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은 아무래도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로 최고의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진정한 그의 유작은 이 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러 이유들을 재쳐두더라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 임은 부인할 수 없겠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본인의 촬영 분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요절하였기 때문에, 그의 동료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히스 레저가 맡았던 캐릭터를 나누어 연기했다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제 막 배우로서 빛을 보려던 히스 레저의 죽음을 누구 보다 아쉬워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쨋든 이 작품은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브라질 (Brazil, 1985)>과 <바론의 대모험 (The Adventures Of Baron Munchausen, 1989)> <12 몽키스 (Twelve Monkeys, 1995)> 등으로 자신 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미장센을 선사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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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은 확실히 일반 대중적인 코드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경우가 잦은 편이다. <브라질>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수 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반대로 수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잘 이해 안되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는 것처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기 보다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자신이 잘 하는 이야기만을 그 만의 화법으로 표현해내곤 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장센(Mise-en-Scène)으로 흔히 얘기할 수 있는 독특한 영상과 미술적인 측면이다. <브라질>을 본 이들은 적어도 나중에 이 영화를 돌이켜 봤을 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었지? 하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지언정, 그 독특한 영상과 미술은 어렴풋이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비슷한 류의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저거 어딘선가 본 듯 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좀 더 확실하게 '테리 길리엄 영화였지!'라고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그가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어쨋든 개인적으로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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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이런 그의 특징이 좀 더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반대로 그의 독특함과 대중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경우라면 <12 몽키스> 정도가 될 것 같다). 다시 말해 내러티브나 이야기가 주는 재미나 감동은 부족한 편이지만,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황홀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그의 특성을 분명 인지하고 감수하고 보기 시작한 영화임에도 이야기의 허술함(아니 허무함이라고 해야겠다)과 지루함은 눈에 띄게 발견되었다. 이 작품은 얼핏 들여다봐도 테리 길리엄스러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악마와 거래를 하고, 상상 속의 세계가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그런데 한 꺼풀 더 벗겨보고 나니, 이 이야기만큼 신파와 통속적인 이야기가 없다. 결국 바탕에 깔린 이야기는 악마와 거래를 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약속의 하나인 딸을 두고 벌어지는 일에 가깝다.

여기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제목인 '상상극장'처럼 상상극장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더 주된 메인 스토리로 이끌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모르겠지만 테리 길리엄이 남들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이 상상극장 속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상상극장 밖 현실의 이야기는 사실 테리 길리엄이 짊어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상상극장 속 초현실적인 꿈의 이야기는 만화같은 영상과 황홀한 이미지로 이야기 자체를 사로잡고 만다. 이 상상 극장을 소재가 아니라 더 큰 주제로 삼았더라면 오히려 더 테리 길리엄 작품 답지 않았을까(물론 그로 인해 대중과 더 멀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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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보면서 예전부터 종종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이번 작품을 보면서 더욱 확실해 진 한 가지 사실은, 그가 참 순수한 존재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유치함과 순수함은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차이점인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테리 길리엄은 참 순수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마치 자신의 아기자기한 세상에 빠져있는 미셸 공드리가 떠올랐달까(물론 반대로 테리 길리엄을 보며 공드리가 떠올라야 정상이겠지만 ;;).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이야기는 유치하기 보다는 순수한 것에 가깝다. 사실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영화가 중요한 순간에 반전이라고 내놓은 이야기에 '피식'하고 유치함을 참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치함이 느껴지는 한 편으론 '이 사람 정말 참 순수하구나'하는 애틋한 정마저 느껴졌다.

마치 감독 자신이 상상극장 속에 있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너무도 순수하게 '여기서 감동적이지 않아요?' '놀랐죠?'라고 얘기하는 듯 했다. 만약 다른 잘 모르는 감독이 이런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나 역시 '피식'하며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테리 길리엄의 이 허술한 이야기에는 뭔지 모를 순수함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부족한 이야기에서 순수함이 느껴진 것은 이야기 외적인 영상과 미술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에서는 제대로 부숴주고 극장 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을 안겨주는 것으로 만족스럽고, 제임스 카메론에게는 현대의 최고수준의 영화기술을 통해 역시 영화라는 매체만이 갖는 매력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면,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서는 상상극장 속 꿈꾸는 듯한 세계와 미장센이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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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팬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테리 길리엄은 단순히 연출 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직접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 직접 자신이 음악 작업까지 참여하는 감독이다(사실 나도 음악까지 이렇게 많은 곡을 참여하고 있는 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봤다). 그의 영상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CG가 화려해서도 아니고, 압도하는 스케일 때문도 아니다. 그저 독특함과 신비로움 때문이랄까. 다른 판타지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 만의 감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감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여러 조형물들과 영상, 캐릭터들은 어딘가 모를 매력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그만의 크리쳐들 때문이고, 앞서 언급한 미셸 공드리의 경우도 상상과 현실을 아날로그한 감성으로 표현해 내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아이디어 때문인데, 테리 길리엄 역시 이런 측면이 강한 편이다.

이런 점만으로 그의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번 작품도 제법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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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스 레저가 워낙에 화제가 되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파르나서스' 박사 역할을 맡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아니었나 싶다. 분량을 봐도 그렇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그렇고 따져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나 싶다. 워낙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인상이 강한 터라 아직까지도 본 트랩 대령으로 더 익숙한 배우인데, 오랫만에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으로 출연한 작품을 극장에서 보게 되어 일단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몇몇 장면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연상되기도 했지만(그러고보면 이안 맥켈런이 만든 '간달프'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새삼 실감한다), 복잡/순수한 캐릭터를 연기내공으로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히스 레저는 본인을 <다크 나이트>와 <브로크백 마운틴> 이전에 캐스팅 해 주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에 스타가 된 이후에도 일종의 보은 차원에서 출연을 결심한 듯 한데, 결국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로 인해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일부 관객들 마저 히스 레저 때문에 보게 된 경우가 제법 있었으니,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을 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은 굉장히 노골적으로 히스 레저의 유작임을 작품에 심어놓고 있는데, 엔딩 크래딧에 간단한 한 줄 추모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히스 레저 유작'이라고 강하게 힘 주어 말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이것도 테리 길리엄이 너무 순수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 여튼 히스 레저는 그리 강력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없겠지만(만약 다른 새 배우가 맡은 역할을 본래대로 모두 그가 연기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다크 나이트>이후 전혀 다른 캐릭터에 다시 빠져든 모습을 볼 수 있어 다시 한번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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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의 역할을 대신하여 출연한 삼총사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은 짧은 분량 탓인지 자신들 만의 매력을 연기로서 펼쳐보이기 보다는 그저 '등장'과 '분위기'로서 전하는데에 만족해야 했다(확실히 이런 면에 있어서 조니 뎁의 강한 마스크와 분위기는 타 배우를 압도한다). 이들 외에 새롭게 눈길을 주게 된 배우라면 발렌티나 역할을 맡은 릴리 콜을 들 수 있겠는데, 그 묘한 눈빛과 표정(그리고 볼살)은 테리 길리엄의 세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마스크였으며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 어떤 연기로 만나게 될지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였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커리어를 갖고 있는 뮤지션 톰 웨이츠는 미스터 닉 역할을 맡고 있는데, 한 편으론 참 톰 웨이츠 스러운 캐릭터와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마치 노래 한 자락 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거기까지 발전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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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분명 지루하고 이야기는 허술하고, 어쩌면 판타지와 영상마저 커다란 임팩트를 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1. 아디오스, 히스 레저.
2. 히스 레저만 믿고 극장을 찾으셨다면 후회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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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제 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오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상 리스트를 정리해볼까도 했지만, 일단 영화는 국내 미개봉작들이 많고
TV부분 역시 못 본 작품이 다수이기 때문에 리스트를 정리해봐도 만족스럽게 정리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히스 레저의 수상 장면 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더군요.
(짧게 하나 언급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덱스터>에 마이클 C.홀이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팬으로서 너무 아쉽더라구요)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수상이긴 하지만(근데 예상되었다는 말로 그냥 넘기기엔 함께 오른 후보들이
너무 쟁쟁했죠. 톰 크루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랄프 파인즈였으니까요),
그의 수상 장면은 역시나 감동적이었습니다.
데미 무어가 후보를 거명하면서 'Heath Ledger'라는 이름은 언급만 했는데도 소름이 돋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수상자로 호명되고 후보에 오른 동료 배우들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이 기립박수로 그를 기리고
인정하는 장면은 감동적일 수 밖에는 없더군요.

