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확실히 날씨나 분위기와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감정의 폭이 커진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움튼 감정을 더 요동치게 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각각의 날씨마다 음악 듣기 좋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혹은 다른 의미로의 최악)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비가 내리는 날씨다. 비는 여러가지를 제공하는데, 일단 시각적으로 바라봤을 때 비나 내리는 광경은 눈이 내리는 것과는 또 다른 장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경을 두고 '장관'이란 표현까지 들먹이나 싶지만, 분명 창밖으로 바라보는 비 오는 광경은 흔하다는 이유만 제외한다면 장관이라 할 수 있겠다.

비가 또 좋은 건 역시 빗소리다. 우산과 부딪혀 나는 소리도 복잡한 출근길만 아니라면 귀기울여 볼 만 하고, 카페나 편안한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은, 지구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일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비는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대동하는데, 살짝 다운되는 감이 있지만 이럴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유쾌한 음악을 선곡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의 곡들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다보니 비만 오면 듣게 되는 곡들이 어느 새 여러 곡 쌓이게 되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아니 무슨 비가 내렸는지 처음으로 그 곡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덩달아 우울해질 수 있어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나처럼 우울함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이들이라면 비오는 날 함께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순서는 아무런 의미없음)

1. Travis - Writing To Reach You



대부분 비와 Travis를 연결시킬 땐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떠올리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곡 '
Writing To Reach You'가 더욱 간절하다. Travis의 곡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비오면 반드시 듣는 대표곡 중 하나.


2. Nell - Good night



넬 (Nell)의 곡은 비오는 날 아무 곡이나 들어도 좋을 정도로 비와 궁합이 잘 맞는다. 김종완의 담백하며 애절한 보컬과 내성적인듯 하지만 극적인 곡의 전개는 비의 우울함과 닮아있다. 정말 비오는 날 아무 앨범이나 꺼내 들어도 넬의 경우는 실패하는 법이없다.


3. Damien Rice - Delicate



넬과 더불어 어느 앨범, 어느 곡을 꺼내 들어도 실패하지 않는 뮤지션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데미안 라이스 일 것이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전반부와 서서히 고조시키는 중반부, 그리고 마침내 울부짖듯 폭발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데미안 라이스의 감정은 비와 함께 더욱 치닫는다. 수 많은 곡들 가운데 오늘은 'Delicate'를 골랐다.


4. Radiohead - True Love Waits



라디오헤드 역시 비 하면 빠질 수 없는 밴드다. 톰 요크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만 이뤄진 'True Love Waits'은 듣는 것도 좋지만 비오는 날 꼭 한 번 불러보고 싶게 끔 만드는 곡이기도 하다.


5. Portishead - Glory Box



이쯤에서 왜 포티셰드가 안나오나 했던 이들도 아마 있었을 것이다. 한 때 포티셰드에 흠뻑빠져 있었던 때는 정말 '위험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 같은 것이었다. 그 만큼 이들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해 문득문득 떠올라 마음 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6. Aimee Mann - Wise Up



에이미 만의 'Wise Up'을 꼽은 이유는 역시 영화 '매그놀리아'의 영향이 컸다. 물론 영화 속에서 내리던 비가 그냥 비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이 곡 역시 비오는 날엔 더욱 간절해 진다. 영화를 봤다면 이 곡을 들으며 한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7. Nujabes - luv



누자베스의 곡은 앞서 선곡했던 곡들과는 조금 분위기는 다르지만 역시 비오는 날이면 꼭 듣게 되는 곡이다. 누자베스의 음악이 슬픔과 따듯함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비트라는 점에서 비오는 날 듣기에 더욱 좋은 곡이라 할 수 있을텐데, 마치 비 속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살며시 눈을 감으면 더욱 빠질 수 있으니 눈은 감지 않는 것이 안전하겠다 (특히 길을 걸으며 들을 땐 더욱!)


8. Hee Young (희영) - So Sudden



희영은 올해 파스텔뮤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뮤지션인데, 그 잔상이 아직까지 깊게 남아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특히 이 곡 'So Sudden'의 중독성은 매우 강해서 한동안 이 곡만 듣고 다니기도 했었을 정도. 비오는 날, 그 촉촉함이 아마 더해질 것이다.


9. Michael Jackson - Smile



비오는 날이라고 MJ의 곡을 일부러 듣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그가 떠난 뒤 더 애틋해진 이 곡 'Smile'. 후반부 아이의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


10. Cowboy Bebop - Rain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수록곡 'Rain'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비의 곡'이다. 정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이 곡이 떠 오를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곡인데, 이 곡을 들으면 왠지 우산없이 비를 그대로 온몸으로 맞아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1. Wolf's Rain - Gravity



