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셰티 (Machete, 2010)

일부러 그 수준으로 만든 영화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 이 두 사람이 쿵짝쿵짝 거리며 만들었던 '그라인드 하우스 (Grindhouse,2007)'는 이들의 팬들은 물론 B무비의 감성을 그리워 했던 영화 팬들에게도 몹시 반길 만한 작품이었다. '데쓰 프루프'와 '플래닛 테러'로 이뤄진 이 B무비는 사실 보는 사람도 보는 사람이지만,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가 만드는 과정 속에서 얼마나 좋아했을까? 라는 것이 떠올라 더 훈훈했던 작품이기도 했는데, 이 '그라인드 하우스'의 가짜 예고편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셰티 (Machete)'였다. 이미 가짜 예고편 만으로도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이 작품은 결국 거짓말처럼 정말 장편 영화화 되었고,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B무비 아닌 B무비로 탄생했다.




ⓒ Troublemaker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마셰티'의 예고편은 적어도 '플래닛 테러' 정도를 예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만화처럼 두려움을 모르고 다양한 각도로 펼쳐지는 칼부림과 그로 인해 터져 나오는 선혈과 어긋나는 관절들, 헐벗은 미녀들과 후끈한 영상은 '야, 이거 플래닛 테러처럼 또 한 번 신나게 즐길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마셰티'는 예고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작품이었다. 아니 다르다기보단 이런 류의 예고편들이 매번 그렇듯 조각을 전체처럼 포장한 그럴 듯한 예고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마셰티'가 마음에 안들었다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라인드 하우스' 특히 '플래닛 테러'는 B급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로드리게즈가 마음 껏 펼쳐본, 즉 갈때까지 가 본 작품이었다. 그 절제 없는 막장 에너지에  관객은 환호했고 터져나오는 폭소와 키득거림이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게 될 줄이야!'라며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셰티'가 갖고 있는 성격은 이와는 조금 달랐다. 뭐 '플래닛 테러' 스타일을 기대하게 한 예고편 때문에 많이들 실망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이 영화에 미지근함과 촌스러울 정도로 전형적인 구조와 장면, 연출들은 말그대로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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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셰티'는 일부러 촌스럽고 미지근한 전개와 장면을 연출하려고 디테일하게 애쓴 작품이다. 사실 그 표면적인 열기는 달랐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느꼈을 로드리게즈의 희열은 아마도 '플래닛 테러' 못지 않았으리라 예상된다. 로드리게즈는 '마셰티'의 플롯도 화면 연출도 자신이 동경하는 B무비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마셰티'가 답습하고 있는 B무비의 전형은 괴상하고 유치하리만큼 이질적인 소재와 캐릭터(플래닛 테러)도, 어린 시절 TV시리즈와 영화에서  보았던 올드한 향취(데쓰 프루프)도 아닌 바로 관객에게 외면 당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그 뻔뻔함과 촌스러움이었다.

언제부턴가 B무비라고 하면 대중적인 영화와는 조금 차별되는 감성과 소재를 다룬 저예산 영화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졌는데, 우리가 B무비라고 기억하는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매끄러움이나 세련됨, 영화적 재미 부분들은 상당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종의 악취미가 없다면 보기 힘든 작품들이 많았는데, 로드리게즈는 '마셰티'를 통해 바로 이런 B무비만의 성격(자의든 타의든 어쩔 수 갖게 된)을 다시금 불러오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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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부러 가져다 놓은 영화의 장면들은 너무 정색을 하고 있어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니 트레조가 연기한 마셰티 역할이야 캐릭터 자체가 상반대는 대사 하나 만으로도 코믹스런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경우라 많이들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멀쩡하게 정색하고 촌스러움의 전형을 연기하는 대표적인 캐릭터는 제시카 알바가 연기한 사타나 라고 할 수 있겠다. 요원인 동시에 전직 요원 출신인 마셰티에게 빠져 결국 그와 함께 정의의 편에 서게 되는 사타나 캐릭터는, 이 전형적인 스토리 가운데서도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패러디 영화에서 처럼 일부러 오버하지 않아도 제시카 알바가 이 캐릭터에 충실하면 충실할 수록 더욱 키득거릴 수 밖에는 없었다.

