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너스 (Prisoners, 2013)

누가 죄인인가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영화 '프리즈너스'를 보았다. 개봉 전에는 두 배우의 출연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뒤늦게 알고 보니 '그을린 사랑'을 연출했던 드니 빌뇌브의 작품이었으며 두 배우 외에도 폴 다노, 마리아 벨로, 테렌스 하워드, 비올라 데이비스, 멜리사 레오 등 좋은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프리즈너스'는 2시간 반이라는 긴 러닝 타임을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 채운, 꽉 찬 스릴러 물이다. 몇 가지 기술적인 면이나 장르 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할 것들은 있지만, 메시지 적으로는 생각보다는 이야기할 것이 그리 풍성하지는 않은 (직관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오히려 그 부분이 스릴러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 2시간 반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이 조금은 지리 하게 느껴졌던 건, 재미가 없거나 느슨해서 라기 보다 이 영화가 선택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도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감독은 관객이 극 중 아이를 유괴 당한 부모와 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와 마찬가지로 진이 빠지길 원했을 것이다.



ⓒ Alc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일단 장르 영화적인 면에서 긴 러닝 타임과 쉽사리 풀리지 않는 사건, 그리고 범인에 대한 궁금증은 역시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했던 '조디악'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범죄 스릴러 측면에서 '프리즈너스'는 '조디악'에 한 참 못 미치기는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2시간 반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끌고 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즈너스'는 '누가 범인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테마를 기반으로, 범인을 찾는 과정 중에 각각의 주요 인물들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더 직접적으로 어떤 죄를 짓게 되는 지를 주목한다. 그리고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 주인공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어린 내 아이를 유괴 당했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가 내 눈 앞에 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영화는 이 두 시각을 이야기 속에서도 모두 드러낸다. 심하다 고는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연민은 물론, 그래도 이 방법은 잘못되었다는 시선도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인물들이 엮이게 된 이 유괴 사건이 어떤 의도치 않은 사건에서 말미암았는지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그 자체가 반전일 수도 있지만 이건 반전으로 사용되고 있다기 보다는, '왜 그럴 수 밖에는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이자 답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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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양면성을 갖고 있는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각본 외에 배우들의 연기가 크게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가운데 휴 잭맨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 듯 하다. 사실 휴 잭맨에 대해서 한 동안은 그저 '휴 잭맨 = 울버린'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레 미제라블'을 보고 나서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장발장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새삼 빠져들 수 있었을 정도로 그의 연기력에 매료되었었다. '프리즈너스'에서도 그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여기에는 실제로 어린 딸을 두고 있는 그의 영화 외 적인 이미지도 크게 작용했는데, 극 중 인물인 도버와 영화 외 인물인 휴 잭맨이 겹쳐지며 이 영화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인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그로 인해 도버의 행동들은 제 3자의 시선이 아니라 1인칭 시점으로 공감할 수 있어,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죄와 죄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 Alco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극장을 나오면 크게 남는 것은 없는 영화였지만, 정반대의 의미로 관람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좋은 몰입 감을 선사한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명 연기와 고립되고 긴장되는 가운데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



1.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정말 대단하네요. '스카이 폴'에 버금가는 멋진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제이크 질렌할이 빗속을 뚫고 운전하는 장면은, 마치 다른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압도적인 영상미를 선사하더군요.


2. 제이크 질렌할이 설정한 '로키'라는 캐릭터도 흥미로웠어요. 연기로 표현되는 성격 외에 의상이나 움직임 등에서도 확실히 캐릭터를 잡았다는 걸 인식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3. 폴 다노는 이제 이런 역할만 하는 듯;; 뭔가 천재 아니면 외톨이 혹은 정신이상자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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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Iron Man, 2008)
마블의 부자 히어로

5월달에는 참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이 많다. 아기다리고기다렸던 <인디아나 존스 4>와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 그리고 큰 기대는 아니지만 전편을 본 입장에서 어차피 보게 될 듯한 <나니아 연대기>,
그리고 오늘 관람한 <아이언 맨>이 바로 그 기대작들이다.