애니메이션 OST를 꺼낸 김에 한 곡 더. '울프스 레인'은 작품 보다도 어쩌면 음악이 더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래서 당시 비싼 가격에 일본에서 발매된 사운드트랙 2장을 뒤도 안보고 구매하기도 했었고. 특히 이 곡 'Gravity'의 깊은 슬픔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인데, 비 오는 날 듣게 되면 그 슬픔이 몇 배로 증폭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비 주연의 닌자 액션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했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2009년작 ‘닌자 어쌔신’은 아무래도 주연을 맡은 우리 배우 ‘비’ 때문에 더 주목과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이미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한 ‘스피드 레이서’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국내 배우의 본격적인 헐리웃 진출이라는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비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단독 주연을 맡아 국내는 물론 세계 팬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국내 배우의 헐리웃 진출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것이 ‘진짜’ 헐리웃 진출인가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적어도 ‘닌자 어쌔신’의 경우는 이런 논란을 잠재울 만한 일종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의 흥행과 별개로 영화의 제작자와 스튜디오, 스텝들의 면면을 따져보자면,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은 헐리웃 진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축구로 비교하자면 EPL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으로 뛰는 박지성 선수와 비견할 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스튜디오와 스텝들의 면면을 고려했을 때 말이다 -. 사실 예전만 하더라도 우리 배우의 헐리웃 진출이라면 ‘스피드 레이서’의 정도만 되더라도 충분히 뉴스가 되고도 남을 정도였는데 ? 스피드 레이서를 보고 나서 ‘의외로’ 많은 비의 비중에 놀랐던 적이 있다 -, ‘닌자 어쌔신’은 잘 알다시피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 브라더스에서 제작하였고, 워너의 블록버스터 작품들을 여럿 제작한 조엘 실버가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매트릭스’의 연출자인 워쇼스키 형제 역시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루레이 수록된 서플먼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런 메이저 스텝들에게 톡톡히 인정 받고 있다는 점은 자랑스럽고 놀라운 일임을 부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영화는 ‘닌자 어쌔신’ 이라는 제목답게 시작부터 제법 고어한 액션 장면을 선사한다. 사지가 잘려나가고 여기저기 피가 낭자한 액션 시퀀스를 맨 처음 배치한 것은, 단순히 폼 잡으려는 의도보다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초반부터 관객에게 빠르게 인식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겠다 ? 이후에는 이런 ‘절단’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액션 시퀀스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 아무래도 이 영화는 ‘닌자’라는 특수한 캐릭터에 기반한 독특한 액션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제임스 맥티그의 ‘닌자 어쌔신’은 이런 기대감을 절반 정도 해소시켜준 듯 하다. 부가영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액션 시퀀스를 위해 헐리웃 최고의 액션 팀들이 멋지고 복잡한 합(合)을 만들어 낸데 반해,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액션 장면이 스크린에서 오롯이 표현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을 ‘닌자’라는 특성에 걸맞는 액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어두운 배경에서 벌어지는 액션들이라 그 재미와 쾌감을 좀 더 전달되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쉬운 점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여기서 아쉽다는 것은 헐리웃 최고 수준의 액션 스텝들이 만든 액션 시퀀스가 좀 더 빛을 발할 여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나 구성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 만약 워쇼스키 형제가 직접 연출했더라면 좀 더 동양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반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닌자라는 특수한 캐릭터에 기반한 작품답게, 일반적인 액션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액션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이 영화의 장점이다. 영화 속에는 미처 다 부각되지 못했지만, 닌자 만의 무기들을 사용하는 액션 시퀀스의 경우, 현란한 CG와 안무 같은 스턴트 액션과 맞물려 쿵푸 영화와는 또 다른 액션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Blu-ray Menu






‘닌자 어쌔신’의 포스터들 가운데 위의 이미지가 사용된 버전을 가장 선호해서인지, 이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메뉴 화면의 디자인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언어/자막 선택 화면과 장면 선택 화면 바에 배경이 되는 이미지의 디테일도 만족스럽다.

Blu-ray : Picture Quality

1080p 풀HD의 화질은 전반적으로 준수한 편이다. 작품 자체의 분위기나 영상이 매우 어둡다 보니 화질을 제대로 만끽할 만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아쉬운 점은 없는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영상의 입자 자체가 상당히 거친 편이기 때문에 선예도 높은 화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CG가 가미된 화려한 액션 영상들을 큰 무리 없이 ? 이질감이나 잔상 없이 ? 보여주고 있으며, 하이라이트가 되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에서는 타오르는 불길과 피로 물든 라이조 (비)의 상체가 비교적 뚜렷하게 표현되는 편이다. 영상의 스타일은 감독에 의해 의도된 부분이 분명하지만, 만약 좀 더 날카로운 선예도가 살아있는 영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도 갖게 한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최신작답게 차세대급 사운드를 들려준다. 닌자 액션의 장점을 부각시킬 블루레이적 요소는 아무래도 화질보다는 사운드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다양한 닌자 특유의 무기들의 사운드는 물론이고, 초반 액션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닌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사운드로는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쉽게 체크할 수 있을 정도의 만족스러운 채널 분리도를 들려준다.





이 작품에는 칼과 닌자 무기를 이용한 액션 장면 외에 총을 비롯한 대형 무기들을 사용하는 후반 부의 액션 장면도 등장하는데, 후자의 무기들의 사운드는 조금 날카로운 맛이 떨어지지만, 전자의 액션에서의 사운드는 괜찮은 편이다. 특히 사용하는 무기의 특성상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공간감과 이동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면에서 ‘닌자 어쌔신’의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닌자 어쌔신’ 블루레이는 메이킹 필름 성격의 3가지 부가영상이 ‘Behind the Story’라는 메뉴 아래 수록되었으며, 추가로 삭제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The Myth and Legend of Ninjas’에서는 실제 닌자 고수들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닌자에 대한 상세한 역사와 배경을 들려준다. 특히 우리가 흔히 ‘닌자’하면 떠올리곤 하는 ‘비밀스런 암살자’의 이미지를 넘어서, 훨씬 더 상세한 설명을 통해 일본의 실제 역사와 닌자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마치 역사책을 보듯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여기에는 마지막 진짜 닌자인 '타카마츠'의 관한 이야기와 현재 닌자 종가를 이끌고 있는 고수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으며, 닌자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무기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 - 혹은 사용방법 -에 관한 이야기와 닌자가 사용하는 주요 기술들에 대해 실제 닌자 기술을 습득한 고수들의 시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The Extreme Sport of a Ninja' 에서는 익스트림 스포츠 적인 요소와 닌자 액션을 결합한 영화의 스턴트와 액션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액션 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를- 참고로 채드 스타헬스키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시리즈에서 네오 역을 맡은 키에누 리브스의 스턴트 대역을 맡기도 했었다 - 비롯해 무술과 스턴트 팀 스텝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데, 난이도 높은 스턴트 액션을 위해 최고 수준의 팀을 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각 장면이나 동작에 필요한 특별한 고수들 - 룹킥 고수, 파쿠르 전문가, 파워 텀블러 - 을 초빙한 사실이 흥미로웠는데, 여러 분야의 스턴트/액션 고수들은 물론 더 화려한 액션 장면을 위해 안무가 까지 참여시킨 점이 이채로웠다.





