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린다 린다

청춘!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운 순간.

일본 영화 팬들이 일본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특별한 것을 끄집어내 눈물짓게 하는 재주와 소박한 것들을 특별하게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끌렸을 것이다. 특히 특별한 갈등 구조 없이도 시간과 순간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꾸며가는 구조는 최근 일본 영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 배우 배두나가 출연하여 더 화제가 되기도 했던 <린다 린다 린다> 역시 순간에 주목하고 있는 영화이다. 즉 이야기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 감독의 시선이 더욱 중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린다 린다 린다(이하 린다)>는 종종 비슷한 소재(음악을 배경으로 하는)로 주목 받았던 <스윙걸즈>와 비교되곤 하는데, 이 영화에는 <스윙걸즈>에는 없는 정서가 담겨있다. <스윙걸즈>가 유쾌 발랄한 청춘과 음악이라는 것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린 신나는 이야기라면, <린다>는 고등학교 3학년의 마지막 축제, 즉 아름다운 청춘의 순간을 섬세하게 다룬 이야기라 하겠다. 시바사키 고등학교의 축제 첫 날 인트로 멘트를 촬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 영화는, 축제의 막바지 강당에서 밴드가 공연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이것은 어쩌면 청춘 자체가 축제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것이 바로 펑크(Punk)음악이다. 펑크가 상징하는 것, 자유 즉 스스로 그러한, 있는 그대로만으로도 아름다운 것, 바로 청춘이다. <스윙걸즈>에서는 거의 유대감이 없었던 인물들이 우여곡절 끝에 빅 밴드를 이루게 되면서 영화에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히 하나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린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물론 밴드를 하게 되면서 연습하는 과정에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일본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다니던 ‘송’과 다른 멤버들의 유대감은 더 해지게 되지만, ‘음악으로 하나 되다’라는 느낌이 강하지는 않다. 음악은 소재만의 역할을 할 뿐, 그들은 음악 때문에 하나가 된 것이 아니라,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자신들의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는 한국인 교환학생이라는 설정이라면 몇 가지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으나, <린다>는 이런 차이에 집중하진 않는다. 배두나가 맡은 ‘송’은 노래방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화차이를 느끼기도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송이 일본어가 서투르다는 것 뿐, 다른 차별 점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송에게 서투른 한국어로 고백하는 일본 남학생의 경우나, 나중에 케이와 송이 단둘이 있게 되었을 때 송은 한국어로 케이는 일본어로 얘기하지만 서로가 표면적인 언어로서가 아니라 마음에 언어로서 대화가 가능해졌을 만큼, 이 언어적인 문제마저도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여기서 송이 케이에게 ‘고마워, 동지’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단지 한국어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진정한 ‘동지’임과 유대감을 확인하는 일종의 교감의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린다 린다 린다>DVD는 일본에서 개봉시기를 감안하였을 때 출시가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나중에 다시 인기를 끌면서 재개봉까지 하게 되면서 DVD출시는 조금 더 늦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2장의 디스크의 SE버전으로 출시된 타이틀은 이러한 기다림을 희석시켜줄 만큼 만족스러운 패키지로 출시되었다. 16: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기술적인 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최고의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본래 감독의 의도에 따라 칼 같은 콘트라스트비와 대비가 강한 명암과 색 보다는, 필름의 느낌이 강하게 촬영되었기 때문에, 본래의 의도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그런 칼 같은 화질로 담았다면 감정이입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운드는 돌비디지털 2.0채널만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 역시 5.1채널을 지원하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테레오 사운드만으로도 대사 전달이나 라이브 장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감독과 작가가 함께한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다. 음성해설은 영화적인 기술과 촬영기법 등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배우들과 연기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장면에서 배두나 씨의 표정이 참 좋았다 던지, 시오리 씨의 굽은 새우 등이 좋다든지 하는 배우에 대한 애정과 자랑, 찬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메이킹 필름을 비롯한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메이킹 필름은 주로 배우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으며 촬영 현장에서의 모습 보다는, 영화 장면이 흐르면서 인터뷰 음성이 흐르는 구성으로 담겨있다. <린다>만의 특별한 서플먼트를 들자면 아무래도 시사회 후에 갖은 ‘파란마음’의 라이브 실황 영상을 들 수 있을 텐데, 딱 2곡 밖에는 레퍼토리가 없는 밴드라 금방 무대가 끝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영화 밖에서 주인공들이 영화 속의 의상을 그대로 입고 라이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그리고 영화 속 마지막 라이브 영상을 각 멤버별로 감상할 수 있는 4가지 버전의 라이브가 수록되었는데, 본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각 멤버들의 표정을 만나볼 수 있어 새롭다. 이 외에 음악을 맡은 제임스 이하의 작업장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영상과 예고편 등이 수록되었다.
 
2006.12.04
글 / ashitaka



린다 린다 린다 (リンダリンダリンダ: Linda Linda Linda, 2005)
 
배두나의 출연으로 먼저 관심이 갔던 작품.
선입견으로는 배두나가 일본 가서 그저 그런 시시한 작품을 찍고 왔을거라
생각했지만, <스윙 걸스>이후 비슷한 류에 영화에 목말라 있을 때쯤,
보게 된 <린다 린다 린다>는 <스윙 걸스>에는 없는 정서가 담긴 작품이었다.
 
<린다 린다 린다>는 특별한 클라이막스가 없다.
축제 무대에서의 공연이 이들에겐 최종 목표도 아니고,
무대위에서의 성공이 곧 영화의 목적도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상들과 교환학생인 '송'이 밴드에
완전히 하나가 되기 까지의 과정.
써놓고 보기 정확히 이런 내용도 아니다.
 
'린다 린다 린다'라는 제목은 밴드 블루하트의 곡명이며,
영화 속 밴드 '파란마음'이 공연하는 곡들 중 하나인데,
어쩌면 이 곡의 가사가 이 영화를 담백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시궁창 쥐처럼 아름답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첨에는 시궁창 쥐라는 설정이 왠지 우습게 느껴졌지만,
곡을 들으면 들을 수록, 가사를 보면 볼 수록,
저 가사가 와닿았다.
 
'린다 린다 린다'에서 배두나는 일본 여고생으로 출현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 유학생 '송'으로 등장하는데,
영화내내 그가 한국 유학생이라는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 서로 다른 언어가 마음을 더욱 쉽게 전달하는데(일방적이긴 하지만),
도움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송이 케이에게 한국말로 밴드에 껴줘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케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이미 이들 사이에는 언어의 장벽, 나아가 한/일 이라는 국가의 장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마워, 동지'라는 말은 단지 한국어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진정한 '동지'임과 유대감을 확인하는 일종의 교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
중,고등학교때 여럿이 어울려 음악활동을 했던 나로서는,
<스윙 걸스>도 그랬고 특히 <린다 린다 린다>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세심한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곡 선정할때 스쳐갔던 시이나 링고나 주리 앤 마리 등을 알아차렸던 것 처럼
블루하트에 대해서도 이전에 조금 알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궁창 쥐처럼 아름답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끝나지 않은 노래를 부르자, 똥 같은 세계를 위해… 쓰레기 같은 놈들을 위해'
 
새삼 또 느끼지만,
펑크의 가사들은 정말 아름답다.

 

 
글 / ashitaka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