히스 레저가 상을 수상할 경우 누가 대리수상할 것이냐를 놓고도 팬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그의 전 부인인 미셸 윌리엄스가 받아도 좋다, 그녀는 안된다 라는 논란이 있었죠),
오늘 시상식에서는 <다크 나이트>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나와 대리수상을 했습니다.

상을 받고는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가 연기하는 짧은 클립을 보여주었는데,
며칠전에 블루레이로 재감상하긴 했지만, 역시나 인상적인 연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의 수상소식에 ,
괜시리 마음이 동요되는군요.



그가 오늘 시상식에 참석했다면 이렇게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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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_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2 - 세계관과 메시지


오늘 아이맥스로만 세 번째 관람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다크 나이트>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요 근래에 영화에서 이렇게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효과적으로 전달한 경우가 있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록버스터 답게 볼거리는 볼거리대로 전달하고, 스케일은 스케일대로 자랑하고 있으며, 코믹스를 원작으로한 히어로물답게 캐릭터별로 영웅과 악당의 이야기도 잘 표현해내고 있고(물론 일반적인 히어로물의 영웅론과는 다르지만),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영화 속에 녹여내 관객으로 하여금, 그 어떤 정치적 선동이나 말들 보다도 훨씬 강한 인상을 받게끔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 볼 때 오히려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처음 볼 때는 그냥 지나쳤던 대사들이 (특히 초반부에 대사들은 영화에 막 빠져들기 시작하는 단계라서 - 그리고 어찌 진행될지 몰랐다는 아주 당연한 이유에서도 - 작은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거의 한 마디도 그냥 쓰인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혹은 농담하듯 던지며 아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관한 심각한 스포일러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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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트맨, 하비 덴트, 조커, 이 세 명 모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신 분들은 모두 다 아시겠지만 이 세 캐릭터의 영화 속 관계나 캐릭터가 갖고있는 상징적인 의미의 관계를 보아도, 이들은 절대 독립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는 영웅과 악당의 단순 관계로 규정 짓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하겠습니다. 일단 얼핏 보아도 배트맨은 일반적 히어로물의 영웅들과는 거리가 있으며, 조커 역시 일반적인 악당들과는 거리가 먼 독특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다크 나이트>에 따르자면, 조커는 태생적으로 배트맨의 의해 탄생하게 된 인물이나 다를바 없습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처럼 조커가 브루스 웨인의 부모를 살해하게 되어 직접적인
원한의 구조로 이루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조커란 캐릭터는 고담시의 범죄와 싸우는 배트맨의 등장을 목격하고, 고담시민들이 배트맨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자신과의 유사점을 발견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일어나게 된 갖가지 사회적 현상들과 모순들에 일종의 경종을 울리고, 이로 인한 혼란을 야기시키려는 의도 아닌 의도를 가지고 등장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 말 자체가 <다크 나이트>에서는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조커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배경은 물론, 의도나 성격 자체가 없는 캐릭터로, 혼돈 그 자체로 보는 편이 더욱 맞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앞서 '의도'라고 표현된 것들은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지, 애초에 그럴려는 엄청난 계획과 목표를 갖고 진행된 일들은 아니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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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속에서 조커가 배트맨에게 보여주는 이른바 '별종'으로서 느끼는 동질감은 어느 정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하겠습니다. 영화 초반 갱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별종'이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던 조커가 배트맨과의 대화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별종'이라 칭하며 배트맨에게 '너도 나와 같은 별종이다'라고 이야기하죠. 배트맨은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지만 조커와의 대결이 깊어질 수록 점차 어느 정도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다른 히어로물의 영웅의 모습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물론 모든 히어물과의 비교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경향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 설정은 놀란이 얘기하려는 메시지와 정확히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외계인이 되었든, 돌연변이가 되었든, 아니면 사고로 특수능력을 얻었던지 간에, 일반적으로 주인공인 영웅들의 이러한 능력은 악을 소탕하는 데에만 쓰여지면 일반인들에게도 전혀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지고 환호를 얻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히어로물에서 일반인들이 보내는 시선과 반응이 만화적이고 판타지적이라면, <다크 나이트>에서의 모습은 영화의 겉모습처럼 상당히 리얼리티에 가까운, 즉 판타지에서는 숨기고 싶었던, 버젓이 존재하지만 숨기고 싶었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기적이고 잔인한 모습과 모순적인 양면성이 드러나도록 상황을 만드는 존재가 바로 조커이며, 조커가 만들어낸(만들었다기 보다는 끄집어낸)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브루스 웨인 역시, 자신이 본래 생각했던 선한 의도로 행했던 일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직시하게 되고, 배트맨으로서 행해왔던 영웅적인 일들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즉 자신이 조커와 같은 '별종' 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만약 <다크 나이트>속 배트맨의 모습이 일반적이라면 이러한 고민에 굳이 빠져들 이유가 없으며, 그냥 조커 역시 다른 악당들처럼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결국 소탕해내고, 앞으로도 계속 영웅으로서 악당을 소탕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는 다릅니다. 배트맨은 자신이 이런 비정상적인 영웅 행동이 영원할 수 없음을 이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고, 조커의 등장과 사건들을 통해 이를 더욱 확신하게 되면서,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 속에서 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물과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가 바로 하비 덴트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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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하비 덴트의 캐릭터에 공감을 하고 감정이입이 되었을 만큼, 하비 덴트라는 캐릭터는 어찌보면 가장 안쓰럽고 안타까운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악과 맞설 방법을 찾던 브루스 웨인에게 적임자로 선택되었을 정도로 하비 덴트의 캐릭터는 '고담시'라는 배경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매우 곧은 선한 의지를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고든과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비 덴트는 내사과 시절부터 어찌보면 융통성이 없다고 보일 정도로, 관례적으로 여겨지는 일반적인 좋지 않은 행태들 마저 일일이 태클을 걸며 걸고 넘어지는, 즉 너무 곧이 곧대로 법과 선을 행해서 나쁜 이들은 물론 동료들과 일반인들에게도 때때로 욕을 먹는 고담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이죠. 

