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The Boy and The Beast, 2015)

'혼자'와 '함께'가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에 대해



갈 곳을 잃고 시부야의 뒷골목을 배회하던 9살 소년 ‘렌’은 인간 세계로 나온 괴물 ‘쿠마테츠’와 마주치게 되고, 그를 쫓다 우연히 괴물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쿠마테츠’에게 ‘큐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소년은 그의 스승을 자처한 ‘쿠마테츠’와 함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지만 너무도 다른 그들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며 변해가고, 진정한 가족의 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어느 새 훌쩍 커버린 ‘큐타’가 인간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출처 - 다음영화)


전작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를 통해 어머니의 모성에 대한 더 완벽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려냈던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The Boy and The Beast, 2015)'는 넓은 의미에서 역시 전작인 '썸머워즈 (サマーウォーズ Summer Wars, 2009)'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늑대아이'의 주제를 또 한 번 확장시킨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판타지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또 한 번 사랑,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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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괴물의 아이'의 플롯은 같지만 다른 두 인물이 서로에게 자극 받아 동시에 성장하는 익숙한 드라마의 성격을 갖고 있다. 갈 곳을 잃고 외톨이가 된 소년 렌과 역시 자신의 세계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한 편으론 스스로 외톨이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쿠마테츠는 우연히 만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게 되면서 각자 조금씩 성장해 간다. 여기서의 성장이란 단순히 세상과의 소통하는 법이나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 받은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버려지거나 소외된 존재라는 점을 들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닫혀 버린 마음, 즉 혼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기 방어적인 가치관이 서로로 인해 조금씩 변해 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여기에 호소다 마모루 만의 포인트는 역시 '가족'이다. '늑대아이'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어머니인 하나가 스스로 어머니로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였던 것처럼, '괴물의 아이' 역시 렌과 쿠마테츠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가족의 탄생 혹은 가족애를 문제 해결의 중심으로 정한다. 전혀 다른 인물들이 서로에게 자극을 받아 동반 성장하는 이야기는 한 편으론 아주 익숙한 구조인데, 여기에 호소다 마모루가 선택한 가족이라는 테마는 그 역시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늑대아이'에 이어 또 한 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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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는 '괴물의 아이'에서 아주 직접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택하는데, 이를테면 인간의 어두운 면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슴에 구멍이 뚫리거나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의 치유 방식과 같은 것은, 아주 직접적인 방식이지만 어쩌면 애니메이션에서만 표현 가능한 형식으로 메시지 전달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나쁜 생각 혹은 큰 상처를 받았을 때의 자신이 그 자리에 그대로, 그 때의 감정으로 남게 되어 스스로를 앗아가게 된다는 설정은 메시지적으로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작품 내내 꺼내들었던 허먼 멜빌의 '모비딕 (백경)'의 비유 역시 아주 직접적인 비유였다고 생각되는데, '모비딕'의 이야기가 결국 상대와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괴물의 아이' 역시 앞서 말한 악한 감정으로 남게 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여기서 '괴물의 아이'가 더 좋았던 건 결국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결국은 모든 것을 홀로 해내려 하지 말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의 손을 뿌리치지 말고, 특히 가족이라는 존재가 자신 과의 싸움에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 내 편인지,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터 문구인 '함께라면 모든지 할 수 있어!'라는 말은 정말 대책없이 긍정적이고 뻔한 말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왜 함께라면 모든지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는, 아니 그렇다는 것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믿고 있는 영화다. 그리고 그 영화의 믿음이 이야기의 힘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 '괴물의 아이'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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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교가 큰 의미는 없겠지만 어쩔 수 없이 해보자면 '괴물의 아이'는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썸머워즈'와 '늑대아이'를 적절히 융합한 작품이다. 즉, 어느 작품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앞선 두 작품을 먼저 이야기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아쉬운 점들도 있었지만 (이 대부분의 아쉬움은 모두 엄청난 전작들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함께와 가족에 대한 메시지는 이번에도 강렬했다. 자, 이제 다음 작품은 다시 '시달소' 같은 작품 한 번 만들어주세요.



1. 이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들 중 하나는 바로 렌의 엄마가 등장하는 장면이었어요. 몇 장면 안되고 매우 짧지만, 없으면 안될 만큼 중요한 장면이었기에.


2. 또 하나 좋았던 캐릭터는 이오젠의 아들 캐릭터. 여기서도 호소다 마모루의 성격을 알 수 있어요. 뭐 하나 나쁘기만한 캐릭터가 없죠.


3. 이 영화는 국내 개봉이 언제 될지 몰라 일본서 개봉했을 때 일찍이 보러 갔었는데, 처음 보고 바로 든 생각이 '아, 신주쿠가 배경이네..., 여기 또 다 다녀와야 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이랄까. 실제로 이미 몇 군데는 다녀왔던 곳들도 있어서 루트가 바로 머릿 속에 그려지던...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주)얼리버드픽쳐스 에 있습니다.






2013.03.23 ~ 25 TOKYO

#1 늑대아이를 찾아서



지난 3월 내게는 아주 의미있고 중요한 여행이었던 도쿄 여행. 떠나기 전에 몇 가지 계획 한 바가 있었는데 하나는 국내 출시될 (현재는 출시되었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수록될 실제 장소 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매우 개인적이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일생일대의 프로포즈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나혼자 이것저것 준비하고 계획 짜고 정말로 바쁜 회사 생활 중에 겨우 금요일 하루를 휴가내어 햇수로 3년 만에 다시 도쿄를 찾게 되었다.


이 여행기는 기본적인 여행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므로 '늑대아이'와 관련된 본격적인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74






요 몇 년간은 일본 여행을 죄다 저가 항공으로만 가다보니 오랜만에 탄 아시아나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ㅠ 내 첫 일본 여행은 JAL을 타고 다녀왔었는데, 그 때는 아마 그 이후로 이렇게 저가항공만 타게 될 줄은 몰랐겠지... 어쨋든 오랜만에 좌석에 화면도 구경하고 (최신 영화들도 많았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 더빙 판으로 조금 봤음), 자리도 넓어서 다리도 쭉 뻗고 ㅎㅎ






역시 오랜만에 저가항공이 아닌 비행기를 타서 좋았던 건 기내식. 특별히 맛이있다기 보단 기내식이라는 흥분됨과 따끈함이 맞물려 알파의 맛을 내는 듯. 항상 그렇지만 기내식을 다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듯. 빵은 그대로 남겼다가 나중에 먹어야지 하는데, 결국 나중에 안먹는다는 경험 덕분에 이번에는 아예 가방에 넣지 않았음.







