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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 (The Fast and The Furious 8, 2017)

뭘 해도 되는 장기근속 시리즈의 위엄


새삼 놀랍다. 자동차 액션을 중심으로 한, 어쩌면 이색 혹은 콘셉트 액션 영화라 할 수 있는 영화가 단순한 시리즈를 넘어 무려 8편의 속편을 이어오게 되다니 말이다. 이미 5편 정도를 넘어섰을 때 느끼기 시작했던 점이기도 하지만, '분노의 질주 (The 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가 이렇게 롱런할 줄은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일들과 평가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살아남았고 8번째 신작을 맞았다. 8번째 '분노의 질주'에 (참고로 '더 익스트림'이란 부제는 본래는 없다)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한 번 꺼낸 이유는, 오랜 기간을 버텨 온 시리즈 만의 여유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이 이번 신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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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 도미닉 토레토 (빈 디젤)의 능력과 성격을 재차 한 번 소개하는 짧은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이걸 보며 살짝 웃음이 났다. 왜냐하면 이 인트로에 가까운 에피소드는 마치 시즌제 시트콤의 한 회차에서, 그것도 초반에 등장할 법한 아주 단순하고 또 너무 노골적이라 살짝 어설프기까지 한 에피소드였기 때문인데, 그래도 별로 실망스럽지 않았던 건 바로 시즌제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구성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제 거대한 시즌제 드라마처럼 한 편 한 편을 완전히 에피소드의 형태로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가 가능해진 이 시리즈만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미 캐릭터 소개와 세계관 소개 등이 완전히 끝난 것은 물론 그 캐릭터 들에 대한 애정까지 얻게 된 드라마의 경우 각각의 에피소드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중간 이상의 흥미와 공감대를 얻게 되는 것처럼, '분노의 질주' 시리즈 역시 한 편 한 편을 마치 드라마의 에피소드인 것처럼 접근하는 방식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그간 에피소드처럼 등장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은 전부 아주 새롭고 신선한 독립적인 것들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전형적이고 또 클리셰로 물든 아주 일반적인 경우라 할 수 있을 텐데, 오랜 시간을 지속해 온 시즌제 드라마 들이 그런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이미 획득한 캐릭터와 세계관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그 어떤 에피소드들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딱 잘라 말해 어느 시점을 지나며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뭘 해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보장하는 시리즈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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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8'은 자신 만이 가질 수 있는 자동차 액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존의 장르 영화들이 보여준 익숙한 구조 위에 펼쳐 놓는다. 주인공이 가장 강력한 적으로 등장하거나, 예전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중요한 복선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또 팀을 이루는 여러 캐릭터 가운데 잠시 이별을 예고하거나 반대로 적에서 동료로 합류하는 등,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전개이지만 오랜 시리즈여서 뻔하지 않게, 아니 뻔해도 괜찮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사실 이번 작품은 어떤 면에서 너무 뻔하고 익숙한 전개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한 번쯤은 이 시리즈에서 만났으면 했던 설정이라 오히려 재미있었달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아무런 새로운 요소 없이 그동안 익숙하고 검증받은 클리셰 들을 골라 앞으로의 시리즈 스토리 라인에 하나씩 적용한다고 해도 충분히 앞으로도 생존 가능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미 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라 있는 상태다. 


한 편으론 조금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는 맞이 해야 할 이 시리즈와의 이별이 벌써부터 걱정되기도 한다. 후반부에 들 수록 더 강하고 견고해진 가족이라는 테마와 이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한 명 한 명 캐릭터들은 이미 앞선 시리즈에서 영화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이별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앞으로의 이별 과정이 예상되기도 하는데, 그 시점들을 언제로 선택할지 또 어떻게 그려낼지가 앞으로 이 시리즈의 남은 과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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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드웨인 존슨이 합류하면서부터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그의 합류는 정말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이디어가 기반이 되는 자동차 액션 만으로 버거워질 때쯤 근래에는 보기 드물게 몸으로 하는 육중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합류는, 이 영화의 완전히 다른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이번 작품 역시 제이슨 스테덤과 더불어 (참고로 이 시리즈에선 스테덤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훨씬 더 날렵하고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무게감 넘치는 격투 액션 장면을 연출해 내는데, 이 액션의 쾌감이 한 편으론 자동차 액션의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리고 더 락 시절을 기억하는 그의 팬들이라면 마치 링 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의 현란한 마이크웍을 연상시키는 대사나 은연중에 등장하는 레슬링 기술 (락 바텀 같은)들이 반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진짜로 10편 쯤에서는 토레토가 우주에서 싸우는 모습 (아, 그건 리딕인가? ㅎ)을 보는 건 아닐지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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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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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 더 세븐 (Fast & Furious 7. 2015)