물론 그렇다고해서 하비 덴트가 절대 선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가 <다크 나이트>에서보여주는 모습들을 보면 그는 악당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는데에는 어느 정도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이런 면에서는 배트맨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얼핏 보면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고든이라는 인물이 가장 선한 캐릭터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는 <배트맨 비긴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신의 파트너가 뇌물을 먹고 부패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냥 긁어부스럼 만들기도 싫고, 또한 이미 모두가 썩었는데 어디가서 얘기하냐며 현실을 탓하고 마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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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비 덴트는 달랐죠. 그도 누구보다 이렇게 썩을 대로 썩은 경찰과 조직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하비 덴트는 이런 부조리에 맞서 지속적으로 싸워온 용자라 할 수 있습니다. 고든이 하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영화 속 대화에 언급된 것처럼 영웅심에 불타 동료들 모두를 조사한 것에 불쾌한 마음도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마음 한 편에는 자신은 미처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거침없이 해나아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질투어린 시선과 부러움, 그리고 존경심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고든의 표현되지 못한 마음은 이후 하비 덴트가 결국 부패한 경찰들에 의해 레이첼과 각각 납치가 되고, 레이첼을 잃는 사고를 겪고 그가 고통에 힘겨워 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표현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고든이 하비에게 갖는 미안함은 레이첼을 잃게 되는 사건에 있어서 결국 하비를 믿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가장 큰 것이겠지만, 그 내면 깊은 곳에는 애초부터 갖고 있었던 이러한 부러움과 존경심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하비 덴트의 중심으로 돌아가자면, 하비 덴트에게는 레이첼을 잃은 책임을 묻는 대상이, 이를 사실상 직접 행했다고 볼 수 있는 조커도 아니고, 어찌되었든 레이첼보다 자신을 먼저 구하러 온 배트맨도 아니며, 그 동안 경찰조직 내에서 그 부패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미적한 태도로 이를 자신처럼 적극적으로 고쳐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고든이라는 점에서, 하비 덴트라는 캐릭터가 투 페이스로 변하게 된 근본적인 심경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그 원한의 가장 큰 대상이 배트맨이나 조커 였다면, 영화 속 투 페이스의 모습처럼 변화하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하비 덴트는 레이첼을 잃음으로서 그간  자신이 그토록 바꿔나갈려고 고군분투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던, 이른바 같은 편인 경찰들에게 (더군다나 결국 그 부패한 경찰들이 자신과 레이첼을 납치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음으로)그 화살을 돌리게 되면서 더 큰 분노로 인해 투 페이스의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생각됩니다. 하비 덴트의 입장에선 어찌됬든 배트맨은 행동하는 인물이었고, 고든은 행동하지 않는 인물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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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시 고든으로 돌아가자면, 고든은 하비 덴트가 투 페이스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가장 죄책감을 크게 느낀 인물로 보여집니다. 하비 덴트의 생각처럼 자신이 행동하지 않는 인물이었다는 것을 깨닫거나, 인정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고든도 참 안타까운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비 덴트를 통해 이제야 자신이 역할과 해야할 일을 비로서 깨닫게 되었지만, 앞으로는 개혁하려는 용기가 있어도 배트맨의 뜻을 들어주기 위해 연기를 해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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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는 처음 볼 때부터 굉장히 정치적인 텍스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일단 아이러니하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던 점은 이 영화가 슈퍼히어로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히어로물은 가장 미국적인 동시에 전세계에서 경찰 노릇을 하는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은연중으로 혹은 세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토록 만드는 기능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것이 애초부터 의도적이든 하다보니 그리 되었든 말이죠. 슈퍼히어로물에서 주인공인 영웅은 곧 미국이며, 악당은 미국이 주적으로 칭하는 테러리스트 들이 되겠으며, 테러를 당하는 일반 시민들이나 보통 사람들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정도로 비교하면 될 듯 합니다. 즉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당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어서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슈퍼히어로가 나서야 하고, 슈퍼히어로가 나서서 악을 물리치면 만사가 행복하고, 이는 결국 세계의 혼란스런 정세 속에서 미국이 경찰 노릇을 해야만이 평화와 안정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히어로물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대사처럼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슈퍼 파워를 선한 의도로 좋은 일에만 쓰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즉 책임만 지면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로 담고 있습니다. 이것을 좋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슈퍼파워는 좋은 일에 써라'가 되기도 하겠지요. 물론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에는 감수하고 희생해야 될 것도 분명히 있다 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를 단순히 가면을 쓴 히어로가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삶과 가족이나 여자친구를 포기해야 된다는 것 이상으로는 전개하지 않고 있지만, <다크 나이트>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이 문제에 가장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괜찮은가?' 혹은 '슈퍼파워를 지닌 자가 모든 것을 컨트롤 하여 선과 악의 균형을 맞추는 것 자체가 옳은 것인가?', '선한 의도로만 사용된다면 다 괜찮은 것인가? 선한 의도로 행한 힘의 결과로 좋은 일들만이 발생하는가?' '그리고 이런 것을 슈퍼히어로가 모두 컨트롤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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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감독의 비판적 메시지는 브루스 웨인과 알프레드의 대화에서 아주 직접적으로 묘사됩니다. 조커의 행동들을 보며 '그들이 이렇게 까지 선을 넘을 줄은 몰랐다'라는 브루스의 말에 알프레드는 '선을 넘은 건 주인님이 먼저죠'라며 대답하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은 아주 직접적입니다. 배트맨은 분명 악당을 소탕한다는 의도 아래 악당들과 마찬가지로 법이 허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폭력을 행했고(그 폭력이 누구에게 행해졌는지만 다를 뿐이죠), 단순히 용기 있는 몇 번의 행동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풍부한 재력을 바탕으로 각종 신무기와 비밀스런 프로젝트 들을 통해 브루스 웨인의 삶보다 배트맨의 삶에 더욱 집중했을 정도로 악당과의 전쟁 아닌 전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브루스 웨인에게 배트맨으로서 아버지의 혼이 깃든 고담시를 지켜야 한다, 고담시의 악을 모두 소탕해야 한다라는 것은 거의 강박관념에 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비판의 메시지는 정치적으로 미국과 미국의 군사행동을 향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히어로인 배트맨의 모습은 미국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현재 정세 속에서 일종의 영화 속 히어로 입니다. 미국은 세계평화를 수호한다는 의도 아래 각종 군사작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과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아직 믿기 어렵고, 나에게 적대적인 나라들이 힘을 갖는 것은 위험하니, 착한 내가 힘을 다 쥐고 컨트롤 하는 것이 안전하다 라는 것이지요. 이 논리의 기본적인 모순은 착한 사람이라도 모든 권력을 쥐고 컨트롤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겠지만, 더 문제는 그 '착한 사람'이 실제로는 '더 나쁜 사람'이라는 것에 있겠지요. 물론 영화 속 배트맨의 모습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더 나쁜 사람'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착한 사람이죠. 힘을 가지고 영웅 대접을 받고 영웅놀음에 빠지게 되면 당사자는 이미 자신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브루스 웨인도 이런 위기에 빠질 수 있었으나 그에게는 알프레드나 폭스, 레이첼 같은
곧은 말을 해주는 조력자들이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브루스 웨인은 항상 알프레드에게 '어떻게 해야하냐'며 자신의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알프레드는 브루스가 스스로 깨우치도록 직접적이지 않고 은유적으로 대답을 돌려줍니다. 그래서 브루스는 자신이 계속 고담을 위해 배트맨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 진정으로 고담을 위하는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고, 자신이 선한 의도로 행해왔던 일들로 인해 더 큰 악이 발생한 것을 깨닫고 '영웅'으로서가 아닌 '어둠의 기사' 로서 자신 스스로를 희생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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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에게 있어 굉장히 비판적인 텍스트 입니다. 다른 장르도 아닌 미국의 영웅적 행세를 가장 근간에서부터
지지하고 있던 히어로물에서, 이런 미국의 영웅적 행태를 비판하는 텍스트를 끌어낸 것은 놀란 감독의 대담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이클 케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기존 히어로물이 미국 내에서 바라본 미국의 모습이라면, <다크 나이트>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미국을 바라본 모습이라는 말은, 아주 완벽하게 떨어지는 표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그것도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메시지의 표현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크 나이트>가 대단한 작품이라 평가 받는데에는 이런 비판적인 시각 때문이 아닙니다. 다른 영화에서도 이런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준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영화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문제다'라며 화두를 던져준 영화는 많았으나 '이렇게 해야한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영화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영화 속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모습을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 나이트>를 통해 단순히 문제 제기 뿐 아니라, 나아가야 할 해결책 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배트맨의 모습이 바로 그 해결책이지요.