참 전형적인 포즈로 현장을 조사하는 모습이나, 집으로 돌아와 알몸으로 샤워를 하며 고뇌에 사로 잡히는 모습은 (비록 제시카 알바의 몸매에 눈을 빼앗겨 장면의 정서를 놓쳐버릴 확률이 높긴 하지만) 이 영화가 B무비를 지향하는 B무비이기에 웃을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로드리게즈가 추억을 갖고 동경하는 B무비에서 이러한 장면들은 웃길려고 연출되었다기 보다는, 그 촌스러움에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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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과 자신이 동경했던 B무비의 정취를 가져다가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격한 표현들로 풀어내긴 했지만, '킬 빌'처럼 오마주 그 자체의 영화는 물론, '오스틴 파워'처럼 패러디 영화도 아닌 '딱 그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단점들까지 그대로 다 갖고 있을 정도로 정말 '딱 그 수준'의 영화를 만든 터라, 앞서 언급했던 갖가지 양념들을 제외하면 관객들로 하여금 '이건 좀 심심한데?'라는 평을 듣기에 딱 좋은 영화가 되었지만, 어쩌면 이것 역시 '마셰티'가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종착지였는지도 모르겠다. 즉, 반대로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플래닛 테러'나 '데쓰 프루프'가 더욱 좋긴 했지만, '마셰티'는 '마셰티'대로의 정도를 지키고 있어 나름의 의미를 갖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확실히 이것은 절제였다. '플래닛 테러'를 만든 로드리게즈였다면 '마셰티'에서도 근질근질 할 정도로 참기 힘든 장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창자 탈출 씬을 제외한다면 거의 정도를 지키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자극적 욕망을 꾹꾹 눌러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절제의 영화라고는 부를 수가 없는 것이, 로드리게즈는 B무비의 이런 단점들까지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매니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마셰티'는 다시 말하면 참느라 힘들었던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00%를 발휘한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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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드리게즈는 이번에도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와 함께 이름을 올린 에단 마니퀴스(Ethan Maniquis)는 '플래닛 테러' '씬 시티' 등의 편집을 맡았던 인물이네요.

2. 이번 작품 역시 로드리게즈는 1인 다역을 맡고 있습니다. 연출, 제작, 편집, 비주얼 이펙트, 음악 등. 

3. 그의 작품들에서 꾸준히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익숙한 배우들의 출연도 계속됩니다. 톰 사비니, 치치 마린 같은 배우들은 그의 작품에서는 결코 빠질 수 없는 배우들로서, 이번 작품에서 역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칩니다. 이 외에 마치 실제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키게도 했던 린제이 로한과 또 여전사이긴 했지만 그래도 완소 미셸 로드리게즈, 이 작품에 딱 맞아 떨어진 캐스팅 중 하나였던 스티븐 시걸과 돈 존슨 까지. 로버트 드니로 전편의 브루스 윌리스 같은 비중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4.  이 영화의 마지막엔 놀랍게도 마셰티 속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roublemaker Studios 에 있습니다.





플로리다 걸프 해안의 작은 마을에 사는 8살의 핀 벨(Finnegan Bell: 에단 호크 분)은 누나와 함께 산다. 가난한 집안형편이지만 화가가 꿈인 핀은 아름다운 바다를 그리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다. 어느 날 그는 탈옥한 죄수 루스티그(Prisoner - Lustig: 로버트 드니로 분)를 우연히 만나 그의 발목에 찬 족쇄를 풀어주면서, 그의 단순하고 평화로운 생활이 깨어짐을 느낀다. 인근에서 가장 부자로 소문나 있는 노라 딘스무어 여사(Ms. Dinsmoor: 앤 밴크로프트 분)로부터 갑작스런 초대를 받게 된 핀은 그녀의 은둔자적인 비밀스런 삶에 두려워 하면서도 그녀의 조카인 에스텔라(Estella: 기네스 펠트로 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사랑으로 매일 그녀를 찾는다.