형제들이 폴을 추모하는 방법



사실 이제와 고백하자면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내게 있어 처음부터 그렇게 특별했던 시리즈는 아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꼭 봐야 할 만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고, 1,2편에서 주로 보여주었던 액션 역시 다음 편을 꼭 봐야지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시리즈가 꼭 봐야 할 영화가 되었던 이유는 지금 와 생각해 보면 폴 워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대중들에게는 이 시리즈를 통해 각인이 된 배우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폴 워커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건 '러닝 스케어드'를 비롯해 대중적으로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작품들 때문이었다. 폴 워커라는 배우에 매력에 빠지게 된 뒤,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갖게 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이러니하게도 폴 워커 때문에 전혀 다른 영화, 아니 시리즈가 되어버렸다. 너무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나 버린 폴을 추억하려 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러닝 타임을 즐기고자 극장을 찾았던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은,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쏟게 만들어 버린,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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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시리즈를 거듭하며 더 강력한 적들과 자동차 액션 외에 몸으로 하는 육탄전의 비중이 커지게 된 일곱 번째 작품 답게, 전편의 루크 에반스를 훨씬 능가하는 진짜 형님 제이슨 스테덤의 등장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다. 제이슨 스테덤의 캐릭터는 사실 어느 영화에 나오든지 비슷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긴 하고 이번 영화에서 역시 그렇지만, 싱크로율이 나쁘지 않다고 해야할까? 빈 디젤, 드웨인 존슨과 1:1로 맞붙어도 중압감을 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배우로서 극의 대결 구도를 긴장감 있게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이슨 스테덤이 등장하면서 시리즈에 더해지게 된 것은 앞서 언급한 격투 액션 측면일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를 비롯해 무려 '옹박'의 토니 쟈까지 출연하면서 (여기에 UFC 챔피언 론다 로우지의 특별 출연까지) 오랜만에 육중한 볼거리의 액션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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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전편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면서 부터 좀 더 가속화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본 시리즈의 영향력 하에 있는 전문 격투 액션이 너무 보편화 되면서 오히려 이렇게 큰 근육과 몸을 더 쓰는, 무게 있는 액션을 보기가 귀해짐에 따라 '분노의 질주' 시리즈 역시 자동차 액션 외에 또 다른 볼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아날로그 액션에 대해 좀 더 이어가자면, 드웨인 존슨이나 빈 디젤 정도의 근육 (혹은 덩치)이 발달해야만 성립이 가능한 도구나 액션 시퀀스는 보는 것 만으로도 쾌감을 선사했는데, 약간은 억지스럽고 '저게 가능해?' 싶은 설정이 분명 있지만 그냥 '가능해'라는 식으로 밀어 붙이는 뚝심도 무식해 보이기보단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소소한 재미이기는 하지만 론다 로우지와 미셸 로드리게즈의 격투 장면은 론다 로우지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챔피언이라는 걸 잘 알기에 오랜만에 로드리게즈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더 락' 드웨인 존슨이 락 바텀을 시전 할 땐 남모를 쾌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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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액션 영화로서 '분노의 질주' 만큼 창의력 돋보이는 영화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번 편의 자동차 액션은 그 '창의력' 면에서 아주 새롭지는 않았다. 일례로 비행기에서 자동차를 자유 낙하 시키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탑기어 코리아'에서도 시도했던 장면이어서인지, 영화가 주려고 하는 만큼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 낭떨어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시퀀스도 새롭다기 보다는 조금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 시퀀스는 '미션 임파서블 2'의 첫 시퀀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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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리고 폴 워커. 개인적으론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그의 얼굴을 어찌볼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러닝 타임을 즐기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는 것에 성공했던 터라, 다른 개인적 감정 없이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영화가 계속 폴 워커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쭉 봐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작품은 액션 영화를 표방하는 가운데 우정과 가족에 대한 메시지를 아주 강하게 지속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영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7편의 내러티브도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일 수 있겠으나, 폴 워커라는 특별한 한 사람 때문에 이 평범할 수 있는 (혹은 신파처럼 느껴질 수 있는) 뻔한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그대로 꽂힐 수 밖에는 없었다. '더 이상 장례식을 치루고 싶다 않다'라던지, 그를 바라보는 진짜 친구 빈 디젤의 표정 하나 하나에서 영화와 현실이 혼동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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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영화는 결국 마지막에가서 스스로 현실과의 경계선을 넘어버리는 것을 택한다. 바로 폴 워커를 위해서.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인 해변 장면은 아마 올해 가장 슬프고 인상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뛰어오는 폴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표정은 이미 스크린을 벗어난 감정이었다. 특히 여기서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는 미셸 로드리게즈의 표정은 연기가 아니었음을 장담할 수 있다. 작별 인사를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 영원히 함께 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 친구, 아니 형제들의 이야기는 정말.


