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서(序) (Evangelion:1.0 - You Are (Not) Alone)

에반게리온을 드디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감격의 순간!
지난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 기회를 놓쳐 제발 개봉만을
바라고 있었는데, 28일 정식 개봉에 앞서 프리미엄 시사회를 통해 약 열흘 정도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보고자 하는 영화는 가능한하면 최소한의 정보만을 가지고 영화를 접하는 편인데,
이번 <에반게리온 : 서> 역시 에바의 새로운 극장판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관람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지 처음부터 제법 러닝타임이 흐르기까지는 사뭇 당황을 했었는데,
새로운 극장판이라 하여 이전에 발표했던 <에반게리온 데스 & 리버스>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처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극장판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극장판은 쉽게 말하자면 리메이크요(Remake),
이번 작품에 특성에 기인하여 자주 쓰이는 표현을 쓰자면 리빌드 (Rebuild) 형식을 갖춘 작품이었다.
즉 이번 작품에는 TV시리즈로 치차면 1~6화 정도의 내용을 수록한 것으로서 약 85% 이상이 기존에
TV시리즈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그대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완전히 그대로
쓰였다는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 그대로 쓰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포스터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빨간수트 아스카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에바의 경우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이미지들의 수로만 보자면 단연 레이의 인기가 압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에바 팬들과 얘기를 나눠보다보면 아스카의 팬도 그 못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TV시리즈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에반게리온 : 서>이지만, 이를 모르고 갔던 나도 흠뻑
빠질 수 있었던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아마도 단순히 에바를 대형 극장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
였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처음 신지의 대사가 나왔을 때, 속으로 '아, 저 목소리를 극장에서도 듣게 되다니!'하며
혼자 감동했을까;;; 확실히 TV시리즈로 더욱 익숙한 이 추억 속의 작품을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 극장에서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황홀한 경험이었다. 이 황홀한 경험을 더욱 황홀하게 해 준것은 앞서
설명한 '리빌드'작업을 들 수 있겠다. 1995년 작품인 에반게리온을 2008년으로 가져오면서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는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3D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적극 도입하였고
와이드 화면에 맞게 프레임을 재구성하고 재배치함은 물론, 이 밖에도 여러가지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디테일한 수정작업을 거쳐 많이 본 듯한 느낌을 받지만 사실상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와이드 비율의 에바는
사실상 본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영상을 만들어냈다.

3D로 새롭게 구성된 지오프론트의 모습이라던가 제3신동경시의 건물들이 꺼지고 솟을 때의 영상은
확실히 극장판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스케일이었으며, 마지막 야시마 전투 신은 그야말로 컨티뉴를 남기는
이 영화에서도 확실한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고 있다.




수 많은 이른바 '오타쿠'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에반게리온의 가장 큰 특성은 '세컨드 임팩트' '인류보완계획' 등과
같은 미스테리한 설정 들과 신지의 독백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자아의 관한 끊임없는 성찰과 대화이다.
사실 <에반게리온 : 서>에서는 이러한 에바의 특성에 관해서는 맛만 보여주는 정도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기존의 TV시리즈가 그러하였듯, 아마도 4부작이 진행될 수록 점점 고조될 것이며, 마지막 극장판에 가서는
극한으로 치닫을 것이다.
안노 히데아키는 기존 TV시리즈의 팬들은 물론 에바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확실히 TV시리즈에서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의 이야기를 꽤나 빠른 전개로
수록하고 있어, TV시리즈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조금 뭐가 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겠으나
잘 알다시피 TV시리즈 역시 그 다지 설명이 친절한 작품은 아니지 않았는가.

아스카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는데, 예전에 에반게리온 관련 연재글을 쓸 때도
똑같은 멘트를 썼지만, 아마도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짧은 러닝 타임을 등장하고도 가장 많은 팬들과
인상을 남긴 캐릭터 중 하나일 '카오루'의 경우는 이번 작품에서도 짧게 나마 등장하여 그나마 아쉬움을
덜어주고 있다(극장에서 내 옆에 앉았던 여성 분들은 카오루의 광팬이었는지 그가 잠깐 스쳤을 뿐인데도
마치 욘사마가 등장한 것처럼 어쩔 줄을 모르시더라--;. 하긴 나도 카오루의 광팬이긴 하다만 --;).
알려진 바로는 이미 작업중인 <에반게리온 : 파>에서는 <서>와는 달리 기존 TV시리즈와는 다른 이야기 전개와
구성,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좀 더 볼거리와 기대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처음 예고편을 통해 들었었던 우타다 히카루의 주제가 'Beautiful World'는 처음 들었을 때에는 조금
임팩트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나 반복 청취효과와 극장에서의 감동의 효과를 얻은
탓인지, 지금으로서는 이 작품에 잘 어울리는 주제곡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리빌드를 한 마당에 이럴거였으면, 초반에 오프닝으로 TV판의 오프닝 곡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를 한 번 넣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아마도 이 날 같은 에바 팬들만이 모인 자리에서 이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다들 박수치면서 오프닝을
신나게 맞이 했을 것이다!

<에반게리온 :서>는 새롭게 시작되는 극장판 4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는
작품이면서, 팬들에게 오랜 기다림의 고단함과 염원을 한꺼번에 풀어줄 작품이 될 것 같다.

지금와 돌아보면, 나도 그 때 그 때 느끼지는 못했지만,
에반게리온이 알려준 것처럼 이를 되새기며 힘든 일을 겪고 시기를 겪을 때마다
하루하루를 극복해왔던 것 같다.
이제 한 동안은 3번의 극장판을 기다릴 수 있을테니 그 걸로 또 이겨낼 수 있을 듯.


보태기 1. 엔딩 크레딧 끝나고 에바 특유의 미사토가 진행하는 <에반게리온 : 파>의 예고편이 있으니
꼭 감상하실 길!!! 서비스! 서비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포함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태원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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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2071년, 화성. 할로윈을 눈앞에 둔 알파시티의 7번 고속도로...약품을 운반하는 탱크 폭발 사고로 5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화성정부는 약품 운반 탱크라는 점과 사고 후 원인 불명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테러라 판단하고 사상 최고의 현상금 3억을 내건다. 언제나 궁핍한 상태의 비밥호 카우보이들은 사상 최고의 현상범에 입맛을 다신다.




신용카드 도난 사건의 용의자를 쫓던 페이는 우연히 탱크 사건 현장을 지나게 되고 범인의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영상 속의 범인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페이는 추적을 시작한다.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던 스파이크를 비롯한 제트와 에드도 각각 범인 수색을 시작한다. 네 명의 카우보이들이 수사를 통해 밝혀낸 범인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사망한 빈센트 볼라쥬... 할로윈 데이로 한창 들떠 있는 도시. 굵은 빗줄기와 함께 축제를 기다리는 거리에 날아든 불길한 예고장...'해피 할로윈! 나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작고, 눈에 띄지 못할 만큼 위대하다...'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말 같이 이번에 출시된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이하 ‘천국의 문’)은, 기존 TV시리즈의 맥락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또한 TV시리즈를 보지 않았던 일반 관객들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단편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사실 기존의 TV시리즈도 ‘주피터 재즈(Jupiter Jazz)', '더 리얼 포크 블루스(The Real Folk Blues)'의 경우에는 2편에 걸쳐 제작되어 영화에 완성도와 걸 맞는, 독립적인 단편으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평가받았었다. 뭐 이미 TV시리즈를 통해 웬만한 극장용 작품을 뛰어넘는 흥행과 완성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비밥이었지만, 그래도 팬들은 극장용 화면으로 비밥을 한 번 더 즐기길 원했다.



감독과 스텝들의 얘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장판에서는 TV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더 큰 스케일과 강한 액션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 테면 영화의 마지막 스파이크와 빈센트의 결투 장면을 들 수 있었다. 스파이크와 빈센트의 결투 장면에서는 비셔스와의 결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긴박감과 리듬을 제공하는데, 역시나 빠른 장면 전개와 좀 더 넓고 풍부해진 배경으로 인해 액션 자체의 스케일도 커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TV시리즈와는 달리 한 번에 2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 타임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개인적인 면들과 스토리의 전개 과정을 좀 더 세부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천국의 문]은 기존 TV시리즈의 팬들의 기대에도 부흥할 만큼 원작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새로운 팬들까지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넘치는 또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비밥에서 캐릭터와 음악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그 의존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스파이크 스피겔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주는 대사의 멋스러움과 분위기는 그 어떤 캐릭터들도 따라 올 수 없는, 비밥의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캐릭터들이 갖는 의미가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극장판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스러움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스파이크의 천적인 비셔스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셔스는 악역을 맡은 캐릭터답지 않게 주인공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로 스파이크 못지않은 팬들을 보유한 또 한 명의 숨은 공로자이다. 스파이크 스피겔이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캐릭터인지라 비셔스 정도가 아니면 감히 대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우려였는데, [천국의 문]에 등장하는 빈센트는 이러한 우려를 단 번에 잠식시킬 만한 또 다른 개성과 카리스마에 소유자였다. 사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과연 빈센트가 악역이었나?’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어쨌든 스파이크와 내내 대결 구도를 펼치면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때로는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인해 비밥 팬들에게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캐릭터가 되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스파이크가 이토록 얻어터지는 장면은 TV시리즈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밥의 절대적 요소인 칸노 요코의 음악. 일본 스텝, 미국 스텝들도 모두 ‘천재’라며 칭송하는 그녀의 음악적 재능은 정말 대단하다. 락, 재즈, 펑크, 블루스,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각 장르마다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의 음악을 구사하는 그녀의 놀라운 능력 말이다. 더군다나 그녀가 흑인이 아닌 일본인으로서 정통 재즈나 블루스에 이 정도로 능통하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흑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선천적 리듬감이나 선율 등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도 칸노 요코의 음악이 없었다면 비밥이 이렇게 까지는 성공할 수 없었을 거라는 말과 같이, 칸노 요코의 음악은 한 편은 극의 리듬에 맞춰 더 극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곤 하는가 하면, 또 한 편으로는 오히려 음악의 리듬에 극이 따라오는 느낌마저 줄 정도로 스토리, 영상과 완벽하게 융합되어 있다. 그런 탓에 카우보이 비밥의 사운드 트랙은 수입반으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입고될 때마다 금세 팔려버리고 마는, 베스트셀러 이자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 희귀(?)음반이 되었다.



이번 [천국의 문]은 출시 전부터 말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일단 문제의 가장 근본이 되었던 것은 제조국가와 제작사의 문제였는데, 본래 일본에서 제작된 작품이 아니라, 미국에서 출시된 콜롬비아 버전을 기본 소스로 하여 코드 3번을 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일단 여기에는 몇 가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것은 자막의 문제인데, 일본어 소스를 기본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코드 1의 콜롬비아 버전을 기본 소스로 하였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일본어를 영어로 해석한 걸, 다시 한국어로 해석한 자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요지에 단어들이 몇 등장한다. 일단 스파이크와 페이가 제트에게 존댓말을 하고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이것은 사실 스파이크와 제트에 관계를 전혀 모르는 자가 아니라면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다. 우리도 알다시피 둘의 관계는 절대 존대하고 ‘아저씨’하는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화폐 단위인 ‘우롱’을 ‘울롱’으로 그리고 ‘페이’를 ‘패이’로 표기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분위기를 알고 있는 터라 감안하며 보았을 때 크게 문제를 느끼지는 못하였으나, 처음 비밥을 극장판으로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둘의 관계나 단어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오해를 불어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말이 많던 자켓 이미지는 슬립 케이스와 슬리브를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보안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단점에도 구매할 수밖에 없었던 장점들도 많은데, 일단 컴필레이션을 제외하고 TV시리즈 내내 돌비디지털 2.0의 사운드로 즐기던 비밥을 5.1채널의 사운드로 즐긴다는 것은, 비밥 팬이라면 너무도 반길 일이다. 실제로 5.1채널로 전해지는 사운드는, 채널의 분리도도 만족스러웠고, 칸노 요코의 음악들도 전율로 느껴질 만큼 만족할 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화질은 최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시청하는 데에 큰 불편함을 느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초판 한정으로 제공되는 필름 컷과 캐릭터 드로잉 북은 비밥 팬이라면 결코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의 아이템들인데, 특히 캐릭터 드로잉 북은 캐릭터 설정과 디자인에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서플먼트로는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와 뮤직 비디오 2편, 갤러리, 예고편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무엇보다도 감독과 성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비 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전해 들을 수 있다. 캐릭터의 얼굴로만 만나던 성우들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자막이 수정되고 슈퍼비트나 등의 새로운 에디션이 출시될 거라면 모르지만, 현재까지 정황으로는 아마도 전혀 그럴 계획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로 보았을 때, 최근 출시된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은 비밥 팬들에게 놓쳐서는 안 될 필수 선택 아이템이 될 것 같다.

2003.10.31
글 / 아쉬타카


2007/10/14 - [Japanimation] - Cowboy Bebop _ 1st session - What is the 'Cowboy Bebop'?
2007/10/14 - [Japanimation] - Cowboy Bebop _ 2nd session - About to S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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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4 - [Japanimation] - Cowboy Bebop _ Session 4 - Faye Vale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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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4 - [Japanimation] - Cowboy Bebop _ Session 7 - Music Style





<귀를 기울이면>

이번에 메가박스에서 지브리의 예전 작품 두 작품을 정식개봉한다고해서 바로 달려가 하루에
두 편을 모두 관람해주었다.

2편 모두 이미 예전에 봤던 작품이지만,
역시나 극장에서 느끼는 감동은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귀를 기울이면'은 존 덴버가 부른, 그리고 올리비아 뉴튼 존이 불렀던 노래가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물론 '콘크리트 로드~'가 먼저 떠오르지만 ^^;

왠지 모를 아련함과 풋풋함이 넘쳐나는 작품.
오랜만에 보아도 그 풋풋함은 여전하였고, 역시나 집에있는 '고양이의 보은' DVD를
보고 싶은 마음이 용솟은 치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고양이의 보은과 귀를 기울이면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작품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

키키 역시 이미 예전에 봤었던 작품.
'귀를 기울이면' 보다는 조금 '덜' 재미있게 본 작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거창한 주제없이 아주 소소함만을 가지고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처음보는 어린이들도 아주 재미있게 보더라.

여튼 오랜만에 지브리가 전해주는 행복함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주말.



Synopsis
 
2039년, 화성으로 향한 유인 탐사팀은 타르시스 대지 탐사중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지만, 갑자기 출현한 생명체에 전멸당한다. 하지만 유적에서 발견된 수많은 과학기술로 인류의 과학 기술력은 반세기 이상의 비약을 이룬다. 게다가 태양계 바깥의 다른 생명체, 탈 시안의 유적으로 추측되는 워프 포인트, 통칭 쇼트 컷 엥커가 발견되어 인류는 항성간 항해 수단도 손에 넣는다. 그후, 탈 시안 조사를 위해서 유엔 우주군 전함 4척이 건조되고 2047년에는 1000명 이상의 조사단이 조직된다.
칸토모현의 중학교에 다니는 나가미네 미카코와 테라오 노보루는 동급생으로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 하지만 3학년의 여름, 미카코는 국제 연합군 선발대 멤버가 되고, 노보루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미카코와 노보루 각자 지구와 우주에서 휴대 메일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지만, 우주군 전함 리시테아호가 목성 에우로파 기지를 경유해 태양계의 안쪽으로 향하면서 메일이 왕복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노보루는 초조하게 미카코의 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지낸다. 이윽고 리시테아 함대가 워프를 실시하자, 미카코와 노보루의 시간은 엇갈리는데...




주체할 수 없는 긴 여운
 
[별의 목소리]는 참 따뜻하고도 가슴 한편이 심히 저려오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2000년 12회 DOGA 그래픽 콘테스트에서 모든 과정을 혼자 작업한 5분 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彼女と彼女の猫)]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기도하다. 이 작품 역시 배경에 흐르는 음악과 목소리 더빙만을 제외하고 모두 감독 개인만의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휴대 메일을 모티브로 두 소년과 소녀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사랑을, 아름다운 이미지들과 음악들로 만들어낸 [별의 목소리]는, 단 25분이 채 안 되는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느 장편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 동네의 계단, 비오는 거리등의 이미지들은, 신카이 마코토 혼자서 전부 해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장면을 보여준다. 시간적 배경은 미래로 설정되어 있지만, 현재를 혹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어느 작품보다도 그 중심이 되는 정서만은 따뜻하게 호흡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난 여기에 있어'
 
또한 [별의 목소리]는 '평범 속에 진리가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평소에는 지겨우리만큼 자주 대하고 접하는 풍경과 사람, 감정들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해준다. 8년 전의 시간에서 도착한 메일은 소년이 청년이 된 후에야 도착했지만, 이들의 기다림에는 시간과 공간의 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범한 것들의 대한 바람, 매일 지나는 거리의 풍경, 비가 내리던 날의 계단, 눈이 내리던 날의 계단, 우산에 비가 내리는 소리, 항상 영롱한 빛을 내던 푸르른 하늘. 이러한 것들은 그것만으로도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될 수 있지만, 작품 속 두 주인공에게는 더 큰 바램이 있었다. 이 같은 것들을 서로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 함께 할 때 더 소중해지는 것들의 대한 그리움이 작품의 내내 흐르고 있다. [
별의 목소리]는 이러한 평범한 감정들과 진리들을 아름답지만 안타깝게 그려내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에 왠지 슬퍼지게 한다.



일단 이러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DVD로 출시되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대형 장편 영화들의 홍수 속에 이러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해갈(解渴)의 기능을 해줄 것이다.

또한 서플먼트에 수록된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작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5분 분량의 단편으로, 정지된 이미지들을 통하여 스틸 사진을 펼쳐놓은 듯한 영상과, 나지막이 읊조리는 나레이션으로 작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그저 정지된 화면만이 지나칠 뿐이지만, 그 여느 작품들보다도 많은 생각할 거리와 긴장감마저 전해 준다.




2003.04.16

글 / ashitaka


사실 당초에 제목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야옹이형의 비밀’이었다. 하지만 저 제목과도 같이 다양한 장르를 이 자그마한 애니메이션 안에 담았다는 놀라움이, ‘야옹이형의 비밀’을 잠시 뒤로 미루게 했다.

Synopsis

보노보노의 숲의 가장 높은 언덕. 그곳에 있는 쿠모모의 나무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었다. 그 나무의 아래에 앉으면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들을 잊을 수가 있었다....



소중히 기르던 재 벌레가 도망가 버리자 보노보노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쿠모모의 나무로 간다. 나무 밑에 도착한 보노보노는 우연히 포포를 만난다. 언제나 쿠모모의 언덕에 있는 포포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조금은 이상한 아이였다. 시간이 지나자 보노보노와 친해진 포포는 “누군가 나를 데리러 올꺼야. 아버지가 그랬거든. 꼭 데리러 온다고. 그래서 나는 여기서 매일 기다리는 거야”라는 말을 한다. 어느 날 ”쿠모모의 나뭇가지를 훔쳐가는 녀석이 있다”라는 소문이 숲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범인은 포포였다. 큰 상처를 입은 아버지의 아픔을 잊게 하려고 매일 나뭇가지를 훔쳐와 간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바람이 불던 날 포포의 아버지는 죽고 만다. 보노보노가 걱정이 되어 포포의 집에 갔지만 이미 아무도 없었다. “틀림없이 쿠모모의 언덕에 갔을거야”라고 확신한 보노보노는 언덕으로 향하지만 그때 숲의 동물들도 나뭇가지를 훔친 범인을 찾으러 언덕으로 모이고 있었다.

쿠모모의 나무아래에서 보노보노가 포포를 발견했을 땐 커다란 벼락이 쿠모모의 나무에 떨어졌다. 그리고 나무가 타면서 이상한 향기가 언덕에 퍼졌다. 연기가 걷히며 쿠모모의 언덕으로 향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은 포포를 데리러온 사람인가? 그리고 숲의 동물들이 보는 가운데 쿠모모의 나무가 가진 다른 불가사의한 힘이 밝혀진다....



CG로 재탄생한 베스트셀러 보노보노

[보노보노]는 86년 일본에서 발표되어 지금까지 무려 85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그리고 본래에는 4컷 만화로 시작되었으며, 95,96년간 TV에서 방영되었던 시리즈 물이기도 하다. 그러한 보노보노가 2D에서 3D로 옷을 바꿔 입고, 극장 판으로 다시 출시되었다. 사실 보노보노가 워낙에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이고 주인공 ‘보노보노’를 비롯한 ‘너부리’, ‘포로리’등의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고 3D화 하는 것은 제작진의 큰 고민이자 과제였다. 오래된 시리즈 물이나 오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일수록, 팬들은 새로운 것보다는 정겨운 추억의 이미지를 그리길 원하기 때문에, 어쩌면 3D로 인해 따뜻함을 잃을 수도 있는 부담을 앉고 시작된 시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그 시도는 결코 헛되지 아니한 듯싶다.



따뜻한 이미지를 그려내기 위해 가장 많이 신경 쓴 캐릭터들의 털의 질감은, [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의 그것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교했다. 2D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질감과 양감은 보노보노를 비롯한 캐릭터들을 좀 더 리얼리티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하였다. 캐릭터 외에 향기나무가 있는 향기언덕과 배경들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유화적인 이미지와 푸근하면서도 사실적인 색의 조화로 환상적이고 인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냈다. 향기언덕을 비롯하여, 노을 진 하늘을 배경으로 포포네 집에서 돌아오는 장면이라던가, 마지막 그으름 벌레들의 하늘을 수놓을 때의 장면에서는, 여느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비주얼을 선보이기도 한다. [보노보노]는 그래픽적인 요소보다는 내용과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이었지만, 극장판 [쿠모모 나무의 비밀]을 통해 영상에서도 수준급의 애니메이션으로 발굴림 하게 되었다.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애니메이션으로서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는 [카우보이 비밥]과도 동등하다고 하겠다. [카우보이 비밥]이 액션, 느와르, 음악, 드라마, 코믹 등의 장르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융합했다면, [보노보노]는 이러한 애니메이션에 속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깊은 철학과, 깨인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하이클래스 유머,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러브 로망스, 그리고 사건의 추리과정과 묘한 의문마저 남기는 스릴러까지, 온갖 장르를 포용하고 있다. 사실 얼핏 그림만 보게 된다면 그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조금만 집중해 보면 오히려 어른들이 더 재미있어할 애니메이션임을 알게 된다. 바보 같을 정도로 끊임없이 ‘왜요?’, ‘왜 그러는 건데요?’, ‘언제 되나요?’를 물어대는 보노보노의 모습은, 우리가 늘 상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평범한 의문들에 대해 ‘왜요?’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자세히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냥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깐, 그러려니 하고 있었던 사실들에 대해 보노보노는 당당히 ‘왜요?’를 던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진 스릴러. 일단 [보노보노]는 향기 나무 가지를 꺽 어간 범인을 쫓는 스릴러 형식을 갖추고 있다. 보노보노는 이 과정에서 범인으로 오해받는 친구 포포를 위해, 숲의 현자라 불리는 야옹이형에게 조언을 구하고, 진짜 범인을 잡아내기 위해 매복(?)까지 하기에 이른다. 또한 이러한 가운데 주변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사건을 해결(보노보노가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가슴 저리는 러브스토리. 수많은 영화와 수많은 남녀를 대상으로 한 러브스토리를 보아왔지만, 이 [쿠모모 나무의 비밀]만큼 그 과정은 숨겨진 채 전혀 예상 못한 결말로 엄청난 파급효과의 감동을 전해 준 작품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보노보노가 포포네 집에 놀러갔다가 오는 길에 숲 속에서 날카롭게 응시하던 포포 아빠의 모습은, 당시에는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아, 그랬던 거구나, 그랬었었었구나’를 연발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결정적 장면과 결말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지만, 감동이 절하될 수 있으니 꾸욱 참도록 하겠다.