‘Training Rain’은 어쩌면 많은 한국 팬들이 가장 기다렸을(?) 부가영상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라이조'를 스크린 속에서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지옥 같은 트레이닝을 이겨낸 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스텝들과 배우들이 처음에는 다들 '비가 누구야?' 했었지만, 나중에야 그가 아시아에서 유명한 팝스타라는 것을 유튜브를 보고서야 확인하고 놀랐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이미 국내 여러 연예 프로에서 개봉 당시 많이 조명되었던 것처럼 '지방 0%'의 완벽한 몸을 만들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견디는 비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수년간 이런 트레이닝을 지도해온 이들조차 비처럼 훈련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짧은 시간 동안 '극적으로' 변한 비의 신체 변화를 보는 것도 포인트다. 헐리웃의 모든 스턴트 맨들을 통틀어서도 최고의 스턴트 능력이라는 칭찬이 나올 정도니 말 다했다.

그 밖에 세탁실에서의 짧은 회상 장면, 미카의 집에서 선배 요원과의 대화 장면, 라이조와 미카가 자동차를 훔치는 장면 등 짧은 삭제 장면들이 수록되었다.





[총평]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브이 포 벤데타’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연출한,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은 우리 배우의 헐리웃 메인 스트림 주연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한 번쯤 확인해볼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아,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스턴트 액션의 디테일도 체크 요소다.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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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 (Ninja Assassin, 2009)
비 주연의 그냥 액션 영화


<닌자 어쌔신>을 이야기할 때 주연을 맡은 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 <스피드 레이서>를 보았을 때도 상당히 놀랐었는데, 이 작품처럼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서 국내 배우가 당당히 원톱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일단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을 예로 들만큼, 비의 이번 출연은 지금까지 한국 배우가 헐리웃에 진출했던 경우 가운데 단연 최고의 비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사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긴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일 뿐, 감독을 맡은 제임스 맥티그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의 전작 <브이 포 벤데타>를 인상 깊게 보았음에도 이번 작품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까닭은, <닌자 어쌔신>의 주인공이 제목 그대로 '닌자'였기 때문이었죠. 혹시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을 맡았다면 '그래, 워쇼스키들은 워낙에 오타쿠이니 닌자 영화도 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들 수 있겠지'하고 기대했겠지만, 제임스 맥티그가 '닌자'의 세계를 얼마나 제대로 그려낼까 하는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이 영화는 닌자를 주인공으로 닌자의 세계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만, 진짜 닌자 영화를 적지 않게 보아왔던 이들이 본다면 '그냥 액션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예상했던대로 제법 고어한 액션 장면을 보여줍니다(특히 '비가 나온다!'라는 것만으로 극장을 찾은 여자관객분들께는 더더욱이요). 팔, 다리는 우습게 잘려나가고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잘려나가지요. 첫 액션 시퀀스에서는 '자, 우리 영화는 이 정도로 잔인한 영화야'라는 것을 보여주듯, 사지절단을 관객이 확실히 확인할 수 있도록(그것이 주가 된) 구성된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후에는 절단 자체에 포커스를 둔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너무 어두운 배경 속에 일어나는 액션이다보니 그렇게 힘들게 연습해왔다는 액션의 합(合)을 제대로 확인해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영화의 줄거리에 따르자면 어두운 곳에서만 등장한다 라는 식이라 어쩔 수 없는 액션 장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에서 액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은 조금은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액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해보자면, '닌자 어쌔신'이라 하여 특별한 '닌자'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이나, 동양 무술에 더 정통한 액션 장면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판타지'액션 연출이 대부분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동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연출자의 문제 혹은 간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마치 게임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단순한 닌자의 이미지만을 가져와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닌자'와 그 세계의 이야기는, 서양인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동양인인 제가 보기에는 정말 판타지 액션에 가까운 정도였거든요(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영화를 판타지 액션으로 기대하고 가셨던 분들이라면 크게 실망할 것 없는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번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스토리의 문제 역시 그냥 '즐겨라'하는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입니다(참고로 저는 최근 스토리의 빈약함으로 비슷한 지적을 받았던 <2012>에 대해, <2012>는 본래 그런영화고 에머리히 영화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 ^^;). <닌자 어쌔신>의 주요 줄거리와 테마라고 한다면 주인공 라이조(비)가 자신을 키워준 닌자 패밀리(오주누)를 배신하고 이들과 벌이게 되는 결투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반복되는 회상 씬에도 불구하고 라이조가 갑자기 배신하게 된 이유가 설득력이 부족하고(차라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여자 수련자가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배신을 하였으면 좀 더 이해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후반 부 등장하여 계속 '동생아, 동생아'를 외치던 릭윤의 등장은 조금 쌩뚱맞아 보이기도 하거든요(얼마나 얼굴을 공개한 분량이 적었는지 많은 분들이 릭윤을 못알아 보시더군요).

영화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일본인이고 대부분의 배경은 베를린임에도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조금 불편한 점이 있긴 했지만, 첫 장면에서 야쿠자가 모두 영어로 이야기할 때 '아, 일단 영어를 불편해하면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닌자 어쌔신>은 일단 한국인으로서 우리 배우 비가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 단독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분명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네요.