에스텔라는 그런 핀에게 상류사회 특유의 냉정함과 오만함으로 일관하지만 핀이 그녀를 그린 그림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에스텔라를 사랑한다면 그의 마음만 아플 거라는 노라의 충고에도, 어느새 커버린 그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억누를 수 없다. 노라의 말대로 에스텔라는 홀연히 파리로 떠나버리고 절망에 빠져 헤매던 핀은 그림그리기를 포기한 채 나날을 보낸다. 갑작스런 익명의 후원자 덕분에 뉴욕에 보내진 그는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며 뉴욕 미술계의 유망주로 떠오른다. 부와 지위, 명성을 한꺼번에 얻게 된 핀은 에스텔라와의 갑작스런 재회에 행복해 하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였다는 한마디 말로 그에게 또 한번 깊은 상처를 남긴다. 괴로워하는 핀 앞에 갑자기 나타난 루스티그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그가 누리는 위대한 유산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데.



[위대한 유산]을 보고 나서 머리 속에 가장 강하게 남는 이미지는, 영화 내내 스크린을 녹색 빛으로 물들였던, 녹색 그 자체의 색감일 것이다. 이러한 색의 이미지는 다분히 감독에 의해 의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온통 초록색의 나무들과 넝쿨 들이 어지럽게 감싸고 있는 딘스무어의 저택과 그녀의 화려한 초록색 옷차림. 그리고 어린 에스텔라의 초록색 원피스와 영화의 중반 뉴욕에서 다시 만날 때의 초록색 의상까지... 어찌 보면 원색 계열이나 우울한 정서를 한껏 담은 블루 톤에 비해 수수하고 무난한 것이 초록이라 하겠지만, [위대한 유산]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초록 자체의 느낌은 밝고 생동감 있는 것이지만, 영화의 쓰인 그린(Green)의 느낌은, 블루(Blue)보다 우울하고, 레드(Red)보다도 강렬하며, 어떤 컬러보다도 뇌리에 깊이 파고드는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알다시피 너무나도 유명한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것이 리메이크가 되었던 처음이 건 간에,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엄청난 부담감을 지고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리메이크 작품들은 원작보다는 못하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지배적이었고, 평균적으로 보자면 [위대한 유산]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영화 [위대한 유산]은 분명 동명 소설에서 기초하고 있지만, 일련의 리메이크 영화들과 동등하게 분류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을 듯싶다.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은 원작에 기초하되 가능한 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고, 이 같은 의도는 비교적 성공했다고 여겨진다. 멕시코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 영화와 [이투마마]로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며 평단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감독으로 떠올랐고, 최근에는 줄곧 해리포터 시리즈를 감독했던 크리스 콜롬버스의 뒤를 이어, 3편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작업하고 있다.



[위대한 유산]이 헐리웃 적이고 대중적인 것은 아무래도 출연한 배우들의 영향력이 컸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배우들이 ‘즐비’까지는 아니나 ‘제법’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러브스토리의 남여주인공은 에단 호크와 기네스 펠트로가 맡았다. 상업영화에 출연하면서도 헐리웃 적이지 않고, 이지적인 매력을 풍기는 에단 호크는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혹자는 이 영화에서 에단 호크의 연기가 카리스마가 없고 이미지도 약하다고 평하지만, 그것이 연기를 잘 한 것이다. 극중 핀의 캐릭터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여린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영화 내내 자신감이 없어보이던 핀의 얼굴은,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비로서 편안함과 여유를 찾게 된다.



[위대한 유산]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는 누가 뭐래도 기네스 펠트로 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얄밉기까지 한 에스텔라 역을 맡은 기네스 펠트로는, 적역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만한 열연을 펼쳤다. 신비스럽고도 도도한 에스텔라 역은 사실 다른 배우가 맡았으면 말 그대로 재수 없는(?)역할이 되었을 런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 배우들의 이름이 스크린에 오를 때 주연 배우들 외에 유명한 배우들이 조연이나 카메오 등을 맡았을 경우 'and'로 표현되곤 하는데, 위대한 유산에는 'with'가 추가되었다. [졸업]으로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인상을 남겼던 앤 밴크로프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멕시코만의 갑부인 노라 딘스무어 역할을 맡아 그야말로 관록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짙은 화장과 담배로 외롭게 살아가는 딘스무어 역은 두 주인공보다도 [위대한 유산]을 더 [위대한 유산]답게 만들어 주었다. 슬픈 눈으로 ‘배사매 무쵸’를 부르던 그녀의 연기가 인상 깊게 남는다.