고정관념을 깨버린 우리말더빙

사실 필자는 외국 작품에 있어서는 철저히 본래의 언어 더빙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원작의 본래의 느낌이 잘 묻어나기 때문이고, 한국어 더빙으로 본 몇몇 작품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본어 특유의 어감 때문에 더더욱 선호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보노보노]는 그와는 정반대다. 그동안 한국어 더빙 수록 문제로 출시가 연기되다가 결국 수록이 확정된 [엑스파일]의 경우처럼, [보노보노]역시 한국어 더빙의 중요성은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자택에 투니버스가 나오지 않는 관계로 한국어 더빙의 보노보노에 익숙했던 것도 아니었고, 한국어 더빙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접하게 되었던 케이스였다. 물론 일본어 더빙도 참 좋았다. 보노보노 역할을 맡은 한국어 성우의 말처럼, 이전과는 다르게 실제 어린아이가 연기한 보노보노의 목소리를 비롯해 여러 캐릭터들의 목소리들이 역시나 일본어 특유의 어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어 더빙을 듣는 순간 일본어 더빙 트랙은 다시는 플레이 해 볼 기회가 없었다. 보노보노의 그 엉성한 듯 하면서도 귀여운 목소리와 포포리의 하이 톤의 작은 음성, 일본어 더빙보다도 그 느낌이 정말 잘 전달되어지는 너부리의 목소리, 그리고 너무나도 진지한 야옹이형의 목소리까지... 최소한 [보노보노]에 있어서는 이러한 한국어 더빙에 관한 맹신이 필자만의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2003. 06. 25
글 / 아쉬타카




4년은 긴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원령공주] 이후로는 더 이상 직접적으로 감독하는 작품이 없을 것이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말에(하지만 젊은 스텝들과 일을 나누어서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아직 만들고 싶은 작품이 한,두 작품 더 있다는 말도 했었다), 이 시간들은 더욱 더 길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2001년 그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하 [센과 치히로])을 발표함으로서, 이 기다림에 시간들은 헛되지 않은 소중한 것이 되었다. 이러한 기대들은 흥행성공으로 이어져, 일본에서는 그 자신이 [원령공주]로 가지고 있었던 일본내 최고 흥행기록을 갱신하였고(일본내 2,400만 관람), 국내에서도 [이웃의 토토로]의 흥행부진으로 반신반의했었던 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면서,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다(국내 2백만 7천명 관람). 사실 [이웃의 토토로]의 흥행부진 요인은, 하야오의 이전 작품들은 이미 볼 사람은 다 보았다는 핸디캡이 존재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센과 치히로]은 국내 관객들이 컴퓨터가 아닌 극장에서 먼저 접하게되는 최초의 미야자키하야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사실 가족영화라는 사실을 내세우며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지는 작품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 실제로 가족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영화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가족 영화라는 슬로건을 건 영화들은 아이들은 만족할 만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어른들은 그저 아이의 보호자로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는 달랐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상상력으로, 아이들에게는 놀라운 판타지와 화면들을 제공하면서 볼거리와 교훈 등을 주었고, 어른들에게는 그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서 영화적 재미와 감동도 전달했다. 또한 [센과 치히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일본적인 작품이라 불러도 좋을 영화였지만 특별히 거부감 같은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전 작품들에서 자연과의 공생관계나 기계 문명, 독재 등을 비판하는 메세지를 담아왔던 반면, [센과 치히로]는 기존의 그의 영화들 보다는 메시지나 주제의식 등이 전면에 들어나지 않고, 팬터지적 재미의 요소만을 부각시켜 보여주었음에도 영화를 가볍지 않게 완성했다는 것은, 이젠 경지에 오른 미야자키 하야오에 영화적 기술에 저절로 박수를 보내게 한다.



[센과 치히로]는 이전 그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는 동시에, 이전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단 [원령공주]의 '산(san)'이라던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의 '나우시카'와는 전혀 비슷한 점을 찾아보기 힘든 주인공 '치히로'의 모습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주인공을 더 선호하는 페미니스트적 성향을 가진 하야오 답게 [센과 치히로]에서도 10살의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산'과 '나우시카'가 갖고 있던 용맹함이나 강한 의지등은 치히로에게는 없다. 치히로는 그저 평범하고 엄마, 아빠에게 투정도 잘 부리고, 겁많은 그 또래 소녀일 뿐이다. 하지만 돼지로 변한 부모님을 구해야하는 '센'의 경우는 달랐다.

[센과 치히로]가 미야자키 판타지의 결정판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개성강한 수많은 캐릭터들 때문이라 해야겠다. 그의 전작 어느 작품들 보다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말그대로 총출동하여 팬터지적 요소와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데 큰 몫을 하였다. 미야자키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톡톡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러한 경우는 상당히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코드 1, 2번의 타이틀이 코드 3번 보다는 더 알차게 실리는 경우가 많다.(물론 전부다 그런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 현지에서 화면에 붉은 색감이 지나치게 강하게 표현된 문제로 말들이 많아 코드 3 발매가 기대가 되었었는데 이 부분은 말끔히 보정이 되어 파래진 하늘색을 접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 문제로 인해 [센과 치히로]DVD가 극장에서 본것 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다며 판매원인 디즈니 재팬을 상대로 법적 소송까지 걸리기도 하였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전 DVD타이틀이였던 [원령공주](code2)보다는 화질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고 전체적으로 뿌연 화질을 보인다는 말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화질을 선보인다.



붉은 색감의 보정만큼이나 코드 3 발매의 기대를 모았던 것이 한국어 더빙이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수성과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센과 치히로]라는 작품에 특성상 국내 DVD 사용자들은 한국어 더빙이 옵션이 아닌 꼭 수록되어야할 필수 목록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어 더빙이 5.1채널로 수록이 되었고, 일본어 더빙도 DTS-ES 6.1로 실려, 캐릭터들의 특이한 효과음들과 영화의 중간중간 흐르는 히사이시 조의 감동적인 선율을 즐기는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아마레이 슈퍼 클리어 더블케이스에 담겨져 있는 타이틀의 2번째 디스크에는 몇가지 서플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레도 코드 2 버전에도 수록되지 않은 다큐멘터리이다. 니혼 TV에서 방영한 개봉직전 스페셜 TV 프로그램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제작 다큐멘터리가 약 48분 가량의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이전에 우리가 접하기 힘들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젊은 스텝들과 일하는 모습이라던가, 스튜디오 지브리 직원들이 시간내에 작업을 마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더빙 작업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데, 기존의 성우들보다는 연기자들이 위주가 된 더빙작업이었음에도 혼신에 힘을 다해 열연을 펼치는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쭉 음악 작업을 해왔던 히사이시 조의 작업 장면에서는 그의 꼼꼼한 성격을 옅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극장 예고편, 케이블 예고편, 일본 극장 예고편 등 여러 예고편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완성된 영화가 아닌 그림 콘티만으로 진행되는 [센과 치히로]도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그리고 2003년 발매예정인 [원령공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의 토토로]의 예고편도 만나 볼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는 관객들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감독이며, 실망을 주지 않는 감독이었다. 친구의 딸의 모습을 보며 그 아이가 언제까지 이런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그런 어린 시절의 행복함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다는 그는, 당시 열 살이었던 그 소녀를 비롯해 한 때 열 살이었던 어른들에게 또한 이제 열 살이 되려는 아이들 모두에게도 행복함을 전달해주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위에서 그의 이전 작품들보다는 주재의식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꺼냈었지만, 사실 그의 영원한 화두인 자연에 대한 사랑과 보존은 이 작품에서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강의 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센을 비롯한 모든 온천탕 식구들이 힘쓰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오염된 자연을 복귀시키기란 쉽지 않음을 말하고 있고, 주인도 없는 식당에서 음식을 많이도 먹어치우던 치히로의 부모가 돼지로 변한다든가, 금을 나눠주는 가오나시에게 잘 보이기위해 오로지 여기에만 매달리는 온천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욕심과 과욕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치히로가 센으로 일하면서 행방불명된 자신의 이름을, 하쿠의 도움으로 잊지 않고 기억해서 부모님을 구해 결국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듯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도움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반드시 마음속에 간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겠다.



2002.12.07
글 / 아시타카



[모노노케 히메]를 통해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살아라!’라는 한 마디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미야자키의 기본적인 주제의식이 모두 담겨있고, 가장 강렬하게 표현한 액션 활극!



북쪽의 끝, 에미시족의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재앙 신이 나타나 마을을 위협한다. 이에 에미시족의 후계자인 ‘아시타카’는 결투 끝에 포악해진 재앙신을 쓰러뜨리지만 싸움 도중 오른팔에 저주의 상처를 받고 죽어야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결국, 재앙신의 탄생 원인을 밝혀 자신의 저주를 없애기 위해 서쪽으로 길을 떠난 아시타카는 여행 중 서쪽 끝 ‘시시’신의 숲에서 들개 신과 사투를 벌인 ‘타타라’ 마을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구해주었는데 먼발치서 자신을 지켜보는 들개 신 ‘모로’와 그의 곁에서 상처를 치료해주는 신비스러운 소녀를 보게 되고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귀빈 대접을 받으며 ‘타타라’마을에 머물게 된 아시타카는 마을을 습격하는 ‘원령공주’를 목격하게 되고 그 원령공주가 바로 숲에서 만난 소녀임을 알고 당황하게 된다. 함정을 파 놓고 총포로 무장한 인간들은 사람들을 공격하던 원령공주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순간, 망설이던 아시타카는 원령공주를 구해 마을을 빠져나가는데....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제의식은 무척이나 뚜렷하다. 미야자키는 [미래소년 코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르기까지, 그만의 정신과 주장이 깃든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일단 [모노노케 히메]를 얘기하려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이하 나우시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 면에서 [모노노케 히메]가 [나우시카]를 닮았기 때문이다. [나우시카]는 항상 미야자키 감독 작품의 주제가 되는, 자연과 인간간의 공생, 근대 기계 문명에 대한 견해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모태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우시카]의 경우가 그러한 경우라면, [모노노케 히메]는 스타일과 내용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서두에 밝혔다시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많은 액션이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철장과 ‘에보시’로 대변되는 근대문명과 ‘산(san)'과 태고적 모습을 한 신들로 대표되는 자연과의 관계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포인트가 되고 있다. 에보시와 제철장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개척하여 무사들이 난무하는 혼란스런 세태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 편, 갓난 아이 인 채로 인간들에게 버려져 들개들에게 길러진 ’산‘과 자연 속에서 태고적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들은, 점점 자연을 더럽히고 있는 인간들로부터 산(mountain)과 나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나가고 있다. 이들은 너무나도 다른 환경과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고, 그런 노력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야자키가 이러한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산(san)은 인간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들개인 모호한 존재이다. 그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인간들에게 버려져 들개들에게 길러졌으며, 지금은 누구보다도 인간들에게 커다란 반감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그녀는 ‘모로’일족의 일원으로서 오염과 황폐해져가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인간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소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우두머리 격인 에보시를 암살하기 위해 홀로 제철장에 뛰어 들었고, 자신이 지켜야할 자연을 위해 죽음 따윈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시시신(사슴신)님이 인간들을 벌하고 자신들과 자연 모두를 구원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한 편 에보시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에보시는 군사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절 신식 무기와 리더쉽을 통해 마을을 구해냈고, 강가의 제철장을 세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연료가 되는 나무를 베고 환경을 오염시켜 자연과는 적이 되었고, 군부에도 굴복하지 않아 이들에게도 적이 되었다. 또한 계속되는 신들과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모두들 두려워하는 사슴 신의 목을 베는데 앞장서게 된다. 산과 신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지만, 제철장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리더이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심한 피부병 환자들을 인간적으로 거둬준 존재이기도 하다.

만약 [모노노케 히메]에 모노노케 히메와 에보시만 존재한다면 이 영화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뻔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서로 상반된 주장이 맞서기만 하다가 결국 한 쪽 손을 들어주는 그런 영화 말이다. 하지만 [모노노케 히메]에는 아시타카가 있었다.
아시타카는 나우시카와 같이 미야자키의 생각을 작품 속에서 실천하는 적극적인 캐릭터이다. 사실 이 같은 대립 형세에 시골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시타카가 개입될 의무는 없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재앙신에게 시위를 당겨 저주를 받기는 하였지만, 어디까지나 아시타카는 제3자의 입장에서 관망할 수 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살아라!’라는 말처럼 미야자키는 행동하길 원했다. 아시타카는 산을 좋아하고 숲이 풍성한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산과 뜻을 같이 했지만, 제철장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생계와 삶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였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도 저버릴 수가 없었고, 양쪽의 중간에 서게 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산은 끝내 에보시를 용서하지 않았고, 에보시 역시 모로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 사실에 쓴 웃음을 짓기는 하였지만, 처음 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이 같은 공존의 가능성은 바로 아시타카가 열어 준 것이다.



어느 한 편에 크게 치우쳐 있지는 않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생 관계에 있어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는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은 사실이다. 그 같은 그의 메시지는 생명을 불어넣고 앗아가는 줄로만 알았던 사슴 신이 죽을 때, 사실 사슴 신은 꽃을 피우는 신이였단 걸 제철장 사람들이 깨닫게 되는 순간 느낄 수 있다.




우선 반갑다. 사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색 보정이유로 홍역을 겪은지라 많은 기대 가운데, 또한 많은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출시된 타이틀은 우려했던 마음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수준급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모노노케 히메]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다시 보았던 작품 중에 하나인데, 물론 DVD포맷이 아닌 VCD의 조악한 화질로 관람한 것이었다(VCD의 화질을 조악하다고 쉽게 평할 수 있는 현실이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화질에 세세한 디테일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예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만족할 만한 화질을 선보였다고 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라고 생각된다.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감독 작품 가운데 최초로 CG를 사용한 작품답게 스펙터클하고 스피디한 영상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같은 장면을 표현하기에 16: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포맷은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된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을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될 것은 바로 히사이시 조의 스코어이다. 항상 감동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히사이시 조는 [모노노케 히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스코어를 들려준다. 일본 전통의 토속적 사운드와 클래식 적 요소가 적절히 융합된 모노노케 히메의 음악은 미야자키의 메시지를 더욱더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다. 돌비디지털 5.1채널로 전해지는 사운드는 위와 같은 히사이시 조의 감동의 선율과 아시타카의 활 쏘는 소리, 야클의 발굽 소리 등을 웅장하고 선명하게 전달한다. 또한 5.1채널의 일본어 더빙 트랙 외에 한국어 더빙 트랙도 5.1채널로 수록하고 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성우들이 참여한 한국어 더빙도 기대치 않았던 5.1채널로 수록되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끌고 있다.



다음은 서플먼트인데, 사실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수록된 서플은 지브리 타이틀이 공통적으로 수록하고 있는 것들인데, 그림 콘티, 멀티 앵글로 보는 본 편과 예고편 모음, 출시 예정 작 소개, 캐릭터와 시놉시스, 스텝 소개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래도 조금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 더빙 성우들을 소개하는 메뉴에서 더빙 현장 스케치 영상이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비교해 보았을 때, 제작 다큐나 다른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아 그리고, 타이틀과 함께 제공되는 DVD 홈 시어터 관련 도서는 DVD플레이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싶고 궁금했던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앞으로 DVD를 즐기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2003.08.07
글 / 아시타카

 


제 1화 [벚꽃이야기]


도쿄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토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는 부모의 전근으로 막 이사 왔다. 가정환경도 적극성이 없다는 것도 작은 체구에 병약한 부분도 같아서 닮은 꼴이 많았다. 무엇보다 취향이 비슷해서 우린 서로가 좋았다. 그 시절에 함께였던 두 사람이지만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아카리의 이사가 결정되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초조함… 어린 아이이기에 쌓아올 수 있던 시간은 어린 아이이기에 무너트려지게 된다.그리고, 다시 벚꽃의 계절을 눈앞에 둔 중학교 1학년 3학기, 이번에는 타카키가 카고시마로 전학을 가게 된다. 어린 시절의 후회, 그리고 아카리에게 줄 편지를 가슴에 품고, 타카키는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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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코스모나우트]


미래라고 하기에는 멀고, 장래라고 하기에는 가까운 이 앞날에 대해 모른 척 걸어나가던 귀갓길. 카고시마. 이 섬에서 살고 있는 고교 3학년인 스미타 카나에의 마음을 지금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섬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NASDA(우주개발사업단)의 로켓 발사도, 더구나 가장 심각해야 할 진로에 대해서도 아닌 한 소년의 존재다. 중2때 도쿄에서 섬으로 전학 온 토노 타카키. 이렇게 옆에서 걸으며 대화를 하면서도 저 너머로 느껴지는 가장 가깝고도 머나먼 그리움. 고동이 무거우면서도 빨라져 가기에 말투가 빠르고 가벼워진다.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 만큼, 시점은 항상 그를 향해 있다. 내가 제대로 보드에 서서 서핑을 탈 수 있다면, 그 때는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을 전하고 싶어. 익숙하게 타고 싶은 파도. 뛰어넘고 싶은 이 순간. 조금씩 서늘함이 늘어가며 섬의 여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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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초속 5센티미터]


회사를 그만두었다. 3년간 사귄 여성에게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 토노 타카키는 어린 시절보다 수수해 보이는 도쿄의 거리에 있었다. 그런 그의 가슴에 복받친 것은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 그것은 지금 다시 도쿄에 살고 있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노하라 아카리는 결혼을 앞두고 부모님 집에서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키타칸토의 마을에 와있었다. 그 곳에서 발견한 타카키 앞으로 썼던 편지. 그립게 떠오르는 존재. 어린 시절의 커다랗던 마음. 아카리와 타카키가 본 시간, 풍경, 장소, 나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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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제 12회 DOGA 그래픽 콘테스트에서 모든 과정을 혼자 작업한 5분 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彼女と彼女の猫)’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애니메이션계에 해성처럼 나타난 작가이자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 그는 2002년 2월 독립영화로 제작된 디지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와 이후 상업용 극장 애니메이션이었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발표하며 그 특유의 감성적인 영상과 작화, 그리고 깊은 여운과 아련함이 물씬 묻어나는 스토리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근래 가장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한 명이다.

그가 처음 주목 받게 된 이유는 그가 디지털 세대의 장점을 그대로 다 사용하면서도, 즉 거대 스튜디오가 아닌 독립적인 제작 방식으로 홀로 디지털 방식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음에도, 너무나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완벽히 품고 있다는 점이였다. 특히나 ‘별의 목소리’의 경우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와 우주선, 로봇 등이 등장하는 SF적인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그리움과 애틋함을 너무도 잘 표현해 많은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는 ‘국경’과 ‘잠’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그려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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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독립작품이었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나 ‘별의 목소리’를 제작할 당시, 성우 더빙과 음악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작업을 혼자 해냈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었는데, 단편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혼자서 모두 해냈다고 하기에는 워낙에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당시 팬들은 더욱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이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DVD 출시 이후부터 계획에 들어갔던 그의 새로운 작품의 대한 기대는, 그의 팬 페이지를 통해 미리미리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어서 더욱 하루하루를 기다리게 했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표현대로 그의 상업용 극장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두 번째 작품인 ‘초속 5cm’는 기존 그의 전작들과는 배경과 이야기를 조금 달리하면서도 한 편으론 ‘신카이 월드의 집약체’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장점들이 고스란히 모여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은 그 작화만 봐도 딱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디지털 작품이기는 하지만, A4용지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 콘티를 스캐닝 하여, 프레임으로 나누어 제작한 동영상 콘티를 기본으로 제작된 영상이라 그런지, 파스텔 톤의 수채화를 보는 듯 한 따뜻함이 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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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등 두 작품을 감상한 이들이라면, ‘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SF적인 요소에 남다른 관심이 있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별히 그렇다기보다는, 단순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를 찾던 중에 SF적인 요소를 삽입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것이지, 의도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SF적인 요소를 택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초속 5cm’ 가운데 특히 2부인 ‘코스모나우트’를 보면, NASA나 우주비행선 같은 요소가 또 다시(잠시)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전작의 영향 때문인지, 무언가 또 SF적인 요소와 엮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일부에선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고까지 여겨지던 SF적인 요소 없이도,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초속 5cm’가 평가 받는 이유는, 그가 모든 작품에 보여주었던 ‘애틋함’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절실하게 표현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우주라는 경계에 놓여있던 ‘별의 목소리’나 국가와, 잠으로 인해 성장하지 않는 어려움을 극복하려 애썼던 ‘구름의 저편..’의 경우의 비하면, ‘초속 5cm’에서는 단순히 거리와 시간의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즉 공간이나 그 세계는 훨씬 좁아지고 단순해졌지만, 오히려 현실에 항상 존재하는 거리와 시간의 문제를 다루면서, 더욱 더 현실적이고 더욱 더 절실해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절실한 이야기.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가 이야기하는 본인 작품의 본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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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계와 은하계, 시공간을 계산하는 핸드폰 문자 메시지 등 어쩌면 복잡한 세상과 현실 속에 놓인 ‘별의 목소리’의 두 주인공과 비교하자면 제 1화 ‘벚꽃초’에 등장하는 아카리와 타카키의 애절함은 너무도 현실적이고 단순한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나오면서 항상 같이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반이 달라지고 학교가 달라지는 현실 때문에 그리워하게 되는 일, 먼 지방으로의 전학으로 인해 다시금 멀어지는 일. 그런 현실 속에서도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편지를 쓰고, 폭설로 인해 계속 지연되고 연착되는 전철을 몇 시간씩 타고서라도 만나러 가는 일. 어쩌면 너무나도 단순한 감정을 바탕으로, 너무나도 현실적인 조건들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을 그린 것인데, 그 어떤 극적인 스토리보다도 찡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소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재주에 있어서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는 전철이라던가, 학교 끝나고 심심함을 달래고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 들렀던 편의점에서의 음료 한 잔, 매일 오고 가게 되는 등하교길,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나의 집, 기차를 기다리던 건널목 주변, 방안 창문에서 바라본 뒷골목 등 이러다할 특별함이 없는 공간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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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평범한 일상의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기법을 전작들에서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 좀 더 강조된 것은 ‘공간’ 뿐 아니라, ‘시간’에 대한 의미 부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인 ‘초속 5cm’. 벚꽃 잎이 지는 속도를 내세움으로 인해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작은 찰나의 순간에도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한 편, 반대로 그에 비해 역시 인식하지 못한 채 너무도 빨리 흘러가 버린 뒤에야 알게 되는 세월의 시간을 더 확연하게 느끼게 해준다. 제 3화 ‘초속 5cm’에서는 1화의 등장했던 두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다시 등장하는데, 기존의 다른 작품들처럼 극적인 만남은 이뤄지지 않는다. 세상의 시간의 몸을 맡겨 오랜 시간을 지내온 두 주인공은, 문득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다시금 그 때와 서로를 떠올리게 되지만, 그리워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사실 3화로 이뤄진 이 작품에서 제 3화인 ‘초속 5cm’는 대부분의 러닝 타임이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노래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로 이뤄지는데, 이 곡이 끝날 때까지 너무나도 극영화 같은 편집과 이 작품을 위해 쓰여 진 것이 아님에도 너무나도 완벽하게 들어맞는 노래 가사 때문에 소름 돋을 정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혹자들은 3화에서 미완으로 끝나버린 엔딩 때문에 실망을 하기도 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같이 아려함을 그대로 둔 채 애틋하고 절실한 가사의 노래로 마무리하는 엔딩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1,2화를 만든 것이냐는 말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단순한 노래로 와 닿지 않고 ‘절실’하게 와 닿았던 것은 1,2화를 통해 보고 느꼈던 감정들 때문이었으며, 이런 애틋하고 애닮고 아련한 감정을 완벽하게 극대화 시키고 여운 또한 극대화 시킨 것은 바로 이 3화인 ‘초속 5cm’ 때문이었다. 타카키와 아카리가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그 시절과 서로를 떠올렸듯이, 개인적으로 앞으로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를 들을 때 마다 이 애절한 감정이 파고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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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는 우선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는 모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1.8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디지털로 최종 제작된 작품답게 크게 부족함을 찾아볼 수 없는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며, HD급 디스플레이에서 재생 시에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화질이었다. 돌비디지털 5.1&2.0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었으며, 역시나 주제곡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를 감상할 때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서플먼트들이 담겨있다.