1. 랜달 덕 김은 거의 몰라볼 뻔 했네요. 그런데 목소리는 어찌나 익숙한지 목소리로 먼저 알아들었네요 ㅎ
2. 자주 가는 동네 극장에서 오랜만에 '매진'을 경험했습니다. 과연 이 영화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을까요.
3. 각본을 쓴 메튜 샌드의 전작은 뭐가 있나 살펴보았는데, 이 작품이 첫 작품이군요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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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일본 TV애니메이션에는...

1967년, <갓챠맨> (국내 방영 제목 ‘독수리 5형제’), <신조인간 캐산>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타츠노코 프로덕션은 <마하 GO GO GO> (국내 방영 제목 ‘달려라 번개호’)를 선보이게 된다(제작 연도 상으로 보았을 때 <마하 GO GO GO>(1967)가 <독수리 5형제>(1972)나 <신조인간 캐산>(1973)보다 앞서 있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번째 작품은 <마하 GO GO GO>라고 해야 맞겠다). <마하 GO GO GO>는 자동차 경주를 주요 소재로 포뮬러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첫 번째 작품이었으며, 주요 인물인 레이서들의 개성적인 캐릭터 묘사라던가 차체마다 각각의 고유 기능이나 개성을 부여하거나,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 이후 만들어진 레이싱 관련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구자적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최근 세대들에게 익숙한 레이싱 애니메이션인 선라이즈 제작의 <신세기 사이버포뮬러>의 아버지 격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역사과 전통을 갖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GO GO GO>가 미국에서, 미국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에는 일단 기대와 우려가 함께 들 수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매트릭스> 시리즈를 연출한 워쇼스키 형제(본 블루레이 타이틀 내의 서플먼트에서는 공식적으로 ‘형제’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여기서도 그대로 따르기로 하겠다)가 <마하 GO GO GO>를 영화화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설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워쇼스키 형제가 누구던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쿵푸 등 동양의 정서를 헐리웃에서 영화화 할 때 우려되는 이른바 ‘양키 센스’를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통해 이미 완전히 불식시킨 감독이 아니던가.

<매트릭스> 3부작을 통해 그들이 보여준 확고함은, 이들이 동양문화에 대해 단순히 수박 겉핥기식으로 동경하는 정도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오타쿠’ 중에서도 최상위급 오타쿠라 할 만큼 원작과 문화의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으로서, ‘그래,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다면 분명 다르겠지’ 하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 영화 <스피드 레이서>도 무한한 기대를 하게 되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워쇼스키 형제는 오타쿠의 세계를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까지 올려놓는 금자탑(?)을 쌓고야 만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 그들이 만들면 다르다!

사실 필자는 <신세기 사이버포뮬러> 세대인터라 <스피드 레이서>의 원작인 <마하 GO GO GO>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는데, <스피드 레이서>를 보고나서 원작의 영상을 살펴보니, 원작의 캐릭터 묘사나 설정들을 놀랍도록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복고적인 느낌을 살리려거나 아니면 영화화 과정에서 좀 더 극적인 요소를 보강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줄로만 알았던 장면들은, 전부 원작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등장하는 것들이었으며, 굳이 재현하지 않아도 될 만한 것들(원작의 골수팬들이나마 겨우 알아볼 정도의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영화로 옮겨온 워쇼스키 형제의 꼼꼼함(지독함)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캐릭터들의 묘사 같은 경우에도 성격적인 면은 제쳐두더라도, 만화의 캐릭터와 영화 캐릭터의 모습이 거의 흡사한, 정말 만화 속 캐릭터가 그대로 실사화 된 듯한 느낌을 줄 정도의 캐스팅과 의상 등 매우 싱크로율이 높은 캐스팅임을 나중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 역할을 맡은 존 굿맨과 수잔 서랜든의 캐릭터의 묘사가 특히 그러했으며, 개봉 시 많은 관객들의 불편함으로 지적되었던 스프리틀과 침팬지 침침의 개그 시퀀스 역시, 아주 생뚱맞은 것이 아니라 원작의 캐릭터에서 많은 부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전체 관람가 영화로서 좀 더 많은 연령대를 커버하려는 노력과 가족 영화로서의 재미를 주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스피드 레이서>의 화려한 액션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가족 영화와 성장 영화의 구조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단순히 가족이 레이싱 가족인 배경 탓에, 그리고 동경하는 형이 레이서인 탓에 레이서가 되고 싶었던 스피드(에밀 허쉬)가 갖가지 사건들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유 없이 그저 좋았던 레이싱에 대해 마지막에 가서는 ‘왜 레이싱을 계속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결국 그 해답을 찾게 되면서, 이 영화는 성장 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스피드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아버지는 형 렉스에게 했던 실수를 스피드에게는 거듭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스피드를 둘러싼 가족들(스파키를 포함한, 스파키의 존재는 이 영화에 또 다른 생각해볼 거리라 생각된다)또한 한 걸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과적으로 가족 영화가 들려주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만약 극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한 다면 이 같은 전형적, 신파적 설정들은 그저 코웃음 치게 하는 유치한 개그에 머물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같이 뻔한 스토리와 메시지에도 울컥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영화이다.

판타지 레이싱의 황홀경을 보여주는 카-푸(Car-Fu)액션

구구절절 말이 많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피드 레이서>를 얘기할 때 가장 첫 번째로 거론 되야 할 것은 역시 눈이 황홀하다 못해 피곤해지기까지 하는 화려한 액션과 영상이다. <스피드 레이서>에 등장하는 레이싱 액션 장면들은 일반적인 실사 레이싱 액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비현실적인 액션이라 할 수 있다. 레이싱 카가 앞으로 달리기 보다는 옆으로, 뒤로 달리는 장면이 더욱 많을 정도다.