그렇다면 'and'는 누구인가? 더 이상 연기력을 논할 여지가 없는 로버트 드니로가 그 주인공이다. 로버트 드니로는 이 영화에서 출연하는 러닝 타임은 길지 않지만,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위대한 유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중요한 인물로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준다. [위대한 유산]은 이렇듯 젊고 색깔 있는 두 배우와 노련미가 저절로 느껴지는 두 배우가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의 완성도는 뒤로 하더라도 연기력만큼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 핀은 화가로 등장하는데, 그의 그림들을 보다보면 참으로 개성 있고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의 등장하는 모든 그림을 그려준 이는 프란치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라는 이탈리아의 실제 화가이다. 1952년 나폴리에서 출생한 클레멘테는 80년대 등장한 트랜스 아방가르드 계열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장 미셀 바스키아와 공동작업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화가이다. 처음 이탈리아 벽화를 그리는 화가로 알려졌던 클레멘테는 인물과 사물을 관찰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과 밝고 어두운 단면을 모두 잘 소화해 내는 능력을 톡톡히 인정받고 있다. 그러한 면을 반영하듯 영화 속 그의 그림들은, 물고기나 사물을 나타낸 그림들은 비교적 수채화 같이 밝게 느껴지지만, 에스텔라의 초상화라던가 조 삼춘의 초상화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슬픔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자도 그러하였듯 평소에 이러한 그림들과 화가들을 접할 기회가 드문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영화를 계기로 프란치스코 클레멘테 라는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 또한 될 것이다.



[위대한 유산]을 아쉽다고 말하는 이들의 공통분모는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구성이 엉성해지고, 느닷없이 억지스러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구성에 엉성함이라고 얘기되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이렇다 저렇다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세히 풀어놓으면 너무 자세하게 얘기해버려서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고, 과감히 생략하게 되면 이번처럼 느닷없고 구성이 엉성하다는 반응이 나오듯이, 어차피 양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피 엔딩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박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마지막 장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핀은 이혼하여 혼자가 된 에스텔라를 다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해피 엔딩’이란 말 그대로 영화가 다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마음이 ‘해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개인만의 생각이 될 지도 모르지만, 자막이 올라가고 음악이 흐를 때, 결코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슬픈 운명에 휘말려버린 주인공들이 안타깝게 느껴졌고, 인물들 하나하나를 떠올려 보니 더욱 더 그러한 마음은 배가 되었다. 핀은 오직 에스텔라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림에 정진했고, 성공적으로 개인전을 마친 뒤, 보란 듯이 부자가 되었다며 소리쳤지만, 오로지 성공에 집착하느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변해버린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다. 에스텔라는 자신을 사랑하는 핀에게 확신을 주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멀리 떠났지만, 결국 돌아와 보니 남는 것은 후회 뿐 이였다. 딘스무어 역시 에스텔라를 위해 핀을 이용한 것에 대해 뒤늦은 후회에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루스티그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는 평생 도망자로 살아온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단 한 사람이 어린 핀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후원을 하였고,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핀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정말 위대한 유산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루스티그에게는 그나마 편히 눈감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위대한 유산]의 아름다운 영상과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장면 장면을 더 인상 깊게 만들었던 음악이었다.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지는 팝과 락 넘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몇몇 아티스트들이 눈길을 끈다. 먼저 'Finn Runs'와 ‘Siren' 두 곡을 수록하고 있는 토리 에이모스를 들 수 있겠다. ’Siren'으로 에스텔라와 그림을 모두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려는 핀의 마음을 빠른 리듬과 그녀만의 신비한 음색으로 전하고 있다. 그 다음 수록 된 곡은 모노(Mono)의 ‘Life is Mono'인데, 토리 에이모스와 마찬가지로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런 노래로 핀과 에스텔라의 묘한 관계를 역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오디오 슬레이브(Audioslave)로 활동 중인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Sunshower'과 펄프(Pulp)의 ’Like a Friend', 스톤 템플 파일러츠(Stone Temple Pilots)의 보컬이였던 스콧 웨일렌드(Scott Weiland)의 ‘Lady Your Roof Brings Me Down', 그리고 이기 팝(Iggy Pop)의 ’Success'까지 편안하면서도 강렬한 락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락 음악들보다 [위대한 유산]에서 더욱 기억이 남는 곡은 아마도 ‘Besame Mucho'일 것이다. 세사리아 에보라(Cesaria Evora)가 부르는 ’Besame Mucho'는 영화 속 딘스무어가 흥얼대던 그 느낌과 핀과 에스텔라의 슬픈 사랑, 그리고 핀의 성공과 그를 뒤에서 후원한 루스티그의 운명까지도 모두 포용해 버리는 원숙함을 들려준다. 또한 사운드 트랙의 맨 마지막에 자리하였듯, 이 한 곡으로 영화의 모든 감정을 모조리 정리해 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장면과 감정들을 스쳐가게 한다.