첫 번째로는 흔히 지브리 스튜디오의 타이틀에서 볼 수 있었던 스토리보드를 만나볼 수 있는데, 본편의 성우들이 전부 더빙한 버전이 아니라서 오히려 신선함(?)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PV가 수록되어 있는데, 본편의 수록된 버전과는 다른 편집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그 외에 1화 벚꽃화의 야후 프리뷰 버전이 수록되었고, 각 캐릭터들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들의 인터뷰와 스틸 갤러리가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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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덕션 스틸 갤러리는 기존의 스틸 갤러리의 성격과는 다르게, 메이킹 필름의 해당하는 장면들을 스틸로 담고 있는데, 제작초기의 실제로 헌팅을 가서 촬영한 장소의 모습들이라던가,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제법 여러 명의 스텝들과 함께 작업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업실 모습, 개봉 뒤 무대 인사를 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들은 만나볼 수 있다. 서플외에 이번 초회한정판에는 스토리 북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서플먼트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감독의 말이라던가, 작품에 등장한 실제 장소의 대한 설명, 그리고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자세한 과정이 설명되어 있어, 특별한 메이킹 다큐가 없는 서플먼트를 보완해 주고 있다.

‘초속 5cm’는 단순함과 절실함이 미학이 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가 항상 그래왔듯이 평범한 일상을 돌아보게 하고, 지나왔던 찰나를 추억하게 되는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 그는 항상 나를 돌아보게 하고, 시간 속에 잊혀져가는 아련함을 끄집어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게 하는 고마운 사람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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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나미 레이에 정체에 관해서는 참 말들이 많다. 그리고 무엇 하나 확실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 사실들도 많지 않다. 그저 유추와 추측을 되풀이 한 끝에 ‘그럴 것 이다‘라고 마무리 지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카리 신지의 내면세계를 연구하는 것이, 곧 에반게리온의 주제를 연구하는 것이었다면, 아야나미 레이의 존재에 관한 탐구는, 곧 에반게리온의 수많은 의혹들을 풀어가는 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선 그녀의 존재에 대해 널리 알려진 사실들부터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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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에 관한 이야기
는 이카리 겐도 사령관의 아내였던 유이 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추측은 예전에 겐도와 유이가 나누었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는데,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신지라 하고 딸을 낳으면 레이라고 부르기로 했던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레이를 겐도의 딸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유이의 혼이 깃들어 있는 복제인간으로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이쯤에서 정리해보자면, 오로지 유이의 혼을 지닌 복제인간 쯤으로 규정하기에, 레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복잡한 존재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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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의 존재는 여러 면에서 신지와 비교되기도 한다. 이 둘의 관계는 남녀(男女)의 관계로 규정할 수도 있고, 모자(母子)의 관계로 설정할 수도 있으며, 오누이(男妹)의 개념을 들 수도 있다.

먼저 오누이의 개념에 대해 얘기해보자. 일단은 이미 위에서도 언급하였듯 ‘아들을 낳으면 신지, 딸을 낳으면 레이’라는 말에서 이런 개념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신지는 아버지인 이카리 사령관에게는 호의적이지 못하고 자신을 어머니처럼 지켜주는 에바 초호기 에게서 편안함을 느꼈고, 반대로 레이는 오로지 이카리 사령관에게만 의지하는 모습(이러한 설정은 레이가 이카리 사령관을 아버지가 아닌 남편으로 여기는 것에도 통용된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오누이적 설정 보다는 모자의 관계 설정이 설명하기에는 좀 더 수월하다. 아무래도 유이의 혼이 실린 복제인간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했을 때, 이러한 관계 설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가 이러한 관계에서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레이와 주변 인물간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카리 사령관의 버려진 안경을 간직하고 고뇌하는 레이의 모습은, 그 자신이 ‘레이’라는 존재에 대해 반문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신지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는 등 신지를 아들이나 오누이 관계가 아닌 남자로 인식하는 것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레이의 의지는 마지막에 결국 이카리 사령관이 아닌 신지를 선택하면서 완전하게 관계를 극복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신지의 독백에서와 같이, 아니 존재에 관한 물음은 레이에 관한 것이 더욱 깊이 빠져드는 걸 알 수 있다. 레이의 독백 대사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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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가짜 몸과 가짜 마음을 가졌지?
가짜가 아니야, 난 나야.
아니야, 너는 이카리 겐도라는 사람에 의해 가짜 영혼으로 만들어진 사람이야. 넌 인간이 된 것인 체 하는 가짜야.
봐. 네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인 네 안은 어둡고,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있어.
난 나야. 난 나와 다른 사람의 연결된 도움으로 내가 된 거야.

자신은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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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니 않니?
아니, 기뻐. 내가 원하는 건 죽는 거야. 내가 필요한 것은 사라지는 거야.
난 무(無)가 되길 원해.
아니, 아니야. 넌 무(無)가 될 수 없어.
그 사람은 네가 없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
아직 돌아오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그가 날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내가 존재 하는 거야
하지만, 끝이야. 난 소용없게 될 거야.
난 그에게 버림받게 될 거야.
지금은 두려워도 그 날을 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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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반문은 [블레이드 러너]나 [메트로폴리스]등의 복제인간, 로봇들이 깨달았던 것과도 닮아있다. 가장 가깝게는 신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레이가 자기 자신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닮아있다 하겠다. 신지가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지도 몰라’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레이가 ‘가짜가 아니야, 난 나야’라며 자신의 존재를 극복하는 대사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2003.03.16
글 / ashitaka

많은 사람들이 에바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중 하나인 레이.

p.s / 오랜만에 읽으니 내가, 내가 안 쓴 듯한 느낌 이상하다 --;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하나의 심리극이라 해도 좋을 만큼, 복잡한 내적 줄다리기와 상처받은 영혼들에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하고 복잡한 캐릭터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무엇보다도 우리들과 가장 닮아있는 캐릭터가 바로 '이카리 신지(碇シンジ)'이다.





이카리 신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네르프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카리 겐도우와 유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신지는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맹하고 정신적으로도 터프한 주인공들과는 달리,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혼자 음악듣기를 즐기는, 어찌보면 너무도 평범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신지는 아직 어린 14살의 소년이며 대부분의 또래의 소년들이 그러하듯 혼란스러운 청소년기와 사춘기를 겪고 있다. 신지는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특별한 상황에 처해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그 무게의 차이일 뿐 [에반게리온]은 한 소년이 정체성을 이루어가고 고통을 이겨내는 성장 드라마에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외에도 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과 신지가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바로 에반게리온에 탑승하는 이유, 즉 목적이다.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신지와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인류를 구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에바에 탑승하였겠지만, 신지의 경우는 달랐다. 신지에게는 인류의 구원이니 사도의 격퇴이니 하는 대의명분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기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에바에 탑승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신지는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위해, 사랑받고 칭찬받기 위해, 또한 아버지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에바에 탑승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지는 항상 에바 탑승에 관해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바로 '왜?'하는 물음말이다.





신지와 주변의 캐릭터들의 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신지가 인식하는 상대에 느낌이라고 해야겠다. 신지는 같은 에바 파일럿인 아스카에게는 이성을 느끼지만, 레이에게는 모성과 이성을 동시에 느낀다(모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미사토에게 역시 모성을 느낀다. 또한 시리즈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카오루에게도 미묘한 이성을 느끼게 된다(이러한 카오루와의 관계는 방영 당시 일본에서도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었었다). 레이에게 모성을 느끼는 것은 이미 언급하였듯이 당연한 일이었고(왜 당연한 것인지는 레이 편에서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보냈던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신지에게, 보호자격인 미사토의 존재 역시 모성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사도이기도 했던 카오루와의 관계의 이유는 조금 다르다. 카오루는 신지가 늘 되내이던 문제들에 관한 답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스스로 해쳐나갈 수 있는 의지의 길을 열어준 존재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존재를 뛰어 넘어 진실한 사랑에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여기서 말하는 사랑의 의미는 흔히들 말하는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좀 더 총체적이고 초월적인 의미를 갖는다). 신지에게 카오루는 이렇듯 짧은 시간 함께 하였지만 소중한 존재였기에, 그가 마지막 사도임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손으로 카오루를 죽음으로 이끈 죄책감에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신지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되기까지는 너무도 힘든 과정이 있었다. 수많은 반문들을 되내이고 되내인 끝에, 이러한 마음을 갖을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을 항상 다른 사람에게만 맞추려하다보니 상처받고 고민하고,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서 신지는 더더욱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결정적으로 카오루와의 일을 계기로 무섭도록 자신의 존재에 대한 증오와 혼란을 겪게 된다. 이러한 신지가 자신의 존재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의 의지였다. 표면상으로는 아스카, 레이, 미사토 등 주변 인물들이 그를 안심시키고 달래고 타이르며, 신지의 존재에 관해 이야기 해주고 있지만, 극 중 에서도 알 수 있듯, 이는 모두가 다 신지 자신이 만든 이미지에 불과하다. 즉 신지가 원하는 아스카, 신지가 원하는 레이, 신지가 원하는 미사토의 이미지가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들려주는 '축하해'라는 말은 신지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처음이자 가장 큰 칭찬인 것이다.



이카리 신지가 겪게되는 극 중 모든 상황, 쉽게 말해 계속되는 자신과의 싸움은, 작게는 한 소년이 자아를 완성시켜가는 과정을, 나아가서는 한 영혼을 가진 존재가 자신의 존재로서의 의미에 대해 인식하는 과정을 너무나도 섬세하고 감각적이며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신세기 에반게리온]을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 영화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의미를 갖게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함께 겪었기에 신지의 마지막 대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진한 감동을 준다.


2003.02.21
글 / ashitaka

이카리 신지의 독백은 곧 에반게리온이기도 했다.

시리즈 내내 그 의도 조차도 알 수 없이, 크게는 인류를 상대로 작게는 네르프를 표적으로 끊임없이 공격을 가해오는 미지의 존재가 바로 사도(司徒)이다. 하지만 파괴될 때 나타나는 십자 모양의 섬광이나, 적에 이미지를 가졌음에도 영어로는 'Ange'l로 표기되는 점은 아이러니로만 가정하기에는 너무나 모호한 점이 많았다.



생명, 비생명의 개념을 넘어선 미지의 존재. AT필드와 같이 과학을 초월한 미지의 능력을 지닌다. 아담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거대 생물 병기. 세컨드 임팩트때 제 1사도가 등장 했다. 인간의 DNA와 99.89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네르프를 습격하는 목적은 터미널 도그마의 아담과의 접촉이라고 생각하지만, 제작자는 알 수 없다. DNA가 거의 인간과 같지만 알에서 부화해서 탄생하는 것 등 여러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어떤 것은 우주에, 또 어떤 것은 용암 속에, 수륙, 심지어는 우주공간에서조차도 생존 가능하다는 데에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지능도 전체적으로 높고 핵(코어), 별명 광구라고 불리는 부분이 반드시 있어 이 부분이 사도의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는 유일한 약점이기도 하다. 코어를 파괴당하면 활동을 정지한다.



사도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알려져 있는 조사나 자료라는 것도 대부분 추측이라는 영역에 가까운 것들이어서 '에바 렉시콘'에서조차 그 정의를 내리긴 힘든 상황이다. 사도가 '천사'라는 명칭으로 불리워 지는 것은 카톨릭문화권에 의한 단순한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이 천사라는 명칭은 어디까지나 카톨릭문화권내에서도 정식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카톨릭교단에 있어서 유일무이한 성전인 '성경(聖經)'에는 개성이나 고유명사를 가진 '천사'라는 것에 대한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사 - 그 특별하게 이름지어진 천사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성경이라는 정식적인 것보다도 오히려 아포크리파(성서외전, 위전(爲典))이라고 불리우는 고대문서들에서 많이 거론되는 편이다. 이것들은 전부 후세의 카톨릭교의 지도자들에게 정식 '성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성경의 일부가 아닌가하는 추리가 많다. 예를 들자면 앞서 말한 천사들의 이름이 상당수 많이 보이는 고대문서 [에녹서]에는 근대화가 시작된 근간에 이루어진 카톨릭교 신부들에 의해 정식으로 인정되었고, 에디오피아 정교에서는 지금도 성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인류보완계획위원회의 주변에서 툭하면 거론되어지는 [사해문서]도 역시 에녹서와 같이 아포크리파이다. 우리들의 눈앞에 선보여지는 사도들은 르네상스시기에 볼 수 있었던 회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인간의 모습보다도 아포크리파에서 볼 수 있는 모습에 더욱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천사, 사해문서, 아담, 마기, 에바 등. 이 일련의 언어들을 연상해서 생각해본다면 이것들이 절대로 카톨릭교의 문화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명칭에 그 어떤 의지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도에게 명명되어진 천사의 이름은 무작위로 선택되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의지를 보고서 선택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각 천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나 능력, 구현에 따른 것으로 각 천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별로 명명되어졌다.
사키엘은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샴시엘은 낯, 라미엘은 번개, 가기엘은 물고기, 이스라펠은 음악, 산달폰은 아기, 사하퀴엘은 하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도들의 명칭은 어디가지나 이들이 등장한 상황에 맞추어 설정된 것으로 NERV가 사전에 알고서 지어놓은 이름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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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임펙트의 원인이 된 사도이다. 2000년 남극에서는 사도를 알의 형태로 환원 시키려하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실수로 엄청난 재난이 일어 났고, 이러한 사실은 언론을 통해 철저히 왜곡되어졌다. 아담은 모든 사도들의 생명의 근원이며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에바 역시 아담을 기본 원형으로 제작되었으므로, 에바는 아담과 상당히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아담의 원래 형태는 흰색으로 발광하는 빛의 거인이었다. 세컨드 임펙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카지가 가져온 아담은 태아의 모양으로, 환원 과정을 다 거치지 않도록 베이클라이트로 굳어져 놓은 것이다. 아무튼 에바나 사도나 그 근원은 모두 아담으로 통하며 이에 얽힌 수수께끼는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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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으로 내내 여겨졌으나 카오루에 의해서 아담이 아닌 릴리스로 판명되어 진다. 터미널 도그마에 있었으며 ,주위에는 LCL 액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있었고 가슴에는 롱기누스의 창이 박혀 있었다. 얼굴에는 제레의 마크인 7개의 눈이 그려져 있었다. 하체가없고 상체만이 있는 형태였다. 롱기누스의 창이 뽑히고 나서부터 서서히 하체가 자라기 시작한다. 결국 레이와 결합하면서 여자의 형태로 변하게 된다. 거대한 레이의 형상으로 변한 후 겐도를 버리고 신지를 찾아서 떠난다. 결국 서드 임펙트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겁에 질려 하는 신지를 볼 때는 나기사 카오루의 거대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신지의 선택에 의해서 처참히 목이 끊어지게 되고 죽음을 맞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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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15년. 세컨드 임팩트 이후에 15년 만에 인류앞에 모습을 들어낸 사도는 이 사키엘이었다.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활동하며 상황을 분석하여 배워 다시 행동하는 학습형이면서 재생능력과 단기간에 진화하는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손바닥에서는 창 모양의 고형광선(固形光線)을, 양쪽 눈에서 파괴광선을 발한다. UN군의 N2지뢰 공격을 받은 뒤 두 번째 머리가 생겼다. 제 3신동경시를 침공했고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낳을 뻔했으나 폭주한 초호기에 의하여 운 없이 자폭하고 만다.
에반게리온의 제 14화에서는 지금까지 작품에서 등장했던 12화까지의 사도의 이름과 작전명칭이 각 에피소드에 맞춰 나타난다. 본 편에 등장하는 사도의 이름은 각각 성서에 등장하는 천사의 이름과 같으며, 그 천사가 담당하는 분야와 각 사도의 개성, 등장의 시츄에이션 등이 어딘지 모르게 일치한다. 제 1화에 바다에서 등장했던 제 3사도의 이름은 사키엘. 물의 천사 사키엘과 같은 이름이다.



사도의 형태는 각 객체들마다 다르지만 이 녀석은 상당히 인간의 형태의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같은 두개골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두발로 걸어다니고 사부 동체에서 뻗어 나온 두 팔로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공격과 운반 등) 굉장히 사람냄새 풍기는 녀석이다. 거기에 몸통 가운데에 가지고 있으며 생물학적 의미로 얼굴에 가까운 모습을 한 것은 별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육상뿐만 아니라 수중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것과 옆구리에 아가미 같은 것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을 보면 호흡기관 같기도 하지만 에바에 의해서 처참하게 박살났기 때문에 확인은 불가능하다. 사실 호흡을 하고 있었는지 그 자체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단순한 객체로서 볼 때 가지고 있는 전투능력과 방어능력은 굉장히 높은데다가 AT필드를 전개함에 따라 대부분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AT필드가 가지고 있는 방어능력자체가 굉장히 높다는 것은 UN군의 공격 대부분을 간단하게 막아 버리는 것으로 증명해 보였다.

마찬가지로 UN군의 최대 무기였던 N2지뢰도 그 위력의 대부분을 소멸 당하여 결정적인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게 만들었다. 여기에 본래 가지고 있는 학습능력과 기능증폭능력에 의하여 발전, 진화하는 사도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원거리 공격능력을 습득, 스스로 미사일과 같은 공격을 가능하게 했다. 그 외에 스스로 고쳐나가는 수리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한 수리뿐만이 아닌 재편성에 의한 기능강화능력까지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적을 에반게리온이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에 정말 놀라울 뿐이다. 또한 공격에 의해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 다시 나온 '얼굴 같은 것 2'는 확실히 이전버전과 달리 더욱 강력한 공격과 방어력을 보인다. 이것만 보더라도 단독행동 병기로서 이 이상의 성능을 기대하기 힘든 녀석일 것이다. 제 3신동경시까지 와서 초호기와 싸우면서 결과적으로 지기는 했지만 도중에 에바와 함께 자폭하려는 경향까지 보이는 것을 보면 굉장히 사명감이 뛰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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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있어서 일명 '오징어'라는 암호명을 가진 이 사도는 비행을 할 때에는 넙죽한 모양으로 떠다니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가 전투상황이 발생하면 수직으로 몸을 일으켜 전투에 임한다. 작은 양팔에는 어떠한 물체이건 찢어버리는 채찍모양의 촉수를 가지고 있다. 무지막지한 전투능력과 상당히 넓은 전투반경을 가지고 있어서 웬만하면 에바를 쓰러트리리라고 기대되었던 샴시엘은 초호기의 프로그레시브 나이프에 의해 중심 햇인 코어부분을 파괴당하여 장렬하게 활동정지를 당한다. 마찬가지고 3화에 등장했던 제 4사도의 이름은 낮의 천사 샴시엘과 같다. 제 3사도 샤키엘이 한밤에 제 3신동경시를 침공했던 것에 비해, 제 4사도는 낮에 제 3신동경시에 나타났다. 천사 샴시엘은 낙원의 리더중 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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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립자(加粒子)포를 가진, 상당히 과학적인 모양의 하늘을 떠다니는 주사위. 어찌되었든 완벽에 가깝다고 할만한 방어력과 무적에 가깝다고 할만한 공격력만을 보아도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임무를 완수하리라고 기대되었던 라미엘은 등장부터 초호기의 장갑을 융해시키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생긴 것만틈 스마트한 사고 판단으로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어서 초호기가 포지트론 라이플로 장거리 사격을 하여 저격하지 않았더라면 상대하기 힘든 사도였다. 제 5화, 6화에 등장했던 제 5사도의 이름은 우뢰의 천사 라미엘과 같은 이름이다. 라미엘은 7명의 대천사 중의 하나로, 레미엘이라는 별칭은 '진실의 환영을 지배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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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부터 2호기를 수송하던 UN태평양함대를 공격한 수중전투형 사도. 덩치가 대단해서 아마도 이전 사도들에 비해서 상당히 발견되기 쉬운 녀석이었을 터인데도 역시 바다의 신비 속에 묻혀서 등장한 것을 보면 혹시나 '나디아'계열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미사토가 제안한 영거리 사격에 의해 섬멸되었다. 8화에 2호기와 해저에서 전투를 했던 6사도의 이름은 물고기의 천사 가기엘과 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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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슬쩍 등장한 사도. 전투 중에 분리되었는데, 처음부터 분리 기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자기 증시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뭐, 설정상으로는 분리와 합체가 가능한 사도라고 되어 있으니 개별체이면서 하나의 형태를 유지 할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사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지의 초호기와 아스카의 2호기의 합체 공격(?)에 격퇴되었다.

이 7번째 사도는 지금까지의 사도들이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형질을 보여주었다. 분체(分體), 넓게 말하자면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단세포생물의 무성생식과는 구별되지만 다세포생물(多細包生物)이 개체로서 완벽하게 증식해서 분열하는 것을 분체라고 한다. 초호기의 보호를 받아가면서 접근한 이호기의 강력한 공격에 절단되는가 했더니 그 절단면에서 2개의 개체로 분리가 되어버렸다. 이 때, NERV는 이것을 갑(甲)과 을(乙)로 구분하여 부르면서 구별하기 시작했다. 이 제 7사도는 마치 지렁이같은 환형동물의 증식법과는 다른, 완벽하게 다른 형태의 번식법을 보여주었다고 해야할까? 우선, 그 차이점을 본다면 그 구성분자가 단순하게 복제되어 증가하는 형태가 아닌 점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9화에 초호기와 싸운 7사도의 이름은 음악의 천사 이스라펠. 이스라펠은 최후의 심판에 관여하는 천사의 하나로, 최후의 심판의 날에 나팔을 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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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마산의 용암 속에서 발견되었다. 어떠한 사정이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용암 속에서 등장했는지 알 수 없으나 번데기 상태의 형체에서 성장을 한 사도였다. 고대생물 아노마로카리스와 닮은 모습으로 마그마 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을 보면 따듯한 것을 좋아하는 생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2호기의 열팽창 원리를 이용한 공격에 의해 조용히 녹아내렸다. 아사마산 지진연구소에 의해 아사마산 화산구 근처에서 발견된 이 사도는 아직 완벽한 성장을 마치지 않은 상태이다. 말하자면 번데기 상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사마야 화산구에서 발견된 8사도의 이름은 태아의 천사 산달폰과 같다. 천사 산달폰은 하늘의 서기장 대천사 메타트론의 쌍둥이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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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미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사도. 강력한 용해액(鏞解液)으로 제 3신동경시의 방어용 장갑 셔터를 융해시킨 사도. 그 놀라운 능력은 직접 지오프론트에 도달하는데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으나 초호기의 파레트 건 사격에 의해서 주저앉고 말았다. 제 3, 7사도가 사람과 같은 형태, 제 6, 8사도가 금붕어 형이라고 한다면 이 9사도는 곤충형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몸통에서 가늘고 긴 발이 늘어져 있는 겉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구에 존재하는 거미류에 상당히 닮아있다. 또한 이동할 때의 모습을 보더라도 거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몸에서 뻗어 나온 4개의 발은 2개의 관절을 가지고 있고 선회하거나 후퇴하는 등의 자잘한 행동이 가능하다. 타원형의 몸통에서 눈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많이 보이지만 이것은 눈이 아니라 문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네르프 본부 바로 위에서 용해액을 내뿜었던 9사도의 이름은 비의 천사 마타리엘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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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상공의 성층권에서 갑자기 등장한 사도. 좌우 대칭형의 몸을 가지고 있으며 성층권으로부터 몸의 일부를 떨어트려 공격하는 강하공격을 시도했다. 강력한 가속과 AT필드에 의한 질량공격으로 거의 이길 뻔했으나 에바 3대의 연쇄공격에 의해서 부서지고 만다. 12화에서 등장한, 위성궤도상에서 낙하한 10번째 사도의 이름은 하늘의 천사 사하퀴엘과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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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사도. 바이러스와 같이 분열, 번식하며 환경적응력과 학습능력이 상당히 높다. 네르프의 메인 컴퓨터시스템인 마기에게 침입하여 자폭 프로그램을 작동시키지만 진화 촉진 프로그램에 의해 자멸하고 만다. 제 11사도 이루엘의 뜻은 '공포'의 천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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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제 3신동경시에 등장한 사도. 공중에 떠있는 구형체는 그림자이고 지상에 나타나있는 그림자형태가 본체이다. 몸 자체에 '디렉의 바다'라고 불리는 허상공간을 가지고 있다. 상당히 멋진 녀석으로 당당하게 초호기를 잡아먹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잡아먹혔던 초호기는 내부전원이 끊어진 상태로 정지되었다가 재가동되어 잔인하게 레리엘의 몸을 찢어버렸다.제 3신동경시 중심부에 출현했던 제 12사도는 이전의 사도에 비교했을 때, 다소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해하기 어려운 사도라고나 할까.