15년 가까운 시간을 한 영화에서 함께한 동료이자 친구이자 형제를 보내는 그들의 방식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옳았다. 아... 폴 워커가 오늘도 그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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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폴 워커 (Paul Walker)


일요일 아침, 아직 덜 깬 눈으로 트위터를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드는 비보가 있었으니, 바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폴 워커의 사망 소식이었다. 최근엔 워낙 이런 식의 오보가 많기에 처음에는 제발 오보이길 바랬었는데, 결국 사실로 밝혀지고 말았다 ㅠ Reach Out Worldwide라는 이름의 필리핀 자연재해와 관련된 자선행사 참석차 친구와 함께 자동차로 이동 중 사고를 당해, 친구와 폴 워커 모두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아.... 폴 워커는 개인적으로 많은 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특별히 애정이 있던 배우였다. 특히 '러닝 스케어드'는 그에게 빠지게 된 결정적인 작품이었는데, 그 이후 생각보다 주연급으로 발돋움 하지 못해 팬으로서 아쉬움이 많기도 했었다. 그 이후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주요 캐릭터로 캐스팅되면서 많은 대중들에게도 더 큰 인상을 주고 있었고, 계속될 시리즈에서도 더 좋은 모습이 기대되었었는데, 아.... 이건 정말 너무나 갑작스러운 비보였다.




('러닝 스케어드'에 출연한 폴 워커의 모습.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http://realfolkblues.co.kr/331)


1973년 생으로 올해 나이 겨우 40세이다. 배우로서 아직 보여줄 것이 많고, 어쩌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것보다 앞으로 더 잘 될 수도 있는 배우였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 정말 아쉽다.

아... 너무 허무하다


관련 기사 - http://www.imdb.com/news/ni56490147/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 (Fast & Furious 6, 2013)

아날로그 박력 넘치는 액션 영화!