2003.06.13
글 / 아시타카



분명히 영화 사상 가장 인상적인 엔딩 장면 중 하나인 마지막 장면의 누들스의 그 웃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앞으로도 눈 감는 날까지 절대 잊혀지지 않을 슬픔과 씁쓸한 감정을 가슴 깊이 각인시켰다.



누들스를 주축으로 짝눈, 팻시 등은 어릴 때부터 몰려다니며 좀도둑질을 하는데 어느날 술에 취한 주정뱅이를 털려다가 프랑스에서 막 이민 온 맥스에게 선수를 빼앗긴다. 누들스는 이렇게 만난 맥스와 절친한 사이가 된다. 한편 짝사랑하는 데보라는 누들스가 한낮 깡패에 불과하다며 거절한다. 맥스가 가담된 이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머리 좋은 누들스의 기발한 방법으로 갱단의 밀수품을 안전하게 운반하고 큰 돈을 모은다. 이들은 그 돈을 넣은 가방을 역의 간이 보관함에 넣고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을 떼어 공금으로 모으기로 한다. 큰 부자가 될 것을 기뻐하며 거리를 걷던 이들에게 곧 총을 든 버그가 뒤 쫓아와 누들스는 첫 살인을 하게 되어 감옥에 들어간다.



뚱보의 술집을 방문했던 누들스는 공원의 고급 묘지에 묻혀있는 어릴 적 친구들의 무덤을 찾아간다. 그는 묘지에서 자신에게 남겨놓은 현금 가방이 든 열쇠를 발견하고 그 역에 가는데 거기서 그는 '다음 일을 하기 위한 선불'이라고 쓰인 돈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막 출감한 누들스는 마중 나온 맥스를 따라 뚱보의 술집으로 간다. 누들스가 감옥에 있는 사이에 맥스의 수단으로 이들은 프랭키라는 거물과 손을 잡고 밀주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금주법이 끝나면서 이들에게도 시련이 닥쳐온다. 누들스는 비록 맥스와 함께 불법 일을 하기는 하지만 맥스의 지나친 검은 야망에 둘 사이는 점점 금이 간다. 맥스는 평생 꾸어온 꿈이라면서 연방 준비은행을 털자고 제안하지만 누들스는 반대하는데..



사실 세르지오 레오네가 거장이라는 데에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일명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인 [황야의 무법자]로 거장의 대열에 올랐던 레오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야의 무법자]보다 더 뛰어난 영화는 아마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들을 떨쳐내고, 영화사에 길이길이 남을 걸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하 원스)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다들 아는 바와 같이 레오네가 고스란히 있는 그대로의 [원스]를 내놓기 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과 역경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시로서는, 아니 지금으로서도 다른 영화들보다 엄청나게 긴 러닝타임 덕분(?)이었다. 처음 편집을 마치고 난 작품의 길이는 무려 8시간이 넘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레오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 같은 러닝타임은 조금 무리라고 생각되어 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재편집을 한 결과 229분, 즉 3시간 49분 가량으로 단축(?)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대부분의 영화들이 2시간 남짓으로 이루어진 것에 견주어 보았을 때 결코 짧은 러닝타임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제작사에서는 러닝타임을 과감히 삭제한 2시간 19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하여 개봉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2시간 19분 동안에는 감독이 하려는 말을 모두 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의 평가는 말할 것도 없었거니와 흥행을 목적으로 편집을 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흥행에도 참패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후 삭제된 러닝타임을 복원하여 공개된 영화는 이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으며,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도 전혀 달랐다. 드디어 세르지오 레오네의 진가를 깨달게 된 평론가들은 1980년대 최고의 영화를 뽑는데 주저 없이 [원스]를 선택했고, 관객들 역시 레오네가 만든 한 편의 대서사시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거장으로 추앙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는 장르영화에 명작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황야의 무법자]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서부영화로 장르자체를 개척한 작품이 되었고, 이 작품 [원스]는 마피아를 다룬 갱스터 영화로 장르적 성향이 짙은 영화였다. 이러한 그의 역량은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를 비롯한 많은 젊은 감독들이 지향하는 궁극의 존재가 되었다. ‘한계를 모르는 분이죠’ 쿠엔틴 타란티노의 말이다.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의 관한 얘기들은 타이틀 두 번째 디스크에 담긴 서플먼트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가 위대한 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얼마나 위대하고 따뜻하고 완벽한 사람이었는지 말이다. 그 다큐멘터리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그의 한 마디를 옮겨 적어본다.

