번에 다시 보니
언제 그랬냐는듯 완전히 빠져서 감상할 수 있었고,
그야말로 놀라운 블루레이의 화질은 '와'소리와 함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더군요
그 이후에 관람한 미지와의 조우와 해리포터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리고 짧은 다과시간이 끝난 뒤 찾아온  이 날의 하이라이트!
경품 추첨 시간!

뭐랄까 여기모인 모든 분들의 참석 목적이자 서로 말은 안하지만
이것 때문에 온 것이 거의 확실했던 바로 그것!

경품의 종류가 많았고 갯수도 많았기 때문에 추첨시간내내 가슴을 졸이게 되더군요..
처음에 블레이드 러너 DVD와 드라마 DVD박스세트를 추첨할 때는
사실 제가 아니길 바랬습니다..-_-;;
결국 추첨되지 않아 소정에 목적 달성!

그 다음 소니픽처스에서 협찬한 몇가지 블루레이 타이틀이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었던 터라, 역시 당첨이 안되길 바랬습니다;;;
역시 추첨 명단에서 제외되며 성공!

그 다음은 파프리카와 미지와의 조우 블루레이 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군침을 흘리셨으나 저는 이미 두 타이틀을 소장하고 있던터라
역시 추첨되지 않기를 기도.....
신이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여기도 성공!

여기까지 당첨이 안되니 설마와 역시가 공존하는 기분 상태였습니다.

설마 1등이 되려고 아직까지 안된것인가!
아니면 역시나 매번 그렇듯이 오늘도 박수만 치다가 허무해진 기분으로
쓸쓸이 돌아오는가!

1등은 바로 이규화씨가 직접 싸인한 살아있는 지구 블루레이 박스였죠!
10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고
8번째 인가 호명된 이름

'스코필드 님 축하드립니다(물론 시연회 장에선 실명으로 호명됐죠 ^^)'

나도 모르게 '웁스'를 외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백준오님이 건내주시는
쇼핑백에 든 살아있는 지구 블루레이를 받아왔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코옵 게시판의 형님들을 뵈었는데
인사만 살짝 드리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저도 모르게
도망치듯이 행사장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도 안타고 계단으로 5층을 내려와
재빨리 버스를 잡아타고 집으로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당첨 당시에는 너무 긴장해서 잘 실감이 안났는데,
이 글을 쓰고 감상을 하면 그때야 실감이 날 것 같네요 ^^;

여러분들 부러우시라고 이제 인증샷 나갑니다!





행사장을 나올 때 이 백을 들고 있는 저를
많은 분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쏘아 보셔서 얼른 도망나왔습니다 ^^;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지구 블루레이 박스세트!



성우 이규화님이 직접하신 싸인이 유난히도 돋보이는!
정말 소장가치를 이루말할 수 없는 타이틀이로군요!




오늘부터 감상할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뿌듯합니다!




이 당첨으로 인해, 오랫동안 구매를 할까말까 고민하게 했던
모 쇼핑몰의 장바구니는 말끔하게 삭제되었습니다!


멋진 건물에서 좋은 타이틀을 좋은 기기 환경에서 시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구요,
무엇보다 엄청난 행운을 얻게 되어 더욱 기뻤던 시연회였습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DP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DP 블루레이 시연회를 다녀와서 후기로 올렸던 글인데,
메인에도 올랐네 ^^;;




원스(Once) _ 영원히 기억될 그 순간


지난해 한해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평소에 좋아하던 포크 뮤지션 Sufjan Stevens의 곡이 영화에 삽입되었다는 간단 정보와 인상적인 포스터에 끌려 극장에서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볼 수 있었던 건, 조금 오버스럽게 표현해보자면 나에겐 왠지 이것만으로도 2006년을 흐뭇하게 보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007년의 끝 언저리에 와서 올해 본 영화들을 하나 둘 돌이켜 보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라따뚜이>, <조디악>, <바벨>, <드림걸즈>등 ‘이 맛에 살아가는 구나’싶을 정도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오감을 자극시키며, 삶의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소박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특히 나에게!), 바로 이 영화 <원스>가 아닐까 싶다. 음악, 로맨스, 삶 등 결국은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간단하지만 가슴 깊이 파고드는 음악과 화법으로 풀어낸 이 영화 <원스>. 단연 올 한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원스>란 영화를 알게 되고 처음 접하게 된 정보는 바로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 '플레임즈 (The Frames)' 출신의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과 주옥같은 포크 음악이 흐르는 영화라는 점이었다. 플레임즈는 <원스>를 알기 전부터 이미 개인적으로 좋아했었고 특히나 영화 개봉 얼마 전에는 그들의 올해 초에 발표한 'The Cost' 앨범에 흠뻑 빠져있던 터였다(참고로 이 앨범에는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Falling Slowly'가 플레임즈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뭐랄까 분명 좋아할 것만 같은 영화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감흥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프레임즈 얘기를 자꾸 하게 되는데, 자꾸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존 카니는 1991년부터 93년까지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였고, 주연과 음악을 맡은 글렌 한사드는 이 밴드의 프론트 맨이기 때문이다(DVD의 수록된 서플을 보다보면 글렌 한사드의 인터뷰 중에, 플레임즈 당시에는 자신이 감독의 역할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존 카니가 감독의 역할을 맡아 그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레임즈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가 화제를 모으면서 더불어 자주 화제를 모았으나 이들에 관해 조금 더 알아본 결과 플레임즈 보다 더 관심을 모을 만한 밴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이 그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이미 마르케타가 13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며 음악적 교류를 해오다 2006년 'The Swell Season' 이라는 합작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몇 곡은 영화에도 그대로 쓰이기도 했다(Falling Slowly는 물론, Lies와 Leave, When Your Minds Made Up이 그렇다). 이 둘은 이 앨범으로 투어 공연을 갖기도 했는데, 역시 아일랜드 출신의 포크 뮤지션인 데미안 라이스 (Demian Rice)와 함께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참고로 영화의 성공으로 속속 라이선스 발매된 플레임즈의 음반들처럼 이 들의 콜라보레이션 앨범도 곧 라이선스 예정이라니 참을 성 있는 이들이라면 기다려 봐도 좋을 듯 싶다).





이 둘이 영화 제작 이전에 이미 이런 음악적 교류를 가졌다는 것은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이 영화의 내용이라는 것이 사실상 두 남녀가 만나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소박한 일들인데, 현실에서 이미 이 두 남녀는 이런 과정을(완전히 같지는 않더라하더라도) 겪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인지 서플먼트에 수록된 글렌 한사드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이 영화로 인해 마르케타와의 소중한 추억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우정의 소중한 순간을 담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 이후 이 둘의 관계가 더 진전되어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는 말도 있지만, 이 인터뷰에서 글렌 한사드는 ‘우정’을 강조하고 있다 ^^. 감독은 영화를 처음 구상했을 때 음악을 글렌 한사드에게 맡기기로 하고 아일랜드 출신의 노래가 되는 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 중 가장 유력했던 후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킬리언 머피(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플루토에서의 아침을)였으나, 이후 글렌 한사드가 소개한 마르케타와 함께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 두 사람의 모습이야 말로 바로 영화 속의 그와 그녀와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여, 바로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스>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바로 이 영화가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에 있었다. 이는 감독이 제작 초기부터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로 만들겠다는 의도에서부터 나온 것이며, 이로 인해 대형 자본이 투입된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소박함과 의도하지 않은 순간들이 담긴 영화가 되었다. 저예산 영화답게 이 영화는 대부분의 장면이 두 대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의상들도 자연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배우들이 직접 평소에 입던 옷들이 사용되었고, 로케이션 장소들도 실제 배우들의 집이나 영화의 스튜디오 등이 사용되었다(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인 그가 그녀를 자신의 친구들의 파티에 데리고 가는데, 이 파티 장소는 사실 실제 글렌 한사드의 집이며, 그와 마르케타의 친구들을 초대해 벌인 파티를 자연스럽게 촬영한 것이고, 이 파티에서는 그의 어머니와 동생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다. 어머니의 경우는 직접 노래를 하는 장면이 영화에 삽입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녹음을 마치고 카오디오 테스트를 하기 위해 나올 때 뒤로 보이는 스튜디오는 실제 이 영화를 만든 스튜디오인 ‘삼손 스튜디오(Samson Studio)’이다).





이 영화에는 독립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와 장치들도 엿볼 수 있는데, 노래가 되는 배우가 아닌 연기가 되는 뮤지션이 캐스팅 된 영화인만큼 배우들에게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러움을 끌어내기 위해 카메라가 배우들에게 멀리 떨어져서 촬영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길을 가는 주변 사람들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거추장스러운 붐 마이크를 사용하는 대신 배우들의 목도리 속에 마이크를 숨겨 대사를 녹음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이 때문에 평소에는 거의 목도리를 하지 않는데, 대부분의 장면에서 목도리를 하고 있어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인위적이지 않은 장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여러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녀가 건전지를 가게에서 사서 집으로 돌아오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자세히 보면, 가게 앞에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동네 꼬마들을 볼 수 있는데, 설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카메라를 보고 신기한 듯 따라오는 아이들의 반응을 그대로 영화에 담았으며, 앞서 언급한 파티 장면도 그렇고 카메라를 거의 숨겨 놓듯이 하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를 담아(본인들도 어디까지 촬영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경우가 있을 정도로),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알게 할 정도로 매우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담기게 되었다(실제로 다큐멘터리인줄 아는 관객들이 마르케타를 만나면 아이는 잘 있느냐, 나중에 런던에 가서 그를 다시 만나보았으냐 등을 물어본다고 한다). 





<원스>하면 뭐니뭐니해도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음악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올 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사운드트랙이기도 한 이 영화의 음악들 가운데 인상깊었던 몇 곡을 살펴보도록 하자.





1. Falling Slowly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플레임즈의 앨범과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과 감정의 변화를 피아노 샾에서의 이 한 곡으로 모두 설명해 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나 이 곡과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두 사람이 서로 같은 곡을 연주할 때만이 느낄 수 있는 두 사람의 교감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두 사람이 실제 뮤지션이기에 가능했을 장면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보면, 주된 멜로디 라인이 ‘도레미레, 도레파미, 도레미레도’ 이렇게 매우 단순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2. If You Want Me

국내 팬들에게는 이른바 ‘건전지송’으로 더욱 유명한 이 곡. 많은 사람들이 이 곡도 영화의 대부분의 곡을 만든 글렌 한사드가 만든 곡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이 곡은 마르케타가 직접 쓴 곡으로 그녀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다. 





3.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

감독은 그의 예전 여자 친구의 관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 어떻게 풀어놓을 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 대사가 아닌 노래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글렌 한사드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컨츄리와 메틀이 혼합된 곡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영화 속처럼 즉흥적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이 장면이 끝나고 모두 박장대소 했다고 한다(참고로 이 장면은 버스 안에서 진행되는데, 감독과 두 배우가 실제 버스에 타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했으며, 좌석에 앉아있던 그 할머니도 실제 승객이었다고 한다).





4. Lie

영화 속에서 그와 그의 예전 여자 친구의 관한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이 곡.

이 곡이 흐를 때 흐르는 영상은 영화 속에서는 그와 그의 예전 여자 친구의 추억이 담긴 것으로 표현되었으나, 사실은 감독인 존 카니와 그의 연인(음성해설에서는 직접적으로 연인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의 이야기로서, 감성적인 글렌 한사드의 보컬과 홈비디오 스타일의 영상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 아름다운 장면이다.





5. The Hill

이 곡 역시 마르케타가 직접 쓴 곡으로, 그녀의 여린 보컬과 클래식 적인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다. 극 중에서 남자 주인공이 심리가 잘 드러난 곡이 'Lie'라면 그녀의 심리가 잘 드러난 곡은 바로 이 곡 일 듯.





6. Say It To Me Now

영화의 처음 이 영화가 이런 영화다 라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곡. 실제로 글렌 한사드는 더블린의 거리에서 기타 치며 노래를 한 경험이 있기도 했다. 이 곡은 플레임즈의 1996년 발표된 앨범 'Fitzcarraldo'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개봉 당시 의외로 성공한 덕에 몇 번 극장을 찾아 관람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DVD의 출시를 기다려온 것이 사실. 1디스크의 디지팩으로 출시된 타이틀은 일단 퀄리티를 떠나서 만족스럽다. 화질의 경우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저예산 영화로서 디지털 캠코더로 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즉 원본 소스의 퀄리티가 우수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화질의 퀄리티를 따지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오히려 칼 같은 화질이었다면 이질감마저 느껴졌을 분위기라 이 같은 점은 전혀 단점이 되지 못한다. LPCM 2.0의 사운드의 경우도 굳이 5.1채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만족할 만하다. 결국 영화가 좋으면(특히 이런 장르의 영화인 경우 더!)화질이나 사운드의 퀄리티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타이틀 인듯.