사실 마블의 여러 히어로들의 관해서는 영화화된 정도만 알고 있는 이로서, '아이언 맨'의 존재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일단 그가 브루스 웨인에 버금가는(혹은 더!)부자로서, 특수 능력보다는 돈으로 해결하는
히어로라는 정도만 미리 알고 있었다. 예고편에서 탱크의 포탄을 휙 피하고는 미사일 한방 날려주고 무심하게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트랜스포머>와 <로보캅>의 중간 정도인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스포일러 있음)

일단 많은 이들이 지적한 스토리상의 문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바이다. 마블의 히어로를 비롯하여
코믹스를 원작으로한 영화들의 스토리는, 원작의 내용을 따져보면 사실상  굉장히 광범위하고 세세한 면까지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인지 한 편 혹은 2,3편으로 영화화 할때는 스토리상에 헛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언 맨>의 경우도, 일반 히어로 물처럼 토니 스탁이 완벽한 '아이언 맨'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적으로는 이런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그리 꼼꼼한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생각된다.

<스파이더 맨>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특수능력을 얻게 된 히어로이고, <슈퍼맨>은 본래부터 외계인이고,
<배트맨>은 막강한 제력을 동원한 히어로라면, <아이언 맨>은 막강한 제력을 바탕으로한 개과천선 히어로라고
보면 되겠다. 무기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던 토니 스탁은, 사고를 통해 자신이
좋은 일에 쓰려고(사실 미국을 위해, 테러범을 잡기 위해 쓰는 것이나 테러범이 직접 쓰는 것이나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되어, 굳이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만) 만들었던 무기들이, 테러범이
손에 들어가 양민 학살에 사용되는 것을 보고, 뒤늦게 깨우쳐 자신의 무기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이상
무기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하는 동시에, 신개발을 통해 자신이 직접 '아이언 맨'으로 나서서 테러범을 소탕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 중간에는 회사의 중역이 토니 스탁에게서 경영권을 빼았기 위해 테러범과 거래를 하면서,
사실상 더 큰 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설득력이 필요한 것이 '왜 아이언 맨이 되었나?'하는 문제일텐데,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 부분에서
그리 효과적인 설득과정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그저 토니 스탁의 부를 관람하면서, '역시 돈 많으면
다 해결되는구나'하는 생각을 더 자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미국적인 히어로물이니 어쩔 수는 없는
문제이겠지만, 결국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미국식 제국주의 사고에
불편함이 들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개과천선 히어로라고는 하지만, 결국 악용될 우려가 있으니 남에게는
줄 수 없고, 내가(나만) 꼭 가져야 한다는 기본 생각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일단 이런 영화가 1편에서 성장과정과 동시에 화끈하게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액션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아이언 맨>은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테러범들을 소탕하는 장면이 사실상
제대로 된 유일한 액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후반부에 오베디아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언 맨이 연습삼아 도시를 휙휙 날아다닐 때는 마치 '스파이더 맨'이 마천루를
누비는 장면에서 느꼈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언 맨'만의 특징을 잘 살리수 있는 액션 장면이라면, 아마도 전투기와 공중에서 대결을 한다던가,
수 많은 적을 상대로 자유롭게 휘젓는 분위기에 액션 장면일텐데, 그런 시퀀스의 액션이 많지 않았던 것이,
무언가 예고편 보다 더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마블의 히어로 블록버스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주로 작품성에 비중이 있는 영화들에 출연해왔던 그가, 어쩌면 가장 안어울리는 액션
블록버스터에 히어로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내가 어딜 봐서 영웅 타입이냐'라는 극중 대사처럼 걱정이 더
많이 되는 소식이었다.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토니 스탁이라는 캐릭터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천재적인 부자 특유의 거들거림과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와 더불어 유머를
잃지 않는 토니 스탁의 모습은 그로 인해서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에 기네스 펠트로와 제프 브리지스의 출연은 더욱 의아했었다.
이들도 이런 영화에는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기네스 펠트로의 모습은
뭐 연기적인 면에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이라면 좀 어려보인다는 것
정도. 제프 브리지스는 초반에는 거의 못알아볼 정도였다. 이런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막판으로 가면서 악역으로 치닫는 연기는 좋았지만, 뭐랄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등장하는 추가 장면을 보면 완벽하게 2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과연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내가 아이언 맨이다'라고 공표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도
사뭇 궁금해지긴 하다.