My way of seeing things is sometimes naive but with the sincerity of the kids from the Viale Gloriose steps - Sergio Leone (1929-1989)
내가 사물을 보는 방법은 때로는 단순하지만 진지하다.




사실 호화 캐스팅이라는 광고가 걸린 작품들은 뚜껑을 열어보면, 이름만 있을 뿐 그 속은 비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원스]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름은, 절대 관객을 실망시키는 이름들이 아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이름은 바로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와 함께 현재 활동하는 배우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기력과 앞으로 각종 공로상을 휩쓸게 될(이미 수상하기 시작했다)배우가 바로 로버트 드니로이다. 그는 이미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대부], [카지노],[좋은 친구들], [디어 헌터]등 많은 영화에서 훌륭한 연기를 관객에게 선사하였다. 이 작품 [원스]에서도 역시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누들스 역할을 맡은 드니로는 감정 선이 굵은 면서도 섬세한 누들스 역할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연기해 내고 있다. 특히 이미 언급하였듯 영화의 마지막, 그가 연기하는 누들스의 미소는, 감독의 의도와 맞물려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 낸다. 위에 나열한 영화들과 같이 로버트 드니로는 수많은 명작들에 출연하여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감히 [원스]에서의 연기가 그중 최고가 아닐 까 싶다.



제임스 우즈는 [원스]에서 로버트 드니로의 강열한 연기에도 전혀 눌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제임스 우즈의 이전 작품들을 살펴보면 주로 악역을 연기한 것을 알 수 있다. [원스]에서 그를 악역이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표독스러우면서도 주도면밀하고 누들스와 우정과 시기, 배신을 겪는 맥스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해 냈다(참고로 모든 나오는 배우마다 훌륭하다, 최고의 연기, 완벽한 연기 등 칭찬 일색의 수식어를 쓰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알게 될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는 것을).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자신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절정에 있었던 시기가 바로 레오네 감독과 함께한 [원스]의 기억이라고 얘기하듯, 그를 아는 관객들도 그의 최고 절정의 연기를 [원스]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은 이 두 배우들 외에도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 많다. 먼저 국내 팬들에게는 [나홀로 집에]의 코믹한 이미지로 더 알려진 조 페시. 그는 사실 유명한 마피아 영화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마피아, 갱스터 영화의 주로 출연한 성격파 배우이다. [원스]에서는 많은 러닝타임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역시 그가 출연하는 것만으로 영화의 성격을 짐작하게 해준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역 배우들 가운데 우리에 눈을 유난히 끄는 배우가 한 명 있는데, 그녀는 바로 제니퍼 코넬리이다. 우리에게는 [뷰티풀 마인드]로 잘 알려져 있고, [레퀴엠]과 최근작 [헐크]에도 출연했던 제니퍼 코넬리는 [원스]에서 정말 깜찍하면서도 어린 나이 답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다. 어린 누들스가 몰래 훔쳐보는 그녀의 발레 연습장면은 아마도 누들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성인 역할을 맡은 엘리자베스 맥거번의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아마도 관객들은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제니퍼 코넬리에게 더 감동을 받게 될 것 같다.