서플먼트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역시 2종류의 음성해설 트랙인데, 첫 번째는 음악에 관련된 뮤지컬 트랙이고 두 번째는 영화에 관련된 전반적인 트랙이다. 뮤지컬 음성해설이란 즉 영화 속에 음악이 삽입된 장면에서 그 곡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트랙인데, 곡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는 소중한 트랙이긴 하지만, 챕터 자체가 곡의 구분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음악이 흐르는 장면에만 수록된 이 음성해설을 듣는 데에는, 조금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싶다. 2번째 음성해설 트랙에서는 감독과 두 주연배우가 참여하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감독의 의도는 물론, 캐릭터의 관한 이야기, 촬영장의 뒷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마도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음성해설을 별로 지루하지 않게, 함께 테이블에 앉아 차 한 잔하며 이야기하듯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음성해설 외에 보편적인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수록되어 있는데 감독과 두 주연 배우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음성해설을 모두 들은 이들이라도 크게 겹치지 않는 내용이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외에 'Falling Slowly'의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일반적인 서플먼트의 수록된 뮤직비디오들과는 다르게 노래의 가사가 한글자막으로 담겨있다는 것이다. 글자 폰트를 보면 아무래도 제작 후기에 추가로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된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지만, <원스>를 보고 느꼈던 감흥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음악이 왜 위대한지, 영화가 왜 위대한지, 음악과 영화가 어떻게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으며,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영화는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이치를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음악과는 별개로 아일랜드 더블린의 소소한 풍경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 제목인 '원스 (Once)'의 뜻처럼,
음악으로 기억될 한 때.
그 순간.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01. Imagine
02. Instant Karma! (We All Shine On)
03. Mother (Single Edit)
04. Jealous Guy
05. Power To The People
06. Cold Turkey
07. Love
08. Mind Games
09. Whatever Gets You Thru The Night 10. #9 Dream
11. Stand by me
12. (Just Like) Starting Over
13. Woman
14. Beautiful Boy (Darling Boy) 15. Watching The Wheels
16. Nobody Told Me
17. Borrowed Time
18. Working Class Hero 19. Happy Xmas (War Is Over)
20. Give Peace A Chance




이번 출시된 [존 레논 : 레전드]타이틀은, 이 같은 타이틀이다. 존 레논의 팬이라면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편하게 먼지 쌓인 앨범을 털어내 한 장 한 장 추억에 잠기듯 감상할 수 있는 내용과 영상들로 채워져 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존 레논의 비틀즈 이후 행보에는 아내인 오노 요코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번 타이틀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오노 요코가 개인적으로 소장하면 딱 좋을 그런 타이틀이다. 사실 요즘 들어 오노 요코에 대해서 예술가로서, 존 레논의 아내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재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그녀가 오랜 시간 ‘오노 요코’로서 보다는 ‘존 레논의 아내’로서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많은 영국의 비틀즈 팬들은 오노 요코를 지칭할 때, ‘동양의 마녀’가 자신들에게서 존 레논을 또한 비틀즈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사실 관계가 어찌 되었든, 비틀즈의 팬들이 그녀를 어떻게 여기든지 간에, 존 레논에게 오노 요코의 존재가 절대적 이였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틀즈 이후 그가 솔로로 발표했던 음반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Plastic Ono Band'에서는 ’Imagine‘에서보다 한 층 더 깊어진 그들의 사랑과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음악적인 활동 못지않게 존 레논이 노력을 기울였던 반전 운동에도 항상 함께 했던 이들은, 이후 잠시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었지만, 존 레논이 사망하기 직전 만든 앨범인 ’Double Fantasy'에서 다시 재결합하여 다시 한번 그들의 사랑을 증명하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 베스트 타이틀이 난무하면서 그 본래의 가치가 많이 상실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 타이틀 [
존 레논 : 레전드]는 그러한 최근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진정한 의미에 베스트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동명의 음반으로도 출시가 되었었던 타이틀은 존 레논의 주요 히트곡들을 담고 있는데, 그 수록 곡들은 정말 주옥과도 같다. 평화를 얘기할 때 꼭 빠지지 않고 흐르는, 음악을 듣지 않는 이들도 노래만은 아는 곡 'Imagine'을 시작으로, 가족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그리고 요코에 대한 감정까지 담겨있는 ‘Mother', 'Jealous Guy', 반전 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Power To The People‘, 언제 들어도 감미로운 러브 송 ’Love', 그리고 역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팝 넘버 ‘Woman’까지...



영상으로 만나는 그의 음악들은 지금 그가 없기에 더 가슴 쓰리게 다가온다. 타이틀은 이전 출시되었던 존 레논의 타이틀들과 몇몇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EMI에서 정식으로 수입된 타이틀이라는 점과 오노 요코의 지휘아래 새롭게 리마스터링 된 음질의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데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화질은 곡마다 제작 연도의 차이로 인해 편차가 있고 최상의 화질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원본 소스를 사용한 정식 버전임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화질로 다른 타이틀이 출시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사운드는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하고 있는데, 리마스터링 된 사운드답게 오래된 노래들을 선명하고 따뜻하게 전달한다.



수록 곡 외에 몇 가지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존 레논의 미공개 영상들과 직접 그린 드로잉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물론 한글 자막은 지원되지 않지만, 존 레논이 토크쇼에 나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나 튀는 옷차림으로 공식석상에서 'Imagine'을 부르는 모습도 수록되어 있어 흥미와 관심을 더한다.




2003.11.14
글 / 아시타카


과학자 브루스 배너는 분노를 적절하게 조절해야만 한다. 명석한 과학자인 평온한 그의 삶은 억제된 욕망을 품고 있으며, 유전적인 기술이 처절한 그의 과거를 숨기고 있다. 옛 여자친구이자 그의 뛰어난 동료 베티 로스는 브루스의 감정 기복에 지쳐서 그의 삶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베티가 배너의 혁신적인 연구로부터 뭔가를 발견하게 된다. 잠깐의 실수는 폭발적인 상황을 야기 시키고, 브루스는 순간의 결정을 내린다. 그의 충동적인 영웅심으로 다른 이들은 생명을 건지고, 그 자신도 상처 하나 입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몸은 치사량 이상의 감마선에 노출된 상태였다.




그 후 브루스에게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의식을 상실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상황은 실패한 실험이 초래한 예기치 못한 결과. 그러나 배너는 자기 내부의 다른 존재들, 낯설긴 하나 매우 친밀하며 다소 위험하지만 은근히 매력적인, 그러한 것들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피조물, 난폭하며,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 강력한 존재인 헐크가 간헐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헐크는 파괴를 일삼아, 배너의 연구실과 집안을 모두 파괴한다. 이로 인해 베티의 아버지 로스 장군 휘하의 병력이 동원되고, 브루스의 맞수인 글렌 탤벗이 여기에 동참한다. 개인적인 복수와 가족 관계가 극대화된 위험을 증폭시킨다.
베티 로스는 사건의 배후에 브루스의 아버지 데이빗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브루스와 헐크의 관계를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이며, 군대의 투입을 막으려 노력한다. 괴물을 생포하기 위해 엄청난 병력이 동원되고... 어쩌면 그와 그것을 구하기엔 너무 늦었을 런지도 모르는데...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는 우리에게 [스파이더 맨], [엑스 맨], [데어데블]등의 만화와 영화로 잘 알려진 만화 제작사이다. 주로 마블의 주인공 캐릭터들은 정의의 편에서 악당들에 맞서는 영웅들로 이루어져 있고, 캐릭터마다 능력과 재능, 패션의 다양함으로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또한 마블 코믹스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슈퍼 히어로임에서 알 수 있듯 미국식 영웅주의와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과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솔직히 국내에서는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 뿐이지, 미국 내에서 마블 코믹스의 인기는 정말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헐리웃 영화 속에서 종종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가장 갖고 싶은 선물로 주저 없이, 마블 코믹스의 만화책 몇 호, xxx 몇 월 호,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나, 박스오피스의 주요 흥행 성적 1위란에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등의 영화들을 제치고 [스파이더 맨]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마블 코믹스, 마블의 히어로에 대한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위의 여러 마블의 작품들만큼이나 많은 인기를 끌었고, 또한 영화화를 고대했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 [헐크]라고 할 수 있는데, 위에서 주저리주저리 나열했던 사실들로 인해, 헐크는 그 제작초기부터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야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인들이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마블 코믹스의 작품을, 그들의 손이 아닌 이안이라는 동양의 한 이방인에 손에 맡겨졌다는 사실에 있었다. 물론 이안의 전작 [와호장룡]은 극장에서 자막을 보기를 귀찮아하는 미국인들에게 외국어 영화로는 드물게 흥행에서도 내용 면에서도 호평을 받기도 했었고,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서양의 것을 비교적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이안이란 감독은 이방인일 수밖에는 없었다. 이러한 이안이 [헐크]의 감독을 맡게 되었을 때 그들은, ‘이안이 어디 헐크를 제대로 보기나 했겠느냐?’, ‘동양인은 절대 헐크를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없다’라는 식의 거센 항의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제작초기의 우려는 개봉 뒤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헐크를 망쳐 놨다’라는 식의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국내에서도 심지어는 ‘’슈렉‘ 형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흥행에는 별 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었다(결코 슈렉을 폄하하는 뜻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하지만 필자는(여기서부터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는 헐크의 칭찬이 시작된다)극장 개봉 시에 보았을 때도 재미없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였고, 특히 이번에 출시된 DVD타이틀은 타이틀만으로도 높은 소장가치로 인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다.





마블의 캐릭터는 모두 다 슈퍼 히어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안이 만들어낸 헐크는 슈퍼 히어로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슈퍼 파워’는 지녔지만 말이다. 대부분 헐크를 얘기할 때, 변형된 초록색 거구의 모습이라던가, 엄청난 힘 등에 포커스를 두곤 하지만, 감독인 이안이 중점을 둔 부분은 ‘헐크’라기 보다는 ‘브루스 베너’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루스 베너라는 한 인물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통해 불우했던 가족사와 베티와의 관계, 자신의 존재의식에 대한 고찰 등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나아가서는 조직과 개인, 권력과 그의 따른 피해자의 관계 등 더 큰 범위의 의미들 또한 포함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헐크를 마블 코믹스의 다른 슈퍼 히어로들과 마찬가지로 영웅의 이미지로 알고 있지만, 이안이 만들어낸 헐크는 ‘영웅’이라기보다는 ‘피해자’에 더 가깝다. 이안의 관점에서 본다면 브루스 베너가 헐크로 변하는 설정은, 피해의식의 분출에 한 방법론으로 인식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지루해 하기는 했지만, 브루스 베너가 헐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당히 비중 있게 그렸고, 헐크로 변한 다음에도 덩치 큰 액션들 보다는 흔들리는 눈빛에 더 중점을 두었다. ‘헐크는 영웅이 아니다’라는 식의 결론은 영화를 보다보면 더 확연해 지는데, 솔직히 영화 속 헐크는 정의를 위해 싸운다던가, 악당을 물리친다던가 하는 활약상은 전혀 없다(굳이 들자면 다리에 부딪힐 뻔한 전투기에 뛰어올라 충돌을 막았다는 것 정도). 영화 내내 괴로워하고 고통당할 뿐이다. 이안이 초점을 맞춘 이러한 면은 대중들에게는 크게 호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맥락에 있어서는 결코 [와호장룡]에 크게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llector's Limited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헐크] 패키지는 몹시도 만족스럽다. 일단 이전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주먹 모양을 형상화한 특별 케이스는 ‘헐크’라는 특성을 잘 살린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패키지 안에는 본 편과 서플먼트 등을 수록한 3장의 디스크와 오리지널 마블 코믹스북, 스토리보드, 일러스트레이트 등 그야말로 패키지다운 아이템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패키지의 내용물과 케이스는 전부 직수입된 아이템이라 마니아들에게는 더 큰 소장가치가 있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본 편의 화질과 사운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영상은 1.85:1의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제공하고 있는데, 실사와 CG가 함께 쓰인 장면이 유난히 많은 만큼, 영상의 퀄리티는 타이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ILM에서 만들어낸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DVD를 통해 선명하게 재생되고 있다. 특히 헬기가 등장하는 장면이라던가, 헐크와 헬기, 전투기가 전투를 벌이는 장면, 탱크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깨끗한 영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헐크의 피부의 질감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운드는 DTS트랙과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하고 있는데, DTS의 강력함이 무척 마음에 든다. 헐크가 등장하는 씬에서의 사운드는, 그야말로 DTS의 강점을 십분 느낄 수 있을 만큼 웅장하면서도 공간감이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채널의 분리도도 뛰어났으며, 무엇보다도 영화가 영화인만큼 우퍼 스피커의 활약이 돋보인다.



다음은 서플먼트인데, 2장에 디스크에 담긴 서플먼트는 헐크를 이해하고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만한 자료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특히 3번째 디스크는 한정판에만 수록된 것으로 배우인 샘 엘리엇과 조쉬 루카스의 소개를 따라 헐크의 또 다른 뒷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다양한 서플먼트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메이킹 다큐가 수록되어 있고, 코믹스와 연관하여 헐크의 탄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과 코믹스에서 TV시리즈를 거쳐 영화화되기까지의 과정들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과 기술적인 도움 영상들로 인해, 헐크의 CG캐릭터가 어떻게 탄생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스크린에서 살아 숨쉬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덧붙여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삭제 씬들도 수록되어 있고, 감독인 이안, 주연 배우인 에릭 바나, 제니퍼 코넬리, 닉 놀테의 인터뷰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2003.11.14
글 / 아시타카


약 15일 전에 아마존에서 할인행사 할때 주문했던 라따뚜이와 픽사 단편컬렉션 BD.
확실히 일본반보다는 좀 더 케이스 디자인이 괜찮은듯.



아웃케이스를 빼고 나서.