그리고 각종 무기들이 차안에 내장되어 있어 스피드를 괴롭히는 장면들도 등장하고, 차가 차 위로 점프를 하고 차를 날려 다른 차를 막아내는 등 실사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카 스턴트 액션을 강조된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만나보게 된다(혹자들은 이 같이 너무 비현실적인 레이싱 액션 장면 때문에 너무 만화 같다며 혀를 차기도 했었는데, 그도 당연한 것이, <스피드 레이서>는 그냥 ‘만화 같은’ 영화가 아니라 만화스러움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면서 스크린으로 옮기려고 작정한 작품이니 뭐 말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카-푸(Car-Fu)’ 액션이란 다름이 아니라 자동차(Car)와 쿵푸(Kung-Fu)의 합성어로서 마치 자동차가 쿵푸를 하듯 액션을 벌이는 장면을 일컫는 말이다. <스피드 레이서>의 액션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카-푸’액션이라고 부르는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단순히 양옆에서 속도를 겨루는 것을 넘어서 경공을 펼치듯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날아다니다 못해 마치 날라 차기를 하듯 상대차를 쳐서 낭떠러지로 보내버리는 장면이 바로 ‘카-푸’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화려한 CG영상

<스피드 레이서> 개봉 당시 가장 극렬하게 호불호가 갈린 부분은 바로 너무나도 만화적이고, 인위적인 느낌마저 드는 영상 때문이었다. 워쇼스키 형제는 원작인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주는 물론이고, 좀 더 애니메이션을 스크린으로 그대로 화려하게 옮겨온 듯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CG를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만화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씬 시티>같은 작품과 유사점을 찾아볼 수도 있겠고, 실사로 표현된 인물들이 CG가 적극 활용된 배경에서 연기한다는 점에서는 역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 <스파이 키드>같은 작품들이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초반 원색으로 표현된 동네의 디자인과 각각 원색의 옷을 입은 인물들의 모습은 팀 버튼의 세계를 떠올리게도 하고, 워렌 비티 감독,주연의 <딕 트레이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아마도 다른 감독(오타쿠가 아닌 일반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CG를 사용하되 이렇게 과도하게 티가 날 정도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통 같으면 어떻게 하면 더 실사 영화에 가까울까, 어떻게 하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면서도 현실적인 자연스런 영상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했겠지만, 워쇼스키 형제는 애초부터 이 영화를 리얼리즘에 근거해서 만들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스런 작품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CG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아예 드러내 놓고 ‘즐겨 보시죠’하고 내놓은 경우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면 분할 시퀀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은 조금 과도한 감이 없지 않지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정보량을 담으려는 시도로서, 비주얼 적인 면에서도 멋진 장면들을 여럿 선사하였다. 특히 사막에서 펼쳐지는 레이싱 장면에서 레이싱 카들이 모래 언덕을 내려올 때 모래 연기가 만화처럼 ‘퐁퐁~’하고 표현된 장면들은 더도 덜도 없이 완전히 애니메이션 그 자체였다. 공격을 하거나 액션이 이루어질 때 마치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예전 대전 게임에서나 등장하는 촌스러운 전환 배경이 펼쳐지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 영화의 성격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레퍼런스급 최고의 화질로 만나는 <스피드 레이서> 블루레이!

종종 극장에서 만족스러운 영화를 만나게 되면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 영화, 빨리 DVD나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블루레이가 미친 듯이 기다려진다!’라고 생각했던 영화는 아마도 <스피드 레이서>가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 만큼 <스피드 레이서>는 러닝 타임 내내 눈이 즐겁고 황홀한 영화였으며, 화려한 볼거리와 색감으로 가득 찬 영화라, 좀 더 극대화된 화질을 경험할 수 있는 블루레이의 출시를 기다리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1080p/VC-1 코덱의 BD영상은 감히 사상 최고 수준의 레퍼런스라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아니 레퍼런스다. 사실 영상 자체가 워낙에 화려하니 화질 평가에 있어 다른 작품에 비해 평가가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스피드 레이서> BD의 풀HD 화질은 레퍼런스로서 손색이 없는 우수한 화질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셀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실제 로케이션 장소를 360도 촬영한 사진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이 외에 추가적인 배경이나 인물들 역시 렌더링 작업을 거친 뒤 레이어로 추가하는 방식의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CG가 사용된 영화들의 경우 고화질인 블루레이로 감상할 경우 실사와의 이질감이 극장에서 볼 때보다 유난히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스피드 레이서>같은 경우는 오히려 CG가 전체적으로 겹쳐지게 사용된 경우라 초고화질의 BD로 감상하여도 이런 이질감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중의 렌더링을 거쳤기 때문에 실제로 촬영된 배우들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영상 간의 부조화를 찾아보기 어렵고(여기서 말하는 CG와 실사와의 부조화란 보통 CG가 사용된 영화를 BD로 감상할 때 겪게 되는 이질감을 뜻하는 것이지, 이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의도된 만화적인 영상과의 이질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원색의 색감이나 비현실적인 차체의 질감도 훌륭하게 표현되고 있다. <스피드 레이서>는 한 장면에서 레이어 방식을 통해 굉장히 많은 영상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블루레이만의 풀HD 고화질 영상이 감상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눈에 보이는 것만(실제로 느끼지 못하는 레이어 영상까지 더한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의 겹쳐진 영상들로 이루어진 장면들이 가득하다) 따져보아도 네, 다섯 가지의 영상들이 좌우로 겹쳐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배우들의 클로즈 업 디테일은 물론 레이어 화면 하나하나에 디테일이 살아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쉽지만 상당히 선전한 돌비디지털 5.1 사운드