이 사도에 대한 이해를 보다 어렵게 하는 요인은 아마도 본체와 그림자와의 관계일 것이다. 우리들은 과거의 경험 등에서 시가지 한가운데에 떠 있는 구체를 사도의 본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사실 현장에서 대치하고 있는 네르프의 전투부대도, 초기단계에는 하늘의 구체를 사도본체를 생각하고 작전을 전개했다. 그 오해는 이후에 초호기의 일시적 상실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그 아래로 넓게 펼쳐져 있는 그림자가 사도의 본체였다. 한번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부분이 본체인 것이고 본체의 모양이 보이는 부분이 그림자가 되는 역전현상이 이 사도의 커다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상공의 구체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그림자-역광을 통해서 일어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라는 것은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엄밀히 말하면 환영인 것이다. 어째서 사도의 그림자가 외부요인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요인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첫 전투시 초호기, 영호기의 공격을 받은 구체는 눈에서 회피하여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통 공격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은 초호기의 첫 공격이었던 라이플 사격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한번 사라졌던 그림자가 다시 출현하는 이유가 있다. 이제까지의 일을 생각해보면, 그림자는 적의 공격, 주의를 끌기위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유인효과는 에바와의 전투에서 유효한 기능이었다. 먼저 덤벼들은 초호기를 바보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초기단계에 초호기를 잃은 네르프는 영호기, 2호기를 통해 구출과 반격을 시험하려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결국 일시 후퇴를 결정, 초호기를 사도의 안쪽에 두고 전투는 종결되었다. 이 전투에 있어 작전전개와 후퇴결정은 카츠라기 미사토에 의해 행해졌다. 이후 초호기 강제 배출계획을 입안, 추진한 것은 아카기 리츠코 박사였다. 이 무렵의 초호기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사도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츠코 박사는 계획을 실행하기 직전 12사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설을 한다."직경 680미터, 두께는 3나노미터, 그 극히 얇은 공간을 안쪽으로 AT필드로 지탱한다. 그 안의 디렉의 바다라고 불리는 허수공간. 그것을 또 다른 우주로 파괴하는 것이다." 다소 어렵게 들릴지는 몰라도 이렇게 벌어진 사건 이후에 보았던 증거들을 모아 보아도 같은 결론을 낼 수 있다. 단지 앞에서 말했던 사도의 직경에 대해서는 작전 수행지점을 중심으로 측정되어졌다고 하겠다. 초기 전투 이후, 계속 불룩하게 커지기 시작한 사도는 680미터 지점에서 멈추었다. 이것이 사도의 본래 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두께의 측정치로 사용된 나노미터라는 것은 10억분의 1미터를 표시하는 단위이다. 이 시점에서 디렉의 바다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디렉은 인명(人名). 반양자의 존재를 예측, 질량파동역학과 매트리스 역학의 총합 등 질량역학분여에 대단한 공헌을 한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 그는 상대성 이론의 파동방정식 E=p²c²+m²c⁴제창했는데 그 해석은 정과 같이 부의 에너지의 답도 가진다는 것이다. 이 계측조차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부에너지의 답이 설명하는 모델이 디렉의 바다라고 말해지는 관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자적인 그 무엇도 들어있지 않은 듯이 뵈는 진공의 유상(질량역학적으로 가공된 공허한 상자같은 모양)에는 실제로 우리가 계측할 수 없는 부에너지의 전자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부는 허수공간의 바다이고, 정은 사도의 특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도는 보이는 것으로는 직경이 680m이지만, 내부에는 광대한 공간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초호기 파일럿의 "내부에서는 레이더도, 음파탐지기도 사용할 수 없으니 돌아갈 수 없다(레이더나 음파탐지기, 송신기에서 발사되는 펄스파와 초음파의 목표에서 반사를 이용하여 거리나 방향을 예측한다)"라는 증언으로 볼 때, 내부의 상황은 진짜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파일럿이었던 신지의 고독한 장면에서 보아도 모니터의 영상이 하얗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초호기에 탑재되어있는 카메라가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외부와의 통신이 단절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기능하지 못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 이공간(異空間)과 통상공간(通常空間)의 격차는 지면에 펼쳐져 있는 검은 그림자가 있어, 우리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도의 모습이 보인다. 그 그림자-이공간에의 출입구는 사도의 사고로 개폐가능하며 상공의 구체와 같이 사도의 허수공간의 산물로 그려지고 있다. 후에 한번 내부에 갇혀있던 초호기가 상층의 구체에서 출현한 것은 그 허수통로의 변조인 것이다. 즉 별도의 공간을 자신의 내부로 가져온 허수통로가 상층의 구체에 문을 열었던 것이다. 내부에서 초호기의 활동이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곳에서 AT필드를 사용하여 허수공간을 파괴한 것으로 생각된다. 뭐 이 이상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예비전원으로 교체한 초호기가 활동을 위해 움직였다는 점이다. 제 3사도와의 전투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에바 초호기의 활동을 위해서는 전원 이외의 에너지의 존재확인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제 12사도 레리엘의 이름은 '밤'의 천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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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모습은 어떠한 것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미국으로 이송되어 나가노현 마쓰다 제 2실험장에서 기동실험 중이던 에바 3호시가 사도로 변했다. 9호기와 2호기를 쓰러트린 것을 보아 무지막지한 기대가 모였으나 더미 시스템을 가동시킨 얼간이 초호기에게 당하고 만다. 물론 처음의 발단은 미국 네르프 제 2시지 소멸사건으로 인해, 에바 3호기는 에바전용 장거리 운송기로 마츠다 제 2실험장까지 이송되었다. 일본에서의 재기동 실험은 이전에 벌어진 사건을 고려하여, 사람이 없는 지하시설에서 행해졌다. 실제로 E계획의 책임자인 아카기 리츠코 박사, 에바부대의 실전 지휘관 카츠라기 미사토를 위시하여 일본의 스테프들 등 최고의 인원이 배치되어 만전을 기하였다.
재기동 실험은 초기단계에서는 아카기 박사에게 "실전도 가능하겠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성도를 보였으나 포스 칠드런 탑승직후, 폭주, 동력차단 등의 장치도 효과 없이, 실험장을 탈주하여 단독행동을 개시했다. 당초에 사도식별을 위한 혈액타입도 BLUE(사도의 반응)가 아니었고, ORANGE가 되었기에 3호기는 폭주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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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에 네르프 사령관 이카리 겐도우에 의해서 13사도로 식별, 판단되어 이 시점에 있어 에바 3호기는 파기, 사령관에 의한 공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게된다. 제13사도가 에바3호기의 침입을 허용한 것은 이송도중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제 2지부에서 마츠다 제 2실험실에 도착할 때까지, 운송담당 호위대는 사도를 탐색할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약점을 잡힌 형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운송기의 보이스 레코더에 남아있는 통신기록에서는 도착시간을 엄수하기 위해 적란운(積亂雲)에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사도가 활동을 개시한 것은 마츠다 제 2실험실에서 기동실험을 하고 난 이후이다. 이것은 사도의 성질이, 기생충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기동시간까지 사도가 활동상태가 아니었던 것은 아마도 숙주가 활동상태가 되는 것을 기다렸기 때문일 것이다. 제 13사도는 마츠다 제 2실험실에서 도주, 이동, 산에서 숨어있다가 에바 양, 초, 2호기와 전투를 벌였다. 통상 실전 지휘자인 카츠라기 미사토와 아카키 리츠코 박사가 부상을 당해 전투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지휘는 네르프의 사령관인 이카리 겐도우에게로 넘어갔던 것이다. 3대중 최초로 전투에 임했던 2호기는 사도의 불시공격으로 침묵, 사령부는 초호기와 영호기를 합류시켜 섬멸을 명령하지만, 사도의 선제공격에 합류직전 영호기는 무력화된다. 최종적으로는 기동시킨 미완성 더미 프로그램에 사도가 격파되기는 하였지만, 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각개 격파를 허용한 점, 명확한 반격방법을 지시하지 못한 부분 때문. 카츠라기 미사토, 리츠코 박사의 부재가 원인이었겠지만)



전투에 있어, 사도는 영호기에 대해서도 침입을 시도했다. 이 때 사용된 용해액은 영호기의 외부장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사도는 3호기에 기생하는 것으로 에바 시리즈의 구조에 대해 알게되었던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높은 사도의 학습능력에는 감탄할 정도지만 문제는 침입의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침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영호기에의 기생은 왼팔 강제절단으로 피할 수 있었으나 그런 이후에도 이 13번째 사도는 변함없이 활동을 계속했다. 이것은 3호기에서 영호기의 침입이 이동이 아닌, 분체의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분체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7사도에서 확인한 바 있으나 이 사도는 제 7사도와는 다르게, 복수개체로의 분열이 가능한 듯 보인다. 또한 기생한 사도는 숙주의 형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바시리즈의 활동한계를 넘어선 장시간 활동-즉 내부전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13사도가 새로 만들어낸 동력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3호기 폭주직후 채내에서 확인된 고에너지 반응이 그 동력원이라고 생각된다. 이 새로운 형질은 전투당명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2호기를 일격에 활동정지시킨 파워. 영호기의 시계에서 일순 사라진 기동성, 궁극적으로 초호기와의 전투에서 양팔을 늘려서 공격해온 장면. 에바만이 아니고 장갑까지 생물적으로 변질된 것. 결국 기생생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형질이었다. 제 13사도 발디엘은 '싸락눈'의 천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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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임펙트의 원인이 된 사도이다. 2000년 남극에서는 사도를 알의 형태로 환원 시키려하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실수로 엄청난 재난이 일어 났고, 이러한 사실은 언론을 통해 철저히 왜곡되어졌다. 아담은 모든 사도들의 생명의 근원이며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에바 역시 아담을 기본 원형으로 제작되었으므로, 에바는 아담과 상당히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아담의 원래 형태는 흰색으로 발광하는 빛의 거인이었다. 세컨드 임펙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카지가 가져온 아담은 태아의 모양으로, 환원 과정을 다 거치지 않도록 베이클라이트로 굳어져 놓은 것이다. 아무튼 에바나 사도나 그 근원은 모두 아담으로 통하며 이에 얽힌 수수께끼는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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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궤도상에 등장한, 진짜로 엔젤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날개와도 같은 실루엣을 가지고 있어서 정확한 형태를 파악할 수 없었고 롱기누스의 창만 아니었다면 만만하게 이길 수 없었던 실력파 사도. 정신파 공격으로 2호기의 아스카를 괴멸지경에 빠지게 한 것을 보면 대단하다. 제 3사도의 제 3신동경시 침공 이후로 일관하여, 사도는 강력한 전투병기로써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AT필드로 상징되는 강력한 방어력, 절대적이며 압도적인 공격력, 전투에 응하여 자신을 진화시키는 경이적인 학습능력 등, 인류가 현재 보유한 병기의 개념을 초월한 경이적인 존재가 바로 사도이다.

제 15사도 이후로 사도는 단순한 전술적 전투병기에서 전략적인 존재로 그 성격을 변모시켜가고 있는데, 위성궤도 상에 출현한 제 15사도는 빛나는 새와 같은 모습을 지녔고 그 중심부 아래에는 손과 같은 부위에 지지된 형태로 핵이 노출되어 있었다. 출현 장소, 형상 모두 다른 사도와 비교해서 경탄할만하다고까지 말할 것은 아니었으며 제 3신동경시로부터 떨어진 위치에 출현한 것, 핵의 노출 등을 보면 오히려 퇴화한 인상마저 주지만 출현한 이후의 행동은 놀랍다. 이 사도는 제 3신동경시 침공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위성궤도 상에 머물렀다. 이에 대응하는 네르프 측은 장거리 공격 가능한 사도라고 경계를 하여, 위성궤도 상에서 사도를 격추하도록 EVA의 장거리 사격을 기획하였다. 지금까지 존재해왔고 싸워왔던 사도라면 적절한 움직임으로 보이지만, 이 사도에게는 너무 솔직한 대응이었다. EVA전용 포지트론라이플 - 20X번 팔레트(실험 20호 팔레트)및 대출력 포지트론라이플(개량)(전략자위대기술연구실제품)은 모두 사정권 밖이었다. 위성궤도 상에 존재하는 사도에게 EVA라는 결전병기가 무력하다는 것을 입증한 형태가 되어 버렸다. 나타날 때부터 격추당할 때까지 위성궤도 상에 존재하여, 최단 시간에 소멸한 제 15사도의 정보는 상당히 적다. 형태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도가 보여준 심리 공격은 한 층 깊은 고찰을 요구하는 경탄할 만한 것이었다.



이 사도는 EVA 2호기에게 AT필드와 흡사한 가시파장의 에너지파를 방사하여, 2호기 파일럿의 정신을 침식시켰다. 파일럿의 정신 오염은 Y에 돌입하여, 생명 유지에까지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데미지를 입혔다. 종래 사도의 공격 수단은 제 5사도의 가립자포, 제 9사도의 용해액 등 - 그것이 인류가 현재 보유한 병기와 엄청난 위력차를 보인다 할지라도 - 인류 병기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도의 심리 공격에 대항할만한 수단을 아직 인류는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이 사실은 사도가 인류와는 다른 문명의 소산이라는 가설의 유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전투에서 2호기 파일럿이 남긴 전투 기록에 의하면, 사도가 파일럿의 정신탐사를 기획했으리라고 생각이 가능한 상황이 많이 발견된다. 이 사도에 의한 인간의 정신탐사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 사도는 표면적인 면보다 오히려 인간의 정신이라고 하는 내적 상황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구상의 생명체로는 인류 이외에는 가질 수 없었던 마음이나 혼이라고 하는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사실로부터 여러가지 가설에서, 사도보다 고위의 존재를 보충하게끔 궤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사도의 심리공격에 대해서 더 언급하자면, 이 공격은 사도, EVA가 갖는 AT필드라 불리는 방어장벽에 관하여 흥미로운 시사점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사도가 위성궤도 상과 지상이라는 장대한 거리에서 EVA 2호기에게 심리공격을 관통시켰다는 사실은 AT필드가 심리공격에 대하여 아직 무력하다는 가설의 강력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설은 EVA라는 딱딱한 장갑에 보호받는 연약한 인간-파일럿을, 사도가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게 한 것이나, 그 사태를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사도도 심리 공격에 대하여 아직은 약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사도가 정신을 가진다고 가정한 뒤에 가능한 이론이겠으나, 대 사도전 병기의 개발에 있어서 중요사항으로써 특기할만한 항목인 것이다. 제 15사도 아라엘은 '새'의 천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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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반지 모양을 하고 있는 사도. 0호기와 물리적 접촉을 시도하더니 융합하려고 한 괴상한 사도. 레이의 AT필드반전에 의해 0호기가 자폭, 그 폭발에 휘말려 쓰러진다. 이 제 16사도의 진정한 의미는 '부정(否定)'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방어선을 돌파한 이 사도가 오오와쿠다니 상공에서 발견되었던 때, DNA를 연상시키는 이중나선의 고리라는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르프측이 EVA 0호기를 내보내자, 본체를 끈처럼 풀어 그 선들의 끝으로 0호기를 관통하게끔 몸통 공격을 하였다. 또 0호기 구원에 나간 초호기와의 전투에서는 그 끝 부분을 사람 형태로 변이 시켰다(이 떄의 사람 형태는 0호기 파일럿과 닮아 있었는데, 이것은 레이의 정보를 일차접촉으로 입수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이처럼 이 사도는 고정 형태를 가지지 않은 존재임을 전투 개시 직전에 아카기 리츠코박사가 간파한 데로지만, 앞서서 이 사도가 '부정'임을 논한 것은 그 형태에 국한되는 진술이 아니다.

오오와쿠다니 상공에서 확인되었을 때, 이 사도는 패턴을 청색에서 오렌지색으로 주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패턴 청색'이란 사도를 의미한다. 네르프의 계측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고 이해한다면, 이 사도는 사도와 사도 이외의 존재로 주기적으로 변이 하는 것이 된다. 특기할 점은 0호기와의 전투 중에 0호기의 등 부분에서 나타난 이상한 형태의 물체이다. 그 물체는 제 3사도에서 제 5사도까지를 복합한 모양으로 변이하면서, 확대 확장되었다. 이 사도는 핵이 보이지 않고 형상만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상한 형태의 물체가 0호기에서 발생한 물체라는 점이다. 이것이 제 16사도에 의한 현상임을 의심할 바가 없지만, 형태의 근원에 있는 정보를 어디에서 얻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사도는 다른 모든 사도의 정보를 그 몸에 내포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0호기 혹은 파일럿이 제 3부터 제 15사도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일까(여기에서 출현한 사도가 제 3사도 이후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제1과 2사도는 제 3사도 이후와 비교하여 현저히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이다). 이전에 등장한 사도들의 활약상을 보자면, 사람과 사도가 모두 같은 근원을 갖는 생명체라는 가설이 있다. 만약 0호기의 등 부분에서 발생한 이상한 형태의 물체가 사람 - 즉 0호기 파일럿의 유전자 정보를 기초로 하여 전개하여 재구축된 것이라면, 이 가설에 신빙성을 더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전투에 임해서 홀로 출격한 0호기는 이 사도에게 라이플을 사용한다. 그런데 근접거리에서의 공격도 AT필드로 가볍게 튕겨낸다. 더욱이 이 사도는 0호기에 물리적 접촉을 이루기 위해, AT필드에 접촉하여 생체 부품을 융합하고 있었다. 이 사도의 전투력은 네르프 본부에 침공하여, 반 붕괴한 제 14사도에 필적하는 것이라고 할만하다. 이후, 0호기 구원에 나선 초호기가 이 사도와 고전하는 것을 보고, 0호기 파일럿은 AT필드를 반전하여, 자신의 기체와 융합한 사도를 스스로의 AT필드 안으로 가둔 상태에서 자폭하여, 이 사도를 소멸시켰다. 또 전투 종료 후, 네르프 회수반은 아카기 리츠코 박사의 지시에 의하여 엔트리 플러그를 극비리에 회수하여 관계 부품을 처분한다. 그들은 사도와 0호기가 융합한 부분의 은폐를 기획한 것이다. 제 16사도 아르미사엘의 뜻은 '자궁'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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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임팩트가 일어난 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소년. 제레에 의해 네르프에 보내진 5번째 에바 조종자로 그의 진정한 정체는 17번째 사도 타브리스였다. 타브리스는 자유로운 의지와 최후의 사도다운 맹렬한 카리스마로 신지에게 커다란 시련을 준다. 카오루는 싱크로율을 자유롭게 변화시키고, 엔트리 플러그가 없이도 EVA를 조종한다. 자체적으로 AT필드를 발생시켜 프로그래시브 나이프로부터 자신을 지킨다.

나기사 카오루(Kaoru · Nagisa)

아마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짧은 시간 그 모습을 나타내었으면서도 가장 폭발적인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캐릭터가 바로 카오루가 아닐까 싶다. 그가 마지막 사도였다는 점에서 팬들은 더 반하게 되기도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인류보완위원회 제레에 의하여 직접 네르프에 배속된 다섯번째 적격자(피프스 칠드런). 과거의 경력은 말소. 생년월일은 2000년 9월 13일 - 즉 세컨드 임팩트 당일이다. 칠드런 선출을 담당하는 마르두크기관이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그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피프스 칠드런 마기사 카오루에 관해서는 너무나 미확정 부분이 많은데다가, 심지어 그가 활동하고 있던 장소가 네르프 본부 시설 안으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세한 정보 밖에 입수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에 기술할 말들은 다분히 가설, 추론에 그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가장 단적인 것은, 그가 이카리 신지와 처음 만났을 때 말한 '리린'이라는 말일 것이다. 전후의 문맥에서 판단하기로 '리린'은 그를 포함하지 않는 특정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리린(일부는 '릴인'이라 한다)이란 유대에 전설로는 아담이 최초의 아내 리리스와의 사이에 생긴 아이로, 악마의 시초라고 한다. 전설과의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그 자신이 리린이 아님은 명백하다. 또 네르프 도착 직후에 이루어진 2호기와의 싱크로 테스트에서 나기사 카오루는 경이적인 싱크로율을 기록한다. 통상적으로 필요로 하는 핵의 전환도 없이 말이다. 이후에 그는 EVA와의 싱크로율을 스스로의 의사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음이 판명되지만, 기술부는 이론상 있을 수 없는 일로써, 네르프 내부에서조차 공표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론상 나기사 카오루가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의 정체를 해명하기 위한 하나의 열쇠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라 퍼스트 칠드런인 레이이다. 그녀도 과거의 경력이 말소되어 있다. 나기사 카오루가 터미널 도그마에 침입한 직후에 발생한 AT필드도 그가 전개한 것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카오루는 그녀가 자신과 같은 존재임을 언급한 바 있다(이 때 나기사 카오루는 스스로의 몸을 리린-즉 사람과 같은 형태로 변화한 것을 시사한다. 이것은 다른 사도와 마찬가지로 개체의 경이적인 진화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능력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레이와 카오루의 흡사성은 단순한 우연으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나기사 카오루와 레이의 공통 항목, 그리고 그들과 사람의 비공통점을 산출, 분석한 결과는 그들이 사람과는 다른 선상에 위치하는 존재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러면 나기사 카오루는 사람 외에 어떠한 존재라는 것일까.
네르프는 나기사 카오루를 최종적으로 사도라고 분류했다. 그가 터미널 도그마로 침입을 기획했을때, 네르프의 시스템이 그를 배턴 청색-사도라 계측하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는 센트럴 도그마 내에서의 전투에서 스스로 AT필드를 형성하여 1호기의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를 방어한다. 게다가 그 후에도 확인되는 광파, 전기파, 이자도 차단한다(가츠라기 미사토가 결계라고 적절히 칭했다). 대규모 AT필드도, 전후 상황을 감안할 때 그가 형성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이상의 상황으로 그를 사도라고 단정짓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는 언어의 사용, 의류의 착용 등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종래의 사도상과는 너무나 다른 존재이다. 또한 네르프 배속 당시 그는 사도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스스로의 존재를 사도와 사도 이외의 것으로 자유자재로 변이 시켰거나 혹은 은닉시켰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아마도 이 능력은 0이냐 1이냐 라는 디지털적인 것이 아니라 더 아날로그적인 것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2호기와의 싱크로율을 자유롭게 할 수 있던 것은 이 능력을 적용해서 - 즉 자신을 사도라은 존재에 가깝게 하거나 멀게 하거나 하는 것으로 싱크로율을 변경했다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기사 카오루는 사도도 사람도 아닌, 중간 혹은 쌍방의 특성을 가진 다른 종류의 존재라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도로써의 측면을 현재화시킨 나기사 카오루는 EVA 2호기를 동반하여 터미널 도그마로의 침입을 도모하여, EVA 초호기의 추격까지 받았으나 침입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의구심을 가졌던 서드 임팩트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나기사 카오루는 터미널 도그마 안에서 EVA초호기에게 죽임을 당한다.

다음 신세기 에반게리온 [Part 4]에서는 이카리 신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2003.02.14
글 / ashitaka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 시리즈]의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만 존재하는 용어들이라던가 주변 상황, 시기등의 배경이되는 지식이 필요하다. [에반게리온]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전적인 용어들과 미래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에반게리온의 특성상, 단어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직감할 수 밖에는없었다.