아직 다 보진 못했지만,
픽사 단편컬렉션에 있는 '카 (Cars)'관련한 단편의 화질만 봐도
그야말로 '미칠듯한' 화질이더라 @@
정말 다시는 DVD를 볼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화질!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뭐 다른 나라의 영화들도 그러하지만, 특히 일본영화의 경우) 흔히 좋아하는 배우에 따라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동안 나름의 선별 과정을 거쳐 좋아하는 여배우를 몇 명 꼽게 되었는데, 간략하게 3명으로 압축하자면 우에노 주리와 미야자키 아오이, 아오이 유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윙걸즈>, 그리고 TV시리즈 <노다메 칸타빌레>에 출연했던 우에노 주리를 가장 좋아하는데(우에노 주리가 1위 자리를 선점하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미야자키 아오이의 결혼설의 충격이 가장 큰 이유일터), 우에노 주리는 물론, 3인방에 다른 인물인 아오이 유우가 함께 출연하는 영화라고 하니 이 작품 <무지개여신>에 대해 결코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 사실이었다. 여기에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역시 아오이 유우와 함께 출연했던 이치하라 하야토의 이름도 영화를 보기 전 선택에 있어 큰 역할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이 슈운지가 감독한 것으로 잘못알고 있는데, 영화사에서 개봉 시에 이와이 슈운지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한 탓이 컸던 것 같다. 이 영화의 감독은 엄연히 쿠마자와 나오토이며, 이와이 슈운지는 제작만을 맡고 있다.어찌어찌 위와 같은 이유들로 보게 된 <무지개여신>. 사실 배우가 좋아서 보러 간 것이었기 때문에 영화는 그저 그런 청춘 물 정도로 업신여기고 별 기대를 안해서인지, 극장을 나올 땐 어느 덧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기도 했다.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남녀 두 주인공이 곁에 있을 때는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다가, 결국 함께 할 수 없게 된 나중에 와서야 서로가 서로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슬퍼하게 된다는 것. 단순한 구성을 매끄럽게 이어가고 있는 것은 역시나 풋풋한 배우들의 연기와 감성적인 영상을 제일 먼저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에노 주리. 우에노 주리가 맡은 아오이 역할은 겉보기엔 굉장히 털털하고 남성적이기까지 한 캐릭터인데, 본인이 스스로 일부러 예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등도 구부정하게 걷는 등 노력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 속의 아오이의 모습은 기존에 우에노 주리가 연기했던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매우 자연스럽고 아오이=우에노 주리로 느낄 만큼 친숙한 느낌이었다. 사실상 그 동안 내가 보아왔던 우에노 주리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결코 평범한 것들은 아니었는데,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 메구미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스윙걸즈>의 토모코 캐릭터도 매우 장난스러운 캐릭터여서 그랬는지, <무지개여신>의 아오이는 거의 제대로는 처음 보는 진지한 캐릭터였음에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물론 <조제, 호랑이..>에서도 더할 나위없이 진지한 역할이었지만, 아무래도 비중이 조금 적었음으로..)

(감독은 두 캐릭터 간의 거리 조절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우에노 주리, 우에노 주리 노래를 하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 더욱 자연스러웠던 캐릭터는 이치하라 하야토가 맡은토모야 역할이었다. 감독과 다른 배우들은 물론, 이치하라 본인 스스로도 너무 자신과 비슷해 연기하기에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고 얘기했을 만큼(그래서 극중 토모야 처럼 실제로 영화 속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을 연기할 때는 본인도 어색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연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서플먼트에 수록된 실제 이치하라의 모습을 보면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아오이 유우는 이 두 배우의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기는 하지만, <훌라걸즈>가 좀 더 적극적으로 영화에 개입해 기존처럼 이미지가 아닌 연기력으로 승부하려고 했던 경우라면, <무지개여신>의 아오이의 동생 역인 카나 캐릭터는(실제로는 우에노 주리가 아오이 유우보다 한 살이 많다. 이것도 예전에 알게 되었을 때 매우 놀랐던 사실), 아오이 유우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십분 발휘한 캐릭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고 말 수도 적어 왠지 모를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역시나 그 특유의 미소만으로도 몇 마디의 대사를 방불케하는 포스는 여전하다.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배우로서 가장 아름다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이 세 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영화는 엄연히 이야기하면 토모야가 주인공이다. 모든 일에 우유부단하고 특별한 꿈도 없고, 끈기도 부족한 토모야를 중심으로 청춘만의 사랑과 애틋함, 그리고 그 시기라면 누구라도 고민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풀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와 닿았던 대사는 ‘좋아해’하는 이런 식의 대사가 아니고, 극 중 토모야와 아오이가 각자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만에 만나 술집에서 했던 말들 가운데, 토모야의 바로 이 대사였다.

‘왜 인간은 취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너무나도 바보 같은 이 질문에 사실은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특별한 꿈도 없는 토모야와 자신의 꿈을 위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도전을 택한 아오이는 이런 면에서 너무나도 상반적인 길을 가게 되는데, 토모야가 아무렇지도 않게 뱉은 ‘왜 인간은 취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라는 저 대사는, 단순히 청춘 드라마나 기대하고 갔던 나에게, ‘왜 꿈꾸지 못하지’, ‘왜 현실에 안주해서 하루하루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깊은 인상을 아니 받을 수가 없었다.



(존재만으로도 포스를 뿜어내는 아오이 유우)

극 중 아오이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인 만큼, 영화 속에는 제법 진지하고 구체적인 영화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나 영화 학도들이 본 다면 더 알아채는 장면이 많을 정도로, 감독인 쿠마자와 나오토는 이 부분에 있어서 자신의 실제 경험을 많은 부분 투영하고 있다. 자신의 예전 독립 영화제작에 집중하며 보냈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8mm 카메라 등 아날로그 촬영 기자재들과, ‘ZC1000’같은 장비들은 실재로 감독의 개인 소장 물건이 사용되었을 만큼 이 부분에 있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작업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영화 속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은 마지막에 설명되듯이, 원래대로라면 8mm 카메라 ZC 1000에는 코다크롬 40의 커트리지는 장착할 수 없지만, 별도의 커트리지를 끼워 넣어 장착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고 나오는데,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을 써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영화 속에서 우리가 본 결과물처럼 아날로그 적인 색감과 느낌이 물씬 나는 영상을 볼 수 있게 되긴 하지만, 이렇게 완성 물을 만들어내는데 까지는 실제로 필름을 스위스와 미국으로 보내 현상을 하고 다시 재작업을 해야 됐을 만큼 복잡하고 섬세함을 요하는 일이었다. 이런 수고스러움을 굳이 감수해가면서까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이야말로, 영화의 대한 깊은 애정이 아니었을까.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주제가와(실제로 이 영화의 부제인 'Rainbow Song'은 타네 토모코가 90년에 발표한 곡 'The Rainbow Song'을 우연히 이와이 슈운지가 듣고,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 곡이라 생각되어 주제가와 부제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지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했지만, 영화 속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 (The End of the World)’의 여운도 만만치 않았다. 나름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이 작품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로 영화 속 설명과 같은 촬영 방식으로 촬영 된 터라 굉장히 아날로그 적인 색감과 분위기를 내고 있으며, 또한 저예산 독립영화(특히 학생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룰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영화라 더욱 더 흥미로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똑같은 캐스팅으로 ‘지구 최후의 날’을 장편 영화로 기획해 영화화 하면 어떨까하는 기대도 갖게 할 정도로, 묘한 분위기와 감흥이 전달되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흥행성적이나 인지도에 비해 의외로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는 일단 만족스럽다 해야 할 것이다. 일단 1.8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의 경우, 최근 일본 영화 타이틀에서 보여주었던 걱정스런 수준의 화질이 아닌 점이 일단 다행스럽다. 최근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인 수준의 화질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광의 조명이 강하게 표현된 장면이나, 거칠고 짙은 질감이 그대로 표현된 전체적인 화질의 톤은, 감독이 좀 더 샤방하고 아련한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연출한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커다랗게 사운드의 활용도가 크지 않은 작품이라 별다른 단점이 없는 준수한 수준이라고 하면 되겠으나, 전체적으로 음량이 낮아 기존의 리시버나 스피커에 세팅되었던 볼륨을 좀 더 크게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지구 최후의 날 (The End of the World)')

첫 번째 디스크에는 기본적인 특전과 예고편 등이 수록되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주연배우와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서플먼트에서는 첫 번째로 영화 속 영화였던 'The End of the World'의 완전 판이 수록되어 있는데, 사실 완전 판이라고 해서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부분과는 다른, 혹은 확장된 버전을 생각했었는데, 러닝 타임 상으로는 약 3분 가까이 늘어난 버전이 수록되었지만, 내용의 경우 일부러 틀린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서는 거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의 정도라, 생각보다는 큰 메리트가 없는 서플이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지구 최후의 날’ 완전판 외에 쿠마자와 감독이 영화를 배우는 학생들과 독립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 강의실에서 독립영화(혹은 자주영화)에 대한 쿠마자와 감독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 감독과 주연배우 우에노 주리, 이치하라 하야토의 각각의 인터뷰가 수록되었고, ‘‘무지개여신’ 쫓아다녔던 일들 찾아다녔던 것들’에서는 감독과 두 주연배우가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되었던 학교에 다시 들러, 촬영 중의 에피소드라던가 각 캐릭터, 그리고 영화의 내용에 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수록되었다. 마지막으로 ‘로케 촬영지 가이드’에서는 영화의 등장하는 장소들의 실제 위치와 관련 정보들을 담고 있다.



영화는 분명 사랑의 관한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기 전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단순한 사랑 뿐 아니라 좀 더 넓은 의미인 ‘청춘(靑春)’의 관해 아련함을 들려주고 있다. 지금 청춘을 치열하게 겪고 있는 ‘그들’에게도 흥미로운 영화이겠지만, 이미 청춘이 끝났다고 생각해버린 ‘그들’에게 더욱 와닿는 영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 / ashitaka

 

도쿄에서 백수 생활을 하던 쇼(에이타)는 고향의 아버지(카가와 테루유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행방불명되었던 고모 마츠코(나카타니 미키)가 사체로 발견되었으니 유품을 정리하라는 것.
다 허물어져가는 아파트에서 이웃들에게 '혐오스런 마츠코' 라고 불리며 살던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며 쇼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마츠코의 일생을 접하게 된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며 모든 이에게 사랑받던 마츠코에게
지난 25년간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제자가 일으킨 절도사건으로 해고당한 마츠코는 가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동거하던 작가 지망생은 자살해 버리고,
그의 친구와 불륜을 시작한 마츠코는 곧 버림받고 절망에 빠져 몸을 팔게 된다. 기둥서방에게마저 배신당한 마츠코는 그를 살해, 8년형을 언도 받는다.
출소 후, 미용사로 일하던 마츠코는 자신을 해고당하게 만들었던 절도사건의 범인인 제자 류 요이치와 재회하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벤허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오프닝 텍스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하 ‘혐오스런 마츠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묘하게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는 제목답게 <불량공주 모모코>는 <혐오스런 마츠코>와 마찬가지로 감감적인 영상과 더불어 기발한 웃음과 유쾌한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하며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였으며, 2004년 칸느에서의 호평과 키네마 준보 선정 2004 일본 영화 베스트 10에 뽑히는 등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이었다. 특히 <불량공주 모모코>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살아 숨 쉬는 캐릭터와 CF감독 출신답게 기존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판을 치는 일본 영화계에서도 단숨에 주목을 받았던 영화였다. 그와 동시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CF출신 감독으로 첫 번째 영화를 발표한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에게 쏠렸다. 그가 다른 감독들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대부분의 CF출신 감독들의 태생적인 장점인 감각적인 영상 표현 외에도 영상에만 집중되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내는 실력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불량공주 모모코>촬영 말미부터 계획했다는 후속 작은 과연 어떤 영화일지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영화 팬으로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제목도 요상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앞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처럼 <불량공주 모모코>를 진작에 보았다면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에 다음 작품에 대해 당연히 저처럼 부푼 기대를 갖고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나로서는 어느 날 인디영화관에 걸린 요상한 제목과 총천연색의 화려한 포스터로 치장한 영화에 단순히 흥미 이상의 것은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집에 돌아와 찾아본 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컬 장르라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몇 해를 손꼽아 기다리거나 하는 기대가 들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보고 난 뒤 느꼈던 것처럼, ‘올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쳤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다소 오버스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야말로 ‘완소’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 바로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다. 뮤지컬이라는 좋아하는 요소와 코미디라는 사전 정보를 가지고, 쉽게 말해 그저 웃고 즐기러 극장을 찾았던 것이었는데, 극장을 나올 때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과 여러 가지 들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 영화로서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느꼈던 영화였다.