1. 근데 그 인공 심장같은 것은 결국 토니 스탁이 아니라 같이 잡혀있던 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

2. 추가 장면에서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가 등장했는데, 이제 그는 이런 히어로물에서
   감초 역할로 자주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3. 크래딧을 보니 ILM고 더불어 오퍼너지가 참여했던데, 왠지 반갑더라 ^^

4. 그렇게 비밀스런 병기를 감추고 있는 토니 스탁의 집치고는,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것 같았다.
    깨친 유리문도 고치지 않고, 아무나 지하실에 내려가도 유리문이라 다 볼 수 있을듯 하고,
    비밀번호도 겨우 3자리 밖에 안되던데;;;

5. 오랜만에 찾은 메가박스 M관은 좌석도 편하고 좋더라.
디지털로 보니 역시 생생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음. 근데 추가장면은 디지털 버전이라 하기엔
화질이 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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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 후보로 오른 한 곡이 특별히 주목을 끌었다.
바로 멤피스 지역의 30대 포주 남자의 꿈을 랩으로 풀어낸 영화 '허슬 앤 플로우'의 주제곡
'It's Hard Out Here For a Pimp'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랩 뮤직으로
시상식에서 공연을 하게 된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21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촬영 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허슬 앤 플로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꿈이라는, 진부하고도 단순한 진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젊은 시절 랩퍼를 잠시나마 꿈꿨던 한 남자가 있다. 그러나 현재 그는
멤피스 지역에서 몇몇 창녀들을 등쳐먹는 포주로 살아가며, 대마초 판매까지 하는 등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마초 값으로 대신 받은 작은 키보드 하나로 인해
그가 예전에 꿈꿨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금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 와중에 우연히 학창 시절
절친한 친구이자 현재는 사운드 엔지니어 일을 하고 있는 '키'를 만나게 되고, 자주 들르던 아넬 바에서
예전 친한 사이였던 힙합 스타 스키니 블랙이 아넬 바에서 파티를 벌인다는 소식을 듣는데,
그는 이 기회에 자신이 만든 곡을 스키니에게 전달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신의 누추한 방을 작업실로 꾸며
동료들과 함께 곡을 만들게 된다.



사실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이겨가며 자신만의 꿈을 이어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의 꿈이
뮤지션인 영화들은 이전에도 여럿 있어왔다. '허슬 앤 플로우'와 비교를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영화를 들자면 에미넴 주연의 '8마일'을 들 수 있겠는데, '8마일'과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을 꼽아보자면,
'8마일'의 경우 최악의 환경 속에서 꿈을 키워 가는 과정의 유사성은 있지만,
한창 꿈을 키워갈 나이인 지미(에미넴 분)에 반해 '허슬 앤 플로우'의 디제이(테렌스 하워드 분)는
불혹을 앞두고 있는,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남자다. 이 차이점은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영화를 규정짓는 가장 큰 요소인 '현실감'으로 크게 나타난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꿈꾸지만, 나이를 먹고 어느 덧 중년이 되면 그저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무게 때문에 꿈에 대해서는 잊고 사는 것이 보통인데, 영화 속 디제이 역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포주로서 살아가다가 우연한 기회에 꿈을 되찾고 여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된다.