조커와의 대결을 통해 배트맨의 등장이 오히려 더 큰 악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후계자 겪인 인물을 모색하던 중 하비 덴트를 점 찍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하비 덴트 역시 타락해버린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하면서 결국 스스로 영웅의 이미지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배트맨은 폭스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휴대폰을 통해 모든 이들을 투시할 수 있는 이른바 '무소불위'의 힘을 얻게 되는데, 폭스는 '이건 너무 과한 힘이에요'라며 우려를 표시합니다. 배트맨은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이번 일만 끝나면 이 기계가 존재하는한 회사를 떠나겠다는 폭스에게, 일이 끝나면 이름을 입력하라고만 합니다. 결국 기계를 통해 조커를 다시 잡아들이게 되고 폭스는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고, 기계는 폭파되며 폭스는 '그래 브루스 웨인이 그럴리가 없지'라는 식의 미소를 띄우며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일반적이라면 악당을 잡아들이는데 용이한 이 기계를 굳이 폭파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자면 배트맨이 앞으로도 활동하는한 더한 악당들이 계속 등장할테니, 그들과 계속 싸우기 위해서라도 이 최신의 무기는 남겨두어야 겠지요. 하지만 <다크 나이트>에서는 이 기계를 과감히(?) 폭파합니다. 그 이유는 폭스가 언급했던 것처럼 이것이 너무 과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영웅이 아무리 선한 편이라 하더라도 이 경우처럼 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힘을 완벽하게 컨트롤 하고 부패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자신도 본인이 소탕해야할 악당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앞으로 악당들과의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을 지언정, 도를 넘는 옳지 않은 방법은 과감히 포기하고 미련을 버립니다. 이것은 미국식 히어로물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완전히 비판적인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를 담기에 '배트맨'이라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아니 이 모호함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는)캐릭터는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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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알프레드의 대화 속에서 이 영화의 정치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면(제가 일일이 대사 하나하나를
다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 <다크 나이트>를 또 다시 보게 될 분들이 계신다면 이 둘의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곱씹으며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던 대화들도 하나하나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무섭도록 맞아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배트맨과 조커의 대화를 통해서는 이 영화의 사회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따져보면 영화 속에서 조커는 자신이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행동하고 계획했던 것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사람들 속에 내제되어 있었던 본성과 모순을 끄집어내 이용한 것 뿐이었죠. 그가 처음 배트맨에게 관심을 끌고 접근하게 된 것도, 배트맨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갱들에 필요를 끌어냈기 때문이었고,나중에 자신을 잡으러온 배트맨이 경찰 특공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도록 만든것도, (안이 훤히 보이는 의심스런 건물임에도, 더 치밀한 조사없이)가면을 쓴 사람은 악당이고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은 인질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죠. 특히 그간 범죄를 소탕해 오던 배트맨을, 막상 자신들에게 죽음의 위험이 닥쳐오자 제물로 바치는 듯이 자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장의 모습이나, 리스가 시간 내에 죽으면 폭파시키지 않겠다는 조커의 말에 모두들 달려들어 리스를 죽이려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무관한 일들에는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먼산 보듯 하다가, 정작 자신의 신변에 직접적인 위협이 닥쳐왔을 땐 그 어떤 악당들보다도 악한 본성을 드러내고야 마는 이기적인 사회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병원에 입원된 가족을 위해, 혹은 밀린 입원비를 위해 남의 목숨을 쉽게 재물로 바치고 마는, (저도 물론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대사이지만, 영화의 초반에 고든과 라미레즈가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때, 고든이 라미레즈에게 부모님은 어떠시냐고 안부를 묻자, 계속 입원 중이시라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약 이 대사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었다면, 후반부에 경찰 가족 가운데 병원에 입원한 사람 찾아보라고 했을 때 벌써, 라미레즈의 배신을 눈치챌 수도 있었겠지요) 즉 선과 악의 차이는 동전 뒤집듯이 별 것 아닌 것이 되고마는 사회의 암울하고 어두운 면을 섬뜩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과 악에 대한 묘사는 배트맨과 조커의 캐릭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고, 하비 덴트가 투 페이스로 변하는 과정에서도 아주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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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이라는 기본적인 설정에 근거해 이 영화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잘 보여주는 시퀀스는 바로 두 대의 유람선 장면이었습니다. 감독은 이 부분에서 의도적으로 관객들의 선입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화법이나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리고 일반적으로 영화에 심하게 몰입한 관객들이 생각하기에, 막판에 한 죄수가 '당신이 10분 전에 못한 일을 내가 하겠다'며 기폭장치를 달라고 했을 때 대부분 그 죄수가 누르겠거니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죄수는 기폭 장치를 누르지 않고 오히려 창문 밖 바다로 던져버리죠. 그리고 다른 배에서도 한 남자가 '자기 손이 더럽히긴 싫다 이거지'하며 기폭장치를 손에 쥐었을 때 누르지 않을까 했지만, 이 남자도 결국 누르지 못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게 되죠.

그런데 저는 이 다음 장면에 각 배에 탄 사람들의 심리 묘사 장면이 더욱 좋았습니다. 좋았다기 보다는 표현함에 있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기폭장치를 던져버리거나 누르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오자, 같은 배에 탄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그래, 그런 짓을 할 수야 없지'라기 보다는 '아, 이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더욱 커 보입니다. 이성적으로는 그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차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본능적으로는 내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감정이 극하게 교차되고 있는 순간이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과 함께 이 극적인 선과 악의 대립의 순간은 극렬하게 묘사되지만, 결국 둘 모두 기폭장치를 누르지 못하고, 이에 조커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 동안 사람들의 악한 본성에 내맡겨 자신의 일들을 척척 진행되었던 조커에게는 처음 맛보는 실패 아닌 실패였죠.

이 장면은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있는 <다크 나이트>에서 유일하게 판타지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판타지 적이라기 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어쩌면 죄수들도 누르지 않고, 죄수들을 죽여야 한다며 큰 소리 치던 사람들도 기폭장치를 누르지 않는 이 장면이 판타지적으로 느껴진 것 자체가, 현대의 이 사회가 얼마나 암울한 상황인가를 은연중에 느끼게 해준 섬뜩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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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메멘토> <인썸니아> <프레스티지>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는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물에서는 담을 수 없었던, 혹은 담으려 하지 않았던 미국식 영웅주의의 대한 비판적 메시지와 더불어 선과 악이 이성보다는 이기적인 본능에 의해 제어되는 사회의 대한 비판과 이러한 사회와 정세 속에서 거대한 힘을 갖고 있는 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의 메시지를 모두 담고 있는 완벽한 영화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가 <다크 나이트>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자면, '완벽한 영화'라는 표현마저도 오만한 표현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어떻합니까.
완벽한걸.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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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1 - 첫 느낌


해외에서 쏟아지는 호평과 극찬들. 국내 시사회 이후에 역시나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쏟아지는 박수와 걸작이라는 거침 없는 평가들. 저는 본능적으로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면도 있고(물론 예외는 존재하지만), 저 뿐 아니라 기대라는 것은 커지면 커질 수록 실망이 자연적으로 커지는 법이라 감상전의 이 같은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말들은 분명히 곧 만나게 될 <다크 나이트>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였습니다. 즉 쉽게 말해 100점짜리 영화를 만들었어도 워낙에 커진 기대 탓에 120점 정도는 보여줘야만이 100점으로 느껴질 정도였다는 얘긴데,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부담스런 기대를 안고 관람했음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는 200점짜리 결과물을 저에게 안겨주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감동과 전율의 눈물과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존경과 위대함에 대한 박수를 보낸 영화였으며, 그 동안 알고 있던 히어로 장르의 영화들을 모두(과장을 보태자면)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는 압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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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보여준 것은 정말 의미있는 시작이었다는 것이 <다크 나이트>를 통해 다시 한번 느껴졌습니다. 기존 판타지스럽고 기존 히어로 물의 일반적인 구성에 충실했던(물론 팀 버튼의 <배트맨>이 이런 전형적인 히어로 물의 룰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아니죠) 배트맨의 이야기를, 어쩌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현실로 가져와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인간적인 면으로 그려냈고, 리얼리티를 강조하면서 왜 배트맨이 되었나에 관한, 혹은 될 수 밖에는 없었나에 대한 이해가 용이해졌고, 무엇보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좀 더 애정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정말 놀란이 만든 <배트맨 비긴즈>이전에는 단 한 번도 고담시가 현실에 존재할 법한 도시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이 처음 맡게 된 배트맨 이야기의 새로워진 배경과 분위기를 설명하는데에 <배트맨 비긴즈>의 최대 공을 들였다면, <다크 나이트>에서는 이러한 프롤로그 없이 이미 비긴즈에서 설명이 된 세계와 인물들을 중심으로 본래 하고 싶었던 복잡한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꺼내 놓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배트맨에게 가장 위협적인 적이라 할 수 있는 적으로 조커가 등장하게 되었고, 투 페이스도 등장하게 되죠.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웅이 악당을 무찌르는 기본적인 히어로 물의 아주 커다란(아주) 바탕 아래 범죄 스릴러의 요소를 가져왔으며, 사회/정치적인 메시지와 히어로로서 겪는 갈등의 요소를 극대화해 어느 리얼한 극 영화들 보다도 관객이 놓여진 상황에서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릴 수 없고 지치고 곤란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의 갈등을 야기시키면서(그것도 히어로 물에서 말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심리극의 분위기로 배트맨을 이끌고 있습니다.