<스피드 레이서> BD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이후 언급할 서플먼트의 SD화질 수록 보다도), 아마도 사운드 측면을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상 매체가 차세대인 풀HD의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사운드 스펙 역시 무 압축의 PCM 5.1채널이나 돌비 트루 HD사운드를 좀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최상의 화질을 수록한 타이틀에 최상위 사운드 포맷이 수록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극장에서의 흥행 성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 어느 정도 이유가 되기는 하겠지만, 앞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극장에서 <스피드 레이서>를 외면했던 이들 가운데서도 <스피드 레이서> BD를 선택하게 될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좀 더 화끈한 스펙으로서 더 많은 새로운 팬들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수록된 돌비디지털 5.1채널(640Kbps : DVD보다 높은 수치)의 음질은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잊게 할 만큼 의외로 아주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레이싱 카 특유의 엔진 굉음도 우퍼 스피커를 통해 잘 전달되고 있으며, 카-푸 액션을 벌일 때 발생하는 각종 효과음들과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TV시리즈의 주제곡에서 가져온 메인 테마도 극적인 순간에서 ‘탁’하고 치고 나오는 것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판타지에 가까운 레이싱을 그린 영상과 더불어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도 과장되고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효과음들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배경음악이 깔린 상태에서 이뤄지는 격렬(?)한 격투 장면에서도, 각종 격투 효과음의 채널 분리도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워너 타이틀은 기본적으로 타사 타이틀보다 사운드의 볼륨이 작게 설정되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평소보다 좀 더 볼륨을 키워서 감상한다면 크게 감상에 부족함이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쳐는 총 4가지의 주제별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무엇보다 HD급 영상이 아닌 SD급 4:3 풀스크린의 영상이 수록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작임을 감안했을 때 HD급 메이킹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점도 물론 아쉽지만, 와이드 영상이 아닌 풀스크린의 영상이 담긴 것은 엄청난 풀HD 화질을 자랑하는 본편과 비교해 봤을 때 더더욱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 에는 없을 듯하다.

첫 번째로 수록된 ‘Spritle in the Big Leagues'에서는 영화 속 말썽꾸러기 동생인 스프리틀 역할을 맡은 폴리 리트가 촬영장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각 스텝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기술적 정보들을 들려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사무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각각의 섹션에 대해 소개했던 픽사 애니메이션 타이틀의 서플먼트를 본 이들 이라면,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메이킹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아역 배우의 눈에서 본 기본적인 질문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질문거리를 스텝들에게 던지고 스텝들은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영화의 한 장면이 만들어지기 까지 어떤 기술적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CG나 카메라 기법 등 기술적인 스텝들과의 만남은 물론, 스턴트 배우들, 디자인, 소품 등을 담당한 스텝들과의 만남까지 짧지만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화 한 편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제작되었다. 단점을 꼽자면 스프리틀과 스텝들과의 대화 도중에 정보성 텍스트가 그림으로 제공되는데, 아주 쏠쏠한 정보임에도 그리 길지 않은 짧은 시간에 지나가버리는 데다가, 대화에 대한 자막 또한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가독성 면에 있어서는 그리 효율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Speed Racer : Supercharged!' 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레이싱 카에 대한 역사와 설계 도면을 통한 자세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부가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은 그냥 겉만 보고 지나치는 레이싱 카의 디자인에 있어서, 설계 단계부터 매우 디테일하게 작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50대가 넘는 각각의 레이싱 카를 디자인하고 그 중에서도 비중 있게 등장하는 차체에 대해서는 세밀한 설계도까지 제작을 하여, 각각 어떤 무기를 내장하고 있고 이 무기가 사용될 때는 어떤 메카니즘을 통해 작동을 하게 되며, 어떤 종류의 엔진이 장착 되었는지까지 기획이 되었다는 것을 이 부가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마치 실제 레이싱 카를 제작하듯(실제 모형으로 제작된 차체는 ‘마하 5’와 레이서 X의 레이싱 카인 ‘슈팅스타’ 뿐이다) 디테일하게 설계한 스텝들의 노력을 엿보고 나니, 영화 속에서 휙휙 날라 다니던 레이싱 카들이 새삼 다시 보이기도 한다.


'Speed Racer : Car-Fu' 에서는 쿵푸와 카 레이싱이 결합된 카-푸 액션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이 작품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어떤 점들을 가져왔고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인터뷰와, 이 작품에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셀 애니메이션 기법에 대한 전문 스텝들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스피드 레이서>가 블루 스크린을 활용한 다른 CG 영화들과는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 고전 셀 애니메이션 기법을 들 수 있겠는데, 기법은 가장 고전적인 것이지만 여기에 첨단 기술을 접합시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하겠다.


블루 스크린을 통해 보여 지는 배경을 완전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로케이션 장소에 가서 마치 '불릿 타임(Bullet Time)' 기법을 연상시키듯(불릿 타임을 만든 장본인인 시각효과 감독 존 가에타를 비롯해 <매트릭스>시리즈의 대부분의 기술 스텝들이 이 영화에도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 고화질 카메라로 360도의 사진을 모두 촬영해 소스로 사용함으로서, 블루 스크린에 투영된 배경이 좀 더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합성 기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만큼 거의 모든 장면에 이 같은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개인적으로는 이 관련 영상을 보면서, 고전 영화에서 야외 배경을 처리하기 위해 사진이나 그림을 두고 촬영한 방식이 21세기에 와서 디지털로 업그레이드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Speed Racer : Ramping Up!'에서는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한 세계관과 <스피드 레이서>가 다른 작품과 차별되는 이유에 대해 전해들을 수 있다. 주연을 맡은 에밀 허쉬는 물론이고, 레이서 X역의 매튜 폭스, 트릭시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 아버지 역의 존 굿맨, 어머니 역의 수잔 서랜든이 등장해 촬영장의 에피소드 보다는 영화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아쉽게도 태조 역을 맡은 비의 인터뷰는 만나볼 수 없었다. 참고로 비는 앞서 언급한 'Spritle in the Big Leagues'에서 액션 연습 장면을 통해 잠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스피드 레이서>는 영화 자체의 강한 마니아적인(혹은 오타쿠적인) 스타일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긴 하지만, 블루레이라는 매체 적 측면만 놓고 보았을 때는 거의 다수가 동의를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레퍼런스 급의 BD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풀HD 디스플레이를 테스트 할 때 화질 비교용으로 쓰이기에도 훌륭한 타이틀이며, 아직 블루레이를 경험하지 않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이것이 블루레이다’ 라는 것을 설명 혹은 설득 시킬 때, 화질 면에서는 최우선적으로 추천할 만한 타이틀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결과적으로 사운드 스펙 면이나 서플먼트의 SD영상 수록이 아쉬움으로 남기는 하지만, 극장문을 나서며 들었던 ‘블루레이가 미친 듯이 기다려 진다’라는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 만한 최강의 화질을 자랑하는 타이틀로 만족스럽게 나와주었다. 아마 아직도 ‘에이, 그래도 BD인데 돌비 트루 HD사운드 정도는 수록되었어야지’하고 구매를 보류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 텐데, 유례가 없어 보이는 무시무시한 레퍼런스급 화질을 한 번 보고나면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타이틀이라는 것을 단박에 깨닫게 될 것이다.