'허슬 앤 플로우'에서는 꿈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를 양념만 섞어가며 보편적인 방법으로 풀어놓다가
어느 한 순간 반어법을 통해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디제이와 키, 셸비는 서로 각자의 일을
할 때는 몰랐으나 음악 작업을 하게 된 뒤 디제이에게 사고가 생겨서 다시 자신들의 일터로
돌아갔을 때 심한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 음악을 만들 때 이외에 일상에서의 시간들은
죽어있는 시간이었다는 대사는, 나이와 환경에 상관없이 계속 꿈을 꾸고 매진해야 한다는
감독의 직간접적인 메시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갖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는 멤피스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데에 있다.
블루스의 고장으로 알려진 멤피스에서 블루스, 락앤롤에서 파생된 랩 음악을 통해 멤피스의 문화
(흑인 문화라 하기보단 '멤피스'라는 직접적인 장소가 거론된 표현이 훨씬 정확할 듯하다)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포주라는 특별한 주인공의 직업 또한 영화적 줄거리를 위해
단순 설정 된 직업이 아니라, 많은 제작자들이 투자하기를 꺼려했음에도 포주라는 직업을 고수했을 정도로,
멤피스의 하나의 문화로서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허슬 앤 플로우'라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현실적'이라는 표현을 유독 많이 썼는데, 극 중 주인공들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한 번이라도 음악을(특히 힙합 음악을) 만들어 본 사람들이라면 적극 공감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과정들을 담고 있다. 허름한 방에다가 재활용 컵 홀더팩을 이용해 방음을 하고,
몇 가지 장비들과 마이크를 연결하고, 킥과 스내어를 찍어가며 기본 비트를 만들고
그 위에 코러스를 얹고 마지막으로, 그 동안 메모장에 고이 적어두었던 가사들을 랩으로 입히는 과정은,
아는 사람일수록 더 공감할 만한 장면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테렌스 하워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레이'와 '크래쉬'를 통해 인지도를 얻었던 테렌스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냈다. 감독과 제작자가 몇 년 동안 테렌스 하워드가 아니면 안 된다고
그를 끈질기게 설득했을 만큼, 주인공 디제이는 그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다.
테렌스 하워드도 그 동안 자신이 맡아왔던 뒷골목 인생의 캐릭터들과 비슷한 직업의 캐릭터라
처음에는 계속 출연을 고사했다고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나서는 바로 빠져들 수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그가 출연을 고사했을 당시에는 시나리오조차 완성되지 않을 상태였기 때문).
테렌스 하워드 외에 몇몇 작품들에서 간간이 모습을 비춰왔던 DJ 퀄스와 타린 매닝, 안소니 앤더슨도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할 만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영화가 영화인만큼
소울과 펑키 뮤직의 대부로 불리는 아이삭 헤이즈(Isaac Hayes)와 영화 속과 마찬가지로
힙합 슈퍼스타인 루다크리스(Ludacris)도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16:9 와이드 스크린의 영상은 HD급 기기로 재생했을 때에는 아무래도 약간의 노이즈가
눈에 띠는 것이 사실이지만,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준수한 화질을 수록하였으며, 클로즈업 시
피부의 질감이나 원색의 색감 표현 등도 훌륭한 편이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센터에서
전해지는 대사 전달력도 준수한 편이며, 특히 음악이 흐르는 장면에서 좀 더 역동적인 스피커 활용을 들려준다.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타이틀치고는 아주 알찬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는데,
가장 먼저 눈 여겨 봐야할 서플먼트로는 감독인 크레이그 브로워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들 수 있겠다.
감독이자 시나리오를 쓴 각본가이기도 한 그 이기에 영화에 대한 넓은 시각에서의 총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이 영화가 직접적이진 않지만 감독 스스로의 이야기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된다.
음성해설 외에 'Behind the Hustle'에서는 전반적인 촬영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독립 영화로서 '허슬 앤 플로우'가 영화화되기까지 힘들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으며,
배우들의 오디션 장면들도 살짝 엿 볼 수 있다.
 
메이킹 필름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들 가운데
가장 놀랐던 점은 이 영화의 감독인 크레이그 브로워가 흑인이 아닌 백인이라는 점이었는데,
멤피스를 배경으로 한 완벽한 흑인 영화라면 흑인 영화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감독이 백인이었다는 점은
반전 아닌 반전으로 느껴질 정도이다(감독인 크레이그 브로워는 백인이기는 하지만, 멤피스 지역 출신이며,
그 지역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듯 영화 속 문화에 너무나도 익숙한 사람이었다).
이 밖에 다른 메이킹 영상에서는 실제 멤피스 지역에서 우연히 만난 '알 카포네'라는 랩퍼의 음악을
영화 음악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와 이 영화를 멤피스와는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바로 그 고향인 멤피스에서의 시사회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글 / ashitaka



브레이브 원 (The Brave One, 2007)