그리고 도착한 숙소. Tokyu Stay 니시신주쿠였는데, 일본 숙소가 평균적으로 정말 작다는 걸 감안하면 이번 숙소는 지금까지의 여행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수준. 이 정도면 방도 넓고. 단 역시나 2층이다보니 뷰는 없는 걸로.









기존 갔었던 숙소와 또 다른 점이라면 레지던스 호텔이라는 점인데, 나름 세탁기도 한 번 써봤고 (엄청 시끄러워서 잠 못잠 --;;), 전자렌지도 활용해보고. 뭐 이 정도면 니시신주쿠 역과도 멀지 않고 깨끗해서 만족.






도큐스테이 호텔 앞 풍경들. 예전에 갔던 숙소들은 호텔 앞 풍경들이 다 괜찮아서 외울 정도였는데 여긴 너무 평범해서 외우지는 못할 듯.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근처에 대형 편의점이 없다는 점. 일본 여행의 백미는 역시 늦은 밤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를 구매해서 숙소에 돌아와 먹는 야식이다보니.






숙소에 짐을 내려두고 해가 지기 전에 바로 '늑대아이' 관련 취재를 하러 나섰는데, 첫 번째 장소이자 이 날의 마지막 장소는 바로 중앙선 구니타치 역 근처였다. 이 곳에 있는 히토츠바시 대학을 가려고 오게 되었는데, 내리는 순간 흐드러지게 만발한 벚꽃에 바로 넋을 잃고 말았다. 이 때만해도 아직 한국에는 벚꽃이 피기 전이었는데, 여긴 정말 '늑대아이'와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은 와볼 만한 벚꽃 명소였다. 거리를 수놓은 벚꽃 가로수는 그야 말로 장관.







벚꽃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쯤, 작품 속에 등장했던 과자점 발견! 본래는 저녁을 먹고 와서 이리로 다시 돌아와 커피 한 잔 하려고 했었는데, 스케쥴이 맞지 않아 결국 안에서 사먹는 건 못했다.








여기저기 '늑대아이'의 흔적을 뒤적거리며 거리를 천천히 걷기를 20여 분. 드디어 히토츠바시 대학 입구에 서게 되었다. 이 날은 마침 졸업식날이어서 졸업식을 끝내고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졸업생들과 가족 일부가 사진 촬영을 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히토츠바시 대학은 대학 일부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할 만큼 고풍스러운 양식의 건출물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본 게임이 '늑대아이'이다보니 이와 관련된 장소들을 찾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그리 여유롭게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학교와 구니타치 역 근처의 '늑대아이' 실제 장소들을 만나 흥분하며 사진에 담은 뒤, 슬슬 고파오는 배를 채우러 근처 식당에 도착.






저렇게 하나씩 시켰는데, 일단 아래 내가 시킨 제육 비스므리 한 건 그림과 달라서 실패! 그래도 '밥'이 맛있어서 먹는 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아, 여기서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주문받고 계산하시는 여점원 분이 일본인이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오버스러운 하이톤의 극친절이었던 것. 식당을 나오며 '어디나 돈 버는 건 참 힘든 일이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슬슬 해가 지고 있었고, '늑대아이' 실제 장소의 백미이자 사실은 그 보다 더 중요한, 개인적으로 프로포즈의 장소로 점찍어 두었던 영화 속 '고백의 언덕' 찾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의 실제 장소 찾기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었는데, 주소도 한 줄 없어서 아이패드를 통해 구글 위성지도를 확인하고 등고선 등을 봐가며 언덕을 찾아 한참을 찾아 해매였다. 거의 못 찾을 수도 있겠다싶어, '늑대아이'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 고백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지를 걱정하고 있던 그 때. 기적같이 짠 하고 나타난 고백의 언덕.






힘겹게 찾은 동시에 떨려오는 마음. 미리 준비해두었던 반지를 코트 주머니로 옮겨 담고, 준비했던 말을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를 굴리기 시작. 하지만 머리 보단 심장이 더 빨리 구르기 시작하고, 아닌 것처럼 다른 말로 시작. 본래 계획과 100% 동일한 실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90% 정도는 계획대로 이야기했고, 나머지 10%는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좋았다. 그냥 계획한 건 '짠~'하면 '짠!'하고 끝나는 영화 같은 구성이었는데, 현실은 '음......짠~' 했고, 그 이후는 8년 넘게 사귄 커플 만이 아마도 할 수 있을 법한 대화를 한참 나눴다. 결과적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고백의 언덕 바로 옆에 위치한 저 벤치. 일본이 침몰하거나 자연재해로 사라지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꼭 이 곳을 다시 찾아와 지금을 추억하며 또 한참을 얘기하면 좋겠다.






그렇게 다시 언덕을 내려와 구니타치 역으로. 위의 장면은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cm'의 한 장면 같이 나왔다.







이제는 익숙한 신주쿠의 풍경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오모이데요코쵸에서 맥주나 한 잔 할까 싶었는데, 다들 자리가 북적여서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는 걸로.







좁은 가게에 가득가득 사람이 들어차 있는데, 분위기 좋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2009년에 갔던 오모이데요코쵸 방문기는 여기로 (http://www.realfolkblues.co.kr/1125)






오모이데요코쵸를 지나 숙소 근처에 이자까야를 찾았는데, 재미있는 건 여기가 몇 년 전 도쿄에 왔을 때도 왔던 집이라는 것. 그 때랑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테이블에 앉아 모니터로 주문하는 것에 제법 익숙해졌다는 것이고, 그 때와는 달리 졸업시즌이라 통째로 단체 손님이 있는 바람에 엄청 시끄러웠다는 점. 결국 간단하게만 먹고 바로 나왔다.


2010년 이 가게를 왔을 때의 리뷰는 여기 (http://www.realfolkblues.co.kr/1382)

심지어 2010년과 똑같은 안주를 시켰어 ㅋㅋ







일본에서도 역시나 걷기 좋아하는 이 커플은, 또 한참을 걷고 비를 피하기를 반복, 숙소 앞에 도착. 숙소 앞 편의점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들 구입.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그리고 역시나 많이 걸었던 도쿄에서의 첫 날은 이렇게 마무리.