처음 [원스]가 개봉했을 때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은 비단 짤려나간 영상들 뿐만은 아니었다. 삭제된 버전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역시 제대로 수록이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원스]에서는 무엇보다도 음악이 중요한 요소로 쓰이고 있는데, 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가 모리꼬네의 음악을 들으며 작품의 일부를 완성시켰을 만큼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요소라 하겠다. 타이틀의 커버를 장식한, 뒤로는 다리가 보이는 양쪽 건물 사이로 어린 주인공들이 벅시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에서 흐르던 너무나도 유명한 ‘뚜뚜두뚜~’하는 테마를 비롯하여 영화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아름답고도 너무나도 슬픈 모리꼬네의 음악은,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아니, 돕고 있다기보다는 거역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누들스를 연기한 드니로의 눈빛 연기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슬픈 감정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모리꼬네의 음악이 더해지면서 연기 자체에도 날개를 단 격이 아니었나 싶다. [황야의 무법자]를 시작으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계속 함께 작업을 하게 되면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알프레드 히치콕과 버나드 허만 같이 감독과 작곡가가 콤비를 이루어 영화를 완성하게 되는 케이스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엔니오 모리꼬네는 브라이언 드 팔마, 페드로 알모도바르, 로만 폴란스키 등 거장들과의 꾸준한 작업으로, 매번 감독적인 영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 궁금증은 영화가 개봉한 198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는 물음이다. 타이틀의 서플먼트를 보다보면 이에 관한 제임스 우즈의 말을 들을 수 있는데, 그 역시도 아직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 같은 궁금증을 물어온다는 것이다. 제임스 우즈도 감독인 레오네에게 물어보았지만, 레오네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모호한 답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맥스가 쓰레기차에 타고 안타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로 이해된다. 그리고 개봉당시 한 팬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지막 장면의 웃음의 의미에 관해 물었으나 그 대답은 듣질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영화가 아편으로 인한 누들스의 꿈이라는 답변을 들을 까봐 그랬다고 한다. 사실 이 영화는 긴 러닝타임 때문임을 제외하더라도 시간과 사건의 편집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점은 어린 시절로 감옥에 다녀온 뒤로, 노인이 되어 나타난 요즈음으로 변하지만, 그러한 시점의 변화를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정의 선이 그대로 이어지게 편집한 기술은 영화만의 매체의 장점을 백분 살리고 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 배경이 되는 아편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이 꿈인가 아닌가의 중요성보다는, 부질없음과 슬픔에 정서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일단 반갑다는 말을 해야겠다. 229분의 무삭제 버전으로 출시된 것 말이다. 하지만 완벽한 무삭제라는 말을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 누들스가 출소하여 장의사 차안에 누운 여자 시체(물론 아니었지만)를 보는 장면에서 뿌옇게 모자이크 처리가 되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야말로 옥에 티라고 불러야 할 장면이 될 것 같다. 개봉한지 20년 가까이 지난 2003년에야 출시된 타이틀은, 이 같은 점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높은 퀄리티로 출시되었다. 일단 화질은 애너모픽 1.78:1의 화면을 재공하고 있는데, 최근 영화들처럼 날카롭고 선명한 화질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색감에 충실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잘 전하고 있다. 음향은 예상외로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를 지원하고 있는데, 5.1채널을 체험할 만한 시퀀스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전체적인 대사의 볼륨이 좀 작은 감이 들기는 하지만, 이 같은 점 역시 충분히 감안되어질 만한 정도이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여전히 감동적으로 들려온다.



2장의 디스크로 한정판의 양장본으로 출시된 타이틀은 일단 외관상으로는 양장본인 만큼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고급스러운 케이스를 제외하면 일반판과 똑같은 타이틀이 들어있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는 하지만, 제작사가 워너임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양장본 케이스에 만족해야할 듯싶다(이 같은 평가는 양장본 케이스가 맘에 안 든다고 하기 보다는, 한정판만의 특전이나 부클릿 등이 수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이다). 일단 본편이 워낙에 긴 러닝타임을 자랑함으로 두장으로 나뉘어져 있다(참고로 중간에는 휴식 시간을 알리는 자막도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가장 기대가 되는 서플먼트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은 코멘터리가 눈길을 끈다. 리차드 쉬클이라는 평론가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반갑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곁을 떠난 레오네 감독은 아닐지언정, 로버트 드니로나 제임스 우즈 같이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음성해설에 참여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코멘터리 외에 다큐멘터리 하나가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의 제작과정을 감독인 세르지오 레오네를 추모하고 기리는 뜻에 포함시켜 들려주고 있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제임스 우즈와 어린 누들스 역할을 맡았던 배우, 주요 스텝들의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세르지오 레오네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영화가 최고의 걸작인 만큼 출시된 DVD타이틀도 이 정도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타이틀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


2003.07.08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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