AT 필드 (A.T Field)
Absolute Terror Field의 약칭. 주로 사도가 사용하는 바리어와 같은 것으로 이 때문에 사도에 대한 통상 병기에 의한 데미지는 전부 무력화되어 버린다. 적으로부터의 공격이 무효로 변하는 절대 영역(위상 공간). EVA에게는 이 AT필드를 뚫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EVA 자신도 AT필드를 전개할 수 있다. 근거리에서의 사도의 폭발에 대해 아무런 상처도 없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이 AT필드의 덕이다. 때문에 '에바'는 유일하게 사도에게 대항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Death & Rebirth]에서는 아스카가 AT필드를 펼쳐 전략 자위대를 공격하기도 하였다. 이 AT필드는 에바와 사도뿐만이 아니라 인간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이 AT필드를 가지고 서로를 구분하고 스스로의 형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사도였던 나기사 카오루는 AT필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이라고 하였다.
 
D형장비와 전자망
에반게리온 전용으로 아사마 산, 화산 안에서 발견된 사도의 번데기인 제 8사도 산달폰을 포획하기 위하여 2호기가 사용했던 내열, 내압의 잠수복으로 D의 뜻은 다이빙이다. 전자망은 전자기 네트를 만들어 상대를 포획하는 장비이다.
 
E사건
제 3사도 샤키엘과 에반게리온 1호기와의 제 3 신도쿄시에서의 전투. 제 3 신도쿄시에서 행해졌던 첫 전투이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자도 많아서 일반적으로 [E 사건]이라고 불리고 있다. 또한, 토우지의 동생도 이 사건의 피해자이다.

 

LCL (링크 커넥트 리키드)

LINK CONNECT LIQUID의 약칭. 동조용 접속액체라고나 할까? 파일럿과 에바의 신경 접속에서의 일종의 매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단 EVA의 파일럿이 엔트리 플러그 내에 들어가면 내부에 노란색의 액체가 주입된다. 이것이 LCL로 채워지면 폐가 직접 산소를 흡수한다. LCL이 직접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호흡곤란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들이 통상적으로 행하는 구강부와 비공부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호흡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다고 한다. 특히 LCL은 수분, 영양소의 조합, 신진대사의 보완 등의 기능도 수행한다. LCL의 본질은 태아에게 있어서 양수의 역할. 즉 급격한 온도변화나 강도 높은 충격 등에서 파일럿을 지키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생각된다. 에바를 병기로 보는 입장에서, 파일럿은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통상적인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문제시되던 조종사의 안전성 문제에 LCL은 어느정도 해답을 제시하는 의미도 되는 것이다.
LCL은 파일럿 탑승후 엔트리 플러그 내에서 그 분자 배열을 변화시킨다.(분자배열의 변화는 모니터 상에도 표시된다)즉 LCL은 그 상태를 액체에서 기체로 변질되어 노폐물의 순환, 정화 등의 능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다만 LCL자체는 입체(3차원)로 디스플레이 되어 때로는 영상 등의 데이터로 정보를 직접 전달하는 것 또한 가능하니 LCL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다. 그런만큼 기능발휘에 부단한 주의가 요구되며, 이 제어는 외부오퍼레이터를 통한 지속적으로 감시, 관찰을 필요로 한다.
초호기의 파일럿 이카리 신지는 에바 조종 도중에 몇번인가 피냄새가 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LCL이 가득 찬 상태에서 후각을 감지할 수 있는 비공부위(鼻孔部位)는 제기능을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파일럿의 후각이 LCL자체의 피냄새를 감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확실히 LCL은 산소의 조합, 노폐물의 순화, 정화 등 혈액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지고 있고, 네르프의 전신과 합쳐진 인공진화연구소 AEL이 생물학적인 연구를 했던 과거를 보건데 LCL의 정체는 인공배양된 혈액(에 가까운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LCL은 정신오염에 대한 방어효과 역시 있는 듯 하다. 그것은 이전부터 지적되었던 에바라는 병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신오염의 위험성은 물론, 네르프가 사도의 정신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N2 폭뢰

UN군에 의한 공격 방법 중에서 유일하게 사도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공격이다. 데미지를 입은 사도는 즉각 상처의 재생을 시작하지만 긴 경우에는 수일동안이나 사도의 공격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이 N2지뢰를 하늘에서 투하하는 것이 N2폭뢰로, 현존하는 N2폭뢰는 992개라고 한다. 폭발의 방법은 핵폭탄과 같지만, 방사능은 일절 방출되지 않는 듯 하다. 핵폭탄보다 환경파괴가 적다고 할 수 있다.

S2 기관

이것은 사도체내에 기관구역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S2는 Super solenoid의 약자. 코어와는 다른 것이다. 반영구 기관이라고 판단되는 것으로 진공으로부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기환인 것 같다. 사도는 이 기관을 내장하고 있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로 활동하고 있다. 초호기는 제 14사도 제르엘을 맛있게 먹어서 해당 기관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네르프(NERV) = 특무기관 네르프

국가 연방 직할의 초법규적 조직이면서, 인류보안위원회를 집행하는 인류보완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EVA의 운용도 같은 계획 수행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상은 제레(인류 보안 위원회)의 직속 조직이다. 대외적으로는 서드 임팩트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도의 조사, 연구, 섬멸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 네르프의 심볼 마크는 나뭇잎을 모방하고 있지만 그것은 아담과 이브가 먹었다는 무화가나무의 잎이다.
EVA와 마찬가지로 그 존재는 일반적으로 비밀 시되어 있으며, 조직 내부의 구성도 최고사령관 이카리 갠도우, 부사령관 후유츠키 고우조우를 정점으로 하여, 작전부, 기술개발부, 특수감찰부, 첩보부, 관리부, 조사부, 의학부 등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으나, 그 전모를 불명확하다. 특무기관 네르프의 전신은 게히룬이라 불린 국제 조직이었다. 이 게히룬은 인류보안 위원회의 조사기관으로서의 세컨드 임팩트 직후부터 활동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으며, 초기 단계에서의 구성 인원으로 현 네르프 사령관 이카리 겐도우, 후에 네르프의 두뇌가 되는 수퍼 컴퓨터 MAGI를 개발한 아카기 나오코 박사, 이카리 겐도우의 배우자인 서드 칠드런의 어머니 이카리 유이의 이름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동시에, 국가연방 직할 조직으로서 하코네에 설립된 인공진화연구소(AEL)의 연구원으로도 소속되어, 그 중에서도 이카리 겐도우는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었다. 이 인공진화연구소는 게히룬의 활동을 세간 일반으로부터 감추기 위한 것으로, 실제적으로는 연구소 내부에서의 EVA의 개발, 생체 컴퓨터 MAGI의 이론 구축 등을 연구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들의 활동의 한 부분이 일부 보인 것은 2004년 연구소 직원 이카리 유이의 사망 사고 때였다. 이 사건에 의해서 연구소가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생겼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실은 은폐되고 말았다. 사건 직후, 이카리 겐도우에 의해서 인류보안계획과 아담계획이(자세한 내용은 불명) 제레에 제출된다. 이후 게히룬에는 현재 E계획의 책임자인 아카기 리츠코 박사나, 카츠라기 미사토 작전부장등도 참가하게 되는데, 네르프라는 조직의 골격은 인적 재산을 포함하여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조직은 E계획, 인류보안계획을 추진하는데 전력을 다했으나, 2010년 아카기 나오코 박사가 MAGI를 완성함과 동시에 해체되어, 모든 계획의 수행조직인 특무기관 네르프에 이관되었다. 이 때 아카기 나오코 박사가 사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내분설도 거론되지만 진상은 불명확하다. 나아가 MAGI의 관리 및 E계획의 추진은 아카기 나오코 박사의 자식인 아카기 리츠코 박사에게로 이어졌다.
특무기관 네르프의 본부는 구 하코네에 건설 중인, 제 3 신도쿄시 지하의 거대한 공간 중앙에 위치하며, 피라미드 형태의 건조물과, 그 피라미드를 역으로 한 절구형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부가 지하에 존재하는 이유는 일반인으로부터의 은닉 이외에도 사도로부터의 방어에 주안을 둔 것으로 보인다. 네르프는 미국, 독일 등에도 지부를 가져서, 각지에서 EVA의 건조도 이루어지고 있다. 제 3 신도쿄시에 배치되어 있는 EVA 2호기는 일본에서 설계와 제조가, 독일에서 조립과 최종 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덧붙여 네르프의 어원은 독일어 nerv(신경), 네르프에 관련한 조직 - 제레(Seele : 혼), 게히룬(gehirn : 뇌수) - 은 모두 독어를 어원으로 삼고 있으며, 조직 자체가 독일에 근원을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추정을 하는 자도 있다.
또한, 네르프의 마크 아래에 병기된 말 -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은 19세기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Pippa Passes"의 한 구절이지만, 네르프라는 조직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불명확하다.



더미 시스템 (Dummy System) Operation Dummy System Rei

더미 시스템은 파일럿의 더미, 즉 파일럿의 부재상태하에서도 에바시리즈의 기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방법론으로 말하자면, 파일럿의 사고패턴을 의도적으로 모방하는 것으로, 에바에 싱크로 된 상태에서 입력된 방식이나 생각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다(더미시스템 가동시에 이부키가 아카기 박사에게 확인받는 것으로 보아, 책임자는 아카기 박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다만 파일럿의 본능적인 부분만 복사되어 탑승 제어시 보다 잔학성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주목받게 된 것은 제 13사도를 격파했을 때의 전투. 제 13사도와의 전투중 신지가 전투를 거부하자 네르프 사령관 겐도우는 더미 시스템의 해방을 지시했다. 이후에는 그 시스템이 초호기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엔트리 플러그 안에 은밀하게 탑재되어 있어서 파일롯도 몰랐던 듯 하다. 제 13사도전에는 더미 시스템 가동과 동시에 엔트리 플러그 내에 OPERRATION DUMMY SYSTEM REI라는 글자를 보여줌으로서 약간의 힌트를 제공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23화에서 더미시스템의 근본에는 레이의 클론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롱기누스(Longinus)의 창

롱기누스의 창은 아담 등과 마찬가지로 인류는 다룰 수 없는 범위의 시간, 공간에서 발생한 것이라 생각되며, 그 발생 요인, 상황, 형태는 불분명하다. 제레도 '반(反)사해문서'의 기술을 검색하여, 사해에서 발견한데에 불과한 듯 하다. 그 뒤 남극에 회송되어, 실험 중이던 아담과 무언가의 간섭을 하여 세컨드 임팩트를 일으켰다고 생각된다. 롱기누스의 창은 AT필드를 중화시키고 소멸시킨다는 설이 다분하였으나, 실제 화면을 보면 필드를 '돌파'한다는 표현이 적절한 듯 하다. 창이 AT필드를 중화하거나 침식하는 것이 아니라 돌파한 것이라고 한다면, 창의 힘은 궁극의 물리적 충격적이라 말하는 편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말한다고 하면 이 창의 이름에 대한 유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있던 예수 그리스도를 찔렀다고 전해지는 창이다. 롱기누스란 그 창으로 예수를 찌른 로마 병사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다. 극중에서는 원래 NERV의 지하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의 십자가에 박혀 있는 릴리스의 가슴에 창이 꽂혀 있었으나 사도가 침입했을 때 아스카가 대기권 밖의 사도에게 정신오염 공격을 당하자 레이의 0호기가 이 창을 사용하여 사도를 소멸시켰다. 그 후 한동안 창은 달 표면에 꽂혀있게 되었으며, 따라서 이 창과 릴리스를 이용하여 '인류보안계획' 즉, 서드 임팩트(Third Impact)를 일으키려고 하였던 제레(Seele)는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겐도는 문책을 받는다. 롱기누스의 창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에바 초호기의 포효에 귀환하여 결국 서드 임팩트를 일으킨다. 아마도 이 창이 서드 임팩트를 일으키는데 핵심적인 물건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릴임 (Lilim)

릴리스가 낳았던 아름다운 자식. 극중에서는 인류 그 자체를 비치는 언어로서 쓰여진다. 릴리스의 아들로서, 최초의 데몬(악령). 사도(=천사)와 같은 종으로 등장할 수 있는 존재로서 타천사의 형태를 가지거나 그 어떠한 형태를 가지는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릴임은 정확히는 릴인이다. 릴리스의 아이들에게 붙이는 이름이다.
 
릴리스 (Lilith)

터미널 도그마 안에서 빨간 십자가에 꽂혀 있던 거인. 복부에는 무수한 구상 조직이 있고, 거기에서 인간의 하반신 같은 물건이 복수 돋아 있다. 얼굴은 제레의 문양에서 그려진 가면으로 덮여있고, 손은 십자가에 꽂혀있다. 릴리스가 발견된 것은 구 하코네 지하 - 즉 현재의 제 3 신도쿄시의 바로 아래다. 이는 우연이 아니며 릴리스의 바로 위에 제 3 신도쿄시를 건설했다고 생각해야할 것이다. 목적은 릴리스의 감금 및 은폐, 그리고 사도로부터의 릴리스 보호. 릴리스는 사도라고 하기보다는 생명체의 발생에 관한 '시조'에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된다. 제레는 이 릴리스와 롱기누스의 창을 활용하여 '인류보완계획'을 진행하였던 듯 하다. 개념적인 설명에 그치겠지만, 혼을 가지지 않은 상태의 릴리스는 인간의 혼을 보충하여 영원히 산다. - 그것이 '인류보완계획'의 골자라 생각된다.

릴리스의 혼이 결핍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2004년에 이루어진 원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결핍된 릴리스의 혼은 소실된 것이 아니라, 현재 퍼스트 칠드런 레이 안에 있다. 레이의 육체는 죽은 이카리 유이의 신체 정보를 기초로 한 클론이다. 이 사실은 NERV 내부에서도 상층부외에는 비밀에 부쳐졌으며,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사령관, 부사령관 뿐이었다고 생각된다.(E계획의 책임자 아카기 리츠코 박사의 언동에서는 일부 모순이 보이는데, 이는 그녀에게도 계획의 전모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EVA 1호기는 이 릴리스를 복사한 존재인 듯 하여, 다른 제레가 보유하고 있는 EVA시리즈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여러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원어의 의미를 말하자면 아담의 최초의 처. 쾌락을 구하여 아담을 배신하고 악마 루시퍼의 처가 됐다고 한다. 터미널 도그마에 안치되고 있는 아담을 보고 제 17사도인 타브리스가 '저것은 릴리스'라고 말했었던 일로부터 터미널 도그마에 안치되어 있는 아담을 이후 '릴리스'라고 부르게 된다. 널리 알려진 신화를 작품에 활용할 때는 그것을 참조하는 작가나 감독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의 선을 긋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EVA에서는 그것이 상당히 심도 있고 중요한 정신적 요소로 작용하는 단계까지 오른다.



마기 (MAGI)

조로아스터교의 '사제'. 본래는 사제라는 별개의 단어가 존재하지만, 여러가지 지식을 소유하고 정치상의 역할도 수행하여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았던 것은 마기라는 사제 명칭 쪽이었다. Magician의 어원이 된 단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여기 작품에서는 네르프(NERV) 본부의 메인 컴퓨터로 명명 되어있다. 바르타자르(Balthasar), 메르키오르(Melchior), 캐스퍼(Casper)라고 불리운 3개의 블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작자는 리츠코의 어머니인 아카기 나오코 박사. 그녀는 이 컴퓨터 시스템에 자신의 인격을 이식하였다. 과학자로서의 자신, 어머니로서의 자신, 그리고 여자로서의 자신을 3개의 블럭에 각각 이식하였다. 따라서 마지막에 리츠코가 MAGI System을 파괴하려고 하였을 때, 겐도 사령관을 사랑한 여자로서의 나오코 박사가 이식된 캐스퍼에 의해 명령을 거부당하게 된다. 제 7세대 유기 컴퓨터라고 하며 제 3 신도쿄시의 관리도 이 컴퓨터가 하고 있다. Casper, Balthazar, Melchior라는 명칭은 예수가 탄생할 때 선물을 가지고 간 동방박사의 이름들이다. 합의제를 채용하고 있다.
 
사도 (司徒, Angels)

생명, 비생명의 개념을 넘어선 미지의 존재. AT필드와 같이 과학을 초월한 미지의 능력을 지닌다. 아담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거대 생물병기. 세컨드 임팩트때 제 1사도가 등장했다. 인간의 DNA와 99.98%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네르프를 습격하는 목적은 터미널 도그마의 아담과의 접촉이라고 생각하지만, 제작자는 알 수 없다. DNA가 거의 인간과 같지만 알에서 부화해서 탄생하는 것 등 여러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어떤 것은 우주에, 또 어떤 것은 용암 속에, 심지어는 우주공간에서조차도 생존 가능하다는 데에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지능도 전체적으로 높고 핵(코어), 일명 광구라고 불리는 부분이 반드시 있어 이 부분이 사도의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는 유일한 약점이기도 하다. 코어를 파괴당하면 활동을 정지한다. (사도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따로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사해문서 (死海文書)

사해문서란 1947년 사해연안의 동굴에서 발견된 고문서이다. 내용은 구약성서와 그 외전. 즉 성서이외의 종교문헌이다. 기원전 1~2세기경 즉 예수가 태어나기 전 시대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세기 최대의 발견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며, 이후 45년에 걸쳐서도 그 전면공개가 지연되고 있다. 아마도 기독교를 근본부터 흔드는 내용이 쓰여져 있기 때문에 고의로 발표하지 않는 문서가 있다는 설도 있다.

사해(死海)연안의 쿠므란에서 출토된 사본군. 사본의 내용은 에세네파의 쿠므란 교단이 사용했던 성서의 외전(外傳),위전(僞傳)으로 EVA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신비에 쌓인 문서라는 이야기를 진행 시켜나가지만 정작 이 작품세계에 등장하는 사해문서에 어떠한 내용이 잠재되어 있었는지를 설정하고 있는 것은 역시 안노 감독뿐이리라. 근본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구약성서와는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들. 즉 아담에게 전처가 있어서 그것이 릴리스이고, 그 아들 리리므가 있다는 등의 상당히 반(反) 기독교적인 설정을 담고 있는 것은 재미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컨드 임팩트 (Second Impact)

서기 2000년에 남극 대륙에서 발생했었던 대규모적인 폭발. 이것에 따라 남극 대륙의 얼음은 융해되고, 해상 수위의 상승에 따라 도시의 수몰 지축의 이동 등이 일어났다. 또, 이것을 계기로서 각지에서 일어났던 전쟁의 결과로 인류의 반수가 사망하게 됐다. 원인으로서는, '거대한 큰 중량의 운석의 낙하'설이 있었지만, 이것은 제레에 의한 정보 조작에 따르는 것이고 사실은, '아담'과 사도와의 접촉에 따라 일어났던 대 폭발이 진상이다.



세피로트의 나무

추구하는 지식정보를 단적으로 표시한 형태라고 한다. 겐도우의 집무실에 비추어진 것은 세프로드의 나무라고 불리우는 형식이다. 이것은 연금술, 신비학, 점성술 등에서 그 근본이 되는 '가바라'의 상징적인 도형으로 세계구성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10개의 구체와 22계통의 경로로 구성되어져 있다. 인간은 노력으로 정신을 성장시킬 수 있고 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진리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닝화면에 이것과 같은 도형이 등장한다.
 
센트럴 도그마 (Central Dogma)

지오프론트 내에 건설된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은 네르프 본부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피라미드형의 건물에 인접한 정방형의 호수의 가장 아래 부분, 약 7Km의 깊이에 대심도 시설로 만들어져 있다. 대심도 시설의 대부분이 센트럴 도그마라고 불리는 구역에 있고, 시그마 유닛이 그 일부이다. 이 에피소드에는 최하층의 구역을 사도가 침입하여 그것을 지키기 위해 센트럴 도그마 안에서 시그마 유닛보다 아래구역을 물리적으로 완전 폐쇄했다.

또한 센트럴 도그마의 네이밍 역시 생화학에서, 유전정보는 DNA→RNA→단백질로 전달되고 있는데 일단 단백질에 전달된 유전정보는 핵산과 기타의 단백질에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 유전정보의 흐름을 센트럴 도그마라고 한다. 유전정보는 DNA→RNA→단백질의 순으로 진행되어 단백질에서 DNA, 또는 단백질에서 단백질로 유전정보가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이론. 따라서 DNA의 유전정보는 오리지날로 안전하게 보전되어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예외도 존재해 레트로바이러스에 의한 역전사는 RNA의 정보에서 DNA를 합성하는 것으로 유전정보는 RNA에서 DNA로 전달되게 됨으로 센트럴 도그마에 반하게 된다. 3회에 걸쳐 등장하고 있는 단어이지만 아무래도 네르프의 중앙부에 걸치는 부분인 듯 하다. 마치 네르프의 시설을 세포나 게놈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 같다. 중앙 대수직구. 지하 공간 안 네르프 본부 지하에 있는 넓은 공간.



시냅스 (Synapse)

한 뉴런의 축색돌기 말단과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사이의 연접부위. 시냅스는 흥분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 다른 신경세포로부터의 흥분의 전달을 억제하는 작용을 가진 것도 있다. 이런 것을 억제성 시냅스라고 한다. 어떤 신경섬유를 따라 전달되어 온 흥분이 억제성 시냅스에 도달하면 거기에서 억제성 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시냅스에 접하는 신경세포의 세포막에 작용하여 그 세포의 흥분(활동전위의 발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그 때문에 억제성 전달물질이 작용하고 있는 동안, 다른 시냅스에 도달한 흥분은 전달되지 않게 된다. 억제성 전달물질로서는 갑각류의 신경계에서 분비되는 √-아미노부티르산이 있다. 척추동물의 신경계에서도 이 물질이 억제성 전달물질일 가능성이 높다. 이상 설명한 것과 같이, 시냅스는 단지 흥분을 전달하는 중계장소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 도착하는 흥분의 시간적, 공간적 변화에 따라 기중을 일으키거나, 또는 억제를 일으켜 신경계의 고차적인 통합작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시냅스에서는 흥분전달이 전달물질에 의하지 않고, 전류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있다. 이것을 전기시냅스라고 하여 보통시냅스(화학시냅스)와 구별한다. 초반에 에바의 발진 장면에서 '시냅스 접속!'이라고 말하는데 파일럿의 A10신경과 에바의 링크는 인조 시냅스를 매개체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냅스에서의 흥분전달은 신경섬유로부터 세포체 또는 수상돌기 방향으로만 전해지고, 역방향으로는 전달되지 않는다. 시냅스가 가지고 있는 이런 성질 때문에 신경세포를 따르는 흥분전달에는 방향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경세포의 연결은 전체로서 한 방향으로만 흥분을 전한다. 흥분이 신경섬유를 거쳐 시냅스 부분에 도달하면 신경섬유 말단으로부터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그 물질이 다른 신경세포의 시냅스부의 세포막에 작용하여 그 막의 정지전위(靜池電位)를 감소시킨다. 그 결과 이 신경세포의 시냅스부와 이것에 인접하는 다른 부위 사이에 국소전류가 생겨 시냅스 부근의 세포막에 활동전위를 발생시킨다. 시냅스에서의 흥분전달은 이와 같이 어떤 화학물질을 매게로 하여 이루어진다.
축색돌기 말단부의 약간 부푼 곳에 작은 시냅스 소포(Synaptic Vesicle)가 많이 있는데, 그 속에는 흥분전달 물질이 들어있다. 전달물질은 중추신경계에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교감신경말단에서는 아드레날린 또는 이와 유사한 물질, 부교감신경 말단, 교감신경절, 부교감신경절의 시냅스에서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또, 척추동물의 근육에 분포하는 운동신경 섬유의 말단에서도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무척추동물의 운동신경 말단으로부터는 글루탐산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흥분전달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흥분이 신경 종판까지 전도되면 시냅스 소포의 막이 신경종판의 막과 유합되어 아세틸콜린이 흘러나와 시냅스틈(Synaptic Cleft)으로 확산되어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에 도달하게 되고, 그 부위의 세포막을 탈분극시켜 흥분이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상돌기에는 시냅스소포가 없어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지 않으므로 흥분은 한 뉴런의 축색돌기 끝으로부터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쪽으로만 전달되는 것이다.
시냅스는 흥분을 한 방향으로만 전달하는 외에 몇 가지 중요한 성질을 가진다. 그 중 하나는 시냅스에서 흥분을 전달할 때의 활동전위처럼 다냐 아니냐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단 1개의 활동전위로 분비되는 전달물질의 양은 다른 신경세포의 흥분을 야기시키기에는 불충분하여도, 활동전위가 어느 시간에 반복해서 도착하면, 전달물질의 양이 충분해져서 흥분이 전달된다. 이런 현상을 시간적 가중(時間的加重)이라고 한다. 전달물질은 분비된 후, 단시간 내에 분해효소에 의하여 분해되어 작용을 잃는다. 또, 많은 신경섬유로부터 동시에 활동전위가 도착해서 흥분을 야기시키는데 충분한 양의 전달물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을 시냅스에서의 공간적 가중(空間的加重)이라고 한다.