2탄에 계속...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지난 4월 30일 국내 정식으로 출시된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이렇게 블루레이에 영화 글을 수록한 것도 이제 제법 여러 타이틀이 되는데요, 아마 그 가운데 가장 처음부터 공을 들인 타이틀이라면 단연 '늑대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인 것은 물론, 정말 운 좋게도 관련해서 여러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가운데 첫 번째는 국내 정식으로 출시된 사운드트랙에 해설지를 쓸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이 역시도 단순히 해설지만 쓴 것이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 조금이나마 의견을 드릴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던 일이었어요.




'늑대아이' OST가 국내 정식 발매됩니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55







'늑대아이' 블루레이는 제작 초기 부터 조금이나마 관여를 할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본 작품을 라이센스로 발매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도 옆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작권에 특히 까다로운 일본이기에 예상은 했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가이드와 방식에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기도 했어요 ㅎ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타이틀이기에 만족감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타이틀인 것 같구요.






제 글은 블루레이 한정판에 함께 수록된 'Collector's Guide Book'에 수록이 되었습니다. 이 가이드북도 본래 기획 단계에서는 더 많은 글들과 한국판 만의 메리트가 가득한 구성이었는데, 조금은 아쉽지만 일본반 블루레이와 유사한 구성으로 발매가 되게 되었습니다. 뭐 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역시 지난 3월 직접 일본에 가서 취재해 왔던 실제 장소 방문기가 최종적으로 빠지게 된 것이겠지요. 사실 이 가이드북 원고 제작만을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라 (물론 매우 중요했지만) 사비로 겸사겸사 떠났던 여행인지라 결정적으로 아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기에 이 공식적인 타이틀에 제 글이 수록된다는 것은 사운드트랙과 마찬가지로 정말 영광스럽고 뿌듯한 일이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수록이 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한 동안 좀 멍해지긴 하더라구요 ㅠ






20page 분량의 여행기는 수록되지 못했지만 영화 관련된 제 글은 그대로 수록이 되었습니다. 보통 같았으면 이 것 만으로도 엄청난 자랑거리로 생각했을텐데 아무래도 여행기의 수록이 확정이었다 보니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순 없네요 ^^; 이미 제 블로그를 통해 공유해 드린 바와 같이 이 여행기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는 제 블로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74






제 글 외에는 김세윤 방송작가의 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세계'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코 그렇게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글이었죠 ^^;


아, 그리고 미처 소개를 못했었는데 역시 최근 국내 출시된 '러브레터' 블루레이에도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따로 또 글을 쓰긴 뭐해서 여기에 같이 소개합니다~






'러브레터'는 이번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오랜 만에 다시 보았는데, 여러가지 다른 의미로 좋은 영화였어요. 그 의미에 대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기억에게 묻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겨보았습니다.






이렇게 '늑대아이' 블루레이 타이틀과 '러브레터' 블루레이까지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다음 제 글이 수록될 블루레이 타이틀도 2개 정도 확정이 된 상태인데, 블루레이를 구입하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괜찮은 글을 써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

정말 항상 감사드립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본래 이 글은 오늘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수록된 Collector's Guide Book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본 원판권사인 '스튜디오 치즈' 측의 컨펌 과정 중에 "영화 '늑대아이'가 세계 어디에서나 혹은 불특정 다수의 누구에게든 공감될 수 있는 보편적인 판타지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의도에 따라, 촬영지의 세세한 정보가 실명으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서 작품의 연출의도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우려된다는 판단으로 최종적으로 아쉽지만 수록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타이틀을 받아 든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라도 '늑대아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제 글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 부족한 글이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장소와 그 느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정성껏 써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도 본문 전체를 확인하실 수 있으며, 블루레이 소책자 수록을 위해 제작한 디자인이 완료된 버전도 PDF파일을 통해 직접 확인하실 수 있도록 제공을 하려고 합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소책자에 수록 예정으로 제작된 최종본의 디자인 파일을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하나 컬러로 출력해서 별도로도 소장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늑대아이 _ 그 곳을 가다 (PDF파일 다운받기 / Dropbox)

https://www.dropbox.com/sh/cf6q3egmynnxtb7/WoIMP5P5SX


* 접속하신 뒤 파일명을 클릭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으며, 우측 상단의 '다운받기'버튼을 통해 파일로 다운 가능합니다.

(현재는 종료되었습니다 ^^;)



그럼 '늑대아이'와 제 글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도 함께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를 너무나 감명 깊게 본 나머지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여기저기 찾아보던 중, 영화 속에 등장한 대부분의 장소들이 실제 존재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가는 꼭 한 번 찾아가봐야지 하고 무작정 세웠던 계획을, 국내 블루레이 출시에 맞춰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벚꽃 시즌이던 지난 3월 22일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늑대아이'의 배경이 된 곳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는 하나와 그가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고, 유키와 아메를 낳고 시골로 이사가기 전까지의 배경이 되는 도쿄이며, 두 번째는 시골 마을이 주된 배경이 되는 도야마현이다. 도야마현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데, 이번 여행에 도야마현까지 정말 가고 싶었지만 도쿄와 도야마현을 짧은 일정에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너무 무리라 결국 눈물을 머금고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적지만 중요한 실제 장소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사실 여행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 장소를 찾는 여정이 그리 쉽지 만은 않았다. 히토츠바시 대학처럼 유명한 곳이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몇몇 장소는 주소 정보도 없고 그 장소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찾기 힘든 평범한 장소인 경우라서 위성 사진은 물론, 실시간으로 현위치와 비교해가며 찾는 등 적지 않은 발품을 팔아야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가 영화 속 장소와 장면을 딱 만나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길을 찾으며 흘렸던 땀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큰 것이었다. 