어느 기사를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이 팀 버튼의 배트맨과 차별되는 배트맨을 만들기 위해 리얼리티를 강조함에 있어 마이클 만을 거쳐가는 방법을 택했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에 적극 공감하는 바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그 동안은 그저 코믹스나 영화 속에나 만나볼 수 있는 가상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고담씨티를 실제 시카고를 배경으로한 로케이션 촬영으로 대부분의 장면을 묘사하면서 이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요 인물들과 배트맨, 조커 등의 캐릭터에 대한 리얼리티도 동시에 부여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마이클 만이 <히트>에서 보여주었던 총격씬에서의 리얼리티와 사운드(마이클 만은 역시 총소리의 달인!), 그리고 <콜레트럴>에서 보여주었던 L.A의 밤거리의 묘사 같은 장면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특히나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에서는) CG가 아닌 리얼리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초반 프롤로그 장면을 비롯해 영화 속의 사운드는 엄청난 박력으로 무장되어 있었으며, 밤거리를 배경으로 벌어진 차량 추격씬에서도 화려함보다는 오히려 묵직함과 박력이 느껴지는 구성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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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은 <다크 나이트>를 위대한 영화로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먼저 배트맨/브루스 웨인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여전히 뛰어납니다. 사실 조커 역의 히스 레저의 놀랍도록 완벽한 연기에 가려서이지, <배트맨 비긴즈>에 이어 <다크 나이트>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배우에 대해 다시 한번 신뢰를 깊게 할만큼 인상적입니다. <비긴즈>에서 배트맨이 되어야만 했던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고뇌를 표현해 냈다면, <다크 나이트>에서는 '언제 까지 배트맨이 고담시에 존재해야 하는가' 혹은 배트맨의 등장이 악을 소탕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더 큰 악을 불러 오게 된 계기는 아니었나'하는 '배트맨'으로서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중에 더 집중적으로 리뷰할 글을 위해 남겨두느라 자세한 표현은 하지 않겠지만,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겪는 고민은 관객도 예상할 수 없음은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해도 기회비용이 따르는,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이런 복잡한 심리를 표현해 내기에 크리스찬 베일만한 배우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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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에서는 배우 히스 레저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짙은 분장과 의도된 목소리 연기 탓만이 아니라, 그의 놀랍도록 몰입된 연기에서는 히스 레저는 물론, 조커 하면 떠오르는 잭 니콜슨의 그림자 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간 히스 레저가 출연한 작품들은 <카사노바>를 제외하면 거의 다 보았던 것 같은데, 그 작품들 어디에서도 이런 모습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의도된 목소리 연기와 입맛을 다시는 동작 등을 볼 때는 정말 소름이 돋더군요. 히스 레저의 연기에 대해서도 너무나 감탄스럽고 칭찬할 부분들이 많은데 이 부분 또한 나중 포스트에 좀 더 자세하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마무리하자면,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전했을 때보다 <다크 나이트>를 보고 나온 오늘의 느낀 그의 공백에 대한 충격이 더욱 컸습니다. ㅠㅠ


초반 등장하는 킬리언 머피는 이 정도면 거의 까메오 수준입니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임에도 이런 스쳐가는 분량에도 기꺼이 참여한 그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결과적으로 킬리언 머피도 이 걸작의 영화에 동참하는 배우가 되었네요). 알프레드 역의 마이클 케인과 폭스 역의 모건 프리먼 역시 <배트맨 비긴즈>에 비하면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 캐릭터는 <다크 나이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죠.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거치면서 어느새 악역의 기존 이미지는 거의 다 희석되다시피 되어버린 게리 올드만 역시 고든 역할을 충실히 연기해냈고(코믹스 속 고든의 모습을 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코믹스 속 고든과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고든의 모습의 싱크로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케이트 홈즈에 이어 레이첼 역할을 맡은 메기 질렌할은 객관적인 미모 평가에서는 조금 뒤쳐진다는 평들도 있으나(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작에서부터 그대로 이어지는 캐릭터 가운데 유일하게 배우가 교체된 핸디캡이 있었음에도 몰입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물론 영화 자체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만든 감독의 연출력이 바탕이 되었죠).

하비 덴트를 연기한 아론 에크하트는 이 영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배트맨과 조커 만큼이나)중요한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선의 상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하비 덴트와 악당이 모습으로 변해버린 투 페이스의 캐릭터 모두를 연기함에 있어, 캐릭터를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되지 않도록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배트맨, 조커, 투페이스,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등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 포스트에 따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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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무려(!) 함께 작업한 사운드 트랙은 그야말로 걸작에 어울리는 웅장하고 중후하면서도 극적인 분위기를 한꺼번에 전하고 있습니다. 액션 장면에서도 너무 오버되지 않은 표현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서사적이면서도 슬픈 감정이 묻어있는 음악을 들려주는데, 정말 오랜만에 스케일이 느껴지는 사운드 트랙이 아닐까 싶습니다(이미 너는 질러져있다).


DVD나 블루레이가 출시된 이후에 작정하고 하나의 영화에 대해 연재를 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개봉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단 한 번 보고, 단 번에 연재할 만한 이야기꺼리가 떠오르고 계획하게 된 건 <다크 나이트>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영화의 세계관 / 감독의 메시지, 배우/캐릭터 열전, 크리스토퍼 놀란만의 배트맨 이야기 등등 적게는 3회, 많게는 4~5회에 걸쳐 <다크 나이트>에 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이 시대에 걸작이자 히어로 물의 역사를 새로 쓴 영화에 대해 제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작은 성의이겠지요 ^^;



1.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건 느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말로 설득할 수 없습니다.

2. 하비 덴트가 투 페이스로 변해가는 과정과 배경을 보니 <배트맨 포에버>에서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투 페이스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약간 우습게만 보였던 그의 모습들이 다시 보였달까요. <다크 나이트>중복 관람이 어느 정도 끝나게 되면 <배트맨 포에버>를 다시 찾아봐야 겠어요.

3. 영화가 끝나자 마자 한 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이 뜨자 한 번, 그리고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와 스텝의 이름이 떴을 때 한 번, 총 3번의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4. 전 원래 어느 영화든 엔딩 크래딧이 완전히 끝날 때 까지 다 보고 나오는 편이지만, 화요일 6시 용산에서 아이맥스로 관람하고 계단을 내려오며 뒤를 쳐다봤는데, 아마도 제가 본 이래에는 가장 많은 관객들이 완전히 끝까지 남아있던 광경이었습니다.

5. 에릭 로버츠의 모습도 오랜만이라 반갑더군요.

6. 고든의 아들 역할로 나오는 아역배우 나단 겜블은 <미스트>에서 토마스 제인의 아들로 나오기도 했었죠.

7. 엔딩 크레딧에 히스 레저와 함께 추모의 뜻을 보냈던 이는 Conway Wickliffe 라는 특수효과 전문 스텝이었습니다. 1966년 생으로 지난해 9월 25일 유명을 달리하셨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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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가운데 가장 기대하고 있는 영화는 누가 뭐래도 <다크 나이트>일 것이다.
팀 버튼이 재해석한 <배트맨>시리즈 이후 완전히 망쳐놓은 3,4편을 넘어서(아니 3,4편은 언제 한 번 다시
곰곰히 따져봐야 겠다. 괴작으로의 맛이 있을지도 모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시 만들어낸 <배트맨 비긴즈>의 의미심장한 성공 이후 매번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박사와 함께 가장 매력적인 악당 순위 1,2위를 다투는 조커를 본격적으로 등장시키는,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중 2번째 작품인 <다크 나이트>.