빈 디젤과 폴 워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로 이뤄진 출연진으로 시리즈를 거듭해오고 있는 '분노의 질주 (Fast & Furious)' 시리즈가 벌써 여섯 번째를 맞았다. 처음에 흥미를 가졌던 시리즈는 작품이 계속되면서 조금씩 흥미를 잃게 되었는데, 그렇게 중간 몇 작품을 빼 먹었음에도 신작인 6편은 꼭 봐야지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 기대는 거의 100% 예고편 때문이었는데 아이맥스 대 화면으로 본 박진감 넘치는 예고편은, 설사 예고편이 전부인 영화라 하더라도 이건 볼 만하겠다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아이맥스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옳았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니 이번 여섯 번째 작품은 시원한 액션 영화를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 없이 스케일 있는 액션을 선보이는 깔끔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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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작품과 이어지다시피 하는 전작들을 몇 편 보지 않은 상태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만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물론 시리즈를 한 편도 빼놓지 않고 함께 해 온 관객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장점과 매력 들도 분명 있겠지만, 나처럼 듬성듬성 본 이들이나 처음 보는 이들도 크게 따라가기 어렵지 않은 작품이었다는 얘기다. 어쩌면 이것도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일지 모르겠다. 스토리라면 스토리가 있겠지만 (오히려 6편 단독으로 보았을 때의 줄거리는 전형적이고 단순한 편이나 시리즈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좀 더 있는 편이다), 복잡하고 심오하기보다는 바로 액션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택한다. 이미 캐릭터 소개가 예전에 다 끝난 작품이기에 바로바로 본격적인 장면을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만화 같은 조합과 장면에도 그 '박진감'과 '무게감'이 있기에 적어도 유치하다는 생각을 머리로는 해도 눈과 가슴으로는 흥분되게 하는 그런 액션 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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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 만의 장점이라면 역시 멋진 자동차와 추격 전 그리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배기음을 들 수 있을 텐데, 업그레이드 된 액션 시퀀스는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다시피 탱크와 거대한 비행기를 등장 시키기에 이르렀고, 그 스케일은 이 작품의 액션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탱크가 등장한 장면이나 비행기가 등장한 장면이 생각보다는 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 만큼이나 본연의 자동차 액션에 더 자신이 있고 비중을 두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액션이 마음에 들었던 건 최근 본 시리즈 이후 획일화 된 기술이 중심이 된 결투 액션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몸과 근육으로 하는 액션 시퀀스를 보여준 점이었다. 빈 디젤은 물론 WWE 슈퍼스타 출신의 '더 락' 드웨인 존슨이 함께 펼치는 클라이맥스의 액션 신은, 오랜 만에 액션 장면을 보면서 소리 내어 '와!'하는 탄성을 내뱉을 정도로 박력있는 장면이었다. 그 울퉁불퉁 우락부락한 근육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거대한 액션 들은 기술이 중심이 된 디테일 한 액션 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무게 감과 박력,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만이라는 신선함까지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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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박력 넘치는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인해, 그 동안 빼 먹었던 전작들을 모두 다 다시금 챙겨보게 만들고 더 나아가 이제는 속편을 기다릴 정도로 좋아하는 시리즈가 되었다. 거기다가 다음 편에 더 막강한 '그'가 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니 이건 뭐 더 기대할 수 밖에...



1. 본 편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쿠키 장면에 바로 속편에 등장할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분도 자동차 액션 하면 빠지지 않는 분이라 더 기대!


2. 예전에 얘기한 적이 있지만 전 폴 워커의 팬입니다. 그가 이 시리즈 외에 다른 작품들에서는 빛을 못 보고 있어서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죠. 오랜 만에 그를 스크린에서 보게 되어 반가웠어요;;


3. 속편을 보기 전에 전작들을 다시 챙겨봐야겠어요. 바로 블루레이 박스셋을 찾아 잠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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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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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최고의 스타일리쉬 액션스릴러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범죄에 손을 담근 주인공이나 그 뒤에 버티고 있는 마피아 세력, 그리고 이들의 약점을 잡아 거래를 하는 경찰 등 이런 식의 범죄 액션 영화는 이전에도 많이 있어왔다. 여기에 스릴러 장르의 맛과 반전의 묘미를 추가한 액션 영화들도(결국 사건에 범인이 누구였는지 혹은 누가 배신하게 되는지 등) 최근 들어 자주 만나볼 수 있었다. 최근 이런 비슷한 유의 영화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 작품 ‘러닝 스케어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스타일리쉬한 액션 영화에 개봉 홍보 문구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한 마디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영화에도 훈장처럼 타란티노의 칭찬 문구가 겉을 치장하고 있다.