1. 하나와 그가 다니던 대학교 가는 길


가장 처음 찾은 곳은 하나가 처음 그를 만난 곳이자 같이 수업을 듣기도 했던 장소인 히토츠바시 대학교였다. 히토츠바시 대학은 이번에 알게 되었지만 오래된 유럽풍의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실제로 학교의 일부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유서 깊은 곳이었다. 중앙선 구니타치역에서 내려 남쪽 출구로 나와 대학교 쪽으로 걸어내려 오면 영화 속에 등장한 몇몇 장소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일단 내리자마자 오른 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Coffee 白十字 Cake'라는 간판의 과자점이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너무 쉽게 각인되었던 간판이라 실제로 보는 순간 '아, 내가 진짜 늑대아이 속 장소에 와 있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가게 앞에는 '늑대아이' 포스터가 붙어 있기도 했는데, 영화 속에서 봤던 장면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이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놀랐던 건 단순히 실제 배경에서 착안하여 만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실제와 99% 동일한 모습을 극중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과자점은 물론 그 주변의 가게들과 벤치들까지 완전히 동일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 변한 것 외에는 거의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과자점을 찾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그 반대편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극 중에서 하나가 바로 반대편의 시점에서 이 가게 앞에 서 있는 그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 구도까지도 맞을까 했었는데...







정말로 과자점이 바라다보이는 장소엔 그 전화기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소름이 돋기 시작했는데, 이 장면에서도 자세히 보면 그냥 전화기가 여기 있었다 라는 정도가 아니라, 전화기와 주변의 디테일한 디자인은 물론, 그 뒤로 보이는 건물들까지 그대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낮시간에 방문하여 영화 속에 등장한 밤시간과의 싱크를 맞추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일본에서의 시간이 하루 이틀만 더 있었더라도 극 중의 시간과 맞췄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런 실제장소와 영화 속 장면의 디테일은 거리를 묘사한 장면에서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장면은 하나가 대학교로 걸어가는 장면인데 아래의 실제 장면과 비교하면 정말 있는 그대로를 그렸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세워둔 자전거들의 위치나 가로등과 가로수의 구도야 말할 것도 없고, 왼쪽의 빨간 소화전이라던가 그 뒤에 보이는 복숭아가 그려진 간판까지 완벽하게 일치한다. 계절이 달라 푸른 잎이 아닌 벚꽃이 핀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길의 풍경은 영화 속 장면 그대로였다.






조금 다른 앵글로 잡기는 했지만 신호등과 시계 그리고 가로등까지도 실제 장소와 동일한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면 이 뿐만 아니라 역시 왼편 아래의 공중전화박스나 멀리 보이는 복숭아가 그려진 간판, 그 앞에 빨간 간판과 파이프 담배가 그려져있는 간판까지도 묘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 그와 하나가 처음 만난 대학교






영화 초반 등장하는 주요 배경이자 하나와 그가 처음 만나 감정을 키우는 곳인 대학교는 히토츠바시 대학이다. 방문했던 날은 마침 졸업식 날이었는데, 4시가 지난 시간이라 이미 대부분의 졸업인파는 학교를 떠났고 몇몇 만이 남아 사진 촬영 등을 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히토츠바시 대학은 고풍스러운 건축양식으로 일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장소였는데, '늑대아이'가 아니더라도 한 번 쯤은 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이 곳 저 곳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졸업식이 끝난 직후라 대부분의 강의실이 닫혀 있고 인적이 이미 조금 드물어진 시간이라, 영화 속에 등장했던 강의실이나 식당을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나가 학교에 올 때와 그가 강의실을 떠날 때 넘어지는 아이를 일으켜주던 장면에서 등장하던 커다란 입구 역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면 더 완벽했겠지만 이번 '늑대아이' 여행은 최대한 실제 장소에 피해를 주거나 부담을 주지 말자는 것 (소란스럽게 한다거나)이 또 다른 목표였기 때문에 일부러 학생들이 나가고 닫혀 있는 문을 억지로 열거나 하지는 않았다. 실제 장소에 다녀온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극중 장면에서 입구 저 멀리 보이는 풍경까지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하나가 걸었던 길을 걸어 조금 더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향은 위와 아래로 다르지만 하나가 처음 그에게 말을 걸었던 그 계단도 찾을 수 있었다. 새로로 길게 뻗은 창문 덕에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극 중 등장한 창문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양의 창문은 반대편의 계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교내의 모습들도 극중에 등장한 것과 동일한 앵글로 촬영하고 싶었는데, 졸업식 후 이미 대부분이 떠난 뒤라 불이 꺼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의외의 수확이라면 이 도서관 입구를 찾은 것을 들 수 있겠다. 이번 여행에 앞서 이미 일본 내의 마니아들이 실제 장소를 탐방한 뒤 기록해 둔 사이트를 참고하였는데, 대부분의 장면과 장소를 찾아낸 이 사이트에도 없는 도서관 장면이라 더욱 반가웠달까. 물론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들어가지는 못했고 입구의 촬영도 실례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진행하기는 했지만, 기존 자료에도 없던 곳을 담아낸 터라 좀 더 의미 깊은 순간이기도 했다.






아마도 극 중에 나온 장면은 2~3층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촬영한 곳은 1층의 모습이다. 저렇듯 졸업식으로 불이 대부분 꺼져 있는 어두운 분위기였다.



3. 하나가 일하던 세탁소








하나가 일하던 세탁소는 학교에서 나와 다시 구니타치 역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구니타치 역 남쪽출구로 나와 동쪽으로 100미터 정도를 들어오면 왼편에 커다란 주황색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 당시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터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로고나 유리 창의 모습, 들여다보이는 내부의 모습까지도 극 중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놀란 점들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장소만큼이나 그 주변의 묘사가 정확하다는 점인데, 이 세탁소 역시 그 옆 가게들의 묘사와 오른 편의 돈카츠를 파는 가게의 광고판까지도 그대로 묘사되어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마 실제로 옷을 맡겨보거나 하는 시도까지는 하지 못했다 ㅎ



4. 하나와 그가 헤어지던 다리





그가 하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려다가 머뭇거리고 말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그 다리도 실제 존재하는 장소였는데, 이 곳은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북쪽 출구로 나와 도보로 약 7~10분 정도를 걸어오면 발견할 수 있다. 이 다리는 극 중에서 보았던 느낌과 실제의 느낌이 가장 차이가 나는 장소였는데, 일단 실제 다리는 파란 색의 기둥과 난간이 인상적이었지만 극 중에서는 흰색 혹은 회색으로 묘사되고 있기도 했고, 다리 난간에 물고기 장식도 극 중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 이곳이 맞는지 여러 번 확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다리 주변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실제 장소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이 다리는 이 후 하나가 빗속에서 그를 발견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등장하는데, 실제로 보니 극 중에서 등장한 앵글이 실제 장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장면으로 보면 왼편과 오른편의 건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인데 이 건물들을 다리 위에서 보았을 때 저 정도 거리에 위치하려면, 건물 하나의 거리 정도는 다리가 앞서 위치해야 가능한데 조금은 원하는 구도로 수정을 거친 듯 했다.