사실 이 영화는 예정에 없던 영화였다.
<패닉 룸>에서부터 살짝 실망하기 시작했고 <플라이트 플랜>까지 개인적으로
모두 그럭저럭으로 본 터라, 이번 조디 포스터의 새 영화 역시 그냥 그렇게 넘길 작정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친구가 보러가자고 하는 바람에(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데)그냥 봐주는 식으로
갔었는데, 영화 시작전에 팜플렛에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감독이 닐 조단이었던것.
가끔 포스터나 배우, 여기서 나오는 분위기만 가지고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브레이브 원>의 경우가 바로 이 경우다.
포스터를 보니, 또 그런 영화구나 싶어서 감독이 누구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것.
그리고 조디 포스터외에 테렌스 하워드가 나온다는 것도 몰랐던 것.
닐 조단 감독에, 조디 포스터와 테렌스 하워드라면 사실 충분히 볼 만한 이유가 되지 않겠는가!



이 영화는 닐 조단 감독이 9.11 이후 미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그리고도 바로 뉴욕.

그곳에서 어쩌면 가장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여성의 삶이
전혀 우연한 어떤 사고로 인해(구체적으로 공격을 당함으로 인해), 어떻게 변해가고
변해가는 것을 넘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는(Stranger) 이야기.

사실 이런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는 많이 있어왔으나 닐 조단 감독의 <브레이브 원>은
9.11이후 미국사회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 있어 매우 중요한 논점을 갖고 있다.

(스포일러 있음)

처음에는 우연한 사고로 공격을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었고,
그 다음에는 공격에 의한 정당방위로서의 살인이었으며,
그 다음에는 아예 폭력을 행하는 주체가 되어 자신이 당한 것처럼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들에게 이른바 '정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모든것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을 해치고 남자친구를 살해한 이들에게,
하지만 이미 너무 변해버려서 그 원인이 무엇이었던건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폭력적이 되어버린 주인공은
복수의 총구를 거두게 된다.

여기까지만 비교해봐도, 9.11이후 미국의 움직임과 그대로 닮아있다.
처음 테러를 당한 미국은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긴 했지만(물론 테러의 원인은 제쳐두고서) 나중엔 있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가며 공격적으로만 변해버리지 않았는가.

그리고 영화의 반전격이라 할 수 있는 결말이 가장 냉소적인 의도를 담고 있는데,
9.11과 생각않고 따져본다면,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가서는 총을 거워 결국은 법대로 처리한다는
결말이 아니라, 시원(?)하게 악을 무찔러서 괜찮은 엔딩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물론 이렇게만 따져봐도 충분히 논란이 있긴 할테지만)

9.11이후 미국사회와 비교해 본다면 이 결말은 아주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해한 범인을 죽이지 않고 총을 거둔 주인공에게 형사인 머서는 죽이려면
합법적인 총으로 죽이라며 자신의 총을 건네고, 나중에 자신에게도 총상을 만들게 해 그녀의 존재를
즉 그녀가 그동안 저질러왔던 행동들을 전부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다.

닐 조단의 이런 논조는,
즉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들이 행하는 전쟁과도 같은 나쁜 일들을 결국 모두 합법화하고 정당화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덮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일랜드의 이 정치적인 노련한 감독은 얼핏 보기에 범죄 스릴러 같은 이 영화속에
자신이 바라본 9.11 이후 미국사회의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두 배우의 깊은 심리연기를 볼 수 있었던 명장면)

조디 포스터는 기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연기를 펼친 듯 하다.
사실 그 동안에는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실망을 많이 했었고,
이번 영화는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느낌을 받았을런지는 모르겠다 --;

하지만 개인적으로 출연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몇분 전 밖에는 않되지만 --) 기대했던
테렌스 하워드는 역시 무겁고, 어쩌면 주인공만큼이나 큰 고민을 겪고 있는 캐릭터인 머서를
멋지게 연기한 것 같다. 특히 자칫 조디 포스터가 맡은 에리카의 1인 이야기로 독점될 수 있었던
영화의 분위기를 중간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가게 한 데에는 그의 깊은 연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냥 놓쳐버릴 수도 있었는데,
꼭 다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놓쳤으면 분명히 아쉬워는 했을 작품이었다.

닐 조단!
역시 그 이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인듯!
심리적인 긴장감과 그 안에 담긴 주제 모두 만족스러웠던 작품!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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