(영화 내내 꾸준히 등장하는 서스펜스 극장 시리즈 ㅋ)

본래 원작이 된 소설은 내용 그대로 특별히 이상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던 마츠코라는 한 여자가 우연과 사건들로 인해 폭력, 불륜, 매춘, 살인 등 어쩌면 인간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들을 겪게 되며 그로 인해 한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저물고 변해 가는 지를 그려낸, 즉 매우 무거운 내용이 전반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이와 거의 다르지 않다. 영화 속 마츠코 역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덮으려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본인에 대한 사랑마저 완전히 잃게 되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끼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저 암울하다, 처절하다 라고만 느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화 <마츠코의 일생>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영화화를 결정한 순간, 이 무겁고도 무거운 암울한 이야기를 반대로 유쾌한 리듬으로 풀어나가기로 작정을 하게 된다. 극 중 마츠코는 최악의 일들을 차례로 겪게 되지만, 그 때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스스로 찾아내 자신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기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슬픔보다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켜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한 편, 반대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처럼 슬픈 상황을 유쾌하게 그리면서, 나중에 가서는 유쾌하게 그리는 데에도 보는 이가 슬퍼지도록 만드는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 보다 이 영화가 신선하고 유쾌하고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뮤지컬’ 이기 때문일 것이다. 암울한 이야기를 밝은 리듬으로 풀어내는데 뮤지컬만한 완벽한 장치는 없었을 것이고, 감독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완전히 흡수하면서 영화를 평작 이상에 것으로 완성해내는데 성공했다. 만약 뮤지컬이 아닌 일반 드라마 형식을 취했다면, 이 영화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매우 무거운 분위기의 단순 신파가 되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노래가 갖는 의미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극중 마츠코에게 유일한 해피 타임과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은 노래가 흐르는 순간뿐이며, 노래의 가사는 극 중 어느 대사보다도 마츠코의 심정과 희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즉 마츠코의 감정 변화가 대사 보다는 노래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빠르게 설명되어지는 마츠코의 일생을 각 사건마다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바로 노래와 그 가사 말인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영화에 수록된 노래들의 장르가 매우 다양한 동시에 ‘제대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팝, 동요, 힙합, 엔카, 재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그 장르 정통의 느낌을 제대로 수록한 곡들로서, 영화 삽입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곡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수록한 곡들이라는 점에서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전 오리지널 뮤지컬의 기본을 충실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는 'Happy Wednesday'를 비롯하여, 유명 뮤지션 보니 핑크 (Bonnie Pink)가 직접 쓰고 출연까지 한 빅 밴드 풍의 'Love is Bubble'(이 곡은 서플에 추가된 보니 핑크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지만, 보니 핑크의 팬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기존의 보니 핑크의 스타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곡으로 오히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일 것 같다), 역시 AI가 출연하고 작업한 힙합 풍의 곡 'What is a Life',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곡인 'USO' 등 한 곡 한 곡이 그 장르를 대표하는 특성을 아주 잘 수록하고 있다. 특히 감옥에서 펼쳐지는 힙합 스타일의 곡 'What is a Life'는 인트로 부분에서 죄수 복을 입은 여죄수들을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워크부터,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도미노식 안무와 멜로디가 강조된 반전되는 후렴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힙합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좋아하는 이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 곡의 카메라 워크나 연출 방식은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봐왔던 그대로의 방식이라 놀랍기 까지 했다(마치 레이서인 슈마허가 자선 축구 경기에서 전문 축구 선수들이나 선보일 법한 발리 슛을 선보였을 때의 느낌이랄까).



(마츠코의 행복한 한 때, Happy Wednesday~)

음악이 삽입된 부분의 놀랄 정도의 높은 완성도가 단순히 CF감독 출신인 감독이 연출한 것 때문만이라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역시나 그 내면에는 철저한 분업화가 있었다. 위에 언급했던 주요 곡들은 모두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을 맡기는 했지만, 기본이 되는 콘티는 모두 다른 감독들이 작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노래가 전혀 다른 것처럼, 영상의 분위기도 주인공만 마츠코로 같을 뿐 완전히 각각 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자주 언급하지만 뮤지컬 팬으로서 놀라웠던 점은 감독이 뮤지컬을 처음 연출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고전 뮤지컬의 틀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등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노래를 주고 받거나, 삽입되는 부분에서 일정한 형식의 패턴이 존재하는데, <혐오스런 마츠코>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찝어 내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절로 웃음이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웃겨서가 아니라 너무 흥분이 되어서였다).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는 <매그놀리아>의 후반 부 노래 장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매그놀리아>에서 지루하고 우울한 각 인물들의 삶과 인과관계를 'Wise Up'이라는 에이미 만(Aimee Mann)의 노래를 통해 완벽하게 정리해 낸 것처럼, 영화 내내 삽입되어 주 모티브가 되었던 ‘구부렸다 몸을 펴서(まげてのばして)’이라는 동요에 맞춰, 마츠코의 인생을 함께 했던 인물들이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 장면은, 영화를 보며 느꼈던 오만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정리해 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음악과 더불어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시작부터 지나치게 붉은 색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외곡 된 색감과 뿌연 영상 등으로 진행되는데, 각 장면 마다 스타일에 맞게 영상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내용적인 면에 따라서도 영상을 달리하여, 제 3자가 마츠코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꿈 꾸는 듯한 뿌연 영상은 끔찍한 인생을 살아온 마츠코 자신이 항상 꿈을 꾸고 있음으로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 주기도 한다. 영화의 내용은 지워져도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혐오스런 마츠코>는, ‘디즈니 영화의 히로인이 실수로 다른 문을 열어버린다면 마츠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했다는 말처럼, 디즈니 만화에서나 볼 법한 형형색색의 이미지들과, 또 ‘백설공주’가 숲속을 산책할 때나 봤던 것 같은 꽃들과 나비 때도 그렇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상을 담고 있다. 외곡 된 색감은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기법이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영화를 좀 더 영화스럽고, 판타지적으로 그리려는 데에 있어 강렬한 색감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데 공헌을 했다고 하겠다(한 얘로, 영화의 자료 사진들 가운데 색감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 사진들을 보게 되면, 이 영화가 만약 이대로 일반적인 색감으로 제작이 되었다면 얼마나 심심한 영화가 되었을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한 감독의 생각답게,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도록 설정한 장면들이 있는데, 일단 영화의 인트로 크래딧부터 이 같은 의도를 대놓고 강조하고 있다. 'Memories of Matsuko'라는 영화의 제목과 나카타니 미키의 이름 등 주연 배우들의 이름들을 마치 고전영화 ‘벤허’에서나 볼 법한 강조된 폰트로 나열한 이 시작 장면은, 이 영화는 고전 영화의 특성들을 재미와 더불어 새롭게 승화시켜보겠다는 거침없는 포부를 담고 있는 하나의 선전 포고로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의 초반 마츠코가 교사이던 시절, 강에서 배를 타고 학생들과 노래하는 장면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아이들과 집 앞 강가에서 커튼으로 만든 옷을 입고 노래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밖에는 없었으며, 영화 속에 은근히 계속 등장하는 ‘서스펜스 극장’ 시리즈는 정말로 웃길 려고 작정하고 만든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마츠코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에 밝힌 것처럼, 이 영화는 마츠코를 위한 영화이자, 나카타니 미키의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나카타니 미키에 대해서는 이전에 <전차남>이나 우리 영화 <역도산>에 출연했던 여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혐오스런 마츠코>를 보고난 뒤에는 앞으로 가장 주목하는 여배우가 되어 버렸다(마츠코를 보고 난 뒤,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는 <역도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마츠코 에서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적응이 잘 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 나카타니 미키를 캐스팅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원작을 잘 알고 있고, 마츠코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유쾌한 방식으로 새롭게 각색하려는 감독과 많은 언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영화가 완성된 뒤 촬영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나 언론에서도 많이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감독에게 ‘죽여버린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혹독한 대우를 당한 나카타니 미키는, 영화를 찍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자신 역시 감독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러한 생각을 모두 접었다고 한다. 사실 ‘마츠코’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연기와 노래와 춤은 나카타니 미키가 아니면 마츠코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머금게 하는 열연을 펼쳤다. 특히나 서플에 담긴 인터뷰 장면이나 다른 영화에서 그녀가 출연한 모습을 보면, 그녀가 만들어낸 ‘마츠코’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혐오스런 마츠코>에는 주연인 나카타니 미키 외에도 여러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는데, 마츠코를 제외하면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쇼’ 역할은 신세대 배우 에이타가 맡고 있다. 사실 에이타의 경우 개인적으로도 TV시리즈 <노다메 칸타빌레>와 영화 <좋아해>에서 인상적으로 봤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우스운 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냥 어디서 많이 본 배우인데 하는 생각밖에는 못했다는 것이다(그만큼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듯). 에이타 외에도 <허니와 클로버>에 출연했었던 이세야 유스케가 ‘류’ 역할로 등장하고 있고, <워너보이즈> <일본침몰>에 출연했던 에모토 아키라, 그리고 유명 뮤지션 보니 핑크가 직접 출연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이 눈에 띤다. 그리고 <메종 드 히미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시바사키 코우도 거의 우정출연에 가까운 분량에 출연하고 있는데, 나카타니 미키보다 시바사키 코우에 더욱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영화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인 줄 알았을 정도로, 두 배우의 얼굴이 너무도 닮은 듯하다.


DVD매니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극장을 나오는 순간(아니 보는 내내), DVD가 언제나 출시될까, 어떻게 출시될까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국내에는 지난 6월 말 일반판이 출시되었고, 이번에 필름컷과 고급 양장본으로 한정판이 추가로 출시되었다. 사실 <혐오스런 마츠코>의 경우 너무 좋아하는 영화가 되어 버려서, 일본에서 출시한 코드2의 애장판을 구매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자막 없음과 가격의 압박에 비한다면 국내에 출시된 한정판도 이 아쉬움을 덮을 만한 소장가치 높은 패키지로 출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장으로 제작된 겉 패키지도 물론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70페이지 가량에 달하는 올 컬러 화보집은 이번 한정판만의 최대 장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영화가 개봉 당시 그리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지 못한 경우, 매우 단순한 패키지의 DVD로 출시되었던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혐오스런 마츠코>의 경우는 DVD로서도 만족할 만한 패키지로 출시가 되어 우선 반가운 마음이다.



16:9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전체적으로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일본 영화의 경우 대체적으로 화질 면에서는 아쉬운 타이틀이 많았었는데, 그에 비한다면 화려한 영상이 주가 되는 마츠코의 경우, 다채로운 색감과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이 그대로 살아있는 만족할만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과도하게 붉거나 뿌연 화면은 의도된 것임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사운드의 경우 DTS와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하고 있는데, 음악과 노래들이 많이 수록된 작품임으로 사운드의 중요성은 다른 타이틀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의 경우 음악 타이틀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높은 서라운드의 활용을 들려주고 있는데,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볼륨을 살짝 줄여야 할 정도로 이 부분의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기본 대사의 경우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쇼’의 음성이 다른 음성들에 비해 음량이 큰 편이라 조금 조절이 필요할 듯 하다.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음성해설과 멀티 챕터가 수록되어 있는데, 멀티 챕터의 경우 ‘마츠코의 역사’챕터와 ‘뮤직’챕터로 나뉘어 있어서, 각 분류에 따라 영화를 즐길 수 있고, 음성해설의 경우 주연배우인 나카타니 미키가 빠진 것이 무엇보다 아쉽지만, 나카시마 테크야 감독과 이시다 프로듀서의 주도 속에 펼쳐지는 이 음성해설 트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재미와 더불어 장면에 대한 설명도 엿들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각종 인터뷰와 메이킹 영상, 비디오, 그림 콘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일단 메이킹 영상의 경우 2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둘 다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고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메이킹 영상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메리트가 떨어지는 제작과정 영상으로 조금은 아쉬움을 남긴다. 일단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와 주연 배우인 나카타니 미키, 에이타, 이세야 유스케, 보니핑크가 참여한 인터뷰는 각각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는 원작을 어떻게 뮤지컬 영화로 각색하여 영화화 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에서는 이미 여러번 화제가 되었던 감독과의 언쟁의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나카타니 미키의 인터뷰를 듣게 되면 바로 알 수 있지만, 그녀는 감독을 언급할 때 마다 꼭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붙일 정도로, 촬영 기간 내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인터뷰 영상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각 배우들마다 따로 챕터를 두어서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게 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챕터의 나눔 없이 통째로 수록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혐오스런 마츠코를 즐기는 방법’에서는 극중 사와무라 메구미의 성인 비디오 촬영 현장과 음란한 형사 트릴로지 등 그중 소품으로 잠시 등장하는 이 부분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역시 극중 TV시리즈인 ‘서스펜스 극장’의 촬영 에피소드도 담겨있다(서플을 보고 놀란 것이 의외로 이 서스펜스 극장 촬영의 경우 실제 낭떨어지 같은 곳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극중 화려한 문신이 새겨진 오쿠라 슈지의 몸에 과연 어떤 문구들이 새겨져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얼핏 보기엔 무섭기만한 이 문신들에 얼마나 황당하고 단순하며 재미있는 문구들이 써있는지는 꼭 서플을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이 밖에 비디오/그림 콘티에서는 앞서 음악을 설명할 때 이야기 했던 것처럼, 각 노래들마다 다른 사람이 콘티를 짠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콘티가 얼마나 상세하게 미리 작업되었으며, 그에 따라 마치 뮤지컬을 연습하듯, 댄서들이 안무를 짜고 연습하는 과정도 담겨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근래의 보았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새롭고 가장 다양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며,
가장 깊은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사실 일본 영화의 경우 팬들이 아니라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한데, 그렇기 때문이 이러한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이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아쉽기만 하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보는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 하고, 주인공에게 완전히 동화되도록 만든 연출력과 그 어느 뮤지컬 영화도 부럽지 않은 노래와 춤,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은 ‘혐오스런’ 제목과는 달리 너무나도 ‘사랑스런’ 영화로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 잡을 수 밖에는 없는 멋진 영화였다.