그리고 영화 속 장면과는 다르게 그 위치에는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고, 다리와 바로 붙어서 사다리가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여기서 한 참을 서서 다리 아래를 바라보다가 다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5. 그를 찾아 해매는 하나





비가 내리던 날 그가 돌아오지 않자 유키와 아메를 들쳐 메고 그를 찾아 나선 하나. 이 때 등장하는 장소는 약 두 곳인데 두 곳 모두 역시 실제 존재하는 장소였다. 우산을 쓰고 뒤를 돌아다보던 고가는 미타카 역 근처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중앙선 미타카 역 북쪽 출구로 나와 중앙선 선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10분 정도를 걸어오면 바로 그 고가와 통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 곳도 주소 등이 정확하지 않아 (이번 여행에서 주소가 확실한 곳은 사실 한 곳도 없었다) 미타카 역에 내려 고가를 따라 마냥 걸어서 확인할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그 장소에 도착하면 그 주변의 디테일까지 그대로 묘사한 장면 탓에 쉽게 그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고가 아래 장소 역시 고가가 통과하는 다른 여러 장소 중에 이 곳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건, 그 주변의 철망이라던가 나무 등의 정확한 묘사 때문이었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경사진 골목은 미타카 역 근처가 아니라 앞서 소개했던 '하나와 그가 헤어지던 다리' 근처였는데, 니시오기쿠보 역에서 그 다리를 지나 하류 쪽으로 내려오다보면 또 다른 다리가 등장하는데 그 다리에서 우측으로 살짝 방향을 틀면 바로 위의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곳은 다른 장소들 가운데서도 싱크로율이 특히 높은 곳이라 보는 순간 '여기다!' 하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 내용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실제 장소들을 확인하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 점은 하나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를 찾아나설 때의 동선은 물론이고, 하나와 그가 어디서 만나서 어디서 데이트를 했는 지를 직접적인 동선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추가적인 매력이었다.




6. 고백의 언덕






그가 하나에게 처음 마음을 고백하고, 이후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보여주기도 한 곳으로 연결되는 일명 '고백의 언덕'은 이번 늑대아이 여행에 핵심이었다. 이번 여행을 처음 계획하게 된 것도 바로 고백의 언덕에 가고자 함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인 만큼(?) 가장 찾기 힘든 장소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이 가장 찾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장소들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평범한 장소이고 또한 완전한 주거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별로 접근할 기회가 없어서였다. 실제로 이 곳에 대한 정보라고는 구니타치 역 북쪽 출구로 나와 동쪽 방향이라는 것과 주거 지역이라는 것 뿐이었는데, 이 곳을 찾기 위해 위성지도와 실시간 위치 파악까지 해가며 조용한 동네의 어두운 골목과 언덕들을 수없이 오르내려야만 했다. 





(위 장면에서 그와 하나는 위 사진 속 풍경을 보고 있었다고 보면 되겠다)


이 곳의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일종의 배려 처럼 느껴졌다. 이 곳은 주거지역, 그 가운데서도 정말 조용한 지역이라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상 올 일이 없어 외부인이 오면 바로 주목을 받게 될 정도로 고요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는데 (속삭이듯 말해도 멀리서 들릴 정도), 그렇기 때문에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고 이 곳을 이미 다녀온 현지 마니아들도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올까봐 주소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듯 싶었다. 


이 곳에 대한 힌트 가운데는 시 경계가 지나고 있어 언덕 위와 아래의 멘홀을 만든 곳이 다르다는 정보도 있었는데, 제법 유용한 정보였다. 정말 한 참을, 하지만 조용히 헤맨 끝에 찾은 고백의 언덕은 그래서 더 값지게 느껴졌고 뭉클함 마저 밀려왔다. 






고백의 언덕의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이라면 단연 저 음료수 자판기를 꼽을 수 있을 텐데, 실제로 빨간 색의 자판기가 환하게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참고로 다른 곳은 일부러 시간을 맞추지 못했지만 고백의 언덕 만은 극 중과 최대한 동일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조명이 켜진 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진과 장면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어렵게 찾은 곳인 만큼 한 참을 계단 밑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그리고 '늑대아이' 속 장면을 떠올리며 그렇게 앉아 있었더랬다. 참고로 그가 하나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공터는 지금은 다른 건물이 들어선 상태라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이 계단을 올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언덕을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극 중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던 컷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건물과 나무에 대부분 가려 실제로는 건널목 등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주변을 충분히 둘러보고 빨간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을 하나 사서 마신 뒤, 언덕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밤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도쿄에서의 짧은 '늑대아이'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글의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극 중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도야마 현을 가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도야마 현에 가서 아메와 유키가 하나와 함께 힘들지만 행복하게 지내던 곳곳을 둘러 보고 싶다는 바램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겼다. 이렇게 또 '늑대아이'는 내 인생에 있어 더더욱 지울 수 없고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비단, 이 고백의 언덕에서 나도 '늑대아이'의 그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평생을 준비해왔던 말로 청혼을 해서 만은 아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작품 속 캡춰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스튜디오 치즈' 및 한국내 수입사 '(주)얼리버드픽쳐스에 있으며, 
글의 실제 장소를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은 아쉬타카에게 있습니다






지난해 부터 오랫동안 흠뻑 빠져 있는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늑대아이'. 워낙에 빠져 있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된 OST에도 참여하여 해설지도 쓰게 되었고, 곧 발매 예정인 블루레이에도 이렇게 저렇게 참여를 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원래도 가득하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곱절로 깊어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바로 그 애정이 이러한 지름의 산물을 당도케 했다.





요새 아마존 재팬은 정말 빠르더라. 주문한지 이틀 만에 도착. 여유 있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빠르게 도착해서 오히려 당황. 2000년대 초기 처럼 7~800원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1100원대의 요즘 환율만 되어도 행복한 수준. 위의 아이템은 아트북 형태의 책인데, 크기도 상당하고 내용도 많은 편이다. 사실 이 아트북을 사게 된 것은 내가 디자인 학도라서 구매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팬심으로 사기는 했지만 혹시 실제 모티브로 삼은 장소들에 대한 자료들이 있을까 해서 선뜻 구매했는데, 이와 관련된 정보는 전혀 없었다;; (아래에 나올 예정인 아이템도 마찬가지).