이미 아주 많은 티저 영상들과 포스터 등등이 공개되었지만, 포스터를 제외하고는 하나도 미리 접하지 않고
그간 열심히 피해다녔다. 바로 극장에서 보았을 때 완전히 신선한 느낌을 받기 위한 일종의 노력인데,
<다크 나이트>의 경우는 이런 행동들이 매우 어려웠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그래도 이제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이런 노력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과연 히스 레저가 보여주는 조커의 모습은 어떨까.
이미 엄청난 포스를 보여주었던 잭 니콜슨의 조우커 마저 뛰어넘은 영화사에 남을 연기를 펼쳤다는 평들도
자자하던데 정말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과연 <다크 나이트>도
이런 흔해빠진 공식을 이겨내지 못할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 CGV아이맥스 예매가 오픈하여, 개봉일과 그 주 일요일 아이맥스로만 2번 예약완료.
  시너스 이수5관도 오픈되는대로 예매 예약.
  메박 M관도 여유가 되면 예매할 계획.
  <스타워즈>이후로 극장에서 단일 영화로 가장 많이 보게 될 영화로 일단 내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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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밥 딜런의 몽타주

음악을 듣는 사람치고 밥 딜런 (Bob Dylan)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미 여러 뮤지션을 통해 리메이크 되었던 'Knocking on Heaven's Door' 같은 곡은 누구나 알 정도로,
밥 딜런은 단순히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당시 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으며, 시인이기도 했다.
그의 관한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가장 흥분되었던 것은 이미 <벨벳 골드마인>이라는 작품으로,
음악과 문화를 대하는 깊은 태도를 보여주었던 토드 헤인즈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과, 케이트 블란쳇, 히스 레저,
크리스찬 베일, 벤 위쇼, 리처드 기어 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 다음 알게 된 것은 이 영화가 일반의 전기영화와는 다른 형식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6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밥 딜런을 연기한다는 점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오랜만에 개봉날 관람하게 된 이 영화는,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전기 영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영화였으며,
어쩌면 밥 딜런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그를 통해 당시 문화를 꿰뚫고 있는 하나의 시대영화이자,
음악 영화로도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영화에 대해 '밥 딜런의 몽타주'라고 얘기하고 싶다.
몽타주란 여러 사람이 추정하고 상상하고 예측한 것으로, 몽타주의 당사자가 되는 인물과 가장 가까운 것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우디 거스리 역(마커스 칼 프랭클린)' '아르튀르 랭보 역(벤 위쇼)' '쥬드 역(케이트 블란쳇)'
'로비 역(히스 레저)' '잭/존 역(크리스찬 베일)' '빌리 역(리처드 기어)')



역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각기 다른 6명의 배우가 밥 딜런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여섯 명은 밥 딜런의 각기 다른 자아를 표현하고 있는 동시에, 각기 다른 시대의 밥 딜런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극 중 이름이 '밥 딜런'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극 중 어디에도 밥 딜런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지도 않는다.
다만 영화 시작전에 '밥 딜런의 음악과 영혼에서 인상을 받아 만들었음'이라는 문구가 등장할 뿐이다.
감독이 이 6명의 밥 딜런을 그리는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캐릭터나 사건, 모습 등이
실제의 밥 딜런과 유사하면서도 완전히 허구의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벤 위쇼가 연기한
'아르튀르 랭보'의 경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유명한 시인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나는 타자이다 (Je est un autre / I is another)'라는 랭보의 유명한 시구와 이 영화의 제목이자 밥 딜런의
노래 제목이기도한 'I'm Not There'는 여러모로 이 영화의 제목으로 완벽한 것이 아닌가 싶다.
<향수>통해 독특하고 신비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벤 위쇼가 연기하는 랭보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아주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탁자 앞에 앉아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랭보의 시퀀스는,
1965,6년 기자회견 장에서의 밥 딜런의 모습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정적인 캐릭터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사를 갖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기자회견 장에서의 밥 딜런과 영화 속 벤 위쇼가 연기한 '랭보'의 모습)


흑인 소년 마커스 칼 프랭클린이 연기한 '우디 거스리' 역시, 실존 인물에서 이름을 빌려왔는데,
밥 딜런의 우상이기도 했던 포크 싱어 송 라이터 '우디 거스리'에게서 가져왔으며, 실제로 우디 거스리는
백인이었던 것에 비해 흑인 소년으로 설정한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극 중에서
실제 우디 거스리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인데, 우디 거스리라는 이름의 소년이, 포크 싱어인 우디 거스리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가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밥 딜런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우디 거스리를
병문안차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서 느낄 수 있었지만,
감독인 토드 헤인즈가 얼마나 철저하게 관련 인물들과 배경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밥 딜런이 직접 출연도 하고 음악도 맡았던 영화 <관계의 종말>(근데 왜 관계의 종말이지? --;),
포스터 속 빌리로 출연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은 <아임 낫 데어>에서 내레이션을 맡고 있다)

리처드 기어가 연기한 '빌리'역할은 밥 딜런이 직접 출연도 하고 음악을 맡기도 했던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
<관계의 종말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의 'Billy the Kid'에서 가져온 듯 하다. 이 에피소드에는
팻 가렛 역할로 브루스 그린우드가 등장하는데, '쥬드'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도 쥬드를 괴롭혔던 언론인
미스터 존스로 등장했던 브루스 그린우드가, '빌리'의 에피소드에서도 빌리를 괴롭히는 팻 가렛 역할로 다시
등장하는 것은 영화적인 재미와 더불어, 이 각기 다른 밥 딜런을 하나로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 <관계의 종말>에 빌리 역할로 출연했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인데,
(아래 포스터의 포스터 속 인물), <아임 낫 데어>에서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다. 이렇게 모든 관련 인물을 세세하게 배치한 토드 헤인즈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리처드 기어가 연기한 '빌리'는 위의 영화에서 캐릭터를 빌려왔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찬 베일은 포크 가수인 '잭'과 목사 '존'을 함께 연기하고 있는데, 이 두 캐릭터 역시 밥 딜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포크가수 '잭 롤린스'는 한참 저항음악의 대표주자로 활동하던 밥 딜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특히나 잭을 추억하는 '앨리스' 캐릭터는 누가 봐도 '조앤 바에즈(Joan Baez)'임을 알 수 있는데,
그녀는 실제로 밥 딜런과 함께 공연을 수차례 가졌었으며,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스틸 컷 형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조앤 바에즈와 밥 딜런)


잭 롤린스 시퀀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촬영 방식이었다. 이 부분은 아주 다큐멘터리 적인 촬영방법과
구성을 갖고 있는데,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쓰는 스틸 사진과 인터뷰로 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한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앨리스의 인터뷰 장면의 카메라의 노이즈나 촬영 방식 등은 페이크 다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잭 롤린스라는 캐릭터를 실존 인물인냥 묘사하고 있다(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렇게 허구와 사실을
계속 뒤섞고 있다). 또한 나중에 히스 레저가 연기한 '로비'의 시퀀스에도 '잭 롤린스'는 실존 인물인냥
추억되고 있다.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잭과 존은 마치 실존 인물인냥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그려진 인물들이기 때문에,
그도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과도한 연기보다는 리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임하고 있는 듯 했다)

히스 레저(ㅠㅠ)가 연기한 '로비'는 극 중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허구에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실제적인 사건들과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 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뮤지션으로서의 밥 딜런 보다는,
연애와 가정 같은 사적인 면의 밥 딜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극 중
샬롯 갱스부르가 연기한 클레어는 밥 딜런의 연인이었던 수즈 로틀로와 첫 번째 부인이었던 사라 라운즈를
반반씩 섞은 인물로 보여진다.