글 / ashitaka


Matsuko Medley



어마어마한 페르시아 대군을 이끄는 크세르크세스 황제가 스파르타에 밀사를 보내 복종을 권유하자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은 가차 없이 밀사를 베고 전의를 불태운다. 의회는 신탁을 빌미로 전쟁을
반대하지만 레오니다스 왕은 300명의 정예 부대를 이끌고 페르시아 대군의 진격을 막을 비책을 세운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와 출중한 무예 실력을 바탕으로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는 스파르타 정예군의
활약에 힘입어 일순 승리에 대한 희망이 엿보이는가 싶었으나 미처 예기치 못했던 배신으로 말미암아
레오니다스 왕과 300명의 정예군의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



영화 <300>은 알려졌다시피 BC 480년 7월 제 3차 페르시아 전쟁 때 테살리아 지방의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일어난, 역사 속의 실제 전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전쟁의 대한 옛날의 역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역사’임과 동시에 ‘전설’이기도 한데, 이 테르모펠레 협곡의 전투야 말로 ‘전설’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신화적인 역사로서, 어쩌면 영화화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소재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300 스파르탄>이라는 영화를 보고 이 전투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프랭크 밀러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소재를 자신 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그래픽 노블로 써내는데 성공하였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던 <씬 시티>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300>역시 원작자이자
총 제작 지휘를 맡은 프랭크 밀러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화나 만화 등 다른 매체로 그려내기에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이 역사를,
프랭크 밀러가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냈는데, <씬 시티> 영화와 그래픽 노블을 모두 접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듯이, 프랭크 밀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화하려고 할 때,
그 어떤 감독이라도 원작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즉 프랭크 밀러의 원작을 무시하고
다른 방식으로 새롭게 그리는 것 보다는, 프랭크 밀러의 조언 하에(그것이 공동감독의 형식을 취하든,
총 제작 지휘의 형식을 취하던지 말이다) 그가 창조해낸 장면들을 더 충실하게 영화화 하는 것이
오히려 영화적인 장점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감독과 제작자가 모두 깨달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프랭크 밀러의 작품들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영화 장면으로 옮겨도 좋을 만큼
(마치 영화화를 위해 만들어진 콘티 북처럼), 영화화에 있어 너무나도 완벽한 원작으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다들 왜 이 소스와 그래픽 노블이 영화화 되지 않았을까를 의아해하고 있을 무렵,
제작자는 어렵게 프랭크 밀러에게 영화화 승낙을 받는 데 성공하였고, <새벽의 저주>로
자신 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전했던 잭 스나이더에게 감독직을 제안하여
결국 스크린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300>을 정의하는 표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꼽으라면 아마도 액션과 스타일
(혹은 스케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300>은 근래의 액션 영화들 가운데 가장 액션에
충실한 작품이며,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액션 장면을 관객의 뇌리에 깊게 새긴 작품이었다.
<300>은 최근 액션 영화들처럼 강력한 최신 무기의 가공할 만한 화력이나 화려함도 없고,
오히려 BC 480년의 고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액션 장면을 연출 하는데 있어 조금은
밋밋한 감이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스파트타 군사들의 복근 가득한 액션이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오토봇들의 화려한 변신 순간만큼이나 황홀했던 것은 액션을 그려내는 스타일리쉬한 방법에 있었다.
<300>은 액션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슬로우 모션 기법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 액션 영화에서 점차 그 사용 빈도수가 줄거나 사용된
장면에서도 오버하는 느낌만 받았던 것에 비해, 이 영화에서는 액션을 그리는데 있어 슬로우 모션만큼
이를 극대화시키는 기법은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300>의 액션은 R등급을 받았을 만큼
매우 잔인한 수준인데, 목이 잘리고 잘린 목의 단면을 리얼하게 굳이 또 보여주기도 하며,
긴 창으로 리얼한 효과음과 함께 쑥쑥 찔러대기도 하지만, 이러한 영화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만 아니라면,
이러한 장면이 너무 잔인해 눈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그저 영상의 미학으로
‘먼저’ 느껴지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너무 잔인해 진 액션 영화들 때문에 폭력성과 잔인함에 익숙해져서
무뎌 졌다기 보다는, 초감각적인 영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씬 시티>를 처음 극장에서 보았을 때, 이전에는 없었던 스타일에 정말 놀라고 감탄했었는데,
이 영화 역시, 보는 내내 비슷하면서도 한 편 새로운 스타일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일단 상당 부분이 나레이션으로 진행이 되는데, 여기에서야 말로 프랭크 밀러 특유의 남성다운 필체가
진하게 묻어난다. 대놓고 이야기하자면 <300>은 거의 완벽한 ‘남성’영화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단순히 잔인한 액션 장면 때문만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거칠고도 간결한 문체에
더 큰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얘를 들어 300명만으로 엄청난 대군을 상대하며 피비린내가 나다 못해,
썩어 문드러지고, 시체들이 넘쳐나다 못해, 시체들로 높은 벽을 쌓을 지경이지만, 그 순간에 흐르던 나레이션은
더할 나위 없이 너무나도 간결한 그 자체이다.

‘시작이 좋았다’

실컷 피 흘리고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겨우 이겨내 하루를 마치고 한다는 말이, 첫 날부터
시작이 괜찮았다 라는 것이다. 이런 쿨 한 스타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매체에도 자주 언급되었던
 ‘오늘 저녁은 지옥에서 먹자’라는 투의 대사를 비롯하여 이런 다분히 남성적인 대사들을 듣게 될 때,
저 속 먼 곳에서 피가 끓어오름을 느끼는 것은 남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반지의 제왕>시리즈가 엄청난 흥행을 거둔 이후로 웬만한 스케일에는 관객들이 놀라거나
흥분하는 일은 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인데, <300>역시 그 동안 없었다고 할 만큼 엄청난 스케일은
아니지만(숫자적으로), 분위기와 연출력, 스토리상의 이유로 인해 동일한 스케일일지라도 오히려 배로
느껴지는 효과를 내고 있다.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판타지 물에서나 볼 법한 기괴한 크기와
생김새의 동물들이나, 기괴한 가면을 쓴 페르시아의 정예부대 ‘이모탈’, 그리고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왕
‘크세르크세스’의 신비스럽고도 소름 돋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것들이 어디 선가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느낌이 전혀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확히 그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데에는,
<300>만이 갖는 특유의 만화적인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갖는 태생적인 장점인)
분위기 때문이었다.

<300>이 한 편에선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반면, 다른 한 편에선 논란 거리가 되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이 영화가 실존했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전쟁을 그린 방식 때문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테르모필레 협곡의 전투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패의 분수령이 되었고,
이후 동서양의 구분에 대한 개념 또한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 시초가 되기도 했을 만큼 중요한 전투였다.
실제로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소수 정예의 스파르타 부대가 페르시아의 대군을 맞아 싸운 것도 사실이고,
레오니다스 왕을 비롯한 모든 병사가 전사한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와 사실 간에 다른 점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영화 속 스파르타의 모습을 보면, 전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정의롭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선하고 용기 있는 존재로 그려지는 반면, 페르시아의 모습은 폭군과 악한으로만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어느 쪽이 절대 선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강인한 스파르타의 군대에 비해 페르시아 군대는 오합지졸이며(물론 스파르타 군대가
 ‘스파르타식’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훈련과정이 혹독했던 것은 사실이나),
일부는 인간이 아닌 듯한 괴물의 모습으로 까지 그려지고 있는데, 이 같은 모습은 분명히
현재 그 지역에 살고 있는(이란) 사람들이 보기에는 결코 달가운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백인들은 자유를 수호하는 영웅이고 유색인종들은 미개인과 악당으로
그려진 것에 대해 인종 차별에 대한 골 깊은 인식이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도 터져 나오기에
이르렀는데, 결과적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은 올리버 스톤 같은 정치적인 감독도 아닐뿐더러,
영화나 프랭크 밀러의 원작 자체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작품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크게 문제 삼을 정도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만약 영화의 오프닝에
‘이 영화는 100% 실화입니다’ 라던가 하다못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하는 식의 문구가 있었다면
논쟁거리가 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영화에 대해 정치적으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이 영화가 사실상 전쟁을 함께 했던 스파르타 군의
한 명인 ‘딜리오스 (데이비드 윈햄 분)’의 관점에서 서술된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에 전재 했을 때,
 ‘레오니다스’왕을 신격화 시킨 것처럼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된다.

사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덧붙이자면, 영화 속 스파르타는 자유를 수호하는 유일한 나라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 스파르타에는 노예제도가 존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예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계급차가 존재하지 않는 평등(?)사회였다고 한다. 즉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한 편으론 가장 자유롭지 못한 나라가 스파르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00> DVD는 미니 아트북을 포함한 스틸북 한정판과 일반 케이스의 일반판으로 나누어 출시되었다.
스틸 케이스의 경우 디스크를 빼고 넣을 때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일반 킵 케이스나 디지팩 보다는 소장하는데 있어서는 좀 더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정판에 포함된 미니 아트북은 'Dark Horse Book'에서 출시한 '300 : The Art of the Film' 발췌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17페이지 가량의 분량으로서 원작 그래픽 노블과 영화를 비교한 컷들과 분장이나
도구의 이미지 컷, 콘티와 촬영장의 모습 등 많지 않지만 매우 유익한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300 : The Art of the Film'의 풀 버전은 128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다).



16:9의 화질은 최근 워너 타이틀의 화질이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고, 차세대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줄 만큼 뛰어난 화질을 담고 있다. 영화 자체가 워낙에 어두운 장면이 많고 거친 입자가 강조된
표현들이 많은데, DVD로서는 레퍼런스 급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뚜렷한 색감과 질감의 표현이 뛰어나다.
특히 HD급 디스플레이에서 재생을 하였을 때에도 SD급 소스를 HD급 디스플레이에서 재생하였을 때에
생기는 이질감의 정도가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상 차세대 미디어가 속속 발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DVD의 화질, 음질을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까 싶기도 하지만, DVD로서는 담을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를 수록하였다고 하면 간단히 정리가 되지 않을 듯 싶다.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돌비디지털 5.1채널치고는 기본 음량이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센터 스피커의 대사 전달도 매우 뚜렷하였다.
영화가 영화인지라 우퍼 스피커가 거의 쉬지 않고 활약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우퍼 특유의 소리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겐 단점아닌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차세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참고로 300의 블루레이와 HD-DVD는 해외판이 현재 프리오더 중이며, 워너브라더스의 차세대 미디어 런칭이
공식 발표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글자막이 포함된 300의 블루레이와 HD-DVD를
내년 초쯤에는 만나볼 수 있을 듯 하다).



DVD는 총 2장의 디스크로 구성이 되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감독과 스텝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다. 전반적인 느낌을 이야기해보자면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것 치고는 서플먼트가 양적이나 질적으로 조금 아쉬운 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이전에 리뷰했던 <드림걸즈 LE>의 서플먼트가 매우 만족스러웠던 것에 비한다면).
'Behind the Story : The 300 - Fact or Fiction?'과 'Who Were the Spartans? : The Warriors of 300'에서는
300의 배경이 되고 있는 역사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데,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실제 스파르타의 정치제도나 상황은 어땠는지, 영화 속 주인공인 레오디나스 왕이나 고르고 왕비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영화 속에 등장한 배경이나 사건들이 어디 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알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서플먼트였다(개인적으로 주연 배우의 인터뷰 등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이 서플먼트가 가장 흥미로웠다). 'Frank Miller Tapes'에서는 프랭크 밀러와 잭 스나이더 감독,
코믹스 관계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원작이 쓰여 지게 된 계기와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영화화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Making of 300'에서는 감독과 주연 배우,
프랭크 밀러의 인터뷰가 영화 장면과 함께 수록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총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메이킹 필름과는 달리 6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설명과 함께 3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좀 더 풍부한 양과 내용의 서플먼트가 수록되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300>의 화려한 영상미와 박력 있는 사운드를 즐기기에 현시점에서는 만족할 만한 선택이 될 것 같다.
아마도 차세대 미디어 플레이어가 있는 이들이라면 300 DVD를 보는 동시에 블루레이나
 HD-DVD가 출시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글 / ashitaka


뮤지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드림걸즈'는 국내에서는 개봉이 현지보다 늦은 탓에 영화를 실제로 보기도 전에,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의 수상 장면이나 공연 장면을 먼저 접하게 되었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전미지역에선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수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해도,
그저 팝스타 비욘세와 한물 간 에디 머피가 주연한 코믹 뮤지컬 정도로 생각했었다. 사실 뮤지컬 영화의
광팬 임에도 불구하고 비욘세와 에디 머피가 주연이라는 점만 보고 그저 그런 영화일 것이라는
심각한 판단의 오류를 범해버렸고, '시카고'의 시나리오를 썼던 빌 콘돈을 비롯하여,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뮤지컬 스텝들이 참여하고 있는 그야말로 '정통' 뮤지컬 영화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도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살짝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이 영화 '드림걸즈'가
놀라운 뮤지컬 영화로 기억되는데 있어, 이전에 시시한 영화로 미리 짐작하게 했던 장본인인
이 두 사람의 놀라운 변신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영화 '드림걸즈'는 다들 알다시피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와 뮤지컬 모두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인 모타운 레코드의 전설적인 그룹이었던
 '슈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슈프림즈'는 그 자체로서도
워낙에 유명한 그룹이었지만, 리드 싱어 '다이애나 로스'가 속했던 그룹으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데, 여타 유명 뮤지컬 작품들이 그러하듯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Dreamgirs', 'Steppin' To The Bad Side' 등 주요 수록곡들은
팝 넘버 못지않은 히트를 기록했고, 여주인공이었던 제니퍼 홀리데이(에피 역)는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사실 국내에서 뮤지컬 '드림걸즈'는 '오페라의 유령' 이나 '캣츠',
'아가씨와 건달들' 등처럼 다른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다 덜 알려졌던 것이 사실인데,
어쩌면 그래서 더욱 영화가 새롭게만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연스레
오리지널 뮤지컬 사운드트랙을 찾아 들어보게 되었는데, 공연을 본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운드트랙을
들은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원작이 뛰어난 작품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임에도, 갑자기 초 기대작으로 급선회하게
된 것은 이례적으로 먼저 들어본 사운드 트랙 때문이었다. 사실 영화 사운드 트랙이나
뮤지컬 사운드 트랙 같은 경우, 작품 속에서 듣게 되었을 때, 혹은 작품을 다 감상한 뒤 작품을 떠올리며
들을 때만이 진정한 감흥이 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사운드 트랙을 영화 감상 전에 듣게 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는데(이상하게 끌렸다 ^^;), '드림걸즈'의 수록곡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로도 매우 뛰어나고 충분히 훌륭한 팝 음악이었다. 더군다나 모타운 사운드를
너무도 좋아하는 본인으로서는 아련한 모타운 사운드의 향수가 느껴지는 곡들이 가득했다.
사운드 트랙을 듣고 생각하게 된 것은 ‘영화를 보기 이 전임에도 이렇게 곡들이 좋은데,
그렇다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곡들이 더 얼마나 좋아질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사운드 트랙을 듣고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면, 뮤지컬 사운드 트랙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놀라움이었다.
물론 템포나 세련된 면에서 조금 현재의 음악과는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거의 영화에 수록된 곡들이 별다른 큰 편곡을 거치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원곡이었다. 특히나 몇몇 곡에서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나 노래 중간에 등장하는
대사들까지 그래도 100% 일치하는 것을 들었을 때, 원곡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 하는 감탄과 동시에,
반대로 영화 '드림걸즈'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고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곡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세련되게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아무래도, 뮤지컬의 음악을 맡았던 Henry Krieger와 Tom Eyen이 영화 음악을
그대로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라 생각된다.