아트북 답게 기본적인 내용은 색감이나 조도, 컬러 등 디자인 적인 측면에 대한 요소이지만, 꼭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 입장이 아니더라도 구매하기에는 충분하다. 팬심은 모든 것을 극복하니까.







보고만 있어도 훈훈해 지는 아트웍들. 일본어를 몰라도 상관 없다. 물론 읽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정보가.










미술이나 애니메이션이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아트북은 200%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아이템일 듯 하고, 그렇지 않고 단순히 나처럼 '늑대아이'가 좋아서 구매하는 이들에게도 소장용으로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추가적인 이미지가 더 있다기 보다 하기보다는 본편에 등장하는 장면들에 대한 디자인적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이것도 일종의 화보집? 아트북? 인데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장면 장면을 해설하고 있다. 즉, 영화를 안보고 보게 되면 100% 스포일러.






사실 둘 중에 하나만 구입해도 무방할 것 같기는 한데, 팬이라면! -_-v





하나 역을 연기한 미야자키 아오이를 비롯해 연기자들의 인터뷰도 담겨 있고.






저 시골에서 지금도 살고 있는 듯한 포스를 풍기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의 모습과 인터뷰도 수록되었음.





그리고 국내에 곧 출시예정이기는 하지만 소장용으로 질러버린 일본판 블루레이.





초회판에는 저렇게 작은 책자와 함께 필름컷이 추가로 수록되었다.







내게 들어 있는 필름컷은 넓은 마루를 배경으로 한 어린 유키가 나온 장면.








여기에 일본반 OST와 국내에 발매된 OST까지 더하니 뭔가 풍성한 느낌인데, 곧 국내에 출시될 블루레이까지 더해지면 더 완벽한 늑대아이 콜렉션이 될 듯!


참고로 국내 출시될 블루레이를 위해 낼 모레 도쿄에 갑니다 --V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늑대아이 OST가 국내 정식 발매됩니다!



오랜만에 존댓말로 쓰는 글이네요 ^^;

아무래도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은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 분들이 많다보니, 그 분들께도 소식을 전달해 드릴 겸해서 오랜만에 정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였던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의 사운드트랙이 워너뮤직코리아를 통해 국내에도 라이센스로 발매되게 되었습니다 (3월 5일 발매예정). 이전 포스팅을 통해 직접 산 일본반을 소개해 드리기도 했었는데요, 다행히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어 더 많은 분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감동적인 OST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워너뮤직코리아에 지인 분이 계셔서 우연한 기회에 '늑대아이' OST 발매에 조금 관여를 하게 되었는데요, 처음 발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조건!'이라며 흥분하며 내야 한다며, 조르다시피 했던 것이 어느 정도 작용 ㅋ, 결국 라이센스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네요 ㅎ


이번 라이센스 반의 발매가 더 의미 깊은 것은 일본반과 동일한 패키지로 제작되었다는 점인데요, 많은 음반들이 국내에 발매될 때는 아주 기본적인 스펙으로 발매되어 팬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측면이 적지 않았었는데, 이번 '늑대아이' OST의 경우는 워너뮤직코리아에서 적극적으로 이 부분을 검토하여 결국 일본반과 동일하게 패키지와 속지 구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기존 일본반 소개 글을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 앨범의 패키지는 분명 소장가치 있고 의미있는 앨범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반가움이 큰 것 같습니다.


더불어 속지에 수록된 내용들 모두 한국어로 100% 번역되었으며, 부족하지만 제가 쓴 음반에 대한 소개글도 속지로 수록되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늑대아이' OST를 통해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더 길게 얘기는 못하지만 BD 유저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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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12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

(2012 Movie of the Year)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2012년 한 해는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몹시 힘든 시간들이었는데, 이렇게 또 한 해를 버티고 나니 그 시간들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더라. 그럼에도 결코 쉽지 만은 않은 시간들을 버티게 해준 것은 역시 영화였다. 허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많은 영화들이 지친 영혼을 위로해 주었고 차마 울 수 없었던 현실과는 다르게 영화를 보면서는 마음껏 눈물 흘릴 기회도 주어졌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 만큼이나 보고 난 뒤 글을 쓰면서 단순히 영화를 보고 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2012년에는 유난히 보고 싶었는데 못 본 작품, 그리고 봤는데 쓰지 못한 작품도 적지 않았다. 벤 애플렉의 '아르고'는 결국 보지 못했고 '아무르'도 결국 놓쳤다.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이나 레오 까락스의 '홀리 모터스' 그리고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은 모두 인상 깊게 보았으나 결국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쓰지 못한 작품을 올해의 영화로 꼽은 적은 '홀리 모터스'가 처음인 것 같다. 너무 감동받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그랜 토리노'를 제외한다면).


언제나처럼 각 작품들 간의 순위는 없으며, 아니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1위 작품 하나 만을 꼽으려고 한다. 바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 아이'가 그 것이다. '늑대 아이' 외에는 순위와 상관없는 개봉일 역순이며 2012년 한 해 극장에서 본 영화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12월 일본에서 보고 온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 Q'는 후보에 넣지 않았다. 아쉽게 빠진 작품이라면 '클로니클' '토리노의 말' '다크나이트 라이즈' '건축학개론' '우리도 사랑일까' 그리고 '다른나라에서'와 '대학살의 신' 등이 있겠다.





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올해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근사하고 우아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TTSS였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배우들의 향연들 만으로도 황홀한데, 스파이라는 존재를 그리는 이 방식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제 내게 스파이하면 이던 헌트 만큼이나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올해의 엔딩곡 후보.

 

 

 



2. 워 호스 (War Horse, 2011)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고전의 감동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물론 재미나 감동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워 호스'의 감동은 그 크기가 달랐다. 복잡한 얘기도 없고, 신파적이고 우직한 이야기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이토록 많이도 울렸다. 올해 극장에서 흘린 눈물 가운데 양으로만 따지면 '워 호스'가 아마도 가장 많을 것이다 (극장에서 잘 우는 내 특성상 올 연말에는 꼭 눈물양으로만 순위를 한번 따져봐야 겠다;;).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설명하는 것에는 이제 지쳤다. 올해의 헐리우드 클래식!