엄비리컬 케이블 (Umbilical Cable)

에반게리온은 활동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시스템으로 케이블 등의 콘센트에 접속하는 것으로 작동된다. 해당 케이블이 끊어진 경우 내부 전원으로 바뀌지만 충전의 상황에 따라 1분~5분이 활동의 한계이다. EVA에 외부로부터의 전원을 공급하는 케이블은 상당히 길고 내구력이 있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비상시에는 스스로 폭파시켜 끊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제 3 신동경시의 여러 곳에 케이블의 사출구가 있어 사도 습격시에 대비하고 있다.

에바 (EVA)

하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의 아내로서, 인류의 어머니. 이브, 에바라고도 한다. 그 창조 설화에 따르면 아담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으므로, 하느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고 그의 갈비뼈 하나를 뽑아내어 이브를 만들어 아담의 아내로 삼았는데, 그녀가 뱀의 꼬임에 빠져 금단(禁斷)의 열매를 먹고 남편에게도 먹였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에덴, 즉 낙원에서 쫓겨났다. 아담과의 사이에 카인, 아벨, 셋을 낳았다. 한편, 자연적 생명의 어머니인 하와에 비유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즉 성모 마리아를 '제2의 화와'라고 일컫는다.

엔트리 플러그 (Entry Plug)

EVA를 조작하기 위한 캡슐모양의 조종석. EVA의 파일럿은 외부에서 먼저 엔트리 플러그에 들어가 그 후 엔트리 플러그채 EVA에 삽입된다는 것이 기본방법이다. EVA 폭주시나 파일럿에게 위험이 닥친 경우 등에 엔트리 플러그채로 긴급 사출될 수도 있다. 내부는 간단해서, 좌석과 방아쇠만 설치되어 있다. 에반게리온의 척추에 있는 부분에 삽입되고, 긴 원통형의 형상을 하고 있다. 유사시 강제 배출이 가능하다.



인류 보완 계획 (人類補完計劃)

요소에 지나지 않다.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않고, 단지 '인류가 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고만 표현되고 있다.
세컨드 임팩트 후에 비밀리에 발족한 조직 인류보완위원회가 추진하는 계획. 네르프는 위원회 직속의 초법규 국제무장집단으로 되어 있다. 아주 가끔 6명의 남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인류보완위원회의 중심 멤버이다. 출석자는 고글과 같은 안경을 낀 중심적 인물 킬 로렌츠, 겐도우, 그리고 4명의 외국인(설정으로는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인이라고 되어 있다)이다. 세세한 활동내용 등은 일절 불명이지만 8화에서 가토가 극비 운송해 온 인류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아담'이라고 불리운다)은 분명히 이 계획에 관련 있는 것일 것이다.

제 3 신동경시 (TOKYO-3)

사도 요격을 위해 만들어진 요새 도시. 보통 형태와 전투 형태(고층 빌딩을 지하에 수용하는 형태)의 2개 형태로 변형 가능하다. 사도의 습격은 이 도시에만 행해지고 있는데 그것은 터미널 도그마의 아담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도시론의 관점에서 언급할 것 같으면 발달의 초기 단계의 도시는 방어의 거점이다. 하지만 경제의 발전, 정보의 전달 속도 향상, 병기의 강대화의 의해서, 도시는 방어거점으로서의 기능을 서서히 잃고, 경제, 정치, 정보의 거점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2010년 하코네 산중에 건축된 제 3 신도쿄시는 앞선 도시론의 관점에서는 일종의 격세 유전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특이한 도시 - 방어거점으로서의 도시이다. 이것은 대 사도전이 전선 없이 육탄전을 주로 하는 전투 병기, 정보의 결여 등에서 고대의 싸움과 비슷해진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도 대 인류의 싸움은 말하자면 스케일을 확대한 고대전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EVA라고 하는 병기 자체가 시대 착오적인 고대적 산물이다. 보행하는 육군 병기, 두 발로 서서, 두 팔로 무기를 가지고 근접 전투를 한다 - 이것은 고대인이 몽상한 거대한 전사와 흡사하다. 즉 도시, 병기 모두 시대 착오적인 산물로서, 발달사에서 보자면 이단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제 3 신도쿄시는 일반적으로 '나가노의 제 2 신도쿄시(서력 2000년에 있던 세컨드 임팩트에 의해, 당시 일본의 수도였던 도쿄는 괴멸되었다)를 대신하여, 하코네, 아시노호수 주변에 건조 중이던 일본의 신도시'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이것은 기만이다. 실체는 사도 요격을 위한 요새도시이며, 특무기관 네르프의 본부가 있는 비밀기지이다. 숲처럼 들어서 있는 중앙 빌딩군의 대부분은 위장된 군비, 빌딩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은, 일반인, 사도(그 효과는 불명이지만)에 대한 위장에 불과하다. 이들은 병장 빌딩으로 불리며, 유사시에는 미사일 발사 등의 직접 공격 외에도 장갑판 등 EVA의 전투를 지원하는 다양한 설비가 배치되어 있다.
이와 같이, 제 3 신도쿄시는 도시와 군사시설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갖는 것인데, 같은 이중성은 구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즉, 지상에 펼쳐진 도시와 지하 공간에 펼쳐진 도시라는 것이다. 제 3 신도쿄시의 지하에는 직경 6킬로미터, 높이 0.9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공동-지오프론트가 존재한다. 이 안에는 숲, 언덕, 지저호가 있으며, 그 중심부에는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네르프 본부가 존재한다. 지오프론트 안은 지상과 마찬가지로 밝지만, 이것은 지상에 비치된 집광 빌딩군이 태양광선을 모아, 그것을 광화이버로 지하에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도시는 이 지오프론트의 천장부분, 지경 약 1.5킬로미터의 범위로 확장되어 있어, 천장도시라고도 불린다. 지상에 노출된 도시 중앙의 고층 빌딩군은 유사시에는 지하로 격납되어 천장도시의 일부가 된다.

이에 대하여 지상에 펼쳐진 제 3 신도쿄시의 진경은 2킬로미터. 일본의 신수도로서는 소규모라고 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의 인구는, 도시의 규모에 비해서 상당히 적다. 이는 일본 정부(라고 대외적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네르프)가 제 3 신도쿄시로의 이주자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주변에 사는 선주자들을 제외하면 그 내역은 대부분 네르프 관계자 및 그 가족들이다. 지오프론트의 생성에 대해서 공식 자료는 아무것도 기록된 바가 없지만 거대한 구형 모양의 공간이 토사에묻혀진 것이라 추측된다. 토사에 묻힌 구의 크기는 직경 13.75킬로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지하 공간이 누군가의 손으로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단지, 하코네가 네르프의 전신인 AEL(인공진화연구소)있던 장소라는 것을 보면, 본래 AEL의 소장이었으며, 현재 네르프의 사령관인 이카리 겐도우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된다.
네르프 본부 바로 아래에는 센트럴 도그마라고 불리는 장대한 가로로 된 구멍이 있다. 심층부는 네르프 본부로부터 약 13킬로미터 아래 - 즉, 상정되는 거대한 구형 공동의 최하층이라고 생각된다. 지하 공동이 자연 발생이라는 우발적 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 한, 최하층 - 이 지오프론트 자체에 무언가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제레 (Seele)

독일어로 '혼=Soul'을 의미하는 단어. 유대교 에세네 파의 조직. [쿰 런 교단]의 후예로 구성되는 조직. 실질적으로 국제 연합은 제레의 지배하에 있다. 세컨트 임팩트 후에 비밀리에 발족된 조직인 인류보완위원회. 의장은 킬 로렌츠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출신의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인류보완계획'을 구상하고 있으며 그들의 '인류보완계획'이란 결국 서드 임팩트를 일으켜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절멸시킴으로서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는 군체(群體)로 끝나버린 인류를 완전한 그리고 순수한 영혼의 형태로 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네르프는 바로 이 위원회의 직속의 초법규(超法規) 국제무장집단이다.
 
지오프론트 (Geofront)

제 3 신도쿄시의 지하에 넓은 공간. 그 중심부에는 네르프 본부가 위치한다. 빌딩이 지하로 내려와 있는 상태에는 천장에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다. 네르프 본부는 피라밋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에 잘 등장하는 장면 중에 바닥이 유리인 아무것도 없는 넓은 장소에서 미팅을 하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는 수용된 빌딩의 최하층이다. 지하공간이라고 해도 아랫부분에는 지상과 다름없는 숲이나 호수가 있다. 그 규모는 직경 6킬로미터, 높이 0.9킬로미터 정도이고 네르프 본부는 이 공간에 지어져있다. 지하 공간인 것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집광 블록으로부터 태양 광선이 공급되어 식물의 생존도 가능하다.
 
칠드런 (Children)

에반게리온 조종자에는 각각 선출된 순에 의해 불리우는 이름이 있다. 퍼스트 칠드런이 아야나미 레이, 세컨드 칠드런이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서드 칠드런이 이카리 신지이다. 포스 칠드런은 신지의 클래스 메이트인 토우지이고, 피브스 칠드런은 제 17 사도이며 최후의 사도이기도 한 나기사 카오루이다. 마르두크기관에서 선출된다.



펄스 (Pluse)

'펄스'라고 하는 언어 자체는 특별히 생물용어는 아니고 일반적인 단어이다. 신경에서 발생한 흥분의 전달은 막전위의 변화(활동전위)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신경의 일부를 자극하는 것에 의해 생겨난 활동전위는 펄스라고 해서 막의 인접부를 자극해 신경섬유를 따라 전달한다.
 
플러그 슈트 (Plug Suits)

에바 탑승 시에 파일럿이 착용하는 전투복. 신경 접속을 위해 맨살에 착용한다(속옷은 몸에 입지 않는다). 입기 전에는 헐렁하지만 장착 후 손목부분의 스위치를 누르면 몸에 맞추어 조여준다. 에바와의 신경 접속을 촉진하는 능력이 있다. 위험할 때는 심장 마사지 등의 생명유지 기능이 발휘된다.

다음 신세기 에반게리온 [Part 3]에서는 사도(司徒)에 대해 얘기하도록 하겠다.

2003.02.06
참고자료 : EVA Lexicon
정리 : ashitaka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일본 아니메 작품들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불리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속에는 그동안 내안에서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물어왔던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고, 영화내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아직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그저 메카닉을 소재로한 애니메이션 따위로 여기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그 자신에게 너무나도 큰 불행일 것이다.
 
Prologue

인류는 2000년 남극에서 빛의 거인을 발견한다. 이 빛의 거인이 바로 제 1사도인 아담이며, NERV(당시는 NERV가 조직되기 전이다)의 상부 조직인 SEELE는 이 거인을 다른 사도들이 각성하기 전에 S2이론을 이용하여 알(卵)의 상태로 환원시키려고 하였다. 그 과정에서 Second impact 라 불리우는 대폭발이 일어나고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각종 천재지변이 발생하여 세계인구는 반으로 격감한다. 하지만 지도층에서는 이 사건을 남극대륙에 대규모의 운석이 떨어져서 일어난 것이라고 날조하고 극비리에 '인류보완계획' 이라는 것을 계획 한다.



그 이후 차례로 각성하여 아담과 접촉하기 위해 나타나는 사도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NERV가 조직되고 TV series에서 보여진 것 처럼 아스카의 자아붕괴와 레이의 자폭까지 감수하며 제 3사도부터 마지막 제 17사도까지의 모든 사도를 파괴한다. 하지만 마지막 사도인 '나기사 카오루'의 소멸은 결국 SEELE에 의한 '인류보완계획'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SEELE는 에바 초호기 에 의한 전 인류의 절멸을 시도한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인류보완계획' 을 가지고 있는 NERV의 사령관 겐도는 이 지시를 거부하고 이에 맞서 SEELE는 전략자위대를 파병하여 NERV의 모든 대원의 사살 및 시설의 파괴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미사토를 비롯한 거의 모든 대원들이 사살당하지만 폐인 상태였던 아스카가 에바2호기속의 모성을 인식함으로써 완전히 부활하여 SEELE의 전략자위대를 일방적으로 파괴한다. 이때 나타난 SEELE의 9기의 에바 시리즈 역시 에바 2호기 를 공격하지만 광란의 상태가 되어버린 아스카를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곧 2호기의 자체전원이 끊어지게 되고 동작을 멈추자 9기의 양산형 에바들은 잔혹하게 2호기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처참하게 공격 당한 2호기의 모습을 본 신지는 절규하고 초호기는 빛의 날개를 방출 하며 포효한다. 이것은 달에 꽂혀있던 롱기누스의 창을 돌아오게 하고 롱기누스의 창이 초호기에 도달하는 순간 SEELE와 겐도의 각각의 '인류보완계획'이 시작된다.


겐도는 레이(세번째 레이)를 NERV의 지하 terminal dogma의 십자가에 박혀있는 거인 리리스(제 2사도. 거짓정보 에 의해 아담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카오루에 의해 밝혀짐)로 유도하여 에바속에서 사라져 버린 유이의 부활을 기도하지만(이것이 겐도의 '인류보완계획'이었다!) 레이는 갑자기 겐도의 말을 거부하며 "나는 당신의 인형이 아니야. 신지가 부르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리리스와 합체한다. SEELE의 마크로 가려져 있던 리리스의 얼굴은 레이의 얼굴로 변하고 거대한 레이 즉, 리리스는 신지를 찾아서 지상으로 나간다. 9기의 양산형 에바들은 롱기누스의 창에 박혀서 움직일수 없는 초호기의 날개를 문채 지구 대 기권 밖으로 나가고 그곳에서 10기의 에바들은 세피롯의 나무 형태를 이루며 결국 초호기는 생명의 나무의 모습으로 환원된다. 그곳에 리리스가 도달하고 Third impact는 시작된다. 검은 달이 뜨고, 모든 인간은 그들의 A.T. field 즉 마음의 벽을 잃은채 육체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정신의 형태로 빛의 십자가를 이루며 또 다른 진화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때 모든 인류의 미래는 초호기안의 신지에게 맡겨진다. 신지는 심하게 갈등한다. 완벽한 존재로 진화하여 타인과의 심리적 접촉으로 인한 고통이 없는 세계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괴로워도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선택할 것인가? 결국 신지는 무의식적으로 신이 되기보다는 인간이 되기를 선택하고 …인류보완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사도, 습격에 대하여 (Angel Attack)
 
대략(정말 대략...)정리해놓은 줄거리만 보아도, 이 애니메이션은 결코 만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단 인류보완계획 이라던가, 사도(使徒), 인류의 미래, 신 등 거론되는 단어들만 보아도 그 스케일을짐작할 수, 아니 이 단어만으론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이같은 거대한 스케일과는 다르게 결국에는 인간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탐구와 개인의 주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다. 이같은 심리적인 요소들은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분명 차별되는 부분이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매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한 주인공 1,2명이 이끌어가는 대부분의 애니, 영화들에 비해, 여러명이 각자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 캐릭터로서 각각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 점이었다. 그리고 메카닉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세련된 묘사와 다른 로봇들과는 차별되는 시스템도 눈길을 끌었는데, 각각의 에바 시리즈마다 특성을 부여하여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갖게 하였고, 메카닉적 특성도 여타작품에선 볼 수 없었던 파일럿과 로봇이 교감하는(이전에도 이런 식의 시스템을 갖춘 로봇들은 존재하였지만, 그것이 에바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시스템을 갖추는 등 새롭고 독특한 방식의 접근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얘기거리의 방대함과 에반게리온에 대한 존경에 의미로서라도, 단 한 편으로 얘기를 마무리 지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인터넷 상에 퍼져있는 에반게리온에 대한 자료들과 필자가 느꼈던 감정들을 종합, 정리하여 기사화를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Part 1]에서는 프롤로그와 '에반게리온의 의미', '인류보안계획'등 몇가지 알아두어야 할 쟁점과 논재들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도록 하겠다.
 
(아래의 자료들은 대부분의 에바 팬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자료로서, 출처는 가이낙스 임을 알려드립니다.)
 
에반게리온의 의미

독일어로 Evangelion이라는 단어는 복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또한 [절대적인 진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즉,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구약성서에 기재된 창세기 이후의 새로운 창세기를 전파하기 위한 복음이며 진리라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생각해 본다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제목에는 [에반게리온]이라는 로보트가 펼치는 신세기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신세기의 복음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Evangelion이라는 단어는 Eva+Angel+Lion의 세 단어를 합하여 만들어 졌다고 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기쁨의 조짐]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Evangelion인데, 즉 이 에반게리온이라는 이름에는 Eva와 천사(사도)가 합쳐져 기쁨의 조짐인 [복음] 이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인 셈이다.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실제 애니메이션상에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이름(정식 명칭은 [대사도전용범용인 형결전병기])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EVA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 EVA가 지칭하는 것은, 바로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아내 이브를 일컫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는 바와 같이 이브는 뱀의 유혹에 의해 아담에게 금단의 열매를 먹게 하여 이상향인 에덴을 떠나게 하는 존재라고 하는 점이다. 이것은 또한 에반게리온은 인류에 있어서 부정적인 존재임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적으로 등장하는 거대생명체 [사도]가 [Angel]로 표기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에반게리온 역시 적인 사도와 같은 성질 혹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부수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에반게리온은 [대사도전용범용인형결전병기]이면서 스스로가 사도인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에바 초호기의 의문

에반게리온의 정식 정의는 최초의 사도인 '아담'에서 본떠 만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Eva(에바)가 eve(이브)의 다른 발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담이 잠든 사이에 그 갈비뼈로 여자를 만드시니 이름은 이브라 한다"라는 성경 구절을 이용한 네르프(및 제래)의 작명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 본래의 뜻을 흐리는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반게리온 초호기는 신지가 파일럿으로 된 에바 1호기이지만, 이 초호기는 다른 에바와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짧게 정의하면 스스로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전투생명체 정도일까요.

1. 우선 에바에는 겐도우의 아내이자 신지의 어머니인 '유이'씨가 융합 되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에바 1호기에만 해당되는 것인지 에바시리즈에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호하지만 어찌하였든 겐도우는 에바 1호기를 향해 "이제 금방이네. 유이"(24화)라며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신지가 디렉의 바다에 빠졌을 때 확실히 증명되는 것으로 이때 신지의 어머니는 그 형상을 확실히 신지앞에 드러내 보입니다.



2. 에바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그 파일럿이 신지라는 점으로 추측되어 집니다. 에바의 엔트리 플러그는 척추부분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 척추부분은 척추라는 이미지 보다는 여성의 자궁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리고 엔트리 플러그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싱크로라는 형태로 엔트리 플러그가 에바의 몸으로 들어갈 때 두 개체는 하나로 합쳐지고 이것은 성행위에서의 합일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싱크로라면 상관없지만 에바라는 것이 신지의 어머니가 된다고 한다면은 좀 심각한 상황이 됩니다. 거의 모든 종교에서 -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리끼는 상황인 근친상간이 되는 것입니다. 근친상간을 본능적으로 꺼리는 이유는 '생명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저항력을 기르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가 있는 듯 싶습니다만 상징적 의미에서 근칭상간은 본래는 한 쌍이었던 두 개체가 결혼(성교)에 의해 두 부분이 시원적 통일을 회복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상징적인 점은 에바의 시리즈 전체에서 특이하게 에바 초호기만이 '재생'이라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첫번째는 2화에서 제 3 사도에게 부러진 팔을 폭주 이후 순식간에 '재생' 해내는 것, 두번째는 19화에서 제 14 사도에게 잘린 한쪽 팔 전체를 사도의 팔을 매개로 '재생' 해 내는 것입니다. 두 번 모두 공통점은 초호기 안의 '유이'가 눈을 떳을 때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덧붙인다면 '재생' 이야말로 바로 앞에서 언급한 '근친상간(Incest)'이 상징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19화에서 신지는 에바에 완전히 동화됩니다. 단 이때는 어머니의 자궁으로 퇴화했다는 이미지로서(웅크린 신지) 의미되는 듯 합니다.



3. 마지막으로 에반게리온 초호기는 14사도를 먹어치움으로서 사도 특유의 S2기관을 섭취합니다. 이것을 제레는 '반영구적 기관을 손에 넣었다', '절대적 존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신뿐이다', '5분의 시간제한이 사라진 것'등등으로 상당히 심각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것은 S2기관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지만 이것에는 몇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우선 미사토의 이야기대로 초호기는 세 번이나 전력이 없는 상태에서 움직였고 - 또 그때마다 막강한 힘을 보여 주었습니다(2,16,19화). 게다가 19화에서 14사도에게 흉부를 파괴당한 초호기의 내부에는 사도와 같은 코어 = S2기관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반드시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초호기에는 이미 영구적에너지(에 가까운)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고 S2기관은 영구적이라는 의미 외에 또 다른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 겁니다.
 
Gnosticism of Evangelion
 

에반게리온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이미지와 상징은 바로 종교적인 이미지와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종교적인 이미지는 어떤 면에서는 그노시스주의에 가까운 이미지이다. 그노시스주의라는 것은 고대의 신지학적인 믿음을 일괄하여 일컫는 말이다. 이 그노시스주의의 전제는 바로 [인간은 신의 경지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반게리온에서 가장 큰 모티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사상과 유사하게 보이는 [인류보완계획]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보완계획]이라는 단어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처음부터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단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보완계획을 문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인류에게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거나 잘못 된 부분을 고쳐 완벽에 가깝게 만드는 계획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완벽한 존재]가 되기 위한 계획이라고 본다면,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신에 필적하는 존재]를 말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노시스주의에서는 위에 언급했던 대로 인간이 신의 경지로 올라갈(완성될)수 있다고 믿는다. 그노시스주의에서의 완성이란 우선 인간의 지를 얻음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완성의 첫 번째 단계일 뿐, 절대적인 완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의 지는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한 기반일 뿐, [인간]이라는 개체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신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두 번째의 완성을 위한 단계가 필요한데,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신의 지, 그노시스인 것이다. 신의 지를 얻음으로써 인간은 신의 경지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노시스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러한 사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의 경지와도 흡사한 면을 찾을 수 있다. 하여간, 2세기에 전성기를 맞은 이 그노시스주의는 유태교, 플라톤주의, 기독교적 색채가 가미되었으나 그 교리상 인간이 신의 경 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 기독교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게 되고,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에반게리온에서의 인류보완계획



지금까지 언급하였던 부분들을 종합하여 조금 더 생각을 진행시켜서 본다면,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하나하나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던 모든 미스테리들이 바로 이 [인류보완계획]이라는 거대한 미스테리로 집약되어 가고 있는 것을 스토리가 진행되어 가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데 에반게리온이라는 거대 로보트, 사도, AT필드, 네르프, 게히른, 제레, 세컨드 임펙트, 아담, 릴리스등의 미스테리는 전부 [써드 임펙트], 즉 [인류보완계획]을 이루기 위한 거대한 시나리오의 일부로써 존재하는 것이었다. 결국,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류보완계획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며, 인류보완계획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에반게리온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세피로트의 나무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만 이러한 인류보완계획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이제 가장 중요한 테마인 인류보완계획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류보완계획이란 불완전한 군체인 인류를 완벽한 개체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을 그노시스주의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완벽한 개체란 신의 지를 얻어 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신의 지는 세피로트의 나무를 완성함으로써 얻어 지는 것이다. 그노시스주의에서는 인간의 영혼이 신의 창조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신성한 물질의 부분으로 원래의 자신의 진짜 세계를 잊어버린 존재로 인식된다. 신의 지를 얻음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육체세계가 환영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원래의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세피로트의 나무의 완성은 인간이 신의 경지에 이름을 말할 뿐 아니라, 새로운 우주의 창조까지를 이루게 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즉, 인류보완계획의 완성은 새로운 창세기를 뜻하며, 이 새로운 창세기(신세기)가 기재된 복음이야말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말하는 것이다. 덧붙여,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제목은 이러한 신세기(인류보완계획의 완성)을 위해서는 에반게리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피로트의 나무는 10개의 세피라로 이루어진다. 이 각각의 세피라들을 이루는 것은 바로 에반게리온이다. 극장판 완결편에서는 9대의 양상형 에반게리온이 등장하는데, 이 9대의 양산형 에반게리온과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모여 하나의 세피로트의 나무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담과 릴리스의 사이에서 태어난 불완전한 존재였던 인류, 즉 릴린이 세피로트의 나무를 완성한 EVA로부터 다시 태어남을 말한다. 10대의 EVA로 만들어진 세피로트의 나무는 인간과 사도를 초월한 존재, 즉 신의 지를 가지고 신의 경지에 도달한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우주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인류보완계획이란 신과 그 신이 존재할 우주를 함께 만들어내는 계획인 것이다. 창세기가 현재의 우주와 인류의 탄생을 기록한 것이라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새로운 창세기(Neon Genesis)를 그린 것인 셈이다.