한 때 전성기를 누렸던 뮤지컬 영화들을 생각하면 최근의 경향은 아무래도 양적에서나 질적에서나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 일 텐데, '드림걸즈'가 재미와 동시에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전형적인
뮤지컬 영화의 방식을 상당부분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뮤지컬 영화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그저 노래나 몇 곡 삽입된 형식들도 일부에서 뮤지컬 영화라고 불릴 정도로
이른바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가 없었는데 (최근 개인적으로 본 작품 중에 진정한 뮤지컬 영화가
 불릴 만한 작품은 '프로듀서스' 뿐이었다), '드림걸즈'는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본 DVD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빌 콘돈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지만, ‘노래를 위해서 이야기나
액션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뮤지컬 영화의 일종의 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한 뮤지컬이라던가 대중에게 깊게 각인되지 못한 뮤지컬들이 범하는
가장 대부분의 실수가 인물들이 갑자기 생뚱맞게 노래한다는 것일 텐데, '드림걸즈'의 경우
30곡이나 되는 노래가 삽입되었음에도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같이 자연스러움을 이어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에는, 아마도 주인공들의
직업이 가수라는데 있을 것이다. 감독의 말과 같이 주인공들이 가수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노래하고 하는 모습에 있어 관객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인데, 무대 위와 무대 뒤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림걸즈'는 이 같은 점에서
장점을 타고 난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슈프림즈'나 '모타운 레코드', '다이애나 존스' 등
실명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슈프림즈'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다른 캐릭터들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이 영화의 가장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는 'Jr'라는 호칭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타운의 창립자인 '베리 고디 주니어'를 모델로 삼고 있는 캐릭터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의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당시 백인 음악 (디스코)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 흑인음악을 주류로
대두 시키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영화 속 '드림걸즈'의 경우처럼 에피가
메인 보컬로 있던 그룹을 디나를 메인 보컬로 변화시키면서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재능과 선관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정반대로 위와 같은 상업적인 이유로 인해 팀 불화나 갈등을
만들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으며, 정통 흑인음악이라고 하기 보다는 백인 취향에 맞는
멜로디 위주의 말랑말랑한 사운드로 일부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여담이지만 모타운의 또 하나의 최고의 밴드였던 '잭슨 5 (Jackson 5)' 역시 어느 시점에서
메인 보컬이었던 마이클 잭슨을 부각시키면서 ‘마이클 잭슨과 잭슨 5’로 변모시키며 솔로로서
마이클 잭슨을 부각시키기도 하였지만, 한 편으론 동생만이 크게 주목 받는 탓에 형제간에
불화가 생기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었다). 잭슨 5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중 공연에서
등장하는 남성 5인조 밴드는 누가 봐도 잭슨 5를 모델로 한 그룹이다. 여기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설정 장면이 지나가는데, 무대 뒤에서 마이클 잭슨에 비유되는
어린 메인 보컬이 디나 존스의 대기실 앞에서 몰래 기다리며 옅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 다이애나 로스를 가장 좋아했었고,
더 나아가 다이애나 로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주 짧은 순간 지나간 장면이지만, 이러한 관계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에디 머피가 맡은 '제임스 ‘썬더’ 얼리'는 제임스 브라운 (James Brown)을 직접적으로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극중에서 직접적으로 지미가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한 것으로
보았을 때, 정확히 그렇다기 보다는 제임스 브라운과 재키 윌슨 (Jackie Wilson)을 적절히
결합한 인물로 그려진다. 'Steppin' To The Bad Side'를 부를 때 무대 위에서의 지미의 모습은
제임스 브라운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한 편 후반 부에 'Patience'를 부를 때에는 이 곡이
마빈 게이 (Marvin Gaye)의 'What's Going On'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 그런지
마빈 게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드림걸즈'가 완벽한 뮤지컬 영화로 불리는데 큰 공헌을 한 다른 요소들을 꼽자면, 누가 뭐래도
배우들의 열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말이 나온 김에 지미 역을 맡은 에디 머피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제작진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에디 머피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헐리우드에서 탑 코미디 배우로 연기하면서
한 번도 영화 속에서 본격적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 적이 없었고, 코미디가 아닌 정극 연기를
펼친 적은 더 없었으며,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적은 아마 더 없었을 것이다.

에디 머피 자신도 캐스팅을 제의 받고 2달 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을 정도로,
에디 머피에게 이 영화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에디 머피라는
배우는 새롭게 재조명 되게 되었으며, 그 동안 코미디 배우로만 알았던 그에게 이 같은 재주가 있는 줄
새롭게 알게 된 관객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특히 극 중의 노래들을 직접 소화해냈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점인데, 그간 그가 영화 속에서 노래를 제대로 선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노래 실력을 알 턱이 없어서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소화해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고난도의
곡들을 맛깔스럽게 불러재끼는 에디 머피의 모습을 보면, ‘와, 이 배우가 내가 그 동안 알고 있던
에디 머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열연을 펼쳤다(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에디 머피는
아주 예전에 솔로 음반을 2장정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예전에 출연했던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 (Coming to America)'에서 그가 불렀던 노래가
바로 재키 윌슨의 'To Be Loved' 였다는 것). 진지한 연기와 더불어 그 놀라운 노래 실력만으로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이 결코 그냥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드림걸즈'로 인해 가장 주목 받게 되었고, 이 영화에 주인공 한 명을 꼽으라면 그건 누가 뭐래도
에피 화이트 역할의 제니퍼 허드슨 일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그녀는 영화 속 에피처럼 이 영화를 통해 명실공이 스타로 우뚝 서게 되었다
(제니퍼 허드슨과 더불어 에디 머피나 비욘세 역시 극 중 캐릭터들과 너무나도 흡사한 점이
많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노래 실력은 그야말로 가공할만하다.
그녀가 보여주는 열창의 순간들은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곡들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곡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녀의 보컬과 연기가 최고조에 이른 멋진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촬영되어 북받치는 감정을 연기하는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비욘세나 제이미 폭스, 에디 머피 등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 테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에는 모두 제니퍼 허드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는,
'드림걸즈'는 바로 제니퍼 허드슨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드림걸즈'를 보고 있노라면 포커스가 에피 역할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거의 처음 조연을 맡은 에디 머피의 경우처럼 비욘세가 어쩌면 자신이 포커스가 아닌
디나 역할을 멋지게 연기한 것은 보여 지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적인 요소의 중심이나 좀 더 보컬을 뽐낼 수 있는 곡들이 많은 역할도 에피 화이트 역할인데,
(제니퍼 허드슨이 비욘세와 함께 녹음하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던 것처럼)슈퍼스타인 비욘세가 처음부터 에피 역할이 아닌 디나 존스 역할을 원했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욕심을 내지 않은 그녀의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비욘세는 그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는 하였지만,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그저 팝스타로서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오히려 팝스타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비욘세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을 때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더군다나 '데스티니스 차일드 (Destiny's Child)' 시절이나 솔로 앨범을 들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룹에서나 솔로에서나 비욘세 보컬의 역할은 파워풀한 것에 있는데,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해
자신의 본래 보컬을 자제하면서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제니퍼 허드슨처럼 이렇다 할 상복은 없었지만, 어쩌면 몇 편 못하고 영화의 꿈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를 그녀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비욘세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드림걸즈'는 그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단 한 번의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최근 출시된 DVD는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듯 본편과 서플먼트를 담은 2장의 DVD와 1장의
사운드 트랙 CD를 수록한 패키지로 출시되었는데, 스펙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모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담고 있다. 2.35:1의 본편 화질은 최근 출시작답게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6,70년대의 화려한 색상들이 살아있는 색감과 거의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화질은 DVD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화질이다. '드림걸즈'는 블루레이로도 출시가 되었는데 차세대 미디어의 화질을
생각하지 않는 다면,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화질이라 하겠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수준급이다. 음악이 위주가 된 타이틀이라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노래들은 공연장에 있는 듯 한 공간감과 화려함이 느껴지며,
노래의 보컬 사운드 역시 센터 스피커를 통해 깔끔하고 깊게 전달되고 있다.
DTS가 수록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선명한 노래의 전달과 그 와중에도
적극적인 채널 분리도로 인해 실감나는 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사운드는 별다른 아쉬운 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번 타이틀이 반가운 점은 사운드트랙 CD가 보너스로 수록된 점 보다, 다양하고 알찬 서플먼트가
담긴 이유 때문일 것이다. 본편 디스크에는 30분이 넘는 미공개 확장씬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영상은 극중에서 잠시 스쳐갔던 노래라던가 장면들은 풀 버전으로 수록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노래가 나오는 장면만 따로 감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딱 맞는 서플먼트라 하겠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메이킹 필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1장의 디스크에 수록되긴
하였지만 양적으로도 여느 확장판이 부럽지 않은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질적으로도
음성해설 누락의 아쉬움이 잊혀질 만큼 매우 유익한 영상과 인터뷰들이 수록되었다.
'Building The Dream'에서는 전체적으로 원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영화화가 되기까지의 과정, 주요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 안무와 음악,
촬영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요목조목 잘 정리되어 담겨있다. 감독인 빌 콘돈과 주연 배우들, 제작자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음성해설 못지않은 많은 정보들을 전해준다.

의상과 조명에 대해서는 따로 'Dressing The Dreams' 와 'Central Stage : Theatrical Lighting'라는
제목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의상과 조명이 얼마나 영화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는 서플먼트다. 특히 마치 고증하듯 당시의 무대를 제현하는 동시에 뮤지컬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을 카메라에 그럴듯하게 담기 위해 조명에 얼마나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는지도 알 수 있다. 'Auditions And Screen Tests'에서는 비욘세와 아니카 노니 로즈,
그리고 안무를 맡은 파티마 로빈슨 안무단의 오디션과 테스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극 중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며 열창하는 모습과 연기를 동시에 보여준
아니카 노니 로즈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Steppin' To The Bad Side'의 안무를 펼친 테스트 영상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제작진이 춤은 추지 않아도 된다고 했음에도
미리 한참을 연습해온 춤과 노래, 직접 준비한 헤어와 의상까지, 완벽한 상태로 오디션에 임한 비욘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반대로 얼마나 비욘세가 이 역할을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드림걸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완벽한 뮤지컬 영화였다. 훌륭한 브로드웨이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가져옴에 있어서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장점들을 그대로 옮겨오는데 성공했고,
뛰어난 원곡들을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편곡하는 데에도 성공했으며,
뮤지컬의 장점은 모두 흡수하는 한 편, 영화만의 매력 또한 맘껏 뽐낸 작품이었다.
또한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왠지 모를 향수와 함께
왠지 모를 미소를 짓게 만드는 흐뭇한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제 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 후보로 오른 한 곡이 특별히 주목을 끌었다.
바로 멤피스 지역의 30대 포주 남자의 꿈을 랩으로 풀어낸 영화 '허슬 앤 플로우'의 주제곡
'It's Hard Out Here For a Pimp'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랩 뮤직으로
시상식에서 공연을 하게 된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21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촬영 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허슬 앤 플로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꿈이라는, 진부하고도 단순한 진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젊은 시절 랩퍼를 잠시나마 꿈꿨던 한 남자가 있다. 그러나 현재 그는
멤피스 지역에서 몇몇 창녀들을 등쳐먹는 포주로 살아가며, 대마초 판매까지 하는 등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마초 값으로 대신 받은 작은 키보드 하나로 인해
그가 예전에 꿈꿨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금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 와중에 우연히 학창 시절
절친한 친구이자 현재는 사운드 엔지니어 일을 하고 있는 '키'를 만나게 되고, 자주 들르던 아넬 바에서
예전 친한 사이였던 힙합 스타 스키니 블랙이 아넬 바에서 파티를 벌인다는 소식을 듣는데,
그는 이 기회에 자신이 만든 곡을 스키니에게 전달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의 누추한 방을 작업실로 꾸며
동료들과 함께 곡을 만들게 된다.