(너무나도 유명한 밥 딜런의 'The Freewheelin' Bob Dylan' 앨범의 커버. 이 커버를 인용한 <아임 낫 데어>의
한 장면. 이런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난 히스 레저의 연기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는 없는데, 확실히 그에게서는 그 또래의
남자 배우들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15세 관람가인 이 영화에서 그는
18세 관람가에 가까운 노출을 보여주기도 해, 순간 움찔하게 했다. 참고로 연인으로 출연한 샬롯 갱스부르
역시 개인적으로는 충격으로 다가왔던 노출연기를 감행(?)하고 있다.



(이제 그의 모습을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또 다시 아쉬워지기만 한다)


샬롯 갱스부르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른 얘기를 좀 해보자면, 사실 개봉 전 포스터나 다른 소식들을 통해,
밥 딜런을 맡은 6명의 배우에 대한 이야기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외에 더 많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줄리안 무어나 미셸 윌리엄스, 샬롯 갱스부르가 등장했을 때,
너무도 반가웠던 것이 사실이었다(놀랍게도 이 배우들 모두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여배우들이다).
줄리안 무어는 감독의 전작이었던 <파 프롬 헤븐>의 인연을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갔고, 샬롯 갱스부르는
다른 여배우들에게는 없는 그녀만의 아름다움을 은은히 보여주고 있다(그녀는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한 명의 놀라운 출연은 미셸 윌리엄스 였는데, 많이 살이 빠진 모습으로 까칠한 '코코'역할을 연기한 그녀는,
그 짙은 아이라이너 만큼이나 신비한 '코코'의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미리 알지 못했던 캐스팅이었기에 더욱 반가웠던 줄리안 무어와 미셸 윌리엄스!)


잘 아다시피 미셸 윌리엄스의 출연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던 것은 히스 레저 때문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만나 예쁜 딸을 두고 있었던 둘 사이었으나, 촬영 당시에는 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이번 히스 레저의 사망 소식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의 죽음이 가장 안타깝고
슬펐던 사람은 다른 아님 미셸 윌리엄스였을 것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시사회 장에서의 히스 레저와 미셸 윌리엄스의 다정했던 모습)


여러 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밥 딜런을 연기했지만,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쥬드'임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가장 실제 밥 딜런과 가까운 외모와 더불어 내용적으로도 그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이기도한 '쥬드'는, 의외로 여자배우인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는데, 깡마르고 독특한 모습의 밥 딜런을
표현하기에 여자배우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계획되었다고는 하지만,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쥬드'는 다른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가운데도 단연 으뜸이라 할 만큼,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내 이럴 줄 알았다).



(이렇게 여신 같던 그녀가, 부시시한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밥 딜런의 모습이 이리도 잘 어울릴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 모습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거의 코스프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케이트 블란쳇이 분한 '쥬드'의 모습은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헤어스타일과 선글라스를
제외하더라도, 독특한 몸짓이나 손짓, 걸음거리나 목소리 연기, 특히 잠깐잠깐 밥 딜런으로 착각했을 만큼
완벽했던 표정연기는 정말 놀라움을 넘어서 소름이 돋기 까지 했다. 특히나 글을 쓰려고 사진을 찾던 중에
실제 밥 딜런과 그녀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차 안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살짝 미소 짓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가장 멋진
장면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적어도 나에게는!).




(사실 이 사진을 보면, 케이트 블란쳇도 블란쳇이지만, 앨런 긴즈버그로 분한 데이비드 크로스의 싱크로율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엔 배우들의 연기에 놀랐지만, 영화가 계속 될 수록, 그리고 글을 쓰려는 지금 시점에 자료를 조사하면서
더욱 놀라게 된 것은 감독인 토드 헤인즈였다. 이미 데이빗 보위 없는 글램 락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통해,
뮤지션에 관련된 또 다른 음악영화에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파 프롬 헤븐>을 통해 시대와 문화를 읽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던 그의 장점이 <아임 낫 데어>에서는 한 꺼번에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던 밥 딜런에 대한 영화를 밥 딜런이 흔쾌히 허락한데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조니 캐쉬의 전기 영화라 할 수 있는 <앙코르 (Walk the Line)>같은 방식도 좋았지만,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그리는데에는 토드 헤인즈가 선택한 이런 모험적인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마 일반적인 전기 영화로 만들려했다면 밥 딜런이 허락하지도 않았을 듯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 외에, 알면 알수록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이해하고 있는 토드 헤인즈의
통찰력과 연출력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토드 헤인즈라면 앞으로도 무조건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같은 배경 지식을 모두 다 감상전에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를 막상 볼 때에는
그 인과관계를 모두 파악하지 못해 조금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물론 이 같은 배경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기승전결 방식이 아니고, 그렇다고 에피소드 방식도 아니며,
무언가 이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개별적으로도 느껴지는 구성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기영화나,
드라마를 생각하고 관람을 하게 된다면 감상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밥 딜런에 대해 큰 관심이나
배경 지식이 없으면 100%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선이라고 보았을 때, 7~80% 정도만 함께 할 수 있는것도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밥 딜런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 뉴스
등을 알고 있다면, 120~130% 즐기기에 완벽한 영화가 될 듯 하다.




(영화의 예고편에 쓰였던 이 형식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촬영되었던 밥 딜런의 영상물에서 가져온 것이다)


음악 얘기릏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아임 낫 데어>에서는 밥 딜런의 음성으로 불려지는 그의 곡이나, 배우들, 그리고 후배 뮤지션들이 부른
밥 딜런의 곡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트랙을 접하기 전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을 먼저 보았기 때문에, 크래딧에 등장하는
인디 포크 뮤지션들의 이름을 보고는 미리 기대할 수 있었는데, Sonic Youth, Yo La Tengo, Cat Power,
Iron & Wine, Calexico, Jack Johnson, Charlotte Gainsbourg, Glen Hansard & Marketa Irglova,
Antony and the Johnsons, Sufjan Stevens 등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른바 '환장할' 라인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나 소닉 유스의 'I'm Not There'와 Antony and the Johnsons가 부른
 'Knockin On Heaven's Door'는 엔딩 크래딧과 함께 깊은 울림을 가져왔으며, <원스>의 그와 그녀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도 동참하고 있다. 위에 거론한 뮤지션들 모두 앨범이 나오면 무조건 구매할
만큼 좋아하는 뮤지션들이라, 이들 모두를 한 장의 음반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사운드트랙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들 모두를 하나의 자리에 모이게 한 '밥 딜런'이라는 이름의 대단함도 새삼 느끼게 된다.



(포크 음악의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사운드 트랙이 될 것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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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 (Heath Ledger) (1979-2008)

오늘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부시시 켰던 TV뉴스 화면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보고야 말았다.
다른 뉴스 사이에 잠시 스쳐 지나간 '브로크백 마운틴 주연 히스 레저 사망' 소식.
정말 순간 잠이 확 깰 정도로 충격적이어서 바로 인터넷을 확인하고서야 믿을 수가 있었다.
우리나이로 올해 30. 79년생으로 아직 젊디 젊은 그가 세상을 떠났다니, 장국영의 사망 소식이후로
가장 충격적인 사망 소식이 되지 않을 까 싶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타살의 흔적은 없고 약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는데, 사실 사인이 무엇인지 보다도 그냥 단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뿐이다.



그를 처음 본 것은 멜 깁슨 주연의 영화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 (The Patriot)>에서 였다.
물론 이 때는 그저 극 중 멜 깁슨의 아들로서, 얼굴을 익힌 것 정도였고, 본격적으로 히스 레저란 배우로서의
이름을 각인 시킨 작품은 <기사 윌리엄 (A Knight's Tale)>이었다(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그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를 접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결국 그가 떠나고 나서야 보게 되어버렸다). 섀넌 소사이먼, 폴 베타니 등이 함께 출연하였고, 퀸의 히트곡
'We Will Rock You'를 로비 윌리엄스가 다시 불러 화제가 된 주제가로 더 잘 알려진 이 영화에서,
그는 완벽한 주연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히스 레저라는 이름을 전 세계 영화팬에게 알리게 된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의 필모그래피가 이처럼 다양하고 색깔있는 작품들로 채워질 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후 히스 레저는 할리 베리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화제가 된 영화 <몬스터 볼>에서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 '소니 그로토스키' 캐릭터를 연기하며, <기사 윌리엄>에서 그를
보았던 이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인상을 남긴다. 이후 올랜드 블룸과 함께 출연한 <네드 켈리 (Ned Kelly)>,
<기사 윌리엄>에 이어 또 한번 섀넌 소사이먼과 호흡을 맞춘 호러물 <씬 (The Sin Eater, The Order)>등에
출연하였고, 2005년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The Brothers Grimm)>에
맷 데이먼과 함께 출연하면서 다시 한번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림형제>에서의 그의 연기와 캐릭터는
좋았지만, <네드 켈리> <씬> <포 페더스>등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가 사실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기사 윌리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를 알린 작품이
바로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이었다.