2008. 9. 16 | 신현이(a_shitak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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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레이서 (Speed Racer, 2008)
눈이 부신 블록버스터 가족영화


5월을 맞아 속속 개봉하고 있는 기대작들 가운데 우리 배우인 비(Rain)가 출연하여 국내에서는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던 <스피드 레이서>도 분명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비가 나와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 영화에 대해서 엄청난 기대를 갖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내 개인적인 성향을 봤을 때
반드시 그래야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극장을 찾게 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인지 최근 개봉했던 액션 영화 <아이언 맨>정도의 재미를 예상하고 감상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아이언 맨>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뭐 딱 그 정도의 재미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이 영화 <스피드 레이서>는 기대한 화려한 영상미와 레이싱 장면은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성장, 가족 영화에서
등장하는 메시지들과 더불어 의외의 눈물나는 감동(!)까지 얻었을 정도로 대단한 경험이 되고야 말았다.
나는 왜, 이 영화의 감독이 내가 한 때 분석하기 까지 했었던 <매트릭스>트릴로지의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겉핥기 식으로 B급 문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알고 있는 자들이 아니라,
누구보다 이 분야에 정통하고 있는 이른바 마니아 혹은 오타쿠이자, 장인이 아니던가!
극장을 나오는 순간, 바로 재관람을 결심했을 정도로(오랜만에 재관람이될듯)최고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일본 애니메이션인 <마하 고고고>(국내 방영제목 '달려라 번개호')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보는 내내 프랭크 밀러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씬 시티>가 떠오를 정도로,
원작을 그대로 재해석하는데 무엇보다 집중한 작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제작연도상 <마하 고고고>보다는 <사이버 포뮬러>세대라고 봐야할 텐데,
이렇듯 원작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도, (어쩌면 오히려)더 재미있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화려한 영상미를 들 수 있겠는데,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하는 만큼, 이를 실사로 옮겨옴에 있어서 과도한 CG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워쇼스키 형제는 이를
좀 더 자연스럽게, 실제에 가깝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CG틱하게, 더 애니메이션스럽게 만들어내면서,
더 독특하고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특히 거의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었던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면분활 시퀀스는 조금 과도한 점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내에 비교적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했던
노력을 표현하는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고, 비쥬얼 적인 면에서도 여러모로 높은 효과를 보여주었다.

제목에 보면 '눈이 부시'다는 표현을 썼는데, 정말 아이맥스로 관람하는 화면 가득한 레이싱 장면은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한 것이었으며, 또 다른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눈을 땔 수 없는'이 있겠다.
레이싱 카가 앞으로 가는 것보다 옆으로 가는 장면이 더 많았을 정도로, 실제 레이싱 과는 거리가 있는
공상에 가까운 레이싱이지만, 뭐 이 작품은 <드리븐>같은 정통 레이싱 영화도 아닐 뿐더러, 만화적인 상상력을
어떻게 표현해내는 가가 관건이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이 같이 실사와 그래픽을 자주 오가거나 함께하는
구성방법은 탁월했다고 생각된다(특히 사막의 레이싱 장면에서, 모래 연기가 폴폴~ 나오던 장면은 완전히
애니메이션이었다 ㅋ)



이 영화는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고 있는데, 그 부분은 긴 원작을 압축하는
데에서 생긴 스토리 상에 문제와 동생 스프리틀과 침팬지 '침침'의 개그에 대한 반응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되고 있는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에 있어 스토리상에 대한 기대치가 스릴러 영화처럼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했다는 생각이고, 동생과 침침의 개그는 오히려
사실상 전체 관람가에 가까워(12세 관람가),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이 같은 요소가
더 많은 관객을 끌어 안는 동시에 중간중간 재미를 주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극장에 많은 어린이들은 둘의 개그를 매우 재미있어 하더라). 더군다나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 보니 이 둘을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원작에도 그대로 존재하는 캐릭터로서, 그대로 그 분위기를
잘 살린것이 아닌가 싶다.