에반게리온과 아담과 릴리스의 관계




사도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 위해서는 첫번째 사도인 아담(Adam)과 릴리스(Lilith)에 대한 의문이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아담에 대해서는 종교적으로 알려진 부분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태초의 인간이 바로 아담며, 이브(Eve/Eva)의 유혹에 의해 금단의 열매를 먹게 되어 낙원인 에덴에서 추방된 후 이브와의 사이에서 카인과 아벨을 낳고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 바로 인류이다 -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탈무드에 의하면 이브 이전에 아담의 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릴리스]인 것이다. 릴리스는 아담과 함께 흙으로 만들어진 여성으로 아담의 최초의 처였다. 릴리스와 아담 사이에서는 악마인 [릴린]이 수없이 태어났으나, 후에 아담에게 저주의 말을 퍼붓고는 아담을 버린 채 홍해를 날아 건너 사탄의 네 번째 처가 되었다. 릴리스는 의외로 유명하여서, 구약성서의 이아야서 34장 14절에도 [밤의 마녀]로 등장하며 문학에서도 괴테의 [파우스트], D.G.로제티의 [릴리스], G.맥도널드의 [릴리스]등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사도였던 타브리스(나기사 카오루)의 말에서 발생한다. 이전까지 첫번째 사도 [아담]으로 알고 있었던 롱기누스의 창에 찔려있던 터미널 도그마의 거인이 [아담]이 아니라 [릴리스]이며, 인류는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 아니라 아담과 릴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악마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탈무드에 의하면 아담과 릴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것은 [악마]인 릴린 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같은 릴리스에게서 태어난 사도들은 사실은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악마]인 것인가? 또한 인간은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악마]인 것인가? 여기서 이 논리는 자칫 파라독스에 빠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논리는 바로 [악마]인 인간 릴린이 마지막 [사도]가 되는 셈이 된다. 결국, 인류 보완계획은 인간을 초월하고 또한 사도를 초월한 존재로 인간을 진화시키는 계획이 되는 것이다. 이 초월을 위해 인간과 사도는 예정된 통과의식을 거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통과의식은 바로 [숨겨진 사해문서]에 기재된 순서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며, 이 통과의식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완성된 세피로트의 나무를 만들기 위해 에반게리온이 필요했던 것이다. 에반게리온은 바로 EVA이며, EVA는 곧 Eve를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사도와 아담, 릴리스의 연관성인 것이다.
 
2003.10.24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ゲド戰記, 2006)

시사회를 통해 하루 정도 먼저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게드전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의 첫 번째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의 광팬으로서 무조건 기대했던 작품.
하지만 기자들과 일본에서의 개봉 반응을 통해 전해졌던 최악의 평들.
지루하다, 재미없다, 졸리다, 지브리라 봐줬다 등등 수많은 악평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봐서 인지, 개인적으로는 그리 못견딜만한, 열심히 악평을 달만한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일단 원작 소설에 대한 인지가 전혀없던 상태였던 것이 장점이 된건지 단점이 된건지는
모르겠으나(게드전기가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도 이번 개봉을 통해 알게 되었을 정도),
일단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원작의 3권 <머나먼 바닷가>를 바탕으로 4권 <테하누>의 인물을 가져와 만들었다는
미야자키 고로의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은 방대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의
한계를 쉽게 드러내고 있다. 엄청난 분량의 소설을 원작으로 2시간, 혹은 3부작 정도의
시리즈 물로 만들어낸다고 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편집 기술일 것이다.
TV시리즈라면 소설의 내용을 차례차례 하나하나 풀어놓 여유가 있지만, 극장에서 개봉하려면
아무래도 이 이야기들의 중요한 부분, 필요한 부분들만 추리고 각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여기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주요 캐릭터 소개에 얼마나 러닝타임을 할애할 것인가
하는 것일텐데, 결과적으로 <게드전기>는 러닝 타임을 위해 캐릭터 소개에 대한 분량을
과감히 축소하였으나 이 때문에 시작부터 네러티브가 부족한 작품이 된 듯 싶다.
주인공인 아렌과 대현자 마법사인 게드에 대한 소개는 어느 정도 있었어야 좀 더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관객이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여정을 떠난 두 인물 중 한명이라도 소개가 있었어야 했는데, 두 인물
모두에 대한 소개가 없이 갑작스레 만나 갑작스레 별 필연성없이(운명이라면 할말없다만)
여정을 떠나게 되는 구조는 그러려니하고 볼 순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빈약한 시작부분이 이야기를 좀 먹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 두 주요 캐릭터 외에
테루나 거미 등의 소개 부분이 없다는 것은 거론하지도 않겠다. 특히 거미와 게드간에 있었던
옛날 이야기를 잠시 회상하는 정도라도 그려줬으면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 캐릭터에 대해 충분하진 않더라도 최소한의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주인공 아렌은
굉장히 쌩뚱맞은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특히 아렌이라는 캐릭터가 사전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나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한 행동들이 많은 캐릭터라 더욱 그러했다. 쉽게 말해 '왜 저러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대서사극을 영화화하면서 여러가지 어려운 점들을
슬기롭고 보기 좋게 극복한 경우는 아무래도 <반지의 제왕>을 들 수 있겠다.
이렇게 된 이상 <게드전기>가 반지처럼 3부작 정도로 나오기는 힘들어졌으나 그게 아니더라도
반지의 제왕의 장점들을 따랐다면 아마도 계획에 없던 속편도 만들 정도의 파워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반지의 제왕>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게드전기>는 여러가지로 반지의 제왕 및 다른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씨네 21의 김현정 기자가 리뷰에서 썼듯이 '데자뷰가 넘쳐나는...'이라는
표현은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대현자이자 마법사인 게드는 누가봐도 간달프와 닮아있으며
특히 아렌을 찾기 위해 거미의 성으로 말(?)을 타고 가는 장면에서는 빛을 발하는 마법봉(?)까지
미나트리스 앞에서 나즈굴을 물리치던 간달프/미스란디르와 너무 닮아있다. 이 장면은 그냥
반지의 제왕에 등장했던 그 장면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쥬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말이다.
그리고 몇몇 특정장면에서 샷의 구도(거대한 거미의 성 앞에선 주인공들의 각도 등) 등도
반지의 제왕에서 자주 보았고 쉽게 연상되는 장면들이었다(왜 이런 것들은 닮았으면서
앞서 언급한 중요한 부분들은 닮지 못했는지 아쉽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설정인 진실의 이름에 관한 설정.
이 설정에 대해서는 사실 미야자키 고로의 인터뷰를 보기 전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데자뷰라고 생각되었으나, 그 뒤에는 오히려 <센과 치히로..>의 설정이 <게드전기>에서
빌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게드전기>의 초기 원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업을 했었는데 그걸 떠나서라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예전부터 게드전기에 관해 관심이 많았으며
그 관심이 그의 작품들에 골고루 퍼져있다는 것이다.
원인제공이 <게드전기>이고 결과물이 <센과 치히로>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센과 치히로>를
먼저 만나보게 된 입장에서는 <게드전기>의 설정들이 <센과 치히로>를 떠올리게 할 수 밖에는
없었다. 더군다나 센과 치히로 보다 더 밋밋한 구조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비교에서
우의를 점하기 어려운게 현실인듯 하다.



(이것봐라, 완죤 간달프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들을 보면 결코 지루함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내용에 집중하여 끝날때까지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게드전기>를 본 많은 사람들이 지루해했던 것에는 이 같은 템포도 중요한 역할을 한듯 싶다.
사실 마지막 거미의 성에서 펼쳐지는 결투 외에는 이렇다할 굴곡이 없는 이야기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도 그리 다이나믹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클라이막스가 오기전에 전개 부분에서 순간순간 긴장감과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꾸려갔지만, 미야자키 고로는 지루한 전개부분을 그대로 지루하게 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듯 하다. 코믹스런 악당을 통해 유머를 섞으려고 한 의도는 분명 엿보이나
이 악당은 사실 그 특유의 웃음소리가 잠시 피식하는 웃음을 주었을 뿐 거의 웃기지 못했으며,
길가에서 만난 아줌마 2명이 차라리 조금 더 웃긴 정도였다. 특히 아렌과 게드가 시골에서
농사짓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장면에서는 마치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단순 반복으로 느껴지기 까지 했다.
물론 <게드전기>작품 자체가 유쾌하거나 밝은 작품이 아니라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시종일관 그렇게 끌고 간 것은 조금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마지막의 클라이막스 장면도 클라이막스 답지 않게 너무 쉽게 끝나버렸으며
마지막에 테루에 진실의 이름과 비밀이 밝혀졌을 때도 그다지 놀라거나 감동적이지 못했다
(센과 치히로에서 치히로가 하쿠의 진짜 이름을 불러줬을때는 참으로 감동적이였는데 말이다).



음악이 좋았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는 것 같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음악이라기 보다는 삽입곡이 좋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혹자가 '지브리 애니는 이제 작품보다는 OST판매에 더 열을 올리는 거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너무 튀게 수록곡만 좋다. 언덕위에서 테루가 부르는 곡(테루의 노래)과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곡 (시간의 노래)은 분명 듣는 이로 하여금 순식간에 스크린에
오감을 집중시킬 만큼 포스가 강한 곡들이지만, 이것이 곡 자체의 힘만이라는 것에 다른
사운드트랙과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보통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곡들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들었을때는 별로 좋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영화의 내용과
캐릭터의 감정등을 이해했을때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사운드트랙에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드전기>에 수록된 곡들은 이런한 상관관계가 부족한 곡들로 굳이 작품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즉 영화를 생각하더라도 더 좋아지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비롯한 지브리의 작품들은 에필로그 처럼 영화가 끝난뒤
멋진 수록곡이 흐르는 것이 법칙처럼 되어버렸는데, <게드전기>에서도 이 법칙은 유효하지만
그 효과는 틀리다고 하겠다. 곡은 좋으나 곡이 좋아서이지 작품의 분위기가 떠올라
애잔해 지는 것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OST를 사야되느냐 말아야되느냐 하는것에 심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여러가지 아쉬운 점들을 남겼지만, 이건 말그대로 나쁜 점들이 아니라 아쉬운 점들이다.
미야자키 고로는 그의 아버지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사실 때문에,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냈다는 사실 때문에, 마치 지브리에서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속편에 대한
기대를 그대로 앉고 출발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건 그냥 미야자키 고로의 첫 작품일 뿐이다.
그는 지브리 박물관 관장을 3년넘게 지내긴 했지만, 연출은 처음이었으나 애니메이션 역시
처음이었던 신인 감독일 뿐이다. 그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게드전기>는 그냥 신인 감독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새로운 작품을 준비중이라고는 하지만, 어쨋든 지브리는 신인 감독의
작품이 더 많이 나와야한다. 아마도 모든 작품이 하야오의 작품과 비교되는 불운을 누리겠지만
그걸 두려워해서는 더 이상 지브리 스튜디오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게드전기>는 물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지브리의 팬으로서 결과물만을 보기 보다는 전체적인 과정에서의 의미를 더 찾고 싶다.
 

글 / ashitaka
2006.08.10


둘밖에 없는 지하철 안. 한 소녀가 긴 칼집을 어깨에 비스듬히 세우고 앉아있다. 긴장된 얼굴의 그녀는 지하철이 어두워졌을 때 긴 일본도를 뽑아들고 사내를 내리친다. 베트남전이 끝난 후 일본의 요코타 미군기지. 베트남전 패배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는 이 기지내부에는 인간을 노리는 위협적인 존재가 있다. 바로 뱀파이어들. 그들을 처리하는 마지막 전사는 어느것하나 알려진바 없는 세라복에 일본도를 든 소녀 사야. 떠들썩한 분위기에 흥겨운 할로윈 파티 장에서 뱀파이어 헌터 사야는 마지막 뱀파이어를 처치하기 위해 비밀정보요원과 함께 추격을 시작한다.



프로덕션 I.G는 [인랑], [공각기동대]등의 작품으로 이미 많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 시킨 몇 안 되는 아니메 제작소이다. 두 가지 각각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아니메의 새 장을 열었던 프로덕션 I.G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블러드 : 라스트 뱀파이어](이하 블러드)는, 많은 아니메 마니아들의 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 전의 그들의 작품과는 또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아니메를 탄생시켰다. 급하게 결론부터 짓자면 [블러드]는 이제부터 프로덕션 I.G가 만든 작품이라고 하면 더 따져볼 것도 없이 극장을 찾고, 타이틀을 구매하게 될 만한 결정타를 날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물론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이미 [인랑]으로 인해 강한 결정타를 맞은 뒤이긴 했다).



팬들의 기대가 기대인 만큼, [블러드]는 감독인 키타쿠보 히로유키를 비롯해, 기획 협력을 맡은 오시이 마모루, 각본의 [공각기동대]시리즈로 유명한 카미야마 켄지, 디자인에 데라다 카츠야 등 많은 스텝들이 노력한 흔적이 묻어나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스텝들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 [블러드]의 서플 디스크에 담긴 영상들을 보면서 새삼스레 느낀 것이지만, 이렇게 짧은 러닝 타임으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새새한 파트까지 분업이 이루어져 장면 하나하나에도 전혀 소홀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짧은 러닝 타임이 더 이들의 능력과 재능을 집중되게 하는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택한 새로운 스타일은 흔하지 않은 특별한 뱀파이어 헌터 물이었는데, 무언가 새롭고 기존의 동일 장르의 작품들과는 다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100% 풀 디지털 제작 방식을 사용하였다. 대부분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이 주를 이루고 디지털 방식은 일부 사용되는 것이 보통인 것에 반해, 100% 디지털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마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2]와 이 작품 [블러드]뿐이 아닌가 싶다. 디지털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상은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많은 놀라움을 전해주는데, [블러드]에서는 몇몇 장면에서 그러한 기술적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시작부분 지하철역에서 역의 배경 디테일과 열차의 디테일은 흡사 실사라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미군 기지 내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에서도 역시, 이 같은 높은 영상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풀 디지털로 이루어진 영상은, DVD라는 매체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 부합하는 영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이틀의 화질과 사운드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하도록 하겠다.



[블러드]에 대한 인지도가 아무래도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래에 시상 내역들이 이같이 부족한 인지도를 조금이나마 만회해줄 요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일단 평성 12년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애니메이션 부분 대상을 수상하였고, 제6회 애니메이션 고베 개인상, WAC 2001 극장 영화부문 1위 수상, 그리고 2000년 7월 부산 국제 판타스틱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소개되어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블러드 :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일단 묵직한 크기의 케이스부터 내용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하는데, 뚜껑을 열어보면 이 같은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만한 소장가치 높은 아이템들이 수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패키지에 포함된 목록을 살펴보면 일단 일반판 디스크 한 장, Digital Master Version 디스크 한 장, 그리고 서플먼트를 담은 디스크 한 장, 이렇게 3장의 디스크가 수록되어 있고, 대본 책자와 스토리 보드 책자가 각각 한 개씩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의 정보에 보면 미니 포스터가 수록되어 있다고 나와 있는데, 그야말로 한정판 케이스 크기의 미니 포스터이니, 포스터를 찾느라 고생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수록된 내용물들은 대본집과 스토리보드가 포함된 일본반과 동일한 패키지로 구성되어 많은 마니아들의 구미를 더욱 당기고 있다(이미 일본반을 구입한 이들만 눈물을 짓고 있다). 특히 스토리보드와 빨간 색의 대본 책자는 고급스럽고 상당한 소장가치를 느끼게 하는데, 이것들이 [블러드]를 진정한 한정판으로 불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겠다.



화질과 사운드는 생각했던 것 보다는 기대 이상에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화질은 100%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터라 더 이렇다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함을 선보이고 있음을 짐작했지만, 사운드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던 터라 타이틀을 감상하고 난 뒤에는 그 충격이 더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일단 화질은 작품 자체가 어두운 분위기로 이루어져 있고, 안개가 낀 듯한 분위기와 화려한 색들 보다는 어두운 계통의 색이 주로 쓰였음에도 불가하고(또 한 번 말하지만), 풀 디지털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상답게 높은 퀄리티의 화질을 재공하고 있다.



사운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그랬었는지는 몰라도, DTS가 아닌 돌비디지털 5.1채널 치고는 상당히 강력한 음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채널의 분리도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고, 효과음과 배경음의 전달도 아주 강력하고 부드럽게 이루어졌다.



일반 아날로그 버전이 수록된 첫 번째 디스크와는 달리 두 번째 디스크에는 디지털 마스터 버전의 본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 TV에서는 그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높은 플레이 환경에서는 아마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디스크에는 다양한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감독과 스펩들의 인터뷰를 통해 제작의도, 캐릭터 설정, 디지털과 3D를 이용한 제작 방식들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외에도 더빙을 맡은 성우의 인터뷰 영상과 한국어 더빙 현장 스케치, 성우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2003.10.29
글 / ashitaka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스팀보이>는 아직까지도 아니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아키라 (1988)>를 만든 오토모 가츠히로의 작품으로 많은 팬들에게 큰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키라>의 임팩트는 20년이 다 되가는 지금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며, 이러한 충격적인 작품을 내 논 뒤에 무려 16년이라는 긴 시간 뒤에 공들여 내놓은 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는 조금 덜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2004년에 발표한 애니메이션 신작들 가운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등 그야말로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키라>급 임팩트를 기대했던 아니메 광팬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에게도 기대했던 것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범작으로 남게 되었다.



사실상 <스팀보이>의 주제는 <아키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발명해 낸 새로운 기술과 이를 컨트롤 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급속한 기계 문명 발전에 따른 폐해와 위험에 대해 경고에 메시지를 전했던 것이 <아키라>였다면, <스팀보이>의 경우는 시대만 19세기의 영국으로 거슬러 갔을 뿐이지, 역시 증기 에너지라는 새롭고 강력한 에너지원의 발명과 사용을 통해 벌어지는 갈등과 위험요소에 대해 그리고 있다. 주제 면에선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배경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사이버 펑크 애니메이션이라 불리는 <아키라>의 충격적인 스토리와는 틀리게, <스팀보이>의 구조는 어린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험을 다룬, 어쩌면 진부한 스토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본 리뷰도 그렇고, <스팀보이>에 관련한 모든 글들이 <아키라>를 언급하고 있듯이, 태생적으로 <아키라>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던 것이 사실인 것처럼,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야기 또한 아마도 소년에 모험담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젠 <아키라>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 작품 <스팀보이>에 대해 더 이야기해보자. 먼저 <스팀보이>는 애니메이터들의 시각에서 봤을 땐, 굉장히 완성도 높은 작품에 속할 듯 하다. 자주 인용되는 홍보 문구처럼 총 컷 수 1,860컷, 총 작화 매수 18만장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1.5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어마어마한 작화 량을 통해 2D와 3D가 함께 사용된 영상이나, 세세한 고증이 필요했을 만큼 세밀한 배경 묘사가 많았던 장면에서도 실사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어냈다. 태엽이 맞아 돌아가는 장면들처럼 그림의 움직임에서 오는 애니메이션의 원초적인 재미가 극대화 되었으며, 3D가 사용된 장면들에서는 <이노센스>의 경우처럼 작품의 배경에 걸 맞는 엄청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반 레이의 집에서 밖으로 카메라가 공간을 넘어 직선으로 빠져나오는 컷은, 흡사 <패닉 룸>에서 명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가 보여줬던 컷을 연상되게 한다. 또한 종종 등장하는 주인공은 중앙에 머물러 있고 배경이 360도 회전하는 장면 등에서도 기술적인 높은 완성도를 실감하게 한다.
 
한 번 볼 때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장면들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영국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작에 앞서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과 스텝들은 런던의 맨체스터와 요크 등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10일간 로케이션 헌팅 작업을 마쳤으며, 여기서 얻은 자료를 통해 영국의 낡은 거리와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의 재질감과 색감, 풍경 등을 더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등 철저한 고증작업을 통해 완성하였다. 일본인으로서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게 하려는 노력은, 작품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멀리 상공위에서 잡는 장면 임에도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 쓴 노력을 엿볼 수 있으며, 거리 상점들에 간판 하나하나와 벽보 등에 글씨체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점은 정말 놀랍다.



‘사회에서 아이들의 꿈은 점점 좁고 작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부모나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미래를 투영해 버립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꿈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발명을 통해 미래에의 꿈을 현실화시킨 시대를 배경으로, 공상과 꿈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오토모 가츠히로’.
이 같은 감독의 말처럼, 흔히 기계문명화와 폐해에 대해 일방적으로 경고하는 영화로 그려질 수도 있지만, 감독의 의도는 쉽게 얘기하자면 ‘어떻게 잘 사용 하느냐’에 있다고 하겠다. 각 시대마다 필연적으로 닥쳐올 새로운 문명적 도구, 혹은 에너지에 대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경종을 일깨우는 것이다. 레이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스팀과 오하라 제단 뿐만 아니라 레이를 지켜주는 듯 했던 영국정부와 스티븐슨을 비롯한 세력 또한, 완전한 선역으로 그려지지는 않으면서, 오로지 발명에 대한 순수함만을 갖고 있는 레이만이 올바른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등장하는 에필로그를 통해 이 같이 희망으로 상징되는 레이의 앞날이 순탄하지 만은 않겠지만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 또한 전달하고 있다. (에필로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처럼 스틸 컷과 감동적인 엔딩곡이 함께하는 엔딩 크레딧도 좋았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며 이후의 이야기까지 맛 볼 수 있는 이 같은 엔딩 크레딧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출시된 DVD는 3장으로 출시되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는 일본어 더빙 버전의 본편이 수록되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우리말 더빙에 본편이, 세 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다.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최근 출시된 애니메이션 타이틀과 비교해 보았을 때 최상급 화질을 수록하였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감상에 지장을 주거나 불편한 정도는 전혀 아니지만, 칼 같은 콘트라스트비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전체적으로 브라운 톤에 색감이 더해진 영상과 높지 않은 해상도, 종종 등장하는 잡티는 조금 아쉬움을 준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편인데, 공장 내의 소음, 폭발음, 박진감 넘치는 스코어와 각종의 다양한 소리들은, 순간 DTS인가? 했었을 정도로 강력한 우퍼 사운드와 활용도를 선보인다. 특히 후반부에 긴박한 전개 속에서는 젭론스키의 스코어가 더욱 빛을 발한다. 각종 소음과 기계음이 많은 작품답게 채널 분리도의 활용도도 활발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으라면, 워낙 강력한 DTS급의 배경 사운드에 비해
센터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대사 음량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부가영상으로는 감독과 주요 역할의 성우들의 인터뷰, 메이킹 영상, 예고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와 앨리스>로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스즈키 안이 주인공 레이 스팀 역할을 맡았으며,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로서 처음 참여한 더빙 작업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다. 오토모 가츠히로의 인터뷰에서는 후속 작이 16년이 걸리게 된 사연, 작품의 배경을 19세기 영국으로 설정하게 된 이유 등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시사회와 무대 인사 장면 등이 담겨있으며, 특보, 영화제 트레일러, TV, CM판 등 다양한 버전의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이 밖에 한국어 더빙 현장 스케치가 담겨있는데, 각각의 주인공을 맡은 국내 성우들의 인터뷰가 담긴 점도
이채롭다. <스팀보이>라는 작품이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여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이노센스>의 경우처럼 좀 더 작품과 기술적인 면에 대한 상세한 메이킹 영상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이 남는다.
 