이안 감독의 2005년 작인 이 영화에서 히스 레저는 상대역인 제이크 질렌할과 이성을 뛰어넘는 사랑의 감정을
연기하며 수 많은 유수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그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다크 나이트>를 아직 보지 않은 가운데)가장 인상적으로 감상한
작품이었으며, 연기면에서도 히스 레저를 그저 관심갖던 배우에서 좋아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한 작품이었다.
당시로서는 20대 중반을 조금 넘긴 그가 노년까지 소화해야하는 에니스 델마 역할을 얼마나 완벽하게 소화하였는지, 그리고 그 억양과 감정을 억누르는 절제의 연기는 작품이 주는 감정을 극대화해주기에 충분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상대역으로 만난 미셸 윌리엄스와는 결혼하여 예쁜 딸을 낳아 잘 지내는 듯 보여
좋았었지만(개인적으로 미셸 윌리엄스도 좋아했기에 둘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었다),
얼마가지 않아 결국 이혼을 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브로크백 마운틴>이후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카사노바 (Casanova)>에 출연하였고,
이후 많은 팬들이 최고로 기대하고 있던 <배트맨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와 밥 딜런의 관한
음악 영화인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에 출연하여, 다시 한번 <브로크백 마운틴>에
버금가는 연기가 기대되던 때였다.



워낙에 큰 관심이 <다크 나이트>로 몰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와 버금갈 정도로 <아임 낫 데어>에서의
히스 레저를 기대하고 있었다.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 블랑쳇, 마커스 칼 프랭클린 이 각각 자신만의 밥 딜런을
연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하는 밥 딜런은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물론 <아임 낫 데어>는 곧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하여 만나볼 수 있겠지만, 이런 슬픈 소식을 듣게 된 이후라
작품과는 별개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
이제는 그의 유작이 되어버린 작품.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연기한 캐릭터 '조커'.
다행히도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다크 나이트의 촬영이 모두 종료된 상황이라 영화에는 지장이 없을 듯
하지만, 그가 떠난 지금에도 단순히 영화가 제대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에나 관심이 있는
내가 미워질 정도다. 그의 마지막이 조커라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나도 많은 젊은 배우였고, 또한 초 기대작이었던 두 작품을 연달아 내어놓으며
히스 레저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각인시켜줄 준비를 마쳤던 그 이기에 그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도 아쉽게만 느껴진다. 분명히 히스 레저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연기보다 앞으로 보여줄 연기가
훨씬 기대되는 배우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 그를 기쁜 마음으로 곧 극장을 찾아 확인해볼 참이었는데,
이제는 <아임 낫 데어>와 <다크 나이트>를 모두 단순하게만 즐길 수는 없게 되었다.

참....
너무나도 안타깝다.

Adios, Rest In Peace
Heath Ledge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Filmography

1.  배트맨 비긴즈 2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 조커 역  2008
2.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 밥 딜런 역  2007
3.  캔디 Candy - 댄 역  2006
4.  카사노바 Casanova - 카사노바 역  2005 
5.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 에니스 델마 역  2005 
6.  독타운의 제왕들 Lords Of Dogtown - 스킵 잉브롬 역  2005 
7.  그림 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The Brothers Grimm - 제이콥 그림 역  2005
8.  네드 켈리 Ned Kelly - 네드 켈리 역  2003
9.  씬 The Order 2003
10.  포 페더스 The Four Feathers - 해리 페버샴 역  2002 
11.  몬스터 볼 Monster's Ball - 소니 그로토스키 역  2001 
12.  기사 윌리엄 A Knight's Tale - 지붕 수리공 아들 윌리암 역  2001
13.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 The Patriot - 가브리엘 마틴 역  2000
14.  투 핸즈 Two Hands 1999
15.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 - 패트릭 버로나 역  1999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Brokeback Mountain, 2005
 
이안 감독의 최신작이며, 이미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등
여러 단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라 잔뜩 기대했던 영화.
 
9시반이 넘은 시각, 그리 많지 않은 관객만이 함께한 채 관람했던 영화.
 
뭐, 처음에 알려진대로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를 소제로 한 영화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동성애'는 그저 '소제'일 뿐이지
결코 '주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애를 다룬 것이라 처음 접할때 다른 작품보다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말 그대로 소제였을뿐,
남자와 여자와의 사랑이야기가, 남자와 남자와의 사랑이야기로
그려졌을 뿐, 어차피 똑같은 러브 스토리이다.
 
Brokeback Mountain에서 두 주인공은
대자연 속에서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영혼의 안식을 마음껏 누리지만,
산을 내려온 뒤의 삶은 에니스와 잭 모두에게
그저 잔혹한 현실일 뿐이었다.
 
잭은 세상에 틀을 깨고 이상향으로 나아가려는 용기를 냈지만,
결국 에니스는 현실에 붙들려 용기를 내지 못했다.
잭이 떠난뒤 그의 흔적들을 찾아낸 에니스가
슬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잭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지 못했던 후회가 컸기 때문이었을터.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잭의 시골집 방에서 피묻은 셔츠가 고이 간직된 것을 보았을때
어쩔 수 없이 슬퍼질 수 밖에 없었다.
 
이안 감독의 능력은 사실 <와호장룡>때 보다 이 영화에서 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와호장룡>은 중국인으로서 자문화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자신있게 풀어감으로서 플러스 요인이 있었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6,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완전 미국식 배경과 가치관등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이안이 감독인 줄 몰랐던 관객들이라면
동양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사실 이안 감독은 이미 <센스 앤 센스빌리티>를 통해 이러한 편견을
무마해버린지 오래이긴 하다.
<기사 윌리엄>을 볼 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이 남자가 이런 배우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잘하면 이런 류에 비슷한 틴에이지 팝콘영화를 몇 편 더
찍을 지도 모르겠구나...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림 형제>같은 작품에
출연한 것을 보고는 조금씩 견해를 달리하게 되었으나 이번 작품을 통해
확고하게 이 남자, 히스 레저가 분명 배우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내가 제대로 본 영화라고는 <투모로우>밖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기대가 되는 배우중에 한명이었다.
역시나 그 기대는 이번 영화를 통해 확실히 입증되었으며,
히스 레저와 함께 단숨에 배우로 인정받게 되었다.
(역시 배우는 작품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또 하나의 손꼽히는 러브 스토리이자
현실과 이상향 속에서 갈등하고 결국 그 속에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던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안타까운 두 남자의 이야기는 엔딩 크래딧을 다보고
극장에 불이 켜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남겼다.
 
 
 
글 / ashitaka

p.s/1. 의도는 아니었으나 <메종 드 히미코>이후에 바로 또 이 영화를 보게 되어
누군가에게 내 성향이 의심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윽...--;
 
2. 엔딩 크래딧에 윌리 넬슨의 곡 뒤에 흐르던 곡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Rufus Wainwright의 곡이었다. 동성애를 소제로 한 영화에 그가 곡 작업을
했다는 사실도 재미있는 일인듯;
 
3. 로린 역의 앤 헤서웨이의 연기도 헤어스타일과 더불어
꽤 멋졌다 ㅋ,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알마 역할을 맡은 미쉘 윌리엄스라는
배우가 더욱 마음에 든다...(근데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나와 동갑..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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