 

 

 



3. 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유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것처럼, 조지 클루니가 왜 멋진 배우인가에 대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알렉산더 페인과 만난 조지 클루니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디센던트'는 시간을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30대 초반에 본 '디센던트'와 40대가 되어서 보게 될 그리고 50대가 되어서 보게 될 '디센던트'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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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우울함은 영혼을 잠식한다

 

 

국내 극장에서 볼 수나 있을까 살짝 걱정도 했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과연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얼마나 압도 당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 동안 좌석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겪는;;). 혹자는 라스 폰 트리에를 일컬어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런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보기는 정말 힘든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또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5.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논란 아닌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나는 리들리 스콧의 방식을 굳게 지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진정한 메시지는 '답'이 아닌 '질문'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이 관객에게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가장 효과적이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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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s Paris, 2011)

우디 앨런의 엑설런드 어드벤처

 

 

요 몇 년 사이 가장 신작을 기다리는 감독 중 하나가 홍상수 만큼이나 우디 앨런이 되어버렸는데, '미드나잇 인 파리'는 이런 기대감을 120% 만족시켜 준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파리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도시 시리즈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우디 앨런이 만든 도시 중심 영화는 역시나 달랐다. 시공간을 넘나들면서도 이렇게 자유로운 감독이 또 있을까. 올해 본 영화 가운데 '아, 내가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가장 컸던 작품이기도 했다.

 

 

 

 


7. 스카이폴 (Skyfall, 2012)

새 시대를 맞는 007의 강렬한 대답

 

 

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다니엘 크레이그 007 삼부작의 세 번째 작품 '스카이폴'은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감독도 다르고 공식적으로 삼부작도 아니지만, 샘 멘데스는 '스카이폴'을 통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세 작품을 모두 껴앉으며 완성형이자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만들어냈다. '스카이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영화 자체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007'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50주년 기념작으로 더 없이 완벽한 이 작품은, '어떻게 이 시리즈가 50년이라는 세월을 생존해 왔는가'를 넘어서서 '왜 냉전이 끝난 21세기에도 007이어야만 하는가'를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말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8.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놓쳤으면 후회했을 작품이었다. 실제로 놓칠 뻔 했던 영화를 뒤늦게 보게 되어서 더 그렇기도 하지만, 이 기적 같은 아니 기적의 영화를 본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올해 마틴 스콜세지의 '조지 해리슨'과 더불어 좋은 다큐 영화들을 여럿 접할 수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서칭 포 슈가맨'이 특별한 건, 영화가 특별한 것 +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인공 로드리게즈의 삶이 주는 특별함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뭐라고 말로 할 수가 없다. 보라는 것 밖에는. 에반게리온 : Q가 말하는 순간 스포가 되는 것처럼, 이 영화는 말하는 순간 기적이 되는 영화다.

 

 

 



9. 홀리 모터스 (Holy Motors, 2012)

왜 우리는 영화를 보는가

 

 

글의 서두에 밝힌 것처럼 올해 인상 깊게 보고도 글로 풀지 못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레오 까락스의 '홀리 모터스'다. 영화제를 통해 인상 깊게 보았지만 타이밍을 놓쳐 미처 쓰질 못했는데, 이 영화가 주는 특별한 경험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기본적으로는 '영화'라는 매체, 그리고 '영화를 본다'라는 것에 대한 영화로 읽혀졌다. 참고로 이 영화는 씨네큐브에서 진행했던 영화제를 통해 보았는데 그 당시 영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신의 소녀들' '토리노의 말' '홀리 모터스' 가운데 개인적으론 '홀리 모터스'가 가장 좋았다.

 


 

10.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

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

 

 

올해의 영화를 몇 년째 꼽으면서 정말 수 많은 명작들을 다뤄왔지만 그래도 순위를 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1위 한 작품은 꼽게 되었으니 바로 이 작품 '늑대아이'다. 보통 울컥하는 영화들은 어떤 지점에서 터지거나 클라이맥스에 터지곤 하는데, 이 영화는 하나가 홀로 되던 시점에서부터 이미 울컥하기 시작해서 그 이후에도 쉴새 없이 감정적으로 흔들렸던 작품이었다. 내년에는 기회가 된다면 '늑대아이' 속 실제 장소를 찾아가는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일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여운은 아직도 '뜨겁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아니 그 전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흐르던 주제곡 '어머니의 노래 (

おかあさんの唄)'의 테마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던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hmv를 뒤졌고 결국 '늑대아이'의 사운드트랙 앨범과 Ann Sally가 부른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환율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도 않은 채 빛의 속도로 이뤄진 구매였으며, 배송 역시 EMS를 타고 빛의 속도로 도착. 도착하자마자 아이튠즈에 저장하고 들어보기 시작하는데....아....... 또 눈물이 ㅠㅠ







정말 장면 하나 하나가 감동이다.






영화 속에서 인상 깊었던 스틸 컷들이 아주 소박하게 담겨있다. 영화의 소박함이 잘 묻어난 엹은 베이지색 속지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디스크 프린티은 테이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극중 하나가 어린 유키와 아메에게 들려주고자 직접 녹음한 것 혹은 어린 유키와 아메의 육성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사실 사운드트랙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미 '늑대아이'에 푹빠져 사리 판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나는,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까지 함께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과 동일한 컨셉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싱글 앨범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가 직접 작사한 '어머니의 노래' 가사는 마치 하나가 유키와 아메에게 직접 쓴 편지와도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운드트랙도, 앨범 디자인도 이리 따듯하다니.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

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2012)'를 보았다. '시달소'와 '썸머워즈' 모두를 인상 깊게 본 입장에서 그의 신작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처음 포스터가 공개되고 예고편을 보게 되면서 그 기다림을 더 깊어지게 되었다. 제목과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늑대인간과 인간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즉, 판타지에 더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그냥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진심으로 크게 당했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는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쓴 '어머니의 노래'를 바탕으로 이 세상 어머니들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위대함을 '늑대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빌려 말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 Studio Chizu. All rights reserved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던 작품은 '늑대아이'가 되었다. 올해가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몰입도가 대단했는데, 왜인지는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정말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초반 전개서부터 계속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어머니에 관한 영화라고 한다면 주인공 '하나 (花)'가 어머니가 되기 전 장면에서부터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이미 올라와버렸다는 것이다. 마치 픽사의 '업 (Up)'이 초반부에서 이미 관객을 펑펑 울렸던 것에 비할 정도였는데, 이 감정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가 후반부에 가서 다시 끓어오른 것이 아니라, 이 때부터 끝날 때까지 러닝 타임 내내 감정선이 유지되어 글썽였다는 것이 '업'과는 다른 점이었다. 영화는 본격적으로 하나가 어머니의 삶을 살게 되는 시작 시점에서 별다른 대사 없이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일련의 순간들을 그려내는데, 아... ㅠㅠ