사실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이겨가며 자신만의 꿈을 이어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의 꿈이
뮤지션인 영화들은 이전에도 여럿 있어왔다. '허슬 앤 플로우'와 비교를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영화를 들자면 에미넴 주연의 '8마일'을 들 수 있겠는데, '8마일'과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을 꼽아보자면,
'8마일'의 경우 최악의 환경 속에서 꿈을 키워 가는 과정의 유사성은 있지만,
한창 꿈을 키워갈 나이인 지미(에미넴 분)에 반해 '허슬 앤 플로우'의 디제이(테렌스 하워드 분)는
불혹을 앞두고 있는,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남자다. 이 차이점은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영화를 규정짓는 가장 큰 요소인 '현실감'으로 크게 나타난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꿈꾸지만, 나이를 먹고 어느 덧 중년이 되면 그저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무게 때문에 꿈에 대해서는 잊고 사는 것이 보통인데, 영화 속 디제이 역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포주로서 살아가다가 우연한 기회에 꿈을 되찾고 여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된다.



'허슬 앤 플로우'에서는 꿈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를 양념만 섞어가며 보편적인 방법으로 풀어놓다가
어느 한 순간 반어법을 통해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디제이와 키, 셸비는 서로 각자의 일을
할 때는 몰랐으나 음악 작업을 하게 된 뒤 디제이에게 사고가 생겨서 다시 자신들의 일터로
돌아갔을 때 심한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 음악을 만들 때 이외에 일상에서의 시간들은
죽어있는 시간이었다는 대사는, 나이와 환경에 상관없이 계속 꿈을 꾸고 매진해야 한다는
감독의 직간접적인 메시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갖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는 멤피스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데에 있다.
블루스의 고장으로 알려진 멤피스에서 블루스, 락앤롤에서 파생된 랩 음악을 통해 멤피스의 문화
(흑인 문화라 하기보단 '멤피스'라는 직접적인 장소가 거론된 표현이 훨씬 정확할 듯하다)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포주라는 특별한 주인공의 직업 또한 영화적 줄거리를 위해
단순 설정 된 직업이 아니라, 많은 제작자들이 투자하기를 꺼려했음에도 포주라는 직업을 고수했을 정도로,
멤피스의 하나의 문화로서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허슬 앤 플로우'라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현실적'이라는 표현을 유독 많이 썼는데, 극 중 주인공들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 번이라도 음악을(특히 힙합 음악을) 만들어 본 사람들이라면 적극 공감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과정들을 담고 있다. 허름한 방에다가 재활용 컵 홀더팩을 이용해 방음을 하고,
몇 가지 장비들과 마이크를 연결하고, 킥과 스내어를 찍어가며 기본 비트를 만들고
그 위에 코러스를 얹고 마지막으로, 그 동안 메모장에 고이 적어두었던 가사들을 랩으로 입히는 과정은,
아는 사람일수록 더 공감할 만한 장면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테렌스 하워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레이'와 '크래쉬'를 통해 인지도를 얻었던 테렌스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냈다. 감독과 제작자가 몇 년 동안 테렌스 하워드가 아니면 안 된다고
그를 끈질기게 설득했을 만큼, 주인공 디제이는 그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다.
테렌스 하워드도 그 동안 자신이 맡아왔던 뒷골목 인생의 캐릭터들과 비슷한 직업의 캐릭터라
처음에는 계속 출연을 고사했다고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나서는 바로 빠져들 수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그가 출연을 고사했을 당시에는 시나리오조차 완성되지 않을 상태였기 때문).
테렌스 하워드 외에 몇몇 작품들에서 간간이 모습을 비춰왔던 DJ 퀄스와 타린 매닝, 안소니 앤더슨도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할 만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영화가 영화인만큼
소울과 펑키 뮤직의 대부로 불리는 아이삭 헤이즈(Isaac Hayes)와 영화 속과 마찬가지로
힙합 슈퍼스타인 루다크리스(Ludacris)도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16:9 와이드 스크린의 영상은 HD급 기기로 재생했을 때에는 아무래도 약간의 노이즈가
눈에 띠는 것이 사실이지만,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준수한 화질을 수록하였으며, 클로즈업 시
피부의 질감이나 원색의 색감 표현 등도 훌륭한 편이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센터에서
전해지는 대사 전달력도 준수한 편이며, 특히 음악이 흐르는 장면에서 좀 더 역동적인 스피커 활용을 들려준다.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타이틀치고는 아주 알찬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는데,
가장 먼저 눈 여겨 봐야할 서플먼트로는 감독인 크레이그 브로워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들 수 있겠다.
감독이자 시나리오를 쓴 각본가이기도 한 그 이기에 영화에 대한 넓은 시각에서의 총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이 영화가 직접적이진 않지만 감독 스스로의 이야기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된다.
음성해설 외에 'Behind the Hustle'에서는 전반적인 촬영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독립 영화로서 '허슬 앤 플로우'가 영화화되기까지 힘들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으며,
배우들의 오디션 장면들도 살짝 엿 볼 수 있다.
 
메이킹 필름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들 가운데
가장 놀랐던 점은 이 영화의 감독인 크레이그 브로워가 흑인이 아닌 백인이라는 점이었는데,
멤피스를 배경으로 한 완벽한 흑인 영화라면 흑인 영화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감독이 백인이었다는 점은
반전 아닌 반전으로 느껴질 정도이다(감독인 크레이그 브로워는 백인이기는 하지만, 멤피스 지역 출신이며,
그 지역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듯 영화 속 문화에 너무나도 익숙한 사람이었다).
이 밖에 다른 메이킹 영상에서는 실제 멤피스 지역에서 우연히 만난 '알 카포네'라는 랩퍼의 음악을
영화 음악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와 이 영화를 멤피스와는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바로 그 고향인 멤피스에서의 시사회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글 / ashitaka


Antonio Carlos Jobim

Live at the Montreal Jazz Festival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뮤지션 한 명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브라질리언 보사노바 음악을 직접 대체하는 의미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
그는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이며 기타리스트이기도 한데, 이 같은 그의 다양한 능력은 곡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멜로디가 강조된 곡들과 리듬이 강조된 곡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 이름만으로는 너무나도 유명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지만,
여태까지 그의 관한 영상물은 이렇다 할 타이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 최근 수입된
 'Live at the Montreal Jazz Festival' DVD는 그 동안 조빔의 라이브 실황을 머리 속으로만 그
려왔던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줄 만한 소식이다.

1986년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실황을 수록한 이 DVD에는 우리가 전주 부분만 들어도
익숙한 유명한 곡들이 즐비하다. 너무나도 유명한 'Girl From Ipanema'를 비롯하여 'One Note Samba',
'Wave' 등 총 13곡이 수록되었다. 조촐한 구성의 밴드와 여성 코러스, 그리고 피아노 앞에 앉아 읍 조리 듯
노래하는 조빔의 공연은, 화려하다기 보다는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무대 위에서 특별한 움직임이나 무대 장치가 없어 심심한 감도 없잖아 있지만,
피아노를 연주하며 밴드를 지휘하는 조빔의 표정을 엿 보는 것은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이 DVD는 1:33:1 풀스크린의 영상과 돌비디지털 2.0채널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20년이 훌쩍 넘은 공연이라는 점과 별도의 복원 작업 등이 없었던 이유로 인해 화질 자체는
DVD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운드 역시 돌비디지털 2.0채널만을 지원하고 있는데,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공연이기는 하지만, 멀티 채널 지원으로 좀 더 공연장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조빔의 라이브 타이틀을 비롯해
최근 독일의 'Jazzdoor'레이블에서 수입된 타이틀들은, 그 자체로서는 희귀하고 소장가치 높은
영상을 담고 있긴 하지만, 영상이나 음질 등 하드웨어 적인 스펙에서는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서플먼트로는 조빔의 인터뷰 영상을 담고 있는데,
역시 화질은 VHS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인터뷰 영상이라
소장가치는 스펙과는 별개로 따져봐야 할 듯 하다.

2007.05.15
글 / ashitaka



여성과 어머니, 알모도바르의 이야기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라이문다는 한없이 거칠고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녀는 기둥서방과 다름없는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둔
실질적 가장으로 모든 현실이 짐스럽기만 하지만, 뭐든지 해내는 억척스런 생활력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녀의 딸 파울라가 성추행 하려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날 밤, 라이문다의 언니 쏠레에게도 비밀스런 사건이 시작된다. 열정적이고 거친 라이문다와는
 다소 다른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쏠레는 고향인 라 만차에 다녀오는 길에
엄마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쏠레는 불법 미용실을 운영하며, 미용실 손님과 바람난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홀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엄마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라이문다에게 숨긴 채,
미용실 손님들에게 엄마를 러시아 노숙자라고 소개한다. 엄마는 미용실 손님들과 차츰 어울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쏠레의 현실에 적응해가지만, 정작 가장 만나고 싶었던
라이문다에게는 나타나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 59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6명의 여자 배우들이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귀향 (Volver)>은, <그녀에게> <나쁜 교육>등으로 잘 알려진 스페인 출신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최신작이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 스페인 특유의 정체성을 배경으로
감독 자신만의 빛나는 감수성으로 많은 팬들을 만들어낸 알모도바르는 <귀향>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십분 발휘하게 되었다. 특히 이 영화는 스페인의 라 만차 지역을 배경으로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어린 시절 주변 인물들이
대부분 여성들 밖에는 없었다는 그의 말과 같이, <귀향>은 전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에 위대함에 바치는 찬사의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라이문다 와 같이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강인한 여성들에 대한 찬사이자, 감독 자신이 밝혔듯
영화의 제목처럼 스스로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언젠가는 꼭 만들어야만 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이 영화에서 남성의 존재는, 그저 자신의 성적 욕구에만 매달리는
무능하고 본능적인 존재이자, 여성들의 모든 고통과 슬픔의 원인을 제공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귀향>은 전작 <나쁜 교육>처럼 감독 자신의 유년기에 대한 추억과 감정 등을 담고 있긴 하지만,
<나쁜 교육>과는 달리, 유머러스함이 기본에 깔려 있으며, 여기에 눈물을 자극하는 감동과 판타지,
미스터리한 요소까지 담아내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의 줄거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어머니의 캐릭터에 관한 미스터리. 감독은 어머니가 실제로 유령인가 아닌가 하는
미스터리를 영화 전반에 매우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단순한 미스터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영화의 주제와 완벽하게 결합시켜 나중에는 왜 어머니가 살아있음에도 평생을 유령처럼
살 수 밖에 없었는지를 말해주면서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유령일지도 모르는 어머니가
러시아 아줌마로 분해 손님들을 접하고, 손녀딸과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묘한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 파울라를 돌보았듯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슬픔을 갖고 죽음을 기다리는 아우구스티나를 돌보기 위해, 또 다시 유령처럼 나타나
라이문다와 헤어진 뒤 홀로 눈물을 훔치는 라스트 씬은 진한 여운을 남게 한다.



이 영화는 여성들에 대한 찬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가족, 그리고 그 중에서도
어머니와 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인생은 오해를 풀기 위한 연속이다’라는 말처럼
가장 가까운 가족간, 모녀간임에도 서로에 감정 때문에 미처 하지 못한 말, 풀지 못한 오해들로 인해
서로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고, 단절되어 있는 관계와 그 해결에 대해 알모도바르 식의
풍부한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귀향>을 보고 가장 감동 받은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도 극 중 라이문다가 영화 팀들 회식자리에서 우연히 어린 시절 노래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어머니가 연습시켰던 곡을 노래하는 장면을 꼽을 텐데, 전작 <그녀에게>에서도 극중
카에타노 벨로소가 부른 ‘쿠쿠루쿠쿠 팔로마’로 <나쁜 교육>에서는 ‘문 리버’로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했던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음악을 통해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장면을 삽입하였다.
노래를 부르던 중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글썽이는 라이문다와 그를 먼발치 차 속에서
몰래 지켜보다 숨어서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의 모습은 격정적인 플라멩고 곡과 함께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음성해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많은 사람이 실제로 페넬로페 크루즈가
이 노래를 부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장면은 립싱크로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녀의 립싱크 연기가 대단했다는 반증도 될 듯).
또한 나중에 어머니가 유령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전해 듣고 두 모녀가 벤치에서 그토록 원하던
대화와 오해를 풀고 포옹하는 장면 역시, 이 영화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매우 인상 깊었다.