전체적으로는 대중들과 매니아 사이에서 모두 크게 임팩트를 주지 못한 작품이 되어버렸지만,
10여년의 제작과정이 그냥 투여 된 작품이 아닌 만큼,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에게는 그냥 쉽게 지나치기에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임에도 틀림없다.

2006.04.27
글 / 아시타카





비밥이란, 악보 위주의 연주보다는 즉흥적인 솔로와 애드립이 강조된 스타일을 말한다. 정형화된  폼에서 벗어나 각자가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비밥이 상징하는 것은 그러한 자유로운 정신인 것이다 .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우보이 비밥]은 우주 액션 활극인 동시에, 상당히 음악적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비밥(Bebop)'이란 위에서 잠시 언급하였듯, 정형화된 악보 위주의 연주보다는 연주자의 즉흥적 솔로가 주를 이루는 자유스러운 음악 스타일이다. 이러한 음악적 스타일은 자유를 표방하는 주인공들과 어울려, 또 하나의 ’Bebop Style'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스타일을 탄생시킨 이는 칸노 요코 인데, 그녀는 [카우보이 비밥]사운드 트랙을 맡은 이후, 일본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전통적 사운드에서 현대적 사운드까지 또한, 재즈, 스윙, 보사노바, 락, 일렉트로닉, 오페라, 클래식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장르를 ‘비밥’이라는 이름 아래 녹여버린 그녀의 재주는, 카우보이 비밥 O.S.T를 단순한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을 넘어선 수작으로 널리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카우보이 비밥 사운드 트랙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마크로스 플러스]와 [에스카플로네], [Wolf's Rain]등의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을 담당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기도 한다. 칸노 요코는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을 작곡할 때 반드시 작품을 본 후에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녀의 음악이 너무나도 완벽한 탓에 음악이 먼저 나온 뒤, 장면을 음악에 맞춰 수정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그녀의 음악은 음악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완성도와 전율을 전해주지만, 영상과 결합했을 때에는 엄청나게 증폭된 감동의 전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카우보이 비밥]을 보면서 감동에 몸서리 쳤었던 장면들을, 흐르던 음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Tank!
 
'I think it's time we blow this scene get everybody the stuff together, OK, 3,2,1 Let's Jam!' 이 문장은 [카우보이 비밥]의 오프닝을 알리는 'Tank!'의 시작부분 나레이션이다. 흡사 007시리즈의 오프닝 크레딧 만큼이나 독특하고 스타일리쉬한 빠른 전개의 영상과 어울리는 곡으로써, 빅밴드의 연주로 들려주는 리듬은 무척이나 흥겹다. ‘따단따단 따단따단 따단’하며 시작되는 부분은 매번 들어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강한 효과를 준다.공연에 대한 자료들을 보다보면 언젠가는 칸노 요코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날이 되어서 그 주옥같은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갖게 된다.
4장의 시디 외에 케이스 겉면에 포함된 작은 미니 시디를 한 장 더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애드가 부르는 ‘Tank!'와 아인이 부르는 'Tank!'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아인이 부르는 'Tank!'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The Real Folk Blues
 
주인공 스파이크의 주제곡이자 카우보이 비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 중 한 곡인 ‘The Real Folk Blues'(참고로 필자의 18번...). 순전히 개인적인 필자의 얘기를 양해없이 조금만 더 보태보자면, 매번 들어도 매번 감동하는 대표적인 곡이자, 오만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야말로 'Favorite Song'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그러하듯이, 정말 가사의 내용이 ’예술‘로서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그것을 들려준다. 가사의 잠깐 잠깐을 소개해보자면, ’진정한 기쁨이 알고 싶을 뿐, 빛나는 물건을 전부 황금이라 할 순 없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는 동전의 앞뒤와도 같아‘, ’얼마나 더 살아야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진정한 슬픔이 알고 싶을 뿐, 진흙탕에 잠긴 인생도 나쁘진 않아, 단 한번으로 끝난다면...‘.
아....또 눈물이 흐른다.



Rain
 
'session #5 타락천사들의 발라드‘에서 비셔스와의 일전을 치루기 위해 오래된 성당 건물을 찾은 스파이크의, 펄럭이던 바바리 옷깃 뒤로 흐르던 곡. 바로 ’Rain'이다. 성당이라는 장소와 맞아 떨어지는 어린 성가대 인 듯한 아이들의 합창소리로 시작되는 곡은, 한 세션만으로도 걸작이 된 ‘타락천사들의 발라드’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 해내고 있다.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전주는 묘한 긴장감마저 돌게 한다.



Adieu / Memory
 
극 중 페이는 동료들에게 조차 자신을 내색하거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는 그럴 겨를이 없을 정도로 쏘아 붙이는(?)스타일이다. 그런 그녀의 슬픈 내면을 대변해 주는 것들이 바로 이 두 곡이다. 클래식 적인 피아노 연주의 두 곡은 슬픈 선율과 가사로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함께 한없이 슬퍼지게 만든다.



Wo Qui Non Coin
 
'session #24 하드 럭 우먼‘에서 마치 애드의 목소리 인 듯한 음성으로 들려지는 귀여운 노래이다. 음성은 귀엽지만 비밥 호를 떠나 자신의 길을 떠나는 두 카우 걸을 뒤로 흐르던 곡인지라 무척이나 슬프게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다. 보사노바 풍의 리듬은 귀여운 음성과 어울려 ’Adios, Cowgirl'이라는 인사말을 더 감동적이게 한다.

Blue

아마도 ‘Blue'가 흐르던 [카우보이 비밥]의 마지막 장면은 필자가 본 애니메이션 사상, 아니 영화를 통틀어서도 가장 슬픈 엔딩 장면 중 한 장면인 것 같다. ’빵‘하는 손짓과 함께 계단위에 그대로 쓰러져버린 스파이크의 위로 흐르던 ’Blue'의 선율은 정말로 눈물을 펑펑 쏟게 할 만큼 감동적인 것이었다. 뭐라 더 할말이 없음은 그때의 감동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유로움을 느껴, 자유로움을 깨달아야 해, 꼭, 날 꿈에서 깨우지 마, 정말 모든 것을 알 것만 같아, 나는 자유로워, 검정도 흰색도 없는 블루 속에서...’, ‘이제 모든 것은 분명해졌어, 인생은 한낱 꿈일 뿐, 영원히 끝나지 않는...난 날아오르고 있어’



Cowboy Bebop CD-BOX(O.S.T. Limited Edition)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을 소개하는 김에, 사운드 트랙 중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사실 소개라기보다는 어쩌면 자랑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로서는 이 박스세트를 구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렵게 고가를 주고 구한 터라 정말로 애착이 가는 시디 박스 세트 중 하나다. 자 그럼, 그 귀하기 귀한 박스세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모자를 눌러 쓴 스파이크의 얼굴이 그려진 베이지 색 겉 케이스를 열면, 폼 나게 생긴 흰색 케이스가 나온다. 시리즈 중에는 볼 수 없던 정장 차림에 스파이크와 애드, 제트, 페이, 그리고 아인 까지...마치 시리즈의 타이틀 장면을 보는 듯한 커다란 텍스트로 프린트 된 케이스를 열면 제법 두툼한 책자와 색 색깔의 시디 4장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1~3번째 시디에는 시리즈 내에 들을 수 있었던 곡들이 중간 중간 Dialogue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던 곡들 외에 'Space Lion', 'Don't Bother None', 'Green Bird'등 모든 곡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4번째 시디에는 라이브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Tank!', 'The Real Folk Blues', ’Rush'등의 곡을 실감나는 라이브 버전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아까 제쳐 놓았던 두툼한 책자에는 여러 가지 자료들이 담겨있는데, 물론 일본반이라 모두 일본어로 기록되어 있다. 사운드트랙을 맡은 칸노 요코를 중심으로 그녀의 음악과 음반으로 출시가 된 사운드트랙들의 디스코그래피, 박스세트에 수록된 시디의 수록 곡 리스트, 몇몇 주요 곡들의 가사 까지도 실려 있다. 이 외에도 칸노 요코와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에 관한 글들과 'Seatbelts Live 2001'공연에 관련된 자료들도 볼 수 있다. 특히 이 공연에 대한 자료들을 보다보면 언젠가는 칸노 요코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날이 되어서 그 주옥같은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갖게 된다.                                                                                                             
4장의 시디 외에 케이스 겉면에 포함된 작은 미니 시디를 한 장 더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애드가 부르는 ‘Tank!'와 아인이 부르는 'Tank!'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아인이 부르는 'Tank!'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글 / ashitaka
2003.06.19      










스파이크 스피겔이라는 남자. 하성 태생으로 27세. 한때 레드 드래곤이라는 차이니스 마피아에 소속되어 의를 가슴에 불태우며 살았던 남자. 그리고 지금은 자유를 위해 그 과거를 스스로 묻고 쿨하게 사는 남자. 파트너인 제트 블랙과 함께 현상금 사냥꾼으로서 우주선 비밥 호를 타고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한다. 해프닝을 즐기며, 위험을 사랑하고,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가벼운 농담을 잊지 않는다. 절권도라는 격투기의 고수로서 무기 없이 싸우는 육탄전에서 결코 지는 일이 없다.
돈에도 정의에도 구애되지 않지만, 어느 때라도 의리만은 통한다. 모든 일을 자신의 스타일로 끝을 맺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굳게 믿고 있다. 그 때문에 트러블에 휘말리는 일이 끊이질 않는다. 민간제조품으로 최 고속을 자랑하는 격투전용기 소드피시 II를 소유. 이것은 원래 소행성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것을 개조한 기체이다. 그런 그가 정신적인 스승으로 받드는 사람은 격투가이자 철학자인 부르스 리.... (sunrise)



[카우보이 비밥]은 연재의 초반에 말했듯이 스토리, 스타일, 음악,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작품이다. 이러한 [카우보이 비밥]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 바로 주인공 스파이크 스피겔이다. 일단 그의 외모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밝혔듯이 스파이크 스피겔의 케릭터는 브루스 리, 즉 이소룡과 [루팡 3세]의 주인공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극중 스파이크는 한 두 번을 제외하고는 계속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데, 그의 딱 붙는 듯한 양복차림은 루팡 3세와 많이 닮아있다. 그리고 스파이크는 절권도의 고수로 나오는데, 이것은 이소룡의 캐릭터와도 흡사한 모습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스파이크가 가장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 주인공 캐릭터에는 없는 그 만의 매력 덕분이다. 다른 주인공들처럼 동료들에게 부드러운 말을 건네기는커녕,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 스타일이며,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영웅이라기보다는, 평생을 사랑한 한 여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스타일이다.



‘session 5 줄리아‘ 편에서 언급하였듯이, [카우보이 비밥]에는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스토리 전체를 이끌고 있는 멜로드라마가 있다. 스파이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지만, 그에게 줄리아가 없는 일상은 특별할 것이 없는 무의미한 것이었기에,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복수를 하려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마지막 화에서 보여준 멍청하리만큼 무모했던 복수는 단지 줄리아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가 몸담았었던 레드 드래곤과 영원한 숙적인 비셔스와의 악연을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둘의 악연은 결국 죽음으로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스파이크는 그의 카리스마에 걸 맞는 수많은 명대사들을 쏟아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적어본다.
 
‘여자가 있었어....난생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를 만난거야. 처음으로 살아있는 여자를 만났지. 주리아는 나의 분신이야. 내가 그토록 원하던 나의 잃어버린 조각.’

‘나는 한쪽 눈으로는 과거를 보고, 다른 한쪽 눈으로는 현재를 보고 있어...눈에 보이는 것만이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어.’

‘고양이가 있었어. 그 고양이는 좋아하지도 않는 여러 주인을 거치면서, 백만 번을 죽고, 또 백만 번을 살아났지. 고양이는 죽는 게 두렵지 않았어. 녀석은 한때 자유로운 들 고양이였지. 어느 날 하얀 암고양이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러다 세월이 흘러, 하얀 고양인 늙어죽고 말았지. 고양이는 백만 번을 울고, 그리고 죽었어. 두 번 다시는 살아나지 않았지.... 난 이 얘기가 싫어. 난 고양이가 싫거든.’ (이 고양이 이야기는 카우보이 비밥에서 처음 쓰인 것이 아니라, 일본 동화 중 하나라고 한다)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농담을 잊지 않는 의연함에 소유자, 신기에 가까운 조종술, 이소룡을 닮은 절권도 실력. 세운 깃 자락 뒤로 우울함과 외로움이 묻어나는 남자. 비밥 선율처럼 자유롭게 나는 ‘헤엄치는 새’. 그가 바로 스파이크 스피겔이다.



스파이크 스피겔의 1인용 우주선. 원래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모노 레이서’를 정비사 두한이 개조 후 무장시켜 고속전투기로 개량했다. 우주에 단 한대밖에 없는 오리지널 기체이다. 양 날개에는 기총 4문, 기체하부에는 플라즈마 캐논 1문을 장착하고 있다. 그러나 캐논은 마이크로 핵융합을 사용하고 있어, 대량의 에너지를 단번에 소비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수는 없다. 콕피트는 대기권외 활동에 필요한 조향 및 제동, 위치확인, 자동계산 등을 일괄 처리하는 모노포드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조종캡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위험한 상황의 탈출포드 기능도 겸하고 있다. 양 날개를 접을 수 있는 구조로 격납시 공간을 절약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메인 엔진에는 대형의 핵융합 에어로 스파이크 모터를 1기 탑재, 또한 날개 밑에는 단거리 이륙용 부스터 노즐을 장비하고 있다. (sunrise)



글 / ashitaka
2003.06.10


에드워드 웡 하우 페페루 티브르스키 4세. 정말 길고도 그 출신을 알 수 없는 장황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성별을 여자라고 칭하긴 하였지만, 그마저도 100%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세션 #24 하드 럭 우먼'에서 에드의 아버지 조차 아들이었는지 딸이 었는지 구분을 못 할 정도니 말 다했다. 에드는 세션 #9에 가서야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엄청난 해킹 능력을 지닌 해커로 '래디컬 에드워드'로 불린다. 폐허가 되어 버린 지구에서 아무것에도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를 누비는 에드의 모습은 비밥의 일원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여자와 아이를 가장 싫어하는 스파이크는 반겼을리 없지만..)



에드의 해킹 능력은 이후 여러 미션에서 현상범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되곤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한국어 더빙보다는 일본어 특유의 어감을 느낄 수 있는 원어를 선호하는 편인데, 에드의 목소리는 그 대표적인 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목소리가 생각없고(?)장난끼 넘치는 에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심하게(?) 웃는 얼굴로 등장하는 에드이기에, 비밥 호를 떠나며 갑판에 'Good Bye'라고 써놓은 장면과 노트북을 머리에 이고 이전까지의 표정 중 가장 어두운 표정으로 비밥 호를 바라보는 장면은 뭉클하기까지 하였다.

에드와 항상 함께 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바로 아인(Ein)이다. 품종은 웰쉬코기이며 체형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짧은 다리, 꼬리가 없는 엉덩이가 특징이다. 제작사인 선라이즈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아인은 그저 평범한 강아지가 아니라 어떤 연구기관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개발했다는 비합법적 '데이터 독(Data Dog)'이라고 한다. '데이터 독'이란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전화나 컴퓨터까지도 다룰 수 있는 지능을 가진 개 라고 한다. 뭐 이러한 말들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아인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누가 짝지어 준 것도 아니지만, 에드와 콤비를 이루어 행동하는 것을 보면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었는듯 완벽한 쿵짝을 이룬다(참고로 얘기하지만 아인은 절대 에드가 데려온 강아지가 아니다).




그 여자는 그의 과거에서 살아온 환상이다. 결코 잊혀지지 않는 기억의 덩어리... 그리고 그 여자가 그의 현실에 모습을 나타낼 때, 현실이라고 믿고 있던 세계가 환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환상의 이름은 줄리아. 경력불명, 연령미상, 그가 잊게 되리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그녀의 향기, 그녀의 미소, 그녀의 눈물은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가 버리고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저 이름뿐이 된 여자. 하지만 어쩌면 그 이름마저 환상이 아닐까. 이제 와선 그도 알 수 없다. 비가 내리던 날 사라진 여자. 동지라고 부르던 친구를 배신하고, 스스로를 키워줬던 조직에서 도망한 사람. 그리고 그는 스스로의 과거와 여자의 환상을 지우기 위하여 첫 번째의 죽음을 맞이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지웠을, 기억의 건너편으로 사라진 진실을 무의식적으로 갈구해 오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환상이야말로 그가 잃어버린 현실이고 유일하게 여자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리고 또 다시 비가 내리는 날의 오후, 그는 운명과 만난다. (Sunrise)



줄리아에 대해선 비셔스 만큼이나 언급된 바가 없다. 스파이크와 비셔스 사이에 연관되었다는 것과, 그들의 조직인 레드 드래곤과도 연관이 되었다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그녀의 중요성을 [카우보이 비밥]을 논함에 있어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스파이크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까지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던 여인이 바로 줄리아 였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어둠을 사랑한다. 어둠에서 태어나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가는 존재. 출생이나 연령 등 모든 과거가 의문에 싸여 있고, 누구도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그 이름은 비셔스. 화성을 거점으로 하는 중국계 마피아 중에서도 최대조직인 '레드 드래곤'에 소속된 젊은 간부. 일찍이 스파이크와 콤비를 맺고 조직을 발전시켜, 내부에서 조차 '강철의 쌍벽'이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자. 그러나 스파이크가 행방불명이 된 뒤부터 그 안에 있던 흉악성은 한층 더해져 간다. 언제나 피 튀기는 싸움을 즐겨 그가 가는 곳에는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최근 '레드 드래곤'상부는 거대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간부들과 대립관계에 놓인 그는 결국 독립하게 된다. 용병으로서 행성간 전쟁에도 참가한 과거를 지닌 그가 유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는 항상 그의 어깨에 머물러 있는 검은 공작이다. 그는 총을 싫어하며, 칼의 예리함을 사랑해마지 않는다. (Sunrise)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던가, 정의에 편에서 싸우는 주인공들에게는 항상, 그에 필적하는 악당들이 있기 마련이다. 스파이크(물론 스파이크를 영웅이라던가 정의를 수호하는 주인공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아웃사이더일 뿐)에게도 그의 엄청난 카리스마에 필적할 만한 적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가 바로 비셔스이다. 비셔스의 카리스마는 결코 스파이크에게 눌리는 것이 아니었으며, 최근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들이 나름대로의 아픔과 고뇌 때문에 악역에 서는 경향과는 달리 오로지 조직에 대한 복수와 스파이크를 제거하려는 의도만을 가졌음에도 많은 추종자들을 양산시키기에 이르렀다.

또한 권총이 난무하는 우주 공간에서도 홀연히 검을 쓰는 그의 자태는, 카우보이 비밥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이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세션 #5 타락천사들의 발라드'에서 보여주었던 고성당에서 벌어진 스파이크와의 대결장면에서 서로 총과 칼을 서로에 몸에 겨누는 장면은, 여느 영화의 대결장면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또한 마지막 세션인 '리얼 포크 블루스'에서 보여준 대결장면에서도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명작의 마지막 결투 씬으로 걸 맞는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가 남겼던 명언 중에 한 가지를 마지막으로 되내어 본다.

'천국에서 쫓겨난 천사는 악마가 되기 마련이지'

글 / ashitaka
2003. 05. 29


페이 발렌타인이라는 이름의 여자. 연령불명, 출신지 불명, 모든 과거가 의문에 쌓인 현상금 사냥꾼이다. 멋진 몸매, 아름다운 용모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입은 그녀에게 있어 최고의 무기이다. 대담하고 겁 없는 이기주의자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뻔뻔스럽고 굳세게 살아나가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



페이 발렌타인. 비밥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그러하듯이 그녀 역시, 의문과 비밀에 둘러싸인 인물이다. 이름조차 불확실하며 출신지, 나이 등 그녀 자신조차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한다. 페이는 다른 애니메이션의 여자 주인공과는 사뭇 다른데, 조용하다거나 차분한 모습보다는, 비밥호 안에서 가장 시끄럽고 말썽도 많이 일으키기가 일쑤다. 보는 이들은 대부분 이러한 페이의 모습이 재미있게만 느껴지지만, 화가 거듭될 수록 그녀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지고, 차츰 그녀에 대한 진실과 과거가 밝혀지게 되면서,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그녀의 취미는 도박, 특기는 사기이다. 실로 여자 캐릭터가 갖기 힘든 취미와 특기라 하겠다. 그녀는 현상금으로 받은 대부분의 돈을 경마나 카지노 등의 도박으로 탕진하곤 한다. 말 그대로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듯한 자세를 보여주는데, 이는 아마도 그녀 자신이 엄청난 금액의 빚을 지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 태도인 것 같다. 그녀의 이 엄청난 빚에 대한 이야기는 ‘session #15 마이 퍼니 발렌타인‘에서 알 수 있는데, 이 세션은 그녀에 과거를 조금이나마 알게 하는 단서가 된다. 페이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콜드 슬립‘ 상태로 잠들게 되고, 깨어나 보니 콜드 슬립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액을 요구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피해 영문도 모르고 도망치게 된다.



[카우보이 비밥]은 캐릭터들이 과거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는 여정으로 볼 수도 있겠는데, 페이의 경우도 그러하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반문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찾아 떠나게 된다. 이러한 여정의 결정적 단서는, 어디선가 배달되 온 예전 VHS 테입이였는데, 그 테입 속에는 10년 전의 어린 페이 발렌타인이 천진한 표정으로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지구로 찾아가 그녀의 과거를 만나지만, 아마도 그녀가 생각했었던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억이 돌아오고 과거를 모두 알게 되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달라질 줄로만 알았었지만, 모든 것이 돌아와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페이 발렌타인이였고, 돌아갈 곳이라고는 비밥 호 뿐 이였던 것이다.



항상 밝고 덤벙거리는 그녀였기에, 이러한 여리고 슬퍼하는 모습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더욱 애잔하게 다가왔다. 페이 발렌타인은 어쩌면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더 열광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스파이크가 남성들에게 더욱 강한 지지를 받는 것과 같이.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고, 남에게 도움 받고자 하지 않으며, 내면적으로는 슬픔이 많지만 겉으로는 누구보다도 강한 여성. 강하고 가벼워 보이는 내면에는 한없이 여린 마음이 우리가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다.


페이의 탑승기. 목성권에서 자주 보이는 기체로, 각혹성의 경찰기구와 지방군의 패트롤기로 채용률이 높은 모델이다. 대기권내, 권외양용의 3단계 가변기능엔진(수소연료사용의 터보제트/스크럼제트/로케트) 2기와 핵융합로케트엔진 1기를 탑재하여, 우수한 VTOL(수직이착륙) 성능을 갖추고 있다. 각종 장비의 장착이 가능해 높은 범용성을 가진 머신이지만, 페이는 오로지 시판중인 화력장비를 최대한으로 싣고, 거기에다가 또 독자적인 화력강화 개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30mm발칸포와 리볼버식건런쳐를 각각 2문 탑재)

 

PS : VTOL기

페이 소유인 레드테일의 기종. 간단하게 말하자면 수직이착륙기.통상의 비행기와 같은 성능을 가지고 활주를 하지않고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다.또 페이의 레드테일에는 체프가 탑재되어 있어 페이가 고든의 공격을 받을 때 사용했었다. 체프는 금속편을 뿌림으로 해서 전자 방해를 해 적의 전자 장치를 착란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머신정보출처 : cowboybebop.com)

글 / ashitaka
2003.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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