ⓒ Studio Chizu. All rights reserved


유키와 아메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는 특별하지만 그 근원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보편적인 이야기다. 보편적이지만 위대한 이야기. 정말 천방지축으로 말썽을 부리는 유키의 어린 모습, 숫기가 없어서 본인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 아메의 모습, 늑대인간인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들을 피해 인적드문 시골에서 어렵지만 작은 행복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모습, 이후 유키와 아메가 각각 겪게 되는 다른 이야기는 늑대인간이라는 특수성과 잘 맞닿아 있지만 늑대인간 이야기를 빼더라도 성립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모든 어머니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 만의 길을 택하게 되는 유키와 아메의 모습은 모든 아이들이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마음, 더 중요한 어머니의 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Studio Chizu. All rights reserved


어린 시절 유키가 아팠을 때 소아과를 가야할지 가축병원에 가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에서 전혀 코믹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여기서 중요한 건 두 병원 사이에 놓인 늑대인간으로서의 유키가 아니라, 아픈 아이를 두고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늑대와 인간 사이를 마음껏 오가는 어린 유키를 학교에 보내는 하나의 마음 역시, 처음 내 품에서 처음 벗어나 사회로 나아가는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메가 강물에 휩쓸려 죽을 뻔 했을 때 하나가 느낀 심정 역시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말로는 이런 얘기를 쉽게 할 수 있지만 정말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까 하는 건 체감하기 어려운데, '늑대아이'는 처음부터 워낙 깊게 빠져있어서인지 이런 클리셰에 가까운 장면들에서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내내 울면서 보다시피 한 것은 역시 태풍이 몰아치던 날의 장면이었다. 하나는 여기서 아주 중요한 과정을 겪게 되는데 바로 아메에 관한 것이다. 이미 인간보다는 늑대의 세계에 더 빠져있던 아메는 태풍이 몰아친 그 날 말없이 숲 속으로 향하는데 이런 아메를 찾기 위해 하나는 정말로 큰 역경을 겪는다. 보통 같으면 왜 기다리는 유키를 데리러 가지 않고 아메를 (끝까지) 찾기 위해 죽음에 문턱까지 겪으면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지만, 이런 하나를 아메가 집으로 데리고 온 뒤의 장면에서 조금이나마 하나의 마음을, 호소다 마모루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 Studio Chizu. All rights reserved



하나는 엄마가 되면서부터 계속 어떻하면 이 아이들을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지, 어떻하면 늑대아이를 어른으로 키울 수 있을지 난감해 했었는데, 하나는 아메가 바로 그 어른이, 자신의 품을 떠나서도 홀로 설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본인 스스로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아메를 끝까지 찾아 헤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제는 가족을 떠나 산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 남자를 닮아있는 아메를 산으로 떠나보내는 장면은 정말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어떤 과정을 겪으며 지금까지 키워낸 아메인지를 알기에, 그런 아메를 떠나보내기엔 아직 하나에겐 너무 이르다는 것도 잘 알기에 이렇게 '건강하라'며 떠나보내는 하나의 외침은 정말로 감정이 터져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 모든 어머니들은 이런 삶을 살아왔구나해서....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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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이라는 특수성에 더 기반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랬었기에 이 본편적 진리의 이야기에 더 무방비 상태로 눈물을 빼았겨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근본에는 그 동안 지겹게 들어왔던 어머니의 삶에 대해 비로소 '아!'하며 '아...엄마는 그렇게 살아왔구나...ㅠㅠ'하고 깨달을 수 있었기에 뭉클했었지만,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하나가 어머니가 되기 전 일상을 담은 장면에서부터 무언가 감정이 일어났던 것처럼, 영화 내내 호소다 마모루의 마법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장면 하나 하나에 눈물이 섞여 나왔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가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런 어머니의 삶에 대해 와닿는 부분이 적은 상황이었음에도, 작은 일상에서부터 이 정도로 감정이입과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은 아직도 머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보통 다른 사람들보다 감정이입을 잘하고 감정적으로 쉽게 빠져드는 편이긴 하지만, 그런 나임을 감안하더라도 '늑대아이'가 주는 감동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더 지나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면 알게 될까? 내가 지금 느낀 이 감동이 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 혹은 나중에 나도 유키와 아메 같은 내 아이들을 키우게 되면 알게 될까? 이유도 잘 모른채 내게는 너무도 큰 슬픔과 감동을 전해 준 작품이었다.



ⓒ Studio Chizu. All rights reserved


1. 요 근래 이 정도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극장을 나올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감정선이 유지되고 있고, 유키와 아메를 두 손으로 안고 있는 하나가 그려진 포스터만 봐도 울컥할 정도네요 ㅠㅠ


2. 다른 분들에게는 아마도 아닐 듯 한데, 저에게는 '시달소'나 '썸머워즈'보다 더 좋았던 것은 물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무슨 영화가 더 나오더라도,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매그놀리아'보다 더한 감동을 전해주거나, 피터 잭슨이 빌보 이야기로 포로도 얘기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해줄지라도, 제게 있어 올해의 영화는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가 될 것 같네요 (에바가 나온다면?)


3. 집에 오자 마자 이 주제곡만 무한 반복하고 있어요 ㅠㅠ 바로 HMV에 사운드트랙 주문까지 ㅠㅠ





4.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이 영화가 또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하나가 시골에서 살게 되는 것 때문이었어요. 귀농 아니면 귀촌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시골에서 다시 시작하다시피 하는 하나 가족의 일상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5. 빨리 블루레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아니, 그 전에 극장에서 더 봐야겠어요.


6. '하나' 목소리는 미야자키 아오이가 연기했는데, 제가 미야자키 아오이에 대한 언급을 한 줄도 안했을 정도로 영화에 푹 빠졌었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Studio Chizu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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