이 둘의 개그 장면에는 마치 그내들이 좋아하는 액션 대전 게임처럼, 화려하게 지나가는 영상을 배경으로
쿵푸 대결을 펼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어찌보면 유치하기 짝이없으나, 이 유치함은
이것을 유치하게 느끼기 보다는, 그 나름대로의 멋스러움과 유머가 있다고 생각된 워쇼스키 형제의 오타쿠적
감성으로 가감없이(오히려 확대해서) 추가한 장면으로서 보기에도 재미가 있었다. 이 영화를 보는데에 있어서
이런 장면들이나 만화적인 요소가 유치하게 느껴졌다면 확실히 큰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전체관람가에 가까운, 화려한 영상만이 있는
어린이 영화가 아니라, 소년의 성장영화이자, 진정한 의미의 가족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인공 '스피드'는 어린 시절부터 레이싱 밖에는 몰랐던 아이로서, 레이싱 외에는 전혀 관심도 알지도 못했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아이였지만, 우상과도 같았던 형이 레이싱 사고로 곁을 떠나게 되고, 자신도 레이싱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반대로 그것 밖에는 몰랐던 '레이싱'을 통해 가족과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소년 '스피드'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비싼 성장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가족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는데, 전혀 촌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이었던 렉스를 아들이기 이전에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레이싱 회사에 레이서로 받아들였던,
렉스가 떠날 때는 '그 문을 나서면 앞으로 영영 나가가는 거야'라고 말했던 아버지가, 스피드가 비슷한 상황을
맞았을 때에는 '항상 문은 열려있으니 언제라도 돌아오라'고 말하게 되면서, 가장 변화를 두려워하는 존재인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조차,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항상 따뜻하게 스피드를 응원하는 어머니와 여자 친구인 트릭시, 말썽꾸러기 동생과 '침침', 그리고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과도 같은 스파키까지.

나중에 가서 '스피드'는 본질적인 문제인 '왜 레이싱을 해야하나'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되는데,
결국은 그 해답이 자신의 전부인 '가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깨우치게 된다(이것은 단순히 스피드의
성장만을 넘어서서, 그 동안에 조금씩 엇나갔던 가족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도 있는 듯하다).
사실 이런 메시지는 하니가 결승선에서 하늘에 계신 엄마를 떠올리며, 갑자기 없던 힘이 생겨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처럼 유치찬란하고 신파스러운 뻔한 구성과 메시지이긴 하지만, 나는 왜인지도 이 장면에서
울컥울컥하는 눈물을 겨우 참아냈다. 아마도 <스피드 레이서>에서 감동을 얻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갑작스레 울컥했던 것일 수도 있겠으나, 나에 가녀린 유아적 감성은 이 장면을 겨우 참아낼 수 있었다.



주연인 에밀 허쉬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서 부러운 녀석으로 보았던 것이 전부였는데, 주인공 스피드
역할로 손색이 없었던 것 같다. 동안인 그에게 아직 소년인 '스피드'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며,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영화들과 좀 더 상업적인 영화들에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가 가족영화로 느껴지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캐릭터는 바로 존 굿맨과 수잔 서랜든이 연기한
아버지와 어머니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전형적인 푸근한 아버지 캐릭터인 존 굿맨의 연기는,
코믹과 따뜻함을 넘나드는 풍성한 연기로 <스피드 레이서>에게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제공한 것 같다.
수잔 서랜든 역시 '어머니'보다는 '여자'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배우라고 생각되었었는데(떠올려보니 강한
엄마로 나온 작품이 몇 작품 있었던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스피드의 엄마 역할로도 나쁘지 않은 자연스런
연기였다고 생각된다.

레이서 X역의 매튜 폭스나 트릭시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 역시 만화 같은 이 영화에서 만화같은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한 듯 하다. 그리고 가장 큰 우려와 걱정에 대상 있었던 비의 연기에 대해서 아니말할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비중이 아닐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제법 등장하는 비의 비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조연으로 시사회나 각종 쇼에 참여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당한 비중이었으며,
영어 대사 연기역시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생각된다. 사실 거의 함께 참여한
박준형의 비중보다 조금더 많은 비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에 더 일수도 있다. 말이 나온김에 박준형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정말 몇장면(3~4장면)밖에는 나오지 않지만(대사도 없다), 그래도 이름없는 레이서들
가운데서는 제법 포스를 발산한 경우라 봐야할 것 같다.
사나다 히로유키의 경우에는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 같다. 비중도 적었을 뿐더러 대사도 거의
없었음으로...



워쇼스키 형제는 정말 대단한 감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매트릭스>트릴로지 만으로도 대단한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뭐랄까 자신들이 자신있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영화로서 설명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감성과 관심사를 갖고 있는 감독이 헐리웃에서 메이저 감독으로
활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앞으로는 또 어떤 관심사에 자신들의
장인의 숨결을 불어넣을지 벌써 부터 기대된다.


1. 그랑프리 경기전 연회 장면에서 어디서 본듯한 배우가 있어서, 보는 내내 누군가 생각해 보았는데
  끝까지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엔딩 크래딧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오웬 페터슨이었다. 매트릭스 DVD 서플을 워낙 열심히 보다보니
  이젠 스텝들의 얼굴까지 외워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오웬 페터슨이 까메오 출연한다는 것!

2. 영화의 초반에는 다른 영화들보다도 가장 먼저 <딕 트레이시>가 떠올랐다. 원색으로 표현된 의상들과
   배경들은 곧바로 <딕 트레이시>를 떠올리게 하더라. 나중에는 <씬 시티>나 <스파이 키드>등도 살짝 씩
   생각났음.

3. 아이맥스로 관람한 영상은 정말 최고였다. 눈에 가득차는 화려한 레이싱 장면에선 정말 눈을 뗄 수가 없더라

4. 비가 연기한 태조 토코칸은 본래는 일본 사람이지만, 조금 각색이된듯 한데, 아버지와 딸은 이름으로
   보았을 때 일본인 스럽지만, '토고칸 모터스'라는 한글 명이 등장했던 것처럼 한국사람으로 그려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뭉뚱그려 '아시아인'으로 그려진 지도 모르겠다.

5. 아이맥스로 또 보고 싶지만, 경제 사정상 일반으로 한 번 더봐야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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