스타일리쉬 하다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영상, 그 중에서도 카메라웍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웍에 있어서 ‘러닝 스케어드’는 동일 장르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영상을 선사한다. 감독 중에는 한 장면을 여러 대의 카메라의 동원하여 촬영한 뒤 편집 시에 가장 좋은 영상을 본편에 수록하는 경우와(최근의 경향) 카메라 한 대로 원하는 영상만을 롱 테이크로 촬영하는 경우가(고전적인 방식) 있는데, 보통의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담은 영화에서는 전자의 경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 전환이 빠르고 더 많은 양의 영상과 좋은 구도를 담기 위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조합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닝 스케어드’의 감독인 웨인 크레머는 고전적인 방식을 선택하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멋진 영상은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이런 방식으로도 긴박감 넘치고 ‘때깔’나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촬영 자체의 기술 못지않게 시나리오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영화가 한 대의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는 촬영 방식을 사용했음에도 멋진 영상을 만들어낸 데에는, 감독인 웨인 크레머가 연출 뿐 아니라 시나리오도 직접 썼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장면 장면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구도가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카메라웍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영화 초반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완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좁은 방에서의 총격 씬은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카메라웍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멋진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러닝 타임 거의 내내 등장하는 멋진 차를 훑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멋진 차를 더욱 멋지게 그려낸다. 그리고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거리에 어스름한 불빛과 네온 사인 등 조명의 효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충격적인 내용만큼이나 인상 깊은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식스센스’ 이후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이른바 ‘반전’ 영화들 덕택에 요즘 관객들은 여느 반전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와일드씽’처럼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장치를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영화들도 등장하는 한 편, 영화의 10분만 보고도 반전을 눈치 챌 수 있는 영화도 생겼고, 마침내 반전이 공개되었을 때에도 놀라움 보다는 아쉬움이 드는 영화들도 속출했다. 사실 이런 경향이 팽배한 최근에는 ‘반전’이라는 홍보 문구만 봐도 기대와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러닝 스케어드’는 이 같은 기대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보다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통해 엄청난 반전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극의 연결과 해결이 적당히 자연스러울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소소한 트릭들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반전에 실망한 이들의 아쉬움마저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를 통해 빈 디젤과는 또 다른 멋진 남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폴 워커는 ‘러닝 스케어드’를 통해 단순히 멋진 몸을 위주로 한 액션만이 아니라 극 연기에도 훌륭한 재능이 있음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여전히 액션이 많은 스릴러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단연 폴 워커의 실감나는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 마치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을 연상시키는 주인공 ‘조이’의 캐릭터는 폴 워커의 남성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더욱 극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역시 폴 워커에게는 ‘에이트 빌로우’처럼 가족영화가 아닌 이런 고생하는 영화가 어울린다). ‘갓센드’를 통해 할리조엘 오스먼드와는 또 다른 공포물의 아역 캐릭터를 연기하며 주목을 받았던 카메론 브라이트 연기도 인상적이다. ‘갓센드’의 공포스러움이 연상되는 신비하면서도 공포스런 표정의 ‘올렉’ 역할을 맡은 카메론 브라이트는, 그 특유의 표정만으로도 이 영화에 스릴러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하게 했다. 이 밖에도 부패한 경찰 역할로 멋진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체즈 팰민테리와 이 영화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력과 매력을 알게 된 테레사 역할의 베라 파미가의 연기도 절대 빼놓을 수 없을 듯.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러닝 스케어드' DVD는 1장으로 출시된 것에 비하며 비교적 영양가 있는 서플먼트와 스펙을 수록한 타이틀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최신작답게 수준급의 화질을 담고 있는데, 어두운 조명에 장면이 많았으나 암부 표현 정도도 수준급이어서 시청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DTS-ES 6.1채널의 사운드는 레퍼런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수준급이다. 특히 영화 초반 총격 씬에서의 채널 분리도는 근래 본 타이틀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다 채널을 활용하고 있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총 소리와 차 엔진 소리 등은 우퍼 스피커를 통해 더욱 묵직하게 전달되며, 큰 소리에 가려모르고 지나치는 미세한 생활 소음들도 매우 세세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을 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현력이 우수하다. 아무래도 돌비디지털 5.1채널 보다는 DTS-ES 6.1채널이 더욱 긴박하고 박진감있는 본편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서플먼트로는 감독인 웨인 크라이머의 음성해설과 메이킹 필름 등을 수록하고 있는데,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타이틀 치고는 불필요한 서플이 없이 알찬 영상들을 담고 있다. 특히 감독의 음성해설에서는 70,80년대 유행했던 범죄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의도와 더불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존 웨인을 숭배하는 계부 캐릭터를 위해 실제 존 웨인의 아들에게 허락을 받기도 했다는 에피소드 같이 음성해설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보들도 가득하다. ‘거울을 통해 본 모습’이라는 제목의 메이킹 영상에서는 주 조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제작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특히 이 메이킹 영상은 와이드스크린으로 수록되어 있어 더욱 반갑다 (감독의 인터뷰 장면에서는 본편과도 같은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였다). 이 밖에 한국과 미국 버전의 예고편이 각각 수록되었다. 메이킹 영상만 수록된 서플먼트가 조금 아쉽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비교적 짜임새 있는 메이킹 영상과 더욱 흥미로운 음성해설은 그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충분할 듯 하다 (참고로 영화가 끝난 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일러스트로 요약하여 펼쳐지는 엔딩크래딧을 놓치지 말 것).
 
2003.06.27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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