감독의 연출력 못지 않게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뛰어난 여배우들의 빛나는 연기이다.
앞서 소개했듯이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는 유례없이 여우주연상을 <귀향>의 여배우들에게 공동수여 하였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수상결과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복잡한 감정 선들이 교차하는 캐릭터를 맡은 로라 두에나스와 블랑카 포르틸로는 물론, 제목 ‘귀향’처럼
오랜만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카르멘 마우라의 연기는 이 영화를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는 커다란 버팀목 같은 역할을 한다. 코믹스러운 표정 연기도 전혀 오버스럽지 않게 표현해내고,
슬쩍 눈물을 훔치는 것만으로도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연기는 페넬로페 크루즈 처럼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지만, 절대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그리고 페넬로페 크루즈. 그녀는 이 작품 전에도 여러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긴 했지만,
그 동안에는 연기에 비해 스캔들이나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더욱 화제가 되곤 했었다.
하지만 <귀향>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단연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최고의 열연이라 할 수 있으며,
진정한 배우로서 거듭나는 연기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귀향>에 등장하는 페넬로페 크루즈를 보면서 소피아 로렌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소피아 로렌과도 같은 여성스런 매력과 우아함을 물씬 풍기고 있으며, 그 동안 그녀가 출연한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자연스럽고도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 연기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현역 최고의 스페인 여배우로 칭하게 되는 결과까지 가져오게 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는 그녀의 소박한 인터뷰와는 달리,
그녀는 어느덧 그녀 스스로가 그리도 선망하던 감독 자신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보낼 만큼
훌륭한 배우가 되어 버렸다. <귀향>은 한 편으론 영화의 줄거리와 감동과는 무관하게
더 멋진 배우로 성장한 그녀를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2.3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최신작답게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더욱 강조되는 붉은 색감의 표현도 자연스러우며, 어두운 장면에서 암부의 표현력도
우수한 편이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도 크게 흠잡을 데가 없는데, 대사 전달력도 또렷하며
극중 라이문다가 노래하는 장면에서도 공간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감독과
페넬로페 크루즈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상대적으로 빈약한 부가영상에 비해
극 중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라던지, 배우들의 연기에 관한 칭찬 등 유익한 내용이
가득 담겨 추천할 만하다. 서플먼트로는 예고편과 포토 갤러리, 그리고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는데, 별다른 제작과정 다큐멘터리가 수록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인터뷰의 내용이 짧지만 핵심적인 이야기가 수록되었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여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은 O.S.T CD가 추가로 수록되어,
영화의 감동을 다시 한번 음악으로 즐겨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7.02.08
글 / ashitaka



좋아해, (好きだ,)

절제와 여백, 그리고 빛의 영화.

17세의 유(미야자키 아오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반년 전에 떠나 보낸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방과 후 강변에서 언제나 같은 소절만 연주하는 친구 요스케(에이타)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있던 유는
언젠가부터 그 소절을 흥얼거리며 다닌다. 한 발짝만 다가서면 잡힐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서지 못하던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17년 후,
음반회사의 영업을 하고 있던 요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역시 음악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유(나가사쿠 히로미)는 우연히 재회하게 되는데..



<좋아해>는 결론적으로 매우 절제된 표현과 영상으로 만들어진 차분한 작품이다.
 ‘17년간 하지 못했던 말….좋아해’라는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오랜 시간 동안 고백하지 못했던
애틋한 마음을 극 절제된 대사와 여백을 살린 영상으로, 이야기보다는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가 가져다 주는 재미나 감동보다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고 솔직한 감정,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와 닿는 ‘좋아해’라는 말처럼,
 요즘 들어 우리가 너무 잊고 살고 있는 가장 순수한 감정 혹은 모두가 소년, 소녀 시절에 겪었던
그 순수한 떨림에 관해 숨김없이 그려내고 있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지 못하는 이야기임에도
슬프다기보다는, 그저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지는 그런 추억과도 같은 영화이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모든 것들이 절제 되어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17년간 좋아한단 말도 못 건넨 것처럼 대사는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대신, 자연 그대로를 담은 영상으로
이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나 날씨에 따라 파랗고 어둡고, 흐리곤 하는 하늘의 모습이 다양하게 담겼는데,
하늘의 빛깔에 따라 주인공들의 심리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좋아해>를 보게 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꼈던 것은 바로 조명과 빛에 관한 영화의 표현 방법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역광을 이용한 촬영방식을 택하고 있다. 과반수 이상의 컷들이 인물들의 뒤에서
빛을 비춰 인물의 얼굴이나 모습이 어둡게 그려지고 있다.



또한 역광 이외에도 대부분의 장면이 자연광을 그대로 살린 실제와 거의 흡사한 조명을 택하고 있는데,
어두운 밤 장면에서 라던지, 다른 특별한 조명이 없는 실내에서 등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영화적인 조명에 의한 빛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래서 완전히 어두운 밤에
자판기의 불빛만으로 비춰지는 장면이나, 해가 거의 질 무렵의 어슴프레한 빛 등은
살짝 적응이 되지 않기도 한다. 특히 이런 자연광과 인위적인 조명을 거의 쓰지 않아
 돋보인 대표적인 장면들로는, 두 소년, 소녀 주인공이 풀 밭에 앉아 있을 때 머리 위로
큰 구름이 지나가며 그늘이 졌다가 개는 장면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주인공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이 되어 동이 틀 때의 그 빛은 우리가 실 생활에서는 흔히 겪는 조명들이지만,
영화 속에서 이렇게 효과적으로 표현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백을 표현하는 방법. CF감독 출신답게 이시카와 히로시 감독은 영화 속에 영상들을
상당히 여백을 많이 주는 방법으로 연출했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는 인물들보다 여백이 비중을
더 높이 담아 내면서 좀 더 감성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영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클로즈업 시에는
매우 타이트한 카메라 워크로 인물을 잡아내기도 하며 극과 극의 연출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촬영 방식은 영화의 절제된 감정과 어울려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여기에 칸노 요코가 담당한
애틋한 음악 또한 이 여백을 채우려고 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여백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돕는
매개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여백의 파란 하늘과 빛처럼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 수 있었던 영화 <좋아해>였다.

2007.01.23
글 / ashitaka


락을 사랑하는 젊은이라면, 기타 플레이어를 동경하고 단 한번이라도
손에 기타를 쥔 적이 있는 자라면, 그루브(Groove)에 몸을 실을 수 있는 자라면,
레니 크라비츠의 공연을 보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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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크라비츠.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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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는 1964년 5월 26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10대에 LA로 이주하여 소년 성가대 활동을 하였으며, 87년에는 원 맨 밴드 로미오 블루(Remeo Blue)를
결성하여 활동하기도 하였다.


 
레니 크라비츠를 설명하기에 앞서 항상 그의 앞에 거론되곤 하는 유명 뮤지션들이 있다.
존 레논(John Lennon), 커티스 메이필드(Cutis Mayfield), 프린스(Prince),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슬라이 앤 패밀리 스톤(Sly & Family Stone)등 하나같이
음악사에 길이 남을 뮤지션들이다. 레니 크라비츠의 음악은 이들에게 많은 부분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며,
이들의 색깔을 골고루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장점만을 모두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 앞으로라도 존재 하겠느냐 만은, 만약 존재한다면 레니 크라비츠가
가장 유력한 뮤지션임엔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레니 크라비츠는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 작 편곡, 프로듀싱까지 혼자서 다해내는
그야말로 만능 뮤지션이다. 이렇듯 다양한 재능과도 같이,
그의 음악에는 한 뮤지션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성격의 여러 장르들이 포함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타 플레이어로서 락 뮤지션인 듯하지만, 흑인 특유의 소울(Soul)과 블루스(Blues),
천재적인 리듬 커팅으로 이어지는 그루브(Groove), 그리고 복고적인 디스코(Disco) 리듬과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까지...레니 크라비츠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듯 다양한 장르의 각각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그만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세련되게 재탄생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와중에도 대중성 역시 놓치지 않는 천재성으로 평론가들과 팬들 모두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이제는 레니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보컬과 기타의 톤만으로도 ‘아, 레니 크라비츠의 곡이구나’할 정도로
완벽한 자신만의 색깔을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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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Lenny's 2002 World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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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ny Kravitz Live]타이틀은 2002년 월드 투어 실황 장면들과 무대 뒤의 모습,
연습 장면들부터 그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모습들까지, 다양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주요 수록 곡들을 살펴보자면...


 
리듬 커팅과 기타 연주가 멋지게 어울린 'American Woman', 레니 크라비츠 스타일의 발라드곡
 ‘Stillness of Heart', 별빛 조명이 가득 드리워진 무대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의 대표곡 ’Again',
앨범 ‘Lenny'의 첫 싱글 곡이었던 ’Dig in', 인트로의 기타 솔로가 정말로 인상적인
 ‘Are You Gonna Go My Way', 공연실황이 아닌 레니의 공연영상 등 여러 모습들이
스틸 사진처럼 지나쳐가는 ’Yesterday is Gone', 통기타로 전해지는 리듬과 건반의 선율이 전하는
감미로운 곡 ‘Believe', 그리고 공연을 마무리하는 ’Fly Away'까지 레니의 주요 곡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Can't Get You Off of My Mind'는
통기타 반주의 어쿠스틱버전으로 여운마저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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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L (Lenny Kravitz Live)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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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ny Kravitz Live]는 일단 라이브 타이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되는
사운드는 만족할 만하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영화 타이틀과는 다르게
크게 채널의 분리도를 만끽할 만한 장면들은 없지만, 우퍼의 묵직한 울림과 실감나는 사운드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층 가깝게 전한다. 영상도 크게 문제되거나 걸릴 것 없이
비교적 깔끔한 화질을 보이고 있고(일부 영상 장면에서의 노이즈는 예술적으로 의도된 것이다),
부가된 영상들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부가 영상으로는 라이브 트랙과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수록한 트랙,
그리고 인터뷰 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인터뷰 영상에는 레니 크래비츠의 할아버지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도 제공된다. 수입 타이틀이니 서플먼트의 한글 자막은 뒤로 하더라도,
수록 곡들과 부가영상의 영어자막이 수록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3.04.21
글 / ashitaka

 

전편인 [매트릭스]는 복잡하리만큼 다양한 고대 신화들과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완벽하게 융합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에 대해서는
전편 보다 이른바 ‘약하다’는 평들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필자를 포함해 대다수라고 여겨진다).
[리로디드]는 [레볼루션]을 돕기 위한 전편이며, 전체적 이야기의 단서와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편에서 텍스트를 이용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면.
[리로디드]에서는 액션을 통해 내공을 전달하고 있다.
[리로디드]에서는 액션이 곧 철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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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o the Matrix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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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로디드](이하 리로디드)는 전편과는 다르게(어찌 보면 워너답지 않게),
두 장의 디스크에 본 편과 서플먼트를 각각 수록하고 있다. 이미 여러 번 언급이 되는 말이지만
DVD세계에서 [매트릭스]가 갖는 의미는, 그 어느 타이틀도 감히 가까이 갈 수 없는
막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리로디드]에 갖는 기대와 궁금증은 그 어느 타이틀보다도 큰 것이었다.
[매트릭스]의 경우 이후 출시되는 타이틀들의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지닌
최초(?)의 타이틀이었지만, 초창기에 출시된 타이틀이라 다양한 서플먼트에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았었다. 하지만 [리로디드]는 모든 서플먼트의
한글 자막은 물론 서플먼트만을 위해 한 장을 더 할애하여 2장의 디스크로 출시가 되었다.
서플먼트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간단하게 화질과 사운드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화질은 물론 최근 출시된 타이틀과 영화 자체의 퀄리티를 감안하였을 때 나무랄 대없는
영상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워낙에 어두운 장면들이 주를 이루는 지라 다른 좋은 화질의
타이틀들에 비해 우수함을 피부로 느낄만한 장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시온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보았던 것처럼
온통 백색의 배경으로 이루어진 씬을 통해 티끌하나 없는 화질을 느껴볼 수 있다.
사운드는 워너의 정책(?)에 따라 DTS가 역시나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돌비디지털 5.1채널은
액션 장면에서, 특히 결투장면에서 ‘탁, 퍽’하는 합을 이루는 사운드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DTS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조금 약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나,
그것은 양적인 면일 뿐 질적인 면에서는 훌륭한 퀄리티의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2번째 디스크의 수록된 서플먼트를 섹션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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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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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과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는 프리로드에서는 주연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쉬번 등과 제작자인 조엘 실버,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
제이미 핀켓 스미스, 휴고 위빙 등 배우들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리로디드]의 탄생에 감춰져있던
많은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이 ‘감독을 믿었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매트릭스 시리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등 자화자찬 식에 말들이 주를 이루지만,
매트릭스 정도면 이 정도의 자화자찬은 크게 오버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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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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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세계에서는 전작 매트릭스와 리로디드, 그리고 애니 매트릭스와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를
연관지어, 매트릭스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서도 제작자와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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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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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속도로를 빌려 촬영이 어려워 실제로 고속도로를 건설해 촬영했다는 사실과
이 장면만으로도 전편의 총제작비에 달하는 자본을 쏟아 부었을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 주었던
고속도로 추격 장면이, 어떻게 촬영되고 만들어 졌는지 상세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영상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또 한 번 이 같은 장면이 만들어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동원되지는 새삼 깨달을 수 있게 만든다. 이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하는 궁금증을 아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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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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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매트릭스의 컨셉을 이용해 촬영한 음료 광고에 대한 에피소드와 국내 기업 삼성이 맡아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핸드폰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외에 ‘엔터 더 매트릭스 : 게임’에서는 이미 게임으로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엔터 더 매트릭스’의 제작과정과 장면들을 소개하고 있고, ‘애니 매트릭스 예고편’에서는
제목과 같이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다. 이 예고편은 기존에 애니 매트릭스를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흥미는 없는 서플이나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흥미로운 서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있는 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MTV뮤비 어워드를 위해 제작된 리로디드의
패러디 영상이 그것이다. 엔씽크의 멤버인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영화배우 숀 윌리엄 스콧이 주연한
이 패러디 영상은, 매트릭스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을 만한(물론 아는 사람이,
특히 미국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내용을 담고 있다.

곧 닥칠(11월 5일 개봉 예정)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만나기전에 적절한 타이밍에 타이틀이
출시되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은 한 작품이라도 봐도 무방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으로, 시기적으로 필수의 아이템이 될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는 [레볼루션]이 개봉된 이후에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극장에서와 같이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레볼루션]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으니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2003.10.10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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